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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 혁명이 품은 불발탄, 저작권 | 제조 혁명 ‘3D 프린터’를 고찰함, 진지하게 [현장] 3D 프린터 공습, 내 일자리는 괜찮을까 | 3D 프린터로 아이폰 케이스 ‘출력’해보니 “게임인들이여, 3D 프린터 배워봅시다” 3D 프린터, 시제품 기술에서 제조혁명으로 VOL 05

Bloterpaper 5호 201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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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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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Bloterpaper 5호 20140729

3D 프린터 혁명이 품은 불발탄, 저작권 | 제조 혁명 ‘3D 프린터’를 고찰함, 진지하게

[현장] 3D 프린터 공습, 내 일자리는 괜찮을까 | 3D 프린터로 아이폰 케이스 ‘출력’해보니

“게임인들이여, 3D 프린터 배워봅시다”

3D 프린터,시제품 기술에서 제조혁명으로

VOL 05

Page 2: Bloterpaper 5호 20140729

목차

3D 프린터,시제품 기술에서 제조혁명으로

VOL 05

3D 프린터 혁명이 품은 불발탄, 저작권

제조 혁명 ‘3D 프린터’를 고찰함, 진지하게

[현장] 3D 프린터 공습, 내 일자리는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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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도면용 DRM 서비스 등장

-“기술 발달로 DRM도 실효성 없어”

-라이선스 비용 증가로 산업 활성화엔 역효과

-“도면 해적질 너무 두려워할 필요 없다”

-‘시제품 빨리 만들고파’ 아이디어에서 탄생

-피자부터 집까지, 실시간 ‘출력’한다

-저임금 노동자 일자리 위협하나

-기술 혁신의 그늘도 경계해야

-치과 원장 “치기공사 일자리 줄어들 것” vs 치기공사 “생각해본 적 없다”

-3D 프린터 재빨리 도입한 신생 업체 vs “지켜 보겠다”는 전통 제작업체

-“아직은 먼 미래”…대응책 미흡

-1. 3D 형상 데이터 구하기

-2. 3D 형상 데이터 찾아 출력하기

-3. 폰케이스 출력 시작

-4. 지구 반대편 디자이너 작품을 내 손에 ‘출력’

3D 프린터로 아이폰 케이스 ‘출력’해보니

“게임인들이여, 3D 프린터 배워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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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053D PRINTER

3D 프린터 혁명이

품은 불발탄, 저작권

-3D 도면용 DRM 서비스 등장

-“기술 발달로 DRM도 실효성 없어”

-라이선스 비용 증가로 산업 활성화엔 역효과

-“도면 해적질 너무 두려워할 필요 없다”

3D 프린터 혁명이품은 불발탄,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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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용 도면을 놓고 권리자와 디자이너 간의 저작권 송사가 빈번해지고 있다.

자유로운 표현을 촉발하는 ‘혁명적 기술’ 3D 프린팅이 저작권이라는 난제를 만나

휘청거리고 있다. ‘상상을 프린팅한다’는 구호가 무색해질 만큼 저작권과의 충돌면은

넓고도 깊다. 3D 프린팅판 냅스터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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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파트리크 프루니오 전 태그호이어 글로벌 판매 부문 부사장.

최근 애플로 자리를 옮겼다.

사례 1: 최근 벨기에 기업 물랭사르(Moulinsart)사는 씽기버스 측에 밀레니엄디지

털저작권을 위반했다는 통지문을 보냈다. 씽기버스에 업로드 된 틴틴 로켓 캐릭터의

3D 도면을 삭제하라는 요청이었다. 씽기버스 측은 해당 3D 프린터용 도면을 삭제한

뒤 해당 사실을 이용자에게 통보했다.

사례 2: 미국 방송사 HBO는 2013년 2월 3D 도면 디자이너 페르난도 소사에게 저작

권 위반을 통보한 뒤 “3D 프린터로 제작된 ‘왕좌의 게임’ 아이폰 거치대의 판매를 중단

하라”고 요구했다. 페르난도 소사는 자신이 3D 프린터로 제작한 해당 제품을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약 60달러에 판매하던 중이었다. 페르난도 소사는 즉각 판매를

중단한 뒤 HBO 측과 라이선스 협의를 벌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1년 여가 지난 현재

까지도 HBO는 응하지 않고 있다.

이성규 기자

[email protected]

트위터 @dangun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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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053D PRINTER

3D 프린터 혁명이

품은 불발탄, 저작권

-3D 도면용 DRM 서비스 등장

-“기술 발달로 DRM도 실효성 없어”

-라이선스 비용 증가로 산업 활성화엔 역효과

-“도면 해적질 너무 두려워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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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3D 프린팅과 저작권의 충돌은 자연스럽게 DRM 도입 논의로 흐르고 있다. 저작 권리자

측은 DRM 기술을 도면에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관련 기업은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 오쎈타이즈(Authentise)는 3D 프린팅에 따른

도안의 공유를 막기 위해 DRM 서비스를 개발해 2013년 10월 출시했다. 오쎈타이즈가

개발한 샌드세이프라는 서비스는 도면 구매자가 한 번 인쇄하면 다시는 재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해 공유를 원천 차단하도록 돕는다. 디즈니와 같이 캐릭터의 도면 파일을

판매하려는 이들을 표적 고객으로 삼고 있다.

국내 업체도 등장했다. 마크애니는 2014년 2월 3D 프린터 도면 DRM 솔루션 ‘캐드

세이퍼’를 내놨다. 이 시스템은 캐드 전문 프로그램 대부분을 지원한다. 외부로 파일을

저장하거나 e메일로 파일을 첨부하게 되면 모두 접근을 차단당한다.

정부는 3D 프린팅 콘텐츠 확보 및 활용 방안의 일환으로 DRM 도입 계획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6월18일 발표한 ‘제1회 3D프린팅산업 발전협의회‘에서

“국가디지털콘텐츠식별체계(UCI)를 적용하여 원활한 콘텐츠 유통을 지원하고, 지재권

보호를 위해 3D 프린팅용 DRM 등 기술적·정책적 보호수단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캐릭터 판매 기업들도 DRM 채택을 포함한 법적 보호 장치에 긍정적이다. 라인이

대표적이다. 라인 캐릭터는 국내뿐 아니라 일본, 동남아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현재 씽기버스에는 라인 캐릭터 ‘브라운’의 3D 디자인

파일이 등록돼 있는 상황이다. 이 도면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선스를 적용해 누구나

내려받아 프린트할 수 있게 돼 있다.

라인 측은 “브라운 캐릭터는 지적재산권이 존재한다”며 “도용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무단 유포를 막으려고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DRM 방식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흐름 탓인지 관련 사업자들도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3D 프린팅 피규어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는 이학운씨는 “아직까지는 없지만 알 만한 장난감 캐릭터를 프린팅해달라는

요청이 온다면 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혹시라도 고소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알려진 모델의 얼굴을 스캐닝해 피규어로 제작해달라는 주문을 받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초상권 침해가 염려돼 정중히 사양했다고 했다. 같은 이유로 3D 프린팅 디자인

파일도 잘 공유하지 않는 편이라고도 했다.

▲ 씽기버스에 올라온 라인 캐릭터 ‘브라운’

(출처 : 씽기버스)

3D 도면용 DRM 서비스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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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 혁명이

품은 불발탄, 저작권

-3D 도면용 DRM 서비스 등장

-“기술 발달로 DRM도 실효성 없어”

-라이선스 비용 증가로 산업 활성화엔 역효과

-“도면 해적질 너무 두려워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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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DRM의 실효성 문제도 벌써부터 제기된다. 이미 DRM은 디지털

음악 산업에 광범위하게 도입된 뒤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잊혀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DRM 프리가 일반화된데다,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디지털 음악의 중심축이

이동하면서 DRM은 사실상 화석화된 유물이 됐다.

DRM은 다양한 해킹 기술이 공개되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기도 했다. 1999년 CD에 적용된 DRM 기술인 CSS가 역공학을

통해서 해킹되었으며, DeCSS 프로그램도 공개됐다. 애플의

페이플레이 DRM도 ‘QT페어유즈’라는 프로그램이 배포되면서

DRM 도입은 권리자의 이익을 보호할 수는 있으나 3D 산업의

활성화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DRM이 본격화할 경우

3D 프린터 제조사들이 상당한 라이선스 비용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즉 DRM이 적용된 파일을 프린터에서 자유롭게 읽어들이기

위해선 제조사가 해당 권리자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3D

프린터를 제작하는 중소규모 스타트업은 막대한 라이선스 비용을

피하기 위해 진입을 망설이거나 지연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3D

프린터 제작에도 DRM 요구사항이 반드시 적용돼야 하기에

저렴하고 대중적인 하드웨어의 출현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이는 3D

스캐너에도 해당되는 대목이다.

디자인 파일을 공유해온 씽기버스와 같은 오픈소스 플랫폼도 DRM

“기술 발달로 DRM도

실효성 없어”

라이선스 비용 증가로

산업 활성화엔 역효과

시스템을 적용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 과정에서 들여야

할 기술적 비용도 적지 않다. 문제는 DRM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이용자의 창의적 3D 디자인 작업물이 유통되는 비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하드웨어의 등장을 지체시키고 자유로운

공유문화를 위축시키면서 3D 프린팅 생태계의 활력을 떨어뜨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의 3D 프린터 활성화 정책과

부분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저작권과 특허가 보호하고 있는 원본성의 정의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최근 들어 도면 디자이너들은 피규어 등을 3D 스캐너로

복사한 뒤 일부를 변형해 업로드하고 있다. 저작권을 회피하기

위한 접근이다. 이 경우 새로운 창작물로 인정해야 할지 아니면

저작권 위반으로 봐야 할지 여전히 논란거리다. (참고 논문 : The

future of three-dimensional printing)

특 허 에 의 한 보 호 도 애 매 하 기 는 마 찬 가 지 다 . 현 행 국 내

디자인보호법은 물품화되기 이전의 3D 도면은 보호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3D 프린터용 도면 파일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조차도 출력된 제품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주장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 3D 프린팅용 3D 스캐너. (출처 : 메이커봇)

무력화됐다. 킨들도 마찬가지다. 2009년 킨들 DRM은 다른

기기에서 전자책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도록 무력화시키는

프로그램이 공개되면서 실효성을 상실하기도 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컴퓨터 성능 및 해킹 관련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무력화 시도를 위한 여건이 과거에 비하여 훨씬 용이하며,

온라인을 통한 콘텐츠 유통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때문에 3D 프린팅에 적용될 DRM도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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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 혁명이

품은 불발탄, 저작권

-3D 도면용 DRM 서비스 등장

-“기술 발달로 DRM도 실효성 없어”

-라이선스 비용 증가로 산업 활성화엔 역효과

-“도면 해적질 너무 두려워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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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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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 해적질 너무

두려워할 필요 없다”

이 같은 ‘해적행위’에 대해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허구: 3D 프린팅의 새로운 세계’의 저자 맬버 쿠먼은

‘포퓰러메카닉스’ 기고글에서 “현명한 기업들은 현재 존재하고

있는 상품에 가치를 더하거나 품질을 보장한 정통성 있는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인하기 위해 프리미엄 가격을 제시하는 방법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난감 제작 기업 하스브로와 3D

시스템즈의 파트너십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하스브로와

3D 시스템즈는 어린이들이 하스브로 장남감을 디자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공동으로 개발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스티븐 위커 코넬대 교수와 스테파니 산토소(박사과정)는 3D

프린팅 이용자의 관련 정책 결정 참여를 주문했다. 이들은 공동

저작한 논문을 통해 “정부 관계자 정책 결정자, 3D 프린터 제조사,

다른 저작권 권리자 등과의 논의 테이블에 3D 프린터 이용자가

참여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리 보호와 생태계의

유연성이 균형을 갖추기 위해서는 특정 이해집단의 목소리만

반영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3D 프린팅과 저작권·특허 간의 갈등은 낡은 제도와 신기술 간의

문화적 충돌 양상을 띠고 있다. 갈등이 아직 국내에선 본격화하고

있진 않지만 3D 프린터 산업 육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부의 정책을 감안하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건 시간 문제다.

자칫 DRM 도입에 힘이 실릴 경우 3D 프린터가 가져올 ‘제3의

혁명’은 한참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법의

원조국인 영국이 앤 여왕법 이후 300여년 만에 디지털 시대에

맞게 저작권을 현대화한 결정은 좋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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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혁명 ‘3D 프린터’를

고찰함, 진지하게

-‘시제품 빨리 만들고파’ 아이디어에서 탄생

-피자부터 집까지, 실시간 ‘출력’한다

-저임금 노동자 일자리 위협하나

-기술 혁신의 그늘도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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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산업혁명.’

3D 프린터를 언급한 문구엔 온갖 수식어가 붙지만, 그 중 ‘혁명’이라는

단어는 빠지지 않고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생산혁명, 제조혁명, 소비혁명….

‘파이낸셜타임스’는 인터넷보다 더 큰 영향을 낳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정보화 사회 이후 ‘3D 프린팅 사회’의 도래를 예견하기도

했다. 거의 매일 쏟아지는 각종 보고서에 따르면 3D 프린팅이 창출해 낼 새로운

일자리나 시장 규모는 크다 못해 어마어마하기까지 하다. 쾌속·신속 제조(Rapid-

Prototyping)의 개선 아이디어로 시작된 혁신적인 제조 기술은 지금 시민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 기세다.

각국 정부들의 움직임들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2013년 3천만달러

규모의 3D 프린팅 특화기관 설립 계획을 공개했다. 이에 뒤질세라 박근혜 정부도

지난 4월23일 ‘3D 프린팅 산업 발전전략’ 내놓고 본격적인 지원 사업에 나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 정부도 3D 프린터의 잠재력을

포착하고 베이징에 기술산업연맹을 건립하는 등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민간의

영역을 넘어 정부가 직접 개입해 육성하는 기술로 서서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반 시민들은 3D 프린터가 가져올 미래와 잠재력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3D 프린터가 어떤 기술이고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당장 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엔지니어와 산업계를

중심으로 수많은 응용 사례들이 소개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어렵고 낯선 기술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기실, 온갖 장밋빛 전망만 쏟아지고 있는 와중에 그것이 가져올 불안한 내일을

머릿속에 그려보기란 시민들 입장에선 쉽지 않다. 이미 학계를 중심으로 저임금

제조 노동이 3D 프린터로 대체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량 실업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아직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이번

‘블로터닷넷’ 기획에서는 3D 프린터의 기술적 잠재력과 사회적 영향, 그리고 그

이면에 감춰진 불안한 미래를 깊숙이 다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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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이성규 기자

[email protected]

트위터 @dangun76

제조 혁명 ‘3D 프린터’를 고찰함, 진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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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혁명 ‘3D 프린터’를

고찰함, 진지하게

-‘시제품 빨리 만들고파’ 아이디어에서 탄생

-피자부터 집까지, 실시간 ‘출력’한다

-저임금 노동자 일자리 위협하나

-기술 혁신의 그늘도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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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시제품 빨리 만들고파’

아이디어에서 탄생

피자부터 집까지,

실시간 ‘출력’한다

3D 프린터의 아이디어는 작은 불편함에서 시작됐다. 30여년

전인 1983년, 44세의 한 디자인 엔지니어는 ‘어떻게 하면 빨리

시제품(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에 빠져있었다.

캐드(CAD)로 설계한 상품을 되도록 빠른 시간 안에 저렴한

비용으로 완성할 수 있는 방법에 골몰해왔지만 좀체 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원료 물질(photopolymers)을

변형해 플라스틱 부품을 만드는 데 보통 6~8주가 소요됐던 터다.

전통적인 제조 방식으로 깎고 다듬어 모델링하는 절삭 공정에

의존해온 결과이기도 했다.

이 공정을 최소화하는 것은 이 중년 디자인 엔지니어에게 묵은

과제였다. 몇 달을 파고든 끝에 기존에 소개된 기술들을 조합,

자외선을 활용해 더 빨리 더 저렴하게 제품 프로토타입을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내기에 이른다.

44세의 중년 엔지니어가 바로 3D 프린터의 아버지라 불리는

3D 시스템즈의 공동창업자 찰스 헐이다. 그는 이 제조 방법을

발명하자마자 아내에게 가장 먼저 보여줬다. 아내는 “그것보단

나은 것 같은데”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흥미롭기도 하고

재미나 보이긴 했지만, 그 의미를 짚는 건 당시로선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그의 아내가 3D 프린터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고 그것이 가져올 변화에 흥분하고 있다고 했다.

헐은 자신의 방식을 ‘스테레오리소그라피’(Streolithography,

SLA)라고 불렀다. 3D 프린터라는 용어로 지칭된 시점은 한참

뒤의 일이다. 얼마 뒤 찰스 헐은 회사를 그만두고 3D시스템즈라는

3D 프린터의 응용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넓다. IT 전문 인터넷 뉴스 매체인 ‘리드라이트‘는 3D

프린터로 제조할 수 있는 10가지 상품을 열거하면서 피자나

초콜릿 같은 식품부터 성인용품과 인공 장기, 3D 프린터 그

자체까지 만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회사를 더그 네커스와 함께 창업한다. 자신이 개발한 SLA 기술이

1986년 특허에 등록되자 본격적으로 상품화를 꾀한 것이다.

그리고 2년 뒤 ‘SLA-250′이라는 상업용 장비를 출시,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3D 프린터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사실 찰스 헐이 3D 프린터의 아버지이긴 하지만 족보상 직계

시조라고 말하긴 어렵다. 3D 프린팅 기술은 이미 개발된 여러

기술의 총합적 성격을 띠고 있기에 그렇다. CAD가 없었다면,

히데오 코다마의 신속 조형 시스템 보고서가 없었다면, 3D

코퍼레이션의 광경화 방식의 시스템이 없었다면 3D 프린터는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1987년 3D시스템즈가 3D 프린터 상용 제품을 첫 출시하면서

3D 프린터 시장은 본격적으로 무한 가능성의 미래 단계로 진입할

기회를 맞게 된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까지 그리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오히려 특허가 3D 프린터 시장 활성화와 대중화의 발목을

잡는 꼴이었다. 3D시스템즈의 특허는 FDM, SLS와 같은 새로운

방식의 3D 프린팅 기술을 낳았고, 스트라타시스와 같은 경쟁

기업의 출현을 촉진했다.

요즘처럼 3D 프린터가 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은 특허의 만료

그리고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관련이 깊다. 2005년 렙랩이

오픈소스 기반의 3D 프린터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대중화의

변곡점을 마련했고, 스트라타시스가 주도해왔던 FDM 방식이

2012년 6월, 20년 특허가 풀리면서 저가 3D 프린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올해 4월에는 3D시스템즈가 보유한 일부 기술도 특허가

만료돼 3D 프린터 보급의 새 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오랫동안 개발돼 왔던 기술이 갑작스럽게 주목을 받는 배경에는

이런 흐름이 존재하고 있다.

이미 제작된 사례도 풍부하다. 올리브 버드는 이어폰 선을 끼울 수

있는 단추를 3D 프린터로 제작했고, 일본 시부야의 한 팹카페는

발렌타인 기념으로 맞춤형 초콜릿을 제작해주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자기 얼굴을 스캐닝해서 명함을 만든 사례도 있다.

디즈니 연구소는 테디베어를 집에서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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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혁명 ‘3D 프린터’를

고찰함, 진지하게

-‘시제품 빨리 만들고파’ 아이디어에서 탄생

-피자부터 집까지, 실시간 ‘출력’한다

-저임금 노동자 일자리 위협하나

-기술 혁신의 그늘도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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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개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3D 프린터를

가장 먼저 상업화한 분야는 스마트폰 케이스와 액세서리, 피규어

인형 제작이다.

활용 분야는 소비재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건축 분야에서는 빌딩

건축에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남가주대 비터비공대는 3D 프린팅 기술에 로봇 기술을 접목,

골조나 구조물을 완성하는 시스템을 내놓았다. 가트너는 “3D

프린팅이 소비재 및 제조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건설,

교육, 에너지, 정부, 의약품, 군, 소비, 통신, 교통 및 유틸리티

산업에는 중간 정도의 영향을, 은행 및 금융 보험 산업에는 미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3D 프린터라는 하드웨어의 진보뿐 아니라 디자인 도면의 공유

방식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인터넷에는 3D 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는 여러 사물 및 상품들의 도면을 검색하고 공유하는

웹사이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씽이버스’가 대표 사례다.

가정 내 소품이나 액세서리 등의 도면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로 등록돼 있어 3D 프린터를 소유한 이용자라면

누구나 내려받아 직접 제작해볼 수 있다. 구글이 정보를 검색하는

엔 진 이 었 고 링 크 드 인 이 사 람 을 찾 는 검 색 엔 진 이 었 다 면 ,

씽이버스는 인쇄 가능한 사물을 찾을 수 있는 검색 서비스인

셈이다. 이외에도 포노코, 셰이프웨이 등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터넷과 블로그, SNS가 생산자(Producer)와 이용자(User)

조합을 의미하는 ‘프로듀저’(Produser)의 탄생을 알렸다면,

3 D 프 린 터 는 소 비 자 와 제 조 업 자 의 결 합 을 의 미 하 는

‘콘슈팩처러(Consufacturer)’의 등장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시그널이다. 데스크톱 공장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제품의

소비자로만 머물던 시민이 직접 가내 제조에 참여함으로써 제조

산업의 민주화를 불러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에드 포레스트와 용 카오는 3D 프린팅 기술이 미칠 영향을

4가지로 정리했다. 요컨대 ▲모든 것을 직조할 수 있다 ▲노동,

조립, 유통 비용의 절감할 수 있다 ▲네트워크화 되면서,

크라우드소싱과 협업 가능해진다 ▲지리 경제학적에 영향을

분야 주요 개발 및 연구 사례

자동차MID 크루즈 콘트롤 스위치 제작,

대시보드, 바디패널

항공 무인항공기

국방 전시, 평시 수리부속 제작, 3D 프린팅 깁스

캐릭터 애니메이션 캐릭터 제작

의료맞춤형 보청기(CAMISHA), 치아(임플란트 등)

의족, 인공 장기

건축 소규모 주택, 버스 정류장

기타 도자기 생산, 보드게임 제작, 음악 관련 악기 제작

저임금 노동자

일자리 위협하나

미친다 등이다. 특히 네 번째 변화와 관련해 세계의 제조 공장인

중국의 위상이 일부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디자인

도면만 존재하면 세계 어디서든 제조할 수 있기에 저임금에 기반한

중국 노동력에 의존할 이유가 약화된다는 의미이다.

반면, 3D 프린팅 기술을 둘러싼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노동과

실업이라는 사회적 이슈가 감춰져 있다. 찬사와 열광을 내뿜는

사이 나의 직업이, 나의 직장이, 나의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기술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이 복잡한 이유로

은폐되면서 기술적 실업에 대한 이야기는 논의의 장에서 쏙

빠져버리곤 한다.

▲ ‘하루 만에 집 10채를 짓는 거대한 중국 3D 프린터’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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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053D PRINTER

제조 혁명 ‘3D 프린터’를

고찰함, 진지하게

-‘시제품 빨리 만들고파’ 아이디어에서 탄생

-피자부터 집까지, 실시간 ‘출력’한다

-저임금 노동자 일자리 위협하나

-기술 혁신의 그늘도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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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미국 비즈니스 전문 온라인 잡지 ‘아비트리지 매거진‘은 “3D

프리팅 공정은 의심의 여지없이 저임금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진단했다. 고임금 노동이 담당해왔던 숙련 노동의 영역도 복잡하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특히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노동조합의 저항이 시작됐다고 언급했다. 기존까지 3D 프린팅

기술은 자동차 프로토타입 생산에 적용돼 왔는데, 본격적으로 공장

내로 침투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자동차 제조회사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단순

노동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은 명확해 보인다.

비단 자동차 산업이라는 제조 영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생산과

소매 판매 영역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상품의 현장 판매를

담당하는 소매 부분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자영업 기반의 인형

가게, 소품 가게들이 첫 번째 타깃이 될 것이다.

1880년대 중반, 미국 발명가 사이러스 맥코믹은 수확기계

제조 공장에 공기압축식 주형기계를 설치했다. 당시 그는 철강

주형노동자들의 전국노동조합과 마찰을 빚고 있었는데, 맥코믹은

공기압축식 주형기계를 통해 노동조합 지부를 조직한 기술자들을

솎아내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결국 도입 3년 뒤 노조는 모두

해체됐고, 주형기계 사용도 중단됐다. 새로운 제조 기술이

만들어낸 우울한 단면 중 한 사례이다.(랭던 위너, 2010)

3D 프린팅 기술이 맥코믹의 주형기계와 동일한 사회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성급하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늘상 그랬던 것처럼, 혁신과 변화의 폭풍 속에서 기술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약자의 목소리는 누구에게도 공명되지 못하고 허공

속으로 사라지게 마련이다. 수많은 보고서와 논문 속에서 그들을

걱정하는 문장을 만나지 못한 게 결코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일용직 건설 노동자도 3D 프린터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최성권 서일대 교수는 ‘3D 프린팅 기술과 건축적 활용’에서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3D 프린팅과 로봇 기술이 결합되면 근 미래에 소규모의 주

택을 짓거나 인테리어 벽체나 비정형 패널을 만드는 일은 분명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도심에 흔한 버스 정류소 같은

구조물은 아마도 차량에 장착된 건축용 3D 프린터들이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테리어나 소규모 구조물의 건설로 끼니를 연명해왔던 일부

건설직 노동자들은 3D 프린터의 영향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에드 포레스트와 용 카오 교수도

이러한 우려를 전했다. 이들은 3D 프린팅 기술로 수입이

줄어들면서, 수출 경제 부문의 사회정치적 불안이 유발될 수

있다고 했다. 나아가 노동에 대한 필요가 감소하고 실업률이

증대되면서 불안정성 수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술 혁신의

그늘도 경계해야

▲ 메이커봇 ‘리플리케이터2′ 동작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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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3D 프린터 공습,

내 일자리는 괜찮을까

-치과 원장 “치기공사 일자리 줄어들 것”

vs 치기공사 “생각해본 적 없다”

-3D 프린터 재빨리 도입한 신생 업체

vs “지켜 보겠다”는 전통 제작업체

-“아직은 먼 미래”…대응책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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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현장]3D 프린터 공습,

내 일자리는 괜찮을까

3D 프린터 바람이 뜨겁다. 특히 3D 프린터가 제조업 분야를 혁신한다는 기대가 크다.

유통이나 복잡한 과정을 걷어내 제품 설계부터 제작까지 단계가 간단해진다는 얘기다.

3D 프린터가 가져올 혁신 한편엔 3D 프린터가 바꾼 세상 속에 살아야 할 사람이 있다.

3D 프린터가 제조업계 구조를 바꾸면 그곳에 사람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3D 프린터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지도 모르는 제조업 현장에서는

3D 프린터 열풍을 어떻게 느낄까.

VS

안상욱 기자

[email protected]

트위터 @nuri_bit

페이스북 /nuribi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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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3D 프린터 공습,

내 일자리는 괜찮을까

-치과 원장 “치기공사 일자리 줄어들 것”

vs 치기공사 “생각해본 적 없다”

-3D 프린터 재빨리 도입한 신생 업체

vs “지켜 보겠다”는 전통 제작업체

-“아직은 먼 미래”…대응책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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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원장 “치기공사 일자리 줄어들 것” vs 치기공사 “생각해본 적 없다”

3D 프린터 재빨리 도입한 신생 업체 vs “지켜 보겠다”는 전통 제작업체

페리오플란트치과 서울 이수점 이진균 원장은 직접 3D 프린터를 활용하고 있다. 환자

구강을 3D로 스캐닝해 페트병과 비슷한 재질로 투명 교정 장치를 만든다. 이전까지는

석고 모형을 떠서 했던 작업이다. 이진균 원장은 3D 프린터를 쓰면 여러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일단 재료 무게가 줄고 비용을 아끼는 효과가 있어요. 조작성도 이전보다 훨씬 좋고요.

석고 모형은 일일이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하는데 3D 프린터는 컴퓨터 3D 영상으로

보며 이리저리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교정 장치를 만드는 일이 한결 편합니다. 또 컴퓨터

데이터로 기록하기 때문에 보관과 이동이 쉽고 파손될 일도 적어요.”

치과 업계는 3D 프린터 기술을 가장 발빠르게 도입한 분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아직

치아를 대신하는 보철물이나 인공치아를 만드는 수준은 아니라고 이진균 원장은 전했다.

지금 보급된 기술은 여러 한계 때문에 후가공을 따로 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려 아직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이진균 원장은 3D 프린터 기술이 더 발전하면 치과 업계 지형도 변하리라 내다봤다.

“정밀도가 높아지면 재료 낭비가 없어지고 제작 시간도 단축될 걸로 보여요. 대신 치과

보철물을 만들던 사람들은 점점 필요가 줄어들 겁니다. 치과기공사가 할 일이 사라진다는

거겠죠.”

치과의사가 치과기공사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는 반면, 당사자인 치기공사

쪽은 고민조차 못 해본 모습이었다. 대한치기공사협회 관계자는 “기공물을 (3D 프린터로)

제작하기는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조사해 본 적도 없다”며 “준비된 자료도

없고 조사를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홍익대학교 앞에 위치한 모형제작소 글룩은 젊은 디자이너

4명이 5달 전에 꾸린 신생 업체다. 글룩은 입체 조형물을

출력해주고 3D 프린터를 이용한 콘텐츠를 개발한다. 이자열 글룩

프로젝트 매니저는 “자릿값이 비싸지만 홍익대 미대 수요가 있을

것 같아 일부러 홍대에 자리를 잡았다”라고 말했다. 모형을 만들

일이 많은 미대 학생을 겨냥했다는 얘기다.

이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홍보도 하기 전에 일감이 쏟아졌다.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에 설계에서 모형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3D 프린트로 하는 수업이 개설된 덕이다. 이 수업을 듣는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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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 치아 모형 (출처 : 위키미디어 CC-BY Xau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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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3D 프린터 공습,

내 일자리는 괜찮을까

-치과 원장 “치기공사 일자리 줄어들 것”

vs 치기공사 “생각해본 적 없다”

-3D 프린터 재빨리 도입한 신생 업체

vs “지켜 보겠다”는 전통 제작업체

-“아직은 먼 미래”…대응책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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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가 글룩을 찾아 조언을 구하고 과제물을 만들어 갔다.

글룩은 단순히 3D 프린터만 빌려주지는 않는다. 3D 프린터만

있다고 결과물이 뚝딱 나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

프린터에서 결과물을 얻으려면 문서 파일이 필요하듯 3D

프린터로 무언가 만들려면 ‘라이노’나 ‘맥스’, ‘마야’ 같은 3D

설계 프로그램으로 그린 도면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이 많아 글룩 멤버가 옆에서 설계도를 손봐주며

작업을 돕는다.

글룩이 3D 프린터로 새로 기회를 찾은 업체라면, 기존 모형 제작

업체는 어떻게 상황일까. 3D 프린터 쪽으로 수요가 모이면 일감이

줄어들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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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기존 방식으로 목업 작업을 하는 중소규모 목업 업체 명성기획

얘기를 들어 봤다. 김종구 명성기획 실장은 “우리는 워킹 목업을

주로 하기 때문에 타격이 좀 늦게 올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중에 3D 프린터를 보유한 곳이

많은데, 디자인 용도로 우선 보고 워킹 목업을 만들어 달라고 다시

의뢰한다고 말했다.

목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디자인 목업과 워킹 목업이다.

디자인 목업은 형상과 구조, 색상 등을 검토하기 위한 목업이다.

워킹 목업은 제품의 부품 등을 설계도에 따라 내부 작동성과

조립성, 양산성, 내구성 등 금형제작 전 단계에서 오차를 검토하기

위한 목업을 말한다. 그래서 들어가는 재료도 최대한 실제 제품과

비슷한 것으로 한다. 앞서 소개한 글룩은 디자인 목업을 만들고

명성기획은 워킹 목업을 만든다.

워킹 목업을 만드는 명성기획은 3D 프린터 열풍에선 조금 비껴 서

있다. 워킹 목업은 디자인 목업보다 완제품에 더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더 튼튼하고 정밀하게 제작해야 하는데, 시중에 나와

있는 3D 프린터로 워킹 목업을 만들기엔 강도나 정밀도, 소재의

▲ FDM방식 3D프린터(왼쪽) 재료는 ABS다. 실처럼 감겨있는 ABS를 녹여

쌓으며 제품을 만든다. 기존 시제품 제작 방식(오른쪽 사진)은 ABS 덩어리를 깎아

완성품을 만든다.

Page 14: Bloterpaper 5호 201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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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3D 프린터 공습,

내 일자리는 괜찮을까

-치과 원장 “치기공사 일자리 줄어들 것”

vs 치기공사 “생각해본 적 없다”

-3D 프린터 재빨리 도입한 신생 업체

vs “지켜 보겠다”는 전통 제작업체

-“아직은 먼 미래”…대응책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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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가 있다.

그는 “3D 프린터 때문에 아직까지 큰 타격은 없지만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명성기획에 목업을 만들어달라고 일을

맡기던 업체가 3D 프린터를 도입해 자체적으로 목업형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구 실장은 “3D 프린터 관련한 특허가

풀리면서 그런 움직임이 더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명성기획

거래업체 가운데도 3D 프린터를 사들인 곳도 있다. 대표 사례는

현금인출기(ATM)를 만드는 효성이다.

김 실장은 “3D 프린터 기술력이 우리를 넘어서는 날이 올 거라는

위기감은 있지만 아직 별다른 준비는 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3D 프린터는 생산비가 우리의 30% 수준”이라며 “앞으로

인건비가 많이 줄어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

구상권 게임인재단 3D랩장 역시 3D 프린터가 보급되면

인건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구상권 3D랩장은

“3D 프린터를 도입하면 4명이 하는 일을 3명이 하게 된다”라며

“손으로 (모형을) 깎을 일이 없어 손을 놀릴 일이 없다”고 말했다.

사람이 할 일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구상권 3D랩장은 줄어든

인건비가 장비를 갖추는 데 투자될 것으로 내다봤다.

새 기술에는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다. 현금자동인출기가 생기자

은행 직원 수는 줄었다. 무인 경비 시스템은 경비원을 대체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무인 경비 시스템을 도입한 뒤 경비원

고용을 줄인 아파트가 2010년 20.2%로 늘었다. 3D 프린터도

누군가의 일자리를 앗아간다는 보고서도 나오는 마당이지만, 일선

현장에선 아직 3D 프린터 가져올 영향에 대한 대응을 먼 미래로

미루고 있는 모습이었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어떤 경제시스템과 사회체계도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새 기술에 의한 인간 노동의 대체 현상에 대응책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직은 먼 미래”…대응책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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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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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로

아이폰 케이스

‘출력’해보니

-1. 3D 형상 데이터 구하기

-2. 3D 형상 데이터 찾아 출력하기

-3. 폰케이스 출력 시작

-4. 지구 반대편 디자이너 작품을 내 손에 ‘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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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3D 프린터로 아이폰 케이스‘출력’ 해보니

몇 년 전만 해도 먼 미래에나 볼 수 있겠지 싶었다. 상상 속의 물건을 뚝딱 출력해

주는 기술, ‘3D 프린터’ 얘기다. 일부 산업 환경에서 시제품이나 시제품 전 단계인

모형(Mock up) 제품을 만드는 용도에 그쳤던 3D 프린터가 점차 일상으로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 프린터 값이 떨어진 덕분이다. 우리돈으로 11만원 정도인

100달러짜리 3D프린터 ‘피치 프린터’도 등장했으니 보통 사람들도 3D 프린터를 쓸

날도 머지 않았다.

3D 프린터는 우리 일상을 어떻게 바꿀까. 다른 건 제쳐두고, 3D 프린터를

쓰는 방법이 궁금해졌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3D프린터를 써 보기로 했다.

3D프린터를 한켠에 갖추고 한창 사업 구상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게임인재단

사무실을 찾았다. 게임인재단은 내부 조직에 ‘3D랩’을 설치해 3D 프린터 사업화를

다각도로 고민 중이다. 구상권 게임인재단 3D랩장에게 도움을 받았다.

게임인재단 3D랩에는 미국 3D 프린터 제조업체 메이커봇의 ‘리플리케이터2x’가

갖춰져 있었다. 리플리케이터2x는 미국에서 2799달러에 팔리는 제품이다. 우리돈

300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다.

1. 3D 형상 데이터 구하기3D 프린터만 있다고 출력을 할 순 없다. 3D 형상 데이터가 필요하다. 일반 프린터가 문서

파일이 있어야 인쇄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3D 형상 데이터를 얻는 방법은

대략 3가지다. 3D 모델링 도구를 활용해 직접 디자인하거나, 제품을 3D로 스캔해 형상

데이터를 만드는 방법, 남이 만든 3D 모델 도면을 구하는 방법 세 가지다.

직접 3D 형상 데이터를 만드는 방법은 ‘3D맥스’나 ‘마야’, ‘구글 스케치업’ 같은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된다. 3D맥스와 마야는 유료 소프트웨어고, 구글 스케치업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3D 모델링은 누구나 뚝딱 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3D

모델링 전문 기술자라면 모를까.

형상 데이터는 보통 ‘stl’ 파일 확장자를 쓴다. stl 파일은 거의 모든 그래픽 소프트웨어와

설계 도구가 지원하니, 소프트웨어 확장성은 높은 편이다.

권혜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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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로

아이폰 케이스

‘출력’해보니

-1. 3D 형상 데이터 구하기

-2. 3D 형상 데이터 찾아 출력하기

-3. 폰케이스 출력 시작

-4. 지구 반대편 디자이너 작품을 내 손에 ‘출력’

2. 3D 형상 데이터 찾아 출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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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스캔 방식은 비교적 빠르게 형상 도면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3D 스캐너로 물건을

스캔해 형상 데이터를 만들면 된다. 3D 모델링에 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3D 스캐너만

있으면 되니 좋다. 다만 3D 프린터 외에 3D 스캐너라는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다. 이미

갖고 있는 실제 제품만 3D로 스캔할 수 있다는 점도 제약 사항이다.

그런 만큼, 남이 만든 3D 형상 데이터를 얻는 방법이 추천할 만하다. 가장 빠르고,

전문지식도 필요 없다. 3D 스캐너도 필요 없으니 누구나 쉽게 3D 형상 데이터로 물건을

인쇄할 수 있다. 3D 모델링을 전공한 친구에게 3D 형상 데이터를 달라고 졸라야 할까.

아니다. 이미 인터넷에는 3D 형상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웹사이트가 적잖다. 유료 혹은

무료로 3D 형상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종류도 많아 보통 사람이 쓰기에 좋다. 음악을

듣기 위해 음악을 직접 만들어야 할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3D랩에서는 싱버스 서비스를 이용했다. 인쇄 시간도 적게 들고, 재미있는 모양을 만들

수 있겠다 싶은 생각에 스마트폰 케이스를 고르기로 했다. 싱버스 웹사이트의 검색창에

‘iPhone’이라고 입력하자 수많은 아이폰 케이스 3D 형상 데이터가 떴다. 레고 모양의

폰케이스라면 어떨까. 올록볼록한 레고 특유의 블록 모양이 최종 결과물에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해졌다. 파일을 내려받는 과정은 인터넷에서 다른 파일을 내려받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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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3D 형상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 웹사이트

싱버스 : 싱버스는 3D 프린터업체 스트라타시스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다.

무료로 3D 모델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큐비파이 : 3D시스템즈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다.

3D비아 : 다쏘시스템즈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다.

터보스퀴드: 10여년 넘게 온라인에서 3D 모델 자료를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 웹사이트다. 최근 stl 파일 거래를 시작하면서

3D 모델 자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게임인재단에 있는 메이커봇 ‘리플리케이터2x’.

1.싱버스 웹사이트. ▶ ▶ ▶2. iPhone’으로 검색. 4. 레고 모양 케이스를 골랐다.3.다양한 아이폰 케이스 3D 형상

데이터 파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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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로

아이폰 케이스

‘출력’해보니

-1. 3D 형상 데이터 구하기

-2. 3D 형상 데이터 찾아 출력하기

-3. 폰케이스 출력 시작

-4. 지구 반대편 디자이너 작품을 내 손에 ‘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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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확장자는 ‘stl’이다. ▶ ▶6. 다양한 각도로 미리볼 수 있다.

▲ ABS에 열을 가해 가는 실처럼 연료를 뽑아 쌓는

방법으로 인쇄한다.

▲ 벌집모양 구조.

▲ 리플리케이터2x가 출력하는 방식 동영상 보기

7. 인쇄할 물체의 품질과

색 등을 조정할 수 있는 창

내려받은 레고모양 폰 케이스의 stl 파일은 ‘메이커웨어’라는 메이커봇 자체 3D 프린터

소프트웨어에 얹을 수 있다. 결과물을 미리 가늠해 보고, 출력 환경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다. 워드 파일을 출력하기 전에 문서를 미리 살피며 글꼴이나 여백을

바꾸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메이커봇의 리플리케이터2x는 합성수지인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스티렌(ABS)’을

소재로 쓴다. 잉크젯 프린터가 액상 잉크를 원료로 쓰는 것처럼, ABS는 3D 프린터의

‘카트리지’인 셈이다. 리플리케이터2x는 ABS에 열을 가해 가느다란 실처럼 뽑아 제품

밑둥부터 한층한층 쌓아 올리는 방식의 3D 프린터다. ‘글루건’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정교한 제품을 완성하려면, ABS를 얇게 녹여 쌓아 올려야 한다. 원료를 얼마나

얇게 뽑느냐에 따라 완성품의 품질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리플리케이션2x은 제품

품질을 세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품질은 ‘로우(0.3mm)’와 ‘스탠더드(0.2mm)’,

‘하이(0.1mm)’로 나뉜다. 이번에 뽑기로 결정한 폰케이스를 ‘하이’ 품질로 인쇄하면

4시간 정도 걸린다. 무난하게 ‘스탠더드’ 품질로 인쇄하기로 결정했다.

리플리케이터2x의 3D 프린팅 기술을 ‘수지압출(FDM)’이라고 부른다. 수지 원료에

압력과 열을 가해 뽑는다는 뜻이다. 이밖에 ‘SLA’와 ‘UV LED’ 방식 등 종류가 많다.

UV LED 방식은 광경화성 수지를 녹인 후 자외선 LED를 쪼여 굳히는 방식이다. 기존

프린터에 ‘잉크젯’, ‘레이저’ 등 다양한 방식이 있는 것과 같다.

stl 파일을 미리 보기 소프트웨어에 얹은 이후엔 ‘내보내기(Export)’ 단추를 누르면 된다.

인쇄하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소재를 얼마나 쓰는지 미리 알 수 있다. 이번에

인쇄하기로 한 높이 1cm 가량의 폰케이스는 원료를 약 22g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총 1시간40분 정도다.

생각보다 소재가 별로 들지 않았다. 소재를 아낄 수 있도록 설계된 내부 구조 덕분이란다.

물체 내부를 벌집모양으로 출력해, 견고함은 유지하면서도 소재를 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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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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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로

아이폰 케이스

‘출력’해보니

-1. 3D 형상 데이터 구하기

-2. 3D 형상 데이터 찾아 출력하기

-3. 폰케이스 출력 시작

-4. 지구 반대편 디자이너 작품을 내 손에 ‘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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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케이스 하나 뽑는 데 1100원

메이커봇 리플레케이터2x에 쓰이는 ABS 소재는 정품 가격을 기준으로 1kg에 48달러(약 5만원)다. 국내에서도 e쇼핑몰에서 비정품

소재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비정품 소재는 1kg에 1만4천원 정도다. 1kg은 스마트폰 케이스 45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정품 소

재 1kg를 5만원이라고 치면, 스마트폰 케이스 하나 만드는 데 소재만 1100원 든 셈이다. 기존 종이 프린터 시장에 비정품 ‘무한잉크’

와 같은 시장이 형성된 것처럼, 3D 프린터의 소재 시장도 조금씩 열리는 추세다.

▲ 실타래처럼 감겨 있는 것이 ABS다.

3. 폰케이스 출력 시작

지구 반대편 디자이너

작품을 내 손에 ‘출력’

이제 출력만 남았다. 출력을 하기 위해선 3D 프린터에 3D 형상 데이터를 보내야 한다.

3D 프린터마다 파일을 전송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어떤 제품은 무선으로 보낼 수도

있다. 유선으로 3D 형상 데이터를 받는 제품도 있다.

리플리케이터2x는 메모리카드를 쓴다. 메이커웨어 소프트웨어서 ‘내보내기’ 과정을 거친

stl 파일은 ‘x3g’ 확장자로 다시 변경되는데, 이 파일을 메모리카드에 넣어 3D 프린터에

끼우면 된다. 3D 프린터 자체에 액정 화면이 있어 SD카드 안에 들어 있는 파일을 탐색해

어떤 제품을 인쇄할 것인지 지정해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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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053D PRINTER

3D 프린터로

아이폰 케이스

‘출력’해보니

-1. 3D 형상 데이터 구하기

-2. 3D 형상 데이터 찾아 출력하기

-3. 폰케이스 출력 시작

-4. 지구 반대편 디자이너 작품을 내 손에 ‘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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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왔다면, 남은 것은 ‘출력’ 단추를 누르는 일 뿐. 출력이 시작되면, ABS가 녹으며

플라스틱 태우는 냄새를 퍼뜨린다. 이제 3D 프린터가 물체를 쌓아 올려 아이폰 케이스를

완성할 때까지 1시간40여분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1시간30분쯤 지나고, 폰케이스를 받아들었다. 3D 형상 데이터를 SD카드에 넣어

프린터에 꽂았을 뿐인데, 지구 반대편에 사는 3D 모델 디자이너가 만든 아이폰 케이스를

판교에서 받아볼 수 있었다. 신기한 느낌이었다. 3D 프린터는 우리 삶을 바꿀 제3의

‘산업혁명’일까.

▲ 갤럭시S4′용 케이스도 하나 더.

▲ 이건 ‘토토로’ :)

▲ 출력된 아이폰 케이스.

출력물 완성도 더 높여야

"제가 처음 3D 프린터를 사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한국에 이를 교육시켜줄 만한 사람도 별로 없었습니다. 3D 프린터를 파는

영업 사원도 제대로 설명을 못했으니까요."

▲ 구상권 게임인재단 3D랩 랩장

구상권 게임인재단 3D랩장은 제품 디자이너로 15년동안

일했다. 제품 디자인을 하고 업체에 맡겨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번거롭기도 하고 값이 비싸 3D 프린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는 그간 3D 프린터에 대해 쌓은 정보를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가 처음 3D 프린터를 접한 후 출력을 하다 실패한

‘흔적’만 한 박스가 넘을 만큼 정교하게 출력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3D프린터에 관해 더 다양한 장비를 구매해 더

촘촘히 연구할 작정이다. 더불어 게임인재단 아카데미 형태로

사업을 진행할지 구상 중이다. 아직은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다가오는 봄께면 구체적인 모습이 공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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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들이여, 3D 프린터 배워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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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들이여,3D 프린터배워봅시다”

갈까, 말까? 선택의 순간은 사람을 둘로 나눈다. 안 가는

사람과 가고 보는 이. 두 종류의 사람 중 누가 더 옳은 선택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확언할 수 있는 것은

일단 가봐야 끝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은 확실히 두 번째 타입의 인물이다.

“이 동네에 디자이너, 3D 모델러 엄청 많아요. 게임업계는

3D 프린터 산업에 가장 먼저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이미

갖고 있다고 봐요. 그리고 일단 재미있지 않아요? 자기가 만든

디자인한 실물로 뽑아볼 수 있다는 게.”

게임인재단이 3D 프린터 사업을 시작했다. 이름은

‘게임인재단 3D랩’이라고 지었다. 사무실도 판교역에 따로

열었다. 게임업체란 게임업체는 모두 입주한 바로 그 판교에

말이다.

게임인재단은 3D랩을 우선 3D 프린터 체험존 형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일단 와서 보라는 뜻이다. 3D 프린터가

뭔지, 이걸로 뭘 할 수 있는지. 누구나 와서 무료로 3D

프린터를 체험할 수 있다. 등록이나 허가 절차는 과감히

생략했다. 게임업체에 다닌다는 증거의 하나로 명함 한 장만

있으면 된다고 남궁훈 이사장은 설명했다.

▼ 구상권 게임인재단 3D랩장(왼쪽)과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

오원석 기자

[email protected]

트위터 @Sideway_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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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재단 3D랩의 문을 열어보니 60제곱미터 남짓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 넓지는 않은 공간, 거기에 3D 프린터가

들어차 있다. 제품 면면을 살펴보니 구성에도 퍽 신경 쓴

모양이다. 미국 3D시스템즈의 ‘프로젯 460플러스’가 1대,

메이커봇의 ‘리플리케이터2’가 1대 들어서 있다. 메이커봇의

고급형 제품에 속하는 ‘리플리케이터 5세대’ 6대는 현재

바다를 건너는 중이다. 총 8대의 3D 프린터가 게임인재단

3D랩을 꾸미게 된다.

3D시스템즈의 프로젯은 파우더 및 잉크젯 조합 방식(PBP)을

쓰는 고급형 제품이다. 메이커봇의 리플리케이터 시리즈는

수지압출방식(FDM) 기술이 적용된 저가형 모델이다. 현재

3D 프린터 시장은 다양한 기술이 공존하고 있다. 게임인재단

3D랩에서는 각기 다른 기술이 만드는 결과물의 품질 차이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체험존 다음에는 3D 프린터 학원을 오픈할 예정이에요.

그래서 3D랩을 게임업체 퇴근 길목에 잡았어요. 집에 가다

스윽 보고 가라고(웃음).”

앞으로 한두 달 동안은 체험존 운영이 이어진다. 체험존 다음

단계는 학원이다. 게임인재단이 직접 학원을 설립할 수는

없으니 별도 법인을 만든 뒤 학원 지분을 재단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서류작업을 마칠 예정이란다. 직장인이 퇴근

이후 영어학원을 다니고, 독서모임을 만들고, 취미활동을

하는 것처럼 게임인재단 3D랩은 게임업체 종사자가 3D

프린터에서 미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마련된 배움터다.

3D랩은 게임인재단이 운영하지만, 체험존과 학원 운영은

구상권 게임인재단 3D랩장이 맡아 이끈다. 구상권 랩장은

게임인재단 출발부터 남궁훈 이사장과 함께 한 배에 몸을

실은 인물이다. 대학에서 3D 컴퓨터 교육모형개발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남궁훈 이사장의 권유로

게임인재단에 합류했다. 남궁훈 이사장은 돈과 재단을 갖고

있고, 구상권 랩장에게는 3D 관련 기술과 지식이 있다. 두

인물이 씨줄과 날줄이 돼 게임인재단과 3D랩의 방향키가 되는

그림이다.

“앞으로 출범할 학원에서는 3D 프린터의 이론적인 부분과

필요성에 관한 강좌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이게 잘 보면

방식이 10여가지가 넘어요. 그런데 뉴스만 봐서는 뭐가

무슨 기술인지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워요. 총을 만드는

3D 프린터와 쿠키를 굽는 3D 프린터에 적용된 기술이 다

다른데….”

구상권 랩장은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3D 프린터 기술을

3D랩에서 한데 모을 예정이다. 보는 것이 첫 번째, 아는 것이

배움의 두 번째 과정이다.

구상권 랩장은 “게임인재단에서 3D랩 출범을 준비하며

몸으로 얻은 경험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배움의 과정이 있다면, 바로 고민이다. 3D 프린터를

보고, 여기서 어떤 미래를 그릴 수 있는지 직접 체득하라는

의미다. 3D 프린터 영역은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땅이다. 장밋빛 전망은 많지만, 모두 말일 뿐 누구도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 확언할 수 없는 분야다. 구상권 랩장은 거기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구상권 랩장은 “예를 들어 컴퓨터 학원은 ‘취업’이라는 명백한

비전이 있는데, 3D랩 학원은 그같은 비전은 없다”라면서도

“컴퓨터 기술도 과거에는 별볼일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아무런 거부감없이 자리잡은 것처럼,

3D랩은 3D 프린터에서 이 같은 역사를 그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인재단 3D랩에서의 체험과 학원 수료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7~80년대 컴퓨터를 처음 접한 이가

거기서 미래를 본 것처럼, 3D랩은 3D 프린터에서 새로운

산업을 그리고 있다.

게임인재단에서 왜 하필이면 3D 프린터일까. 전혀 연관되지

않는 두 업종이 남궁훈 이사장을 접점으로 얽힌 까닭 말이다.

지나간 날들과 앞으로 그려질 상황에 관한 우려가 남궁훈

이사장을 3D 프린터 시장으로 이끌었다.

“저는 만약에 모발일 시장이 안 터졌으면 지금 게임 업계는

어떻게 됐을까를 가끔 생각해요. 모바일 시장의 급속한

팽창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쯤 게임업계는 초상집 분위기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게임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다른

플랫폼으로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남궁훈 이사장은 “사업의 새로운 기회는 패러다임이나

플랫폼의 변화가 있을 때 온다고 생각한다”라며 “이후의

바람은 인터넷오브씽스(IoT)와 게이미피케이션(게임화),

3D가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PC통신에서 인터넷 세상으로 넘어오며 산업과 사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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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확장됐다. PC와 인터넷 이후에는 모바일이 또 한 번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남궁훈 이사장은 과거 PC통신

시절부터 지금의 모바일까지 두루 경험했다. 그 사이 마주친

거대한 파도도 직접 몸으로 느꼈다. 모바일로 플랫폼이 다시

한번 바뀐 지금, 남궁훈 이사장은 돛을 올리고 모바일 이후

불어올 바람을 탈 준비를 하고 있다. 그게 바로 3D 프린터다.

게임인재단이 이종 산업처럼 보이는 3D 프린터 시장에 발을

내민 까닭이다.

갈까, 말까? 선택의 순간에서 남궁훈 이사장은 가보는 쪽을

골랐다. 분위기는 좋다. 남궁훈 이사장의 3D 프린터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동료들이 많다.

“사실 페이스북으로도 슬쩍 찔러보긴 했어요. 그랬더니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관심은 있는데, 아직 이게 뭔지 몰라서 문제지. 게임인재단

3D랩이 국내 3D 프린터 산업의 씨앗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게임인재단이 운영하는 3D랩은 누구든 체험할 수 있다.

게임업체에 다닌다는 증표로 명함을 제시하면 된다는 게

게임인재단의 설명이지만, 설사 명함이 없다고 해서 내쫓을

리 없다. 궁금하면 일단 가보자. 남궁훈 이사장이 3D 프린터

시장으로 ‘일단 고’를 외친 것처럼.

올봄부터는 게임인재단이 운영하는 3D 프린터 학원을 체험할

수 있다. 지금은 커리큘럼을 정교화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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