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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체 순례 71 가난을 꿈꾸는, 민들레 공동체 홍 순 택 새길기독사회문화원 간사 태풍이 지나간 하늘은 맑았다. 게다가 가을의 문턱이었기에. 하늘은 투명했다. 평소 더러워진 공기로 감추어졌던 하늘의 깊은 곳에 우리의 눈과 마음을 이르게 한다. 바람은 그렇게 더러워진 것을 닦아 준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데려간다. 바람이 늘 그렇게 대기 를 씻어주었으면 좋겠다. 그 바람에 나도 맡겨 내 눈과 마음도 씻었으 면 좋겠다. 그리고 그 바람이 데려다 주는 곳을 바라보고 그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가난한 자를 찾아가는 민들레 공동체대표인 김인수 전도사는 19862월 교회가 없는 경남 서부지역의 농촌마을을 찾아다니며 선교하던 중 어린아이를 통

[민들레공동체] 가난을 꿈꾸는, 민들레공동체 새길이야기 2005년 가을호(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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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동체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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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꿈꾸는, 민들레 공동체

홍 순 택

새길기독사회문화원 간사

태풍이 지나간 하늘은 맑았다. 게다가 가을의 문턱이었기에…. 그

하늘은 투명했다. 평소 더러워진 공기로 감추어졌던 하늘의 깊은 곳에

우리의 과 마음을 이르게 한다. 바람은 그 게 더러워진 것을 닦아

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데려간다. 바람이 늘 그 게 기

를 씻어주었으면 좋겠다. 그 바람에 나도 맡겨 내 과 마음도 씻었으

면 좋겠다. 그리고 그 바람이 데려다 주는 곳을 바라보고 그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가난한 자를 찾아가는

〈민들 공동체〉 표인 김인수 도사는 1986년 2월 교회가 없는

경남 서부지역의 농 마을을 찾아다니며 선교하던 어린아이를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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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하나님의 부름을 듣는다.

“그러면 나루터에서 모이면 되잖아요.”

워낙 유교와 불교, 민간신앙의 힘이 강했던 지역이었기에 드러내놓

고 선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것이 지역의 실이었단다. 복

음의 열정을 갖고 한 농 마을의 학교를 찾아갔으나 역시 쫓겨날 때,

지나가던 한 아이가 무심코 던진 말. 그 말은 막연하던 선교열정을 농

이라는 구체 인 장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김인수

도사는 그후로 계속 농 에 살고 있다.

민들레공동체 전경

민들 공동체의 모태는 김인수 도사와 뜻을 같이하는 학생들이

함께 만든〈서부경남선교동지회〉.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이라는 성서

의 구 을 외면하지 못한 은이들이 이 땅에서 가장 가난한 경남 서

부지역의 농 으로 찾아들었다. 공동체의 처음 이름은〈선교공동체 민

들 하우스〉. 일주일에 몇 번 만나서 일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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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단순한 동기에서 시작했다 한다. “ 수

님처럼 그냥 같이 살면, 공동체로 같이 살면 더 잘 일할 수 있지 않을

까.” 농 의 폐가를 빌려 무작정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동체의 ‘공’자도 몰랐지요. 처음에는 이름도 공동체가 아니 구

요. 선교를 해서 일주일에 몇 번 만나는 것보다 같이 살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 매주 모이던 청년들을 모아 공동체를 했죠.

희 가정만 결혼한 가정이었고 나머지는 다 양육하던 학생들이었

구요. 시골 빈 집을 빌려 수리해서 살면서 소도 키우고 농사도 지으

면서 살았죠. 공동체를 알아서 했다기보다는 농 사역을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 했어요. 농 사역을 하다보니까 당연히 농 에

서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게 시작된 공동체는 민들 씨앗처럼 바람이 데려다 주는 곳으

로 옮겨 다니며 교회를 개척했고 교 를 월하여 뜻이 있는 일꾼에

게 교회 운 을 넘기기를 계속해왔다. 한 농 교회를 살리기 해

학에서 농 생들을 심으로 선교활동도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농 선교가 단순히 교회없는 마을에 교회를 세우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유기농을 보 하고 생명농업을 환기시키며 매사에 일손이 부족

한 농 마을의 일꾼이 되기를 자처하

게 되었다. 나아가 농 의 한계상황

을 극복할 일꾼을 길러내고자 민들

농 비 학교, 민들 청소년 캠 ,

민들 어린이 캠 등을 꾸리게 되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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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와 함께 하는

자리잡은 마을에서는 소리쳐 외치기보다는 어려운 형편의 분들과

장례 등 마을의 소사를 도우며 다가갔다. 문 을 심으로 구성된

농 마을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얼마의 세월이 지나 민들 공동체는

마을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게 된다.

“우리 동기들이나 친구들은 서부 경남을 섬기라는 것이 하나님의

부름이라고 믿었어요. 하나님이 에게 주신 부담은 이 지역을 살려

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이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도시로 떠날지라

도 나라도 이 지역을 떠나지 않는다라고 결심했구요.”

어느 토박이 농부의 고백처럼 들리는 고백. 오랜 세월 경남 서부지

역에 자리잡아온 민들 공동체는 이제 이 지역의 농 선교의 심일

뿐만 아니라 농 을 살리기 한 운동의 심이 되어버렸다.

민들 공동체의 홀씨는 해외로도 날아가고 있다. 하지만 역시 농

으로. 캄보디아와 인도 북부의 농 마을에 민들 공동체의 홀씨가 날

아들었고 그 지역의 시 한 문제인 교육과 보건 문제의 해결을 해

헌신하고 있다.

동네사람이 된 거죠.

민들 공동체는 목회자를 길러내기보다는 좋은 농민을 길러내려 한

다. 좋은 농민이어야 가난한 농민들과 함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찾

아간 선교사이기보다는 그 ‘동네사람’이 되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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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다.

“가난한 자들에게 복음을 하라는 것이 희 사역의 결론이죠.

농 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기 때문에 농 의

가난한 사람들을 한 사역이 희들의 일이라고 믿어요. 이것을

해 기술도 개발하고 농사도 연구하고 하죠. 희들의 유일한 소망은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일꾼들을 길러내는 것이에요. 많은 일을 했

었으나 이제는 가지를 쳐내고 이 일에 집 하려 합니다. 조만간 일

꾼들을 길러낼 안학교를 시작하려는 소망도 있구요.”

민들 공동체 사람들은 ‘ 로’ 농민이 되려한다. 로 농민이 되어

살고 있는 동네 농민들을 돕고 기회가 되면 해외의 농 도 돕기를 꿈

꾼다. 캄보디아에 송한 선교사는 목회를 배우지는 않았지만 그곳 농

민들과 함께 살며 그들의 삶의 질 향상을 해 일하고 있다.

민들레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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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공동체

민들 공동체는 재 세 가정과 몇몇 개인이 함께 가족을 이루어

살고 있다. 공동체로 살면 무엇이 좋을까?

“한 가정만 꾸려서 살면 결국 한 가정의 역량만큼만 꿈을 꾸고 살

수 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더불어 살면서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는 것 같고, 하나님께서 만든 세상을 더 풍요롭게 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이동건 소장은 국에서 안기술( 정기술)을 공

부하고 왔어요. 폐식용유를 가지고 바이오 디젤을 만드는 실험 이

죠. 우리 공동체 차는 이동건 소장이 만든 바이오 디젤로 갑니다. 콩

기름 냄새가 고소하게 나죠. 천연세제도 만들고 풍력발 기도 만들

수 있죠. 은실 씨네 같은 경우는 술가들이구요. 물론 농사는 기본

으로 같이 짓지만 가족 에 새로운 은사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니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거죠. 한 가정이면 경험할 수 없는 하

나님나라의 다양한 역들을 리지 않는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함께 사는 이동건 씨는 국 이스트런던 학(East London University)

과 안기술연구소(Center fot alternative technology, CAT)에서 안기술

( 체기술, 는 정기술)을 공부하고 돌아와〈민들 안기술센

터〉를 만들었다. 연구실이라야 공동체 한 켠의 허름한 창고가 다이지

만 그 곳에서 연구되고 만들어져 나올 기술들은 농 사람들이 쉽게

근할 수 있는 기술들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생각을 하다 보니, 첨단기

술을 배워봤자 혜택받을 사람들은 소수잖아요. 첨단기술은 공부

를 많이한 사람만이 근할 수 있잖아요. 그 지만 기술을 개선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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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고서는 그들의 기아와 빈곤을 해결할 도리가 없거든요. 정기술

이라는 것은 공동체성을 유지하고 생태를 보존하면서 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기술이죠. 를 들어 유기농업도 안기술 의 하나

라고 할 수 있죠. 우리 집도 60평인데 지 은 버려지는 나무들을 모

아서 화목보일러를 쓰고 있어요. 기도 앞으로는 풍력발 을 통해

자체 생산할 계획이구요. 이런 기술들이 보 된다면 국가나 외부의

큰 도움을 받지 않고 자본주의 경제에도 얽매이지 않으면서 독립

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게 되지 않을까…. 우리의

삶에서 모범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이런 노하우를 제 3세계에 보

하면 독립 인 공동체 마을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가능한 농 심으로 보 할 것이고 빠르면

올 가을부터 안기술 워크샵을 열 계획 이에요. 갈 리 동네 분

들에게도 배울 뜻만 있으시다면 보 할 계획이에요. 마을회의에서

제안도 했었구요. 그 지만 일단 우리가 뭔가 보여야 해요.”

공동체 대표 김인수 전도사(좌)와 대안기술센터 이동건 소장(우)

은실 씨네는〈민들 아트센터〉에서 야생 와 잎새를 이용한 각종

생활용품과 소품들을 만들고 목 화와 토우 작업을 한다. 아트센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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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 으로 시작한 고 김용수 화백의 말 로 “ 술은 본능이다.”라는

생각으로 모든 이들이 공감할 아름다움을 창조하려 하고 있다. 농사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의 본성에 가장 가까운 일이라면 술 한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창조하려는 모든 인간의 본성일 터이니.

이들 외에도 다양한 역을 경험한 구성원들로 인해 민들 공동체

는 풍요롭다. 가족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더 넓은 가족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같은 다양함과 ‘새로운 가족’은 아이들이 자라나기에 더없이

좋은 토양이다.

“제일 좋은 것은 자녀들인 것 같아요. 자녀들이 알게 모르게 경험

하게 되니까. 그래서 공동체 아이들은 생각과 사는 것의 폭이 달라

요. 보통 미술시간에 아이들에게 네 꿈을 그리라 하면 그 자기 집

한 채 있던지 하고 마는데 우리 아이들은 안 그래요. 넓어요. 큰 산

을 그려서 여기는 공동체, 기는 양로원, 박물 , 미술 등등 이미

틀 자체가 달라요. 자연스럽게 더불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배우는

것 같죠.”

민들레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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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 공동체의 아이들은 물론 선택 가능하지만 학교를 안 다니기

도 한다.

“학교를 안 보냈지만 아이들에게 특별히 가르치는 것은 사실 별로

없어요. 일 년 가더라도 직 가르치는 것은 특별히 없고 같이 생활

하고 일하고 하는 거죠. 자연 속에 있으면서 아이들이 구보다도

자기의 길들을 뚜렷하게 찾아가는 것 같아요. 안정감이 많이 있

구요. 공동체 자체가 는 교육 토양으로서 아주 좋은 곳이라고

믿죠. 무엇보다 으로 말하면 수님을 배워나가는 좋은 훈련장

소죠.”

공동체 식구들이 직접 만든 창조물, 담

그래도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불안하지는 않을까?

“학교에 다녀도 래아이들끼리 그 안에서도 왕따가 있고 뭐가 있

고 해서 소외되고 경쟁하는 것이 한민국의 실인데 같은

경우는 공동체 환경이 더 교육 인 환경이라 생각해요. 3 가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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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되요. 아이들은 자라면서 미래를 꿈꾸고 우리 같은 청장년들은

실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노인들은 과거를 지켜나가는, 그래서 한

공동체에는 재 미래 과거가 공존해야만이 그 가운데 올바른 계

가 교육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면에서 공동체가 꼭 효율

인 공동체가 되야만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목 이야 달성되겠지만 보편 인 인간성의 완성을 해서는 미흡하

지 않겠느냐, 오히려 이런 생활환경이 후세들을 해서는 더 좋은

터 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공동체 식사

사람을 길러내는 공동체

민들 공동체가 그리고 있는 수의 모습은 아마도 ‘더불어 사는

수’, 그것도 가난한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수가 아닐런지…. 물론

민들 공동체에도 다른 공동체들이 겪는 어려움은 고스란히 있다. 역

시 문제는 ‘ 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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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모인다고 하는 가족도 한 가정 사는 것도 이혼하고 난

린데,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죠. 그래도 그

만큼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뜻이 좋아서 다 오죠. 그런데

막상 살다보면, 그 뜻에 해서는 아무도 문제 제기를 안 하죠. 그러

나 그 뜻을 이 나가는 데 있어서 개인의 한계와 연약함과 죄성, 자

신의 욕망들, 자기가 생각하는 가치 들이 부다 여기서 벽에 부닥

치게 되죠. 밥먹는 습 에서부터 말하는 습 에서부터 모든 게 다

부딪히게 되는데 그게 당연하죠. 사실은 공동체를 몇 달 살다보면

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내면세계를 다 드러내게 돼 있습니다.

그러면서 갈등하죠. 근데 어떻게 보면 공동체에서 더불어 살면서 내

가 군가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보통 자기가 홀로 살면 웬만큼

자기는 잘난 맛으로 살거든요. 난 잘 생겼고 잘 났고. 자기 잘난 맛

에 살아요. 근데 공동체 오면 그러지 않아요. 그런 것을 지키는 사람

일수록 철 하게 부딪히고 깨어지는 것이 공동체거든요. 그때는 그

사람이 결단해야 되죠. 아, 더 이상 괴로워서 못 살겠다고 나가든지

아니면 여기서 자기의 그러한 모습을 보고 새로운 인간 형성을 해

서 모험을 하든지 그 두 가진 거 같아요. 만약에 후자를 실험하고

자기 자신을 투신하게 된다면은 새로운 자아상을 발견하고 새로운

삶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동체는 굉장한 도 의

장소인 것 같아요. 그 도 의 장소라는 것은 부정 으로 말하면 굉

장한 상처와 아픔과 때로는 견뎌내야 하는 상처이기도 하죠.”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아 만큼 성숙해진다는 것은 단지 유행가 가사에 불과한 것은 아닌

가보다. 인생의 진리, 신앙의 진리인가보다. 물론 더 아 기 싫다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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픔을 보듬고 감싸기만 한다면

성숙해지지는 않겠지만. 공동

체를 새로운 인간성을 향한 도

의 장소로 인식하는 민들

공동체 사람들. 물론 그곳에는

아직도 도 이 남아 있을 것이

다. 하지만 그 아픔을 불편하

고 감추어야할 부끄러움, 혹은

나의 방식과 주장을 철해야

할 투쟁의 장으로 받아들이

지 않고 새로운 인간성을 향한

도 의 장이라고 말한다는 것

이 존경스럽다. 공동체가 개인

에게는 새로운 인간성을 모색하는 도 의 장소라면 동시에 그곳은 새

로운 세계가 열리는 곳일 것이다. 와 내가 함께 새로운 인간성을 찾

아 아픔을 견뎌내 간다면.

아픔을 견뎌내는 것을 그래도 수월 하고 그 아픔이 단지 아픔에

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간성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을 확

신하게 한 것은 바로 신앙이었다.

“결국에는 내면 인 문제이고 성의 문제이고 자기 존재와의 싸

움이죠. 우리는 그런 면에서 보는 방향이 같고 달려갈 길들이 비슷

하니까 그거는 괜찮은 것 같아요.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장을

기계 으로 맞출 수는 없습니다. 그 목 은 같지마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은 다 다르거든요. 그런 것들이 때때로 충돌이 많이 되죠.

이거를 하고 싶은 데 재정이 없어서 좌 될 때도 더러 있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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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이거도 하고 싶은데 거를 해야 하고… 이런 가운데서 많은

아픔들이 있죠. 지나면서 결국에는 아하! 인생이라는 것이 내 욕구

로 사는 것이 아니라, 뭐라 할까 공동체의 뜻에 따라서 내 어떤

의지뿐만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람들 안에서 공동체를 통해서 함께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많이 해요. 아직도 그런 원숙한

뭐랄까 신앙이랄까 까지 가는 데는 우리도 아직 걸어가고 있는 와

이죠. 부족함을 안고 부단히 함께 가는 거겠죠.”

가난해지려는

민들 공동체는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지 않은 일을 해왔다. 게

다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이라면, 가난한 사람들을 한 일

이라면 돈이 많이 있을수록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실제로도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도 된다. 하지만 민들 공동체는 가난했고 더

욱 가난해지길 꿈꾸고 있었다. 캄보디아 농 에서 벌이고 있는 의료사

업도 첨단기술과 돈이 필요한, 다시 말해 가난한 사람들이 근하기

어려운 서구 의술이 아니다. 수지침이나 침(蜂針) 등, 물론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지만 농 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

이 겪는 생활의 질환들을 구나 손쉽게 경감시킬 수 있는 실질 인

기술을 우선 보 하고 있다. 안기술 는 정기술에 공동체가 심

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기도 하다. 가난한 사람들이 쉽게

배우고 용하여 실생활의 고통을 여나갈 수 있는 기술, 즉 가난한

자를 한 기술을 보 하려 하는 것이다.

김인수 도사는 캄보디아에서 일하고 있는 김기 형제의 소식을

해주었다. 김기 형제는 CHE(Community, Health, Education) 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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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을 캄보디아 농 에서 시도하고 있단다. 학교를 세우고 기숙사를 세

우려했지만 돈이 부족하여 다른 선교단체에 돈을 빌리고 하여 고생

끝에 인근에서 가장 허름한 기숙사를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그 지만

돈이 없는 만큼 더 많은 노동과 헌신을 형제 스스로 하게 되었다고

한다. 기숙사가 완공된 후 한 캄보디아 청년이 김기 형제를 찾아와

“당신이 하는 일은 어떤 일이든지, 단 한 푼의 돈을 받지 못해도 상

없으니, 함께 하고 싶다.”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 는 형제에게 ‘기 형제, 우리 사업은 성공했다. 가난한 사람들

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에.’라고 말했어요. 많은 경우 돈으로 선교를

했기 때문에 그곳 사람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이용당하는

경우도 있죠. 우린 돈도 없었지만 출발을 가난하게 했기 때문에 헌

신밖에 보여 게 없었던 거죠.”

결국 그런 헌신이 신뢰를 낳아 CHE 로그램은 느리지만 소 한

열매를 맺고 있고 결국 캄보디아 정부의 주목을 받게 되기에 이르

다고 한다.

“우리가 돈이 많아가지고 아무 어려움 없이 학교도 막 세우고 사

업 해버렸으면 아마 이 게 못했을 거에요. 없는 가운데에서 하다보

니까 결국 지혜도 주시고 사람들의 마음도 얻게 하시고 일도 더디지

만 바르게 할 수 있는 훈련도 받게 하시고 했던 것은 아닌가… 그래

서 는 가난의 힘을 믿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가난을 안 좋은 것으

로 부정 으로 보는 데, 가난이 가진 다른 정 인 힘들을 신뢰

할 수 있다면 선교사역도 달라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좀 힘들지만

그 게 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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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일하지 말고 몸으로 일하며 농 사람들과 직 인 만남을

갖길 원하는 민들 공동체는 “돈이 필요하긴 하지만 돈이 사람의 마

음을 움직이진 못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공동체 스스로 가난을 몸소

따르고자 시도한다.

“우리는 공동소유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무소윱니다. 내일이라도

주님께서 어디로 가라고 하시면 툴툴털고 어디로 가야해요. 사람들

이 아무 가도 없는데도, 소유욕을 충족시켜주는 댓가겠지요, 자신

을 으로 헌신한다는 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쉽지 않은 일인 데

그런 일들이 가능해보이는 것 같아요. 물론 그거 때문에 나는 왜 이

거 안 해주고 하느냐며 나가는 사람도 있고 다툼도 있지만, 그러나

좀 고집스럽지만 그런 원칙들을 지켜야만 우리가 복음의 핵심이라

할까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데 그나마 좀 가까이 나갈 수 있지 우

리 뭐 했다고 다 챙겨버리면 과연 어떻게 수님을 따라가는 길들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무소유, 가난을 꿈꾸는 것 역시 수의 말 을 외면하지 못하기 때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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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 공동체경남 산청군 신안면 갈 리 42번지

055) 973-6813 http://www.dandelion.or.kr

“ 수님을 따르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원수가 소유, 돈에 한 욕망

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자들에게 다 버리고 나를 따르라 할 때에

우리는 버린다는 것을 배우는 게 아니겠는가, 그런 기 가 안 된다면

따르는 것은 어렵다고 니다. 짐을 많이 들고 어떻게 힘든 걸음을

걷습니까. 홀가분해야 빨리 따르지. 무거운 것을 지고 따르려 하니까

신앙이 무 괴로운 거 아닐까요. 수 믿는 것이 무 괴롭고.”

성경은 좁은 길이란 비유로 수를 따르는 길이 녹녹치 않음을 말하

고 있다. 그 지만 진리의 길이 좁은 길이라면 그 길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 어려운 길을 어느 가 쉽게 갈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이 ‘와! 좁은 길을 어떻게 가냐, 그 어려운 일을 어떻

게 합니까?’ 하고 종종 물어요. 하지만 좁은 길에 들어서버리면 그

좁은 길에 숨겨진 아주 넓은 로가 있어요. 그거는 발을 내디뎌본

사람만이 아는 평안과 자유에요. 겉으로 서는 모르는 것 같아요.

소유도 마찬가진 거 같아요. 물론 때로는 우리도 돈 때문에 많은 압

박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희망

들, 그것이 우리의 희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난이 가진 희망이라…. 나는 아직 그 말의 뜻을 잘 모르겠다. 그

나마 앞서 나왔던 ‘가난의 힘’이란 말은 어렴풋이 느낄 것 같긴 하다

만. 하지만 알고 싶다. 좁은 길이 괴롭고 힘들기만 한 길이 아니라 그

안에 아주 넓은 로가 숨겨져 있다니! 그걸 한 번 보고 싶다. 그 길

을 한 번 걸어보고 싶다. 내 살아 생 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