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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d magazine 2013 06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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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Magazine of PSPD, 06/2013, no.199 PSPD, People's Solidarity for Participatory Democ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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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6

atopy의 작업 노트

‘소비자’라는 라벨을 떼고,

우리가 지금껏 잃어 왔던 것들을

되찾아 보자.

함께 나누며 일할 수 있는

공동체를 되찾고, 돈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되찾자.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되찾자

느리지만 꿋꿋하게,

한 땀 한 땀

특집

골목에서 발견하는 흙 일구는 삶

손과 몸으로 만들어, 문화와 이야기를 담아

함께 만드는 건강, 의료+생활+협동조합

김한울

이진우

유여원

10

12

14

자급하는 사람들

우리 삶 속에서 만나는 과거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만리장성으로도 광장을 막지는 못한다

2009 서울광장조례개정운동

‘을’에 대한 예의

- 김웅배 남양유업 욕설 파문 피해자

대한민국, 40대, 싱글, 남성, 덩크슛 - 김진 회원

경제민주화를 다시 생각한다

교과서 프로젝트, 이웃을 경계하라

공감과 행동, 이달의 참여연대

국회의원 5명 중 1명은 ‘자리 비움’

‘을’이 살 수 있어야 진짜 경제민주화

내가 낸 국민연금으로 무기를 만든다고?

회원은 늘었는데, 회비는 줄어든 사연은?

참여연대 운영위원 MT 다녀왔어요!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마라톤 모임’과 함께 달려요!

한국인, 어떤 마음으로 사십니까

촌스러운 듯 새로운 어른들의 실내 공놀이

도시 여자의 산골 표류기 - 행복편

참여연대 회계보고와 살림살이

참여연대에 날개를 달아주세요

정현백

임종진

이태호

차병직

황지희

호모아줌마데스

정태인

김정인

이태호

이선미

장흥배

우진희

이진선

진영종

시민참여팀

허필두

박태근

이명석

도시여자

이송희

오유진

여는글

창그림

아참

참여연대史

통인

만남

경제

역사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시민참여

시민참여

시민참여

읽자

놀자

살림

투명회계

튼튼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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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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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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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기획

사람

칼럼

살맛

통인뉴스

지구를 사랑하는 참여사회는

본문에 재생 종이를 사용하고

표지에 코팅을 하지 않았습니다.

본문 용지 미색 중질지

반무광 80g/m2,

표지 용지 백색 모조지 180g/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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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슬픈 5.18

올해 5.18 추모 행사는 어느 해보다도 슬펐다. 5.18 항쟁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무책임한 주장을 <조

선일보>와 <동아일보> 계열의 종편이 여과 없이 방영하였고, <님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금지로 정부

와 광주 시민사회는 별도의 행사를 진행하였기 때문이다.

깨어 있는 국민들은 구한말과 일제 치하에는 민족의 독립, 해방 이후에는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자신

의 몸을 던졌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불완전한) 민주화 이후, 특히 국민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체

계가 발전하면서, 이전의 계급적 정체성은 희미해졌다. 또한 온라인 매체와 같은 개인화된 의사소통 체

계가 발달할수록 사생활로의 은둔 현상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접하니, 과거 청산이 나 개인과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질문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내 친구 이레네 스

트로일Irene Streul을 소개한다.

내 친구 이레네, 그녀의 과거 청산 작업

나는 이레네를 1978년 11월, 내 지도교수의 세미나에서 만났다. 독일어도 제대로 못하고 어리버리한 나

에게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 왔고, 우리의 우정은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녀는 내가 서독으로 유

학을 간 1978년에 동독에서 망명하였다. 오페라 감독인 남편은 그녀와 아무 상의도 없이, 공연 차 들른

스톡홀름에서 서독으로 망명하였다. 그녀는 3년여를 국가보위부와 싸워서 망명을 허가 받았다. 본에

있는 그녀의 집 거실에는 동베를린에서 싣고 온 피아노와 호마이카 장식장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레네는 우리 둘 다 서독 사회에서는 이방인이라 생각하여, 친구들 중에서 유일한 외국인인 나와의 우

정을 특별히 아꼈다.

1990년 통일 이후 정부는 시민들이 자신과 관련된 옛 동독 국가보위부의 자료를 열람하는 것을 허용

하였다. 가까운 지인이 스파이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그녀는 몇 년 동안 신청할 용기

를 내지 못하였다. 어느 여름에 이레네를 방문하였을 때 나는 신청을 권유하였고, 이듬해 여름 그녀는

족히 1,500장은 되어 보이는 누런 갱지의 국가보위부 사찰 기록을 식탁 테이블에 얹어 놓고 나를 기다

우리 삶 속에서 만나는 과거

4 201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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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고 있었다. 이 문서를 통해 막연히 예측한 대로 남편 망명 이후 외로운 시절, 가장 의지했던 친구가

그녀를 사찰했음이 드러났다.

이레네의 다음 작업은 어머니가 임종 전에 주신 아버지의 편지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1944년 러시아

전선에서 전사한 장교인 아버지가 일찍이 나치당에 가입한 사실은 그녀에게 늘 의혹으로 남아 있었다.

진보적인 사상을 지닌, 4남매를 홀로 기른 당당한 어머니지만, 아버지의 나치 전력과 관련된 집요한 질

문에 대해서만은 끝까지 함구하였기에, 진실을 향한 이레네의 집념은 더 불탔던 것 같다. 그녀는 아버

지가 보낸 모든 편지를 컴퓨터에 쳐 넣었고, 그 내용을 분류하여 큰 모조지에 도표로 만들었다. 지난 십

여 년 사이에 활발해진 ‘아래로부터의 군사사’ 연구가 수행한 전선 편지의 분석 결과에 그녀 아버지의

경우도 근접하였다. 아버지의 편지에는 집안과 자녀 문제 그리고 아내에 대한 애정 표시는 많았지만,

정치적 내용이나 나치에 대한 찬미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를 통해 나치 시대를 다루는 일상사가들

은 ‘악의 평범화’라는 테제를 만들어 내었다.

작년 여름, 이레네는 새로운 과거 청산 작업에 착수했다. 요즈음 독일에서는 전사한 아버지를 둔 자

녀들에 대한 심리 분석이 유행하고 있다. 그녀 역시 정기적으로 심리학자를 만나서 자신에 대해 증언하

면서, 자신의 일생을 시기별로 나누어 글로 쓰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거의 완성된 자서전 류의 글 묶음

을 내게 보여주면서, 전쟁과 아버지의 전사가 자신의 삶에 드리워 온 트라우마를 성찰하려 하였다. 심

리학자의 도움을 받아 파경에 이른 자신의 결혼 생활에까지 미친 상처를 계속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녀는 남겨진 편지의 존재를 형제들에게 말해야 할지, 그리고 편지들을 어디에 보관할지를 고민

하고 있다. 나는 이를 형제들에게 알린 후, 병사들의 편지를 수집하는 뮌헨의 기록 보관소에 보낼 것을

충고하였다.

일상에서 만나는 과거사와 우리

요즈음 대학의 한국 현대사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자신의 가족사를 써오는 과제물을 내주는 교수들

을 접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뿌리를 돌아보고, 과거 청산과 자신의 일상적 삶과의 연계성을

성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권장할 만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학생 개개인의 가족사를 읽어 본 선생

들도 일상 속에서 만나는 현대사를 통해 새로이 역사 공부를 한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학에서

한국 현대사 강의는 줄어들고, 이를 컴퓨터나 영어회화와 같은 실용과목으로 대체하는 현실이 벌어지

고 있다.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참여연대 공동대표. 성균관대 사학과에서 학생들에게 서양사를 가르치고 있음. 전공인 독일사

연구를 통해 우리 현실에서 얻을 수 있는 성찰을 얻고, 이를 다른 이들에게도 알리기를 원함.

5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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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013 6

창그림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스물다섯 청년

앞 자리의 동기생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이

나나 봅니다. 조별로 두루 모여 오토바이 수리

과정을 배우는 중이거든요. 아직은 어설픈 솜

씨 탓에 나오는 실수들을 본 헤인은 가만히 자

기 순서를 기다리면서 긴장을 풀고 있습니다.

어깨너머로 미리 살피면서 자신은 실수 없이

잘 해보겠다는 욕심은 슬쩍 감추었지요.

지뢰 사고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한 기술학

교인 반티에이 뿌리웁Banteay Prieb은 킬링필드

의 나라, 캄보디아에 있습니다. 헤인과 같은 젊

은이들이 모여 1년 과정으로 전자 수리, 기계

수리, 재봉, 목조각, 농업 기술, 신발 제조 등

의 전공을 택해 공부하는 곳이지요.

신체 장애가 극복과 차별이 아닌, 이해와 존중

의 시선으로 채워지는 하루들이, 오늘도 이렇

게 채워져 가고 있습니다.

‘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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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참여사회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아.참.이번 호 『참여사회』 <특집>은 자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물론 로빈슨 크루소처럼

살 수는 없겠죠. 다만, 도시에 살면서도 시간을 내고 손과 몸과 정성을 들여, 스스로 만들어 먹

고 쓰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꼼지락거림을 소개하려는 겁니다. 이런 일상에서의 시도들이 없다

면 자유무역협정, 대형마트, 핵발전소에 반대하는 도시민들의 운동은 모래 위에 지은 성이 될

지도 모릅니다. 이번 호 기획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하고자

하는 『참여사회』의 소심한 호응이기도 합니다.

<참여연대 20년 20장면>은 서울광장조례개정운동을 이야기합니다. 닫힌 광장을 열기 위해 서

울 시민 10만 명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명기한 서명을 받아내야 했던 이 운동은 참여연대로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큰 도전이었습니다. 실제로도 6개월간 허용된 서명 기한 중 5개월이 지나

도록 서명자 수는 목표치의 반을 밑돌아 애를 태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적처럼 시민들의

자발적인 서명이 이어졌습니다.

이번 호 <통인>은 지금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을의 반란’의 진앙지를 찾아갔습니다. 남양

유업 욕설 파문 피해자 김웅배 님을 만났습니다. 충격이 큰 탓에 마음의 병을 얻은 그와는 이야

기를 나누기도 쉽지 않았고, 사진을 게재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부득이 스케치로 사진을 대

신하였습니다.

김진 회원을 인터뷰 했습니다. 매주 1회 자원활동을 하고 아카데미 느티나무 강의에서도 종종

만나는, 그리고 스스로 27살이라고 주문을 외우는 40대 싱글남입니다. <만남>에서 만나 보십

시오.

이번 호가 참여사회 199호입니다. 긴 시간만큼이나 독자와 『참여사회』 사이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겠지요. 참여사회와 함께한 사연들 많이 알려주십시오. 독자의 소리를 기다립니다.

통인동에서,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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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하는 사람들

사서 쓰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하다.

쉽고 편하게 얻어 쓰고 버리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그럼에도,

씨앗을 심어 음식을 얻고,

나무를 다듬어 물건을 만들고,

사람이 모여 서로의 건강을 지키는 시스템을 이루어낸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만들고 키우고 일궈내면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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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610

도심 속 사람 사는 동네, 서촌

서촌은 도심에 있다. 세종로 큰길로 차와 사람이 끊이지 않는 도심

의 복판에서 느긋한 걸음으로 5분이면 충분하다. 동네에 다다르면

아스팔트 곧게 뻗던 길도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되어, 팔 벌리면 품

에 안길 듯 소박한 풍경으로 펼쳐진다. 계절마다 푸른 호흡이 느껴

지는 골목 풍경도 눈에 띈다. 여름이면 골목에서 커다란 토란 잎과

호박 넝쿨을 마주치는 일이 자연스럽다. 해마다 겨울을 지나와 봄

볕에 얼굴을 찡긋거리게 될 즈음이면 틈틈이 자리 잡은 작은 흙 자

리마다 푸른 싹이 움터 오른다.

골목 텃밭 일구는 ‘서촌작목반’

서촌의 이웃들이 모인 서촌주거공간연구회에서는 ‘서촌작목반’을

꾸리고 있다. 농촌에서 함께 농사를 짓는 작목반이 도심에서는 어

떤 모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화분에, 또는 스티로폼 박스에

손바닥 농사를 짓고 있던 이웃들이 있는 곳에서 서촌작목반은 이

미 시작되어 있었다. ‘도시농업은 이미 있었던 것이 아닐까’, ‘꼭 넓

은 땅이 있어야 할까’, 이러한 의문들이 서촌작목반의 출발인 셈이

다. 그래서 서촌작목반에서는 창가에 두는 작은 화분도 하나의 텃

밭이다.

우선 골목마다 화분 농사를 짓는 이웃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미

있는 텃밭의 규모와 특징을 살펴보고, ‘작목반’ 답게 서로의 경험도

골목에서

발견하는

일구는

김한울 서촌주거공간연구회 사무국장

서울에서 도시 아이로 성장.

모바일 IT업계를 뒤로하고 무작정 동네 일에

뛰어들었다가 야근이 없어야

공동체가 살아난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특집 자급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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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참여사회

나눠가며 아쉬운 부분은 힘을 모아 채워나간다. 삶에 필

요한 것들을 직접 가꾸며 얻는 경험을 나누는 일도 중요한

활동이다. 무엇보다 손을 모아가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식

물을 키우는 데에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이웃들이 더 쉽게

흙과 친해지고 조금이나마 수확의 보람을 느낄 수 있게 되

기를 바라고 있다.

서촌작목반의 거창한(?) 출발

아직 작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4월에 열린 동네 벚꽃축제

에서는 한 아름의 땅에 뿌릴 만큼씩 해서, 모두 400아름

크기의 땅을 일굴 수 있는 씨앗을 나눴다. 50평 남짓한 텃

밭에 뿌려질 양이다. 텃밭 상자도 만든다. 텃밭을 가꿀 가

족들이 모여 직접 만들기로 하고 11가족이 모였다. 이때 나

눈 텃밭 상자를 한데 모은다면 4평 남짓. 얼마 되지 않는

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서울 도심에서 4평 땅에 치러야

하는 땅값을 생각해보면 결코 만만히 볼 수치는 아니다.

도시농업이라고 하면 대개 수확량이나 수확물의 질을

생각하게 되지만 수확물만으로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작업의 집중력이나 토지 비용 등을 생각하면 도시에

서 농업을 한다는 것은 아직은 무모한 일일 수도 있기 때

문이다. 마트에 가면 원하는 물건은 대부분 쉽게 얻을 수

있다. 무엇 하나라도 직접 만들어 쓰려면 여러모로 소모적

인 일이 되고 만다. 도시농업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나 동

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단순히 경제성 측면에서 바라봐

서는 한계가 너무 분명하다. 적어도 그 시작에 있어서는

도시농업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산업 너머를 봐야 한다.

무엇을 위해 땅을 일구나

서촌작목반의 출발점으로 돌아가보자. 왜 사람들은 굳이

도시에서도 흙을 일구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손에

흙을 묻히면 소중한 열매를 쥐어주는 자연은 풍경으로 바

라만 보는 자연과는 다른, 도시가 메워주지 못하는 치유

의 대화일 수 있다. 또한 작은 화분에 심은 상추 한 포기

의 싹이 터오르는 순간, 우리에겐 대화의 상대가 필요해

진다. 주위를 돌아보게 되고 이웃과 말문을 열게 된다. 골

목으로 들어온 텃밭이 이웃집과 우리집을 하나의 공동체

로 만들어준다. 도시농업의 가치는 먹는 것을 생산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 셈이다.

쌀이 쌀나무에서 열린다는 도시 아이의 대답이 짧은 유

머로 회자되던 때가 있었다. 사실 그 아이는 도시에서 생

활하는 우리들에 대한 은유였을지도 모른다. 씨앗이 뿌려

지고 싹이 터올라 열매가 맺히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관심

과 바라봄을 통해 우리의 삶에 관한 것들을 더 많이 경험

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서촌작목반은 흙

과 함께 더 많이 깨닫고 반문하며 골목에서 일구는 농업

의 의미를 더 풍성하게 일구어 갈 것이다.

❶ 서촌작목반은 ‘골목 텃밭 일궈서 골목 장터 나누자’를 슬로건으로 하여 텃밭에 뿌릴 씨앗을 나누기도 하고 함께 텃밭을 일구기도 한다. ❷ 서촌작목반의 공동작업장 ❸ 텃밭 상자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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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13 6

가구, 희로애락을 함께

캐나다 감독 프레드릭 백의 <크랙>이라는 애니메이션 작품이 있다.

특이하게도 이 작품의 주인공은 흔들의자이다. 거목巨木이 톱질, 끌

질, 대패질 등 목수의 정성스러운 손길을 거쳐 목수의 아내를 위한

흔들의자로 다시 태어난다. 그래서 때로는 지친 아내의 안락한 휴

식 공간이 되고, 때로는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놀이 공간이 된다. 단

순한 가구가 아닌 가족들의 삶 가까운 곳에서 그들과 살을 맞대며

희로애락을 지켜보는 가족의 구성원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크랙>

에서 말하듯 가구는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와 함께 하는 물

건이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추억이 스며들어 마치 오래된 앨범처

럼 삶의 순간순간을 꺼내어 볼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느림의 미학 vs. 빠름의 편리

내가 만드는 가구는 못과 같은 철물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나무와

나무가 장부와 촉이 되어 서로를 잡고 있는 짜맞춤 구조로 만들어

진다. 접한 부분을 단순히 철물이나 본드로 이어 붙이는 것이 아니

기 때문에 습도에 따른 나무의 움직임과 쓰임에 따른 견고성을 고

려한다. 이런 제작 방식 때문에 설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제작과 마감까지 마치면 한 달이 넘게 소요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렇게 만든 수제 짜맞춤 가구는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견고함

을 지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아름다움은 더욱 짙어진다.

손과

몸으로

만들어

문화와

이야기를

담아

이진우 스튜디오 피보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애니메이션, 영상, 피규어, 만화, 가구 등

내가 좋아 하는 것은 모두 직접 만드는

자급자족의 루키.

특집 자급하는 사람들

만 세

살 조

카 세

윤이

를 위

해 만

든 스

Page 13: Pspd magazine 2013 06 (199)

13참여사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긴 시간의 제작 공정을 이해

하지 못한다. 오래 기다려 비싼 가격을 주고 짜맞춤 가구

를 사용하기에는 쉽고 빠르게 구입할 수 있는 기성 제품

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가구의 수명은 3년을 넘기기 힘들다. 수요가 많다 보니 제

작 공정이 간소화되고, 제작 기간만큼 가구의 수명도 짧

게 단축된다.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고장이 나거나 혹은 유

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가구들을 보면 가구에 대

한 인식이 인테리어 소모품으로 퇴색되어 버린 것은 아닌

가 해서 안타깝다.

문화를 담는 가구

가구가 소모품 정도로 인식되어가는 이유가 단순히 공장

형 가구의 보편화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무엇

보다 손으로 행해지는 노동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

지 않는 인식이 큰 몫을 차지한다.

요즘 사회는 편한 일, 행동하는 것보다 지시하는 일, 혹

은 금전적으로 안정을 주는 일에 더 큰 가치를 둔다. ‘노

동’은 부정적인 이미지의 단어가 되었고 아이들은 몸으로

하는 고된 일을 피하기 위해 공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

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내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

드는 즐거움을 빼앗고 물건의 가치도 떨어뜨린다.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만을 탓할 수는 없다. 목공에 대

한 이미지 자체가 늙은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일례

로 목공을 하고 싶어 하는 20~30대들은 대개 자신이 나

이가 들어 은퇴를 하면 목공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만

큼 목공이 갖는 이미지 자체가 창조적이고 새로운 것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단순한 생활

용품이 아닌 문화와 이야기를 담는 가구를 만들어야겠다

고 생각했다.

그런 목표를 갖고 제작한 가구가 DJ테이블이다. 턴테

이블과 LP를 수납할 수 있는 이 가구는 단순한 생활용품

을 넘어서는, 음악을 들려주는 악기와 같은 문화용품으로

진화하길 바라며 제작했다. 그리고 모든 제작 과정을 영

상으로 촬영하여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제작 중이다. 현

재 DJ테이블은 RM360이라는 LP숍에 전시되어 여러 분

야의 사람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목공

이나 짜맞춤 가구에 대해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목공 작

업에 대해 궁금해 하고 손으로 하는 노동에 대한 또 다른

긍정적인 인식을 갖길 바랐다. 그렇게 사람들의 머릿속에

목공과 가구가 줄 수 있는 이야깃거리들이 하나씩 쌓여가

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 노동을 존중합니다

가구뿐만 아니라, 내가 누

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만

든다는 것, 노동을 한다는

것은 나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담을 그릇을 만드는 것과 같다.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밥

상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써내려가던 편지들도 같은

의미를 갖는다. 언제가 뒤돌아 떠올렸을 때 그 아름다웠

던 순간들을 추억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것, 그

것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자급’의 의미가 아닐까.

그리고 내가 만드는 그 그릇에는 지금까지는 담지 못했던

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겼으면 한다. 그리고 어떤 그릇보

다 단단하여 그 추억들은 더 오랜 시간 동안 기억되기를

바란다. DJ테이블. 턴테이블과 LP를 수납할 수 있다. 악기와 같은 문화용품으로 진화하길 바라며 제작했다.

Page 14: Pspd magazine 2013 06 (199)

14 2013 6

나이 들고, 때로 아프고,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인간답게 살기

어려운 불건강한 사회에서 나만 홀로 건강하기란 참 쉽지 않습니

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그 대답을 의료생활협

동조합에서 찾고 있습니다.

요새 협동조합이란 말 참 익숙해졌습니다. 협동조합 중에서 의

료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은 주민들이 건강과 관련한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고자 건강 증진과 예방, 치료 활동을 펼치는 곳입

니다.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나면 신입 조합원을 위

한 교육과 조합 활동에 대한 안내를 받게 됩니다. 관심사가 비슷

한 조합원들끼리 모여 소모임을 꾸리기도 하고, 1년에 한 번 열리

는 총회에서 조합원 모두가 같이 결정한 한 해의 활동에 참여하기

도 합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살림의료생협에는 15개의 소모임

과 보건예방활동을 펼치는 건강마을위원회, 협동조합과 살림에 대

한 이해를 높이는 활동을 하는 교육나눔위원회, 그리고 의료생협

을 조합원이 주인으로서 운영해나가기 위한 경영이용위원회가 있

습니다. 모든 소모임과 위원회는 조합원이 구성합니다. 크고 작은

회의와 활동을 통해 살림의료생협의 공동의 가치를 실현시켜 나가

는 힘은 바로 나, 조합원이 스스로 만들어 냅니다.

조합원, 건강한 관계의 생산자

살림의료생협을 처음 시작한 사람들은 평등, 평화, 협동을 지향하

유여원(어라)

살림의료생활협동조합 사무국장

여성주의와 협동조합이 어찌 이리 잘 맞는지

매번 깨닫고 신나게 살고 있는 중.

이사 계획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우리 동네

은평을 자랑하며 이리 오라고 홍보하고야 마는

팔불출 동네 활동가.

함께

만드는

건강

의료+

생활+

협동조합

특집 자급하는 사람들

Page 15: Pspd magazine 2013 06 (199)

15참여사회

는 여성주의자들이었습니다. 노후에 치매나 병환 등으로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걱정은 건강할 때 건

강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족을 넘어서 돌봄을 주

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공동체에 대한 생각으로 커졌습

니다. 그리고 정말 건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나의 몸에 대해 잘 알고 함께 의논하고 관리해주는 주

치의, 영리를 추구하지 않고 적정 진료를 목표로 하는 믿

을 수 있는 병원,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고 돌봄이 필요할

때 서로 돌봐주는 공동체는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아프

더라도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그리고 치료의 과

정을 지지하고 지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질병은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건강이란 젊고 완벽한 신체를 갖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

다. 그리고 아플 때나 아프지 않을 때나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지켜주는 것은 의사나 의원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

이 아닙니다. 우리가 스스로 건강의 관계망을 만들어냄으

로써 이룰 수 있는 일입니다. 관심과 애정으로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자원과 시간, 만나면 반가운 이웃이 함께 사는 마을, 예방

의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의료가 영리 시장으로 내몰리

지 않도록 지키는 보건의료 정책, 의료비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의 확대, 약자의 편에 서서

차별과 사회적 불건강을 해소해나가는 인권 감수성을 갖

고 있는 시민과 사회. 이 모든 것들을 만드는 건강의 생산

자는 바로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 주민들, 의료생협 조

합원들입니다.

우리 손으로 건강을 짓는다

우리 스스로 만든 협동조합 병원에서 믿을 수 있는 주치

의로부터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조합원들이

손에 꼽는 의료생협의 큰 매력입니다. 아플 때 진료를 받

는 환자로 시작해서 건강 예방 프로그램의 참여자로, 건

강마을위원회의 위원으로, 다른 조합원의 건강을 챙겨주

는 건강 반장으로 사람들이 변화하는 모습은 정말 즐겁습

니다. 전문가의 손에 맡겨졌던 건강을 다시 우리 손으로

가져온 건강의 농부가 되 보시면 어떨까요? 올 여름도, 앞

으로도 쭉 건강하시길!

✽한국의 주민참여형 의료생협은 어디에 있나?

한국의료생협연합회 홈페이지 medcoop.or.kr

✽살림의료생협에 관심이 있다면?

salimhealthcoop.or.kr 서울시 은평구 역촌동 1-1 3층 살림의원 02-6014-9949

❶ 살림의원은 2012년 9월 8일에 개원식을 했다.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동네 병원이라는 의료생협 정신 그대로 ‘마을 주치의’를 실천하고 있다. ❷ 살림의료생협에서 운영하는 건강실천단. 주

치의와 운동처방사의 도움을 받으며 고혈압, 당뇨, 비만, 불건전한 식습관을 협동으로 조절하는 프로그램이다.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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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으로도 광장을 막지는 못한다2009 서울광장조례개정운동

2008년 촛불시위에 놀란 이명박 정부는 군중을 적대시하기 시작했고, 서울시장도 거기에 호응했다. 다음해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하고 대한문 앞에 분향소가 설치되자, 서울시는 경찰청에 요청하여 30여 대의 버스로 서울광

장을 촘촘히 막아 아무도 접근할 수 없게 해버렸다.

참여연대는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줄 방법을 고심한 끝에 허가제로 된 광장 사용에 관한 조례를 신고제로 바꾸는 운동

을 펼쳤다. 여당이 절대다수였던 시의회에 발의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주민발의 뿐이었다. 서울시 유권자 1% 이상의 서

명을 받아내야 했다. 불가능해 보였지만 마감 한 달을 앞두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 위 문서는 광장조례개정 청구 서명 용지임.

참여연대 20년 20장면

Scene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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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참여사회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 <욕심쟁이 거인The Selfish Giant>은 누

구나 아는 우화다. 거인이 멀리 친구 집에서 7년을 보내는

동안 그의 빈 정원에는 동네 아이들이 매일 몰려와 꽃동

산을 이루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온 거인이 그 광경을

보고 시끄럽다며 화를 내곤 아이들을 쫓아버렸다. 높은

담장을 쌓아 아무도 못 들어오게 했다. 그 뒤로 거인의 정

원에는 봄이 찾아들지 않았다. 꽃은 피지 않았고, 새도 날

아오지 않았다. 항상 겨울이었고, 거인은 우울했다. 그러

던 어느 해 봄에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담장에 난 구멍으

로 아이들이 들어와 나무 위에 올라타자 다시 꽃이 피고

새가 울기 시작한 것이다. 거인은 담장을 허물어버렸다.

정원은 자연과 인간이 만나 생명의 활력을 만들어 내는

주거 공간의 일부다. 따라서 사람이 없는 정원은 생각할

수 없다. 정원이나 집이 그러할진대, 하물며 광장은 어떠

한가. 둘 이상의 길이 만나는 곳에 광장이 있다. 사람들이

교통에 방해 받지 않고 쉽게 접근하여 만남, 의견 교환,

산책, 휴식을 즐기는 곳이다. 시장이 열리기도 하고 축제

가 벌어지는가 하면, 수시로 집회가 이루어진다. 과거에

는 권력의 과시는 물론 반란과 처형이 동시에 행해지던

정치와 종교의 마당이기도 했다. 광장은 도시 구조의 구

심점이며, 시민사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장소로 기능한

다. 그런데 도심의 광장이 장벽으로 막혔다면 이해할 수

있는가?

광장을 대하는 기상천외한 방법

한때 서울시청 앞 교차로는 그 자체로 명물이었다. 덕수

궁 돌담길의 일방통행로까지 포함하면 6개의 도로 어느

쪽에서 들어와도 평면에서 몇 바퀴 돌면 원하는 방향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복잡한 구조였다. 그 넓은 도로에 인파

가 넘치는 장관을 연출한 것은 2002년 월드컵 때였다. 붉

은악마를 비롯한 시민 응원단의 열기에 고무된 당국이 그

자리에 광장을 설치하기로 한 결정은 나름대로 멋진 판단

이었다. 애당초 그곳은 고종 때 닦은 경성부청 앞 광장이

었고, 3·1운동과 광복 후 격동기의 정치 집회가 단골로

연재 순서

#01 봄은 주총의 계절이었던 시절 - 1997 소액주주운동

#02 법원 하나를 날려버린 고발장 - 1998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03 거리의 신화, 시민불복종 - 2000 낙천낙선운동

#04 호루라기를 나눠 드립니다 - 1994~공익제보자 지원 운동

#05 “비가 싫어질 수도 있겠구나”

- 2004, 2010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캠페인

#06 어느 문패에 대한 20년의 명상 - 1994 참여연대 창립선언문

#07 ‘올리브’가 서쪽으로 가서는 안 되는 까닭

- 2003~2008 이라크 파병 반대 운동

#08 깃발의 상상력 - 1인시위

#09 작은 것도 치열하다 - 1997~ 작은권리찾기운동

#10 만리장성으로도 광장을 막지는 못한다 - 2009 서울광장조례개정운동

월간 『참여사회』는 참여연대 창립 20주년이 되는 2014년까지 참여연대가 이루어

낸 의미 있는 성과들을 소개하는 <참여연대 20년, 20장면>을 연재합니다. 참여연

대 창립 멤버인 차병직 전 집행위원장이 참여연대 활동 기록과 관련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집필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막힌 서울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서울

시민 10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발의하여 조례를 개정했던 서울광장조례개정

운동을 복기합니다.

글 차병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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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리던 현대사의 무대였으니 원상회복의 의미도 담고 있

었다.

약간의 곡절 끝에 40년 동안 물을 뿜어내던 분수대를

허물고 서울광장을 개장한 것이 2004년 5월 1일이었다.

지나다 언뜻 보면 동그란 잔디밭으로 보이지만, 시청 옥

상이나 건너편 플라자 호텔에서 내려다보면 커다란 타원

형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잔디 바깥으로 돌로 포장

한 공간이 조성돼 전체적으로는 사각형이다. 중심부에

새 광장을 마련한 서울이 시민의 도시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4천 평의 서울광장이 높다란 담장으로

완벽히 봉쇄되어버렸다. 2008년 촛불시위에 놀란 이명

박 정부는 군중을 적대시하기 시작했고, 서울시장도 거기

에 호응했다. 다음해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

하고 대한문 앞에 분향소가 설치되자, 서울시는 경찰청에

요청하여 30여 대의 버스로 서울광장을 촘촘히 막아 아무

도 접근할 수 없게 해버렸다. 와일드의 상상력을 무색하

게 하는 기상천외의 발상이었다. 어이가 없어진 참여연대

간사 10명이 나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1인시위를 했다. ‘서

울시장은 경찰청 버스 주차 관리인인가!’라는 피켓이 등장

했다. 하지만 철창을 두른 버스가 무슨 대답을 하겠는가.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은 고심에 빠졌다. 소송을 하는 방안

과 허가제로 된 광장 사용에 관한 조례를 신고제로 바꾸

는 운동을 동시에 펼치기로 했다.

10만 명을 모아야 했다

박주민 변호사가 나서 7월 21일에 헌법소원을 냈으나, 언

제 결정이 날지 기약할 수 없었다. 조례 개정 운동은 6월

에 시작했다. 시의원 10명 이상이 동의해야 개정안을 발

의라도 해볼 텐데, 106개 의석 중 민주당은 겨우 5석에 불

과했다. 주민발의를 시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 유

권자의 1%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했다. 대략 계산해도 8

만여 명, 줄잡아 10만 명을 확보해야 가능했다.

6월 10일, “광장을 열어라!”고 외치며 바로 서울광장에

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협동사무처장 박원석은 그 자리에

서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내겠다고 공언했다. 그 짐은 고

스란히 행정감시팀의 이재근, 신미지, 장정욱에게 떨어졌

다. “3명은커녕 50명이 있어도 힘든 일”이라며 처음에 회

참여연대 간사와 자원활동가들은 곳곳에서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줄 것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근용, 송정섭, 홍영기, 박원석 전현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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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참여사회

2009년 6월 24일, ‘광장을 열자, 조례를 바꾸자’를 기치로 내걸고 광장조례개정 서울시민 캠페인단이 발족했다. 서울시장의 지시로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막은 지 한 달 하루, 광장을 시민에게 개방할

여러 가지 방법을 검토하던 중 기자회견에서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이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내겠다고 공언해버린 뒤 2주 만의 일이었다.

의적 태도를 보였던 팀장 이재근이 발 벗고 나섰다. 먼저

서명을 받아줄 수임인을 모집했는데, 일주일 만에 천 명

이 넘는 시민이 자원했다. 6월 24일에 수임인 신청서를

접수하고 광장조례개정 시민캠페인단을 발족하면서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힘 내라 민주주의’란 기치와 함께 10명이 나뉘어 시청 앞

과 여의도로 나섰으나, 성과는 고작 200명 남짓이었다.

그 비율대로라면 1년 6개월은 소요될 터였다. 마감인 12

월 하순까지 달성하기에 목표는 너무 벅차 보였다. 8월 4

일에는 인턴을 포함해 10여 명이 홍대 앞에 진을 쳤으나

겨우 50명의 서명을 받는 데 그쳤다. 거의 절망적이었는

데, 그나마 희망을 이어준 계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

례식이었다. 분향소 앞에서만 일주일 동안 7천 명 이상의

서명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소강상태에 빠졌다.

사람이 모이는 데라면 어디든 달려갔는데, 9월 19일 봉은

사 초하루 법회에 간사 3명이 서서 애절한 눈빛을 보냈으

나 펜을 들어 호응한 사람은 30여 명이었다. 법회에 참석

한 노인들은, “며느리가 아무한테나 함부로 주민번호를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며 슬슬 피했다.

서명은 그냥 지나치다 몇 초 머물면서 사인만 하면 되

는 일이 아니었다.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고, 성

명란과 서명란에 똑같이 정자로 이름을 적어야 했다. 그

러니 웬만한 행인에게는 여간 성가신 과정이 아닐 수 없

었다. 자칫 서두르다 보면 그 서명은 무효가 될 판이었다.

실제로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이나 19세 미만의 성급

한 성인이 서명하는가 하면, 어떤 열혈 광장론자는 혼자 7

차례나 서명하여 중복 서명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마감을 2개월 정도 남겨 둔 10월 14일에 점검해 본 결과

서명인 수는 대략 4만 명, 아직 절반에도 비치지 못했다.

계속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논의했다. 사무

처장 김민영이 고심에 차 있을 때, 협동사무처장이었던

이태호가 나섰다. 끝까지 밀어붙이자는 그의 강경론에 아

무도 반대할 수 없었다.

기적은 거리에서 출발했다

다시 거리로 나섰다. 인턴들은 프로 경기가 열리는 잠실

야구장으로 도루하듯 뛰어 갔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전체

간사가 동원된 11월 7, 8일의 여의도 노동자 대회에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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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13 6

천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으나, 여전히 전망은 우울했다.

11월 중순부터 총력전을 전개했다. 모든 간사들이 사무실

업무를 중단하고 거리로 뛰쳐나갔다. 4명씩 팀을 구성해

지하철을 파고들었다. 도중에 다른 팀과 전화로 연락해

서로 자기 팀의 성과를 부풀려 자랑하며 상대를 독려했

다. 그러다 잡상인으로 신고를 당해 쫓겨나기도 했다. “좋

은 일 하시는 줄 알지만, 우리도 힘듭니다.” 간사들을 지

하철 문밖으로 밀어내던 어느 공익근무요원이 한 말이다.

그래도 지하철 운동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한겨레와

오마이뉴스가 보도로 협력했다. ‘광장조례개정 서울시민

캠페인단(openseoul.org)’ 웹사이트를 만들어 시민이 직

접 양식을 다운받아 서명할 수 있도록 했다. 곳곳에서 서

명한 우편물이 도착했다. 그 봉투 속에는 언제나 격려 편

지가 포함돼 있었다. 심지어 지폐를 넣어 보내 주기도 했

다. 어느 회사원은 급히 출장을 가야 하니 서명 받은 봉투

를 경복궁 옆 공중전화 박스 안의 전화번호부에 끼워 두

겠다고 전화를 했다. 신미지는 마치 현금 봉투라도 되는

양 혹시라도 누가 집어갈까 바로 달려갔다. 자원활동가와

수임인들도 더 열심히 뛰었다. 화가 이용길은 6개월 동안

항상 서명 용지를 지참하고 다녔다. 3주 남짓 동안 지하철

에서만 약 1만 2000명의 서명을 보탰다. 이미 8월에 시작

한 야당의 협업도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민주당은

조직을 이용해 마지막까지 모두 3만 명 가까이 서명을 받

아냈다.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서울광장을 막은 서울시

는 광화문광장에 난데없이 스키 점프대를 설치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 반작용으로 서명자가 조금 늘었다. 마

감 1주일을 남겨 두고 6만을 넘어 7만 선에 도달했다. 12

월 18일에 8만을 돌파했고, 마지막 날에는 “10만이다!” 생

각하며 책상을 거두었다.

기적에 가까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도 일이 끝나

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밤을 꼬박 새우며 1인당 1장

으로 된 서명 용지 10만 장을 동별로 분류했다. 그래야 제

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2월 29일 서명인 10만 2741명

의 명부를 제출했는데, 해를 넘겨 2010년 1월 25일 검토

결과 8만 5072명이 유효하다는 발표가 있었다. 명부를 제

출하러 시청으로 가는 길에 민주당 의원들이 서로 앞줄에

서려고 잠시 다투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정치인의 꼴불견

이었지만, 그날만은 이전보다 더 밉게 보이지는 않았다.

대규모 집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제, 봉은사 초하루 법회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서명을 받았다. 막판에 서명인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자 위기감을 느껴 전체 간사들이 업무를 접

고 거리로, 지하철로 나섰다. 거리 서명을 통한 청구 서명자는 총 28,017명이었다. 사진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노제 당시 거리 서명전 현장.

Page 21: Pspd magazine 2013 06 (199)

21참여사회

당연한 결정, 기묘한 교훈

작은 기적을 한순간에 무화시켜버리는 능력을 가진 존재

는 역사의식보다 권력의지가 앞서는 다수당의 정치인이

었다. 거의 한 해를 다 바친 땀과 정성의 기쁨은 잠시였

다.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주민발의안을 움켜쥐

고 상정하지 않았고, 참여연대는 항의했다. 경악스러울

정도로 치졸한 시의원의 행태를 들어 차기 선거 낙선운동

도 병행했다. 6월 2일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했

다. 그들의 임기는 7월 1일부터 예정돼 있었고, 제7대 서

울시의회는 당연한 잔무 처리라는 듯 6월 24일 조례개정

안을 폐기했다.

참여연대는 7월 14일 새로 구성된 서울시의회에 광장에

관한 두 개의 조례 개정안을 제출했고, 그 뒤의 일은 시간

문제로 보였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 79명 전원이 발의했

고, 모두 통과됐다. 그런데 시장이 두 개정안에 대한 재의

를 요구했다. ‘광장운영시민위원회’ 안은 제외하고 ‘서울광

장 사용에 관한 조례안’만 재의결했다. 그러자 이번엔 시

장이 공포를 거부했다. 9월 27일 시의회 의장이 공포하여

서울광장 사용 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꾸는 투쟁은 종결되

는 듯했으나, 시장은 개정 조례가 시장의 권한을 침범하여

무효라며 지방자치법에 따라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대개 그렇듯이 꼭 필요하고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발걸

음이 느렸다. 광장의 주인 시민이 1년 넘게 싸워 사태를

거의 정리해 놓고 대법원의 최종 확인만 남은 상황에 처

하자, 헌법재판소는 마치 잊고 있었다는 듯 나서서 서울

광장 사용을 불허하고 차량으로 벽을 쌓은 시장의 최첨단

시공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때가 2010년 9월 30일이

었다.

주민발의는 기묘한 교훈을 남기기도 했다. 2011년 여

름, 서울시장은 아동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하

고 나서 찬반을 주민투표에 붙였다. 거기에 자신의 정치

생명도 함께 걸었다. 8월 24일 투표에서 참패한 시장은

26일에 사퇴했다. 그 이름은 누구나 기억하는 오세훈이

다. 보궐선거에서 새 시장이 된 박원순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조례 무효 소송을 취하한 것은 2011년 12월 21일이

었다. 그리하여 대중에 의해 정의되는 물리적 공간인 광

장을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한 격동의 드라마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09년 12월 29일, 10만여 명의 서울시 유권자의 서명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간사와 자원활동가들은 전날 밤을 새워 서명을 동별로 분류했고, 이튿날 시민들과 야당 의원들이 함께 서명을 제출했다.

Page 22: Pspd magazine 2013 06 (199)

그가 동영상을 본 것은 우연이었다. 남양유업 피해자

인터뷰 동영상을 볼 때만 해도, 남양유업 대리점을

11년간 운영해온 그 자신도 그런 결심을 하게 될지는

몰랐다. 그는 동영상을 보고,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의 존재를 알고, 모임에 나갔다. 모임

장소는 피해자들의 집이었다. 밥값을 아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회의 시간 내내 모든

순간들이 답답하기만 했다. 피해자들과

이야기를 할수록 가슴만 더 아플 뿐,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짜증이

치밀었다.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피우려고 거실 밖 베란다로 나갔다.

문을 열었을 때, 마흔 넘은 두

남자가 컴컴한 어둠 속에서 부둥켜

안고 울고 있었다. 그는 당시를

이야기하며 결국 소리 내어

울었다. 바로 남양유업 욕설

파문의 피해자 김웅배 씨다.

✽김웅배 씨의 요청으로 사진을 싣지 않습니다

통인

‘을’에 대한 예의김웅배 남양유업 욕설 파문 피해자

글 황지희 현대도시여성

일러스트 황진주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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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참여사회

두 남자의 눈물을 목격한 김웅배 씨는 남양유업 본사 직

원의 욕설과 이른바 ‘밀어내기(제품 강매)’ 증거가 담긴 음

성 파일을 공개하기로 마음먹게 됐다. 이 음성 파일은 남

양유업 사태를 세상에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파문이

큰 만큼, 김웅배 씨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를 지난

5월 17일 참여연대에서 만났다. 김웅배 씨는 음성 파일 속

에 등장하는 남양유업 직원에게 고소를 당해, 경찰에서 조

사를 받고 오는 길이었다.

성실하면 되는 줄 알았다

시작은 좋았다. 2000년 6월 남양유업 대리점을 시작한 김

웅배 씨는 새로운 삶을 앞두고 꿈에 부풀었다. 목돈이 들

기는 했지만, 성실하게 일하면 아들 둘의 대학 등록금까지

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남양유업이라는 대

기업을 믿었다. 평생 모은 재산을 대리점 개설에 투자했

다.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다. 동대문에서부터 시작해 만

화방까지 해보지 않은 일이 없었기에 유통 분야라면 노하

우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일한 만큼 번다는 것은 환상

에 불과했다. 자신이 주문하지도 않은 제품이 계속 대리점

에 도착했고, 그 수량은 상상을 초월했다. 열심히 일하면

소화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니었다. 팔지 못하더라도 본사에

입금은 해야 했다.

유제품의 특성은 김웅배 씨를 더 힘들게 했다. 설령 ‘밀

어내기’로 대리점에 제품이 쌓였더라도, 일반적인 제품이

라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처분 할 수 있다. 하지만 유통

기한이 분명한 유제품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주변에 선물

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자식같은 제품들을 창고에서

그대로 버려야 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했다. 그 뿐만이 아니

었다. 부당한 상황도 억울한데 본사 직원들은 매번 욕설과

협박으로 그를 괴롭혔다. 결국 스트레스로 인한 공황장애

판정을 받은 그는 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김웅배 씨만 겪은 특별한 상황이 아

니라는 데 있다.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 음성 파일의 내용

은 남양유업 대리점을 운영해 온 많은 이들의 ‘밀어내기’에

대한 피해 증언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음성 파일의 내용은

본사 직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남양유업이라는 기업의

운영 방식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단면인 것이다. 김 씨는

녹음 파일이 만들어진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남양유업을 고발하기 위해 일부러 녹음한 것은 아니다.

(욕설과 ‘밀어내기’는 항상 일어나는 일이었는데) 통화를

하다가 볼륨을 높이기 위해 휴대전화 버튼을 이것저것 누

르다가 우연히 녹음됐다. 그 파일을 보관하고 있다가, 남

양유업 대리점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공개하게 된 것이다.”

대형마트의 또 다른 피해자

남양유업 사태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한국 경제의 다양

한 문제점들을 읽을 수 있다. 11년 동안 대리점을 운영해

온 김웅배 씨의 증언은 소상공인들이 설 곳이 점점 사라지

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동네 슈퍼마켓이 대리점의 가장 큰 고객이었

어요. 그런데 소량이라도 꾸준히 납품 할 수 있는 동네 상

점은 사라지고, 대형마트들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

어요. 초기에는 대형마트에 제품을 납품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했지만, 점차 대형마트에는 본사가 직접 제품을 납

품하는 것으로 시스템이 고착되더라고요. 납품하는 제품

자체도 달라요. 유제품은 유통기한이 중요한데, 본사에서

마트에는 유통기한을 엄격하게 적용해서 납품하고, 대리

점에는 마트에 팔 수 없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

품을 줘요.”

설령 대리점이 대형마트에 제품을 납품할 수 있다고 해

도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들

이 쓴 호소문에 따르면,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납품할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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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013 6

를 잡으면, 그만큼의 투자 비용이 필요 하다. 제품 이동을

위한 냉동차도 구입해야 하고, 규모가 커지는 만큼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직원도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동네에서

장사가 불가능하니, 대출을 받아서라도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또한 대형마트에 가면 남양유업 제품만 파는 판

매 사원이 따로 있는데, 판매 사원의 월급의 절반 이상을

대리점이 부담해야 한다. 판촉 제품에 흔히 덤으로 주는

제품까지 대리점에 부담을 전가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

생한다. 결국 대리점은 남양유업과 대형마트 사이에서 어

떤 선택도 할 수 없고, 수익은커녕 손실액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을과 을의 싸움

최근 모 방송에서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폭언

을 한)그 친구(본사 직원)도 내몰린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기업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김웅배 씨 역시 음

성 파일 속에 등장하는 본사 직원에게 명예훼손으로 고발

까지 당했지만, 본사 직원의 상황도 한편으로는 이해한다

고 설명했다.

“본사에서 각 대리점의 순위를 매기고 무리한 목표를 세

워 담당 직원들이 이를 달성하도록 강요해요. 그러니 본사

직원들이 대리점을 괴롭히게 되고요. 영업사원이 본사로

부터 영업 실적에 대한 압박을 심하게 받고, 그 고통을 대

리점에 주는 거죠.”

결국 자본이 노동자를 괴물로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예

상컨대, 김웅배 씨를 괴롭힌 본사 직원도 그만큼의 고통을

회사에서 받았을 것이다. 남양유업 파문이 사과로 마무리

되거나, 단순하게 ‘밀어내기’를 없애는 방식으로 마무리되

는 것은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김웅배 씨의 생각이었

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대리점에 대

한 고통 전가는 더 교묘하고 치밀해질 수밖에 없다.

차라리 지금이 좋다

김웅배 씨는 요즘 바쁘다. 최근 같은 상황에서 대리점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대리점을

계속 하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그는 정식 대리점은 포기

하고, 대신 그 공간에서 새벽부터 오전까지는 지인들에게

남양유업 제품을 알음알음 판매 하고 있다. 오후에는 모

병원에서 주차 관리를 하면서 생활비를 번다.

“대리점 사람들을 만나면 그나마 요즘은 살만하다고 해

요. 뉴스에 자꾸 나오는 바람에 전 같은 ‘밀어내기’는 (일시

적일지 모르나) 줄었으니까. 저도 그래요. 차라리 지금이

좋아요.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빠져나왔으니까

요. 두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이제 저를 위해 살고

싶습니다. 음성 파일 공개,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김웅배 씨를 만나며, 두 가지 면에서 크게 놀랐다. 먼저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남양유업 제품은 먹어보면 안다.

제일 맛있다. 최고의 브랜드다”라고 말하며, 남양유업 제

품에 대한 자긍심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어쩌면 남양유업

은 가장 좋은 파트너를 잃었다. 두 번째로 놀란 것은 그동

안 그가 원한 것은 남양유업의 진심어린 사과라는 점이다.

배상이 아니었다.

“저는 너무 힘들었어요. 남양유업과 그 본사 직원이 제

게 정말로 미안하다고 말했으면 좋겠어요. 사과만 한다면

괜찮아요. 남양유업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여론을 잠재

우기 위한 언론 플레이로만 느껴져요. 저와 같은 대리점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한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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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참여사회

남양유업 피해자들이 쓴 호소문에서 그는 대리점을 운

영하는 동안 몇 번의 자살 충동과 몇 번의 살인 충동에 시

달렸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큰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그는 돈 문제 보다, 인간적으로 받은 마음의 상처가 더 크

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사회가 지금 해야 할 일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갑’과 ‘을’이라는 새로운 신분이

탄생했다. ‘갑’이 주는 모멸감을 참고 견디는 것은 ‘을’이 감

수해야 하는 역할로 인식되었다. 남양유업 사태도, 최근

문제가 됐던 모 대기업 상무의 항공사 승무원 폭행 사건

도, ‘갑’과 ‘을’의 권력 관계가 존재하는 ‘갑을 사회’에서 발

생된 문제다. 최근 유행하는 ‘갑의 횡포’나 ‘을의 반란’이라

는 표현은 ‘갑을 사회’에서는 애초 성립할 수 없는 말이다.

갑을 사회에서 ‘갑’은 횡포를 부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정

당한 권력을 행사할 뿐이고, ‘을’은 노예적으로 복종하는,

반란할 수 없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에서 ‘을’에

대한 예의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무모하고 순진한 처사

로 여겨질 것이다.

사실 남양유업 대리점들의 피해 사례는 어제오늘의 일

이 아니었고, 몇 해 전부터 꾸준히 문제가 되어 왔다. 남양

유업 대리점피해자협의회가 남양유업을 공정거래위원회

에 고발하고 <비열한 남양> 다큐를 웹에 공개한 시기만 해

도 올해 1월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다

가 5월 3일에 유포된 영업사원의 대리점주에 대한 욕설이

담긴 음성 파일이 여론을 자극하면서야 크게 알려졌다. 하

지만 그 여론을 조성한 대중은 욕설보다 끔찍한 말이 ‘밀

어내기’고, ‘밀어내기’가 ‘갑’의 대표적인 횡포라는 사실에

는 무감각하다.

중요한 과제가 남아있다. 사회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땅의 수많은 김웅배 씨가 받은 상처다. 이 사태를 계기로

남양유업을 비롯한 많은 회사들이 상식적인 유통 질서를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그동안의 피해자들은 호소할 곳이

없다. 그들은 밥벌이를 위해, 혹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모

욕을 감내해야 했다. 어떤 좋은 제도가 생긴다고 해도, 이

미 받은 상처는 돌이킬 수 없다. 남양유업 대리점의 수많

은 피해자들이 빚더미에 앉았고, 이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

었고, 심신의 고통을 받았다. 그들은 피해자다. 덮고 넘어

가서는 안 된다.

황지희

전 참여사회 기자. 현재 모 출판사 마케터로 근무 중. 나라 걱정을 겸업하

고 있으며, 독자를 위해 모든 영화를 포기하고 소처럼 일할 각오가 되어

있는 현대 도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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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인터뷰이에 대한 자료를 넘겨받았다.

‘김진. 1970년 생. 혼자 사는 싱글남. 주 1회 참여연대 자원

활동. 요리를 배움…….’

칠공년 개띠라……. 내가 이 세대에 대해 유일하게 기억하

는 것은 교복 자율화와 그 이후 다시 불어닥친 교복 입기 열

풍, 그 가운데 완벽하게 끼어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교

복을 입어보지 않은 정말 몇 안 되는 희귀한 세대라는 것 정

도. 좀 더 객관적인 배경들을 체크해 보면, 경제적으로는 새

마을운동이니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니 하는 것들이 지나고

어느 정도 절대빈곤의 수준은 넘어선 상황에서 유년기를 보

냈고, 사회적으로는 87년 민주항쟁이 끝난 직후 대학에 입학

해 학생운동 강도가 그전보다 확실히 약해진 상태였으며, 문

화적으로는 오렌지족을 필두로 X세대니 신세대니 하는 다양

한 신인류가 탄생할 즈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문화 대통령이

라 하던 서태지가 등장했던 것도 이들이 20대로서 한창 젊음

을 구가할 때였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인터뷰의 콘셉트를 잡기 위해 키워

드를 추려낸다. ‘40대, 남성, 싱글.’ 그리고 그 앞에 붙어 있는

의미심장한 또 하나의 단어 ‘한국’. 하여, 이 글은 40대 싱글

남성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글 호모아줌마데스

사진 Nina Ahn

대한민국, 40대, 싱글, 남성, 덩크슛 김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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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참여사회

당신은 비혼주의자?

피플TV에서 자원활동을 하는 그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

서 자원활동을 하는 나는 그런 이유로 오가며 눈인사를

나누던 사이였다. 평소 그에 관한 단상은 늘 깔끔한 옷차

림에 40대 중반의 나이라곤 전혀 믿기지 않는 외모를 가

졌다는 것. 녹음기를 켜자마자 막강 동안의 비법을 제일

먼저 물었던 건 그래서였다.

“딱히 비법이라 할 건 없어요. 담배 안 피우고, 술 많이

안 마시고, 무리한 다음에는 쉬려고 노력하고, 자외선 차

단제는 꼭 바르고. 뭐 그 정도예요. 아참, 주문을 외워요.

‘나는 스물일곱 살이다’라고.”

주문까지요? 헉! 그 정도면 엄청난 자기 관리라 생각되

는데요. 그런 분이 아직 결혼을 안 하신 건 혹시 비혼주의

자라서인가요?

“결혼을 안 하겠다, 그런 건 아니에요. 연애도 했었고,

결혼까지 생각한 여자 친구도 있었어요. 결국 잘 되지는

않았지만…….”

자원활동을 하러 올 때마다 간사들을 위한 간식을 잊지

않고 챙겨오는 그를 두고 한 간사는 이렇게 증언했었다.

결혼을 하면 참 좋은 남편이 될 것 같다고.

“아, 간식이요? 별다른 뜻은 없어요. 제가 보니까 여기

서 일하는 간사들 정말 고생이 많더라구요. 그 고생에 대

한 작은 정성의 표시에요.”

이렇게 세세한 곳까지 마음을 쓰는 그가 요리까지 배우

러 다닌다니 정말 좋은 남편이 갖춰야 할 덕목을 여럿 지

녔구나 싶다.

“요리는 먹고살기 위해 배우는 거예요. 동네마다 지자

체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가 있잖아요. 거기서 하는 요리

프로그램을 일주일에 한 번씩 듣는데 한식을 포함해서 중

식, 일식 등 커리큘럼도 다양하고 수업료도 싸고 좋아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일상이 매우 여유로워 보인다. 그

럼 일은요? 뭐해서 먹고사세요?

“지금은 조금씩 일하면서 혼자 먹고살 만큼 벌고 있는

데, 전에는 학원에서 수학 강사로 15년가량 근무했어요.

가르치는 건 무척 재밌었는데 행복하지는 않더라구요. 강

의는 보람있지만 나머지 부분은 아니에요. 요즘 언론에서

갑을관계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학원에도 그런 게

있거든요. 학원 원장이 갑이고 강사들은 힘없는 을이고,

노동자임에도 근로자로 인정을 쉽게 받지 못하는데다 1년

마다 재계약해야 하고 수강생이 줄면 도중에 일방적으로

쉽게 해고돼요. 아침 8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주 6일을 일

하는 게 말처럼 쉽지도 않고 직업의 수명도 짧고…….”

긴 노동시간을 요구하는 직장에 있다 보니 남들처럼 취

미 하나 가질 수 없었다. 행복하지 않았기에 그만둔 일,

그리고 그 이후 일상에 찾아든 여유가 지금의 그를 만들

었다.

싱글로 사는 법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식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

보고, 그런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없다는 것에 대해 그는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그냥 무덤덤해요. 안 좋은 일은 빨리 잊어버리는 성격

이거든요.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딱히 부러운 것도

아니구요. 나이가 들어 열정이 식는 이유는 건강 때문이

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보다 나이가 더 들어도 건강

했으면 좋겠는데, 돌발적인 상황이 생겨 건강을 잃게 된

다면 그 순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배우자밖에 없

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해요.”

혼자 사는 가구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란 예측은 어쩌

면 이미 확정된 미래일지도 모른다. 스웨덴의 1인 가구 비

율은 무려 47%에 육박하며 한국도 25%에 다다른다. 결혼

과 혼자 사는 삶에 대해 질문했을 때 그의 대답이 자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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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게 건강 문제로 넘어간 것은 어쩌면 혼자 살아가기라는

이 시대적 당면 과제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이미 알

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소울메이트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람과 연애도 해

보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고. 내가 찾던 소울메이트라면

헤어지기 싫어서 결혼을 고민할 거 같아요.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좋으면 누군가와 같이 박물관과 숲, 공원, 바다 등

을 돌아다니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건강 다음으로 싱글족의 삶을 위협하는 것은 아마도 외

로움 아닐까? 어떠세요?

“저는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은 아닌 거 같아요. 요즘은

심심할 틈이 별로 없어요. 직장인이 아니다 보니 아침 식

사도 여유롭게 만들어 먹고, 인터넷 뉴스도 보고, 야구 시

즌엔 중계방송 챙겨 보고, 요리 학원에서 배운 것도 혼자

만들어 보고……, 하루가 금방 가요.”

얼마 전 직접 담근 백김치의 맛이 환상적이었다며 자랑

도 잊지 않는 그에게 앞으로 꿈꾸는 삶은 어떤 모습인지

물었다.

“돈을 많이 모아서 사회사업을 꼭 하고 싶어요. 제가 외

우는 주문이 사실 여러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100억을 모

으자’에요. 지금은 가진 게 없지만 저는 낙관하고 있어요.”

주문이 더 있다고요?

“내 마음은 항상 평온하고 여유있고 자신감에 차 있다, 불

우한 노인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들을 위한 사회사업을 꼭

하겠다 등 9가지의 주문을 시간이 날 때마다 외우곤 해요.”

그가 외운다는 주문들 안에 그가 꿈꾸는 미래가 들어 있

었다. 물리적인 현실로만 보자면 혼자 살고 있는 그가 매

일 연습해야 하는 것은 ‘혼자서도 잘 살기’일 것이다. 그러

나 그가 틈이 날 때마다 연습하고 또 준비하는 것은 비장

한 홀로서기의 길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지구라는 행성에

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연습 중이다.

세상일에 간섭하기

작년 대선 이후 멘붕에 빠져 전국을 돌며 1인 시위를 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는 그가 요즘 열심히 듣고 있는 강의가

있다. 바로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의 시민정치학교

수업이다.

“대부분의 강사들이 지난 대선과 요즘의 한국정치에 대

해 정당과 정치인의 책임을 많이 강조하더군요. 근데 제

생각은 좀 달라요. 유권자들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고 봐

요. 어떤 지도자를 뽑느냐는 결국 유권자들의 선택인데 지

도자의 실정도 문제지만 그런 지도자를 선택한 사람들에

게도 책임은 있는 거죠.”

2008년,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그는 참여연

대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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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참여사회

“NGO에서 일하던 친구가 좋은 시민단체가 있다며 참

여연대를 언급한 적이 있어요. 잊고 있다가 2008년에 MB

하는 걸 보니 뭉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참여연

대가 떠올랐어요. 또 그때 언론에도 자주 노출되기도 해서

가입했죠. 예전에는 가입한 당에 당비 내고 시민단체 후원

하고 투표 꼬박꼬박하고 그러면 세상이 바뀌는 줄 알았어

요. 그런데 현실은 그게 아니더라구요. 직접 뭔가 행동해

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시민단체들 중 참여연대는 조직

된 힘이 느껴져요. 여기에 뭉치면 변화의 가능성이 더 커

질 것 같았죠. 그래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자원활동을

시작했어요.”

그가 피플TV에서 하는 자원활동은 참여연대의 영상 기록

물들을 디지털화하고 스크립트 요약본을 작성하는 것이다.

“자원활동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재밌지

는 않지만, 그 영상들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아요. 시민정

치학교에서도 그렇고. 강의를 들으면서 느낀 건 보수층들

은 훨씬 더 극성스럽고 결집력이 강하다는 것이었어요. 그

럼 우리도 그래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

서 앞으로 더 극성스러운 회원이 되려고 해요. 여당 지지

자들이 표를 끌어모으는 것처럼 저도 올해는 지인들의 참

여연대 회원 가입을 이끌어내기 위해 처음으로(?) 열심히

노력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대선 직후, 제1야당 민주당이 보여준 무능력에도 화가

났고 문재인, 안철수에게도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대선에서도 정권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공안정국이 더 강화되지는 않을까, 교육

현장에서 이념 교육이 더 강화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고민이 든 그는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서 쉽사리

눈을 뗄 수 없었다.

시민정치학교 앞에는 ‘나의’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이

제 더 이상 정치는,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들’만

의 일일 수 없다. 주거의 형태가 싱글이라고 해서 삶 또한

싱글 라이프인 것은 아니다. 여기, 세상일에 더 많이 간섭

하기로 마음먹은 대한민국의 40대 싱글 남성이 그것을 증

명하고 있다.

주문을 외워보자

그가 주문을 외운다고 했을 때 불현듯 노래 한 곡이 떠올

랐다. 이승환의 ‘덩크슛’. 노래가 발표된 때가 1993년이니

그가 24살, 내가 21살 때의 일이다. 그 노래를 부른 가수도

함께 늙어 이제 우리들 모두 40대에 들어섰다. 그러고 보

니 두 남자가 비슷한 점이 많구나. 40대, 싱글, 남성, 막강

동안 그리고 사는 곳은 대한민국. 그러나 정작 그 둘의 비

슷한 점은 이루기 어려워 보이는 황당한 꿈을 꾸고 그 꿈

을 이루기 위해 주문을 외운다는 점이다.

‘예쁜 여자 친구와 빨간 차도 갖고 싶었지만 너무나 원

했던 것은 그 누구도 모를 거야’라는 내용의 가사. 유난히

키가 작은 그 가수의 꿈은 덩크슛이고 지금은 가진 것이

많지 않다는 이번 인터뷰 주인공의 꿈은 100억 모으기다.

그리고 그 꿈들은 예쁜 여자 친구와 빨간 차를 갖고 싶은

꿈보다 더 반짝거린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가 외운다는 9가지 주문에 한 가지

를 추가시켜 달라 부탁했다.

‘참여연대 회원이 10만 명이 되게 해주세요!’

오예~ 야발라기 히기야모 하이마모 하이루나!

그가 주문을 외운다. ‘나는 스물일곱 살이다.’ 그리고 그

의 꿈도 스물일곱 살이다.

호모아줌마데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애 엄마. 2007년 참여연대 회원 가입과 동시에 자원

활동 시작.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백인보’라는 코너에 비정규적으로 인

터뷰 글을 쓰고 있음. 특기사항 : 합기도 빨간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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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 <민주당,

경제민주화 더 잘 할 수 없는가?>에서 나온 청년 편의점

주 오명석 씨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1979년생, 그

러니까 이제 만 서른네 살이다. 그의 아버지는 외환위기

때 명예퇴직을 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알바를 전전하던

오 씨는 아버지의 은퇴 자금으로 편의점을 냈다. 대기업

들은 아버지를 해고하면서 던져준 퇴직금마저 아까워 본

인 또는 그의 자식을 통해 회수하려 했던 것일까? 아들은

5년 계약으로 편의점을 시작해서 처음 2년은 그런대로 장

사를 했지만 본사가 바로 옆자리에 또 다른 편의점을 내

는 바람에 4년째 되는 해 폐점을 신청했다. 그는 위약금

2,500만 원에 철거비 300만 원까지 낸 후에야 장사를 접

을 수 있었고, 그의 아버지는 자살하고 말았다.

편의점 프랜차이징, 약자에겐 불공정을 넘어 사기다

편의점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프랜차이징에 속한다. 보통

가맹본부(프랜차이저)는 기본 시스템(재고 관리, 창고, 회

계 정보, 포스 시스템 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브랜드를

제공하고 가맹점주(프랜차이지)는 점포에 대한 투자와 자

신의 노동으로 매출을 올린다.

경제학을 공부하지만 기업 이론에 대해서는 내가 거의

문외한에 가깝기 때문일까? 현재의 기업 이론으로 한국의

프랜차이징 실태를 설명하기는 대단히 어려워 보인다. 최

신 기업이론은 대리인(편의점주)의 투자와 노력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편의점 주인이 현재 수익 비율(예컨대 어

떤 증언에 따르면 수익의 65%)에 따라 얻는 이익이 100만

원이라면 이보다 더 많이 투자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24시간 영업을 해야 하는 처지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여지도 없어 보인다.

현재의 계약대로라면 프랜차이징이라기 보다 노예라고

보는 게 낫다. 가맹본부는 오로지 점포를 내는 데 필요한

비용을 뽑아내고 사업 실패의 부담을 떠넘기기 위해 가맹

점 모집을 했을 뿐이다. 편의점주들의 투자는 잠긴 비용

이 되어 노예로 묶여 있게 만든다. 이런 계약은 약자가 일

경제민주화를 다시 생각한다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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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참여사회

방적으로 발목이 잡힌 경우이므로 불공정을 넘어서 계약

자체가 사기라고 봐야 할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곧 사회경제적 효율화

이런 사례는 지난 대선 때 국민적 합의가 된 ‘경제민주화’

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가장 추상적으로 말한

다면 경제민주주의의 궁극적 목표는, 정치에서와 마찬가

지로 기업의 이해 당사자가 1인 1표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주식회사에서는 1주 1표가 이른

바 글로벌 스탠다드이고, 한국의 재벌은 순환출자를 통해

1주 50표 정도를 행사한다. 사실상 재벌 일가가 기업집단

전체를 통제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지난 재벌 논쟁을 투박하게 재정리한다면

김상조 교수 그룹은 1주 50표를 1주 1표로 만들자는 것이

다(김기원 교수의 “개혁과제”). 한편 장하준 교수 등은 이

런 관점을 신자유주의적이라고 비판하면서 1주 50표를 그

대로 두거나 황금주 등으로 더 강화해 주고 대신 세금을

거둬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 경제민주화라고 주장했다.

어느 쪽도 진정한 경제민주화와는 거리가 있고, 또 위

의 청년 편의점주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

는다. 만일 편의점주들이 스스로 기본 시스템 투자를 할

수 있다면, 또는 기존 시스템을 사들일 수 있다면 스스로

협동조합 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 협동조합은 1

인 1표로 의사를 결정한다. 현재의 가맹본부인 대기업이

사라지면 이 새로운 협동조합 네트워크는 더 효율적일 것

이다. 각 편의점에 필요한 투자가 이뤄지고 더 많은 노력

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집단은 재벌 체제가 1인 1표로 훌륭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민주주의는 나라 전

체의 효율도 높일 수 있다.

정태인

한미FTA 등 통상정책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경제학

자. 요즘은 행동경제학과 진화심리학 등 인간이 협동할 조건과 협동을

촉진하는 정책에 관심이 많다.

ⓒ atopy

Page 32: Pspd magazine 2013 06 (199)

32 2013 6

역사

좋은 이웃이란 없다

중국과 일본은 한국의 오랜 이웃이다. 고대로부터 미운

정 고운 정 쌓으며 함께 동아시아의 역사를 엮어왔다. 덕

분에 서로를 바라보는 눈은 고목의 뿌리처럼 머리와 마음

속 깊이 단단히 또아리를 틀고 있어 쉽사리 변하지 않는

다. 역사 교과서는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고정관념을

대대로 전수하는 대표 선수다.

교과서는 이웃 나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전근

대사에서는 중국이 단연 동아시아의 중심 국가다. 그리고

중화제국의 주인공인 한족의 편이 되어 오랑캐인 북방 민

족을 차별한다. 일본 역시 오랑캐일 뿐이다. 근현대사로

오면 주인공이 서양으로 바뀌고 서양화의 정도에 따라 문

명과 미개를 나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중국은 이제 반半문

명, 혹은 미개한 나라다. 그리고 일본의 식민지 경험 탓인

지 근현대사는 지배와 저항의 이분법에 따라 배열되고 일

본과 중국은 늘 위협적인 존재로만 그려진다. 이렇게 민

족주의적 색채가 다분한 교과서에는 이웃과의 나쁜 기억

이 넘쳐날 뿐, 좋은 추억거리를 찾기란 대단히 어렵다.

중국, 문명에서 오랑캐로

교과서 속의 중국은 양극단의 얼굴을 갖고 있다. 전근대

역사에서 중국은 말 그대로 중화제국으로 대접받는다. 중

국 지역에 세워진 나라가 동아시아의 최강자라는 고정관

념이 그것이다. 고구려가 동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했을 때

조차 ‘고구려는 중국과 대등한 지위에서 힘을 겨뤘다’고

가르친다. ‘중국=문명’이란 인식은 곧 한족의 입장에서 북

방민족을 호시탐탐 침략을 노리는 오랑캐로 비하하는 차

별로 이어진다. 고려 시기 침략자였던 거란, 여진, 몽고는

교과서 프로젝트, 이웃을 경계하라

김정인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 atopy

Page 33: Pspd magazine 2013 06 (199)

33참여사회

응당 소탕해야 마땅한 오랑캐일 뿐이다. 청은 중국 역사

상 최대 영토를 차지했지만, 교과서는 만주족의 나라라고

폄하하며 호란에서의 패배가 굴욕적인 항복이요 오랑캐

에게 당한 수치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청의 융성 역시 한

족의 문화를 제대로 전수받았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동아시아 세계의 주인공이 중국, 정

확히는 한족에서 급작스럽게 서양으로 바뀐다. ‘문명=중

국’에서 ‘문명=서양’으로의 갑작스러운 전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은 서구중심주의의 영향과 함께 오늘날 ‘중

국=오랑캐’라는 사고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문명에서

오랑캐로의 극적인 반전은 아편전쟁 패배 이후 중국이 추

락하는 제국이자 근대화의 낙오자로 인식될 때부터 시작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교과서가 중국 사회주의 정

권을 반공적 잣대로 ‘주변국을 호시탐탐 공산화할 기회를

노리는 위협적 존재’로 묘사하여 더욱 중국에 대한 멸시감

을 부추긴 탓도 적지 않다.

일본, 잠재적 적국

일본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된 지 60여 년이 흘렀지만,

교과서 속의 반일 의식은 굳건하다. ‘왜’는 7세기 후반 나

라 이름을 ‘일본’으로 바꾸었다. 하나, 16세기 말에 발발한

조선과 일본 간의 전쟁은 여전히 임진왜란이고 일본군은

왜군이라 불린다. 사실만을 기록한다는 역사 교과서가 왜

가 존재하지도 않던 시대를 가르치면서 일본을 비하하는

왜라는 용어를 거침없이 쓰고 있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

운 사실은 문화 전파를 설명할 때는 왜란 용어를 쓰지 않

는다는 점이다. 왜가 존재했던 삼국 시기의 경우, 왜가 아

닌 일본으로의 문화 전파라는 문구를 쓰고 있다. 한일관

계에 대한 일방적이고도 무리한 해석의 절정은 조선통신

사가 일본에 선진문물을 전파했다는 대목이다. 17세기는

서양에서 과학혁명이 진행되면서 산업혁명을 잉태하던

시대였다. 그 시절에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전파했다는 성

리학과 도자기 기술을 선진 문화라고 주장하는 건 결단코

무리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일본은 이런 나라다. ‘고대부터 선진

문물을 전해 주었건만 왜란을 일으키고 그 후 용서하고

다시 선진 문물을 전해 주었는데, 운 좋게 서양과 타협하

여 근대화에 좀 성공했다고 다시 침략을 감행한 배은망덕

한 존재! 그것이 왜놈이다.’ 19세기 중엽 아편전쟁을 계기

로 서양이 동아시아 세계를 흔들어 놓을 때, 서양보다 ‘개

같은 왜적 놈’을 먼저 경계한 『용담유사』의 가사처럼 교과

서 속의 일본은 잠재적 적국이다. 그 적대감은 일제 강점

기 일본을 탄압과 수탈에 혈안이 된 약탈자로만 가르치면

서 절정을 이룬다. 해방 이후에는 사실상 일본이 교과서

에서 퇴출된다. 다만,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의 특수라는

어부지리로 경제 부흥에 성공한 나라라는 타율적 이미지

만이 존재할 뿐이다.

지금 동아시아에서는 역사 전쟁이 한창이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우익이 일본의 침략 행위를 부정하거나 일본

군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망언을 남발하면서 한국인과

중국인을 분노케 하고 있다. 역사 전쟁의 배후에는 역사

교과서를 통해 전수되는 이웃 나라에 대한 경계와 적대

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웃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만을 전

파하는 교과서 프로젝트로는 평화로운 동아시아 공동체

를 열어 가기 어렵다. 평화는 좋은/나쁜 기억에 대한 성찰

을 통해 함께 웃고 울고 분노하며 서로 기억의 우군이 되

려는 노력 속에 찾아온다. 한중일 간의 쉼 없는 역사 대화

가 절실한 이유다.

김정인

참여연대 창립 멤버, 현 참여연대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한국 근현대사

를 전공하였다. 한국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궤적을 좇는 작업과 함께

동아시아사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Page 34: Pspd magazine 2013 06 (199)

● 이태호 사무처장이 보고합니다

공감과 행동, 이달의 참여연대

● 19대 국회의원들 제대로 일하고 있나요?

국회의원 5명 중 1명은 ‘자리 비움’

● ‘을’이 살 수 있어야 진짜 경제민주화

● 내가 낸 국민연금으로 무기를 만든다고?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 철회 캠페인

● 회원은 늘었는데, 회비는 줄어든 사연은?

회비 납부 재개, 감사합니다

● 많이 토론하고 더 친해져서 왔습니다

참여연대 운영위원 MT 다녀왔어요!

●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 좀 더 진보적인 사회를 꿈꾸며

‘마라톤 모임’과 함께 달려요!

참여연대는

무엇에 공감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까요?

통인뉴스가 전해드립니다.

✽‘공감 그리고 행동’은 참여연대의 2013년 슬로건입니다.

통인뉴스

Page 35: Pspd magazine 2013 06 (199)

35참여사회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이태호 사무처장이 보고합니다

공감과 행동, 이달의 참여연대

5월은 격렬했습니다. 전국에서 을乙들의 반란이 시작되었습니다. 경제민주화 운동이 바닥으로부터 본

격화되고 있습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 시비로 역사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국정원의

노골적이고 조직적인 내정 개입 증거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재벌과 특권층들의 조세 도피 실

태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강정과 밀양, 그리고 진주에서는 쫓겨나고 내몰리는 이들의 절규가 터져

나왔습니다.

슈퍼 갑甲에 대한 전국 을乙들의 반란에 참여연대가 앞장서고 있습니다

● 5월 초 남양유업 측의 대리점에 대

한 악덕 불공정 행위가 폭로되자, 참

여연대는 5월 7일 국회 경제민주화

포럼과 더불어 ‘재벌·대기업 불공

정·횡포 피해 사례 발표회’를 개최

해 슈퍼 갑의 횡포에 고통받아온 을

乙들의 목소리를 대변했습니다. 참여연대는 5월 15일에도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등과 함께 ‘전직 남양

유업 대리점주 피해 추가 발표회’를 열어 을의 반란을 이어갔습니다.

● 그러자 전국편의점가맹사업자협의회가 남양유업 제품 판매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시민들의 자발

적인 불매운동이 잇달았습니다.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은 전국적인 파업으로 가세했습니다. 5월

22일에는 전국 중소상공인·자영업자 살리기 비상대책협의회(전국 을 살리기 비대위)가 출범하였습

니다.

● 참여연대는 상가임차인들에게 가해지는 갑의 횡포에 대해서도 제기했습니다. 5월 28일 참여연대

와 토지정의시민연대,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들의모임은 건물주들의 횡포 앞에 유명무실한 상가임대

차보호법의 허점을 지적하는 ‘쫓겨나는 상가임차인 피해 사례 발표회’를 개최했습니다. 그 중 유명 연

예인 건물주의 사례가 뜨거운 논란을 유발하기도 했습니다만, 참여연대의 의도는 특정 연예인을 공격

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법제도의 허점으로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리고자 한 것입니다.

●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변호사 약 20여 명으로 구성된 전국 ‘을’

살리기 변호인단을 결성하여 활동할 예정입니다. 단장은 이헌욱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이 맡을 예

정입니다.

Page 36: Pspd magazine 2013 06 (199)

2013 636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참여연대의 노력으로 용역업체 폭력을 규제할 장치가 마련되었습니다

● 경비업법 개정안이 5월 7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2006년 참여연대가 경비용역에 의한 인권 침해를 국가

인권위원회에 진정한 이래 7년 간의 노력이 결실을 얻

은 것입니다. 개정된 제도는 경비업체의 허가·배치 기

준을 강화하고, 불법 폭력이 발생할 때 경비업체들을 현

장에서 물러나도록 행정명령을 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32개 단체는 2014년 적용 최저임금을 시간당 5,910원으로 인

상하라고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5,910원은 전체 노동자의 평균 월급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2013년 정부가 제시한 최저임금은 4,860원이었습니다.

● 인터넷 독립 언론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들을 폭로한 것을 계기로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이들의 해외 탈세에 대한 세무조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의 정치공작에 대한 시민고발운동을 시작했습니다

● 최근,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 운영 실태 및 대응 방향’ 문서, ‘좌파의 등

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 공세 차단’ 문서가 잇달

아 공개되었습니다. 국정원이 야당과 시민단체, 그리

고 정부에 비판적인 국민을 적으로 삼고 심리전을 벌

여왔음이 분명히 확인되었습니다. 참여연대는 5월 24

일부터 3일간 시민 111명을 모집해, 원세훈 국정원장

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5월 28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111명은 국정원 신고 전화번호 111을 풍자한 것

입니다.

● 올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불허되었습니다. 더불어 광

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일부 종합편성 방송사들이 근거도 없이 북한군 개입설을 보도하여 역사적 사실

을 왜곡하기도 했습니다. 참여연대 등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과 희생자 모욕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고 관련한 토론회도 개최했습니다.

Page 37: Pspd magazine 2013 06 (199)

참여사회 37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 이보다 앞서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는 강용주 광주 트라우마 센터장을 초청하여 ‘상처 입은

치유자, 5월의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5.18 기념 특강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논란으로 광주 민주화 운

동 유족과 광주시민들의 상처가 더 깊어지지 않았을까 걱정스럽고, 송구하기 그지없습니다.

밀양, 강정, 진주, 평택에 참여연대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 밀양에서 송전탑 공사가 강행되어 이에 항의하던 할

머니 할아버지들이 실신하시는 일이 있었습니다. 정현

백 공동대표가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공사는 잠정 중단된 상태입니다.

● 강정마을에서는 기지 공사장 앞 천막을 강제 철거

하는 과정에서 주민 한 분이 강정천 다리 아래로 추락

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참여연대가 속한 전국대책회의와 강정마을회는 무리한 강제 철거에 대해 고

발조치 했습니다.

● 쌍용차 노동자 두 분이 건강상의 이유로 평택 송전탑 농성을 마무리했습니다. 쌍용차 노동자들과

함께 참여연대는 여야 정당이 약속한 쌍용차 정리해고 국정조사 이행과 정리해고자들의 조속한 복직

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주에서는 5월 30일 홍준표 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원을 강행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최종적인 폐원

을 막기 위해 보건의료노조 등과 함께 국회 양당을 방문하고 진주로 향하는 생명버스 행사에 참여하

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 5월 15일 전국의 시민사회단체와 종교 지도자들 100여 명과 더불어 한반도 평화와 화해협력을 위

한 연석회의(한반도 평화연석회의)를 발족했습니다. 상임대표로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과 정현

백 참여연대 공동대표가 선출되었습니다.

● 올해 5월로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발족한 지 10년을 맞았습니다. 평화군축센터는 5월 30일 10

주년 기념 워크숍과 기념 행사를 가졌습니다. 박순성 초대 소장을 비롯해 지난 10년간 함께 해온 회

원, 활동가, 전문가 등 70여 명이 함께 했습니다. 멀리 제주 강정마을에서도 고권일 위원장이 찾아와

함께 축하해주었습니다. 상근자들은 ‘야근 없는 평화로운 참여연대(?)’를 한 목소리로 외쳤고 참석자

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참석자들은 미리 준비한 매실로 ‘평화에 취하자 주酒’를 담갔습니다.

이상, 사무처장이 회원께 보고드렸습니다.

Page 38: Pspd magazine 2013 06 (199)

2013 638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대선 이후, 19대 국회는 본격적으로 경제민주화와 민생 법안 처리를 합의하고 지난 4월 8일부터 한달

간 4월 임시회를 열어 경비업법, 하도급법, 추가경정예산 등 총 138개 의안을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했

다. 그렇다면 무려 140여 개에 이르는 의안을 다룬 이번 임시회 기간 동안 의원들은 얼마나 성실하게

출석하고 얼마나 충실하게 의안을 심의하고 표결했을까.

의정감시센터가 국회의원의 본회의 출석과 의안 표결 참여 여부를 분석한 결과, 의원 5명 중 1명꼴

로 의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새누리당 유정복, 진영, 정두언 의원은 138개 의

안 표결에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고, 새누리당 이완구, 민주당 안민석, 이용섭, 김한길, 최재성 의

원은 90% 이상의 의안 표결에 불참했다.

표결 불참 유형으로는 결석으로 인한 불참보다 출석 기록 후 ‘자리 비움’으로 인한 경우가 압도적으

로 많았다. 52개 의안이 표결 처리된 4월 30일 본회의에는 281명의 의원이 출석했으나 평균 63명(출

석의원의 22%)의 의원이 의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출석 후 자리 비움으로 가장 많이 불참한 의

원은 민주당 최재성 의원으로, 표결된 의안 138개 가운데 126개 의안(91%)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새누리당 이병석, 조현룡 의원이 80%,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각각 79%, 78%

의 의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본회의는 국정 전반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장이자, 국회의 의사를 최종 결정하는 곳이다. 본

회의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참하거나 출석 후 자리를 비워 의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할 일이다. 의정감시센터는 매 회기별 본회의 표결 불참 현황 보고서를 발표해 국회의

원의 의정 활동에 대한 정보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보고서에 기록되지 않은 의원

의 출석 현황과 의안 표결 결과 등은 의정감시센터가 운영하는 국회 감시 사이트 ‘열려라국회(watch.

peoplepower21.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대 국회의원들 제대로 일하고 있나요?

국회의원 5명 중 1명은 ‘자리 비움’이선미 의정감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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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사회 39

‘을’이 살 수 있어야 진짜 경제민주화

장흥배 민생경제팀 간사

편의점주의 자살, 백화점 판매 직원의 자살, 대

리점주의 자살…….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을들이 죽음으로 삶을

정리하고 있다. 남양유업 사태는 국민들에게 소

위 ‘갑을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케 했다. 처음 제

보를 받은 민변은 즉각적인 남양유업 본사 압수

수색을 기대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

은 중대한 범죄 사안에도 응당 취해야 할 절차를 밟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수년 전부터 대리

점주들의 불공정 행위 신고에도 불구하고 방치하고 있었다. 지난해부터 ‘민생의 요구로부터 시작하는

경제민주화’라는 사업 기조를 정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남양유업은 대리점주들의 협의회 결성과 출범식 참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고 검찰 조사에서는 관

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결국 전국 대리점협의회가 결성되었고 회사에 집단 교섭을 요구했

다. 물론 남양유업은 이를 거부했지만,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호소와 민주당 의원

들의 본사 집단 항의를 받자 집단 교섭을 수용했다. 5월 말 현재 어렵게 이어가고 있는 협상의 최종 타

결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대리점협의회가 본사와 공개 집단 교섭을 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적지 않은

성과다. 법률상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보장되지 않는 대리점주들이 단결해 교섭을 했고, 이것이야말

로 을이 갑과 대등하게 상대할 수 있는 기본 절차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4일 민변과 참여연대가 제

정 청원안을 제출한 「대리점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핵심도 대리점주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보장

이다.

4월 2일 참여연대·민변·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공동 개최한 ‘편의점 피해 사례 발표회’는 참여연대

가 펼칠 을과의 연대사업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근접 출점, 허위·과장 정보 제공, 과도한 해지 위약

금, 24시간 심야 영업 강요 등에 대한 편의점주들의 절망과 분노가 언론을 달궜다. 이를 계기로 참여

연대가 지난 3월, 의원 소개 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

다. 5월 6일 민변, 민주당 이종걸과 의원과 공동 진행한 ‘재벌·대기업 불공정횡포 피해 사례 발표회’

에서도 CJ대한통운의 화물 운전자에 대한 횡포, 크라운베이커리의 일방적 반품 정책, 농심의 특판점

에 대한 판매목표 강제 등 다양한 갑의 횡포가 다뤄졌다.

이러한 활동의 성과로 5월 22일, ‘전국 을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

본부와 시민경제위원회는 폭발적으로 분출하고 있는 을의 분노와 저항을 여론화, 조직화, 정치적 사

건화하여 제도 개혁을 이끌어 내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Page 40: Pspd magazine 2013 06 (199)

40 201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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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사회 41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지난 4월 3일

부터 ‘국민연금 확산탄 투자 철회 공동행

동(이하 공동행동)’과 함께 국민연금 기금

을 확산탄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반

대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공동행동은

우리나라 최대 공적자금인 국민연금이 국

제사회에서 비인도적 무기로 악명 높은

‘확산탄’을 생산하는 한화와 풍산의 최대

투자자라는 사실을 알리고 이를 철회할 것과 비인도 무기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윤리 투자 원칙 마

련을 요구하고 있다.

확산탄은 하나의 큰 폭탄이 수십, 수백 개의 소폭탄들로 채워져 있어 광범위한 지역까지 그 피해를

미친다. 군사 표적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 살상을 할 뿐만 아니라 불발탄이 남아 전쟁 이후

로도 오랫동안 2차 피해를 야기한다. 그러다 보니 확산탄의 피해자 중 98%는 민간인이고 이중 3분의

1이 어린이다. 때문에 유엔, 국제적십자위원회 등 국제기구와 노르웨이, 멕시코, 오스트리아 등 각국

정부가 주도하여 지난 2008년에 확산탄금지협약을 체결 및 발효하였고 현재 111개국이 이 협약에 참

여하고 있다. 당연히 확산탄에 대한 투자 역시 비윤리적 행위로 간주해 금지하는 추세이다. 이미 벨기

에,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 7개국은 법으로 투자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21개국 정부는 국내법

으로 금지하지는 않지만 확산탄금지협약을 들어 자국 내 확산탄 투자 금지를 권고하는 성명을 발표했

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확산탄금지협약에 가입하기는커녕 확산탄 생산국 2위인 동시에 최대 수입국

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공동행동은 4월부터 두 달간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마다 서울 지역의 여러 국민연금 지사 앞에서 직

장인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진행했고, 인권영화제 등 대규모 행사에 참여해 이 문제를 알리고 해결을 촉

구했다. 활동가들은 확산탄 모형의 의상을 입고 유인물을 나눠주며 탄원 서명을 받았다. 멀리서 다가와

질문을 하거나 달리던 차를 세우고 유인물을 요청하는 등 시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매달 국민연금을 납

입하면서도 그 돈이 어디에 투자되는지 알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다들 놀라는 기색이었다. 1,969명의

탄원 서명은 5월 27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전달됐다. 공동행동은 앞으로도 이 사실

을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 업체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고, 나아가 기금이 윤

리적이고 투명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윤리 투자 원칙을 마련해 실천하도록 촉구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의 불법 무기 투자, 알고 계셨습니까?’ 영상 보기 peoplepower21.org/1011163

내가 낸 국민연금으로 무기를 만든다고?국민연금 확산탄 투자 철회 캠페인

우진희 평화군축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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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201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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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수는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늘고 있는데, 왜 전체 회비는 늘지 않을까? 원인을 분석해보니 2012

년 12월엔 1,095건이던 미납 건수가 지난 4월 1,449건으로, 400건 이상 늘어나 있었습니다. 이는 2011

년 12월 822건과 비교하면 더 큰 차이가 납니다.

참여연대에 회비를 내는 회원의 절반 이상은 CMS 자동이체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CMS 회비 미납의 90% 이상이 ‘잔액 부족’이 원인인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시민참여팀 간사들은

3개월 이상 회비를 미납 중인 회원 500여 분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고 답변하

신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일시적으로 회비를 보류하는 분도 계셨고, 탈퇴를 하는 분도 계셨고, 오히

려 미안해 하며 잔액을 채워 넣겠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이래저래 전화를 드리는 간사들 마음은 참 죄

송스러웠습니다. 그래도 10분의 1 정도의 회원님들이 회비 재개를 약속해주셨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참여연대 회원 중 많은 분들이 다른 시민단체도 후원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저도 후원하는 곳이

자꾸 늘어서 가끔 부담스러울 때가 있지만 우리 회원들을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습니다. 이번에 전화

를 드리는 중에도 경제 사정이 좋지 않지만 참여연대 활동에 힘을 보태주시겠다는 회원님들을 통해

뜨거운 연대의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여연대가 늘 자랑하는 것이 있지요. 정부지원금을 전혀 받지 않고 활동한다는 점입니다. 정부와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회원들의 십시일반 회비, 그 아름다운 후원 때문에 가

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어려울수록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참여연대의 모토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회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더불어 회비 미납 회원에게 전화 안내를 맡고 계신 자원활동가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맹행일, 장정아 두 자원활동가께서는 일면식 없는 이들에게 전화를 해서 회비 납부 안내를 하는

이 어려운 일을 수년째 하고 계십니다.

※ 회비 미납 회원들께 전화로 안내드리는 일을 함께할

자원활동가를 구합니다. 신청 [email protected]

회원은 늘었는데, 회비는 줄어든 사연은?회비 납부 재개, 감사합니다

이진선 시민참여팀장

Page 43: Pspd magazine 2013 06 (199)

43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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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부터 1박 2일의 운영위원회 워

크숍에 모두 참석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고 이메일까지 돌렸는데 정작 나

는 늦게 출발하고 말았다. 이태호 사무

처장과 황미정·홍의표 운영위원, 김

주호 시민참여팀 간사와 함께 저녁도

굶은 채 출발했다. 저녁을 굶은 이유는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고도의 심

리전이었다. 드디어 전화가 왔다. “막

걸리 10통 사가지고 오라.” 이것은 우리가 기대했던 다정한 대화와는 거리가 먼 본사에서 온 일방적인

통보였다. 그래서 후발자인 우리도 나름대로 쭈쭈바를 하나씩 빨아먹는 여유를 즐기기도 하였다.

마침내 도착했다. 허필두 위원이 담가왔다는 부추김치와 고추무침은 내용물은 다 어디로 갔는지 접

시 바닥에 깔린 양념만이 우릴 맞이할 뿐이었다. 모든 운영위원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열심히 토

론을 하는 중이었다. 일부는 야간 족구를 즐기고 있었다. ‘아, 오후 체육대회에서 족구 실력이 부족했

던 사람들이 콤플렉스를 해소 중이구나!’ 실명을 거론하는 것이 실례가 되겠지만, 김균 대표께서 열심

히 족구 중이었다. 대표님의 족구에 대한 열정은 존중할지라도, 족구 실력만큼은 인정할 수가 없었다.

잘못하면 야간 족구로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 절박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다음 운영위원회에서는 ‘참

여연대 공동대표 일몰 후 족구 금지 결의안’을 제안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김성제 위원께서 직접 무쳐 온 골뱅이 비빔면을 먹고 나니, 종합라면탕(여러 가지를 함께 넣고 끓인

라면)이 나왔다. 끝내주는 안주와 한상희 위원장이 준비해 왔다는 진도 홍주로 모두들 빨갱이가 되고

말았다. 역시 위원장은 물건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나라는 인간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어진 순

서는 간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프로그램이었다. 문제지를 뽑으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사

람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등이 나온다. 두 가지 대답 모두를 “아내”라고 말하는 운영

위원들의 이율배반적 모습을 확인하면서 즐기는 사이에 둥근달이 하늘 한가운데 걸렸다. 황미정 위원

의 노래는 교교히 흐르는 달빛과 잘 어울렸다. 바로 이 찰나에 ‘참여연대의 문지기’를 자임하는 홍천희

위원의 복분자 술이 힘들게 의식을 지탱하고 있던 일부 위원들을 무참하게 쓰러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는 백 번 쓰러져도 백한 번 일어나는 참여연대 운영위원회! 다음날 아침 모두 거뜬히 일

어났다. 그리고 함께 다짐했다. 이런 모임을 다양한 형식으로 자주 하자고!!!

많이 토론하고 더 친해져서 왔습니다

참여연대 운영위원 MT 다녀왔어요!진영종 공동운영위원장 (성공회대 교수)

Page 44: Pspd magazine 2013 06 (199)

지금, 참여연대 회원은 13,329명.

참여연대가 20주년을 맞는 2014년에는 15,000회원과 함께할 수 있겠지요?

정부지원금 0%, 참여연대가 흔들림 없도록 함께해주시는 회원님들을 소개합니다.

* 회원 수와 명단은 2013년 5월 24일 기준

신입회원님, 반갑습니다

김가람, 김대용, 김명구, 김미경, 김선혜, 김성일, 김솔비, 김영란, 김영옥, 김우창, 김일용, 김정돈, 김정태, 김태완, 김태희, 김형도,

남수영, 박근정, 박치원, 박현석, 송형진, 신순주, 안창훈, 양성우, 윤신자, 이경희, 이은혜, 이창걸, 이현정, 임승수, 장수동, 정덕, 정

도원, 정청래, 정회운, 제민준, 조충남, 조현관, 주세웅, 천종현, 허정도

(4월 26일에서 5월 24일 사이에 가입한 41명, 가나다 순)

김일용 회원 (2013년 5월 6일 가입)

“저희 딸이 커서 근대사를 공부하는 날이 온다면 나라꼴이 이

지경일 때 아빠는 뭐했냐고 물어보겠죠. 그때 너 기저귀 값

버느라 신경 못 썼다고 말하기 싫어서 참여연대에 가입했습

니다. 먹고살기 바빠서 부도덕한 나라를 물려준다면 우리 아

이들이 먹고살기 위해 부도덕한 일을 해야 합니다. 작은 손들

이 모여 더 이상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면 이 손 하나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신입회원 한마디!

●�경남 창원에 사는 50대의 평범한 남성입니다. 참여하는 시민이 되기 위해서 가입했습니다. 김정태

●�동생의 권유로 참여연대에 가입하게 됐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한민국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시는 것 같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참여연대에 가입했습니다. 조충남

●�모두가 공평하게 더불어 살 수 있는 민주복지국가를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이창걸

●�반갑습니다. 활동하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송형진

●�부디 부강한 한국을 만들어주세요. 김정돈

●�사회복지위원회 참여를 위해 가입했습니다. 정도원

●�스웨덴과 일본의 복지정책을 보면서, 평소 한국의 미래 복지사회를 위한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는데,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가입했습니다. 박근정

●�정의가 당연시되고 99%가 행복한 보편적 복지 국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김일용

●�참여연대가 사회활동을 너무 잘해서 가입합니다. 박치원

●�참여하고 싶어 가입합니다. 남수영

●�항상 가장 약한 사람들의 편에 서 주세요. 허정도

●�화이팅! 신준수

2013 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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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시민참여팀

Page 45: Pspd magazine 2013 06 (199)

회비를 증액해주신 회원님, 고맙습니다!

강주식, 권옥분, 김현종, 박원태, 박종대, 박태근, 박현석, 백정필, 신순주, 신현철, 양영철, 윤완기, 이규한, 이미리, 이용선, 최강연,

한상종 (4월 26일에서 5월 24일 사이에 회비를 증액한 17명, 가나다 순)

최강연 회원 (2010년 6월 8일 가입)

“참여연대 자원활동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참여연대와 소중한 인연을 이어 오

고 있습니다. 시험 공부를 하면서 노동사회위원회와 『참여사회』에 실린 글도 틈

틈이 읽어보았습니다. 제 힘으로 돈을 벌면 회비를 증액해야겠다고 마음먹었

는데 현재 공인노무사 수습 과정이라서 자연스럽게 증액을 했어요. 세상을 바

꾸는 힘은 ‘시민의 참여’라는 참여연대의 기본 정신처럼 다른 분들에게도 널리

소개하고 앞으로는 아카데미 느티나무 강좌에도 참여하고 싶어요.”

친구나 이웃을 회원으로 이끌어주신 멋쟁이 회원님들!

김길영, 김주호, 김한보람, 김항중, 나석주, 안기석, 장정순, 조백열 (4월 26일에서 5월 24일 사이에 신입회원을 추천한 7명, 가나다 순)

조백열 회원 (2010년 7월 2일 가입)

“작년에 이어 올해 광주 지역 회원모임에서 만났던 분들과 지인들에게 참여연

대 회원가입을 권유하자고 결의(?)를 했었거든요. 참여연대에 더 많은 회원들

이 가입해서 건강해져야, 우리 사회도 더욱 건강해질 테니까요. 얼마 전에는

누님을 가입시켰어요. 원래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누님이 제가 하는 일

을 옆에서 보더니 어느새 관심을 갖고 호응도 해주더니 결국 회원가입을 하게

되었네요. 제가 광주에서 식당을 하는데, 오가는 사람들 보라고 『참여사회』를 비치해 두고, 『참여사회』

에 실린 책도 사서 비치하고 그럽니다. 매출이 조금 더 오르면 저희 식당 광고도 하겠습니다.”

한결같은 10년지기 회원님들♥

고원석, 김두식, 김봉진, 김신회, 김영준, 김지웅, 박수진, 박순형, 박재만, 서웅, 성기욱, 성대현, 신중식, 양석이, 양혜윤, 윤호철, 이

갑영, 이경혜, 이동훈, 이병섭, 이우정, 이재경, 이정현, 이창하, 이효국, 임명규, 전종경, 정규호, 정말희, 조성신, 조행민, 주동황, 진

정원, 최연석, 하성환, 홍상만

(2003년 4월 26일에서 2003년 5월 25일 사이에 가입해서 현재까지 회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36명, 가나다 순)

조성신 회원 (2003년 5월 12일 가입)

“전교조와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다가 시민단체 중에서 참여연대는 저와 생각하

는 바가 잘 맞고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으며 꾸준히 사회적 이슈를 잘 만들어내

는 단체라서 회원으로 가입하게 되었어요. 참여연대는 힘든 여건에서 일을 잘하

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행사에 참여할 때면 고생하는 상근자들을 보면서 안

타까움을 느끼기도 하고요.”

45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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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인원 35명 (선착순)

지원자격 20대 청년 누구나

활동기간 2013. 7. 1 월 ~ 8. 8 목 6주, 주4일(오후 2시~6시, 총 96시간)

참 가 비 12만 원 (100% 출석 하면 반값 환급)

활동내용 시민사회운동 강연 및 토론 + 직접행동 기획 및 실행 + 1박2일 역사평화기행

접수마감 6월 23일 일 자정 (선착순 35명 모집 시 조기 마감)

접수방법 참여연대 홈페이지에서 신청 후 참가비를 입금하면 접수완료! www.peoplepower21.org

참여연대 청년 연수 프로그램은?●진보적 지식인들과 만납니다●시민운동 현장을 직접 체험합니다 ●청년 연수 프로그램 수료증을 발급합니다

문 의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김주호 간사 02-723-4251 [email protected]

참여연대 하계

청년 연수 프로그램

“좀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문의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김주호 간사

02-723-4251 [email protected]

참여연대 하계

청년 연수 프로그램

참여신청

온라인 신청 ▶ 수강료 입금

▶ 수강신청 완료

느티나무 홈페이지

academy.pspd.org

로그인 후 신청

참가비는

홈페이지 신용카드 결제

또는 계좌입금

입금계좌 하나은행

162-054331-00805

예금주 참여연대

✽회원 30% 할인

문의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전보임 천웅소 간사

02-723-0580

[email protected]

academy.pspd.org

안내/문의

정의의 계보학 : 정의는 정의로운가 김만권

06.20 정의는 정의로운가? : 정의의 계보학을 위하여/ 정의, 과거와 미래 사이

06.27 정의와 힘 : 트라시마쿠스 / 글라우콘

07.04 폭력 vs 도덕 : 칼리클레스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07.11 힘의 논리와 국제사회 정의 : 투키디데스 / 홉스

07.18 정의로운 자는 정치적 인간인가, 도덕적 인간인가 : 아리스토텔레스 / 칸트

07.25 효용의 목적록 vs 도덕의 의무론 : 벤탐과 밀 / 롤스

목 오후7시~9시30분│총 6회│6만 원

평화교육 워크숍: 누구나 맘대로 톡톡 3기 이대훈 문아영 전세현 천웅소

오감으로 느끼는 <P.E.A.C.E. 페다고지>, <평화교육> 바로 해보기 단기 연수!

교사, NGO단체 활동가들이 다양한 현장에서 바로 응용할 수 있는 원리와 실기 연습

08.24, 08.31 토 오전9시40분~오후6시20분 총 2회(8세션, 16시간) 정원 25명

박노자 특강 : 뒤집어 보는 종교, 전쟁, 평화

07.15 종교와 국가폭력 - 종교는 전쟁을 추구하는가, 평화를 추구하는가

07.22 한국 종교와 군사주의 유착의 역사와 현실

- 종교는 군사주의에 어떻게 복무해왔는가

월 오후7시~9시 30분│총 2회│3만 원

1518청소년 워크숍: 나를 만나다 시즌2 박영 황미정

08.08 내 삶의 키워드 찾기 그리고 마주하기

08.09 키워드 난타1 : 공부 - 꿈

08.10 키워드 난타2 : 나의 고민 - 외모

키워드 난타3 : 관계 - 민주주의 & 참여연대 옥상캠핑 :

도심 속 하늘 보기와 대화

목 ~ 토 오후2시~5시(토요일은 9시까지 진행, 이후 캠핑 예정) 총 4세션│정원 15명│회원 및 회원 자녀 30% 할인│참가비 추후 공지

쉽게 즐기는 우쿨렐레 교실 정광교

맑고 투명한 음색이 아름다운 하와이 전통악기

우쿨렐레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시작하기

초급반 15기 06.24~7.22

월 오후 7시30분~9시│총 5회│10만 원│정원 12명

생활문화학교

청소년

인문학교

민주주의학교

여름학기 아카데미 느티나무 강좌를소개합니다

✽더 자세한 안내는

아카데미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2013

Page 47: Pspd magazine 2013 06 (199)

47참여사회

2008년 9월 27일 회원대동제 술자리에서였습니다.

당시 시민참여팀 팀장이었던 이귀보 씨의 제안으로

시작된 ‘마라톤 모임’은 몸은 움직이지 않고 입으로

만, 진보를 외치는 사람들이 많은 답답한 세상을 달

리면서 풀어보자고 결성된 회원 모임입니다.

2008년 10월 3일 국제 평화 마라톤 대회에 참가

한 것을 시작으로 조선일보 반대 옥천마라톤 대회,

손기정 마라톤 대회, 한겨레신문 마라톤 대회 등 여러 대회에서 “함께 만들어요 좋은 세상, 내가 참여

하는 만큼 바뀌는 세상”이라는 배너를 몸에 붙이고 더위와 추위에 아랑곳없이 완주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재능교육이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담은 몸자보를

두르고 달리기도 했고, 구속 노동자 후원회 홍보물을 몸에 붙이고 달리기도 했습니다. 달리기만 하냐

구요? 아닙니다. 한겨레신문에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참여연대를 지지하는 광고를 내기도 했고, 구

속된 송경동 시인의 영치금을 모으기도 했고, 구속노동자 후원의 밤에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하는 등

활동을 다양하게 발전시켜왔습니다.

마라톤 모임이 마라톤만 하면 되지 뭐 그런 것까지 하냐구요? 참여연대 ‘마라톤 모임’ 구성원들은 상

식이 통하지 않고 편법만 난무하는 우리 사회에서 자기 건강이나 기록 달성만을 위해서 달리기보다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을 위해 달려야 한다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참여연대 마라톤 모임은 자영업자와 직장인 등 수십 명의 회원들이 함께 달리고 있습니다. 참

여연대 회원이면 누구나 오셔서 함께 뛸 수 있습니다. 잘 뛰지 못해도 함께 땀 흘리며 달릴 의지만 있

으면 됩니다. 특히 술도 잘 마시고 진보적인 여성 회원들을 특별 우대합니다 *^^*

카페│다음카페 참여연대 마라톤 모임 http://cafe.daum.net/pspdmarathon

문의│허필두 010-2701-2018 트위터 @wahrheit1995 페이스북에서 ‘참여연대 마라톤 모임’을 검색하세요.

청년마을과 함께하는 이야기가 있는다큐 네 번째 <후쿠시마의 미래>

21세기 최대 재앙이라 불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2년째. 아무도 이야기 해주지 않는 후쿠시마의 두려운 미래를 찾아 17인의 평범한 일본 시민들이 체르노빌 사고 현장을 찾아 간 이야기, 함께 들어보실래요?

일시 6. 12 수 저녁 7시 30분장소 참여연대 1층 카페통인참가비 5,000원

신록의 계절 6월의 산사랑 산행

푸르른 청춘을 돌려 달라 하지 말고 산사랑 산행에 나오시면 푸르른 건강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망설이지 말고 얼른 나오세요.

6.15 토 700회 산행(주왕산) (집결 : 2호선 종합운동장역 5, 6출구, 07시20분 출발)

6.2 일 북한산 (집결지 : 국민대 앞)

6.9 일 관악산 (집결지 : 추후 공지)

6.23 일 사패산 ~원각사 (집결지 : 회룡역)

6.30 일 양수역 물소리길 (집결지 : 중앙선 양수역 1번 출구)

집결 9시 30분 준비물 계절에 맞는 점심 도시락, 바람막이, 따뜻한 물 등

회원모임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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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진보적인 사회를 꿈꾸며

‘마라톤 모임’과 함께 달려요!허필두 마라톤 모임 총무

Page 48: Pspd magazine 2013 06 (199)

48 2013 6

읽자

한국인,어떤 마음으로 사십니까

박태근 알라딘 인문MD가 권하는 6월의 책

50년대생은 좌절 세대, 80년대생은 공포 세대?

우선 『트라우마 한국사회』는 세대별로 접근하는데, 50년

대 생을 좌절 세대, 60년대생을 민주화 세대로 이름 붙이

고, 70년대생을 세계화 세대, 80년대생을 공포 세대로 규

정한다. 그리고 각 세대의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 중

년기를 차례로 보여주는데, 한 세대의 네 시기를 늘어놓

는 방식이 아니라, 각 세대가 유년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각 세대가 청소년기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비교하며 보

여주는 방식이라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해하는 데

에 효과적이다. 또한 자기 세대의 일반적인 경험을 읽어

가며 내가 어떤 지점에서 그들과 기억을 공유하는지, 어

떤 지점에서 다른 상황을 겪었는지를 맞춰보는 재미도 충

분하다. 예를 들어 나는 80년대생(공포 세대)이지만 공부

기계로 10대를 보내지 않았고 학점 경쟁과 청년 실업으로

20대를 보내지는 않았다. 운이 좋게도 한 발 앞서 지나온

게 아닌가 싶었는데, 원인은 따로 있었다.

이 책은 세대별 논의를 정리한 전반부에 이어 분단 트라

우마, 우월감 트라우마, 변방 트라우마라는 한국인의 집

단심리를 제시하는데, 기존의 공동체 문화를 해체시키며

모든 걸 철저히 개인의 경쟁과 책임으로 돌려세운 신자유

주의에서 비롯한 우월감 트라우마가 지금의 현실을 이해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지점이 아닌가 싶다. 혼자, 나라도

살아남아야 하니 남들을 깔아뭉개야 하고, 경쟁에서 낙오

해 사람대접을 받지 못한 데 대한 분을 삭이며 남들보다

위에 서기 위해 삶을 바치는 모습에서, 우월감 없이도 가

능한 인간의 자존감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 그

리고 이 책에 따르면 내가 이 책이 제시한 80년대생과 조

금 다른 삶을 살아온 까닭은,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서

울이 아닌 변방에서 자랐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어쩌

오늘날 한국인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아마도

‘멘붕(멘탈붕괴)’ 아닐까. 멘붕은 ‘정신이 무너져 일종의 공

황 상태에 빠지게 된 처지’를 뜻하는데, 젊은 세대에서 사

용하는 신조어였지만 이제는 일상어로 쓰이는 분위기다.

우리는 그만큼 멘붕에 자주 빠지고, 여기에서 헤어 나오

지 못해 다시 멘붕에 빠지는 ‘멘붕의 무한 루프’를 살아간

다(마감에 쫓겨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지금 멘붕 상태다).

그동안 한恨, 은근과 끈기처럼 숱한 어려움 속에서 힘겹

게 이어온 삶을 보여주는 단어가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해

왔는데, 무한 속도, 무한 경쟁의 시대에 들어선 현대의 한

국인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삶을 이어가는지

찬찬히 따져볼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심리학자 김태형의

『트라우마 한국사회』와 융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이나미의

『한국사회와 그 적들』은 정치, 경제의 관점보다 문화, 심

리의 관점에 중심을 두고 오늘을 사는 한국인의 마음을

짚어보는 시도라 흥미롭다.

Page 49: Pspd magazine 2013 06 (199)

49참여사회

면 이런 생각도 중심지에 사는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지

역 거주민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데서 비롯한 변방 트라우

마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콤플렉스는 나의 힘

『한국사회와 그 적들』은 한국인의 콤플렉스를 다루는데,

심리학자답게 콤플렉스에 대한 오해부터 풀고 시작한다.

콤플렉스는 보통 부정적으로만 여겨지는데, 돈 콤플렉스

가 부자가 되려는 노력을 만들고 권력 콤플렉스가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한 도전을 만들 듯, 콤플렉스가 삶의 긍정

적인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이 부분에서 돈

과 권력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받는 분들도 계실 텐데,

이 역시 우리의 콤플렉스라 하겠다.). 따라서 이 책은 한

국인의 콤플렉스를 억압하고 부정하기보다는, 있는 그대

로 이해하되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이 책은 물질을 중시하는 허례허식, 일상화된 분노와 폭

력, 고독과 가족의 문제 등 한국인의 삶을 괴롭히는 열두

가지 콤플렉스를 구체적인 사례에서 찾아내고, 이를 보듬

을 만한 정신분석학적 조언을 내놓는데, 그 내용은 두 가

지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모든 상황을 부모 탓, 사회 탓

으로 돌리는 태도를 경계하라는 것이다. 기업이나 사회의

책임은 지적하지 않고 개인의 정신에 무한 책임을 돌리는

긍정심리학이 위험한 것처럼, 자신의 책임은 부정하고 환

경 탓만 하는 태도 역시 건강하지 못하다. 두 번째는 고통

없는 치유는 없다는 것이다. 성가시고 불쾌하더라도 자신

의 콤플렉스를 바라보는 내적 작업이 없다면 성장과 발전

은 불가능하다. 사실 이 책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군데군데 웃음을 전하는 장면도 많고

가끔은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할 텐데, 설렁설렁 웃어넘기

거나 못 본 척 피해가지 말라는 게 저자의 충고라 하겠다.

거울을 보는 까닭은, 얼굴에 뭐가 묻었네, 라는 사실을 확

인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걸 지우기 위한 준비와 확인의

과정이다. 오늘 우리가 한국인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까닭

도 그렇다. 내일은 좀더 나아지길, 좀더 행복해지길 바라

는 마음이다.

박태근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

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한국 사회와 그적들』

이나미 지음, 추수밭

『트라우마 한국사회』

이태형 지음, 서해문집

Page 50: Pspd magazine 2013 06 (199)

50 2013 6

조용필이 새 앨범 <헬로>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예순셋

이 스물셋보다 바운스를 잘 탈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그

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용필 오빠가 전성기를 구가하

던 시절의 놀이들도 부활시켜 보면 어떨까? 골프도 스킨

스쿠버도 먼 나라의 이야기였던 그 시절, 1970~1980년대

청춘들에게 실내의 공놀이만큼 즐거운 여가도 없었다. 우

정도 사랑도 동글동글하게 빚어주었던 세 가지의 공 - 볼

링, 당구, 탁구가 그 주인공이다.

당구, 안 촌스럽고 안 퀴퀴하다

사실 그 시절 당구장은 불량함의 온상이었다. 청소년들의

출입은 금지되었고, 남자 어른들이 담배 뻑뻑 피며 내기를

놀자

이명석 저술업자

하고 초크 묻은 손으로 짜장면을 비벼 먹던 곳이었다. 그

래서 지금도 당구라고 하면 촌스럽고 퀴퀴하다는 선입견

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당구는 오스트리아의 최고

급 카페에서 귀족들이 즐기던 게임이다. 모차르트도 연주

가 없을 때는 남다른 당구 실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남자들끼리 우르르 가면 그냥 옛날 놀던 분위기나 되살

아날 뿐이다. 남녀가 함께 놀아야 퀴퀴한 분위기를 죽일

수 있는데, 그럴 때는 아무래도 포켓볼이 좋다. 색색의 공

이 제법 예쁘기도 하고, 초보들도 그럭저럭 운의 힘을 빌

려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가나 강남을 중심으로 산

뜻한 분위기의 포켓볼 전용 당구장들도 있고, 일반 당구장

에도 한두 대씩 포켓볼 시설을 갖춰둔 곳들이 있다. 의외

로 포켓볼을 따로 배워본 여성들도 적지 않다. ‘우리 동네

자넷 리’라 불리는 실력파들이 남자들을 쩔쩔매게 한다.

색다른 분위기 속에서 당구를 즐기려면 포켓볼 당구대

를 갖춘 술집, 그러니까 풀 바Pool Bar를 찾아보자. 호텔 바

처럼 고급스러운 곳도 있지만 오산 등의 미군기지 주변

에서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에잇볼, 나인볼 등 당구 자

체의 규칙과는 별도로 풀 바의 룰은 알아두어야 한다. 보

통 포켓볼 대 옆에 게임 신청을 하는 칠판 같은 게 있는

데, 거기에 자기 이름을 적고 순서를 기다린다. 게임이 펼

쳐지면 이긴 사람은 계속 치고, 진 사람은 물러나야 한다.

가끔 잘난 체하는 녀석이 계속 큐대를 잡고 판을 휘젓는

꼴도 본다. 뭐 그럴 때는 실력파 주인 아저씨가 끼어들어

자리를 뺏어주기도 한다. 어쨌든 그 모든 상황도 색다른

문화 체험이라 여기며 즐기면 된다. 게임을 기다릴 때는

촌스러운 듯 새로운 어른들의 실내 공놀이

Page 51: Pspd magazine 2013 06 (199)

51참여사회

옆에 있는 다트 판에서 놀아도 좋다. 누구든 쉽게 핀을 던

질 수 있고, 간단한 점수 계산법을 익히면 승부도 가능하

다. 최근에는 전자식으로 다트 점수를 계산해주는 기계들

도 보인다.

통쾌하게 볼링, 단란하게 탁구

볼링은 좀 더 통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고, 남녀가 함께

즐기기도 쉽다. 볼링장이 점차 사라져가는 분위기지만 그

래도 군데군데 쓸 만한 장소를 찾을 수 있다. 요즘은 심야

에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야간 볼링장도 있다. 전체

적으로 어둑한 실내에 레인 주변만 반짝이며 길을 보여

준다. 거기에서 갖가지 형광빛의 공을 골라 힘차게 던지

이명석

저술업자. 만화, 여행, 커피, 지도 등 호기심이 닿는 갖가지 것들을 즐기

고 탐구하며, 그 놀이의 과정을 글로 쓰는 일을 하고 있다.

는 것이다. 스트라이크! 오랜만에 던졌는데도 솜

씨가 나오네? 신이 나면 싸이키 조명에 맞춰

클럽에 온 듯 춤을 추어도 된다. 밝을 때는 보

여주지 못했던 끼를 발휘할 기회. 어떤 사람들은

야광 조명에 반사되는 클럽용 의상을 갖춰 입고 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동네 예체능>이라는 TV 프로그램으

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탁구가 있다. 노년층까지 쉽게

즐기고 온 가족을 단란하게 만드는 스포츠다. 그런데 탁

구대를 갖추고 있는 곳은 예전에 비해 확실히 줄어들었

다. 탁구대에서 놀 수 있는 인원도 4명이 최대가 아닌가?

이럴 때는 베를린 핑퐁을 해보자. 빙글빙글 돌아간다고

라운드 로빈 스타일Round Robin Style이라고도 한다. 10명 이상

도 함께할 수 있는데, 참가자들은 탁구대 주위를 빙글빙

글 돌아가면서 자기 순서가 되면 상대편에 공을 넘기고

라켓을 다음 사람에게 준다. 실수를 하거나 득점을 당하

면 판 밖으로 나가는데, 게임에 참가하는 숫자가 줄어들

면서 점점 빨리 움직여야 한다. 어떻게 보면 그냥 치는 것

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계속 돌면서 자리를 잡고 탁구채

를 넘겨받아 또 쳐야 하니까. 그러니까 실수 연발일 수밖

에 없다. 그래서 웃기고 재미있다.

Page 52: Pspd magazine 2013 06 (199)

52 2013 6

살림

도시여자의 산골 표류기행복편

도시여자

한번은 말이야. 서울로 가는 전철을 타

려고 춘천역에 갔어. 서울에서 온 어떤

남자가 춘천역에 내리면서 옆 친구에게

말하는 거야. “야~ 좋구나. 사람은 이런

곳에서 살아야 하는데 말이지.” 순간 난

내가 ‘이곳에 살아서 좋은가?’라는 생각

을 잠시 해봤어. 사실 이런 질문 종종 받

거든. “행복해?”, “도시 떠나니 좋니?” 내 대답은 말이야,

글쎄…….

퍼즐의 맛

얼마 전이야. 농번기가 시작되어 남자는 정신없이 바빠.

해가 뜨는 동시에 밭으로 나가고, 해가 져 어둠이 깔려

야 내 눈앞에 나타나. 혹시 흡혈귀가 아닐까? 해가 떠 있

는 동안 관에 들어가 몸을 피하고 오는 괴물 말이야. 눈은

벌겋고 온몸은 땀범벅이지. 씻고 밥 먹고. 그다음에 퍼즐

을 시작해. 자다 깨보면 새벽 2시까지 할 때도 있는 거야.

난 걱정을 넘어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

지. 제발 좀 자란 말이야. 그러다 쓰러

지기라도 하면 어떡해? 이 거친 산골에

서 여리고 예쁜 나를 혼자 살게 할 셈이

야? 어?

나흘째 되는 날 자정. 난 거실로 나

갔어. “안 자?” “응. 금방 잘 거야.” “언

제?” “이거 하나만 더 맞추고.” 참 내……. 난 데리고 들

어가려고 작정하고 계속 잔소리를 하며 기다리기로 했

어. 그러면서 나도 퍼즐 몇 개를 이리 맞추고 저리 맞추

기를 시작했는데, 이럴 수가. 어쩌다 하나가 맞춰졌는

데, 그 짜릿함이 너무 기분 좋은 거야. 퍼즐이란 게 참

묘한 것 같아. 맞을 것 같은데 안 맞고, 안 맞을 것 같은

데 맞고. 혹ㅋ시나 해서 대입했을 때, 쩍 하고 맞춰지며

전체 그림을 하나하나 완성해가는 그 맛이란. 이 재밌는

것을 그동안 혼자서만 했단 말이지? 흥!

남자는 전체 그림을 보아가며 퍼즐 조각을 맞추는데,

Page 53: Pspd magazine 2013 06 (199)

53참여사회

난 몇 개의 조각을 이리 굴려보고

저리 굴려보다가 맞추는 직관력을 발휘했

지. 남자가 나보고 천재래. 그 칭찬에 기분

이 좋아 미친 듯이 퍼즐 속으로 빨려

들어갔어. 나 참 단순하지?

두 시간이 지나자, 남자는 피곤

하다며 방으로 들어가는 거야.

난 계속 같이 하자고 했어. 하지

만 남자는 도저히 피곤해 더 못하

겠다고 하더군. 난 배신자라 욕

을 퍼부었지. 그날부터 남자와 나

는 ‘우리’가 되어 500피스, 1,000피스

를 넘어 4,000피스 세계지도 퍼즐까지 도전하고 있어.

4,000피스는 좀 어렵더군. 올가을까지 천천히 맞춰볼

작정이야. 다 맞추면 이 퍼즐은 어떡하지? 다시 분해하

기 아까운데 말이야.

어머, 사람은 이런 데서 살아야 해!

행복이 뭘까? 거창한 행복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하

다는 느낌을 주는 감정을 행복감이라고 부른다면, 혹시나

말이야, 퍼즐처럼……, 저걸 언제 다 맞추나 싶지만 어쩌

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조각이 ‘탁’ 맞을 때, 답답한 응어리

가 ‘훅’ 하고 해소되는 그 느낌 있잖아. 바로 그 순간, 아쉽

게도 그 기분은 금방 꺼지지. 하지만 노력하면 또 가질 수

있는 느낌이잖아. 그 찰나의 순간이 행복감이 아닐까. 또

한 그 순간을 가지는 자신만의 방법을 두 개, 또는 세 개,

더 나아가 많이 알면 알수

록 행복한 사람일 거고.

난 요즘 행복감을 주는 찰나의 순간

하나를 간곡히 바라고 있어. 바로

배달이 되는 야식이야. 하지만

내가 사는 이곳으로는 아무

음식도 배달되지 않아. 난 오

늘도 마당 한구석에 있는 향긋

하면서도 쌉싸래한 엄나무 순을

따서 남자가 농사 지은 참기름, 이

웃 어르신이 직접 담근 된장에 조물

조물 무치고, 뒷산에서 딴 두릅을 살짝 데

쳐 초고추장에 데쳐 먹었어. 몸 안의 혈액이 깨끗해지는

소리가 들려. 하지만 뇌의 한구석에서는 조미료 가득 들

어간 양념치킨에 시원한 맥주를 달라고 아우성이야. 물론

양념치킨은 내가 직접 만들면 되고, 맥주는 미리 사다놓

을 수 있지만,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하고 싶을 때가 있어.

배달 음식이 ‘짠~’ 하고 현관문을 들어오는 행복감을 난

언제 다시 맛볼 수 있을까? 게으르고도 게으른 난 또 꿈

을 꾸지. 도시로 가고 싶어!!! 가끔 서울에 도착하면 외치

지. “야~ 좋구나. 사람은 이런 곳에서 살아야 하는데 말

이야.” 하고.

도시여자

춘천의 별빛산골교육센터에 산골유학 온 도시 아이들을 돌보며 지낸 지

벌써 4년. 마음만은 성격만은 원하든 원치 않든 여전히 도시여자.

Page 54: Pspd magazine 2013 06 (199)

투명회계

참여연대 사업·운영비는십시일반 후원으로 만듭니다

정부지원금 0% 참여연대를 후원하는 다양한 방법

회비와 후원금은 개인소득금액의 30%까지 기부금소득공제 대상입니다 www.peoplepower21.org 운영기획팀 02-723-5304 [email protected]

계좌이체로

하나은행162-054331-00104예금주 참여연대

ARS 전화로한 통화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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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00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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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용품 환영합니다

새 것 헌 것 가리지 않습니다

수입(원)

1 매출액 140,558,481

● 회비수입 121,482,499

사무처

공익법센터

국제연대위원회

노동사회위원회

민생희망본부

사법감시센터

사회복지위원회

시민경제위원회

의정감시센터

조세개혁센터

참여사회

평화군축센터

행정감시센터

도시락

85,799,999

1,505,700

852,600

1,733,200

4,118,100

2,647,400

8,548,400

3,890,600

3,248,700

1,396,500

1,513,400

2,090,200

3,892,700

245,000

● 정기후원금수입 250,000

● 부정기후원금수입 6,820,074

● 사업수입 12,005,908

2 매출원가

3 매출총이익 140,558,481

5 영업손실

6 영업외수익 200

● 이자수익

● 잡이익 200

8 법인세차감전손실

9 법인세

손익

지출(원)

4 판매비와 관리비 161,099,984

● 급여 93,991,680

● 퇴직급여 5,299,841

● 복리후생비 8,065,767

● 여비교통비 402,440

● 통신비 2,370,970

● 수도광열비 285,900

● 전력비 1,979,260

● 세금과 공과금 465,780

● 임차료 1,177,295

● 차량유지비 102,100

● 교육훈련비 1,206,120

● 도서인쇄비 302,710

● 회의비 3,781,070

● 사무용품비 389,500

● 소모품비 1,560,970

● 지급수수료 4,946,577

● 건물관리비 749,650

● 잡비 467,200

● 사업비 30,096,554

● 발송비 399,600

● 부설기관회비등 3,059,000

-20,541,503

7 영업외비용 4,371,090

● 이자비용 2,925,890

● 기부금 1,445,200

● 잡손실

-24,912,393

-24,912,393

2013년 4월 참여연대 회계보고

54 2013 6

✽참여연대 회원이 회비를 납부하면 70%는 회원이 지정한 센터로, 나머지 30%는 사무처로 지급됩니다.

본인의 후원 센터가 어디인지 잊어버리셨다고요? 참여연대 웹사이트 ‘회원마당 활기차’에 로그인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회비는 사무처와 분배하지 않고 100% 연구소에 지급합니다.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는 독립법인으로 재정과 회계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Page 55: Pspd magazine 2013 06 (199)

이송희 운영기획팀장이 전하는

참여연대 살림살이

최근 어느 회원이 물어왔습니다. 부서마다 회비를 지정할

수 있던데, 도시락은 어느 센터냐구요. 아, 세월이 흘렀습니

다……. 상근자 누구나 회원 누구나 아시리라 여겼는데, 어느

덧 ‘도시락 회비’가 무엇인지를 물어 오시네요.

안국동 시절만 하더라도 참여연대 상근자들의 급여 수준은 참 열악했습니다. 월간『참여사회』 2001년 2월호

별책부록으로 발간된 ‘유리지갑 참여연대 살림살이 한 눈에 보기(15쪽)’에 따르면, 사무처장을 포함한 상근자 35

명의 평균급여는 94만 원이었습니다. 이 마저도 각종 사회보험료 및 세금공제 전 금액이었구요. 기본급 45만

원, 만 19세부터 1년마다 1만 원씩의 연호봉, 매 근속년수마다 3만원씩의 근속수당, 식비보조금 24만 원 등을 합

친 이 금액은, 당시의 가구별 표준생계비에서 적게는 26만 원(독신남녀 1인가구)에서 많게는 173만 원(4인가구)

이나 모자랐습니다. 표준생계비는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문화생활을 하면서 건강하게 사는 데 드

는 비용’을 민주노총이 산정해 매년 발표하는 지표이지요.

이때 밥 먹듯 했던 야근보다 저녁 식대가 더 무서웠던 상근자들을 위해 회원들이 정성을 모았던 것이 바로 ‘도

시락 기금’입니다. 기금을 모으기 위해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상근자들에게 맛있는 밥 한 끼를~”을 외쳤던

이해숙 운영위원을 비롯한 여러 회원들의 마음이 모여, 어느덧 매달 도시락 기금은 100만 원을 훌쩍 넘겨 50여

명의 상근자들의 세끼 식사 비용과 자원활동가들의 점심 식대를 책임지게 되었지요.

보다 적은 돈으로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월말이면 회계 담당자가 동네 식당을 찾아다니며 정가定價보

다 5백 원, 1천 원씩 더 싸게 식사를 제공받기로 하고는 ‘도시락 쿠폰’을 만들어 나누기도 했답니다. 세월이 흐르

면서 조금씩 급여가 인상되기도 하고, 말 그대로 ‘도시락’을 싸다니는 상근자들이 많아지면서 ‘도시락 기금’도 스

르르 추억의 뒤안길로 넘어간 듯 합니다…만, 서른 네 분 회원이 약정한 월 49만 원의 도시락 기금의 오늘은, 상

근자들의 야근 식대와 워크숍 및 회의 식대 등으로 여전히 사무처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 다행히 회비 수입이 조금 늘었습니다(휴~). 회원 수에 비해 회비가 늘어나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는

데, 참 다행한 일입니다. 이번달 시민참여팀 상근자 4명에 자원활동가까지 동원된 미납 회원에 대한 전화 작

업의 결실이 맺어진다면, 다음 달에는 조금 더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민참여팀의 보고를 참고하

세요!)

● 지난달에 비해 사업비가 크게 늘었는데요, 『참여사회』 제작 업체와 제작

비 협상이 타결되어 4개월치가 한꺼번에 지급되었기 때문입니다. 월

400만 원 가량이 제작비로 지출되는데요, 적지 않은 돈이지만 모든

회원님들과 함께 나누는 유일한 매체에 이 정도는 투자해야겠지요?

● 교육훈련비도 조금 늘었습니다. 최근 들어 상근자들의 역량 개발 욕

구가 샘솟는듯 합니다^ ̂그런데 외부 교육의 경우, 대부분 노동부의

교육비 환급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어서, 교육비의 일부나 전부가 다시

사무처로 돌아오곤 한답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간사 좋고 사무처 좋고~!

추억의도시락

Page 56: Pspd magazine 2013 06 (199)

튼튼날개_ ‘날개’는 물품 후원을 말합니다

날 개 니달 았 습를 다

01

04

02

05

08 09

06 07

03커피메이커 날개를 달아주셨습니다. 빨

간색 예쁜 새 커피메이커, 조심조심 오

래오래 사용할게요.

김상미 님께서

김종래 님께서

채명묵 님께서

모니터 2대를 보내주셨습니다. 지화자!

아드님과는 통화했는데 정작 아쉽게도

김종래 선생님과는 연락이 안되었어요.

지면을 빌려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문구류를 보내주셨습

니다. 6월에는 이사를

하셔서 더 편하게, 더

자주 참여연대에 들를

수 있게 되신답니다.

김융희 님께서

원추리 나물 한 상자

를 보내주셨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이순희 님께서

이명진 님께서

커피믹스와 삼겹살 굽

기에 딱 좋은 불판 테

이블을 보내주셨어요.

오며가며 인사하는 간

사들의 손에 무엇이든

주려 하시는 고운 마

음, 고맙습니다.

김진 님께서 법안 스님께서

김영종 님께서

모니터 날개를 달아주

셨습니다. 덕분에 업

무 효율성에도 날개를

달았습니다.

자원활동도 하시고, 치킨도 쏘시

고! 시민참여팀 간사들이 맛나게

먹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예쁜 무지

개색의 백설기를 한 상자 보내주

셨어요. 굶주린 중생(?)들에게 베

풀어주신 보시에 감사드립니다.

천연 재료로 직접 만든 고급 수

제 비누 60개를 보내주셨습니다.

예쁜 편지와 함께 보내주신 그

마음에 저희 모두 감동했어요.

이달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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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사회』 4월호에 게재된 모니터 날개 요청, 기억하시나요?

아주 많이 매우 감사하게도 모니터 날개가 들어왔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김영종 회원과 김종래 회원께 다시 한 번 인사 올립니다. 큰 모니터는 점점 불러 오는

배를 안고도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느라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고 있는 평화국제팀 김희순 팀장이 잘 쓰고 있고요,

작은 모니터 두 개는 그 동안 모니터 돌려막기를 하느라 비어있던 자원활동가용 컴퓨터에 예쁘게 설치해 놓았습니다.

잘 쓰겠습니다!

『참여사회』 5월호 회원 인터뷰의 주인공 박형민 회원께서 꽃씨 한 상자를 인터뷰 하러 간 간사 손에 들려 보내셨었는데요.

파종하기 딱 좋은 날씨라 서둘러 꽃씨를 심었더니 싹이 트고 있습니다.

정책홍보팀 신미지 간사는 책상 옆에서 한련화를 기르고 있고요,

시민감시2팀 명광복 간사는 계단에 줄지어 놓은 화분마다 다른 꽃을 기르고 있는 중이랍니다.

운영기획팀에서 옥상과 2층 뒷뜰에 심어놓은 씨앗은 어쩐 일인지 자라는 속도가 더디네요.

두근두근~ 예쁜 꽃 만날 그날이 기대되네요.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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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참여사회

● 참여연대에는 문서 업무가 많습니다. 일 더 많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A4 용지를 후원해 주세요!

한 달 동안 사용한 A4 용지가 무려 4,750장. 비용으로 계산하니 48만 원이나 되어요.

● 참여연대의 현장 뉴스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피플TV에서 비디오 카메라에 필요한 액세서리를 기다립니다.

렌즈필터 슈나이더 B+W CLEAR MRC UV2(82mm)

레인커버 KATA CRC-15PL

● 자료 정리와 보관을 위한 SATA형식 대용량(2TB이상) 하드디스크

● 회의 기록 등의 업무와 자원활동가 지원을 위한 노트북과 모니터

● 라벨 두께 조절이 가능한 라벨프린터

● 초점이 잘 맞고 조작이 편리한 카메라

● 아니 벌써? 더워진 날씨, 바람 슝슝 선풍기

집에서 쓰지 않고 뒹굴고 있는 물건도 참여연대에서는 꼭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습니다!

혹은 만 원, 오만 원, 십만 원의 후원으로 함께해주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회원님들의 사랑이 담긴 날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후원계좌 하나은행 162-054331-00104 (예금주 참여연대) 문의 운영기획팀 오유진 간사 [email protected] 02-723-5304

날개를 보내면 누가 쓰나요?

A 보통 물품이 필요한 간사가 직접 날개를 요청하는 것이어서 신청자에게 지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사 개인의

신청이 아닌 경우, 가장 필요한 부서에 전달합니다. 카메라 액세서리라면 당연히 피플TV로 보내겠지요. 때로 날

개 요청이 없었는데도 들어오는 물품이 있다면, 필요한 부서나 간사가 있는지 살펴 보내기도 하고요, 우선순위가

없다면 전체 간사들에게 공지해서 신청을 받습니다. 간혹 누가 쓰는 게 좋을지 지정해서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세

요. 그럴 때는 물론 당사자에게 전달합니다. 그렇지 않은 공용 물품, 이를테면 A4용지, 문구류 등은 모두가 사용하

는 곳에 비치합니다. 3층 복사실이나 문구 캐비닛에 넣어두면 알아서 척척척! 잘 챙겨 사용한답니다. 저한테 보내

셔도 제가 혼자 다 쓰진 않으니 안심하세요. 전 욕심쟁이가 아니거든요.

여러 달 실려 있다가 은근슬쩍 사라지는 날개 요청, 날개가 들어온 거죠?

A 맞습니다. 지난 달에는 있었는데 이번 달에는 없는 날개는, 참여연대로 날아왔다는 뜻이지요. 그와 반대로 사라

지지 않고 계속 ‘날개를 달아주세요’ 목록에 있는 경우,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날개가 들어왔음에도 더 필요한 경

우, 다른 하나는 여전히 날개를 달지 못한 경우. 그래서 날개 요청 글 옆에 필요한 수량을 써 볼까도 생각했었는데,

그랬는데……, 그냥……, 그랬었다구요.

지난달에 필요하다 해서 준비했는데 미처 보내지 못했어요. 근데 이번 달에는 사라졌네요. 필요 없어진 건가요?

A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준비된 자세로 덥석 받겠습니다. 필요도 없는데 그냥 받아서 쟁이지는 않으니 염려 놓으셔

도 됩니다. 혹은 언젠가 열릴 바자회에 참여하시는 건 어떨까요? 지난 『참여사회』에도 살짝 말씀을 드렸지만, 바자

회를 할까 말까 생각중이거든요. 장소와 날짜가 고민이기도 하고요. 회원 여러분의 의견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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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개 세달 아 주를 요

날개를 담당하는 운영기획팀 오유진 간사가 말하는 날개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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