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PSPD MAGAZINE 2013. 04. (197)

  • View
    243

  • Download
    0

Embed Size (px)

DESCRIPTION

Monthly Magazine of PSPD, 04/2013, no.197 PSPD, People's Solidarity for Participatory Democracy

Citation preview

Page 1: PSPD MAGAZINE 2013. 04. (197)
Page 2: PSPD MAGAZINE 2013. 04. (197)
Page 3: PSPD MAGAZINE 2013. 04. (197)

2013 4

ⓒ atopy

특집

온전한 집

서울에서 세입자로 살아남기

집보다 사람! 사람을 위한 주거정책은?

삶의 공간인가, 소유의 공간인가?

박철수

박선희

서채란

전성환

09

12

14

17

명동, 그리고 기억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깃발의 상상력 - 1인시위

탐라 화가 강요배, 은하수를 붙잡다

이웃집, 그녀가 사는 이야기 - 김현숙 회원

한미 FTA 발효 1년, 새로운 통상전략의 모색

과거 속 북한 땅과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공감과 행동 - 이달의 참여연대

‘고발 장’이 인천공항에 출몰한 까닭은?

편의점의 불편한 진실

2003년 이라크 vs. 2013년 한반도

지역 회원과 함께한 뜨거운 토요일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핵으로 다가온 상상할 수 없는 미래

카페를 가지고 노는 수두룩한 방법

고시원 체류기

참여연대 회계보고와 살림살이

지금 참여연대가 기다리는 날개는?

이석태

임종진

이태호

차병직

송윤정

호모아줌마데스

정태인

김정인

이태호

최현주

송윤정

편집팀

최현주

이진선

박태근

이명석

김민수

이송희

오유진

여는글

창그림

아참

참여연대史

통인

만남

경제

역사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시민참여

읽자

놀자

살림

투명회계

튼튼날개

04

06

07

21

26

32

36

38

42

44

45

46

48

50

52

54

56

58

60알림

기획

사람

칼럼

살맛

통인뉴스

지구를 사랑하는 참여사회는

본문에 재생 종이를 사용하고

표지에 코팅을 하지 않았습니다.

본문용지 미색 중질지,

반무광 80g/m2,

표지용지 백색 모조지 180g/m2

Page 4: PSPD MAGAZINE 2013. 04. (197)

여는글

업무를 보는 사무실이 강남역 근처에 있지만, 종종 광화문이나 시청 근처에 갈 일이 생긴다. 회

의를 하러, 또는 기자회견이나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간다. 교통편으로는 보통 버스나 전철

을 이용한다. 사무실 부근의 대중교통 사정은 꽤 좋은 편이어서, 버스나 전철로 광화문 일대로

가는 데에 큰 문제가 없다.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용의 편리함 면에서 전철과 버

스는 별 차이가 없어 사정에 따라 전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곤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버스

를 이용할 때에는 사무실 앞에서 승차하여 옛 중앙극장 앞에서 내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 이유는 거기서 명동이 코앞이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내려 명동 입구로 들어가 왼쪽으로 명

동성당을, 오른쪽으로 로열호텔을 보며 걸어간다. 그렇게 해서 이윽고 롯데백화점 맞은편의

지하도에 이르면 그리로 내려가거나 아니면 백화점을 우회하여 시청 언저리의 목적지로 향한

다. 시간이 좀 남으면,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명동성당에 들어가 잠시 묵상에 잠겨 보기도

한다. 또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사람들로 번잡한 명동 안의 조밀한 거리로 들어가 중국 대사

관 앞쪽으로 돌아 나오기도 한다.

명동에 즐비한 옷 가게나 화장품 가게에 한눈팔지 않는 한, 늘 다니는 명동 길을 다 걷는 데에

는 천천히 걸어도 채 10분이 걸리지 않고 이제는 다소 명동의 풍경에 무감각해진 것도 사실이

명동,

기억 그리고

이석태

참여연대 공동대표. 변호사. 주변을 구경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고,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참여연대 식구들에게 늘 감사함과 미안한 마

음을 가지고 있다.

4 2013 4

Page 5: PSPD MAGAZINE 2013. 04. (197)

다. 그렇지만 처음 걷기 시작할 무렵에는 명동에서의 옛일에 대한 기억이 여러 생각과 뒤섞여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복잡한 상념에 사로잡히곤 하였다. 그것은 딱히 슬픔이라든가 기쁨이라

든가 하는 식으로 간단히 이름 붙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명동은 70년대 이후 민주화 운동의 메카이자 젊은이들의 놀이터였다. 그리 비싸지 않은 다방

이나 술집이 있었고, 학교에서 멀지 않았던 까닭에 저녁에는 자주 그곳으로 갔다. 장발 단속에

걸려 머리를 잘린 것도 명동이고, 서양 고전 음악을 명동의 필하모니 음악 감상실에서 귀동냥

했다. 대학신문 학생 기자 시절, 주중에는 학교에서 데모를 할망정 주말에는 명동으로 향했다.

명동 모퉁이에 있는 경향신문사 인쇄소에서 대학신문 조판을 마치고 예술극장 맞은편의 중국

집에 가 자장면과 고량주를 시켜 놓고 곧 인쇄되어 나올 신문을 기다리곤 하던 생각이 난다.

변호사가 된 이후에는 농성과 시위의 현장으로서 명동을 자주 찾았다. 여건상 집회 주변부에

머무르는 것이 고작이었으나, 노동자들과 농성장에 같이 있다가 새벽녘에 귀가한 날도 더러

있었다. 명동성당 앞길을 가득 메운 수많은 시위 행렬, 그 위에 쏟아지던 최루가스, 흩어지는

시위대를 쫓던 경찰들, 시민들의 행진 앞에서 이끌던 신부와 수녀들의 결의 섞인 표정도 잔상

으로 남아 있다. 명동의 이런 모습들은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그리고 세월의 변화 속에 점차

사라져 갔다.

오늘날 새로 단장된 명동성당 앞 오르막길에 누군가 천막을 치고 거기서 밤을 새우며 자기주

장을 펴는 예는 거의 보기 힘들다. 명동 거리도 이제는 완연히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만의 차

지가 되었다. 젊은 시절, 민주화 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때, 명동에서 있었던 그 역사의 흔

적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명동에 가면 반가운 이들을 곧잘 마주치던 그 시절과 달리, 되풀

이 걸어도 이제는 아는 이 한 사람 마주치지 않는다.

그래도 명동 길을 걷는 이유는? 이따금 되살아나는 과거의 기억들을 놓치지 않기 위함일까.

무의식에 남아 있던 그 조각들은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과 더불어 오늘의 시점에서

새롭게 돌아보는 기회를 준다. 그래서 과오에 대하여도 적절히 용서와 연민을 부여한다. 봄의

명동에는 개나리와 진달래는 없으나, 그보다 더 화사하다 할 상점과 행인들이 있다. 이들을 감

상하는 것 또한 명동 보행의 덤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5참여사회

Page 6: PSPD MAGAZINE 2013. 04. (197)

6 2013 4

창그림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날이 익어갑니다.

날 선 찬바람은 구름 따라 고개 넘어 날아가고

뒤를 이어 내려앉은 봄바람이 사방 가득 온기를 채워줍니다.

수줍게 틔워 오른 봄꽃도 서서히 들녘을 채워 갑니다.

어지러이 시린 세상에 따사로운 햇살 품고는 사방 가득 향기를 채워줍니다.

환한 미소를 품은 봄날이 그렇게 익어갑니다.

임종진 사진 NGO 달팽이사진골방 주인장

한겨레신문 등에서 오랫동안 사진기자로 일했으며 퇴직 후 캄보디아에서 몇 년간 자원활동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작품으로서가 아닌

타인의 삶이 지닌 존엄적 가치를 찾는 일에 사진의 쓰임을 이루고 있으며 같은 의미의 사진강좌를 여러 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Page 7: PSPD MAGAZINE 2013. 04. (197)

7참여사회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가 못다한 이야기를 하는 지면입니다

아.참.4월 참여사회는 집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박철수 교수는 <온전한 집>이라는 기고에서 집을 “기억을 퍼 올리는 마르지 않는 샘”으로 묘사하면

서도 “아파트에 살면서 아파트를 비난하는 체하는 자기모순. 나에게 칼이 있다면 그것으로 나를 치

리라. 나를!”이라는 문학평론가 김현의 독백을 인용합니다. 4년간 9번의 이삿짐을 싸야했던 박선희

씨는 어렵사리 전셋집을 얻은 후에 회고하는 “건조대 날개 밑에서 자야했던” 사연을 기고해 주셨습

니다. 서채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지난 대선에서 주거 분야의 뜨거운 쟁점이 되었던 렌트 푸어

(Rent Poor, 세입 빈곤층), 하우스 푸어(House Poor, 주택소유 빈곤층)의 실태와 이들을 위한 주거

정책 대안을 제시합니다. 전성환 충남문화산업진흥원 원장은 YMCA활동가로서 시도해본 주택협동

조합운동, 코하우징 주택Collective Housing,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같은 다양한 대안적 주거 양식에 대해

소개합니다.

이달 치 <참여연대 20년 20장면>은 1인시위가 새로운 시민운동 수단으로 태동하기까지의 뒷얘기를

들어보았습니다. 1인시위의 성패는 드러나지 않는 막후의 활동에 달려있다는 사실도 덤으로 확인하

실 수 있습니다.

이번 호 <통인>은 멀리 남쪽으로 튀었습니다. 제주도에서 강요배 화백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강렬

한 색과 거친 터치, 자유롭고 명료한 화풍으로 제주의 자연과 역사를 화폭에 담아온 강 화백에게 그

의 그림 세계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3년이고 7년이고 지난 다음에 적당할 때 끄집어내서 새롭게 풍

경을 우려내야 자연과 사물의 이치에 접근할 수 있다는 그는 제주말에 대한 애정도 각별합니다. <통

인>이 원거리 출장을 다녀왔다면 <만남>은 참여연대에서 30보 거리에 이웃한 체부동 4번지로 찾아

가 김현숙 회원을 만났습니다. 전업주부에서 파티플래너의 삶으로 이어진, 다시 네팔 게스트하우스

를 거쳐 전세계를 여행한 그가 서촌에 연 가게 ‘예미다정’에 앉아 바라보는 세상 얘기를 듣습니다.

이번 호 <통인뉴스>는 한층 새로워진 얼굴로 회원들을 찾아갑니다. 사무처장이 참여연대 월간 활동

을 직접 브리핑하는 코너가 신설되었고, 회원들의 참여 정보와 재정 보고가 훨씬 풍성해졌습니다. 개

편된 코너에 대해 많은 의견과 조언 부탁드립니다.

통인동에서, 편집위원장

Page 8: PSPD MAGAZINE 2013. 04. (197)

특집

집집은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온전한 집이란 모름지기 어떠해야 하는지,

집에 얽힌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종류의 애환들.

그걸 해결하려면 어떤 정책이,

어떤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지.

참여사회가

집을 위한 집이 아닌

사람이 있는 집을 알아봅니다.

Page 9: PSPD MAGAZINE 2013. 04. (197)

참여사회 9

기억을 퍼 올리는 마르지 않는 샘

2년 전 우리 곁을 떠난 박완서 선생은 40년의 작가 생활

을 통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글을 남겼다.

길고 짧은 소설과 수필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동화에 이

르기까지 참 많은 이야기를 남긴 작가 중 한 분이다. 필

자는 작가의 작품을 한 마디로 뭉뚱그려 말할 깜냥은 못

되지만 작가의 다채로운 글들은 적어도 공간과 장소에

대한 재현 가치와 더불어 우리가 어떻게 지난 세월을 살

아냈는가를 민낯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독본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은 알아차릴 정도다. 가운데 흥미를 일

으키는 대목은 ‘집’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집은 모두 세 곳이다.

하나는 작가가 나서 자란 개풍군 박적골의 조선 기와집

인데 할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다거나 동무들과 더불

어 즐겁게 생활을 하던 유년의 기억을 품은 장소로 묘사

되곤 한다. 다른 하나는 소설 『엄마의 말뚝』에 등장하는

현저동 ‘괴불마당 집’이다. 마당이 괴불처럼 세모여서 괴

불마당 집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마지막은 노년의 느린

삶을 품어주었던 아치울 마을의 땅집(마당이 딸린 단독

주택)이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작가가 살았던 이 집들에

대해 소설이나 수필을 막론하고 끊임없는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그 집들은 마음을 의탁할

수 있는 고장으로서의 고향이며, 그런 까닭에 작가 생활

특집

온전한

박철수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대한주택공사 주택연구소의 연구위원을 거쳐

2002년부터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공동주택계획론과

주거문화사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아파트의 문화사』, 『한국공동주택계획의 역사』,

『아파트와 바꾼 집』 등 40여 권의 저서가 있다.

Page 10: PSPD MAGAZINE 2013. 04. (197)

2013 410

40년을 버티게 한 마르지 않는 샘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

다. 길어 올리거나 떠내도 마르지 않는 샘.

박적골의 조선 기와집은 유년의 기억을 온전하게 한 장

소였다. 서울 사람이 되었음을, 그리고 번듯한 내 집을 가

진 특별시민이 되었음을 어렴풋하게 확인시켜준 괴불마당

집은 가족의 울타리를 제대로 만들게 한 장소였다. 그리고

작가에게 주어진 삶의 마지막 12년을 안식과 평화로 바꾸

어 준 곳이 바로 아치울 마을의 마당 딸린 집이다.

두꺼운 삶

1990년 작고한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김현은 ‘아파

트에 살면서 아파트를 비난하는 체하는 자기모순. 나에

게 칼이 있다면 그것으로 나를 치리라. 나를!’이라는 문장

으로 끝나는 글을 30여 년 전에 잡지를 통해 발표한 바 있

다. 글의 제목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의 문학평론집 제

목이기도 한 『두꺼운 삶과 얇은 삶』이다. 당시 그는 반포

의 서른두 평짜리 아파트에 사년 째 살면서 처음 문패를

달았던 땅집의 낮은 지하실과 높은 다락방을 그리워했고,

이웃들이 왁자하던 외갓집의 너른 부엌과 자연의 아름다

움을 그대로 드러낸 고향 남도의 조그마한 섬을 마음 끝

자락에 두곤 했다.

그리고 사물과 인간의 두께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라야

두꺼운 삶을 사는 것이고, 깊이가 없는 평면적인 삶이 얼

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질타한 바 있다. 모든 것의 깊이를

무시한 엷은 시선을 떨쳐버리고자 수없이 많은 밤을 고민

했노라 했다. 칼이 있으면 나를 치리라는 자학에 가까운

절규 속에서 그가 걱정한 바는 아이들의 미래다. 과연 어

떻게 하는 것이 겹겹으로 만들어질 아이들의 인생을 풍요

롭게 할 것인가를 걱정한 것이다.

기억공동체로서의 집

집이란 곧 크고 작은 편린의 기억들을 두텁게 쌓아 두는

공간이며, 기억이란 가족이라는 씨실과 시간과 이웃이라

는 날실이 촘촘하게 엮여 만들어낸 삶의 실체이자 온전한

기억공동체로서의 집을 되찾기 위해서는

가족과 시간 그리고 이웃이 관건이다.

머묾은 가족과 시간의 중첩과 누적이

그 두께를 만들어 줄 것이며,

이웃은 장소에 개인이나 가족공동체의 일상이

얼마나 깃드는가에 달린 것이다.

Page 11: PSPD MAGAZINE 2013. 04. (197)

11참여사회

삶의 뿌리라는 말과 다름 아니다. 개인의 삶이 당연하게

도 역사가 되는 것은 두터운 기억의 이어달리기가 만들어

내는 힘이며, 가족, 시간, 곁을 주는 이웃에 대한 기억을

길어 올리는 마르지 않는 샘이 곧 집이다.

기억공동체로서의 집을 되찾기 위해서는 가족과 시간

그리고 이웃이 관건이다. 머묾은 가족과 시간의 중첩과

누적이 그 두께를 만들어 줄 것이며, 이웃은 장소에 개인

이나 가족공동체의 일상이 얼마나 깃드는가에 달린 것이

다. 결국 한 곳에 뿌리내리고 오래 머물러 사는 정주定住와

가족의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까지 번져나갈 수 있는가에

기억의 깊이와 삶의 두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제 돌아보자. ‘마분지로 만든 얄팍하고 각진 신도시’

(전경린, 『여름휴가』)에 ‘공중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보금

자리’(이창동, 『녹천에는 똥이 많다』)를 어렵사리 마련하고

는 ‘베란다 너머 병풍처럼 서 있는 고층아파트’(배명희, 『온

수관』)를 쳐다보며 ‘송파는 강남 바로 턱 밑, 분당은 미니

강남, 강동은 진군 중. 강북 하고도 상계는 두통 나는 곳’

(우영창, 『하늘다리』)이라는 허언을 믿으며 ‘십억 짜리 아

파트에 살며 이십억이 안 되니까 안심할 수 없다 엄살떠는

중산층’(이지민, 『타파웨어에 대한 명상』)이 과연 우리가 바

라는 온전한 삶인가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항로를

벗어날까 노심초사하며 무리지음과 서열화의 공간 정치

현장에 뛰어들어 아파트에서 아파트로의 이사를 일삼는

아파트 유목민이 참된 내 모습인가 말이다.

우리 세대가 앞만 보고 달려 고향을 잃은 실향 세대라

한다면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는 퍼내도 마르지 않는 온

전한 기억의 샘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한 곳에 오래 머물

며 공간과 장소의 두께를 입체적으로 느끼고 그 속에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만들고 키운 가족들과의 기억을 쌓을

수 있도록 머물러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곧 두꺼운 삶의 필

요조건이다. 집값의 오르내림에 들썩거리는 얄팍한 내 자

신보다는 동무를 잃고 새로운 환경에 두려워할 아이의 조

바심을 먼저 다독이는 마음이 필요하다.

도시학자인 얀겔Jan Gehl은 ‘흥미와 속도는 반비례 한다’

고 주장한 바 있다. 빠른 길은 재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하는 반면 느린 속도로 지나

치는 길은 다양한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하는 말이

다. 이 말에 삶의 속도 아니 이사의 빈도를 대입시키면 기

억의 누적을 통해 두꺼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

인가는 자명하다. 적어도 다음 세대의 우리들에게는 그렇

게 해야 하는 것이 어른들의 도리가 아닐까.

열린 사회를 향한 단지의 해체

이웃 역시 시간의 종속변수다. 다만 시간이 충분조건은

되지 않는다. 한 곳에 아무리 오래 머물며 삶을 의탁했다

하더라도 열린 사회를 향한 바른 태도를 가지지 못한다면

역시 두꺼운 삶에 다다를 수 없다. 좁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하늘을 가릴 정도의 높은 방음벽으로 둘러싸인 단지

團地 안에서 자폐적인 삶을 산다면 그것은 얇은 삶에 다름

아니다.

‘아무 것도 공유하지 않은 채 규격화 된 칸막이 안에 자

신을 가둔 사람들’(김사과, 『미나』)이 ‘도시 속의 완벽한 요

새’(김채원, 『푸른 미로』)에서 자신들의 행복을 구가한다면

이는 곧 물리적 이익공동체에 지나지 않는다. 마음을 의

탁할 수 있는 고향이 될 리 만무하다. 고향은 열린 사회에

서 얻어지는 과실이며, 어울림의 기억이라는 점에서 닫힌

사회는 배격되어야 한다. 그래야 깃듦의 기억이 쌓이는

것이다.

아무리 퍼내도 기억이 마르지 않는 샘이 곧 집이고, 두터

운 기억이 곧 두터운 삶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한 곳에

오래도록 뿌리를 내리는 정주와 열린 사회를 향한 단지의

해체야말로 온전한 집이 존재하게 하는 조건이다.

Page 12: PSPD MAGAZINE 2013. 04. (197)

12 2013 4

구 방에서 자는 날이 더 많아졌다. 결국 1년간 돈을 모아

2010년 8월에 학교 앞에 첫 자취방을 얻었다.

21년 평생에 첫 ‘나만의 방’이었다. 삼남매 중 둘째인

나는 그 때까지 한 번도 홀로 방을 써 본 적이 없었다. 인

구 천만의 도시 서울에서 첫 세입자가 된 그 때, 나는 홀

로 방을 쓴다는 생각에 마냥 설렜다. 그게 3년간 여덟 번

이사를 하는 주거 전쟁의 시작이었음을 알지 못했다.

나만의 러브하우스? 공용의 더티 하우스!

내 첫 번째 자취방은 외국으로 치면 ‘쉐어 하우스’ 방식이

었다. 일반 주택에서 방마다 세를 주고 거실과 부엌, 화

장실을 공동으로 쓰는 식이었다. 보일러도 세탁기도 공

용으로 사용했다. 월세 25만 원에 보증금 200만 원. 공과

금, 관리비 포함이었으니 서울 치고 싼 편이었다. 첫 자

취 계획은 창대했다. 밥을 해먹을 요량으로 쌀, 고추장,

된장을 구비했다. 꿈은 금방 무너졌다.

공용으로 쓰니 부엌과 화장실이 너무 더러웠다. 설거

지통에는 먹다 남은 음식물 그릇들이 섞여 있었고, 가스

레인지도 기름때에 절어 있었다. 냉장고에는 “102호입니

다. 제 요플레 드신 분 사다놓으세요” 하는 쪽지가 여럿

붙어 있었다. 냉동실에는 정체 모를 양념 고기들이 한 데

뭉쳐 있었다. 변기가 막히는 일도 다반사였다. 화장실과

부엌에서 나는 오묘한 냄새 때문에 방 밖으로 나고 드는

게 고역이었다.

관리비를 내고 있는데도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주인 아주머니가 집을 비워 한 달 동안 치우지 않은 적

도 있었다. 그동안 변기가 막혀 모든 볼일을 학교에서 해

결했다. 11월에는 보일러가 고장 나 찬물로 머리를 감았

다. 아주머니에게 항변해봐야 소용도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돌아올 뿐, 집주인 사전에 ‘보상’은 없다.

“못살겠다”하면 “나가라”하면 그 뿐. 집주인이 고장 난 걸

특집

살아남기

서울세입자

에서

박선희

충북 제천에서 나고 자라

현재 서울에서 자취중인 휴학생.

대학 4학년 1학기를 마친 후

취업 전쟁에 뛰어들기 무서워 잠시 쉬는 중.

2012년 여름 인턴으로 참여연대와 인연을 맺었다.

‘이제 어디서 자야 하지?’

2009년,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은 내가 가장 먼저 한 걱

정이었다.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간다는 것은 기쁨보

다 ‘걱정’이었다. 서울엔 가족도 집도 없었고, 무엇보다

등록금을 내고 집을 구할 돈이 없었다.

다행히 대학 입학 첫해에는 향토 기숙사에 자리를 잡

아 살았다. 지자체에서 해당 지방 학생들의 주거부담완

화를 위해 설립한 기숙사였다. 싸고 시설도 좋았지만 통

학 시간 왕복 세 시간에 통금, 외박 제한 등 제약이 많

았다. 조별 과제가 많을 땐 기숙사에서 자는 날보다 친

Page 13: PSPD MAGAZINE 2013. 04. (197)

“고치겠다”고 답하면 그나마 다행인 것이었다.

도시에서 가장 열악한 방, ‘고시원’

그렇게 한 학기를 ‘나만의 방’에 학을 떼고, 방학은 안락

한 고향집에서 보냈다. 4개월의 자취 생활로 타향살이의

고달픔을 깨달았다면 우습겠지만, 방보다 ‘집’이 중요하

단 사실은 뼈저리게 느꼈다.

2011년 새 학기는 다시 향토 기숙사에서 시작했지만

그래도 오래 버티진 못했다. 결국 20만 원짜리 학교 앞

고시원에서 다시 자취 생활을 시작했다. 고시원은 자취

생활의 끝을 달렸다. 옆방 학생이 드라마 보는 소리, 앞

방 직장인 알람 소리, 휴게실 TV소리, 새벽에 화장실 쓰

는 소리까지. 귀마개를 껴도 고시원 방의 얇은 벽은 온갖

소음을 들려줬다. 게다가 창문이 없었다. 환기가 안 되고

해가 들지 않았다.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안 되니 지각을

밥 먹듯 하다 기말시험에까지 늦었다.

13참여사회

사정이 이러니 5개월 간의 고시원 생활을 접고 안양 이

모네 집으로 이사했다. 따뜻한 햇볕과 바람이 있는 편리

한 아파트였다. 한동안 편하게 지냈지만 이모네 집은 ‘내

집’은 아니었다. 2012년 2월 다시 조그만 ‘내 방’을 마련했

다. 부엌과 화장실도 혼자 쓰고, 창문도 있고, 해도 조금

드는 집이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이 모든 것이 단 두

평의 공간 안에 있다는 것이었다. 빨래를 하면 건조대 날

개 밑에서 자야 하는 아주 조그만 방이었다. 그래도 주거

비는 내가 살았던 방 중에서 가장 비쌌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20만 원, 관리비 1만 원에 공과금 별도.

전세를 얻어도 도시 세입자는 불안하다

2013년. 지금은 대학생 전세자금대출 제도를 이용해 전

셋집에 산다. LH에서 전세자금을 빌려주고, 선정된 학생

은 월 이자만 부담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살았던 방 중

엔 가장 집다운 방이다. 2년 계약을 해서 한동안은 이사

할 일도 없다. 한시적인 주거 안정인 셈

이다.

그래도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겨우

내 방 곳곳에 곰팡이가 펴 매일 닦아내

고 약을 뿌리며 전쟁을 치렀다. 곰팡이

먹은 집이나마 대학 생활이 끝나면 함

께 끝이다. 대학생을 위한 전세자금대

출을 이용했으니, 졸업하면 이 집과도

‘안녕’이다. 모아둔 돈은 없고, 싼 집은

더럽거나, 시끄럽거나, 어둡거나…….

어쨌든 열악하다. 그 전에 거금을 받는

직장을 구한다면 문제 없겠지만, 쉬운

얘긴 아니다. 만약 취직을 못한다면?

월세와 생활비를 벌 아르바이트를 하면

서 구직 활동까지 할 수 있을까.

❶ 2012년 2월부터 8월까지 이 방에서 살았다. 크기는 약 2평 정도? 누우면 발끝이 세탁기에 닿을 것 같은 작은 방이었

다. 나름 창문이 있었지만 1층이라 다른 건물에 가려 한낮에도 새벽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사진은 8월 이사를 위해 다

른 세입자를 찾을 때 찍었다. ❷ 중앙대, 숭실대, 노량진이 있는 동작구는 일반 주택을 개조해 하숙이나 월세를 놓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자취방일수록 보증금이나 세가 싸지만 신식 원룸 건물보다 더럽거나 치안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사진은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일대 원룸촌 전경. ❸ 2012년 10월, LH 대학생 전세자금대출 제도를 이용해 전셋

집을 얻었다. 이사 전까지 약 2달 동안 이 많은 짐들과 함께 친구네 집에 신세를 지고 살았다. 4년간 아홉 번이나 싸

고 풀었던 내 살림살이들.

1

2

3

Page 14: PSPD MAGAZINE 2013. 04. (197)

14 2013 4

연소득 대비 주택 평균 가격의 비율을 PIRPrice to Income

Ratio이라고 하는데요, 대출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모든 소득을 저축했을 때 주택 구입에 소

요되는 기간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의 PIR은 계속 상

승하여 현재 7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

택 가격이 높다보니 전·월세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전·월세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조금만 불균형이 발생해

도 전세대란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 = 집값의 하향 안정화

지금 우리나라는 주택 가격이 매우 높아 매매 거래는 실

종되고 전·월세 수요만 증가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거

래가 활발해지고 전세난 문제가 해결되려면 실수요자들

이 자기가 번 돈으로 집을 사고팔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러기 위해서는 실수요자들의 소득 수준에 맞추어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때마다 정

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켜서

떨어지는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분

양가상한제 및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추진, DTI 규

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 유예, 투기과열지

구 해제, 종합 부동산세 폐지나 완화, 공공임대주택 공급

축소 등 정부의 정책은 국민으로 하여금 주택 구매에 나

서도록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러한 정책에 따라 서민

들이 자신의 능력보다 더 많은 빚을 내어 주택 매입에 나

선 결과 주택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하우스푸어와 깡통

주택이 생겨난 된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주택 가격을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100%가 넘습니다. 그럼에도 약

46% 정도가 전셋집이나 월셋집에 사는 이유가 뭘까요.

1, 2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자기 집을 두고도 다른 집을 빌려서 거주하는 비율이 증

가하는 데에도 한 원인이 있겠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원

인은 주택 가격이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기 때문

입니다.

특집

주거정책은?

사람!보다

사람을 위한

서채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아직도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변호사.

변호사니까 집 한 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오해하는 분들을 만나면 무지무지 뻘쭘해짐.

주거는 교육, 의료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3대 복지 분야라고 생각함.

Page 15: PSPD MAGAZINE 2013. 04. (197)

15참여사회

떠받치기 위한 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금융, 부동산 세제,

부동산 공급 정책에서 정도를 지켜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화 하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저출산 고령화 시

대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택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비해서 장기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펼쳐야 합니다.

주거안정? 이런 정책이면 서민에게도 가능하다!

공공임대주택은 주택 구입 능력이 부족한 서민의 주거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LH공

사, SH공사 등 공공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입니다. 공공

임대주택은 공공이 시장기능에 의하지 않고 주택 수요에

근거하여 공급합니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을 통해서는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의 주거를 안정시

킬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정책 수단이지요. 지금과 같은

저성장시대에는 공공임대주택을 사회적으로 다양하게

많이 공급하고 활용하여야 하며, 보편복지의 핵심인 주

거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마련을 위한

재원이 충분하게 확보되어야 합니다.

민간주택에서 전월세가 안정되려면 임대차 관계가 법

적으로 안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임차인의 임

대인에 대한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갱신 시 물가상승률이나 건축비 상승률을 반영하는 공정

임대료제 또는 상한선 이내에서만 인상할 수 있도록 하

는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일례로 독

일에서는 이미 지방자치단체의 차임테이블(임차인과 임

대인이 모여 협의하는 공식 석상)에서 정한 상한선 이내

에서만 임대료를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지역에 따

라 천차만별인 임대차 가격 문제를 개선하고 불투명한

임대차 가격에 관한 공시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표준

계약서에 따라 주택임대차와 관련된 주요 내용을 시·

군·자치구에 등록하도록 하는 임대차등록제를 도입해

야 합니다. 부동산 정책의 핵심 과제는 바로 이러한 제도

들을 합법화하는 것입니다. 임대차 관계의 안정화를 위

한 제도의 도입 없이는 반복되는 전·월세 문제를 근본

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주택 임

대차 보호법」 등의 개정은 필수이겠지요.

하우스 푸어가 푸어하지 않도록

미국에서는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소득 등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에는 담보

로 잡혀 있는 주택을 처분하여 채권을 회수하겠다는 의

Page 16: PSPD MAGAZINE 2013. 04. (197)

16 2013 4

도로 대출한 것을 약탈적 대출Predatory Loan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약탈적 대출에 대해서는 엄한 규제를 가하고 있

는데요, 하우스 푸어 양산을 미연에 막기 위해서 이러한

약탈적 대출계약은 무효로 하고 적정선을 넘는 금액은

채무자가 변제하지 않도록 하는 등 엄격하게 규제할 필

요가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우스 푸어 정책은 과다한 주택담보

대출 연체로 주택이 경매에 처할 위기에 닥친 하우스 푸

어들이 지분을 매도하고 임대료를 내면서 그 집에 살도

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하우스 푸어들은 매도

했던 지분을 다시 매입해야 하지요. 그런데 주택 가격이

상승하거나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한 하우스 푸어들이

매도했던 지분을 다시 매입하기는 어렵습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는 정책이지요.

하우스 푸어의 대부분은 현재는 원리금 상환을 연체하

지 않고 있지만, 원리금 상환에 소득의 40% 이상을 충당

하고 있어 중산층 수준의 소득에도 불구하고 실제 생활

은 빈곤화되어 있습니다. 하우스 푸어를 방치하면 국가

적으로 민간소비 축소로 인한 내수경제의 위축을 가져와

일본식의 장기불황으로 치달을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

만 하우스 푸어에 대하여 정부의 공적자금까지 동원하여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

리나라에는 주택을 소유하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 국민의

세금으로 주택을 소유하는 사람들에게만 특혜를 주어서

는 안되고,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금융기관과 채무자 사이의 채무조정을 통하여 금융기관

도 어느 정도 원리금의 손실을 감당하고, 이로써 서로 위

험을 분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안입니다.

하우스 푸어들을 정책적으로 도울 경우에 대해 하우

스 푸어들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데요,

소득 중 어느 정도를 원리금 상황에 충당하게 할지, 변제

기간을 몇 년으로 할지, 어느 정도의 원리금을 면책할지

는 채무의 규모, 하우스 푸어의 소득, 담보로 잡힌 주택

의 가격, 대출의 경위 등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여 법원이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하우스 푸어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1가구 1거주 주택자인 하우스 푸어가 회생

절차에 들어갔을 때에는 주택을 보유하면서 채무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현행 「채무자의 파

산 및 회생에 관한 법률」은 주택담보대출은 별제권이 되

어 바로 경매로 넘어가게 되므로 주택을 잃게 됩니다. 따

라서 1가구 1거주 주택자인 하우스 푸어가 회생절차에 들

어갔을 때에는 주택을 보유하면서 채무조정을 할 수 있도

록 주택담보대출도 회생 계획에 포함시키고 10년 정도의

기간 동안 나누어서 변제하고 나머지는 면책 받도록 「채

무자의 파산 및 회생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야 합니다.

“집 걱정 없는 대한민국”,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저성장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떨어지는 집값을 억지로

떠받쳐서 손쉽게 경기부양을 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서

민들의 주거안정과 내 집 마련의 꿈이 실현되도록 집값

하향안정화 정책을 일관성 있게 펼쳐야 합니다. 그것이

“집 걱정 없는 대한민국”의 시작입니다.

Page 17: PSPD MAGAZINE 2013. 04. (197)

17참여사회

주택에 대한 불편한 진실 하나!

87년 체제의 시작과 함께 출범한 노태우 정권은 ‘주택 200

만 호 공급’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그후 20여 년동안 대

략 600만 채의 아파트형 주택이 공급되었는데, 1990년 당

시 52% 수준이었던 전세 세입자는 지금도 47% 정도에 이

르고 있다. 전세 탈출에 성공한 가구는 20여 년 동안 5%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100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470만 채 정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단다. 헐!!!

주택에 대한 불편한 진실 둘!!

20여 년 동안 국민주택 공급이란 명목으로 모델하우스를

지어놓고, 연예인이 출연한 TV 광고를 내면 무조건 팔리

는 선분양후입주제도 아래 아파트와 신도시를 독점적으

로 공급한 주택·토지공사와 대기업 건설회사들의 도시

계발 노하우, 건축기술, 설계기술이 세계적이란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대기업과 부동산 투기꾼들은 1998년부

터 2007년까지 10년 동안만도 부동산 개발이익에 따른 불

로소득으로 2002조 원의 이득을 누린 반면 LH공사의 부

채는 117조에 이른다.

주택에 대한 불편한 진실 셋!!!

대한민국에 사는 전체 국민 중에 주거빈곤층 비율이 100

명당 15명에 이르고(하우스 푸어 제외) 1주택을 소유하고

주택 마련을 위해 대출, 원리금상환부담을 지면서 가처분

소득 대비 원리금 비중이 10%이상인 소위 하우스 푸어 가

구가 108만 가구, 약 374만 명에 이른다. 이들의 전체 가

계부채가 900조에 이르고, 평균 가처분 소득대비 원리금

특집

전성환 충남문화산업진흥원 원장

현 충남문화산업진흥원 원장,

전 한국YMCA정책기획실장.

충남 아산 송악면 농가에 살면서 주택협동조합,

마을 만들기, 주민참여도시계획,

리퀴드 민주주의 실현에 골몰하면서 살고 있다.

공간인가?- 대안적 주거 양식

삶의 공간인가,

의소유

Page 18: PSPD MAGAZINE 2013. 04. (197)

비중이 41%에 이르러 다른 경제활동을 할 여유가 없다.

하이데거는 “집은 삶과 사회적 활동을 만들어내는 장소가

아니라 재산증식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되어 버렸다”고 한

탄하면서 현대의 위기를 진단한 바 있다. 그로부터 50년

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하이데거가 얘기한대로 삶

과 사회적 활동을 만들어내는 장소가 아니라 삼성, 현대,

대우, 롯데 등등 대기업의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값어치

를 매기는 거대한 성냥갑같이 획일적인 아파트숲 속에 갇

혀 수시로 보도되는 주식 시세, 아파트 시세에 일희일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지난 몇 년 전 참여정부는 정권 중반 뒤늦게나마 아파

트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을 줄이고자 종합부동산세를 도

입했다 강남부자들에게 된서리를 맞았고, 거의 묻지마 재

개발을 내세운 정치인들은 무더기로 국회로 입성하는 쾌

거(?)를 이루었다. 미국발 경제위기의 원인이었던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대한민국에서도 부동산 거품이 꺼져가는

지금 원도심 공동화, 재개발의 문제에 거의 속수무책이

다. 이런 때에 한필지에 두 집을 붙여 지은 ‘땅콩집’은 선

풍적인 관심을 끌며 우리 국민들이 심하게 말해 닭장같은

아파트를 탈출해서 “저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

는” 그런 ‘삶의 공간으로서의 집’을 누구나 그리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하지만 모두가 생업의 현장

을 떠나 전원주택을 지어 살수 없지 않는가? 하지만 부동

산 거품이 꺼져가는 지금이 기회이리라. 주택의 대안운동

은 자본주의가 생긴 이래 줄곧 있어왔다.

대안 1. 주택협동조합운동

교과서에서 배웠던 소위 공상적 사회주의자들로 불리는

생시몽, 푸리에, 오웬 같은 이들은 모두 협동조합운동가

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주택협동조합을 통한 도시계획가

들이었고, 삶의 현장과 일의 현장이 분리되지 않는 주택

모형을 꿈꿔왔다. 중세시대부터 있었던 길드의 건물(1층

에는 공방 내지 가게, 워크숍Workshop이라고 불림, 2층 이상

은 주거용)이 발전된 현대의 주상복합 건물의 원형이 그

때 이미 구상된 것이다. 주택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양

질의 주거권 확보와 커뮤니티 활성화’라는 목적에 의해 운

영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는 편이다. 영국의

주택 20%, 미국 뉴욕 인구 200만 명, 이탈리아 블로냐시

주택의 15%, 스웨덴 주택의 18%, 노르웨이 주택의 14%

등을 주택협동조합에서 공급했다. 주택협동조합은 분양,

임대,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 분리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

한다.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투자한 직영, 직거래 공급 방

식이어서 사실상 분양원가 공개는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질 높으면서 일반 건설 회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분양 혹은 임대로 공급받는다.

대안 2. 코하우징 주택(Collective-Housing)

코하우징 주택은 대개의 경우 주택협동조합들이 지역공

동체 회복과 통합적, 확대된 가족 내지는 이웃을 만들 목

적으로 만들어진 주거의 형태인데 유럽에서 10여 년 전부

터 도입되었다. 코하우징 주택은 사적 공간과 공유 공간

으로 나누며 획일적이고 동일한 설계를 하지 않고 가족의

수, 연령, 성별, 성적 정체성 등등에 따라 맞춤형 설계, 가

18 2013 4

이탈리아 블로냐 무리(Murri) 주택협동조합이 공급한 주거의 예

Page 19: PSPD MAGAZINE 2013. 04. (197)

19참여사회

변형flexible 설계를 실시하고, 큰 주방 및 식당, 유아 놀이방,

세탁실, 카페, 수영장, 공연장 등 공동체마다 필요에 따라

다양한 공유 공간 설계를 하게 된다. 또한 그러한 공유 공

간을 중심으로 거주자들이나 주변 주민들과의 다양한 동

아리 활동, 교육 활동, 취미 활동 등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2003년에 설립된 일본 동경에 있는 ‘캉캉모리’ 임대

공동주택은 0세~87세까지 맞벌이, 싱글, 노인 등 28호 36

명의 어른과 10명의 아이가 입주해 있는데 노래, IT, 애완

동물, 인테리어, 도서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청소, 세

탁, 비품 관리 등 공동 활동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오스트

리아 비엔나에 있는 샤륵파브릭Sargfabrik은 10년간의 토론과

3년간의 건축 기간을 거쳐 1996년에 완공되었고, 4년후

미스샤륵파브릭Miss Sargfabrik이 완공되었는데 112개 가구가

11대의 차를 공유하는 카쉐어링Car-sharing을 하며, 도서관,

문화센터, 카페, 마을 목욕탕, 공연장 등 다양한 공유 공간

을 통하여 그 아파트 주변 지역 전체의 구심적 역할을 수

행하고 있다.

대안 3.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주택

에너지 위기, 기후 변화에 대응하여 1995년부터 독일을 중

심으로 동·북유럽 국가들에 확산된 초저에너지 주택을

말한다. 패시브 하우스는 단열과 기밀을 통하여 열손실을

막고, 창과 창틀을 포함한 창문의 열손실을 막고, 남향과

태양이나 지열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제공

하며 탁한 공기는 내보내고 신선한 공기를 유입시키는 열

교환기라는 기계장치를 사용하는 등 에너지절감형 기술과

설계가 결합된 주택을 말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약 2만 채

정도, 한국에서는 약 10여 채 정도 지어졌다고 한다. EU

국가들은 모든 건물에 대한 에너지효율등급 표시를 의무

화하고, 2020년경 모든 신축 건물을 패시브 하우스 수준

으로 짓도록 하고, 오스트리아는 2015년부터 짓는 모든 건

물은 패시브 하우스로 짓도록 하는 등 급격한 정책적 전환

을 이루고 있다.

나는 원도심 활성화와 재개발에 대한 대안, 기존의 마을

만들기 운동에 대한 대안으로 주택협동조합, 코하우징, 패

시브하우스 운동 등이 한국사회에서 꽃 피울수 있을 거라

고 생각한다. 강북 지역의 노후주택들, 다세대 연립주택

들, 구도심 지역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곳에서 다양한 점유 운동, 아지트들이 생겨날 것을 기

대한다. 더 이상 어쩌지 못하는 고층아파트촌이 아닌, 아

직 골목이 있고, 구멍가게가 있고, 쌈지공원이 있는 그곳

이 대안주거운동으로 보배와 같은 곳으로 거듭나길 희망

해본다.

오스트리아 코하우징주택 ‘샤륵파브릭’ sargfabrik 오스트리아 패시브하우스 2154m 산장에 있는 ‘쉬스틀하우스’

Page 20: PSPD MAGAZINE 2013. 04. (197)

20 2013 4

‘나’의 시민정치학교Ⅰ : 다시 정치를 향하여

04.08 나는 어떤 정치를 원하는가 박상훈

04.15 18대 대선이 남긴 과제는 무엇인가 서복경

04.22 우리 사회의 진보 보수 갈등의 본질은 무엇인가 김동춘

04.29 정당정치와 사회운동,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노회찬 이태호

05.06 유권자와‘나’의 정치,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승우

05.13 현재의 정치 변화, 무엇을 읽어내야 하는가 한귀영

05.20 외국사례① 미국 민주당, 새로운 정치주체를 위하여 안병진

05.27 외국사례② 영국 노동당의 성공과 실패 고세훈

06.03 외국사례③ 브라질, 남아공의 정치변화와 교훈 박원복 이한규

06.10 워크숍 : 나의 정치, 무엇을 할 것인가

월 오후 7시~9시30분 총 10회 15만 원

후원

워크숍 : 소심한 사람들의 유쾌한 꼼지락 2기

- 소리를 내면 세상이 바뀐다

04.30 소심한 사람들,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 이래은

05.07 뭐든지 괜찮아요. 아님 말고 박재동

05.14 치열할수록 즐겁게! 유쾌한 상상 101가지 이래은

05.21 소심하고 유쾌한 체험담 나누기 김민식

05.28 팀별로 기획하기, 리허설 이래은

06.04 소심한 사람들의 꼼지락 발표 페스티벌 이래은

화 오후 7시~9시30분 총 6회 9만 원

인물과 사건으로 보는 한국근현대사 주진오 박찬승

03.28 왜 근현대사 공부인가

04.04 권력 앞에선 아버지도 없다 : 고종과 흥선대원군

04.11 절친에서 제거대상 1호로 : 김옥균과 민영익

04.18 개화는 아무나 하나 : 박영효와 유길준

04.25 미국인와 한국인의 차이 : 서재필과 윤치호

05.02 의형제에서 최대의 정적으로 : 이승만과 박용만

05.04 답사① 근대의 시작점 : 인천 개항장 조계지

05.09 조선 총독의 일기를 읽는다 : 데라우치, 사이토, 우가키총독

05.16 임시정부를 지킨 사람들 : 안창호, 이동녕, 김구

05.23 불운한 사회주의자들 : 박헌영, 이재유, 김재봉

05.30 그 섬에 가고 싶다 : 소안도, 하의도, 암태도의 민족운동과 사회운동

06.01 답사② 독립운동의 현장 속으로 : 종로 서대문 일원

목 오후 7시~9시30분 총 12회 18만 원

Body Talk 워크숍 : 솔직한 몸 이야기 이정명

04.03 나의 몸, 무엇일까

04.10 얼굴 : 무엇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가

04.17 목과 어깨 : 생각을 받들고 긴장을 견디기

04.24 가슴 : 감정을 담은 집

05.08 척추 : 삶의 무게를 짊어지다

05.15 배 : 소화하기 배출하기

05.22 골반 : 숨겨진 열정

05.29 다리 : 이동하며 세상을 만나다

수 오후 7시~9시30분 총 8회 24만 원 20명 정원(남녀 모두)

장소 타말파 연구소(후암동 대원정사 건물 3층)

4월 개강 강좌 안내

아카데미 느티나무와 함께 공부하며 봄 맞이해요!

임종진 사진수업 6기 - 자신에게 사진을 건네다

04.16 ‘본다’는 것에 대하여

04.23 자신만의 노출 알기 - 사진이론 1

04.30 자신만의 노출 알기 - 사진이론 2

05.07 과제물 살펴보기

05.12 실습① - 처음 바라보는 프레임의 설렘: 창경궁

05.14 사진리뷰

05.19 실습② - 한걸음 더 들어가 보는 프레임 속 세상: 이화동

05.21 사진리뷰

05.28 자신만의 느낌으로 찾는 대상

06.04 자기 주제사진 발표

06.11 자기 주제사진 2차 발표

06.18 작품선정

화 오후 7시~9시30분 총 12회 36만 원 15명 정원

나를 찾아가는 스타일링 워크숍 4기 제미란

04.08 스타일을 말하다 : ‘나’를 세우면 스타일이 산다

04.15 나의 스타일 컨설팅① 장애요인 집중진단

04.22 나의 스타일 컨설팅② 옷장을 흔들다! 잠든 옷을 깨운다

04.29 스카프 룩 : 천연염색으로 다시 태어나다

05.06 가위질만으로 완성되는 맵시 웨어 만들기

05.13 일상을 의례화하는 스타일 : 파티복 코스프레

월 오전 10시~12시30분 총 6회 18만 원 15명 정원

삶의 길목에서 만나는 신들의 이야기 김융희

04.09 엇갈림 : 교차로의 신의 질문

-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너 자신을 알라

04.16 꿈 : 꿈의 문지방 건너기

- 영혼의 밧줄/ 헤르메스와 트릭스터

04.23 변신 : 신, 인간, 동물의 변신놀이

- 스피릿/ 염소사냥꾼/ 늑대인간

04.30 미로 : 삶의 미로에서 만나는 괴물들

- 미노타우루스/ 거미여신의 축복

05.07 사랑 : 잃어버린 신발찾기 - 재투성이 아가씨/ 등잔과 칼

05.14 독립 : 황금양털의 주인 - 무서운 아버지와 아들의 복수/ 뿔 달린 신

05.21 삶과 죽음 : 사랑의 여신들의 지하여행

- 거꾸로 매달린 여신/ 어머니 여신과 아들/ 신경질적인 영웅

05.28 공감 : 성배와 연꽃사다리

- 당신 괜찮으세요/ 밥하고 빨래하는 여신

06.04 나눔 : 우리 안의 신화, 오래된 지혜를 찾아서

- 큰 자아, 자연과의 연결/ 잃어버린 이야기의 부활

화 오전 10시~12시30분 총 9회 18만 원 25명 정원

민주주의학교

생활문화학교

굿모닝세미나

인문학교

온라인 신청 ▶ 수강료 입금 ▶ 수강신청 완료

느티나무 홈페이지 academy.pspd.org 로그인 후 신청가능

수강료는 홈페이지 신용카드 결제 또는 계좌입금

입금계좌 하나은행 162-054331-00805 예금주 참여연대 *참여연대 회원은 수강료 30% 할인

참여연대 느티나무홀 (B1) / 일부 강좌는 외부 교육장소에서 진행됩니다 (해당강좌 안내 참조)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 500m 가량 직진,

우리은행을 지나 새마을금고와 형제마트 골목에서 좌회전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 전보임 천웅소 간사

02-723-0580 [email protected] / academy.pspd.org

수강신청

장소

문의

Page 21: PSPD MAGAZINE 2013. 04. (197)

21참여사회

2000년 12월 4일, 참여연대 조세개혁팀 실행위원인 윤종훈 회계사는 국세청 앞 1인시위에 나섰다. 사회 모

순과 집시법에 맞선 시민 행동으로서는 사상 최초의 1인시위였다.

1999년 2월,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이재용 등 몇 사람이 매수하였는데, 그 구입 가격이 시가

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다. 참여연대의 눈에 그것은 매매를 가장한 변칙 증여였다. 이에 참여연대 조세개혁

팀은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러한 요구를 통해 재벌의 재산과 경영권의 불법 승계에 제동

을 걸고자 했다.

조세개혁팀은 우선 국세청에 이재용을 증여세 탈세 혐의로 고발했고, 국세청의 조사 결과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고심하던 끝에 1인시위라는 방법을 강구해냈다. 조세개혁팀이 전력을 기울였던 그 첫 행위 이

후 1인 시위는 가장 흔한 형태의 의사 표현 수단이 됐고, 수많은 변종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깃발의 상상력1인시위

참여연대 20년 20장면

Scene #08

Page 22: PSPD MAGAZINE 2013. 04. (197)

22 2013 4

연재 순서

#01 봄은 주총의 계절이었던 시절 - 1997 소액주주운동

#02 법원 하나를 날려버린 고발장 - 1998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03 거리의 신화, 시민불복종 - 2000 낙천낙선운동

#04 호루라기를 나눠 드립니다 - 1994~공익제보자 지원 운동

#05 “비가 싫어질 수도 있겠구나”

- 2004, 2010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캠페인

#06 어느 문패에 대한 20년의 명상 - 1994 참여연대 창립선언문

#07 ‘올리브’가 서쪽으로 가서는 안 되는 까닭

- 2003~2008 이라크 파병 반대 운동

#08 깃발의 상상력 - 1인시위월간 『참여사회』는 참여연대 창립 20주년이 되는 2014년까지 참여연대가 이루

어낸 의미있는 성과들을 소개하는 <참여연대 20년, 20장면>을 연재합니다. 참

여연대 창립 멤버인 차병직 전 집행위원장(변호사)이 참여연대 활동 기록과 관

련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집필합니다. 이번호에서는 1인시위라는 새로운 운동

방식을 창안하게 된 계기와 그 사건의 흐름을 짚어봅니다.

글 차병직 변호사

오른손을 들어 “안녕”하고 인사하듯 살짝 흔들자 바로 곁

의 벽에 다양한 색깔의 컴퓨터 아이콘들이 펼쳐졌다. 집게

손가락으로 이메일 아이콘을 가리키기만 했는데 즉시 메

일함이 열렸다. 기다리던 연락을 확인하고 왼쪽 손목 위에

다 가상의 원을 그렸더니 시계 화면이 나타났다. 이번엔

왼손 손바닥을 펴자 손가락 마디 마다에 휴대폰 번호판이

비쳤다. 손가락으로 번호를 눌러 친구와 통화를 했다.

이것은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다. 적어도 MIT미디어

랩에서는 그렇다. 위에서 묘사한 장면은 첨단의 이 시대에

도 신기할 정도지만, 실제로 미디어랩에서 연구자들이 시

연한 내용들이다. 그것도 2, 3년 전에. “기술이 충분히 진

보하면 마술과 구별할 수 없다”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가

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란 화려한 수사

가 그대로 어울리는 곳이다. 그곳에는 정해진 규칙이 없

고, 포기에 대한 책임은 있어도 실패에 대한 책임은 없다.

그들의 무기는 오직 상상력이다.

시작은 궁여지책

2000년 11월 21일 낮, 안국동 참여연대 2층 사무실에 네

사람이 앉아 팔짱을 끼거나 턱을 괴고 자못 깊은 생각에

참여연대 공동대표:김중배·박상증·박은정

110-240서울시종로구안국동175-3안국빌딩신관3층

전화:723-5300팩스:723-5055/천리안·하아텔·나우누리PSPD

유니텔:참여연대/전자우편:[email protected]/인터넷http://peoplepower21.org

수신 각언론사경제부·사회부기자

발신 참여연대(조세개혁팀담당:홍일표간사:723-4253)

제목 국세청,이재용씨등의삼성SDS탈세의혹에대해결국침묵으로일관

날짜 2000년12월1일(금)(총5쪽)

● 8회에걸쳐계속된국세청장에게보내는공개편지는오늘로써중단하고,

대신이재용씨의재산형성과정을정밀하게추적하고이과정에서제기되

는각종의혹과문제점들을조목조목시민들에게알려나갈예정

● 다음주월요일부터는매일아침8시10분부터30분씩국세청앞에서국세

청장이아닌국세공무원들에게직접‘조세정의’를호소하는1인피켓팅을2

주동안벌여나갈계획.

● 현재네티즌들에의한국세청장에게항의메일보내기가인터넷상에서전

개되고있음

국세청, 이재용씨 등의

삼성SDS 탈세의혹에 대해 결국 침묵으로 일관.

참여연대는 국세청장의 과세의지가 없는 것으로

결론짓고 새로운 운동계획을 발표

보 도 자 료

윤종훈 회계사의 첫 1인시위를 앞두고 발표한 보도자료. 당시 홍일표 간사는 그 독특한 시

위를 뭐하고 불러야 할지 몰라 잠시 고민 끝에 ‘1인 피켓팅 시위’라고 썼다가, 사흘 뒤에는

‘1인 침묵 시위’라고 했다. ‘1인 시위’라는 말은 그 직후에 일반화된 용어인데, 어쩌면 ‘1인

침묵 시위’를 보도하던 언론에서 간략히 1인시위로 정리했는지 모른다.

Page 23: PSPD MAGAZINE 2013. 04. (197)

23참여사회

빠졌다. 실험에 진전이 없어 새 아이디어를 궁리하는 과학

자도, 가난한 시심에 불꽃을 당겨줄 정령 데몬이 나타나기

를 기다리는 초조한 시인도 아니었다. 변호사 하승수, 회

계사 윤종훈, 시민감시국장 이태호, 조세개혁팀 간사 홍일

표, 조세개혁의 전사들이었다.

그들의 고민은 삼성 때문이었다. 삼성SDS의 신주인수

권부사채(BW)를 이재용 등 몇 사람이 매수하였는데, 그

구입 가격이 시가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다. 참여연대의 눈

에 그것은 매매를 가장한 변칙 증여였다. 거기에 대해 조

세개혁팀은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러한

요구를 통해 재벌의 재산과 경영권의 불법 승계에 제동을

걸고자 했다. 반면 경제민주화위원회의 견해는 좀 달라,

그러한 목적의 BW 발행 행위 자체가 무효라며 이미 소송

을 제기해 놓은 상태였다. 따라서 증여세만 납부하면 모든

행위가 정당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조세개혁팀의 주장

에 우려를 표시했다. 수차례 모임을 통해 양쪽의 문제 제

기가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데에 합의한 뒤, 조세

개혁팀은 우선 국세청에 이재용을 증여세 탈세 혐의로 고

발하면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발로 일시적이나마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는 했

지만, 그 다음이 막막했다. 국세청의 조사 결과를 마냥 기

다릴 수만은 없었다. 그렇게 쉽게 해결될 사안이었으면 애

당초 변칙증여라는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

하여 탈세 고발에 즈음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다들 사무실

에 모여 앉아 고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윤종훈은 단식을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아무도 수

긍하지 않았다. 그렇게 과격한 방식으로 여론을 환기시키

고 국세청이 움직이도록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

이다. 국세청 앞에서 계속 시위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안이

나왔지만, 그 빌딩 안에 온두라스 대사관이 있어 불가능했

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외국의 외교 기관 반경

100미터 이내에선 옥외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고 있었기 때

문이다. 그래서 어떤 기업들은 그 조항을 악용해 본사 빌

딩 내에 약소 국가의 대사관을 유치하거나 사실상 무상으

로 임대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한 마디 했다. “그럼 한 사람이 혼자 시위를

하면 안 되나?” 그 말은 한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 아무

도 모른다. 정황으로 미루어 홍일표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는 정도로 짐작할 뿐이다. 궁여지책으로 내뱉은 말이었는

데 듣는 사람들은 무릎을 쳤다. “거, 괜찮은데!” 다들 법률

가인 하승수를 쳐다봤다. 집시법에서 말하는 집회와 시위

는 다수인의 행동을 전제한 개념이므로 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에 이르렀다. 안국동 미디어랩의 회의는 그

것으로 끝났다.

추위 속, 79일의 1인시위

홍일표는 당장 참여연대 옥상으로 갔다. 주변에서 주워오

다시피 한 합판과 각목으로 시위에 사용할 피켓을 제작했

다. 며칠 뒤엔 현장을 답사했다. 상층부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종로타워빌딩 앞의 어디쯤에 시위자가 서는 것이 좋

을지 살폈다. 드나드는 국세청 공무원과 지나가는 일반 시

민이 잘 볼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사진 촬영

때 국세청 간판도 제대로 나오는 위치를 찾아야 했다. 국

세청 간판이 푸른색이라는 점을 감안해 거기에 맞추어 피

켓의 바탕도 푸른색으로 결정했다.

시위자로는 윤종훈이 나섰다. 단식을 만류했으므로 공

식 1인시위의 첫 주자의 영예를 그에게 안겨주기로 했다.

보도자료를 만들던 홍일표는 그 독특한 시위를 뭐하고 불

러야 할지 몰라 잠시 고민 끝에 ‘1인 피켓팅 시위’라고 썼다

가, 사흘 뒤에는 ‘1인 침묵 시위’라고 했다. ‘1인시위’라는 말

은 그 직후에 일반화된 용어인데, 어쩌면 ‘1인 침묵 시위’를

보도하던 언론에서 간략히 1인시위로 정리했는지 모른다.

Page 24: PSPD MAGAZINE 2013. 04. (197)

2013 424

피켓을 거머쥔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단독자의 고독한

모습을 ‘1인시위’라 부른 사람에게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

게 된 사정은 안타깝지만, 공익의 특허라는 명예는 관심을

가졌던 모든 시민들에게 귀속될 것이다.

의지가 강했던 만큼 윤종훈은 쇼맨십도 있었다. 첫 1인

시위의 디데이는 12월 4일, 강추위가 몰아치는 겨울이었

다. 그는 의도적으로 외투를 걸치지 않고 섰다. 물론 내의

는 잘 갖춰 입었겠지만, 퍼렇게 얼어붙은 그의 모습은 더

결연해 보였다. 그렇게 혼자서 2주일 동안 매일 한 시간씩

시위를 했다. 그 사이 이태호와 홍일표는 사태를 점검하며

바삐 움직였다. 3주째부터는 시위자를 교체하여 릴레이로

진행했다. 참여연대 임원들이 먼저 나섰다. 피켓 색깔도

강렬하게 붉은 색으로 바꿨다. 시위 시간도 출근 시간에서

점심시간으로 옮기거나 병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인터넷

을 통해 일반인들을 모집했다. 소문은 생각보다 빨리 퍼져

많은 사람이 지원했다. 신상을 파악하고 순서를 정하며 그

상황을 특정하는 사연을 만들어 언론사에 알렸다.

처음 시작했을 때 그 모습은 누구의 눈에도 생소했다.

그래서 조금은 참신해 보였을 수도 있다. 국세청 담당자들

은 호기심과 의구심이 반쯤씩 섞인 시선으로 접근했다. 기

획에서 현장 연출까지 도맡아 있던 홍일표는 손님까지 맞

았다. “이게 뭡니까?” “보시면 알잖습니까.” “언제까지 하

실 겁니까?” “증여세 과세할 때까지 해야죠” “과세가 가능

하면 하지요.”

국세청 조사4국 조사1과장이라면 돈 많은 사람이나 웬

만한 기업으로서는 두려움을 감출 수 없는 존재였다. 하

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홍일표는 적당히 공부한 지식으로

그들과 한겨울의 거리 토론에 뛰어들었다. 그러면서 장하

성, 윤종훈 등으로부터 틈틈이 과외를 받아 세련되고 체계

적인 논리를 갖추며, 심심하지 않게 세무 공무원들과 과세

가능성에 대한 공방을 했다. 어떻게 보면 그 과정에서 국

세청으로서는 과세 근거에 대한 자료 확보와 함께 서서히

확신을 가질 수 있었으리란 예측을 할 수 있다.

혹한의 날씨에 시작한 1인시위는 봄을 맞았다. 2001년 4

월 16일 오전, 홍일표는 4국 1과장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과세는 언제 하실 겁니까?” “홍 간사님, 지난 주말

에 과세 통지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날

은 윤종훈 이후 79일째 릴레이 1인시위가 진행될 예정이었

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정성을 쏟은 1인시위가 4개월째

를 넘기고 있었는데, 드디어 그 막을 내릴 순간이 온 것이

다. 그날 순번이었던 택시기사 장홍국 씨는 물론, 5월까지

예약한 대기자들에게 일일이 연락했다. “죄송합니다. 그러

2000년 11월 28일 서울YMCA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씨

등이 1999년 2월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수백억 원대의 증여세를 탈

루한 혐의가 있음에도 국세청이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에 항의하기 위한 기자회견이었다.

2001년 3월 2일 ‘납세자 주권은 시민이 지킨다!’를 모토로 열린 납세자 대회.

이튿날 납세자의 날 집회에서는 추위와 폭설 속에서 국세청 앞을 지켰던 1인시위 참가자들의

사진을 전시했다.

Page 25: PSPD MAGAZINE 2013. 04. (197)

나 기뻐하십시오.” 홍일표의 가슴에 솟구치기 시작한 눈물

은 어느새 그의 동공에까지 차올랐다.

상상력의 깃대를 세우고

홍일표는 그 일이 진행되던 겨울과 봄 사이에 할머니와 아

버지를 잃는 두 번의 상을 겪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조사4국 1과장은 부의금을 보내기도 했다. 서로 맞서 싸우

기도 했지만 그렇게 정이 들기도 한 것이다. 물론 그 싸움

은 무익한 소란이 아니었다. 무엇이 상황의 정의인가에 대

한 진지한 문답이었다. 시민과 함께한 그 대응의 결과로

국세청은 나름대로의 정치적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참여연대의 1인시위가 성과를 거두자 바로 반응이 있었

다. 몇몇 단체에서 구체적 방법론에 대한 문의가 있었다.

그런 순간 참여연대로서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우선 1인

시위는 참여연대의 순수한 창조물은 아니었다. 이미 이전

부터 그런 형태의 시위는 있었다. 법원이나 검찰청과 같은

공공기관 현관에 앉거나 서서 억울함을 호소하던 사람들

을 본 기억이 있었기에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뿐이다.

멀리 조선이나 고려 시대로만 가도 찾아볼 수 있다. 왕궁

앞에 꿇어 앉아 곁에 도끼를 놓고 상소문을 읽어내리던 조

헌이나 최익현을 머릿속에 그려보면 된다. 자신의 주장이

옳으면 받아들이고, 그르면 도끼로 목을 쳐 달라는 지부상

소야말로 왕권을 감시하고 견제하던 옛 선비의 결연한 1인

시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1인시위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운동

의 수단이었다. 요구 사항을 써 들고 가만히 서 있는 행동

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어떤 면에

서는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막판에 가서 필사적으로

항의나 한번 해보겠다는 초라한 몸짓에 불과했다. 참여연

대가 첫 행동에서 성공한 것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고, 운

도 따랐기 때문이다. 매일 관찰하고 다음날을 생각했으며,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 갔다. 게다가 마

침 국세청이 건물을 재건축하던 중이라 임시로 삼성 소유

의 종로타워빌딩에 입주해 있었다. 한때 그 사실만으로도

삼성과 국세청의 밀착 관계를 의심하는 특혜 시비가 일었

다. 그러니 그 앞에서 삼성의 변칙 증여와 상속에 대한 과

세 요구를 하며 시위를 할 때 모든 것이 하나의 프레임 안

에 들어왔다. 그런 우연한 사건마저 언론과 여론의 주의를

환기시키는데 유리한 조건이 돼 주었던 것이다. 참여연대

의 경우는 1인시위의 거의 유일한 성공 사례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모순과 집시법에 맞선 시민 행

동으로서 1인시위는 참여연대의 발명품이다. 조세개혁팀

이 전력을 기울였던 그 첫 행위 이후 1인시위는 가장 흔

한 형태의 의사 표현 수단이 됐다. 뿐만 아니라 많은 변종

도 탄생시켰다. 한 사람만으로는 파워가 부족하다 싶었던

지, 여러 명이 20미터 정도의 간격을 띄우고 서기도 했다.

집단의 1인시위대는 스스로 고립된 섬을 자처했으나, 경찰

은 공동의 목적으로 집결한 ‘변칙 1인시위’로 간주했다. 그

러자 NGO들은 제각각 주장을 달리하는 피켓을 만들어 들

고 모이기도 했다. 1인시위를 제지하던 경찰은 고소를 당

했고, 국가는 손해배상을 하기에 이르렀다. 1인시위 자체

는 더 이상 집시법으로 막을 수 없었다. 그러자 한때 경찰

청이 나서 1인시위까지 집시법의 규제 대상으로 삼으려는

개정을 시도하다 반발에 막히기도 했다.

상상력의 발동으로 시작한 1인시위는 운동에도 사색과

아이디어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쳐 주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어디에선가 1

인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자기 몸뚱어리를 항의의 깃대로

삼는 단독의 시민운동은 그치지 않는다.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책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미래의 참

여연대를 위한 상상력이다.

25참여사회

Page 26: PSPD MAGAZINE 2013. 04. (197)

26 2013 4

통인

탐라 화가

강요배, 은하수를 붙잡다

글 송윤정

사진 이길훈

Page 27: PSPD MAGAZINE 2013. 04. (197)

27참여사회

동백꽃 지고 유채꽃 피는 제주에서 강요배 화백을 만났다.

그는 제주의 자연, 제주 사람, 그리고 제주4.3항쟁을 그리

는 제주의 화가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 이는 서울에서

이십 년을 보내고 나이 마흔에 귀향하여 올해로 스물두 해

째 살고 있다. 인터뷰는 화가의 작업실, 귀덕화사歸德畵舍에

서 이루어졌다. 제주 한림읍 귀덕리의 걸출한 풍광 속에

담쟁이 덩굴에 덮여 고즈넉이 자리 잡은 그의 작업 공간은

단출했다.

귀덕화사에서 시간을 얼마나 보내세요?

아침에 출근하고, 밤에는 집에 가서 자고. 시골이라 저녁이나 밤에

캄캄하잖아요. 그럼 사람도 맞춰 가게 돼요. 자연스럽게.

손님들이 많이 오나요?

뭐 그런 정도는 안 돼요. 나 혼자만 그냥 이렇게 있고. 바둑 두는 친

구나 가끔 오죠. 나이 들고 그러면 맨날 같이 어울리고 그런 거 못

해. 시골이고. 여기까진 올 생각을 잘 안 해.

사람들 많이 못 오게 하려고 여기 터를 잡으신 것도?

예. 그런 것도 있어요. 나도 저 가까이 살 때는 매일 어울리다시피 했

는데. 참 사람이란 게, 그렇게 해서 되기도 하지만은, 오히려 서로 왕

래하면 예술 작품이 안 나올 수 있어요. 혼자 놀아야 돼. 너무 그 안에

말려들면은요, 그 안에 자기 고집, 독립성, 끼 같은 것도 잃어버려요.

제주에서 나고 자라셨던데, 제주에서 보낸 유년 시절이 어떠셨어요?

굉장히 강렬한 기억이예요. 그 당시 제주의 집은 거의 아주 옛날 사

진에나 나오는 초가집이었어요. 자연이 있는 그대로 보이고 바람도

더 강하게 느껴졌어요. 관덕정 중심으로 2km 반경 안에 제주시가

딱 들어있고, 그 밖에는 전선도 없는 시골이었어요. 고1 때까지도 호

롱불 밑에서 공부했어요. 여기도 지금 유채밭이 있지만 이거는 게임

도 안 돼. 전 벌판이 유채였어. 상상해보세요. 그 노오란 거에 반은

보리밭.

화백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림이 첩첩이 들어 있었다. 그것

들은 화백의 손을 지나 강렬한 색감, 그리고 거친 붓질로

화폭에 옮겨진다.

풍경을 우려내다

그런데 어떻게 20년이나 서울에 계셨어요?

대학을 가야하니까 물 건너 간 건데, 매연, 소음, 만원 버스, 공사

판……, 서울이 안 맞았고, 제주에는 멋이 있고. 그냥 내려와버렸어

요. 아, 20년이란 세월은 학교와 군대 마치니 7, 8년 지나가고, 교사

생활 6년 하고. 그리고 이것저것 하면서 생활의 기초를 잡다 보니 시

간이 그렇게 흘렀어요.

화가가 멸치와 고추장을 안주삼아 막걸리를 권한다. 보통

사람 인터뷰어로서는 예술가에게 평소 묻기 힘든 것들을

맘껏 쏟아내기 좋은 기회였다.

최근에 어떤 작업을 하세요?

요새는 주로 이렇게 자연 풍경 같은 걸 주로 다루죠.

어떻게 작업하시는지 궁금해요. 무엇을 어떻게 그릴지를 어떻게 결정

하시나요?

자연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더라도,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자기

가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돼요. 중요한 그 느낌만 가지고

있지, 설사 자기 고향이라도 아직 소화가 덜 된 상태거든요. 지금도

하고 있는데 앞으로 10여 년 동안은 자연 자체를 탐사하면서 공부하

는 과정이에요. 이런 걸 계속 하다보면, 보이는 걸 넘어서는 중요한

부분들을 뽑아내게 돼요. 본 것을 마음속에 넣어놨다가, 3년이고 7년

이고 지난 다음에 적당할 때 끄집어내서 다시 해보곤 해요. 새롭게

풍경을 우려낸다고나 할까? 그거 뭐 10여 년 정도 하면은요, ‘아, 이

거는 큰 문제가 아니다’ 대략 이치를 알게 되거든요? 세부적인 것보

다는 풍경을 이루는 어떤 중요한 거, 그거를 취하게 되고요.

그림 그릴 때 행복하세요? 그러니까 창작하는 기쁨 같은 거랄지?

그걸 어떻게 말해야 되지?……. 뭔가 구상을 하고 ‘아, 이거 해볼만

하다’ 하는 의욕이 생기면 (작품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하죠. 그런데

다 예상대로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면 당황을 좀 하죠. 생각보

다 어려울 때도 있고. 그럴 때는 낭패감 같은 것도 느끼고. 그러다가

어느 정도 ‘아, 괜찮다!’는 상태가 되면 그걸로 (작품) 하나를 만든 것

이고요. 그런데 최상의 것은 안 나와요. 항상 마음에는 안 차요. 그렇

Page 28: PSPD MAGAZINE 2013. 04. (197)

28 2013 4

다 해도 내가 막걸리도 마시고 사랑하는 사람하고 이야기도 하고 독

서도 하고 여러 가지로 시간을 보내는데, 작품을 하는 것이 제일 보

람돼요. 무엇보다도요. 그것이 누적되다보면 ‘내가 허깨비는 아니로

구나’ 하는 증명을 스스로에게 해줘요. 작품이 내 삶의 가장 강력한

증거 자료가 되는 것이죠.

화백께서는 예술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자기 스스로 답하는 과정이라고 봐요. ‘예

술은 사회에 꼭 기여해야 한다’든가 이런 거보다도요. 오히려 그냥

자기 혼자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을 확인하고, 그걸 제대로 한

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봐요. 그것도 어렵거든요, 사람한테

는. 그런데 나를 알려면 나의 의식을 사로잡고 있는 것을 알아야 하

고, 그게 저에겐 고향의 역사였어요.

제주 4.3항쟁과 <동백꽃 지다> 연작

화백은 1989년부터 1992년까지, 제주4.3사건을 주제로 50점의 그림

을 그렸다. <동백꽃 지다> 연작이 그것이다. 이들 연작은 제주4.3사

건을 겪은 이들의 증언과 이를 토대로 한 화백의 그림을 엮어 시간

순으로 전개되는 한 권의 책으로 1998년 출간되었다.

4.3사건에 대한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서른여덟 살에 몸이 안 좋아서 치료하면서 ‘내가 우선순위로 작업을

해야 될 것이 뭔가’를 고민했어요. 첫 번째가 4.3사건이었어요. 자신

이 없어서 자꾸 미뤄뒀던 건데, ‘만약에 시간이 없다면 그걸 언제 자

신감 가져서 할 건가’, 그래서 좀 무리하게 시작한 거예요. 근데 그

런 것들도 집요한 증언 채록 작업들, 그런 지루한 편린적인 것들이

있고나서 화려한 예술의 옷을 입고 나올 수 있어요. 기초 지식 없이

사실도 아닌 걸 엮으면 허황된 얘기가 돼버릴 수도 있어요. 당시가

4.3사건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증언집이 막 나오기 시작할 때

예요. 1987년부터 2~3년 동안 자료를 통해 나름대로 전개 과정을

정리한 다음에 장면들을 나눠서 그렸어요. 저 혼자 한 게 아니라 자

료들을 참고해서 그림으로 그렸다 뿐이죠. 사실 그림 50컷으로 무

슨 얘길 할 수 있겠어요? 충분히 제대로 됐다고 말할 순 없죠. 그러

니까 이렇게 정의하면 좋아요. <동백꽃 지다>는 강요배가 자기 고향

의 역사를 공부한 결과를 보고한 보고서예요. 한 개인으로서, 내 고

향 출신으로서, 내 눈에 보인 만큼만, 내가 이해한 만큼만 그렸어요.

화백은 겸손하고 또 자신의 작업에 엄격했다. 『동백꽃 지

다』 출판본의 머리말에서 그는 “아직도 나는 4.3을 채 모

른다. 내 상상력은 체험의 진실성 앞에 무릎을 구부린다”

고 썼다.

4.3을 주제로 한 작업을 하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쳐 작업을 마

무리한 뒤 귀향하셨다고 들었어요.

호흡을 잔잔하게 계속 가져갈 수가 없었어요. 이런 그림을 그리려면

마음속으로 그 사람이 돼봐야 하거든요. 그러다보면 상당히 괴로워

요. 울적해지기도 하고……. 그런 마음고생이 남았던 거죠.

요즘 제주 젊은 사람들이 4.3에 대해서 관심이 있을까요?

없을 걸요? 꼭 하라는 법도 없어요. 나도 서른여덟 살 때부터 했어

요. 그런데 어느 정도 인생을 살다보면 사회와 역사에 눈이 뜨이고,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자연히 궁금해지는 시

기가 있어요.

강요배, <젖먹이>

<동백꽃 지다> 연작 중 강요배 화백이 제주4.3사건 중 북촌마을 학살에 대한 증언을 듣고

그린 그림이다.

Page 29: PSPD MAGAZINE 2013. 04. (197)

29참여사회

동백꽃 지다에서 강 화백님은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나는 사람들, 그

리고 잔혹하게 폭압하는 사람들 모두를 그리셨어요. 그런 상황을 보

면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지 의문이 가지 않을까요?

참 어렵고, 어렵네요……. 사람을, 인간을 부정적으로 보면 안 된다

고 봐요. 그것이 설사 악마라고 보일지라도 그것을 이해하는 방식

이 없을까, 계속 노력을 해야 된다고 봐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그

잔혹성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예요. 인간이 어떻게까지 될 수 있는

지……, 쉽게 해석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에는 아우슈비츠 고문생존자들이나 캄보디아 크메르

루즈 전범 재판 기록 같은 걸 통해 가해자들과 피해자들의 여러 가

지 입장을 들여다보고 있어요. 모두에게 이유가 있고 삶이 있더라고

요. 그 사람들(가해자들)은 나름대로 다 당당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찌 보면 불쌍한 걸 수도 있어요.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는 순간 자

기 파괴가 일어나니까……. 가해 체험이나 피해 체험이나 마찬가지

일 거예요. 체험을 했던 사람들은 그것을 명확히 해명해내지 못 해

요. 상처 때문에. 생각하기도 싫고, 그냥 저주하고 증오하죠. 반면,

체험을 안 한 사람들은 (체험을 안했기 때문에) 그려낼 수가 없고. 인

간을 이해하는데 미지의 영역이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제주말에 담긴 풍경

답을 마친 화가는 조금 쉬었다 하자며 담배를 피워 물었

다. 마음이 무거워졌을 그에게 제주말(제주 방언)을 몇 가

지 알려달라 청했다. 제주말에 대한 그의 애정은 그림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각별했다. 화가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마치 캔버스에 붓을 놀리듯 제주의 언어에 깃든 시각적 이

미지들을 현란하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언어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럼요. 내 그림 중에 제주말로만 한 것도 있고. 예를 들면 <뒈싸진

바당>은 굳이 해석하자면 ‘뒤집힌 바다’라는 뜻인데, 이런 거는 제주

도만의 독특한 언어예요. 태풍이나 큰 바람이 불면 바다가 그냥 허

~옇게 되는데 이거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언어가 없으니까 그림 제

목을 그냥 <뒈싸진 바당>이라고 했죠. 뱅듸는 달 뜨는 언덕(월평

月坪)이라는 뜻인데, 그게 마을 이름이 됐어요. 이거 풍경이 하나 나오

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이 풍경에 제목을 뭐라고 붙여야 됩니까. ‘

뱅듸’라고 하는게 아주 정확한 거죠.

Page 30: PSPD MAGAZINE 2013. 04. (197)

30 2013 4

강요배 화백의 개인전이 3월 27일부터 4월 21일까지, 학고재 갤러리에

서 열린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작가가 제주 귀덕리에 정주하며 심혈을

기울인 근 5년간의 작품들과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드로잉 10여 점

을 전시한다. 제주의 자유롭고 변화무쌍한 현실과 청풍월해의 장면 장

면을 불러들여 신화·전설·역사를 되묻고 다시 그 내부에 쌓인 수천

수만의 삶의 호흡과 결을 어루만지는 화백의 세계를 만날 기회다.

화가는 ‘말을 가만히 음미하다 보면 새로운 풍경이 발견된

다’고 말한다.

옛날 어른들이 했던 말은 상당히 그 미학적이야. 그러니까 시선이

다르잖아요, 우리하고. 랜드마크를 보는 방법이 달라요. ‘한라산’ 하

면은 그 ‘한’은 ‘은하수 한’ 자거든요? ‘라’는 ‘손 벌려서 붙잡는다’는

거고. 은하수를 손으로 이렇~게 잡는 산이라는 거지. 완전히 환타

지지. 하하하! 7, 8년 전일인데, 거기(한라산)에 텐트를 치고 밤을 샜

어요. 새벽에 고원에서 달이 탁~ 별이 쏴악~ 거기서 스케치도 하

고……. 그러니까 말이, 한자말도 그렇고 순우리말도 그렇고 여러

가지 음미해볼만한 거예요.

2011년 6월 제주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강정마을회를 위한 기금 마

련 전시회’에 ‘달 실은 배’라는 작품을 출품하셨던 걸로 아는데, 강정

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부가 접근하는 방법이 잘못됐어요. 강정마을 주민들 뿐 아니라 도

민들한테, 나라 사람들한테 설명이 제대로 안 되잖아요. 우리 어릴 때

제주시 산지항(제주항)에 제1부두부터 제7부두까지 만날 해군이니 크

루즈니 정박해 있었어요. 근데 거길 놔두고 왜 하필 강정에 해야 된다

는 건지, 그것도 충분히 설명이 안되고. 또 반민주적인 방법으로 마을

사람들을 갈라놓고……. 그렇게 하는 거는 옳지 않은 거죠.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계획 같은 것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좀 더 단순하고 좀 더 자유로워졌으면 해요. 자유라는 건 예술 속에

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수월하게 되는 그런 건데, 어렵네요. 좀 더

쉽고 편하게, 중요한 부분들은 좀 드러나고 좀 더 간단명료해졌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표현이. 이제 인생 후반부를 살아야 될 판인데, 여

전히 해나가는 과정이예요.

귀덕화사 앞마당은 유채의 노랗고 푸른 빛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느 핸가 물이 범람하더니 그 뒤로 봄이면 유채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단다. 유채꽃처럼 강렬한 그의 그림

들은 자연과 인간사의 이치에 도달하기 위한 화가 자신의

오랜 사색이 우러나고 넘쳐난 결과물일 터다. 그의 작품

으로부터 은하수를 손으로 붙잡는 듯 자유롭고도 명료한,

강렬하고도 편안한 감동이 전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강요배, <달 실은 배>

2011년 6월, 제주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강정마을회를 위한 기금 마련 전시회>에

강요배 화백이 출품한 작품이다.

송윤정

참여연대 간사, 참여사회 편집자, 참여사회 기자.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동료, 누군가의 동지.

Page 31: PSPD MAGAZINE 2013. 04. (197)

31참여사회

Page 32: PSPD MAGAZINE 2013. 04. (197)

32 2013 4

만남

그녀가 사는 이야기김현숙 회원

글 호모아줌마데스 애엄마

사진 박영록 사진가

이웃집‵

Page 33: PSPD MAGAZINE 2013. 04. (197)

33참여사회

인터뷰이는 참여연대 이웃에 있다 했다. 출발하며 사탕 하나를 꺼

내 입에 넣었다. 도착하기 전까지 얼른 씹어 먹어야지 하며 참여

연대 맞은 편의 오거리마트 옆 골목을 돌아 나오는데, 이런 낭패

가……. ‘예미다정’이라 쓰인 간판이 떡하니 나타나는 게 아닌가.

이번 만남의 주인공 김현숙 회원이 운영한다는 가게는 정말이지

지척에 있었다. 순간 나의 혀는 본능적으로 드리블을 시작했고 결

국 사탕은 왼쪽 볼 구석에 잽싸게 처박히고 말았다.

체부동 4번지

이렇게 주소를 적으면 사람들이 그 가까움을 알까? 참여연대에서

30걸음 쯤 떨어진 그곳, ‘예미다정’의 문은 거리를 향해 활짝 열려

있었다. 가슴을 한껏 부풀린 유백색의 달항아리를 시작으로 선과

색이 고운 갖가지 전통 공예품들로 그득한 공간. 들어서자마자 주

인장과 수인사를 나누는가 싶더니 내 눈은 연방 그 예쁜 것들을 흘

끔거리느라 분주하다. 동행한 송모 간사는 나보다 한술 더 떠서 이

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다. 차 대접을 준비하는 와중에도 낯선 방

문객들이 던지는 온갖 질문에 다정한 목소리로 답을 하는 그녀.

“아, 그건 모시가 아니에요. 깨끼라 부르는 건데, 비단의 일종

이죠. 그건 미싱 다리를 떼어 만든 건데요, 콘솔 대용으로 써도 멋

스럽더라구요. 이건 전부 손바느질로 만든 것이구요, 그리고 그

건…….”

손님들에게 다정하게 대하겠다는 마음으로 지었다는 가게의 이

름이 새삼스러웠다.

“작년 8월에 문을 열었어요. 이 가게를 열기 전에는 파티플래너

로 일했거든요. 그 일을 하면서 가지고 있던 소품들도 꽤 있었고

이런저런 인연으로 알게 된 작가들도 있고, 그 결과물들이 모두 모

여 지금의 이 가게가 된 거죠.”

몇 해 전 쉰을 넘기고 나서 그녀는 인생의 밭을 갈아엎어야겠다

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이 작은 가게를 차렸다. 흔히

말하는 인생의 이모작, 그녀는 지금 새로운 씨앗을 뿌리는 중이다.

“사람들 만나는 게 좋고 재밌어요. 가게 밖에서 유리창 너머로

물건들을 구경하다가 무언가에 끌려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어

찌 보면 저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인 거죠. 주로 근처에 사는 분들

이 자주 들르고 그러다 단골도 되고 그렇게 친해지고 나면 한동안

안 보이면 궁금해지고 그러더라구요.”

가게의 단골손님과 동네 이웃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아

무 볼일도 없이 그저 안부를 묻고 전하기 위해 혹은 마당에서 딴

감 몇 알을 나누기 위해, 사람들은 예미다정의 문턱을 넘는다. 인

터뷰 중에도 한 이웃이 빌려간 테이프를 돌려주러 와서는 나란히

앉아 있는 우리를 이상한 듯 기웃거리다 돌아갔다.

그러고 보니 주인장 얼굴에 장사치의 단단함 같은 것은 없어 보

인다. 혹 월세라도 밀리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워 진지하게 물

었다. 장사는 잘되세요?

“사람들 지갑 여는 거 어렵죠. 게다가 여기 있는 물건들은 필수

품도 아니고 없어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는 것들이잖아요. 안 그래

도 가게 시작하면서 그런 고민을 안 한 건 아니에요. 돈 버는 길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이 나이가 돼서까지 돈 되는 일만 하

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도 월세는 꼭 버세요. ^^

공부하며 파티하며

한창 두 번째 농사를 짓는 중인 그녀. 그럼 첫 번째 농사는 어땠나요?

“사회 초년생 땐 평범한 회사원이었구요, 그 이후엔 전업주부

생활을 한동안 했었어요. 딸아이 둘을 키웠는데, 그러다보니 뭐랄

까, 내 인생인데 내가 주인공이 아닌 느낌? 항상 부족한 것 같고,

그래서 책도 보고 인문학 강의들도 듣기 시작했죠.”

늘 느끼지만 전업주부 생활은 정말이지 만만치가 않다. 내가 나

자신을 무대 위로 끊임없이 밀어 올리지 않으면 심지어 나 자신조

차 나에 대해 잊는다. 내 시야에서 정작 내가 사라지는 것이다.

“공부에 대한 갈증도 있었어요. 전 여상을 나왔거든요. 제 밑으

로 동생이 셋인데 돈 벌어서 동생들 학비 대고 그러느라 결혼도 늦

김현숙 회원의 가게 예미다정에서는 찻잔, 도자기, 탁자 등 좋은 사람들과 풍성한

시간을 나누는 것을 돕는 물건들을 판다.

Page 34: PSPD MAGAZINE 2013. 04. (197)

34 2013 4

게 하고 그랬어요. 예전에는 저 같은 딸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배

움에 대해 항상 결핍을 느끼며 살았죠.”

공부를 시작했다. 독학사를 통해 학위를 따고 이어 대학원에 진

학해 석사 학위까지 마쳤다. 하긴 세계의 지붕에 혼자 올라섰던 그

녀가 아니던가.

“그 이후에는 예술가들이 모여서 만든 ‘다음아카데미’에서 문화

전반에 관한 것 그리고 예술경영과 관련된 공부를 시작했죠.”

칼을 간 것이라고, 세상에 나올 때 쓰기 위해 늘 책을 읽고 공부

를 하며 준비한 것이라고, 그래서 세상에 나와 낯설고 새로운 것들

을 만났을 때 그렇게 겁나지만은 않았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이런 공부들이 쌓이자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파티플래너 일을 10년 정도 했어요. 파티의 주제와 콘셉트가

정해지면 초대 손님 명단 작성부터 시작해서 음식, 연회장 세팅 등

파티의 모든 부분을 관장해요. 주로 관공서, 박물관, 대사관 등의

비즈니스 파티를 담당했었는데 고객 중엔 오세훈 전 서울시장 그

리고 지금 박원순 시장님도 있었어요.”

와, 그럼 수입도 무척 좋았을 텐데, 왜 그만 두셨어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요. 파티 하나를 끝내고 나면 그 자

리에 곧바로 쓰러질 정도예요.”

연회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해내야 하는

작업은 고도의 집중력과 함께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이젠

나이가 들어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일을 접었다 했지만 숨겨진 사

연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요즘 파티플래너 계통은 대부분 젊은 세대가 주축이 되어 움

직이고 있어요. 파티를 주최하는 쪽도 스스로를 갑이라 여기는 경

향이 강하고 그래서 함께 일한다는 생각보다는 사람들을 부리려

는 성향이 있죠. 그런 자리에 제가 떡하니 흰머리 섞인 얼굴을 하

고 나타나니까 사람들이 긴장하고 불편해 하더라구요. 그 사람들

이 느끼는 불편함이 저는 불편했어요.”

‘파티플래너’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 시작한 일, 그리고 10년을

이어 해 왔던 일. 그런 일을 그녀는 손에서 내려놓았다. 더 이상 내

가 지을 농사는 아니다 하는 순간, 그녀는 인생의 한 페이지를 단

호하게 넘겨버렸다.

딸들과 함께 세상을 누비다

일하고 공부하고 아이들 키우고 그런 와중에도 그녀는 여행 이야

기만으로도 인생의 한 챕터를 묶어내야 할 만큼 삶의 많은 순간들

을 여행으로 채웠다.

네팔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셨다구요?

“제가 직접 한 건 아니에요, 그곳에 여행을 갔다가 만난 현지인

가이드 한 명이 있었는데 그분이 게스트 하우스를 해보고 싶다고 해

서 제가 투자를 좀 한 거죠. 큰돈은 아니었구요. 근데 잘 안됐어요.”

Page 35: PSPD MAGAZINE 2013. 04. (197)

35참여사회

그렇구나. 근데 네팔에는 왜 가신 거예요?

“아이들이 크면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른 곳

이 네팔이에요. 아이들과 떠날 미래의 여행을 위해 미리 사전답사

를 다녀온 거죠.”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 그 첫 번째 여행지로 그녀는

‘세계의 지붕’을 골랐다. 20년 전, 직항노선도 없었을 때, 여행사의

관광 상품도 나오지 않는 곳을, 혼자서 갔다 온 엄마. 생각만 해도

인생의 든든한 동반자다.

“아이들 크고 나선 함께 다녔죠. 인류 문명이 탄생했던 이집트와

그리스를 시작으로 미국, 프랑스, 폴란드, 헝가리……. 제가 번 돈

은 거의 여비로 다 쓴 것 같아요. 50살이 되던 해엔 큰딸과 스페인

으로 기념 여행을 다녀왔구요.”

미국 여행 중엔 아이들과 함께 24시간 동안 기차를 탄 적도 있

단다. 아이들에겐 진짜 잊을 수 없는 추억이겠다.

“여행을 다니면서 제일 좋은 건, 싸울 일이 없다는 거예요. 집에

있을 땐 바깥일과 가사 노동에 치여서 아이들에게 이유 없이 소리

도 지르게 되고 그러는데, 여행을 가면 회사일, 밥, 청소 그런 일에

서 모두 해방되니까 우린 재밌게 놀 궁리만 하면 되니까요.”

한 달이 넘는 방학이라도 돌아올 때면 이들은 싼 비행기 표를 구

하느라 방학 숙제 따윈 기억해내지도 못했다. 인생의 진짜 숙제가

있는 곳으로 떠나기 위해 짐을 싸고 준비를 하느라 정작 이곳의 일

들은 잊기 일쑤였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보다 ‘내가 과연 어떤 엄마가 될

것인가’가 제겐 더 중요한 문제였어요. 고민을 해보니 제가 아이들

과 함께 성장하며 나눌 수 있는 건 여행이더라구요. 추억이라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니까요.”

터키에서 크루즈 여행을 했을 때 일이다. 이란에서 딸 둘을 데

리고 온 한 엄마와 나란히 가게 되었다. 서로의 언어는 완전히 달

랐고 그래서 많은 것들을 나눌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아이들은 몰려다니며 놀기 시작했다. 웃고 떠들고 게임하

고……. 각자가 서로에게 먼 이국에서 온 이방인임에도 아이들은

어떻게 서로를 대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아랍의 땅

에서 자란 두 명의 소녀와 동쪽 끝에서 건너온 또 다른 두 명의 소

녀. 그 누구도 이 아이들에게 낯선 세상을 만나는 법에 대해 말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같이 어울렸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엄마가 그려낸 인생과 배움과 성장은 이런 풍경이었다.

우리들의 이웃

참여연대 회원이면서 환경운동연합 국제위원회에서 꾸준히 자원활

동을 해온 그녀. 어울려 사는 삶을 꿈꾸고 일상에서 실천하는 그녀

에게 혹시 요즘 가장 마음이 쓰이는 사회문제가 있냐고 물었다. 그

랬더니 눈시울을 붉히며 한참이나 대답을 못한다. 시간을 들여 마

음을 가라앉히고 잠기기만 하는 목소리를 돋우며 그녀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얼마 전에 신문에서 본 기사가 있어요. ‘배고픈 청춘’이라고 쓰여

있었어요. 아이들이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우고 어떨 때는 굶기도

하고……. 마음이 너무 아파요. 요즘 계속 이 문제가 숙제로 제 맘

속에 있어요. 5명만 모여도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그런

젊은이들에게 좋은 식사를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밥집 같은 것

을 주위 사람들과 함께 운영해 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이 대답을 들으며 질문지 마지막에 적혀있던 ‘이모작이 끝나면

어떤 농사를 새로 시작할 것인가’라는 항목 위에 길게 가로줄을 그

었다.

“참여연대가 이 근처로 온다고 했을 때 정말 반가웠어요.”

가까운 곳으로 옮겨오는 참여연대를 보며 와락 반가운 마음부터

앞섰던 것은 참여연대가 이제 이 동네의 새로운 이웃으로, 동네 사

람들의 삶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설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참여연대가 사람들의 삶 속으로 더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참여

연대 앞에서 벼룩시장 같은 것도 하고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바자

회도 열고 그러면서 말이죠.”

인터뷰가 끝나고서도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한쪽 볼에 박힌

사탕을 꺼내 입에 다시 물고는 함께 수다를 떤다. 61년생, 73년생,

85년생 띠동갑 여자 셋. 꼭 12살씩 차이나는 여자들이 꿈꾸는 세상

은 그러나 서로 너무도 닮아있다. 나이의 많고 적음 혹은 사는 곳

의 멀고 가까움 같은 물리적 거리의 원근이 반드시 사회적 거리의

원근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날 나는 그렇게 체부동에 사는 여인들과 이웃이 되었다.

호모아줌마데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애 엄마. 2007년 참여연대 회원 가입과 동시에 자원

활동 시작.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백인보’ 코너에 비정규적으로 인터뷰

글을 쓰고 있음. 특기사항 : 합기도 빨간띠.

Page 36: PSPD MAGAZINE 2013. 04. (197)

36 2013 4

지난달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스티글리츠와 크루그만의

논쟁 2편을 쓰겠다고 했지만 이 두 대가 간에는 더 이상

대화가 없었고 한미 FTA는 발효된 지 1년이 되었다. 우리

경제의 앞날을 뒤흔들 엄청난 사건들이 바야흐로 터져 나

오겠지만 고작 1년이나 1년 6개월 만(한EU FTA)에 벌어

질 일은 별로 없다. 한미 FTA와 같은 대사건의 효과는 굉

장히 긴 시간대에 걸쳐 나타나기 마련이다.

후안무치, 정부의 자화자찬

20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 2011년의 유럽 재정위기라

는 역사적 사건들이 현재진행형으로 세계를 뒤흔들고 있

는데 한미 FTA나 한 EU FTA의 효과를 따로 떼어내서 통

계로 검증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다행히 예년과 달

리 정부도 별 호들갑을 떨지 않아서 ‘워낙 실적이 안 좋으

니 조용히 넘어가나 보다’ 했는데 결국 3월 14일 기획재

정부는 정부 7개 부처를 대표해서 한미 FTA 예찬에 나섰

다. 다시 강조해 두지만 지금 한미/한 EU FTA의 효과를

말한다는 건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대 EU 수출이

2012년 -11.4%를 기록했는데 “그나마 한 EU FTA 덕에

-20%가 되는 걸 막았다”고 해도 딱히 반증할 길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정부가 들고 나온 건 한미 FTA 발효 후 2012년 3

월 15일부터 2013년 2월 28일까지 약 1년을 떼어 내서 말

그대로 ‘한미 FTA의 1년의 성과’를 발표한 것이다. 지난 1

월 14일 관세청이 2012년 대미 수출이 4.1% 증가했다고

자화자찬에 나섰다가 1, 2월을 빼면 마이너스라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여 작년 1월에서 3월 14일까지의 기간을 빼고 금년 1,

2월을 추가하니까 가까스로 플러스로 나온 모양이다. 이

기간 동안 대세계 수출이 2.3% 감소했는데 대미 수출은

1.4% 증가했으니 이것이 한미 FTA의 효과가 아니고 무엇

이냐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한EU FTA는 발효된 지 1년 6

개월이 지났으니 더 큰 효과를 나타내야 하는데 대EU 수

출이 두 자릿수로 감소한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오히

려 대EU 수출의 급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미 수출이 나

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게 온당하지 않겠는가?

한미 FTA 발효 1년, 새로운 통상전략의 모색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경제

자료 : “정부합동, 한미 FTA 발효 1년간 주요 성과”, 2013. 3.14

구분 교역 수출 수입 무역수지

對 세계 10,266(△2.9) 5,310(△2.3%) 4,956(△3.8%) 353(26.6%)

對 미국

969(△3.2) 570(1.4%) 399(△9.1%) 172(39.1%)

(혜택품목)

(비혜택품목)

224(10.4%)

346(△3.6%)

207(4.1%)

191(△20.1%)

대미 수출입 교역 현황 (2012. 3. 15~2013. 2. 28)

Page 37: PSPD MAGAZINE 2013. 04. (197)

37참여사회

위 그림에서 보듯이 2010년 32.3%(EU는 14.8%), 2011

년 12.8%(4.1%)였던 대미 수출증가율이 2012년 4.1%(-

11.4%)로 급감한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물론 한미 FTA에 포함된 관세 인하가 수출에는 얼마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년에 수출을 주도한 건

재협상으로 관세가 인하되지 않은 자동차 산업, 그리고

철강 산업이었다. 반대로 20% 가량 관세가 인하되어 가장

혜택이 클 거라고 선전했던 섬유·의류 분야는 마이너스

를 기록했다. 무역에서도 딱히 한미 FTA의 효과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 것이다.

정부는 광개토대왕까지 내세워 미국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2012년 우리 수출의 미국 시

장 점유율은 높아졌을까? 그렇다. 2011년에 비해 0.01%

증가했다. 반면 FTA를 맺지 않은 중국은 0.65% 늘어났

고, 일본 0.57%, 독일 0.25%, 영국 0.09% 순으로 증가했

다. 이 통계로도 한미 FTA의 효과는 찾기 힘들다.

2007년에 한미 FTA와 한 EU FTA가 동시에 발효되면

실질 GDP가 무려 7.61% 추가 증가할 것이라고 대대적으

로 홍보했던 것을 되돌아보면 낯이 뜨거울 만도 한데 정

부는 자화자찬 중이다. 해서 선인들이 ‘후안무치’라는 말

을 만들지 않았을까?

우리의 미래와 새로운 통상전략

문제는 수출입 통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한미 FTA 협상

이후 지적재산권, 서비스, 투자 분야를 중심으로 무려 66

개의 법령이 제·개정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또 이들

분야에서 상대 국가의 법과 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꾸는 것

이야말로 미국 FTA 전략의 핵심 목표이다.

이제 한미 FTA가 폐기되거나 투자자 국가제소권, 서비

스 현재 유보 분야의 래칫조항, 미래의 MFN(최혜국 대우)

등이 개정되지 않는 한 우리 경제는 민영화와 규제완화로

갈 수밖에 없다. 2007년까지의 협상 중에는 미국식으로 제

도를 바꾸는 것이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라고 우길 수 있

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식 시스템의 파산이 증명

됐는데도 우리의 미래라고 믿는 데 이르면 한탄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지난 4~5년 동안 중국은 급부상해서 세계는 G2

체제를 맞았다. 오바마는 “아시아로의 귀환”을 외치면서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에 일본을 끌어들이고 중국은

ASEAN+3(한중일+인도,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구

상으로 맞서고 있다. 도대체 한국의 통상전략은 무엇인

가? 부질없이 숫자 장난을 할 시간에 동아시아 장기 전략

을 마련해야 옳지 않은가? 미국과 중국의 구애를 이용하

여 동아시아 지역협정을 에너지생태협력, 스마트그리드협

력, 도로철도망 연결 등 협력 사업 위주로 만들 수도 있고

나아가서 이를 표준으로 하여 한미 FTA 등 기존 FTA를

개정하거나 폐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ASEAN+3,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구상 이후 한

국은 아무런 전략도 없이 강대국의 요구에 끌려다니고 있

다. 남북관계의 악화와 더불어 이러다가 100년 전 조선의

신세가 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이다. 지금 두터워

져야 할 것은 낯의 두께가 아니라 사고의 두께이다.

정태인

한미FTA 등 통상정책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경제학

자. 요즘은 행동경제학과 진화심리학 등 인간이 협동할 조건과 협동을

촉진하는 정책에 관심이 많다.

미국과 유럽에 대한 수출 증가율

40.0

30.0

20.0

10.0

0.0

-10.0

-20.0

-30.0

2008 2009 2010 2011 2012

EU 미국

출처 : 관세청, 수출입 통계 자료

14.8

6.3 4.1

-11.4

-20.2

32.3

12.8

4.11.3

-18.8

Page 38: PSPD MAGAZINE 2013. 04. (197)

38 2013 4

역사

평화가 목마른 계절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되자마

자 북으로부터 날아든 전쟁 불사라는 결기에 찬 외침이 따

스한 봄날을 얼어붙게 한다. 이렇게 남북의 권력이 분단

을 빌미로 적대적 공존을 꾀하며 분단의 장벽을 쌓아 올렸

던 긴 세월 동안 군사분계선 이북의 땅과 그 곳에 사는 사

람에 대한 기억상실증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분단 의식의

골이 무척이나 깊다.

한강 유역에 고구려 박물관을 짓는다?

고구려 역사의 중심 공간은 중국 동북지방(만주)과 평양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 지역이다. 만일 고구려 박물관을 짓는

다면 다수의 유적과 유물이 존재하는 그곳 어딘가에 세워

야 한다. 지금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고구려박물관 건립

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개관을 목적으로 아차산의 고

구려 유적 인근에 세울 예정이다. 중국의 동북 공정에 대

응하고 남북한 통일 시대에 대비하려면 고구려 문화재를

전담하여 연구하고 전시할 박물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또한 국립경주박물관이 신라, 국립부여박

물관과 국립공주박물관이 백제를 대표하는 박물관이니,

이참에 고구려 박물관을 세워 삼국시대를 상징하는 박물

관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고구려 박물관을 채울 만한 유

적이나 유물이 충분하지 않다는 반론에도 불구하고, 세계

박물관계의 새로운 추세라는 가상박물관Virtual Museum을 가

미하면서까지 기어이 추진할 모양새다.

한강 유역에 국립으로 고구려 박물관을 세운다는 발상

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적 정

통성을 잇는 유일한 계승자임을 선포하는 정치 행위다. 한

반도를 공간으로 한 민족사를 한국사라 이름하고 그로부

터 남북통일의 당위성을 끌어내오던 역사 상식에 반하는,

말하자면 분단의식에서 발원한 퍼포먼스인 것이다.

남한 경상도인만이 한국인의 조상?

최근 가장 각광받는 역사 분야가 바로 생활문화사다. 특히

과거 속 북한 땅과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김정인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 atopy

Page 39: PSPD MAGAZINE 2013. 04. (197)

39참여사회

조선시대 생활문화의 역사가 다각도에서 조명 받고 있다.

그런데, 한반도를 지역 기반으로 하던 조선시대의 생활문

화사 안에 북한 지역과 사람의 과거는 없다. ‘조선시대 사

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통상적인 질문을 좀 더 진실

에 부합하는 표현으로 바꾸면 이렇다. ‘오늘날 남한 지역

조상들은 조선시대에 어떻게 살았을까’ 생활문화사에서 북

한의 땅과 사람이 사라진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북한 지역은 접근 불가하니 유물, 유적 답사는 물론 구술

조차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생활문화사도 분단의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 홍경래의 난이 일어날 만큼 조

선시대에도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는 극심한 차별을 받던

지역이라 기록 자료가 상대적으로 빈곤하다.

문제는 우리가 생활문화사를 쓰고 읽으며 그것이 반쪽

짜리 복원에 그칠 수 있다는 한계를 의식조차 못하는 경우

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이렇게 분단이 이제는 의식을 넘어

무의식의 세계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조선시대의 역사

적 정통성 역시 남한 지역에 둥지를 튼 대한민국이 계승한

것으로 보는 분단 의식이 우리 안에 깊이 내재화되고 있는

것이다.

생활문화사에는 남북만이 아니라 동서간 지역 차별이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경상도의 경우, 일찍부터 고문서

수집에 나서 양반들의 개인 문서가 발굴되어 각광을 받았

고 생활문화사 복원의 핵심 자료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전라도의 경우는 이제야 체계적인 고문서 수집을 위한 기

관 설립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확히 말해, 지

금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시대 생활문화사는 오늘날 남한

경상도인의 조상의 삶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만세 시위가 일어났다?

해마다 3월 1일이 되면 전국적으로 3.1운동을 기념하거나

재현하는 행사가 펼쳐진다.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치루는

행사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1919년 3월 1일 한반도 전체가

독립만세의 함성으로 가득했던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3.1

운동 당시 선도적으로 시위에 나서고 그로 인한 피해가 컸

던 지역은 평안도, 황해도, 함경도, 즉 북한 지역이었다.

1919년 3월 1일, 서울과 동시에 만세 시위를 벌인 개성, 평

양, 진남포, 안주, 선천, 의주, 원산, 함흥 등은 모두 북한

지역에 위치한 도시들이다. 그날 이후에도 3.1운동을 주도

한 천도교인과 기독교인 대부분이 살고 있던 북한 지역에

서 대규모의 조직적이고도 격렬한 시위가 빈번히 일어났

다. 그렇게 북한 지역을 휩쓴 만세 시위의 물결이 3월 중순

을 넘어가면서 차츰 남한 지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

던 것이다.

북한 지역 3.1운동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불가능한 상태

에서 남한 지역에서 지자체가 나서 발굴한 낱낱의 시위 흔

적들이 ‘경쟁적으로’ 부각되면서 3.1운동을 선도한 북한 지

역과 북한 사람의 궤적은 왜소화시키거나 망각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의도하지 않는 왜곡은 3.1운동으로부터 발원

하는 민족운동 정통성의 계승자 역시 오늘날의 대한민국

이라는 분단 의식의 공고화로 귀결되고 만다.

우리 안의 분단 의식은 과거 한반도라는 공간 안에서 함

께 살면서 역사의 날실과 씨실을 엮어왔던 반쪽, 북한 땅

과 북한 사람을 역사 안에서 지우는 행위, 즉 의도하지 않

는 왜곡을 낳고 있다. 이는 곧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민

족사적 전망을 포기하고 오늘날의 대한민국만을 역사적

정통성의 계승자로 인정하는 셈인데,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라 노래하는 이들에게 되묻고 싶다. 우린 지금 정말 통

일을 바라고 있는 걸까?

김정인

참여연대 창립 멤버, 현 참여연대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근현대사를

전공하였다. 한국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궤적을 좇는 작업과 함께 동아

시아사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Page 40: PSPD MAGAZINE 2013. 04. (197)

40 2013 3

Page 41: PSPD MAGAZINE 2013. 04. (197)

● 이태호사무처장이보고합니다

공감과 행동 - 이달의 참여연대

●‘고발 장’이 인천공항에 출몰한 까닭은?

장정욱팀장,원세훈전국정원장도피성출국저지시위

● 편의점의 불편한 진실

● 2003년 이라크 vs. 2013년 한반도

우리는전후세대일까,전전세대일까?

● 지역 회원과 함께한 뜨거운 토요일

찾아가는 참여연대 총회 - 지역회원한마당 2013

●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참여연대는

무엇에 공감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까요?

통인뉴스가 전해드립니다.

✽‘공감 그리고 행동’은 참여연대의 2013년 슬로건입니다.

통인뉴스

Page 42: PSPD MAGAZINE 2013. 04. (197)

2013 4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긴 겨울이 언제 끝나려나 했는데, 어느 새 3월의 변덕스러운 꽃샘추위도 가고 벚꽃 흐드러지

는 4월이 와버렸네요. 이즈음 사직동, 통인동, 효자동, 부암동으로 이어지는 참여연대 사무실

인근 서촌의 골목길은 화사한 꽃대궐을 이룹니다. 커피 한 잔 들고 산책하기 그만이지요.

• 이 좋은 계절에 참여연대 아카데미 봄 강좌가 개강했습니다. 지난 겨울 공부하는 시민이 되

기로 결심하신 많은 분들과 함께하기 위해 정성껏 마련했습니다. 봄꽃의 향연만큼이나 풍성

한 토론과 공감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4월 중순 이후 개강하는 강좌로는 톡톡 평화공부, 유

쾌한 꼼지락 워크숍이 눈에 뛰네요.

• 참여연대 활동가들이 봄 꽃 향기에 취해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도리어 새정부 출범 과정을

꼼꼼히 모니터하고 있습니다.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를 점검하여 괜찮

은 것 19개, 부족한 것, 27개, 걱정되거나 나쁜 것 20개 등 66개 과제를 선정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 66개 국정과제들을 꾸준히 감시해 나갈 예정입니다. 비교적 괜찮았

던 공약 중 벌써부터 포기했거나 말을 바꾼 것도 표시해두었습니다.

http://www.peoplepower21.org/Politics/1002814

• 박근혜 정부 각료 후보자 중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 김학의

법무부 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 한만수 공정위원장 후보 등 참

여연대가 반대한 인사들이 낙마했습니다. 반면, 도덕성과 자질 모든

면에서 부적절한 인사로 지적되었던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 검사 출

신으로 전관예우 변호사로 재직한 의혹이 있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

보 등의 임명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참여연대 회원님께

안녕하세요, 사무처장 이태호입니다.

월간 『참여사회』 편집위원회는 이달부터 사무처장이 회원들께 참여연대 월간 활동 내용을 직접 보

고 드리는 <공감과 행동 - 이달의 참여연대>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공감 그리고 행동’은

2013년 참여연대 정기총회가 채택한 2013년 참여연대 활동의 좌표이기도 합니다.

이태호 사무처장이 보고합니다

공감과 행동 - 이달의 참여연대

42

Page 43: PSPD MAGAZINE 2013. 04. (197)

참여사회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시절의 실정과 개인비리에 대해 책임을 묻는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

습니다. 지난 2월 21일 이명박 정부의 8가지 위법 및 실정 사례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한데

이어, 3월 5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과정에서의 업무상 배임,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현직 대통령 시절 누리던 면책특권이 더 이상 방패막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자 했습니다. 3월 21일에는 선거와 국내정치에 불법적으로 개입했

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국정원법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 전국 세입자 모임 발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도립병원인 진주의료원을 적자를 이유로 폐업하기로 결정한 것을 철회

하도록 압박하는 활동에 보건의료단체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공병원 확충, 지방의료원 및 지역거점공공병원 활성화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 재벌통신 3사 LTE 요금제(데이터무제한 요금제 포함) 담합과 폭리의혹에 대해 공정위원회

에 신고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 한미FTA 발효 1년을 맞아, 재협상을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과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천안

함 침몰 3주년을 맞아, 국회가 미루어왔던 검증작업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남북관계가

험악해진 상황이지만 민주적 절차에 따라 진실을 밝히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 제주해군기지공사에 대한 70일간의 검증기간이 만료되었지만 실제검증은 공사강행을 정당

화하기 위해 졸속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판단, 이에 대해 반박하는 시민단체공동의견서를 발

표했습니다.

• 이라크 침공 10주년을 맞아 침공을 주도한 미국정부와 이에 동참한 한국정부의 사과를 촉

구했습니다. 한편, 광화문 광장 석판에 이라크 파병 일시가 2004년으로 잘못 표기되어 있는

것에 대해 2003년으로 시정해줄 것을 서울시에 요구하여 즉시 수정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습

니다. 잘못된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3월 20일 참여연대 노사협의회 첫회의가 열렸습니다. 이제까지 참여연대에 평간사협의회

는 있었지만 노사협의회는 최초로 구성된 것입니다. 노동자 위원으로는 이진선 팀장, 장동

엽 간사, 이선희 간사가, 사용자 위원으로는 진영종 공동운영위원장, 이태호 사무처장, 이승

희 협동사무처장이 참여했고, 노사협의회 규정 제정안을 검토하였습니다.

이상, 사무처장이 회원께 보고드렸습니다.

43

Page 44: PSPD MAGAZINE 2013. 04. (197)

44 2013 4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고발 장’이 인천공항에 출몰한 까닭은? - 장정욱 팀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도피성 출국 저지 시위

3월 21일, 민변, 민주법연, 참여연대는 서울중앙지검에 원세훈 국정원장을 국

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해외로 출국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3월 24일 인천

공항에 나간 참여연대 간사들

지난 호 『참여사회』 <통인뉴스>를 유심히 본 사람은 ‘고발 장’이 누군지 알 것이다. 장정욱 시민감시2팀

장! 그가 3월 24일 인천공항에 급파되었다. 참여연대가 고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해외로 출국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보다 앞선 3월 21일 참여연대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와 함께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한 바 있다. 원세훈 전 원장이 재직 시절 국정원 직원들에게 정부비판적인 사회단체의

활동을 비방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부여당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도록 지시함으로써 국가정보원법 제

9조(정치관여 금지), 제11조(직권남용금지) 제1항, 공직선거법 제85조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 그 골자다.

진선미 의원실이 공개한「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은 “국정현안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좌파단체들이 많은데, 보다 정공법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음. 우리원이 앞장서서 대

통령님과 정부 정책의 전의를 적극 홍보하고 뒷받침해야 할 것”(2010년 1월 22일), “(대북)심리전단이

보고한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은 내용 자체가 바로 우리 원이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할

것”(2010년 7월 19일) 등을 국정원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이 지시사항에 비추어보면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인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도 개인적인 활동이 아니라

국정원장 지시에 따른 조직적 선거개입 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 국정원 직원들의 국내정치 개입은 직

무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매우 심각한 불법행위이다. 고발장을 제출한 박근용 협동처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원세훈 씨가 국정원장이 되면서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이 다시 반복되는 것 아니냐

는 우려가 컸다. 그 우려가 사실이었다는 것이 확인되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최현주 정책홍보팀 간사

처장보고

Page 45: PSPD MAGAZINE 2013. 04. (197)

45참여사회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지난 1월 15일, 거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임영민(31, 가명)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대기

업 비정규직, 대기업 협력업체 계약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살던 집을 담보로 빚을 내어 편의점

을 창업했으나 예상대로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불안정한 경제 생활이 지속됐다. 주검이 된 청년 창업

자의 휴대전화에는 사채 독촉 문자가 여럿 남아있었다.

대다수 편의점주들이 임영민 씨가 생전에 겪은 고통을 겪고 있다. 편의점 가맹본부는 가맹점을 모

집할 때 일매출을 허위로 과장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가맹점 매출액은 현저히 낮아 월 임대

료, 아르바이트 급여, 관리비, 가맹본부에 지급해야 하는 매출액 35% 등을 제하면 적자를 면치 못하

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야 영업의 경우, 심야 아르바이트비, 전기료 등의 비용에 비해 매출은 미미하

여 영업을 할수록 적자폭이 커지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편의점 가맹본부는 손해를 보면서도 연중무휴

로 24시간 영업을 할 것을 강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

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불공정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가맹점주들은 과다한 해지 위약금을 감당

할 수 없어 폐점조차 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계속 영업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지난 3월 14일, 참여연대와 민변이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종합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

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이 국회에 대표 발의했

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24시간 강제 노동 금지 △가맹계약서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규제 강화 △

과도한 위약금 금지 △가맹점주 단체 결성-협약 체결권 보장 △가맹점주를 속이는 허위 과장 정보 제

공 시 처벌 강화 등이다. 이보다 앞서 2012년 10월 23일 민생희망본부는 편의점 CU(옛 훼미리마트)의

가맹본부인 BGF리테일을, 2012년 12월 4일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가맹본부인 롯데 ㈜코리아세븐을

가맹사업법을 위반한 불공정행위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기도 했다. 민생희망본부는 오는 4

월 2일 국회에서 전국 가맹점주 불공정 사례 보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편의점의 불편한 진실

일자 활동 내용

2012년 10월 23일 훼미리마트의 가맹사업법 위반 및 불공정거래 행위 고발

2012년 12월 4일 롯데 세븐일레븐 편의점 가맹본부 불공정행위 고발

2012년 12월 12일대기업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 촉구 전국 자영업자 아우성 대회 개최

2013년 3월 11일 가맹본부의 부당한 담배 광고비 정산금 청구 공익소송

2013년 3월 14일 가맹사업법 개정안 발의

2013년 3월 18일 고 임영민 청년 편의점주 추모 기자회견

2013년 4월 2일 전국 가맹점주 불공정 사례 보고대회 개최

참여연대의 편의점 가맹본부에 대한 불공정 행위 대응 일지

3월 18일 서울 경복궁역 ‘씨유’ 편의점 앞에서 열린 청년 편의점주 고故 임영민

씨 추모 기자회견. 이날 참석자들은 편의점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

과 가맹사업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했다.

송윤정 참여사회 기자

Page 46: PSPD MAGAZINE 2013. 04. (197)

올해는 한국전쟁이 휴전 상태에 들어선 지 60년이 되는 해다. 어떤 평론가는 앞으로 젊은 세대들을 전

후세대가 아니라 전전세대라고 불러야 하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한다.

지난 대선 모든 후보들이 한반도 평화와 신뢰 회복을 공언했지만 현실을 전혀 다르게 진행되어 왔

다. 대선 직전 북한이 위성 발사에 성공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채택

(2013. 1. 24)했다. 북한은 유엔 제재를 빌미로 예고된 3차 핵실험(2003. 2. 12)을 강행했다.

이어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한미 연례군사훈련인 키리졸브, 독수리훈련(3.1̀~4.30)을 전후로 더

욱 거칠어지고 있다. 북한은 이 훈련이 정전협정을 위반한 핵선제타격 훈련이므로 북한 역시 ‘정전협

정을 백지화’하고 ‘우리식 정밀 핵타격 수단으로 맞받아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은 물론 워싱

턴이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협박도 이어졌다. 이에 미국은 이례적으로 B-52 핵폭격기(3월 19일), B-2

스텔스핵폭격기(3월 28일) 등을 대거 한반도 상공에 띄워 무력시위를 벌였다. 현재 북한은 전략미사일

대대를 비롯한 전군에 사격대비태세를 명령해놓은 상태다. 남북간 통신선은 모두 두절되어 있다.

주제를 잠깐 바꾸어 2003년 이라크 전쟁 전후의 상황을 기억해 보자. 미국 부시 행정부는 9.11 사건

직후, 이라크, 북한, 이란과 같은 불량 국가에 대해서는 설사 핵을 보유하지 않았더라도 미국이 핵선

제공격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 후 부시 행정부는 실제로 유엔사찰단 조사 결과 핵

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된 이라크를 공격했다. 10년전 한국은 이 전쟁에 세계 3위 규모 병

력을 파견했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은 과거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었을 터이니 약간의 희망은 있다. 하지만 북

한 역시 지난 10년 동안 세상이치에 대해 배웠다고 생각할 터이니 그런 북한을 설득하려면 과거보다

는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다. 문제는 미국과 한국이 그 비용과 노력을 들일 준비가 되어 있느

냐에 있다.

참여연대가 속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평화포럼은 한반도 위기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

도록 촉구하고 정전 60주년을 평화 정착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각계각층 시민들이 동참하는 ‘한반도

평화 시민회의’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2003년 이라크 vs. 2013년 한반도,- 우리는 전후세대일까, 전전세대일까?

참여사회 편집팀

2013 446

사진 : 스텔스 B-2 폭격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미제가 남조선 상공에 연이어 스텔스 전

략폭격기 B2까지 발진시킨 것은 반공화국 적대행위가 단순한 위협 공갈 단계

를 넘어 무모한 행동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미제의 핵공

갈에는 무자비한 핵공격으로, 침략전쟁에는 정의의 전면전쟁으로 대답할 것”이

라고 강조했다.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Page 47: PSPD MAGAZINE 2013. 04. (197)

참여사회 47

참여연대 회원 소모임에서 신입회원을 모집합니다

더 민주적인 세상,

더 평화로운 세상,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바라는 사람들,

참여연대 회원들입니다.

혼자 하는 것보다는 함께 하면 더 좋겠죠?

관심사와 취향에 따라

회원모임에 참여해보세요.

2013년 신입회원을 모집합니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방법!

산사랑 산을 사랑하는 만큼 세상을 사랑하고, 참여연대와 함께 하는 등산모

임입니다. 매주 서울 근교에서 산행을 하며, 때로는 수도권을 벗어나기도 합

니다. 2011년에 600회 기념 산행을 할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회원모임입니다.

┃문의☎ ┃ 박진수 산악대장 011-741-6151 [email protected],

김정옥 총무 011-9040-8824 cafe.daum.net/ilovesanorg

마라톤모임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향해 함께 달리는 회원 동호회입니다. 각

종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 건강과 친목도 다지고, 참여연대 홍보물과 깃발

을 들고(몸에 걸치고^^) 뛰는 달리는 홍보대사들입니다.

┃문의☎ ┃ 허필두 010-2701-2018 [email protected]

cafe.daum.net/pspdmarathon

참좋다 삶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사람을 노래하는 모임입니다. 매주 참여

연대에 모여 노래 연습을 하고, 매년 한 차례씩은 정기 공연을 할만큼 내공이

쌓여 있습니다. 참여연대 각종 행사 뿐만 아니라 집회 등에서 공연을 하고 있

습니다.

┃문의☎ ┃ 홍의표 010-2771-2070 [email protected]

www.chamjota.com

참여현상소 시민운동 현장을 기록하고 사진을 좋아하는 회원 동호회입니

다. 2008년 촛불집회 사진전을 계기로 모임이 만들어졌으며, 참여연대 총회

와 후원의 밤을 비롯해 참여연대가 참여하는 각종 집회나 캠페인을 사진에

담는 ‘재능기부’ 모임이기도 합니다. 사진을 공부하는 회원들끼리의 친목도

다지고 때로 출사를 나가기도 합니다.

┃문의☎ ┃ 최상천 010-3238-1044 cafe.daum.net/pspdfilm

청년마을 약자와의 연대를 추구하는 청년들이 모여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참여 활동도 하고, 봉사 활동도 합니다. 2013년 17살이 된

최장수 회원모임입니다. 현재는 매월 두 번째 수요일에 참여연대 카페통인에

서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의☎ ┃ 박진호 촌장 010-5027-9351 [email protected]

youngvillage.cyworld.com

패누카 팬플룻, 우쿨렐레, 오카리나를 배우는 음악 연주 동호회입니다. 매

주 수요일 저녁에 연주 모임을 합니다. 참여연대 신입회원 만남의 날 환영 연

주 및 각종 행사 공연에 출연하고 있는 ‘재능기부’ 모임이기도 합니다.

┃문의☎ ┃ 정광교 010-5399-9221 [email protected]

Page 48: PSPD MAGAZINE 2013. 04. (197)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2013 448

지역 회원과 함께한 뜨거운 토요일 찾아가는 참여연대 총회 - 지역회원한마당 2013

궁금한 것은 ‘비전’ 바라는 것은 ‘행동’ 2013. 3. 16.

“은퇴한 친구들끼리 산에 갔다가 뒤풀이 가자는

걸 뿌리치고 왔어요. 참여연대 가족들이 대구에

왔다니 반가워서요.” 작년에 이어 2년째 참석하는

13년차 김휘동 회원, “김한보람 간사, 내가 사무실

보러 서울 한번 갈게요” 하신다. 조정애 부부 회원

을 따라 참석한 김미정님, 참여연대에 비전과 행

동을 바란다는 그는 행사를 마칠 즈음 회원으로

가입했다. “대구에서 대학에 다니는데, 솔직히 참

여연대가 종북단체라고 생각했어요. 지난 2월 23일 어머니를 따라 서울에 가서 참여연대 총회에 가봤

는데, 무서운 곳은 아니더라구요(일동 웃음).” 문경에 사는 열성회원 장순애 님 아들, 백성현 회원의

말이다.

“참여연대 인턴 수료 후,

전남대에서 반값등록금 운동하고 있어요.” 2013. 3.16.

회원모임 청년마을 회원인 박정태 님은 직장 때문

에 광주로 내려와 있었다. 작년 여름 참여연대 10

기 인턴으로 활동했던 윤원재 회원은 전남대에 다

니는 부산 청년이다. “부산에서는 정치 이야기 못

했어요. ‘반값등록금 운동 일환으로 3월 마지막 주

말, U-festa(대학축제)를 열 겁니다.” 최근 목포포

럼을 만든 정대철 회원도 이 지역에 없어서는 안

될 활동가다. 판소리꾼, 방송인, 교사를 겸하고 있는 팔방미인 백금렬 회원도 함께 했다. 모임은 남도

의 뒷풀이 자리로 이어졌다. 술자리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정치현실에 대한 성토로 뜨거웠다. 그리

고 희망은 역시 참여연대!

대구

광주

장정욱(시민감시2팀장), 한상희(운영위원장), 김광식, 박근용(협

동사무처장), 장지혁, 백성현, 원지영, 장순애, 김미정, 조정애,

윤수정, 김태영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진선(시민참여팀장), 이용주, 박형민, 박기현, 송동호, 박정태,

안진걸(협동사무처장), 윤원재, 김주호(시민참여팀 간사), 나익주,

정현백(공동대표), 강은희, 조백열, 장정연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최현주 정책홍보팀 간사

Page 49: PSPD MAGAZINE 2013. 04. (197)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49참여사회

총회가 끝나면 참여연대 대표단과 사무처 상근자들이 지역에 내려간다. 매년 2월말에 개최하는

정기총회에 지역 회원들이 참여하기 힘드니 참여연대 대표와 상근자들이 직접 지역으로 찾아가자

는 취지다. 3월에는 대전, 대구, 광주, 부산 4개 광역시를, 다른 지역의 회원들에게는 연중 적절한

때를 정해 방문한다. 지난 3월 16일과 23일 열렸던 2013 지역회원한마당 분위기를 정리했다.

“기념품, 많이 만들어 많이 팝시다.

참여연대 알리고 활동비도 벌고” 2013. 3. 23.

이태경, 선현진 회원은 주말부부 회원이다. 아내

는 광주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남편

은 대전에서 회사에 다닌다. 귀한 주말을 참여연대

회원들과 보내며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대

전에서도 참여연대 살림살이에 대한 회원들의 걱

정은 쏟아졌다. 수익사업으로 ‘쇼핑몰’이 제안됐다.

참여연대 티셔츠나 기념품을 지역에서 사기 어렵

다는 말이다. “많이 만들어서 많이 팝시다. 홍보도 하고 활동비도 벌구요” 전업주부 임성주 회원의 살림

꾼다운 아이디어다. 지역행사에 처음 참석한 신참 백운광 민생희망팀장은 이 날 감동 받았다. “회원님

들의 자부심에 걸맞게 활동하고 있나 되돌아보게 되더라구요. 더 열심히 활동하게 될 것 같아요(웃음)”

“모태우익, 참여연대 덕에

중간으로 향해 가고 있어요.” 2013. 3. 23.

“대선 이후 선거 한두 번에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참여연대를 후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상화 회원의 가입 이유다. 바로 전 날인 22일 회

원으로 가입한 대구 대학생 김석원은 멀리 대구에

서 부산을 찾았다. 사천에서 온 이도 있다. 황현성

회원이다. “어제 부산 친지들을 만났는데, 참여연

대 행사에 간다고 했더니 ‘빨갱이 아니냐’고 하네요.” “부산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의 오른쪽

에서 출발한다고 봐야 해요.” 박선영 회원이 맞장구친다. 10여 년 전부터 활동해온 부산경남지역회원

모임 김봉수, 방성애, 안태영 회원은 옛 멤버 박선영씨를 알아보고 반색한다. 회원 확대와 시민교육에

대한 열띤 토론이 오갔고 밤늦게까지 뒤풀이가 이어졌다.

대전

부산

박근용(협동사무처장), 이주선, 황정현, 임한빈, 이석태(공동대

표), 이정철, 김민성, 선현진, 이태경, 백운광(민생경제팀장), 김

명규, 김학서, 최치숙, 정동수, 김영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안태영, 황현성, 이승재, 이태호(사무처장), 김균(공동대표), 이상

화, 문동규, 신동일, 이지현(시민감시1팀장), 김종세, 김석원, 박

선영, 방성애, 이선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Page 50: PSPD MAGAZINE 2013. 04. (197)

2013 4

지금, 참여연대 회원은 13,279명.

참여연대가 20주년을 맞는 2014년에는 15,000회원과 함께할 수 있겠지요?

정부지원금 0% 참여연대가 튼튼하도록 함께해주시는 회원님들을 소개합니다.

* 회원 수와 명단은 2013년 3월 25일 기준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신입회원님, 반갑습니다

강가혜, 강원태, 강효주, 구제근, 김경민, 김길영, 김난희, 김도형, 김미정, 김석원, 김성수, 김윤미, 김은정, 김일선, 김재학, 김정곤,

김정표, 김종겸, 김주석, 김지훈, 김창옥, 김판수, 김혜미, 나성철, 나지연, 노여송, 00슈퍼, 박병식, 박선이, 박소정, 박은주, 박재홍,

박종필, 백범석, 백성현, 송은진, 신재현, 신현철, 심재희, 심준섭, 안수연, 양일구, 윤민호, 이건호, 이관규, 이광상, 이병문, 이원균,

이종근, 이종미, 이준길, 이현석, 이호준, 이호철, 임덕수, 임영환, 장기일, 장길완, 장형수, 전미영, 전성화, 정종원, 정지중, 정현철,

조윤성, 주용문, 최수영, 최용, 최윤경, 최윤주, 최은경, 최재마로, 하회천, 한광희, 한혜정, 허진경, 홍호선, 황인희, 황해평

(2월 25일에서 3월 25일 사이에 가입한 79명, 가나다순)

김윤미 회원 (2013년 3월 18일 가입)

“지난달 제주강정마을 후원주점에서 자원활동을 하다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에서 일하는 간사님으로부터 명함을 받았어요. 그래서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들

어가 살펴보니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게다가 회원이 되면 아카데미 강좌 할인 혜

택도 있다고 해서 얼른 가입했어요! 이번 4월에 개강하는 유쾌한 꼼지락 강좌 신

청해서 들으려고요^̂ ”

50

신입회원 한마디!

모든 이에게 공평하고 투명한 세상이 되도록! 구제근 회원

행동하는 시민! 최윤경 회원

구조적인 사회의 모순을 어렴풋이 알고 분노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대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김은정 회원

반갑습니다. 김재학 회원

우리 모두의 평화를 위해 함께하고 싶습니다. 김종겸 회원

민주시민으로서의 의무죠. 김혜미 회원

모두가 공평하고 불평등 없는 세상 만들기 OO슈퍼 회원

우리 사회가 썩지 않도록 소금 역할을 하는 참여연대! 박선이 회원

작은 힘이나마 화수분이 되고자 참여합니다. 박재홍 회원

참여하는 마음과 행동으로 함께하고 싶습니다. 송은진 회원

건강한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참여연대에 조그만한 마음을 보냅니다. 신재현 회원

정의로운 사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심재희 회원

소득의 10%를 단체에 후원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 심준섭 회원

민주복지 사회를 위하여 한 걸음 더... 이건호 회원

상식이 통하는 정직한 대한민국을 희망합니다. 이종근 회원

작고 보잘것 없는 개미지만 많이 뭉칠수록 힘은 커진다고 봅니다. 임덕수 회원

당신들이 있어서 대한민국이 그나마 민주주의 사회를 향해 한발 한발 내딛습니다. 장길완 회원

사람 낳고 돈 낳지, 돈 낳고 사람난게 아니지요. 인권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장형수 회원

복지국가를 꿈꾸며, 살맛나는 우리나라를 위해 함께 나아가요. 최은경 회원

이진선 시민참여팀장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Page 51: PSPD MAGAZINE 2013. 04. (197)

51참여사회

회비를 증액해주신 회원님, 고맙습니다!

이은주, 김병모, 최종욱, 최윤주, 구봄, 이순희, 박연수, 왕인성, 최규열, 박남희, 오준용, 한영희, 최옥희, 조준연, 신미유, 문동석, 정

형권, 김선중, 이영선, 홍성표, 이선미, 이승재 (2월 25일에서 3월 25일 사이에 회비를 증액한 22명, 가나다순)

구봄 회원 (2011년 9월 7일 가입)

“대학 졸업 후에 아직 취업을 못하고 알바를 하고 있는데요, 취업 준비를 하

면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등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제가 올해

참여연대 운영위원이라는 것이 생각났어요. 운영위원을 하는데 과연 내가

참여연대 활동에 대해 얼마만큼 애정을 가지고 있을까, 생각해보니 아직 너

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부족한 금액이지만 후원금부터 늘리자,라고 결심을 했죠. 좋은 곳에 취직

하게 되면 더 증액할게요”

친구나 이웃을 회원으로 이끌어주신 멋쟁이 회원님들!

강정민, 김기정, 김남근, 김대권, 문애솔, 박건수, 신동주, 신미지, 안진걸, 양태진, 이담인, 장동엽, 장순애, 전보임, 조정애, 조종호,

지영미, 함상구, 홍민기 (2월 25일에서 3월 25일 사이에 신입 회원을 추천한 19명, 가나다순)

문애솔 회원 (2012년 4월 20일 가입)

“참여연대 9기 인턴을 했어요. 전공이 국제관계학인데, 그동안 신문 등 언론

에서만 보았던 잘 몰랐던 내용을 참여연대 인턴을 하면서 알게 되고, 꿈도

찾게 되었어요. 이런 이야기를 대학생인 친한 동생에게 자연스럽게 이야기

했더니, 어느새 회원가입을 했다고 하네요. 고마운 일이죠.”

한결같은 10년지기 회원님들♥

권은철, 이승훈, 최현옥, 가희순, 강광철, 강구락, 고정흡, 국승용, 김가희, 김미애, 김성엽, 김수정, 김영욱, 김옥재, 김원국, 김은아,

김정옥, 김태훈, 김한주, 김희주, 남방현, 문형철, 박상선, 박새로미, 박승훈, 박옥선, 박정열, 방선아, 배성, 서원우, 서정우, 소홍철,

손동혁, 안양수, 엄윤주, 염대호, 오상록, 오성희, 오수희, 오인근, 유현주, 이경미, 이동진, 이상오, 이영창, 이은주, 이재혁, 이정숙,

이정이, 이준호, 이철욱, 이혜욱, 장현숙, 전찬범, 정미숙, 정우진, 정환덕, 조계상, 조재형, 조준호, 채명묵, 최사라, 최유하, 한성기,

함두선, 홍순철, 황효성 (2003년 2월 25일에서 2003년 3월 25일 사이에 가입하여 현재까지 회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67명)

채명묵 회원 (2003년 3월 20일 가입)

“한겨레신문을 구독하면서 처음 참여연대를 알게 됐어요. 당시 아들이 참여

연대에 가입하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했던 것도 한 몫을 했고요. 44년 동안 초

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은퇴한 이후 지금까지 참여연대 1층 안내

데스크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어요.”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Page 52: PSPD MAGAZINE 2013. 04. (197)

52 2013 4

읽자

핵으로 다가온 상상할 수 없는 미래

박태근 알라딘 인문MD가 권하는 4월의 책

검문과 검색을 거친 후 안전장치를 갖춰야만 살짝이라도

그곳을 엿볼 수 있다. 만약 당신에게 그곳에 가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 텐가. 사진이든 그림이든 그곳을

기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담아오고 싶은가. 프랑

스 만화가 엠마뉘엘 르파주가 그린 『체르노빌의 봄』은 잿

빛 반 푸름 반이다. 손에는 장갑을 끼고 입과 코는 마스크

로 막는다. 방사능 수치가 높은 바닥에 닿지 않으려 접이

식 의자 위에 앉아 스케치를 하고 색을 입힌다. 그런데 웬

일일까. 끔찍한 재앙을 그리려고 온 그의 눈앞에는 생기

넘치는 사람들의 얼굴과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

지고,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전

해진다. 이곳에서 죽음을 증거하는 건 삑삑 소리를 내는

방사능 측정기뿐이다. 금지구역 주변에 터를 잡고 여전히

각자의 삶을 이끌어가는 주민들의 신산함 때문일까, 아니

면 사람이 떠난 이곳의 고요와 침묵이 빚어낸 자연의 비

현실적인 빛깔 때문일까. 어쩌면 여전히 정답을 정해놓고

그것을 찾으려 하는 인간의 무지에 대한 그곳의 대답일지

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이란 제목을 보고 ‘아차’ 싶었

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는 그곳에 동물이 살고 있을 거라

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진과 쓰나미 피해 영상에

서 떠내려가는 동물을 숱하게 보았지만, 사람이 모두 떠

난 그곳에 여전히 그들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사진작가 오오타 야스스케는 동물보호활동가에게 그곳

의 상황을 전해들은 후, 사료와 물을 싣고 곧장 후쿠시마

로 달려갔다. 수십 차례 그곳에 오가며 개, 고양이, 닭을

구했고, 때로는 피난 간 주인과 남겨진 반려동물 사이의

소식통이 되어주기도 했다. 그곳에서 만난 동물의 모습은

처참하고 쓸쓸하다. 주인이 떠난 집을 홀로 지키는 개, 배

가 고파 먹이에 다가서고 싶지만 사람을 피하고파 갈팡질

팡하는 고양이. 그래도 움직임이 자유로운 개와 고양이

핵을 체감할 수 있을까? 끔찍한 원전사고를 두고 이런 상

상을 하는 게 온당치 않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

만히 생각해보자. 세계 3대 원자력발전 사고로 꼽히는 스

리마일 섬 원전사고(1979년 3월 28일), 체르노빌 원전 사

고(1986년 4월 26일), 후쿠시마 원전사고(2011년 3월 11

일). 솔직히 말해 80년대에 태어난 내 연배의 친구들은 스

리마일 섬 원전 사고는 이름만 들어보았을 뿐이고, 체르

노빌 원전 사고 역시 그다지 실감나는 사건은 아니다. 게

다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한국의 원전 개발에 (아직까

지)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 듯하다. 그곳에서 무슨 일

이 일어났는지, 사람이 떠난 그곳은 어떻게 살아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일이 일어날지. 도저히 상

상할 수 없는 일들이지만 어느새 우리는 한 걸음씩 그 미

래로 다가서고 있는 게 아닐까.

체르노빌에서 만난 예상 밖의 풍경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금

지 구역은 여전히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되고, 여러 차례

Page 53: PSPD MAGAZINE 2013. 04. (197)

53참여사회

는 나은 편이라고 해야 할까. 금세 돌아올 생각으로 우리

에 가둬둔 가축은 태반이 목숨을 잃었고, 그나마 숨이 붙

어있는 경우에도 싸늘하게 식어버린 친구들 곁에서 죽음

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목숨을 잃은 동물이 이미 수

백만에 이른다. 사람의 필요에 의해, 사람의 도움으로 살

아왔으니, 이렇게 버려져도 괜찮은 걸까. 그럼에도 그들

은 그곳을 지키고 살아남아 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기

다리는 그날이기에, 희망하고 노력해야만 한다.

핵, 그 이후의 이야기

전면 핵전쟁이 발발한 후, 완전히 소멸한 호모 사피엔스

를 대신해 ‘핵충’이란 신인류가 탄생했다. 이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이들은 인간이 탄수화물에

서 열량을 섭취하듯 중금속을 씹어 삼킨 후 핵분열시켜

열량을 섭취한다. 인류의 핵 개발사는 이들에게 영광의

역사이고, 반전반핵 운동은 변절자의 역사로 기억된다.

이들의 역사는 B.C.나 A.D.가 아닌 A.F.After Fire로 기록된

다. 신기활 작가가 1989년에 그린 『핵충이 나타났다!』는

A.F.100년 즈음의 여러 상황을 옴니버스 구성으로 보여

준다. 이 정도 설명을 듣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손사래

를 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예상처럼 핵충

의 시대가 ‘아직’ 오지 않았고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왠지 익숙한 핑계 아닌가? 원전의 위험을 가리

고 사고를 숨기는 이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한편

이 풍자만화는 핵의 디스토피아뿐 아니라 그런 세상을 만

들어가는 인류의 탐욕도 함께 그려낸다. 줄어드는 핵 먹

을거리를 두고 벌이는 다툼과 빈익빈부익부의 현실, 권력

자의 속임수와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핵충들을 보면, 그

와 비슷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핵충의 현실을 만들어

낸 가까운 미래의 우리가 한데 겹쳐 보인다. 어쩌면 핵충

들의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박태근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

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핵충이 나타났다!』

신기활, 이미지프레임(길찾기)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오오다 야스스케, 하상련 옮김

책공장더불어

『체르노빌의 봄』

엠마뉘엘 르파주,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이미지프레임(길찾기)

Page 54: PSPD MAGAZINE 2013. 04. (197)

54 2013 4

놀자

이명석 저술업자

순한 약속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

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와도 함께하지 않기 위해 그곳

을 찾기도 한다. 카페는 집과 직장 사이에 떠 있는 제3의

공간이다. 직장은 일을 위한 곳이고, 가정은 놀이와 사교

를 위한 장소다. 하지만 우리의 집은 너무나 좁고 가족들

끼리도 얼굴을 보는 것이 편하지 않을 때도 많다. 그래서

지저분한 원룸에서 뛰쳐나온 대학생, 아이들에게 TV를

넘겨준 주부, 회식을 일찍 마쳤지만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직장인들이 카페를 찾는다.

카페의 자리는 대부분 서로 열려 있다. 하지만 건너편

의 테이블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심지어 커다란 테이블에서 한 자리씩 차지한 8명의 사람

들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기도 한다. 커피 한 잔씩 올려놓

은 그 자리는 그렇게 각자의 방이 된다. 근사한 인테리어

도 갖춰져 있고, 청소도 해놓았고, 커피도 내려주고, 설

거지도 해준다. 내게 잔소리할 사람도 없고, 내가 잔소리

해야 할 누군가도 없다. 책 한 권, 노트북 하나, 스마트 폰

하나로도 그곳은 우리 각자의 놀이방이 된다.

혼자도, 함께도

카페의 테이블이 최소한의 공간으로 개인의 놀이를 허락

하게 된 데는 기술의 도움이 컸다. 노트북과 무선 인터넷

으로 드라마를 다운받아 보고, mp3 플레이어와 이어폰으

로 음악을 듣고, 카카오톡으로 먼 동네의 친구와 수다를

떤다. 그러나 오히려 아날로그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움

직임도 적지 않다. 혜화동의 어느 카페에 가면, 거의 항상

프랑스 여자분이 스케치북과 물감 세트를 들고 그림을 그

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떤 친구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제일 예쁜 노트를 들고 카페에 앉아 무엇이든 쓴다고 한

다. 내가 예전에 말한 종이 공작 놀이도 충분히 가능하다.

사오 년 전, 카페에 대한 책을 쓰며 전국을 돌아다닌 적이

있다. 강원도 바닷가에서 전주와 부산의 대학가까지 파릇

파릇 커피와 카페에 대한 사랑이 솟아나고 있었다. 그리

고 지금, 전국의 골목길 구석구석에 카페들이 들어섰다.

초대형의 카페 체인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기도

하고,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모퉁이에 작은 카페가 얼굴

을 내밀기도 한다. 이런 카페 붐에는 복합적인 상황이 작

용하고 있을 것이다. 나로서는 그 모두를 박수치며 바라

보기도 어렵다. 어쨌든 그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는 이 자

리에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나는 이렇게 활짝 피어난 카

페들을 가지고 어떻게 놀까를 궁리한다.

만남의 광장, 나만의 밀실

옛 시절 ‘다방’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장소였고, 지금의

카페들도 그런 역할에 충실하다. 하지만 이제 카페는 단

카페를 가지고 노는 수두룩한 방법

Page 55: PSPD MAGAZINE 2013. 04. (197)

55참여사회

집에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 그러나 카페 테이블에 앉

아 좋은 음악을 듣고, 벽에 걸린 멋진 그림을 보고, 옆 테

이블의 누군가 꼼지락대는 걸 보면, 나 역시 무언가 창조

적인 일을 할 수 있다고 여기게 된다. 아직까지 음악은

조금 어려운 놀이다. 하지만 홍대 앞의 카페에서는 작게

우쿨렐레를 연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떤 곳은 기타

를 한두 대 내놓고 누구든 마음이 동하면 간단히 연주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가끔은 피아노까지 내놓는다. 작은

집에서는 들여 두기도 어렵고, 설사 있더라도 층간 소음

문제로 뚜껑만 열었다 닫았다 하는 악기가 아닌가? 물론

거기 앉아 체르니 몇 번을 반복 연습하는 건 곤란하다. 태

블릿 PC의 연주 어플을 이용하는 정도로 만족하자.

카페가 친구 혹은 친구와 카페

물론 혼자만 놀란 법은 없다. 카페는 뜨개질, 독서, 보드

게임, 외국어 배우기 등 많은 모임의 장소다. 요즘은 아

예 특정의 취미로 특화된 카페들도 적지 않다. 이대 앞의

바느질 카페에서는 도구를 사서 바로 뜨개질에 도전할 수

있고, 부암동의 패브릭 카페에서는 인형 만들기 강좌에

함께 할 수 있다. 사실 이것은 우리나라의 특이한 모습이

기도 하다. 지역의 공동체 공간이나 문화센터가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카페에서 벌어진다. 나만이 조용히 지낼 방

을 찾을 수 없고, 친구들과 떠들 거실

이 없고, 무언가 함께 배울 공간이 없

다. 그러니 그런 욕망들이 카페로 굴

러들어오는 것이다.

이젠 카페에서 친구들과 노는 게

아니라, 같은 카페를 다니다 보니 친

구가 되기도 한다. 나는 외국 여행을

가면 숙소 근처 카페의 작은 게시판

Community Board을 챙겨본다. 작은 벼룩

시장, 강아지와 함께 하는 자전거 경

주, 갤러리 오픈 파티……. 동네의 작

고 재미있는 소식들을 쉽게 알 수 있

기 때문이다. 우리의 동네 카페에서

도 이런 움직임들을 볼 수 있다. 근처

초등학교에서 일반인 자전거 대회가 열린다, 동사무소에

서 간이 텃밭을 신청 받는다, 이런 정보를 나누고 함께 즐

기다보면 어느새 카페 친구들이 잔뜩 생기는 거다. 그쯤

되면 카페를 통째로 빌려 하룻밤 근사한 파티를 해도 좋

다. 우리는 하룻밤 카페의 DJ가 되고, 요리사가 되고, 약

간은 간지러운 아코디언 연주자가 된다.

이명석

저술업자. 만화, 여행, 커피, 지도 등 호기심이 닿는 갖가지 것들을 즐기

고 탐구하며, 그 놀이의 과정을 글로 쓰는 일을 하고 있다.

Page 56: PSPD MAGAZINE 2013. 04. (197)

56 2013 4

살림

고시원 체류기- 타워팰리스보다 비싼 고시원의 사치를 누리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기획팀장

고시원 입성

평소에는 잘 하지 않는 돈 계산에 들어갔다. 지

갑에 있는 현금 액수와 통장에 남아있는 아슬

아슬한 잔고, 그리고 앞으로 들어올 예상 수익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원고료도 포함되어 있다.

흡……) 을 계산해본 뒤 앞으로 필요한 생활비

지출과 대조해보는 작업이다. 얼추 숫자가 맞

아떨어진다는 판단이 들자마자 짐을 싸기 시작

했다.

베란다 한 켠에 뉘어있는 큼지막한 여행용

캐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홈쇼핑에서 할인해서

팔고 있길래 ‘나중에 해외여행 갈 때 쓰자’라는

합리화로 엄마님이 질러버린 녀석이지만, 애석하게도 2년

째 먼지만 쓰고 있다. 대충 욱여넣으니 한 사람이 살아가

는 데 필요한 물건들이 들어간다. 낑낑거리면서 얼마 전

에 눈여겨 봐둔 고시원에 당당히 입성한다. 25만 원의 한

달 임대료는 선불로 냈다. 동네가 구석탱이에 박혀 있고,

좀 낡은 고시원이라서 무진장 저렴한 축에 속한다. 나의

뜬금없는 고시원 표류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타워팰리스보다 비싼 고시원

대학생들의 주거권을 실현하기 위한 ‘훌륭

한’ 단체인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에서 올

해 초 재미있는 실태 조사를 진행하였다.

대학생들의 자취방과 서울시 평균적인 아

파트의 평당 임대료를 비교해 본 것이다.

이 조사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타워팰

리스와 고시원의 평당 임대료를 비교한 자

료이다.

부동산 자료를 뒤지다보면 타워팰리스를

월세로 내놓은 럭셔리한 매물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300만

원, 이런 식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니

타워팰리스의 평당 임대료는 11만 8천 원

수준이다. 고시원은 어떨까? 서울시내 7개

구 고시원의 평균 월세는 38만 9천 원이며,

Page 57: PSPD MAGAZINE 2013. 04. (197)

57참여사회

이를 면적으로 나눠서 환산하면 평당 13만 6천 원에 달한

다. 이런 젠장. 1.5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웅크려 잠드는 비

루한 인생들이 알고 보면 타워팰리스보다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는 대한민국 최상류층이었던 것이다. 앞으로는 이

런 재벌 가문의 고시원 자취생들을 대상으로 경제민주화

투쟁을 해야겠다.

창문 있는 방은 VIP룸

대한민국에는 왕후장상

의 씨가 따로 있듯, 자취생들에

게도 귀천이 있다. 원룸을 혼자서 차

지하고 있는 자취생은 가히 귀족에 해당한다. 공공 기숙

사 또한 쾌적한 입지와 저렴한 임대료로 후한 등급을 인

정한다. 민간 기업이 건설하는 민자 기숙사는 그 임대료

가 원룸과 맞먹어서 등급이 좀 낮다. 그 뒤에 반지하, 옥

탑방, 하숙집 등등이 따라붙다가 고시원은 제일 미천한

신분으로 떨어진다. 천민들이 고시원을 찾는 이유는 보증

금이 없기 때문이다. 500만 원 남짓의 보증금을 마련할

길이 없는 천민들은 내몰리고 내몰리다가 고시원에 웅크

린다. 이렇게 1.5평 남짓의 고시원에 기거하는 천민들은

서울에서만 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똑같은 고시원이라도 방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가

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다름 아닌 창문이다. 고시

원의 특성상 벽에 붙어있는 방에만 바깥쪽으로 창문이 달

리게 되는데, 이런 방은 보통 월 임대료가 2~5만 원 정

도 비싸다. 창문의 유무에 따라 발생하는 천민들의 빈부

격차는 생각보다 치명적이다. 그다음으로 눈여겨 봐야 하

는 입지는 출입구, 화장실과의 거리이다. 가까울수록 좋

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수십 명의 인원

이 공동으로 이용하다 보니 바로 옆방이면 새벽에 물 내

려가는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한다. 무조건 멀수록 좋다. 개

인적으로는 운이 좋게 이 모든 조건을 갖춘 VIP룸에 입성

할 수 있었다. 창문 없는 화장실 옆방을 이용하는 사람들

의 고충은 굳이 상상하고 싶지 않다. 환기도 제대로 안 되

는 1.5평의 방에서 살다보면 정상적인 인류의 건강 상태

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시원의 장점은 방이 좁다보니 청소를 금방 할 수 있다

는 것이다. 단점은 방이 좁다보니 다시 5분 만에 더러워진

다는 것이다. 고시원의 장점은 밥과 김치를 무료로 제공한

다는 점이다. 단점은 이것들을 가지러 공동 취사장으로 나

가기가 너무 귀찮다는 것이다. 그래도 고시원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다보면 나름대로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게 된다.

식대를 아끼기 위해 반찬과 재료를 사다가 밥을 해먹기도

하고, 빨래와 청소도 부지런히 하게 된다. 알량한 공간에

서 나름대로 독립적인 살림을 꾸리게 되는 것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가장 왕성한 힘을 가진 청년

들이 부모의 지원을 벗어나 독립적인 살림을 꾸리는 일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놓인

청년층에게 허락된 독립의 공간이 1.5평에 불과하다는 것

은 불행한 일이다. 진보를 위해서든, 정의를 위해서든, 상

식을 위해서든, 저출산 대책을 위해서든, 대한민국의 미

래 세대에게는 이보다 높은 수준의 주거 환경이 필요하

다. 이를 고민하는 삶의 자세에서 우리들의 새로운 운동

과 정치가 승리할 것이라 생각한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기획팀장과 백수를 겸임하고 있다. 쉽게 용인되지 않는 문장

을 구사해서 자주 욕을 먹지만, 별로 개의치 않아 한다.

✽김민수 필자의 <살림> 마지막 기고입니다. 그 동안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Page 58: PSPD MAGAZINE 2013. 04. (197)

투명회계

참여연대 사업·운영비는십시일반 후원으로 만듭니다

정부지원금 0% 참여연대를 후원하는 다양한 방법

회비와 후원금은 개인소득금액의 30%까지 기부금소득공제 대상입니다 www.peoplepower21.org 운영기획팀 02-723-5304 [email protected]

계좌이체로

하나은행162-054331-00104예금주 참여연대

ARS 전화로한 통화 5천원

휴대전화나

집전화로 간단히

인터넷으로신용카드 결제,

신용카드 포인트,

휴대폰 결제, 실시간 계좌이체,

네이버 해피빈 후원

0607001060

물품으로필요한 물품이 많아요

사무용품 환영합니다

새 것 헌 것 가리지 않습니다

수입(원)

1매출액 146,507,966

● 회비수입 119,370,499

사무처

공익법센터

국제연대위원회

노동사회위원회

민생희망본부

사법감시센터

사회복지위원회

시민경제위원회

의정감시센터

조세개혁센터

참여사회

평화군축센터

행정감시센터

도시락

82,882,699

1,508,500

799,400

1,708,700

4,202,100

2,786,700

8,743,000

4,041,100

3,292,800

1,458,800

1,577,100

2,127,300

3,947,300

295,000

● 정기후원금수입 1,250,000

● 부정기후원금수입 5,874,012

● 사업수입 20,013,455

2매출원가

3매출총이익 146,507,966

5영업손실

6영업외수익 200

● 이자수익

● 잡이익 200

8법인세차감전손실

9법인세

손익

지출(원)

4판매비와관리비 151,890,049

● 급여 94,439,301

● 복리후생비 7,714,577

● 여비교통비 504,670

● 통신비 1,753,050

● 수도광열비 672,680

● 전력비 5,961,940

● 세금과 공과금 412,790

● 임차료 577,487

● 보험료 207,600

● 차량유지비 144,000

● 교육훈련비 678,400

● 도서인쇄비 325,720

● 회의비 7,593,930

● 사무용품비 404,940

● 소모품비 3,792,880

● 지급수수료 6,361,395

● 건물관리비 1,629,650

● 사업비 15,362,239

● 발송비 240,800

● 부설기관회비등 3,112,000

-5,382,083

7영업외비용 3,526,030

● 이자비용 2,925,890

● 기부금 508,400

● 잡손실 91,740

-8,907,913

-8,907,913

2013년 2월 참여연대 회계보고(센터/위원회포함)

58 2013 4

Page 59: PSPD MAGAZINE 2013. 04. (197)

59참여사회

이송희 운영기획팀장이 전하는

참여연대 살림살이

참여연대 2월 전력비는 5,961,940원. 아이고, 엄청 추웠나보네, 온풍기를 틀어

놓고 퇴근하는 거 아닌가, 싶지요? 두 달치 전기요금을 한꺼번에 납부했더니 이

렇게 되었네요.

추위가 유난히 길었던 지난 겨울, 지하 1층과 지상 5층으로 된 참여연대 건물에

서 사용한 월 전기요금은 대략 3백만 원. 그마저도 정규 업무 시간을 제외한 조

기 근로(?)와 야근을 하는 간사들은 부탄가스난로로 버틴 결과입니다. 무릎담요

기본, 물주머니, 손난로, 충전식 온열기, 털 실내화,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손가락은 덮지 않는 반장갑 등 온갖 보온용품을 총동원하기도 했구요. 심지어

참여연대 화장실 불 스위치에는 “think green”, “일을 보신 후 전깃불은 꼭 꺼

주세요. 불 꼭.”, “절전” 세 장의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자원을 아끼고, 지구를

살리고, 비용도 아껴야지요. “나도 지구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모 간사의 항변

쯤은 귀여운 엄살로 웃어넘기며 버텨온 겨울이 슬슬 꼬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 설 명절과 짧은 일수로 작은 기쁨이 더했던 2월이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cms회비 출금 통장의 잔액부족, 지로

회비 미납 건수 등이 평달보다 많아 늘어난 회원 수에도 불구하고 회비수입은 줄어서 걱정입니다. 3월에는 반가

운 소식을 전할 수 있겠지요?

● 2월은 상근자들의 급여 호봉이 승급되는 달입니다. 다섯 명의 신입 간사도 채용하여 급여총액이 10% 가량 상승

했습니다.

● 새로 참여연대 식구가 된 신입간사용 컴퓨터 구입으로 소모품비 지출이 증가하였습니다.

● 총회 준비와 새로운 활동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확대집행위원회의, 운영위원회의, 전체간사워크숍 등 큰 규모의

회의가 많았던 달입니다. 워크숍 비용, 식사 및 간식비 등 회의비가 적지 않게 들었습니다.

● 급한 업무 처리에 큰 걸림돌이 되었던 인터넷 연결 오류 등을 개선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랜선 공사를 했습니다.

지급수수료에 포함되었습니다.

● 참여연대 회원이 회비를 납부하면 70%는 회원이 지정한 센터로, 나머지 30%는 사무처로 지급됩니다. 본인의 후

원 센터가 어디인지 잊어버리셨다고요? 참여연대 웹사이트 ‘회원마당 활기차’에 로그인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참여사회연구소의 회비는 사무처와 분배하지 않고 100% 연구소에 지급합니다.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는

독립법인으로 재정과 회계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상, 운영기획팀장 이송희가 알려드렸습니다.

Page 60: PSPD MAGAZINE 2013. 04. (197)

튼튼날개

날. 개. 를. 달. 았. 습. 니. 다.

01

02

09

김씨돌 님께서 황기찐빵 일곱 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임신 중인 간사가 아

주 맛나게 먹었답니다!

김씨돌 님

홍재우 님

백운창 님

홍재우 님께서 전기 주전자 한 개를 보

내주셨습니다. 아껴주시는 그 마음 감

사합니다.

백운창 님께서 도시락파 간사들을 위해 조미김을

열두 상자나 보내주셨습니다. 엄청 많은 양이라 모

든 간사는 물론, 자원활동가들과도 넉넉히 나누고

맛나게 먹었습니다.

04숨은천사

숨은천사 님께서 이번 달에만 A4용지 스무

상자와 간사들이 서로 탐내는 가스난로 한

개와 생수 사십 병을 직접 가져오셨답니다.

3월달에만 벌써 세 번을 다녀가셨어요. 종

이를 볼 때마다 항상 선생님 생각 합니다.

08

07

허필두 님

두은정 님

허필두 님께서 백설기 한 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따끈따끈 하얀 떡,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박성희 님05 06

03

박은정 전 공동대표님

김융희 님

김융희 님께서 귀한 냉이를 보내주셨

습니다. 향긋한 봄 기운이 가득했어요.

박성희 님께서 행사에 사용할

큰 접시 네 개, 중간 접시 아홉

개, 작은 접시 열 개를 보내주셨

습니다. 고이고이 사용할게요.

박은정 전 공동대표님께서 책장

네 개를 보내주셨습니다. 모니

터와 함께 품귀 현상을 보이는

책장! 탐내는 간사들이 많아요.

두은정 님께서 외장하드, 그것도

2TB, 그것도 새 제품을 보내주셨

습니다. 고맙습니다.

회원님들께서 “필요한 것 사서 쓰라”며 보내주신 후원금! 덕분에 필요한 것 여러 가지 많이

갖출 수 있었는데요, 그 중 최근에 후원금 모아주셔서 구입할 수 있었던 빔 프로젝터! 궁금

하셨죠? 바로 이렇게 생겼답니다~ 신형이어서 가볍고, 성능도 좋아요. 덕분에 비싸지만

꼭 필요했던 빔 프로젝터를 사서 요긴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좌를 할 때면 제대

로 작동하지 않는 빔 프로젝터를 다루느라 시민교육 전문가가 아닌 기계 전

문가가 되어갔던 아카데미 느티나무 간사들이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후원해 주셨던 많은 회원님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 인사 올립니다.

기억하시나요?

이달의 날개

60 2013 4

Page 61: PSPD MAGAZINE 2013. 04. (197)

날. 개. 를. 달. 아. 주. 세. 요.

● 날이 따뜻해져도 전기요금은 무서워요. 야근하는 간사의 필수품인 가스난로를 보내주세요.

● 참여연대에서는 문서 업무가 많습니다. 일 더 많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A4 용지를 후원해 주세요!

● 참여연대의 현장 뉴스를 생생하게 전달해 주시는 피플TV에서 비디오 카메라에 필요한 액세서리 날개 요청 합니다.

렌즈필터 슈나이더 B+W CLEAR MRC UV2(82mm)

레인커버 KATA CRC-15PL

● 자료 정리와 보관을 위한 SATA형식 대용량(2TB이상) 하드디스크

● 회의 기록 등의 업무와 자원활동가 지원을 위한 노트북과 모니터

● 라벨 두께 조절이 가능한 라벨프린터

● 3층 회의실 미닫이문이 점점 더 내려앉고 있어요. 저희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풀어주실 목수 회원님의 도움을 기다립니다.

집에서 쓰지 않고 뒹굴고 있는 물건도 참여연대에서는 꼭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습니다!

혹은 만 원, 오만 원, 십만 원의 후원으로 함께해주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회원님들의 사랑이 담긴 날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후원계좌 하나은행 162-054331-00104 (예금주 참여연대) 문의 운영기획팀 오유진 간사 [email protected] 02-723-5304

지금 참여연대가 기다리는 날개는?

참여사회에서 아주 오랫동안 끈질기게 노트북과 모니터 날개를 요청하더라고요?

그럼, 일부는 모니터 없이 일하고 있단 말입니까?

A. 참여연대는 업무의 특성상 여러 개의 창을 띄워놓고 이리저리 비교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아주 많습니다. 법조

문 비교, 데이터 비교, 한영 번역본 비교 등! 그럴 때면 ‘듀얼 모니터’가 절실하다는 것이 간사들의 중론입니다. 모

니터 1대를 쓸 때면 창을 옮겨다니는 사이에 비교해야할 데이터를 잊어버리고 깜빡깜빡하는 건 디지털 치매 때문

인 걸까요…….

웬만하면 하나 사지 그래요?

A. 사고 싶습니다. 하루 종일 작은 모니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비교 분석하는 간사들의 모습을 보면, 아주

좋고 큰 모니터를 떡하니 사주고 싶어요. 그런데……, 음……. 네. 매월 적자를 기록하는, 다들 짐작하시는 그 이

유 때문에 간사들은 누구도 사달라고 조르지는 않습니다. 참여연대 간사들은 없으면 없는대로 사는 데에 익숙해

져 있거든요.

그럼 날개가 달리지 않으면 계속 없으면 없는대로 사시는 건가요?

A. 아마도 그렇겠……, 안그러길 바라요 ㅠ_ㅠ 작은 모니터 한 대는 일하기에 많이 불편합니다. 크고 좋은 모니터

를 사기엔 누적된 적자가 고민이고, 작은 모니터 한 대를 계속 사용하기엔 업무의 효율이 떨어집니다. 그러니 쓰

던 모니터를 신형으로 교체할 예정인데 버리기엔 아깝다면, 구형이거나 상태가 별로여도 환영입니다, 참여연대로

보내주세요. 아주 정말 매우 많이 감사하며 사용하겠습니다.

Q

Q

Q

날개를 담당하는 운영기획팀 오유진 간사가 말하는 날개 Q&A

61참여사회

Page 62: PSPD MAGAZINE 2013. 04. (197)

참여연대 공동대표

김균 이석태 정현백

홈페이지 www.peoplepower21.org

대표전화 02-723-5300

트위터 @peoplepower21

페이스북 www.facebook.com/peoplepower21

ARS후원 060-7001-060 한통화 5천원

주소 110-043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9길16 (통인동, 참여연대)

BF 느티나무홀

1F 카페통인

2F 시민참여̇ 아카데미느티나무 사무실

4F 사회경제분야 평̇화국제분야

5F 권력감시분야

3F 운영기획/정책홍보̇ 참여사회연구소

사람과 사람이

통하는 카페통인

영화제 음악회 전시회

및 소규모 모임^

회의공간으로 사용할수

있습니다

2013년 4월호 통권 197호

세상을 바꾸는 시민의 힘, 참여연대의 역사와

시대를 보는 바른 눈을 담아냅니다.

월간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발행인 정현백

편집인 이태호 (편집위원장)

편집위원 강지나 김상미 박철 박태근 이한나 황미정 황지희

편집팀 송윤정 신미지

등록번호 종로 라00121

등록일자 1995년 06월 17일

발행일 2013년 04월 01일

발행소 참여연대,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9길 16 (통인동)

디자인·제작 the DNC

가격 4,000원

정기구독 및 생활광고 문의

Tel 02-6712-5243 Fax 02-6919-2004

Email [email protected] Web peoplepower21.org/magazine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

시민이 권력 위에 있는 세상

사회적 약자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

전쟁과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 길에 함께해주세요

1998년부터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회원이 되어주시면,

정기회비로 참여연대 활동을 지킵니다

월간「참여사회」를 받아봅니다

아카데미 강좌 수강 시 할인 혜택이 있습니다

회원모임과 회원행사에 참여합니다

자원활동 재능기부로 힘을 보탭니다

사회개혁을 위한 각종 시민 캠페인에 동참합니다

회원모임

산사랑 cafe.daum.net/ilovesanorg

청년마을 youngvillage.cyworld.com

노래모임 참좋다 www.chamjota.com

참여현상소 cafe.daum.net/pspdfilm

마라톤모임 cafe.daum.net/pspdmarathon

음악연주모임 패누카

회원가입 문의, 회원정보 변경

시민참여팀 02-723-4251 [email protected]

의정감시센터 국회와 국회의원 의정활동 감시, 정치제도 개선안 제시 등

정치개혁을 위해 활동합니다

사법감시센터 사법정의 실현, 시민참여를 통한 검찰과 법원 견제 등 사법개혁을

위해 활동합니다

행정감시센터 부패와 권력남용 감시, 공익제보자 보호 등 투명하고 책임 있는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공익법센터 시민의 기본권 수호를 위한 소송, 공익법제 연구와 공익변호사

양성 등 법을 통한 공익수호 활동을 합니다

민생희망본부 시민의 경제·사회적 권리 확보, 민생 대안 제시 등 서민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사회복지위원회 시민의 헌법적 권리를 현실화하고, 복지공공성 강화, 공공인프라

확충 등 행복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노동사회위원회 비정규직 축소, 최저임금 현실화 등 차별 없는 노동, 사회적

약자의 권익 대변을 위해 활동합니다

시민경제위원회 재벌기업 지배구조 개선, 대기업 독과점ㆍ담합감시 등 공정하고

민주적인 경제 질서를 위해 활동합니다

조세재정개혁센터 국가재정 감시, 과세인프라 개선, 조세형평성을 위한 대안제시 등

조세정의 구현을 위해 활동합니다

평화군축센터 국방·외교 정책 감시, 군비 축소, 평화 문화 확산 등 한반도 전쟁

위기 해소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활동합니다

국제연대위원회 국경을 넘어 아시아 국가들의 인권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연대활동, 빈곤과 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로 참여민주사회 모델 개발, 대안 정책의

생산과 공론화를 위해 활동합니다

아카데미 느티나무 참여연대 시민교육 기관으로 다양한 주제의 강좌를 개설해 함께

공부하고 성찰합니다

Page 63: PSPD MAGAZINE 2013. 04. (197)
Page 64: PSPD MAGAZINE 2013. 04. (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