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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동체 미술 을 가퍼포먼스 반지하 공동체미술팀 펴냄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캠페인 #6. 놀이방+공부방 실행 프로젝트 퍼포먼스 반지하 공동체미술팀 펴냄 광혁 은혜 가영 가은 소연 문현 자수 영재 현희 승빈 현주 문선 다흰 세리 현호 소명 세령 유진 십원 혜민 지수 예진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캠페인 #6. 놀이방+공부방 실행 프로젝트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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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갤러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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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동체 미술을가꾸다

공동

체 미

술을

가꾸

다퍼

포먼

스 반

지하

공동

체미

술팀

펴냄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캠페인 #6.놀이방+공부방 실행 프로젝트

퍼포먼스 반지하 공동체미술팀 펴냄

정광혁 지경 고은혜 무카 김가영 김가은 마고 문소연 최문현 야자수 강영재 라쿠 이현희 이승빈 사막 정현주 짱콩 최문선 박다흰 최세리 조현호 양소명 이세령 쿠로 고유진 오십원 정혜민 전지 이지수 이예진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캠페인 #6.

놀이방+공부방 실행 프로젝트‘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Page 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동체 미술을가꾸다

퍼포먼스 반지하 공동체미술팀 펴냄

Page 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전기획

1. 사전스토리텔링 6

2. 개념, Concept 8

3. 목적과 목표 7

4. 프로젝트 주체 10

5. 프로젝트의 구조 11

6. 프로젝트 대상지역 12

7. 과정의 구성 1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작업실 가꾸기 18

*쿠로일기 20070815 20

본교육과정 : 꽃그림 애니메이션

● 교육프로그램

1차 꽃과 환경 그림 그리기 26

2차 하나의 존재를 의미하는 꽃 - 한붓꽃그리기 32

3차 꽃잎으로 만들어 보는 공동화 38

4차 꽃잎그림 동화 만들기 44

5차 발표회 52

*전지만화 : 빙 둘러앉기 54

*꽃그림 애니메이션 만들기 수업을 정리하며 56

*반지하 서울프로젝트팀에게 드립니다 58

부방교육공간영역

● 교육프로그램

1차 우리자리 공부방 빙고! 62

2차 공부방 조형영역 이미지텔링 68

3차 공부방 조형영역 분석 및 의견모으기 76

4차 공부방 조형영역 시안검토와 합의하기 80

5차 조형작업 참여하기 - 벽돌 조적과 미장 84

6차 공부방 간판 디자인 논의하기 88

7차 공부방 간판 재료 선택과 아이디어 내기 94

8차 공부방 조형작업에 관련된 주민과의 갈등 토론해보기 100

*공부방 조형작업에 관련된 주민과의 갈등 이야기 105

*쿠로일기 20070905 106

목 차사

Page 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조형작업

01. 공부방 텃밭과 툇마루 조형 108

02. 우리자리 공부방 간판과 우체통 114

*쿠로일기 20070823 116

*쿠로일기 20070827 117

*시로일기 20070914 118

역생태텃밭영역

●지역생태텃밭영역을 시작하며 122

● 교육프로그램

1차 여는수업 124

2차 지역텃밭 1차 답사 128

*전지만화 - 대추이야기 137

3차 답사내용 정리와 2차 답사 준비하기 142

4차 지역텃밭 2차 답사 146

5차 이미지텔링 지도 만들기 160

6차 텃밭벽화 밑그림 그리기 168

7차 크레파스 벽화 그리기 174

8차 텃밭 이름짓기 / 사진 액자 만들기 180

● 조형영역

01 꽃놀텃밭벽화 188

02 생태텃밭 간판 190

03 모퉁이텃밭 그림자벽화 191

04. 이미지로 돌아보는 신림동 생태지도 192

● 꽃놀텃밭 가꾸기 194

이영역

● 교육프로그램

1차 여는수업 - 놀이의 개념과 분류 204

2차 답사영역 및 모둠 결정하기 208

3차 놀이영역 1차 답사 214

4차 놀이영역 2차 세부답사 224

5차 모둠별 영역 결정 및 기본 조형계획 세우기 236

*작업에 활용된 공구들 247

지놀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Page 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6차 모둠별 세부 조형 계획 및 시안 작업 248

7차 모둠별 작업영역 주민과의 협의작업 258

8차 모둠별 시안확정 / 조형계획 세우기 270

9차 모둠별 조형작업 / 시안작업 280

10차 모둠별 조형작업·1 290

11차 모둠별 조형작업·2 296

12차 모둠별 조형작업·3 304

13차 놀이영역 전체 정리 310

● 조형작업

01 난곡제일교회 주차장작업 316

02 꽃놀텃밭 앞 레일과 바퀴 319

03 남강문구 앞 우리동네 공동평상과

골목 안 키재기 전봇대 320

활용영역

● 교육프로그램

1차 여는수업 - 사물의 생산과정 324

2차 사물의 폐기와 순환과정 330

3차 난곡고물상 방문하기 336

4차 재활용영역 마무리수업 342

*파지수거할아버지 동행 일지 347

● 공간조형작업

01 예원피아노앞 동네공동의자 및 소품 350

02 삼성연립 아래 우물 턱 350

03 성안당문구 앞 벽화 352

목 차

무리영역

●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최종발표회 354

● 평가회와 텃밭 어른들께 인사드리기 356

● 우리자리 공부방 아이들과의 작업실 쫑파티 357

● 주민들께 액자 선물하기 358

● 사후조형작업 360

● 프로젝트 최종평가

*프로젝트 전체평가 - 공동체미술팀 363

*프로젝트 활동후기 1·무카 369

*프로젝트 활동후기 2·라쿠 370

*프로젝트 활동후기 3·사막 373

*프로젝트 활동후기 4·전지 374

*<‘공동체미술을 가꾸다’가 처한 사회현실> - 드라마고 377

● 신림동 작업지점 지도 381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사전기획

54

Page 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동체 미술을가꾸다

사전기획

한 아이가 도시 속에서 태어났다. 자연의 모든 것이 혼자 태어나는 법이 없는 것처럼, 아이는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사회를 만난다. 가족의 구성과 가정의 환경은 한 아이의 특별한 환경이

자 관계로 기능하며 성장의 터전이 될 것이다. 이 아이의 가족들은 건물이 가득 채워져 있고,

그 사이로 자동차들이 질주하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전기획순서

1·사전스토리텔링 6

2·개념,concept 8

3·목적과목표 7

4·프로젝트주체 10

5·프로젝트의구조 11

6·프로젝트대상지역 12

7·과정의구성 16

Page 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아이가 도시 속에서 태어났다. 자연의 모든 것이 혼자 태어나는 법이 없는 것처럼, 아이는 가족이라는 가

장 작은 사회를 만난다. 가족의 구성과 가정의 환경은 한 아이의 특별한 환경이자 관계로 기능하며 성장의 터전

이 될 것이다. 이 아이의 가족들은 건물이 가득 채워져 있고, 그 사이로 자동차들이 질주하는 도시에서 생활하

고 있다. ●어른들은 하루 중의 많은 시간을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만들어진 도로의 갓길을 거닐게 되고, 대부

분, 밀집된 집단주거지역에 위치한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나 일자리를 오간다. 자신이 무엇인가를 만들거나

팔아서 생기는 수익으로, 다시 돈을 주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고 소비하는 생활이 하루에도 여러 번씩

이루어지는 도시는, 전체가 시장이며, 도시민들은 이곳에서 생활하고 일하며 아이를 양육해가야 한다. ●도시

의 아이들이 집을 나서며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다른 가족이 거주하는 주택과 그 사이의 골목이나 복도, 계단

이다. 이이들이 자신의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나 가족을 처음 마주치게 되는 공간도 그렇다. 또래와의 만남과

놀이가 시작되는 공간 또한 마찬가지이다. ●공동의 공간, 이곳에서 아이들은 지역의 다양한 연령대의 각기 다

른 존재의 실재를 만나고 그와 손을 잡거나, 대화하거나 놀이를 하면서 관계를 형성해 가게 된다. 그곳이 풀과

곤충, 나무와 새, 산과 강, 바람과 바다가 있는 공간이라면 아이들은 그들도 만나게 될 것이며, 사람들이 함께

서로의 삶을 묻고 답하며 함께 일하고 양육하는 공동의 생활을 갖고 있는 곳이라면, 아이는 그런 삶의 방식에

익숙해지며 자라날 것이다. ●서울의 20세기, 605㎢의 면적에 1천만이 넘는 인구가 함께 살아가는 도시는 건

물과 도로, 생산시설과 소비시설이 밀집되면서, 자연환경과 공용공간은 지속적으로 축소되어 왔다고 볼 수 있

다. 또한, 소득과 개발의 격차가 커지면서 사적공간과 공유공간에서의 고소득자의 점유면적은 확대되어 온 반

면, 저소득지역은 자연환경이나 공유공간의 확대를 꾀하지 못하면서, 1980년대 이후 시도된 사적공간의 확장

으로 인해 고밀도 주택인 다세대 주택과 빌라 건축이 확대되었고, 빈 유휴공간에 다시 같은 형태의 주택이 건

설되어 (구)건물과 (신)건물, 주택과 자연환경, 공용공간과 공공시설의 조화로운 구성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

었다. ●이러한 과정은 건축물 간의 단절, 열악한 반지하 주거생활의 형성, 사이공간의 불규칙한 높이와 넓이

의 골목의 형성, 숨겨진 우범공간의 형성, 주민 상호소통의 단절과 주민들 간의 다양한 상호갈등문제(일조, 조

망, 소음, 쓰레기, 주차 등)들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는 단층주택들이 일정하게 분포된 달동네에 비해 사적공

간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었지만, 일정한 골목과 공유공간을 확보하고 삶의 소통과 나눔의 관계를 유지하여 가

던 도시저소득지역공동체의 모습을 잃게 된 후의 모습으로 보인다.) ●지역 공간은 자라가는 아이들에게는 성

장의 환경이자 지역주민에게는 생활의 환경이 된다. 아이들과 지역주민이 지역이라는 공유된 공간에서 조화롭

게 만나고, 함께 살아가는 삶의 과정을 대화하고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다

면, 현대의 도시 속에서도 지역민들의 공동체적 삶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의 단절적

형태와 이미지를 지닌 공간들을 서로 열고 길을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최근 서울 곳곳에서

민간과 자치단체 모두가 노력하고 있는 ‘담장허물기운동’과 공원과 자연환경의 확대,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

사전스토리텔링

아이들과 지역민과 함께

공동체를 가꿔가기 위한 과정,

공동체 미술을 만나러 간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사전기획

76

Page 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치센터 등 자치단체의 운영, 마을축제의 구성 등의 공동된 목적은 바로 지역의 갈등을 지역민의 참여로 상호 해소하고

공유된 공간을 넓히며, 삶의 관계를 회복하는 도시공동체운동의 실천적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도시속의 공공미

술 또한 이와 같은 지역공동체의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서울 관악구 신림3동 ‘우리자리교육공동체’

와 함께 하는 도시갤러리 캠페인사업 6# 공부방+놀이방 프로젝트, ‘공동체미술을 가꾸다’는 ‘우리자리공부방’이 지향

하는 공동체교육의 지역적 실천과 도시갤러리가 지향하는 도시공간의 미적변화, 시민적 공유의 목적을 함께 수행해 갈

수 있는 과정을 구상하였다. ●지역의 공적공간이자, 지역의 공동체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공부방에서의 출발은 그래서

실천과 지속의 가능성을 확보하게 할 것이다. 지역의 작은 공동체영역에서 공동체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과정을 미적으

로 구성할 수 있는 공동체미술교육을 시행하고, 공부방 아동과 청소년들의 참여를 통해 공부방의 교육공간이자, 지역사

회와 공유되는 공부방 외부공간의 공동체와 생태학습영역으로 조성하는 활동, 지역사회의 아동과 청소년들이 함께 누

리는 공동공간을 찾아 공간의 기능과 구성을 조사하고 지역공동체를 이해하고, 직접 수집한 정보나 물품을 활용하여 청

소년과 참여작가가 함께 그리고 제작하고 설치하는 방식을 통해, 지역사회의 공동된 이해의 기반을 형성하고 지속적인

공동체 활동 실천의 과정을 함께 배우고 경험하고자 한다. ●또한, 가족의 노동과 지역의 노인들의 쉼터, 지역민이 함

께 활용하는 공유물품등에 대한 발견과, 이를 활용한 재활용예술품의 제작과 나눔의 과정을 주민에게 제안하고 참여하

게 하는 활동을 통해 주민생활과 주민활동에 실용적인 예술이 응용될 수 있는 경우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프로젝

트 수행의 시작의 앞에 놓은 프로젝트 운영팀(퍼포먼스 반지하 공동체미술팀)은 지역의 관찰하고 지역민의 공동체적인

삶을 발견하는 과정을 공부방교사와 청소년들과 함께 충실히 따라가 보면서 이 과정의 실천과 경험이 스스로의 공동체

적 삶을 배워가는 역사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신림3동에서 이뤄질 작은 공동체 미술교육과 공

동체미술의 발견과 표현이 실제적인 지역공동체의 회복을 모두 이뤄내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다만, 미술이라

는 삶의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통찰의 활동이 유지되면서, 지역민간의 소통이 조금 더 이뤄지도록 진심으로 바라며 지

역형장주체인 공부방과의 협의와 협력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면 공동된 삶의 환경을 만나고 느끼고 가꾸어 가야

겠다는 지역의 가슴과 실천을 만나갈 수 있을 것이다. ●본 기획의 내용은 이 과정에 대한 실천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조형작업에 대한 계획과 시안은 가설을 설정하여 기술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역의 공간에 남겨질 조형작업을

과정적 접근과 참여자들과의 협의와 조율을 통해 구성하도록 계획하였기 때문이다. 제시된 작업시안은, 참여작가들의

공동체 미술과 신림3동, 공부방에 대한 탐구의 소산으로 작업지점과 표현의 시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모호함이

아닌 과정적 예술작업 실현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드라마고(퍼포먼스 반지하 대표) / 2007년 6월 23일 오전 6시 23분

Page 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개념 concept :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하나의 인간존재는 다른 인간존재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가족이라는 사적인 작은 사회에서 탄생하고 자라난 아이가

걷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면서,

골목과 놀이터, 공원과 쉼터, 상점과 학교 등의 공동된 삶의 환경속에서

더 많은 타인을 만나간다.

지역사회란,

서로 다른 연령과 생활을 지닌 사람들이 직접 만나고 관계하는 가까운 영역이자,

지역민이 함께 누리는 사적+공적 생활의 공유된 환경이며,

성장하는 아이들이 세상을 만나가는 시작 즈음에 위치한 성장의 환경이다.

공동의 삶의 환경과 지역민의 삶의 생애와 상호활동의 과정에서

서로의 존재를 묘사하고, 소통의 미디어를 만들며, 공동의 환경을 구성하는

공동체 미술을

아이들의 지역교육과 지역활동을 통해 시도하려한다.

지역공동체 활동에 사회적 예술이 함께 이루어질 때라면,

우리는 도시에서,

각기 다른 존재에 대한 존중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과정과 환경을 조금씩 회복하여 갈 수 있을 것이다.

●의식과계획의흐름

ㅇ의식:존재 관계 공동의환경 공동체활동

ㅇ계획:공부방아동공부방 지역공간탐구 지역공동체교육환경구성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사전기획

98

Page 1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목적과 목표

지역학교를 지향하는 지역공부방과 공부방소속 학습아동, 공동체미술가들이 함께 공동체적인

삶, 지역사회의 이해과정과 지역사회의 공동 환경을 찾아가는 교육과정을 수행하여 지역사회속

의 공동체활동이 가능한 영역을 발견하고, 지역주민들과의 관계형성을 통해 지역사회의 공동체

교육환경을 시범적으로 구성한다.

○학습자의 입장에서

-인간존재와 관계, 공동된 삶의 환경을 이해할 수 있다.

-공부방의 공간과 지역사회의 공간들을 활용과 기능으로 분석할 수 있다.

-지역사회의 공간과 지역민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교육환경을 발견하고, 기록할 수 있다.

-지역탐방에서 수집된 정보와 재활용 재료를 통해 지역공동체의 주제를 담은 조형물을 만들 수 있다.

-지역사회의 공간에서 지역아동과 청소년들이 함께 체험적 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한다.

○공부방 교사의 교육활동의 입장에서

-공동체 교육에서 미술교육의 관점과 방법이 적용된 공동체미술교육과정을 공부방에서 운영한다.

-지역사회에서 공동체교육의 환경이 될만한 공간과 사람을 발견할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공동체교육의 공간을 계획하고 아이들과 작가들과 함께 공간환경을 구성할 수 있다.

-활동과정에서 발생한 지역민과의 만남과 공동체미술의 경험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아

이들의 성장환경을 구성하는 지역공동체 활동을 계획할 수 있다.

○공동체 미술가의 입장에서

-존재->관계->공동된 환경->공동체 활동에 기여하는 공동체 미술을 실행할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아이들의 교육환경이자 지역민의 생활의 주제가 되는 공간영역을 발견하고, 기록할 수

있다.

-발견한 지역공간을 공동체 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공동체교육공간으로 공간조형할 수 있다.

-지역사회의 공동체교육공간에서 지역의 아동과 지역민과 함께 하는 공동체 활동을 조력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서 만나게 되는 지역민의 입장에서(지역사회의 입장에서)

-지역 아동들을 위한 공동체미술교육과 지역의 공동체교육환경을 이해할 수 있다.

-지역아동, 공부방교사, 공동체미술가들과의 관계와 소통을 형성할 수 있다.

-공동체교육공간의 구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협의하여 공간조형 계획에 참여할 수 있다.

-지역아동, 공부방교사, 공동체미술가들과 공동체교육공간의 조성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

-지역의 다양한 공동체활동을 함께 조직하고 운영하는 계획을 구상할 수 있다.

Page 1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 현장주체 : 신림동 우리자리 공부방

서울지역 공부방연합회에 소속되어 있는 신림3동 우리자리 공

부방은, 1996년부터 관악구에서 시설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어린이, 청소년 방과후 시설로 어린이, 청소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참

여하는 지역사회 교육공동체입니다. 우리자리 공부방은 모든 사람들이

질시와 편견 없이 서로 믿고, 자유롭게 더불어 살며, 서로를 이롭게 하

는 인간과 사회를 꿈꿉니다. 처음 개소한 1996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

지, 삶의 태도와 대안적인 사회의 꿈을 ‘가난한 삶’의 주제로 삼고, 제공

자와 대상자로 구분된 복지서비스가 아닌 함께 가난하게 살아가는 공동

체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사회에 위치한 ‘지역학교’로서 지역

공동체와 만나고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지역사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활동을 제안하고 실천하는 역할을 담당해 가고자 합니다.

1

프로젝트주체

● 우리자리공부방 연혁 및 활동방향

1. 우리자리공부방은 1996년에 관악구로부터 청소년공부방을 위탁받아 공부방으

로 운영하고 있음

2. 시설은 2004년 <사랑의 리퀘스트>를 통해 대대적인 보수를 하였음

3. 우리자리공부방은 올해 교육주제는 <공동체>이고, 생활기술을 익히는 부분에서

는 목공같은 주와 관련된 것으로 정하였음, 도시농부 수업 및 텃밭교육 등을 진행

하고 있음.

4. 우리자리공부방은 올해 공동체 수업의 현장 활동으로 지역과 만나고 지역에 활

기를 불어넣는 작업을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와 진행하려고 함.

프로젝트 운영주체 : 퍼포먼스 반지하 공동체미술팀

2 ● 퍼포먼스 반지하 공동체미술 프로젝트팀의 활동취지

퍼포먼스 반지한 그동안 인천과 서울등에서 저소득층이 위치한 공부

방, 지역민의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 기록하고, 미술,

사진, 영상, 글쓰기 등을 통해 동시대의 공동된 삶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활동을 조

력하여 왔다.

현재 인천동구지역에서 지역학교와 지역문화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반지하는 그동

안의 지역문화교육 및 지역예술의 활동사례를 정리하여, 가난한 지역에서 지역민

상호간의 소통을 회복하고 공동된 삶의 영역에서 스스로 삶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대안적 공동체 활동을 찾아가고 있다.

이에 지역의 공동된 삶의 영역을 지역민과 함께 발견하고, 공동으로 가꿔가는 활동

에 기여할 공공미술활동을 공동체미술이라 여기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하여 가는

과정을 탐구하고 실천하기 위해 공동체미술팀을 구성하여 올해 시범적으로 의지와

열정을 갖은 청년작가들과 함께 그 실재를 삶의 과정으로 살아가고자 하였다.

우리자리 공부

방아이들

▶ 고은혜(6학년)

▶ 김가영(6학년)

▶ 박다흰(6학년)

▶ 양소명(6학년)

▶ 최문선(5학년)

▶ 고유진(4학년)

▶ 김가은(4학년)

▶ 이세령(4학년)

▶ 이승빈(4학년)

▶ 정혜민(4학년)

▶ 최세리(4학년)

▶ 정광혁(3학년)

▶ 최문현(2학년)

▶ 강영재(2학년)

▶ 이지수(1학년)

▶ 이예진(1학년)

▶ 조현호(1학년)

우리자리 공부

방교사

▶문소연(우리자리 공

부방 대표)

▶이현희(우리자리 공

부방 교사)

▶정현주(우리자리 공

부방 교사)

공동체미술팀

▶드라마고(단장/퍼포

먼스 반지하 대표)

▶지경 (교육자문/지역

사회문화교육터 ‘언

덕을 오르는 바닷길’

기획, 운영)

▶무카 (코디네이터)

▶사막 (책임작가)

▶전지 (책임작가)

▶라쿠 (책임작가)

▶쿠로 (참여작가)

▶짱콩 (편집디자이너)

▶오십원 (다큐작가)

▶야자수 (다큐작가)

프로젝트주체

추구하는 가치 (교육철학)

생명 : 모든 존재(생명)은 우주적 관계망 속에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존재(생명)을

소중하고 귀하게 대합니다.

가난 : 무소유의 삶을 통해 사람다움과 평화로움, 자연스러움을 되찾습니다. 그래

서, 덜 가지려고 합니다.

공동체 : 이런 생각을 삶으로 실천하며 더불어 가르치고 배우는 모든 이들과 함

께 연대합니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사전기획

1110

Page 1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의 구조 :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는 공부방 교사와 아이들, 지역민들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지

역 내에서 서로의 존재를 발견하고, 관계 맺을 수 있는 소통의 지점을 찾으며, 공동의 환경을

구성하여 공동체 교육 문화 환경 조성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각각의 주체(존재)들의 위치와 역할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꾸준히 상호작

용하며 공부방 교육 프로그램이 지역사회로 나가 지역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활

동이 가능해 질 것이다.

우리자리공부방교사

우리자리

공부방

아이들

퍼포먼스반지하

공동체미술팀

신림3동

지역사회&지역민

□ 공동체 교육 및 공동체 활동을 참여 작가

와 공동 수행

□ 공동체 교육 공간(site) 구성에 참여, 지역

사회로 나갈 수 있는 지점들을 지속적인 활동

을 통해 전개

□ 공동체를 이해하는 기본

교육과 공부방 공간 조형작업

에 참여

□ 지역사회 내의 공유된 공간

site을 공동체 미술팀과 공부방

교사와 함께 발견

□ 공동체 교육공간의 구성

에 참여하면서 지역 사회내의

존재들과 관계 맺기를 실행하

는 주체

□ 일방적 개인창작으로서의 미술활동

이 아닌 창작과 소통에 대한 또다른 역

할 설정 및 상호 활동

□ 공동체 교육 및 활동을 통해 소통의

미디어를 구상하고 과정을 계획

□ 공동체교육프로그램 및 공간 조형

의 실행자로 공부방 교사, 아이들 그리

고 지역주민들과의 관계형성을 통해 공

동작업 제안하고 실행

□ 공동체 교육 프로그램과 활동을 진행하는

공부방 교사, 지역아동, 공동체미술가들과의 관

계와 소통을 형성

□ 공동체 교육 공간 조성작업에 대한 활동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들을 가짐

관계 맺기+공동체 활동

관계 맺기+공동체교육환경구성

Page 1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 대상지역 : 신림3동 지역

애초에 ‘난곡’이라는 지명에 포함된 지역인 신림3동은 약 3~40년전쯤부터 주택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으며 그 전까지는 빈 들판이나 공터였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

난곡’이라하면 대부분 현재는 없어진 판자촌이었던 신림7동을 떠올리는데 신림3동은

그와는 거리를 두고 평지로 내려오는 지역이란 분위기가 조금은 달랐다.

신림3동 위쪽에 위치한 남강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왼편으로는 잘 정리된 현대식빌라들과 빌라 사이사이에 오

래된 단독주택이나 연립이 자리하고 있고 오른편으로는 모양을 같이하는 적색벽돌의 다세대 주택들이 나란히 정리

된 골목을 사이에 두고 이어져 있다.

동네로 올라가는 입구부터 신림3동 바로 옆에 위치한 신림 13동 입구까지는30-40년전 처음 주택단지가 들어서면

서 그 지역민들로부터 조성된 상업공간인 우림 시장이 있다.

주민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며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결과, 신림3동은 서민층의 지역이며, 처음 주택단지가 들

어 설 때부터 현재까지 살고 있는 주민들과 잠시 거주하는 이동주민이 고루 분포하며 우림시장부터 동네입구 쪽 상

점들의 이주가 잦다고 한다.

신림3동의 유형적 특징을 살펴 본다면 주택단지가 들어서기 전 드문드문 자리하였던 단독주택과 연립 등을 피해

우후죽순으로 빌라, 다세대 주택들이 들어섰기 때문에 그 사이 사이에 빈 공간들이 생겼고 그 공간을 주민들이 텃밭

으로 가꾸어 놓은 점이 이 지역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동네의 아이들은 학교 앞에 나란히 자리잡은 문방구

와 분식점에 모여들고 지역 내 큰 놀이터에서 놀이를 하는 것으로 보이나, 아이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갈만한 공간조

성이나 지역프로그램이 필요한 시점이다.

1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사전기획

1312

Page 1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신림3동의 연혁 및 유래

□인구 18,335명 / 면적 0.44㎢ / 18통 148반

신림3동은 1970년 5월 18일 서울특별시 조례 제613호에 의해 신림동이 3개동(신림1동, 신림2동, 신림3동)으로 분동될

때 인구 19,558명으로 발족했다. 이후 1977년 9월 1일에는 신림7동이 분동되어 나갔다. 이곳은 예전에는 낭천리 또는

낭천골, 낭곡동으로 불리다가 조선시대에 와서 난곡으로 고쳐 불리게 되었는데, 그것은 조선시대에 벼슬을 하다가 이곳

에 정착하여 여생을 보낸 강원경 선생의 호가 난곡이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2

현지 답사 진행내용

3□2007년 5월 1일 : 신림3동▷ 우리자리 공부방▷ 신림12동▷ 신림7동

공부방이 위치한 신림3동의 주변 지역 전체 답사를 하며 지역분위기, 특징, 형태를 촬영 및 기록

□2007년 5월 4일 : 신림3동▷ 우림시장▷ 신림13동

공부방 선생님들과 함께 신림3동 옆 13동에 위치한 우림시장을 답사하고 촬영, 기록

□2007년 5월 18일 : 신림3동 세부지역 답사 1차

관찰자 입장으로 자유로운 동선으로 동네를 돌며 공간의 영역별 분류, 촬영, 기록

□2007년 6월 8일 : 신림3동 세부지역 답사 2차

주택과 상점의 형태, 입점 및 입주시기, 골목과 공간의 쓰임 등을 주민 인터뷰를 통해 자료 수집하여 기록

□2007년 6월 18일 : 신림3동 세부지역 답사 3차

지역에 오래 거주한 주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옛 동네와 현재의 모습 비교 분석, 기록

Page 1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사전답사 기록 중

: 6월 8일 답사일지

답사 다녀왔습니다~. 우선, 동사무소에서 신림

3동 관내도를 받아, 공간, 텃밭 등의 위치를 표

시해가며 답사를 시작했어요. 관내도를 받고보

니 신림 3동이 꽤나 넓더군요? 우리가 답사한

구역은 남강 중학교 전체라인을 벗어나지않는

범위였구요. 오늘 답사 목적은 각 싸이트 구체

적 표기 / 주민 인터뷰 및 녹취(텃밭 전문가, 지

역에 오래 거주하신 분, 동네 점포사장님) / 공

간, 텃밭 사진촬영, 동영상 촬영 / 신림3동 동사

무소 방문, 자료수집 정도로 세워서 답사를 시

작했고 모두 완수 할수 있었어요 후후후...

우선 답사한 코스는 제가 위에 찌끄려 놓은 대

로고요. 길따라 가면서 우리가 발견한 공간, 텃

밭도 표기한 대로에요. 저 동선을 벗어난 곳은

관내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잘 정리된(?) 빌라들이 대부

분이어서, 되도록 주택가 위주로 다니게 되었어요. 발이

저절로 그렇게 가요....

첫 인터뷰는 화단이 눈에 띄어서 가게 된 삼성연립에

서 신림3동에 거주하신지 30년 정도 되신 분을 만나뵙

게 되어,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너무

차분하게 잘 말씀하시는 걸로 보아 전직이 추정되는...!)

신림 3동은 3동앞에 위치한 산과 그 부근이 다 공동묘

지였대요. 70년대에 주택단지가 대건설되면서 중산층

주민들이 이사를 오게 된 거고 그때부터 빌라들이 들

어섰다고 해요. 그러니, 실질적으로 신림동 원주민은 7

동에 위치했던 판자촌 주민들이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지금 그 원주민을 만나기가 힘든 상황이니 그게 아쉬웠

어요. 3동 아래쪽에 위치한 시장은 30-40년 전부터 장

터였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장사하시는 분도 계셔

서, 그분들은 신림3동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실거라 하셨

고 3동에 있는 복지회관에 계신 분들도 만나뵙기를 권

하셨어요. 동네분위기는 시골보단 못하고 아파트촌보다

는 낫다고 말씀하셨는데, 20년이 더 넘어보이는 삼성연

4

립은 텃밭도 잘 조성되어 있고 쉬는 공간 평상도 있어

서, 다른 빌라들보다 주민들끼리의 교류가 편안하게 이

루어지는 것 같아 보였어요. 또, 노는 땅은 못 보는게 우

리나라 할머니, 할아버지의 습성이 아니겠냐며, 동네에

텃밭이 조성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다고

하셨어요. ^^

두번째 인터뷰는 우리가 ‘Good 텃밭’이라고 이름붙

여준 남강중학교 바로 앞 텃밭을 가꾸신 남강중 수위아저

씨와 차가운 칡차를 마시면서 했어요.(아저씨가 냉수먹

고 속차리라고 하셨어요...) “거, 뭐~ 씨만 뿌리면 자라

는거~~” 하시면서 텃밭 가꾸는 건 일도 아니라며 말씀

하셨는데, 가보시면 깜짝 놀랄만큼, 공간활용이 꼼꼼하

고 아기자기하다는... 댁은 안양이라 신림 3동에 대해서

는 잘 모른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20년동안 남강중 수위

일을 하시면서 보아온 신림 3동은 도둑도 없고 공기도 좋

고 살기 좋은 동네라고 하셨어요.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

다’는 당연모호한 말씀도.... 후후. 그리고 우리가 아이들

과 텃밭만들기를 할 때 씨앗과 흙을 제공해 주시겠다는!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사전기획

1514

Page 1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세번째 인터뷰로 남강빌라 뒷뜰 정원을 가꾸신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미모의 할머님 두 분을 만나뵐 수 있었어요. 남

강빌라도 지어진지 20년이 넘어가고 있고, 두 분도 그 시절 입주하셔서 여태 살고 계신건데, 동네에 대한 만족이 꽤 큰

것 같았어요. “나가보면 여기만한 데가 없어, 여긴 한 번 들어오면 잘 안나가게 돼”. 실제로 남강빌라는 지대가 높은데

에도 불구하고 빌라 주변환경은 꽤 쾌적한 편이에요. 바로 앞이 학교를 둘러싼 산이기 때문에, 나무, 흙과도 가깝고 빌

라 뒤 쪽에도 많은 풀과 나무가 있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나와서 계시기도 좋고, 또한 어르신들이 가꾸어놓은 화단, 텃

밭도 한 몫 하는 격이죠.

매번 동네를 다니면서 드는 생각은 아파트촌과는 거리가 있겠지만, 사람사는 모습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거에요. 왔다갔

다하면서 불편하다 생각드는 점은 손을 대서 보완하고, 여기에 이게 필요하겠다 싶으면 적당한 놈으로 골라다가 매달아

두고, 땅이 놀고 있으니 아깝다 싶으면 볕 잘 드는곳에 씨앗 뿌려놓고... 하는 그런 구석구석의 움직임과 생각들이 그 지

역만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 같아요. 신림3동도 예외가 아닌, 그런 모습들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사람이 사는 곳이

라는 걸 눈으로 발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동네 아래쪽 여기저기 위치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의 활발한 활동이

과연 어느 방향으로 이루어져 몇 년 후에는 신림3동이 또 어떻게 변하게 될지, 혹, 그런 모습들을 보기 힘들어지게 되면

어쩌나, 더 나아가서, 주민들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게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되네요. 이건 신림 3동뿐 아니라 계

속 타지역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지만요.. 부동산아저씨의 의심쩍은 눈초리를 받아가며, 그리고 카메라와 지도를

들고 다니기에 내심 주민들의 경계의 시선을 받아가며 스스로한테도 ‘그래, 내 입장은 뭐지?’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답

사를 마쳤어요..

그럼 우리 화요일에

만나요. 총총..

Page 1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과정의 구성 :

“프로젝트 기본 주제영역 설정”

공부방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영역 중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밀

접하고 교육적 중요도가 높은 영역을 크게 교육영역 / 생태영역 / 놀이영역 / 재활용·

노동영역 의 네가지 주제영역으로 범주화하여, 아이들이 직접 영역을 관찰하고 분석하

여 정리하는 과정과 내용이 각 영역의 특성에 맞게 결과물로 연결될 수 있는 과정으로

Process를 구성

▶ 공간의 주제 및 영

역설정 : 지역의 아동,

청소년들이 활동하는

공간과 지역민이 활동

하는 공간등을 찾아보

는 수업을 진행하고,

함께 누릴 수 있는 교

육공간을 찾기

▶ 1차 기본 Mapping

: 프로그램을 통해 이

야기된 주제영역별 지

도 만들기(기존의 지역

지도 위에 영역별 지

점 표시 및 간단한 정

보를 기입하는 방식으

로 제작)

0. 기본교육 프

로그램:공동체

에대한이해

(꽃그림

애니메이션)

1.지역공간영역

의재인식 :함

께 누리는 공간

찾기

2. 공간에 대한

현장조사,관찰,

기록

▶ 지역 답사 : 영역

별 주제가 설정된 지역

답사를 통해,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도 같은 주

제의 흐름으로 연결되

는 공간 영역을 발견해

내고 범주화

▶ 2차 기본 Mapping

: 답사를 통해 발견된

주제영역별 지도 만들

기(기존의 지역지도 위

에 영역별 지점 표시

및 간단한 정보를 기입

하는 방식으로 제작)

3.공간해석및

공동체 교육공

간으로의 공간

구상

(이미지텔링교육

및작업)

▶ 이미지텔링 작업 :

답사 기록사진을 이용

한 이미지텔링 작업 및

작업 결과물의 공유와

아이들, 교사, 공동체

미술팀의 공동협의을

통해 아이들과의 연계

성이 높고 의미화 작업

이 필요하다고 여겨지

는 영역으로 실제 작업

지점을 설정하고, 공간

의 특성에 맞는 교육공

간조형작업 구상을 그

림으로 표현

1) 교육영역 : 공부방 아이들의 일차적인 공동의 교육공간으로서의 공부방을 공부방의 교육프로그램과 방향에 좀 더 부

합하는 형태로 조형

2) 생태영역 : 공부방에서 진행하고 있는 텃밭가꾸기와 도시농부 프로그램과 연결하여 지역 사회 내의 텃밭에 대한 관찰

과 조사, 관계맺기를 통해 지역 내의 생태교육 인프라 생성

3) 놀이영역 : 아이들의 생활동선에서 발견된 놀이영역의 보완과 변형을 위한 조형작업 및 커뮤니케이션 영역으로 구성

4) 재활용/노동영역 : 지역사회에 재활용 활동이 순환되는 영역과 이런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노동 활동을 직접 관찰하고

학습하면서, 향후 재활용 순환과 노동의 학습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조형작업 및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 존재와 관계, 공동

체를 이해하는 공동체

미술교육 : 꽃그림 애

니메이션

“프로그램

진행 흐름”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사전기획

1716

Page 1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이미지텔링 작업 2

: 버려진 것들의 이야

기 프로그램에서 진행

된 내용을 바탕으로,

작업지점이 어떻게 만

들어지면 좋을지를 각

자가 구상해 보는 이

미지텔링 작업을 진행

하고, 전체의 결과물

을 모아 하나의 시안으

로 정리함으로써, 작업

지점에 대한 실행계획

세우기

4. 재답사 및

재활용재료 수

집하고 활용계

획논의

(버려진것들의

이야기)

4-2. 종합적인

공간조형 실행

계획세우기

5. 지역내 공동

체교육공간 조

성작업

▶ 버려진 것들의 재탄

생 : 함께 설정한 실행

계획에 따라 작업지점

에서 실제 작업을 진행

하여 버려지고 부족한

요소들을 보완하여 되

살리는 작업을 진행.

▶ 노동 / 재활용 영역

의 경우 : 계획된 작업

의 실행 외에 역 주민

과 함께 프로젝트의 취

지와 내용, 아이들과의

관계 형성, 향후 활동

지속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지역프

로그램을 진행

6. 지역발표회

를 통한 지역민

과의공유

▶ 재활용예술 벼룩시

장 진행 : 재활용예술

작품의 제작과정등을

지역민과 공유한다.

▶ 지역발표회 진행 :

프로젝트의 과정과 결

과를 지역주민과 함께

살펴본다.

▶ 출판물의 공유 : 프

로젝트의 전과정과 결

과가 담긴 출판을을 지

역민에게 배포한다.

▶ 영역에 대한 재답사

및 자료 수집 : 아이들

이 발견한 세부 영역에

대한 세밀한 재답사 및

관찰, 메모, 인터뷰, 사

진 촬영 등의 기록작업

을 통해, 발견한 영역

에 대한 자료 수집

▶ 버려진 것들의 이야

기 : 답사과정에서 작

업지점에 버려진 물건

이나 버려진 공간, 부

족한 요소 등을 발견

하여, 이러한 요소들이

버려지고 부족하게 된

원인과 이러한 요소들

을 구출하여 되살리려

면 어떤 작업이 필요할

지를 협의하는 작업을

통해 작업지점의 필요

와 요구를 발견

▶ 세부 3차 Mapping

(영역별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진행) : 답

사 기록의 결과물을 정

리하고 정리된 내용이

반영된 아이들 시선의

주제영역 지도 만들기

(ex. 생태영역의 공

간 답사, 기록을 통한

지역 생태 지도 만들

기 등)

7. 후속 워크샵

을 통한 평가

와 새로운 계획

수립

▶ 공동 워크샵 진행 :

진행된 작업 지점의 인

프라와 결과물을 중심

으로 향후 공부방의 활

동 방안을 함께 디자인

하고 계획안 수립

Page 1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사전기획

1918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자리 공부방 아래에 작은 공

간을 단기간 임대하여 ‘공동체미술을 가꾸다’ 작업실을 열었다. 주변 동

네를 돌아다니며 버려진 가구들을 수거해 분리, 조합하여, 작업 진행을

위한 탁자, 책상, 의자 등을 만들고 작업 공간을 꾸며보았다.

공동체미술을 가꾸다 작업실 꾸미기

버려진 가구를 찾아랏! 신림동 구석구석 버려진 장

농, 의자, 탁자, 거울까지... 저 멀리 산동네에서부터

수집한 물건들을 바퀴의자에 싣고 요란하게 돌아다

닌 공동체미술팀. 주워온 가구들을 빨고, 닦고... 덕분

에, ‘얘넨 뭐하는 애들이야?’ 동네 주민들에게 심히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는... 물론 이때부터 생긴 버릇

덕분에, 작업실 계약기간이 끝날 때쯤에는 고물상이

될 뻔 했다지요.

작업실 가구 만들기! 인천에서부터 마고와 지경이 지원을

나왔습니다. 주워온 장롱과 문짝 등을 이용해 컴퓨터와 기

기들을 놓을 책상을 만들고, 인천에서부터 공수해 온 살림

살이들을 정리해 넣었답니다.

작업실 꾸미기! 넓은 벽면을 프로젝트 전체 일정표로 꾸미

는 것부터 시작해, 프로젝트 기간 내내 작업실 꾸미기 열

풍은 줄어들지 않았답니다. 작업실에서 컴퓨터 관련 기기

를 제외하고는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7만원짜리 중

고 냉장고를 비롯해, 벽과 탁자, 의자까지, 공동체미술팀이

든 아이들이든, ‘삘’ 꽂히기만 하면 그리고 만들어대는 통

에, 어수선하면서도 재미있는 공동체미술 작업실 분위기

가 만들어졌습니다.

Page 2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자리 공부방 아래에 작은 공

간을 단기간 임대하여 ‘공동체미술을 가꾸다’ 작업실을 열었다. 주변 동

네를 돌아다니며 버려진 가구들을 수거해 분리, 조합하여, 작업 진행을

위한 탁자, 책상, 의자 등을 만들고 작업 공간을 꾸며보았다.

공동체미술을 가꾸다 작업실 꾸미기

버려진 가구를 찾아랏! 신림동 구석구석 버려진 장

농, 의자, 탁자, 거울까지... 저 멀리 산동네에서부터

수집한 물건들을 바퀴의자에 싣고 요란하게 돌아다

닌 공동체미술팀. 주워온 가구들을 빨고, 닦고... 덕분

에, ‘얘넨 뭐하는 애들이야?’ 동네 주민들에게 심히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는... 물론 이때부터 생긴 버릇

덕분에, 작업실 계약기간이 끝날 때쯤에는 고물상이

될 뻔 했다지요.

작업실 가구 만들기! 인천에서부터 마고와 지경이 지원을

나왔습니다. 주워온 장롱과 문짝 등을 이용해 컴퓨터와 기

기들을 놓을 책상을 만들고, 인천에서부터 공수해 온 살림

살이들을 정리해 넣었답니다.

작업실 꾸미기! 넓은 벽면을 프로젝트 전체 일정표로 꾸미

는 것부터 시작해, 프로젝트 기간 내내 작업실 꾸미기 열

풍은 줄어들지 않았답니다. 작업실에서 컴퓨터 관련 기기

를 제외하고는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7만원짜리 중

고 냉장고를 비롯해, 벽과 탁자, 의자까지, 공동체미술팀이

든 아이들이든, ‘삘’ 꽂히기만 하면 그리고 만들어대는 통

에, 어수선하면서도 재미있는 공동체미술 작업실 분위기

가 만들어졌습니다.

Page 2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쿠로일기

20070815

4시,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정체밝히기....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드라마고, 지경, 무카, 사막, 쩐지, 라쿠, 50원과 야자수, 쿠로, 끼쿠, 선경씨

회의도 즐기면서.. ㅎㅎ

드디어 달력에 할일들이 ...

가장 중요한 스케쥴은 다들 아시죠?

17일 50원 엠티.. 다 같이 가요..

오늘 집으로 가는 길..

아... 저기..신림동에 오시면

오십원을 찾아주세요...

+ 원숙미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기본교육과정

2120

비포, 애프터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우리는 <우리자리 공부방> 아이들과 지역 답사를 통한 프로그램 및 조형작업을 진행하는

신림 3동 지역 기록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고 이 장소는 우리의 작업 공간 입니다.

(뒷모습에서도 + 원숙미)

Page 2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꽃그림 애니메이션

기본교육과정

전체 프로젝트의 기본 프로그램으로 존재와 관계,

공동체를 이해하는 공동체미술교육을 진행하여, 공

부방 아이들이 공동체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삶

에서 만나게 되는 존재와 관계의 영역을 발견해 낼

수 있도록 한다.

●교육프로그램

1차꽃과환경그림그리기 26

2차하나의존재를의미하는꽃 32

3차꽃잎으로만들어보는공동화 38

4차꽃잎그림동화만들기 44

5차발표회 52

Page 2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꽃그림 애니메이션 진행내용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우리자리 공부방 아이들과의 사전교육 프로그램

으로 꽃그림 애니메이션 교육과정을 진행하였다. 공부방 아이들이 자신들의 주변에

서 인식하고 있는 존재와 관계를 발견하고 공동체의 개념을 이해하도록 하는, 프로젝

트의 기본교육과정이었다. 공부방에서 매주 2회씩 진행되고 있는 ‘마중물’ 수업 시간

에 맞추어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매주 1회는 공동체미술 프로젝트팀이 진행하

는 수업으로, 1회는 연결(bridge) 프로그램으로 설정하여, 연결 프로그램은 프로젝트

팀의 수업 진행 후, 다음 진행내용을 공부방 교사와 함께 협의하여 공부방에서 자체

적으로 진행한 후, 피드백된 내용이 다시 다음 수업에 연결될 수 있도록 하였다. 기본

교육과정이 진행되는 기간 중에 서울시와의 협의 문제로 인해 프로젝트 진행이 불투

명해지면서, 기본교육과정 자체를 발표회로 완결하고 아이들과의 간단한 평가 자리

도 가져보았다.

●교육프로그램

[사전수업]동네에서만날수있는꽃관찰하고형태그려보기 07.6.12.

- 본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동네를 돌아다니며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꽃 관찰하고 그려보기

1차수업.꽃과환경그림그리기 07.6.14.

-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며, 개개인의 특성이 반영된 자유로운 꽃그리기와 꽃이 살아가기 위한 환경 그려보기

[연결수업]꽃과환경그림완성하고전체그림연결해보기 07.6.19.

- 완성되지 못한 꽃과 환경그림을 완성하고, 전체를 이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보기

2차수업.하나의존재를의미하는꽃-한붓그리기 07.6.21.

- 한붓 꽃 그리기를 통해, 하나의 존재가 여러 다양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이해하고, 주변의 존재와 관계에 대

해 인식해 보기

[연결수업]하나의존재를의미하는꽃-한붓그리기2 07.6.26.

- 지난 시간에 진행된 한붓그리기를 확장하여 공간과 가족의 영역 찾아보기

3차수업.꽃잎으로만들어보는공동화 07.6.28.

- 아이들 개개인이 원하는 형태와 색깔로 꽃잎을 만들어 보고, 공동의 꽃잎을 모아 꽃잎 공동화 만들어보기

[연결수업]꽃잎으로만들어보는공동화2 07.7.3.

- 3차시에서 마무리되지 못했던 공동화를 다시 한번 자유롭게 만들고 이야기 구성해 보기

4차수업.꽃잎그림동화만들기 07.7.5.

- 공동의 꽃잎이 모인, 스토리가 있는 공동화를 출력하여 자유롭게 순서와 내용을 배열하여 꽃잎그림 동화 만들기

[연결수업]꽃잎그림동화완성및각자의내용공유하기 07.7.10.

- 꽃잎그림 동화를 완성하여 동화책으로 묶고 발표해 보기

5차수업.발표회 07.7.12.

- 전체 수업 진행내용 슬라이드 감상하고 수업 전체 소감 나누기

{▒ 진행 : 드라마고 ▒ 진행장소 : 우리자리 공부방▒ 진행기간 : 2007. 6. 12. ~ 7. 12. 총 10회 진행(본수업 5회, 연결수업(공부방 자체수업) 5회 진행)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기본교육과정

2322

Page 2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꽃그림 애니메이션 진행내용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우리자리 공부방 아이들과의 사전교육 프로그램

으로 꽃그림 애니메이션 교육과정을 진행하였다. 공부방 아이들이 자신들의 주변에

서 인식하고 있는 존재와 관계를 발견하고 공동체의 개념을 이해하도록 하는, 프로젝

트의 기본교육과정이었다. 공부방에서 매주 2회씩 진행되고 있는 ‘마중물’ 수업 시간

에 맞추어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매주 1회는 공동체미술 프로젝트팀이 진행하

는 수업으로, 1회는 연결(bridge) 프로그램으로 설정하여, 연결 프로그램은 프로젝트

팀의 수업 진행 후, 다음 진행내용을 공부방 교사와 함께 협의하여 공부방에서 자체

적으로 진행한 후, 피드백된 내용이 다시 다음 수업에 연결될 수 있도록 하였다. 기본

교육과정이 진행되는 기간 중에 서울시와의 협의 문제로 인해 프로젝트 진행이 불투

명해지면서, 기본교육과정 자체를 발표회로 완결하고 아이들과의 간단한 평가 자리

도 가져보았다.

●교육프로그램

[사전수업]동네에서만날수있는꽃관찰하고형태그려보기 07.6.12.

- 본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동네를 돌아다니며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꽃 관찰하고 그려보기

1차수업.꽃과환경그림그리기 07.6.14.

-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며, 개개인의 특성이 반영된 자유로운 꽃그리기와 꽃이 살아가기 위한 환경 그려보기

[연결수업]꽃과환경그림완성하고전체그림연결해보기 07.6.19.

- 완성되지 못한 꽃과 환경그림을 완성하고, 전체를 이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보기

2차수업.하나의존재를의미하는꽃-한붓그리기 07.6.21.

- 한붓 꽃 그리기를 통해, 하나의 존재가 여러 다양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이해하고, 주변의 존재와 관계에 대

해 인식해 보기

[연결수업]하나의존재를의미하는꽃-한붓그리기2 07.6.26.

- 지난 시간에 진행된 한붓그리기를 확장하여 공간과 가족의 영역 찾아보기

3차수업.꽃잎으로만들어보는공동화 07.6.28.

- 아이들 개개인이 원하는 형태와 색깔로 꽃잎을 만들어 보고, 공동의 꽃잎을 모아 꽃잎 공동화 만들어보기

[연결수업]꽃잎으로만들어보는공동화2 07.7.3.

- 3차시에서 마무리되지 못했던 공동화를 다시 한번 자유롭게 만들고 이야기 구성해 보기

4차수업.꽃잎그림동화만들기 07.7.5.

- 공동의 꽃잎이 모인, 스토리가 있는 공동화를 출력하여 자유롭게 순서와 내용을 배열하여 꽃잎그림 동화 만들기

[연결수업]꽃잎그림동화완성및각자의내용공유하기 07.7.10.

- 꽃잎그림 동화를 완성하여 동화책으로 묶고 발표해 보기

5차수업.발표회 07.7.12.

- 전체 수업 진행내용 슬라이드 감상하고 수업 전체 소감 나누기

{▒ 진행 : 드라마고 ▒ 진행장소 : 우리자리 공부방▒ 진행기간 : 2007. 6. 12. ~ 7. 12. 총 10회 진행(본수업 5회, 연결수업(공부방 자체수업) 5회 진행)

Page 2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꽃그림 애니메이션 수업을 위한 사전수업

꽃그림 애니메이션의 사전 프로그램으로, 공부방 주변 동네를 돌아다니며 꽃들을 관찰하고, 그 형태를 그려보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기본교육과정을 시작하기 전, 공동체미술팀과의 논의를 통해, 공부방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였고, 아이들이 각자 그린 그림을 모아 '우리자리 공부방 어린이가 만든 우리 동네 식물도감'이란 이름으로 묶은 결과물을 만들었다.

●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꽃 관찰하고 형태 그려보기

○ 좌측상단부터 「우리 동네 식물도감」표지, 김가영 결과물1, 2. 두번째줄 죄측부터 이혜진 결과물 1, 2, 양다솜 결과물. 세번째줄 좌측부터 조은

진 결과물 1, 2, 정현주교사 결과물 1. 우측하단 최문선 결과물1.

○ 좌측상단부터 고은혜 결과물1. 김가은 결과물 1, 2, 정현주교사 결과물2. 두번째줄 죄측부터 이승빈 결과물 1, 2, 정혜민 결과물 1, 최문선 결과물2, 양소명

결과물1. 세번째줄 좌측부터 정혜민 결과물 2, 박다흰 결과물 1. 이세령 결과물1.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기본교육과정

2524

Page 2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꽃그림 애니메이션 수업을 위한 사전수업

꽃그림 애니메이션의 사전 프로그램으로, 공부방 주변 동네를 돌아다니며 꽃들을 관찰하고, 그 형태를 그려보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기본교육과정을 시작하기 전, 공동체미술팀과의 논의를 통해, 공부방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였고, 아이들이 각자 그린 그림을 모아 '우리자리 공부방 어린이가 만든 우리 동네 식물도감'이란 이름으로 묶은 결과물을 만들었다.

●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꽃 관찰하고 형태 그려보기

○ 좌측상단부터 「우리 동네 식물도감」표지, 김가영 결과물1, 2. 두번째줄 죄측부터 이혜진 결과물 1, 2, 양다솜 결과물. 세번째줄 좌측부터 조은

진 결과물 1, 2, 정현주교사 결과물 1. 우측하단 최문선 결과물1.

○ 좌측상단부터 고은혜 결과물1. 김가은 결과물 1, 2, 정현주교사 결과물2. 두번째줄 죄측부터 이승빈 결과물 1, 2, 정혜민 결과물 1, 최문선 결과물2, 양소명

결과물1. 세번째줄 좌측부터 정혜민 결과물 2, 박다흰 결과물 1. 이세령 결과물1.

Page 2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일째 우리자리로 가는 길. 이제 전혀 낯설지 않은 분식집과 가게들, 골목들, 그리고.... 바닥에 흐르는 물

자국을 보며, 청소를 하시나 생각하며 우리자리 공부방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다흰이와 함께 신나게 카

페트를 밟으며 빨래를 하고 있는 전지의 모습이 확 다가온다. 옆에서 환하게 이야기하고 계시는 현주샘까지. 마

음이 순간 밝아지는 기분. 입구에선 현희샘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잠시, 정말 집 같다는 느낌이다.

알아서 사무실과 도서실을 오가며 자와 칼을 찾아 수업재료로 쓸 도화지를 자르고 있으려니, 이내 빨래를 마친

전지가 들어오고, 다흰이도 옆에 와 앉아서는 종알종알 수다를 떤다. 잠시 뒤 사막도 도착. 얼마 후에는 마고 역

시 도착했다. 전지는 이내 승빈이와 오목두기를 시작했다. 가영이도 옆에 앉아 꽤 진지한 표정으로 관전 시작.

캠코더와 디카, 수업물품들을 정리해 본 뒤, 음악이라도 틀어볼까 하고 카세트 옆으로 가보았더니, 이런 세상

에, 1년전쯤 너무너무 좋아했던 보리출판사의 아이들노래 음반들이 쌓여있다! 와우, 이렇게 신날데가.... 냉콩

1차수업

아이들과 프로젝트팀이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자리로, 프로젝트와 참여자들을 소개하고 인식하는 오프닝 프로그램이었다. 꽃그림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자유롭게 꽃그림을 그려보고 꽃이 살아가는 환경을 덧그려보며, 존재와 환경의 관계를 인식하게 하고자 하였다.

가장 좋아하던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음반을 꺼내 튼다. 한동안 잊고 있다가

다시 듣는 음악이란... 참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마고 역시 도서실을 살펴보더니, 잠시 후 감잡은 표정으로 화이트보드를 옮기기

시작한다. 한쪽 벽의 TV가 옮겨지고, 다시 흩어져 있던 탁자가 화이트보드 앞으로

모였다. 아이들도 한 명 두 명 늘어나기 시작한다. 도서실 안이 와글와글, 전라도

아이들의 노래소리와 어우러져, 정말 작은 학교 풍경같다.

잠시 뒤, 이제 수업을 시작하자는 이야기와 함께, 아이들이 양쪽 탁자에 나뉘어

앉고, 현희샘과 현주샘도 자리를 잡으셨다. 전지와 사막은 캠코더와 디카를 들고

준비 완료. 마고가 화이트보드 앞에 걸터앉아 인사를 한다. 심히 연륜이 묻어나는

티셔츠에 깜찍한 반바지, 발목까지 꼼꼼히 올려신은 양말까지. 못생겼어요, 이상

해요, 등등 여린 마고 마음에 생채기를 낼 법한 말들이 던져지긴 하지만, 아이들의

시선과 마음을 끄는 데 확실히 성공. 역쉬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마고의 포스.

앞으로 우리가 할 수업에 대한 소개를 하며, 드라마고라는 이름과 마고에 대한 소

개, 그리고 참여한 무카, 사막, 전지에 대한 소개가 진행되었다. 아이들이 심히 관

심을 보인 마고의 무좀의 연원에 대한 이야기까지. 공동체에 대한 설명이 진행되

면서, 자연스레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흐른다. 사람들은 다 같은 점들도 있지만, 개개인이 다 다르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출석을 부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칠판에 적힌다. 미리 공동체에 대한 수업

을 진행해서인지, 공동체라는 단어에 대해 아이들이 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장난기어린 질문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질문과 대답이 다들 참 자연스럽다. 조금 긴 이야기가 나와도 대부분 약간씩 지루해하거나 집중을 못하기는 해도, 대체

적으로 반응들이 좋다. 역시 내공이 있는 집단 속의 아이들은 모습이 다르다.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눕거나 엎드리거나

탁자밑에 들어가 버리는 아이들도 있지만, 나름 시의적절히 집중해가며, 대답도 해가며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이 참 자

연스럽다. 맞아, 바라던 수업분위기야 싶어 혼자 쿡쿡 웃음이 나온다.

도화지가 나누어지고, 이제는 자기가 생각하는 꽃그림을 그려보는 시간. 꽃 이야기가 나오니, 미리 동네 꽃 관찰을 다

녀온 녀석들답게, 개망초요, 코스모스요, 관찰한 꽃 이름들이 터져나온다. 각자 자유롭게 꽃 한송이를 그려보라 했더

니, 역시 우리나라 아이들 맞는지, 그림 못 그린다, 어떻게 그려야 하냐 는 얘기들이 나온다. ^^ 같은 탁자에 앉아 있는

꽃과 환경그림 그리기

3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기본교육과정1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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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일째 우리자리로 가는 길. 이제 전혀 낯설지 않은 분식집과 가게들, 골목들, 그리고.... 바닥에 흐르는 물

자국을 보며, 청소를 하시나 생각하며 우리자리 공부방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다흰이와 함께 신나게 카

페트를 밟으며 빨래를 하고 있는 전지의 모습이 확 다가온다. 옆에서 환하게 이야기하고 계시는 현주샘까지. 마

음이 순간 밝아지는 기분. 입구에선 현희샘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잠시, 정말 집 같다는 느낌이다.

알아서 사무실과 도서실을 오가며 자와 칼을 찾아 수업재료로 쓸 도화지를 자르고 있으려니, 이내 빨래를 마친

전지가 들어오고, 다흰이도 옆에 와 앉아서는 종알종알 수다를 떤다. 잠시 뒤 사막도 도착. 얼마 후에는 마고 역

시 도착했다. 전지는 이내 승빈이와 오목두기를 시작했다. 가영이도 옆에 앉아 꽤 진지한 표정으로 관전 시작.

캠코더와 디카, 수업물품들을 정리해 본 뒤, 음악이라도 틀어볼까 하고 카세트 옆으로 가보았더니, 이런 세상

에, 1년전쯤 너무너무 좋아했던 보리출판사의 아이들노래 음반들이 쌓여있다! 와우, 이렇게 신날데가.... 냉콩

1차수업

아이들과 프로젝트팀이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자리로, 프로젝트와 참여자들을 소개하고 인식하는 오프닝 프로그램이었다. 꽃그림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자유롭게 꽃그림을 그려보고 꽃이 살아가는 환경을 덧그려보며, 존재와 환경의 관계를 인식하게 하고자 하였다.

가장 좋아하던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음반을 꺼내 튼다. 한동안 잊고 있다가

다시 듣는 음악이란... 참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마고 역시 도서실을 살펴보더니, 잠시 후 감잡은 표정으로 화이트보드를 옮기기

시작한다. 한쪽 벽의 TV가 옮겨지고, 다시 흩어져 있던 탁자가 화이트보드 앞으로

모였다. 아이들도 한 명 두 명 늘어나기 시작한다. 도서실 안이 와글와글, 전라도

아이들의 노래소리와 어우러져, 정말 작은 학교 풍경같다.

잠시 뒤, 이제 수업을 시작하자는 이야기와 함께, 아이들이 양쪽 탁자에 나뉘어

앉고, 현희샘과 현주샘도 자리를 잡으셨다. 전지와 사막은 캠코더와 디카를 들고

준비 완료. 마고가 화이트보드 앞에 걸터앉아 인사를 한다. 심히 연륜이 묻어나는

티셔츠에 깜찍한 반바지, 발목까지 꼼꼼히 올려신은 양말까지. 못생겼어요, 이상

해요, 등등 여린 마고 마음에 생채기를 낼 법한 말들이 던져지긴 하지만, 아이들의

시선과 마음을 끄는 데 확실히 성공. 역쉬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마고의 포스.

앞으로 우리가 할 수업에 대한 소개를 하며, 드라마고라는 이름과 마고에 대한 소

개, 그리고 참여한 무카, 사막, 전지에 대한 소개가 진행되었다. 아이들이 심히 관

심을 보인 마고의 무좀의 연원에 대한 이야기까지. 공동체에 대한 설명이 진행되

면서, 자연스레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흐른다. 사람들은 다 같은 점들도 있지만, 개개인이 다 다르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출석을 부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칠판에 적힌다. 미리 공동체에 대한 수업

을 진행해서인지, 공동체라는 단어에 대해 아이들이 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장난기어린 질문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질문과 대답이 다들 참 자연스럽다. 조금 긴 이야기가 나와도 대부분 약간씩 지루해하거나 집중을 못하기는 해도, 대체

적으로 반응들이 좋다. 역시 내공이 있는 집단 속의 아이들은 모습이 다르다.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눕거나 엎드리거나

탁자밑에 들어가 버리는 아이들도 있지만, 나름 시의적절히 집중해가며, 대답도 해가며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이 참 자

연스럽다. 맞아, 바라던 수업분위기야 싶어 혼자 쿡쿡 웃음이 나온다.

도화지가 나누어지고, 이제는 자기가 생각하는 꽃그림을 그려보는 시간. 꽃 이야기가 나오니, 미리 동네 꽃 관찰을 다

녀온 녀석들답게, 개망초요, 코스모스요, 관찰한 꽃 이름들이 터져나온다. 각자 자유롭게 꽃 한송이를 그려보라 했더

니, 역시 우리나라 아이들 맞는지, 그림 못 그린다, 어떻게 그려야 하냐 는 얘기들이 나온다. ^^ 같은 탁자에 앉아 있는

꽃과 환경그림 그리기

3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기본교육과정1차

2726

Page 2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기본교육과정1차

2928

녀석들에게 잘 그려야 되는 게 아니야, 생각하는

걸 그려보라 하니, 처음에는 영 어려워하는 눈치

더니, 이내 그림들을 그려가기 시작한다. 승빈이

와 가은이, 혜진이는 냉큼 연필을 가져오더니 스

케치를 시작한다. 꼭 스케치 안해도 되니 원하는

그려보라고 해도, 진지하게 연필로 그렸다 지우기

를 반복. 역시... 우리나라 미술교육의 힘은 대단

하다. ㅎㅎㅎ

어떤 꽃을 그릴까 고민하다가 요새 땡기는 주황

색으로 살짜쿵 휘어지는 꽃잎을 그려보았다. 아이

들이 무슨 꽃이냐고 묻는다. 음... 나도 몰라. 그

냥 그려보는 거야. ^^ 다 그리고 났더니, 약간 나

리꽃같은 느낌이 든다. 은진이는 노랑색으로 커다

랗게 꽃잎을 그리기 시작한다. 제일 속도가 빠르

고 거침이 없다. 가은이는 스케치를 할지 한참 생

각하더니, 이내 역시 노랑색으로 작은 꽃잎을 그

려간다. 그리고는 애기똥풀이라며 현주샘과 애기

똥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다 그리고 난 후에

는, 처음 들어보는 새똥풀이란 것도 있다면서 다

시 새똥풀을 그리기 시작한다. 다흰이는 커다랗게

노란 꽃잎 테두리를 그리더니, 이내 마음에 안드

는지 다시 그리겠다고 하는데, 순간 주변에서 종

이 아까우니까 뒷면에 그리라는 잔소리들이 쏟아진다.

자슥들... ㅎㅎㅎ 크게 굴하지 않는 다흰. 다시 하나 그

리고 하나 질문하기를 계속하며, 그래도 신나게 그려간

다. 혜진이는 참 깔끔하게 보라색 꽃잎을 그리더니, 네

잎짜리 보라꽃을 그렸다. 그리고는 살며시 “보라색이랑

어울리는 색이 뭐에요?” 하고 묻는다. 분홍색 어때? 했

더니, 보라색 테두리 안쪽으로 분홍색을 칠한다. 승빈이

는 제일 마지막까지 고민하더니, 다섯잎짜리 불가사리

모양의 꽃잎을 그렸다. 정말 불가사리 모양을 제대로 닮

았다. 우와, 진짜 멋지다, 했더니, 살짝 기분이 좋아진

듯. 현주샘은 분홍빛 고운 연꽃을 그리셨다. 그렇지. 연

꽃도 꽃인데. 꽃그림 생각하면서 연꽃을 떠올린 적은 없

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꽃을 그리고 난 후, 마고가 이번에

는 이 꽃들이 함께 살고 있을만한 것들을 생각하고 같이

그려보자고 권한다. 다흰이가 영 어려워하는 것 같아서,

꽃이 떨렁 혼자 있지 않을테니 뭐가 필요할까 물어봤더

니, 이내 흙과 화분을 생각해내고 네모진 화분을 그리기

시작한다. 뭘 그릴까 하다 돌담을 한편에 그려봤더니, 옆

에 앉은 혜진이도 돌담을 그리고 있다. ㅎㅎㅎ 현주샘의

연꽃에 다들 관심이 가는지, 연못에는 뭐가 있어야 되네

마네, 참견들이 대단하다. ^^

Page 3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다른 탁자 아이들은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봤더니, 세령, 혜민, 가영 세 여인의 성격이 보인다. 제일 먼저 그리신 현희

샘 영향인지 모두들 보라계열의 꽃을그리고 있는데, 깔끔하게 잘 그리려는 마음들이 묻어난다. 문선이는 맨 처음에 개

망초를 외치더니만, 노랗게 그려놓고 나서는, 이 꽃을 화분에 심더니, 이내 화분 뒤에서 웃으며 화분을 그려보는 남자

아이가 그려져 있다. 허... 보통내기가 아니다. 이런 시선처리라니... 꽃을 그리라고 했는데, 꽃을 바라보는 모습을 그

린 녀석은 처음 본 것 같다.

시간이 많이 지나, 그리던 것을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로 중단하자고 했더니, 원성들이 높다. 그래도 굳이 완성의 의미

를 강조하지 말자고, 그대로 두자고 했더니, 또 곧 수긍들을 한다. 나중에 보니, 다흰이는 결국 마무리를 하고서야 손을

놓았다. ㅎㅎㅎ 다같이 크레파스와 색연필을 정리한 후, 도서실밖으로 자기 그림들을 들고 나가, 화장실 옆 벽과 사무

실 옆 벽 공간에 하나하나 꽃그림을 붙였다. 개성들이 묻어나는 꽃그림들이 다라락 붙어있으니, 아이들을 또 다르게 보

는 것 같아 재미있다. 은진이가 한 장만 붙이고 처음 그렸던 그림은 놓아뒀기에 물어봤더니, 마음에 안든단다. 여러 색

이 많이 들어가서 참 예뻤다고 하니, 그럼 뭐, 하고는 냉큼 벽으로 들고 간다. ^^ 다시 아이들을 도서실에 모아 간단한

마무리 인사를 한 후,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우리자리 아이들과의 첫번째 수업 만남. 나중 평가에서는 오늘이 특히 분위기가 좋았던 거라고는 하시지만, 편안하게

잘 진행되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야 언제나 좋았다 나빴다 하지만, 공부방이 가지는 분위기가 참 편안한 것 같다. 오래

간만에 아이들과 수업에서 부대껴보는 기분이 좋다. 전지도, 사막도, 즐거웠던 것 같고. 편안하게, 함께, 그렇게 갈 수

있으면 좋겠다.

Page 3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1차수업 결과물

●꽃과 환경그리기 결과물

①최문선 ②박다흰 ③이세령 ④이승빈 ⑤

무카 ⑥이혜진 ⑦정현주교사 ⑧김가은 ⑨

이현희교사 ⑩정혜민 ⑪조은진1 ⑫조은

진2 ⑬김가영

① ② ③ ④

⑤ ⑦⑥

⑪ ⑫ ⑬

1차연결수업 / 2007년 6월 19일

●꽃과 환경 그림 완성하고 전체 그림 연결해보기

1차 수업에서 다 그리지 못한 꽃과 환경그림을 완성하고, 아이들 개개인의 그림들을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보는 시간을 공부방 자체적으로 진행하였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기본교육과정1차

3130

Page 3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1차수업 결과물

●꽃과 환경그리기 결과물

①최문선 ②박다흰 ③이세령 ④이승빈 ⑤

무카 ⑥이혜진 ⑦정현주교사 ⑧김가은 ⑨

이현희교사 ⑩정혜민 ⑪조은진1 ⑫조은

진2 ⑬김가영

① ② ③ ④

⑤ ⑦⑥

⑪ ⑫ ⑬

1차연결수업 / 2007년 6월 19일

●꽃과 환경 그림 완성하고 전체 그림 연결해보기

1차 수업에서 다 그리지 못한 꽃과 환경그림을 완성하고, 아이들 개개인의 그림들을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보는 시간을 공부방 자체적으로 진행하였다.

Page 3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번째 수업이 있는 날. 수업 전 충경과, 우리자리 가는 길의 ‘원스타수선집’에서, 주인아저씨와 자그마치

한 시간가량 인터뷰를 한뒤 우리자리로 향했다. 신림3동 인물 발견한 느낌.. 먼저 와 있는 무카, 마고와

공부방 선생님, 아이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맛있는 새참시간도 가지며 수업준비를 시작했고, 충경과 마고

는 화이트보드를 공부방 가운데 서 있는 책장 뒤에 걸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두 사람 은근히 뿌듯해하며.. 공부

방 내부구조가 변했기에 화이트 보드가 벽이 아닌 책장에 걸리게 되면서, 첫번째 수업과는 다른 구조로, 마고는

바둑판 위에 앉아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오늘은 한붓꽃그리기를 하는 날. 한붓꽃그리기를 하기 전 출석을 부르기 위해, 마고가 각자의 도형을 그리게

했고, 무엇을 하라고 하는거에 거리낌이 없어보이는 아이들과 샘들은, 아옹다옹 화이트 보드에 자기만의 도형을

그리고 그 안에 이름을 써넣었다. 자기도형과 비슷하게 그린 것 같으면 얼른 나가서 다른 모양으로 바꾸고 오는

2차수업

하나의 존재는 여러 요소로 구성되어 있음을 이해하기 위한 한붓꽃그리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각자의 개성을 나타내기 위한 도형그림으로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도록 하면서 도형그림을 그려보았고, 집의 구조와 나를 소개하는 내용의 한붓꽃그리기가 진행되었다.

게 야무져 보였다..^^ 난 손이 가는 대로 그리다 보니, 성게를 그려놓은 것처럼 돼

버렸다. 그게 지금 나의 모습인가 했다..

마고는 도형을 하나씩 지워나가며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고, 도형이 지워져도 우

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오늘 촬영을 맡은 충경(영상)과

나(사진)는 아이들 사이를 오가며 수업을 기록하면서, 중간중간 아이들이 던지는

말에 대답도 하고 개구진 장난에 당해가면서 약간은 혼란을 느꼈다..ㅎ

마고가 집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맨 앞에 앉은 장난끼 가득한 큰 눈의

승빈이가 바로 집에 대한 얘기로 장난을 친다. 집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뭘

까? 나무, 철, 흙, 시멘트.. 아이들이 알고 있는 온갖가지 건축재료들이 쏟아져 나

온다. 이어서 마고는 ‘그 집 안을 채우는 게 뭘까’ 에 대해 이야기한다. 식탁, 장롱,

의자, 다흰이의 가스레인지까지... 아이들은 집에서 보아온 온갖 가구, 생활용품들

을 손을 뻗어 발표한다. 이야기를 할 시간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손들고 얘기하는

아이들과, 손을 안들고 외치는 아이들과, 옆에 앉아 있어야 들릴 정도로 말하는 아

이들이 있다..^^ 다흰이는 대답을 하고 나서 나를 쳐다보는데, 눈짓으로 웃어주면

부끄럽게 웃는 게 평소 짖궂은 장난꾸러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오늘 아이들이 유난히 마고에게 짖궂었는지 마고가 숨을 골라가면서 진행하는 느낌이 온다. 그즈음 문선이 던진 말에

마고가 표정이 굳는다. 잠시 멈칫하고 지나가면서 마고의 정리가 있었지만, 끝날 때까지 문선이 어색해함을 느꼈다. 그

때 나라면 ‘어떻게 해야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마고가 한붓꽃그리기를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잘그린다!” 는 탄성이 쏟아져 나오고, 칭찬을 들은 마고는 더 바르고

이쁜 쌀알 모양의 꽃잎을 그려나갔다. 다흰이의 한붓꽃그림을 지켜보는데 꽃잎이 자꾸만 끊긴다. 그래서 손가락을 종이

에 대고 따라오게 했는데, 내 손가락보다 다흰이의 연필이 먼저 간다.. 다시 끊긴 꽃그림이 되어버렸다. 이번엔 다흰이

의 손을 살짝 잡고 다시 시작했다. 두개의 꽃잎이 연결되어 그려졌는데, 다시 다흰이의 손이 빨라지더니 또 나머지 꽃

잎이 끊겼다. 결국엔 옆에서 내가 작게 그려나가는 꽃잎을 보고 다흰이가 눈으로 따라가며 한붓꽃그림을 그렸고, 그안

에 다흰이를 설명하는 단어들이 쓰여졌다. 나 다리, 나 얼굴, 나 입, 나 목소리.. 아이들마다 꽃그림들이 나온 걸 보면

하나의 존재를 의미하는 꽃 - 한붓그리기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기본교육과정2차

3332

Page 3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번째 수업이 있는 날. 수업 전 충경과, 우리자리 가는 길의 ‘원스타수선집’에서, 주인아저씨와 자그마치

한 시간가량 인터뷰를 한뒤 우리자리로 향했다. 신림3동 인물 발견한 느낌.. 먼저 와 있는 무카, 마고와

공부방 선생님, 아이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맛있는 새참시간도 가지며 수업준비를 시작했고, 충경과 마고

는 화이트보드를 공부방 가운데 서 있는 책장 뒤에 걸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두 사람 은근히 뿌듯해하며.. 공부

방 내부구조가 변했기에 화이트 보드가 벽이 아닌 책장에 걸리게 되면서, 첫번째 수업과는 다른 구조로, 마고는

바둑판 위에 앉아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오늘은 한붓꽃그리기를 하는 날. 한붓꽃그리기를 하기 전 출석을 부르기 위해, 마고가 각자의 도형을 그리게

했고, 무엇을 하라고 하는거에 거리낌이 없어보이는 아이들과 샘들은, 아옹다옹 화이트 보드에 자기만의 도형을

그리고 그 안에 이름을 써넣었다. 자기도형과 비슷하게 그린 것 같으면 얼른 나가서 다른 모양으로 바꾸고 오는

2차수업

하나의 존재는 여러 요소로 구성되어 있음을 이해하기 위한 한붓꽃그리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각자의 개성을 나타내기 위한 도형그림으로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도록 하면서 도형그림을 그려보았고, 집의 구조와 나를 소개하는 내용의 한붓꽃그리기가 진행되었다.

게 야무져 보였다..^^ 난 손이 가는 대로 그리다 보니, 성게를 그려놓은 것처럼 돼

버렸다. 그게 지금 나의 모습인가 했다..

마고는 도형을 하나씩 지워나가며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고, 도형이 지워져도 우

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오늘 촬영을 맡은 충경(영상)과

나(사진)는 아이들 사이를 오가며 수업을 기록하면서, 중간중간 아이들이 던지는

말에 대답도 하고 개구진 장난에 당해가면서 약간은 혼란을 느꼈다..ㅎ

마고가 집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맨 앞에 앉은 장난끼 가득한 큰 눈의

승빈이가 바로 집에 대한 얘기로 장난을 친다. 집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뭘

까? 나무, 철, 흙, 시멘트.. 아이들이 알고 있는 온갖가지 건축재료들이 쏟아져 나

온다. 이어서 마고는 ‘그 집 안을 채우는 게 뭘까’ 에 대해 이야기한다. 식탁, 장롱,

의자, 다흰이의 가스레인지까지... 아이들은 집에서 보아온 온갖 가구, 생활용품들

을 손을 뻗어 발표한다. 이야기를 할 시간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손들고 얘기하는

아이들과, 손을 안들고 외치는 아이들과, 옆에 앉아 있어야 들릴 정도로 말하는 아

이들이 있다..^^ 다흰이는 대답을 하고 나서 나를 쳐다보는데, 눈짓으로 웃어주면

부끄럽게 웃는 게 평소 짖궂은 장난꾸러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오늘 아이들이 유난히 마고에게 짖궂었는지 마고가 숨을 골라가면서 진행하는 느낌이 온다. 그즈음 문선이 던진 말에

마고가 표정이 굳는다. 잠시 멈칫하고 지나가면서 마고의 정리가 있었지만, 끝날 때까지 문선이 어색해함을 느꼈다. 그

때 나라면 ‘어떻게 해야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마고가 한붓꽃그리기를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잘그린다!” 는 탄성이 쏟아져 나오고, 칭찬을 들은 마고는 더 바르고

이쁜 쌀알 모양의 꽃잎을 그려나갔다. 다흰이의 한붓꽃그림을 지켜보는데 꽃잎이 자꾸만 끊긴다. 그래서 손가락을 종이

에 대고 따라오게 했는데, 내 손가락보다 다흰이의 연필이 먼저 간다.. 다시 끊긴 꽃그림이 되어버렸다. 이번엔 다흰이

의 손을 살짝 잡고 다시 시작했다. 두개의 꽃잎이 연결되어 그려졌는데, 다시 다흰이의 손이 빨라지더니 또 나머지 꽃

잎이 끊겼다. 결국엔 옆에서 내가 작게 그려나가는 꽃잎을 보고 다흰이가 눈으로 따라가며 한붓꽃그림을 그렸고, 그안

에 다흰이를 설명하는 단어들이 쓰여졌다. 나 다리, 나 얼굴, 나 입, 나 목소리.. 아이들마다 꽃그림들이 나온 걸 보면

하나의 존재를 의미하는 꽃 - 한붓그리기

Page 3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서, 각자의 나에 대한 생각의 구성을 엿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자신의 생김새, 버릇 등..

정말 자기에게만 국한된 구성이 될 수도, 또는

그 안에서 나와 연결된 주변과의 관계를 인식

하게 될 수도.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정리를 할 동안, 우

리팀은 아침부터 계속 내리고 있던 비를 맞으

며 동네로 산책을 나갔다. 차가운 비를 맞은

마고의 머리에서 치이이.... 열이 내리면서 김

이 올라가는걸 본 건, 나만의 착각일까?...^^

2차수업 결과물

●도형그리기기본 도형으로 다른형태 그려보기

○ 고은혜 ○ 김가영

○ 이승빈 ○ 김가은

○ 정현주 ○ 이세령

○ 정혜민 ○ 이현희교사

○ 최문선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기본교육과정2차

3534

Page 3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2차수업 결과물

●나를 표현하는 한붓꽃 그리기·1

↕김가은

↗ 이현희교사

← 고은혜

↘ 이승빈

↗ ↓정혜민

↖ 전지

← 김가영

↙ 정현주교사

Page 3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2차연결수업 / 2007년 6월 26일

●하나의 존재를 의미하는 꽃 - 한붓그리기·2

이 날은 공부방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연결수업이었다. 2차 수업에 이어 공부방 사람들과 공간, 가

족 등의 주제로 다시 그려보는 시간을 가져보았고, 꽃그림과 꽃그림이 다시 연결되는 형태의 한붓꽃그

리기도 진행하였다. 공부방 강민정 자원교사가 수업 내용을 정리하였다.

진행내용 : 나의 꽃잎그리기, 모둠 꽃잎그리기, 공간꽃잎그리기, 그린 것을 가지고 돌아가며 이야기나

누기, 가족꽃잎그리기, 생활글쓰기

(본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앞서 간단한 게임하기~)

쌤 : ‘이 수업 꽃그림 왜 했을까요? 설명해줄 사람?’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아이들: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 아이가 말한다.

쌤 : 꽃잎 끝에다 이름. 성격...등등 이 무엇인지 써주세요~ (이미 썼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보충해서 쓰는 아

이들도 있다. )

쌤 :그럼 모둠 꽃을 그려보세요~ 우리 지금 모인 모둠..... (교사와 아이들 모두 ‘모둠 꽃’ 그린다.)

쌤 : 공간 꽃도 글로 설명해주세요. (모두들 꽃 끝에 꽃잎들을 더 그리면서 자세하게 쓴다.)

(교사가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방법을 설명함)

쌤 : 돌아가면서 한명씩 ‘자기 꽃’을 소개하면 모둠꽃잎 각각에 작은 꽃잎들을 설명과 함께 그려나가요. (다

적을 필요 없이 각자 적을 수 있는 것만)

이름, 성별, 장점, 가족, 주소, 나이, 장래희망, 성격, 말투, 좋아하는 색, 얼굴 생김새, 좋아하는 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관심 있는 것 등등...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동안 다른 친구들과 교사는 모둠꽃 그리기

(소개가 끝난 뒤 꽃그림들을 디지털 카메라로 자기가 직접 찍는다.)

(잠시 쉬고...쉬는 동안 ‘공간 꽃’ 그리지 않는 사람은 그리기)

쌤 : 공간을 같이 이야기해봅시다.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한 공간을 이야기하면 얘기 안 나온 것을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식으로)

이야기 나왔던 공간들 - 공부방, 우림시장, 바이올린 학원, 홍대앞, 세이브마트...

(돌아가면서 나온 공간들에 그 공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손들면서 서로 이야기한다.)

쌤 : 이외에도 안나온 곳 있음 이야기해줄래요?

아이들 및 교사 : (돌아가며 이야기...) 학교, 놀이터, 지하철, 난곡지역단체, 사랑의밥집, 공부방 텃밭, 교회, 할

머니집, 시장, 보라매공원, 남강어린이 공원.........

(글쓰기도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못한 관계로 생활글쓰기로 이어서 하기)

생활글쓰기 - ‘가족 꽃잎’ 그려 넣고 가족에 대해 글로 풀어서 쓰기, 다섯줄 이상씩 쓰기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기본교육과정2차

3736

Page 3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2차 연결수업 결과물

●한붓꽃그리기·2

①고은혜 ②이현희교사 ③,④최문선 ⑤고은혜 ⑥,⑦정현주교

사 ⑧이승빈 ⑨김가은 ⑩이현희교사 ⑪이승빈 ⑫,⑬김가은

① ②

③ ④

Page 3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리자리 아이들과의 세번째 수업. 수업을 준비하면서도, 교사건 아이들이건 이제는 훨씬 편안한 느낌이다.

지난 시간의 평가 내용을 되새기며, 이번에는... 하고 화이트보드를 TV쪽 방향으로, 탁자는 한쪽으로 몰

아 수업분위기를 잡았다. 마침 우리자리에서도 1층의 도서실이 2층으로 옮겨지고, 넓은 도서실 공간이 낮은 장

으로 자연스레 반으로 구분되어 있어,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더 알맞은 구조가 되었다.

4시 반을 살짜쿵 넘겨 수업 시작. 미리 지난 화요일에, 꽃그림으로 자기를 표현하고 가족의 영역을 찾아보는

작업을 공부방에서 다시 한 번 자체적으로 진행한 터라, 마고가 지난 주 수업과 지난 연결수업 내용을 되살리며

수업을 시작했다. 꽃그림 한붓그리기를 하면서 가족과 각자의 영역을 찾아보는 이야기를 진행했던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데, 이야기가 조금 길어지니 아이들이 몸을 뒤튼다. 역시 애들은 애들. ㅎㅎ

3차수업

개개인이 모여 개성을 살리면서도 공동의 형태를 이루는 것이 공동체임을 이해하기 위한 꽃잎 공동화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미리 출력해 온 꽃사진을 관찰하여 각자 원하는 색과 형태의 꽃잎 모양을 만들어 보도록 한 후, 각자의 꽃잎들을 모아 공동화를 만들어 봄으로써, 개개인의 꽃잎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다양한 형태가 공동의 활동에서는 만들어질 수 있음을 인식하도록 하고자 하였다.

미리 출력해 온 여러가지 종류의 꽃 사진들을 나누어 주니, 금새 그림으로 집중.

이 중 마음에 드는 꽃 세 장을 고르라고 했더니 너도나도 달려든다. 교사들도 아이

들 사이에 끼어 꽃그림을 고른다. 고를때는 애고 어른이고 없다. 이번에는 마음에

드는 색지 고르기. 각자가 고른 꽃그림 중 하나를 택해 꽃잎 모양을 색지에 옮겨그

리기로 했다. 어렵다는 녀석, 금방 슥슥 그리는 녀석, 난감해 하는 녀석.... 문선이

는 아주 세심하게 꽃잎 주름까지도 그려넣는다.

다 그린 다음에는 하나씩 가위로 오려냈다. 아이들과 교사들이 각자 꽃잎들을 만

들어내니, 금새 7-8종의 예쁜 크고 작은 꽃잎들이 생겨났다. 손에 딱 맞는 예쁜 종

이 장난감이 생기니, 자연스럽게들 꽃잎으로 모양을 만들어보기 시작한다. 그러더

니 역시나 자연스레 옆 친구들의 꽃잎을 빌려와, 색과 모양이 결합된 형태들이 나

타난다. 그리고는 만들어진 모양들이 또 여기저기 합쳐져 한 편의 그림들이 책상위

에 쫙 깔렸다. 역시 꽃잎 애니메이션 작업은 언제 해도 재미있고 예쁘다.

아이들과 같이 꽃잎모양을 만들다 보니, 변하는 모양을 촬영해야 된다는 데 생각

이 미쳤다. 후딱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변화되는 장면 장면 촬영을 하기 시작했

다. 자꾸 이렇게 저렇게 형태를 변형해 보고 싶은 아이들에게, 촬영때문에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하는 게 약간 미안하기도 하지만.... 지나간 형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 ㅎㅎㅎ

마고가 진행되는 과정을 다시 의미화해주면서 잠시 정리를 했다. 그리고는 다시 과정을 밟아, 공동의 그림을 다시 만

들어보자고 제안한다. 각자 이래저래 모양을 만들어보다가 다시 시작하려니 약간 주춤하는 느낌은 있지만, 역시나 다시

모양 만들기에 집중들을 한다. 우물에, 카누에, 커다란 꽃이랑, 산, 집, 나비, 구름, 나무들이 형태를 갖춘다. 심지어 줄

넘기하는 소녀까지.... ^^

다함께 생각나는 사람부터 스토리를 이어가 보기로 한다. 역시 생각이 많은 가은이와 문선이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

어한다. 다른 아이들도 간간이 생각나는 이야기들을 하지만, 생각만큼 내용을 함께 이어가기가 쉽지는 않은 모양들이

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따라 구름은 비가 되기도 하고, 산이 무너지기도 하고, 연못에 물고기가 돌아다니기도 하고, 집

이 무너지기도 하고, 꽃이 피기도 지기도 하는.... 마고가 중간중간 이야기를 정리해 주며, 시간이 흘러가고 시간에 따

꽃잎으로 만들어 보는 공동화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기본교육과정3차

3938

Page 4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리자리 아이들과의 세번째 수업. 수업을 준비하면서도, 교사건 아이들이건 이제는 훨씬 편안한 느낌이다.

지난 시간의 평가 내용을 되새기며, 이번에는... 하고 화이트보드를 TV쪽 방향으로, 탁자는 한쪽으로 몰

아 수업분위기를 잡았다. 마침 우리자리에서도 1층의 도서실이 2층으로 옮겨지고, 넓은 도서실 공간이 낮은 장

으로 자연스레 반으로 구분되어 있어,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더 알맞은 구조가 되었다.

4시 반을 살짜쿵 넘겨 수업 시작. 미리 지난 화요일에, 꽃그림으로 자기를 표현하고 가족의 영역을 찾아보는

작업을 공부방에서 다시 한 번 자체적으로 진행한 터라, 마고가 지난 주 수업과 지난 연결수업 내용을 되살리며

수업을 시작했다. 꽃그림 한붓그리기를 하면서 가족과 각자의 영역을 찾아보는 이야기를 진행했던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데, 이야기가 조금 길어지니 아이들이 몸을 뒤튼다. 역시 애들은 애들. ㅎㅎ

3차수업

개개인이 모여 개성을 살리면서도 공동의 형태를 이루는 것이 공동체임을 이해하기 위한 꽃잎 공동화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미리 출력해 온 꽃사진을 관찰하여 각자 원하는 색과 형태의 꽃잎 모양을 만들어 보도록 한 후, 각자의 꽃잎들을 모아 공동화를 만들어 봄으로써, 개개인의 꽃잎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다양한 형태가 공동의 활동에서는 만들어질 수 있음을 인식하도록 하고자 하였다.

미리 출력해 온 여러가지 종류의 꽃 사진들을 나누어 주니, 금새 그림으로 집중.

이 중 마음에 드는 꽃 세 장을 고르라고 했더니 너도나도 달려든다. 교사들도 아이

들 사이에 끼어 꽃그림을 고른다. 고를때는 애고 어른이고 없다. 이번에는 마음에

드는 색지 고르기. 각자가 고른 꽃그림 중 하나를 택해 꽃잎 모양을 색지에 옮겨그

리기로 했다. 어렵다는 녀석, 금방 슥슥 그리는 녀석, 난감해 하는 녀석.... 문선이

는 아주 세심하게 꽃잎 주름까지도 그려넣는다.

다 그린 다음에는 하나씩 가위로 오려냈다. 아이들과 교사들이 각자 꽃잎들을 만

들어내니, 금새 7-8종의 예쁜 크고 작은 꽃잎들이 생겨났다. 손에 딱 맞는 예쁜 종

이 장난감이 생기니, 자연스럽게들 꽃잎으로 모양을 만들어보기 시작한다. 그러더

니 역시나 자연스레 옆 친구들의 꽃잎을 빌려와, 색과 모양이 결합된 형태들이 나

타난다. 그리고는 만들어진 모양들이 또 여기저기 합쳐져 한 편의 그림들이 책상위

에 쫙 깔렸다. 역시 꽃잎 애니메이션 작업은 언제 해도 재미있고 예쁘다.

아이들과 같이 꽃잎모양을 만들다 보니, 변하는 모양을 촬영해야 된다는 데 생각

이 미쳤다. 후딱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변화되는 장면 장면 촬영을 하기 시작했

다. 자꾸 이렇게 저렇게 형태를 변형해 보고 싶은 아이들에게, 촬영때문에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하는 게 약간 미안하기도 하지만.... 지나간 형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 ㅎㅎㅎ

마고가 진행되는 과정을 다시 의미화해주면서 잠시 정리를 했다. 그리고는 다시 과정을 밟아, 공동의 그림을 다시 만

들어보자고 제안한다. 각자 이래저래 모양을 만들어보다가 다시 시작하려니 약간 주춤하는 느낌은 있지만, 역시나 다시

모양 만들기에 집중들을 한다. 우물에, 카누에, 커다란 꽃이랑, 산, 집, 나비, 구름, 나무들이 형태를 갖춘다. 심지어 줄

넘기하는 소녀까지.... ^^

다함께 생각나는 사람부터 스토리를 이어가 보기로 한다. 역시 생각이 많은 가은이와 문선이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

어한다. 다른 아이들도 간간이 생각나는 이야기들을 하지만, 생각만큼 내용을 함께 이어가기가 쉽지는 않은 모양들이

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따라 구름은 비가 되기도 하고, 산이 무너지기도 하고, 연못에 물고기가 돌아다니기도 하고, 집

이 무너지기도 하고, 꽃이 피기도 지기도 하는.... 마고가 중간중간 이야기를 정리해 주며, 시간이 흘러가고 시간에 따

꽃잎으로 만들어 보는 공동화

Page 4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라 사건과 공간이 변하는 과정들을 세심하게 짚

어준다. 막판에 똥 얘기를 하면서는 어찌나들 좋

아하던지.... 언제나 똥 얘기와 같은, 자주 공식

적으로 이야기되지 않는 내용들은 아이들을 즐겁

게 한다.

시간이 많이 지나, 공동화를 다함께 만들면서

제대로 스토리를 만드는 작업은 다음주 연결수업

에서 진행하기로 하고, 전체 내용을 정리하며 수

업이 마무리되었다. 아이들이 자기 꽃잎들을 하

나하나 정리해서 파일에 넣고 오린 종이와 도구

들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이녀석들이랑,

올해, 진짜 쭈욱 보겠구나 싶은 생각이 새삼 든

다. 시간이 흘러가면 사건도, 공간도, 마음도 변

한다. 이 아이들과, 이 공간과 함께 흘러가면서,

다시금 바라보게 될 때, 어떤 마음과 어떤 변화들

을 보게 될지.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기본교육과정3차

4140

Page 4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3차연결수업 / 2007년 7월 3일

●꽃잎으로 만들어보는 공동화·2

이날은 공부방에서 자체적으로 진행되는 연결수업이었다. 아이들의 공동화를 촬영하기 위해 무카가 수업에 참여하였다. 이 날 수업은 이현희 선생님이 진행을, 정현주 선생님이 멘토링을 맡아 진행되었으며,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을 공부방 자체적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해 보고, 꽃그림 공동화를 만드는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정현주 선생님과 이현희 선생님께서 먼저 이 수업에 대한 소개를 다시 하셨습니다. 아이들에게, 이

사업은 서울시라는 데에서 하는 도시갤러리 사업이고, 공공미술이란 무엇인지, 거기에서 우리자리 아이들이 하게 되는

공동체미술 수업은 어떤 위치이고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해 주셨답니다. 물론 아이들 언어로 풀어서 최대한 쉽게 이야기

해주시더군요. 뭐, 애들이 다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아이들과 그렇게 공유하시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애들은

좀 어려워하고 딴 짓도 하고 그러긴 했지만, 뭔가 우리가 중요한 수업을 하는구나 라는 인식은 하는 것 같더군요. 그리

고 이 얘기와 더불어서, 그래서 이 수업을 이번만 하고 끝낼 게 아니라, 다른 지역 아이들이나 다른 사람들과도 할 수 있

게 하기 위한 자료로써, 캠코더 촬영과 사진촬영을 하는거다, 그러니 이해해주고, 정 얼굴이 찍히기 싫은 사람은 조용히

따로 얘기해라, 얼굴 가리고 피하면 더 튄다...는 얘기까지 연결해서 해주셨지요. ㅎㅎㅎㅎ

지난 시간에 온 아이들이 많지 않아서, 먼저 지난 시간에 어떤 내용이 진행됐는지를 설명하신 후, 꽃 키트를 다 꺼내어

서 자기 껀 자기가, 없는 아이는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일단 자기 키트로 만들고 싶은 모양들을

만들어 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옆사람과 한두장씩 바꾸어서 모양만들기를 했지요.

몇 번 이것저것 만들어보며 재미가 붙을 때쯤, 이번에는 전체를 모아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보기로 했고, 주제를 같

이 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여름풍경’이었습니다. 역시나 아이들이 공동창작을 하기 힘들어하고 자기 작업

을 하고 싶은 욕구가 많아서, 일단 여름풍경이란 공동주제로, 서로의 꽃잎 키트를 같

이 사용하면서 여름풍경에 맞는 모양을 만든 다음, 책상 위에 이건 어디에 두는 게 좋

을까, 이건 어떤 모양인데? 그럼 어디에 둘까? 하는 식으로, 아이들이 만든 모양들을

하나로 배치했습니다. 그리고는 한 명씩 돌아가며 배치를 조금씩 바꾸며 이야기 연

결짓기 방식으로 꽃그림동화창작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가은이가 ‘어떤 아이가 꽃씨를 심었다..고 얘기하고 배치를 바꾸면, 그 다음에

다른 아이가, 다시 배치를 바꾸며 ‘그 꽃이 자라 피었고.....’ 식으로 한 마디씩 연결

해가는.... 물론, 여전히 이건 내 그림인데, 바꾸면 안되는데, 식의 반응이나, 그 다

음 얘기는 이렇게 해, 하는 배후조정(?!)식 반응들이 대부분이기는 했지만, 그리고

내용은 언제나 그렇듯 딱히 별다르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교사 포함 전체 인원이 한

마디씩 이야기를 하고 배치를 바꾸어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아이들이 좀 산만해지는 바람에, 길게는 못하셨지만, 정현주 선생님께서

시간의 흐름이라는 부분에 대한 내용으로 전체 내용을 정리하셨고, 아이들도 오늘의

생활글쓰기는 ‘시간의 흐름’이란 주제로 글을 썼답니다.

Page 4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3차 연결수업 결과물

●꽃잎으로 만들어 본 개인 작품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기본교육과정3차

4342

콩벌레 ^^ 불타는 고구마... 라는데.. 난 아무래도 게 종

류로 보여.... ㅎㅎㅎ

나비... 더듬이가 양쪽에 달린 신종이자 희

귀종인..... ㅋㅋㅋ

사람... ㅎㅎ 잘 보면 웬지 독일그림에 많이

나오는 장군님같이 보이기도.... ㅎㅎㅎ

카누...라고 분명 그랬는데.... 뒤집어진 집게

벌레 내지는 바퀴벌레 같다는 무카의 논평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ㅋㅋ

거북이. 이거 진짜 제대로지 않

아요? 완전 감탄! ^^

고양이. ㅋㅎㅎㅎㅎ 애들이 말안해도 무카

취향을 아는구려... ㅎㅎㅎ

세령과 유진의 공동작품인 꽃. 자기들도 만

들어는 놨는데 이게 뭔지 난감해하더라

는.... ㅋㅋㅋ

다같이 이건 꽃잎이고, 이건 잎이고... 하면서

설명을 만들어줬다는... ㅎㅎㅎ

처음에는 아이스크림이랬다가, 나중에 꽃다

발로 수정한 다흰이의 꽃그림.

Page 4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맨처음 완성된 공동화.

왼쪽부터, 꽃다발, 그 옆엔 팥빙수(ㅎㅎ), 그 옆에

사람, 그 위에 노랑, 주황 그림은 노을지는 해,

그 위에는 산과 나무, 그 밑에는 야자수와 연못,

연못안에는 사람이 보트를 타고 노를 젓고 있고,

(나름 보트처럼 보이는 주황종이 안에, 가운데 노

랑꽃잎은 사람이고, 옆의 노랑꽃잎 두 장은 노 랍

니다. ㅎㅎㅎ)

그 옆에는 다시 작은 연못이 있고 거기에 꽃잎 하

나가 떨어져있고, 그 오른쪽 위는 꽃 한송이.

가은이가 시작한 이야기 : 옛날에 어떤 아이가 꽃

씨 하나를 심었어요.

(우리 어렸을 때도, 그 전에도, 언제나 이야기는,

옛날에... 로 시작된다.... ^^;;;

산이 낼름 꽃씨를 심은 흙으로 바뀌어버림.....

ㅡ.ㅡ;;)

그리고 그 꽃씨가 싹터서 꽃이 되었어요. 그런데

아이는 꽃이 너무나 커서 걱정이 되었어요.

그런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꽃잎 한 장이 떨어

졌어요.

(위치가 변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아

까 그림부터 그렇게 현주샘이 얘기하셨건만....

낼름 작은 연못을 바람으로 바꿔버린..... ^^;;;)

바람이 계속 많이 불어서 산사태가 나서 산이 무

너져, 연못이 산에 묻혀버렸어요.

노을지던 해는 비바람에 져버리고, 비가 오고 바

람이 계속 불었어요. 그리고 가뭄이 들었어요.

가뭄이 든 다음, 다시 비가 계속 많이 와서, 연

못옆에 큰 물이 생기고, 쌓인 흙더미가 흩어졌

어요.

보트를 타고 있던 노랑꽃잎 사람과 꽃 옆에 서 있

던 큰 사람은, 둘 다 사실 팥빙수 나라 사람인데,

이 세계에 놀러왔다가, 이 세계가 좋아서 계속 놀

고 있었던 거였어요.

연못에서 보트를 타던 노랑꽃잎 사람은 연못에서

나와 큰 사람 옆으로 갔어요.

두 명의 팥빙수 사람들은, 이런 많은 비바람과

가뭄의 원인이 너무너무 크게 자란 꽃 때문이라

고 생각하고,

꽃을 따서 각각의 꽃잎을 사람이 타고 다닐 수 있

는 열기구로 만들었어요.

팥빙수나라 사람들은 사실 몸이 조각조각 나뉘어

져도 살 수 있었어요.

그래서 열기구에 머리, 팔, 몸통, 다리 등을 나누

어 싣고 날아가서,

머리는 야자수 나무옆에, 팔은 꽃다발 옆에, 다리

와 몸통은 팥빙수 옆에,

그리고 노랑작은 사람은 혼자 연못가에 날아가서

자리를 잡고, 자알 살았답니다.

●꽃잎으로 만들어 본 공동화

Page 4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카가 3일 수업 사진 촬영 및 수업 기록을 해온 것을 토대로 오늘 진행할 꽃그림 애니메이션 동화 만들기

수업 준비를 했다. 아이들이 만든 꽃그림 공동화 한 장면, 한 장면을 기록한 사진들을 A4 사이즈에 잘 배

치하여, 사진 밑에 내용을 쓸 수 있는 낱장의 출력물들을 뽑아 가지런히 모아 챙겼다. 인천에서 수업 진행을 위

해 마고가 도착했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 공동체 미술팀과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히 하고 교재를 챙겨 공

부방으로 향했다. 이제는 꽤나 자주 봐서 그런지 마고를 반갑게 맞이하는 아이들이다. 수업을 진행하는 마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태도나 대화법에서도 아이들의 감정과 반응이 드러나게 되는 것 같다.

지난 시간에 진행한 꽃그림 애니메이션의 과정들을 되짚어 보며, 오늘 진행할 수업 내용에 대한 계획들을 설

명하고, 준비한 수업 교구들을 아이들에게 차례로 나눠주었다. “지난 시간에 여름 이야기라는 주제로 여러분이

함께 공동으로 만들어본 그림들이에요. 재미난 상황 연출을 해 보았는데요, 오늘은 이렇게 만들어 본 꽃그림들을

4차수업

3차 연결수업에서 진행되었던 꽃그림 애니메이션 결과물을 출력하여, 아이들 각자가 생각하는 대로 사진의 순서를 바꾸고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사진 아래에 각자가 생각한 이야기를 동화 형식으로 적고, 표지를 만들어 각자 한 권의 동화책을 만들도록 하였다. 수업 시간이 짧아, 다 진행하지 못한 부분은 연결수업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우리가 배우고 느끼고자 하는 공동체, 혹은 함께 사는 것이라는 의미를 생각해 보

며 그러한 내용으로 동화 만들기를 해볼거에요, 그리고 저마다가 만든 동화를 책의

형태로 표지도 꾸며보고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로 만들어 볼 거에요.” 마고의 차분

하고 정리된 설명이 이어지자, 아이들이 저마다의 자세로 집중하며 듣는다.

이틀의 시간이 지났기에 저마다 동참하여 만들었던 꽃그림 공동화에 대한 내용

들을 자기방식대로 이야기 구성을 해보는 시간이 선행되었다. 공동체 미술팀 각자

가 아이들과 함께 뒤섞여, 아이들이 동화만들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멘토로서 도

움을 주며 자유롭게 수업을 진행하였다. 책상에 차례로 순서를 나열하여 이야기를

구성하기도 하고, 너른 바닥에 출력된 교재들을 배치해보며 저마다의 상상을 정리

하는 모습들도 볼 수 있었다.

승빈이와 무카는 바닥에 꽃그림 애니 장면들을 펼쳐놓고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

지 상의를 한다. 여기에는 이렇게, 다음에는 이러한 장면들을 놓고 싶어요, 그래,

그럼 이렇게 나열을 하면 되겠네... 수업 시작하고 동화 만들기에 약간은 집중하

지 못하고 방향을 잡지 못한 승빈이가 무카와 함께 이야기하며 가까스로 이야기

의 흐름을 잡는다.

가은이와 세령이, 유진이, 다흰이는 저마다 이야기의 진행 흐름을 파악한 모양새. 재빨리 각자 상상의 날개를 달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기 시작한다. 되도록 기록된 사진 장면에 가공을 하지 않기로 하고 그 장면을

보고 떠오르는 이야기를 글로 설명해보자는 기준을 가지고 있기에, 장면 장면의 상황과 변화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구성

해 나가는 것이 조금은 어렵기도 할 터인데, 그간의 과정이 있어서인지, 아이들의 기발한 발상은 자연스레 저마다가 하

고 싶고 표현하고자 했던 이야기들로 흐름을 지니며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평소에 수업 시작 전 설명할 때나 모두 발언을 할때 보여지는 모습들과는 달리, 무엇이든 자신들이 직접해보는 시간에

는 참 진중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아이들이다. 만들고 그리고 꾸미는 활동을 할 때는, 누구나 흐트러짐없이, 그렇지만 저

마다의 방식으로 자유롭고 진지하게 집중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

꽃잎그림 동화만들기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기본교육과정4차

4544

Page 4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카가 3일 수업 사진 촬영 및 수업 기록을 해온 것을 토대로 오늘 진행할 꽃그림 애니메이션 동화 만들기

수업 준비를 했다. 아이들이 만든 꽃그림 공동화 한 장면, 한 장면을 기록한 사진들을 A4 사이즈에 잘 배

치하여, 사진 밑에 내용을 쓸 수 있는 낱장의 출력물들을 뽑아 가지런히 모아 챙겼다. 인천에서 수업 진행을 위

해 마고가 도착했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 공동체 미술팀과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히 하고 교재를 챙겨 공

부방으로 향했다. 이제는 꽤나 자주 봐서 그런지 마고를 반갑게 맞이하는 아이들이다. 수업을 진행하는 마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태도나 대화법에서도 아이들의 감정과 반응이 드러나게 되는 것 같다.

지난 시간에 진행한 꽃그림 애니메이션의 과정들을 되짚어 보며, 오늘 진행할 수업 내용에 대한 계획들을 설

명하고, 준비한 수업 교구들을 아이들에게 차례로 나눠주었다. “지난 시간에 여름 이야기라는 주제로 여러분이

함께 공동으로 만들어본 그림들이에요. 재미난 상황 연출을 해 보았는데요, 오늘은 이렇게 만들어 본 꽃그림들을

4차수업

3차 연결수업에서 진행되었던 꽃그림 애니메이션 결과물을 출력하여, 아이들 각자가 생각하는 대로 사진의 순서를 바꾸고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사진 아래에 각자가 생각한 이야기를 동화 형식으로 적고, 표지를 만들어 각자 한 권의 동화책을 만들도록 하였다. 수업 시간이 짧아, 다 진행하지 못한 부분은 연결수업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우리가 배우고 느끼고자 하는 공동체, 혹은 함께 사는 것이라는 의미를 생각해 보

며 그러한 내용으로 동화 만들기를 해볼거에요, 그리고 저마다가 만든 동화를 책의

형태로 표지도 꾸며보고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로 만들어 볼 거에요.” 마고의 차분

하고 정리된 설명이 이어지자, 아이들이 저마다의 자세로 집중하며 듣는다.

이틀의 시간이 지났기에 저마다 동참하여 만들었던 꽃그림 공동화에 대한 내용

들을 자기방식대로 이야기 구성을 해보는 시간이 선행되었다. 공동체 미술팀 각자

가 아이들과 함께 뒤섞여, 아이들이 동화만들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멘토로서 도

움을 주며 자유롭게 수업을 진행하였다. 책상에 차례로 순서를 나열하여 이야기를

구성하기도 하고, 너른 바닥에 출력된 교재들을 배치해보며 저마다의 상상을 정리

하는 모습들도 볼 수 있었다.

승빈이와 무카는 바닥에 꽃그림 애니 장면들을 펼쳐놓고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

지 상의를 한다. 여기에는 이렇게, 다음에는 이러한 장면들을 놓고 싶어요, 그래,

그럼 이렇게 나열을 하면 되겠네... 수업 시작하고 동화 만들기에 약간은 집중하

지 못하고 방향을 잡지 못한 승빈이가 무카와 함께 이야기하며 가까스로 이야기

의 흐름을 잡는다.

가은이와 세령이, 유진이, 다흰이는 저마다 이야기의 진행 흐름을 파악한 모양새. 재빨리 각자 상상의 날개를 달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기 시작한다. 되도록 기록된 사진 장면에 가공을 하지 않기로 하고 그 장면을

보고 떠오르는 이야기를 글로 설명해보자는 기준을 가지고 있기에, 장면 장면의 상황과 변화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구성

해 나가는 것이 조금은 어렵기도 할 터인데, 그간의 과정이 있어서인지, 아이들의 기발한 발상은 자연스레 저마다가 하

고 싶고 표현하고자 했던 이야기들로 흐름을 지니며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평소에 수업 시작 전 설명할 때나 모두 발언을 할때 보여지는 모습들과는 달리, 무엇이든 자신들이 직접해보는 시간에

는 참 진중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아이들이다. 만들고 그리고 꾸미는 활동을 할 때는, 누구나 흐트러짐없이, 그렇지만 저

마다의 방식으로 자유롭고 진지하게 집중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

꽃잎그림 동화만들기

Page 4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수업 멘토로 아이들의 동화만들기를 도왔던 전

지도 동화 만들기를 직접해본다. 공부방 현주샘과

현희샘도 동화만들기를 함께 해보며 창작열을 불

태우는 모습이 제법 진지해 보인다. 아이들에게만

해보라 하지 않고 교사들, 공동체 미술팀들도 함

께 같이 해보면서, 아이들도 느낄 수 있었지 않았

을까. 어른들은 지시하고 시키는 권위의 대상이

아니라 같이 생각하고 함께 해보는 존재라는 느

낌. 공부방 수업을 진행하면서 가졌던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나의 답을 찾아 획일적인 모습으로

선생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른과 아이들의

저마다의 개성과 생각들이 존중되며 다양하게 표

현되는 것을 함께 기억하는 것, 그 과정을 함께 공

유하며 수업의 단계를 지속해 나가는 것이 참 소

중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꽃그림 동화를 써 나가는 동안, 마고가

여기 저기를 돌며 아이들이 만든 이야기들에 대해

중간 중간 이야기하며 수업의 흐름을 이어나가고, 공부

방 현주샘과 그 밖의 공동체 미술팀들도 저마다 아이들과

의 소통을 진행해간다.

계획했던 동화만들기 시간의 적절한 때가 지나고 이

야기 만들기를 정리한 뒤, 아이들이 만든 이야기를 묶

어 책 만들기로 넘어간다. 저마다 개성 넘치는 책 표지

만들기를 시작한다. 미리 준비한 색색의 A4용지를 나눠

주고 채색도구를 책상 위에 놓자, 아이들의 손길이 연달

아 이어진다.

얼핏 얼핏 아이들과 교사들, 공동체 미술팀이 만든 이

야기들이 무엇인지 궁금해 표지들을 살펴보았다. <변신

을 좋아하는 꽃>, <팥빙수 나라 정의 꽃>, <행복한 마을

>, <파랑이의 새친구>, <팥빙수 창세전설>, <친구가 있

어 행복해요> 등, 꽃그림 동화라 그런지 꽃과 관련된 제

목도 있고, 아이들이 만든 이야기와 관련된 주제와 내용

이 담긴 제목들도 있었다. 현희샘이 만든 <팥빙수 창세전

설>처럼 내용이 무지하게 기대되는 거창한 제목들도 있

었고, 아이들다운 일상적이고 풋풋한 느낌을 주는 제목들

도 있었다. 또 책이라는 형식을 십 분 살려 책표지와 끝에

출판사와 날짜 등의 에디션 문구를 넣어주는 센스있는 가

은이의 동화책 구성도 눈에 띄었다. 책을 읽는 독자를 고

려하여 작가의 메세지를 남기는 것도 참으로 기발했고...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기본교육과정4차

4746

Page 4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시간이 모자라, 다 못한 작업들은 연결수업에서 마저 하기로 하고, 수업을 마무리했다.

같은 이미지였지만 어떻게 배열하고 어떠한 의도로 이야기를 만드냐에 따라, 아이들 수만큼이나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걸 느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동화들을 가지고 영상이나 영화를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만큼 오늘 진행한 수업이 재미있고, 응용가능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아이들 각자가 지닌 개성

과 남다른 모습들을 확인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사전 프로그램인 꽃그

림 애니메이션 만들기를 통해 아이들 저마다의 마음 속, 상상 속 꽃들과 만날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들이 되었던 것 같

다.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공동체 미술을 통해 좀 더 다양한 꽃들을 만들 수 있었으면....

Page 4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기본교육과정4차

4948

4차수업 및 4차연결수업 결과물 / 2007년 7월 10일

●꽃그림 동화 완성하기

역시 공부방 자체 수업으로 진행하였다. 4차 수업에서 완성하지 못한 꽃잎그림 동화를 완성한 후, 각

자 자신의 동화를 발표해 보는 시간을 가졌고, 처음에는 하고 싶은 사람만 발표하기로 했으나, 한 명

씩 자기 작품을 발표하면서 결국 모든 아이들이 자기 동화를 발표해 볼 수 있었다. 책 뒤에는 각자의

책에 서로 하고 싶은 말을 리플처럼 달아보기도 하였다.

▒ 고유진

▒ 고은혜

Page 5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김가영

▒ 김가은

Page 5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기본교육과정4차

5150

▒ 박다흰

▒ 이승빈

▒ 이세령

Page 5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정현주교사

▒ 이현희교사

Page 5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가 오던 어제 날씨완 달리, 햇볕은 신림 지역 빨강 신호등, 검정 플라스틱에 내려앉고, 녹색으로 바뀌기

를 기다리는 마음은 설레기만 하다. 한동안 어두운 극장에서 네 번의 인생을 그려내기 위해, 신림지역 우

리자리공부방에 늦은 발걸음은 그렇게 기다림으로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간판들이 즐비한 골목길로 들어설 때, 가까이 공부방 정현주쌤과 라쿠를 만나게 되는데.. 공부방안에 있어야

할 두 사람이 손으로 볕을 가린 채 어딜 가는 길일까? 반가운 얼굴에 궁금증까지 더해져 방긋이 웃음으로 인사

하였다. 빔 프로젝트를 구하려 가시는 길이라고 하셨고, 아~ 오늘 수업에 사용이 되겠구나 생각하면서.. 공부

방 입구에서 마고를 만나 인사하고, 현관을 거쳐 컴터를 하고 있는 무카와 인사를 하고, 먹거리방에 이현희쌤

과 문소연쌤과 말을 나누고 보니, 아이들은 단체로 햐얀 액체를 입에 물고 있었다. 그것은 팥.빙.수 였다. 전지

와 나는 한 숟가락씩 자신의 것을 요령껏 나눠주는 아이들의 빙수 맛에 배가 점점 볼록해지고, 아이들과의 인

5차수업

꽃그림 애니메이션 교육과정을 마무리하는 자리로, 그간의 활동과정을 슬라이드로 감상하며 돌아보고, 아이들과 참여한 교사 모두가 수업에 참여한 소감을 나누어 보고자 하였다.

사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오후 4시. 곧 시작될 수업을 기다리는 우리의 모습

은 먹고, 나누고, 얘기하고, 웃고, 놀고, 준비하면서 제각각 다양한 시선에서 존

재하고 있었다.

은혜와 난 오목을 바쁘게 두고 있다가, 한 쪽에서 노래가 들리기에 쳐다보니, 가

은이가 무표정 춤을 선보인다. 이내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한데로 모여들면서 자연

스럽게 수업이 시작되는 분위기에.. 세령이도 신이 나서 앞에 나가 가은이와 같은

춤을 씩씩하게 춘다. 연이어 부끄러운 듯 유진이도 그림자 춤이라며 세령이 뒤에

얼굴하나 높이 서서 같은 동작으로 움직이는데.. <민중가요 - 꿈찾기>를 들으며

아이들의 발랄함에 모두 동화되어 박수치며 즐거워 한다.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

되기 전에, 마고는 자연스럽게 대중과 민중의 구분법을 살짝 아이들에게 설명하며,

그동안 꽃그림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이 “그대로 보고 그리세요” 의 방식이 아닌, 다

같이 스스로가 생각하는 그림을 그렸으므로, 우리의 행동은 민중의 표현이라는, 앞

으로 우리가 설계하는 표현의 방식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오늘은 네 번의 꽃그림 애니메이션 프로그램과 함께 다섯 번의 공부방연계(브릿

지)수업을 거친 총 아홉번의 수업을 정리하여, 아이들이 작업을 해왔던 과정에서

부터 결과까지 하나로 묶어 영상으로 상영하는 그 열번째 수업이다. 그동안의 시간

들을 되살려 보고, 느낀 점들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둥그렇게 아이들과 선생님

은 빙둘려 앉아, 스스로 느낀 점을 대화를 통해 얘기하기로 한다. 그러나 짖굳게 자신의 고집을 꺾지않고 안에 오목하게

앉아 원형을 만들지 않았던 가은이에게, 다른 아이들은 서로 잘못된 점들은 설득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선택하여 해결해

나가고, 큰소리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보단 계속 기다리고, 자신의 이유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의젓한 목소리가 있

었다는 것은.. 둥그렇게 앉아 모두가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원형의 행동이, 한 사람 한 사람 남을 배려하고 열

고자 하는 마음에서 배우게 되는 것 같았다. 끝내 모두가 가은이의 마음을 움직여 우리는 나름 원형의 모양을 찾아갔다.

아이들과 선생님의 구분없이 자유발언으로 지난 시간 즐거웠던 점들은 기쁨으로 그때의 마음과 달리 잘못했던 자신의 행

동은 사과를 통해 아쉬웠던 점들도 말해보고,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야말로 정말 보배로운 일일 것이다.

음악과 함께 수업과정을 영상으로 보는 내내, 포착된 표정과 몸짓에 웃음을 터뜨리고, 하나하나 그렇게 아름답게 빛이

날 수가 없었다. 아마도 서로 머리 맞대고 웃으면서 나누는 시간 속에 사람의 향내가 그림꽃에 닿아 그대로 향기내는 것

은 아닐까 싶다. 각자 생활로 돌아가 짝꿍에게, 동생에게, 친구에게, 언니에게.. 만나게 되는 모두에게 그대로 전파되기

희망해 보면서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모두에게 짝짝짝!!!

꽃잎그림 동화 발표회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기본교육과정5차

5352

Page 5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가 오던 어제 날씨완 달리, 햇볕은 신림 지역 빨강 신호등, 검정 플라스틱에 내려앉고, 녹색으로 바뀌기

를 기다리는 마음은 설레기만 하다. 한동안 어두운 극장에서 네 번의 인생을 그려내기 위해, 신림지역 우

리자리공부방에 늦은 발걸음은 그렇게 기다림으로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간판들이 즐비한 골목길로 들어설 때, 가까이 공부방 정현주쌤과 라쿠를 만나게 되는데.. 공부방안에 있어야

할 두 사람이 손으로 볕을 가린 채 어딜 가는 길일까? 반가운 얼굴에 궁금증까지 더해져 방긋이 웃음으로 인사

하였다. 빔 프로젝트를 구하려 가시는 길이라고 하셨고, 아~ 오늘 수업에 사용이 되겠구나 생각하면서.. 공부

방 입구에서 마고를 만나 인사하고, 현관을 거쳐 컴터를 하고 있는 무카와 인사를 하고, 먹거리방에 이현희쌤

과 문소연쌤과 말을 나누고 보니, 아이들은 단체로 햐얀 액체를 입에 물고 있었다. 그것은 팥.빙.수 였다. 전지

와 나는 한 숟가락씩 자신의 것을 요령껏 나눠주는 아이들의 빙수 맛에 배가 점점 볼록해지고, 아이들과의 인

5차수업

꽃그림 애니메이션 교육과정을 마무리하는 자리로, 그간의 활동과정을 슬라이드로 감상하며 돌아보고, 아이들과 참여한 교사 모두가 수업에 참여한 소감을 나누어 보고자 하였다.

사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오후 4시. 곧 시작될 수업을 기다리는 우리의 모습

은 먹고, 나누고, 얘기하고, 웃고, 놀고, 준비하면서 제각각 다양한 시선에서 존

재하고 있었다.

은혜와 난 오목을 바쁘게 두고 있다가, 한 쪽에서 노래가 들리기에 쳐다보니, 가

은이가 무표정 춤을 선보인다. 이내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한데로 모여들면서 자연

스럽게 수업이 시작되는 분위기에.. 세령이도 신이 나서 앞에 나가 가은이와 같은

춤을 씩씩하게 춘다. 연이어 부끄러운 듯 유진이도 그림자 춤이라며 세령이 뒤에

얼굴하나 높이 서서 같은 동작으로 움직이는데.. <민중가요 - 꿈찾기>를 들으며

아이들의 발랄함에 모두 동화되어 박수치며 즐거워 한다.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

되기 전에, 마고는 자연스럽게 대중과 민중의 구분법을 살짝 아이들에게 설명하며,

그동안 꽃그림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이 “그대로 보고 그리세요” 의 방식이 아닌, 다

같이 스스로가 생각하는 그림을 그렸으므로, 우리의 행동은 민중의 표현이라는, 앞

으로 우리가 설계하는 표현의 방식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오늘은 네 번의 꽃그림 애니메이션 프로그램과 함께 다섯 번의 공부방연계(브릿

지)수업을 거친 총 아홉번의 수업을 정리하여, 아이들이 작업을 해왔던 과정에서

부터 결과까지 하나로 묶어 영상으로 상영하는 그 열번째 수업이다. 그동안의 시간

들을 되살려 보고, 느낀 점들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둥그렇게 아이들과 선생님

은 빙둘려 앉아, 스스로 느낀 점을 대화를 통해 얘기하기로 한다. 그러나 짖굳게 자신의 고집을 꺾지않고 안에 오목하게

앉아 원형을 만들지 않았던 가은이에게, 다른 아이들은 서로 잘못된 점들은 설득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선택하여 해결해

나가고, 큰소리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보단 계속 기다리고, 자신의 이유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의젓한 목소리가 있

었다는 것은.. 둥그렇게 앉아 모두가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원형의 행동이, 한 사람 한 사람 남을 배려하고 열

고자 하는 마음에서 배우게 되는 것 같았다. 끝내 모두가 가은이의 마음을 움직여 우리는 나름 원형의 모양을 찾아갔다.

아이들과 선생님의 구분없이 자유발언으로 지난 시간 즐거웠던 점들은 기쁨으로 그때의 마음과 달리 잘못했던 자신의 행

동은 사과를 통해 아쉬웠던 점들도 말해보고,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야말로 정말 보배로운 일일 것이다.

음악과 함께 수업과정을 영상으로 보는 내내, 포착된 표정과 몸짓에 웃음을 터뜨리고, 하나하나 그렇게 아름답게 빛이

날 수가 없었다. 아마도 서로 머리 맞대고 웃으면서 나누는 시간 속에 사람의 향내가 그림꽃에 닿아 그대로 향기내는 것

은 아닐까 싶다. 각자 생활로 돌아가 짝꿍에게, 동생에게, 친구에게, 언니에게.. 만나게 되는 모두에게 그대로 전파되기

희망해 보면서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모두에게 짝짝짝!!!

꽃잎그림 동화 발표회

Page 5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55

54

Page 5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Page 5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꽃그림 애니메이션 만들기 수업을 정리하며

7월 3일에 진행되었던 공부방 수업(브릿지 수업)을 통해 공부방 아이들이 스스로 구성한, 꽃그림 애니메이션

만들기의 장면들을 보고 감탄을 했었습니다. ‘여름 이야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갖가지 상

상력을 선보였었는데요, 아이들 개인의 정서와 취향, 관찰에 의해 선택되고 조형화된 개별 꽃잎들이 서로 합쳐

져, 또다른 문양과 형태, 그림이 되어 색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는 그간의 과정들은, 저 스스로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움이었습니다. 그간의 문화예술 교육(예능교육이라고 부르던, 창의적 예능 교육이라고 부르던)이 목

표로 하고 지향하려고 했던 모습 속에선, 분명 결과가 주가 된 등급 분류식 평가교육의 구조를 지닌 제도 교육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무엇을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아이들이 지닌 다양한 능력을 ‘나’를 넘어 같이 공유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수업을 매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단지 예체능의 대안적 방법(메뉴얼)이 아니라 교육과 문화와 삶의 문제(인

문학적 요소들)를 어떻게 수업안에 녹여낼 수 있을까에 대한 구체적인 과정들이 중요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정리해보면, 공동체라는 의미를 공부방을 매개로 아이들과 함께 인식하고 해석해보는 구체적인 방법들

을, 꽃그림 애니메이션 만들기라는 수업을 통해 분명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총 10회에 걸

친 수업 과정을 통해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할 ‘준비’단계를 잘 다져 놓았다는 느낌이랄까요.

공부방 아이들이 ‘현재 살고 있는 우리 동네’를 돌아 다니며 발견한 작은 생명체-식물, 꽃 등-들을 관찰하고

글쓰기했던 것을 시작으로 존재에 대해 어렵지 않고 친근하게 이해하는 과정을 밟아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나’가 살고 있는 ‘현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 냈고, ‘나’를 둘러싼 환경과 관계로 의식을 이어

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마고 선생님과 공부방 선생님, 그리고 공동체 미술팀의 역할과 노고가 컸죠. ^^

그러한 내용들을 토대로 꽃잎이라는 구체적인 조형을 추출하여, 아직은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공동체라는 의미

를 아이들 눈과 손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 굉장히 놀랍고 즐거웠습니다.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연결.

그렇게 하나 둘씩 모인 꽃잎들이 아이들 각자가 새겨 놓은 의미를 담고 서로 엉키고 섞여, 예측할 수 없는 또다

른 이야기들과 반전, 나름의 의미들을 만들어가는 모습들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각각의 변화된 장면들이 개별적

으로 떨어지지 않고 계속적으로 이어져(수업 시간이 길면 그만큼 아이들이 흠뻑 빠져 ‘네버엔딩’ 스토리텔링까

지 갈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했드랬죠...ㅋㅋ) 다시 다양한 이야기들로 피드백되는 과정은, 그만큼 이 수업

이 열려진 형태로, 끊임없이 변조와 가공이 가능한 것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꽃그림 그리기를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를 모태로, 동네를 배경으로하는 영화나 영상작업을 아이

들과 함께 진행하거나 아이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들을 묶어 꽃그림 스토리텔링북을 상상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실

제로 동네 현장에서 진행하는 조형작업과의 연결도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었구요. 앞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이런 고민들이 구체화되어 각각의 프로젝트와 연결될 수 있게 우리 공동체미술팀이 노력해 나가야 겠죠. ^^

꽃그림 애니메이션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들 중엔, 정말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것이 많았

습니다. 아이들의 세계를 그대로 보여줘 웃음짓게 했던 이야기들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답지 않은노련미가 묻어나는 이

야기들도 있었죠. 무엇보다 공동체라는 의미가 녹아든 현재 우리의 일상과 주변을 담은 이야기가 뇌리에 깊히 박혔습니

다. ^^ 하지만 수업 평가회의 중 나왔던 한 평가처럼 과연 아이들이 만든 이야기 속에 ‘공동체’라는 의미가 얼마나 담겨

있을까라는 물음은 유의미하게 남아 있는 듯합니다. 물론 그것이 부정적으로 프로그램을 바라보자는 의도라기보다는, ‘

공동체’를 이해하기 위해 밟아온 과정 속에서, 아이들이 느낀 존재와 관계 등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그리고 얼마큼 받

아들여졌는가에 대한 반성적 이해와 평가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그 동안의 과정을 공유하고 경험하지 않고 그냥 나와졌다고는 생각지 않습니

다. 꽃그림 애니메이션 창작을 통해, 모든 아이들이 ‘공동체’와 그것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해 똑같이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또 그럴 필요도 없겠죠.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이번 수업을 통해 공동체에 대해 아이

들 나름대로, 느낄 수 있는 만큼 재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느냐는 겁니다. 전 그것이 가능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방과 함께 했기 때문이죠. 목요일 수업과 연계된 브릿지 수업이 있어, 공동체에 관해 목표로 한 것이 자연스럽게 이

어져 나갈 수 있었죠. 또 무엇보다 올해 공부방 교육활동의 내용이 ‘공동체’에 관한 내용이기에 더욱 더 그 의미는 커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공부방 아이들과 만나고 지역을 답사하며, 교육 및 미술조형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를 계획하고 진행한지도 꽤 시

간이 흘렀네요. 이제 좀더 다채롭고 구체적인 과정을 만들어 지역사회로 나아가는 단계를 밟아나가야 할 때인 것 같습니

다. 공동체 미술수업의 하나였던 꽃그림 애니메이션 만들기를 경험하며 개인적으로 많은 배움을 얻은 거 같습니다. 앞

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공동체를 만나고 부비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의 기본자세가 갖춰진 듯 하네요. ^^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 팀과 함께 이러한 과정들을 계속해서 서로 공유해 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공동체미술을가꾸다: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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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꽃그림 애니메이션 만들기 수업을 정리하며

7월 3일에 진행되었던 공부방 수업(브릿지 수업)을 통해 공부방 아이들이 스스로 구성한, 꽃그림 애니메이션

만들기의 장면들을 보고 감탄을 했었습니다. ‘여름 이야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갖가지 상

상력을 선보였었는데요, 아이들 개인의 정서와 취향, 관찰에 의해 선택되고 조형화된 개별 꽃잎들이 서로 합쳐

져, 또다른 문양과 형태, 그림이 되어 색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는 그간의 과정들은, 저 스스로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움이었습니다. 그간의 문화예술 교육(예능교육이라고 부르던, 창의적 예능 교육이라고 부르던)이 목

표로 하고 지향하려고 했던 모습 속에선, 분명 결과가 주가 된 등급 분류식 평가교육의 구조를 지닌 제도 교육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무엇을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아이들이 지닌 다양한 능력을 ‘나’를 넘어 같이 공유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수업을 매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단지 예체능의 대안적 방법(메뉴얼)이 아니라 교육과 문화와 삶의 문제(인

문학적 요소들)를 어떻게 수업안에 녹여낼 수 있을까에 대한 구체적인 과정들이 중요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정리해보면, 공동체라는 의미를 공부방을 매개로 아이들과 함께 인식하고 해석해보는 구체적인 방법들

을, 꽃그림 애니메이션 만들기라는 수업을 통해 분명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총 10회에 걸

친 수업 과정을 통해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할 ‘준비’단계를 잘 다져 놓았다는 느낌이랄까요.

공부방 아이들이 ‘현재 살고 있는 우리 동네’를 돌아 다니며 발견한 작은 생명체-식물, 꽃 등-들을 관찰하고

글쓰기했던 것을 시작으로 존재에 대해 어렵지 않고 친근하게 이해하는 과정을 밟아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나’가 살고 있는 ‘현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 냈고, ‘나’를 둘러싼 환경과 관계로 의식을 이어

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마고 선생님과 공부방 선생님, 그리고 공동체 미술팀의 역할과 노고가 컸죠. ^^

그러한 내용들을 토대로 꽃잎이라는 구체적인 조형을 추출하여, 아직은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공동체라는 의미

를 아이들 눈과 손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 굉장히 놀랍고 즐거웠습니다.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연결.

그렇게 하나 둘씩 모인 꽃잎들이 아이들 각자가 새겨 놓은 의미를 담고 서로 엉키고 섞여, 예측할 수 없는 또다

른 이야기들과 반전, 나름의 의미들을 만들어가는 모습들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각각의 변화된 장면들이 개별적

으로 떨어지지 않고 계속적으로 이어져(수업 시간이 길면 그만큼 아이들이 흠뻑 빠져 ‘네버엔딩’ 스토리텔링까

지 갈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했드랬죠...ㅋㅋ) 다시 다양한 이야기들로 피드백되는 과정은, 그만큼 이 수업

이 열려진 형태로, 끊임없이 변조와 가공이 가능한 것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꽃그림 그리기를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를 모태로, 동네를 배경으로하는 영화나 영상작업을 아이

들과 함께 진행하거나 아이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들을 묶어 꽃그림 스토리텔링북을 상상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실

제로 동네 현장에서 진행하는 조형작업과의 연결도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었구요. 앞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이런 고민들이 구체화되어 각각의 프로젝트와 연결될 수 있게 우리 공동체미술팀이 노력해 나가야 겠죠. ^^

꽃그림 애니메이션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들 중엔, 정말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것이 많았

습니다. 아이들의 세계를 그대로 보여줘 웃음짓게 했던 이야기들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답지 않은노련미가 묻어나는 이

야기들도 있었죠. 무엇보다 공동체라는 의미가 녹아든 현재 우리의 일상과 주변을 담은 이야기가 뇌리에 깊히 박혔습니

다. ^^ 하지만 수업 평가회의 중 나왔던 한 평가처럼 과연 아이들이 만든 이야기 속에 ‘공동체’라는 의미가 얼마나 담겨

있을까라는 물음은 유의미하게 남아 있는 듯합니다. 물론 그것이 부정적으로 프로그램을 바라보자는 의도라기보다는, ‘

공동체’를 이해하기 위해 밟아온 과정 속에서, 아이들이 느낀 존재와 관계 등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그리고 얼마큼 받

아들여졌는가에 대한 반성적 이해와 평가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그 동안의 과정을 공유하고 경험하지 않고 그냥 나와졌다고는 생각지 않습니

다. 꽃그림 애니메이션 창작을 통해, 모든 아이들이 ‘공동체’와 그것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해 똑같이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또 그럴 필요도 없겠죠.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이번 수업을 통해 공동체에 대해 아이

들 나름대로, 느낄 수 있는 만큼 재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느냐는 겁니다. 전 그것이 가능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방과 함께 했기 때문이죠. 목요일 수업과 연계된 브릿지 수업이 있어, 공동체에 관해 목표로 한 것이 자연스럽게 이

어져 나갈 수 있었죠. 또 무엇보다 올해 공부방 교육활동의 내용이 ‘공동체’에 관한 내용이기에 더욱 더 그 의미는 커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공부방 아이들과 만나고 지역을 답사하며, 교육 및 미술조형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를 계획하고 진행한지도 꽤 시

간이 흘렀네요. 이제 좀더 다채롭고 구체적인 과정을 만들어 지역사회로 나아가는 단계를 밟아나가야 할 때인 것 같습니

다. 공동체 미술수업의 하나였던 꽃그림 애니메이션 만들기를 경험하며 개인적으로 많은 배움을 얻은 거 같습니다. 앞

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공동체를 만나고 부비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의 기본자세가 갖춰진 듯 하네요. ^^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 팀과 함께 이러한 과정들을 계속해서 서로 공유해 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Page 5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지난 밤, 어딘가에서

쓰디쓴 소주잔을 기울

였을 반지하 프로젝트

팀을 마음에 담습니다.어제는 반지하와 우리자리가 공동체를

주제로 1단계 10차시 수업을 마무리 한 날입니다. 만약 계획

대로 되었다면 다음 단계 수업을 위해 계획을 세웠을 텐데 서

울시와의 협약체결이 되지 않아 교사단 분위기는 좀 화기애매

했지요.^^;

평가를 위해 준비한 수업의 과정을 슬라이드로 상영하기로 하

였는데, 어찌하다보니 계획에 없이 아이들이 춤공연을 하였습

니다(덕분에 모두들, 수업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속으로 걱정하

였지요). 세 아이 가운데 두 아이는 지금까지는 남 앞에 서기에

는 용기가 부족했었죠. 그런 아이들이 큰 용기를 내서 남 앞에

서 춤을 추었습니다. 용기는 허용적인 사람들의 긍정적인 기운

을 얻을 때 가능하고, 공부방에서는 아이들의 자기를 스스럼없

이 표현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지요. 성장의 가운데 아이들

이 용기를 발현할 수 있는 ‘적절한 때’가 필요한데 바로 어

제였던 것이지요.

반지하와 수업을 한 어린이들의 공부방 교육참여는 평균 3년

여인만큼 수업에 대해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을 합니다. 그런

어린이들이 불과 다섯 번째 만나는 반지하를 교육적 성장의 파

트너로 허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지요. 교육의 과정에서

모든 아이들이 저만의 아름다운 마음씨와 잘하는 부분을 발견

해 낸 것도 큰 수확이지요.

공부방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풍부한 교사진(많다고 잘되는 것

은 아니니 교사진의 품성과 자세를 빼놓을 수 없겠지요)이 아

이들의 개별적인 성장을 지지하고 촉진하였고, 그러한 과정에

서 생겨난 유대가 어린이들을 편안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였

다고 생각됩니다.

공부방의 입장에서 보면 프로젝트를 통해 연대를 한다는 것은

힘겹고 어렵습니다. 지향점이 비슷한 것 같아도 막상 교육현장

에서 만나면 방법의 차이, 경험이나 관습의 차이가 드러나기

때문이지요. 반지하와 교육연대를 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도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이었지요. 그런 걱

정은 이제 없습니다. 반지하와 함께 하는 활

동의 차수가 더하고, 고민의 지점을 공유할

수록 더더욱 믿음이 갔습니다.

마고의 사유와 무카의 적정한 ‘십장’역할,

함께 하는 교사진은 훌륭한 팀웍으로 서로를

받쳐주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반지하와

공부방이 각자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협의한 그간의 과정도 의미 있었습니다. 신

뢰에 기반한 팀웍이 있었기에 우리자리공부

방의 교육활동이 매우 의미있게 마무리 되었

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자리는 서울시와 도시갤러리, 반지하

간에 있는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든 반지하의

결정을 존중하고 지지합니다. 만약 반지하와

수업을 하기 전이었다면 어쩌면 공부방의 당

면한 수업 진행을 위해 반지하에게 대충 하

자고 요구하였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

만, 수업의 과정을 통해 반지하를 알아가면

서 반지하가 하는 일이라면 지지해야 한다는

무조건적인 신뢰가 생겼습니다.

공부방에서의 1단계 수업의 인상적인 성공

으로, 본격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고, 더욱 큰 기대를 품

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까지만도 충분히 훌륭합니다.

반지하 여러분,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러분이 있어서 공부방 어린이들과 함께 행

복한 성장이 있었습니다.

정말 애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두손모음 이현희

반지하 서울프로젝트팀에게 드립니다.

* 서울시와의 프로젝트 협약 체결 과정에서, 퍼포먼스 반지하가 미등록 단체인 부분이 문제가 되어 협약이 이루어지지 못할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서울시와 추진단 간의 조율로 인해, 프로젝트 단장인 드라마고 개인과 협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게 되었다. 위 메일은 협약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던 시기에, 공부방의 이현희 교사가 공동체미술팀에게 보낸 편지이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59

58 :공부방영역

Page 6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부방 교육공간영역

교육공간으로서의공부방 환경 조성하기

공부방 아이들의 공동의 첫 번째 거점이자 교육공간인 공부방

의 환경을 재인식, 재발견하여 공부방의 교육 프로그램과 방

향에 좀 더 적합한 공간의 형태로 디자인하고 조형작업에 참

여해 보는 경험을 통해, 프로젝트 전체 Process를 이해하면

서 이후 지역사회로 확장되어 가는 활동에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

●교육프로그램

1차우리자리공부방빙고! 62

2차공부방조형영역이미지텔링 68

3차공부방조형영역분석및의견모으기 76

4차공부방조형영역시안검토와합의하기 80

5차조형작업참여하기-벽돌조적과미장 84

6차공부방간판디자인논의하기 88

7차공부방간판재료선택과아이디어내기 94

8차공부방조형작업에관련된주민과의갈등토론해보기 100

●공간조형작업

01텃밭과툇마루 108

02우리자리공부방간판 114

03우리자리공부방우체통 114

Page 6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부방 교육공간영역 진행내용공부방교육공간영역은 ‘공동체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첫번째 프로그램이다.

프로젝트의 중점 대상인 공부방 아이들의 1차 거점이자 공동의 교육영역인 공부방의 공간들을

세부적으로 살펴보고 관찰하면서, 공간에서 가능한 활동을 상상해 보고 필요한 것들을 분석해

보는 작업, 그리고 이를 통해 계획을 수립하고 조형작업에 참여해 보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아

이들과 작가, 공부방 교사가 다함께 밟아보려 하였다. 또한 공부방의 목표와 방향에 맞게 공부

방 공간을 변화, 보완함으로써, 이후 공부방의 교육 활동이 좀 더 활발히 진행될 수 있는 물리

적인 여건을 마련해 보고자 하였다.

우리자리 공부방 교사와 공동체미술팀이 함께 공부방 공간을 다시 둘러보며 논의한 결과, 공

부방 왼편 시멘트 벽과 건물 사이의 공간이 바닥의 정화조와 애매한 공간 구조로 인해, 재활용

쓰레기가 버려지는 등 죽은 공간이 되어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작은 화단에 소규모 텃밭

을 만들고 화분도 가꾸고 있지만, 공간의 영향으로 어수선해 보이고, 텃밭을 가꾸기에도 불편한

점에 착안하여, 이 공간 전체를 텃밭으로 만들고 텃밭의 주변을 툇마루로 만들어, 아이들과 주

변 주민들이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조형작업을 기획해 보았다.

기획단계에서 조형작업에 대한 기본 시안을 잡아놓기는 하였지만, 본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교

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공간 변화에 대한 이미지텔

링을 진행하였고, 기존 시안에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공동체미술팀과 공부방 교사, 아이들

이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의 텃밭과 툇마루 조형이 합의되었다. 또한 아이들의 의견에

따라 공부방의 간판과 우체통도 아이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디자인하여 제작하기로 하였다. 목

공, 미장 등 쉽지 않은 작업이 수반되는 공사였기 때문에, 공부방 아이들과는 실제 공사에 참여

하는 기회를 많이 갖는 대신, 작업을 계획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의견을 모아 조율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데에 중점을 두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하였다.

텃밭과 툇마루 작업은 건설공동체 ‘우리 일터’의 도움을 받아 공동체미술팀 작가들이 진행하

였고, 공부방 아이들이 수업시간과 수업 외 시간을 활용하여 공사 과정에 부분적으로 참여하였

다. 작가들이 목공이나 미장 등 텃밭과 툇마루를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였고,

예상치 못한 주민과의 마찰로 인해 여러 번의 수정 작업을 거치며 예정보다 공사기간이 늘어나,

결국 예정보다 한 달 이상이 늦어진 10월 초에 공사가 완료될 수 있었다.

{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공부방영역

6160

Page 6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부방 교육공간영역 진행내용

●교육프로그램

1차수업우리자리공부방빙고! 07.8.9.

- ‘우리자리 공부방‘ 하면 생각나는 것들을 빙고게임형식으로 적어보게 한 후, 나온 단어들을 사람 / 공간 / 사물로

분류해 보는 수업을 진행.

2차수업.공부방조형영역이미지텔링 07.8.14.

- 공부방에서 버려졌다고 생각된 외부 영역의 사진위에 아이들이 바라는 공간과 활동의 모습을 각자 이미지텔링 작업

으로 표현.

3차수업.공부방조형영역분석및의견모으기 07.8.16.

- 개별 이미지텔링 내용들을 함께 이야기하며. 공간의 성격과 활용도를 분석해 보면서 모두의 의견을 종합해 봄.

4차수업.공부방조형영역시안검토와합의하기 07.8.17.

- 아이들의 종합된 의견을 바탕으로 작업된 시안 내용을 다함께 검토하며 합의하고, 앞으로의 공부방 조형작업 일정

및 계획 공유.

5차수업.조형작업참여하기-벽돌조적과미장 07.8.28.

- 공부방 텃밭 만드는 작업 중 텃밭 턱과 화단을 만드는 미장작업에 직접 참여.

6차수업.공부방간판디자인논의하기 07.8.30.

- 아이들이 각자 공부방 간판시안을 그려본 후, 작가들의 시안과 더불어 간판 디자인에 대한 의견 나누고 디자인해보

는 수업을 진행.

7차수업.공부방간판재료선택과아이디어내기 07.9.4.

- 여러 가지 재활용재료들을 가지고 간판에 어떤 재질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샘플링해보고 의견을 종합해 봄.

8차수업.공부방조형작업에관련된주민과의갈등토론해보기 07.9.6.

- 공부방 조형작업이 앞집 주민과의 갈등으로 수정되고 연장되면서, 이런 상황을 아이들과 함께 공유한 뒤, 주민과 공

부방의 입장으로 나누어 각자의 입장을 다시 생각해 보고 토론하는 수업 진행.

▒ 진행 : 무카 ▒ 진행장소 : 우리자리 공부방 ▒ 진행기간 : 2007. 8. 9. ~ 9. 6. 총 8회 진행

Page 6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격적으로 무더운 8월이 시작되었다. 잠시 주춤했던 공부방 수업을 다시 준비하면서, 어제 무카는 한참 고

민중이라며 이렇게 말했었다. “첫 오프닝수업 진행에 대해 생각해 볼께.” 나는 그 생각을 하면서 5022버

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난곡 입구로 접어들어 국민은행, 신일교회를 거쳐 세이브마트 다음인 남강 중고에 다다

랐다. 건너편에 남강길이 보인다. 그 곳으로 들어가 남강 문구를 지나쳐 쭉 길을 따라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현

대익스프레스라는 간판이 있다. 이곳이 공동체 미술팀의 작업실이다. 간판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예전엔 이사

를 도왔던 모양이다. 우린 간판을 떼지 않은 채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큰 유리에 우리의 캐리커처와 이곳에

서 하는 일을 간단하게 써 붙이고 말이다.

잠시 후 작업실 안에서 수업 관련 회의를 하였다. 오프닝 수업으로 빙고게임 제안이 나왔다. 무카의 생각이었

다. 여는 프로그램으로 게임의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재미있겠다고 하였다. 나도 흔쾌히 좋을 것 같다는 생각

1차수업

6, 7월의 기본교육 프로그램 진행 후, 프로젝트 시작이 연기되면서 한달여의 공백기간을 거쳐, 본격적인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재시작의 자리이면서, 빙고게임을 통해 아이들이 공부방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나 생각들을 단편적으로나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하였다.

이 들었다. 놀이로 즐길 수 있는 수업이면 아이들의 집중도가 높다는 것을 알기 때

문이다. 더불어 공부방에는 어떤 물건이 있으며, 아이들은 공부방에 대해 어느 범

위까지 인식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데는 그만한 것도 없어보였다. 이제 공부

방 선생님과 아이들을 다시 만나러 간다. 작업실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조금만 올

라가면 다시 오른쪽으로 골목이 나온다. 이 골목길 안에 바로 우리자리 공부방이

있다. 공부방 안으로 발을 디디면서 새로운 마음, 새로운 각오, 새로이 정진할 것

을 다짐해 본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아이들과 장난을 치게 되고, 마구잡이식으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매달리는 아이들 사이에선 한 순간도 방심 할 수 없었다. 어디선가 “선

생님~~~!”하며 누군가 뛰어와 내 뒷목을 조르고 엉기기 때문이다. 그럴 때 나

는 이런 기분이 들곤 한다. ‘꽃이 물을 받고, 상추가 흙을 품고, 땀이 바람과 겹치

는’ 이것, ‘내가 너희를, 너희가 나를 가꾸는’ 이것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는 것

은 분명하다.

전지와 나는 수업 준비를 하기 위해 칠판을 TV 옆으로 옮겼다. 칠판이 놓이는 자

리가 앞이 되고, 인원수에 따라 탁자를 몇 개 사용할지 정하게 된다. ‘오늘은 일곱

명의 아이들이 한 탁자에 앉으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제법 다부지게 생긴

좌식탁자에 빙 둘러 앉아, 아이들 사이사이 현주쌤, 전지, 사막(나)는 멘토로 낑겨 앉았다.

다흰이 옆 무카는 그동안 멈췄던 ‘공동체’ 수업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있다. 아이들은 어김없이 시끄럽다. 나는 마음을

비우고 동공을 넓혀 무카의 입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내 입술엔 점점 힘이 들어간다. 내가 집중을 할 때 나오는 버릇이

다. 방귀가 나올 만큼 단전에 힘을 모으고 있어야 조잘거리는 아이들 말과 무카의 말을 섞어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

게 소란스러운 분위기에서도 무카는 농담을 섞여가며 수업을 이끌었다.

공부방 재인식하기 프로그램으로 까만 빙고 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빈 종이가 한 사람당 한 장씩 나눠졌다. 제각각

빈 종이 위에 네모를 그리고, 그것을 또다시 열여섯을 나눠 선을 긋는다. 모두 빙고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무카는 일곱

명의 아이들에게 “자! <우리자리 공부방>하면 떠오르거나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묻는다. 우선 하나씩 떠오르

우리자리 공부방빙고!!

공동체미술을가꾸다: 63

62 :공부방영역1차

Page 6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격적으로 무더운 8월이 시작되었다. 잠시 주춤했던 공부방 수업을 다시 준비하면서, 어제 무카는 한참 고

민중이라며 이렇게 말했었다. “첫 오프닝수업 진행에 대해 생각해 볼께.” 나는 그 생각을 하면서 5022버

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난곡 입구로 접어들어 국민은행, 신일교회를 거쳐 세이브마트 다음인 남강 중고에 다다

랐다. 건너편에 남강길이 보인다. 그 곳으로 들어가 남강 문구를 지나쳐 쭉 길을 따라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현

대익스프레스라는 간판이 있다. 이곳이 공동체 미술팀의 작업실이다. 간판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예전엔 이사

를 도왔던 모양이다. 우린 간판을 떼지 않은 채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큰 유리에 우리의 캐리커처와 이곳에

서 하는 일을 간단하게 써 붙이고 말이다.

잠시 후 작업실 안에서 수업 관련 회의를 하였다. 오프닝 수업으로 빙고게임 제안이 나왔다. 무카의 생각이었

다. 여는 프로그램으로 게임의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재미있겠다고 하였다. 나도 흔쾌히 좋을 것 같다는 생각

1차수업

6, 7월의 기본교육 프로그램 진행 후, 프로젝트 시작이 연기되면서 한달여의 공백기간을 거쳐, 본격적인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재시작의 자리이면서, 빙고게임을 통해 아이들이 공부방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나 생각들을 단편적으로나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하였다.

이 들었다. 놀이로 즐길 수 있는 수업이면 아이들의 집중도가 높다는 것을 알기 때

문이다. 더불어 공부방에는 어떤 물건이 있으며, 아이들은 공부방에 대해 어느 범

위까지 인식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데는 그만한 것도 없어보였다. 이제 공부

방 선생님과 아이들을 다시 만나러 간다. 작업실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조금만 올

라가면 다시 오른쪽으로 골목이 나온다. 이 골목길 안에 바로 우리자리 공부방이

있다. 공부방 안으로 발을 디디면서 새로운 마음, 새로운 각오, 새로이 정진할 것

을 다짐해 본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아이들과 장난을 치게 되고, 마구잡이식으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매달리는 아이들 사이에선 한 순간도 방심 할 수 없었다. 어디선가 “선

생님~~~!”하며 누군가 뛰어와 내 뒷목을 조르고 엉기기 때문이다. 그럴 때 나

는 이런 기분이 들곤 한다. ‘꽃이 물을 받고, 상추가 흙을 품고, 땀이 바람과 겹치

는’ 이것, ‘내가 너희를, 너희가 나를 가꾸는’ 이것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는 것

은 분명하다.

전지와 나는 수업 준비를 하기 위해 칠판을 TV 옆으로 옮겼다. 칠판이 놓이는 자

리가 앞이 되고, 인원수에 따라 탁자를 몇 개 사용할지 정하게 된다. ‘오늘은 일곱

명의 아이들이 한 탁자에 앉으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제법 다부지게 생긴

좌식탁자에 빙 둘러 앉아, 아이들 사이사이 현주쌤, 전지, 사막(나)는 멘토로 낑겨 앉았다.

다흰이 옆 무카는 그동안 멈췄던 ‘공동체’ 수업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있다. 아이들은 어김없이 시끄럽다. 나는 마음을

비우고 동공을 넓혀 무카의 입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내 입술엔 점점 힘이 들어간다. 내가 집중을 할 때 나오는 버릇이

다. 방귀가 나올 만큼 단전에 힘을 모으고 있어야 조잘거리는 아이들 말과 무카의 말을 섞어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

게 소란스러운 분위기에서도 무카는 농담을 섞여가며 수업을 이끌었다.

공부방 재인식하기 프로그램으로 까만 빙고 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빈 종이가 한 사람당 한 장씩 나눠졌다. 제각각

빈 종이 위에 네모를 그리고, 그것을 또다시 열여섯을 나눠 선을 긋는다. 모두 빙고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무카는 일곱

명의 아이들에게 “자! <우리자리 공부방>하면 떠오르거나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묻는다. 우선 하나씩 떠오르

우리자리 공부방빙고!!

Page 6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는 물건, 사람, 주제, 활동, 장소나 공간을 한 칸

한 칸 채워 나가게 한다. 그리고 생각나는 단어들

은 네모칸 안에 자유롭게 적도록 한다.

아이들은 빈 종이에 각자 생각한 단어를 적기 시

작했다. 생각이 안 난다며 머뭇거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5분이 지났다. 그 중 다흰이는 8개 밖에

단어를 쓰지 못했다. 한편에선 승빈이가 자신의

열여섯 칸을 다 채웠다고 큰 소리로 “다 썼다!”고

소리쳤다. 이 때 나는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게 되

었다. 그러다 한 아이에게 잠시 시선이 머물렀다.

긴 탁자 맞은편에 앉아있는 문선이는 조물조물 연

필 뒷꼭지를 물고 있었다.

나는 다른 아이들의 얼굴을 슬쩍 살펴보고 다흰

이에게 다가가 “천천히 써도 돼”라고 말했다. 그

것은 다흰이가 어떤 단어를 쓸까말까 고민하며 불

안해 보여서였다. 그럼에도 다흰이는 ‘악!’하고 소

리치고 있었다. 아이들은 다 쓰고 기다리는데 다흰이는

두 칸의 단어를 채우지 못하는데서 나오는 ‘버럭’이었을

까? 한 쪽 손으로 종이를 가린 채, 썼다 지웠다를 반복

하고 있었다. 다섯 번 정도를 그러더니, 다흰이도 드디

어 다 썼다. 다흰이가 종이를 흔들어대며 “와!” 하는 소

리는, 다 썼음을 알리는 동시에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

을 알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잘 생각나지 않는다던 다른

아이들은 기특하게도 끝까지 생각해 내려는 눈빛이 아

른거렸다.

시작에 앞서 순서를 정해야 했다. 그런데 문선, 소명, 다

흰, 승빈 이가 먼저 시작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결국 가

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하기로 하였다. 아이들은 “가위

, 바위, 보”를 외쳤다. 소명이가 이겼다. 사실 소명이는

가위, 바위, 보에서 졌다. 그러나 공부방에서는 진 사람

이 이기는 규칙이 있다. 이에 따라 소명이가 졌으므로 먼

저 시작할 수 있는 우선권을 얻어냈다. 이어서 혜민, 세

령, 유진, 현주쌤, 승빈, 문선, 다흰의 순서로 돌아가며

게임이 진행돼 갔다. 아이들은 종이에 있는 단어들을 하나씩 지워나

갔다. 아이들이 하나씩 단어를 말하고 지워나갈 때 무카는 모든 단어

들을 한 눈에 보이도록 칠판에 받아 적었다. TV, 도서관, 공동체, 공

부방 옆 텃밭, 신림3동, 만화책, 책상 등등을 이야기한 승빈이가 제

일 먼저 열여섯 개의 단어를 까맣게 지우고서 “빙고!’를 외쳤다. 다른

아이들도 차례로 지워나갔다. 마지막 문선이와 다흰이 둘만 남았다.

누가 먼저 빙고를 외칠까? 다흰이의 연필 끝에 긴장감이 맴돈다. 이

미 끝이 나서 딴짓을 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몇몇 아이들과 선생

님들은 문선이와 다흰이의 빙고판에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이윽고

문선이의 빙고판이 다 지워지고, 다흰이의 단어만 남게 되었다. 옆에

서 지켜보던 아이들은 “다흰이, 꼴등!”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다흰이가 팔을 괸 다음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고개를 들었다가 파묻기를 두세번 반복하더니 마음을 가다듬었는지

다음 순서에 참여하였다. 웅성웅성한 가운데 비슷비슷한 것끼리 묶

어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먼저 우리자리공부방 내부공간을 살펴보자. <우리자리 공부방>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신발을 벗어야 한다. 바로 유리문 하나를 통

과하면 왼쪽에 먹거리 방이 있고, 오른쪽에 컴퓨터가 놓여있는 방이

있다. 이곳은 주로 공부방 선생님들이 이용을 한다. 복도에 큰 게시

판을 지나쳐 공동체방이 있고, 등을 돌려 왼편에 화장실을 지나치면

2층으로 가는 계단이 보인다. 청소함이라고 적혀있는 사물함을 지

나 위층으로 가면 사무실로 보이는 방이 왼편에 있고, 그 옆방엔 달

개비방이 있다. 달개비 방은 도서관이름이다. 큰 면적의 방을 3등분

한 것처럼 보인다. 그 나머지는 아이들 이름이 적혀있는 사물함이 있

고, 칠판, 피아노, 책상, 의자가 놓여져 있다. 군데군데 아이들의 작

품이 전시되어 있다.

빙고판에 아이들은 대부분 공부방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을 많이 썼다. 선생님의 이름과 아이들의 이름이 그것이다. 하

나하나 지목하면 목청껏 크게 외쳤다. 간혹 묶일 수 없는 것을 말해, “정말, 그럴까?” 하며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줘가며 다음과 같이 분류되었다. 장소로는 도서관, 1층, 공부방 옆 텃밭, 옥상이 묶였다. 물건에는 지우개, 필기도구, 연

필, 자, 장난감, 레고, 전자피아노, 배드민턴채, TV, 장난감, 전화기, 축구공, 한지, 칠판, 꽃, 비디오, 동화책, 나무 블

록, 비즈, 전시품, 컴퓨터, 만화책이 묶었다.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기 애매한 지하실도깨비와 거짓, 재미, 활동, 앞집아

■구분된 빙고낱말들■

▶사람 - 선생님들(현주샘, 라쿠, 사막, 전지, 무카, 현희샘 등

선생님들 이름이 많이 나옴), 아이들(친구들,어린이,혜민,나,예

진, 앞집 아이들)

▶장소(공간) - 도서관, 1층, 공부방 옆 텃밭(기존에 공부방 옆

에 작은 텃밭이 있었음), 옥상

▶물건 - 지우개, 필기도구, 연필, 자, 장난감, 레고, 전자피아

노, 배드민턴채, TV, 장난감, 전화기, 축구공, 한지, 칠판, 꽃,

비디오, 동화책, 나무블럭, 비즈, 전시품, 컴퓨터, 만화책

▶활동 - 하루찻집, 청소, 생활글, 수업, 선택수업, 자치회의,

자유시간, 방학, 만들기, 대화, 담넘기, 소리지르기, 재활용, 잔

소리, 새참먹기, 들살이, 나들이, 하루살이

▶주제 - 가난, 생명, 공동체

▶기타(분류가 애매했던 것들) - 지하실도깨비, 거짓, 재미

신림3동, 우림시장 => 장소이기는 하나, 공부방 공간에서 벗

어난 장소이므로, 좀 더 큰 영역의 장소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음.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공부방영역1차

6564

Page 6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는 물건, 사람, 주제, 활동, 장소나 공간을 한 칸

한 칸 채워 나가게 한다. 그리고 생각나는 단어들

은 네모칸 안에 자유롭게 적도록 한다.

아이들은 빈 종이에 각자 생각한 단어를 적기 시

작했다. 생각이 안 난다며 머뭇거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5분이 지났다. 그 중 다흰이는 8개 밖에

단어를 쓰지 못했다. 한편에선 승빈이가 자신의

열여섯 칸을 다 채웠다고 큰 소리로 “다 썼다!”고

소리쳤다. 이 때 나는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게 되

었다. 그러다 한 아이에게 잠시 시선이 머물렀다.

긴 탁자 맞은편에 앉아있는 문선이는 조물조물 연

필 뒷꼭지를 물고 있었다.

나는 다른 아이들의 얼굴을 슬쩍 살펴보고 다흰

이에게 다가가 “천천히 써도 돼”라고 말했다. 그

것은 다흰이가 어떤 단어를 쓸까말까 고민하며 불

안해 보여서였다. 그럼에도 다흰이는 ‘악!’하고 소

리치고 있었다. 아이들은 다 쓰고 기다리는데 다흰이는

두 칸의 단어를 채우지 못하는데서 나오는 ‘버럭’이었을

까? 한 쪽 손으로 종이를 가린 채, 썼다 지웠다를 반복

하고 있었다. 다섯 번 정도를 그러더니, 다흰이도 드디

어 다 썼다. 다흰이가 종이를 흔들어대며 “와!” 하는 소

리는, 다 썼음을 알리는 동시에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

을 알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잘 생각나지 않는다던 다른

아이들은 기특하게도 끝까지 생각해 내려는 눈빛이 아

른거렸다.

시작에 앞서 순서를 정해야 했다. 그런데 문선, 소명, 다

흰, 승빈 이가 먼저 시작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결국 가

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하기로 하였다. 아이들은 “가위

, 바위, 보”를 외쳤다. 소명이가 이겼다. 사실 소명이는

가위, 바위, 보에서 졌다. 그러나 공부방에서는 진 사람

이 이기는 규칙이 있다. 이에 따라 소명이가 졌으므로 먼

저 시작할 수 있는 우선권을 얻어냈다. 이어서 혜민, 세

령, 유진, 현주쌤, 승빈, 문선, 다흰의 순서로 돌아가며

게임이 진행돼 갔다. 아이들은 종이에 있는 단어들을 하나씩 지워나

갔다. 아이들이 하나씩 단어를 말하고 지워나갈 때 무카는 모든 단어

들을 한 눈에 보이도록 칠판에 받아 적었다. TV, 도서관, 공동체, 공

부방 옆 텃밭, 신림3동, 만화책, 책상 등등을 이야기한 승빈이가 제

일 먼저 열여섯 개의 단어를 까맣게 지우고서 “빙고!’를 외쳤다. 다른

아이들도 차례로 지워나갔다. 마지막 문선이와 다흰이 둘만 남았다.

누가 먼저 빙고를 외칠까? 다흰이의 연필 끝에 긴장감이 맴돈다. 이

미 끝이 나서 딴짓을 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몇몇 아이들과 선생

님들은 문선이와 다흰이의 빙고판에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이윽고

문선이의 빙고판이 다 지워지고, 다흰이의 단어만 남게 되었다. 옆에

서 지켜보던 아이들은 “다흰이, 꼴등!”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다흰이가 팔을 괸 다음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고개를 들었다가 파묻기를 두세번 반복하더니 마음을 가다듬었는지

다음 순서에 참여하였다. 웅성웅성한 가운데 비슷비슷한 것끼리 묶

어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먼저 우리자리공부방 내부공간을 살펴보자. <우리자리 공부방>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신발을 벗어야 한다. 바로 유리문 하나를 통

과하면 왼쪽에 먹거리 방이 있고, 오른쪽에 컴퓨터가 놓여있는 방이

있다. 이곳은 주로 공부방 선생님들이 이용을 한다. 복도에 큰 게시

판을 지나쳐 공동체방이 있고, 등을 돌려 왼편에 화장실을 지나치면

2층으로 가는 계단이 보인다. 청소함이라고 적혀있는 사물함을 지

나 위층으로 가면 사무실로 보이는 방이 왼편에 있고, 그 옆방엔 달

개비방이 있다. 달개비 방은 도서관이름이다. 큰 면적의 방을 3등분

한 것처럼 보인다. 그 나머지는 아이들 이름이 적혀있는 사물함이 있

고, 칠판, 피아노, 책상, 의자가 놓여져 있다. 군데군데 아이들의 작

품이 전시되어 있다.

빙고판에 아이들은 대부분 공부방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을 많이 썼다. 선생님의 이름과 아이들의 이름이 그것이다. 하

나하나 지목하면 목청껏 크게 외쳤다. 간혹 묶일 수 없는 것을 말해, “정말, 그럴까?” 하며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줘가며 다음과 같이 분류되었다. 장소로는 도서관, 1층, 공부방 옆 텃밭, 옥상이 묶였다. 물건에는 지우개, 필기도구, 연

필, 자, 장난감, 레고, 전자피아노, 배드민턴채, TV, 장난감, 전화기, 축구공, 한지, 칠판, 꽃, 비디오, 동화책, 나무 블

록, 비즈, 전시품, 컴퓨터, 만화책이 묶었다.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기 애매한 지하실도깨비와 거짓, 재미, 활동, 앞집아

■구분된 빙고낱말들■

▶사람 - 선생님들(현주샘, 라쿠, 사막, 전지, 무카, 현희샘 등

선생님들 이름이 많이 나옴), 아이들(친구들,어린이,혜민,나,예

진, 앞집 아이들)

▶장소(공간) - 도서관, 1층, 공부방 옆 텃밭(기존에 공부방 옆

에 작은 텃밭이 있었음), 옥상

▶물건 - 지우개, 필기도구, 연필, 자, 장난감, 레고, 전자피아

노, 배드민턴채, TV, 장난감, 전화기, 축구공, 한지, 칠판, 꽃,

비디오, 동화책, 나무블럭, 비즈, 전시품, 컴퓨터, 만화책

▶활동 - 하루찻집, 청소, 생활글, 수업, 선택수업, 자치회의,

자유시간, 방학, 만들기, 대화, 담넘기, 소리지르기, 재활용, 잔

소리, 새참먹기, 들살이, 나들이, 하루살이

▶주제 - 가난, 생명, 공동체

▶기타(분류가 애매했던 것들) - 지하실도깨비, 거짓, 재미

신림3동, 우림시장 => 장소이기는 하나, 공부방 공간에서 벗

어난 장소이므로, 좀 더 큰 영역의 장소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음.

Page 6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1차수업 결과물

●아이들의 빙고내용

이들, 신림3동 ,우림시장이 있었다. 이상이 아이들이 생각

하는 <우리자리 공부방>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공부방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가볍게 훑어보는

시간이었다. 아이들 개개인의 삶에서 주변을 살펴보고, 또

한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 지

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앞으로의 프로그램으로 두루두루 살

펴보기를 기대해 보면서 아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공부방 공

간의 구석구석과 물건들, 사람들을 게임을 통해 활력을 불

러 넣기에 충분했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67

66 :공부방영역1차

Page 6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①정현주교사 ②고유진

③박다흰 ④ 양소명

⑤이세령 ⑥이승빈

⑦정혜민 ⑧최문선

① ② ③ ④

⑤ ⑥

⑦ ⑧

Page 6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오늘도 역시, 우리는 문을 열면 습한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업실을 열고 들어

가 점심을 챙겨 먹었고, 2시가 다 되어갈 때즈음 숨 한번 돌린 후, 200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있는 공부

방으로 부랴부랴 준비를 해서 걸어갔다. 역시나 여기저기 붙어서, 책을 보거나 장난을 하거나 누워있거나, 어

딘가로 바쁘게 뛰거나 걸어가고 있는 아이들을, 한사람 한사람 부딪혀가며 매달려가며 업어가며 끌려가며 인사

를 했고. 어디 또 뭔가 달라진거 없나~ 하고 둘러보니 전시간, 공부방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범주화한 표가 보

인다. 역시나 눈에 들어오는 ‘담넘기’와 ‘소리지르기’..... 아이들이 담넘으면서 소리지르는 모습이 그려진다.

안봐도 선~하다.ㅎ

오늘, 처음 보는 야자수와 쿠로를 소개하면서, 또 한번 아이들의 이미지놀이가 시작됐다.. 즉석에서 별명을 지

2차수업

1차 수업에서 구분되었던 단어들 중 공간 부분에 집중하여, 특히 조형작업을 예상하고 있는 영역의 사진 위에 자신들이 바라는 활동 모습들을 자유롭게 그려보도록 함으로써, 아이들이 원하는 공간의 모습을 상상하고 표현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어주고 그 수없이 던져졌던 질문들은.. 본인들만 기억할수 있으리라.. 아, 이건 기

억난다.. 쿠로에게, “남자에요, 여자에요~?”.... 쿠로, “.......”

전시간에 공부방을 둘러싼, 공부방을 차지하는, 공부방을 연상시키는, 공부방하

면 떠오르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서, 오늘은 공부방을 둘러싼 환경의 공간을

찍은 사진위에, 아이들이 변화될 모습을 상상하고 직접 그려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오십원님이 좋은 카메라로 곳곳을 여러 시각으로 찍어주셔서 여러 장의 공부

방 주변 사진이 나왔고, 아이들이 각자 원하는 공간사진을 한 장씩 골라서 비닐화

일을 씌운 후, 그 위에 네임펜으로 상상드로잉을 하기 시작했다.

요새 계속 은혜 옆자리에 자연스럽게 앉게 되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내가

머리를 자르면서부터 은혜가 자신과 나의 머리모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좋아했

다가 말았다가 하면서, 우리 사이가 부쩍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닮았다는 얘기를

다른 사람이 했을 때, 나를 쳐다보면서 웃다가도 금방 새침하게 표정을 바꾸는 걸

보면, 좋다는건지 싫다는건지 모르겠지만, 내 손을 끌고 화장실에 가서 둘이 거울

을 보고 웃었던 일을 생각하면, 녀석.. 꽤나 맘에 들어하는 것 같다. 내가 옆에 있

는 걸 의식해서인지, 은혜는 공부방 건물사진을 선택하여 그리기 시작하면서, 제

일 먼저 나부터 그려넣었다. 비록.. 번지점프를 안전장치없이 그려 넣었지만.. 나

중에 내가 속상해 하니, 구멍이 송송난 그물 낙하산 하나를 내 손에 잡히게 그려넣어 주었다.

오른편엔 은혜가, 왼편엔 무카와 승빈이가 바닥에 사진을 놓고 그림을 그려나가는데, 승빈이가 그림에 우리가 계획한

툇마루와 지렁이통을 그려넣고 있다. 작업실에 자주 들려서 적나라한 현실 상황을 알아가곤 하던 승빈이가 우리의 실행

계획을 알고 있었나 보다.. 이거 뭔가 실수한 기분이 들었다. 건너편엔 다흰이와 그녀의 전담 라쿠가 서로 펜을 바꾸어

가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고, 건너 건너편에서는 사막 양 옆으로 혜민과 소명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소명의 그림에

우리자리 버스가 그려지고있다.. 커헉.. 버스가 얼마인지 난 알지도 못한다.. 아이들에게 현실적인 비용에 관한 얘기도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이 화들짝 드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현희샘 옆의 세령이는 왼손으로 사진을 덮어 가려가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세령이의 새침함 속으로 다른 사람들의 반응과 시선을 생각하는 마음이 보이는 듯 했는데.. 그로 인해 잠

시 후 그림을 공개할 때의 세령의 태도가 궁금해졌다.

공부방 조형영역 이미지텔링

○위그림 / 세령이 그린 이미지텔링 결과물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공부방영역2차

6968

Page 7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오늘도 역시, 우리는 문을 열면 습한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업실을 열고 들어

가 점심을 챙겨 먹었고, 2시가 다 되어갈 때즈음 숨 한번 돌린 후, 200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있는 공부

방으로 부랴부랴 준비를 해서 걸어갔다. 역시나 여기저기 붙어서, 책을 보거나 장난을 하거나 누워있거나, 어

딘가로 바쁘게 뛰거나 걸어가고 있는 아이들을, 한사람 한사람 부딪혀가며 매달려가며 업어가며 끌려가며 인사

를 했고. 어디 또 뭔가 달라진거 없나~ 하고 둘러보니 전시간, 공부방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범주화한 표가 보

인다. 역시나 눈에 들어오는 ‘담넘기’와 ‘소리지르기’..... 아이들이 담넘으면서 소리지르는 모습이 그려진다.

안봐도 선~하다.ㅎ

오늘, 처음 보는 야자수와 쿠로를 소개하면서, 또 한번 아이들의 이미지놀이가 시작됐다.. 즉석에서 별명을 지

2차수업

1차 수업에서 구분되었던 단어들 중 공간 부분에 집중하여, 특히 조형작업을 예상하고 있는 영역의 사진 위에 자신들이 바라는 활동 모습들을 자유롭게 그려보도록 함으로써, 아이들이 원하는 공간의 모습을 상상하고 표현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어주고 그 수없이 던져졌던 질문들은.. 본인들만 기억할수 있으리라.. 아, 이건 기

억난다.. 쿠로에게, “남자에요, 여자에요~?”.... 쿠로, “.......”

전시간에 공부방을 둘러싼, 공부방을 차지하는, 공부방을 연상시키는, 공부방하

면 떠오르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서, 오늘은 공부방을 둘러싼 환경의 공간을

찍은 사진위에, 아이들이 변화될 모습을 상상하고 직접 그려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오십원님이 좋은 카메라로 곳곳을 여러 시각으로 찍어주셔서 여러 장의 공부

방 주변 사진이 나왔고, 아이들이 각자 원하는 공간사진을 한 장씩 골라서 비닐화

일을 씌운 후, 그 위에 네임펜으로 상상드로잉을 하기 시작했다.

요새 계속 은혜 옆자리에 자연스럽게 앉게 되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내가

머리를 자르면서부터 은혜가 자신과 나의 머리모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좋아했

다가 말았다가 하면서, 우리 사이가 부쩍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닮았다는 얘기를

다른 사람이 했을 때, 나를 쳐다보면서 웃다가도 금방 새침하게 표정을 바꾸는 걸

보면, 좋다는건지 싫다는건지 모르겠지만, 내 손을 끌고 화장실에 가서 둘이 거울

을 보고 웃었던 일을 생각하면, 녀석.. 꽤나 맘에 들어하는 것 같다. 내가 옆에 있

는 걸 의식해서인지, 은혜는 공부방 건물사진을 선택하여 그리기 시작하면서, 제

일 먼저 나부터 그려넣었다. 비록.. 번지점프를 안전장치없이 그려 넣었지만.. 나

중에 내가 속상해 하니, 구멍이 송송난 그물 낙하산 하나를 내 손에 잡히게 그려넣어 주었다.

오른편엔 은혜가, 왼편엔 무카와 승빈이가 바닥에 사진을 놓고 그림을 그려나가는데, 승빈이가 그림에 우리가 계획한

툇마루와 지렁이통을 그려넣고 있다. 작업실에 자주 들려서 적나라한 현실 상황을 알아가곤 하던 승빈이가 우리의 실행

계획을 알고 있었나 보다.. 이거 뭔가 실수한 기분이 들었다. 건너편엔 다흰이와 그녀의 전담 라쿠가 서로 펜을 바꾸어

가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고, 건너 건너편에서는 사막 양 옆으로 혜민과 소명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소명의 그림에

우리자리 버스가 그려지고있다.. 커헉.. 버스가 얼마인지 난 알지도 못한다.. 아이들에게 현실적인 비용에 관한 얘기도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이 화들짝 드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현희샘 옆의 세령이는 왼손으로 사진을 덮어 가려가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세령이의 새침함 속으로 다른 사람들의 반응과 시선을 생각하는 마음이 보이는 듯 했는데.. 그로 인해 잠

시 후 그림을 공개할 때의 세령의 태도가 궁금해졌다.

공부방 조형영역 이미지텔링

○위그림 / 세령이 그린 이미지텔링 결과물

Page 7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산만한 가운데 참여한 작가들과 공부방 선생님

들, 아이들의 꽤나 흥미진진하고 기상천외한 드로

잉들이 끝났다. 다들 은근히 자기 그림의 재미와

상상력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서로의 그림

에 관심과 질책이 날아다닐때쯤, 그린 그림에 대

한 설명시간을 가졌다. 한명씩 자유롭게 하고픈

순서대로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해나가던 중, 다흰

이가 자기 그림말고도 설명되고 있는 그림을 들고

있고 싶어했다.. 그 때문에 소명과 은혜가 불만을

표하면서 산만해졌다. 순간, 딱부러지게 다흰이를

향해 충고를 하는 소명과 딱히 그에 대한 변명을

하지 않는 다흰이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예상했던 대로.. 세령은 쉽게 자신의 그림을 보

여주려 하지 않았다. 그때 무카가 10초 동안만 그

림을 보여주자고 세령에게 제안을 했고, 그걸 받

아들인 세령이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려가며 보일

락말락 광고찍듯이 그림을 공개했다. 아이들은 손

가락 하나하나가 떼어질 때마다 “보인다 !!”, “

어!! 나 봤다, 봤어! 아싸~~~~” 하며 반응을

보였고, 그림을 보여주는 세령은 그 분위기와 아

이들의 반응에 손가락을 하나씩 더 떼면서 그림

을 보여줬다. 승빈이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이 세

상에서 가장 느리게 가는 10초를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가며 세기 시작했다. 정말.. 천천히 셌다.......ㅋㅋ 이뻐

라. 그렇게 무카의 센스있는 제안으로 세령의 그림을 보

았고, 옆에 있던 혜민이는 아이들에게 그림을 보여주기

싫다며, 그림을 들고 일어서서 자리를 옮겼다. 몇 번의

권유만 하고 더 이상의 추궁을 하거나 강요하지는 않았

다. 결국.. 그 시간 혜민이의 그림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

었다나 어쨌다나...

워낙에 많은 아이디어와 듣도 보도 못했던 재미있는 설

치들을 보면서 서로 꽤나 신기해했고, 그만큼 다른 사람

의 그림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충고들도 꽤나 있었으며,

또 그에 반해 굉장히 재미있어하고 동의하는 부분들도 볼

수 있었다. 이번 수업에선 사진속에 찍혀서 그런지 내 머

리와 옷스타일에 변화를 주거나 내게 모션을 취하게 한

부분들이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유난히 흥미진진한 시간

이었다. 이어서 내가 한 드로잉에서 내게 신겨준 빨간 하

이힐은 조만간 꼭 사서 신어볼 계획이다.ㅎ

공동체미술을가꾸다: 71

70 :공부방영역2차

Page 7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예정된 수업시간보다 늘 오바가 되서 끝나지만,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한 시간 반은 너무 짧으면서도 아이들의

집중시간을 생각하면 또 길기도 하다. 그 적정치를 찾는게.. 참 어려운 것 같다. 게다가 날이 무척이나 덥고, 장마가 끝

났는데도 비가 자주 와서, 습한 가운데 진행되는 수업은, 유난히 끈적이고 물리적으로 지치게 해서, 진행하는 무카도, 수

업에 참여하는 아이들과 작가들도, 수업이 끝나고 난 후 축축 늘어지게 되는 것 같았다. 수업마무리를 하고 정리를 하면

서 은혜와 또 머리를 보러 화장실에 갔고, 우린 그렇게.. 그날도 엄마와 딸의 포지션을 잡아가고 있었다..

Page 7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2차수업 결과물

□아이들이 그린 이미지텔링 내용

은혜 : 악어를 키우고 옥상에 번지점프대를 만들자, 외벽에 그물 사다리를 만

들자, 전봇대 파이프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하자

다흰 : 기존 텃밭 옆에 시소와 그네 등 놀이기구를 설치하고, 선생님들 올 때

까지 기다리는 장소로 만들자, 우체통을 만들자

소명 : 옥상에 꽃을 키우고, 우리자리 공부방 버스를 만들자, 2층에서 내려오

는 미끄럼틀을 만들자

혜민 : 기존 텃밭 옆의 부서진 벽돌턱을 보수하고 옆 바닥에 그림을 그리자 (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않음)

승빈 : 기존 텃밭을 확장하고 옆 공간에 나무마루를 만들고, 개집을 설치하여

개를 키우자 (작가들의 작업 시안을 미리 보았음)

세령 : 기존 텃밭 옆의 부서진 벽돌턱을 보수하고 꽃이나 식물을 많이 키우자,

그 옆 바닥에 땅따먹기 판을 만들자 (처음에 보여주기 꺼려하였으나 10초 보

여주기 놀이를 통해 살짝 보여줌)

□교사들이 그린 이미지텔링 내용

사막 : 공부방 입구 계단을 마루로 깔고, 텃밭가꾸기를 위한 수레를 만들자, 텃

밭 들어가는 입구에 작은 간판과 조명을 달자

전지 : 공부방 외벽에 밧줄을 설치해서 재미있게 타고 올라갈 수 있게 하고, 공

부방 입구 계단을 모서리가 없게 둥그렇게 나무로 덮자

라쿠 : 공부방 입구 계단부터 텃밭까지 툇마루로 만들고, 계단 밑에 스프링을

설치해 튕겨져 올라갈 수 있도록 하고, 입구 앞에 나무로 화분틀을 만들자, 2

층에 도르레를 설치해 바구니로 물건을 오르내릴 수 있게 하자

바다(현희샘) : 공부방 전면 오른쪽에 화단을 만들고, 건물 오른쪽 가로등 및

벽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공룡 등)을 그려넣자

무카 : 공부방 앞을 계단으로 만들고 외벽에 담쟁이 등 식물들이 타고 올라가

게 하자, 공부방 앞에서 아이들이 실컷 놀 수 있게 하자

●이미지텔링 결과물

○ 좌측상단부터 아래로 다흰 / 바다 / 소명, ○우측상단부터 아래로 은혜 / 승빈의 이미지텔링 결과물

○ 좌측상단부터 옆으로 혜민 / 무카 / 사막 / 전지

/ 라쿠의 이미지텔링 결과물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공부방영역2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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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2차수업 결과물

□아이들이 그린 이미지텔링 내용

은혜 : 악어를 키우고 옥상에 번지점프대를 만들자, 외벽에 그물 사다리를 만

들자, 전봇대 파이프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하자

다흰 : 기존 텃밭 옆에 시소와 그네 등 놀이기구를 설치하고, 선생님들 올 때

까지 기다리는 장소로 만들자, 우체통을 만들자

소명 : 옥상에 꽃을 키우고, 우리자리 공부방 버스를 만들자, 2층에서 내려오

는 미끄럼틀을 만들자

혜민 : 기존 텃밭 옆의 부서진 벽돌턱을 보수하고 옆 바닥에 그림을 그리자 (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않음)

승빈 : 기존 텃밭을 확장하고 옆 공간에 나무마루를 만들고, 개집을 설치하여

개를 키우자 (작가들의 작업 시안을 미리 보았음)

세령 : 기존 텃밭 옆의 부서진 벽돌턱을 보수하고 꽃이나 식물을 많이 키우자,

그 옆 바닥에 땅따먹기 판을 만들자 (처음에 보여주기 꺼려하였으나 10초 보

여주기 놀이를 통해 살짝 보여줌)

□교사들이 그린 이미지텔링 내용

사막 : 공부방 입구 계단을 마루로 깔고, 텃밭가꾸기를 위한 수레를 만들자, 텃

밭 들어가는 입구에 작은 간판과 조명을 달자

전지 : 공부방 외벽에 밧줄을 설치해서 재미있게 타고 올라갈 수 있게 하고, 공

부방 입구 계단을 모서리가 없게 둥그렇게 나무로 덮자

라쿠 : 공부방 입구 계단부터 텃밭까지 툇마루로 만들고, 계단 밑에 스프링을

설치해 튕겨져 올라갈 수 있도록 하고, 입구 앞에 나무로 화분틀을 만들자, 2

층에 도르레를 설치해 바구니로 물건을 오르내릴 수 있게 하자

바다(현희샘) : 공부방 전면 오른쪽에 화단을 만들고, 건물 오른쪽 가로등 및

벽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공룡 등)을 그려넣자

무카 : 공부방 앞을 계단으로 만들고 외벽에 담쟁이 등 식물들이 타고 올라가

게 하자, 공부방 앞에서 아이들이 실컷 놀 수 있게 하자

●이미지텔링 결과물

○ 좌측상단부터 아래로 다흰 / 바다 / 소명, ○우측상단부터 아래로 은혜 / 승빈의 이미지텔링 결과물

○ 좌측상단부터 옆으로 혜민 / 무카 / 사막 / 전지

/ 라쿠의 이미지텔링 결과물

Page 7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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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Page 7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제부터인지 공동체 미술팀의 수업준비회의는, ‘공동체’, 혹은 ‘공공’이라는 의미를 찾아가는 또다른 고민

의 과정이 되어버린 듯 하다. 오늘도 수업에 앞서 회의를 알리는 무카의 목소리가 작업실을 흔든다. 오늘

은 프로젝트의 첫번째 사이트인 공부방 교육공간 조형작업의 최종시안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는 날이다.

그동안 미술팀 내부 회의를 통해 (썰렁한 농담이지만 정말 많은 회의를 하는 것 같다. 이러다 진짜 회의주의자

가 되는 게 아닐까...) 공부방 조형공간의 기본틀과 그로 인한 세부적인 요소들을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하며 쌓아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작가의 입장에서가 아닌, 아이들과의 프로그램

을 통해 만들어낸 과정들을 정리하여 조형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는 작업이야말로 실제 조형작업(=노가다와 이

꼬르)보다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어느 정도의 기준과 조형작업에 대한 선은 분명 아이들과 함께 인식해

가야한다. 지역에서 공동체를 가꾸며 지역과 함께 이야기하는 살아있는 교육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러한 인

식은 분명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단순히 아이들에게 공부방과 인접한 짜투리 공간을 깨끗하고 쾌적하게 꾸

3차수업

2차 수업에서 진행된 이미지텔링 내용을 모두 모아 작업공간 그림에 그려본 뒤, 아이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현실 가능성과 활용도, 공간의 의미에 맞추어 하나씩 직접 분석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실제 조형작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보고자 하였다.

미는 환경미화로 받아들이게 하지않으면서도 공동체의 지점들을 찾아가는, 공부

방과 교육프로그램이 지역과 관계 맺어지는 연결지점이 될 수 있게 해야한다는 이

야기들을 했다. 그러면서 조금 있다 진행될 수업에서 무엇을 중점으로 아이들과 함

께 좀 더 이야기 해볼지에 대한 논의들을 이어갔다. 무카가 적절한 시간을 안배하

며 공부방으로 수업진행을 위해 떠날 때임을 알린다. 필요한 준비물들을 챙기며 회

의 때문에 어지럽혀진 책상을 대충 정리하고 작업실을 나선다.

공부방에 도착하여 맨 처음 하는 일은 언제나 항상 그렇듯 미리 와 있는 아이들과

거창한 인사 한 판이다. 승빈이는 잘 해석 안되는 단어를 쓰며 크게 소리치는 방법

으로 우리를 맞이하고, 다흰이는 오늘도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요란법석 달려들

며 반갑게 인사하기’를 작렬시킨다. 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아이들도

수업 시작 전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짜식들~ ㅋㅋ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수업시작 전 아이들과의 적극적이고 유쾌한 인사는 종종 수업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든다. 아, 오늘은 아이들의 컨디션이 좋은가 보다. ^^ (의욕 100배

상승) 허나......... 이러한 기대는 수업시작이 되면 금새 역전된다. 저마다의 유연

하고 자유로운 동작으로 각자의 포지션으로 향하는 아이들. 수업과 개인적인 관계

는 분명 별개임을 재차 확인시켜주며 우릴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자, 자, 그래도

의지를 불태우며 수업 개시~

공동체와 공간 조형의 관계를 아직은 설익게 인식하고 느껴서일까, 아이들이 전 시간에 그린 자유로운 상상드로잉은

기발한 상상력에도 불구하고 의견의 조율이 필요했다. 동네의 한 공간이 실제로 변화하는 것을 예상하며 그것이 만들어

낼 또 다른 장소성과 여러 가지 의미들을, 조금 더 깊이있게 이야기하며 아이들 나름의 방식으로 느끼게 할 필요성이 생

겼다. 그래서 오늘 수업의 비밀무기가 등장했다. 지난 시간에 아이들 각자가 공부방 조형작업과 관련하여 제작한 자유로

운 상상드로잉을, 오늘 수업을 위해 전지가 크게 확대하여 (종이)전지에 종합하여 그린 그림이 그것이다. 다흰이가 원했

던 시소와 혜민이의 바닥 벽화과 바닥놀이판, 은혜의 번뜩이는 재치가 돋보이는 공부방 외벽을 오르내릴 수 있는 그믈사

다리와 미끄럼틀, 그리고 승빈이의 앞마당 돗자리 쉼터와 화단, 우체통 등이 거의 총망라된 종합선물상자가 따로 없다.

개별로 그린 그림들이 한 장의 커다란 그림으로 떡 하니 와이드로 펼쳐지니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온다. 그러나 그러한

스케일이 주는 감흥도 잠시, 이건 누구냐, 이건 누가 그린거냐, 에이 이건 말이 안돼, 등등등 곧바로 상상 드로잉 세부

공부방 조형영역 분석 및 의견모으기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공부방영역3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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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제부터인지 공동체 미술팀의 수업준비회의는, ‘공동체’, 혹은 ‘공공’이라는 의미를 찾아가는 또다른 고민

의 과정이 되어버린 듯 하다. 오늘도 수업에 앞서 회의를 알리는 무카의 목소리가 작업실을 흔든다. 오늘

은 프로젝트의 첫번째 사이트인 공부방 교육공간 조형작업의 최종시안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는 날이다.

그동안 미술팀 내부 회의를 통해 (썰렁한 농담이지만 정말 많은 회의를 하는 것 같다. 이러다 진짜 회의주의자

가 되는 게 아닐까...) 공부방 조형공간의 기본틀과 그로 인한 세부적인 요소들을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하며 쌓아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작가의 입장에서가 아닌, 아이들과의 프로그램

을 통해 만들어낸 과정들을 정리하여 조형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는 작업이야말로 실제 조형작업(=노가다와 이

꼬르)보다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어느 정도의 기준과 조형작업에 대한 선은 분명 아이들과 함께 인식해

가야한다. 지역에서 공동체를 가꾸며 지역과 함께 이야기하는 살아있는 교육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러한 인

식은 분명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단순히 아이들에게 공부방과 인접한 짜투리 공간을 깨끗하고 쾌적하게 꾸

3차수업

2차 수업에서 진행된 이미지텔링 내용을 모두 모아 작업공간 그림에 그려본 뒤, 아이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현실 가능성과 활용도, 공간의 의미에 맞추어 하나씩 직접 분석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실제 조형작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보고자 하였다.

미는 환경미화로 받아들이게 하지않으면서도 공동체의 지점들을 찾아가는, 공부

방과 교육프로그램이 지역과 관계 맺어지는 연결지점이 될 수 있게 해야한다는 이

야기들을 했다. 그러면서 조금 있다 진행될 수업에서 무엇을 중점으로 아이들과 함

께 좀 더 이야기 해볼지에 대한 논의들을 이어갔다. 무카가 적절한 시간을 안배하

며 공부방으로 수업진행을 위해 떠날 때임을 알린다. 필요한 준비물들을 챙기며 회

의 때문에 어지럽혀진 책상을 대충 정리하고 작업실을 나선다.

공부방에 도착하여 맨 처음 하는 일은 언제나 항상 그렇듯 미리 와 있는 아이들과

거창한 인사 한 판이다. 승빈이는 잘 해석 안되는 단어를 쓰며 크게 소리치는 방법

으로 우리를 맞이하고, 다흰이는 오늘도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요란법석 달려들

며 반갑게 인사하기’를 작렬시킨다. 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아이들도

수업 시작 전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짜식들~ ㅋㅋ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수업시작 전 아이들과의 적극적이고 유쾌한 인사는 종종 수업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든다. 아, 오늘은 아이들의 컨디션이 좋은가 보다. ^^ (의욕 100배

상승) 허나......... 이러한 기대는 수업시작이 되면 금새 역전된다. 저마다의 유연

하고 자유로운 동작으로 각자의 포지션으로 향하는 아이들. 수업과 개인적인 관계

는 분명 별개임을 재차 확인시켜주며 우릴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자, 자, 그래도

의지를 불태우며 수업 개시~

공동체와 공간 조형의 관계를 아직은 설익게 인식하고 느껴서일까, 아이들이 전 시간에 그린 자유로운 상상드로잉은

기발한 상상력에도 불구하고 의견의 조율이 필요했다. 동네의 한 공간이 실제로 변화하는 것을 예상하며 그것이 만들어

낼 또 다른 장소성과 여러 가지 의미들을, 조금 더 깊이있게 이야기하며 아이들 나름의 방식으로 느끼게 할 필요성이 생

겼다. 그래서 오늘 수업의 비밀무기가 등장했다. 지난 시간에 아이들 각자가 공부방 조형작업과 관련하여 제작한 자유로

운 상상드로잉을, 오늘 수업을 위해 전지가 크게 확대하여 (종이)전지에 종합하여 그린 그림이 그것이다. 다흰이가 원했

던 시소와 혜민이의 바닥 벽화과 바닥놀이판, 은혜의 번뜩이는 재치가 돋보이는 공부방 외벽을 오르내릴 수 있는 그믈사

다리와 미끄럼틀, 그리고 승빈이의 앞마당 돗자리 쉼터와 화단, 우체통 등이 거의 총망라된 종합선물상자가 따로 없다.

개별로 그린 그림들이 한 장의 커다란 그림으로 떡 하니 와이드로 펼쳐지니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온다. 그러나 그러한

스케일이 주는 감흥도 잠시, 이건 누구냐, 이건 누가 그린거냐, 에이 이건 말이 안돼, 등등등 곧바로 상상 드로잉 세부

공부방 조형영역 분석 및 의견모으기

Page 7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사항 하나하나에 아이들의 관심이 쏠린다. 아, 적

절한 타이밍! 이제 의견이 하나로 모였으니, 모두

가 모인 가운데 공부방 교육공간조형이 공동체를

일궈낼 공간임을 이야기하며.. 서로서로가 낸 기

발한 아이디어를 실현가능성과 연관지어 의견조

율할 구실이 생긴거다.

무카가 포문을 연다. 공동체에 대한 의미와 아

이들이 생각해낸 공부방 공간 조형 속에서 무엇

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1) 놀이를 위해서 공간을

구성해야될까, 아니면 개인만이 누릴 수 있는 공

간이 되어야 할까. 순간순간 꼬리를 무는 이러한

질문에 아이들의 조건반사는 연신 왁자지껄로 쉽

사리 정리된 의견으로 나오지 않는다. 부분 동의

와 삼천포, 또다시 무관심과 엉뚱한 발언들, 그

러다 다시 자기들이 낸 의견을 고집하는 이야기

들이 얽히고 설킨다.. 이러한 순환은 그간 공부

방 아이들과 함께 수업과 현장프로그램을 진행해

오면서 반복되는 반응이라는 걸 이제는 익숙하게 받아들

이게 되었다.

아이들의 관심을 다시 환기시키며 아이들이 생각하는

공부방 조형공간의 변화와 형태들을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본다. 아이들 상호간

토론과 의견조율의 시간을 진행, 아이들이 스스로 낸 아

이디어들에 대해 하나씩 서로 이야기하며 동의하는 부분

과 실현가능한 부분을 제외한 것들을 하나씩 지워내며 조금씩 정리해나가는 방법을 시행해보았다. 각자가 그린 그림들

을 다른 아이들과 다함께 이야기하며 서로간의 이해와 조율의 시간을 갖는다. 다소 소란스럽지만 말이다. 현실적인 부

분들-실제 작업이 가능한 것인지, 예산내에서 조형이 가능한 것인지, ‘공동체’라는 의미와 결합된 공간조형인지 등등에

대해 하나씩 검토해 보는 것이다. 오호, 제법 진지한 의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터져나온다.

그러던 중 내 옆에 있던 문선이 내 등뒤로 기습 잠입해 들어왔다. 아마 내가 쓴 야리꾸리 중절모에 흥미가 있었던 모양

이다. 내 등뒤를 점령(?)했던 문선이 내 모자를 가로채 자신의 머리에 써본다. 오~ 이거 제대로 임자가 따로있었네.ㅋ

ㅋ 잠시 감탄. 그러나 곧바로 문선에게 수업 참여를 눈빛으로 호소한다.

투명한 비닐의 표면에 마카로 그린 그림들이 지워지는 게 꽤 재미있나 보다. 중간중간 가은이와 세리가 그려진 그림을

지운다. 그러자 쏟아지는 다른 아이들의 원성높은 딴지들... 그렇게 다 지워내다 보면 우~씨 아이들의 공부방 조형에 대

한 아이디어들이 모두 사라질 판이다. 현주샘과 현희샘이 특유의 기지를 발휘하신다. 은근히 지적하며 살포시 어루만져

주며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말이다. 감탄, 감탄, 감탄~ ^^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인 공부방교육공간 조형의 시안이 나오게 되었다. 서로서로의 아이디어와 상상을 자유롭

게 실행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개별적인 아이디어 그림들을 하나의 화면으로 모아 한눈에 보면서 현재 상황과 공부방 조

형작업의 진행 상황과의 연결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부방 입구의 간판과 계단 등등 애초 공동체 미술팀 내부회의를

통해 정리한 조형계획과 일치하거나 연계성을 지닌 아이디어들이 제시되는 부분들도 있었고 새로이 제안된 참신한 아이

디어들이 생겨나 실제 공부방 공간 조형에 반영되는 것도 있었다.

아이들과 작업을 함께 한다는 것, 아이들의 시선으로 공간을 새롭게 보고 읽는다는 것,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지점들

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던 하루였다. 더욱이 놀란 것은 아이들이 자신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대해 굉장히

구체적이고 기발한 생각들을 가지고 상상해 낸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공간구성에 대한 부담감은 높아졌지만... ㅋ

1) 수업내용중에서

”왜 우리는 공동체 수업을 하는 걸까?”

혜민 : 몰라요, 생각 안 해봤어요.

유진 : 앞으로 살아갈 때 사람들이 많으니까, 함께 생활하면서

공동체에서 배운 것들을 실천하기 위해 배우는것 같아요. 그러

면 남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고 자신에게도 손해가 없으니까.

”우리는 혼자 살기 힘들어 누군가와 함께 살아요.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할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은혜 : 똑같은 것을 여러 개 만들어요

유진 : 나누어 써요

혜민 : 돌아가면서 써요

문선 : 가위바위보해요

공동체미술을가꾸다: 79

78 :공부방영역3차

Page 8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사항 하나하나에 아이들의 관심이 쏠린다. 아, 적

절한 타이밍! 이제 의견이 하나로 모였으니, 모두

가 모인 가운데 공부방 교육공간조형이 공동체를

일궈낼 공간임을 이야기하며.. 서로서로가 낸 기

발한 아이디어를 실현가능성과 연관지어 의견조

율할 구실이 생긴거다.

무카가 포문을 연다. 공동체에 대한 의미와 아

이들이 생각해낸 공부방 공간 조형 속에서 무엇

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1) 놀이를 위해서 공간을

구성해야될까, 아니면 개인만이 누릴 수 있는 공

간이 되어야 할까. 순간순간 꼬리를 무는 이러한

질문에 아이들의 조건반사는 연신 왁자지껄로 쉽

사리 정리된 의견으로 나오지 않는다. 부분 동의

와 삼천포, 또다시 무관심과 엉뚱한 발언들, 그

러다 다시 자기들이 낸 의견을 고집하는 이야기

들이 얽히고 설킨다.. 이러한 순환은 그간 공부

방 아이들과 함께 수업과 현장프로그램을 진행해

오면서 반복되는 반응이라는 걸 이제는 익숙하게 받아들

이게 되었다.

아이들의 관심을 다시 환기시키며 아이들이 생각하는

공부방 조형공간의 변화와 형태들을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본다. 아이들 상호간

토론과 의견조율의 시간을 진행, 아이들이 스스로 낸 아

이디어들에 대해 하나씩 서로 이야기하며 동의하는 부분

과 실현가능한 부분을 제외한 것들을 하나씩 지워내며 조금씩 정리해나가는 방법을 시행해보았다. 각자가 그린 그림들

을 다른 아이들과 다함께 이야기하며 서로간의 이해와 조율의 시간을 갖는다. 다소 소란스럽지만 말이다. 현실적인 부

분들-실제 작업이 가능한 것인지, 예산내에서 조형이 가능한 것인지, ‘공동체’라는 의미와 결합된 공간조형인지 등등에

대해 하나씩 검토해 보는 것이다. 오호, 제법 진지한 의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터져나온다.

그러던 중 내 옆에 있던 문선이 내 등뒤로 기습 잠입해 들어왔다. 아마 내가 쓴 야리꾸리 중절모에 흥미가 있었던 모양

이다. 내 등뒤를 점령(?)했던 문선이 내 모자를 가로채 자신의 머리에 써본다. 오~ 이거 제대로 임자가 따로있었네.ㅋ

ㅋ 잠시 감탄. 그러나 곧바로 문선에게 수업 참여를 눈빛으로 호소한다.

투명한 비닐의 표면에 마카로 그린 그림들이 지워지는 게 꽤 재미있나 보다. 중간중간 가은이와 세리가 그려진 그림을

지운다. 그러자 쏟아지는 다른 아이들의 원성높은 딴지들... 그렇게 다 지워내다 보면 우~씨 아이들의 공부방 조형에 대

한 아이디어들이 모두 사라질 판이다. 현주샘과 현희샘이 특유의 기지를 발휘하신다. 은근히 지적하며 살포시 어루만져

주며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말이다. 감탄, 감탄, 감탄~ ^^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인 공부방교육공간 조형의 시안이 나오게 되었다. 서로서로의 아이디어와 상상을 자유롭

게 실행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개별적인 아이디어 그림들을 하나의 화면으로 모아 한눈에 보면서 현재 상황과 공부방 조

형작업의 진행 상황과의 연결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부방 입구의 간판과 계단 등등 애초 공동체 미술팀 내부회의를

통해 정리한 조형계획과 일치하거나 연계성을 지닌 아이디어들이 제시되는 부분들도 있었고 새로이 제안된 참신한 아이

디어들이 생겨나 실제 공부방 공간 조형에 반영되는 것도 있었다.

아이들과 작업을 함께 한다는 것, 아이들의 시선으로 공간을 새롭게 보고 읽는다는 것,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지점들

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던 하루였다. 더욱이 놀란 것은 아이들이 자신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대해 굉장히

구체적이고 기발한 생각들을 가지고 상상해 낸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공간구성에 대한 부담감은 높아졌지만... ㅋ

1) 수업내용중에서

”왜 우리는 공동체 수업을 하는 걸까?”

혜민 : 몰라요, 생각 안 해봤어요.

유진 : 앞으로 살아갈 때 사람들이 많으니까, 함께 생활하면서

공동체에서 배운 것들을 실천하기 위해 배우는것 같아요. 그러

면 남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고 자신에게도 손해가 없으니까.

”우리는 혼자 살기 힘들어 누군가와 함께 살아요.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할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은혜 : 똑같은 것을 여러 개 만들어요

유진 : 나누어 써요

혜민 : 돌아가면서 써요

문선 : 가위바위보해요

Page 8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래 계획되었던 공부방영역의 수업은, 기본 시공전까지 3차시. 하지만, 수업을 진행하면서, 다들 뭔가 단

계가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이미지텔링 내용과 실제 준비된 도면작업 사이의

연결고리가 영 매끄럽지 않은 것. 긴급 회의를 하고 공부방과 협의를 한 후, 공예수업이 진행되기로 했던 금요일

시간을 이용해 한 번 더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고, 공부방이 변화되는 부분은, 공동체미술교육을 받고

있는 초등 고학년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오늘은 저학년 아이들까지 함께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이들과 같이 뛰어다니고 수다도 떨다가 수업분위기를 잡아보자 하고 자리에 앉는데 저학년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온다. 순간 고학년들은 “왜 얘네 우리랑 같이 수업해요?” 째릿, 저학년 녀석들은 와글와글 두리번 이리

갔다 저리갔다.... 와우.... 순간적으로 헉! OTL...하는 느낌. 그래... 오늘은 같이 수업하는 날이지....^^;;;;

4차수업

본래 일정상 계획되지 않은 수업이었으나, 3차까지의 수업을 진행한 후, 아이들의 모아진 의견과 작가들이 기존에 예상했던 작업 시안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게 되었다. 현실적인 이유로 작가들이 미리 예상한 시안대로 작업을 하게 될 경우, 이전까지 의견을 제시한 아이들이 최종 작업에서는 배제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 들었으므로, 공부방과 협의하에 추가 수업을 진행하여, 작가들의 시안에 아이들의 시안을 반영하고, 이를 토대로 아이들과 함께 시안을 살펴보고, 실제 공간과 비교해 보면서, 최종 시안을 합의하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또한 실제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과 일정을 설명하고 공유하여, 아이들이 작업의 진행내용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다.

조용히 정리해서 시작하기는 어려울 분위기인지라, 일단 얼굴만 보고 제대로 인

사는 한 적이 없는 저학년 아이들에게 공동체미술팀 교사들을 소개시키기로 했다.

다행히 고학년 녀석들, 우린 다 아는 선생님들이야, 하는 표정으로 무카! 사막!....

하면서 교사들의 이름을 크게 크게 외쳐준다. ㅎㅎㅎ 왔다갔다하며 얼굴은 서로

봤던터라 저학년 아이들도 많이 어색한 표정은 아니다.

먼저 우리가 오늘 왜 다같이 수업을 해야하는지를 설명하기로 했다. 공동체미술

수업은 고학년 친구들만 하지만, 공부방에 변화가 생기는 부분은 저학년이나 중

학생 친구들도 모두 관련이 되어 있는 부분이니까, 계획을 세우고 의견을 내는 것

은 다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니, 고학년 녀석들도 대체로 수긍은 해준다.

저학년 녀석들은 눈들이 또랑또랑, 지수랑 예진이는 “우와, 재밌겠다!” 분위기

다. 전지가 그린 커다란 공부방 외관그림을 꺼내놓자, 저학년 아이들의 눈이 순식

간에 쏠린다. 여기 부분들을 이렇게 바꿀거야 하고 이야기하며, 전날밤 포토샵으

로 작업한 조형 시안을 꺼내놓으니, 우와아... 하는 환성들이 터진다. 앗싸, 다행

이다. ㅎㅎㅎ

그전에 고학년들과 수업했던 내용들을 이야기하며, 그전의 이런저런 의견이 나왔었는데, 그런 의견들을 종합하고 같

이 의논해서, 결론적으로는 포토샵으로 보이는 것 같은 내용이 나왔다고 이야기하자, 대략은 수용하는 분위기. 하지만

곧이어 이런 저런 의견들이 다시 나오기 시작한다.1) 제일 쟁점이 되는 부분은 건물 외관 칠하기. 혜민이가 벽에도 색칠

하면 안되냐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여기저기서 와글와글 의견들이 쏟아져 나온다. 분홍색이요, 아니야, 하늘색, 아니,

이상할 거 같아요, 페인트 묻으면 어떡해요, 칠하다 떨어지면 어떡해요, 창문 흰 턱만 칠해요, 타일 하나하나 다른 색으

로 칠해요, 안돼, 이상해요, 촌스러워요, 무지개로 해요, 와글와글 와글와글........ 와우! 앗싸아.... 정신 한개도 없는

상황. 슬쩍 팀 사람들을 둘러보니, 정신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표정들이다. ㅋㅋㅋㅋ 겨우겨우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공부방 조형영역 시안검토와 합의하기

1) “공부방 간판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반대 의견 : 문현(간판 위치가 높으니까 만들 때 위험해요), 영재(옷에 페인

트가 묻어요), 광혁(이상할 것 같아요), 예진(번지면 어떡해요)

찬성 의견 :혜민(간판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간판이 만들어질 위치의 원

래 색과 비슷한 색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 페인트가 묻거나 번지지 않게 조심하고 위험하지 않게 작업하는 조

건으로 공부방 간판을 만들기로 함. ^^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공부방영역4차

8180

Page 8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래 계획되었던 공부방영역의 수업은, 기본 시공전까지 3차시. 하지만, 수업을 진행하면서, 다들 뭔가 단

계가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이미지텔링 내용과 실제 준비된 도면작업 사이의

연결고리가 영 매끄럽지 않은 것. 긴급 회의를 하고 공부방과 협의를 한 후, 공예수업이 진행되기로 했던 금요일

시간을 이용해 한 번 더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고, 공부방이 변화되는 부분은, 공동체미술교육을 받고

있는 초등 고학년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오늘은 저학년 아이들까지 함께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이들과 같이 뛰어다니고 수다도 떨다가 수업분위기를 잡아보자 하고 자리에 앉는데 저학년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온다. 순간 고학년들은 “왜 얘네 우리랑 같이 수업해요?” 째릿, 저학년 녀석들은 와글와글 두리번 이리

갔다 저리갔다.... 와우.... 순간적으로 헉! OTL...하는 느낌. 그래... 오늘은 같이 수업하는 날이지....^^;;;;

4차수업

본래 일정상 계획되지 않은 수업이었으나, 3차까지의 수업을 진행한 후, 아이들의 모아진 의견과 작가들이 기존에 예상했던 작업 시안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게 되었다. 현실적인 이유로 작가들이 미리 예상한 시안대로 작업을 하게 될 경우, 이전까지 의견을 제시한 아이들이 최종 작업에서는 배제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 들었으므로, 공부방과 협의하에 추가 수업을 진행하여, 작가들의 시안에 아이들의 시안을 반영하고, 이를 토대로 아이들과 함께 시안을 살펴보고, 실제 공간과 비교해 보면서, 최종 시안을 합의하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또한 실제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과 일정을 설명하고 공유하여, 아이들이 작업의 진행내용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다.

조용히 정리해서 시작하기는 어려울 분위기인지라, 일단 얼굴만 보고 제대로 인

사는 한 적이 없는 저학년 아이들에게 공동체미술팀 교사들을 소개시키기로 했다.

다행히 고학년 녀석들, 우린 다 아는 선생님들이야, 하는 표정으로 무카! 사막!....

하면서 교사들의 이름을 크게 크게 외쳐준다. ㅎㅎㅎ 왔다갔다하며 얼굴은 서로

봤던터라 저학년 아이들도 많이 어색한 표정은 아니다.

먼저 우리가 오늘 왜 다같이 수업을 해야하는지를 설명하기로 했다. 공동체미술

수업은 고학년 친구들만 하지만, 공부방에 변화가 생기는 부분은 저학년이나 중

학생 친구들도 모두 관련이 되어 있는 부분이니까, 계획을 세우고 의견을 내는 것

은 다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니, 고학년 녀석들도 대체로 수긍은 해준다.

저학년 녀석들은 눈들이 또랑또랑, 지수랑 예진이는 “우와, 재밌겠다!” 분위기

다. 전지가 그린 커다란 공부방 외관그림을 꺼내놓자, 저학년 아이들의 눈이 순식

간에 쏠린다. 여기 부분들을 이렇게 바꿀거야 하고 이야기하며, 전날밤 포토샵으

로 작업한 조형 시안을 꺼내놓으니, 우와아... 하는 환성들이 터진다. 앗싸, 다행

이다. ㅎㅎㅎ

그전에 고학년들과 수업했던 내용들을 이야기하며, 그전의 이런저런 의견이 나왔었는데, 그런 의견들을 종합하고 같

이 의논해서, 결론적으로는 포토샵으로 보이는 것 같은 내용이 나왔다고 이야기하자, 대략은 수용하는 분위기. 하지만

곧이어 이런 저런 의견들이 다시 나오기 시작한다.1) 제일 쟁점이 되는 부분은 건물 외관 칠하기. 혜민이가 벽에도 색칠

하면 안되냐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여기저기서 와글와글 의견들이 쏟아져 나온다. 분홍색이요, 아니야, 하늘색, 아니,

이상할 거 같아요, 페인트 묻으면 어떡해요, 칠하다 떨어지면 어떡해요, 창문 흰 턱만 칠해요, 타일 하나하나 다른 색으

로 칠해요, 안돼, 이상해요, 촌스러워요, 무지개로 해요, 와글와글 와글와글........ 와우! 앗싸아.... 정신 한개도 없는

상황. 슬쩍 팀 사람들을 둘러보니, 정신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표정들이다. ㅋㅋㅋㅋ 겨우겨우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공부방 조형영역 시안검토와 합의하기

1) “공부방 간판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반대 의견 : 문현(간판 위치가 높으니까 만들 때 위험해요), 영재(옷에 페인

트가 묻어요), 광혁(이상할 것 같아요), 예진(번지면 어떡해요)

찬성 의견 :혜민(간판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간판이 만들어질 위치의 원

래 색과 비슷한 색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 페인트가 묻거나 번지지 않게 조심하고 위험하지 않게 작업하는 조

건으로 공부방 간판을 만들기로 함. ^^

Page 8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그럼 직접 나가서 건물을 보면서 이야기하자고 하

니, 우르르 뛰어나간다.

건물 밖에 와그르 서서 이게 좋아요, 저게 좋아

요, 또다시 동네가 시끌하다. 일단 아이들을 데리

고 텃밭 쪽으로 데려가, 여기는 이렇게 마루가 될

거고, 저기는 텃밭이 될 거야, 그리고 공부방 앞

쪽으로 다시. 이 계단들은 이렇게 나무로, 여기는

이런 마루가 되겠지. 문득 공부방 입구 길 쪽을 보

니, 이 정신없는 가운데, 혜민이 녀석, 혼자 공부

방 전면 도안을 펴들고, 마치 전문기사인 양, 고개

까지 끄덕이며 건물과 도안을 비교한다. 역시 무

서운 녀석... 앞으로 쿠로를 더 조심해야겠다. ㅋ

ㅋㅋ 우르르 몰려다니며 이렇게 저렇게 시끄러운

녀석들을 모아놓고, 포토샵 도안을 쳐들고 이야기

한 내용과 도안을 비교해 가며 설명을 해주었다.

이해하는 것 같더니, 이내 녀석들, 자신들만의 쟁

점으로 돌아간다. 여기는 이렇게 이런 색으로 칠

해요, 뭐야, 이상해, 촌스러, 아냐, 분홍색이랑 하

늘색이 좋아요...... 건물 칠하기는 의견이 분분하

니 좀 더 이야기해 본 다음에 결정하자고 겨우 정

리를 시키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자리에 앉아, 앞으로 어떤 식으로 공사가 진행될지

순서를 이야기해 주기로 했다. 먼저 텃밭의 쓰레기를 치

우고 시멘트를 깨고, 나무로 마루를 깔거고, 벽돌로 미장

을 할 거라는 공정을 최대한 쉬운 단어로 설명해 주려하

는데.... 살짝 땀이 흐르기는 한다..... ㅎㅎㅎ 정화조 있

는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 라고 물어보니, 승빈이 녀

석, 대뜸, “정화조에 닿을 수 있게, 마루를 뚜껑으로 만들

어요.” 라고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가 시공쪽 일을 하신

다더니.... 역시 집과 동네에서 보고 배우는 게 최고다.

아이들에게 공사 순서를 이야기해 주고, 공부방 방학

기간동안 공사가 시작되니, 함께 하고 싶은 녀석들은 매

일 2시부터 4시 사이에 오면 같이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 후, 수업을 마무리했다. 후우..... 정신없는 한시간.

공동체미술을가꾸다: 83

82 :공부방영역4차

Page 8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역시 같은 초등 녀석들 안에서도, 고학년과 저학년의 차이는 현저하다. 그래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은, 녀석들의 눈. 또

롱또롱 정면으로 바라보는 눈들이, 자꾸 말을 하고, 설명을 하고, 손이 가게 한다..... 이래서..... 계속 이런 일을 하게

된다...... 에잇.........

* 아이들과 합의한 공간조형 아이디어

Page 8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부방에서 텃밭과 툇마루 작업을 한지 벌써 한달이 되어 가고 있다. 기획작업만 오래 걸리는 게 아니라,

조형작업 역시 참 긴 과정을 밟아간다. 매일 낮에는 공부방 앞에서 벽돌을 쌓고 미장을 하며 소위 노가

다를 해대고, 저녁에는 수업준비와 작업 회의들을 진행하는 날들. 오늘은 아이들과 이 노가다란 걸 같이 해보

는 날이다.

일찍부터 툇마루 밑과 화단 부분에 벽돌을 쌓고 미장작업을 하고 있는데, 수업 시간이 되기 전부터 공부방 아

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뭐해요?” 부터 시작해서, “나두 할래요.” 까지. 조금만 기다리자, 곧 너희들 마음

대로 하게 해주마, 하고 일단 진정시키면서도, 사실은 내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과연 욘석들과, 오늘 벽돌을

쌓고 미장하는 작업을 같이 잘 해낼 수 있을 것인가...

5차수업

공부방 아이들이 자신들의 공간이 변화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경험을 갖도록 하기 위해, 실제 텃밭의 경계를 만들 부분의 벽돌 조적과 미장작업에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수업 시작시간이 되었다. 작업할 것들이 남아 있어, 오늘 아이들과 미장하는 수

업진행은 무카와 전지가 진행하고, 나머지 작가들은 다른 영역의 작업을 계속하

기로 했다. 텃밭과 툇마루 시안작업을 했을 때처럼, 오늘 수업 역시 초등 고학년

과 저학년이 함께 하기로 했다. 일단 아이들을 공부방 앞 바닥에 모이게 한 후, 작

업을 하기 전 설명을 해주기로 했다. 벌써 작업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상태

인(ㅎㅎㅎ) 녀석들, 미적미적 돌아보고, 장난치고, 아, 역시나 정신이 없다. 선생

님 얘기를 잘 듣고 같이 안하는 친구들은 오늘 작업에 같이 못할 거라고 살짝 엄

포를 놓으며 자리에 앉아 설명을 듣게 하려고 하는데, 영 집중도 안되고 산만하기

이를 데 없다. 여름방학기간동안 공부방에 나오지 못했던 가은이는 자기가 참여하

지 못했던 기간동안 공부방에 만들어진 텃밭과 툇마루가 내심 재미있어는 보이는

것 같지만, 이 고집센 녀석, 말끝마다 난 참여 안했는데요, 를 갖다 붙이더니, 설명

을 같이 안들으면 작업을 할 수 없다는 엄포에, 그럼 자기는 안할 거란다. 그러면

서도 계속 주변을 빙빙 돌기는 한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오늘은 져줄 수 없는 날!

불끈 속으로 주먹을 쥔다.

오늘 아이들이 함께 작업할 부분은 텃밭 흙이 마감될 텃밭 정면에 벽돌 턱을 쌓

는 일이다. 어디에 어떤 걸 만들거라 설명하고, 시멘트를 개는 것부터 작업 순서를

설명해 주는 데만 시간이 한참 갔다. 이러다간 시작도 못하지 싶어, 간략히 설명을

끝내고, 모두에게 목장갑을 하나씩 나누어준다. 장갑 안 낀 사람은 작업 같이 못한다고, 시멘트에는 독이 있어서 절대로

손대면 안된다고, 역시나 협박성 멘트를 날리니, “저도 주세요!” 난리가 났다. ㅎㅎㅎㅎ

일단은 아이들을 한쪽으로 다시 모이게 한 후, 커다란 통 안에 시멘트를 붓고, 방수액과 섞어 몰탈을 개는 일부터 함께

하기로 했다. 너도 나도 자기 먼저 한다고 난리가 나서, 약속을 정하기로 했다.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몇 번씩 젓기로. 후

딱후딱 나부터, 나부터, 역시 또 난리다. 잠깐잠깐 진정을 시키고, 차례를 정한 후, 몰탈 개기 시작. 1학년부터 6학년까

지, 나름 진지하고도 열의 가득한 눈빛으로 시멘트를 저어대는 녀석들. 이게 생각만큼 쉽게 잘 되지 않는지라, 하는 녀

석은 삐질삐질 있는 힘을 다해 저어대고, 구경하는 녀석들은 자기가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지라, 빨리 하라 성화

다. ㅎㅎㅎ 돌아가면서 정확히 두번씩 몰탈을 저었더니, 대략 반죽이 잘 되었다.

조형작업 참여하기 - 벽돌 조적과 미장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공부방영역5차

8584

Page 8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부방에서 텃밭과 툇마루 작업을 한지 벌써 한달이 되어 가고 있다. 기획작업만 오래 걸리는 게 아니라,

조형작업 역시 참 긴 과정을 밟아간다. 매일 낮에는 공부방 앞에서 벽돌을 쌓고 미장을 하며 소위 노가

다를 해대고, 저녁에는 수업준비와 작업 회의들을 진행하는 날들. 오늘은 아이들과 이 노가다란 걸 같이 해보

는 날이다.

일찍부터 툇마루 밑과 화단 부분에 벽돌을 쌓고 미장작업을 하고 있는데, 수업 시간이 되기 전부터 공부방 아

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뭐해요?” 부터 시작해서, “나두 할래요.” 까지. 조금만 기다리자, 곧 너희들 마음

대로 하게 해주마, 하고 일단 진정시키면서도, 사실은 내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과연 욘석들과, 오늘 벽돌을

쌓고 미장하는 작업을 같이 잘 해낼 수 있을 것인가...

5차수업

공부방 아이들이 자신들의 공간이 변화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경험을 갖도록 하기 위해, 실제 텃밭의 경계를 만들 부분의 벽돌 조적과 미장작업에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수업 시작시간이 되었다. 작업할 것들이 남아 있어, 오늘 아이들과 미장하는 수

업진행은 무카와 전지가 진행하고, 나머지 작가들은 다른 영역의 작업을 계속하

기로 했다. 텃밭과 툇마루 시안작업을 했을 때처럼, 오늘 수업 역시 초등 고학년

과 저학년이 함께 하기로 했다. 일단 아이들을 공부방 앞 바닥에 모이게 한 후, 작

업을 하기 전 설명을 해주기로 했다. 벌써 작업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상태

인(ㅎㅎㅎ) 녀석들, 미적미적 돌아보고, 장난치고, 아, 역시나 정신이 없다. 선생

님 얘기를 잘 듣고 같이 안하는 친구들은 오늘 작업에 같이 못할 거라고 살짝 엄

포를 놓으며 자리에 앉아 설명을 듣게 하려고 하는데, 영 집중도 안되고 산만하기

이를 데 없다. 여름방학기간동안 공부방에 나오지 못했던 가은이는 자기가 참여하

지 못했던 기간동안 공부방에 만들어진 텃밭과 툇마루가 내심 재미있어는 보이는

것 같지만, 이 고집센 녀석, 말끝마다 난 참여 안했는데요, 를 갖다 붙이더니, 설명

을 같이 안들으면 작업을 할 수 없다는 엄포에, 그럼 자기는 안할 거란다. 그러면

서도 계속 주변을 빙빙 돌기는 한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오늘은 져줄 수 없는 날!

불끈 속으로 주먹을 쥔다.

오늘 아이들이 함께 작업할 부분은 텃밭 흙이 마감될 텃밭 정면에 벽돌 턱을 쌓

는 일이다. 어디에 어떤 걸 만들거라 설명하고, 시멘트를 개는 것부터 작업 순서를

설명해 주는 데만 시간이 한참 갔다. 이러다간 시작도 못하지 싶어, 간략히 설명을

끝내고, 모두에게 목장갑을 하나씩 나누어준다. 장갑 안 낀 사람은 작업 같이 못한다고, 시멘트에는 독이 있어서 절대로

손대면 안된다고, 역시나 협박성 멘트를 날리니, “저도 주세요!” 난리가 났다. ㅎㅎㅎㅎ

일단은 아이들을 한쪽으로 다시 모이게 한 후, 커다란 통 안에 시멘트를 붓고, 방수액과 섞어 몰탈을 개는 일부터 함께

하기로 했다. 너도 나도 자기 먼저 한다고 난리가 나서, 약속을 정하기로 했다.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몇 번씩 젓기로. 후

딱후딱 나부터, 나부터, 역시 또 난리다. 잠깐잠깐 진정을 시키고, 차례를 정한 후, 몰탈 개기 시작. 1학년부터 6학년까

지, 나름 진지하고도 열의 가득한 눈빛으로 시멘트를 저어대는 녀석들. 이게 생각만큼 쉽게 잘 되지 않는지라, 하는 녀

석은 삐질삐질 있는 힘을 다해 저어대고, 구경하는 녀석들은 자기가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지라, 빨리 하라 성화

다. ㅎㅎㅎ 돌아가면서 정확히 두번씩 몰탈을 저었더니, 대략 반죽이 잘 되었다.

조형작업 참여하기 - 벽돌 조적과 미장

Page 8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87

86 :공부방영역5차

이제 본격적인 벽돌 미장이다. 벽돌 턱이 만들어

질 장소는 옆집 대문과 공부방 앞 툇마루 사이의

넓지 않은 공간. 아이들이 모두 다글다글 붙어 작

업을 할만한 공간여유가 충분하지는 않다. 역시나

이번에도, 공간상, 아이들 성격상, 한 사람씩 돌

아가며 미장을 해보기로 한다. 먼저, 벽돌 미장이

란 어찌 하는 것인지, 우리의 멀티 작가, 오십원

다큐작가께 벽돌 미장 시범을 부탁한다. 수업 전

부터, 툇마루 아랫부분과 화단 미장을 멋지게 하

고 계신 모습을 보았던 터라, 아이들이 오십원 다

큐작가님을 보는 눈이 거의 미장계의 아버님을 모

신 분위기가 된다. ㅎㅎㅎ 오늘로써, 그냥 카메라

찍는 아저씨 선생님에서, 오십원 다큐작가님은 인

기도 급상승이다.

Page 8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한 명씩, 오십원 작가님의 시범을 본따, 조심스럽게 벽돌을 집어들

어 얹고, 시멘트를 아래, 위, 양옆으로 발라대기 시작한다. 툇마루에

쪼르륵 앉아 미장을 하는 친구를 때로는 부럽게, 때로는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녀석들이라니.... 자기 차례가 되면, 어떻게든 더 예쁘게,

잘해보려 눈이 말똥말똥 진지하기 이를 데 없다. 저 녀석은 더 오래

했네, 자기는 마지막에 할 거라네, 말들도 어찌나 많은지. 대략 10명

쯤 되는 아이들이 한 두번씩 벽돌을 쌓으니, 금새 몇 줄의 벽돌 턱이

생긴다. 벌써 반 정도의 아이들은 순서를 기다리는 데 지치거나 흥미

를 잃고, 다른 작업들을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툇마루에 피스를 박

는 라쿠 옆에서 자기도 못박아보겠다고 공알대고 있는 승빈이도 보

이고, 화단을 만들고 있는 사막과 오십원 작가 옆에서 궁시렁궁시렁

잔소리를 늘어놓는 녀석들도 있다....

대략 1시간 넘게 미장작업을 함께 한 끝에, 벽돌 턱이 거의 완성되

었다. 아이들은 벌써 가야할 시간. 자아, 이제 마무리하자 했더니,

이내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후다닥 집에들 간다. ㅎㅎㅎ 혜민이와

세령이, 문선이는 미장질이 꽤 재미있는 듯, 끝나고 나서도 이것저

것 참견도 하고 직접 하기도 하며 알짱댄다. 작가들끼리 작업을 하

는 것보다 확실히 더 힘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하는 작

업은 나름 재미가 있다. 완성되고 나면 자기들이 만들었다고 얼마나

뿌듯해하고 자랑들을 할지.... ㅎㅎㅎㅎ

아이들이 돌아가고 난 후, 다시 미장 마무리작업과 화단 작업은 계

속된다. 여름이 이렇게 가고 있다........

Page 8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일같은 조형작업에 몸과 맘이 노골노골해진 상태에서 프로그램도 함께 가다보니 약간의 부담과 체력의

한계가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오늘은 미장작업을 아침부터 진행하다가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다시 공사

를 시작해야할터라.. 유난히도 가슴과 머리에 긴장을 빡주게 되기도 했다.ㅎ

공부방 입구 간판작업을 위해서 전 시간에 아이들이 간판시안을 그려보았고, 수업 전에 작가들도 각자의 시안

들을 그려보면서 수업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원췌 조형작업보다도 드로잉들을 즐기는 미술전공자들이라 그런

지, 테이블에 둘러앉아 간판 디자인들을 하기 시작하는데, 어찌 이렇게 다들 개성이 있는지.. 훔쳐보는 재미로

손으로 가려가며 색색별로 칠해가며 열심이다. 그러다 보니 벌써 4시.. 사막, 라쿠와 각자 3~4개씩의 드로잉들

을 가지고 전 시간 아이들의 시안들을 챙겨서 무카와 공부방으로 향할 시간. 두 달여의 프로그램을 하다보니 이

젠 공부방으로 향하는 맘이 부담스럽기보단, 애들을 만나는 시간에 대해 기대되는 정도가 좀 더 커진 듯 하다.

6차수업

조형작업 시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오래된 현판만 걸려있는 공부방 입구에 새로운 우리자리 간판이 걸려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공부방을 대표하는 간판인만큼 이것 역시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갖고자 하였다. 6차 수업 전날 공부방에서 자체적으로 아이들이 원하는 간판의 모양을 한 장씩 그려보는 활동을 진행했고, 6차 수업은 이 결과물과 작가들이 추가로 작업한 디자인 그림을 가지고 각각의 아이디어들을 살펴보고 의견을 주고 받는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공부방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여전히 우리 이름을 순서대로 불러대며, 그 외 오

지않은 선생님들도 찾고, 있었던 일 얘기에, 하고 있던 게임이나 놀이에 너무나 자

연스럽게 우리를 참여시키는 아이들... 이녀석들아.. 너희들의 내공이 부럽다.

아무래도 모두가 보는 공부방 간판 시안에 대한 작업인지라, 오늘 수업은 저학년

아이들까지 함께 하기로 하여, 광혁, 영재, 예진, 지수가 함께 했는데... 그래서 그

런지 조금 더 산만한 분위기가 우리를 감싸돌기 시작했다.. 저학년인데도 뭔가 듬

직하고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광혁은 영재 옆에 바짝 붙어앉아서, 영재가 관

심을 가지면 자기도 관심을 보이고, 아니면 그냥 책을 보기도 했다. 저 책을 접으

라고 할까 말까.. 안 보는 듯하면서 계속 고민하는 나다...

오늘 수업은 전 시간 아이들이 그렸던 간판시안과 작가들의 시안을 보면서, 실제

로 설치를 할 경우에 가능할지 불가능할지에 대한 여부와, 글씨배치와 글씨체, 그

리고 그 외 조형작업 추가 부분에 대한 얘기를 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못보던 친구

가 한 명 있다. 공부방에 새로 왔다는, 머리를 질끈 묶고 머리띠를 한 여자아이 소

희. 소희에게 무카가 그간 있었던 일과 간판 시안작업에 대한 이야기와 친구들이

그린 시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줬고, 이어서 작가쪽 라쿠부터 자신의 시안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바퀴와 그 외 다양한 재활용 재료들을 사용해서 ‘우리자리 공부방’ 글씨를 꾸민다는 의견을 반쯤

했을때, 가은과 지수가 바퀴가 떨어질 것 같다느니, 차라리 그림으로 그리자느니, 그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내기 시작

했고, 다흰이는 바퀴가 좋다며 더 큰 바퀴로 하자고 하여 라쿠를 웃게 했다..ㅎ

그 다음으로 사막이 사막다운 드로잉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설명한다. 냄비가 돌아가고, (먹는) 파, (문구류) 자 등이

글씨를 이루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조형작업으로 설치되며, 글씨의 획마다 못을 박아 전깃줄이나 철사로 서로를 이

어서 ‘우리자리’ 글씨가 완성되는 시안. 예상했던대로.. 못을 튼튼하게 박아야 될 것 같고, 철사가 너무 가늘어 안보

일지도 모른다는 다흰과 가은의 의견이 있었다. 애들아, 그건 우리도 염려하는 부분이란다.. 우리 어떻게 해볼까? ㅎ 역

시나 선생님들은 갖은 재료를 사용해 보려고 하는 게 보였고, 아이들은 글씨의 모양이나 배치에 대한 관심이 컸으며, 의

외로, 설치되는 부분에 대한 걱정이나 염려가 컸다.

공부방 간판 디자인 논의하기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공부방영역6차

8988

Page 9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일같은 조형작업에 몸과 맘이 노골노골해진 상태에서 프로그램도 함께 가다보니 약간의 부담과 체력의

한계가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오늘은 미장작업을 아침부터 진행하다가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다시 공사

를 시작해야할터라.. 유난히도 가슴과 머리에 긴장을 빡주게 되기도 했다.ㅎ

공부방 입구 간판작업을 위해서 전 시간에 아이들이 간판시안을 그려보았고, 수업 전에 작가들도 각자의 시안

들을 그려보면서 수업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원췌 조형작업보다도 드로잉들을 즐기는 미술전공자들이라 그런

지, 테이블에 둘러앉아 간판 디자인들을 하기 시작하는데, 어찌 이렇게 다들 개성이 있는지.. 훔쳐보는 재미로

손으로 가려가며 색색별로 칠해가며 열심이다. 그러다 보니 벌써 4시.. 사막, 라쿠와 각자 3~4개씩의 드로잉들

을 가지고 전 시간 아이들의 시안들을 챙겨서 무카와 공부방으로 향할 시간. 두 달여의 프로그램을 하다보니 이

젠 공부방으로 향하는 맘이 부담스럽기보단, 애들을 만나는 시간에 대해 기대되는 정도가 좀 더 커진 듯 하다.

6차수업

조형작업 시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오래된 현판만 걸려있는 공부방 입구에 새로운 우리자리 간판이 걸려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공부방을 대표하는 간판인만큼 이것 역시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갖고자 하였다. 6차 수업 전날 공부방에서 자체적으로 아이들이 원하는 간판의 모양을 한 장씩 그려보는 활동을 진행했고, 6차 수업은 이 결과물과 작가들이 추가로 작업한 디자인 그림을 가지고 각각의 아이디어들을 살펴보고 의견을 주고 받는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공부방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여전히 우리 이름을 순서대로 불러대며, 그 외 오

지않은 선생님들도 찾고, 있었던 일 얘기에, 하고 있던 게임이나 놀이에 너무나 자

연스럽게 우리를 참여시키는 아이들... 이녀석들아.. 너희들의 내공이 부럽다.

아무래도 모두가 보는 공부방 간판 시안에 대한 작업인지라, 오늘 수업은 저학년

아이들까지 함께 하기로 하여, 광혁, 영재, 예진, 지수가 함께 했는데... 그래서 그

런지 조금 더 산만한 분위기가 우리를 감싸돌기 시작했다.. 저학년인데도 뭔가 듬

직하고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광혁은 영재 옆에 바짝 붙어앉아서, 영재가 관

심을 가지면 자기도 관심을 보이고, 아니면 그냥 책을 보기도 했다. 저 책을 접으

라고 할까 말까.. 안 보는 듯하면서 계속 고민하는 나다...

오늘 수업은 전 시간 아이들이 그렸던 간판시안과 작가들의 시안을 보면서, 실제

로 설치를 할 경우에 가능할지 불가능할지에 대한 여부와, 글씨배치와 글씨체, 그

리고 그 외 조형작업 추가 부분에 대한 얘기를 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못보던 친구

가 한 명 있다. 공부방에 새로 왔다는, 머리를 질끈 묶고 머리띠를 한 여자아이 소

희. 소희에게 무카가 그간 있었던 일과 간판 시안작업에 대한 이야기와 친구들이

그린 시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줬고, 이어서 작가쪽 라쿠부터 자신의 시안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바퀴와 그 외 다양한 재활용 재료들을 사용해서 ‘우리자리 공부방’ 글씨를 꾸민다는 의견을 반쯤

했을때, 가은과 지수가 바퀴가 떨어질 것 같다느니, 차라리 그림으로 그리자느니, 그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내기 시작

했고, 다흰이는 바퀴가 좋다며 더 큰 바퀴로 하자고 하여 라쿠를 웃게 했다..ㅎ

그 다음으로 사막이 사막다운 드로잉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설명한다. 냄비가 돌아가고, (먹는) 파, (문구류) 자 등이

글씨를 이루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조형작업으로 설치되며, 글씨의 획마다 못을 박아 전깃줄이나 철사로 서로를 이

어서 ‘우리자리’ 글씨가 완성되는 시안. 예상했던대로.. 못을 튼튼하게 박아야 될 것 같고, 철사가 너무 가늘어 안보

일지도 모른다는 다흰과 가은의 의견이 있었다. 애들아, 그건 우리도 염려하는 부분이란다.. 우리 어떻게 해볼까? ㅎ 역

시나 선생님들은 갖은 재료를 사용해 보려고 하는 게 보였고, 아이들은 글씨의 모양이나 배치에 대한 관심이 컸으며, 의

외로, 설치되는 부분에 대한 걱정이나 염려가 컸다.

공부방 간판 디자인 논의하기

Page 9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91

90 :공부방영역6차

이어서 아이들이 자신의 시안 설명을 하게 되었

는데, 다흰과 유진, 예진이는, 글씨는 페인트로 쓰

자 하였고, 추가로 시들지 않는 꽃을 글씨의 부분

으로 사용하자는 재밌는 의견도 있었다. 다흰이의

시안에 분홍색 가위가 있었는데, 그 가위는 실제

가위로 위험하지 않게 잘 부착할 수 있으면 좋겠

다고 하였다. 나부터도 어려서부터 어른들이 ‘이

건 위험해서 안돼.’ 라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염려

되는 부분은 많았지만, 다흰이 외 다른 아이들도

그 부분은 다르지 않은지, 어떤 설치물에 대한 안

전 여부는 꼭 묻곤 했다.

예진과 세령은 조형작업에 대한 제안을 했는데,

실제 종을 설치해서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입구에

서 종소리가 났으면 한다 하였고, 간판 앞 쪽에 까

딱까딱거리며 인사하는 손을 만들어 붙이자는 의

견은 작가들이 듣고도 솔깃한 아이디어였다. 그러

면서도.. 까딱거리는 손은 어떻게 설치를 해야할

지.. 현실적인 고민에 각자 빠지는 게 내심 얼굴에

비쳐지는 작가들......ㅎㅎ 까딱거리는 손 말고도

골판지로 글씨를 붙여넣자는 의견, 글씨의 테두리

빈 공간을 솜으로 눈이 오는 것처럼 꾸미자는 의

견들은 우리 작가들을 심한 고민으로 빠지게 했다.. “현

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종이는 비에 젖잖아?” 라고 얘

기하면 “젖지않는 골판지로 하면 되잖아요.” 라고 너무

나 당차게 대답해서 더욱 허무해지게 하는 당돌한 우리

아이들.. 그래, 우리도 비에 젖지 않는 골판지, 비가 와

도 솜이 안 젖고 안 떨어지는 재료들을 구하고 싶단다. 그

거... 어디에 팔까???

작가와 아이들의 상상력이 공부방의 옥상쯤으로 열기가

뻗칠때쯔음,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무카가 고맙게도 정

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가 간판을 만들 때, 우

리의 모든 의견들을 수렴하고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모습은 어떤 게 있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 지금 서로 조

정하고 정리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일단은 꼭 들

어가야 할 ‘구립 신림3동 청소년 우리자리 공부방’ 이라

는 글씨는 살려서, 크게 해야 할 글씨는 재활용 사물을 이

용하고, 꼭 들어가야 하지만 보일 정도로만 들어갈 글씨

는, 아이들 의견처럼 페인트로 쓰거나 ‘우리자리 공부방’

보다는 눈에 띄지 않게 하자는 것. 그리고 그 외의 조형작업들은 실제로 설치 가능하고 위험여부가 없는 쪽으로, 최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수용해서, 작가들이 온갖 정보와 노력을 동원해서 만들어보겠다.. 하는 식의 정리로.. 오늘 간판 시안

에 대한 작가와 아이들의 협의 및 의견 교류가 정리된 듯 했다.

개구지고 어지간히 심한 장난 좋아하는 아이들이, 엄청 엉뚱하기도 하지만 당돌하게 의견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 이

거 뭔가 할 만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자신들의 공간이라 그런지, 잘 꾸미고 싶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들이 커서, 알고

있는 재료나 글씨체와 색깔에 대한 고집들이 한 시간 반 안에 두서없이 쏟아져 나왔고, 수업이 끝나고도 자신의 의견에

대한 선생님들의 생각이 어떠한지, 실제로 설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계속된 물음에, 우리 작가들은 최대한 열심히 해보

겠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ㅎ

수업이 끝나고 다시 시작된 미장작업에도, 아이들은 오며 가며 함께 했고, 위험하기도 하고 작업이 더뎌지기도 해서

약간의 감정조절을 필요로 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작업과 프로그램에.. 점점 익숙해지고 몸과 맘이 맞춰져 가는 것

같은 오늘이다..

Page 9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이어서 아이들이 자신의 시안 설명을 하게 되었

는데, 다흰과 유진, 예진이는, 글씨는 페인트로 쓰

자 하였고, 추가로 시들지 않는 꽃을 글씨의 부분

으로 사용하자는 재밌는 의견도 있었다. 다흰이의

시안에 분홍색 가위가 있었는데, 그 가위는 실제

가위로 위험하지 않게 잘 부착할 수 있으면 좋겠

다고 하였다. 나부터도 어려서부터 어른들이 ‘이

건 위험해서 안돼.’ 라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염려

되는 부분은 많았지만, 다흰이 외 다른 아이들도

그 부분은 다르지 않은지, 어떤 설치물에 대한 안

전 여부는 꼭 묻곤 했다.

예진과 세령은 조형작업에 대한 제안을 했는데,

실제 종을 설치해서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입구에

서 종소리가 났으면 한다 하였고, 간판 앞 쪽에 까

딱까딱거리며 인사하는 손을 만들어 붙이자는 의

견은 작가들이 듣고도 솔깃한 아이디어였다. 그러

면서도.. 까딱거리는 손은 어떻게 설치를 해야할

지.. 현실적인 고민에 각자 빠지는 게 내심 얼굴에

비쳐지는 작가들......ㅎㅎ 까딱거리는 손 말고도

골판지로 글씨를 붙여넣자는 의견, 글씨의 테두리

빈 공간을 솜으로 눈이 오는 것처럼 꾸미자는 의

견들은 우리 작가들을 심한 고민으로 빠지게 했다.. “현

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종이는 비에 젖잖아?” 라고 얘

기하면 “젖지않는 골판지로 하면 되잖아요.” 라고 너무

나 당차게 대답해서 더욱 허무해지게 하는 당돌한 우리

아이들.. 그래, 우리도 비에 젖지 않는 골판지, 비가 와

도 솜이 안 젖고 안 떨어지는 재료들을 구하고 싶단다. 그

거... 어디에 팔까???

작가와 아이들의 상상력이 공부방의 옥상쯤으로 열기가

뻗칠때쯔음,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무카가 고맙게도 정

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가 간판을 만들 때, 우

리의 모든 의견들을 수렴하고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모습은 어떤 게 있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 지금 서로 조

정하고 정리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일단은 꼭 들

어가야 할 ‘구립 신림3동 청소년 우리자리 공부방’ 이라

는 글씨는 살려서, 크게 해야 할 글씨는 재활용 사물을 이

용하고, 꼭 들어가야 하지만 보일 정도로만 들어갈 글씨

는, 아이들 의견처럼 페인트로 쓰거나 ‘우리자리 공부방’

보다는 눈에 띄지 않게 하자는 것. 그리고 그 외의 조형작업들은 실제로 설치 가능하고 위험여부가 없는 쪽으로, 최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수용해서, 작가들이 온갖 정보와 노력을 동원해서 만들어보겠다.. 하는 식의 정리로.. 오늘 간판 시안

에 대한 작가와 아이들의 협의 및 의견 교류가 정리된 듯 했다.

개구지고 어지간히 심한 장난 좋아하는 아이들이, 엄청 엉뚱하기도 하지만 당돌하게 의견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 이

거 뭔가 할 만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자신들의 공간이라 그런지, 잘 꾸미고 싶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들이 커서, 알고

있는 재료나 글씨체와 색깔에 대한 고집들이 한 시간 반 안에 두서없이 쏟아져 나왔고, 수업이 끝나고도 자신의 의견에

대한 선생님들의 생각이 어떠한지, 실제로 설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계속된 물음에, 우리 작가들은 최대한 열심히 해보

겠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ㅎ

수업이 끝나고 다시 시작된 미장작업에도, 아이들은 오며 가며 함께 했고, 위험하기도 하고 작업이 더뎌지기도 해서

약간의 감정조절을 필요로 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작업과 프로그램에.. 점점 익숙해지고 몸과 맘이 맞춰져 가는 것

같은 오늘이다..

Page 9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6차수업 결과물

●간판 디자인 시안

○ 좌측상단부터 아래로 다흰 / 승빈 / 유진, ○우측상단부터 아래로 세령 / 예진 / 지수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공부방영역6차

9392

Page 9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좌측상단부터 아래로 혜민 / 전지1 / 사막 ○우측상단부터 아래로 라쿠 / 가은 / 사막2

Page 9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난 수업에서는, 아이들과 공동체 미술팀이 함께 각자의 아이디어 스케치를 살펴보면서, 간판의 모양과 그

에 따른 재료들의 장단점을 생각해 보고, 실제 설치했을 때 재료가 상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나 견고하게

간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해 보았다. 이후, 공동체 미술팀은 오늘의 수업을 위해, 공부방 간

판에 대한 아이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바탕으로, 간판 제작에 적합하다고 느껴지는 재활용 재료들을 모으고

찾아보는 사전 작업을 하였다. 뭔가 개성있고, 공부방스러운 간판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을 물색하기로 한 것이

다. 각각의 재료가 지닌 튼실함을 고려하면서 재료의 모양이 지닌 특성을 살려, 간판의 글자를 나타내는 재미난

상상력을 발휘하게끔 하는 재료들을 찾아보았고, 새 것이나 기성품이 아닌, 버려진 것이나 재활용 소품을 중심

으로 그럴만한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공동체미술팀 작업실에서 찾을 수 있었던 생활 소도구, 재활

용품부터 시작해, 신림 3동 이곳 저곳을 거닐며 간판 재료가 될 만한 것들을 모아 보았더니, 아이들과 함께 이

야기해 볼 만한 것들이 꽤 많이 쌓였다.

7차수업

지난 시간에 많은 의견이 나왔음에도, 아이들이 머리 속으로 상상하는 것과 실물을 보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어, 의견이 제시된 여러 재활용 물품들을 직접 준비하여 간판 크기의 나무판 위에 실제로 놓아보면서, 간판의 재료와 디자인을 합의하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오늘 수업은, 이렇게 모은 재활용 소품들을 하나씩 꺼내 보면서, 지난 시간 머릿

속에서만 그려본 아이디어들을 어떻게 실제 사물을 통해 구성할지,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보는 내용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 간판이 설치될 공부방 입구 위쪽의 공

간과 면적이 비슷한 합판을 준비하여, 그 위에 미리 준비한 재활용 소품들을 이리

저리 배치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번 공부방 마루 공사를 마치고 남

은 합판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오늘 수업 교구에 포함시켰다. 구체적인 대상이 주

어지면 그만큼 간판 조형에 있어서 현실적인 부분들을 볼 수 있을 것이고, 하나의

사물을 아이들마다 다른 시각으로 어떻게 바라보는지 확인할 수 있기도 하기 때

문에... 또 그런 차이들을 서로서로 이야기해 보면, 좀 더 재미나고 특색있는 간판

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수업 시작할 시간이 다가오자, 공동체 미술팀은 간판 제작을 위해 모아둔 재료들

을 한아름씩 안고 공부방으로 향했다. 공동체 미술팀이 모아온 재료들과 지난 번

이야기했던 간판 조형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연결되어 간판 디자인에 반영될 수 있

을지를 확정하는 내용으로 수업 방향을 잡았다.

먼저, 지난 시간 공부방 간판제작을 위해 이야기했던 아이디어들을 다시 한 번 상

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자 크기는 어떤 식으로 결정했으면 좋겠고, 색깔이나 설치 방법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정리

되었던 이런 저런 제안들을 아이들 저마다 이야기한다. 자신들이 이야기한 아이디어들은 어김없이 기억하는 걸 보면 간

판 조형에 관심들을 꽤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문선이는 오늘 수업에 약간 시큰 둥한가 보다. 수업을 진행

하는 무카가 문선에게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먼저 신호를 보내보지만, 오늘은 영 내키지 않는 걸까. 그렇다고 문선이를

억지로 수업에 동참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수업에 대해 관심이 생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그것은 아이들

이 직접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억지로 집중을 시키는 것보다는 아이들이 집중하고 싶어하는

동기들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더 나은 방식일거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아이

들만의, 수업에 임하는 방식과 태도가 분명 있으니, 인정해주고 오늘의 수업을 시작한다.

라쿠는 오늘 수업에서 아이들이 좀 더 흥미를 가지고 집중하게 하기 위해, 나름의 기지를 발휘하여 약간은 홈쇼핑스러

공부방 간판 재료 선택과 아이디어 내기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공부방영역7차

9594

Page 9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난 수업에서는, 아이들과 공동체 미술팀이 함께 각자의 아이디어 스케치를 살펴보면서, 간판의 모양과 그

에 따른 재료들의 장단점을 생각해 보고, 실제 설치했을 때 재료가 상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나 견고하게

간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해 보았다. 이후, 공동체 미술팀은 오늘의 수업을 위해, 공부방 간

판에 대한 아이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바탕으로, 간판 제작에 적합하다고 느껴지는 재활용 재료들을 모으고

찾아보는 사전 작업을 하였다. 뭔가 개성있고, 공부방스러운 간판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을 물색하기로 한 것이

다. 각각의 재료가 지닌 튼실함을 고려하면서 재료의 모양이 지닌 특성을 살려, 간판의 글자를 나타내는 재미난

상상력을 발휘하게끔 하는 재료들을 찾아보았고, 새 것이나 기성품이 아닌, 버려진 것이나 재활용 소품을 중심

으로 그럴만한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공동체미술팀 작업실에서 찾을 수 있었던 생활 소도구, 재활

용품부터 시작해, 신림 3동 이곳 저곳을 거닐며 간판 재료가 될 만한 것들을 모아 보았더니, 아이들과 함께 이

야기해 볼 만한 것들이 꽤 많이 쌓였다.

7차수업

지난 시간에 많은 의견이 나왔음에도, 아이들이 머리 속으로 상상하는 것과 실물을 보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어, 의견이 제시된 여러 재활용 물품들을 직접 준비하여 간판 크기의 나무판 위에 실제로 놓아보면서, 간판의 재료와 디자인을 합의하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오늘 수업은, 이렇게 모은 재활용 소품들을 하나씩 꺼내 보면서, 지난 시간 머릿

속에서만 그려본 아이디어들을 어떻게 실제 사물을 통해 구성할지,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보는 내용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 간판이 설치될 공부방 입구 위쪽의 공

간과 면적이 비슷한 합판을 준비하여, 그 위에 미리 준비한 재활용 소품들을 이리

저리 배치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번 공부방 마루 공사를 마치고 남

은 합판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오늘 수업 교구에 포함시켰다. 구체적인 대상이 주

어지면 그만큼 간판 조형에 있어서 현실적인 부분들을 볼 수 있을 것이고, 하나의

사물을 아이들마다 다른 시각으로 어떻게 바라보는지 확인할 수 있기도 하기 때

문에... 또 그런 차이들을 서로서로 이야기해 보면, 좀 더 재미나고 특색있는 간판

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수업 시작할 시간이 다가오자, 공동체 미술팀은 간판 제작을 위해 모아둔 재료들

을 한아름씩 안고 공부방으로 향했다. 공동체 미술팀이 모아온 재료들과 지난 번

이야기했던 간판 조형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연결되어 간판 디자인에 반영될 수 있

을지를 확정하는 내용으로 수업 방향을 잡았다.

먼저, 지난 시간 공부방 간판제작을 위해 이야기했던 아이디어들을 다시 한 번 상

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자 크기는 어떤 식으로 결정했으면 좋겠고, 색깔이나 설치 방법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정리

되었던 이런 저런 제안들을 아이들 저마다 이야기한다. 자신들이 이야기한 아이디어들은 어김없이 기억하는 걸 보면 간

판 조형에 관심들을 꽤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문선이는 오늘 수업에 약간 시큰 둥한가 보다. 수업을 진행

하는 무카가 문선에게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먼저 신호를 보내보지만, 오늘은 영 내키지 않는 걸까. 그렇다고 문선이를

억지로 수업에 동참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수업에 대해 관심이 생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그것은 아이들

이 직접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억지로 집중을 시키는 것보다는 아이들이 집중하고 싶어하는

동기들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더 나은 방식일거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아이

들만의, 수업에 임하는 방식과 태도가 분명 있으니, 인정해주고 오늘의 수업을 시작한다.

라쿠는 오늘 수업에서 아이들이 좀 더 흥미를 가지고 집중하게 하기 위해, 나름의 기지를 발휘하여 약간은 홈쇼핑스러

공부방 간판 재료 선택과 아이디어 내기

Page 9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운 재료 홍보를 생각해냈다. 재료 하나하나를 상

품 소개하듯 이야기하며, 아이들이 간판에 썼으면

하는 재료들을 선택해 보기로 한 것이다. 우선 미

리 간판 크기대로 잘라온 합판을 책상 위에 펼쳐

놓고 아이들이 간판의 대략적인 규모를 가늠하게

한 후, 바로 재료를 꺼내들 준비에 들어간다.

자, 그럼 첫 번째 재료 등장이요~ 냄비뚜껑을

꺼내 보이며 아이들에게 냄비 뚜껑이 지닌 모양과

형태, 색깔 등을 설명해주고, 이 재료가 간판에 어

떻게 사용될 수 있을지를 물었다. “모양이 동그랗

게 생겼으니까 간판에 설치해서 빙글빙글 돌았으

면 좋겠어요”, “글자 모양으로 활용해봐요~” 등

등. 아이들은 나름 진지한 모드로 라쿠가 들고 있

는 냄비뚜껑을 바라본다. 일단 냄비뚜껑은 글자

나 간판에 들어갈 조형물로 인기가 있는 모양이

라 간판 재료로 확정해 놓고 곧이어 다른 재료를

등장시킨다.

이번에 나온 재료는 화장실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좌변기. 좌변기의 등장으로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

린다. 생각지도 못한 재료라서일까, 아니면 그 재

료가 화장실에서 나온 것이 그냥 우스워서일까.

다시 한 번 진지한 표정으로 제품(?)의 특징들을 설명해

주는 라쿠. 이 재료는 어디에 쓰면 좋을지 쉽게 의견들이

나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모양이나 구조가 좀 특이하지.

그러자 아이들 몇몇이 좌변기는 간판에 쓰지말고 공부방

우체통 만들기할 때 쓰자는 제안을 한다. 그래, 간판에 직

접 쓰기에는 좌변기는 좀 애매한 듯. 간판 재료에서는 탈

락되었지만 재미난 우체통을 기대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번엔 다 쓰고 버린 빈 세탁 세제통이 나온다. 알록달

록 원색의 작은 세제통을 보고 그 모양 때문인지 종을 만

들어 간판에 붙이자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오호, 제법 기

발한데... 그런데 플라스틱 재질이라 종소리가 날까 하는

걱정도 잠시, 아이들의 강력 추천으로 간판재료에 포함

시키게 되었다. 이거 자칫하다가는 공동체 미술팀이 간판

만들기할 때 고생 좀 하겠는걸.

다음 간판 재료 후보로 나온 재활용품은 주방에서 흔히

보는 것이다. 바로 고무장갑. 욘석을 간판 제작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아니, 쓸 수 있기나 할까. 라쿠의 딱딱

한 발상은 아이들의 상상력 앞에서 크게 한 방 맞는다. “

간판 위에 설치해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것처럼 만들어

요~”, “그래, 공부방에 오는 손님들이나 사람들이 보면

즐거워 하잖아요”. 아이들의 엉뚱발랄한 제안에 크게 한

바탕 웃는다. 고무장갑이 손 모양으로 되어 있으니, 그것을 움직이는 모빌 조각처럼 설치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재미난 아이디어지만 그걸 어떻게 설치해야할까? 설치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공동

체미술팀끼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볼 꺼리가 되었다. ㅋㅋ

간판 재료 홍보에 탄력이 붙자, 바로 바로 준비한 재료들이 재빨리 등장한다. 이번엔 또 뭘까를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기대하는 아이들. 파란색을 띤 삼각형 모양의 옷걸이 등장이요~ 가느다란 선으로 구성된 옷걸이는 글자 모양 ‘ㅜ’, ‘ㅏ’

와도 유사하여, 간판 재료에 쓰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글자처럼 보일 수 있을까? 라쿠가 미

리 재활용 재료를 활용하여 만들어 본 글자판을 보여주면서 도움설명을 진행했다. ‘우리’라는 글자가 보이는 글자판인

데 버려진 합판 조각 위에 글자 모양대로 못을 박고 그 못들을 색깔 실로 이어서 만든 간판 예시 작품이다. 재활용 소품

인 옷걸이는 약간의 힘을 주어 구부려보면 변형도 수월하여, 글자를 표현할 때 적합한 재료라는 생각. 비슷한 이유로,

뒤에 나온 버려진 전선들과 색깔이 선명한 물 호스도 글자를 표현할 때 적절하다 판단하여 간판재료에 확정되었다. 글

씨체로 과연 표현이 잘 되는지, 아이들과 전지, 사막이 합판 위에 이리저리 구부리고 휘어 보며, 제법 그럴듯하게 글자

모양을 잡아내었다. 옷걸이는 뒤집혀져 ‘우리자리’ 의 ‘ㅜ’가 되고 전선과 물 호스는 ‘리자리’ 글자가 되는 식이다. 아이

들도 보면서 흡족해 하는 모양이다.

또 어떤 재활용 소품이 기다리고 있을까. 공부방 조형작업인 공동 툇마루를 만들면서 남은, 올록볼록 결이 나 있는 스

기목 조각이 책상 위에 놓여졌다. 다른 재료들과는 다르게 재질이 나무이며, 자르고 붙이는 것이 용이한 재료임을 설명

해주자 아이들의 반응이 이어진다. “나무에 색칠을 해서 붙여요”, “그 나무 조각들을 잘라서 여러 개로 만들어서 간판

배경으로 써요~” 등등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지난 시간, 골판지에 대한 애정과다로, 끝까지 간판에 골판지를 활용해야

한다고 고집했던 가은이에게, 골판지와 모양이나 효과가 비슷하니 골판지 대신 이 재료를 간판에 활용하면 어떨지 묻자,

많이는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수긍하는 눈치다. ㅋㅋㅋ 이로써 골판지 사용에 관한 건은 일단락되는 듯...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공부방영역7차

9796

Page 9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운 재료 홍보를 생각해냈다. 재료 하나하나를 상

품 소개하듯 이야기하며, 아이들이 간판에 썼으면

하는 재료들을 선택해 보기로 한 것이다. 우선 미

리 간판 크기대로 잘라온 합판을 책상 위에 펼쳐

놓고 아이들이 간판의 대략적인 규모를 가늠하게

한 후, 바로 재료를 꺼내들 준비에 들어간다.

자, 그럼 첫 번째 재료 등장이요~ 냄비뚜껑을

꺼내 보이며 아이들에게 냄비 뚜껑이 지닌 모양과

형태, 색깔 등을 설명해주고, 이 재료가 간판에 어

떻게 사용될 수 있을지를 물었다. “모양이 동그랗

게 생겼으니까 간판에 설치해서 빙글빙글 돌았으

면 좋겠어요”, “글자 모양으로 활용해봐요~” 등

등. 아이들은 나름 진지한 모드로 라쿠가 들고 있

는 냄비뚜껑을 바라본다. 일단 냄비뚜껑은 글자

나 간판에 들어갈 조형물로 인기가 있는 모양이

라 간판 재료로 확정해 놓고 곧이어 다른 재료를

등장시킨다.

이번에 나온 재료는 화장실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좌변기. 좌변기의 등장으로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

린다. 생각지도 못한 재료라서일까, 아니면 그 재

료가 화장실에서 나온 것이 그냥 우스워서일까.

다시 한 번 진지한 표정으로 제품(?)의 특징들을 설명해

주는 라쿠. 이 재료는 어디에 쓰면 좋을지 쉽게 의견들이

나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모양이나 구조가 좀 특이하지.

그러자 아이들 몇몇이 좌변기는 간판에 쓰지말고 공부방

우체통 만들기할 때 쓰자는 제안을 한다. 그래, 간판에 직

접 쓰기에는 좌변기는 좀 애매한 듯. 간판 재료에서는 탈

락되었지만 재미난 우체통을 기대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번엔 다 쓰고 버린 빈 세탁 세제통이 나온다. 알록달

록 원색의 작은 세제통을 보고 그 모양 때문인지 종을 만

들어 간판에 붙이자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오호, 제법 기

발한데... 그런데 플라스틱 재질이라 종소리가 날까 하는

걱정도 잠시, 아이들의 강력 추천으로 간판재료에 포함

시키게 되었다. 이거 자칫하다가는 공동체 미술팀이 간판

만들기할 때 고생 좀 하겠는걸.

다음 간판 재료 후보로 나온 재활용품은 주방에서 흔히

보는 것이다. 바로 고무장갑. 욘석을 간판 제작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아니, 쓸 수 있기나 할까. 라쿠의 딱딱

한 발상은 아이들의 상상력 앞에서 크게 한 방 맞는다. “

간판 위에 설치해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것처럼 만들어

요~”, “그래, 공부방에 오는 손님들이나 사람들이 보면

즐거워 하잖아요”. 아이들의 엉뚱발랄한 제안에 크게 한

바탕 웃는다. 고무장갑이 손 모양으로 되어 있으니, 그것을 움직이는 모빌 조각처럼 설치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재미난 아이디어지만 그걸 어떻게 설치해야할까? 설치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공동

체미술팀끼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볼 꺼리가 되었다. ㅋㅋ

간판 재료 홍보에 탄력이 붙자, 바로 바로 준비한 재료들이 재빨리 등장한다. 이번엔 또 뭘까를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기대하는 아이들. 파란색을 띤 삼각형 모양의 옷걸이 등장이요~ 가느다란 선으로 구성된 옷걸이는 글자 모양 ‘ㅜ’, ‘ㅏ’

와도 유사하여, 간판 재료에 쓰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글자처럼 보일 수 있을까? 라쿠가 미

리 재활용 재료를 활용하여 만들어 본 글자판을 보여주면서 도움설명을 진행했다. ‘우리’라는 글자가 보이는 글자판인

데 버려진 합판 조각 위에 글자 모양대로 못을 박고 그 못들을 색깔 실로 이어서 만든 간판 예시 작품이다. 재활용 소품

인 옷걸이는 약간의 힘을 주어 구부려보면 변형도 수월하여, 글자를 표현할 때 적합한 재료라는 생각. 비슷한 이유로,

뒤에 나온 버려진 전선들과 색깔이 선명한 물 호스도 글자를 표현할 때 적절하다 판단하여 간판재료에 확정되었다. 글

씨체로 과연 표현이 잘 되는지, 아이들과 전지, 사막이 합판 위에 이리저리 구부리고 휘어 보며, 제법 그럴듯하게 글자

모양을 잡아내었다. 옷걸이는 뒤집혀져 ‘우리자리’ 의 ‘ㅜ’가 되고 전선과 물 호스는 ‘리자리’ 글자가 되는 식이다. 아이

들도 보면서 흡족해 하는 모양이다.

또 어떤 재활용 소품이 기다리고 있을까. 공부방 조형작업인 공동 툇마루를 만들면서 남은, 올록볼록 결이 나 있는 스

기목 조각이 책상 위에 놓여졌다. 다른 재료들과는 다르게 재질이 나무이며, 자르고 붙이는 것이 용이한 재료임을 설명

해주자 아이들의 반응이 이어진다. “나무에 색칠을 해서 붙여요”, “그 나무 조각들을 잘라서 여러 개로 만들어서 간판

배경으로 써요~” 등등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지난 시간, 골판지에 대한 애정과다로, 끝까지 간판에 골판지를 활용해야

한다고 고집했던 가은이에게, 골판지와 모양이나 효과가 비슷하니 골판지 대신 이 재료를 간판에 활용하면 어떨지 묻자,

많이는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수긍하는 눈치다. ㅋㅋㅋ 이로써 골판지 사용에 관한 건은 일단락되는 듯...

Page 9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간판 재료 정하기의 열기가 최고조에 다다를 때

쯤, 오늘 준비한 재활용 소품의 히든카드가 등장

했다. 바로 버려진 우산. 철로 만들어진 우산살이

망가져 제대로 우산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버려진

것을, 전지가 수업 전에 수집하여 오늘 가져온 것

이다. 아이들 일제히 박장대소~ 이 우산이 지닌

재료의 특성과 모양들을 설명하기 위해 라쿠가 고

장난 우산을 활짝 펴보이자, 아이들이 우산의 어

쩡쩡한 모양새를 보고 웃기 시작한 것이다. 자,

이 우산으로 간판을 꾸민다고 하면 어떻게 가공해

볼 수 있을까? 생각하기 좀 어려운 재료였나, 간

판에 활용해봄직은 한데,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는 당장에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다. 하

지만 아예 빼지는 말았으면, 하는 의견들이라 일

단 보류를 한다.

마지막으로 미리 준비하여 수업에 가져온 재료

중 가장 크기와 부피가 큰 폐타이어를 아이들 앞

에 보여주자, 다시 한 번 재료에 집중, 타이어에

대한 질문공세가 잇따른다. 타이어를 어디서 가져

왔는지서부터, 간판과는 직접 관계없는 물음들이

금새 꼬리를 문다. 공부방 앞에 끈으로 매달아 그

네로 활용하자는 의견과 굴러갈 수 있게 설치하자는 의견

들이 나오는 바람에, 그건 간판의 기능과 맞지 않고 설치

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이야기해주며 간신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전지는 타이어를 작게 쪼개어 간판 글자 모양

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제안하며, 아이들이 타이

어를 간판재료로써 생각할 수 있게끔 재차 관심을 유도했

지만, 타이어가 지닌 모양새에 대해 즉각 반응한 아이들

은 간판에의 현실적인 대입을 쉽사리 생각지 못하는 것처

럼 느껴지기도 했다.

준비한 재활용 소품들 중, 아이들이 간판 재료에 활용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했으면 좋겠다고 적극적으

로 추천한 것들을 정리해보면, 냄비뚜껑과 세제통, 고무

장갑과 옷걸이, 마루를 만들고 남은 스기목 조각들, 그리

고 전선과 물 호스 등이었다.

아이들과 이번 시간을 통해 간판을 꾸밀 재료들을 직접

고르면서, 나름대로의 선정 이유와 재료에 대한 활용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버려진 사물 하나하

나가 어떠한 목적으로, 또 어떠한 의도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단순히 버려지고 쓸모없는 물건이 아니라 새롭게

재사용될 수 있음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

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우리자리 공부방 간판을 아이들

이 스스로 정한 아이디어와 시안을 통해 작업하는 과정을 밟아가는 것 또한, 공동체 미술팀이 아이들과 함께 느끼고자

하는 것이기에 오늘 수업은 꽤 중요했다는 생각이다. 이제 아이들이 정한 재료를 어떻게 현실적인 조형으로 실제 설치하

느냐가 문제로 남았다. 음, 쉽진 않겠다... --;

공동체미술을가꾸다: 99

98 :공부방영역7차

Page 10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간판 재료 정하기의 열기가 최고조에 다다를 때

쯤, 오늘 준비한 재활용 소품의 히든카드가 등장

했다. 바로 버려진 우산. 철로 만들어진 우산살이

망가져 제대로 우산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버려진

것을, 전지가 수업 전에 수집하여 오늘 가져온 것

이다. 아이들 일제히 박장대소~ 이 우산이 지닌

재료의 특성과 모양들을 설명하기 위해 라쿠가 고

장난 우산을 활짝 펴보이자, 아이들이 우산의 어

쩡쩡한 모양새를 보고 웃기 시작한 것이다. 자,

이 우산으로 간판을 꾸민다고 하면 어떻게 가공해

볼 수 있을까? 생각하기 좀 어려운 재료였나, 간

판에 활용해봄직은 한데,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는 당장에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다. 하

지만 아예 빼지는 말았으면, 하는 의견들이라 일

단 보류를 한다.

마지막으로 미리 준비하여 수업에 가져온 재료

중 가장 크기와 부피가 큰 폐타이어를 아이들 앞

에 보여주자, 다시 한 번 재료에 집중, 타이어에

대한 질문공세가 잇따른다. 타이어를 어디서 가져

왔는지서부터, 간판과는 직접 관계없는 물음들이

금새 꼬리를 문다. 공부방 앞에 끈으로 매달아 그

네로 활용하자는 의견과 굴러갈 수 있게 설치하자는 의견

들이 나오는 바람에, 그건 간판의 기능과 맞지 않고 설치

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이야기해주며 간신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전지는 타이어를 작게 쪼개어 간판 글자 모양

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제안하며, 아이들이 타이

어를 간판재료로써 생각할 수 있게끔 재차 관심을 유도했

지만, 타이어가 지닌 모양새에 대해 즉각 반응한 아이들

은 간판에의 현실적인 대입을 쉽사리 생각지 못하는 것처

럼 느껴지기도 했다.

준비한 재활용 소품들 중, 아이들이 간판 재료에 활용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했으면 좋겠다고 적극적으

로 추천한 것들을 정리해보면, 냄비뚜껑과 세제통, 고무

장갑과 옷걸이, 마루를 만들고 남은 스기목 조각들, 그리

고 전선과 물 호스 등이었다.

아이들과 이번 시간을 통해 간판을 꾸밀 재료들을 직접

고르면서, 나름대로의 선정 이유와 재료에 대한 활용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버려진 사물 하나하

나가 어떠한 목적으로, 또 어떠한 의도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단순히 버려지고 쓸모없는 물건이 아니라 새롭게

재사용될 수 있음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

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우리자리 공부방 간판을 아이들

이 스스로 정한 아이디어와 시안을 통해 작업하는 과정을 밟아가는 것 또한, 공동체 미술팀이 아이들과 함께 느끼고자

하는 것이기에 오늘 수업은 꽤 중요했다는 생각이다. 이제 아이들이 정한 재료를 어떻게 현실적인 조형으로 실제 설치하

느냐가 문제로 남았다. 음, 쉽진 않겠다... --;

Page 10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가 주룩주룩 내렸던 9월 6일, 우리는 주인 아줌마와의 마찰과 계속되는 의견 대치로 인해, 약간은 피곤하

지만 그래도 여전히 해결점을 발견하기 위해, 우산을 펴고 비디오를 들고 우리자리 공부방으로 향했다.

공부방으로 향하는 중, 우산을 씌워주는 무카언니의 깜찍한 미소를 비디오로 찍으면서도 장난을 치면서, 나는

그녀의 미소에 약간의 부담을 품으며 공부방에 도착했다.

공부방으로 우리들이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이 무카언니를, 그리고 쩐지언니를 업고 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업는 행위는, 안는 행위를 더 천진난만하게 표현한 놀이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업고 또 선생

님들은 아이들을 업으면서 공부방 안을 휘젓고 돌아다녔다. 아이들을 진정시킨 후, 우리는 수업을 시작했다.

우리는 전지에 그려서 위에 비닐을 붙었던 텃밭의 지금의 풍경을 테이블에 펼치고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아이

8차수업

조형작업을 진행하던 중, 미리 협의는 하였으나 공사 현장에는 뒤늦게 와보게 된 공부방 앞집 주인에게서, 작업하고 있는 텃밭과 툇마루가 소음과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피해가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주민과의 합의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작업이 중단되었고, 작업된 툇마루를 부분 수정해야 할 상황이 되면서, 함께 작업에 참여한 아이들도 이러한 상황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표현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까지의 상황을 아이들이 모두 공유하고, 공부방의 입장과 주민의 입장을 모두 이해해 보면서 토론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하였다.

들에게 지금까지의 상황을 모두 설명해 주면서 우리가 찾아가야 할 방향을 찾으려

고 하는 듯... 어제 있었던 앞집 주인 아줌마와 아저씨와의 토론 내용을, 무카는 아

이들에게 차근차근히 이야기해 주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집 밖에서 아이들이 나무

마루 위를 뛰어다니면 주위에서 들을 때 시끄럽고, 툇마루가 높아서 툇마루에 서면

1층의 집안이 보이므로 사생활 침해의 문제가 있어, 다음에 세입자가 들어오지 못

할 수도 있으며,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 사생활과 소음의 문제로 이사갈 수도 있어

서 피해가 된다고 했던 이야기를, 무카는 아이들과 대화의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었

다. 이렇게 전지 위에 그렸던 지금까지 작업한 툇마루와 텃밭의 풍경은 이제 새롭

게 어떻게 생각해 보아야 할까? 라는 무카의 이야기로, 예전에 그려놓았던 전지 시

안그림 위에, 그림은 휴지로 지우고 새롭게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텃밭 뒤에 공간이 있는 것을 중고생 아이들이 알고, 밤에 와서 담배를 피우거나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을 하니, 가은이가 꽁초들 때문에 지저분해질 수 있

다고 했고, 유진이는 버릴 수 있는 곳에 버려줬음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이 들어 올 수 없게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어?” 라고 무카가 질문

하자, 세령이는 “문을 만들어요!”, 혜민이는 “문을 만들어서 열쇠를 만들어요.” 라

고 이야기했다. 승빈이는 작업실 문에 발이 있는것처럼, 사람들이 못 들어오게 가

릴 수 있게 발을 만들어서 가려놓자고 했고, 우리는 현실적으로 설치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가

은이는 텃밭 앞에 있는 담을 더 높게 쌓아서 시선을 가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의견을 냈고, 그런 방법은 건물에 사는 주민

이 외관상으로 봤을 때 답답해 보일 수 있다고 무카가 이야기했다. 다흰이는 문에 보안 시스템을 달아서 늦에 들어오면

딩동딩동 소리가 나는 장치를 설치하자는 이야기를 했고, 이 이야기에 현주 선생님은 “시끄러운 문제 때문에 공놀이도

못하게 됐는데, 그런 걸 설치하면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수도 있어요.” 라는 말씀을 하셨다.1) 덧붙여 이 곳에 사는 주민

공부방 조형작업에 관련된 주민과의 갈등 토론해보기

1) “다흰이가 텃밭 앞에 문을 설치하고 거기에 딩동 소리가 나는 장치를 달아서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지 알게 하자고 하자,

현주샘 : 그런 소리가 나면 더 시끄러워지지 않을까? 우리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공부방 주변 사람들도 생각해야 할 것 같아. 동네에서 시끄럽고 불편해 하기 때문에 공부방 앞에서 공놀이를 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이번에도 비슷한 문제인 것 같아.무카 : 우리가 주민 입장이라고 한 번 생각해 보자. 너희들은 혹시 반대로, 너희가 집에 있는데 주변이 시끄럽거나 그랬던 적은 없어?혜민 : 우리집 앞에서 동네 애들이 시끄럽게 놀았던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한참이 지나도 계속 노는 거에요. 무카 : 그때는 기분이 어땠어?혜민 : 솔직히 인제 자고 싶고 조용했으면 좋겠는데 계속 시끄럽게 노니까, 그 때는 그만 놀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주샘 : 주민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혜민이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아.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공부방영역8차

101100

Page 10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가 주룩주룩 내렸던 9월 6일, 우리는 주인 아줌마와의 마찰과 계속되는 의견 대치로 인해, 약간은 피곤하

지만 그래도 여전히 해결점을 발견하기 위해, 우산을 펴고 비디오를 들고 우리자리 공부방으로 향했다.

공부방으로 향하는 중, 우산을 씌워주는 무카언니의 깜찍한 미소를 비디오로 찍으면서도 장난을 치면서, 나는

그녀의 미소에 약간의 부담을 품으며 공부방에 도착했다.

공부방으로 우리들이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이 무카언니를, 그리고 쩐지언니를 업고 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업는 행위는, 안는 행위를 더 천진난만하게 표현한 놀이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업고 또 선생

님들은 아이들을 업으면서 공부방 안을 휘젓고 돌아다녔다. 아이들을 진정시킨 후, 우리는 수업을 시작했다.

우리는 전지에 그려서 위에 비닐을 붙었던 텃밭의 지금의 풍경을 테이블에 펼치고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아이

8차수업

조형작업을 진행하던 중, 미리 협의는 하였으나 공사 현장에는 뒤늦게 와보게 된 공부방 앞집 주인에게서, 작업하고 있는 텃밭과 툇마루가 소음과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피해가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주민과의 합의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작업이 중단되었고, 작업된 툇마루를 부분 수정해야 할 상황이 되면서, 함께 작업에 참여한 아이들도 이러한 상황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표현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까지의 상황을 아이들이 모두 공유하고, 공부방의 입장과 주민의 입장을 모두 이해해 보면서 토론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하였다.

들에게 지금까지의 상황을 모두 설명해 주면서 우리가 찾아가야 할 방향을 찾으려

고 하는 듯... 어제 있었던 앞집 주인 아줌마와 아저씨와의 토론 내용을, 무카는 아

이들에게 차근차근히 이야기해 주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집 밖에서 아이들이 나무

마루 위를 뛰어다니면 주위에서 들을 때 시끄럽고, 툇마루가 높아서 툇마루에 서면

1층의 집안이 보이므로 사생활 침해의 문제가 있어, 다음에 세입자가 들어오지 못

할 수도 있으며,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 사생활과 소음의 문제로 이사갈 수도 있어

서 피해가 된다고 했던 이야기를, 무카는 아이들과 대화의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었

다. 이렇게 전지 위에 그렸던 지금까지 작업한 툇마루와 텃밭의 풍경은 이제 새롭

게 어떻게 생각해 보아야 할까? 라는 무카의 이야기로, 예전에 그려놓았던 전지 시

안그림 위에, 그림은 휴지로 지우고 새롭게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텃밭 뒤에 공간이 있는 것을 중고생 아이들이 알고, 밤에 와서 담배를 피우거나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을 하니, 가은이가 꽁초들 때문에 지저분해질 수 있

다고 했고, 유진이는 버릴 수 있는 곳에 버려줬음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이 들어 올 수 없게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어?” 라고 무카가 질문

하자, 세령이는 “문을 만들어요!”, 혜민이는 “문을 만들어서 열쇠를 만들어요.” 라

고 이야기했다. 승빈이는 작업실 문에 발이 있는것처럼, 사람들이 못 들어오게 가

릴 수 있게 발을 만들어서 가려놓자고 했고, 우리는 현실적으로 설치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가

은이는 텃밭 앞에 있는 담을 더 높게 쌓아서 시선을 가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의견을 냈고, 그런 방법은 건물에 사는 주민

이 외관상으로 봤을 때 답답해 보일 수 있다고 무카가 이야기했다. 다흰이는 문에 보안 시스템을 달아서 늦에 들어오면

딩동딩동 소리가 나는 장치를 설치하자는 이야기를 했고, 이 이야기에 현주 선생님은 “시끄러운 문제 때문에 공놀이도

못하게 됐는데, 그런 걸 설치하면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수도 있어요.” 라는 말씀을 하셨다.1) 덧붙여 이 곳에 사는 주민

공부방 조형작업에 관련된 주민과의 갈등 토론해보기

1) “다흰이가 텃밭 앞에 문을 설치하고 거기에 딩동 소리가 나는 장치를 달아서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지 알게 하자고 하자,

현주샘 : 그런 소리가 나면 더 시끄러워지지 않을까? 우리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공부방 주변 사람들도 생각해야 할 것 같아. 동네에서 시끄럽고 불편해 하기 때문에 공부방 앞에서 공놀이를 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이번에도 비슷한 문제인 것 같아.무카 : 우리가 주민 입장이라고 한 번 생각해 보자. 너희들은 혹시 반대로, 너희가 집에 있는데 주변이 시끄럽거나 그랬던 적은 없어?혜민 : 우리집 앞에서 동네 애들이 시끄럽게 놀았던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한참이 지나도 계속 노는 거에요. 무카 : 그때는 기분이 어땠어?혜민 : 솔직히 인제 자고 싶고 조용했으면 좋겠는데 계속 시끄럽게 노니까, 그 때는 그만 놀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주샘 : 주민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혜민이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아.

Page 10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들도 생각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역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아이디어들이 새록새록 나

오고, 우리는 그 의견을 현실에 대입했을 때, 어떤

반응과 효과들이 생길 수 있는지 이야기를 계속하

면서, 우리가 텃밭과 툇마루를 만들면서 주의해야

할 몇 부분들을 이해해보고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 사람들은 많은 의견과 다른 생각들을 가

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공동체미술답게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양보도 하기 위해, 두 팀으로 나

눠서, 한쪽은 공동체미술팀 및 공부방팀이 되어

보기로 하고, 한쪽팀은 앞집 주인 아주머니와 아

저씨 및 주민의 입장이 되어 보기로 했다. 단, 다

른 팀을 공격하거나 비난적인 어휘를 사용하지 않

기로 했다.

무카가 공부방 역할을 할 팀과 주민 역할을 할

사람은 각각 손을 들어보라고 했고, 공부방팀은

무카, 승빈, 다흰, 유진, 세령, 문선, 가영이가,

주민팀은 라쿠, 혜민, 전지, 세리, 가은이가 하기

로 했다. 각자의 팀에 맞춰서 우리는 자리를 바꾸

고, 공부방팀인 무카네 팀은 앞 쪽 칠판 쪽에 앉

아서 이야기를 했고, 주민팀인 라쿠팀은 테이블

뒤 쪽에 빙 둘러 앉아서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시

간을 가졌다.

서로 이렇게 잠깐 이야기를 한 후, 현주선생님이 사회

를 맡아서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

자인 현주선생님은 먼저 “우리가 왜 이런 텃밭과 툇마루

를 만들었을까?” 라는 질문을 했다. 먼저 공부방팀에서

주장을 했다. 다흰이는 놀려고, 승빈이는 자연학습을 위

해서, 문선이는 아이들이 편하게 놀기 위해서, 가영이는

쉬기 위해서라고 했고, 유진이는 안전한 곳을 만들기 위

해서 라고 했다. 그 때 주민측인 전지는 “시끄러워요, 마

루가 올라와 집안이 다 보여요, 잘 만들어 놓아서 담배피

는 학생들이 올 것 같아요.” 라고 했다. 또 라쿠는 “집값

도 떨어지고 곤란해요. 치우세요!” 라고 했고, 가은이는

아이들이 놀다가 보면 쓰레기를 버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

로 의지를 굳게 내세웠다.

주민측의 발언에, 바로 공부방측인 세령은 “아저씨가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셨는데, 이사를 왔는데 아이들이 이

곳에 텃밭을 가꾸면 좋지 않을까요?” 라고 했고, 이에 대

해 주민팀은 “아직 완성 되지도 않았는데, 노는 것 뿐만

이 아니라 지금 만들면서도 시끄러워요.” 라고 반박했다.

이때 유진이는, “담을 넘어 온다고 하셨는데 넘어갈 이유

는 없는것 같아요.” 라고 했고, 다흰이는 또 다시 높은 담을 쌓으면 된다고 했다. 라쿠는 그 의견에 그럼 넘 답답하다고

했고, 세령은 담을 넘어온다고 해도 집에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했다. 사회자인 현주선생님이, “저 공간을 자연학습도 하

고 쉴 수 있게 마루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가요?” 라는 말씀을 해주셨고, 주민측의 의견은, 의도는 좋지만 밤이 되

면 아이들이 찾아와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나무는 썩으면 냄새가 나고 다음에 악취가 날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공부방측은 방수액을 바르면 된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주장 중, 주민측인 가은이는 “저는 자연 학습 자체가 싫어요!”

라는 대발언을 했고, 공부방측은 어차피 밤에는 밖에 아이들이 안 올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때 사회자인 현주 선생님께서 “더 필요한 것이 있나요? 이제는 어떻게 했으면 좋을까요?” 라는 말씀을 하셨고, 아

이들은 별다른 대답이 없었다. “없다면 각자 팀끼리 회의 한 후, 다시 회의 시작하도록 합시다.” 라고 하셨고, 각자의 팀

끼리 모여 약 10분정도 각자의 생각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가진 후, 입장에 대하여 정리를 하기로 했다.

10분후, 주민측인 다흰이는 낮잠을 잘 때 시끄럽다면서 조용히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고, 전지는 밭이 있는 것

은 좋은데 마루가 있으면 애들은 시끄러울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것 같으니, 어느 정도 마루는 없애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은 안달아도 괜찮다고... 라쿠는 다른 것들은 괜찮지만 여전히 아이들이 떠드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공부방 측인 승빈이는 조치를 취해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고, 가은이는 주민 의견과

공부방 의견을 반반씩 해서, 마루를 반만 깔고 앞집이 보이는 것은 발을 설치하여 가리겠다고 했다. 현주 선생님은 각자

의 의견을 절충해 보자고 말씀하셨고, 유진이는 마루의 높이를 낮추자고 했다. 전지는 움직일 수 있는 평상을 만들어서

옮길 수 있게 하는 건 어떻겠냐고 말을 했는데, 이때 세리가 그럴려면 평상이 공부방 앞 쪽으로 나올 수 있는 길이 있어

야 한다고 덧붙여 주었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03

102 :공부방영역8차

Page 10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들도 생각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역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아이디어들이 새록새록 나

오고, 우리는 그 의견을 현실에 대입했을 때, 어떤

반응과 효과들이 생길 수 있는지 이야기를 계속하

면서, 우리가 텃밭과 툇마루를 만들면서 주의해야

할 몇 부분들을 이해해보고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 사람들은 많은 의견과 다른 생각들을 가

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공동체미술답게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양보도 하기 위해, 두 팀으로 나

눠서, 한쪽은 공동체미술팀 및 공부방팀이 되어

보기로 하고, 한쪽팀은 앞집 주인 아주머니와 아

저씨 및 주민의 입장이 되어 보기로 했다. 단, 다

른 팀을 공격하거나 비난적인 어휘를 사용하지 않

기로 했다.

무카가 공부방 역할을 할 팀과 주민 역할을 할

사람은 각각 손을 들어보라고 했고, 공부방팀은

무카, 승빈, 다흰, 유진, 세령, 문선, 가영이가,

주민팀은 라쿠, 혜민, 전지, 세리, 가은이가 하기

로 했다. 각자의 팀에 맞춰서 우리는 자리를 바꾸

고, 공부방팀인 무카네 팀은 앞 쪽 칠판 쪽에 앉

아서 이야기를 했고, 주민팀인 라쿠팀은 테이블

뒤 쪽에 빙 둘러 앉아서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시

간을 가졌다.

서로 이렇게 잠깐 이야기를 한 후, 현주선생님이 사회

를 맡아서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

자인 현주선생님은 먼저 “우리가 왜 이런 텃밭과 툇마루

를 만들었을까?” 라는 질문을 했다. 먼저 공부방팀에서

주장을 했다. 다흰이는 놀려고, 승빈이는 자연학습을 위

해서, 문선이는 아이들이 편하게 놀기 위해서, 가영이는

쉬기 위해서라고 했고, 유진이는 안전한 곳을 만들기 위

해서 라고 했다. 그 때 주민측인 전지는 “시끄러워요, 마

루가 올라와 집안이 다 보여요, 잘 만들어 놓아서 담배피

는 학생들이 올 것 같아요.” 라고 했다. 또 라쿠는 “집값

도 떨어지고 곤란해요. 치우세요!” 라고 했고, 가은이는

아이들이 놀다가 보면 쓰레기를 버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

로 의지를 굳게 내세웠다.

주민측의 발언에, 바로 공부방측인 세령은 “아저씨가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셨는데, 이사를 왔는데 아이들이 이

곳에 텃밭을 가꾸면 좋지 않을까요?” 라고 했고, 이에 대

해 주민팀은 “아직 완성 되지도 않았는데, 노는 것 뿐만

이 아니라 지금 만들면서도 시끄러워요.” 라고 반박했다.

이때 유진이는, “담을 넘어 온다고 하셨는데 넘어갈 이유

는 없는것 같아요.” 라고 했고, 다흰이는 또 다시 높은 담을 쌓으면 된다고 했다. 라쿠는 그 의견에 그럼 넘 답답하다고

했고, 세령은 담을 넘어온다고 해도 집에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했다. 사회자인 현주선생님이, “저 공간을 자연학습도 하

고 쉴 수 있게 마루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가요?” 라는 말씀을 해주셨고, 주민측의 의견은, 의도는 좋지만 밤이 되

면 아이들이 찾아와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나무는 썩으면 냄새가 나고 다음에 악취가 날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공부방측은 방수액을 바르면 된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주장 중, 주민측인 가은이는 “저는 자연 학습 자체가 싫어요!”

라는 대발언을 했고, 공부방측은 어차피 밤에는 밖에 아이들이 안 올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때 사회자인 현주 선생님께서 “더 필요한 것이 있나요? 이제는 어떻게 했으면 좋을까요?” 라는 말씀을 하셨고, 아

이들은 별다른 대답이 없었다. “없다면 각자 팀끼리 회의 한 후, 다시 회의 시작하도록 합시다.” 라고 하셨고, 각자의 팀

끼리 모여 약 10분정도 각자의 생각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가진 후, 입장에 대하여 정리를 하기로 했다.

10분후, 주민측인 다흰이는 낮잠을 잘 때 시끄럽다면서 조용히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고, 전지는 밭이 있는 것

은 좋은데 마루가 있으면 애들은 시끄러울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것 같으니, 어느 정도 마루는 없애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은 안달아도 괜찮다고... 라쿠는 다른 것들은 괜찮지만 여전히 아이들이 떠드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공부방 측인 승빈이는 조치를 취해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고, 가은이는 주민 의견과

공부방 의견을 반반씩 해서, 마루를 반만 깔고 앞집이 보이는 것은 발을 설치하여 가리겠다고 했다. 현주 선생님은 각자

의 의견을 절충해 보자고 말씀하셨고, 유진이는 마루의 높이를 낮추자고 했다. 전지는 움직일 수 있는 평상을 만들어서

옮길 수 있게 하는 건 어떻겠냐고 말을 했는데, 이때 세리가 그럴려면 평상이 공부방 앞 쪽으로 나올 수 있는 길이 있어

야 한다고 덧붙여 주었다.

Page 10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이야기를 계속 하는 중 벌써 6시가 다가왔고, 무카가 수업을 정리했다. 무카는 안쪽 툇마루를 떼어내고 안쪽

은 밭으로 하거나 움직이는 평상을 안에 설치하는 것을 고려해보겠다고 했지만, 정확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우리는 수업을 마쳤다.

이 날 수업의 핵심은 한 쪽의 입장만 주장하지 않고 서로가 남을 생각하고 잘 절충할 수 있는 해결점을 찾으려

고 노력했다는 점인 것 같다. 모두 같이 만족할 수 있고 모두 같이 사는 공동체적인 삶에서, 서로 어떻게 지혜롭

게, 그리고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살 수 있는지 아이들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었을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현주선생님과 공동체미술팀들은 수업 후에 툇마루로 나와서 다시 대책회의를 했고, 정확한 해결점을 찾지 못

했다. 다들 조금씩의 답답함을 가지고, 우리끼리 어떤 협의점을 찾는 것보다는, 앞집에 사는 주민들과 공부방

관련 사람들을 모두 만나보면서, 우리가 만들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지금까지 공

사한 텃밭과 툇마루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보기로 했다. 다음 주에는 공사를 다시 해야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그

날을 마무리지었다.

▒ 공부방 조형작업에 관련된 주민과의 갈등 이야기

공부방과 마주하고 있는 집은 다세대 주택이다. 툇마루와 텃밭 작업을 시작하기 전, 프로젝트 기획단계에

서, 앞집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들과의 1차 협의를 진행하였고, 실제 거주하고 있지는 않지만, 공부방 교사

의 연락을 받고 찾아온 주택 실소유자 부부와도 조형작업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 후, 조형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툇마루와 텃밭의 전체 윤곽이 보일만큼 공사가 진행된 후 다시 찾아온 앞집 주인부부가 공사에 대

한 불만을 제기하였다. 앞집의 주요 불만사항은 툇마루가 높아 담벼락이 낮은 앞집이 들여다보일 수 있으므

로, 살고 있는 세입자의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부분과 공부방 현관부터 안쪽까지 툇마루가 연결되면서 외부

인들의 출입이 잦아져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무마루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놀게 되면서

생기는 소음 문제였다. 초반에 이야기로 진행했던 협의와 실제 공사가 진행되어 눈에 보이는 상황과의 차이

가 원인인 듯 하였다.

앞집 주인부부와의 재협의를 거치며, 공부방 주변의 집들을 모두 찾아다니며 공사의 의의와 내용을 다시

설명하는 과정을 거쳐 수정 도안을 다시 잡았다. 공부방 전면의 툇마루를 부분 철거하고,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벽돌길을 만드는 등의 수정작업을 진행하였고, 아이들과도 앞집의 입장을 고려해 토론수업을 진행

하며 툇마루에서 활동할 때에는 좀 더 조용히 하기로 약속하는 등 여러가지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수정공사 중 다시 찾아온 앞집 주인부부는 다시 앞서의 협의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재수정과 툇

마루 철거를 요구하였다. 역시 사생활침해와 소음이 문제였고, 이로 인해 집값이 하락하거나 세입자가 새로

들어오지 않게 되는 등의 이유를 우려하는 듯 하였다. 텃밭과 툇마루가 설치되는 공간 자체는 공부방에 속

한 영역이기는 하지만,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과의 협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다시 몇 차례의 협의

를 진행하였고, 결국 안쪽 툇마루를 뜯어내 부분적으로 높이를 낮추고, 현관부분을 제외한 전면 툇마루도 뜯

어내어 작은 밭으로 꾸미는 것으로 수정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두 번의 수정작업을 거친 후에도, 앞집

주인부부는 역시 진행된 작업에 불만을 토로하였다. 결국 앞집 담벼락과 맞닿아있는 텃밭 흙을 다시 퍼내어

앞집과 마찰이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하여, 초기의 모습대로 앞집 담벼락을 따라 진입로를 다시 만

드는 수정작업을 거쳐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 조형작업의 세부 수정과정은 공부방 조형작업 내용 참조공동체미술을가꾸다:

:공부방영역8차

105104

Page 10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이야기를 계속 하는 중 벌써 6시가 다가왔고, 무카가 수업을 정리했다. 무카는 안쪽 툇마루를 떼어내고 안쪽

은 밭으로 하거나 움직이는 평상을 안에 설치하는 것을 고려해보겠다고 했지만, 정확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우리는 수업을 마쳤다.

이 날 수업의 핵심은 한 쪽의 입장만 주장하지 않고 서로가 남을 생각하고 잘 절충할 수 있는 해결점을 찾으려

고 노력했다는 점인 것 같다. 모두 같이 만족할 수 있고 모두 같이 사는 공동체적인 삶에서, 서로 어떻게 지혜롭

게, 그리고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살 수 있는지 아이들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었을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현주선생님과 공동체미술팀들은 수업 후에 툇마루로 나와서 다시 대책회의를 했고, 정확한 해결점을 찾지 못

했다. 다들 조금씩의 답답함을 가지고, 우리끼리 어떤 협의점을 찾는 것보다는, 앞집에 사는 주민들과 공부방

관련 사람들을 모두 만나보면서, 우리가 만들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지금까지 공

사한 텃밭과 툇마루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보기로 했다. 다음 주에는 공사를 다시 해야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그

날을 마무리지었다.

▒ 공부방 조형작업에 관련된 주민과의 갈등 이야기

공부방과 마주하고 있는 집은 다세대 주택이다. 툇마루와 텃밭 작업을 시작하기 전, 프로젝트 기획단계에

서, 앞집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들과의 1차 협의를 진행하였고, 실제 거주하고 있지는 않지만, 공부방 교사

의 연락을 받고 찾아온 주택 실소유자 부부와도 조형작업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 후, 조형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툇마루와 텃밭의 전체 윤곽이 보일만큼 공사가 진행된 후 다시 찾아온 앞집 주인부부가 공사에 대

한 불만을 제기하였다. 앞집의 주요 불만사항은 툇마루가 높아 담벼락이 낮은 앞집이 들여다보일 수 있으므

로, 살고 있는 세입자의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부분과 공부방 현관부터 안쪽까지 툇마루가 연결되면서 외부

인들의 출입이 잦아져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무마루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놀게 되면서

생기는 소음 문제였다. 초반에 이야기로 진행했던 협의와 실제 공사가 진행되어 눈에 보이는 상황과의 차이

가 원인인 듯 하였다.

앞집 주인부부와의 재협의를 거치며, 공부방 주변의 집들을 모두 찾아다니며 공사의 의의와 내용을 다시

설명하는 과정을 거쳐 수정 도안을 다시 잡았다. 공부방 전면의 툇마루를 부분 철거하고,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벽돌길을 만드는 등의 수정작업을 진행하였고, 아이들과도 앞집의 입장을 고려해 토론수업을 진행

하며 툇마루에서 활동할 때에는 좀 더 조용히 하기로 약속하는 등 여러가지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수정공사 중 다시 찾아온 앞집 주인부부는 다시 앞서의 협의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재수정과 툇

마루 철거를 요구하였다. 역시 사생활침해와 소음이 문제였고, 이로 인해 집값이 하락하거나 세입자가 새로

들어오지 않게 되는 등의 이유를 우려하는 듯 하였다. 텃밭과 툇마루가 설치되는 공간 자체는 공부방에 속

한 영역이기는 하지만,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과의 협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다시 몇 차례의 협의

를 진행하였고, 결국 안쪽 툇마루를 뜯어내 부분적으로 높이를 낮추고, 현관부분을 제외한 전면 툇마루도 뜯

어내어 작은 밭으로 꾸미는 것으로 수정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두 번의 수정작업을 거친 후에도, 앞집

주인부부는 역시 진행된 작업에 불만을 토로하였다. 결국 앞집 담벼락과 맞닿아있는 텃밭 흙을 다시 퍼내어

앞집과 마찰이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하여, 초기의 모습대로 앞집 담벼락을 따라 진입로를 다시 만

드는 수정작업을 거쳐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 조형작업의 세부 수정과정은 공부방 조형작업 내용 참조

Page 10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쿠로일기

20070905

그날은 쿠로가 꾸물꾸물 학교에 가기 싫

은 그날. 하지만..앞으로 엄청난 일이 벌

어지리라곤 상상도 못한 그런 아침이었

습니다.

냉랭...라운드 원

라운드 투

아무리 라쿠님의 설명이 있어

도.. 아주머니의 입장은 변하

지 않았죠..

현장을 보고 얘기를 나누어도

결국엔

아주머니의 손이 위로 올라가고

아저씨가 담배피는 그런 결과를 가져온거죠..힘이 빠집니다..

한두번도 아닌데 공동첼 만날때면... 자꾸만 말문이

막혀서 담배만 피워댔죠공동체미술을가꾸다: 107

106 :공부방공간조형

.

.

아아아악

한번만

도와주십쇼

Page 10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공부방텃밭과툇마루조형

- 재

활용쓰레기들이 버

려지고 활

용도가 낮

았던 공

부방 옆

기존 텃

밭이 위

치한 공

간의 텃

밭을 확

장하고, 공

부방 입

구의 계

단과 텃

밭 옆

공간을 툇

마루로 조

형하여, 생

명 살

림을 학

습하고 휴

식하

며, 동네 주

민들도 쉽

게 접

근할 수

있는 장

소로 활

용할 수

있도록 하

였다.

02.우리자리공부방간판과우체통

- 교

육 프

로그램에서 공

부방 조

형계획을 함

께 논

의하는 과

정에서, 공

부방에 간

판과 우

체통을 만

들어 달

자는 의

견이 나

옴에 따

라, 아이들과 함

께 디

자인을 논

의하여 합

의한 후

, 간판과 우

체통

을 제

작하여 부

착하였다.

▒ 책

임작가 :

사막 ▒

진행기간 :

2007

. 8. 2

0. ~

10. 8.

공부방

영역 공

간조형

{

Page 10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공부방텃밭과툇마루조형

-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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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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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동네 주

민들도 쉽

게 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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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할 수

있도록 하

였다.

02.우리자리공부방간판과우체통

-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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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임작가

: 사막

▒ 진

행기간 : 2

007.

공부방

영역 공

간조

{

- 기술지원 : 건설 공동체 ‘우리 일터’ 이공석, 박세원, 박경수, 윤장한 님

- 설치 장소 : 우리자리 공부방 건물 전면 골목 - 건물 왼편 공간

- 재료 : 벽돌, 시멘트, 흙, 자갈, 스기목, 각재, 황토몰탈 등

기존 텃밭이 위치한 공간의 시멘트 바닥을 흙으로 덮어 공간 전체를 텃밭으로 확장

하고, 텃밭의 테두리를 앉거나 학습할 수 있는 나무 마루의 형태로 조형하여, 텃밭

공간 자체가 생명 살림을 학습하고 휴식하며, 동네 주민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

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다. 또한 주택과 주택의 사이의 골목이 있는 공부

방 앞 공간은 아이들의 놀이장소로 이용되고 있으며, 주민들과의 대화가 이루어지기

도 하지만, 바닥이 약간 비탈져 있고, 공부방 계단의 각진 모서리와 차가운 재질로

인해, 계단에서의 놀이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위험요소를 내

포하고 있다. 공부방 입구의 계단을 텃밭과 연결된 나무 툇마루로 조형하여, 공부방

내부와 외부 공간을 잇고 동네 골목길과 자연스럽게 만나면서, 동네의 공동 벤치가

되기도 하고 툇마루가 되기도 하는 공공의 공간을 만들어 보고자 하였다.

공부방 텃밭과 툇마루 조형●조형작가 : 사막, 라쿠, 전지, 쿠로, 야자수, 오십원, 무카, 마고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공부방공간조형

109108

Page 11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공부방텃밭과툇마루조형

-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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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가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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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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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동네 주

민들도 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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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다.

02.우리자리공부방간판과우체통

-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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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임작가

: 사막

▒ 진

행기간 : 2

007.

공부방

영역 공

간조

{

1. 조형영역의 공간 구성 및 실행계획 세우기 : 2007. 5월 - 7월

- 프로젝트팀 내부 회의 및 공부방 교사와의 협의를 통해 1차 공간 구성 계획 수립

* 위 / 텃밭시안, 좌 / 공부방 전

면부 시안

Page 11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공부방텃밭과툇마루조형

-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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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로 조형하여,

생명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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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동네 주

들도 쉽

게 접

근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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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할 수

있도록 하

였다.

02.우리자리공부방간판과우체통

-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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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하는 과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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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아이들과 함

▒ 책

임작가 :

사막 ▒

진행기간 :

2007

. 8. 2

0. ~

10. 8.

공부방

영역 공

간조형

{* 조형공간청소와 식물 옮겨심기

2. 공부방 조형영역 작업 : 2007. 8. 20 - 9. 3

- 공부방 아이들과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들이 계획한 1차 조형시안에 아이들의 의견을 추가하여 최종 시

안을 정리한 후 조형 작업 진행.

●아이들과 합의한 텃밭과 툇마

루 2차 아이디어 스케치

●텃밭과 툇마루 작업 과정

* 기존 시멘트턱 철거

* 툇마루 목공작업

* 작업 중간에 앞집 주민의 불만사항이 접수

되어 1차 수정시안 작업을 진행하였으나, 추후

주민과의 재협의시 주민이 이미 작업된 과정을

고려하여 본래의 시안으로 계속 작업함.

* 1차 수정시 주민 요구사항 : 마루가 밖에서

부터 연결되어 있으면 외부인이 출입할 수 있고

마루가 높아 맞은편 집이 들여다보이는 사생활

침해, 소음 문제 등

●1차 수정 아이디어 스케치

* 목공 마무리작업 * 미장 마무리와 텃밭 흙채우기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11

110 :공부방공간조형

Page 11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공부방텃밭과툇마루조형

-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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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임작가 :

사막 ▒

진행기간 :

2007

. 8. 2

0. ~

10. 8.

공부방

영역 공

간조형

{* 조형공간청소와 식물 옮겨심기

2. 공부방 조형영역 작업 : 2007. 8. 20 - 9. 3

- 공부방 아이들과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들이 계획한 1차 조형시안에 아이들의 의견을 추가하여 최종 시

안을 정리한 후 조형 작업 진행.

●아이들과 합의한 텃밭과 툇마

루 2차 아이디어 스케치

●텃밭과 툇마루 작업 과정

* 기존 시멘트턱 철거

* 툇마루 목공작업

* 작업 중간에 앞집 주민의 불만사항이 접수

되어 1차 수정시안 작업을 진행하였으나, 추후

주민과의 재협의시 주민이 이미 작업된 과정을

고려하여 본래의 시안으로 계속 작업함.

* 1차 수정시 주민 요구사항 : 마루가 밖에서

부터 연결되어 있으면 외부인이 출입할 수 있고

마루가 높아 맞은편 집이 들여다보이는 사생활

침해, 소음 문제 등

●1차 수정 아이디어 스케치

* 목공 마무리작업 * 미장 마무리와 텃밭 흙채우기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11

110 :공부방공간조형

Page 11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공부방텃밭과툇마루조형

-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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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우리자리공부방간판과우체통

-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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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작가 :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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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기간 : 2

007. 8

. 20. ~

공{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공부방공간조형

113112

* 툇마루 수정작업

3. 공부방 조형영역 수정 작업 : 2007. 9. 11 - 9. 17

- 2차의 합의를 거쳤음에도 앞집 주인이 다시 불만을 제기하여 협의끝에 공부방 전면 툇마루를 부분 철거하고

벽돌길로 조적.

* 주민 불만사항 : 전에 합의한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며, 앞쪽 툇마루를 철거해 달라고 요구함. 역시 소음 및

사생활 침해 문제.

●2차 수정 아이디어 스케치 ●텃밭과 툇마루 1차 수정작업 과정

* 텃밭 수정 미장작업

●3차 수정 아이디어 스케치

* 텃밭 흙 섞기

Page 11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공부방텃밭과툇마루조형

- 재

활용쓰레기들이 버

려지고 활

용도가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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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방 옆

기존 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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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옆

공간을 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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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동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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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다.

02.우리자리공부방간판과우체통

-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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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임작가 :

사막

▒ 진

행기간 : 2

007. 8

. 20. ~

공{

●조형작업 최종 아이디어 스케치

●텃밭과 툇마루 1차 수정작업 과정* 툇마루 수정과 배수 보완 작업

* 조적과 미장 재수정작업

4. 공부방 조형영역 최종 수정작업 :

2007. 9. 28 - 10. 8.

- 수정된 조형작업에 앞집 주민이 다시 동의하지 않

고, 텃밭 및 안쪽 툇마루에 배수 문제가 발생함에 따

라, 배수 문제를 보완하고, 주민과의 갈등의 소지를 최

소화하기 위해, 안쪽 툇마루를 낮추고 앞집 담과 텃밭

사이에 진입로를 재조성하는 시안으로 최종 시안을 확

정하고 수정작업을 진행

* 바닥 및 시멘트벽 미장작업

* 황토몰탈 작업

* 마무리 오일스텐 작업

Page 11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공부방텃밭과툇마루조형

- 재

활용쓰레기들이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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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가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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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방 옆

기존 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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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도 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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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우리자리공부방간판과우체통

- 교

육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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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방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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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하는 과

정에서, 공

부방에 간

판과 우

체통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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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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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한 후

, 간판과 우

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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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였다.

▒ 책

임작가 :

사막 ▒

진행기간 :

2007

. 8. 2

0. ~

10. 8.

공부방

영역 공

간조형

{

우리자리 공부방 우체통 & 간판●조형작가 : 라쿠, 전지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공간조형작업

319 320

●우리자리 공부방 우체통

- 설치 장소 : 우리자리 공부방 입구 왼쪽 외벽

- 재료 : 좌변기 뚜껑, 플라스틱 간장통을 재활용하여 설치

우리자리 공부방에는 우체통이 없어 간간히 오는 우편물은 공부방 출입구 신발

장 여기저기에 쌓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공부방 조형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우체통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제안이 나왔고, 어떻게 만들지, 어떤 재료로 만들

면 좋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재활용품들을 가지고 만들 수 있는 공부방

간판을 구상해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아이들에게서 변기 뚜껑을 재활용하여

우체통을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집배원 아저씨가 우편물을 넣을 때

변기 뚜껑을 여는 걸 상상하면서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였다. 버려진 물건들이 모두

쓸모없는 것이 아닌 새롭게 사용되어지면서 또 다른 의미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좌변기 우체통을 만들어 보았다. 상판 뚜껑은 개폐가 가능한 좌변기

를 사용하였고, 우편물 수납칸은 플라스틱 간장통을 재활용하여 편지나 작은 소포

를 넣을 수 있도록 만들어 보았다.

●우리자리 공부방 간판

- 설치 장소 : 우리자리 공부방 입구 현관 위

- 재료 : 스기목, 물호스, 전선, 뚜껑, 세제통 등 재활용 물품

매일같이 아이들이 드나드는 공부방 입구에, 이전의 정형화된 간판 형식에서 벗

어나 버려진 물건들을 재활용하여 간판으로의 변화를 시도하였다. 우리에겐 아주

친근한 물통뚜껑, 옷걸이, 오래된 빗자루, 전봇대에 오래 묶여있던 전기줄, 구멍

송송난 물호스 등이 모음과 자음의 역할을 하여 ‘우리자리’ 가 되었고, 글씨의 획

에 못을 박아 철사로 연결하여 ‘구립 신림3동 청소년’ 과 ‘공부방’ 이 되었다. 설

치 이전에 공부방 아이들이 작업한 간판 시안에서, 까딱까딱거리며 흔들리는 손

과 빙글 빙글 돌아가는 조형물 아이디어가 나와, 아이들이 공부방으로 올때 반갑

게 인사하는 흔들거리는 손과 뱅뱅 움직이는 ‘종모양 우산뱅뱅이’ 도 간판 한 켠

을 차지하게 되었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15

114 :공부방공간조형

Page 11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공부방텃밭과툇마루조형

- 재

활용쓰레기들이 버

려지고 활

용도가 낮

았던 공

부방 옆

기존 텃

밭이 위

치한 공

간의 텃

밭을 확

장하고, 공

부방 입

구의 계

단과 텃

밭 옆

공간을 툇

마루로 조

형하여, 생

명 살

림을 학

습하고 휴

식하

며, 동네 주

민들도 쉽

게 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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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장

소로 활

용할 수

있도록 하

였다.

02.우리자리공부방간판과우체통

- 교

육 프

로그램에서 공

부방 조

형계획을 함

께 논

의하는 과

정에서, 공

부방에 간

판과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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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이 나

옴에 따

라, 아이들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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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한 후

, 간판과 우

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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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하여 부

착하였다.

▒ 책

임작가 :

사막 ▒

진행기간 :

2007

. 8. 2

0. ~

10. 8.

공부방

영역 공

간조형

{

Page 11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쿠로일기

20070823

노가다 삼일째

노가다 삼일째.. 손님 맞을 준비 중..

오늘 하루 함바집 아줌마 역할까지.. 무카님 정

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엇! 카메라다... 이쁜표정 짓기.. 귀여운 백설공주 아가씨까지...

1) 점심 먹기 전

2) 점심 먹은 후

3) 저녁 먹기 전

중국에서 돌아오신 공부방

선생님과 은혜녀석

오늘 나무 조각들은 인형들의 침대가 되어주었고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정말 장인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라쿠님은 오늘도 저

아이와의 오해를 풀지

못했고,

쩐지님은 오늘도 잇몸

의 상처와 화해하지

못했다..

오늘 하루 정리하기..

삼겹살과 콜라두잔.. 그러고 난 정신을 놓아버렸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17

116

Page 11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쿠로일기

20070827

노가다 _ 육일짼가..._ 피스 박기, 미장 작

업 (아직 진행중)

끝이 보일랑 말랑..

쿠로는 하루종일 피스와 씨름했다..

손이 덜덜덜..

이건 머..하소연할곳도 없고..

그래도 매일 변화된 곳을 보고

좋아해주는 아이들 때문에 도망가지 못

하고 내일 또 신림동으로 향한다.

노가다 천사

반갑다 ......

이 아가씨들.. 전문가다.. 동네 할아버지가 놀랄만큼.. ㅎ 미장까지..깔끔하게..

아이들의 부러움 대상이 되어버린 피스 박기

한동안 쿠로는 정신이 없었다..

처음이라 그랬어

너만 보면 마음이 아파온다..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 아래서의 꿀맛같은 휴식근데 두번째 사진 먼가 웃기다..

신림동과 한몸이 되신 어느 한 노동자의 모습..입니다도와주세요..

전..건축인생이 노가다라 하지만.. 다들 어디서 오셨는

지.. 오늘따라 우리팀이 늠름해보입니다.

공부방 선생님께서 마련해주신 저녁밥상

감사히 잘먹었습니다.

Page 11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시로일기

20070914

이미 여러날이 흘러서 기억에서 이미 추억이 되버린 일이지만....(예예....제가 게을렀어요) 뒤늦게라도..지난 작업모습과 우리의 모습들

을 담아봤습니다.. 만들고, 부수고, 짓고, 들어내고의 반복을 하는 뻘짓대마왕 시행착오의 대가 우리팀....(너무 자책했나..ㅎ)

여튼,, 그날은 마루를 들어내는 가슴아픈 작업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나무하나하나 양귀퉁이 잘라내가며 , 목장갑에 본드 범벅해가며

, 아저씨 눈치 봐가며 피스 열심히 박아서 만든 마루를 들어내려니... 눈물이 앞을 가렸던것같네요. 현재, 또 바뀐 시안으로 해야할게

오만가지지만, 그날을 회상하며..그날의 모습, 기록들을 감상하시기바랍니다... 맛있는거 많이들 드시고있는지...................난 아무도없

는 작업실에서......이거 올리고 라면끓여먹을라요. 우헤헤..

우리의 수호천사. 자활아저씨..

아무리 착하시고 일잘하신다지

만..아저씨도 힘드셨는지 그날

은 별말씀없으시고

우리의 뻘짓에 눈치도 어리

를.....주셨지만. 그래도 너무너

무 감사했죠..

빠루로 마루를 뜯어내시는 모

습입니다.

이때 나타난 시로가 마루를 마지막으로 올라가 봅니다

허어어어어이! ..

내가 못을 빼고있는건지 못이 날 당

기고있는건지..

못빼기 삼매경에 빠지신 무카.

그날은 밥안하고 작업장에서 열심히

작업중... 안에있는 라쿠나..무카나...

내심. ‘ 이구조가 맞는건가..?’ 되

새김중이었을지도...ㅋㅋㅋ

아무리 뻘짓작업대마왕전지지만. 눈치껏 보조맞추느라 용쓰는 점점 근육질되가는 시로전지와 침착하게 전지의 뻘짓을 조용히 항상 마감해주고 정리해주는 사막작가. ㅋㅋ

마고도 올라오고.... 흙에 뿌릴려고 사놓은 땅콩껍질이 사무실 거름되기전에 흙에 섞는중, 라쿠의 분노의 삽질중.

이게 여자야 남자야 엄마야 아빠야? 따신밥에 찌개에 온갖 쉬

운 반찬을 이뿌게 해놓으신 라쿠....ㅋㅋㅋ 먹는 내내 맛있다

는 말을 했던 사막덕에 안나오는 맛있다는말....안할수있었던

전지는 편했다죠....헤헤 농담

잘먹었어 꽤.

덩그러니...드러내진 마루.

20평 남짓한 ㄴ 자 공간을 모두가 만족하게 만들기가

이렇게 어려울줄이야. . . 고민 많이 합니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19

118 :생태텃밭영역

Page 12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지역 생태텃밭영역

생태 공간으로서의 지역사회 텃밭 만나기

공부방에 조성된 텃밭 공간과 연계하여, 지역 내의

텃밭들을 조사하고 관찰하는 교육활동을 통해, 지

역의 다른 텃밭들, 텃밭을 가꾸는 주민들과의 관계

를 형성하고, 향후 생태 프로그램 진행의 인프라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한다.

●교육프로그램

1차여는수업 124

2차지역텃밭1차답사 128

3차답사내용정리와2차답사준비하기 142

4차지역텃밭2차답사 146

5차이미지텔링지도만들기 160

6차텃밭벽화밑그림그리기 168

7차크레파스벽화그리기 174

8차텃밭이름짓기/사진액자만들기 180

●조형영역

01꽃놀텃밭벽화 188

02생태텃밭간판 190

03모퉁이텃밭그림자벽화 191

04생태지도 192

Page 12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지역생태 텃밭영역 진행내용프로젝트의 세부 프로그램 기획을 위한 초반 지역 답사를 진행하면서, 재개발을 직접

적으로 겪지 않은 전형적인 주택가인 신림 3동 일대에, 다른 지역에 비해 소규모 텃밭

과 화분, 잘 가꾸어진 마당 등이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역생태텃밭영역은 이

러한 지역 특성을 살리고 공부방에 조성된 텃밭과 연결하여, ‘생태’라는 주제로 지

역을 돌아보고 관찰하는 활동을 시작하고자 한 영역이었다. 소규모이지만 아직도 소

중히 가꾸어지고 있는 도시 공간 속의 작은 텃밭들은, 사람들이 자연과 어떻게 공존

하고 순환하고자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했기 때

문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2차에 걸친 동네 텃밭 답사를 통해 총 12군데의 텃밭을 발견하고 관

찰해 보았고,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생태지도와 공부방 텃밭 벽화를 함께 만들어 보

았다. 그리고 답사한 텃밭 중 중점적으로 인터뷰가 진행되었던 6개 텃밭에 아이들과

함께 이름을 지어보고, 텃밭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액자와 텃밭 간판을 제작하여

선물드림으로써, 향후 공부방이 지역 주민들과의 생태적인 활동이나 프로그램을 지속

해 갈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해 보고자 하였다.

{●교육프로그램

1차수업여는수업 07.9.11.

- 텃밭과 툇마루 최종수정안 공유하기, 우리자리 텃밭에 가꾸고 싶은 것들 이야기해보기, 지금 시기에 가꿀 수 있는 작

물 조사해오기(숙제), 공부방 전면 오른쪽 화단에 화분 식물 옮겨심기

2차수업.지역텃밭1차답사 07.9.13.

- 2개 모둠으로 나누어 공부방 인근지역의 10여개 텃밭을 답사하고 기록해 보는 답사활동을 진행.

3차수업.답사내용정리와2차답사준비하기 07.9.18.

- 우리자리 공부방에서 텃밭을 가꾸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기, 텃밭에서 가꾸고 싶은 작물 정하기, 지난 답사 내용

정리 및 다음 답사 준비하기

4차수업.지역텃밭2차답사 07.9.20.

- 전체 아이들을 2개 모둠으로 나누어 지역 생태 텃밭 답사, 기록하기, 주민과의 인터뷰 진행

5차수업.이미지텔링지도만들기 07.9.27.

- 2회의 답사내용을 정리하여, 아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3개의 텃밭을 골라 지도로 그리고, 각 텃밭에서의 이미지와

기록내용을 자신만의 텃밭지도로 만드는 작업 진행

[대체수업]황토몰탈칠하기 07.10.2.

* 본래 텃밭 옆 벽화그리기를 위한 밑그림작업을 하는 날이었으나, 공부방의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서 현장학습과 운동

회가 있어, 출석률이 현저히 낮은 관계로, 공부방 텃밭 턱에 황토몰탈을 바르는 대체수업 진행

6차수업.텃밭벽화밑그림그리기 07.10.4.

- 답사를 하면서 관찰한 것들이나 텃밭에서 해보고 싶은 것, 생명이 순환되는 과정 등을 주제로 크레파스 자유화그리

기 진행

7차수업.크레파스벽화그리기 07.10.9.

- 벽화 그림 순서 합의하기, 분필로 밑그림 그리기, 크레파스로 벽화그리기

8차수업.텃밭이름짓기/주민들께드릴사진액자만들기 07.10.11.

- 공부방 텃밭 및 6개 지역텃밭 이름 짓기, 텃밭 주민들께 드릴 사진 액자 만들기

▒ 진행 : 무카 ▒ 진행장소 : 우리자리 공부방 및 신림3동, 13동 일대 ▒ 진행기간 : 2007. 9. 11. ~ 10. 11. 총 9회 진행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생태텃밭영역

121120

Page 12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지역생태 텃밭영역 진행내용프로젝트의 세부 프로그램 기획을 위한 초반 지역 답사를 진행하면서, 재개발을 직접

적으로 겪지 않은 전형적인 주택가인 신림 3동 일대에, 다른 지역에 비해 소규모 텃밭

과 화분, 잘 가꾸어진 마당 등이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역생태텃밭영역은 이

러한 지역 특성을 살리고 공부방에 조성된 텃밭과 연결하여, ‘생태’라는 주제로 지

역을 돌아보고 관찰하는 활동을 시작하고자 한 영역이었다. 소규모이지만 아직도 소

중히 가꾸어지고 있는 도시 공간 속의 작은 텃밭들은, 사람들이 자연과 어떻게 공존

하고 순환하고자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했기 때

문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2차에 걸친 동네 텃밭 답사를 통해 총 12군데의 텃밭을 발견하고 관

찰해 보았고,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생태지도와 공부방 텃밭 벽화를 함께 만들어 보

았다. 그리고 답사한 텃밭 중 중점적으로 인터뷰가 진행되었던 6개 텃밭에 아이들과

함께 이름을 지어보고, 텃밭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액자와 텃밭 간판을 제작하여

선물드림으로써, 향후 공부방이 지역 주민들과의 생태적인 활동이나 프로그램을 지속

해 갈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해 보고자 하였다.

{●교육프로그램

1차수업여는수업 07.9.11.

- 텃밭과 툇마루 최종수정안 공유하기, 우리자리 텃밭에 가꾸고 싶은 것들 이야기해보기, 지금 시기에 가꿀 수 있는 작

물 조사해오기(숙제), 공부방 전면 오른쪽 화단에 화분 식물 옮겨심기

2차수업.지역텃밭1차답사 07.9.13.

- 2개 모둠으로 나누어 공부방 인근지역의 10여개 텃밭을 답사하고 기록해 보는 답사활동을 진행.

3차수업.답사내용정리와2차답사준비하기 07.9.18.

- 우리자리 공부방에서 텃밭을 가꾸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기, 텃밭에서 가꾸고 싶은 작물 정하기, 지난 답사 내용

정리 및 다음 답사 준비하기

4차수업.지역텃밭2차답사 07.9.20.

- 전체 아이들을 2개 모둠으로 나누어 지역 생태 텃밭 답사, 기록하기, 주민과의 인터뷰 진행

5차수업.이미지텔링지도만들기 07.9.27.

- 2회의 답사내용을 정리하여, 아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3개의 텃밭을 골라 지도로 그리고, 각 텃밭에서의 이미지와

기록내용을 자신만의 텃밭지도로 만드는 작업 진행

[대체수업]황토몰탈칠하기 07.10.2.

* 본래 텃밭 옆 벽화그리기를 위한 밑그림작업을 하는 날이었으나, 공부방의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서 현장학습과 운동

회가 있어, 출석률이 현저히 낮은 관계로, 공부방 텃밭 턱에 황토몰탈을 바르는 대체수업 진행

6차수업.텃밭벽화밑그림그리기 07.10.4.

- 답사를 하면서 관찰한 것들이나 텃밭에서 해보고 싶은 것, 생명이 순환되는 과정 등을 주제로 크레파스 자유화그리

기 진행

7차수업.크레파스벽화그리기 07.10.9.

- 벽화 그림 순서 합의하기, 분필로 밑그림 그리기, 크레파스로 벽화그리기

8차수업.텃밭이름짓기/주민들께드릴사진액자만들기 07.10.11.

- 공부방 텃밭 및 6개 지역텃밭 이름 짓기, 텃밭 주민들께 드릴 사진 액자 만들기

▒ 진행 : 무카 ▒ 진행장소 : 우리자리 공부방 및 신림3동, 13동 일대 ▒ 진행기간 : 2007. 9. 11. ~ 10. 11. 총 9회 진행

Page 12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2007년 9월 12일

●지역생태텃밭영역을 시작하며

9월 12일, 진행했던 지역생태영역 전체 회의 내용입니다.인천에서부터 올라와 준 마고, 지경, 결락, 그리고 무카

와 라쿠, 사막, 야자수가 함께 했습니다.

먼저 공동체미술팀에서 지역 텃밭 답사한 내용들을 설명하면서, 전반적으로 잡고 있는 지역생태영역 프로그램

에 대한 이야기들을 정리했구요. 이에 대해 언덕길에서 현재 도시농업을 진행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도시 속에서

생태적으로 순환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 고민하면서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지경과 결락이 그간

의 경험과 학습에서 축적된 이야기들을 해주었습니다.

주요하게 이야기되었던 키워드 중심으로 보자면,

● 먼저, 도시에서 텃밭이란 영역을 가진다는 의미가 무엇일까에 대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멘트로 뒤덮힌 도시공간에서 무언가를 가꾸고 키울 수 있는 자연적인 영역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마음과 더

불어, 누가 어떻게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가의 문제도 중요한 지점이 될 수 있겠다는 부분이었죠. 가진자들이 대

부분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회에서, 자신의 땅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땅과 흙에 대한

마음을 화분이나 스티로폼 박스 등으로 대체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에 많이 공감했던 것 같아요. 실제 우리

가 답사하면서 많이 보기도 했고, 자료들에서도 나와있는 것처럼, 타인의 사유지이기는 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빈 땅들에 땅주인이 아닌 사람들이 텃밭들을 가꾸는 일들이 생각외로 보편적이었습니다. 쿠바의, 빈민들의 토

지점유운동 사례 등을 들어가며, 가진 자들의 토지 소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한 방법으로 사고할 수도 있다

는 지점을 지경이 잘 설명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언덕길에서는 직접적으로, 남의 땅이라 할지라도 빈 땅에 텃

밭을 가꾸는 일이 나쁜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했었다고 합니다. 우리자리 아이들은 초등학생들이라 그런 부분까

지 깊게 이야기하면, 우리 모두 알다시피 넘 어려워할테지만, 지역 텃밭에 대한 내부의 관점을 형성하는 중요

한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 또한 밭을 키우는 사람의 연령이나 밭을 키우는 이유, 직업 등도 중요한 키워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진

행되었지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왜 밭을 가꾸는가를 잘 들여다보면, 도시에서 텃밭이 어떤 의미를 지니느냐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겠죠. 우리도 여러 번 느낀 바 있지만, 도시에서의 텃밭이란 게, 주로 노인들의 노동의

방식이고 생계의 수단이기도 하다는 것, (남강중학교 텃밭을 가꾸셨다는, 낮에는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리어카

를 몰고, 저녁에는 남강중 텃밭을 가꾸셨다는 아저씨처럼...) 혹은 농사를 짓다가 도시에 올라와 작은 영역에서

라도 농사를 짓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이기도 할 테구요. 답사를 진행하면서, 밭을 키우시는 분들의 직업이나 연

령, 환경 등을 조사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이야기들을 했었습니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23

122 :생태텃밭영역

Page 12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다른 이야기들로는, 공동운영되는 텃밭들의 경우, 텃밭

자체가 소통과 교류의 장이 된다는 것, 그리고 텃밭이란 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넘치는 아이디어들로 가득 차 있다

는 이야기들이 있었지요.

● 언덕길에서 아이들과 농사를 지으면서 찾아본 내용들에

서, 도시농업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내용이 세 가지

라고 이야기한다는군요.

먼저, ‘흙’이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 흙이 가지고 있는 생

명력과, 흙도 사람처럼 먹고, 쉬고, 해야한다는 것 등에 대

한 부분,

두번째로는, 먹거리라는 부분의 문제, 왜 먹거리를 직접 생

산하고 소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점,

마지막으로는 에너지라는 주제가 있었습니다. 소비 위주

로 재편되어 있는 사회에서, 도시농업이란, 생산과 소비

가 유기적으로 얽혀 다시 생산을 만들어내는 순환적인 구

조로 이루어지는 방식이죠. 더불어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

와 연관해, 지렁이, 퇴비만들기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도

시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들이 생산에 다시 이용될 수 있는

한 축으로서, 에너지라는 관점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는 이

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지역 생태영역에서는, 주요하게

1. 어떤 지리적인 조건에서 밭이 발생하는가 : 도시의 빈 땅

들이기도 하고, 화분이나 스티로폼 박스이기도 한 조건들에

대한 조사와 분석

2. 어떤 사람들이, 왜 밭을 가꾸는가 :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

럼 그런 사람들은 어떤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

들인지에 대한 부분

3. 어떠한 작물들이 키워지는가, 그리고 어떠한 농법을 사

용하는가

4. 이러한 텃밭들이 지역민과 아이들에게는 실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로 정리해 보았답니다.

내부적으로 여러 번 회의를 하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내

용적인 부분을 잘 정리하지 못해 어려워하고 있었는데,

언덕길에서의 경험을 가지고 지경과 결락, 그리고 마고

가 함께 회의를 진행한 덕분에,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영

역이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흘러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정리가 잘 되었던 것 같아요.

● 추가적으로, 지역생태영역에서의 조형적인 활동이 가

능하지 않겠느냐는 마고의 제안이 있었지요.

답사를 통해 찾아낸 각 텃밭들이, 대부분 시멘트벽이나

바닥과 맞닿아 있으면서, 도시적인 삭막한 풍경을 주변

적으로 가지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에 흙이란 재질과 연

결시킬 수 있는 황토몰탈 작업을 해보고, 텃밭과 생태의

순환적인 모습을 표현하는 간단한 벽화들이 함께 작업되

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본래 계획에 없던 부분이

긴 하지만 좋은 제안인 것 같았습니다. 다만, 일정과 예

산과 인력풀 등등을 감안하고, 실제 밭이 있는 영역의 특

성과 환경을 고려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할 것인

지를 잘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

다. 아이들과 함께 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작가들이 조형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같이 생각해 보

면 좋을 것 같네요.

멀리까지 와서 같이 진지하게 이야기해 주신 인천 식구

들, 넘 감사함돠! ㅎㅎㅎ 더불어, 엄청난 양의 학습자료

두요. (사실... 프로젝트 끝날때까지 과연 다 볼 수 있을

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ㅎㅎㅎ)

Page 12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느덧 9월이다. 공부방 교육공간에 툇마루와 텃밭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앞집 주인 아줌마와 몇 가지의

마찰이 생겼기 때문에, 계획대로라면 마무리가 되었어야 할 시기일 텐데, 작업을 잠시 멈추게 되었다. 문

제점을 점검하고 보완해서 다시 앞집 아줌마와 협의하는 단계를 몇 차례 밟아야 하는 시점이다. 더디 가더라도

이 모든 과정을 아이들과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하며 진행해 가기 위해, 공동체미술팀은 매주 화, 목요일에 공부

방 아이들과 공동체 수업을 진행 중에 있다.

공부방 옆 툇마루와 텃밭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공동체미술팀이 제안하고, 여기에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고 의

견을 공유하는 수업을 진행했던 8월이 지나, 9월이 되면서는, 우리자리 공부방 옆 ‘텃밭’이 완성이 되면 무엇을

심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자연스레 생각을 연결시켜 보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신림동 지역엔 어

떤 텃밭이 있으며 무엇을 키우고 있는지, 답사를 통해 알아보고 관찰해 보면서 우리자리 텃밭에 심을 작물들을

1차수업

공부방 조형작업이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들의 교육프로그램은 지역생태텃밭영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날은 이러한 상황을 아이들과 함께 공유한 후, 우리가 만든 텃밭에 무엇을 키워보면 좋을지를 이야기해 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작물들을 직접 가꾸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가꾸어지고 있는 텃밭들을 관찰해 보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흐름으로, 지역 텃밭 답사에 대한 동기와 관심을 이끌어내 보고자 하였다.

선택하여, 생명살림의 순환을 아이들이 작접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생

태영역 수업의 흐름을 잡았다.

오늘은 그 첫 시간이다. 우중충한 날씨 탓인지, 멈칫하고 있는 툇마루공사의 시

행착오로 조금은 지쳐있는 탓인지, 교실 안 형광등이 더욱 인위적인 조명을 만들

고... 시끌벅쩍한 가운데, 문선이가 “왜 이렇게 분위기가 칙칙해요.” 라는 말을 던

졌다. 속으로 섬뜩했다. “무서운 녀석 , 어떻게 내가 느끼는 것과 이리도 같을 수

가...” 아이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고, 네모난 탁자를 빙 둘러 모두가 앉아 있을

때... 꼭, 같이 앉지 않고 저만치 앉아 있는 혜민이를 볼 수 있다. 녀석은... 아이치

곤 꽤나 시니컬한 분위기이다.

이어 수업이 시작되면서, 무카는 우리자리에 텃밭도 생겼으니 어떤 작물을 심으

면 좋을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리고는, 딱딱한 교실에서보다, 앞으로 우리가 만

들 텃밭을 직접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과, 툇마루 부분에서 어떻게

변화가 있을지 선을 그어보고 눈으로 확인하면서 최종적인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

해서 모두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 가은이는 엉덩이를 띄우지

않는 것이었다. 나가자, 나가자 하고 몇 번을 반복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떤 마

음상태이길래!! 이 아이가 가지 않겠다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내려고 나는 조용

히 물었다. “왜 , 가은이는 나가지 않을꺼야? 다른 친구들 다 나갔는데 텃밭 작물에 대해 같이 이야기해야지...” 아무말

없이 나가기 싫다는 말만 하더니 가지고 있는 종이에 무엇인가를 쓰기 시작한다. 가은이 눈엔 흔들림이 없다. 더 이상은

설득할 수 없어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기며 밖으로 나와야 했다.

인위적인 조명 아래서 밖으로 나오는 순간 볕이 따사로웠다. 쪼르르~ 툇마루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놓여있는 호

미와 모종삽으로 흙 장난을 하는 것을 보면 역시 아이들이다....^^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이어 무카는 텃밭에 무

엇을 심으면 좋을지 묻는다. 수박이요, 바나나요, 파인애플, 포도, 무, 상추, 고추, 장미, 오이요 등등 아이들이 큰소리

로 대답한다. 역시나 한껏 무더위를 넘긴 뒤여서 그런지 열대과일이 많이 나온다. “애들아, 그런데 말야, 바나나나 파인

애플은 휠씬 따뜻한 지역에서만 자라는 거라 여기서는 키울 수가 없단다....”.

여는 수업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생태텃밭영역1차

125124

Page 12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느덧 9월이다. 공부방 교육공간에 툇마루와 텃밭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앞집 주인 아줌마와 몇 가지의

마찰이 생겼기 때문에, 계획대로라면 마무리가 되었어야 할 시기일 텐데, 작업을 잠시 멈추게 되었다. 문

제점을 점검하고 보완해서 다시 앞집 아줌마와 협의하는 단계를 몇 차례 밟아야 하는 시점이다. 더디 가더라도

이 모든 과정을 아이들과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하며 진행해 가기 위해, 공동체미술팀은 매주 화, 목요일에 공부

방 아이들과 공동체 수업을 진행 중에 있다.

공부방 옆 툇마루와 텃밭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공동체미술팀이 제안하고, 여기에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고 의

견을 공유하는 수업을 진행했던 8월이 지나, 9월이 되면서는, 우리자리 공부방 옆 ‘텃밭’이 완성이 되면 무엇을

심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자연스레 생각을 연결시켜 보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신림동 지역엔 어

떤 텃밭이 있으며 무엇을 키우고 있는지, 답사를 통해 알아보고 관찰해 보면서 우리자리 텃밭에 심을 작물들을

1차수업

공부방 조형작업이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들의 교육프로그램은 지역생태텃밭영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날은 이러한 상황을 아이들과 함께 공유한 후, 우리가 만든 텃밭에 무엇을 키워보면 좋을지를 이야기해 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작물들을 직접 가꾸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가꾸어지고 있는 텃밭들을 관찰해 보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흐름으로, 지역 텃밭 답사에 대한 동기와 관심을 이끌어내 보고자 하였다.

선택하여, 생명살림의 순환을 아이들이 작접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생

태영역 수업의 흐름을 잡았다.

오늘은 그 첫 시간이다. 우중충한 날씨 탓인지, 멈칫하고 있는 툇마루공사의 시

행착오로 조금은 지쳐있는 탓인지, 교실 안 형광등이 더욱 인위적인 조명을 만들

고... 시끌벅쩍한 가운데, 문선이가 “왜 이렇게 분위기가 칙칙해요.” 라는 말을 던

졌다. 속으로 섬뜩했다. “무서운 녀석 , 어떻게 내가 느끼는 것과 이리도 같을 수

가...” 아이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고, 네모난 탁자를 빙 둘러 모두가 앉아 있을

때... 꼭, 같이 앉지 않고 저만치 앉아 있는 혜민이를 볼 수 있다. 녀석은... 아이치

곤 꽤나 시니컬한 분위기이다.

이어 수업이 시작되면서, 무카는 우리자리에 텃밭도 생겼으니 어떤 작물을 심으

면 좋을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리고는, 딱딱한 교실에서보다, 앞으로 우리가 만

들 텃밭을 직접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과, 툇마루 부분에서 어떻게

변화가 있을지 선을 그어보고 눈으로 확인하면서 최종적인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

해서 모두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 가은이는 엉덩이를 띄우지

않는 것이었다. 나가자, 나가자 하고 몇 번을 반복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떤 마

음상태이길래!! 이 아이가 가지 않겠다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내려고 나는 조용

히 물었다. “왜 , 가은이는 나가지 않을꺼야? 다른 친구들 다 나갔는데 텃밭 작물에 대해 같이 이야기해야지...” 아무말

없이 나가기 싫다는 말만 하더니 가지고 있는 종이에 무엇인가를 쓰기 시작한다. 가은이 눈엔 흔들림이 없다. 더 이상은

설득할 수 없어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기며 밖으로 나와야 했다.

인위적인 조명 아래서 밖으로 나오는 순간 볕이 따사로웠다. 쪼르르~ 툇마루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놓여있는 호

미와 모종삽으로 흙 장난을 하는 것을 보면 역시 아이들이다....^^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이어 무카는 텃밭에 무

엇을 심으면 좋을지 묻는다. 수박이요, 바나나요, 파인애플, 포도, 무, 상추, 고추, 장미, 오이요 등등 아이들이 큰소리

로 대답한다. 역시나 한껏 무더위를 넘긴 뒤여서 그런지 열대과일이 많이 나온다. “애들아, 그런데 말야, 바나나나 파인

애플은 휠씬 따뜻한 지역에서만 자라는 거라 여기서는 키울 수가 없단다....”.

여는 수업

Page 12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27

126 :생태텃밭영역1차

그리고나서,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주변(집이

나 동네 어귀)에서 어떠한 작물들을 보았는지, 누

가 키우고 계셨는지를 물어보았다. 승빈이는 언제

나처럼 환하게 이를 벌리고 씩 웃으며 “우리 집

에서 엄마가 기르는데요~.” 한다. 말이 끝나자

마자 다흰이, 세령이.. 너나 할 것 없이, “옆집

도 기르고요.”, “우리 할머니도 기른다~요.”

하면서 보았던 것들을 막힘없이 쏟아낸다. 앞으로

스스로 텃밭을 가꾸고 돌봐야 하는 너희들이 직

접, 이 시기엔 무엇을 기를 수 있는지를, 인터넷이

나 부모님, 주변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여쭈어봐

서, 무엇을 가꾸고 싶은지 조사하여 오라는 것을

숙제로 남기며, 우리는 이야기를 마무리 하였다.

그 다음에는 지난번 현관 오른쪽 옆에 작은 화

단을 만든 곳에 화초들을 옮겨 심어 보기로 하였

다. 모두가 작은 화분에 있는 분꽃이며 사랑초를

조심조심 정성을 다해 옮겨심는 가운데, 혜민이

와 세령이는 아직도 흙을 가지고 땅굴파기 놀이

에 여념이 없다.

아이들과 여러 선생님들은 분꽃 뿌리가 상하지 않

게, 한 뿌리라도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손을 모아 화단에

옮겨 심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흙놀이를 하고 있던 혜민

와 세령이가 손짓하며 부른다. 제발 한 번만 와 달라는 눈

빛이다. “선생님 여기 걸어보세요.” 흙더미를 밟아 보

라는 것이었다. 속는 셈치고 밟고 지나가니.. 케케케, 까

까까 웃는다. ^^ 아무리 밟아봐도 위험없는 구덩이다. 귀

여운 녀석들.. 화초 옮겨심기를 같이 하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천

천히 기다려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렇게 해서 꽃들은 다 옮겨 심게 되었고 기념으로 사

진을 찍기로 했다. 사진찍기에 유독 관심이 많은 소명

이가 사진기를 잡았다. 브이~ 김치~~ 스스로 흐뭇함

을 감추지 못하곤, 물을 주는 아이들의 모습 등 여러 재

미난 동작을 설정하여 사진을 찍었다. 오늘 심은 분꽃들

도, 아이들도, 나도, 물을 주고 받아먹으며 무럭무럭 자

라나길~~ ^^

Page 12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절기 피는꽃 씨뿌리기 옮겨심기 거두기

소한 (1.6~7) 추위가 기승

대한 (1.20~21) 몹시 춥다

입춘 (2.4~5) 봄기운이일어 선다

우수 (2.19~20) 얼음이 녹고비가 내림. 매화 고추

경칩 (3.6~7) 개구리가 놀라 깬다. 쑥갓

춘분 (3.21~22) 밤낮 길이가같다. 목련 개나리

호박,고구마,감자,상

추,가지,대파1차,부추

1차,홍화

청명 (4.5~4.6) 밝고 화창함 복숭아 진달래토마토 오이 참외 봄배

추 옥수수 시금치1차

곡우 (4.20~21)곡식이 잘되는 비

가내림산철쭉 유채꽃

수박 토란 들깨

생강 벼 목화가지

입하 (5.6~7) 여름기운이일어선다. 아카시아 이팝나무 고추 호박 오이 봄배추

소만 (5.21~22) 양기가 충만해진다. 배롱나무 (백일홍) 참깨 무1차토마토,수박,참외 고구마,

상추,들깨 부추2차

만종 (6.6~6.7) 햇보리가 난다 장미 시금치2차 양파

하지 (6.21~22) 해가 가장길다 밤꽃 메주콩 조 수수봄배추 마늘 밀

보리 감자

소서 (7.7~8) 더위가 기승을 시작 함 무궁화 대파 부추1차

대서 (7.23~24) 몹시 덥다 배롱나무 2차 옥수수

입추 (8.7~8) 가을 기운이일어선다. 코스모스 가을배추 홍화

처서 (7.23~24) 더위가 수그러든다. 칡꽃 무2차 양파

백로 (9.7~8) 하얀 이슬이 내린다. 싸리꽃 배롱3차 쪽파 시금치3차 가을배추 목화

추분 (9.23~24) 밤낮 길이가 같은 날 가을국화 상추 대파2차 부추2차 조 수수

한로 (10.8~9 한 이슬이 내린다. 갈대 억새 마늘 벼

상강 (10.23~24) 서리 내리는 날 밀 보리 상추 양파 메주콩 생강 고구마

입동 (11.7~8) 겨울 기운이시작 된다 대파

소설 (11.23~24) 눈이 오는 겨울 가을배추

대설 (12.7~8 눈이 많이 온다.

동지 (12.22~23) 해가 가장 짧다

▒ 참고자료 : 절기별 텃밭농사 일정 ▒

*출처 : 전국귀농운동본부 “주말농사 텃밭가꾸기” 중

Page 12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우림시장 쪽 답사 스토리텔링

전 주민합의의 과정을 미흡하게 가져간 것 때문에 공부방 조형영역에 대한 주민들의 불편사항이 있었다.

공부방 선생님들과 내부회의를 진행하여 공부방 툇마루를 부분 수정하기로 결정하였고, 먼저 텃밭을 조

성하기로 하였다. 흙을 퍼 나르고 거름을 섞어, 계획했던 만큼 텃밭공간을 만들었다. 이 모든 과정을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공부방 공간의 변화와 텃밭에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가져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툇마루와 텃밭 공

간이 어느 정도 모양으로 잡히고 일단락되면서, 이제 텃밭에서 무엇을 심고 어떻게 가꿀지, 아이들과 함께 이야

기해보는 시간들을 가져보았다. 지난 시간 생태영역 오프닝 수업을 통해 공부방 텃밭에 무엇을 심었으면 좋겠는

지, 어떻게 활용했으면 좋겠는지를 아이들과 이야기해보았다. 이제는 만들어진 텃밭에 실제로 작물을 심어보기

* 위그림 / 우림시장 방면 답사지도 * 우림시장 쪽 모둠 : 김가영, 박다흰, 이세령, 이승빈, 정현주샘, 라쿠, 사막, 야자수

2차수업

우리자리 공부방 인근 지역에 있는 텃밭들에 대한 사전 답사 결과, 동네에서 발견된 텃밭의 수가 많고 범위가 넓어서, 전체 아이들을 두 모둠으로 나누고, 한 번씩 영역을 바꾸어 2회의 답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한 팀은 우리자리 공부방을 기준으로 세이브마트로 가는 방향의 지역을 답사하였고, 다른 팀은 우림시장이 있는 방면의 지역을 답사하였다. 미리 각 영역의 그림지도와 학습지를 만들어 개개인에게 나누어주고, 관찰한 내용을 직접 정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위한 과정들을 밟아나갈 차례가 된 것이다. 또 공부방 아이들 스스로 텃밭을 어떻

게 관리하고 가꿀지에 대한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시도들을, 수업을 통해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계기들을 만들어 나갈 단계가 된 것이다.

동네의 텃밭들을 직접 돌아보며 텃밭이 어떻게 가꿔지고 있는지를 살피고, 동네

의 생태 영역인 텃밭이 지닌 특성들과 의미들을 살피며 관찰해보기로 하고 오늘 수

업에 대한 준비를 하였다. 사전에 공동체 미술팀이 동네를 돌며 아이들과 답사를

해봄직한 지점들을 확인하고 그러한 텃밭들을 추려 대략의 범위를 선정하였다. 오

늘은 그렇게 선정한 텃밭들을 모둠별로 답사를 진행해보는 첫 번째 시간이다.

오늘 답사를 진행하기 위해 수업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우선

미리 답사하여 확인한 동네 텃밭들을 동선에 맞게 2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가는 길

과 텃밭의 위치를 표시한 동네 지도를 준비하였다. 수업 시간 내에 텃밭 포인트를

한꺼번에 모두 돌아보는 것이 어려워, 영역을 구분하여 모둠으로 답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또 텃밭 답사를 하면서 텃밭이 지닌 특징들과

생김새, 심어진 작물의 종류들을 아이들이 직접 답사를 하면서 관찰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학습지도 준비하였다. 학습지 내용은 ○이 밭의 모양과 형태는? ○이 곳에

서 가꾸는 것들은? ○이 밭에 대한 나의 느낌(특이한 점들) ○이 곳의 이름을 지어

본다면? ○이 곳에서 만났습니다.(주민과의 인터뷰내용)의 항목으로 구성하였다.

자, 그럼 이제 답사를 떠나도록 해볼까. 공부방에 모여 지난 시간 예고했던 대로 답사 진행에 대한 사전 설명을 한 후,

답사에 앞서 모둠을 구성하여 돌아볼 영역을 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애초 공동체 미술팀이 현주샘과의 회의를

통해 계획했던 모둠 구성원에 변동이 생겼다. 원래 계획했던 모둠은 세이브마트 쪽 답사를 하는 모둠을 세령, 가은, 문

선, 은혜, 소명이로 구성하고, 우림시장 쪽 답사 모둠을 혜민, 승빈, 세리, 가영, 다흰으로 구성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

늘 문선과 은혜가 공부방에 오지 않았고, 혜민과 소명이가 죽어도 같은 모둠으로 함께 답사를 가야겠다고 고집을 부려

모둠원을 다시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이왕 동네 답사를 하러 나가는 것이라 마음이 맞는 아이끼리 가는 것도 나쁘지 않

다는 생각을 하고 결국 혜민과 소명의 고집에 설득을 당했다. 이 녀석들 한번 두고 보겠으~

지역텃밭 1차 답사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생태텃밭영역2차

129128

Page 13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우림시장 쪽 답사 스토리텔링

전 주민합의의 과정을 미흡하게 가져간 것 때문에 공부방 조형영역에 대한 주민들의 불편사항이 있었다.

공부방 선생님들과 내부회의를 진행하여 공부방 툇마루를 부분 수정하기로 결정하였고, 먼저 텃밭을 조

성하기로 하였다. 흙을 퍼 나르고 거름을 섞어, 계획했던 만큼 텃밭공간을 만들었다. 이 모든 과정을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공부방 공간의 변화와 텃밭에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가져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툇마루와 텃밭 공

간이 어느 정도 모양으로 잡히고 일단락되면서, 이제 텃밭에서 무엇을 심고 어떻게 가꿀지, 아이들과 함께 이야

기해보는 시간들을 가져보았다. 지난 시간 생태영역 오프닝 수업을 통해 공부방 텃밭에 무엇을 심었으면 좋겠는

지, 어떻게 활용했으면 좋겠는지를 아이들과 이야기해보았다. 이제는 만들어진 텃밭에 실제로 작물을 심어보기

* 위그림 / 우림시장 방면 답사지도 * 우림시장 쪽 모둠 : 김가영, 박다흰, 이세령, 이승빈, 정현주샘, 라쿠, 사막, 야자수

2차수업

우리자리 공부방 인근 지역에 있는 텃밭들에 대한 사전 답사 결과, 동네에서 발견된 텃밭의 수가 많고 범위가 넓어서, 전체 아이들을 두 모둠으로 나누고, 한 번씩 영역을 바꾸어 2회의 답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한 팀은 우리자리 공부방을 기준으로 세이브마트로 가는 방향의 지역을 답사하였고, 다른 팀은 우림시장이 있는 방면의 지역을 답사하였다. 미리 각 영역의 그림지도와 학습지를 만들어 개개인에게 나누어주고, 관찰한 내용을 직접 정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위한 과정들을 밟아나갈 차례가 된 것이다. 또 공부방 아이들 스스로 텃밭을 어떻

게 관리하고 가꿀지에 대한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시도들을, 수업을 통해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계기들을 만들어 나갈 단계가 된 것이다.

동네의 텃밭들을 직접 돌아보며 텃밭이 어떻게 가꿔지고 있는지를 살피고, 동네

의 생태 영역인 텃밭이 지닌 특성들과 의미들을 살피며 관찰해보기로 하고 오늘 수

업에 대한 준비를 하였다. 사전에 공동체 미술팀이 동네를 돌며 아이들과 답사를

해봄직한 지점들을 확인하고 그러한 텃밭들을 추려 대략의 범위를 선정하였다. 오

늘은 그렇게 선정한 텃밭들을 모둠별로 답사를 진행해보는 첫 번째 시간이다.

오늘 답사를 진행하기 위해 수업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우선

미리 답사하여 확인한 동네 텃밭들을 동선에 맞게 2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가는 길

과 텃밭의 위치를 표시한 동네 지도를 준비하였다. 수업 시간 내에 텃밭 포인트를

한꺼번에 모두 돌아보는 것이 어려워, 영역을 구분하여 모둠으로 답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또 텃밭 답사를 하면서 텃밭이 지닌 특징들과

생김새, 심어진 작물의 종류들을 아이들이 직접 답사를 하면서 관찰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학습지도 준비하였다. 학습지 내용은 ○이 밭의 모양과 형태는? ○이 곳에

서 가꾸는 것들은? ○이 밭에 대한 나의 느낌(특이한 점들) ○이 곳의 이름을 지어

본다면? ○이 곳에서 만났습니다.(주민과의 인터뷰내용)의 항목으로 구성하였다.

자, 그럼 이제 답사를 떠나도록 해볼까. 공부방에 모여 지난 시간 예고했던 대로 답사 진행에 대한 사전 설명을 한 후,

답사에 앞서 모둠을 구성하여 돌아볼 영역을 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애초 공동체 미술팀이 현주샘과의 회의를

통해 계획했던 모둠 구성원에 변동이 생겼다. 원래 계획했던 모둠은 세이브마트 쪽 답사를 하는 모둠을 세령, 가은, 문

선, 은혜, 소명이로 구성하고, 우림시장 쪽 답사 모둠을 혜민, 승빈, 세리, 가영, 다흰으로 구성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

늘 문선과 은혜가 공부방에 오지 않았고, 혜민과 소명이가 죽어도 같은 모둠으로 함께 답사를 가야겠다고 고집을 부려

모둠원을 다시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이왕 동네 답사를 하러 나가는 것이라 마음이 맞는 아이끼리 가는 것도 나쁘지 않

다는 생각을 하고 결국 혜민과 소명의 고집에 설득을 당했다. 이 녀석들 한번 두고 보겠으~

지역텃밭 1차 답사

Page 13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우림시장쪽 모둠은 공부방에서부터 우림시장으

로 가는 길 곳곳의 텃밭들을 답사하러 출발하기로

했다. 동사무소를 지나 강원학사로 들어가는 입구

에 있는 빌라에서, 여러 개의 스티로폼 박스에 쪽

파며 상추 등의 채소를 재배하는 텃밭을 첫 번째

로 답사하였다. 스티로폼을 이용하는 이유와 심어

진 채소와 작물들, 빌라 텃밭의 구조들에 대해 이

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학습지에 글과 그림으로

꼼꼼히 정리하는 동안, 텃밭에 붙일만한 이름들도

함께 생각해보자고 제안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

스티로폼 텃밭’ 이란다. 흐흐, 그럴 만도 하지.

다음 이동한 곳은 가까운 거리에 벽돌과 타일들

을 이용하여 돌담을 쌓아 만든 조그마한 텃밭이었

다. 아주까리와 고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직

은 시기가 일러서인지 고추가 열리지 않은 모습이

다. 무, 상추들도 아직은 조그마한 모종이었다. 그

나마 쪽파가 제일 많이 자라 제모양을 갖춘 듯이

보인다. 어떤 작물들이 심어져 있는지, 밭이 어떤

특징과 구조들을 가지고 있는지, 첫 번째로 갔던

스티로폼 텃밭과 비교하며 학습지의 빈 칸들을 채

워나간다. 그런 와중에 현주 샘이 텃밭에서 뭔가

를 발견하고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이게 바로 괭이 밥

이라는 거야, 먹어도 돼” 하며 조그마한 풀을 뽑아 입 속

으로 넣는다. 그랬더니 곧바로 따라서 먹어보는 아이들.

라쿠도 호기심이 발동되어 괭이밥을 맛본다. 음, 시큼하

면서도 청량감이 있는 맛. ‘근데 진짜 고양이들이 먹는 건

가?’ 아이들이 학습지 내용을 다 정리했는지를 확인하고

다음 포인트로 이동~

골목을 지나오자 무궁화놀이터로 가는 넓은 도로와 만

난다. 무궁화놀이터 방면으로 길을 가다 문득 상가 건물

한 켠에 시선이 꽂힌다. 조그마한 텃밭에 토란들이 나란

히 심어져 있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사진을 한 장.

누가 물을 주고 가꾸는 것일까. 아마도 상가와 긴밀한 관

련이 있을 거라는 짐작만 하고 지도에 표시된 다음 포인

트로 향하는 우리 모둠.

무궁화 놀이터를 지나 나타나는 빌라 뒤편 주차장 한쪽

에 자리한, 삼각형 모양의 자투리 텃밭이 우리가 발견하

고 관찰할 텃밭이다. 이곳은 다른 텃밭과는 다른 모양과

생김 때문에 많은 인상이 남은 곳이다. 크기가 크지는 않

았지만 나름 심어진 작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옥수수도

보이고, 상추와 배추 등도 보인다. 이름을 지어보자 하니

‘삼각형 텃밭’, ‘짜투리 텃밭’ 등등이 나온다. 텃밭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재활용 재료들 - 옷걸이나 철망, 대나무 등이

텃밭을 가꾸시는 동네 주민의 스타일과 감각을 엿보게 해주었다. 세령과 승빈이 텃밭 한쪽 구석에서 자라고 있는 강아지

풀을 발견하고 그 풀을 이용해 뭔가를 조물닥거리며 만든다. 왕관인지 요술봉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는...

다음 텃밭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현주샘이 뭔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우리가 지닌 텃밭 답사지도에는 없는 새로

운 텃밭을 발견한 것이다. 집 안 한쪽 구석에 흙을 퍼와 만든 작은 텃밭이다. 무인지 배추인지 모를 작물이 적당 간격들

을 두고 심어져 있네. 담장에 매달려 안을 한번씩 들여다 보고 이내 다음 행선지로 향한다.

이번에는 주택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길을 따라 가다가 회벽 담 너머에 우리가 관찰해야 할 텃밭에 도착하였다. 집

안 마당에 텃밭이 있었는데, 텃밭을 가꾸시는 아주머니에게 작물 재배와 관련한 여러 가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역

시나 열심히 질문하는 다흰이. 아이들의 요란하고 정신없이 산만한 질문들을 차분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는 아주머

니. 감사합니다.

자, 이번에 답사할 곳은 난우 중학교 인근으로 향하여 주택가에 인접한 텃밭이다. 첫 번째 답사여서 그런가. 애초 계획

했던 답사진행 시간보다 일정이 많이 늦어진다. 그래서 남은 텃밭 답사는 좀 더 속도감 있게 둘러보기로 하였다. 그러자

현주샘이 아이들에게 그냥 걸어가는 것보다 달리기 시합을 하며 텃밭을 찾아가자는 제안을 한다. 이에 신난 아이들, 일

제히 요이, 준비, 땅! 구령을 외치며 전력질주 시작. 라쿠와 사막도 질 수 없다. 덩달아 전력질주. 휴우~ 숨을 헐떡이며

* 우림시장 방면 1차 답사 경로

우리자리 공부방 -> 서원빌라 뒷 공간에 스티로폼 박스로 이루어진 텃밭(스티로폼 텃밭) -> 서원빌라 대각선 맞은편 돌담과 대문 사이의 텃

밭(돌담 텃밭) -> 무궁화 놀이터 위쪽 오거리 모퉁이에 위치한 텃밭(모퉁이 텃밭) -> 골목길 담벼락 아래 마당에 가꾸어진 텃밭(마당텃밭) ->

난우중학교 후문 맞은편 골목 안 텃밭(아주까리 대문 텃밭) -> 난우중학교 맞은편 위쪽 주택 담벼락 앞쪽으로 길게 가꾸어진 텃밭(원하는 사

람만 보고 옴) -> 난곡지역협의회 벽화 맞은편 길가 텃밭(공동체텃밭) -> 우리자리 공부방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31

130 :생태텃밭영역2차

Page 13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우림시장쪽 모둠은 공부방에서부터 우림시장으

로 가는 길 곳곳의 텃밭들을 답사하러 출발하기로

했다. 동사무소를 지나 강원학사로 들어가는 입구

에 있는 빌라에서, 여러 개의 스티로폼 박스에 쪽

파며 상추 등의 채소를 재배하는 텃밭을 첫 번째

로 답사하였다. 스티로폼을 이용하는 이유와 심어

진 채소와 작물들, 빌라 텃밭의 구조들에 대해 이

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학습지에 글과 그림으로

꼼꼼히 정리하는 동안, 텃밭에 붙일만한 이름들도

함께 생각해보자고 제안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

스티로폼 텃밭’ 이란다. 흐흐, 그럴 만도 하지.

다음 이동한 곳은 가까운 거리에 벽돌과 타일들

을 이용하여 돌담을 쌓아 만든 조그마한 텃밭이었

다. 아주까리와 고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직

은 시기가 일러서인지 고추가 열리지 않은 모습이

다. 무, 상추들도 아직은 조그마한 모종이었다. 그

나마 쪽파가 제일 많이 자라 제모양을 갖춘 듯이

보인다. 어떤 작물들이 심어져 있는지, 밭이 어떤

특징과 구조들을 가지고 있는지, 첫 번째로 갔던

스티로폼 텃밭과 비교하며 학습지의 빈 칸들을 채

워나간다. 그런 와중에 현주 샘이 텃밭에서 뭔가

를 발견하고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이게 바로 괭이 밥

이라는 거야, 먹어도 돼” 하며 조그마한 풀을 뽑아 입 속

으로 넣는다. 그랬더니 곧바로 따라서 먹어보는 아이들.

라쿠도 호기심이 발동되어 괭이밥을 맛본다. 음, 시큼하

면서도 청량감이 있는 맛. ‘근데 진짜 고양이들이 먹는 건

가?’ 아이들이 학습지 내용을 다 정리했는지를 확인하고

다음 포인트로 이동~

골목을 지나오자 무궁화놀이터로 가는 넓은 도로와 만

난다. 무궁화놀이터 방면으로 길을 가다 문득 상가 건물

한 켠에 시선이 꽂힌다. 조그마한 텃밭에 토란들이 나란

히 심어져 있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사진을 한 장.

누가 물을 주고 가꾸는 것일까. 아마도 상가와 긴밀한 관

련이 있을 거라는 짐작만 하고 지도에 표시된 다음 포인

트로 향하는 우리 모둠.

무궁화 놀이터를 지나 나타나는 빌라 뒤편 주차장 한쪽

에 자리한, 삼각형 모양의 자투리 텃밭이 우리가 발견하

고 관찰할 텃밭이다. 이곳은 다른 텃밭과는 다른 모양과

생김 때문에 많은 인상이 남은 곳이다. 크기가 크지는 않

았지만 나름 심어진 작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옥수수도

보이고, 상추와 배추 등도 보인다. 이름을 지어보자 하니

‘삼각형 텃밭’, ‘짜투리 텃밭’ 등등이 나온다. 텃밭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재활용 재료들 - 옷걸이나 철망, 대나무 등이

텃밭을 가꾸시는 동네 주민의 스타일과 감각을 엿보게 해주었다. 세령과 승빈이 텃밭 한쪽 구석에서 자라고 있는 강아지

풀을 발견하고 그 풀을 이용해 뭔가를 조물닥거리며 만든다. 왕관인지 요술봉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는...

다음 텃밭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현주샘이 뭔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우리가 지닌 텃밭 답사지도에는 없는 새로

운 텃밭을 발견한 것이다. 집 안 한쪽 구석에 흙을 퍼와 만든 작은 텃밭이다. 무인지 배추인지 모를 작물이 적당 간격들

을 두고 심어져 있네. 담장에 매달려 안을 한번씩 들여다 보고 이내 다음 행선지로 향한다.

이번에는 주택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길을 따라 가다가 회벽 담 너머에 우리가 관찰해야 할 텃밭에 도착하였다. 집

안 마당에 텃밭이 있었는데, 텃밭을 가꾸시는 아주머니에게 작물 재배와 관련한 여러 가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역

시나 열심히 질문하는 다흰이. 아이들의 요란하고 정신없이 산만한 질문들을 차분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는 아주머

니. 감사합니다.

자, 이번에 답사할 곳은 난우 중학교 인근으로 향하여 주택가에 인접한 텃밭이다. 첫 번째 답사여서 그런가. 애초 계획

했던 답사진행 시간보다 일정이 많이 늦어진다. 그래서 남은 텃밭 답사는 좀 더 속도감 있게 둘러보기로 하였다. 그러자

현주샘이 아이들에게 그냥 걸어가는 것보다 달리기 시합을 하며 텃밭을 찾아가자는 제안을 한다. 이에 신난 아이들, 일

제히 요이, 준비, 땅! 구령을 외치며 전력질주 시작. 라쿠와 사막도 질 수 없다. 덩달아 전력질주. 휴우~ 숨을 헐떡이며

* 우림시장 방면 1차 답사 경로

우리자리 공부방 -> 서원빌라 뒷 공간에 스티로폼 박스로 이루어진 텃밭(스티로폼 텃밭) -> 서원빌라 대각선 맞은편 돌담과 대문 사이의 텃

밭(돌담 텃밭) -> 무궁화 놀이터 위쪽 오거리 모퉁이에 위치한 텃밭(모퉁이 텃밭) -> 골목길 담벼락 아래 마당에 가꾸어진 텃밭(마당텃밭) ->

난우중학교 후문 맞은편 골목 안 텃밭(아주까리 대문 텃밭) -> 난우중학교 맞은편 위쪽 주택 담벼락 앞쪽으로 길게 가꾸어진 텃밭(원하는 사

람만 보고 옴) -> 난곡지역협의회 벽화 맞은편 길가 텃밭(공동체텃밭) -> 우리자리 공부방

Page 13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생태텃밭영역2차

133132

달려가는 중간에 대추나무와 포도 넝쿨이 주렁주

렁 매달린 주택을 발견하고 잠깐 구경을 한다. 신

림13동 지역에는 이렇게 마당에서 화분이나 텃밭

에서 채소나 과실나무들을 키우는 집들을 종종 엿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대추나무에 열린 대추, 제

법 맛나게 보이네~ 쩝..

지도를 다시 한 번 펼쳐놓고 확인해보니 이제 답

사할 텃밭은 앞으로 두 곳. 아이들과 함께 남은 두

곳을 찾아 골목으로 들어간다. 우와, 여태 둘러본

텃밭 중에 규모가 제일 큰 텃밭이다. 마치 시골마

을에 와 있는 듯한 느낌. 텃밭의 입구에는 커다란

아주까리가 우리들을 반겨주고, 심어놓은 작물의

종류와 양도 꽤 많다. 옥수수도 보이고, 깻잎이며

무, 배추와 상추가 심어진 것도 보인다. 가영이와

세령이는 텃밭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밭의 모양과

심어놓은 작물의 종류들을 헤아려 열심히 학습지

를 작성한다. 작물들의 이파리도 관찰해서 그려보

고, 밭의 모양을 학습지에 옮겨보기도 하는 모습

이다. 텃밭 구석에 따로 있던 승빈이는 어떻게 발

견했는지 호박 넝쿨에 매달린 썩은 호박을 발견하

고 큰 소리로 웃는다. 도깨비풀(?)인가 하는 것도

있다며 라쿠를 끌어당기는 승빈이. 세령이는 자기 키보

다 큰 아주까리에 손을 뻗어 큰 이파리 하나를 따서 우산

인 양 써본다. 마치 만화 속 주인공을 연상케하는 모습.

이 텃밭을 꽤 오랫동안 둘러보면서 꼼꼼히 관찰한 내용들

을 학습지에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길가 옆으로 길게 조성된 텃밭으로 향했

다. 한 분이 아니라 여러 분이 함께 가꾸는 이곳은, 다

양한 작물들이 경계를 지어 자라고 있었다. 텃밭에 들어

가는 입구를 라쿠가 찾아 안으로 들어간다. 아이들도 뒤

를 따라 이랑과 고랑을 살피고 심어진 작물들이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겨 텃밭을 둘러보았다. 여기

서도 학습지에 이 텃밭의 특징을 정리하는 것을 잊지 않

고 꼼꼼히 기록.

휴우, 더운 날씨에 진행된 동네 텃밭 답사를 모두 마치

고 공부방으로 향한다. 휴식 없이 좀 무리하게 답사를 진

행하여 아이들이 힘들어 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어 살펴

보니 아직도 펄펄 날아다니는 아이들. 크크, 공부방에서

만 진행되었던 수업의 과정과는 달라서인지 동네를 직접

답사하며 이곳 저곳의 텃밭들을 관찰하는 오늘의 시간이

즐겁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이들도 우리 공동체 미술팀

도. 공부방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 세이브마트 쪽 답사 스토리텔링

태영역 오프닝 다음 수업인 오늘은 지역텃밭 현장답사를 시

작하는 날이기에, 공부방 아이들 10명을 각각 5명씩 팀을 나

누어, 우리자리 공부방을 기준으로 왼편 쪽 텃밭(세이브마트 쪽)과

오른편 텃밭(우림시장 쪽)으로 답사를 가기로 했다. 무카가 미리 아

이들의 성향을 고려해서 팀을 나누어 봤는데, 혜민과 소명을 떨어뜨

려 놓은 걸 보니 미리 수업 분위기를 짐작한 듯한 눈치다. 하지만 그

에 따라 예상되는 뒷 일은 일방적인 팀분류에 대한 혜민이와 소명이

의 이의제기였는데...

역시나 수업 시작하기 전 팀분류에 대한 설명을 할 때, 수업초반이

굉장히 산만했다. 특히, 혜민과 소명이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기에

무카가 제안을 했다. 그럼 원하는 대로 팀을 다시 구성하는 대신, 텃

밭 답사를 하는데 있어 선생님 이야기에 협조하고 활동에 함께 참여

해야 한다는 것. 소명과 혜민은 수긍했고 약속을 했기에 세령과 혜

민을 바꿔서, 소명과 혜민은 원한대로 함께 답사를 가게 되었다. 둘

이 아주 좋아서 난리가 났다. --

첫 번째 사이트인 백설 세탁소를 방문했을 때, 미리 아저씨께 답사

시간을 알려드렸던지라 아저씨가 가게에 계셨다. 인터뷰 얘기를 꺼

내니, 할 말 없으시다며 살짝 주저하시긴 했지만, 아이들이 텃밭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들을 편안하게 말씀해주시면 된다고 하니, ‘뭐

가 궁금한데?ㅎ’ 하면서 응해주셨다. 옥상이 있는 백설세탁소는 삼

거리 중앙에 위치해 있기도 하고, 옥상의 앵글로 된 울타리와 가장

자리를 둘러싼 무성하게 자란 수많은 작물 덕분에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뜨이는 곳이었다. 다만 올라가는 계단이 너무 불안하게 설치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올라가기에 위험해 보였다. 나조차도 올라가기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ㅎ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그런 계단을 무

서워할 아이들도 아니고, 뭐...

* 세이브마트 쪽 모둠 : 김가은, 양소명, 정혜민, 최세리, 무카, 전지, 쿠로

각자의 기록지를 가지고 첫 번째 사이트 기록장

을 펴고, 무카의 제안 아래 작물을 살펴보고 이것

저것 만져보는데, 꽤 넓은 옥상에는 나도 처음 보

는 작물들도 많았던 것 같다. 아이들이 “이건 뭐

에요? 저건 뭐에요?”, “이건 언제 열매 맺혀요?

이건 언제 심어요?” 하는데... 사전공부를 안 한

못난 입장이라, 그나마 그동안 주워들었던 부추나

상추 같은 것들 말고는, 모르쇠로 통일할 수 밖에

없었던 게 사뭇 민망했던 차에.... 아저씨께서 올

라오셨다! 키가 훤칠하신 아저씨는 아이들이 물어

보는 것에 하나하나 대답해 주시면서, 어떻게 키

워야 하는지, 언제 열매가 열리는지에 대해 자상

하게 알려주셨다. 소명과 혜민도 작물들을 유심

히..까진 아니나, 제법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

았고, 유난히 세리가 기록지를 꼼꼼하게 채워나가

는 게 보였다. 다만, 그림에 자신감이 없는 세리여

서 그런지, 글씨로 거의 채운 기록지가 되어 가길

래, 제일 쉬운 파나 부추를 그리라고 유도했더니,

제법 재밌는 파를 그렸다...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텃밭 답사를 온다고 하니

흔쾌히 허락을 하셨던 베란다 텃밭 아주머니는,

예전에 통장 활동도 하셨던 전적을 보아도 꽤 오

픈된 분같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그 집 강아지도

사람에게 꽤나 오픈되었던지라, 베란다 텃밭이 내

눈엔 꽤 매력있고 재밌는 공간으로 보였다. 하지

만, 아이들의 관심은 온통, 핑크색으로 귀를 물들

인 강아지에게로 쏠렸다. 여기서는 세리와 나와

가은이만 텃밭을 관찰했던 것 같은데.... 소명과

혜민도 강아지를 데리고 놀다가, 가끔씩 와서 기

록지 한 번 바라보고 텃밭 한 번 바라보다, 다시 획

Page 13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달려가는 중간에 대추나무와 포도 넝쿨이 주렁주

렁 매달린 주택을 발견하고 잠깐 구경을 한다. 신

림13동 지역에는 이렇게 마당에서 화분이나 텃밭

에서 채소나 과실나무들을 키우는 집들을 종종 엿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대추나무에 열린 대추, 제

법 맛나게 보이네~ 쩝..

지도를 다시 한 번 펼쳐놓고 확인해보니 이제 답

사할 텃밭은 앞으로 두 곳. 아이들과 함께 남은 두

곳을 찾아 골목으로 들어간다. 우와, 여태 둘러본

텃밭 중에 규모가 제일 큰 텃밭이다. 마치 시골마

을에 와 있는 듯한 느낌. 텃밭의 입구에는 커다란

아주까리가 우리들을 반겨주고, 심어놓은 작물의

종류와 양도 꽤 많다. 옥수수도 보이고, 깻잎이며

무, 배추와 상추가 심어진 것도 보인다. 가영이와

세령이는 텃밭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밭의 모양과

심어놓은 작물의 종류들을 헤아려 열심히 학습지

를 작성한다. 작물들의 이파리도 관찰해서 그려보

고, 밭의 모양을 학습지에 옮겨보기도 하는 모습

이다. 텃밭 구석에 따로 있던 승빈이는 어떻게 발

견했는지 호박 넝쿨에 매달린 썩은 호박을 발견하

고 큰 소리로 웃는다. 도깨비풀(?)인가 하는 것도

있다며 라쿠를 끌어당기는 승빈이. 세령이는 자기 키보

다 큰 아주까리에 손을 뻗어 큰 이파리 하나를 따서 우산

인 양 써본다. 마치 만화 속 주인공을 연상케하는 모습.

이 텃밭을 꽤 오랫동안 둘러보면서 꼼꼼히 관찰한 내용들

을 학습지에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길가 옆으로 길게 조성된 텃밭으로 향했

다. 한 분이 아니라 여러 분이 함께 가꾸는 이곳은, 다

양한 작물들이 경계를 지어 자라고 있었다. 텃밭에 들어

가는 입구를 라쿠가 찾아 안으로 들어간다. 아이들도 뒤

를 따라 이랑과 고랑을 살피고 심어진 작물들이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겨 텃밭을 둘러보았다. 여기

서도 학습지에 이 텃밭의 특징을 정리하는 것을 잊지 않

고 꼼꼼히 기록.

휴우, 더운 날씨에 진행된 동네 텃밭 답사를 모두 마치

고 공부방으로 향한다. 휴식 없이 좀 무리하게 답사를 진

행하여 아이들이 힘들어 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어 살펴

보니 아직도 펄펄 날아다니는 아이들. 크크, 공부방에서

만 진행되었던 수업의 과정과는 달라서인지 동네를 직접

답사하며 이곳 저곳의 텃밭들을 관찰하는 오늘의 시간이

즐겁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이들도 우리 공동체 미술팀

도. 공부방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 세이브마트 쪽 답사 스토리텔링

태영역 오프닝 다음 수업인 오늘은 지역텃밭 현장답사를 시

작하는 날이기에, 공부방 아이들 10명을 각각 5명씩 팀을 나

누어, 우리자리 공부방을 기준으로 왼편 쪽 텃밭(세이브마트 쪽)과

오른편 텃밭(우림시장 쪽)으로 답사를 가기로 했다. 무카가 미리 아

이들의 성향을 고려해서 팀을 나누어 봤는데, 혜민과 소명을 떨어뜨

려 놓은 걸 보니 미리 수업 분위기를 짐작한 듯한 눈치다. 하지만 그

에 따라 예상되는 뒷 일은 일방적인 팀분류에 대한 혜민이와 소명이

의 이의제기였는데...

역시나 수업 시작하기 전 팀분류에 대한 설명을 할 때, 수업초반이

굉장히 산만했다. 특히, 혜민과 소명이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기에

무카가 제안을 했다. 그럼 원하는 대로 팀을 다시 구성하는 대신, 텃

밭 답사를 하는데 있어 선생님 이야기에 협조하고 활동에 함께 참여

해야 한다는 것. 소명과 혜민은 수긍했고 약속을 했기에 세령과 혜

민을 바꿔서, 소명과 혜민은 원한대로 함께 답사를 가게 되었다. 둘

이 아주 좋아서 난리가 났다. --

첫 번째 사이트인 백설 세탁소를 방문했을 때, 미리 아저씨께 답사

시간을 알려드렸던지라 아저씨가 가게에 계셨다. 인터뷰 얘기를 꺼

내니, 할 말 없으시다며 살짝 주저하시긴 했지만, 아이들이 텃밭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들을 편안하게 말씀해주시면 된다고 하니, ‘뭐

가 궁금한데?ㅎ’ 하면서 응해주셨다. 옥상이 있는 백설세탁소는 삼

거리 중앙에 위치해 있기도 하고, 옥상의 앵글로 된 울타리와 가장

자리를 둘러싼 무성하게 자란 수많은 작물 덕분에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뜨이는 곳이었다. 다만 올라가는 계단이 너무 불안하게 설치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올라가기에 위험해 보였다. 나조차도 올라가기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ㅎ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그런 계단을 무

서워할 아이들도 아니고, 뭐...

* 세이브마트 쪽 모둠 : 김가은, 양소명, 정혜민, 최세리, 무카, 전지, 쿠로

각자의 기록지를 가지고 첫 번째 사이트 기록장

을 펴고, 무카의 제안 아래 작물을 살펴보고 이것

저것 만져보는데, 꽤 넓은 옥상에는 나도 처음 보

는 작물들도 많았던 것 같다. 아이들이 “이건 뭐

에요? 저건 뭐에요?”, “이건 언제 열매 맺혀요?

이건 언제 심어요?” 하는데... 사전공부를 안 한

못난 입장이라, 그나마 그동안 주워들었던 부추나

상추 같은 것들 말고는, 모르쇠로 통일할 수 밖에

없었던 게 사뭇 민망했던 차에.... 아저씨께서 올

라오셨다! 키가 훤칠하신 아저씨는 아이들이 물어

보는 것에 하나하나 대답해 주시면서, 어떻게 키

워야 하는지, 언제 열매가 열리는지에 대해 자상

하게 알려주셨다. 소명과 혜민도 작물들을 유심

히..까진 아니나, 제법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

았고, 유난히 세리가 기록지를 꼼꼼하게 채워나가

는 게 보였다. 다만, 그림에 자신감이 없는 세리여

서 그런지, 글씨로 거의 채운 기록지가 되어 가길

래, 제일 쉬운 파나 부추를 그리라고 유도했더니,

제법 재밌는 파를 그렸다...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텃밭 답사를 온다고 하니

흔쾌히 허락을 하셨던 베란다 텃밭 아주머니는,

예전에 통장 활동도 하셨던 전적을 보아도 꽤 오

픈된 분같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그 집 강아지도

사람에게 꽤나 오픈되었던지라, 베란다 텃밭이 내

눈엔 꽤 매력있고 재밌는 공간으로 보였다. 하지

만, 아이들의 관심은 온통, 핑크색으로 귀를 물들

인 강아지에게로 쏠렸다. 여기서는 세리와 나와

가은이만 텃밭을 관찰했던 것 같은데.... 소명과

혜민도 강아지를 데리고 놀다가, 가끔씩 와서 기

록지 한 번 바라보고 텃밭 한 번 바라보다, 다시 획

Page 13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하고 강아지한테로 가버리곤 했다. 아주머니께 아

이들과 몇 번 더 답사를 와도 되냐고 여쭈니, 답사

뿐 아니라 공부방 옆에 텃밭을 만들게 되면, 모종

이나 씨도 주시겠다고 하셨다. 너무나 고마운 모

습을 보이셨던 미모의 베란다 텃밭 아주머니가..

참 좋았다. 역시... 우리는 인복은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ㅎ

강아지 있는 집에서 사람 좋아하는 강아지와 아

주 어렵게 헤어지고 난 후, 세번째 싸이트로 가면

* 세이브마트 방면 1차 답사 경로

우리자리 공부방 -> 백설세탁소 위 옥상 텃밭(하늘텃밭) -> 삼성연립 옆 국제연와 건물 위 베란다 텃밭(마음이 텃밭) -> 삼성연립

아래 화단 -> 중간에 무지개 연립 안쪽의 큰 텃밭을 발견하여 둘러보고 지나감(시골느낌 텃밭) -> EQ 헤어샵 뒤 빌라 옆 주차장

공간에 있는 작은 텃밭(울타리 텃밭) -> 달팽이놀이터 -> 우리자리 공부방

서, 출발 전에 약속했던 소명과 혜민이가 약속과 달리,

다시 둘이만 다니면서 세리를 따돌리는 분위기를 잡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감잡은 세리가 계속 나와 함께 다녔

고, 간간히 뒤에서 그런 세리가 얄밉다는 소명과 혜민의

대화가 계속 신경이 쓰이는 나였는데... 그 때 눈에 들어

온 가은이는 이런 분위기에 개의치 않고, 답사기록지도

채우고 담벼락이 있으면 올라타서 놀면서, 혜민과 소명

이와 어울렸다가 말았다가 하며 독립적으로 행동했다..

비상한 녀석.

세 번째 싸이트는 삼성연립 옆 대추나무가 있는 곳이었

는데, 텃밭이라기보단 화단과 텃밭의 중간 형태여서, 아

이들 입장에 있어서는 볼거리나 호기심을 가질 만한 부분

이 적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에... 배가 고팠던 내가 대

추나무에 손을 댔고.. 그걸 본 아이들이 대추나무에 하나

둘 손을 대기 시작했다. 아니나다를까, 어느샌가 담장 위

에서 보고 계시던, 그 곳을 가꾸시는 할머니에게 대추를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35

134 :생태텃밭영역2차

Page 13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따먹는다며 한소리 들었고, 맨 처음 손을 댔던 나는, 멀찌감치서 민망

함과 죄책감에 고개를 숙였다...

다른 아이들이 옆에 있는 담장에서 놀이를 하고 있을 때, 역시나 세

리는 기록지와 작물들을 바라보면서 열심히 그리며 기록을 했고, 그런

세리가 귀여워서, 관찰하는 세리 모습을 그렸는데.. 소명이가 하나도

안 닮았다고 핀잔을 준다. 난 그렇게 보이거든!

어떻게 보면 어영부영 흐지부지됐던 세 번째 싸이트 답사를 마치고

네 번째 싸이트로 이동하던 중에, 혜민과 소명의 태도를 보고 있던 무

카가, 내심 화가 나고 괘씸했던지, 둘을 불러내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

다. 그 상황을 눈치챈 세리도 살짝 맘이 불편해 보였던 것 같지만, 여

전히 내 옆에서 장난을 치며 답사 중 보았던 것에 대한 얘기를 꺼냈고,

나는 무카와 혜민과 소명을 남겨두고, 가은과 세리를 데리고 네 번째

답사지로 먼저 향했다.

그렇게 네 번째 답사지로 향하던 중에, 몇 발자국 먼저 가던 세리가

새로운 텃밭을 발견했다며, 어느 연립 사이에서 부르는 게 아닌가. 들

어가보니.... 와우. 그토록 신림 3동을 이잡듯이 뒤져가면서 초록밭을 찾던 중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큰 텃

밭을 발견한 것이었다. 주택가 한가운데 있는 동네에 그런 시골 분위기 나는 텃밭이 있었다니, 그리고 그걸 이제야 발견

하다니. 그리고 그것도 아이가... 꽤나 반가워서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잠시 후 도착한 무카가, 혜민이, 소명이와 대화하

고 난 후라 그런지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게다가 연립으로 들어오던 길에 있던 청포도 나무의 청포도를, 아이들이

하나 둘 셋 넷... 따먹었다는게 아닌가.. 아이들은 그 후로도 계속 따먹었다...... 다시 한 번 대추에 제일 먼저 손을 댔

던 나는 민망함과 죄책감에...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

세 번째 답사지를 갈 때부터의 혜민과 소명의 태도로, 이미 답사 분위기가 흐려지는 걸 느꼈다. 나도 무카도 살짝 지쳤

고, 아이들도 기록지를 채우는데 부담과 귀찮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네 군데의 싸이트를 돌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기

에, 네 번째 텃밭은 관찰과 기록위주가 아니라, 살짝 둘러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터벅터벅 그 곳으로 걸어갔다.. 해가 어

둑어둑 저물어가는 중에 마지막 텃밭을 둘러보는데, 뜻밖에, 텃밭 한 쪽을 가꾸시는 아저씨를 만나게 되어, 세리와 나만

아저씨의 설명을 듣게 되었다. 친절한 듯 안 친절한 듯 보이는 아저씨가, 작물 이름을 하나하나 너무 자세히 설명해주시

는 덕분에, 기록지를 아주 가득히 쓸 수 있었다.. 아주까리, 고추, 부추, 호박... 그렇게 열심히 세리와 기록지를 채우고

있을 즈음, 무카가 소명, 혜민, 가은과 먼저 달팽이 놀이터로 가겠다는 말을 한다. 네 군데 싸이트를 다니면서 계속 기록

Page 13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지를 채우고 인터뷰를 하면서, 점점 재미없고 힘

들어 했던 아이들이어서인지, 답사 끝나고 놀이터

에 가자는 약속을 했었나보다..

세리와 뒤늦게 놀이터에 도착해보니, 무카가 혈

안이 돼서 가은이와 혜민이, 소명이를 잡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는 게 아닌가... 바로 잡기놀이를

하고 있었나부다. 얼음땡.. 그 순간, 무카가 얼

음땡 놀이에서 술래여서 아이들을 잡으려고 하

는 건지, 오늘 보였던 모습이 얄미워서 잡아서

한 대라도 쥐어박아줄라고 잡으러 다니는 건지..

내 눈에는 그 모습이 번갈아 교차되어 보이기도

했다..ㅎ

긴 답사로 지쳤던 상태지만, 잠시후엔 나도 세

령, 혜민과 시소 위에서 널뛰기도 하고 얼음땡 술

래도 한 번 하면서, 요전 상황은 잠시 잊은 채 예

전의 감각을 되살려, 오랜만에 놀이터 기구 위에

서 도망도 다니고 눈에 불을 켜고 아이들을 잡

으러 날아다녀봤다. 그렇게 술래를 번갈아 하던

무카와 나는, 이젠 수업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

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들을 챙겨 공부방으로 돌

아왔다.

유난히도 진빠지고 심적으로 힘들었던 답사여서

그랬는지, 반대쪽 싸이트를 다녀온 사막과 라쿠의 눈에, 무

카와 내 표정이 심히 굳어있는게 보였나 보다. 아무래도 오

늘 답사의 전체적 분위기에 한몫한 소명과 혜민을 따로 불

러 얘기를 해야할 것 같다는 필요성을 느꼈고, 아이들이 모

두 귀가한 뒤, 공부방 한구석에 나와 무카, 소명, 혜민이만

남게 되었는데..... 소명, 혜민은 여전히 장난하는 눈치였

고, 머쓱해 보이는 부분도 없지는 않았다.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무카가, 먼저 소명과 혜민에게 오늘 수업이

어땠는지를 물어보며 답사 전 약속에 대한 얘기를 하기 시

작했는데, 소명과 혜민은 계속 세리의 행동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대답을 반복했다. 공부방에 새로 온 친구를 대하

는 것에 대한 무카의 생각과 제안이 길~게 진행될 즈음, 소

명과 혜민이 무겁게 오물조물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

선생님, 말 좀 쉽게 하면 안되나요, 못 알아듣겠어요, 어려

워요...’ 그래서 다시 짧고 쉽게 정리해서 말하는 무카였지

만, 혜민이는 또 어렵다며 여운을 남겼다. 공부방 선생님의

입장으로가 아닌, 친언니나 옆집 언니로 만났던 거라면, 오

늘 소명과 혜민의 행동에 꽤 언짢았던 나는 아마 크게 화를

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그 행동에 화가 나는

것 뿐만 아니라, 오늘은 안타깝고 씁쓸한 기분에 맘이 많이

상했던 것 같다. 아이들 사이에서 충분히 일어날 만한 일이

고, 또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는 과정은 사람들

사이에서 항상 존재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입

장에서는.. 뭔가 답답하다.

그렇게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수업을 정리할 수 있었고,

저녁을 먹으러 작업실로 향하는 몸이 유난히 땅으로 꺼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오늘. 이렇게 가깝게 매일같이 아이들을

대하는 일이 처음이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남다른 기대감

에 싸여 있었던 것 같은데, 그 기대감 때문에 유독 맘이 힘

들어지는 것 같았다. 아... 상처 잘 받는 나.. 그래도 내일이

면 또 잊고, 애들이랑 엉겨붙고 장난치겠지.. 헤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생태텃밭영역2차

137136

Page 13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나는 천편일률적으로 지어진 건물로 둘러싸인 메마르고 척박한 도시에

서도 추억의 서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그 즐거움

을 맛보게 해주기 위해 친히 먼저 대추를 따 먹었고 이어서 너도나도 대

추를 따먹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렇게 귀엽고 뿌듯할 수 없었다.

그때.......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대추를

따먹던 좋은 시간을 깨는 대추나무 주인 할머니가

나타나셨고 난 십장에게 약간의 갈굼을 당했다.

대추 이야기 작년 여름.. 아이들과 텃밭 답사 하던날에..

Page 13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2차수업 결과물

●우림시장 쪽 답사 기록지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39

138 :생태텃밭영역2차

○ 박다흰 답사 기록지

Page 14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이승빈 답사 기록지

Page 14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2차수업 결과물

●세이브마트 쪽 답사 기록지

○ 김가은 답사 기록지

○ 양소명 답사 기록지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생태텃밭영역2차

141140

Page 14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정혜민 답사 기록지

◁ 양소명 답사 기록지 마지막

○ 최세리 답사 기록지

Page 14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늘은 생태영역 교육프로그램 3번째 시간. 공부방 실내수업으로, 지난 시간 2모둠으로 나눠 약간은 부담

없이 둘러 보았던 1차답사를 마친 후, 답사한 내용과 관찰해 본 텃밭들, 느낀 점들을 서로 이야기해보고

텃밭을 가꾸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서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을 위

한 교재들 준비도 어김없이 선행된다. 지난 번 답사의 기억들을 조금 더 잘 환기시키고 아이들이 돌아다녔던 동

네 여기저기와 텃밭의 위치를 더듬어 보기 위해, 지난 번 답사를 하면서 기록한 사진들을 노트북에 담아 왔다.

어느 텃밭에서 무슨 활동을 했고 어떤 것들이 기억에 남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좀 더 용이하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이 나오는 사진들을 보면서 한바탕 또 소란스러워지겠지. ㅋ

수업 전, 텃밭 도면 수정에 대해 공부방 선생님들과 함께 나름 진지하게 회의를 하는 동안 수업 시간에 맞춰

온 아이들의 목소리가 소란스럽게 퍼지기 시작한다. 오늘 시간에는 지난 번 1차 답사에 참여하지 못했던 문선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43

142 :생태텃밭영역3차

Page 14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3차수업

3차 수업은, 본래 지난 시간 답사를 진행한 모둠 영역을 바꾸어 연속으로 텃밭 답사를 진행하기로 계획되었다. 그러나 1차 답사를 진행한 후, 답사 전에 아이들과 함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공부방 텃밭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태영역이 시작되어, 아이들이 공부방 텃밭의 의미와 목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동네 텃밭 관찰의 의미 역시도 잘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평가를 내리게 되었다. 그래서 2차 답사를 다음으로 미루고, 우리가 텃밭을 만드는 이유와 의미를 아이들과 함께 공유하며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다음 답사에 대한 준비도 함께 해보는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가 보인다. 지난 번에 왜 빠졌니라고 묻자 시큰둥 하며 별 대꾸를 하지 않는 문

선이다. 녀석 스타일이다.ㅋ 그런데 은혜는 오늘도 보이지 않는다. 생태영역 답사

도 빠지고 오늘 정리하는 수업도 안오니 좀 걱정스럽다. 영역별로 진행되다보니 흐

름을 가지고 과정을 함께 하지 못하면 그만큼의 격차가 생길 수 있기 마련. 별도의

수업이나 개인적인 만남을 통해 이런 격차를 보안해주는 시간의 필요성에 대해 무

카가 공부방 샘들과 이야기 한다.

수업을 시작하기 위해 탁상 2개를 나란히 붙이고 자유롭게 자리를 잡는다. 매번

그렇듯 자리를 잡고 앉는 것도 아이들만의 과정이 있다. 누구 선생님은 좋고, 누구

선생님 옆은 싫고 이렇게 한바탕 자리에 대해 옥신각신하다 보면 아이들 스스로 자

기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럼 바로 수업에 돌입~. 그런데 혜민이 녀석, 자리를 잡고

아까부터 계속 혼자 뭐가를 만들고 있다. 일명 ‘마음인형’이라는, 조각 천에 솜을

넣어 만드는 간단한 인형이다. 혜민이 뿐만 아니라 공부방 아이들은 일단 먼가 꽂

혀 만들기나 그리기를 시작하면 수업이 시작되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하던 일을 지속한다. 그 집중을 수업 쪽으로 향하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이들과 수업을 통해 만나면서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부분이다.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무카가 우리가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

한다. 지난 번 동네를 돌며 구경했던 텃밭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공부방 텃밭 공간을 꾸미는 일련의 과정을 대해 아

이들과 함께 차근차근 풀어보는 과정을 밟는다. 공부방 툇마루와 텃밭을 만든 이유와 그것을 어떻게 관리하고 가꿀지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들을 되짚어보는 순서를 밟아보는 것이다. “우리가 공부방에 마루와 텃밭을 만들었는데 왜 만들었을

까?” 무카의 질문에, 뭔가 키울려구요, 꽃을 심기 위해서, 흙장난 하기 위해서요, 그냥요, 상관없어요 등등 똑같은 과정

을 경험했어도 아이들 각자 나오는 답들은 가지가지인 듯. 텃밭과 화단을 만들어 어떻게 활용하고 가꿀지에 대한 구체적

인 계획들을 잡아가는 과정들에 대해 무카의 유도질문이 이어진다. 함께 노력하여 텃밭을 만들어 어떠한 식물들을 어떻

게 재배하고 키울지, 또 아이들이 생각하는 텃밭을 가꾸는 의미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아본다.

답사내용 정리와 2차 답사 준비하기

Page 14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이번에는 공부방 텃밭에 키우고 싶은 식물이나

작물들에 대해 자유롭게 넘어간다. 꽃, 딸기, 청

포도, 사과나무, 파리지옥, 끈끈이주걱, 엔젤, 석

류, 꽃사과, 난, 코스모스, 감 등, 라쿠도 생전 처

음 듣는 이름의 다양한 식물과 작물들의 이름들이

나온다. 오호, 아이들이 생각하는 식물 종류가 생

각보다 많다. 아이들이 말하는 작물의 종류들을

화이트보드에 하나 하나씩 무카가 받아 적어본다.

금새 빼곡이 보드가 채워진다. 그럼, 이것들 말고

또 다른 것도 있을까, 혜민이가 먹을 수 있는 종류

를 골라서 이야기하자고 제안하자, 이번에는 채소

종류들이 줄기차게 쏟아진다. 무, 상추, 고추, 수

박, 고구마, 감자, 토란, 장미, 채송화, 수퍼옥수

수, 배, 쌀(벼)지렁이, 잡초, 토끼, 상추, 배추, 대

추, 개미, 꿀 등.... 엥, 꿀??? 꿀은 어떻게 텃밭

에서 키울수 있을까 의아하게 생각하고 이야기했

던 가은에게 물어보니 수입이 짭짤하니 양봉을 했

으면 한다는 것이다. ㅋㅋ 그밖에 키우고 싶은 작

물의 종류는 봉숭아, 자두, 바나나, 허브, 알로에,

레몬, 오렌지, 오이, 콩 등이 있었다. 알로에를 심

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승빈이가 처음엔 ‘알로

하’를 심어요, 라고 해서 아이들과 크게 웃었다. 하와이

에라도 다녀와야하는 걸까. ㅋㅋ

어떤 종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할 때 아이들은 무척 신

나서 술술술 잘도 이야기를 한다. 화이트 보드에 아이들

이 이야기한 것들을 받아 적고 나서 보니, 이거 뭐, 정말,

열대 기후서부터 온대 기후까지 각양각색의 과실과 화초,

채소들의 홍수다. 이렇게 나온 다양한 작물들 중에 실제

공부방 텃밭에서 키울 수 있고 직접 재배하여 먹을 수 있

는 것들만을 추리는 과정을 진행한다. 몇몇 아이들이 꼭

먹을 수 있는 것만 하지 말고 꽃이나 화초들도 함께 하자

고 아우성이다. 그래서 무카의 정리 한 방~ 공부방 텃밭

바깥 쪽에는 화단을 만들어 꽃이나 화초들을 심고, 안쪽

에는 키워서 먹을 수 있는 채소들을 심자~! 하니 아이들

크게 불만이 없는 눈치다.

이제 공부방 텃밭에 심어서 키울 작물들이 정해졌으니

언제 심고 어떻게 키우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지난 번 답사를 하면서 기록했던 사진을 노트북을 통해

보여주자, 각자 자신들만의 포즈로 퍼져있던 아이들이 앞

쪽으로 사사삭 모여들기 시작한다. 지난 번 답사에서 둘

꽃, 딸기, 청포도, 사과나무, 파리지옥, 끈끈이주걱(승빈), 엔젤(가은), 석류(승빈), 꽃사과(혜민), 난(소명), 코스모스, 감, 먹을 수 있는 것만 키워요(혜민),

무, 상추, 고추, 수박, 고구마, 감자, 토란, 장미, 채송화, 수퍼 옥수수, 배, 쌀(이 의견에 대해, 소명 : 안돼~ 누가 훔쳐가), 지렁이, 잡초, 토끼, 상추, 배추,

대추, 개미, 꿀(선생님, 우리 꿀통도 세워놔요 → 왜? -> (수입이) 짭짤해요), 벌(가은, 이 의견에 대해, 무카 : 호박을 키우면 벌이 저절로 와요), 봉숭아,

자두, 바나나, 허브, 알로에, 레몬, 오렌지,오이, 콩......

*아이들이 공부방 옆 텃밭에 키우고 싶은 것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생태텃밭영역3차

145144

Page 14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러보고 구경했던 텃밭들에 대한 위치와 가는 길들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보았던 작물들, 무, 배추, 열무, 상추, 고추, 호박 등등이 어떻

게 심어져 있는지 살펴보면서, 텃밭의 모양이나 생김 같은 그 텃밭

만이 지닌 특성들에 대해 각자가 떠올렸던 생각들을 이야기해보기

도 한다. 그러면서 공부방 텃밭에서 심으면 좋을 작물의 종류에 대

해 다시 한번 이야기 해본다.

무카가 이쯤에서 최종적으로 정리를 한 판 해준다. 그럼 이러이러

한 작물들을 왜 심어서 텃밭을 가꾸는 걸까. 또 텃밭을 가꾸는 이유

와 안 가꾸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

본다. 채소 사는 돈을 아끼기 위해서라는 이유에서부터, 키워서 먹

으면 농약을 쓰지 않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의견까지 그럴 듯한

추측들이 나온다. 농사일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 동네에서 텃밭을 가

꾼다는 것도 텃밭을 가꾸는 이유 중의 하나로 나온다. 키울 땅이 있

는 것과 없는 것도 텃밭을 가꾸는 데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이유.

다음 번 답사에서는 오늘 수업에서 나온 것들을 중심으로 1차 답사에서 부족했던 부분이나 궁금했던 부분들을 정리하

여 2차 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금 심을 수 있는 작물과 무엇을 어떻게 키우는 지, 또 왜 텃밭을 키우는지에 대해, 오

늘 얘기나왔던 추측과 생각들을 동네에서 텃밭을 가꾸는 주민 분들을 만나서 확인해보기로 했다. 아이들과 질문할 꺼리

들을 정리해 본 뒤, 답사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제안하면서, 다음 수업은 조금 일찍 시작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1차 답

사 때 수업이 너무 늦게 끝나 귀가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동네를 돌아다니며 텃밭을 살피는 것이 실내 수업보

다는 시간적인 여유가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지금, 이제 정말 공부방 텃밭에 작은 모종들과 씨앗이 뿌리내려지게 되려나 보다. 지금보다 더 늦

어지면 아마도 올해 안에 심은 채소들을 수확하기는 힘들 테니까. 다음 시간 또 동네를 열심히 뛰어다니며 공부방 텃밭에

풍성한 수확의 날을 꿈꿀 수 있겠지. 수업이 끝나고 후다닥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 텃밭을 가꾸는 이유문선 : 돈을 아낄려고 / 혜민 : 먹으려고

소명 : 짠순이라서

승빈 : 절약하려고 → 세리 : 씨앗도 돈 들잖아 → 승빈 : 400원 밖에 안해~

기타 의견 : 농부의 마음을 생각하려고, 혼자 몰래 먹고 싶어서, 나눠먹고 싶어서,

마당이 있어서, 농사일을 해 본 적이 있어서

* 텃밭을 안 가꾸는 이유혜민 : 안 먹으려고 / 소명 : 사먹으려고

기타 의견 : 사먹으면 되니까, 키울 줄 몰라서, 바빠서

전지 : 키울 땅이 없어서 → 소명 : 그런 사람 없어요, 이사가면 되요

*동네 텃밭을 돌아본 후, 아이들이 생각한 텃밭을 가꾸는 이유와 안 가꾸는 이유

Page 14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세이브마트 쪽 답사 스토리텔링

역 텃밭 답사를 두 번째 나가는 오늘,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흐려서 과연 답사를 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되

고, 팀원들이고 공부방 현주샘이고 신체적으로도 살짝 늘어지는 경향이었는데에... 수업시간이 다가올

즈음, 작업실 창이 밝아지는게 아닌가. 날씨가 사람에게 주는 영향이 크다는 걸 느낀 게, 좀전까지 가라앉은 상

태에서는 아이들끼리 답사를 다녀왔으면, 하는 둥의 농담을 하던 분위기에서, 밝아진 날씨를 본 후, 답사에 대

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아이들과 어떻게 진행할지 이야기하는 방향으로 급 방향 전환이 되었다는 거... 시간이

거의 되어서, 오늘 수업에 맞게 답사지도와 관찰기록지를 수정하는 작업을, 점점 기력을 잃어가는 프린터기로

후다닥 마치고 수업에 들어갔다.

* 위그림 / 세이브마트 방면 답사지도 * 세이브마트 쪽 모둠 : 김가영, 박다흰, 이세령, 이승빈, 정현주샘, 라쿠, 사막, 야자수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47

146 :생태텃밭영역4차

Page 14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4차수업

2차 답사는 지난 답사에서 정해진 모둠별로 답사 영역을 바꾸어 진행하였다. 1차 답사는 주로 밭의 형태나 작물들을 관찰하고 그리는 데 중점을 두어 진행되었기 때문에, 2차 답사에서는 답사할 밭을 줄이고 미리 밭 주인들과의 협의를 진행하여, 밭을 가꾸는 사람들과의 인터뷰에 중점을 두는 형태로 진행하고자 하였다.

오늘은 전 시간의 영역별 모둠을 바꿔서 진행하기로 했기에, 무카와 나는 다시

세이브마트쪽으로 가영, 승빈, 다흰, 세령과 가고, 사막과 현주샘이 우림시장쪽으

로 혜민, 문선, 가은, 세리, 소명을 데리고 떠났다. 우리팀은 승빈이 네비게이션

이 되어서 길 안내를 맡아 선두로 출발했고, 나머지는 승빈을 따라 뒤에서 열심히

뛰어가 따라잡았다.

첫 번째 싸이트로 백설 세탁소 옥상텃밭을 찾았다. 다행히 그날도, 항상 바쁘셨

던 아저씨가 계셔서,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십사 부탁드렸더니, ‘또 얘기해 주면

되나’ 하시며 옥상으로 올라오셨다. 백설세탁소 건물 밑에 사는 다흰이는 아저씨

와 안면이 있어서인지 아는 척을 했고, 아저씨도 계속 다흰에게 이런저런 사소한

얘기부터 시작해서 당부의 이야기를 하시기도 했다.

오늘은 아이들의 특성상 차분하게 진행되는 분위기였다. 가영과 승빈, 세령은 옥

상을 둘러보면서, 아저씨께 모르는 작물에 대해 이름과 키우는 방법을 물어보기도

하고, 잎을 보고 따라그리기도 하고, 열매를 따먹어도 되냐고 묻기도 하면서 옥상

작물들을 관찰했다. 아저씨는 날씨와 경도, 위도에 대해서까지 얘기해 주시면서

박식하게 설명해 주셨고, 특히나 항상 알고 지내던 다흰에게 질문을 많이 하시면

서 다흰이가 부담스러움을 느낄 정도로 챙겨주시기도 했다. ㅎ

승빈이가 관찰기록지를 작성하면서, 작물의 형태를 관찰하고 텃밭 공간을 전체적으로 보고 드로잉하는 등, 꽤 성실하

게 작업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깊었고, 세령은 타고난 호기심으로 모르는 작물에 대해 내게도 물었으나 난 모르쇠..로 일

관을 했고, 내가 아저씨께 다시 여쭤보아서 세령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옥상 텃밭 답사가 진행됐다. 여전히 백설세탁

소 옥상에서 내려오는 계단은 내 다리를 후덜덜하게 만들었다.

지역텃밭 2차 답사

* 세이브마트 방면 2차 답사 경로

우리자리 공부방 -> 백설세탁소 위 옥상텃밭(하늘텃밭) : 세탁소 주인아저씨 인터뷰 -> 무지개 연립 안쪽의 큰 텃밭(시골느낌 텃밭) : 무지

개 연립 102호 할머님 인터뷰 -> 삼성연립 옆 국제연와 건물 위 베란다 텃밭(마음이 텃밭) : 텃밭 주인아주머니 인터뷰 -> EQ 헤어샵 뒤 빌

라 옆 주차장 공간에 있는 작은 텃밭(울타리 텃밭) -> 우리자리 공부방

Page 14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다시 지도를 보면서 연립 안쪽 텃밭에 갈 차례

가 되자, 승빈이 네비게이션을 작동시켜 역시나

앞장서 뛰기 시작했다... 아.. 또 뛴다. 연립 깊숙

이 자리잡은 텃밭은, 정말 다시 봐도 발견하기를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발견해 준

세리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 오, 쉐리. 아이들

에게 동네에 이 정도의 텃밭이 있다는 게 신기하

지 않은가 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전 시간, 현재

는 우림시장으로 답사를 간 혜민, 소명, 가은과의

반응과는 다르게, 특히나 승빈이가 신기해하고 기

뻐했던 걸로 보였다. (사실, 기뻤던 것까지는 아

니었겠지만...)

작게 있던 텃밭들과 다르게, 7개 정도의 텃밭이

서로의 울타리를 경계로 각기 다른 작물들을 키우

고 있는 형태를 보면서, 승빈이 그 텃밭 전체를 그

리기 시작했고, 세령과 가영은 작물들에 대해 물

어보며 관찰기록지를 작성했다. 다흰은 재미없다

며 투덜대기도 하고, 장난치면서 텃밭으로 관심을

끌면 관심을 가지기도 하는 태도를 보였다. 잠자

리가 날아와 울타리에 앉아서 승빈이 잡으려다 실

패하고, 가영이 나보고 잡으라 해서 잠자리 잡으

려고 울타리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면서 용을 썼지

만, 잠자리는 잡지 못했고... 가영의 아쉬운 표정

에 부담을 느끼며 잠자리가 또 앉기를 기다렸지만... 잠

자리는 날아가버렸다. 멀리멀리....

많은 텃밭중 몇 군데의 텃밭을 가꾸신다는, 연립102호

에 사시는 할머니께, 아이들에게 몇 마디 해주십사 부탁

드렸더니, 살짝 귀찮아하시는 모습도 보였지만, 궁금해

하는 아이들에게 키우는 법 정도는 알려주실 수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아이들에게 할머니께 궁금한 게 있

으면 질문해보라 했더니... 다들 빼는 분위기에서, 승빈

이가 작물을 어떻게 키우는지, 왜 키우는지(원론적인 질

문을 잘하는 승빈답게)를 여쭤보았고, 할머니는 예전부

터 농사를 짓다보니, 여기 와서도 자연스럽게 적적하지

않으려고 키우고, 키우다 보니 나중에 수확하게 되면 주

변사람들과 나눠먹기도 한다면서 이야기를 해 주셨다. 질

문꺼리가 떨어졌다 싶으면 무카와 내가 아이들 상황을 봐

서 할머니께 아이들이 궁금하다 싶은 것들을 질문하고 할

머니께서 답해주시는 시간을 가졌다. 원두막에 앉아있는

동안, 살짝 소나기가 내리는 것 같아서 모두 원두막에 앉

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연립을 벗어났다. 아이들은

원두막을 더 신기해하고 재밌어했던 것 같다..

다음으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강아지

가 있는 베란다 텃밭으로, 역시나, 당연히, 승빈 네비게

이션을 이용해서 도착을 했고, 그날 다행히 아주머니가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생태텃밭영역4차

149148

Page 15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계셔서, 역시나, 환대를 받으며 집안을 통해 베란다 텃밭으로 갈 수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세령이 텃밭보다 강아지에

게 시선을 쏟았고, 오늘 유독 관찰에 집중을 보이는 승빈은 작물들을 관찰했다. 마음이네 텃밭 아주머니는 다흰이가 이

모라고 부르면서 잘 알고 지내는 분이셔서, 다흰이가 아주머니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내게 해주었다. 생각보다 많은

작물이 있지 않은 텃밭이지만, 집 안을 통해서 들어갔던 것과 강아지, 그리고 너무 친절하시고 우리에게 오픈돼 있었

던 아주머니와 베란다 형태의 텃밭이 주는 씨너지로, 베란다 텃밭 답사를 별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주

머니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니, 아주머니는 볼 생각 있으면 언제든지 오시라며, 역시나 너무 친절하신 모습으로 우리

를 배웅해주셨다.

나오는 길에, 현관 앞 담장에 그려져있는 아이들이 크레파스와 분필로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세령이 이런 저런 얘기들

을 꺼냈다. 페인트로 작업한 벽화와 다르게,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런 저런 친구들의 모습을 그리고 말풍선을 달아 그려

진 그림들이, 동네의 담장과 아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끝으로 승빈 네비게이션이 주차장 텃밭을 찾아 마지막 엔진을 발동시켜 출발했고, 세 번의 답사와 기록지를 작성하다

보니, 아무리 차분하고 분위기 좋았던 아이들이었지만, 살짝 지치고 지루해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마지막 텃밭은 가꾸

시는 분과의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기에 우리끼리 둘러보기로 하고, 높은 턱을 껑충 올라가서 울타리 사이를 지나 작물

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이젠 어느 정도 몇 군데의 텃밭을 보면서 고추나, 부추, 상추, 배추 등은 익숙하기에, 묻지 않고도 작물을 그

Page 15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리고 작물명을 기록했는데, 그즈음 그 텃밭의 반

을 가꾸시는 아저씨가 등장하셨다. 뭔가를 물어보

기에는 살짝 멀리 계시고 작물들을 수확하러 나오

신 것 같아, 많은 질문은 하지 않고, 아이들이 하

나 모르고 있던, 큰 나무에 열린 열매에 대해 여쭈

니, ‘아주까리’ 라고 대답해주시고 다시 먼 발치에

서 작물을 수확하셨다.

가영과 세령이 기록지를 작성하고 있을 때, 승빈

은 안쪽 깊숙히 들어가서 작물을 엄청 자세히 관

찰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무인도의 로

빈슨 크루소의 어릴 때의 모습이랄까... 똘망똘

망한 녀석. 역시나 다흰은 기록지는 모르쇠고 이

런 저런 것들에 대해 내게 얘기하면서, 딴청을 피

기도 하고, 힘들다며 얼른 답사를 마치기를 재촉

했다. 승빈이 텃밭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기

록지를 작성하는 모습에, 무카와 내가 감동을 받

아 그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자신이 집에서

키우던(부모님이 키우는 모습을 본 거겠지만) 작

물들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여기 작물들에 대한

궁금함을 질문하고, 들은 얘기에 대해 답을 하고,

자라는 모습과 울타리를 보면서 이런 저런 얘기

를 할 때의 승빈은... 평소에도 큰 눈이 더 커지

는 것 같았다...

네 군데의 답사를 마치고, 유달리 힘들었던 것 없이 잘

진행됐던 날이었다 싶었는데, 아이들도 그 흐름을 나름

유지하느냐고 에너지를 많이 소모했는지, 끝자락에 다 와

서 가영과 세령이 힘이 쫙.. 빠진 채, 기록지도 무카에게

맡기고 공부방으로 뛰어내려간다. 자기 기록지를 안챙기

는 꼴은 못 보는 내가, 가영과 세령을 불러서 기록지를 가

져가게 했다. 음, 또 욱한다..ㅎ

아이들은 네 군데, 그 전에 돌아봤던 몇 군데 등, 동네의

많은 텃밭을 보고 가꾸시는 분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 개인적으로는, 본능적으로 빈 땅에 작물을 가

꾸고, 꼭 먹기 위해서라기보다, 적적한 삶의 시간을 채우

려는 행위가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이들이 그 과정을 보면서 개개인마다 가져가는 내용

들이 틀릴 것이라 예상되지만, 대단한 작물에 대한 정보

나 동네의 구조에 대한 것들보다, 사람이 무언가를 가꾸

는 행동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

면서... 오늘도 아이들과 동네를 뛰는 과정을 밟는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51

150 :생태텃밭영역4차

Page 15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우림시장 쪽 답사 스토리텔링

물꾸물한 날씨에 온 촉각이 삐쭉하게 세워져 있다. 자칫하면 오늘 답사를 미루게 될 수도 있었다. 아이들과 여

섯 명의 어른들이 동네를 걸으면서 텃밭을 관찰하고, 텃밭을 가꾸시는 분들과 인터뷰를 하려면 비가 와선 안 되

기 때문이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하늘은 다행히 먹구름만 뭉쳐있다. 우리가 편의상 ‘세이브마트 쪽’ 이라 부르

기로 한 영역 답사를 다녀온 혜민, 소명, 문선, 세리, 다흰이가, 오늘은 우리 쪽 모둠으로 우림시장 방면의 텃밭을 관찰

하게 되는 날이다.

하루 수업 안에, 여섯 개나 되는 텃밭을 다 둘러보고 주민

들 이야기까지 다 듣기가 힘들 것 같아, 답사할 밭을 네 곳으

로 줄이고, 번호를 매겨 지도를 수정하고, 인터뷰를 위해 관

찰 기록지를 챙겨 나섰다. 인터뷰를 위해 사전에 텃밭 아주

머니, 할머니, 아저씨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 수

업시간이 4시 30분부터 이어지니 그 시간에 맞춰서 오겠다

는 약조를 드린 터라, 최대한 그 시각에 맞추는 것이 좋았다.

소란스러운 교실 분위기를 잠재우고, 오늘 답사를 나가게 되

면서 해야 할 것들을 이것저것 공유하며 써 버린 몇 분이 혹

시 차질이 될까, 내색은 안 했지만 초초하게 느껴졌다. 더욱

이 전 시간에 불쑥 한 친구를 따돌리고, 같이 있으면 활활 불붙는, 소명이가 혜민이를 만났을 때의 시너지를 일으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쨌든 지도를 보고 숫자 ‘1’과 동그라미가 크게 적혀 있는 마당 텃밭으로, ‘누가, 누가, 빨리 가나!’ 출발이다. 사진기

도 들고, 지도며 칼이며 주머니에 꽉 채워 출발.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기록을 해야 하니 찍겠다는 반

강제 말을 하고, 셔터를 누를 때마다 요리조리 피하는 통에 애를 좀 먹었지만, 금새 괜찮아지는 녀석들이기에, 나도 나

중엔 편하게 눌러 댈 수 있었다.

무궁화놀이터를 지나 어느 골목에 들어서면, 한쪽 담장이 허물어져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텃밭이 인상적인데다, 지나가

는 모든 사람들이 집 안에 있는 텃밭을 자연스레 볼 수 있는, 극적인 분위기를 연상하게 해주는 텃밭을 볼 수 있다고 생

각하니, 마음이 흡족했다. 그런데... 골목 초입에서 보니, ‘아니, 이거 웬 걸!’ 그새 담이 세워졌다... 어제 오후만 해도 무

* 우림시장 쪽 모둠 : 김가은, 양소명, 정혜민, 최문선, 최세리, 정현주샘, 사막, 오십원, 공부방 자원봉사자 * 우림시장 방면 2차 답사 경로우리자리 공부방 -> 무궁화놀이터 지나 난우중 가는 방면의 담장 아래 텃밭(마당 텃밭) -> 난곡지역협의회 벽화 위편 산비탈 텃밭(잠자리 텃

밭) -> 난곡지역협의회 벽화 맞은편 길가 텃밭(공동체텃밭) -> 난우중 후문 맞은편 골목 안 텃밭(아주까리 대문 텃밭) -> 우리자리 공부방

Page 15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너진 채 방치된 듯 보였던 담이, 블록으로 말끔하

게 떡하니 서 있는 게 아닌가? 아주머니께서 작물

들을 보러 오라고 하셨는데도, 내심 못 보면 어쩌

지, 걸음이 빨라졌다. 그 덕에 담 아래로 보며 구

경하는 우리 모습을 연출하진 못하고, 작은 뒷문

을 열고 줄줄이 들어가서 집과 텃밭 사이에 조르르

서서, 어떤 작물들을 키우고 계시는지 여쭤보았

다. “으, 으, 이것은 열무여”. “그럼 이것은요?”

손으로 상추를 가리키며 세리가 말했다. 그랬더니

너나 할 것 없이 중구난방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

고 궁금한 것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아주머니

는 능숙하게 상추, 열무, 갓 등을 말씀해 주셨고,

질문에 재미를 붙여서인지 아이들의 얼굴이 한결

밝게 보였다. 아주머니는 시골에서 사시다 서울에

올라오니, 마당에다 자연스럽게 먹거리들을 키울

수 있었다며, 별 거 아니라는 말씀을 하셨다. 혜

민과 소명이 어느새 담장 너머로 기록지의 연필과

고무줄로 연결된 부분을 늘어뜨리며 장난하기 바

쁘다. 아래서 본 모습은 마치 고기를 잡는 어부로

보였다. 장난꾸러기들과 우리는 감사하다는 인사

와 함께 다음 장소로 이동하여야 했다.

현재 시간 5시20분. 번호순서대로 지도를 보며 찾아가

려던 계획을 바꿔서 네 번째 텃밭부터 보기로 했다. 인터

뷰하기로 한 아주머니께서 5시 30분에 왔으면 좋겠다고

당부하셨는데, 지금부터 한 정거장은 걸어가야 했으므로

빨리 서둘렀다. 난우중을 지나 벽화와 기다란 텃밭을 지

나쳐, 왼쪽으로 풀이 울창하게 우거진 길을 따라 들어가

면, 야산 밑에 넓은 텃밭을 만날 수 있다. 그 중 한 켠에

고추를 재배하시는 아주머니를 만나기로 했는데 밭에 안

계시는 것이다. 집이 이 근처인 것 밖에는 모르고 있어

서 조금 당황하였다. 아이들과 현주샘과 자원교사 한분

을 남겨두고 후다닥 길 밖으로 나왔다. 3층으로 된 다세

대 주택이 바로 옆에 있어 이 집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실 어디라도 문을 두드려 만나기로 한 텃밭 아

주머니를 찾아야 했다. 버젓이 있는 초인종은 아예 작동

이 되지 않아 큰 소리로, “여기 텃밭 보러 왔는데요, 계세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생태텃밭영역4차

153152

Page 15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요?”... 조금 있으니 인기척이 들려온다. 2층에서 흰색 장화

를 신고 나오는 모습이 어제 만나 뵌 텃밭 아주머니셨다. 반

가운 마음이 앞섰다. “나는 뭐라고 말 못혀” 하시며 기다리고

있는 텃밭으로 가는데, 아이들이 작물 이름이나 무엇을 심고

계시며 어떻게 가꾸게 되셨는지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린다고

했더니 하신 말씀이셨다.

아직 조그만한 새싹들이 ‘총 총 총’ 박혀 있었고, 그 옆에 열

무, 가지, 쑥갓, 고추 등이 줄줄이 빽빽하게 열려 있었다 . 야

산이었던 이곳은, 가까운 곳에서 유치원을 운영하시는 원장

님께서 텃밭을 일구고, 주변 사람들이 하나씩 토지를 받아 가

꾸고 계신다고 한다. “정말, 훌륭한 분이셔”. 오십이 조금 넘어 보이시는 아주머니는 줄곧 원장님 칭찬을 하시며, “난,

고추만 키웠어.”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셨다. 너무 좁은 고랑을 밟으면 자꾸 새싹들이 밟혔다. 하늘에 잠자리가 날아

다니고.. 쭈그려 앉아 작물의 이름들을 적는 세리, 계속 잠자리를 잡겠다고 요리조리 뛰어다니는 소명.. 지금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열심히 셔터를 누르는 내 손이 말하고 있었다. 저 쪽에서 잠자리를 기어코 잡겠다는 소명이

의 바램이 아주머니에게도 통했는지, 턱! 하니 잠자리 한 마리를 잡아 소명이에게 건네는 모습을 찰칵! 찍히기도 했다.

이러고 서 있으면 하늘과 푸른색 작물들로, 도시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바람이 쫙 하니 불더니 먹구름이

움직이면서 비를 뿌렸다. “이거 지나가는 비구름이야”. 문선이가 말했다. 내게도 그렇게 보였다. 그럼, 마저 기록을 하

고 다음 장소로 가볼까?

내려오자마자 아주 길다란 텃밭을 만날 수 있는데, 잠시 작물들을 보고 가기로 했다. 직접 가꾸시는 주인은 만나지 못

하고, 난간에 몸을 기대고 서서, 풍성하게 심어져 있는 배추, 열무, 파들을 바라보면서 작물 이름 맞추기를 했다. 이제

다 안다는 듯이 씩씩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이들 !!!

그 다음은 난우중 후문 옆으로 가기 위해 발길을 돌리

고, 위로 갈수록 길은 가팔라져서 숨이 찬다. 이쯤에서

재미를 돋구기 위해, 현주쌤은 저기 파란색 비닐까지

누가 빨리 가는지 시합하기를 제안하고, 아이들은 신

이 난 듯 모두가 준비 태세이다. 요이 땡, 출발이다! 현

주쌤을 포함해, 세리, 소명, 문선, 다흰은 모두 앞으로

달리는데, 혜민이, 요녀석! 두 팔을 벌려 가지 못하게

가로 막는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Page 15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웃으면서 텃밭 할머니 댁으로 걸음을 옮겼다.

난우중 옆 텃밭 할머니께서는, “왜 이렇게 늦었

어, 난 안 오는 줄 알고 밥하고 있었네” 하시며 이

것저것 손에 챙겨서 대문 밖으로 나오셨다. “할머

니 이건 뭐예요?” 검정색 비닐봉지에 뭔가가 가득

담겨져 있는 것이 꽤 무거울 것 같아 들어 드리려

고 여쭤보니, “음식물 찌꺼기여, 그냥 둬”. 이것

이 거름에 좋다면서 텃밭으로 향했다. 집과 집 사

이 남아있는 터를 그냥 두지 않고 반을 나누어 이

쪽은 우리, 저쪽은 저쪽 집에서 키우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텃밭 앞에서 세리가 “사막, 이게

뭔지 알아? 이거 아주까리야.” 라고 알려준다.

여기서 잠깐! [ 아주까리 : 대극과의 일년초. 인도-소

아시아 원산의 재배 식물로 줄기는 2m 가량. 잎은 손바닥

모양으로 깊이 갈라져 있으며, 8~9월에 원줄기 끝에 꽃이

길이 20cm정도로 모요 핌. 씨로 기름을 짬. ]

곳곳에 아주까리 나무가 세 그루 심어져 있고, 사방으로

호박이 무성하게 나 있는 곳에서, 아이들은 인터뷰가 익

숙해서인지 아주 적극적으로 언제부터 키우고 계신건지

물어 보았다. “할머니가 시골사람인디...” 하시며, 여기

오니깐 옛날에 하던 게 어디가나 뭐라도 하고 싶어서 밭

을 키우게 되셨다고 한다. 밭을 살펴보다가 “이거 파 맞

죠?” 라고 묻자, 할머니는 너희들 주려고 가져왔다며, 씨

앗과 파 모종을 주섬주섬 꺼내신다. “내가 말을 못하는디

도, 알고 있는 게 있으면 손자 같은 마음으로 얘기 하는

거여~” 하시며 종이컵에 흙을 담고 파 모종을 집으시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파 모종은 마치 마늘과 흡사하

다. 그 짠 뿌리를 잘라내고 두 개 정도 심어주면 이만큼

크게 자랄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모두 쪼그리고 앉아

할머니가 알려 주시는 대로 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많

은 질문들이 고운 말투로 흘러나왔고, 서로의 눈을 마주

치며 세 개의 종이컵에 씨앗을 심어보곤, 나머진 파종을

받아 들었다. 우리들 마음 속에 영글영글 따뜻함이 맺히

고.. 소명이가 “할머니, 진짜 착해” 라고 말하는 걸 보면

아이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55

154 :생태텃밭영역4차

Page 15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값진 말씀을 듣고, 뿌듯한 마음으로 나오려는데, 캔디 한 봉지를 건네시면서, “줄 것이 없어” 하시며, 아이들하고 나

눠먹으라고 하셨다. 어쩌면 이리도 베풀어 주실까! 이렇게 만나기도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할머니, 다음에 아이들이

찾아와서 텃밭에 대해 물어보면, 또 얘기해 주실 꺼죠?” 했더니, “뭐, 그럼” 하고 웃으신다. 씨앗이 담긴 종이컵은 문선

에게, 소명에게, 혜민에게 돌아가고, 파종들은 공부방 화단에 심어질 것을 기대하며 어둑해진 밤길을 따라 공부방으로

향한다. 높고 맑은 바람이 불어온다.

Page 15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4차수업 결과물

●세이브마트 쪽 답사 기록지

○ 김가영 답사 기록지

○ 이세령 답사 기록지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생태텃밭영역4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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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5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이승빈 답사 기록지

○ 박다흰 답사 기록지

Page 15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2차수업 결과물

●우림시장 쪽 답사 기록지

○ 김가은 답사 기록지

○ 양소명 답사 기록지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59

158 :생태텃밭영역4차

Page 16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최문선 답사 기록지

○ 정혜민 답사 기록지

○ 최세리 답사 기록지

Page 16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역생태영역 다섯번째 수업에 임하는 오늘, 작업실에 장승업이 나타났다. 장승업은 전지 한 장을 펼치더

니 술과 여인을 달라했지만, 우린 먹과 갈굼을 주었고, 장승업은 어쩔 수 없이 그에 만족한 채 먹으로 선

을 긋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데, 굵직한 선 네 개가 그어지더니, 남강중학교, 남강문구, 무궁화놀이터, 백설 세

탁소.. 등등을 써 넣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수업에 쓰일 생태지도를 제작해주러, 이 먼 신림동까지 오신 것이

다.. 가짜 장승업, 라쿠가 그려준 지도를 겸허히 들고, 우린 공부방으로 다섯번째 수업을 하러 갔다.

공부방에 도착해서 뭔가 허전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오늘은 아이들 중 네 명 정도가 오지 않았고, 그 아이

들이 빠진 상태로 혜민, 다흰, 가영, 가은, 문선, 세령이만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추석연휴가 끝나고 바로 들

어간 수업인지라, 아이들은 추석 때 할머니댁을 다녀왔느니, 무엇을 먹었느니, 자랑을 하기 시작했고, 여전히,

다행히, 쌔고 쌘 장난으로, 연휴동안 쓰지않던 우리의 근육들을 쓰게 해주기 시작했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생태텃밭영역5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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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6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5차수업

5차 수업은 텃밭을 답사한 기록지, 사진 결과물을 이용해 아이들 개개인의 이미지 지도를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전체 텃밭의 수가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가장 인상깊었던 텃밭을 각자 3개씩 골라, 그 텃밭에서 관찰한 것과 들은 이야기들,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관찰기록지와 작게 출력한 답사 사진을 이용해 각 밭들을 꾸며보고, 우리자리 공부방을 중심으로 각 밭까지 가는 길들을 표시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지도 만들기 본 수업에 모든 아이들이 참여하지 못하여, 수업 다음날, 참여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추가 수업을 진행하였다.

먼저, 지난 시간동안 동네를 돌아다니며 답사한 여러 군데의 텃밭을 한 군데 한

군데 얘기하면서, 며칠동안 잊고 있던 아이들 머리 속의 기억을 끌어올린 후, 오

늘 장승업이 그려준, 전지 위의 굵직한 선 네 개가 있는 지도를 펼쳐보였다. 큰길

만 표시하고 작고 잔 길들은 표시되있지 않은 지도는, 아이들이 오늘 직접 지도를

제작하게 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장승업의 작품. 각자 자신들이 돌아본 텃밭의 위

치를 감으로 되새겨 보고 , 답사를 하며 기록했던 기록지에 적혀 있는 텃밭들에 대

한 이야기, 아주머니께 들은 이야기를 참고해서, 자신만의 텃밭 지도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무카, 라쿠, 사막과 나는 아이들 속에 끼어앉아, 아이들이 지도 작업하

는 것을 도와주기로 했다.

내 옆에 앉은 문선은 덤덤하게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 “어떻게 그려야

해요?” 하고 묻길래, “일단 공부방을 기준으로 그리기 시작하면 쉽지 않을까?” 했

더니, ‘우리자리 공부방’ 이라고 엄청 큰 건물을 그려넣는 문선... 예상한 대로, 머

지않아 길 두 개를 그리고 나니, 전지 반 장이 다 채워졌다. “너, 내가 이럴 줄 알

았어” 했더니, “지우고 다시 하면 되죠” 라고 말하면서, 다시 덤덤하게 다 지우고

공부방 건물을 아까보다 좀 작게 줄여서 다시 그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길 세

개 그리고 나니, 종이가 모자라가는 문선이. 옆에서 내가 또 한마디 하려는걸 짐작

했는지, 큰 길 하나를 지우더니 두 개로 나눠그리며, “내가, 혼자 할테니까, 선생

님 꺼 해요” 라며 덤덤히 지도에 몰입한다. 역시, 말년병장 최문선. 자립심 하나는 끝내준다. 옆에는 문선, 또 그 옆에는

가은이가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가은도 자신이 하는 작업에 왈가왈부 개입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터라, 할 게 없

어진 나는 다시 문선이의 지도를 한 번 들여다 보았다가, 내 지역텃밭지도 제작에 들어갔다.

초반에 우려한대로.. 전지에 장승업이 그려준 지도를 붙여 놓았더니, 아이들 중 몇몇이 그 지도의 모양을 따라 그리기

시작했는데. 유독 다흰이가 검정색 선으로 굵직굵직 선을 그리는 것으로 보아, 장승업 지도를 보고 따라하는 것이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닐 수도 있는 거고... 오늘은 사막이 다흰이 옆에 앉아서, 관찰기록지를 보아가며, 다흰이

가 기억 안나는 부분은 설명을 해줘가며, 칭찬해줘가며, 옆에서 멘토역할을 했다. 다흰같은 경우는, 옆에서 꼭 챙겨주면

서, 작은 거 하나라도 얘기해주면서 봐주고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매 수업시간마다 그때 그때 한명이 다

흰이 옆에 있어주었다. 평소, 다른 사람이 한 것은 잘 한 것이고 자신이 한 것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없는 다흰이라서, 어

이미지텔링 지도 만들기

Page 16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떠한 부분에 대해 칭찬을 해주면, 다흰은 벌떡 일

어나서 칭찬받은 작업물을 들고 자랑을 하기도 했

다. “이거 내가 한거다!” 이러면서....ㅎ

분주하게 서로 작업을 하는 공부방. 무카는 혜민

과 세령 사이에 앉아서, 세령의 사진 자르는 걸 도

와주기도 하고, 혜민이가 지도에 쓴 글을 보고 이

런 저런 얘기도 해 주는 모습이 보인다. 라쿠도,

멘토의 힘을 얻으면 더 작업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영에게 얘기를 많이 해주고, 혼자서도 잘해요,

혼자하게 냅둬요, 컨셉의 가은에겐 간간히 들여봐

주는 정도로 수업을 하고 있다. 사막은 위에 말했

듯이 다흰 옆에서, ‘저 지도를 따라 그리지 말고,

너의 지도를 그리는 거야’ 라고 말하는 듯한 손짓

발짓을 하며 멘토역할을 하고 있었다.

난 역시나 말년병장 문선 옆에서 안 보는척 들여

다보면서, 내 지도작업에 들어가 열심히 작업하고

있었는데, 배움현장 기록을 하던 쿠로와 사진촬영

을 하고 있던 야자수가, 심심했는지(수업 중에 심

심하진 않았겠지만ㅋ), 내 지도작업이 재밌어 보

였는지, 나한테 장난을 걸고 싶었는지, 내 지도에

둘이 붙어서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비 맞고 있는

시로, 사기시로오오, 달걀귀신시로오오 등등, 쿠로의 발

달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걸 나타내는 작업을 찔끔찔끔하

면서 아주 덤덤한 태도로 추가시켰다. 수업에 참여하는

교사가 지도작업을 진행한 것은, 아이들이 지도제작을 하

는 데 있어서, 교사들이 모두 자신들의 지도에 개입을 하

는 태도라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부분과, 교사가

조금 자유로운 방식으로 어떠한 틀 없이 그려나가는 방식

이, 아이들이 지도작업을 좀 더 편안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는데, 내 지도작업은.. 충분

히.. 그럴 여지가 있었던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ㅎ

수업 시간이 반을 훌쩍 넘었을 때, 내 옆의 문선이가 “

어라” 한다. 내 지도에 장난치는 쿠로를 타박하다가 들

여다보니, 문선의 지도가, 예상했던 대로 몇 줄기의 길을

그리고 나니 텃밭으로 가기까지의 길이 들어갈 자리가 안

남게 된 것이다. ‘이럴 줄 알았어ㅋ’. “어떻게 할 거야?”

했더니, 문선, “......” 그렇다고 여태 했던 것들을 모두

지우고 다시 그리자니, 여태 그려진 지도도 아까워서 내

가 종이를 더 붙이자고 했더니, ‘아, 그런 방법이!’ 라는

표정으로 전지의 반의 반 장을 잘라서 덧붙였다.

문선의 지도에도 문선의 머릿 속에 있는 텃밭들이 기록

되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작업에서도 각각의 성향이 그

대로 나타난 듯한 지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답사를 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63

162 :생태텃밭영역5차

Page 16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니면서 찍었던 사진들을 보면서, 거기에 찍힌 자신의 모습을 찾아 오려 붙이고, 말풍선을 달기도 하고, 재밌는 표정이나

포즈로 나온 친구나 선생님이나 아주머니를 찾아 오려서 붙이고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시키기도 했다. 역시나 예

상했던 대로, 코믹스럽게 나온 내 사진이 아이들의 지도 여기저기에 오려 붙여졌고, 세령은 내 동글한 얼굴과 두터운 팔

을 갸름하고 가느다랗게 ‘잘라서’ 붙여주기도 했다. 사진을 오려 붙이고 말풍선을 달고 덧그림을 그리는데 재미를 붙여

서 그런지, 관찰기록지에 기록했던 작물과 텃밭에 관한 내용, 아주머니와 얘기하면서 들었던 이야기에 관해서는 지도에

많이 첨부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역의 맵을 잡는데 있어서의 아이들의 인식 정도나, 사람을 추가시키고 그끼

리의 관계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꽤나 재밌는 구조를 만들었던 걸로 보인다.

혜민의 지도는 길의 모양을 철길처럼 그린 것도 독특했고, 세 군데 텃밭의 뽀인트를 표시하고 세 텃밭의 공통점을 찾아

보라고 퀴즈를 내놓고 상금은 0원이라는 표시를 해놓는 등 자기만의 컨셉을 잡기도 했고, 다흰은 초반에 굵직굵직한 검

은 길을 살려 우리자리 공부방을 기준으로 세 군데의 텃밭을 표시하고, 역시나 ‘ 박다흰이 한 거예요, 감사해요’ 등의 글

을 써넣고 아디다스풍의 검은 꽃으로 작물을 그려넣었다. 그리고 라쿠 옆에서 ‘혼자서도 잘해요’ 버전으로 작업했던 가

Page 16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은이는, 전체 지도를 카메라로 찍은듯한 사진 컨

셉으로 나타내면서, 이런 저런 사진 속 사람들을

오려서, 벌서고 있는 사람과 어딘가를 가려고 하

는 사람, 잡는 사람을 만화처럼 그려넣었고, 사진

속으로 들어가려면 천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룰도

심어주었다. 평소에 공부방 선생님이 말했던 것이

나 우리가 보면서도 느꼈듯이, 실제 확정된 정보

를 기억해두고 사실에 근거한 자료 위주로 작업하

는 가영 역시, 정확한 길과 정확한 정보가 들어간

지도를 만들어 내었다.

책상 없이 바닥에 둘러앉아서, 평소 작업하던 도

화지나 A4용지의 몇 배가 되는 전지 반 장(전지가

반장이라는건 아니고...ㅎ 전지의 반 장...-- 어

떻게 말해도 전지 반 장이라는..ㅎ)에 지도를 그

리다 보니, 산만함이 없진 않았지만, 자신의 눈 앞에 있

는 흰 종이에 그닥 큰부담없이 그려나가는 모습들을 보

면서, 수업에 준비된 사진들과 기록자료, 그리고 몇 번에

걸쳐 다녀본 동네 텃밭에 대한 답사의 경험이, 어느정도

아이들이 맵을 잡거나 각 텃밭을 인식하고 기억하는데 괜

찮은 동기부여를 해줬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은혜와 세리, 승빈은 다음

날 무카의 진행 아래 지도작업을 하기로 하고, 공부방에

널부러져 있는 사진쪼가리와 이런 저런 도구들을, 역시

나 널부러져 있는 아이들을 주워모아 함께 정리하며 오늘

수업을 정리했다. 자, 애들아, 이제 어느 정도 감이 잡히

니?ㅎ 이제... 또 갈 길이 멀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생태텃밭영역5차

165164

Page 16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연결수업 / 2007년 9월 28일

●이미지텔링 지도 만들기 추가수업

이미지텔링 지도는 답사한 내용들을 아이들 식으로 정

리해 보는 작업이기도 하고, 지역 생태 지도를 제작할 때,

참여한 아이들의 작품이 모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좋겠다는 의견으로, 지도 만들기에 참여하지 않은 아이

들은 다음날 따로 시간을 할애하여 지도 만들기를 진행하

기로 하였다. 지난 시간에 오지 않았던 승빈이와 세리, 은

혜가 모두 참여하였고, 전날 수업에 참여했던 다흰이는 다

시 만들고 싶다고 자원하여 같이 하기로 하였다. 은혜는 2

회의 답사 모두 참여하지 않았으나, 우림시장 방면의 밭

들은 아는 곳이고, 생태지도에 자신의 작품도 들어갔으면

좋겠다 하여 지도 만들기에는 참여하기로 하였다. 이날부

터 툇마루 2차 수정공사가 시작되어, 무카만 수업에 참여

하기로 하였다.

아이들이 모두 참여하지 않는 추가수업이다 보니, 다른

아이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에 영향을 많이 받아, 수업은 전

반적으로 산만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승빈이는 답사한

밭들을 세심하게 떠올리며, 그 밭에서 키우고 있던 작물들

을 하나씩 생각해 내어 그려보려 했는데, 그림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 자신감이 적은터라, 마음먹은 대로 그려지

지 않는다고 속상해하면서, 이내 다른 아이들의 모습이나

밖에서 공사하는 소리 등에 주의가 쏠리는 모습이었다. 세

리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지도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자리

공부방을 중심에 두고, 답사한 다른 밭들이 우리자리 공부

방을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는 도형과 같은 형태로 지도를

만들었다. 이유를 물어보자, 우리자리 공부방에서 출발해

서 세이브마트 쪽과 우림시장 쪽으로 주변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그렇게 그렸다는 것이었다. 그림 그리기나 묘사에

자신감이 약한 대신, 세리는 독특한 추상적인 표현을 하는

데에 소질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지난 시간 이미 지도를

그렸던 다흰이는, 다시 만들겠다고는 했지만, 막상 작업

을 시작하고 나니 어디서부터 작업을 해야할지 난감해 하

는 모습이다. 두 번째 하는 작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재미

가 덜한 듯, 어느 정도 작업을 하다가는 이내 다른 곳에 주

의가 쏠려, 그리다 말다를 반복하는 모습이다. 답사에 참

여하지 않았던 은혜 역시, 그리기로는 했지만 실제로 밭을

관찰하고 기록하지는 않았던 터라, 대략 아는 밭의 위치를

지도에 죽죽 표시하면서, 내내 그리기 귀찮다고 궁시렁거

리더니, 위치 표시를 다 끝내고 나니 다 했다며 휭 하니 달

아나 버렸다. 어쩔 수 없지. 답사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

에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수업을 조금 늦게 시작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다들 잘

집중을 하지 못해, 본래 공부방 수업이 끝날 시간에 맞추어

하던 것들을 마무리하게 하고 수업을 마치기로 했다. 벌써

부터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승빈이는, 빨리 끝내고 싶은 마

음도 있지만, 그와 더불어 자기 작품을 완결하고 싶은 마

음도 강한지라, 작업이 손에는 안잡히지만 끝낼 수도 없어

짜증이 벌써 이만큼 솟았다. 겨우 달래어 밭 사이의 길들

은 선으로 표시되어 있는 상태로 그대로 놓아두고, 표시한

밭 중 사진과 그림이 들어간 두 곳만 마무리하자고 했더니,

고심고심 몇 가지 작물과 함께 마이크를 그려놓고는 마무

리했다. “마이크는 뭐야?” “인터뷰한 밭이에요”. 역시...

승빈이답다.ㅎㅎㅎ 다흰이 역시 이제 지도 만들기에 대한

흥미는 거의 바닥이다. 결국 지도의 빈 공간들을 대략 채

우고 마무리해버렸다. 다만, 공부방에 온지 얼마 안되어서

인지, 아니면 텃밭 답사가 재미있어서였는지, 답사 때 가

장 열심히 참여하던 세리는 끝까지 지도를 다 그린 후에야

작업을 마무리했다.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후, 지난 시간과 오늘의 지도 결과

물을 모두 모아 사진을 찍으며 살펴보니, 하나하나 각양각

색이다. 세심하게 텃밭 가는 길을 꼼꼼하게 그린 녀석이 있

는가 하면, 텃밭 하나하나의 모습에 집중한 녀석도 있고,

촬영한 사진 중심으로 작업한 녀석, 사진보다는 직접 그림

을 그려넣는 데에 중점을 둔 녀석도 있다. 막상 아이들이

그린 지도를 보니, 아이들의 결과물을 중심으로 만들기로

했던 생태지도를 과연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할지 고민스

럽기는 하지만, 지도만큼이나 서로 다르고 독특한 녀석들

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도 새삼 느껴진다. 다양한 지도가

주는 즐거움과, 생태 지도 제작을 위한 고민스러움... 아이

들을 만나는 마음도 비슷하다...

Page 16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5차수업 결과물

●이미지텔링 지도

①이승빈 ②박다흰 ③고

은혜 ④박다흰 ⑤김가영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67

166 :생태텃밭영역5차

Page 16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①김가은 ②정혜민

③최문선 ④최세리

형작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대체수업을 진행하였다. 다른 작가들은 목

공 및 기타 작업을 진행하였고, 오십원 작가의 도움을 받아, 세 명의 아

이들과 현주샘, 무카가 참여하였다. 거의 완성된 텃밭 옆 미장턱에 흙

손을 이용해 황토 몰탈칠을 하면서, 덜마른 황토 위에 손가락이나 못을

이용해 그림이나 글씨를 그려넣는 작업도 함께 해보았다.

●이 날은 공부방 아이들이 다니는 주변 지역의 모든 초등학교에

서 현장학습과 운동회가 진행되는 바람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공부

방 수업에 불참하였다. 승빈이와 다흰이, 소명이만 수업 시간에 맞추

어 도착하였으므로, 본래 진행하기로 했던 텃밭 옆 벽화의 밑그림 그

리기 수업을 다음 시간으로 미루고,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공부방 조

대체수업 / 2007년 10월 2일 : 황토몰탈 칠하기

Page 16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슝푸슝 에어 콤프레셔가 못 쏘는 소리, 지이잉 직소의 나무 자르는 소리... 안쪽 툇마루 위에서는 오십원

오라방과 사막이 나무를 자르고 붙이느라 여념이 없고, 그 옆에선 쿠로와 앞집 다혜, 윗집 유정이가, 황

토몰탈 위에 당근이며 손바닥을 찍어대고 있다. 공부방 전면 사다리 위에는 간판 마무리 작업을 하는 전지가,

그 아래에는 우체통에 페인트를 칠하는 라쿠가 보인다. 이제 더이상 덥지만은 않은 요즘, 공부방에선 마무리 공

사가 한창이다.

6일로 예정된 텃밭 개소식으로 인해 다들 전심전력 작업에 매달리는 상황이라, 오늘도 수업은 무카와 쿠로, 현

주샘이 책임지기로 했다. 한동안 아이들의 수업 참여율이 저조했던 터라, 간만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모여 다글

다글 앉아 있는 것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반, 부담스런 마음도 반이다. ㅎ 오늘은 소년 한국일보의 기자 한 분

도 수업을 참관하기로 했다. 도시갤러리 프로젝트가 여기저기 홍보되면서, 외부 매체에서 하나 둘씩 취재 요청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생태텃밭영역6차

169168

Page 17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6차수업

공부방 텃밭 옆에 그릴 크레파스 벽화의 시안 작업을 위해, 벽화 밑그림 그리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텃밭을 답사했던 내용과 식물이 자라는 모습 등을 주제로, 아이들 각자가 8절 크기의 도화지 한 장씩 크레파스 그림을 그려보도록 하였고,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의 밑그림을 모아 벽화의 최종 시안을 구성해 보고자 하였다.

이 오곤 한다. 수업 진행에 차질을 빚지 않는 한에서는 참관과 취재를 할 수 있도

록 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외부 사람의 존재는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마련

이다. 안그래도 실내 수업이라, 소위 ‘그림’이 안나올 것 같아 난감해 하고 있는 기

자에게, 아이들은, “아저씨, 누구에요? 왜 왔어요? 왜 사진 찍어요?” 하며 기자를

더욱 당황스럽게 만든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이 아저씨는 누구이며 오늘 여기

에 왜 왔는지를 설명하고, 기자 역시도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수업에 잘 참여하

면 예쁘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이야기해 보긴 하지만, 아이들은 그닥 환영해 주

고 싶은 마음이 아닌가보다.

오늘은 텃밭 옆 벽에 그릴 크레파스 벽화의 밑그림을 그리기로 한 날이다. 크레

파스로 벽화를 그릴 예정이기 때문에, 도화지에 각자 주제에 맞는 그림을 크레파

스로 하나씩 그린 뒤, 이 그림들을 크게 확대하고 배치하는 방식으로 벽화를 그리

기로 했다. 공부방에 텃밭이 생기면 해보고 싶은 모습과 텃밭을 답사했던 경험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보자 했더니, 몇몇 녀석들을 중심으로, 다른 거 그리면 안되나

요, 재미없어요, 맘대로 그리게 해요, 불만들이 나온다. 원하는 걸 마음대로 그릴

수도 있겠지만 각자 만화 캐릭터나 생각나는 그림을 아무거나 그리게 되면, 졸업

하고 나서도 남아있을 텃밭 옆 벽화가 너무 어수선하고 생뚱맞아 보이지 않겠느냐

설득해 봤더니, 툴툴거리면서도 이내 어쩔 수 없겠다는 분위기다. 그리고 싶은 건

있지만 실물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지난 이미지텔링 지도만들기 시간에 활

용하고 남은 답사 사진들을 펼쳐놓아 주었다.

역시나 자기 생각이 강하고 구조화에 강한 가은이와 혜민이, 문선이가 제일 먼저 슥슥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졸라맨

스타일의 문선이와 만화풍의 혜민이, 우선 바닥선을 좌악 그린 후 새싹부터 그려나가기 시작하는 가은이의 대비가 웃음

을 짓게 한다. 항상 그림에 자신 없다고 노래를 부르는 세리와 승빈이, 다흰이는 한참동안 고민에 또 고민이다. 학교에

서의 학습 탓인지, 크레파스로 그릴 그림인데도 다들 굳이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있다. 몇 번 크레파스로 그려도 된다고

텃밭벽화 밑그림 그리기

○공부방에 텃밭이 생겼을 때, 우리들이 텃밭에서 직접 식물을 가꾸는 모습 상상해보기

○텃밭이 생기면 텃밭에서 해보고 싶은 일

○ 씨앗을 뿌린 후, 식물이 자라고 열매가 되어 우리가 먹을 수 있게 될 때까지, 식물이 자라고 순환되는 과정

○ 텃밭 답사를 하면서 관찰한 텃밭의 모습이나 텃밭을 가꾸시는 분들의 모습

○ 텃밭 답사를 하면서 재미있었던 일

*크레파스 벽화 밑그림의 주제

Page 17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강조해 보다가, 굳이 그러시다면야 하고는 원하는

대로 그리도록 두기로 했다. 다흰이만 크레파스로

직접 그리고 있다. 나란히 앉은 소명이와 혜민이,

세령이는 서로 간간이 수다도 떨어가며 그림을 그

리는데, 평소 그림그리기에 익숙한 녀석들이어서

인지, 전형적인 만화 스타일의 사람을 그리고 있

다. 옆에서 슥슥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현주샘

의 그림을 살짝살짝 넘겨다 보는 것도 영향을 미

치는 것 같기는 하다.

슬슬 그림 그리는 분위기가 잡혀가기 시작한다.

무카도 아이들 틈에 끼어, 간만에 그림이나 그려

볼까 하며 크레파스를 집어든다. 오랫만에 슥슥

칠해지는 크레파스의 질감이 기분좋게 다가온다.

잠깐 크레파스의 재미에 빠져있다 고개를 들어보

니, 옆에서 승빈이가 끙끙대고 있다. 정확한 정보

의 표현과 전달에 민감한 이 녀석, 밭에서 보았던

작물들을 하나씩 그려가고 있는데, 생각한 것과

그려지는 것에 영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혼자 끙

끙대다 무카가 관심을 보이니, 바로 그려달란다.

무카가 그리면 무카 그림이지, 네 그림이 아니잖

아, 하면서 그리고 싶은 식물의 모양을 하나씩 생각해 보

게 한다. 어떻게 생겼었더라, 하면 바로 설명은 하면서

도, 그려지는 그림은 마음에 안드는지 표정이 영 밝아지

질 않는다. 그리다 잘 안되면 이내 다른 곳에 주의를 쏟

고 장난을 치곤 한다.

저쪽 건너편에서는 혜민이가 맹활약중이다. 소명이 그

림에 손을 대주는가 하면, 반대편 세령이 그림에도 손 한

번 대고, 저편의 세리 그림에도 참견이다. 누가 더 잘 그

리고 못 그리는 건 없다고, 다른 사람 그림을 대신 그려주

면 그건 그 사람 그림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며 자제 요청

(?!)을 하니, 잠깐 잠잠해지다가도, 이내 그리기를 어려

워하는 다른 친구들에게 눈이 가는 모양이다. 워낙에 잘

그리고 못 그린 그림에 대한 기준들을 내면화한 때문일

까, 잘 그린다고 생각되는 다른 아이들이나 선생님의 그

림을 넘겨다 보며, 그려줬으면, 하는 눈초리를 보이는 녀

석들도 한 둘이 아니다. 기억나는 식물들을 추상적인 도

형의 형태로 표현하고 있는 세리의 그림은, 멋지다고 몇

번을 이야기해 줘도 그저 시큰둥, 속도가 나질 않는다.

꼼꼼한 세령이 역시 사람 하나를 그렸다 지웠다, 다른 사

람 그림을 쳐다보다 부러워하다, 모양새가 오늘은 영 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71

170 :생태텃밭영역6차

Page 17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래 걸릴 모양이다. 자기 표현대로 솔직하게 그리는 게 제일 잘 그리는 거라니깐.

수업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뒤 편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하기도 하고 메모를 하기도 하던 기자가, 살며시 아이

들 뒤로 다가온다. 그리고는 아이들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지금 이건 뭐 그리는 거야?” 그런데... 하

필 첫 질문을 소명이에게 던졌다... 대뜸 날아온 대답은, “보면 몰라요?” 역쉬, 감출 수 없는 소명의 포스.ㅎㅎㅎ 옆

에 앉은 혜민이도 까칠한 반응을 날린다. 살짝 당황한 기자. 그래도 다시 옆에 앉은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나씩 해보는

데, 소명의 뒤를 이은 대답들이 영 시원치가 않다. 까칠한 혜민이에 밀려 반대편으로 옮겨간 기자가 택한 라인이, 세리

와 가은이 순서다...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하고 무카 옆까지 다가온 기자. 무카 옆에는 성실맨, 승빈이가 앉아 있다. 그런데... 오늘 날을

잘못 골랐다. 승빈이는 아까부터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데다, 지금은 제일 자신없어 하는, 사람을 그리고 있던 상

태. 특히나 얼굴이 마음에 안들어 크레파스로 그린 얼굴을 지우개로 지워가며 그리고 있었는데, 기자 아저씨가 그림을

들여다보며 질문을 하니, 획 하고 한쪽을 들어올려 최대한 가려가며 그림을 그린다. 평소 같았으면 설명도 해가며 대답

도 냉큼 할 녀석인데. 결국 포기하고 무카에게 진행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기자 아저씨. 다들 쳐다보진 않아도 무

카의 대답을 쫑긋하며 듣고 있는 게 느껴진다.ㅎㅎ

무카에게 질문을 하면서, 뭘 그리는지 한 두마디 대답은

하는 승빈이의 그림을 기자 아저씨가 계속 넘겨다 보자,

정말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사람이 그려진 부분을

반으로 접어 바닥에 감춰버린다. 얼굴이 거의 울상이 돼버

렸다. 아이고오... 상황을 파악한 기자 아저씨가 얼른 다

른 쪽으로 옮겨간 후, 살살 달래어 그림을 펴게 한 후, 잘

안되는 부분을 무카와 함께 그려보자고 꼬셔보았다. 잘 그

리고 있다고, 하나도 안 이상하다고 이야기해 주어도, 얼

굴 형태와 머리카락까지를 그리고 나니, 죽어도 눈, 코, 입

은 못 그리겠다고 몇 번이고 그려달라 울상이다. 굵은 크

레파스로는, 작게 그린 얼굴 안을 표현하기가 영 어려운

듯 하다. 결국, 오늘만이다, 하고 살짝 눈, 코, 입을 그려

주었더니, 그제서야 표정이 살짝 풀린다.

수런수런 분위기를 보니, 대략 끝나가는 분위기다. 벌써

다 끝낸 문선이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가도 되냐고 난리

Page 17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가 났다. 졸라맨 그림체로 옥상 텃

밭과 텃밭에 물을 주는 아이들을 그

렸는데, 이녀석, 분명 크레파스 벽

화라고 이야기했건만, 굳이 사인펜

으로 그림을 그려넣었다. 얼핏 무

릉도원 분위기가 나는, 계곡 느낌

의 땅과 산, 구름에 해까지. 또래 남

자아이들스러우면서도, 문선이만의

구성이 느껴진다. 아까부터 다 그린

상태였던 가은이는, 이미 다른 그림

을 한 장 그리고 있다. 어떻게 그렸

나 살펴보니, 새싹부터 시작해 토마

토가 자라는 과정을 차례로 그렸다. 마지막에 토

마토를 손에 들고 눈물까지 흘려가며, ‘맛있다!’

고 외치는 아이의 모습이 압권이다. 손에 든 토마

토에는 깨문 자국까지 표현돼 있다. 텃밭을 그리

고 그 옆에서 잠자리를 잡으려 애쓰는 아이, 그리

고 그 아이를 놀리는 잠자리. 소명이의 그림이다.

말풍선이 재미있다고 이야기했더니, 흥, 하는 표

정이면서도, 내심 마음에는 드는가보다. 학교에서

배웠다는 강낭콩의 한살이를 그린 혜민이 그림에

는, 한 아이가 한 쪽 입꼬리를 올린 채 웃고 있다.

혜민이다.....!

그럼 이제 슬슬 정리할까, 하는데 세령이가 신경

질을 낸다. “아직 다 못그렸다구요!” 보니, 연필

로 스케치만 되어 있는 상태다. 세리도 아직 다 안

그린 것 같은데, 세리는 그냥 그만 그리겠단다. 다

른 아이들은 이미 색칠까지 끝난 상태. 벽화로 옮

겨서 그릴 것이므로, 다 못 그린 사람은 대략 어떤

색으로 칠할지, 빈 부분에는 어떤 그림을 그릴지

만 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자고는 했지만, 세령

이는 다 못 그린 그림때문에 씩씩대는 상태다. 하

이고오... 어렵다.

밖에 나가 벽에 대보면서 실제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

도록 하자는 현주샘 의견에 따라, 다함께 그림을 들고 밖

으로 나가기로 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와르르 흩어져

버린 아이들. 한창 작업을 진행하던 작가들이 일순 움찔

한다. 일단 앞집 대문 앞으로 아이들을 불러모은 후, 앉

아 있는 현주샘에게 자기 그림을 제출하도록 했다. 아이

들 그림을 다 모으자마자, 현주샘이 센스있게 한 장씩 그

림을 들더니, 누구 그림인지를 물어보며 자기 작품을 설

명하게 한다. 역시, 현주샘의 관록.

토마토 줄기와 포도넝쿨 사이에 서 있는 아이를 그린

다흰이는, 공부방 옆에 텃밭이 만들어지면 심고 싶은 식

물과 그것을 가꾸는 모습을 그렸단다. 비록 물을 주는 조

리개는 공중에 떠있긴 하지만, 기억력 좋은 이녀석, 벽돌

미장했던 것을 기억해 바닥에 벽돌 턱을 표현해 놓았다.

꼼꼼한 스탠다드형의 세령이는, 비록 완성은 하지 못했

지만, 텃밭을 답사했던 모습을 떠올려, 설명해 주시는 아

저씨의 모습과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이, 기록지에 무언

가를 쓰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스케치했다. 그림에 자신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생태텃밭영역6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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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7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이 없다고 식물만 내리 그렸던 세리의 그림에는, 가운데 토란 한 포기가 서 있는 가운데, 위쪽에는 아마도 방울토마토일

듯 싶은 식물들이, 아래쪽에는 벼를 표현한 듯한 그림이 미완성으로 그려져 있다. 오른쪽 화분에 담겨있는 식물은 아마

도 부추나 파일 듯 싶은데... 묘하게 조형적이면서 참 재미있다. 독특하게 참 잘 그렸다는 무카와 현주샘의 칭찬에, 다

른 아이들의 시샘어린 눈길이 날아든다.

다함께 모두의 그림을 감상한 뒤, 벽화가 그려질 텃밭 옆 벽으로 다가가, 일단 각자 마음에 드는 곳에 그림을 대보고

크기를 가늠해 보기로 했다. 이런 장면을 놓칠세라, 기자 아저씨가 냉큼 셔터를 누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공간에 비

해 너무 많고, 너무 재빠르며, 공사중인 텃밭에서 ‘그림’될 사진을 찍을 위치는 마땅찮다. 결국, 오늘 수업은 끝, 하고 아

이들이 흩어지기 시작하자, 기자 양반, 아이들에게 사진을 한 장 찍으면 안되겠냐고 부탁을 해본다. 다들 싫다는 가운데

다흰이와 문선이가 흔쾌히 나선다. 찰칵, 찰칵! 다흰이가 이내 흥미를 잃고 빠진 뒤에도, 문선이는 혼자 벽 앞에서 이리

저리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심지어 저 옆에 있던 동생 문현이까지 불러 “야, 신문에 나온대, 사진찍어!” 하며 승

빈이 형의 그림을 들고 사진을 찍게 한다. 그리고는, 죽이는 한마디를 날린다. “신문에 나오는 거라면, 전 몇 장을 찍어

도 좋아요”. 문선이 맞다. ㅎㅎㅎ 보다못한 현주샘과 무카가 아이들 그림에 얼굴을 가리곤 한 두장을 더 찍도록 협조하

긴 했지만, 아무래도 이날 기자 아저씨, 마음에 드는 사진 건지긴 힘들었을 것 같다.

생각보다 다양하고 개성적인 그림들이 나와서 벽화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 이렇게나 그리고 표현

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너무 표현할 기회를 안 줬던 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도 든다. 이런 마음도 잠시, 수업한 자

리와 그림들을 정리한 후, 다시 작업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장을 함께 하려 흙손을 잡다가, 문득, 눈 앞에 있는

조형작업에 급한 나머지, 아이들과의 만남을 소홀히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런 마음이 든다. 순간에 바로 몰입하는

아이들처럼, 아이들을 만날 때나 작업에 함께 할 때나, 순간에 몰입하려 노력하는 게 최선이겠지, 마음을 다잡으며, 다

시 작업을 시작한다. 작업이 즐겁다.

Page 17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역생태수업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서, 공부방 툇마루와 텃밭 옆에 있는 넓직한 벽에 크레파스 벽화를

그려보기로 한 오늘. 이전에 무카가 아이들과 진행한 벽화 시안 수업에서 나온 결과물들을 가지고, 작업

이전에 미리 그림의 순서를 배치해봄으로써 막상 그릴 때 우왕좌왕하는 시간없이 바로 벽화를 그릴 수 있게 되

었다. 크레파스 벽화를 그리기 전에, 벽에 크레파스가 효과적으로 그려지게 하기 위해, 벽을 새로 미장하고 몇

차례 바인더를 덧칠했기에, 분필로 스케치 작업을 시작할 때도 벽이 거칠지 않아, 아이들도 힘들지 않게 밑작업

을 시작할수 있었다. 오늘 수업에는 TBS 교통방송에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촬영을 나왔기에, 두 명의 스텝이

함께 하게 되었다. 이미 텃밭에 작물들을 심어놓은 상태이기에, 아이들은 작물을 밟지 않으려고, 까치발을 들고

폴짝폴짝 밭고랑을 뛰어다니며 자기 자리를 찾기 시작했고, 누구 한 명이라도 작물을 밟으면, 밟은 아이를 향한

수많은 질타가 봇물터지듯 쏟아지곤 했다. “니가 부추를 죽였어!!!!” 등등....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75

174 :생태텃밭영역7차

Page 17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7차수업

공부방 옆 벽의 크레파스 벽화는 아이들이 각자 그렸던 밑그림을 연결하여 배치하는 방식으로 구성하였다. 먼저 분필로 밑그림을 그린 후 크레파스로 색을 칠하도록 하였고, 각자의 그림이 맞닿는 부분은 아이들끼리 협의하여 연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벽화그리기 수업이 끝난 다음에는, 전체 그림의 아래쪽을 땅 속으로 표현하여 벽화가 커다란 하나의 그림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추가 작업을 진행하였고, 여기에는 벽화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저학년 아이들도 참여하여, 땅 속의 식물이나 곤충, 동물들, 하늘로 표현된 부분에는 새나 나비 등을 그려넣을 수 있도록 하였다.

긴 벽에 세리, 혜민, 가은, 다흰, 승빈, 소명, 세령, 가영의 순서로 그림을 그리기

로 했고, 가은이와 다흰이 사이에 오늘 오지 못한 문선이의 자리를 비워두었다. 다

들 벽에 달라붙어서 그림을 그리는데, 그림을 그리는 속도나 스타일 등, 진행하는

방식이 모두 가지각색.. 세리는, 계속되는 질문과 함께, 작업 속도도 천천히 진행되

면서, 자신의 그림이 잘못됐다느니, 이상하다느니... 불만을 늘어놓으며 정말 조심

조심 그려나갔다. 그 옆의 혜민은 주위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시안을 보고

슥슥 그려 나가면서, 빨리 끝내고 세리의 그림까지 봐주며 도와주는 모습도 보였

다. 가은 역시 당연히 ‘혼자서도 잘해요’ 컨셉으로 시안을 잘 살려서 밑그림을 그려

나갔고, 다흰은 시안과는 다른 그림을 그리면서 우리를 당황케 했으나, 본래의 자

기 시안과는 다르지만 나름의 이야기를 후에 덧붙여 또 다른 그림이 나오게 했다.

아이들이 막 작업을 하고 있을 즈음, 촬영나온 TBS 스텝 두 명은 아이들과 작물

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면서, 미리 짜온 콘티에 맞추는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이

미 아이들에게 할 질문과 아이들이 할 대답을 예상해 온 나름의 시나리오를 보면

서 질문을 했고, 예상했던 대로 승빈은(ㅎㅎ), 그들이 질문하는 것에 성실한 답변

을 해주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뭐하고 있는 거에요?” “아, 그니까요, 우리가 부

추, 가지, 오이 같은 걸 심은 텃밭 옆에 그림을 그리는 거에요” 라며, 심지도 않

은 가지나 오이를 얘기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으면, 그 옆에 있

던 다흰은 자기도 인터뷰를 하게 해달라며, “아, 나도 인터뷰 하고 싶다, 저거 텔레비전에 나오는 거죠?” 하고 조르기

도 하면서, 우리의 기대를 살짝 저버리게 하기도 했다. 진행하는 작업을 소개하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프로젝트를 일

방적인 컨셉으로 담아가려는 의도가 드러남을 느끼고 나서 촬영에 임할 마음이 사라진 공동체미술팀과 교사들은, 카메

라나 스텝들을 슬금슬금 피하는 태도를 보이게 됐고, 평소 아이들의 포스를 알고 있던지라 은연중에 그런 스텝들의 의

도를 아이들이 과감하게 질타하리라, 기대했었는데, 텔레비전에 나온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모

습에 살짝... 삐죽대기도 했다.

작업하고 있는 아이들과 촬영하려는 스텝들,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팀원들이 작은 공간에서 오밀조밀 움직이면서,

아이들의 텃밭 벽화가 조금씩 완성되는 기미가 보일 때쯤, 아이들의 그림이 점점 위로 번져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

다 보니 아이들의 키를 훌쩍 넘도록 그림이 커지기 시작했고, 손을 뻗어도 닿지 않자, 아이들은 들어 올려달라는 둥, 목

크레파스 벽화그리기

Page 17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마를 태워달라는 둥, 벽 위쪽에 그림을 그리기 위

해, 우리의 근육들을 필요로 하기 시작했다. 아이

들을 만나면 당연히 쓰게 되는 근육이다 보니, 우

리들은 한 명, 한 명 업어가며, 목마를 태워가며,

번쩍 들어가며, 아이들의 벽화완성을 도와줬고,

안아올리기에 힘든 구조에서 그리고 있던 세리에

게는, 오십원오빠가 센스있게 벽돌을 쌓아올려 발

판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세리의 발판을 보고 한

명, 두 명, 아이들이 벽돌을 가지고 와서 자신의

발판을 만들었고, 심지어 조형작업을 진행하려 쌓

아두었던 스기목까지 가져와 발판을 만들어서, 좀

더 높은 곳의 구름과 하늘 위의 잠자리, 나비도 그

릴 수 있었다. 추상적인 표현의 세리의 그림과, 시니컬하

지만 나름 작물의 순환에 대한 의미가 있는 혜민의 그림

에 이어서, 평소의 모습보다 훨씬 친절하면서도 정확한

가은의 그림. 그리고 애매했지만 뒤늦게 감을 잡아 흐름

에 맞게 자리잡은 다흰의 그림. 그 옆에, 자꾸 다흰이가

자기 그림에 침입해 온다고 투덜대면서 주택의 옥상 텃

밭을 그려넣는 승빈. 그리고 스텝들의 의도와 취재 태도

에 가장 시니컬한 태도로 질타를 가해줘서, 우리의 속을

살짝 시원하게 해준 멋진 소명의 그림과, 그 옆에서 ‘이

건 이럴려고 한 거에요, 이건 이렇게 하는 거에요’ 하며,

살짝 튀어나온 입을 귀엽게 오물거리며 성실하게 작업에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생태텃밭영역7차

177176

Page 17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임하는 세령. 항상 현실적인 생각 위주로 선생님들이 하는 말에 귀기울여 작업을 하는 꿋꿋한 가영이와 그 옆에서 가영

이보다 더 꿋꿋한 태도로 넓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든든한 현주샘. 모두 벽에 달라붙어서 작업하는 모습을이 아주 열심

이다. 아, 그리고 하나 더.... 그 틈을 타서 한 명이라도 콘티에 맞는 인터뷰를 따려고 눈에 광을 뿜고 계시는 두 분의 촬

영자들과, 그분들도 살피고 아이들의 작업 진행에도 도움을 주려는 우리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담으려는 오십원 오

빠와 야자수양이 어우러져 있는 지금....

한 시간이 훌쩍 넘어 수업 시간이 끝날 때가 되자, 아이들의 그림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 정리가 되었다. 그런데 오

늘 오지 않은 문선을 위해 나름 비워둔 자리가, 문선이의 공간 양 옆에서 그리던 아이들이 빈 공간 쪽으로 그림을 조금

씩 넓혀가면서, 문선의 자리가 좁아지다 못해 거의 실종돼 버리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결국, 다음 수업 전에 미리 문선

이를 만나서, 문선의 그림을 아예 위로 확 올려 사다리로 연결하여, 옥상 텃밭이나 하늘에 있는 텃밭 이미지로 가거나,

지하세계 쪽으로 끌어들여 보자는 제안을 해보기로 했다. 잠시 후, 아이들의 벽화작업이 거의 마무리되어 수업을 마무

리하기로 하였다. TBS에서 촬영나온 사람들도 살짝 부족한 듯 보이긴 하지

만, 어느 정도 가져갈 분량은 채운 듯한 눈치였다.

필요에 의해 덧대는 식으로 미장되어, 퍼즐처럼 부분부분 다른 색으로 맞

춰진 것처럼 보이던 회색 시멘트벽이, 아이들의 그림으로 인해 옆의 텃밭과

어우러져 또다른 분위기의 공간으로 변화되었다. 그 전에 이런 저런 쓰레기

들과 정리되지 않아 보이는 작은 텃밭으로 어수선해 보이던 공간이, 그림이

있고, 쉴 수 있는 툇마루와 텃밭이 있는 공간으로 성격이 달라졌다. 툇마루

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아이들이 여러 작업에 함께 참여했고, 텃밭을 만들 때

미장을 하거나 흙을 채워넣거나 작물을 심을 때도 참여하면서, 공간이 변화

되는 과정을 비록 타의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밟기는 했지만... 공간의 구조

나 아우라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 달라지는지, 8월부터 현재까지 우리로 인

해 이 공간에 계속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공간에 대한 자신들의 인식의 변

화 정도를 이전과는 다르게 느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아이들의 벽화 작업이 마무리된 후, 아이들의 시안을 그대로 존중하고 살

리되, 아이들이 연하게 칠해서 색이 잘 안보이는 부분만 작가들이 진하게 덧

칠을 하기로 하였고,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벽화 아랫부분은 지하세계로 표

현하여, 뿌리작물과 땅 속에 존재하는 여러 생명체들, 그 외 연상할 수 있

는 이미지를 추가하여, 전체 그림과 텃밭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추가 작

업을 진행하기로 하며, 오늘의 작업과, 촬영과, 수업을 정리했다. 말도 많고

Page 17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탈도 많고 이런저런 시행착오도 많았던 공부방 옆, 이 작은 공간의 조형작업이, 이제 마무리되어가는 기분이 든

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주인 아주머니와의 이해 관계가 있지만.. 그 부분은 품은 채.. 이 공간의 변화가, 공

간 주변의 사람과 환경에 끼칠 아우라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시마이.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79

178 :생태텃밭영역7차

Page 18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완성된 크레파스 벽화

Page 18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추, 쑥갓, 열무, 파, 상추, 아욱, 시금치... 새로 만든 텃밭에 심은 작물들의 이름이다. 작물에는 다들 이름

이 있는데 이 텃밭엔 아직 부를만한 이름이 없다. 그래서 오늘은 공부방 옆 텃밭 이름 짓기를 할 것이다.

공부방 텃밭에 붙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름들을, 아이들이 자유로이, 즐겁게, 밭 이름을 떠오르는 대로 말

하면, 화이트보드에는 그때마다 여러 이름들이 적혀 올라가고, 각자의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이름에 대한 이유

를 말하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밭 이름을 정하기로 하였다. 우리자리, 올록볼록, 공동체, 함께해요, 꽃놀, 손

바닥, 아이들의,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달개비 정도가 후보로 나왔다. 하나씩 나온 이름들의 이유를 말해보

고, 손을 들어가며 숫자를 적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다같이 깔깔댔다. 공부방 이름이 우리자리이고 공동체를 주

제로 수업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툭’ 건드리면 ‘공동체~’ 단어가 ‘탁’ 나온다. 저마다 이유는 그럴 듯 했다. 그

* 위사진 / 가영이가 만든 액자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생태텃밭영역8차

181180

Page 18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8차수업

지역생태텃밭영역을 마무리하면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 주민들께 아이들이 직접 사진 액자를 만들어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자리를 가져보기로 하였다. 답사 때 촬영했던 사진을 출력하고 공부방과 작업실의 물품들을 활용해, 각자 자신만의 사진액자를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공부방 텃밭이 완공됨에 따라, 공부방 텃밭의 이름을 다함께 지어보고, 더불어 답사를 진행했던 텃밭에도 이름을 지어 선물하기로 하였다. 액자를 만들기에 앞서, 아이들이 각자 원하는 텃밭 이름을 이야기한 후, 손을 들어 투표를 하고 다수결에 따라 확정하는 방식으로 텃밭 이름 짓기를 진행하였다.

중 달개비와 꽃놀이 마지막까지 인기가 좋았다.

아이들 7명에, 어른 7명. 무려 세 번의 투표를 거쳤는데, 마지막에 남은 후보는

세령이가 말한 달개비에 일곱, 가은이가 말한 꽃놀에 일곱표로 동점이 되어버린 상

황. 촬영과 기록을 하고 있는 오십원오빠와 쿠로에게도 동시에 마음에 드는 밭이름

을 말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두 사람이 동시에 말한 이름은, 하필 꽃놀 하나, 달개

비 하나다. 승부가 안 나겠다 싶었는지, 결국 공부방의 소연님을 불러오기로 한다.

소연샘은 영문도 모르고 흥분된 아이들 사이에서, 유리문을 어떤 손으로 열었는지

도 모를 만큼 빠르게 끌려 들어왔다. 눈을 깜빡 깜빡이던 소연님의 얼굴이 붉게 달

아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함께 만든 공부방 옆 텃밭의 이름을 정하고 있는 중인데,

달개비와 꽃놀이 접전을 벌이는 중이라고, 소연님 의견은 어떠신지 여쭤보니, 이

유를 듣고 싶어 하셨다. ”달개비는요~” 세령이가 말한다. 2층 도서관 이름이 달개

비라서, 달개비란 이름도 마음에 들고, 도서관과 연결되는 느낌으로 달개비라 하고

싶었다고 하자, 소연샘께서는 “음, 도서관을 달개비라고 한 이유는, 남빛과 보랏빛

을 섞어놓은 색이 달개비의 색인데, 사료, 염색, 약재 등 쓸모가 많고, 도서관을 지

을 땐 달개비처럼 쓸모가 많은 도서관이 되었으면 해서 이름을 제안했었어요” 하

시며 웃으신다. 자, 그럼 꽃놀에 대해서도 들어볼까? “꽃놀은요..”가은이가 아주

천천히 얘기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심은 것들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그 전에 반

듯이 꽃이 피어야 하는데, 꽃이 피면 꽃이랑 놀자는 뜻에서 꽃놀 텃밭이라 제안했다고. 물론 이렇게 정리해서 말하진 않

텃밭 이름짓기 · 주민들께 드릴 사진액자 만들기

○ 공부방 옆 텃밭 => 꽃놀 텃밭 : 우리자리, 우리자리 우리자리, 올록볼록, 공동체, 함께해요, 꽃놀, 그림, 손바닥, 아이들의,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달개비 텃밭

○ 답사를 진행한 지역 텃밭

▷ 백설세탁소 옥상 텃밭 => 하늘 텃밭 : 하늘 텃밭, 꽃을 이루자, 앵글(옥상 위에 앵글이 쳐져 있었음), 좋은 냄새, 계단 무서운, 신기한,

무섭지만 행복한, 욕조(작물이 가득 심어져 있는 욕조가 있었음), 포도가 제일 많은 텃밭

▷ 마음이란 강아지가 있던 베란다 텃밭 => 마음이 텃밭 : 마음이, 부들부들, 곤충과 식물이 사는, 착한(아주머니가 착하다고), 베란다, 멍

멍이, 흔들흔들, 덩치가 큰 이학년(이 밭 주인아주머니의 아들이 2학년 치고는 덩치가 큰 아이였음)

▷ 할머님께서 설명도 해주시고 쪽파 모종도 주신 텃밭 => 아주까리 대문 텃밭 : 고맙습니다, 친절한, 푸른, 아주까리 대문

▷ 아주머니께서 잠자리를 잡아주셨던 산비탈의 텃밭 => 잠자리 텃밭 : 잠자리, 곤충, 넓은 정원, 공동체, 식물, 똑같은, 아주 착한 예쁜

▷ 원두막이 있던 무지개빌라 안쪽 넓은 텃밭 => 시골느낌 텃밭 : 시골느낌, 편한, 달팽이, 공동체, 원두막, 알맹이

# 마당텃밭의 경우, 텃밭을 정하는 시간에는 투표를 하지 않고 지나갔으나, 승빈이와 가영이가 이 텃밭의 주인 아주머니 사진으로 액자를

만들었기 때문에, 액자를 만드는 도중, 가영이가 낸 ‘마당텃밭’이란 이름이 아이들의 동의를 얻어 텃밭 이름으로 확정되었다.

「각 텃밭 밭이름 후보작들」

Page 18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았다. ^^ 책에서 보았다며, 열매를 보려면 먼저 ‘

꽃이랑 놀자’는 가은이의 기발한 상상이 아름다웠

다. 그 상상력이 통했는지 소연님도 ‘꽃놀’에 손을

들었다. 그러자 교실은 떠날듯이 기뻐하는 소리와

아쉬움에 에잇! 하는 소리가 뒤엉켜 시끄러웠다.

펄쩍펄쩍 기뻐 뛰는 가은이 사이로, 실망스러웠던

세령이가 가늘고 짧게 울음을 보였다.

이렇게 우리자리 옆 텃밭에 이름이 생겼고, 이번

에 우리가 답사한 동네 텃밭에 이름을 붙일 차례

이다. 우리자리 공부방에서 나와, 걸어서 1분, 뛰

어서 30초면 적당할지. 정확하진 않지만 우리가

찾은 풍성한 텃밭 중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백

설세탁소 옥상 텃밭에 이름을 붙여 볼까? 하늘 텃

밭, 꽃을 이루자, 앵글, 좋은 냄새, 계단 무서운,

신기한, 무섭지만 행복한 텃밭, 욕조 텃밭, 포도

가 제일 많은 텃밭... 삼거리 중앙에서, 저 위에 한

아름 매달린 열매들을 가까이 보려면 비좁은 철제

계단을 아슬아슬하게 올라가야 한다. 바닥이 훤히 내려

다보이는 아찔한 순간을 참고 오르면 운치가 그만인 세탁

소 옥상의 텃밭은, 하늘하고 가장 높게 맞닿아 있다고 하

여 ‘하늘텃밭’이라 부르기로 하였다.

세탁소에서 내려와 기린유통을 지나쳐 골목으로 들어

서면 첫 번째 골목에 오래돼 보이는 연립이 있다. 그 쪽

으로 팔십 걸음을 해서 안으로 들어서면, 원두막과 오솔

길처럼 난 텃밭을 만나게 되는데, 이 넓은 텃밭엔 어떤

이름이 좋을까? ‘시골느낌’이 네 표로 승리하였다. 다른

의견으론 편한, 달팽이, 공동체, 원두막, 알맹이가 있었

고, 기권도 있었다.

시골느낌 텃밭을 나와 왼편으로 쭉 가다보면 삼거리가

나온다. 거기서 오른편으로 돌고 또 오른편으로 돌면 파

란색 대문이 있고, 그 안으로 들어가야 마음이라는 강아

지가 있던 집에 초인종을 누를 수 있다. 이층으로 올라

가면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마음이가 꼬리를 흔들어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83

182 :생태텃밭영역8차

Page 18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댄다. 딱히 옥상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베란다라고 하기

도 애매하게 생긴 구조가 인상적인 집. 역시 동네가 사

방으로 한 눈에 들어온다. 마음이, 부들부들, 곤충과 식

물이 사는 텃밭, 착한 베란다, 멍멍이, 흔들흔들, 덩치가

큰 이학년 등의 이름이 적히고, ‘마음이 텃밭’에 다섯명

이 손을 들어주었다. 나오는 이름들을 보면 아이들이 텃

밭을 바라본 시선이 느껴진다.

이어서 파종을 주신 넓은 텃밭을 떠올려 보더니, 고맙

습니다, 친절한, 푸른, 아주까리 대문 정도의 의견이 있

었고, 두 번에 걸쳐 투표를 한 끝에, ‘아주까리 대문’으

로 결정되었다. 텃밭 중 가장 넓었고, 잠자리가 많이 날

아와 주인 아주머니께서 잡아주시기도 했던 텃밭에서

는, ‘잠자리’ 란 이름이 우렁차게 질러 나왔다. 잠자리,

곤충, 넓은 정원, 공동체, 식물, 똑같은, 아주 착한 예쁜

이란 후보작이 나왔고, 당연히 ‘잠자리’가 압도적인 지

지를 받아 무려 일곱명이나 손을 들었다. 투표를 하며 텃

밭 이름을 정해 본 것은, 생각이 제각각 달라, 아이들에 따라서는 다소 마음에 들지 않은 이름도 있었겠지만, 의견을 하

나로 모아가는 즐거움을 주었다.

인터뷰에 선뜻 응해주신 동네 텃밭을 가꾸시는 분들께,

작은 성의나마 사진을 찍어 손수 액자를 만들어 드리기

로 하고, 여러 표정의 사진을 준비한 후 책상 위에 펼쳐

보였다. 각자가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른 후, 선물할 액

자를 꾸미기로 했다. 버려지는 종이박스, 색종이, 크레

파스, 실, 천, 색연필, 펜 등 여러 가지 소품과 도구들

을 이용하여 자신만의 액자를 만들어보는 시간이다. 나

도 다 먹은 피자 박스를 오려 테두리를 만들고 그 위를

천으로 감싸 액자틀을 만들면서, 옆에 있던 세리의 것을

봐 주었다. 공부방에 다니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세

리는 처음엔 그림을 못 그린다며 하지 않으려는 태도만

을 일관하더니,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이 해나가는 과정

Page 18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을 보며 하나씩 붙여보고,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

으면 다시 오리고 붙이고, 하트를 이 쪽에 그렸다

가 저 쪽에 그려보는 등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보며

액자를 완성해 나갔다. 모르긴 몰라도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만들어지는 액

자들이 텃밭을 가꾸시는 구슬땀만큼이나 정성스

러워 보였다. 가은인 액자 뒤에 편지까지 곁들어

마음을 표현하였고, 모두 자신의 것을 마음에 들

어하면서 자랑스러운 분위기에서 마무리 할 수 있

었다. 아이들의 열의가 느껴졌다.

아스팔트 위 도시에 살다보니, 흙을 접할 기회

조차 드물다. 꼬박 한 달 동안 동네를 돌아다니면

서 아이들과 어떤 방식으로 텃밭을 관찰할 것인

가를 생각하고 생각했었다. 무작정 텃밭을 찾아

다녔고, 동네 지도를 만들어 보고, 구석구석 신림

동의 모습을 익히며 지역 주민들을 만나가는 과정

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낮시간엔 직장에 가 있

어 얼굴을 볼 기회조차 없었다. 혹은 만났더래도

자신의 시간을 내어 줄 수 없다며 뿌리치는 모습

은, 아마 거의 대개가 여유가 없거나 말 섞기를 싫

어하는 도시 생활의 자화상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텃밭의 간판과 벽화를 만들려고 계획했으나 필

요한 내용을 얘기하지 못한 모퉁이 텃밭 아저씨는, 몇 번

을 찾으려 해도 알 길이 없었는데, 알고 보니 7시만 되면

놀이터 슈퍼에서 술을 드신다고 한다. 엊그제 텃밭 답사

를 위해 다니다 알게 된 사실이었다. 꼭 찾아 뵈어야지,

속으로 속삭였다.

하나 둘씩 사진액자가 만들어지고 선반 위에 올려지면

서, 먼저 끝낸 아이들은 사용한 물건을 정리정돈하고 가

기로 한다. 여전히 뒤죽박죽 꽂혀있는 색연필과 나뒹구는

세 자루의 마카펜, 덜 치워진 천 쪼가리들.. 형광등 조명

이 더욱 선명하게 비치고, 오늘도 우린 이곳에 있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생태텃밭영역8차

185184

Page 18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8차수업 결과물

●아이들이 만든 사진액자

① 정현주교사 ②김가은

③김가영 ④ 라쿠 ⑤박

다흰

Page 18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①이세령 ②이승빈

③정혜민 ④사막

⑤최문선 ⑥최세리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87

186 :생태영역공간조형

Page 18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꽃놀텃밭벽화

- 오

래되어 부

서지거나 얼

룩져 있

는 공

부방 텃

밭 옆

의 높

은 시

멘트 벽

에, 아

이들이 직

접 지

역 텃

밭을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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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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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보도록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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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도록 유

도하고자 하

였고, 텃

밭의 분

위기

도 공

부방과 좀

더 어

울릴 수

있도록 조

성하고자 하

였다.

02.생태텃밭간판

- 본

래는 계

획에 없

었으나, 텃밭이 위

치한 지

역들이 대

부분 버

려졌거나 돌

보지 않

는 구

석진 공

간에 위

치해 있

고, 텃밭을 가

꾸는 사

람들 이

외의 주

민들은 크

게 관

심을 갖

지 않

아, 아이들과 함

께 답

사한 각

텃밭의 이

름을 정

해보고, 텃

밭주인과의 협

의를 진

행한 후

, 답사 프

로그램을 진

행한

감사와 기

념의 의

미로 간

판을 제

작하여 부

착하기로 하

였다.

03.모퉁이텃밭그림자벽화

- 텃

밭이 위

치한 장

소가 주

민들이 많

이 오

가는 오

거리 모

퉁이에 위

치해 있

고 내

리막길로 이

어져

있어 눈

에 매

우 잘

띄는데 비

해, 텃밭 아

래쪽 벽

면은 오

래되어 부

서지고 낙

후되어, 주변지역 모

습이 담

긴 간

단한 그

림자벽화를 조

형하여 텃

밭 및

지역 공

간에 대

해 주

민들이 재

인식하고 애

을 가

질 수

있게 하

고자 하

였다.

04.이미지로돌아보는신림동생태지도

- 답

사과정에서 발

견한 내

용 및

촬영한 사

진, 아이들이 제

작한 이

미지텔링 지

도를 바

탕으로 신

림동 생

태지도를 제

작하여 배

포함으로써, 신림동의 텃

밭 공

간에 대

한 지

역민들의 관

심을 높

보고자 하

였다.

▒ 책

임작가 :

무카 ▒

진행기간 :

2007

. 8. 2

0. ~

10. 8.

생태텃밭

영역 공

간조형

{

Page 18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꽃놀텃밭벽화

- 오

래되어 부

서지거나 얼

룩져 있

는 공

부방 텃

밭 옆

의 높

은 시

멘트 벽

에, 아

이들이 직

접 지

역 텃

밭을 답

사하며 관

찰하고 발

견한 내

용을 바

탕으로, 다루기 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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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인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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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보도록 하

여, 텃

밭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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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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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고자 하

였고, 텃

밭의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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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공

부방과 좀

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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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고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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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생태텃밭간판

- 본

래는 계

획에 없

었으나, 텃밭이 위

치한 지

역들이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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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졌거나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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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구

석진 공

간에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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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텃밭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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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의 주

민들은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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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의 이

름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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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한

감사와 기

념의 의

미로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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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다.

03.모퉁이텃밭그림자벽화

- 텃

밭이 위

치한 장

소가 주

민들이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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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오

거리 모

퉁이에 위

치해 있

고 내

리막길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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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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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잘

띄는데 비

해, 텃밭 아

래쪽 벽

면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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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되어, 주변지역 모

습이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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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하여 텃

밭 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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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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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이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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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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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이미지로돌아보는신림동생태지도

- 답

사과정에서 발

견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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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아이들이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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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동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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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함으로써, 신림동의 텃

밭 공

간에 대

한 지

역민들의 관

심을 높

보고자 하

였다.

▒ 책

임작가 :

무카 ▒

진행기간 :

2007

. 8. 2

0. ~

10. 8.

생태텃밭

영역 공

간조형

{

꽃놀텃밭 벽화●조형작가 : 우리자리 공부방 아이들

* 아이들이 만든 벽화의 시안 : 죄측면부터 세리 / 혜민 / 가은 / 문선 / 다흰 / 승빈 / 소명 / 세령

/ 정현주교사

- 설치 장소 : 우리자리 공부방 건물 왼쪽 시멘트 벽

- 재료 : 크레파스, 코팅제

우리자리 공부방의 텃밭이 조성된 공간의 왼쪽 벽은 높은 시멘트 담장으로, 오래되

어 부서지거나 얼룩져 있어 텃밭이 위치한 공간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고

있었다. 지역생태텃밭영역에서 2회에 걸친 동네 답사를 진행한 후, 아이들이 직접 지

역 텃밭을 답사하며 관찰하고 발견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루기 쉬운 재료인 크레파스

를 이용해 직접 벽화를 그리도록 하였다. 공부방 고학년 아이들과 정현주 교사가 그

린 시안을 바탕으로 벽화가 그려졌고, 저학년 아이들도 작은 그림들을 함께 그려넣었

다. 공동체미술팀이 각 그림을 연결하고 코팅하는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였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생태영역공간조형

189188

Page 19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꽃놀텃밭벽화

- 오

래되어 부

서지거나 얼

룩져 있

는 공

부방 텃

밭 옆

의 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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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트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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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며 관

찰하고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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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의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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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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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고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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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생태텃밭간판

- 본

래는 계

획에 없

었으나, 텃밭이 위

치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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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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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은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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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 각

텃밭의 이

름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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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주인과의 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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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한 후

, 답사 프

로그램을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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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와 기

념의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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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하여 부

착하기로 하

였다.

03.모퉁이텃밭그림자벽화

- 텃

밭이 위

치한 장

소가 주

민들이 많

이 오

가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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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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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텃밭 아

래쪽 벽

면은 오

래되어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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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되어, 주변지역 모

습이 담

긴 간

단한 그

림자벽화를 조

형하여 텃

밭 및

지역 공

간에 대

해 주

민들이 재

인식하고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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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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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 하

였다.

04.이미지로돌아보는신림동생태지도

- 답

사과정에서 발

견한 내

용 및

촬영한 사

진, 아이들이 제

작한 이

미지텔링 지

도를 바

탕으로 신

림동 생

태지도를 제

작하여 배

포함으로써, 신림동의 텃

밭 공

간에 대

한 지

역민들의 관

심을 높

보고자 하

였다.

▒ 책

임작가 :

무카 ▒

진행기간 :

2007

. 8. 2

0. ~

10. 8.

생태텃밭

영역 공

간조형

{ * 조형작업 전과 이후의 공간변화

* 실제 완성된 벽화 : 죄측면부터 세리 / 혜민 / 가은 / 다흰 / 승빈 / 소명 / 세령 / 가영 / 정현주교사

* 벽화 윗 부분의 구름, 새 등과 아랫부분의 땅속 모습과 생물들은 공동체미술팀과 저학년 아이들이 첨가하였음.

Page 19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꽃놀텃밭벽화

- 오

래되어 부

서지거나 얼

룩져 있

는 공

부방 텃

밭 옆

의 높

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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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텃

밭을 답

사하며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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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도록 유

도하고자 하

였고, 텃

밭의 분

위기도 공

부방과 좀

더 어

울릴 수

있도록 조

성하고자 하

였다.

02.생태텃밭간판

- 본

래는 계

획에 없

었으나, 텃밭이 위

치한 지

역들이 대

부분 버

려졌거나 돌

보지 않

는 구

석진 공

간에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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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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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은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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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주인과의 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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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한 후

, 답사 프

로그램을 진

행한

감사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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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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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기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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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모퉁이텃밭그림자벽화

- 텃

밭이 위

치한 장

소가 주

민들이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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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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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이에 위

치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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띄는데 비

해, 텃밭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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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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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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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하여 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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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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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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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이미지로돌아보는신림동생태지도

- 답

사과정에서 발

견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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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한 사

진, 아이들이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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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텔링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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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동 생

태지도를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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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함으로써, 신림동의 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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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민들의 관

심을 높

보고자 하

였다.

▒ 책

임작가 :

무카 ▒

진행기

생태{

생태텃밭 간판 / 모퉁이텃밭 그림자벽화●조형작가 : 라쿠, 사막, 전지

●생태텃밭 간판

- 설치 장소 : 신림3동, 13동 일대 6개

텃밭

- 재료 : 합판, 각재, 페인트 등

지역 생태텃밭 답사를 하면서 발견한 텃

밭들은, 대부분 버려졌거나 잘 돌보지 않는

구석진 공간에 위치해 있었고, 텃밭을 가꾸

는 사람들 이외의 주민들은 크게 관심을 갖

지는 않고 있었다. 본래는 계획에는 없었으

나, 아이들과 함께 답사를 진행한 후, 각 텃

밭의 이름을 다같이 정해보고, 아이들이 붙

인 텃밭 이름에 대해 텃밭주인과의 협의를

진행한 후, 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한 감사와

기념의 의미로 간판을 제작하여 부착하기

로 하였다. 작은 간판이지만, 외부에 보여지는 간판이라는 작은 포인트를 통해

밭을 가꾸는 주민들 스스로와 인근 주민들이 도시에서 텃밭을 가꾸는 활동에 대

해 잠시나마 다시 느끼고 재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하였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91

190 :생태영역공간조형

Page 19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꽃놀텃밭벽화

- 오

래되어 부

서지거나 얼

룩져 있

는 공

부방 텃

밭 옆

의 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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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텃밭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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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도록 유

도하고자 하

였고, 텃

밭의 분

위기도 공

부방과 좀

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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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고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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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생태텃밭간판

- 본

래는 계

획에 없

었으나, 텃밭이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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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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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은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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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의 이

름을 정

해보고, 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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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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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와 기

념의 의

미로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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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다.

03.모퉁이텃밭그림자벽화

- 텃

밭이 위

치한 장

소가 주

민들이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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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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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텃밭 아

래쪽 벽

면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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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되어, 주변지역 모

습이 담

긴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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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자벽화를 조

형하여 텃

밭 및

지역 공

간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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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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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 하

였다.

04.이미지로돌아보는신림동생태지도

- 답

사과정에서 발

견한 내

용 및

촬영한 사

진, 아이들이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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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텔링 지

도를 바

탕으로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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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지도를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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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함으로써, 신림동의 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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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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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을 높

보고자 하

였다.

▒ 책

임작가 :

무카 ▒

진행기

생태{

●모퉁이텃밭 그림자벽화

- 설치 장소 :

- 재료 : 페인트, 코팅제

모퉁이 텃밭이 위치한 장소는 주민들이 많이 오가는 오거리 모퉁이에 위치해 있고, 내리막길로 이어져 있어 눈에 매우

잘 띄는데, 텃밭이 있는 아래쪽은 오래되어 부서지고 낙후된 시멘트 벽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래 계획하지는 않았으

나, 텃밭이 위치한 시멘트벽면에 주변 지역 모습이 담긴 간단한 그림자벽화를 조형하여 지역에 작은 포인트를 남겨보고

자 하였다. 모퉁이 텃밭 주변의 모습을 촬영하여 건물 실루엣을 따고 연결하여 벽화 시안 작업을 하였다.

* 벽화 아이디어 스케치

* 벽화 완성모습

* 조형작업 이전

Page 19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이미지텔링 생태지도●디자인 : 짱콩

- 제작 유형 : A2, 594mm*420mm 양면 인쇄물

답사과정에서 발견한 내용 및 촬영한 사진, 아이들이 제작한 이미지텔링 지도를

바탕으로, 우리자리 공부방 주변 신림 3동과 신림 13동의 크고 작은 12개 텃밭의 위

치와 설명을 담은 생태지도를 제작하였다. 지역 내 교육기관, 문화단체, 관공서 등

에 배포함으로써, 지역 안에서 텃밭과 생태영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활용할 수 있

도록 하고, 공부방에서도 향후 지역 안에서의 생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본 자료

가 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다.

01.꽃놀텃밭벽화

- 오

래되어 부

서지거나 얼

룩져 있

는 공

부방 텃

밭 옆

의 높

은 시

멘트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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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방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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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생태텃밭간판

- 본

래는 계

획에 없

었으나, 텃밭이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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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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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텃밭을 가

꾸는 사

람들 이

외의 주

민들은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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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 각

텃밭의 이

름을 정

해보고, 텃

밭주인과의 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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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한 후

, 답사 프

로그램을 진

행한

감사와 기

념의 의

미로 간

판을 제

작하여 부

착하기로 하

였다.

03.모퉁이텃밭그림자벽화

- 텃

밭이 위

치한 장

소가 주

민들이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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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오

거리 모

퉁이에 위

치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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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막길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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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잘

띄는데 비

해, 텃밭 아

래쪽 벽

면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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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되어, 주변지역 모

습이 담

긴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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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자벽화를 조

형하여 텃

밭 및

지역 공

간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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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이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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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수

있게 하

고자 하

였다.

04.이미지로돌아보는신림동생태지도

- 답

사과정에서 발

견한 내

용 및

촬영한 사

진, 아이들이 제

작한 이

미지텔링 지

도를 바

탕으로 신

림동 생

태지도를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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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함으로써, 신림동의 텃

밭 공

간에 대

한 지

역민들의 관

심을 높

보고자 하

였다.

▒ 책

임작가 :

무카 ▒

진행기간 :

2007

. 8. 2

0. ~

10. 8.

생태텃밭

영역 공

간조형

{

공동체미술을가꾸다:

:생태영역공간조형

193192

Page 19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꽃놀텃밭벽화

- 오

래되어 부

서지거나 얼

룩져 있

는 공

부방 텃

밭 옆

의 높

은 시

멘트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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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을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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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하고 발

견한 내

용을 바

탕으로, 다루기 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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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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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텃

밭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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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의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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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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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고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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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생태텃밭간판

-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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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으나, 텃밭이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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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들이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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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는 사

람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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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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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와 기

념의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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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모퉁이텃밭그림자벽화

- 텃

밭이 위

치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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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쪽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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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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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자벽화를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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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및

지역 공

간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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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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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이미지로돌아보는신림동생태지도

- 답

사과정에서 발

견한 내

용 및

촬영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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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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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임작가 :

무카 ▒

진행기간 :

2007

. 8. 2

0. ~

10. 8.

생태텃밭

영역 공

간조형

{

Page 19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텃밭 모종만들기

■ 텃밭 개소식

■ 텃밭 비닐하우스 치기

■ 텃밭 작물 수확하기

공부방 텃밭 조형작업이 예정보다 늦어짐에 따라,

텃밭은 완성되지 못했지만 파종 시기를 놓침으로 인

해, 올해 조금이라도 수확을 해보기 위해서는 씨앗은

미리 심어야 한다는 판단으로 인해, 종이컵에 씨앗을

미리 심기로 하였다. 공동체미술수업 이외의 시간을

활용하여, 공부방 저, 고학년 아이들과 공부방 주변

에 거주하는 아이들까지 참여하여 종이컵에 씨앗을

심는 시간을 가졌다.

아주까리 텃밭 할머님께서 나누어주신 쪽파를 비

롯해, 배추, 아욱, 갓, 시금치, 상추, 무, 열무 등을 구

멍뚫린 종이컵에 배양토와 흙을 섞어 정성스레 심

어보고, 텃밭이 만들어질 장소에 가지런히 놓아보

았다.

꽃놀텃밭 가꾸기

■ 텃밭 모종만들기 2007. 9. 21.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95

194 :꽃놀텃밭가꾸기

Page 19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일시 : 2007년 10월 6일

장소 : 신림3동 우리자리 공부방

참여자 : 우리자리 공부방 저학년, 고학년 어린이들, 중학생들,

공부방 주변 지역 아이들과 주민들, 공부방 아이들의 친구들, 인

천 퍼포먼스 반지하 식구들 등 40여명

본래 텃밭 개소식은 계획되지 않은 행사였으나, 예정보다 길어

진 텃밭 완공시기에 맞추어, 주민들에게 프로젝트의 내용을 알

리는 자리와 더불어, 아이들이나 공부방 교사, 공동체미술팀에

게도 중간 정리의 자리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텃밭 완공전까지

진행되었던 교육프로그램과 텃밭 조형작업의 진행과정들을 알

리는 사진전시와 더불어, 참여한 주민들과 함께 먹거리를 나누

어 먹고, 아이들의 즉석 공연도 진행된 소박한 행사였다. 아이들

이 미리 심어놓았던 종이컵의 모종들을 참여한 주민, 아이들과

함께 텃밭에 직접 옮겨 심으며, 도시 속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는

의미를 함께 나누어보는 자리로 진행되었다.

■ 텃밭 개소식 : 동네 텃밭 마실가자

Page 19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텃밭 모종만들기

■ 텃밭 개소식

■ 텃밭 비닐하우스 치기

■ 텃밭 작물 수확하기

공부방 텃밭 파종 시기가 늦어지면서, 심어진 작물

들의 성장속도도 매우 늦어졌기 때문에, 11월이 되

어서도 수확을 할 만큼 성장하지 못하여, 냉해를 우

려해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기로 하였다. 공동체미술

팀과 함께, 어릴 때 공부방에 다녔던 동네 총각 동혁

군과 태규군이 작업을 도왔고, 공부방 앞집의 가영

이네 아버님께서 비닐하우스를 만드는 노하우를 알

려주시며 직접 작업을 도와주셨다.

■ 텃밭 비닐하우스 치기 2007. 11. 17.

공동체미술을가꾸다:

:꽃놀텃밭가꾸기

197196

Page 19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비닐하우스를 설치한 덕택에 작물들이 냉해를 입지는 않았으

나, 텃밭에 충분한 영양이 부족하였고, 파종 시기도 늦은 탓에,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상태에서 수확하게 되었다.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작물을 수확해 보았는데, 무나 열무같은 뿌리작물

들은 대부분 줄기와 이파리만 자란 상태였고, 다른 작물들도 제

대로 자라지 못한 상태여서 아이들이 실망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음해에는 좀 더 잘 키워보기로 다짐하며, 수확한 작물들은 공

부방 새참시간에 다함께 맛있는 샐러드로 먹을 수 있었다.

■ 텃밭 작물 수확하기 2007. 12. 14.

Page 19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199

198 :놀이영역

품종 씨뿌리기 옮겨심기 옮겨심기 연작피해 혼작작물 윤작작물

벼 4월 하순,5월초순 5월하순,6월초순 10월초순,10월중 없음 콩 밀,보리,마늘,양파,딸기

밀, 보리 10월 중. 하순 6월 중.하순 없음 벼,조,수수

조, 수수 6월중순,7월중순 9월초순~10월초 없음 고추 밀,보리,양파,감자,딸기,

강낭콩

콩 6월초순,7월초순 10월하순이후 없음 옥수수,가지,보리

,밀,감자

토마토,양파

옥수수 4월초순,5월초순 월하순이후 없음 콩,호박,감자 밀, 보리

감자 3월중하순 6월하순 없음 콩,옥수수 양파,딸기

코구마 3월중하순 5월초순,6월중순 10월중하순 없음 옥수수 밀,보리,양파,마늘

배추 8월초순 9월초순 11월중하순 없음 갓,무우,양배추 콩,조,수수

무우 8월중하순 11월중하순 없음 배추,갓,목화,메밀 목화

고추 2월하순,3월초순 4월하순,5월초순 월초순이후 없음 들깨,수수 양파,마늘

오이 4월초순,5월초순 5월초순,5월하순 6월초순이후 없음 참외수박,호 참깨,들깨,시금치, 상

추,마늘

호박 3월하순,4월초순 4월하순,5월초순 6월이후 없음 옥수수 마늘,양파,수수,상추,

시금치,쑥갓

시금치 4-5월,9-10월 5-6월,10-3월 없음 쑥갓,상추 마늘,양파,수수,호박

갓 3월하순,9월하순 4월하순,5월초순 5월하순,11월초순 없음 무우,배추 들깨,콩

상추 3월중하,9월중하 5월중하,10월

중,하

7월초중,12월초중 없음 쑥갓,시금치,마늘 호박,마늘,양파,조,수수

가지 3월하~5월초 4월하순~5월

초순

6월하순이후 2년가능 콩 마늘,양파

들깨 4월중하순 5월중하순 10월중하순 없음 토마토 고추,가지

쪽파 9월초순 10월중순이후 없음 무우,배추,갓,알타리 감자,토마토,가지,고추

양파 8월하~9월초 10월하~11월초 6월초순이후 없음 밀, 보리 수수,시금치,쑥갓,상추

마늘 10월초중순 6월중순 2년윤작 양파 들깨,콩,벼

부추 3월중하,9월중 7월초순,5월하순 4~11월 5년윤작

참깨 5월초중순 8월하순~9월초순 수박,토마토,참외 양파,마늘.밀,보리

수박 4월중하순 5월중하순 8월상순 2년윤작 참외,토마토,감

자,오이

양파,마늘,시금치,상추

참외 4월초중순 5월중하순 7월중순 2년윤작 수박,토마토,오

이,감자

파,참깨

토마토 4월초중순 5월중하순 7월초순 2년윤작 대파,참외,수박,오이 밀,보리,양파,마늘

▒ 참고자료 : 작물별 텃밭농사 일정 ▒

*출처 : 전국귀농운동본부 “주말농사 텃밭가꾸기” 중

Page 20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놀이 영역

지역사회 안에서 아이들이 직접 관계맺고 이용하고

있는 아이들 자신의 공간과 영역을 찾아내고 스스

로 그 영역에 대한 재인식과 분석작업을 진행하여,

영역에 대한 필요와 요구를 발견하고 그에 부합하

는 변화의 과정을 직접 계획하고 실행함으로써, 지

역사회 영역이 아이들 스스로가 직접 만나고 있고

스스로가 활용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영역임을 인

식할 수 있도록 한다.

●교육프로그램

1차여는수업·놀이의개념과분류 204

2차답사영역및모둠결정하기 208

3차놀이영역1차답사 214

4차놀이영역2차세부답사 224

5차모둠별영역결정및기본조형계획 236

6차모둠별세부조형계획및시안작업 248

7차모둠별작업영역주민과의협의작업 258

8차모둠별시안확정/조형계획세우기 270

9차모둠별조형작업/시안작업 280

10차모둠별조형작업·1 290

11차모둠별조형작업·2 296

12차모둠별조형작업·3 304

13차놀이영역전체정리 310

지역사회 속의 아이들 공간찾기

●조형작업

01난곡제일교회주차장작업 316

02꽃놀텃밭앞레일과바퀴 319

03남강문구앞우리동네공동평상,

골목안키재기전봇대 320

Page 20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놀이 영역 진행내용놀이영역은 아이들이 놀이터, 운동장이나 공부방 외에 동네에서 놀이를 하고 있거나

할 수 있는 자투리 공간들을 찾아내어, 스스로 공간의 특성과 필요를 분석하고 계획을

세워, 좀 더 활용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보고자 기획한 영역이었다. 본래는 아이

들과 동네 답사활동 자체를 놀이로 만드는 프로그램이나 아이들이 찾아낸 공간을 놀

이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보완하고 조형하는 작업 등이 고려되었으나, 놀이영역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거치면서, 기획부터 작업까지의 모든 과정을 아이들이 직접 계획하고

경험하는 것을 중점 목표로 삼고자 하였다. 공부방의 텃밭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고

텃밭을 관찰하며 동네를 답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안의 작은 프로젝트로 진

행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고, 앞서의 영역에서 모든 계획이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프

로그램이 진행되었던 것과는 달리,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자기 활동

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을 전체 세 모둠의 작은 집단으로 나누고, 각 모둠에 교사가 한 명씩 배치되

어, 공간의 발견과 계획 수립, 주민 협의, 실제 작업 진행 등을 모두 아이들과 모둠 교

사가 함께 계획하여 진행하였고, 모둠 상황에 맞게 탄력있게 진행하고자 하였다. 매

회 수업이 끝난 후에는 교사 평가 자리를 마련하여, 각 모둠의 상황과 고민 지점을 함

께 논의하였다. 실제 모둠별로 찾아낸 공간의 성격에 따라, 주민과의 협의가 이루어

진 공간도 있었지만, 3개 모둠 중 2개 모둠은 주민과 협의가 잘 되지 못하면서, 찾아

낸 공간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다른 공간으로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아이들

과 작업 진행 속도에 맞추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처음 8회로 계획되었던 놀이영

역은 14회로 늘어나게 되었다.

아이들이 찾아낸 지점 중 2개 모둠이 작업을 진행했던 주차장 공간 작업을 완결하는

의미로, 빈 벽과 바닥 등에 보완적인 벽화와 설치물 등이 작가 작업으로 추가되었고,

프로젝트 초반 가설로 계획했던 남강문구 앞의 평상작업은 남강문구와의 협의를 거쳐,

역시 작가 작업으로 진행되었다.

{

공동체미술을가꾸다:

:놀이영역

201200

Page 20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놀이 영역 진행내용

●교육프로그램

1차수업.여는수업:놀이의개념과분류 07.10.16.

- 아이들이 자주 하는 놀이들을 함께 생각해 본 뒤, 장소와 방법, 특징 등에 따라 분류해 보기

2차수업.답사영역및모둠결정하기 07.10.18.

- 우리자리 공부방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을 3개 영역으로 나누어 아이들이 스스로 영역과 모둠을 결정하고 답사를 위

한 준비 진행

3차수업.놀이영역1차답사 07.10.23.

- 모둠별로 지역을 답사하며 정해진 놀이공간(놀이터, 운동장 등)이외에 놀이가 이루어지는 영역을 찾아보고 공간의

성격과 특징 분석

[대체수업]아이들이답사를통해찾아낸영역에서실제로놀아보기 07.10.25.

- 모둠별로 1차 답사에서 찾았던 지점들을 다함께 실제로 찾아가 그 영역에서 가능한 놀이들을 생각하고 놀아보는 수

업을 진행

4차수업.놀이영역2차세부답사 07.10.30.

- 모둠별로 2차 세부답사를 진행하며 작업지점을 결정

5차수업.모둠별영역결정및기본조형계획세우기 07.11.1.

- 모둠별로 이미지텔링이나 모형작업을 통해 세부적인 조형계획 논의

6차수업.모둠별세부조형계획및시안작업 07.11.6.

- 모둠별로 영역별 조형작업 세부계획을 세우고 시안 작업 진행

7차수업.모둠별로작업영역주민과협의작업 07.11.8.

- 각 모둠별로 결정된 영역의 주민을 찾아가 시안과 함께 작업 내용을 설명하고 협의하는 활동을 진행

8차수업.모둠별시안확정/조형계획세우기 07.11.13.

- 주민협의가 되어 작업이 결정된 모둠은 시안을 확정하는 활동 진행

-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게 된 모둠은 다른 영역을 찾아 조형계획을 세우는 활동을 진행

9차수업.모둠별조형작업/시안작업 07.11.15.

- 시안이 확정된 모둠은 조형작업을 시작

- 새로운 영역을 찾은 모둠은 시안작업 진행기

10차-12차수업.모둠별조형작업 07.11.20.-11.28.

- 모둠별 조형작업 진행

13차수업.놀이영역전체정리 07.11.29.

- 그간 진행되었던 놀이영역 활동 슬라이드 보며 정리해 보기, 놀이영역 참여 소감 나누기

▒ 전체진행 : 라쿠 / 배움현장기록 & 수업평가기록 : 전지 ▒ 진행장소 : 우리자리 공부방 및 신림 3동 일대▒ 진행기간 : 2007. 10. 16. - 11. 29. (총 14회 진행)

Page 20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놀이 영역 진행흐름{

1모둠 2모둠 3모둠

전체수업 : 놀이의 개념과 분류1차수업.

2차수업.

3차수업.

4차수업.

전체수업 : 답사 영역 및 모둠 결정하기

1차답사 : 예광피아노학원 앞,

백설세탁소 옆, 마음이텃밭 뒤,

제일교회 주차장 등

2차답사 : 제일교회 주차장 확

정, 조형 아이디어 내기

공간 이미지텔링으로 아이디어

내기 : 담벼락 계단, 벽화, 놀

이 안내판 등

1차답사 : 예지어린이집 앞,

난곡동 성당, 동사무소 옆 주

차장 등

1차답사 : 동사무소 옆 주차장,

공부방 뒤 가, 나동 연립 앞, 승

빈이네 집 앞 골목, 남강문구 등

5차수업.

2차답사 : 예지어린이집 앞

주차공간 확정, 조형 아이디

어 내기

2차답사 : 공부방 뒤 가, 나동 연

립 앞 공간 확정, 놀이하며 조형

아이디어 내기

공간 모형을 통한 조형 아이

디어 내기 : 땅따먹기 바닥

판, 벤치형 의자 등

공간 모형을 통한 조형 아이디어

내기 : 공간특성이용한 의자, 벽

화 등

조형계획 회의 : 계단, 안내판

만들기 세부 계획

6차수업. 조형계획 회의 : 현실가능성

을 고려한 아이디어 구체화

하기

시안작업을 위한 현장 재답사,

사진기록, 현실가능성을 고려한

아이디어 구체화하기

제일교회와 협의 => 작업 가

능. 그림자벽화 시안을 위한 놀

이사진 촬영

7차수업. 빌라주민과 협의 => 작업불

가능. 대책회의 진행

모의주민협의

* 다음날 연립 주민과 협의 =>

작업불가능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03

202 :놀이영역

Page 20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놀이 영역 진행흐름

8차수업.

9차수업.

벽화 조형세부계획 : 담벼락 바

탕색, 그림자 배치 논의

조형작업 1 : 담벼락 계단 조

적, 미장

조형작업 2 : 담벼락 페인트칠

하기

새로운 장소 선정을 위한 모

둠회의 : 1모둠의 제일교회

주차장 공간을 선정하기로

하고 아이디어 내기

새로운 장소 선정을 위한 답사 :

제일교회 주차장, 동사무소 옆

주차장

10차수업.

제일교회 주차장 답사, 개인

별 바닥화 시안작업하기

공부방 앞 공간으로 확정 : 아

이디어 회의, 레일과 의자 시안

작업

조형작업 1 : 바닥벽화 스케

치, 색칠 시작

조형작업 1 : 레일 바닥화 그리

조형작업 3 : 담벼락에 그림자

벽화 그리기

11차수업. 조형작업 2 : 바닥벽화 그리

조형작업 2 : 의자 색칠하고 그

림그리기

조형작업 4 : 담벼락에 발바닥

그리고 벽화 코팅하기

12차수업. 조형작업 3 : 바닥벽화 완성,

코팅하기

조형작업 3 : 의자에 바퀴달기,

추가 의자 색칠하고 그림그리기

모둠별회의와 전체수업 : 놀이영역 전체 정리1차수업.

담벼락에 부착할 안내판 만들

추가작업 계획 세우기(추후,

놀이영역이 끝나고 난 후 작

업마무리)

의자놀이할 때 지켜야할 규칙 정

하고 레일 옆에 그리기

1모둠 2모둠 3모둠

Page 20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느새 10월. 대망(?!)의 놀이영역이 시작되었다. 이전까지 대부분 교육 프로그램을 아이들과 함께 진행하

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작가들이 조형작업을 진행했던 것과는 달리, 아이들이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압

축해서 직접 경험해 보도록 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시작된 영역이라, 이전 영역 수업을 시작했던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이제부터 놀이영역이 진행된다는 이야기와 함께, 이번 영역에서는 라쿠가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니, 환호성인지 아우성인지 모를 물결이 한 판. 무카가 정녕 그리 지루했던 것이더

냐... 여튼, 좋다니 나쁘지야 않다. ㅎㅎㅎ 라쿠가 이제까지 진행했던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정

리하며, 이제부터 진행될 놀이영역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놀이를 만들기도 하고 놀이를 할 수 있는 작업을 해보

기도 할 것이라고 설명을 해준다. 말이 아주 살짝 길어졌다고, 녀석들, 그새를 못참고 산만해지기 시작하는데..

하필 오늘, 라쿠는 너무나 눈에 확 띄는 빨간 비니모자를 쓰고 왔다. 그런데... 비니모자란 게 푹 눌러써주지 않

으면 자체 상승욕구를 주체 못하시는 물건이신지라, 수업을 진행한지 얼마 안돼, 라쿠의 머리 위엔 이미 빨간

공동체미술을가꾸다:

:놀이영역1차

205204

Page 20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1차수업

놀이영역을 새롭게 시작하는 수업이다. 놀이영역 책임작가인 라쿠가 전체 수업을 진행을 하기로 하면서, 이전까지의 수업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고자 하였다. 아이들이 직접 모든 것을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놀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과 분류를 게임의 방식으로 생각해 보고자 하였다.

봉우리가 하나 솟았다. 안그래도 산만 꺼리를 찾고 있던 녀석들, 자꾸만 라쿠의 모

자를 쑥쑥 잡아당겨 벗겨 버린다. 거참... 이야기가 자꾸 끊기는 상황이 되니, 라

쿠도 약간은 당황스러울 듯.

길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질문과 답을 유도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지, 라쿠의 장

기, 코믹 진행버전으로 돌입한다. “자아, 라쿠와 함께하는 놀이를 찾아가는 시간입

니다!” 라쿠 특유의 발랄(?)한 제스처와 함께, 바로 핵심적인 질문이 시작된다. “

놀이가 뭘까?”. 물론, 우리는 초등 어린이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369,

프라이팬 놀이, 게임하기.... 바로 놀이의 ‘정의’가 나올리가 없다. 라쿠가 잠깐 아

이들을 진정시키고, 어떤 게 놀이라고 생각하는지, 수정 질문을 한다. 노는 거, 즐

기는거, 재밌는거, 쉬는 시간에 하는 것, TV 보는것, 달리는 것 등 여러 가지 이야

기가 튀어나오고, 라쿠가 바로 칠판에 아이들의 이야기들을 적는다. 항상 하던 것

이란 이야기도 있다. 가은이의 ‘남을 괴롭히는 것’이란 대답에는, 그건 놀이가 아

니라고, 순식간에 벌떼처럼 들고 일어난다. ㅎㅎㅎ 은혜가 던진 ‘계획하는 것’이란

이야기가 귀에 꽂힌다. 호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란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데 막상 놀이의 정의를 분류하려니, 교사들도 살짝 헷갈

리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탁 정리를 해주기가 애매해진 것이다. 아이들이 생각하

는 놀이의 정의들을 전체적으로 정리하면서 지나갔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제

대로 한 번 정리해 주고 지나갔어야 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놀이의 분류 틀거리를 잡아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놀이들을 성격별로 분류해서 카테고리를 만들

어 보기로 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놀이의 성격들을 이야기해 보게 한 뒤, 칠판에 적어가며 범위를 만들

어 보았다. 여럿이 노는 놀이 vs 혼자 노는 놀이, 움직이면서 하는 놀이 vs 움직이지 않고 하는 놀이, 조용한 놀이 vs 시

여는 수업 - 놀이의 개념과 분류

○네이버 국어사전 : 즐거움을 얻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행하는 모든 활동

○네이버 두산백과사전 : 신체적 ·정신적 활동 중에서 식사 ·수면 ·호흡 ·배설 등 직접 생존에 관계되는 활동을 제외하고 ‘일’과 대립하는 개념을 가진 활동.

일은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므로 일 자체는 고통이 따르게 되고 강제성도 있다. 그와 반대로, 놀이는 활동 자체가 즐거움과 만족을 주고 어떠한 강제성이 없이

자발적으로 행해지므로 일반적인 어떤 목적이나 목표와 독립된다. 그러나 아이들의 활동에는 일과 놀이의 구분이 없으며,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곧 일인 것이다. 놀

이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기능을 얻으며 사회의 습관을 익혀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있어서 놀이는 심신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지

만, 성인에게는 일상생활이나 일에서 생기는 강박감(stress)을 해소하고 기분을 전환하며, 피로를 풀고 새로운 생활의욕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효용이 있다.

*놀이의 정의

Page 20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끄러운 놀이, 밖에서 하는 놀이 vs 안에서 하는 놀

이, 돈드는 놀이 vs 돈 안드는 놀이, 물건을 가지고

하는 놀이 vs 물건이 필요없는 놀이, 무언가를 만

들어서 하는 놀이, 약속해서 하는 놀이의 총 14개

의 카테고리가 만들어졌다. 이야기를 하던 도중,

아까 은혜가 이야기했던 ‘계획하는 것’이란 이야

기와 연결해, 놀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의

하나인 약속, 즉 규칙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았

다. 규칙이란 게 없으면 놀이가 성립할 수 없으니

까. 라쿠가 이어받아, 재미있게 놀려면 놀이에는

약속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다시 놀

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준다. 언

제나 촌철살인의 어록을 하나씩 날려주는 가은,

먹고 싸는 게 놀이라더니, 이내, ‘사는 게 놀이’란

다. 아... 가은.....

생각을 해야 하고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시간이

면 항상 그렇듯, 아이들이 다시 눕거나 책상 밑

으로 들어가는 등 산만해지기 시작해서, 이번에

는 각자가 알고 있는 놀이들이 우리가 칠판에 적

은 분류 중 어디에 속할지를 게임처럼 진행해 보

기로 했다. 포스트잇에 각자가 알고 있는 놀이들

을 하나씩 적은 뒤 칠판에 갖다 붙여보자고 하면서 게임

처럼 ‘시~작’ 했더니, 안보여준다는 하는 녀석에, 먼저

쓰고 뛰어나가려는 녀석, 정리가 안되는 분위기가 돼 버

렸다. 즉석에서 여러 가지 규칙이 휘리릭 만들어졌다. 서

로 보여주지 않은 상태에서 붙이기, 다 썼다고 먼저 붙이

기 없기, 출발점 지키기, 하나/둘/셋! 이 끝난 후 붙이기,

준비..땅! 하면 붙이기 등... 이런 게 놀이지, 뭐.ㅎㅎㅎ

아이들도 재미가 붙었는지 땅, 하면 먼저 뛰어나가려고

눈을 번득인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놀이들이 고만고만하

기도 하지만, 즉석에서 아는 놀이를 써보라 하고, 그것을

또 알맞은 분류칸에 넣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가보

다. 하긴, 여럿이, 시끄럽게, 움직이면서, 물건을 가지고

하는 놀이라면, 어디에 붙이면 좋을지 고민스럽기도 할

게다. 분류해 보기에 대해 좀 더 세밀한 논의를 했어야 하

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총 네 번의 포스트잇 붙이기를 한 다음, 모든 칸에 포

스트잇이 붙은 것을 확인한 다음, 어떤 성격의 놀이들이

많이 나왔는지를 확인하고 정리해 보았다. 얼음땡, 탈출,

땅따먹기, 잠자리 등 밖에서 하는 놀이들이 많이 나왔는

데, 생각에 따라 돈 안드는 놀이에 붙기도, 밖에서 하는

놀이에 붙기도 했다. 시체놀이나 거울로 얼굴보기, 친구

들과 책 보면서 놀기 같은 이야기도 나왔는데, 가장 재미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07

206 :놀이영역1차

Page 20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있었던 건, 돈드는 놀이에 붙여진 ‘돈갖고 놀기’였다. 그냥 돈, 즉 지폐와

주화를 가지고 노는 거란다. 칸을 채우기 위해서 억지로 끼워맞춘듯한 의

혹이 일긴 했으나, 굳이 그렇게 논 적도 있다는 데야 할 말은 없다. 다만,

그건 ‘돈’이라는 물건을 가지고 노는 놀이가 아닐지. ㅎㅎㅎ

정리를 하면서 또다시 산만해진 터라, 다음 시간부터는 직접 나가서 놀

이하는 영역도 찾아보고, 놀이도 해보자고 정리를 하고 수업을 마무리하

긴 했는데... 영 다들 기분이 개운치 않다. 수업 내내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했던 분위기때문에,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과 현주샘은 수업에 대한 자체평가를 진행했다. 아이들 스스로는 자신들

의 수업 태도에 대해 그닥 나쁘지 않았다는 자체 평가를 했다고 한다. 뭔가 흐름이 잘 잡히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있

기도 했고, 놀이의 정의나 분류에 대해 깔끔하게 잘 정리를 해주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놀이영역

에서 너희들이 주체가 된다는 부분을 좀 더 강조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

기도 하고. 수업 평가 회의 끝에, 이번 시간에 좀 부족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다음 시간에 보충해서 이야기를 더 정리하기로 했다. 시작부터

만만치는 않은 영역이겠구나 싶기는 하다. 회의와 수업 사이는 항상 왜

이리 먼 걸까. 교사들 스스로 정리와 준비가 더 잘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어디서의 모토였던, ‘재미와 진지’. 잘 할 수 있을까? 여

전히 기대와 긴장은 같이 간다.

2007년 10월 16일

●수업평가

정현주 교사 : 아이들의 자체 수업평가(자신의 수업태도)에 대해서는 괜찮았다 3명, 보통 5명 정도였고, 아이들이 다음 회차에 할 일에 대한 기억은 어느 정도 가지고 간 듯하다. 소명이 세리를 자꾸 시비거는 식으로 건드리는 게 약간 신경쓰였다.

사막 : 처음부터 끝까

지 힘든 수업이었다. 하

지만 아이들의 태도가

산만하고 시끌벅적하는 게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긴 하다. 놀이의 종류와 분류를 얘기할 때 집중을 못한 것 같고 나 자신도

헷갈리고 어려웠다.

정현주 교사 : 아이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분류, 종류에 대한 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무카 : 다음시간에 분류, 종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정리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라쿠 : 놀이가 뭔지, 분류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을 때, 바로 놀이의 종류가 나와 버리는 게 매끄럽지 못했던 점이고, 진

행자조차도 혼란했고 우왕좌왕했던 부분이 없지 않았다. 진행 선생님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하자 책상을 치면서 환호하는 분

위기일 때, 바로 이어서 놀이 영역의 조형은 너희들이 주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는 말을 얘기하고 강조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어떤 놀이 영역을 찾아서 조형작업을 해야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했다.

정현주 교사 : 집중을 못하거나 산만했다기보다 수업서의 ‘맥’을 못 잡은 것 같아서 아쉽다. 다음 수업에 그 흐름을 다시

잡아주었으면 한다. 선생님이 바뀐것에 대해서는 잘 받아들인 것 같다. 수업을 진행하다가 흐름이 좀 아닌 것 같다 싶으면

아이들의 의견이나 태도에 맞추어 본래 계획에 약간씩 변화를 줘도 좋을 듯 하다.

Page 20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래봬도 놀이영역인데, 오늘도 실내수업을 한다고 팀원들이 우르르 공부방으로 들어가니, 아이들이 의아

해하는 눈치다. 놀이영역 오프닝 시간에, 라쿠가 이제부턴 즐겁게 놀이를 하면서 수업을 할 거라며 얘기

한 것 때문에 그런지, 바로 오늘부터 게임이라도 할 줄 알았나보다. 다음 시간부터는 나가서 수업을 할 거라 다

독이면서, 라쿠가 지난 시간 놀이에 대해 정리하고 분류해 본 내용에 대해 아이들에게 되물으며 짧게 정리해보

는 시간을 가지고 수업을 시작했다.

오늘은 다음 시간, 현장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와 현장에서 무엇을 하기 위함인지에 대해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실내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우리가 놀 수 있는 공간은 어디인가? 우리는 여태껏

어디서, 어떻게 놀았나? 우리 동네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며 놀 수 있을까? 등등.. 아이들이 동네의 놀이공간에

대해 다시보기를 할 수 있게 오늘 모둠구성이 되면 다음시간, 1차답사를 시작으로 현장수업을 본격적으로 시

공동체미술을가꾸다:

:놀이영역2차

209208

Page 21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2차수업

놀이공간을 찾기 위한 답사를 위해, 답사할 영역과 모둠을 나누고, 답사에서 해야 할 활동을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하였다. 아이들이 스스로 진행하는 영역인만큼, 답사하고 싶은 영역과 함께 활동할 모둠도 직접 정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으로, 영역 설정과 모둠별 인원만 교사들이 미리 정하고,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모둠별 멘토링을 할 교사도 직접 선택해 보는 것이 재미있겠다는 의견에 따라, 모둠별 멘토링을 진행할 라쿠, 무카, 사막이 각자 자기 홍보를 한 후, 정해진 모둠 아이들이 서로 의논을 통해 교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보았다.

작할 것이다. 수업 전 교사들끼리 내부 회의를 했을 때, 이번 놀이영역은 다른 영

역보다 특히나 아이들이 주체가 되게 하여 진행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가 중요시되

었다. 무엇보다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더

즐겁게 즐길 수 있어야 하는 영역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어

떠한 방향으로든 진행이 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했다.

라쿠는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동네 예술가’ 라며 진지한 분위기로 수업을 진행했

는데, 수업 전에 ‘이 얘기는 꼭 해야겠다!’ 하고 어지간히 많이 되새겼는지, ‘너희들

이 동네예술가’라는 말과 ‘너희들이 직접 끝까지 작업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은 도와주지 않을 거야, 도와주지 않을 거

야.......라고 아이들에게 계속 공지를 때리던 중.. 현주샘이 진짜 하나도 안 도와줄

거냐고 묻자, 라쿠 왈...”아니, 아예.... 안 도와주는 건 아니고요...;;;”.

본격적으로 동네의 놀이영역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 전지 위에 최소한의 범위를

표시하여 이 근방의 지도를 만들어보기로 했고, 너무 넓지 않은 범위 안에서 동,

서, 남, 북, 방위별로 신림3동사무소, 예원피아노학원, 남강문구, 남강중학교로 한

계를 정해 지도에 표시했다. 널따란 전지 위에 아스테이지를 대고 보드마카로 아이

들이 그동안 놀았던 장소를 표시하기 시작했는데, 성인당문구점 앞 골목에서 놀아봤다는 은혜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나도 놀아봤다!’는 아이들이 자기만의 놀이와 장소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감나무에서 감따기~ 비올 때 우산으로 다리

치기~ 감나무 때리기 등 요새 애들은 컴퓨터만 하고 놀아봤자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놀이터에서 놀 것이라고 짐작했던

것과 살짝 다르게 재미있는 놀이들이 나와서 내심 반가웠다. ‘비올 때 우산으로 다리를 친다’라.....ㅎ

한 명씩 돌아가면서 놀았던 곳이며, 했던 놀이며, 다른 애들이 놀았던 것을 보았던 곳이며, 줄줄이 얘기를 하다 보니,

작은 골목과 길이 표시돼 있지 않았던 지도에 길이 생겨나기를 거듭하다가 거의 뒤엉키기 직전, 포화상태가 되어 버렸

다. 또한 아스테이지 위 보드마카의 특성상 워낙 잘 지워지다보니, 다른 아이의 놀이지점을 지우거나 움직이다가 지워지

는 등, 애초에 도구선택에 있어서의 실수가 눈덩이만한 산만함을 몰고 왔다. 그 옆에서 배움현장기록을 하고 있던 나는

지워지기 전에 하나라도 놓칠세라 애들 머리틈 사이로 보이는 족족, 들리는 족족 써 내려가기 바빴다.

답사 영역 및 모둠 결정하기

Page 21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아무것도 없던 지도에 많은 놀이 공간과 놀이의

종류가 표시되고 나니, 그래도 이 동네에 놀만한

구석이 꽤 있나보다 싶었다. 지형지물을 이용해

서 아이들이 만들어 낸 기발한 놀이라던가, 모두

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의 종류가 그다지 많진 않

았지만, 신림3동과 거의 비슷한 동네에서 자란 내

어린 시절만 해도 지금 혜민이나 가은이가 말하는

얼음땡이나 나무에 올라가는 놀이를 크게 벗어나

는 놀이가 있지는 않았다. 우리 부모님들의 유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모를까 전국적으로 도

시개발이 되면서 웬만한 주택단지들에서 커가는

어린이들의 놀이는 아마도 다들 이 정도일 것이

리라 생각된다.

수 분에 걸쳐 지도에 놀이영역이 표시됐고 이젠

모둠을 구성할 차례. 아이들은 아직 표시할 영역이 많다

며 아우성댔고, 그 산만함을 타, 한 놈, 두 놈 자리를 뜨고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그렇게 아이들이 또 산만해지기

시작하자, 라쿠가 ‘그럼 무작위로 모둠을 구성하겠다!’

고 선포를 했는데도 아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다시 한 번 모둠을 짜자는 얘기와 너희들이 직접 작업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를 하며 분위기를 잡아보는 라쿠 옆에

서, 무카가 모둠별 공동 작업으로 진행될 앞으로의 작업

과 답사에 대한 이야기로 집중을 시켰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 중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진

을 빼는 일은 모둠을 구성하는 것이리라.... 너나 할 거

없이 함께 하고 싶은 아이들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10명

의 아이들을 세 모둠으로 정하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었

다. 일단은 아이들이 놀이영역을 표시한 지도를 세 범위

로 나눠 한 모둠당 한 영역을 선택하게끔 하기로 했다. 항

상 이런 모둠을 짤 때는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아

이들이 있기 마련이듯이 은혜와 혜민과 세령은 제일 처음

으로 ‘우리 셋은 함께 하겠다!’며 모둠구성을 했고 영역

도 선택했다. 하지만 이미 가은은 은혜, 혜민, 세령이 선

택한 영역을 선택한 상태였고 뒤이어 가영도 그 영역을

하고 싶어 했다. 모둠인원은 많아야 네 명……. 한 영역

에 사람이 많이 몰리게 되고, 함께 하기 싫은 사람을 피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11

210 :놀이영역2차

Page 21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해서 구성하기도 하면서 차라리 네 모둠으로 구성하자는 말까지 나왔다. 라쿠와 현주샘, 무카의 중재에도 아이들 모두

가 만족하는 모둠을 구성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결국 라쿠의 제안으로 아이들에게 회의하는 시간을 꽤 오래 준

후에 모둠구성이 정해졌다. 모둠을 구성하기 위한 회의시간 때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의 눈치전

쟁을 방불케 했다...고....난 기억한다.

그렇게 모둠구성을 마치면서 라쿠도 살짝 기진맥진해졌고 아이들은 모둠이 결성되고 나니 더욱더 산만해지는 분위

기……. 이젠 모둠별 선생님을 선택할 차례. 무카는 놀기 좋은 선생님을 선택하는 게 아닌, 관찰과 기록, 조형작업을

함께하고 싶은 선생님을 선택해야 하는 거라며 굉장히 바른말을 했지만 아이들의 선택기준이 과연 그럴 리가.....ㅎ 수

업 전에 미리 무카와 사막과 라쿠는 자기소개를 살짝 준비했었으나 그럴 틈이 없는 것 같아 무카가 알아서 소개를 했다.

기술공정에 뛰어난 라쿠샘에, 아이디어가 막 뿜어져 나오는 사막샘에, 자신은 모르는 게 많지만 잘 물어보는 장점이 있

다며 누구를 선택하겠냐고 묻는다. 그러자 세 모둠 모두 사막과 하겠다고 난리가 났다. 역시나 오랜 시간 협의를 거쳐,

모둠구성 하는 것과 같은 분위기로 어렵게 어렵게 각 모둠 선생님이 정해졌다... 가만 보니 네 명의 카리스마 소녀들의

모둠을 책임지게 된 라쿠의 표정이.... 살짝 긴장돼 보였다. (훗날 그 모둠이 ‘모 아니면 도’모둠으로 불릴 것을 예상이

라도 한 듯..)

복작복작 수업이 마무리되는 분위기에, 지금까지 공동체미술팀과 함께 힘든 공사일부터 수업까지 참여해 온, 참여작

Page 21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가 쿠로가 오늘로 공동체미술팀에서 하차하면서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되었다. 팀원들과의 끝인사

는 일단 뒤로 한 채, 오늘이 공부방 아이들과의

마지막 만남이었기에 부끄러운 쿠로가 아이들에

게 머뭇머뭇 마지막 인사를 했다. 역시나 제일 서

운해 하는 건 다흰이.... 눈물이나 한 바가지 흘

리지 않을까 했는데, “아, 어떡해, 눈물날 것 같

아~” 만 계속 말하면서 금새 웃고 떠드는 다흰

이였다...;

모둠구성에 쿠로 인사까지 다 마치고 나니 시간

이 후딱 지나가버렸고, 이제 다음시간부터 모둠별

로 진행하게 될 현장 수업에 대해서 라쿠가 큰 가

닥을 잡아주었다. 각 모둠별로 우리 동네 놀이영

역을 답사하고 기록하고 관찰하여 조형작업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둠구성원들이 해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선생님들의 위치가 다른 영역을 진

행할 때와는 다르게 아이들의 뒤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차이점일 것이다. 이제 아이들은 이제까지

그냥 그저 놀았던 놀이공간에 대해서, 셋이, 혹은

넷이 머리를 맞대고 다시 생각해보는, 다시 바라

보는, 다시 놀아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어떻게 놀 수 있을지, 어떤 조형작업을

더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작업계획을

통해서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며, 모둠의 선생님

은 그 진행상황에서의 도움자 역할 정도로 그칠 것

이다.. 계획상으론..; 라쿠가 계속 반복해서 말했

듯이.... 우리 열 명의 아이들이 신림 3동의 동네

예술가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재미난 상상력과

당돌함에 도움샘들의 현장멘토가 더해서.. 이런저

런 에피소드도 생기고 평범하던 동네의 구석구석

이 변화하는 기대를 걸어본다.

○결정된 답사 영역

1영역 - 북 : 남강중 / 서 : 마음이텃밭

/ 남 : 기린유통마트 앞 거리 / 동 : 우리자리 공부방

2영역 - 북 : 예지어린이집 / 서 : 우리자리 공부방

/ 남 : 신림3동 사무소 / 동 : 난곡동 성당

3영역 - 북 : 우리자리 공부방 / 서 : 백설세탁소

/ 남 : 남강문구 / 동 : 우림시장

○결정된 모둠 구성

1모둠- 세리, 다흰, 문선, 무카

2모둠- 혜민, 가은, 세령, 소명, 라쿠, (정현주 교사)

3모둠- 승빈, 가영, 은혜, 사막

*결정된 답사영역과 모둠 구성

공동체미술을가꾸다:

:놀이영역2차

213212

Page 21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2007년 10월 18일

전지 : 현장기록을 하는 입장에서도 수업이 힘들었

다. 팀을 짜고 선생님을 고를 때의 혼란과, 아이들끼

리의 이기적인 면모를 봤을 때 맘이 상했고 지치게

됐다. 그리고 진행자가 계속 바뀌는 것 같은 분위기

가 수업의 맥을 못 잡게 하는데 한 몫한 것 같다.

사막 : 처음의 흐름은 나도 정리가 되며 좋았다. 하

지만 팀을 짤 때가 힘들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일 경

우 어떻게 멘토 역할을 해야할지 의문이다.

정현주 교사 : 정신적으로 힘든 수업이었다. 아이들

이 서로에게 하는 반응들이 연쇄적으로 덩달아 짜

증나게 하는 방식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이

들의 모습이나 관계들을 고려해 봤을 때는 팀을 짜

는 분위기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당연히 하고 싶은 사람과 하고 싶어하니

까. 내일, 소명과 문선에게 모둠 구성 내용을 전달하

고 의견을 물어볼 것이다.

무카 : 어떻게 보면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대

적으로 덜 힘들었던 것 같다. 다만, 내가 중간중간

무의식적으로 라쿠의 진행 중간에 개입을 하며 설

명하다보니, 진행의 흐름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그

렇지만 사실 필요한 내용은 다 진행되었다. 답사 영

역도 정리가 되었고 모둠과 담당 멘토도 결정되었

고, 진행할 내용도 인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이

들간의 관계에 있어서는 아직 모르겠지만, 다음 활

동을 위한 세팅은 일단 되었다고 생각된다.

정현주 교사 : 주말이 지나고 나면 아이들은 또 변

하기도 한다. 항상 같은 상태이지는 않다.

라쿠 : 아이들하고 꼭 무엇을 이뤄내지 않아도 된

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일정을 잡더라도

세부적인 계획이나 내용들은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

에 따라 변화될 수 있다. 아이들의 관계에 의한 분

위기는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모둠을 짜

고 선생님을 선택할 때 살짝 힘들었다. 아이들을 끌

어주는 데 있어서 한계를 느꼈을 때, 무카와 현주샘

의 개입으로 인해, 흐름의 감을 잃고 붕 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을 설득해야 하는 부분이 필

요한데 그 외 제안방식을 잘 모르겠다. 아이들의 방

식을 존중해주되, 잘못된 방식이라고 여겨지면 제안

을 해줄 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부분이 잘 안 된 것

같다. 전체적으로 전달할 얘기들이나 내면화되어야

할 것들은 잘 전달된 것 같다.

정현주 교사 : 아이들이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태클을 걸 때, 예를 들어, 혜민이가 ‘달팽이 놀이터’ 얘

기를 했을 때,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안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런 것이 아이들이 생각하는 흐름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그런 모습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라

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는 무카나 본인이 개입한 것이 도움이 되

었을 수도 있다고 본다.

라쿠 : 그런 개입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이들에게 수업진행을

앞으로 라쿠가 하겠다고 전달을 했었고, 내부적으로 주 진행자와 보

조진행자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같은 경우는 진행이 흐릿

해지는 결과를 주지 않았나 싶다.

정현주 교사 :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수업의 분위기가 많

이 달라지는데, 비닐 위에 보드마카를 쓰는 방식이 시선이 분산되는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던 것 같다. 휘발성 도구라, 아이들이 표시한 지

점들이 지워지거나 장난을 치게 되기도 했다.

라쿠 : 오늘 지도같은 경우는 향후에 쓰일 것이라기보다 놀이의 지

점을 보자는 의도였다. 점찍기를 할 때, 도구의 재질, 특성상 산만할

여지를 줬을 수 있으나, 백지상태에서의 공간 감각을 요구하는 방식

이 좋지 않았나 싶다. 점찍기를 하고나서 그 점을 찍은 영역에 대해

정리하고 넘어가는 설명이 있어야 했는데, 갑자기 훅 넘어간 듯한 기

분이 들어서 진행의 흐름이 부자연스러웠다.

무카 : 소소한 부분이지만 도구를 아이들에게 줄 때 디테일한 조절이

필요할 듯 하다. 한 사람씩 발표하게 했는데 모두가 보드마카를 가지

고 있으면 당연히 그리고 싶어할 수 밖에 없다.

정현주 교사 : 선생님들끼리의 소통이 잘 안됐기 때문에 혼란스러웠

고, 그럴 경우에는 라쿠(주 진행자)의 진행대로 가는 게 맞는데, 보조

진행자들의 개입이 흐름에 영향을 크게 준 듯 하다. 수업을 들어가기

에 앞서 수업 흐름에 대한 계획을 잘할수록 아이들의 몰입 정도가 높

아진다.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도 가고자 하는 방향이 뚜렷

하다면 아이들에게 휘말리지 않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무카 : 오늘까지의 과정을 거치면서, 답사 자체를 정말 디테일하게

계획해야 할 것 같다. 답사의 동선과 진행할 내용을 미리 잘 준비해

야 할 필요가 있다.

정현주 교사 : 나는 일단 2모둠에 참여하는 게 좋을 것 같고, 모둠 담

당 멘토가 모둠 진행을 하면서, 아이들의 관계에 있어서 문제가 생길

경우에만 개입을 하는 정도로 참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라쿠 : 수업을 하고 아이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 아이들의 어떤 특

정한(과격하거나 상처를 주는) 행동이나 말을 보았을때, 과연 공동체

미술 수업 과정에서 받아들여야하는가, 의문이 생길 경우가 있었다.

예상할 수 없었던 아이들의 모습에 대해 그 상황의 적절한 멘토 역할

이 어려운 것 같다. 그에 대해서는 함께 하는 작가, 공부방 선생님들

과 계속 얘기를 해보며 가야할 것 같다.

●수업평가

계획

&

쿠로 : 집중도 안되고 정신이 없었다. 진행하는 사람들이 많이 힘드셨을 것 같다.

Page 21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2모둠

난 시간 놀이영역 답사 진행을 예고하고 오늘은 드디어 모둠별로 동네로 답사를 떠나는 날이다. 수업이 시

작되는 오후 시간, 어김없이 오늘 진행에 필요한 교재들 준비에 여념이 없다. 수업이 있는 날의 이런 모습

들은 이제 우리 공동체 미술팀에게 자연스러운 일과이며,’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 과정에 스며든 우리

의 과정이자 삶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공부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이들이 미리 와 있다. 모둠이 나눠져서일까, 우리 모둠 아이들에게 먼저 시선이

간다. 음, 모두 출석이군. 책상 하나를 잡고 모둠별로 모여, 각자 답사할 장소와 관찰 및 기록할 내용에 대해 사

* 위그림 / 2모둠 답사기록지중 신림동 성당방면 답사기록지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15

214 :놀이영역3차

Page 21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3차수업

모둠별로 직접 지역을 답사해 보면서, 실제 아이들이 놀고 있거나 놀 수 있을만한 영역들을 찾아보고, 그 공간에서는 어떠한 활동이 이루어지는지, 어떠한 작업이 가능할지를 생각해 보는 1차 답사를 진행하였다. 답사 기록지와 답사지도를 준비하여, 활동 내용을 정리해 볼 수 있도록 준비해 보았다.

전 설명을 해주고, 오늘 진행할 내용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대화를 시작한다.

놀이영역 오프닝 수업 진행 후, 답사할 장소와 모둠 짜기에서 진을 다 뺄만큼 어

렵게 구성된 모둠이라 나름 긴장을 더 하게 되었다. 2모둠 구성원인 가은, 세령, 혜

민, 소명이가 워낙 개성들이 강한 캐릭터인지라, 오늘 처음으로 떠날 놀이영역 답

사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장난도 심하고 저마다 지닌 개성과 고집이 만만치 않

기에, 자칫 공동으로 함께 진행하는 모둠활동 진행이 어렵지나 않을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허나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최대한 아이들과 답사를 잘 진행

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부터가 오늘 수업 준비의 첫 단계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

번 맘을 다잡아 본다.

그러나 수업 시작 후 모둠별로 모여 답사 떠나기 전, 진행할 내용과 중요하게 염

두에 두어야 할 몇 가지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까지만 해도 걱정했던 모습은 그대로

드러났다. 다소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해 제대로 답사를 할 수 있을까 노파심을 가

지게 되었고, 모둠별 활동을 어떻게 원활히 진행시킬 수 있을지, 오늘 수업 진행에

있어 긴장감을 가지고 끝까지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다.

출발 전 기록지와 둘러 볼 싸이트 선정에 대해 모둠 구성원 간의 의견을 간단히

조율하고, 함께 모둠 활동을 진행함에 있어, 기본적으로 공동의 의견을 모아 내용을 정리하고 의견을 내고 들어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자칫 학년별로 나눠진 모둠 구성안에서 어느 한 아이만이 주도가 되어 이루어지는 활동이 될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부방 실내 수업이 아닌 외부로 나가는 수업이라, 각자가 지닌 반응이나 집중도 또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별 활동이 아닌 모둠활동에서는 누구하나 소외됨없이 함

께 대화하고 같이 정리하는 활동이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 점을 답사 시작하면서 꽤 오랫동안 아이들

에게 이야기해주었다.

답사할 영역을 지도에서 확인하고 방향을 잡은 뒤 기본적으로 둘러볼 장소-까치그림 빌라 앞, 성당, 강원학사-로 출

발을 했다. 길을 가면서 놀이도 하면서 대화도 나누며, 재잘재잘, 소란스럽고 자유롭게 답사를 진행했다. 그래도 내부에

서 하는 수업보다 이렇게 나와서 동네를 돌아다니니 좀더 신이 난듯 보인다. 아이들의 그런 모습 때문이었을까, 나 또한

놀이영역 1차 답사

Page 21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발걸음에 속도가 붙는다.

맨 먼저 도착한 어린이집 앞 너른 빌라 주차장

공간. 빌라 주차장 한 구석에 그려진 까치도 보고,

어린이집 안쪽 미끄럼틀도 타보며 이 공간이 지닌

여러가지 장소의 특징들을 누가 어떻게 하라는 기

준없이 자유롭게 누리기 시작한다. 잠시 뒤 한 쪽

구석에 모여 공간에 대해 각자가 느낀 생각들을

이야기 해보고, 어떤 놀이가 가능할지 또 왜 그런

지에 대해 이야기 해본다. 놀이를 위해 우리가 어

떤 조형활동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여러 이

야기가 나온다. 관찰지 기록 및 정리를 소명이가

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얘기하자, 아이들의 의견을

묻고 그렇게 하기로 한다. 다른 장소를 답사할 때

는 돌아가며 관찰 기록지를 정리해보자고 합의를

한 뒤, 이 장소와 관련된 관찰지 항목에 대해 차근

차근 칸을 채워나간다. 빌라 주차장과 어린이집이

맞닿아 있는 이 장소에는 바닥에 말판을 만들어 동

네아이들이 놀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맨 처음 나

왔다. 거기에 앉아서 쉴 수 있는 긴 의자를 만들어

놓자는 의견도 나왔다. 주차공간이 있어 차량의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을까라는 이야기에, 차의

통제를 막자는 의견과 차가 지나가지 않는 곳에 놀이판을

설치하면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늘은 일단 첫번째 답

사인만큼, 아이들이 느끼고 생각한 의견들을 모두 관찰일

지에 기록하기로 하고 꼼꼼히 다 기록해본다.

다음은 동사무소를 지나 가은이가 강력히 주장했던 놀

이영역인 신림동 성당 안쪽 주차공간을 답사했다. 관찰

일지를 꺼내고 이 공간이 지닌 특징과 놀이의 가능성 유

무, 성당 공간이라는 특성과 관련하여 공간의 실질적 사

용의 가능성과 개방성에 대한 회의를 꽤 진지하게 진행

했다. 역시 이곳에서도 의자와 바닥화를 그렸으면 좋겠

다는 아이디어들이 나온다. 이번 관찰기록지 작성은 혜

민의 몫. 나온 이야기들과 아이들을 꼼꼼히 받아 적는다.

허나, 원래 동네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아이들이 와서 놀

수 있고 그러한 놀이를 통해 공간을 꾸미고 재생해 보자

는 놀이영역 프로그램 취지와, 성당 공간이 지닌, 약간은

폐쇄적인 특성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 아이들과 다시

한 번 회의를 해보게 되었다. 이런 과정 중 가은이가 고집

을 많이 부렸다. 자신이 다니는 성당이고 아이들도 자주

논다는 이야기를 하며, 이 장소를 꼭 꾸몄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성당에 다니는 사람을 위한 공간

과 동네에 자연스럽게 함께 쓸 수 있는 공간과의 차이점

을 설명해주고 같이 이야기해봄으로써, 일단 다른 장소를

공동체미술을가꾸다:

:놀이영역3차

217216

Page 21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한 번 보면서 좀더 공공적인 놀이공간을 찾아 꾸밀수 있는 장소를 모

색해보자는 데 동의를 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마지막 답사 사이트는 강원학사로 오르는 중간에 있는, 집들에 둘

러싸인 주차장. 가는 길에 업기놀이를 하며 경주를 했다. 현주샘의

제안으로... 방금 전 사이트에서 다소 기분이 별로였던 아이들, 특히

가은이의 기분을 다시 업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서로 업어주고 업

히며 오르막을 오르는 아이들을 쫓으며, 금방 금방 변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수업에서 긴밀히 살피고 세심하게

만나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바탕 실컷 업고 달리기를 하고 마지막 답사 장소에 모였다. 공간을 둘러보고 이 장소에서 했거나 할 수 있을 것 같

은 놀이에 대해 생각해보고 관찰일지의 항목을 하나씩 채워나가기 시작. 바닥에 말판을 그려 아이들이 놀이를 할 수 있

었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의자를 만들어 설치하거나 벽화를 그려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주차가 되는 주차장이기

때문에 원래 기능을 하고 있는 장소의 특성과 반대되거나 영향을 주는 아이디어 외에, 주차도 할 수 있고 그 밖에 놀이

하는 장소로써의 활용도 가능한 지점들이 있을지를 중심으로 아이들끼리 이야기해볼 수 있도록 해보았다. 하지만 진지

하게 잘 진행되지는 않아고, 그냥 단순한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저녁이 다 되어 어둑어둑해지자, 다시 업고 달리기를 하며 공부방으로 이동했다. 오늘 놀이영역 답사는 이렇게 가볍게

무리없이 진행되었다. 수업 시작하면서 걱정했던 것보다 나름 잘 진행되었다는 생각과 무사히 잘 정리했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긴장을 많이 했던지라 답사를 마치고 공부방으로 돌아오는 길이 무척 멀게 느껴질 정도로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일단 시작은 나름 잘 했다는 섣부른 개인적 평가를 해가며 공부방으로 돌아갔지만, 앞으로 진행할 모둠활

동에서의 계획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놀이영역에서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실제 공간조형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공동체 미술팀 내부에서 준비하고 점검할 것들이 세밀하게 준비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Page 21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ㅇ 본 수업 : 놀이공간 답사

[수업분위기] 시작부터 문선이가 파일에 매

달린 펜을 돌리며 장난을 쳤음. 세리와 문선

이가 서로 때리고 도망가는 장난을 하며 산

만했고, 이 모습이 수업 끝까지 계속되었음.

다흰이는 자기가 아는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

에 즐거워하기는 하였으나, 정작 공간을 자

세히 살펴보고 이야기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

어, 이야기가 시작되면 빠져 있거나 다른 이

야기를 하고 싶어했음.

▒첫번째 공간 답사 : 예광 피아노학원 앞

공터

- 주택과 피아노학원 사이의 공터인데, 골

목 가운데라 차량이 통행하는 장소. 피아노

학원 아래는 주차장임.

- 이 곳에서 해볼만한 놀이 : 인라인 타기,

땅따먹기 등

- 차량이 통행하는 곳이라, 일단 기록지

는 작성하지 않고 이야기만 나누어 보고 지

나감.

▒두번째 공간 답사 : 백설세탁소 아래 계단과 계단 아래 공간

- 주택 사이 계단 아래 작은 공간이 있음. 바로 오른쪽이 다흰

이네 집이고, 아이들이 놀 수 있을만한 공간이라 생각되어 멈

추어 살펴봄

- 다흰이가 낮에는 주무시고 밤에 일하는 어른들이 주변에 사

시는데 건물 사이에 소리가 울려서 놀면 혼이 난다고 열심히 설

명함. 다른 아이들도 이에 동의하여 그냥 지나치기로 함.

▒세번째 공간 답사 : 마음이 텃밭이 있는 주택과 왼쪽 옆 빌라

사이의 공터

- 차량 통행이 없는 연립 안쪽의 빈 공간

- 무카가 공간을 살펴보자고 제안하고, 세리가 지도 위에 공

간을 표시함.

* 세번째 공간에 대한 아이들의 의견(배움현장기록에서 발췌)

세리 : 여기서 애들 안놀아요

다흰 : 이모네 집이라 자주 와서 놀아요(마음이 텃밭 주인 아주

머니를 이모라 부르며 친하게 지냄)

세리 : 여기서 놀면 시끄럽다고 혼나요

무카 : 시끄럽지 않은 놀이도 있지 않을까?

세리 : 그래도 시끄러워요, 놀이에는 벌칙이 있으니까, 벌칙하

다보면 시끄러워져요

다흰 : 옆에 있는 벽(두 채의 빌라) 사이를 막았으면 좋겠어요 /

무카 : 왜? / 다흰 : 놀다가 공이 들어가면 못꺼내요

무카 : 둘러보니까 이 공간은 어떤 것 같아? 마음에 들어, 아님

별로인 거 같아?

세리 : 쓰레기를 많이 버려요, 별로에요

무카 : 안 버리게 만들 수는 없을까?

다흰 : 달팽이 놀이터도 더러워요, 어디든 사람이 가게 되면 더

ㅇ 들어감 : 답사 준비

- 공부방 입구에서 관찰기록지 작성에 대한 세부 설명 및 답사 경로, 기록자 등에 대한 이야기 나

누기 : 문선이가 지도와 기록지를 들고 다니기로 하고, 돌아가면서 기록지를 작성하기로 함. 성인

당 문구점 옆 골목으로 출발하여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기로 함.

- 세리가 이런 걸 왜 하냐는 불만섞인 질문을 하여, 놀이영역 활동을 진행하는 의미에 대해 다

시 간단히 이야기를 나눔.

●1모둠:배움현장기록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19

218 :놀이영역3차

Page 22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러워져요

▒네번째 공간 답사 : 삼성연립 아래 주차장

- 세리가 공간을 제안하여 담벼락을 중심으로 공간을

둘러봄.

- 아이들 모두 공간을 마음에 들어하여 관찰기록지를

작성하기로 함 : 세리가 작성

* 이 장소에서 하게 되는 놀이들 : 담타기, 담에 올라가

기, 땅따먹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잠자리 등

* 이 장소에서 해볼 수 있을만한 작업 아이디어 : 아이들

대부분이 길변의 낮은 담벼락에 관심이 많아, 담벼락 중

심으로 아이디어를 내 봄.

- 색을 칠한다(다흰, 문선, 세리), 튀어나와 있는 못을

박아 넣는다(문선, 아이들이 놀 때 다칠 수 있으므로), 튀

어나와 있는 못 주변에 아예 못을 더 박아서 공부방 간

판처럼 철사나 전선을 묶어 글씨를 만든다(다흰, 문선,

세리), 담장 옆에 올라가기 쉽도록 중간 중간 계단을 설

치하자(다흰, 문선), 벽화를 그리자(무카, 세리는 작업

과정이 힘들 것 같고 별로 재미없을 것 같다고 매우 부

정적인 반응)

▒다섯번째 공간 답사 : 삼성연립 아래 화단 사이의 시멘

트 턱

- 여기에서는 앉아서 놀거나 딱지치기 등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별다른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아, 기록

은 하지 않기로 함.

▒여섯번째 공간 답사 : 세리네 집 아래 금성이발관과 전봇

대 사이의 시멘트 턱

- 아이들 두세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좁은 시멘트 턱

- 공간 자체는 재미있지만 다들 별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

지 않아, 잠시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나침.

▒일곱번째 공간 답사 : 난곡철물점에서 기린유통마트로 가

는 길 중간의 계단

- 계단이 꽤 넓고 가운데에 난간이 있음, 계단 윗집은 동

네 친구인 기영이네라고 함.

Page 22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가위바위보 하며 올라가고 내려오기의

놀이를 떠올렸으나 역시 다른 아이디어는 나

오지 않았음.

▒여덟번째 공간 답사 : 무지개 연립 안쪽

시골느낌텃밭

- 연립 바깥쪽에 전지가 만든 간판의 설

명(연립안쪽으로 오십걸음 들어가면 우리자

리아이들이 이름붙인 시골느낌 텃밭이 있어

요)을 보고, 즉석에서 오십걸음에 맞춰 시

골느낌텃밭까지 가보기 놀이를 함 : 문선이

뛰어서 25걸음 기록 달성. 세리, 다흰도 해

보았으나 도저히 50걸음에 갈 수 없는 거

리였음)

- 텃밭 자체에서는 별다른 아이디어나 놀

이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음.

▒첫번째 공간으로 돌아가 다시 살펴보기

- 첫번째 공간이었던 예광피아노학원 앞

공간으로 돌아가 자세히 살펴보며 관찰기록

지 작성

- 마침 공간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

고, 그 중 한 아이가 텃밭 개소식에 왔던 다

흰이의 친구여서, 지금 하고 있는 활동에 대

한 소개를 해주며, 이 공간에서 어떤 놀이들을 하는지 물어봄 :

주로 인라인을 타거나 공놀이, 줄넘기, 땅따먹기 등의 놀이를 하

지만 차가 다녀서 놀기 좋지는 않다고 함.

ㅇ 마무리 : 활동 정리와 다음 활동 안내

- 지도에 표시된 여태까지의 답사 지점들을 다시 한 번 살펴

보며 정리

- 다음번에는 오늘 답사한 지점을 가지고 이미지텔링을 하면서

답사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고 하나로 모아볼 것

공동체미술을가꾸다:

:놀이영역3차

221220

△1모둠 삼성연립 아래 답사기록지

Page 22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참여자 : 가영, 승빈, 사막, 오십원

- 우리자리 공부방에서 동사무소 방향으로 시계방향으로 돌며 남강문구, 백설세탁소까지 답사를 진행

- 주요 답사 장소 : 동사무소 옆 주차장, 공부방 뒤 가, 나동 연립 앞, 승빈이네 집 앞 골목, 남강문구

앞 평상 등

[수업분위기] 은혜가 없는 상태에서, 가영이와 승빈이가 나이와 성별 차이로 인해 어색해 하면서 답사

도 산만하고 힘들게 진행됨. 사막도처음 모둠 진행을 하면서, 아이들을 끌어당기는 데 어려워 함. 분위기

를 주도하는 성격의 은혜의 참여가 절실해졌고, 이후 시간부터는 전지가 기록 및 진행 지원으로 참여하

기로 함.

●3모둠:놀이영역 1차 답사 진행 스케치

Page 22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2007년 10월 23일

라쿠 : 흐름은 어땠는지?

사막 : 내가 계속 물어보는 분위기였고 아이들이 기록지

작성을 어려워했다. 가영이 벽화를 제안했고, 놀이 공간

은 네 군데를 찾고 세 군데를 기록했다. 오늘 답사한 공

간에서 예상할 수 있던 놀이는 자전거타기, 축구, 서바

이벌 게임 등이었다. 굉장히 힘든 수업이었다. 목요일에

애들이 오지 않으니 , 일정은 현주샘과 상의해봐야. (4차

수업일에 학교 현장수업 및 수련회로 인해, 3모둠 아이

들 전원이 불참 예정)

라쿠 : 우리팀은 너무 큰 걱정이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

다 아이들이 잘해줘서 불안했다. (아이들 개개의 개성이

강해 공동 활동이 어렵고 남자 교사에 대한 거리감이 우

려되는 지점이 있었음) 한 사람의 생각을 쓰는 게 아니

라 모두 상의해서 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더니, 애들이 그

에 따라 잘해줬다. 놀이 공간은 세 군데로 정리됐고, 다

음주까지도 계속 함께 하는 작업으로 하자고 전달했다.

그즈음 혜민과 세령이 따로 행동을 하자 답사에 동행했

던 현주샘이 골목으로 데려가서 이야기를 하고 다시 분

위기를 잡아줌. 가은이 기록을 했는데 기록하는 속도가

느려서 아이들이 짜증을 냈다. 공간에 대한 찬반론이 있

을때, 현주샘이 시간에 대한 얘기를 하자 아이들이 갑자

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소명이 여러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조형작업(흔들의자)를 제안. 그 후 다음 시간에

는 세부적으로 아이디어를 짜고 계획해 보자는 이야기

를 정리하여 전달했다

정현주 교사 : 한 팀이 돼서 활동하는 게 다음주까지라

고 얘기했던 건 무슨 말이었는지?

라쿠 : 아, 내가 다음주까지라고 얘기했던가. 놀이영역

끝날때까지라는 얘기였는데. 다다음주까지라고 다시 얘

기해 주겠다. 소명이 수업 시작부터 활동에 적극적이고

협조적인 모습이었고, 모둠 활동도 활발하게 된 것 같아

서 앞으로의 모둠 활동에 가능성이 보였다.

야자수 : 아이들이 각자 책임감을 느끼는 모습이 보였

다.

정현주 교사 : 소명의 역할이 크다. 소명의 장난으로 모

둠 분위기가 흐려지기도 한다. (오늘 소명이 세령과 혜

민의 등을 밀친 일 등) 가은의 기록이 느리다며 모두들

쏘아붙였을 때 가은이 풀이 죽었고, 그때 내가 아이들의

태도에 대해 얘기했다. 그후 소명의 짜증나는 태도가 자

제되는 느낌이 있었다. 그

리고 소명이 마치 반장처럼

역할을 해준 면도 있다. 강

원학사에서부터 서로를 업

고 공부방까지 도착하면서

수업을 정리했고, 처음에 가은에게 아이들이 짜증을 많이 내서 힘들

었지만 나중에는 괜찮았다.

전지 : 무카네팀은 세리와 문선이 만났을 때의 시너지에 놀랐고, 다

흰의 개인적인 포스 또한 힘들었다. 기록지를 쓰는 데 있어서 많이 산

만했고, 파일에 매달려 있는 고무줄도 아이들 장난꺼리로 한 몫 했다.

중간에 시골느낌텃밭에서 오십걸음가기 등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도 있었다. 계획한 영역보다 세리네 집까지 가며 동선을 넓히면서 놀

이공간을 많이 짚어봤다. 마지막 놀이공간에서, 다행히 놀고 있는 아

이들이 있어서 그에 대한 얘기를 하고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무카 : 처음 답사 출발할 때 6시 25분까지 집에 가야 하는 다흰이

가 우리 팀이 다른 팀보다 늦게 출발한다며 짜증을 냈다. 문선이 세

리를 자꾸 장난을 치며 건드렸고, 세리가 그에 반응하면서 세리와 문

선의 장난이 계속되어 흐름을 이어 나가는 데 있어서 힘든 점이 있

었다. 다흰이는 혼자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싶어했고, 중간중간 알고

있는 동네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개별활동을 하려 했다. 어떤 아

이는 전체를 보고 가자, 어떤 아이는 한 군데씩 짚으면서 가자는 등

의견들도 많이 달랐다.

정현주 교사 : 세리는 공부방에 온지 얼마 안되어, 텃세를 부리는 아

이들에게서 벗어나서 훨씬 편하고 자유로와서 장난을 많이 쳤던 것

같다. 문선은 원래 장난을 많이 치는 편.

무카 : 시골느낌텃밭에서 오십걸음에 맞춰서 걸어들어갈 때 아이들

이 재미있어했고, 2차 답사를 갈 때는 아이들끼리 직접 협의를 해볼

수 있게 하면 좋겠다 .

정현주 교사 : 세리가 무엇을 제안했을 때 일단 싫다는 말을 많이 하

는데, 세리의 ‘싫어요’ 는 진짜가 아닐 경우가 많다.

라쿠 : 다음 수업에서 이미지텔링은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까?

정현주 교사 : 그날 주변 학교들에서 현장학습과 수련회가 있어 아

이들이 다섯명밖에 오지 않는다. 모둠별 진행이 어려울 듯. 그날 오

는 아이들만 데리고 아이들이 찾은 장소에 가서 직접 놀아보는 건

어떨까? 소수의 아이들만 데리고 수업을 진행해 버리면 나중 흐름

이 부자연스러워질 듯.

무카 : 일정이 밀리게 되니까 아무래도 걱정이 되기는 한다. 일단 다

음주는 그렇게 하는 게 좋을 듯.

정현주 교사 :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잘 끌어내기 위해 조형적인 부분

에서는 작가들이 좀 더 강하게 제안해도 좋을 것 같다.

무카 : 사막네 모둠 아이들이 역동이 아주 강한 편은 아니라 진행이

조금 힘들 듯. 전지가 다음번부터는 사막네에 합류해서 분위기를 잡

는 데 도움을 주면 좋을 듯.

●수업평가

계획

&

사막 : 답사 시작때부터 승빈이, 가영이가 서로 기록지를 들기 싫어하고 사진찍기

도 싫어했다. 무카팀이랑 답사 도중 만났을 때, 문선이가 자기네는 놀이터에서 놀았

다며 장난으로 거짓말을 해서, 그에 동요되어 가은과 승빈이 불만을 표출했고 산만

한 분위기였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23

222 :놀이영역3차

Page 22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ㅇ 본 수업 : 놀이공간 답사

- 공간에서 다음 공간으로 이동할 때에는 즉석

에서 해보고 싶은 놀이를 정해, 놀이를 하며 이

동하고, 돌아가며 놀이를 제안하기로 함.

▒공부방 출발부터 삼성연립 주차장까지 놀이하

며 이동하기

- 공부방 -> 백설세탁소 : 공부방 앞 도로에

서 백설세탁소까지 달리기를 해서 1등이 다음

놀이 정하기

- 백설세탁소 -> 기린유통마트 : 두 발로 통

통뛰며 가기 놀이(가은 제안)를 하고, 꼴찌가 다

음 놀이 정하기, 신이 나서 남강문구까지 그냥

뛰어가 버림

- 남강문구 -> 세리네 집 : 한발로 뛰기 놀이

(세령 제안)

- 세리네 집 -> 삼성연립 아래 주차장 : 선

생님이 아이들 업고 달리기(가은 제안), 사막이

세령, 전지가 세리, 무카가 가은, 라쿠가 다흰

을 업었음

(날이 어둑어둑해지더니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

작함)

▒주차장 놀이 1 : 얼음땡, 잠자리놀이(가은,

세령 제안)

[수업분위기] 다흰은 얼음땡이 재미없다며 오십

원 손을 잡고 담장 위 걸어다니기 놀이를 했고,

혜민은 모든 놀이에 참여하지 않고 앉아서 구경

만 하였

음. 라쿠

가 담장

위로 올

라 가 서

놀 이 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은 서로 상의해서 같이 할 수 있는 놀이를

만들자고 제안함. 혜민이 잠깐 담장 위 걸어다니기 놀이를 함께 함.

▒주차장 놀이 2 : 담장 위에서 미션 수행하기(라쿠, 무카 제안)

- 한줄로 서서 술래가 된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며 담장 끝까지 가기

놀이를 하고, 담에서 떨어지면 맨 뒤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함.

- 놀이에서 나온 미션들 : 뛰어가기, 옆으로 가기, 한발로 뛰기, 장

애물(앉아 있는 혜민) 넘어가기, 떨어진 사람은 다시 뒤에서부터 시

작하기, 성큼성큼 가기

▒주차장 놀이 3 : 경찰과 도둑

- 술래를 정해 두 사람은 경찰, 나머지는 도둑이 되어 도둑을 잡

는 놀이

[수업분위기] 혜민과 다흰은 아이들의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다흰은 보면서 즐거워하는 정도, 혜민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계속 관찰하며 옆에서 기록을 하고 있는 전지에게 평가를 함.

ㅇ 마무리 : 활동 정리 및 공부방까지 놀이하며 돌아가기

-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해, 오늘의 활동이 어떤 의미인지를 간단

히 정리한 후 돌아가기로 함.

- 아이들이 모두 업어달라고 졸라서, 한 명씩 아이들을 업고 공부

방으로 돌아감. 아이들을 업은 채로 달리기도 하고, 업힌 아이들끼리

손을 잡거나 치기 놀이 등을 하기도 함.

ㅇ 들어감 : 대체수업 활동 안내

- 지난 시간 모둠별로 답사했던 장소를 답사했던 놀이공간들을 돌아보며 직접 가능한 놀이들

을 해보자

- 서울시청 인터넷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와, 아이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PD님을 소개함

●대체수업:배움현장기록 2007년 10월 25일

Page 22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1모둠

제 늦게까지 회의를 하고 작업실에서 잔 날. 몸도 찌뿌둥하고 머리도 무겁긴 하지만, 다같이 점심을 먹고,

청소를 하고, 회의를 하고, 수업 준비를 하고... 으슬으슬한 몸이 다시 에너지를 받는다.

수업 전 찾아온 추진단 인화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현주샘 등장. 한 달전쯤 공부방을 그만두었던 유진

이가 다시 참여하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고, 더불어 지금 진행하고 있는 놀이영역에서는 어느 모둠에 들

어가는 것이 좋을지 의논하자고 오신게다. 일단 라쿠네 모둠은 아이들 수가 많아, 사막이나 무카네 모둠이 어떨

까 이야기를 해보는데, 각 모둠별 책임작가와 아이들의 특성, 아이들간의 관계, 각자가 잘하는 영역과 특징 등

등, 아이 하나를 모둠에 넣는 데에도 참 고려하고 이야기할 것들이 많다. 누가 뭐랄 것도 없이, 현주샘과 함께

이공동체미술을가꾸다:

:놀이영역4차

225224

Page 22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4차수업

모둠별 2차 답사를 진행하였다. 1차 답사에서 발견했던 장소를 모둠별로 다시 세부적으로 돌아보며, 공간의 성격, 특징 등을 고려하여, 모둠별로 조형작업을 진행할 하나의 장소를 확정하고, 그 지점에서 진행할 작업 계획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하였다.

아이들의 특성과 관계들을 하나하나 진지하게 따져보다가, 어느 순간 이런 우리들

의 모습이 이제 정말 자연스럽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유진이에게는 사막 모

둠을 염두에 두고 제안을 해보기로 한다.

다함께 공부방 벽화를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눈 후 공부방으로 들어가니, 아직 새

참시간이 끝나지 않았는지 떡을 먹는 녀석, 만화책을 보는 녀석, 영 분위기가 산만

하다. 게다가 난방시설이 썩 좋지는 않은 공부방 온도탓에 몇몇은 이불까지 둘러

싸매고 있고. 지난 시간 쉽지 않았던 모둠활동을 떠올리며 미리 오늘 활동을 시뮬

레이션 해보지 못한 것이 못내 불안쩍다.

갑자기 현주샘이 공동체미술팀을 불러낸다. 유진이가 무카네 모둠을 선택했단다.

무카네 모둠을 선택했을 때 예상되는 어려운 점들에 대해서도 모두 이야기해주셨

다는데, 그래도 하고 싶다고 했단다. 무카네 모둠인 세리랑 친하기도 하고... 간만

에 나타난 유진이가 참 반가우면서도, 약간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과연... 모래알

같은 우리모둠 아이들은 오늘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

드디어 수업시작. 라쿠가 탁자를 붙이고 아이들을 둥그렇게 앉히려고 하는데, 간

만에 가은이가 발동했다. 탁자와 탁자 사이에서, 이 자리가 마음에 들기 때문에 움

직이지 않겠단다. 다들 가은이 성격을 아는지라 대략 난감. 라쿠와 무카가 살살 어르고 달래보지만 요지부동이다. 그래도 조

금은 함께 하는데 익숙해진걸까. 계속해서 설득을 하니 보일듯 말듯 움직이기 시작한다. 짜증을 내기도 하고 잡아당기기도

하지만, 가은이가 빠져나올 때까지 다 기다려주는 아이들이 더 대단해 보인다.

라쿠가 간단하게 지난 시간 진행되었던 대체수업 내용을 설명해 준 뒤, 모둠별로 진행할 내용을 이야기해 준다. 오늘은 모

둠별로 두번째 답사를 나가는 시간. 1차 답사 때 찾았던 지점 중에서 하나의 영역을 결정한 뒤, 그 공간에 더 필요할 것 같

고 해볼법한, 해보고 싶은 조형 아이디어를 내보는 날이다.

전체설명 후, 모둠별로 답사에 앞서 간단한 모둠별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역쉬 우리 모둠. 회의는 둘째치고 한

군데 다 모여있질 않는다. 이제까지 참여하지 못했던 유진이를 위해 간단히 설명을 하고 가자고 했더니, 세리는 또 말 많이

놀이영역 2차 세부답사

Page 22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한다고 투덜투덜, 문선이는 자기한테만 얘기해 줘

도 된다고 하고, 유진이는 두리번 두리번, 다흰이

는 버얼써 저 멀리로 도망갔다. 와우! 답사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순간이다. 모두들 집중하면 한번

에 짧게 끝낼 수 있지 않겠냐고 강하게 이야기했

더니, 겨우겨우 한자리에 모여주신다. 놀이영역은

무엇을 하기 위한 것이란 이야기를 짧게 유진에게

설명한 후, 우리가 찾았던 2개의 지점 중 한군데를

오늘 정해야 한다고 하니, 나머지 아이들 모두 이

구동성으로 삼성연립 앞 담벼락이 마음에 든단다.

유진이도 대략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어딘지 잘은

모르겠는데 여튼 마음에 들 거 같단다.ㅎㅎ 좋아,

그럼 일단 삼성연립 앞으로 가보자.

밖으로 나가자마자 다흰이가 업어달라 매달린

다. 질세라 유진이와 세리도 달려들고, 문선이의 연필돌

리기도 시작됐다. 오늘 우리 모둠 촬영을 따라나서기로

한 야자수의 동그란 눈이 더 동그래진다. 업어달라는 다

흰이에게 넌 너무 커서 안된다고 애걸복걸해서 간신히 떼

어놨더니, 이번엔 세리가 냉콩 매달린다. 좋아, 그럼 뛰

지, 뭐. “백설세탁소까지 무카보다 늦게 뛰는 사람 누군

지 보자!” 세리를 업고 달리기 시작하자, 후다닥 발자국

소리들이 앞서나간다. 얼른 세리를 내려놓고 너도 뛰어,

했더니, 역시 뛰어가주신다. ㅎㅎㅎ 뒤에 쳐진 다흰이

를 데리고 가는데, 다흰이가 이번에는 자기가 업어주겠

단다. 그러고서는 정작 매달리면 일어서질 못한다. 그러

자 앞서 가던 아이들이 획 돌아서더니, 너도나도 자기가

업어주겠단다. 앗싸아! 유진이한테 한 번 업으라 했더니,

다음에는 세리가, 그 다음에는 다흰이가 업어주겠단다.

아이들의 자발적인 업어주기 행렬에 맘편히 편승해준다.

텃밭 답사를 못했던 유진이에게 간판과 밭을 보여주자

는 아이들 의견을 받아들여, 삼성연립으로 가는 길에 시

골느낌 텃밭에 들렀다. 마침 인터뷰 때 설명을 해주셨던

201호 할머님께서 작물들을 손보고 계신다. 어릿어릿하

는 아이들과 함께 인사를 드린 후, 삼성연립으로 향했다.

다시 이동을 시작하니, 역시나 아이들이 벌떼처럼 매달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27

226 :놀이영역4차

Page 22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리고 업어달란다. 그래... 무카 싫어,

이런 것보다야 고맙...다.... 카메라

를 들고 있는 야자수에게도 달려드는

걸 겨우 말린다.

아이들이 정했던 담벼락에 도착하

자마자, 아이들 모두가 우다다 벽으

로 달려든다. 그리고는 올라가고 뛰

어내리고 걸어다니고 신이 났다. 유

진이도 자주 와서 노는 곳이라며 마

음에 든단다. 놀게 놔둘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 오는 길에 놀았으니, 하고

는 아이들에게 한 곳에 모이자고 했

다. 여기는 어떤 공간일까 이야기를

해보자고 하는데, 여기선 딱지치기해

요, 땅따먹기해요, 총놀이해요, 등등

수많은 놀이종류들이 다시 쏟아져나

온다. 오늘 처음 참가한 유진이가 있기도 하고, 아이들도 다시 자연스레 놀이들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지난 시간보다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문선이와 세리가 치고받는 시너지를 내기 시작한다. 다흰이는 여전히 내용에 집

중하기 어려워하고, 유진이는 현주샘에게 미리 이야기를 들은 탓인지, 다른 아이들을 모아 정리시키기를 시작한다. 처

음 보는 유진의 정리력과 카리스마! 역시 지경류다. 그러나 문선-세리 전선은 도저히 진정될 기미가 안보인다. 할 수 없

이 둘을 구석으로 따로 불렀다. 표정을 굳힌채로, 밖에 나오긴 했지만 지금은 엄연히 수업시간임을 강조한다. 약간 움츠

러든 아이들. 제발 5분만 같이 집중하자.

다시 한자리에 모여, 아이들에게서 편하게 나오는 이야기들을 받아, 이 공간에서 할 수 있는 놀이들을 정리해보기로 했

다. 세리가 먼저 서기를 하겠단다. 다흰이가 냉큼 “줄넘기, 딱지치기, 가위바위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하고,

했거나 하는 것을 보았던 놀이들을 읊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놀이들을 모두 받아적은 후, 이번에는 유진이가

서기를 하기로 하고, 이 곳에서 해볼 수 있는 작업들을 다시 생각나는대로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역시 지난 시간 한 번

이야기된 터라, 바로 담벼락에 색칠하기, 벽화나 발자국 그리기, 계단만들기 등이 나오고, 뒤이어 여기가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라는 간판만들어 달기를 하자는 문선이의 의견과, 아이들이 딱지치기를 할 수 있도록 딱지를 넣는 통을 설치하자

는 유진이의 의견이 추가된다. 세리도 계단을 만들자는 의견에 보태어, 담벼락 끝부분이 대각선으로 부서진 부분을 보완

해, 그 부분을 계단으로 하자는 보완된 제안을 내놓는다. 너희들이 직접 계획하고 직접 만들어야 되니 잘 생각해야 한다

Page 22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고 강조하니, 서기를 하고 있던 유진이가 기록지

에 ‘직접 만들기(우리가), 가장 중요’, 라고 밑

줄까지 그어 정성스럽게 써넣는다. ^^

생각나면 하나씩 의견을 내면서도, 자기 얘기만

하고 이내 장난을 치거나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녀석들. 도저히 서로 이야기를 들을 분위기가 아

닌 것 같아, 분필을 꺼내 각자가 생각해 낸 아이디

어를 분필로 그려보자고 제안했다. 사례 중 하나

로, 인천 공영주차장 담벼락의 사람 다리들만 그

려져 있는 그림을 이야기해줬더니, 재미있어 보였

는지 세리가 자기 다리를 대고 그려보기 시작한

다. 문선이가 담벼락 가운데에 동그라미를 그리

고는 뭐라고 써넣는다. 뭐냐고 물으니 과녁맞추기

를 할 때 통을 놓을 장소란다. 그리고는 반대편 벽

에 과녁을 그리러 간다. 유진이는 한쪽 담벼락 위

에 벽돌을 더 쌓는다고 표시한 후, 미끄럼과 매트

를 설치한 후, 더 쌓은 벽돌옆으로 계단을 설치하

겠단다. 세리는 이내 한쪽 벽면 끝으로 가더니, 지

난 시간 전지가 냈던 아이디어인 발바닥 그리기를

한다. 지난 시간에는 벽화나 그림이 무조건 싫다

고 하더니, 역시. ㅎㅎㅎ 두 개쯤 발바닥을 그리

더니, 이내 달려가 주차장 안에 1234 땅따먹기 말

판을 그리기 시작한다. 다흰이는 바깥쪽 벽에 사

람 모습을 그리기 시작한다. 뭐냐고 물었더니 놀이하는

아이들 모습이란다. 그냥 그리고 싶은 거 그리는 게 아니

고 진짜 여기에 그려졌으면 하는 그림 그리는 거야, 하고

다시 한 번 강조해준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뒤, 다시 한자리에 모이자고 한 후,

각자가 자유롭게 낸 의견들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했다.

먼저 유진이의 의견 중 하나인 벽돌 더 쌓아 미끄럼틀 만

들기. 유진이가 자기 아이디어를 설명한 후,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을 짚어보기로 했다. 여기서 주로 담위에

서 걸어다니거나 미션수행하기를 하면서 많이 노는데, 중

간에 너무 높은 벽돌이 더 쌓이면 그런 놀이를 하기 어렵

지 않을지 이야기했더니, 계단을 만들면 된다는 대안이

나온다. 지금도 약간 불안하게 잡아줘야 걷는데, 더 높아

지면 정말 무섭고 놀기 어렵지 않느냐고 했더니, 마음엔

안들지만 이해들은 하는 눈치. 미끄럼틀의 경우엔, 아이

들에게서도 주차장이라 차가 지나다니는 문제에 대한 이

야기가 나온다. 대안으로 차를 못 지나다니게 하면 어떠

냐는 이야기부터, 미끄럼틀을 좁게 만들면 어떠냐는 이

야기까지 같이 해보다가, 미끄럼틀 놀이는 달팽이나 무

궁화 놀이터에서 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여기에서만 할

수 있는 놀이를 살리는 게 어떠냐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정리되었다.

그 다음 살펴볼 아이디어 역시 유진이 의견이다. 이번에

공동체미술을가꾸다:

:놀이영역4차

229228

Page 23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도 담 위에 벽돌을 더 쌓는 것. 이번에는 벽돌을 담벼락 앞쪽으로 쌓아 딱지치기를 할 수 있는 탁자형 턱을 담벼락 높이

로 쌓아보자는 의견이다. 앞서 현실적인 부분 이야기를 한 번 한 터라, 유진이가 열심히 설명을 하다가, “아, 근데 차가

다녀야 되는구나.” 하고 스스로 난감해한다. 그러더니 대안으로 나무같은 재질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탁자를 만드는

게 어떠냐는 수정제안을 한다. 너희들이 다 직접 할건데, 정말 만들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또다시 어려움에 봉착한 얼굴

이다. 지난 시간 문선이가 찾아냈던 맞은 편 삼성연립 아래의 넓은 턱에서 딱지치기를 하는 건 어떻겠냐 제안하자, 세리

와 다흰이가 그쪽이 더 낫겠다며 동의한다. 그러자, 이내 문선이가 문제제기를 한다. 다 안된다고 그러는 게 어딨냐고.

역시 날카로운 녀석. ㅎㅎㅎ 안된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전에 공부방 텃밭과 툇마루를 만들면서 생겼던 어려움들, 그

래서 몇 번을 다시 공사해야 했던 기억을 상기시키며, 최대한 그렇게 안될 수 있도록 하려면 현실적인 부분을 진짜 고려

해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하니,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아차 싶은 느낌이 든다. 너무 초반부터 현실적

인 이야기를 밀고가 버렸나. 오늘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도록 했어야 하는데.

다음에는 세리의 의견. 담벼락 위쪽에 발바닥을 그리는 것이다. 지난 시간에는 반대하는 녀석도 있었는데, 바로 만장일

치 통과다. 발자국 그림이 있으면 따라 밟으며 놀기 좋다는 게 이유다. 그 다음에는 계단 설치 검토해보기. 중간에 계단

을 설치하는 것보다, 세리가 냈던 의견대로 부서진 담벼락 끝부분을 계단으로 만들자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문선이가 조심스레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어림을 잘해야 할 거 같애요.” “어림???” 처음엔 뭔 소린가 했는데, 알

고보니, 계산을 잘해야 한다는 거다. 끝부분에 벽돌이 얼마나 들어가야 할지, 점점 계단모양으로 되려면 수량이나 크기

등을 잘 고려해야 한다는 것. 역시 문선이. 장난만 치는 만만한 녀석이 아니다.

계단 이야기까지 하고있는데 주변이 어둑어둑해진다. 문선이는 계속 춥다고 들어가면 안되냐고 하고, 시간도 여섯시가

가까와지고 있다.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정리하고, 다음 시간에는 여기 사진을 찍어가서 출력해 놓고, 진짜 스스로 만들

Page 23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어 낼 수 있게 계획을 잡아보자고, 인터넷 등을 이

용해 미리 자료들을 찾아보자고 이야기하는데, 유

진이가 조용하게 한마디를 날린다. “남들이랑 다

른 우리만의 벽화를 만들고 싶어요”. 이쁜 녀석.

조금 쳐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춥기도 해서, 바

로 공부방까지 달리기를 하기로 한다. 문선이가

알아서 요이땅! 신호를 보내고, 아이들이 일제히

뛰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유진이와 세리는 지름길

이라고 생각한 듯, 기린마트 앞에서 반대편으로

뛰어간다. 달리기 잘 못한다는 다흰이에게 무카보

다만 빨리 뛰면 된다고 같이 뛰게 해서 남강중 길

로 내려가자, 공부방 앞 골목에서 문선이와 유진,

세리가 만나 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다흰이와

손을 잡고 공부방에 도착해 보니, 세 녀석, 현관

바닥에 널부러져 숨을 몰아쉬고 있다. 그러면서도

무카를 보자마자, 나 1등! 나 2등! 나 3등! 하고 등

수 세기는 잊지 않는다. 다흰이, 역시 무카 꼴등!

강조해주신다. ^^

잘들 들어가라 인사하고 다른 모둠을 기다리면

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업이 물론

산만하긴 했지만, 그거 말고 불편한 뭔가가 있는

데... 나중에 수업평가회의를 하며 정리된 불편함

의 원인은 진행자형 선생님인 무카다. 아이들이

서로 잘 뭉치는 스타일들이 아니고 심하게 산만하기는 했

지만, 산만하면서도 스스로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

을 좀 더 줄 수 있지 않았을지. 아이들에게 애정이 많아

질수록,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갈수록, 마음의 조바심도

같이 많아지고 있는 게 아닐까. 일일이 정리해 줘야 할

것 같고, 산만하고 집중 못하는 순간들을 챙겨줘야 할 것

같은 노파심들. 경험이라는 명목으로 시행착오의 기회를

주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점 소위 ‘선생’이 되어가

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조금은 더 편안

하게, 조금 더 천천히 아이들을 만나도록 해야`하지 않을

지. 다음 시간에는... 다음 시간에는. 그래도, 다음을 기

약하고 기대할 수 있다는 건, 불안하면서도, 힘을 준다.

다음 시간에는. 아자.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31

230 :놀이영역4차

△1모둠 답사내용 정리

Page 23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3모둠

난히 차가워진 바람에 몸이 웅크러지는 날씨다. 두꺼운 옷차림에도 어색스럽지 않은 오늘 공부방 안. 바로 옆 오

른쪽에 앉은 가영이가 내 옷소매를 검지와 엄지로 잡아보더니, “어디서 났어요?” 뜨개질을 한 내 옷이 눈에 들어

왔나보다. “직접 만든 건 아니구 샀어.” “누가 만들었는데요? 나도 이런 거 우리 할머니가 만들어 줬는데” “....... 음...

난 예전에 길거리에서 만들어진 것을 산거야...” “따뜻하겠다.” 어물어물, “응, 대따 따셔!!!” ㅎㅎㅎ “가영인 춥겠다.”

실제 가영인 스카우트 차림으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오늘은 답사를 하러 밖으로 나갈 건데, 추위가 빨리 온

탓일까? “이대로 밖으로 나가면 분명 추울 텐데.” 내 말이 끝나자마자, “옷 있어요.” 손가락으로 윗 층을 가리키면서 답

한다. “그럼 이따 나갈 때는 입고 가자.” 그러자 벌떡 일어나 옷을 가지러 간다. 그 와중에 은혜는 계속 팔을 붙들고, 몸

을 밀치고 있는 게 아닌가. 어이쿠, “은혜가 왔구나, 왔어.” 은혜, 킬 킬 킬 웃는다. ^^ 이 말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생긴

말로, 예를 들어 은혜가 변함없이 같은 행동을 일관적으로 할때, 은.혜.스.럽.다 혹은, 은.혜.답.다를 내포하여 쓰인다.

‘은혜 왔구나’, 하고. 이때 앞뒤로 감탄사를 끼어 넣는 센스도 필요하다. 나의 두 손은 은혜의 얼굴에 가있고, 초점은

매력적인 눈에 맞춰져있다. 오~~ 귀여운 은혜~~~~ 너의 눈은 참 매력적이야. ㅋㅋ 우린 이렇게 인사를 했다.

모두가 한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적절히 서로를 봐가며 집중을 한 틈을 타 수업을 시작하는데, 가은이가 이불이 있는 가

운데 자리에서 꼼짝을 않고 앉아 있는 것이다. 무카가 다가가, “가은아, 이제 수업해야 하니깐 나오면 어떨까?” 가은이

는 고개만 좌우로 흔들곤 아무 말이 없다. 모두 가은이 에게 “빨리, 나와.” “ 너 때매..” “뭐야..” 절대 다수의 말이 오가

도 굳건한 의지가 엿보인다. 얼마간의 실랑이 끝에야 책상에 두 팔을 올려놓고 몸으로 조금씩 밀어내며, 야금야금 책상

틈 사이에서 빠져나온다. 이것을 지켜보곤 라쿠는 지난 시간에 각 모둠마다 두 세 곳을 찾고 기록하였는데 우리가 모둠별

로 조형 작업을 할 텐데 찾은 곳이 세 곳이면 모두 다 작업한다고 하였나, 요? 아님 한 곳을 지정하여 한다고 하였나, 요?

Page 23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물어보자 세 곳, 한 곳, 중구난방이다. 아주 짧게

한 곳임을 인식시키고 모둠별로 뭉쳤다.

공부방을 기준으로 아랫길 쪽을 포함하는 영역을

담당하게 된 3모둠은 가영, 승빈, 은혜, 사막이다.

지난 시간에 수련회 등으로 3모둠의 세 명 모두

수업에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실제

놀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오늘 수업을 실내 수업

처럼 진행하면 다소 딱딱해지고 어려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놀이영역인 만큼 놀이를 통해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게끔 유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전전 시간엔 은혜가 참석하지 못했으니,

한눈으로 보이게 지도를 펼치곤 찾아다닌 지점들

을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가 찾은 네 군데 영역 중, 세 군데는 자전거

타는 모습과 써바이벌 등등 실제 노는 모습을 기

록했고, 나머지 한 군데 연립공터에서는 벽화그

리기가 나왔다는 이야기와, 너희들끼리 회의를

하고 작업까지 과정도 직접 계획해야 한다는 것

을 강조하며, 두 가지 제안을 해보았다. 지난 시

간에 가영이가 찾아낸, 작업을 해봄직한 연립 공

터와 그 앞 동사무소 담장을 한 지점으로 묶어 답

사해 보는 것, 그리고 승빈이가 가위바위보를 떠

올리며 말했던, 전에 답사하지 못했던 계단을 찾

아가 보는 것. 이 두 공간을 중점적으로 답사하며 알아보

자고 하니, 모두 찬성했다. 너희들이 회의하고 작업과정

도 직접 계획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한 후, 그

럼 나가볼까나~!!

밖으로 나가자마자, “은혜가 지난 시간에 참석하지 않

았기 때문에, 그 곳에 가 본 승빈과 가영이가 안내해주는

거야!” 라고 일러 주었더니, 부리나케 전력 질주로 달리

는 가영이. 승빈이가 일등으로 연립공터에 도착했다. 은

혜는 무슨 꼼수가 있는지, 저만치 전지와 다른 놀이를 하

는 듯 보인다. 뒤따라오는 은혜를 곯려주고 싶은 맘에, 방

향을 바꿔 달려가려다 벽에 부딪혀 버렸다. 은혜는 바로,

‘그쪽 아니잖아요’ 하는 눈치다. 에구 들켰네..

빨간 벽돌이 2층으로 올라가 있는 연립 앞마당은, 주차

공간인 동시에 그 넓이도 상당하여, 차가 빠진 낮 시간엔

제법 놀이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연립 안쪽으로 들어오면 돌이 겹겹이 쌓여, 50cm정도 지

형이 올라와 의자처럼 자연스레 엉덩이를 대고 앉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나란히 승빈, 은혜가 앉고, 가영인 자

공동체미술을가꾸다:

:놀이영역4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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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3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신이 발견한 공간인 만큼, 전 시간에 벽화를 그리자고

한 것을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 은혜, 승빈이도 이

곳을 둘러 보기 시작한다.

그래, 찬찬히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오늘만큼은 이

곳에서 직접 놀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분

필을 꺼내, 앉아 있는 가영이 발을 그대로 따라 그렸

다. 엉덩이도 이~따만하네, 라는 액션으로 흰 분필이

돌 아래 새겨진다. 아이들도 해보고 싶은지 하나둘씩

분필을 들고, 앉아있는 엉덩이, 자신의 발, 전지의 발,

요렇게 조렇게 발모양을 바꾸어가며, 걸어 다니는 발

자국 모양을 바닥에 그리면서 몸 놀이를 만들고.... “

좋아, 우리 이 모양을 이용해 한바탕 놀아볼까?” 나

는 외쳤다. 시작은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정하고 이후

엔 잡힌 사람이 술래가 되는 방식으로 빠르게 규칙이

만들어지고, 이것은 전혀 새로운 놀이가 되었다. 발자

국 그림 바깥을 밞으면 안되고, 술래가 다가오면 ‘타임’을 외쳐 멈춰야 하고, 그러면 다른 친구가 다가와 ‘땡’ 해주고.

곳곳에 해골도 더 그려서, 밞으면 ‘술래’가 되기로 하면서, 즉흥으로 분필를 사용해 사다리를 그리고, 외다리로 통통 뛰

며 움직여서 하는 규칙도 추가되면서, 놀이가 숨가쁘게 진행되었다. 금새 신나고 재미있는, 넓은 놀이판 그림이 그려졌

다. 땀이 날 정도였다.

한참을 놀고 있다 보니, 한 아저씨가 나와 보시곤 눈

을 흘기고 들어가신다. ‘뜨끔’ 했지만, 아이들은 놀

이를 계속하자는 반응인데다, 이쯤에서 그만 놀이를

줄일 수는 없었다. 이렇게 한참을 놀다보니 얘기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현장에 나와 하나하나

놀아보면서 우리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의도와 목

적에 대해 간략히 짚어주는 것으로 수업을 마쳤다.

3모둠 답사내용 정리▷

Page 23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참여자 : 가은, 세령, 소명, 혜민, 라쿠, 정현주 교사

- 답사 전 모둠 회의 진행 : 신림동 성당과 예지 어린이집의 2개 공간으로 좁혀짐

- 2개 공간의 현장 재답사를 거쳐, 예지 어린이집 맞은편 빌라 주차장으로 최종 결정

- 현장에서 이미지텔링과 조형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 : 땅따먹기판, 바닥벽화 등의 아이디어가 나옴

[수업분위기] 아이디어 회의와 놀이가 결합된 형태로 답사가 진행됨. 아이들 개개인의 자기 주장이 강한

만큼, 일단 장소가 정해지고 욕구가 생기자, 스스로 집중하여 아이디어를 내고 기록하는 모습을 보임.

●2모둠:놀이영역 2차 답사 진행 스케치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35

234 :놀이영역4차

2모둠 조형작업 아이디어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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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30일

무카 : 오랜만에 다시 공부방에 다니기로 한 유진이

가 모둠에 결합한 효과는 50 : 50 인 것 같다. 미리

이야기를 듣고 모둠에 참여한 터라, 문선이와 세리

를 조용히 시키거나 모으는 등, 조용한 리더쉽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다시 자기도 장난에

동참하기도 하며 왔다 갔다 하는 태도였다. 네 명의

아이들이 모두 모래알처럼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야자수 : 각자 다른 쪽에 관심이 있고 다른 방향으

로 가기 때문에 집중이 안되는 것 같았다.

무카 : 합의된 건 담장 위에 발자국을 그리는 것이

고, 유진이 미끄럼틀을 만들고 그 밑에 매트를 놓자

는 등의 재치있는 아이디어를 냈다. 지금까지의 수

업과정에 참여하지 않았기도 했고, 현실성은 떨어지

지만, 재미있는 조형 아이디어가 나온 듯 하다. 네

명의 아이들의 여러 의견을 살피지는 못한 시간이

었고, 담장 옆 계단을 조적하거나 페인트를 칠하고

그림을 그리자는 정도의 이야기가 나왔다.

라쿠 : 2모둠은 답사 전의 사전 회의가 길어져서 뒤

늦게 출발하게 되었는데, 오늘의 변수는 가은이가

고집하던 성당작업에 혜민과 소명이 긍정적인 반응

을 보인 것이다. 지난 답사 때 성당 작업이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를 설명해 주면서 가능성에 대한 부

분도 전달했었다. 조형작업 계획을 잡을 때, 현실적

으로 일정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면 조절은 필요

하다고 반다. 가은의 제안이 우리가 찾은 조건에 못

미치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이해시켜주는 과정을 밟

았다. 답사가 끝나고 올 때도 놀이를 하면서 왔고,

아이들이 놀이영역 수업의 흐름이 내면화 되고있다

는 믿음이 생기게 됐고, 집중되는 분위기가 조성되

는 듯 했다. 중간에 소명이가 학원 때문에 먼저 간

다고 하여, 자기가 없을때 다른 친구들이 낸 의견에

따르는 일에 대한 얘기를 하니, 그 상황에 빨리 가고

싶어서 그랬는지 이해를 해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

겠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예지 어린이집부

터는 아이들의 아이디어회의에 불이 붙음을 느꼈다.

자발적으로 회의하는 모습 등. 내가 공간에 대해 조

건이 불충분한 것 같으니, 너희들이 회의해서 정리

해보라고 제안을 했고, 혜민이가 공간, 세령이가 그

림, 가은이가 공정 부분을 정리했고, 나는 옆에서 구

경을 했다. 조형작업 관

련해서는 땅따먹기, 바

닥벽화 정도가 나왔고,

이때 가은이의 ‘기회

비용’ 이야기가 나왔다. 현장 작업이 실제 가능한지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서도 오늘은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마음껏 들어줬다. 하나 우려되는 점은 작가

의 역할이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끼쳐야 하는지 멘토의 개입정도가

재정비되어야 할 듯하다.

정현주 교사 : 아이들이 충분히 작가입장이 될 수 있는데, 선생님이

선생님의 입장으로 계속 가다보니 아이들의 독립성이 결여될 수 있

다. 선생님의 포지션이 약해지다 보면 아이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

고 정리를 할 수도 있다. 선생님의 역할 재정비가 필요하다. 안그러

면 아이들은 공부방 조형작업처럼 자신들의 포지션을 정해버릴 수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실제 조형작업이 갈 경우를 예상해서 평가가

끝나고도 얘기를 더 해봐야 할 것 같다.

전지 : 3모둠은 기록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오늘은 흐름상으로는 꽤

잘 진행된 것 같다. 전시간, 대체수업 때 전원 오지 않았기에, 가영,

승빈, 은혜는 놀아보지 못했었다. 그래서 오늘 놀아볼 수 있어서 좋

았고, 아이들 사이의 역할이 이미 자리잡힌 것 같았다. 승빈이는 재

치있는 아이디어를 쉴새없이 늘어놓는 편이고, 가영은 그에 대답하

며 현실적인 제안을 하는 편이고, 은혜는 가운데에서 그 의견들을 정

리하는 기록자 역할을 했다.

사막 : 나의 제안으로 자연스럽게 시작된 놀이가 아이들이 모두 참여

해서 규칙이 있는 놀이가 되었고, 아이들도 그 놀이를 즐겼고, 나 또

한 즐겼다. 놀이가 진행되는 중에서도 하나씩 미션들이 생기는게 너

무나 자연스럽고 재밌었다. 아이들이 낸 의견들이 현실적인 요건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의견이 나올 때마다 짚어줬다.

사막 : 다른 대략의 흐름은 정리가 되고 전달이 된 것 같은데, 아

이들에게 사적 영역과 공적영역에 대한 개념 구분에 대해선 전달

하지 못했다.

라쿠 : 놀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작업을 했을 경우, 사적영역에서라

도 공적놀이가 가능하다. 그 정도의 여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사적

공간에서 공적쓰임새를 가진 조형작업 말이다. 아이들이 생각한 수

준이 거대설치가 아니기에, 공적 쓰임새를 고려해서 현실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무카 : 현실적인 요건들로 인해 아이들의 자유로운 발상이 제한되는

흐름이 있었다. 다음 시간에는 풀어놓는 분위기를 가져봤으면 한다.

자유로운 발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현주 교사 : 아이들 내에서의 역할분담도 필요하다. 다음 시간에

는 모둠별로 확정된 공간이나, 대략의 작업단계를 모둠별로 발표하

는 것도 필요할 듯 하다.

●수업평가

계획

&

야자수 : 무카모둠의 경우,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표면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같았고 수업분위기가 산만했다. 어느것도 정해진 게 없는 것 같다. 삼성연립 옆 주차

장에 있는 담장 위에 발자국을 그리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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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모둠

업 전 복작복작한 작업실. 라쿠도, 사막도, 아이들이 결정한 영역의 사진을 출력하고 오려내, 우드락에 붙

여가며 작은 모형을 만들기에 한창이다. 아이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이미지화할 수 있도록

교구를 만드는 중이다. 무카네 모둠은 주차장과 긴 담벼락인데, 아이들의 아이디어나 실제 작업할 지점이 담벼

락 하나에 집중되다 보니, 일단 담벼락을 찍어온 사진들을 주욱 연결해서 긴 담벼락 그림을 만들고 나자, 우드

락을 붙여 다른 모둠처럼 모형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안든다. 해야지, 하면서도 손이 안가는 이런... 한참 부

산대며 왔다갔다만 하다가, “에이, 몰라, 나 게으르고 나쁜 선생님할꺼야!” 하면서 사진들에 OHP 필름을 붙

여주는 걸로 수업준비를 마무리하기로 한다. 아.. 께으르고 나쁜 선생......

수공동체미술을가꾸다:

:놀이영역5차

237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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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수업

모둠별로 확정된 장소에 대해, 아이들이 생각하는 조형에 대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해보고 토론하면서, 실제 작업을 위한 세부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하였다. 모둠별 상황과 장소 특성에 따라 이미지텔링을 진행하기도 하고, 결정된 공간을 우드락을 이용한 작은 미니어처로 만들어 모형작업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세부적인 이야기보다는 아이들이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해 보고자 하였다.

공부방으로 들어선다. 차가운 바닥. 아이들이 이불을 끌어안고 돌아다니는

모습도 이제 익숙하다. 자연스럽게 세리가 옆으로 다가오더니 장난을 치기 시

작한다. 자슥.. 이내 세령이도 슬그머니..... 아이들과 놀던대로 잡아당기고 매

달리기 놀이가 시작되다가.... 어느 순간 바닥에 쭉 깔린 무카. 누가 먼저랄것

도 없이 아이들이 달려들어 무카 위로 두다다 엎어지기 시작한다. 한 네 명 올

라갔나... 뭐, 사실 많이 아프지는 않지만, 살짜쿵 오바하여 소리질러 주시고.

“그아아아~ 살려줘어~!!” 구원투수 라쿠 등장. 무카 죽는다고 아이들을 끌어

내준다. 그러나 이미 무카의 안경은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중상을 입었다...

아무래도, 몸쓰는 놀이 외에 아이들과 노는 다른 방법을 개발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인제 몸이 안따라준다.... 에이뜨...

라쿠가 아이들을 모아 수업 분위기를 잡았다. 일단 모두 자리에 둘러앉아 그

간 모둠별로 진행되었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우리 모둠에 대해

서는 다흰이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녀석, 어떤 과정을 거쳤고,

어떤 작업을 하기로 했는지가 아니라, 지난 시간 우리 모둠이 찾은 장소에서

할 수 있겠다고 얘기됐던 놀이종류들을 말하고 있다. 아이들이 “우리 그런 거

안했거든.” 하고 문제를 제기하지만, 그렇다고 말을 끊어주시지는 않는 굳은

심지. 유진이와 세리가 약간의 보충 설명을 해준다.

2모둠은 예지 어린이집 앞 공터를 찾았다고 아이들이 우후죽순 이야기를 하는데 학원때문에 일찍 자리를 떴었다는 소

명이가 ‘타이어에 색칠하기’라고 이야기하자, 다른 2모둠 아이들이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소명이를 쳐다본다. 당황한

소명. 그간 진행된 상황을 모르는 눈치. 살짝 미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은혜가 자연스럽게 2모둠 뒤를 이어, 3모둠은 어

떤 장소를 찾았고 어떤 작업을 하기로 했는지를 이야기한다. 승빈이도 한두마디 거들고. 라쿠가 전체 모둠의 이야기를

다시금 정리해 준 후, 모둠별로 나눠서 조형 계획을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사막네 모둠이 책장 안쪽, 라쿠네 모둠이 칠판 쪽 탁자로 자리를 잡으면서 우리 모둠은 자연스레 가운데 있는 탁자에

앉게 되었다. 문선이가 소리소문없이 안오는 바람에, 오늘 1모둠은 다흰, 유진, 세리만이다. 지난 시간,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고 다짐했었던 무카. 일단 오늘 뭘 해야하는지를 정리해 준 후, 아이들끼리 이야

모둠별 영역 결정 및 기본 조형계획 세우기

Page 23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기를 하게 두어보기로 했다. 탁자 위에 담벼락 사

진과 주차장 여기저기를 찍은 사진들을 늘어놓고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더니, 세리가 냉큼 마카보드

를 여러 개 가지고 온다. 여기에 어떤 것들을 해

보면 좋을까?

먼저 계단 이야기가 나온다. 계단을 어떻게 어

떤 모양으로 만들면 좋을까 이야기를 하다가, 유

진이가 다시 제안을 한다. 담이 좁아서 한 발만 딛

을 수 있는 정도의 폭이라 아이들이 다치거나 떨

어질 수 있으니, 벽돌을 주욱 쌓아서 담벼락의 넓

이를 두 배로 넓히면 어떻겠느냐는 거다. 그러자

세리가 이의제기를 한다. 일단 담이 넓어지면 여

긴 주차장인데 차들이 다니는데 불편하지 않겠느

냐는 거다. 그러면서 담이 원래 이렇게 생긴 거고,

거기서 노는 게 좋아서 아이들이 오는 건데, 이 담

이 좁아서 놀기 힘들거나 싫은 아이들은 다른 데

가서 놀면 되지 않겠느냐는 제법 논리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살짝 말문이 막힌 유진이. 그래도 어린

아이들도 놀고 싶은데 너무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하자, 다시 세리, 아주 어린 애들은 엄마나

나이 많은 형제들과 와서 같이 놀거고, 그렇지 않

은 애들은 안놀거니까 문제없단다.

유진이의 수정제안. 그럼 바깥쪽으로 벽돌을 쌓으면 어

떻겠냔다. 세리가 바깥쪽도 차가 다니니 안된다고 하자,

사진을 가리키며 벽돌 한 줄 더 쌓인다고 차가 못 다닐만

큼은 아닐 거라고, 다시 열심히 설명을 한다. 세리는 그

래도 위험하거나 술취한 차가 들이받을 수도 있다고 이

야기한다. 제법 논리적인 공방이 오고가더니, 점점 자기

주장들을 강조하기 위한 약간의 우기기 분위기로 넘어간

다. 좀 늘어지는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들끼리

꽤 진지하게 논의를 하는 모습에, 일부러 끊지 않고 이야

기를 계속 하게 둔다. 다만, 다흰이는 계속 이야기에 집

중을 못하고 지루해한다. 중간중간 지금 무슨 이야기 진

행되는거지? 하고 정리하며 끌어들여보려 해도, 그 순간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39

238 :놀이영역5차

△ 1모둠 회의내용 정리

Page 24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에 집중을 하다가 금방 다른 곳으로 신경이 쏠린다. 유진과 세리의 담넓이 공방이 어느 정도 오간 후, 결국 유진이가 세

리를 설득시키지 못해, 담을 더 쌓지는 않는 것으로 최종 합의를 보았다.

이번에는 다시 본격적인 계단이야기. 실제로 계단이 어떻게 쌓여질지 감을 못 잡는 아이들을 보다가, 훌쩍 나가서 공

부방 앞에 있는 벽돌을 하나 집어들고 들어왔다. “자아, 실제 우리가 쌓을 벽돌은 이 크기야. 그럼 우리가 작업할 담벼

락엔 벽돌이 얼마나 필요할까?” 아이들이 일어서서 책장 앞에 서더니 담벼락의 대략적인 높이를 가늠해본다. 담벼락 높

이가 얼마나 됐더라, 발을 이 정도 올리면 올라갔나, 하면서 책장에 발을 올려보는 녀석들...ㅎㅎㅎ 담높이를 대충 표

시하더니, 벽돌을 하나하나 올려보며 개수를 세어보기 시작한다. 한동안 저희들끼리 툭닥툭닥대더니, 정확하지는 않지

만 약 14개 정도의 벽돌을 쌓아야 하는 높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대략 높이상으로는 4칸 정도의 계단이 되면 어떨까 했

더니 아이들이 수긍해 준다.

그럼 계단은 어떻게 만들까? 전에 공부방 조형작업을 할 때 대충이지만 조적작업을 봤던 녀석들, 금새 시멘트 개고 벽

돌쌓고 하는 공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유진이의 제안. 각 칸마다 퀴즈 같은 것들을 써넣어서 올라갈 때마다 풀어보

게 하면 어떻겠냔다. 세리와 다흰이의 즉각적인 호응으로 통과. 다만, 국영수 등 학교 과목의 문제풀이를 하나씩 써넣

자는데.... 뭐라 한마디 하고 싶지만, 계속 유진이의 의견이 묵살되는 분위기여서,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 넘

어간다.

아무래도 다흰이가 흐름에 잘 못 끼는 것 같

아 역할을 줘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

흰이가 지금 나오는 내용 좀 종이에 정리해

볼래?” 했더니, 이녀석들, 왜 이리 쓰는 욕구

들이 강한지, 너도나도 자기가 하겠단다. 살

짝 당황한 무카. 아니, 저기, 그게.... 다들 하

겠다면 어떻게 할까, 돌아가면서 할까? 했더

니, 다흰이가 여느때처럼 그럼 자기는 안한다

고 바로 양보를 해버린다. 에궁.. 의도가 빗

나가 버렸다. 하지만 분위기상, 하겠다는 녀

석부터 서기를 하게 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

업 초반부터 자기가 정리하고 싶다 했던 세

리, 제가 할래요, 할래요, 난리가 났다. 하지

만, 뒤늦게 결합한 유진이가 못내 마음에 걸

리는 무카. 세리는 생태영역때나 유진이가 참

Page 24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여하지 않았던 수업때도 여러 번 서기를 했으니

까, 이번엔 유진이에게 양보하면 어떻겠냐 했더

니, 처음엔 자기도 몇 번이나 양보했다고 강하게

나오더니, 잠시 뒤, 그래요, 유진이가 해요, 양보

를 한다. A4지 한 장을 가져다 주니, 유진이가 계

단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만화를 그리는 것처럼 신

나게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잠시 뒤, 세리가 눈을 부빈다.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떨어진다........... 아호, 이런....

당황한 무카와 아이들. 유진이가 “세리야, 나 다

썼으니까 니가 써” 하고 급양보 전선으로 돌입해

보지만, 세리는 괜찮다고, 그냥 눈에 뭐가 들어간

거 같다고, 애써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도 눈에

서 눈물이 떨어지는 게 막아지진 않는다. 급 미안

해진 유진, 계속 무카에게 눈으로 어떡하냐고 묻

는다. 아.... 갑자기 마음이 따땃해진다... 이 이

뿐 것들......

세리에게 너무 주의가 집중되지 않게 이야기를

계속 진행하면서, 세리에게 니 마음 알아, 하고 눈

짓을 보낸다. 서로 너무 어색해지지 않도록 자꾸

질문도 하고 농담도 해대니, 세리도 이내 마음이

진정되는 듯 하다. 얼마 뒤에는 유진이 얘기에 의

견도 내고 대답도 한다. 유진이도 세리를 힐낏대면서 더

열심히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게 보인다. 진짜.... 이

것들...... 이 이뿐 것들......

앞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다시 정리하면서, 계단에 ‘여

기서 놀 때는 밀지 마세요’ 등의 주의사항을 적은 간판

을 달자는 의견 등이 더 추가되었다. 이번에는 다흰이가

서기를 맡아, 간판에 들어갈 내용과 빠진 사항들을 글로

써보기로 했다. 유진이도, 세리도, 앞의 내용들을 하나

씩 정리해 이야기하면서, 느린 속도나 같은 이야기를 다

시 적는 데 가끔 짜증을 내기는 해도, 다흰이가 하나하나

받아적을 때까지 기다려준다. 간판과 계단, 벽화그리기,

땅따먹기 통 정도까지 결정된 후, 나머지 의논해야 할 것

들은 다음 시간에 문선이가 오면 같이 공유하면서 더 이

야기하기로 하고 수업을 마무리했다. 세 녀석 다 힘차게

공부방을 나선다.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란 게 확실히 변수가 많다. 쉽지

도 않고.. 그래도 오늘같은 상황이 되면 복잡한 아이들의

마음 한 부분을 들여다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름 이

것저것 판단도, 고려도, 배려도 하고, 고집도 부려보는,

참 솔직하면서도 복잡한 아이들. 다시금, 아이들을 만난

다는 게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다행인 건, 애

들은 잘 안까먹으면서도 참 잘 까먹는다는 거다. 그래서

더 밉기도, 이쁘기도 한 것 같다. ㅎㅎㅎ

공동체미술을가꾸다:

:놀이영역5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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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4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ㅇ 본 수업 : 모둠별 이미지텔링 및 작업계

획 세우기, 모형작업하기

[수업분위기] 모둠별 활동이 시작되면서부

터, 지난 시간 결정된 이야기를 모르고 있었

다는 점 때문에 기분이 상한 소명이 회의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부정적인 태도였음. 이

에 다른 아이들도 기분이 상해 분위기가 전

체적으로 가라앉았음. 소명이 담배 냄새가

난다며 라쿠가 싫다는 말을 시작하며, 이런

작업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회의적인 태도

를 보임. 라쿠가 지난 시간에 소명이 없었으

니 다시 설명해 주자고 하자, 아이들이 너도

나도 나서서 얘기해 주려 하였음. 이에 소명

이 불쾌해하면서 공격적인 태도를 보여, 다

른 아이들이 다시 기분이 상함. 가은이가 땅

따먹기 바닥화를 그릴 위치를 설명하는데,

소명이가 기록지에 낙서를 하고 끈을 잡고

놓지 않아 설명이 곤란해졌음. 세령이 소명

에게서 기록물만 빼서 가지고 옴. 라쿠가 소

명과 따로 이야기를 하고, 그 외 아이들끼리

회의를 진행하게 했으나, 회의에 몰입하지

않고 산만했음.

▒모둠별 작업의 목적과 지난 시간 시안에 대한 의도 이야기해 보기

- 라쿠가 모둠별로 하는 작업에 대한 목적과 지난 시간에 시안 작업한

것에 대한 의도를 설명하고, 이어서 혜민이가 전 시간 나온 조형작업 아

이디어(땅따먹기, 통나무 징검다리, 벤치형 의자 설치)에 대해 설명함.

* 수업 내용 중에서(배움현장기록에서 발췌)

소명 : 유치해서 하기 싫다, 아이들에게서 나온 아이디어라 수준이 낮

다, 하는 자체가 이해도 안 간다

라쿠 : 우리 수준에서 모둠별로 작업하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소명 : 아무 의미가 안 느껴진다, 이거 만들면 주민들이 좋아하나? 아

이들이 좋아하나?

라쿠 : 협의를 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같이 상의해서 진행해야 한다 (

공동작업 강조)

[수업분위기] 소명이가 도저히 수업에 참여할 분위기가 안되어, 라쿠

가 정현주 교사에게 면담 요청을 함. 이날 다른 일 때문에 수업에 불참

했던 정현주 교사가 들어와 소명이를 데리고 나감. 세령과 가은이 장난

을 시작함.

▒작업 공간 모형을 활용해 조형별 위치와 설치 의미에 대한 회의 진행

- 라쿠가 각각의 조형 아이디어들을 설치하는 이유, 주민의 반응에 대

한 예상 등을 하나씩 질문하며 이야기를 끌어감

* 수업 내용 중에서(배움현장기록에서 발췌)

라쿠 : 우리가 한 조형작업을 주민들이 싫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철거요

청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감안해서 가능한 방향으로 현재 설치

방향에서 수정을 해야할 필요도 있다, 주민을 설득하고 협의하는 과정에

서 아이디어 수정은 있을 수 있다, 그럼 하나하나 조형 작업에대해 얘기

해 보자, 의자 얘기를 먼저 해볼까? 의자는 주민들한테...

ㅇ 들어감 : 지난 시간 활동 되새겨 보기

- 지난 시간의 관찰기록지를 살펴보고, 나왔던 조형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

●2모둠:배움현장기록

Page 24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가은 : 이로와요

라쿠 : 뭐가 이로운지, 뭐가 좋은지, 기록지에 그

려진 그림 위에 말풍선으로 적어보자 (셋이 한꺼

번에 A4용지 한 장 위에 그리기 시작함)

혜민 : 재밌으니까..(적으면서)

가은 : 놀고 싶을 때 쓰라고(적으면서)

세령 : 여기서 놀았으면 하니까..(적으면서)

라쿠 : 그럼 땅따먹기 얘기를 해보자, 실제 동네

에 설치를 하는 건, 주민에게 피해를 주려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까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하지 않겠나, 근데 왜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

가은 : 모둠이니까, 미션이니까

라쿠 : 땅따먹기뿐이 아니라 전체 실행계획을 보

면서, 실제 공간, 그 공간을 쓰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이 가는지 얘기해 보자, 다같이 놀기 위해

꾸미는 것인데, 땅따먹기는 그냥 노는 것, 즐기

는 것이지 않나? 그리고 바닥에 그릴 때는 주차

문제를 유의해야 한다

▒조형별 세부 내용 논의

- 땅따먹기판과 의자의 위치, 크기, 개수 등에

대한 논의 진행

* 진행내용

- 땅따먹기판 그리기의 현실적인 문제 : 주차 문제, 아이

들이 싫어할 수 있다, 바닥에 땅따먹기판 모양으로 붙인 테

잎이 벗겨질 수 있다

-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 : 차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벗겨지면 또 붙이자, 그냥 하지 말자

[수업분위기] 의자의 위치와 크기, 개수에 대한 논의를 진행

하다가 라쿠가 계속 현실적인 개입을 하자, 가은이가 우리

끼리 할 테니 신경끄라고 이야기함. 라쿠가 주민협의나 작

업을 다 너희들끼리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자 그렇지는 않

다고 대답함. 다시 회의를 시작하기 위해 기록지에 정리된

사항을 읽어보게 하자, 혜민과 세령이 기록지를 읽은 후, 세

령이가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 버림. 라쿠가 다음주부터

실제로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는 안된다고 하

자, 가은이가 선생님이 남자라서 그렇다고 함. 라쿠가 다음

주부터 오지 않고 너희끼리 하겠냐고 물어보자 혜민이가 그

렇다고 대답함. 아이들은 계속 산만하게 장난을 침.

* 수업 내용 중에서(배움현장기록에서 발췌)

라쿠 : 지금 수업이 20분 남았다, 20분간 실제 작업계획 준

비를 할 수 있니?, 혜민 : 네

라쿠 : 믿어도 되나?, 가은 : 못 믿겠다

라쿠 : 결정된 사항이 하나도 없다, 혜민 : 거의 되지 않

았나요?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43

242 :놀이영역5차

Page 24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라쿠 : 너희들끼리만 얘기한 거지, 주민들에 대

한 의견을 예상해서 얘기한 게 없다, 무조건 설

치를 하는 건 공부방 옆 툇마루를 주인 아주머니

와 사전에 정확한 얘기없이 시작하여, 나중에 재

차 공사를 한 것과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의

자의 크기, 모양에 따라 주민들이 좋아할수도 있

고 불편해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의자가 커지

면 주차하는 데 불편하지 않겠나

[수업분위기] 라쿠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가

은이가 2층에서 의자를 가지고 온다며 나가고,

세령도 의자를 가지러 나감. 라쿠가 돌아온 뒤,

가은과 세령이 의자를 가져옴. 라쿠가 지금은 의

자가 필요없다고 하자, 가은이가 의자 치수를 어

림해 본다고 함. 라쿠가 주민들과 협의가 안되

면 변경해야 할 수 있으니 지금은 필요없고, 오

늘은 시안을 모형으로 만들어 보자고 하자, 가

은이가 그냥 모형일 뿐이니 필요없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임. 혜민과 세령은 다시 손그리기 낙

서를 시작함. 집중을 못해 진행이 안되면 우리

모둠만 늦게까지 할 수 밖에 없다고 하자, 아이

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임. 지금까지는 아이디

어 스케치를 한 것이지만 주민들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모형을 만들어 보는 게 좋겠다고 설득하여, 아이들이 모

형 작업을 시작함.

▒조형작업 모형 만들기

- 설치를 염두에 두고, 가능한 실제와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어 보

자고 함.

- 고려해야 할 점들 : 최대한 비슷한 모양과 색으로 만들어 보기,

재활용 재료 활용을 염두에 두기, 튼튼하게 만들기

[수업분위기] 라쿠가 현장을 찍어온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하려다 아

이들이 작업에 집중하고 있어서 내려놓음. 얼마 뒤 소명이 들어왔

고, 오늘 수업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함. 6시 10분까지는 작

업을 하고 끝내자고 했으나, 다른 모둠이 활동을 마무리하는 것에

아이들이 영향을 받고,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 하던 작업

만 마무리하고 끝내기로 함.

ㅇ 마무리 : 작업 공간 정리 및 다음 활동 안내

- 다음 시간에 모형 작업을 마무리하고, 이를 통해 계획이 정리되

면 주민들을 찾아뵙고 설명을 드리기로 함.

Page 24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참여자 : 승빈, 가영, 은혜, 사막

- 가, 나동 연립 앞 공간을 우드락과 사진을 이용해 작은 모형으로 만들고, 그 위에 OHP필름을 붙여,

보드마카로 그려가며 아이디어 회의 진행

- 공간의 특성을 이용한 의자, 길게 이어진 흰 벽에 놀이하는 모습을 담은 벽화 그리기 등의 아이디어

가 나옴

●3모둠:진행 스케치-공간 모형을 통한 조형 아이디어 내기

공동체미술을가꾸다:

:놀이영역5차

245244

Page 24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2007년 11월 1일

사막 : 우리팀은 은혜가 할아버지 흉내를 내서 아

이들의 사기를 돋구는데 한 몫을 했다. 전체적인 흐

름은 괜찮았으나, 아이들이 지금의 조형계획으로 실

제 어떻게 작업을 진행할지는 감을 못 잡았다. 이미

지텔링을 통해 다시 벽화시안작업을 했으나, 동그라

미, 세모, 시체.. 수준에 그쳤다. 그래서 다시 다함께

풀어놓고 얘기하는 방법이 나을 것 같아서 그렇게

진행했다. 주제가 놀이인데, 엉뚱한 그림들이 나오

고, 모두 각자 생각하는 방향이 틀렸다. 가영은 예전

에 따로 작업했던 벽화시안(해봤던 그림이고 그게

편하다는 생각에)을 제안했고, 승빈, 은혜가 했던 걸

왜 하냐고 하니 가영은 수그러 들었다. 또한, 아이

들 전체가 선생님한테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다. 벽

화시안을 잡는데 그림이나 아이디어에 소극적인 부

분이 보였다. 이렇게 되면 주민협의를 하는 데 있어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는 승빈과 가영

의 의자 몇개, 은혜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를 하는 사람의 뒷모습 정도가 시안으로 나왔고, 일

단 이미지텔링 결과물을 가지고 주민협의를 갈 것

이라고 아이들에게 정리했다.

라쿠 : 사막의 얘기를 들으면서 지역과 만나는 부분

에 있어서, 교사의 역할을 전시간 얘기했던 것과 다

르게 수정할 필요가 느껴진다.

사막 : 아이들의 발상에 도움이 되는 멘토역할을 수

업 도중에 어떻게 해야

할지 의문이다.

무카 : 아이들이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아이

디어와 현실적인 드로

잉이나 디자인이 나오

는데는 괴리가 있다. 아

이들이 직접 하는 거라

생각했지만, 내심 필요

할 것 같아 교사가 개입

된 건데, 그 도안을 끌

어내는데 교사의 개입

이 필요한 것이다. 오

늘 우리팀에서는 유진

과 세리가 의견을 많이

냈는데, 유진은 차분한

편이나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의견이 많이 반

영되지 못하는 편이고,

세리는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며, 다흰이는 현재로선 모둠으로

끌어들이는 게 제일 관건이다. 삼성연립 옆 담장 조형계획을 할 때,

유진이 담장위에 한 발로 걷는 벽화에대해 위험하다고 하자, 세리가

그 담은 한발로 노니까 재밌는 것, 싫으면 안 놀면 된다고 했다. 일리

가 있는 얘기다. 추가로 계단에는 ‘밀치지 마시오’ 등의 주의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벽돌 높이나 개수에 대한 이야기 정도를 했다.

지난주, 너무 교사가 끌고 간 부분이 많은 것같아서 이번주는 풀어주

는 식으로 갔다. 아이들의 의견정리 정도의 입장으로 개입했다.

라쿠 : 수업의 흐름은?

무카 : 답사 때 나왔던 아이디어들을 하나씩 이야기하면서 결정해 나

갔다. 계단을 어떻게 만들까에 대해서는 불필요하게 길게 간 부분이

있었으나, 그냥 진행되게 뒀다. 세리가 의견이 강하자, 유진은 수긍하

는 편이었고 그것을 다흰이 정리했으나 우왕좌왕한 분위기였다. 세

리와 유진이 의견을 내면, 내가 중간에서 다시 정리를 해서 다흰에게

말해주면 다흰이 기록을 하는 식이었다. 우리모둠은 장소 자체도 좋

고 포커스가 좁혀졌기 때문에 얘기하기가 편했던 것 같다.

라쿠 : 현재 우리팀의 조형작업은 다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주차

장 바닥의 땅따먹기 등의 작업은 주민들의 반응으로 보아 힘들 것 같

아, 다른 의견들이 나올 줄 알았으나 그렇지 못했다. 자신들이 하기

좋은 놀이를 만드는 정도고, 내가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

했지만 변화되는 건 없었다. 의자도 역시 주차문제로 걸리고, 이전에

이미 평상이 있었던 게 주민이 필요없어서 치운 상태라는 것도 걸린

다. 극단적으로 봤을때, 아이들은 아이디어 계획, 주민협의 등의 과정

만 밟게 하고 작가가 설치를 할 수도 있다. 애들과 함께 가면서 주민

●수업평가

계획

&

라쿠 : 모둠 진행을 한 입장으로, 흐름에 있어서 내가 끌고 간 순서가 잘못된 것 같

다. 현실적인 부분과 시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았고 다음 단계를 밟아

갈 준비도 하나도 하지 못했다. 흐름에 대한 인식도 없었고, 한시간 반이라는 시간

을, 소명이 달래주고 아이들 관계에 개입하는데 보냈다. 모형을 만들지 않고, 이미

지텔링을 하는 게 더 나았을 듯 하다. 조형작업 계획단계에 일일이 따지면서 하다보

니, 얘기를 하기도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감정도 상하고, 지치고, 안경도 벗

고, 표정도 굳었다. 도저히 안되겠다고 판단돼서, 다음부터 나오지 않겠다고도 얘기

했다. 주민 협의부터 설치까지의 방법적인 문제가 나중에 큰 벽에 부딪히리라 예상

된다. 소명이에 관해서는 내일 소명과 다시 얘기를 하기로 현주샘과 얘기가 됐다. 소

명이 입장을 배려하는 분위기로 시작하면 소명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겠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지금 상황으로는 다음 시간에 이어서 모형을 만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미 애들에게 그렇게 얘기를 했기에). 조형작업이 하나도 안될 가능성에 대해 아

이들이 어떻게 정리됐는지 모르겠다. 모형을 가지고 주민협의를 갔을 때, 그게 거절

되면 조형작업이 못 갈 수도 있다. 아이들의 과정, 성향을 일일이 다 개입하여 변화

시킬 수도 없다. 최악의 경우 모형으로 공간에 설치해 봄으로써 끝날 수도있다. 안된

이유에 대해 아이들이 가져가게끔 하고 설명하여 그 과정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세령의 경우는 의욕이 굉장히 큰 편이고, 가은은 의욕이 쌔서 고집

수준 정도다. 처음부터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끝까지 이어갔다.

Page 24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과 함께 갈수 있는 전략적 작업이 현실 가능성 측면

에서 어느 정도 가능한지 의문이다. 모든 작업이 좌

절됐을 때 수정하는 시간을 갖고, 가능성이 보이면

재차 협의를 해서 아이들의 시안을 주민들에게 설

득을 시켜 허락을 받는 방식으로 갈 수도 있다. 처음

짰던 흐름과 어제 이전의 작업, 그리고 어제 나눈 회

의, 그리고 다시 오늘의 흐름이 모두 틀릴 수 있다.

오늘 흐름을 봐서는 두 개의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첫째, 아이들은 아이디어 계획을 하고 모형작업을

하여 작가가 기술적인 부분을 해결하는 방식과, 둘

째, 아이들의 시안을가지고 아이들과 주민에게 협의

하여 설득하여 함께 가는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과의 과정을 밟는 데서 발견한 요소

(현재의 아이들의 인식 수준과 작업의 현실적인 방

향)들을 발견했다는 데서 오늘 수업이 의미는 있으

나, 자꾸 아이들의 상태에 따라 흐름이 변경되다 보

니, 적절한 수준이라는 게 아직도 미지수다.

사막 : 우리팀의 공간은 연립 안에 있으니, 주민

이 전부 안 된다고 하면, 직접 나가서 수업의 형태

로 그려보고 만들어 볼 수 있다. 단, 1회성 시뮬레

이션 식으로 비닐벽화를 하거나 설치를 한 후 철수

를 하는 방식으로.

무카 : 세 모둠의 양상이 모두 틀리다. 모둠별 편차

가 크다는 것.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현실적인 부분을 설명한 후, 직접 작업을 할

것인가, 안할 것인가, 사막이 말했던 시뮬레이션 방

식으로 갈 것인가. 다른 작업의 여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으로, 다른 모둠에 참

여하는 방식이나 다른 모둠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단, 선택한 부분을 최대한 살

릴 수 있도록 교사가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

사막 : 전체 큰 흐름은 모두가 모였을 때 애기하는

방식으로 하자. 모둠별로 따로 얘기하다 보면 틀려질 수도 있고, 못 듣게

되서 흐름이 서로 틀릴 수 있다.

무카 : 너무 부담을 심하게 갖지는 말자. 조형이 가든, 안 가든, 지역 사회

의 공적인 영역으로 나가는 부분이라서, 좌절하고 실망하는 것에 대해 아

이들의 엉킨 부분을 풀어주는 교사의 역할이나 방식에 대해 생각을 해보

자. 교사의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 여태까지도 계속 흐름이 바뀌어서 혼란

스러웠던 부분이 없지 않다. 아이들의 의견을 펼치게 했다가 가지치기를

했다가.. 서로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세심하게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라쿠 : 사막의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다. 시뮬레이션 방식. 아이들이 직접

선택하게 하더라도, 직접 조형작업이 안 됐을때, 다른 팀으로 붙는다던가,

모형만 하기보다 공간을 찾고 아이디어를 내본 거니까, 그걸 존중해서, 일

회적인 작업이라도 주민의 반응이든, 현실적인 설치든, 모든 과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방식.. 주민의 이야기꺼리가 생길 수 있고, 아이들의 조형적

인 욕구도 살릴 수 있고.

무카 : 라쿠팀의 경우, 의자 만들기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다른 영역을 찾

아 그 의자를 다른 영역에 설치할 수도 있다. 공부방 옆에 놓던가.

사막 :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서 그만두는 게 아닌, 적절한 공간에 놓아

보는 쪽으로.

무카 : 라쿠팀 조형작업은 이동이 가능한 경우가

많지 않은가?

라쿠 : 오늘 느낀 게, 내가 사고의 융통성이 부족한

것 같다. 도안 작업을 해서 주민이 반대했을 경우,

조형이 만들어지지 못할 거라고만 생각했다.

무카 : 벽화의 경우....가 제일 난감하다. 좀 많이 열

어놓고 생각해 보자. 멘토로서의 역할만이 아니라,

막상 실행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니, 더 우리가 막

히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사막 : 더 긴장을 해야할 것 같다.

라쿠 : 조형이 가능할 경우만 생각했었는데, 불가능할 경우의 선택의 문

제에 대안이 나와서 좋다.

사막 : 우리팀에 기대되는 부분은, 벽화는 벽화대로 재미있지만, 의자를

놓으려고 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공간구조를 살리면서 가는 조형 아이

디어이기에 다른 공간에서도 공간 구조에 맞게 아이디어를 내볼 수도 있

다는 부분이 가능성이다.

라쿠 : 조형이 안될 수도 있다, 만이 아닌, 설치에 대한 문제의 대안을 찾

은 것 같다.

●수업평가

계획

&

무카 : 전혀 감지하지 못한 부분은 아니지 않은가. 아이들의 상

태를 보고 현실적인 부분을 해결하고 아이들의 멘토 역할을 해주

는 게 작가의 몫이다. 여태는 부딪힐 기회가 없었으니, 러프한 도

안을 가지고 부딪히는 경험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억지로 조형

활동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최후의 보루로, 라쿠의 작가작업이

그 놀이공간에 진행되고, 아이들은 그 전의 과정을 밟게 할 수 있

다. 또한, 아이들이 직접 작업을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주민에

게 미리 작가가 사전에 협의를 해서, 아이들은 과정을 설명하도

록 하고, 주민에게 부탁하여 주민이 직접 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전지 : 우리가 실행자의 입장이다 보니, 어떤 공간에 설치를 해

야겠다는 의무감이 강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열어놓고 조형

작업에 있어서의 의도를 살리는 쪽으로 갔으면 한다. 전에 얘기

했던 부착, 설치 형식의 조형작업이 아닌, 과정을 밟는데 더 의

의를 두고, 그 공간에서 설치를 했다가 철수하는 형식으로.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47

246 :놀이영역5차

Page 24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1 전기드릴(electric drill) : 전기로 작동되는 드릴. 공작물을 고정시켜 놓고 필요한 위치에

구멍을 뚫는다.

2 드릴(drill) : 목재나 금속에 구멍을 뚫는 공구

3 육각렌치(hexagon socket screw key) : 육각형 볼트나 나사를 죄거나 풀기 위해 사용

4 칼(knife) : 물건을 베고 썰고 깎는 데 쓰이는 날붙이 중에서 칼이라 이름 붙는 것의 총칭.

5 줄자(measuring tape) : 가늘고 얇은 천이나 쇠 따위에 눈금을 새겨 만든 띠 모양의 긴 자.

6 빠루 : 배척 또는 노루말 못뽑이. 굵고 큰 못을 뽑을 때에 쓰는 연장 , 벽이나 판재에 박

혀있는 못을 빼는데 사용

7 전동드라이버(driver) : 나사못이나 작은 나사를 돌려박기 위해 전기로 작동되는 드라

이버

8 나사못: 몸의 표면에는 나사모양으로 홈이나있고,머리에는 드라이버로 돌릴 수 있도록

홈이나 있는 못

9 글루건 : PVA(폴리 비닐 알코올)을 녹여 물건을 접착시키는 공구

10 끌(chisel) : 목재·석재·금속 따위에 구멍을 뚫거나 깎아내기 위한 공구

11 직소 : 목재을 비롯하여 철재 알루미늄등을 직선 및 곡선으로 자르는 공구

12 흙손(trowel) : 쇠붙이로 납작하게 만들어 자루를 붙인 미장용 공구로, 강제 ·스테인리

스강제 ·목제가 있는데, 모르타르나 흙 ·회반죽을 미장바름 할 때 사용

13 정(chisel) : 다듬질 공구의 한 가지. 해머로 두드리면서 평면을 깍는데 사용한다.

14 못(nail) : 목재의 접합이나 고정에 쓰는것, 보통 쓰이는것은 철제 둥근것. 재료에 따라

나무못, 대못, 쇠못으로 구분

15 철빗 : 철로만든 빗.

16 삼각자(triangle) : 삼각형으로 된 자.

17 붓 :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페인트를 칠하는 도구의 하나

18 전기 절단기 : 베이스에 재료를 고정시켜 놓고, 그 위로부터 1개의 날에 충격적인 힘을

가하여 재료를 절단한다.

19 펜치(pincers) : 손에 쥐고 철사를 끊거나 구부리거나 하는 데

에 쓰는 공작

20 니퍼(nipper) : 선재를 절단하는데 사용

21 실리콘(silicon) : 접착제

22 전기 릴: 전원 연결 선

23 망치(hammer) : 세차게 두드리는 공

24 에어타카: 컴프레셔에 연결하여 사용하며 목재나 콘크리트용 타

카심을 끼워 넣고 공기로 쏘아 박음

25 컴프레셔(Compressor) : 압축기라고도 한다. 기체를 압축시켜

압력을 높이는 기계적 장치

26 오공본드(bond) : 오공회사에서 생산되는 접착제로 일반적으로

목공용 흰색 접착제 마르면 투명해짐.

27 햄머(hammer) : 타격용 공구인 망치류 중 비교적 큰 것에 속

하는 것.

28 톱(saw) : 목재·금속·석재(石材)·플라스틱 등을 절단하기 위

한 공구.

●작업에 활용된 공구들

Page 24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3모둠

금 늦는다는 은혜의 전화를 받았다. 수업이 시작되었는데 승빈이 계속 딴청이다. 가영이도 합세해, 둘 다

춥다며 이불을 끌어안았다가 뒤집어 섰다가, 몸에 말았다 풀었다 난리들이다. 각 모둠별로 찢어져 이야

기나누는 시간인데, 오늘은 어떻게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 반을 보낼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지난 시간에 정리

한, 벽에 그림을 그리고 의자를 만들어 놓기로 정한 내용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벽화와 의자 작업의 윤곽이

잡힐 수 있도록 할 것이냐가 오늘의 관건이다.

미니어쳐에 붙인 스케치를 들고 “이대로 벽화를 그릴 수 있을까?” 물어보았더니, 가영인 고개를 떨구며 안된

다 하고, 승빈이도 “아니요”, 고개를 절레절레 내두른다. 그렇다면 우린 벽화를 어떻게 그려 볼까? 얘기하면서

조공동체미술을가꾸다:

:놀이영역6차

249248

Page 25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6차수업

지난 시간에 이어, 모둠별로 작업 세부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진행하였다. 모둠별 아이들의 특성이나 장소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모둠 상황에 따라 시안을 그려보거나 모형작업을 하기도 하고, 재답사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날은 두번째 계획을 세우는 날이기 때문에, 나왔던 아이디어를 모아 실제 작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실행이 가능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 진행될 주민 협의를 위한 시안 작업도 진행해 보고자 하였다.

주섬주섬 꺼내놓은 수업에 필요한 도구들. 연필, 기록지, 싸인펜, OHP 필름

등등을 벌써 손에 쥐고는, “뭐할 꺼예요?”, “뭐 그려요?” 부산스럽다. “그러

니깐 애들아...” 스케치한 그림을 다시 손가락으로 짚으며, 어금니도 살짝 물

면서, “지금 우리가 그린 이 그림으로 주민도 만나러 갈거고, 또 이것을 기본

으로 벽화나 설치를 하게 될 건데, 이대로는 힘들지 않을까?” 추가적으로 구체

적인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얘기해주고, 어떤 모습으로 그릴 것인지에 대한 이

미지텔링을 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이어서 의자를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다 같이 의논해 보자고 말하는 도중에도, 딴청, 딴청을 핀다. 안 듣는 것 같아

도 다 듣고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지만 너무 한다 싶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 했다. 백 번 말로 하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

는 진리를 이럴 때 써 먹어보라 하였던가! 인터넷에서 아이들의 노는 모습들을

몇 개 찾아 프린트해 온 것을 보여주면서 다시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가 그리

고자 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는 술래의 뒷모습만 덜렁 그리기보다

는, 노는 모습의 다양한 행동들을 같이 그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제안하니, “

그럼 뭘 그려요?” 라고 다시 묻는다. 이미지텔링은 이미 두어 번 해본 터라,

OHP 필름을 올리고 사람들의 모습을 따라 그리며 미니어쳐 벽에 갖다 대 보

았다. 실제로 이 모습이 우리가 그리고 싶은 모습일까, 라고 물어보자 승빈인

“아마도?” 한다. 으~이~느무 녀석!ㅋ 정말 못 말린다.

“아까 사막이 말했던데로 우리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는 술래의 모습과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주변에 그려요.”

가영이가 말했다. “그래, 그럼 이렇게 하자.” 난 이때다 싶어 제안을 했다. “실제 현장에 가서 우리가 놀아 보면서 그 모

습을 사진에 담아 그림그리기에 참고 하면 어떨까?“ 시큰둥하다. 이야기는 더 진전이 되지 않고 , 춥다며 이불을 다시

끄집어 덮는 아이들 모습을 바라보며, 정말 추운건가, 아님 얘기가 잘 전달되지 않은 것일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시

간은 한정적이고 계속 텀을 줄 수 없어 얘기를 계속 진행하였다. 기록은 전시간엔 가영이가 했으니 오늘은 승빈이가 해

볼까, 했더니만, 둘 다 시큰둥하다. 결국 시큰둥하게 오늘도 가영이가 하기로 한다.

현장에 가서 놀아보면서 사진을 찍어보자고 전지가 한 번 더 설득하니, 결국 먹혔다. 진작에 이럴 것을... 모두 사진기

모둠별 세부 조형계획 및 시안작업

Page 25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만 들고 맨몸으로 나왔다. 막상 나오니 덜 춥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나올 걸 하고 후회하는

목소리들이다. 현장까지 지름길로 가보겠다고 공

부방 옆 건물 틈으로 가보지만... “승빈아, 넌 머

리가 커서 안 돼.” 라고 말하니 웃긴가보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리고 웃는데, 침까지 나올

것 같다. 우리는 또 달리기로 현장에 도착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놀면서 자료준비를 한다고 생

각하니 재미나기도 했다. 아이들도 그럴 것이, 답

답한 교실 안보다야 밖에서 놀 생각에 천 배는 기

분이 좋을 것이다. “자, 우린 ‘무궁화 꽃이 피었습

니다’ 하는 거야!” 먼저 술래를 정하기로 한다. “

일어섰다 앉았다, 안하면 술래, 압!!” 설렁설렁하

는 승빈이 탓에 무효를 몇 번 거치고, 승빈과 가영

이 둘 중에 술래가 되어 기록해 보자고 했다. 가위

바위보! 승빈이가 이겼다. 진 사람이 이기는 공부

방 규칙에 의해 이긴 승빈이가 술래가 되었다. 한

바탕 놀고 있는데 은혜가 왔다. 학교 일이 있어 늦

은 은혜. 어찌나 반가운지... 은혜도 바로 놀이에

투입돼, 다양한 표정과 포즈를 취하며 놀았다.

해가 어둑어둑해질때쯤, 우린 의자 이야기로 넘

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의자를 만들기로 한 자

리에 앉아 보았다. 이전 시간에 이미지텔링으로 의자를

그려보기도 했고, 의자 디자인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

왔었는데, 실제 의자가 설치될 장소에 와 있으니 이곳의

지형을 보고 더 얘기할 것들을 나눠보았으면 좋겠다는 생

각이 들었다. 그래서 실제 의자가 만들어질 장소의 지형

을 이용한 의자 만들기 즉석 회의 자리를 열었다. 공부방

에서 나올 때, 사진만 찍고 다시 들어갈 생각으로 필기도

구를 챙기지 않아, 구두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얘기해야 할 부분은 의자의 재료 정하기와, 전 시간에

만들자고 했던 의자 등받이 부분을 할 것인지, 없앨 것인

지에 대한 판단이다. 신중히 판단해 보자. 현재 이 지형

을 다 사용하여 의자를 만들 것인지, 일정 부분만 의자

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은혜가 손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51

250 :놀이영역6차

Page 25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으로 바닥을 짚으며, “여기서 여기까지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한다. 실제 앉을

수 있는 자리 중앙에 1m 20cm 정도만 의자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그래.” 승빈이도 찬성하는 말투다. 그렇다면 얘들아, 엉덩이 부분의 폭은 어느

정도 하면 좋을까?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연립 앞 공간. 은혜는 벽돌을 더

쌓아서 앉을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승빈인 그

럴 것 없이 깊이 앉으면 어떻겠냐고 한다. 은혜 말대로 하면, 지형을 그대로 이

용한다기 보단, 많은 재료를 사서 덧대어 만드는 것에 더 가까왔다. 그렇게 되

면, 생각지도 못한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원래 그 지형이 가지고 있는, 자

연스럽게 앉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공간의 성격과, 돌담이 가지고 있는 조형미

가 덮어지는 것들이 위험해 보였다. 이것은 아이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조

금 더 지켜보기로 하였다.

Page 25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참여자 : 다흰, 세리, 무카

- 제일교회 주차장 담벼락 사진과 주차장 전체 사진 위에 OHP필름을 부착한 후, 보드마카로 나온 아이

디어를 그리고 수정하며 진행

- 계단 만들기, 놀이방법 및 주의점을 담은 안내판 등의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

해 보완하는 회의 진행

●1모둠:진행 스케치-조형 아이디어 정리 및 보완하기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53

252 :놀이영역6차

Page 25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참여자 : 세령, 혜민, 소령, 가은, 라쿠

- OHP에 나왔던 아이디어들(땅따먹기 말판, 벽화, 벤치형 의자 등)을 다시 그려보며 작업의 이유와 장

소, 의미 등에 대한 이야기 나누기 : 지난 시간 나왔던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의 이야기가

진행되었음.

- 작업시 어려운 점, 고려해야 할 점 등 실현 가능성을 중심으로 조형 시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

행한 후,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조형계획 구상해 보기

- 다음 시간에 있을 주민 협의의 방식과 내용에 대한 이야기 진행하기

●3모둠:진행 스케치-현실가능성을 고려한 아이디어 구체화하기

Page 25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2007년 11월 6일

라쿠 : 우리 모둠은 진행상으로는 정리된 건 별로

없다. 놀이말판, 땅따먹기, 의자 등등. 소명이 합류

하면서 소명이 없었을 때의 의견이나 내용을 가은

이가 소명이에게 설명해줬는데, 소명이 이야기를 듣

기는 하지만, 많이 이해하려 하지는 않았던 것 같

고,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의견만 냈다. 어렵다, 힘

들 것 같다 등등.. 오늘같은 경우는, 빨리 빨리 진행

하려고 했던 점이 없지 않다. 맘이 좀 급해진 것 같

다. 모형 완성을 끝내려고 했는데 그렇게 가지 못하

고, OHP에 아이디어를 그려보는 정도를 진행했는

데, 지난 시간 나온 것들이 거의 같게 그려졌다. 그

래서 하나씩 짚어가면서 왜 여기에 놓여져야 하는

지 의견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서는 소명

이 의자를 보완하자는 자기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

고 주민을 만나거나 현장에 설치되는 것에 대한 이

야기를 나눴다. 그때 또 소명이 시소를 만들자는 추

가 제안을 했는데, 이에 세령과 가은이가 ‘놀이터

에 있는 기구는 놀이터에 가서 이용해 놀면 되지 않

냐’ 라고 이야기해줬다. 내일 까치 아저씨(예원어

린이집 앞 빌라 주민)께 연락을 해볼건데, 이 세 가

지 조형이 모두 안 될 가능성이 크다. 오늘 현주샘과

이야기하면서 주민 협의가 안되는 부분을 주민이

직접 설명하게 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현

실적인 여건에 맞춰 수업의 흐름을 몇가지로 정리

해봤을때, 주민협의가 되지 않아 아이들이 찾은 그

공간에 설치가 불가능하다면, 첫째로 일회성 조형활

동으로 조형작업의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방법, 두

번째로 공부방 주변에 설치를 한다거나, 다른 장소

를 찾아봐서 아이들이 공간에 조형작업을 하는 욕

구를 살려주는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여

기서 문제는 아이들이 자신

들이 찾은 공간에 대한 애착

때문에 공간을 포기하지 않

을 경우나, 그 조형을 설치

하는 것을 포기하지 못할 경

우에는 어떻게 해결할지 어

렵다. 그리고 조형작업을 벽

화작업으로만 제한하여 갈

경우, 아이들이 여기에 동의

를 하게 되면 다시 이미지텔

링을 밟는 과정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일정상으

로 맞춰질까 하는 우려가 있다. 당연히 아이들이 벽화로만 가자는 데 동의

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안도 우려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내일 주민들을

작가가 미리 만나서 협의를 하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대안을 생각해 봐야

겠다. 이번주까지 시안을 수정하고, 협의 방식을 계획해보고 다음주부터

실질적인 작업으로 돌입해야할 듯. (** 2모둠의 경우, 담당 작가인 라쿠가

아이들이 결정한 공간인 예원어린이집 앞 빌라 주민을 만나 사전 협의를

진행해 보았는데, 주민들은 벽화작업을 하는 것에는 동의하나, 산수화 등

의 보편적이고 전문적인 벽화를 원하셨고, 바닥에 무언가를 설치하는 작

업은 꺼려하는 반응이었음.)

무카 : 공간을 포기하지 못하는 문제, 조형을 포기하지 못하는 문제는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지점이다. 그 둘을 포기하지 않고 구현하고자 우리가

진행하고 노력하는 게 아닌가. 단, 주민협의를 할 때 아이들이 들을 자세

가 되어 있어야 한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과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매칭시켜

서 시안과 조형작업을 수정해야 한다. 주민과 협의를 하는 과정을 아이들

과 함께 겪고, 꼭 하고 싶은데 안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음에 다른 공간을

찾아보자는 흐름으로 가야할 것 같다.

라쿠 : 제일 어려운 문제는 주민이 현실적인 요구를 했을 때 내용이나 과

정도 똑같이 달라져야 할 듯. 만약 주민이 벽화 제안을 했을 때, 아이들이

부정적으로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또 우려되는 지점은 정해진 놀이영

역 기한 안에 그 모든 과정을 밟을 수 있는지가 제일 큰 문제다. 일정 중에

또 다른 흐름이 생기게 되는 것인데 이런 흐름은 어떻게 정리하고, 이후의

조형작업 아이디어들을 현실적으로 일정상 조절하고 구현할 수 있을까.

무카 : 그럴 때에는 실질적인 조형작업은 포기할 수 밖에 없다. 현실적인

상황을 얘기해보자. 벽화로 동의를 했을 경우, 밑바닥부터 이미지텔링을

하는 게 아니라, 어느 부분 정도를 하고 싶은지 가능한 부분을 설정하고,

지금까지 라쿠모둠의 과정을 감안해 어느 정도의 단계는 밟아왔다고 생각

하고 진행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나왔던 조형아이디어를 살려서 공간에

구현하고 싶었던 모습을 벽화의 이미지로 구현하는 방식같은 것.

라쿠 : 이해는 되는데, 아이들에게 이해시키는 방법이 어려울 것 같다.

●수업평가

계획

&

사막 : 지난 시간에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을 했다. 현장으로 나가기

전에, 아이들이 놀고싶다, 하기싫다 등의 얘기들을 하고 이불 실랑이를 하길래, ‘오

늘 밖에 나가지 말까’ 라는 얘기도 했다. 지난 시간까지 우리 모둠이 한 자료를 보

여주면서 ‘이대로 갈까? 그러면 되나?’ 했더니, 가영과 승빈은 이대로 갈 순 없다

고 하였다. 이미지텔링 하는 것을 아이들이 어려워했다. 전지의 제안으로 현장으로

나가게 됐고, 놀이를 통해 다양한 포즈를 뽑아냈다. 의자 얘기를 하고 있다가 벽화

얘기를 하니까 산만해지는 경향이 있었고, 의자 재질을 뭘로 하고, 등받이를 할지 안

할지에 대해서 정리를 해봤다. 은혜만 집중하는 태도를 보이고 가영과 승빈은 장난

을 많이 쳤다. 하지 말아요, 해요 등등 아이들의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정확한 이유

가 정리된 건 없었다. 현재 정리된 몇 가지(벽화시안, 의자 재료, 설치문제 등)를 다

음시간에 더 의논하여 주민협의를 가자고 전달했다. 아이들이 모형을 만든 것만으로

는 주민협의가 불가능하다고 했고, 다시 시안을 정리해서 가기로 했다. 오늘은 자료

준비를 하는 정도였고, 현장감을 더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55

254 :놀이영역6차

Page 25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무카 : 살고 있는 사람도 좋아하면서도,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

할 때는 선택을 해야 한다. 포괄해서 그릴 수 있는 영역을 판단해보

자. 조형이 안 간다는 전제하에 벽화를 고민하는 것 아닌가.

라쿠 : 아이들이 소화할 수 있는 벽화는 다시 얘기를 하고, 기존의 조

형작업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무카 : 조형 아이디어를 낼 때, 이미 그 공간에서 이루어질 놀이의 모

습을 구현한 게 아닌가. 그럼 벽화를 할 때, 생뚱맞은 이미지텔링을

또 하느니 지금가지의 조형아이디어에서 나왔던 시안으로 이미지텔

링을 가져가는게 낫지 않을까. 또 다른 제안이 나온다면 모를까.

라쿠 : 그럼 애초에 계획했던 그 조형과는 결과가 달라지지 않나. 그

럼 그 전의 과정은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무카 : 아이들이 한 조형작업이 묻히게 되는 것 같아서 그게 두려

운 건지?

라쿠 : 아이들이 벽화를 놀이 주제로 할 수도, 다른 주제로 할 수도

있고, 지금까지의 과정과는 또 다른 과정을 밟게 되지 않을까?

정현주 교사 : 현실적인 과정을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밟는다면, 아

이들도 받아들여진 상태로 가는 것이기에 흐름이나 그런 과정이 수

정되는 거지, 아이들의 의견이나 그 전의 아이디어들이 매립당하거

나 아주 많이 결여되는 것은 아니다.

무카 :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하면서도 아이들은 선택을 한 것. 이어

서 작가가 일차 사전주민협의를 거쳐 몇 가지의 상황에서 방향을 선

택했고, 그것을 정리하고 이해해서 현 과정에 맞춰서 다른 흐름으로

수정하여 진행하게 된다면 거기에서도 선택을 해야 한다.

라쿠 : 벽화로 가게 될 때, 시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이미지텔링이 필

요하다. 각 모둠의 일정 안에서 그런 부분들을 어느 정도 조율해서

갈 수 있는지, 벽화에 대한 이미지텔링이나 시안작업을 한 번에 할

것인지, 두 번에 걸쳐 할 것인지, 교사가 개입해서 아이들이 뽑아낸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갈 것인지, 추가 제안을 할 것인지 등등 고민

되는 지점이 많다. 전혀 다른 내용으로 갈 경우, 흐름이 좀 단절되는

부분이 있으니 그보다는 흐름을 갖고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식

으로 가야할 듯 하다.

무카 : 2모둠의 경우, 현 상황을 정리해서 주민, 아이들과 조율을 하

고 작가의 별도 작업이 플러스되어 융합될 수 있게 하는 건 어떤가.

물론 아이들의 작업도 조율하여 같이 갈 수 있게.

정현주 교사 : 아이들 입장에서는 전혀 새로운 벽화를 한다 하더

라도 지금까지의 흐름이 끊겼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 흐름

의 끝이 아이들에 의해 결정된 것이기에 아이들도 이해하고 정리

할 수 있을 것이다.

라쿠 : 현실적으로 우리 모둠의 벽화는 현재 공간으로는 안될 것

같다.

무카 : 선택은 아이들이 하는 것이다. 주민협의를 해보고 나면 아이

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간을 고집한다면 주민들과 논의해서

합의될 수 있는 조형을 선택할 것이고 아이디어가 나온 조형을 고집

한다면 다른 공간을 찾아보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정현주 교사 : 가기 전에 거절당할 수도 있다. 주민의 의견을 보고 대

안을 찾고, 아이들에게 이런 부분은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무카 : 다음 시간에 주민 협의를 하러 가게 된다면, 2모둠의 경우 불

가능할 경우 어떻게 할지, 미리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을 제안해 보자.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기를 주민에게 부탁하는 사전 작

업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그런 과정에서는 개인적으로

이해하고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라쿠 : 오늘 예상했던 게 있었는데, 예상이 맞지 않았다. 하나의 놀이

를 할 수 있는 놀이판 등을 만들어 고정 설치한다고 할 때, 아이들에

게 물으니 자기들이 다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

거나 고민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걱정되는 부분은 주민협의를 하

고 난 후, 여러 가지 대안을 정리하는 것이 잘 될지 우려가 된다. 주민

을 만나고 난 후의 다음 주 수업이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기 때문에.

정현주 교사 : 우선 우리가 아이들을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없

으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 결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건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아이들이 고집부린다

고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방

식으로 잡아보자. 주민을 미리 만나서 과정과 의도, 아이들의 성향

에 따른 반응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미리 양해나 부탁을 해

야할 수도 있다.

무카 : 그간의 과정이나 작가 작업이 추가될 수 있다는 부분까지

포함한 전체 설명을 드리고, 현주샘도 동행해서 공부방에 대한 설

명과 역할까지 이야기하며 양해를 구하는 작업이 2모둠에 꼭 필요

한 것 같다.

라쿠 : 3모둠의 주민협의에 관한 부분은 어떤가?

사막 : 결과적으로 안된다고 했을 때 우리 아이들은 바로 동의하게

될 것 같다.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라쿠 : 공간의 특성을 살린 조형작업의 성격이 굉장히 큰 모둠이라

안됐을 경우의 대안이 우려된다. 시뮬레이션의 방법이 갈 수 있지만,

오늘 현장에서 벽화에 대한 소스를 얻기 위한 수업을 한 것 같은데 다

음 시간 주민협의 후 작업이 불가능할 때의 대안은 적지 않나.

사막 : 수업 자체는 더디게 갈 수 밖에 없는 우리 모둠의 상황. 이 시

안으로는 다른 공간에 옮겨가기는 힘들긴 하다.

무카 : 지형지물을 활용한 의자이기 때문에, 연립 반장 아주머니를

만나뵙고 조형이 나오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아이들의 생각을 전달하

고 설명드리는 사전 협의가 필요할 것 같다. 벽화의 경우도 일단 설

득이 우선이고 둘 다 절대 안된다고 한다면 모형 시뮬레이션이 현재

로선 대안이다. 이런 것에 대한 충분한 얘기가 되지 않은 상황이니,

주민에게 공간에 원하는 작업들이 있는지를 들어보고 아이들과 매칭

할 수 있는 부분을 끌어 올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사막 : 최후의 보루가 시뮬레이션인 것이고, 먼저 주민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최소한의 조형작업을 여쭙고 다음 시간에 아이들과 주민

Page 25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의 이야기를 들으면 된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안은

찾아봐야 한다. 수업하면서 할머니 한 분과 아주머

니 한 분을 잠깐 만나뵈었는데 그렇게 긍정적인 반

응은 아니었다.

라쿠 : 자세히 얘기해주는 분들이 있듯이 그렇지 않

은 주민도 있다. 주민의 사전 얘기만을 듣고 흐름을

수정하는 것엔 모순이 있을 수 있다. 동네의 주민이

여러 다른 주민분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분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 분의 의견으로만 쏠릴

수가 있다. 주민을 만나게 되는 것도 가설의 한 부

분 밖에 안될 수도.

무카 : 2모둠에서, 까치 아저씨께 가서 주민들의 의

견들은 어땠는지, 그간 주민들끼리의 협의 지점이

있었는지 여쭤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과정을 설명

하더라도, 주민 자체가 교사처럼 설명해주길 바라면

안될 것 같다. 아이들을 무균실에서 키우려는 의도

가 아니기에 최대한 현 상황을 부딪힐 수 있도록 하

는 것도 우리의 의도일 수 있다. 3모둠도, 반장아주

머니를 만나서 설득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설득을

해보고 양해를 구해봐야 할 듯.

사막 : 주민들은 만나뵐 수 있을 것 같다. 반장님

이든 통장님이든, 가능성이 있는 분과 최대한 협의

를 해서 추가 제안이 있다면 다시 그 내용을 가지

고 회의해보자.

라쿠 : 3모둠 조형작업에 있어서 ‘잘그리는 그

림’ 에 대한 이야기가 오늘 정리됐나? (** 3모둠

에서 미리 만났던 주민께서 벽화를 그리고 싶으면

잘 그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셨음)

전지 : 오늘 한 수업은 시안을 끌어올리는 수업이었

기 때문에 그 상황은 얘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무카 : ‘잘그리는 그림’ 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

들과 함께 고민하고 회의해서 방법을 찾아 보고 정

리해봐야 한다.

사막 : 내일 만날 수 있는 주민은 만나서 최대한 설

득이나 협의를 하고, 후에 반장님을 만나서 그 주민

을 동행해 같이 회의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무카 : 우리 모둠은 반절밖에 오지 않은 상황에서,

다흰이는 계속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 초반

에는 거의 세리와 회의를 했다. 그래서 그걸 다시

다흰에게 얘기해 주고, 다흰이가 이 얘기를 다섯 번

정도를 반복했고, 세리가 약간 짜증을 냈지만, 참으

면서 다 들어주었다. 다시 세리가 얘기할 때 다흰에

게도 아까 얘기를 다 들어준 세리의 태도를 얘기해

주었다. 문선이 오지 않아서 그런지, 세리의 집중도가 높았다. 지난 일요

일에 세리가 혼자 주차장에 가봤다면서, 실제 우리 모둠 시안이 현실화될

때의 상황을 예상하고 고민해 본 것 같아서 기특하다.

사막 : 내가 문젠가... 오늘은 더디게 가더라도 스스로에게 서로 의견을 주

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또 여전히 나에게 더 집중되는 상황이었다.

라쿠 : 나도 비슷하다. 주민협의 부분에 부담이 있는데 현 공간의 성격과

는 아이들에게서 나온 조형작업이 맞지 않는 상황이다. 주민과 얘기한 지

점(작가가 개별 작업을 추가할 수도 있다고 얘기한 부분)은 나 스스로 선

택해야 할 것 같고, 결정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물었는데 아

이들도 아직 감을 못 잡았다. 동시에 그 부분을 얘기했을 때(불가능할 경

우에 대해) 아이들이 한 번에 이해하거나 그걸 가져갈 수 있을까. 그 부분

에 대해 나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지도 우려된다.

무카 : 협의를 하기 전에 주민 협의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먼저 해보는

건 어떨까?

라쿠 : 그런 방식으로 가면 늘어지는 부분도 있고 반복되는 느낌이 있

을 것 같다. 현실적인 상황 설명의 개입이 잔소리가 될 수도 있다. 조형

작업이 실행되는 데 있어서 불가능한 부분을 설명했더니, 아이들이 자기

들 중심적으로 조형에 맞게 공간을 바꾸자는 등의 일방적인 의견제시를

하는 경향을 보였다.

무카 : 안 되는건 쳐내줄 수 있어야 한다.

라쿠 : 그런 얘기를 중간중간했다. 그런데 다시 작업을 해보는 시뮬레이

션이 가면 반복되는 느낌이 있고, 그래서 주민을 바로 만나게 하는게 최

선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주민을 만나는 데까지만 정리를 하고 그 이후에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

무카 : 다음 시간 주민협의를 하러 가기 전에, 안됐을 경우에 대한 대안

을 미리 전달한 후, 주민을 만나 뵙고 다시 대안이나 과정을 정리해보자.

현실적으로는 이 정도의 방식이 최선이다. 그 과정으로 갈 수 밖에 없

고 그게 맞다.

라쿠 : 내 한계를 느낀 게, 놀이영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기대치를 크

게 가지고 있어서였는지, 놀이영역의 처음 답사 때와 현재가 달라진 게 없

다는 느낌이 든다. 오프닝부터 지금까지, 우리 모둠의 진행 흐름을 보면,

우리의 역할이나 포지션이 도와주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한계를 느낀다. 어떤 결과를 가지고 모두 판단할

수는 없지만, 멘토의 역할을 하는 게 힘들다.

무카 : 청소년 행사를 직접 기획하는 것보다 청소년이 기획을 하게 만드

는 것이 10배는 더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그 과정을 밟게 해주고 싶어서

하는 거다. 자아비판으로 들어가게 되면 한도 끝도 없다.

라쿠 : 교육프로그램이 가다 보니 그게 어려운 것 같다. 비판은 괜찮으나

자책으로 가는게 나쁜 것 같다. 비슷한 다른 공공미술프로그램이나 교육

프로그램 등을 봤을 때, 작가가 아이들과 주민들을 동참시켰다는 전제하

에 공간을 찾고 조형작업을 진행했다고 했을 때, 일방적이거나 폭력적일

수 있고, 기획단계에서 주민의 의견이 빠져있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주민의 반응이나 조형적인 부분에서 오히려 효과가 좋을 수도 있다. 우리

●수업평가

계획

&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57

256 :놀이영역6차

Page 25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처럼 아이들과 주민의 의견이 함께 가는 경우, 조형이 나왔을 때 과

정이 의미가 있겠지만, 주민들의 요구도 해소되지않고, 아이들도 조

형적 욕구가 해소되지 않고. 우리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기에 이해할

수 있다 해도, 우리가 떠나고 나서 공부방에서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하고 아이들도 이런 부분을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하려면, 이상적으로는 우리 중 누군가가 교사로 남거나 지역에 남아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그럼 아까 자

기비판한 부분이 해소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자신이 없다.

끝나고 나갔을 때, 이 결과적인 것들이 우리에겐, 아이들에겐, 공유

되고 가져갈 수 있겠지만, 끝까지 책임을 지지 못한 부분에 있어서는

아이들과 주민에게 미안하다. 조형이나 어떤 결과물에 집착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서 힘들다.

사막 : 우리 안에서 많이 정형화된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 아이들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며 진행해 가는 선생님의 모습을 상상해 봤을 때,

놀면서 끝까지 갈 수도 있고, 모든 것을 설명해가면서 가는 방식이 있

겠고, 아이들에게 스스로 끌어낼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해주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 방식이 맞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흐름을 보아

교사가 유도리있게 흐름을 움직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라쿠 : 내가 발견한 것은 이런 동네의 과정을 밟는 작업이 더 의미있

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게 맞을까? 주민 참여와 협의작업에

있어서의 의미가 현재 공공미술에 있어서, 우리의 작업은 그 과정과

는 다르게 , 의미화를 더 줬는데. 과연..그게 맞나.우리과정이 더 낫다

고 우의시키는 태도가..나름 내재되어있었다. 공동체 미술에 욕심을

부리거나 기대한 부분도 없지않고, 아이들과의 과정. 공공미술의 새

로운 이해면에서 의미를 뒀었는데. 왠지 집착했다는 생각이든다..

무카 : 이 프로젝트는 우리 모두의 과정 중의 하나이다. 우리 팀원, 아

이들, 지역, 공부방 등. 최종 목표나 결론이 아니다. 모두 과정일 뿐.

어떤 식으로 성과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개인적으로는 이 프로그램

자체가 됐든 다른 프로젝트가 됐든 어떤 것에서도 가져가게 되는 부

분은 반드시 있다고 본다. 프로젝트에서 아이들과 작가가 가져가는

부분은 여기에서의 경험이나 고민들을 가지고 자신의 확신이나 의미

를 다시 확장시켜 만들어 가게 되는 게 아닐까. 그 과정에서 여러 시

각이 있는 것도 지극히 맞는 일이다.

사막 : 이런 과정과 상황을 아이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다. 모든

걸 오픈시켜서 서로 부담이 덜 될 수도 있고.

무카 :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는 진솔함을 무기로 삼을 필요도 있다.

아이들은 우리를 교사의 입장으로만 보고 있고, 실제로 현재 그런 태

도로 갈 수 밖에 없긴 하지만, 도저히 아이들의 태도에 변화가 안 보

이거나 의미화가 안된다고 생각되면, 어떤 면에서는 결과에 연연하

지 말고 모든 걸 오픈해서 이야기해 볼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여

전히 고민되는 부분이긴 하다.

라쿠 : 만약 모든 상황을 부정적이라 가정하고, 조형작업도 날리고,

모든 관계를 열어놓는다는 것에 동의를 한다 쳤을 때, 이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지속성이 해소가 되는 걸까.

무카 :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 모든 작업을 못하게 된다고 치면, 예

를 들어 놀이영역에서 하고 싶은 놀이를 하면서 놀 수도 있다. 그것

이 왜안되는가.

라쿠 : 아이들에게 방법을 주는 건 잘못된 건지.. 이런 것들이 넉넉하

게 과정을 밟아나오면 괜찮은 건지. 지금 단계에선 우리 흐름에 있어

서 전에 얘기한대로 흐름이 가면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클 것 같다.

무카 : 아쉬운 지점이 일정상으로 짧아서인지, 아니면 어렵고 불가

능하다는 것인지?

라쿠 : 아이들과 함께 작업을 한다는 자체가 내게 어려움일 수도 있

다. 오늘 잠깐 힘든 것을 떠나서, 초반 아이들을 만나 진행하면서 예

상한 어려움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있어서의 어려움인 것이다.

그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으나, 완벽하게 해소되기

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무카 : 각각 다르게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하중들을 그냥 혼

자 넘기지 말고 함께 접점을 찾고 확인하는 과정을 밟아나가는 게 맞

다. 그런 얘기들을 이제 할 때가 됐다.

사막 :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 결과물에 집착을 했다면, 우

리가 작업하는 이유가 뭔가 라는 생각을 해야 하고, 그 의미화를 어

떻게 시킬까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놀이영역만큼 우리가 깊게

고민을 하는 영역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상황을 바라보고 관

조하는 입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아이들도

같이 밟을 수 있게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도 생각한다.

Page 25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2모둠

이영역 답사 활동을 통해 각 장소의 특성과 그에 맞는 놀이의 발생 가능성, 또 연결된 조형활동에 대한 아

이디어 회의를 진행하여 나온 대략의 조형시안과 그에 따른 조형계획을 정리한 내용들을 가지고, 오늘은

선정한 장소를 방문하여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과의 협의를 진행키로 한 날이다. 지난 시간 어렵게 어렵게 모둠

아이들과 함께 만든 교구를 챙기고 공부방에 들어섰다. 모둠 인원을 확인했는데 가은이가 개인적인 이유로 불참

이다. 놀이영역은 모둠활동으로 진행을 해서 중간에 아이들이 빠지게 되면 그 날 진행한 내용을 공유하지 못해

생기는 공백이 늘 걱정이 된다. 아이들과 책상에 둘러 앉아 오늘 주민협의할 내용들을 점검한다.

이미 기존에 그 곳에서 공간을 사용하고 사는 분들을 존중하여 우리모둠에서 계획한 내용들에 대한 설명과 이

놀공동체미술을가꾸다: 259

258 :놀이영역7차

Page 26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7차수업

모둠별로 계획한 공간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주민들을 찾아가, 작업 내용을 설명하고 협의하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3모둠은 낮시간에는 시간이 안되신다고 하여, 이날은 시안을 좀 더 다듬는 작업을 진행하였고, 다음날 저녁에 시간을 따로 잡아 협의를 진행하였다. 아이들이 직접 진행하는 영역인만큼, 미리 주민들과의 사전논의는 교사들이 1차 진행한 상태에서, 아이들이 직접 내용과 의도를 설명하고 주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다. 사전 논의과정에서 이미 작업 진행이 어렵게 된 영역도 있었으나, 그러한 과정까지를 거치는 것이 의미있겠다는 판단으로, 주민 협의는 모든 모둠이 직접 진행해 보기로 하였다.1)

해를 부탁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를 하니 곧잘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안심할 수는 없지만...^^ 일방적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꾸미

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꾸밈으로서 동네 주민과 아이들이 함께 공간을 보다

잘 사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진지한

태도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자 아이들이 이야기는 그만하고

빨리 나가자고 보채기 시작한다. 조금만 말이 길어지면 바로 날아오는 아이들

의 태클... 하지만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이야기를 계속하는 라쿠. 그동안의 모

둠회의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들, 흔들의자 만들기와 바닥놀이판, 땅따먹기 그

림 등 조형작업에 대해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이 활동의 목적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자라고 아이들에게 말하고 나서, 모둠에서 선정한 장소인

예지 어린이집 앞 주차장 공터로 향했다. 역시나 언제나 그렇듯 밖으로 향하는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친다. 혜민이는 공부방에서 두르고 있던 자그마한 담요를

그대로 두른 채 상관없다는 듯 나선다. ㅋㅋ 날이 좀 쌀쌀해지긴 했네.

지난 시간 수업 공동체 미술팀과 공부방 현주샘과 평가회의를 하면서, 주민과

의 협의에 앞서 모둠별로 진행한 조형활동 계획과 시안에 대해, 주민들의 반응

이나 태도가 기대했던 바대로 나오지 않았을때의 대안을 생각해보자는 이야기

를 했었다. 아이들이 주민들에게 직접 충실히 설명을 드리게 하고, 그런 뒤에 주민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잘 듣게 하기

위한 교사의 역할과 포지션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했던 거 같다. 그 중 하나로, 교사가 미리 선정된 장소를 방문하여

아이들과의 협의에 대한 내용들을 알리고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 협조를 부탁하는 과정을 밟자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래서 오늘 수업 전, 미리 예지 어린이집 맞은 편 빌라에 방문하여 지역 주민(까치그림 할아버지)을 만나 이야기를 해

보았다. 이날까지만 해도, 동네를 대상으로 이러한 조형활동과 수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꽤 긍정적으로 생

각해주시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주셨다. 하지만 다가구 주택 빌라이다 보니 몇 분의 의견만으로 조형활동

의 가능성을 낙관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만났던 주민들의 인식정도가 삭막한 공간을 멋진(?) 벽화로 꾸

모둠별로 작업영역 주민과 협의작업

1) 1모둠 : 난곡제일교회와 작업 논의 후 허락을 받음, 작업이 진행될 주차장에서 시안작업을 위한 놀이사진 촬영

2모둠 : 예지어린이집 빌라 주민과 작업 논의 후, 작업 진행이 어렵게 됨, 이후의 작업을 위한 회의 진행

3모둠 : 이날은 시안정리작업 진행, 다음날 빌라 주민과 협의 진행 후, 작업 진행이 어렵게 됨, 이후의 작업을 위한 회의 진행

Page 26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며주는 정도쯤이어서, 아이들과 동네에서 놀이를

주제로 장소를 찾고 조형 활동계획을 밟아가는 과

정을 어떻게 주민들에게 설명할지 다시금 고민하

게 되었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더욱이 오늘의 주민협의 활

동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조

형활동이 가능하기 위해선 물리적 공간이 꼭 필요

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해당 장소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길이 편치만은 않았다. 아

이들에게도 주민들의 반응과 의견이 꼭 우리가 하

려고 하는 조형활동에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얘기하고, 그에 따른 우리의 계획수정과 대안찾기

의 의미에 대해 나름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차들은 별로 주차되어있

지 않았고, 그렇게 텅빈 주차장 한켠에 빌라 주민

으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돗자리를 펼쳐놓고 화투

를 치고 계신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소명이가 제

일 먼저 화투하시네, 라며 스스럼 없이 어르신들

옆에 ‘착’하고 자리를 잡는다. 나머지 아이들도 그

옆을 기웃대기 시작해서, 아이들을 모아 오늘 이

곳을 방문한 목적을 상기시킨다. 미리 방문하여

오늘의 방문을 예고했던 까치그림 할아버지가 때

마침 동네일을 하시는 걸 보고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저번 답사 후, 미리 방문했을 때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시며, 아이들이 준비한 조형활동계획에 대해

안타깝지만 어려울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할아버지.

그간 주민들끼리 이 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주차불편과 아이들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며 반대

하는 주민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주셨다. 아

이들과 함께, 조형활동을 하는 이유와 현재 이 장소를 선

정한 이유를 이야기하며 할아버지와의 이야기를 계속 진

행하려고 하자, 끝내 안된다는 뜻만 다시 한번 확고히 하

시고 자리를 뜨신다.

그 때, 무슨 일이냐며, 자신이 이 빌라 대표인 반장이라

고 말씀하시는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소명이와 혜

민이가 준비한 모형을 들고, 우리가 이 장소를 아이들이

놀 수 있게, 또 공간을 잘 꾸며 많은 주민들이 함께 사용

할 수 있는 장소로 꾸밀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려 하자, 단

호하게 딱 잘라 말씀하신다. “우리들은 원하지 않으니 더

이상 얘기할 게 없어요”. 좀 더 자세하고 차분한 설명을

원했던 나는 그러한 이유를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십사

부탁을 했지만, 이렇게 자꾸 찾아와 소란스럽게 하는 것

도 우리에겐 민폐를 끼치는 것이라며, 약간의 역정을 내

신다. 다소 의기소침해진 아이들, 누구 하나 다시 나서지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61

260 :놀이영역7차

Page 26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못하고 얼굴이 상기되어 굳어진 자세로 그대로 있다. 나 역시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을 때, 소명

이가 돌아서는 아주머니께 다시 한번 이야기를 건넨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생각한 이야기들을 다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

이 남아 그랬을 것이다. 소명이가 아주머니에게 우리가 무엇을 할지, 왜 하는지에 대해 한 번 들어봐 달라고 요청을 했

지만 반장 아주머니는 이 역시도 단호하게 물리치셨다.

더이상 협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현주샘과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일단 자리를 떠나 다른 곳에서 모둠회의를 해보자

고 제안을 했다. 가까이에 있는 신림3동 동사무소에 모여 아이들의 분위기를 살폈다. 소명이는 대단히 화가 나 있었고,

세령이는 이제 이 모둠활동에 회의적이 되었다. 조형활동을 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하며 반장 아주머니에 대한 서운함

과 미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혜민이도 말로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같은 생각일 것이다. 게다가 왜 사전에 미리 주민들을

만나 협의하지 않았냐며 원망을 하는 이야기도 들렸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있었지만 그건 라쿠 혼자 만나서 라쿠만 아는

것이기에, 그것보다는 우리들이 모둠활동을 통해 함께 이야기한 내용들을 주민들에게 직접 이야기해보는 것이 좀 더 의

미있다는 생각에 오늘 협의를 직접 하러 온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하지만 반응은 여전히 차가움...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또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주어야 할지 머뭇하자, 현주샘이 먼저 아이들에게 지금의 상황

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민들은 그렇게 얘기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우리가 무조건 안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대안을 얘기했으면 한다고 했지만, 쉽사리 아이들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아주머니가 그렇게 말한 것에 대해 라

쿠도 현주샘도 조금 서운하고 화났었다고, 그러니 너희들 또한 그랬을거라고 아이들의 기분에 동조해 가면서, 앞으로 어

떻게 진행할지 차분하게 하나씩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다른 방법이나 대안은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먼저 허락을 받고 조형계획을 짜서 하자는 의견과 이미 허락이 떨어진 다른 모둠 장소에서 함께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어차피 허락이 어

려우면 공부방 앞에서 하

자는 의견도 나왔다. 또

만들고자 했던 조형 시안

과 아이디어를 수정하자

는 의견도 뒤따라 나왔

다. 그 중 동네로 나가 모

둠활동을 통해 직접 찾은

장소를 대상으로 하자는

애초의 계획을 감안하여,

다시금 의견을 좁혀 다른

모둠이 찾은 장소 중 허

락이 떨어진 곳에서 함께

Page 26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조형작업을 하자는 쪽으로 모둠활동의 방향을 잡

았다. 대신 이미 그 장소에 조형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모둠과의 협의를 통해, 우리 모둠이 하고자

하는 조형활동과의 연결성을 찾아보고 방해를 주

지 않고 해도 되는지 등에 대해 점검하는 과정을

밟아보자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다음 시간의 진행

계획을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공부방으로 발걸음

을 옮겼다. 기분이 많이 상했는지 아이들의 표정

이 아직도 어둡다.

아이들이 직접 동네의 장소를 선정하여 조형활

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을 놀이영역의 주된 방

향으로 설정하다보니, 주민 협의와 같은 과정에서

미처 세밀하게 준비하지 못해, 아이들이 이러한

주민들의 반응을 너무나 직접적으로 맞닥뜨리게

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자책이 들었다. 조형

활동계획에 대한 주민들의 입장과 생각을 주민들

이 직접 설명함으로써 교육적인 성과가 있다고 여

기긴 했지만, 그런 기대감이 너무 컸던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 스스로 주체적으로 밟아가는 과정

에서 부딪히게 되는 이런 상황들을 경험해보는 것

은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지만, 그것이 향후 진행

할 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기 위해선, 프로그

램 활동 과정 중에 드러나는 이러한 상황들에 대

해 조금은 더 세밀하게 준비하여, 진행과정을 치밀하게

디자인했어야한다고 느꼈다. 교사와 미술팀이 모두 다 예

상하고 완벽히 준비할 수 없는게 사실이지만, 풀이 죽어

공부방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모둠활동

속 교사의 역할과 포지션을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다.

유난히 피곤함이 몰려오는 하루다.

2모둠의 경우, 처음 라쿠가 주민 협의를 진행하고자 빌라를 방문했

을 때 만난 까치할아버지께서, 벽화나 아이들 작업에 매우 협조적

이었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큰 작업(전면 벽을 모두 벽화로 그리

고, 거대한 산수화 등의 전문적인 벽화를 그렸으면 하는 등)을 원하

셔서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생각을 확장해서 주민들과 함께 하는

별도의 작업도 가능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할아버지께서도 매우 협조적으로 다른 주민들과도 직접 논의해 보

시겠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셨다. 그러나 할아버지와 다른 주민

들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작업에 동의하는 주민들과 시끄럽고 번거

로우니 하지 말자고 반대하는 주민들의 입장이 나뉘면서, 주민들끼

리의 불화가 생기게 되었다. 아이들과 주민 협의를 하기 직전에 찾

아갔을 때에는, 주민들 사이에, 괜히 작업 얘기때문에 주민들끼리

사이가 어색해졌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서 공동체미술팀의 방문을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들이었고, 아이들에게 안되는 이유라도 잘 설

명해 달라는 부탁을 드리기는 했으나, 까치 할아버지께서는 미안하

고 민망한 기색이 역력하셨다. 결국 아이들과 주민 협의를 하러 찾

아갔을 때, 미리 이야기가 된 까치 할아버지께서도 미안하고 부담

스러운 마음에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못하셨고, 마침 그 자리에 나

타나신 반장 아주머니가 아이들이 찾아온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안된다고 했는데 또 졸라대러 온 것처럼 오해를 하시면서, 아이들

이 영문도 모르고 상처받는 상황이 생기게 되었다.

*2모둠 주민 협의 상황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63

262 :놀이영역7차

Page 26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1모둠

둠별로 작업할 영역과 관련된

주민들을 만나 협의를 진행하기

로 한 날. 공부방에 모였다가, 모둠별

로 상황껏 흩어지기로 했다. 우리 모둠

이 작업을 계획한 주차장은 난곡제일

교회 부지이다. 사전에 교회에 찾아가,

프로젝트와 작업계획을 설명하고 간단

한 협의를 진행해 놓은 상태에서, 오

늘 아이들을 데리고 설명을 다시 드리

러 가기로 약속을 했다. 아이들이 직접

계획을 세운 놀이영역 프로젝트인 만

큼, 주민들과의 협의 역시 아이들이 직

접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교회에 찾아갈

약속을 잡아놓았다는 이야기 외에 다

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마침 오늘은

우리 모둠 네 명의 아이들이 모두 공부

방에 나왔다. 야자수도 오늘은 우리 모

둠과 함께 하기로 했다. 흠, 쪽수로 딸

리진 않겠다.ㅎㅎ “가서 얘기 잘 할 수

있겠어? 너희들이 직접 설득해야 되는

건데, 잘 얘기 못하면 우리 못하게 될 수도 있어”, 하고 긴장을 시켜 보는데, 문선이는 잘 얘기할 수 있다고 태평한 얼굴

이고, 다흰이는 자기가 다니는 교회라고 의기양양, 유진이는 살짝 긴장한 눈치, 세리는 여전히 무카는 말이 많다고 입이

나왔다. “알았어, 알았어, 누가 어떤 얘기할 건지 안 정해도 돼?” 했더니, 가면 잘 얘기할 수 있다고, 걱정 말라고, 빨리

나가기나 하자고 난리들이다. 실컷 구박을 받은 후, 교회로 나섰다. 거참.... 어디, 가서 보자, 자슥들.

마침 날씨가 화창하니, 걷는 기분이 괜찮다. 난곡제일교회는 우리자리 공부방보다 꽤 높은 동네에 있다. 계속해서 나오

는 오르막에 야자수와 무카는 점점 힘이 드는데, 아이들은 두두두 뛰어가 버린다. 야아... 같이 가아.... 물론, 택도 없다.

기다려 줄 녀석들이 아니지. 야자수와 둘이 헉헉대며 겨우겨우 교회에 도착, 다행히 아이들이 1층에서 어릿대고 있다.

이 교회에 다니는 다흰이가 이쪽이 사무실이라며 앞장선다. 교회 사무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우르르 몰

Page 26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려가는 아이들을 잠깐 불러세워놓고, 들어가서 해

야할 이야기들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도록 했다. 알

았다고, 다 안다고 하면서도, 막상 교회 안에 들어

오니 약간의 위압감들을 느끼는 모양이다.

노크를 하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약속

했던 교회 실무자 아주머니께서 자리에서 일어서

신다. 주르륵 사무실에 서서 먼저 인사를 드리자

고 했다. 인사하는 품들이 살짝 긴장했다. 무카가

먼저 말문을 트면서, 자아, 우리가 여기가 왜 왔

는지 말씀드려 보자, 하는데, 다들 멀뚱멀뚱 서있

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아주머니께서 친절하게

웃으시며 이야기해 보라 하신다. 제일 안쪽에 서

있던 세리가, “우리자리 공부방에서 왔는데요, 저

기 주차장 있잖아요...” 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이들의 어법이 다 그렇듯 자세하게 하나하나 이

유나 목적을 설명하진 못하지만, 주차장에 무엇

을 하려고 하는지 진지하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하

는 모습이 보인다. 뒤쪽에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던 문선이도 한 두 마디를 거들고, 다흰이와

유진이는 영 긴장되고 어색한가보다. 교회 아주머

니는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시며, 세리의 말 한마

디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시며, “네에”, “네, 괜

찮아요” 하고 친절히 대답을 해주신다. 그런데 이미 무카

와 간단한 사전협의를 한 탓인지, 세리의 설명이 다 끝나

기도 전에, 계속해서 좋다고, 괜찮다고, 해도 된다는 말

씀을 반복하신다. 나름 진지하게, 자세하게 설명을 하려

고 열심히 이야기하던 세리는 약간 맥이 풀리는 것 같은

표정이다. 주차에 불편만 없으면, 벽화나 계단 작업을 해

도 된다고 말씀하시며, 예쁘게 작업해달라는 말씀을 끝

으로, 교회와의 협의는 쉽고 간단하게 이루어졌다. 허락

을 받고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건 다행인데, 다들 뭔가 약

간 찜찜한 표정으로 교회를 나선다. 너무 쉬운 건 재미가

덜한 법이긴 하지.ㅎㅎ

교회랑 얘기가 잘 되었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구체적

인 계획을 세워야 할 차례이다. 일단 주차장에 가서 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65

264 :놀이영역7차

Page 26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시 한 번 장소를 살펴보고, 담벼락에 그릴 그림자 도

안을 위해, 담 위에서 직접 놀면서 사진을 찍기로 했

다. 지대가 높은 제일교회에서 주차장까지는 주욱 내

리막길이다. 아이들이 신나게 주차장으로 뛰어내려간

다. 달리기엔 항상 자신없어하는 다흰이와 함께 뒤늦

게 도착해 보니, 세 녀석 다 벌써 담 위에 올라가 걷

고 뛰고 신이 났다. 확실히 우리 모둠이 작업하기로 결

정이 되고 나니, 주차장이 또 다르게 보이는 듯 하다.

담벼락에 그리고 싶은 모습을 포즈로 잡아보라 했더

니, 막상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는가 보다. 담 위

에 서 있는 유진이에게 재미있는 포즈 한 번 잡아봐,

했더니, 한 다리와 한 팔을 들고는, “이렇게요?” 한

다. 세리가 유진이 포즈를 보며, 무슨 인도 사람 같다

고 웃어죽겠단다.

그냥 자세를 잡아보라는 건 다들 너무 어색해 하는 것 같아, 차라리 그냥 놀자고, 무카가 밑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제안

했다. 처음에는 담 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치고 도망가기를 하다가, 정지 포즈가 많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기

로 했다. 문선이가 먼저 술래다. 담벼락 왼쪽 끝을 술래 자리로 잡고, 아이들은 오른쪽 끝 부서진 담벼락에서부터 다가

가기로 했다. 까르르 웃어대며, 움직였네 안움직였네, 다들 바로 놀이에 몰입한다. 그런데 다흰이 녀석, 떨어질까 봐 안

올라가겠단다. 괜찮아, 천천히 걸으면 되지, 해도, 절대로 안올라간단다. 함께 만드는 벽화 도안이 될 사진에 다흰이만

빼놓을 수는 없다. 할 수 없이 잠깐 야자수에게 카메라를 맡기고, “무카가 잡아줄 테니까, 같이 놀자.” 하고 겨우 설득시

켜, 다흰이도 놀이에 참여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무카 손을 잡고 “어, 떨어질 거 같애, 무서워.” 하고 엄살을 떨더니, 이

내 손을 떼고 놀이에 결합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닷!”, “너, 술래!”, “아니야, 나 금 넘어왔어!” 찰칵! 찰칵! 찰

칵! 한참을 놀다보니, 금새 주위가 어둑어둑해졌다. 오늘은 여기까지.

찍어온 사진을 다시 보니, 색다르고 독특한 포즈가 많이 나온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담 위에서 걷고 뛰고 잡고 앉고

일어서는, 자기들 스스로의 모습을 시안으로 벽화를 그리는 게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다음주부터는 정말 구체적으로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 모둠은 다행히 쉽게 허락을 받았지만, 다른 모둠은 협의가 잘 안되었다고 한다. 작업 지점

설정부터 다시 해야할 상황. 또다시 고민들이 시작됐다. 늦게까지 긴 회의들이 이어지는 요즘, 날씨도 추워져간다. 다

들, 지치지 말았으면. 좀 더 힘을 내야겠다.

Page 26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수업분위기] 가영이는 수학여행 때문에 불

참해고, 은혜가 아직 오지 않아, 수업을 시

작하기가 어려웠음. 승빈이와 사막 둘이 바

둑판에 마주앉아 있다가, 지금까지의 상황

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봄. 계속 기다리고

있기가 애매하여, 현장에 가서 놀이를 하며

기다리기로 하고 작업 공간으로 이동하여 은

혜가 올 때까지 잡기 놀이를 함.

ㅇ 본 수업 : 모의 주민협의 및 작업 시안

정리하기들어감

▒모의 주민협의

- 실제 주민을 만났다고 생각하고, 어떤 내

용으로 작업을 설명하고 협의할 것인지 역할

극 형태로 진행

- 처음에는 승빈과 전지가 아이들, 사막과

은혜가 주민을 맡았다가, 전지가 너무 일방

적인 의견을 펼치는 듯한 흐름이 보여, 실

제 학생 입장으로 주민과 만나게 될 승빈

과 은혜가 아이들, 사막과 전지가 주민 입

장으로 진행

** 전날 공동체미술팀이 반장 아주머니를

만나 1차 협의를 진행했으나, 작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프로젝트의

의미를 설명하고, 아이들에게 직접 주민 입

장으로 설명해 주십사는 부탁을 드려, 다음

날 약속 시간을 잡을 수 있었다. 모의 주민

협의를 하면서, 사막과 전지가 반장 아주머

니께서 반대하셨던 내용을 바탕으로 주민 입

장의 의견을 이야기하였다.

* 모의 주민협의 진행내용(배움현장기록에서 발췌)

은혜 : 그러니까요, 우리가요, 여기다가요, 벽화도 그리고

의자도 만들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허락 좀 해주세요

전지 : 어떤 그림을 그릴지, 어떤 의자를 만들지, 그렇게 말

로만 하면 모르겠는데?

은혜 : (시안을 보여주며) 이렇게 의자를 만들고, 이런 식으

로 놀이에 대한 벽화를 그릴 거라구요

사막 : 에이 우리는 잘 그리는 그림이 좋지, 이런 그림 싫

은데?

은혜 : 아 잘 그리면 되죠, 승빈 : 잘 그릴 수 있어요

전지 : 에이 너네들이 의자 만들었다가 튼튼하게 못 만들어

서 앉았다가 막 다치고 부서지고 그러면 어떡해?

승빈 : 튼튼하게 만들 수 있어요!!!!!!

사막 : 어떤 재료로 만들건데?

은혜 : 나무같은 거랑 장판같은 거요

사막 : 근데 우린 무엇보다 애들이 와서 떠들고 그러는 게

싫어, 우린 밤에 일하고 와서 낮에 자는 사람들인데, 애들

이 낮에 떠들면 우리가 잠을 못 자, 안 그래도 시끄러운데

벽화 그려놓고 의자 만들어놓고 그러면 애들이 더 올 거 아

니야, 시끄러워서 안돼

전지 : 그리고 우리는 만약에 누가 벽화를 그려줄 거면 파

란 강물이 있고 양 쪽에는 초가집이 이쁘게 있고 예쁜 나무

들도 있고 꽃들도 피어있는, 초원에 저 뒤로는 에베레스트

산이 보이는... 그런 풍경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정도는 그려야지~

승빈 : 그렇게 그리면 되죠!

전지 : 그렇게 단번에 우리 얘기를 따르겠다는거야? 너희들

이 계획한 게 있었을 거 아니야

은혜 : ........... 에이, 접어접어! 안해안해!

사막, 전지 : 이런 일이 실제 주민을 만났을 경우 충분히 있

ㅇ 들어감 : 진행 내용 정리 및 작업 공간에서 놀이하기

●3모둠:배움현장기록 7차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67

266 :놀이영역7차

Page 26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을 수 있는 일이야. 주민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지. 그럴 때 ‘에이, 접어접어,

안해’ 이래버리면, 주민을 설득하기가 힘

들어지는 거야, 우리 공간이 아닌 다른 사람

들의 공간에 와서 작업을 하겠다는 건데, 그

렇게 단번에 기분상해서 토라져 버리면 곤

란하지.. 아무래도 감정은 상하겠지만 우리

도 공부방 조형할 때 앞집 주인 아주머니와

계속 충돌하면서 기분 상하기는 했었어.

[수업분위기] 모의 협의 후, 은혜가 작업을 다시

정리해야겠다고 이야기하고, 현재로서는 주민들

을 설득시키기 위한 자료가 부족할 것 같다는 의

견을 제시함. 현재까지 나왔던 작업 내용을 다

시 정리해보며, 공간의 형태와 동선을 생각해서,

의자의 등받이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하면 어

느 정도까지 할 것인지, 했을 때의 단점은 무엇

인지, 그동안 결정되지 못했던 부분을 다시 정리

해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진행됨. 사막이 다시

이미지텔링을 해보자고 제안하자, 아이들이 다

시 시안을 만들어 보겠다고 함. 승빈이가 물감으

로 벽화 시안을 그려보겠다고 함. 공부방으로 이

동하여 시안 작업을 해보기로 함.

▒벽화 세부시안 작업하기

- 각자 사진을 보고 놀이를 주제로 벽화 시안

그려보기

- 작업 내용

승빈 : 승빈이가 소나무를 그렸는데, 사막, 전지

가 칭찬을 하고 은혜가 부러워하자, 그 옆에 그

런 소나무 하나를 더 그려넣음. 마지막에 높은

산을 그려넣음(모의 협의 때 전지가 이야기한 에

베레스트산 이야기의 영향인 듯)

은혜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를 하는 사

람의 뒷모습을 그리더니 승빈이 나무를 그려서

인지 나무를 몇 개 그려넣음. 사진을 오려서 붙

여보자는 사막의 제안에 놀이를 하는 모습이 프린트된 부분을오려

서 붙여넣음.

ㅇ 마무리 : 시안정리 및 다음 작업일정 정리 본 수업

- 다음날 주민과 만나 협의를 해보기로 하고, 각자 그린 시안을 가

져가서 보완해 오기

은혜, 승빈이를 무카와 전지, 라쿠가 인솔하여 연립 반장님을 만나다. 사막은 이

날 ‘쯔쯔가무시’로 참석하지 못하였다. (발병11일째) 아이들이 준비한 시안

을 보여드리며 이 곳에서 어떤 작업을 왜 하고 싶은지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 반

장 아주머니께서 주민들의 입장을 다시 이야기해 주시는 자리였다. 은혜 말로

는, 반장 아주머니께서 아주 점잖은 말투로, 이곳에 사시는 주민들 중에 저녁에

근무하는 택시기사와 할아버지 몇 분이 계시는데, 이분들은 밤에 일하시기 때문

에, 일이 끝나는 낮시간에 주무셔야 한다고, 아이들이 놀러 와서 시끄럽게 떠드

는 것은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하셨단다. 그리고 전에도 평상을 만들어 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지만, 불량배들이 몰려와서 떠들고 난장을 피워대서 하는

수 없이 평상을 치워버렸던 적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한다. 반장 아주머니께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친절하게 다 들어주시면서도, 연립에 살고 계시는 주민들의

입장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 주셨으므로, 아이들은 주민들의 입장을 수긍하

고 받아들였고, 협의가 끝난 후, 연립 옆 슈퍼 평상에 앉아 잠깐 이야기를 나누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주머니께서 너무 친절한 태도를 보이셔서, 아이들이

아주머니 착하다고, 잘 이

해가 됐다고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계획한 작업을 못

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역

시 크게 실망하였다. 하지

만 잠시 상황을 다시 생각

해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가능한 다른 곳을 찾

아보기로 하였다.

*3모둠 주민 협의 상황

Page 26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2007년 11월 8일

무카 : 아이들 분위기는 어떤 것 같은가?

사막 : 일단 교사가 주민들께 먼저 한 번 이야기해

보긴 했지만, 너희들이 작업의 주체이니 직접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하니, 아이들이 받아들

이려는 맘은 있었던 듯 하다.

무카 : 우리 모둠은 나가기 전에 문선과 유진에게

세리가 지난 수업의 흐름들을 설명해 주었다. 교회

에 가서 실무자 아주머니께 작업의 의도를 설명하

기로 했는데, 설명을 누가 할지 가위바위보로 정하

다보니 문선이 하게 됐다. 그런데 정작 교회에 가서

는 문선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서 세리가 정리해

서 이야기했다. 문선이는 뒤에서 그림을 보여드려가

며 얘기하라고 시안을 내밀었다. 결과적으로 교회의

반응은 다 좋으니 예쁘게 해달라는 태도였다. 아이

들이 이야기를 잘 정리해서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전달은 된 것 같다. 협의가 일찍 끝나, 주

차장에 가서 담장에 들어갈 그림자 벽화시안을 잡

기 위해 사진촬영을 했고, 다음주에 도안을 그려보

기로 했다. 작업에 있어서 아이들이 직접 하기 어려

운 작업은 교사가 도와주기로 했다. 대체적으로 계

획을 세우는 데 있어서, 문선이는 활동이 좋다고 하

면서도 산만한 분위기고, 다흰이는 계속 집중을 하

는 데 어려운 것 같다. 세리가 정리를 하면, 유진은

논의에서 살짝 벗어난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촬영

을 하러 갔다가, 종이봉투에 담아간 사진자료와 시

안, 매직등의 자료가 분실되는 사고가 있어서 아이

들이 그걸 찾느라고 더 산만해지는 분위기가 되기

도 했다. 더불어, 소명이가 선물로 줬던 빼빼로도 없

어져서 더 서운해 했다.

라쿠 : 도안에서 잘 살릴 수 있는 부분으로 보완 작

업을 도와서 진행하면 좋겠다.

무카 : 실제 작업지점은 좀 애매한 상황이다.

라쿠 : 다른 모둠 얘기를 들어보면, 주민을 만나 동

네에 작업하는 상황에서 만날 수 있는 상황은 다

나온 듯 하다. 무카네는 협

의가 잘 됐고, 사막네는 주

민이 직접 잘 설명해 주기

로 하셨고. 우리 모둠의 경

우,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진 건데, 빌라 아주머니

가 초등학생 얘기는 듣지 않

겠다는 등의 일방적인 태도

로 설명을 해서 아이들의 기

분이 상했다. 협의를 하러 가기 전에, 미리 주민과 협의를 하는 이유를 아

이들이 물었고 그 이유를 얘기해줬더니 아이들은 이해를 했다. 막상 협의

하러 빌라에 가자, 많은 주민들이 나와 계셨는데, 소명이가 굉장히 적극

적인 태도로 임해서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열심히 설명하는데 제대로 잘

들어주시지 않아, 뻘줌하고 애매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까치 아저씨와 처

음에 이야기를 했는데, 일방적으로 안된다는 입장으로 부분적으로만 설명

해 주셨고, 아저씨가 일방적이다 보니 아이들도 이해를 못하고 우왕좌왕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반장아주머니가 나와서, 자신은 결정을 했다며

계속된 방문도 민폐라고, 내가(라쿠가) 예전에 방문했던 걸 얘기하며 불쾌

해했다. 그때 아이들이 울컥했고, 소명이가 아주머니를 가로막으며 더 설

명하려 하자, 아주머니가 너희들 얘기는 들을 필요가 없다고 단절해 버렸

다. 아이들이 직접 전 과정을 경험하는 의미는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아이

들의 의견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주지 못했을 때, 교사가

개입해서 아이들이 이해하도록 설명해 줄 수는 있어도, 아이들이 상처받

는 부분에 있어서는 교사로써 미안한 마음이 있다. 동사무소로 이동해서

회의를 다시 진행했고 아주머니의 일방적인 태도 때문에 아이들이 화가

많이 난 상태임을 알았다. 소명이가 귓속말로 ‘아주머니는 아이를 키우

지 않나요?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애들에게 이렇게 대할 수 있어요?’ 라

고 얘기했고, 나에게 약간 서운함을 갖고 있는 듯 했다. 세령의 경우는 이

런 걸 왜 해야 되는지, 회의를 품는 모습을 보였는데, 감정이 동요되고 상

처를 받은 듯 했다. 주민의 반응에 대해 아이들을 이해시키는 부분을 어떻

게 풀어야 할지.. 세령이 얘기에 모든 아이들이 동요됐다. 지금까지의 과

정을 되짚어보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향으로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고,

다른 모둠 상황을 들어보고 얘기해 보자, 다른 장소를 찾아 작업하는 가능

성에 대해 얘기해 보자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이 생각해 낸 대안들

이 우리가 생각한 대안과 비슷하다. 다른 모둠이 작업을 허락받았다면 그

곳에서 우리 모둠의 작업을 해보자고 세령이가 얘기했고, 다른 공간을 찾

아보자, 단, 먼저 허락을 맡고 가능한지를 확인한 후 작업을 하자고 소명

이가 얘기했다. 아이들이 감당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 답사를 가고 이

미지텔링이 가기 전에, 주민협의를 미리 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흐름으

로 갔으면 아이들의 상처도 크지 않았을 듯... 여튼, 주민협의가 끝나고 아

이들이 모형에 붙어있는 사진 속 주민을 핀침으로 찌르는 등, 감정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수업정리를 하면서 동네에서 같이 할 수 있는 놀이를 다시

짚어보고 공간을 다시 찾자고 제안했고, 오늘 과정에 따른 각자의 의견을

●수업평가

계획

&

사막 : 초반에 승빈이밖에 없어 수업을 진행하기가 애매한 상황이어서, 현장에서 놀

이를 하면서 은혜를 기다렸다. 주민협의 역할극을 하면서 상황을 정리해보는 형식으

로 진행했는데, 처음에는 승빈이가 장난처럼 하다가, 승빈, 은혜가 학생역할을 하게

되면서 분위기가 잡혔다. 아이들이 말로만 설명을 하길래, 자료가 없냐고 주민역할의

우리가 물으니 사진과 그림을 가져왔다. 역할극이 이어지면서, 주민역할의 우리가 깐

깐하게 요구했더니, 스트레스를 받은 듯, 아이들이 짜증을 내기 시작해서, 역할극을

한 의도를 설명해줬다. 사전에 반장아주머니를 만나뵈었던 상황을 전달했더니, 승빈

이 벽화시안을 물감으로 그려보겠다고 했고, 40분 정도를 작업했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69

268 :놀이영역7차

Page 27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얘기하자고, 소명은 짜증나고 화난다, 주민이 나쁘

다고 감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혜민은 말을 아꼈지

만 감정이 많이 상한 듯 했다. 정해진 일정 내에서

조형계획을 짜보자고 얘기하면서 정리했다.

정현주 교사 : 우리는 교육자로 다가가지만, 모든

사람이 교육적인 입장으로 다가오는 게 아니기에,

아이들 입장에서는 ‘어른들이 어떻게 그래요?’

라고 말할 수 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대

한 주민의 태도에 몰입하여 감정적 표현을 한 듯

하다.

라쿠 : 나 자신도 주민에게 화가 나서 아이들을 이

해할 수 있었다.

사막 : 다른 모둠의 얘기를 들으니 뭔가 아이들끼리

의논이 되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 우리 모둠의 경우

는 아직 교사에게 의지하는 것 같다. 주민 협의를

다른 모둠보다 뒤늦게 진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교

사로서 부담이 있다.

라쿠 : 모둠별 성향이 있기에 교사의 역할이나 개입

정도는 다른 게 당연한 것 같다.

무카 : 평가회의를 할 때는 수업 내용을 정리해서

전달하게 되기 때문에 다른 모둠은 진행이 잘 되

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아이들에게 설

명할 때, 주민들을 만나는 이유 등, 이런 자리를 만

든 취지를 모두 전달해 줄 필요가 있다. 사막네 모

둠의 경우, 반장 아주머니께서는 설명을 잘 해주시

는 분인 것 같다.

정현주 교사 : 내부에서는 현장에 가기 전에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된 상태에서 아이들이 밟는 과정이

겉핧기의 반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

입장에서는 반복되는 설명을 하는 것이고, 우리 입

장에서는 교육적 필요성도 있고..

라쿠 : 자체 흐름상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밟는 과정으로 가되, 공동체 미술

팀의 과정과 목적, 역할, 흐름이 명확하지 못한 부

분이 있지 않은가. 주민협의를 하는 데 있어서의 사전 세팅에 문제

가 있지 않았을까.

무카 :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의 지점(귀찮아하거나 하는 태도

등)이 있는 듯 하다.

라쿠 : 그렇다기 보다, 자신들의 의견은 분명히 얘기를 했는데 재차

방문을 하면서 의견을 또 물으니 주변의 산만한 상황과 더불어 우왕

좌왕하지 않았나 싶다. 주민들끼리 얘기하면서도 주민들끼리의 갈등

의 소지를 던져준 듯. 처음 얘기했을 때 ‘서비스’ 측면으로 받아들

였을 수도 있고. 주민들 간에 서로 의견이 다르면서, 까치 아저씨가

애매한 입장이 됐을 수도 있다.

무카 : 그런 과정을 예상 못했던 것도 아니고, 충분히 그럴 수도 있

었다. 현실을 안고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교사의 포지션에

서, 사후적인 평가만 생각했을

수 있다. 예상과 다르게 전개

된 부분이 커버가 안되는 부분

을 감안하면서 아이들과 같은

수위로 상처받고 실망할 필요

는 없다. 찾은 대안에 맞춰 협

의를 해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었으면 한다. 공부방 옆 공

간에 다시 버려지는 쓰레기들

이 생겼는데, 그 곳을 다시 사용하여 재활용 조형작업을 이어갈 수

도 있다.

라쿠 : 이전에 회의했던 내용을 끌어서 대안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정현주 교사 : 아이들은 앞의 사전 협의 상황을 모르니, 아주머니의 얘기가

당황스러웠을 수 있다. 혜민은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대안을 찾는 태도를 보

인 듯 하다. 거절당했다는 이유로 의기소침해 있다가 이런 저런 대안을 찾기

시작한 아이들의 모습을 봤다. 현재 공간과 작업을 모두 버리는 분위기이기

도 하지만, 작업은 하고 싶지만 다른 공간을 찾는데 있어서의 부담이나 어려

움, 거절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공부방 앞에 조형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오

자마자 바로 동의해 버리는데 큰 몫을 한 것 같다. 의외로 대안을 찾으려는 태

도는 놀라웠다.

무카 : 모둠회의를 해서 현상파악을 하고 대안을 제안해 보

는 방식으로 가자. 사막 모둠네 주민 협의에는 교사가 더

붙어서 갈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Page 27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1모둠

이 갈수록 몸상태들이 메롱해지는 시즌. 사막이 쯔쯔거리는 병에 걸리고, 무카가 헤롱대더니, 라쿠까지

느즈막히 나타난 날. 작업실 바깥 의자에 앉아, 할 일들을 정리하며 오십원 오라버니와 수다를 떨고 있는

데, 저 멀리서부터 라쿠가 전봇대 뒤에 숨었다, 벽에 붙었다, 오만 몸짓을 해가며 민망히 나타난다. 늦어서 죄송

합니다, 꾸벅, 하더니, 이내 저 밑에서부터 아이들에게 테러를 당했다나 뭐라나. 잠시 뒤... 우리자리 최강 4학

년, 무섭기로 소문난 혜민, 세리, 세령 3인방이 “라쿠 잡아!”를 외치며, 공포스런 포스로 나타난다. 소떼처럼 작

업실로 달려들어가는 녀석들을 붙잡아, 아니아니, 잠깐, 하고 일단 진정을 시키는 척...하다가, 바로 배신 때리

기 한판! “오늘은 괜찮아! 라쿠 생일이야!!!” 라쿠.... 아이들 주먹 사이로 무카를 원망스레 바라보았으나... 웃

으며 외면해준다. 그래도 좀 심한 듯 하야, 나름 진정시킨다고 아이들 모아, “우리, 공부방 애들한테 다 얘기해

날공동체미술을가꾸다: 271

270 :놀이영역8차

Page 27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8차수업

주민과의 협의 결과, 2, 3모둠은 결정했던 영역에서 작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아이들이 크게 실망하여 모둠활동의 의지가 많이 꺾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영역을 찾아보거나 이미 허락을 받은 1모둠 공간의 다른 부분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는 것, 정 작업이 어려울 경우에는 일회적인 퍼포먼스 형식의 작업을 해보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새롭게 논의를 시작하기로 하였다. 작업 영역이 확정된 1모둠은 실제 작업을 위한 시안 작업을 진행하였다.

서, 이따 제대로 생일빵하자.” 했더니, 미리 와 있던 은혜까지 다함께, 앗싸,

분위기로 신나게 공부방으로 달려가주신다.

수업 준비하고 공부방으로 들어섰더니, 다글다글 앉아 시루떡먹는 새참시간.

다행히 넘 심하게는 안하겠군, 했는데, 새참 다 먹고 나더니, 혜민, 세리, 세령,

은혜가 다짜고짜 앞뒤 안가리고 라쿠를 코너로 몬다. 비집고 들어가 생일 노래

는 불러주자 했더니, 부르긴 부르는데, 중간에 ‘사랑하는 라쿠의’ 하는 부분

은 죽어도 못 부르겠단다. 이쁜 소린 못 듣고 맞아주긴 해야 하는 남자샘의 비

애여....ㅎㅎㅎ 그래도 노래는 끝까지 부르고 때린다. 발로 차는 것까진 너무

하다 싶어 이제 그만! 외쳐주고. 심히 얻어터진 라쿠. 원망스런 눈빛은 변함없

으나 이런 생일빵 어디서 또 맞냐. 사랑 듬뿍 받았다 여기자.

생일빵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겨우겨우 다잡아 수업 분위기 잡는다고 둘러

앉고 보니.... 이런, 우리 모둠은 세리 하나 달랑 와 있다. 세리 역시 주변을 둘

러보더니, “오늘 나밖에 없어요?”.... 우리 둘이 데이트나 찐하게 해야겠다 했

더니, 반은 재밌어하고 반은 당황스러워한다.나도 그렇다, 세리야. ㅎㅎㅎㅎ

라쿠가 일단 지금까지 진행된 내용들을 정리해주며, 모둠별로 상황을 공유해보자고 한다. 소명이가 먼저 손을 들고 자기

가 이야기하겠단다. 그러더니 냉큼, 망했단다. 아주 재수없는 아줌마를 만났다고, 얘기도 제대로 안들어보고 화만 냈다

면서. 진짜? 정말? 하고 맞장구 쳐주면서도, 미안함과 난감함이 살짜기 교차한다. 은혜도 우리 허락 못받았다고 이야기

하는데, 그래도 연립 반장님 이야기를 제대로 잘 들었는지, 왜 안되는지에 대한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라쿠가 오

늘 다시 계획을 잘 짜보자고 다독여준다. 세리가 우리 모둠은 허락받았다고 이야기하자, 부러움과 삐죽임이 동시에....

ㅎㅎㅎ 그런데, 세리는 자기가 제대로 설명도 다 안했는데 교회 아줌마가 무조건 된다 된다 해서 기분이 나빴단다. 그

래, 나도 사실 아줌마가 너무 형식적으로 된다고만 하셔서 좀 당황스럽긴 하더라. 눈치빠른 녀석. 세리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짜잔~ 하고 나타난 유진. 세리랑 무카랑 반가와서 난리가 났다. 너 안왔음 정말.... 우리 둘이 데이트할 뻔 했어,

했더니, 세리가 한 대 퍽 하고 친다.ㅎㅎㅎ

모둠별로 나눠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계획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탁자 하나에 자리를 잡고 앉아, 현장 사진을 꺼내

모둠별 시안확정 / 조형계획 세우기

Page 27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하는데, 세리, 빨리 벽돌깨

러 가잔다. 아, 요녀석. 일단 오늘은 우리 벽화 어

떻게 그릴지 자세하게 결정이 안됐으니, 해야할

것들을 다 결정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 했더

니, 이내 수긍하고 회의모드로 돌입한다. 벽화 시

안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는데, 갑자기 세리가 의

견이 하나 더 생각났단다. 주차장 담벼락 왼쪽 끝

의 옆집 담과 붙어 있는 긴 벽에, ‘무궁화꽃이 피

었습니다’ 하는 술래의 모습을 하나 그려넣으면

어떻겠냐고. 아이들이 담벼락에서 ‘무궁화꽃이 피

었습니다’ 놀이를 자주 하

니까, 술래 위치에 그림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아

무래도 지난번 답사왔을 때

담 위에서 무궁화꽃이 피었

습니다 했던 게 기억에 남

는 모양. 흐음... 것도 나쁘

진 않겠네. 어떤 방식으로

들어갈지 좀 더 생각해보기

로 하자.

다른 것들은 대략 결정이

됐는데, 벽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릴지 결정이

돼야 페인트도 사고 하지 않을까? 그림자 벽화를 그릴 때

바탕색은 뭘로 할까? 그냥 시멘트 벽 위에 그림자 그림만

그릴까? 세리가 갑자기 생각이 하나 났단다. 담벼락 사

진을 끌어당기더니, 한쪽 끝 벽에 해 그림을 그린다. 엉?

웬 태양? “이 쪽에서 해가 비치면 이 밑에는 밝잖아요.

그러니까 벽 이쪽부터는 밝은 색 칠하고 점점 진하게 해

서 반대편은 까맣게 하면 좋지 않을까요?” 아항! 빛의 방

향과 그라데이션이라... 이녀석, 제법일세. 갈수록 새록

새록 드러나는 세리의 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르르 사막네 3모둠이

몰려오신다. 그러고는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해봤다며, “

주차장 벽이 하나 남는다면서요?” 하고 두서없이 이야기

를 쏟기 시작. 세리와 유진이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

하다. 잠깐잠깐, 진정을 시킨 후, 정리해서 차분히 얘기

를 해달라고 하자, 은혜가 자기네는 본래 하기로 했던 장

소를 못하게 돼서 다른 데를 찾아야 되는데, 무카네 주차

장이 벽 하나만 작업하면 나머지 벽은 자기네들이 해도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73

272 :놀이영역8차

Page 27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되냔다. 듣고 있던 세리가 “왜 못하게 됐는데?” 하고 물어본다. 그러자 은혜녀석, 저번에 반장아줌마한테 들었던 이야기

대로 그쪽 주민들이 조형작업을 원하지 않는 이유를 차분차분히 설명해 준다.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무카가 사막

모둠 상황을 다시 정리해서 이야기해준 뒤, 본래 나머지 한쪽 벽은 ‘우리자리 공부방이 이런 작업을 했어요’라는 설명을

쓰기로 했던 벽이지만, 사막네 모둠 상황이 어려우니 같이 하면 어떨까 라고 제안하니, 유진이도 세리도 괜찮단다. 은혜

와 승빈, 사막이 고맙다며 다시 자리로 돌아가 어떻게 조형작업을 할까 의논을 하는데, 갑자기 세리가 한가지 조건이 있

단다. 본래 그쪽 벽에 하기로 했던 ‘우리자리 아이들이 이런 작업을 한 거에요’라는 내용을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사막

모둠에 이야기했더니, 사막네도 수긍, 나름 알아서 협의가 되고 있다. ㅎㅎㅎ

다시 분위기를 정리하고 벽화 이야기를 정리해 보기로 했

다. 아까의 무카 호응에 살짜쿵 업되신 세리양. 처음엔 노

란색으로 시작해서 까만색으로 가자더니, 그 다음에는 여

러 칼라를 쓰잔다. 옆에 있던 유진이도 이런 색으로 하면

어떻겠느냐며 의견을 내기 시작하는데, 유진이가 알록달록

한 색으로 벽을 여기저기 칠하고 있자니, 세리가 그렇게 알

록달록하면 어떡하냐고 궁시렁대기 시작, 둘이 살짝 내용

이 엉기는 분위기다. 얼른 A4를 가로로 잘라 붙여 긴 벽 모양을 만든 다음, 둘에게 하나씩 주고 각자가 생각하는 벽 밑면

색을 크레파스로 칠해보자 했더니, 고민도 해가며, 색도 골라가며, 슥슥슥 각자의 아이디어들을 색칠하기 시작한다. 세

리는 제일 연한 색이 뭐냐 물어보더니 살색부터 시작해 노란색, 주황색, 연두색, 하는 식으로 12색 크레파스의 각 색들을

나름 생각하기에 연한 색부터 진한 색으로 검은색까지 칠해간다. 유진이는 둥글둥글 영역을 나눠가며 이런 저런 색들을

칠하는데, 빨강과 파랑, 노랑과 갈색이 여기저기 배치된다. 대략 색칠하기가 끝나, 각자 발표를 해보라고 했더니, 세리는

연한 색부터 진한 색으로 배열을 했다고 하면서, 그림자는 반대 배열로 칠하면 좋을 것 같단다. 유진이는, 왼쪽은 여자

애들이 좋아하는 색, 오른쪽은 남자애들이 좋아하는 색으로 배치를 해보았단다. 그리고 세리처럼, 그림자는 반대 배열로

색칠하면 좋을 거 같다고. 그러더니 바로 내용 첨삭. 각 색들

이 겹치는 부분은 풀밭 모양으로 꾸미면 좋겠단다.

둘 다 자기 주장이 팽팽해 어떻게 조절할까 하다가, 옆에서

기록과 촬영을 하고 있는 전지와 야자수 샘에게 의견을 함 물

어보자 했더니 다들 찬성했다. 전지는 둘 다 괜찮은데, 약간

복잡할 수 있겠다고, 색만 잘 조절하면 좋겠다는 의견. 야자수

도 둘 다 괜찮은데, 역시 약간 복잡할 것 같으니, 어느 쪽으로

하든 그림자는 단색으로 가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

이들도 약간 수긍이 되는 분위기다. 유진이는 그럼 풀밭 모양

Page 27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은 빼는 걸로 하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잠시 뒤 다

른 의견이 있다면서, 바탕을 회색으로 칠하고 그

림자를 검은색으로 정말 그림자처럼 해보면 어떻

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럼 일단 세 가지 안

으로 생각을 해보고, 이 세 의견을 오늘 안 온 문

선이와 다흰이,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에게 모두

이야기해 본 후, 다음에 결정을 하면 어떨까 했더

니, 모두들 찬성한다.

그럼 이번에는 그림자를 어떤 식으로 그릴지 생

각해 보자. 미리 출력해 온, 지난 시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사진을 꺼내놓고 사진 뒷

면을 연필로 먹칠처리해서 그림자 라인을 딴 후,

오려서 그림자 도안을 배치해 보기로 했다. 아이

들이 자기 나온 사진을 보고 웃고 그리고 난리가

났다. 무카도 같이 그림자 도안에 동참했다. 이런

포즈, 저런 모양으로그림자 샘플들을 만들어 보고

있는데, 아까 밖으로 나갔던 사막네 모둠이 우르

르 들어온다. 그러더니 실제 그 벽에 가봤는데,

차도 주차돼 있고 높이도 너무 낮아서 자기들이 하

기엔 어려울 듯 하단다. 흐음... 글쿤.... 다행히

(?!) 아이들이 다시 그 벽 작업을 하자는 이야기를

안한다.ㅎㅎㅎㅎ

어느 정

도 작업

을 하고

있 는 데 ,

아 이 들

이 조금

씩 지치

는 기색

들이다. 시간도 많이 지난듯 하여, 된 데까지만 담벼락

사진 위에 길게 배치해보기로 했다. 그림자가 벽을 넘어

가는 크기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었더니, 줄여서 그리

면 어떠냔다. 옆에서 야자수가 옆으로 기울이면 어떻겠

냐는 의견도 제시. 이렇게 저렇게 그림자 샘플을 배치해

보다가, 일단 그림자를 약간 기울이는 형태로 배치하고

그려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무카는 역시나 말이

많다고 세리가 투덜대기 시작한다. ㅎㅎㅎ 다음 시간에

는 미장작업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자리 정리를 시킨 후,

수업을 마무리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용을 끝까지 밀고 나가

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상황 판단이 잘 되기도,

안되기도 하고. 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을 듯하다. 좀 더 정신차리고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시간부터는 드디어 본격적인 작업 개시! 간

만에 몸 좀 풀겠다 싶다. 아이들도 같이 재미있어해주

면 좋겠는데.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75

274 :놀이영역8차

Page 27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3모둠

연립 공터가 안된다고 하니 다른 곳을 찾아 봐야겠지만, 이젠 정해진 시간이 매우 촉박해졌으므로 전처럼 과정을

다 밟아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주민협의가 안될 시에는 협의가 수월했던 1모둠의 삼성연립 옆 주차장 담

벼락이나 공부방 앞에서 작업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럴 경우 허락이 가능할 확률이 높았다. 동사무소 공용주차

장까지, 이렇게 세 곳을 지정하여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1모둠 남는 벽에서 해요.” 하더니, 은혜, 승빈이가 곧장 1모둠 책상으로 흥분된 상태에서 쳐

들어간다. 갑자기 들이닥친 은혜, 승빈에게 놀랐어도, 1모둠은 차근차근 우리의 얘기를 다 들어 주더니, 남는 쪽 담장에

<우리자리 공부방 아이들이 만들었어요>라는 문구를 쓰기로 했었는데, 양보를 해 주겠지만 이 문구를 작게라도 적어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승빈과 은혜는 흔쾌히 “좋아” 라고 대답했고, 우리는 바로 답사를 가보기로 했다.

막상 가보니 생각과 같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 담과 가까이 세 대의 차가 주차 되어 있었고, 아이들도 생각한 벽의 이

미지와 달랐는지, 바로 “이 곳은 싫어요.”, “하지 말아요.” 한다. 왜 싫을까? 실제로 이 공간은 벽이 너무 낮아서 ‘무궁

화 꽃이 피었습니다’ 시안을 그리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전에 찾은 공간 담벼락보다 협소하게 보이긴 했다. 선택의 여지

가 적은 만큼 공간의 장점을 살려 작업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아이들이 싫어하는 장소는 굳이 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이 장소가 안되는 이유를 짤막하게 얘기 나누고 다른 곳에 가보기로 했다.

그럼 다음은 동사무소 공용주차장에 가볼까? 은혜는 전봇대에 그림을 그려 놓으면 어떠냐고 제안한다. 승빈이가 계속

업어달라고 조르는 통에, 출발

하는 담벼락에서부터 승빈과

은혜를 번갈아 업어 주며, 승

빈에게 “전봇대에 그림 그리

는 건 어때?” 라고 물어보았더

니, 딴 얘기만 한다. 이 자세로

동사무소까지 가라는 승빈이..

열 발짝 떼었는데 급격한 체력

저하로 사지가 후달렸다. 그러

나 아이들은 금방금방 하고 싶

은 것이 바뀌기 때문에 바로 등

에서 내려오더니 뛰기 시작한

다. 또! 누가 누가 빨리 가나

Page 27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인가? 한번 떨어진 체력은 회복이 안되고, 꼴찌로

달릴 수 밖에 없었다. 동사무소로 가는 길은 오르

막 내리막이 번갈아 있고 골목이 많은 탓에, 흩어

졌다 다시 만나기도 한다. 뻔히 보이는데도, 아이

들은 숨어서 나를 놀래켜 주려고 ‘워~이’를 준비

한다. 골목에 낄낄낄 웃음이 가득하다. 그렇게 웃

긴가! 또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와 자동차 사

이로 머리카락을 보이며 숨는 은혜. “야! 다 보

여!”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지나가니, 헤헤헤 하

며 뒤따라온다.

드디어 도착한 동사무소 주차장 공간. 첫 시간에

승빈이가 이 장소에서 올라가 놀아본 적이 있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의 이야기를 하니 처음

듣는 얘기처럼 둘 다 나를 쳐다보았지만, 난 아랑

곳하지 않았고 아이들은 벌써 담장에 몸을 갔다대

었다. 여기서 그동안 나온 시안을 꼭 그대로 그리

지 않고, 이곳에 알맞게 새롭게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고 일러주며, 그 전에 여기를 걷다가 발견한

것을 얘기해 주었다. 승빈이 또래 세 명의 아이가

담장 양 쪽에 하나씩 다리를 내리고 올라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우리도 세 명이니 재연을 하

자면, 하면서, 올라가 있는 승빈과 은혜의 도움을

받아 그때 본 광경을 재연하여 설명해 주었다. 그

리고 이렇게 앉게 되면 다리가 닿는 부분만 그림을 그려

담벼락에 다리만 그려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인

천 공용주차장 사례를 얘기해주었다. 아이들 반응이 좋

아서, 그렇다면 “이 담장이 꽤 긴 편인데, 이 곳을 다 사

용하는 것이 좋을까, 아님 현재 페인트가 안 칠해진 곳인

입구부분만 다른 곳의 페인트색과 조화를 이루어 그리는

것이 좋을까?” 라는 의견을 내놓았더니, “어! 그거 좋겠

어요” 하고 은혜가 후자에 동의한다.

벽에 그림을 그리려면 우선 이곳의 실소유자를 만나 협

의해야 한다. 동사무소에서 누구에게 협조를 부탁해야 하

는지를 물어보기로 하고, 모든 작업을 되도록 수업시간

을 활용해 하려면, 다음으로 미룰 시간이 없었다. 5시 45

분. 동사무소 안으로 들어가기에 좀 늦은 시간이긴 하나,

일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낯설고 어색한 분위기.

“은혜가 물어볼까?” 하며 은혜를 쳐다보니, 당황하는 표

정으로 “쌤이 해요” 라며 뺀다. 동사무소의 여직원 한 분

을 만나 협조를 부탁드리고자 했더니, 시설관리공단 전화

번호를 알려 주셨다. 이곳과 1차 협의를 해야 한다고 한

다. 6시가 다 되어 내일 내가 전화를 해 보기로 하고 공

부방으로 돌아왔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77

276 :놀이영역8차

Page 27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부방 안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은혜가 1모둠으로 튀어 들어간다. 녀석~ 이 상황을 빨리 얘기해 주고 싶었는지,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1모둠 옆 담벼락은 안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회의 중이었던 1모둠의 세리, 무카, 유진인 은

혜만 바라보고 있다. 이윽고 은혜는 앞으로 남은 일정을 계획성 있게 활용하기 위해, 짤막하게 다음 계획을 A4 용지에

써내려갔다. 승빈이는 옆에서 나에게, 심심하지 않게 얘기를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 3모둠 회의내용 정리

Page 27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참여자 : 세령, 혜민, 소령, 가은, 라쿠

- 주민 협의가 잘 되지 않아, 대안을 찾기 위한 회의를 진행

- 지난하게 회의가 진행되다가 수업 막판에, 이미 허락이 떨어진 1모둠의 놀이영역-삼성연립 아래 제일

교회 주차장에서 함께 조형작업을 진행하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조형 아이디어를 내봄

[수업분위기] 지난 시간 아이들이 받은 상처가 커서였는지 프로그램에 대한 욕구가 많이 떨어진 것 같은

인상을 받음. 모둠 회의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아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힘들었음.

●2모둠:진행 스케치-새로운 장소 선정을 위한 모둠회의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79

278 :놀이영역8차

Page 28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2007년 11월 13일

야자수와 무카 : (세리, 유진의 그라데이션 벽화바

탕 회의 내용 설명)

무카 : 유진의 경우 약간 아이디어컬한 것들을 얘기

하는 편이고, 세리는 현실적인 편인 것 같다.

라쿠 : 무카네 모둠의 경우 장소의 허락이 되니 아

무래도 단계를 밟기가 수월한 듯 하다.

사막 : 주민협의가 안 되어 대안을 생각하다 보니,

공부방 앞에서 작업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승빈

은 안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어떻게 끌고가야 하나

하다가, 1모둠이 협의가 됐으니 그 쪽으로 가서 해

볼까 했더니 아이들이 동의했다. 그래서 1모둠에게

가서 물어보는시간을 가졌고 밖으로 나가서 현장을

봤는데, 아이들에게는 그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

다. 주차문제도 그렇고 담의 크기 면에서도. 거기에

안하기로 하면서, 은혜는 공부방 앞에 의자를 만들

자는 제안을 했다.

라쿠 : 그럼 사막네 모둠은 어떻게 하기로 한 것?

무카 : 동사무소 주차장에 알아보기로 했다.

사막 : 시설관리팀으로 문의를 해야 한다고 한다.

협의가 안되면 공부방 앞에 의자를 놓거나 1모둠 옆

에 작업을 하는 것.

라쿠 : 사막네 모둠과 우리 모둠은 비슷한 상황이

라, 해결 지점에서 공간이나 방법이 겹쳐 혼선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모둠은 의욕이 많이 떨어

져서, 대안을 찾기도 귀찮아 하지만.. 가은이 같은

경우, 지난 시간 오지 않아서 상황을 모르고 있었는

데, 아이들이 설명을 해주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했

다. 결국 소명이가 의외로 잘 정리해줘서 가은이가

이해할 수 있었다. 공부방 앞에서 조형을 하게 된다

면 늘 가까이 있는 공간이라 자주 활용할 수 있어서

좋고, 삼성연립 아래 주차장같은 경우는 이미 협의

가 된 공간이라서 쉬울 것이고, 동사무소같은 경우 ,

협의만 잘 된다면 동네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기에

좋을 수 있다. 사막네 모둠이 하겠다고 하면, 먼저

의견을 냈기에 우선권이 있는 듯 하다. 사막네 모둠

과 상의해야 할 것 같다.

[정현주 교사가 수업 후 공부방 일을 마치고 평가회

의에 참여하러 옴.]

라쿠 : 우리 모둠은 오늘 왜 이렇게 장난 시너지

가 컸을까?

정현주 교사 : 주민과

협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상실감의 결과인

듯 하다. 다 싫고 하기

싫고 장난만 치고 싶은 마음..

라쿠 : 싫다고 주도한 것이 소명인데 결국 대안을 찾으려고 한 것

도 소명이었다.

정현주 교사 : 다들 하기 싫은 거지.. 해봤자 안 될 것 같고..

무카 : 일단 절차를 밟자. 공문을 시설관리팀에 보내보자. 사막 얘기

를 들어보면 은혜가 융통성이 있는 것 같다.

사막 : 동사무소로 가다가 흩어졌는데, 공부방 앞에서 갑자기 안쪽

샤시문에 그림을 그리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공부방 조형을 했

던 의도와 지금 현재 놀이영역의 의도를 얘기하려 하자 은혜가 급

인정하는 자세였다.

정현주 교사 : 라쿠가 만들었던 질문지 자체는 생각할 만한 지점이

있었지만, 아이들이 지루해 할 수 있는 여러 여지가 있었다.

라쿠 : 질문지를 건넨 시점이 애매했다. 끝나고 애들이랑 무슨 얘

기를 했는지?

정현주 교사 : 처음에는 공부방 수업과 이 프로젝트 수업을 왜 한다

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내 생각을 얘기했고, 너희들이 수업 중에 노

는 것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그 이

상인 듯 해서 섭섭하고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쭉 했다. 너희들이 오늘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었는지 들어보고 싶다고 했고, 아이들의 이야

기를 들어봤다. 소명은 아주머니에 대한 분노가 계속 남아있는 상황

이라 사과받고 싶다는 얘기를 계속 했다. 그래서 내가 모든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잘 얘기해 줄 수는 없는 게 현실이라고 이야기했고, 나도

안타깝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사과받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도

했다.우리가 사과받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못나서가 아니라고 얘기

를 이었는데,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잘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때 소

명이 ‘그 아줌마가 사람 대하는 법을 잘 몰라서요?’ 라고 물었고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있다. 가은이

는 수업을 일찍 끝냈으면 좋겠다고 했고, 다른 아이들이 자신의 얘

기를 잘 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혜민과 세령 역시 아주머니의 행동

때문에 하기 싫다고 했다. 아이들의 감정상태는 다른 공간이 확정되

기 전까지는 계속될 듯 하다. 내 스스로의 입장이 고민된다. 마지막

으로 했던 말은, 너희들이 변하는 모습을 현재도 보고 있지만, 수업

에서도 변하는 걸 보고 싶다는 얘기였다.

라쿠 : 우리 모둠의 경우, 1모둠 작업공간을 보고 아이들이 매력을

못 느낀다면 다시 동사무소나 다른 공간을 찾아봐야 한다.

사막 : 공간을 정하기 힘들면 이동식 조형물을 할 수도 있다. 벽화를

안하게 될 경우 조형물에 그림을 그릴 수도.

정현주 교사 :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깊은 목적까지 이해하기는 힘

들 것이다. 큰 틀거리는 대략 이해하겠지만. 뭔가 해야된다는 압박감

이 없다보니, 기분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수업평가

계획

&

라쿠 : 우리 모둠은 시작할 때부터 아이들이 장난을 치고 산만했다. 지난 시간에 아

주머니 때문에 맘상한 것 때문에 작업할 의욕들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래서 2층으로

올라가기로 했지만, 거기서도 장난들이 이어졌다. 아리랑 돌림노래 등등.

Page 28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1모둠

모둠 아이들의 놀이영역 조형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날. 이번 수업때는 같이 담벼락 끝을 계단으로

만드는 미장작업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수업전에 미리 사전작업을 해놓아야 한다. 햄머망치와 삽, 마대 등

을 주섬주섬 챙겨들고 주차장으로 나섰다. 전지와 오십원 오빠도 함께 나선다.

주차장 담벼락 끝부분이 애매한 모양으로 부서져 있어, 아이들이 냈던 의견대로 대략 4단의 계단을 만들려면

끝부분을 일부 깨줘야 한다. 계단이 놓일 위치를 예상하고 표시를 하자, 전지가 낼름 햄머를 들고 휘두르기 시작

한다. 꽤 무거운 햄머망치. 전지, 상당히 높이 들어올리고 있다. 저러다 허리 나갈텐데... 궁시렁대며 전지가 쿵

쿵 벽을 깨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옆에서 오십원오빠가 한숨 한번 쉬고 헛웃음 한 번 웃더니, 전지 손에서 햄

1공동체미술을가꾸다: 281

280 :놀이영역9차

Page 28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9차수업

작업이 확정된 1모둠은 이날부터 조형작업이 시작되었다. 교사들이 밑작업과 마무리작업을 하고, 아이들이 직접 작업의 핵심적인 부분들을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다. 2, 3모둠은 답사와 시안 작업을 통해 새로 작업할 영역을 확정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였다.

머를 뺏어든다. 그리고는 먼저 작은 망치로 깨야 할 부분을 쿡쿡 찍어 라인을

만들더니 햄머를 휘두르기 시작하신다. 쿠궁 하고 벽이 뭉치째 날아가기 시작

한다. 전체 담벼락도 흔들리는 것 같다. 역쉬, 오십원님....ㅎㅎㅎ 낼름 오빠가

내려놓은 캠코더를 들고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찍지 말라는 오라버니 경고도

무시. 순식간에 원하는 만큼 벽이 깨어졌다. 부서진 시멘트 조각들을 마대에 주

워담고 나니 깨는 작업은 일단 마무리. 전지와 오십원 오빠 덕에, 울모둠 작업

인데 무카는 손 안대고 코 풀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작업실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미장을 위한 도구를 챙겨가서 계단 조적을 위한 밑작업을 해야 할

차례. 시멘트와 모래, 다라이, 흙손, 망치들을 수레에 챙기고 있는데, 사막과

라쿠가 복잡다단한 표정으로 웃는다. 그렇지, 간만에 다시 일 좀 하는구나 싶

지, 다들. 우리자리 텃밭과 툇마루 만들던 두 달의 노가다 시즌들이 확 떠오

른게다.

다시 주차장에 도착해서 작업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세리와 다흰이가 “무

카아!” 부르며 달려내려온다. 뒤이어 현주샘과 사막도 미소를 지으며 함께 내

려온다. 두 쌤들은 주차장 장소와 모둠 작업 이야기를 하러 왔다치고, 놀이영

역에서 정말 두각을 보여주고 있는 세리 녀석. 바로 목장갑 찾더니 뭐하면 되

냔다. ㅎㅎㅎ

일단 시멘트를 개야 하는데, 외부에서 작업을 하니 물 쓸 일이 문제다. 세리네 집은 아주 멀진 않은데 문이 잠겨있다

고. 순간 보인 것이 옆에 있는 ‘마음이 텃밭’ 간판. 그렇지, 옆집이 바로 마음이 텃밭이다. 텃밭 주인 아주머니와 원래 알

던 다흰이에게, 가서 물 좀 떠오면 안되냐 했더니 절대로 싫단다. 우리 모둠 일이니까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 해도 굳

이 싫대서, 세리, 다흰이, 무카, 셋이 다같이 가기로 했다. 벨을 누르자 주인 아저씨께서 나오시고, 상황 설명을 드리니

이내 화장실에서 물을 떠다주신다. 그런데.... 집 바깥에 외부 화장실이 있다.... 진작 저기서 뜰껄... 앞으로 작업할 때

저기서 물 좀 쓰겠다고 양해를 구해본다. 다행히 아저씨도 정말 친절하시다.

시멘트 개기부터 바로 세리 투입. 공부방 조형작업에는 참여하지 못했던 세리에겐 처음 해보는 작업이긴 한데, 녀석,

모둠별 조형작업 / 시안작업

Page 28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의외로 잘 적응한다. 시멘트 붓고, 물 부어 개고...

처음 하기에 쉽진 않을텐데, 표정은 언제나처럼

무표정이지만, 무카가 잘하네 못하네, 먼지가 날

리네 어쩌고 하면서 구박은 해대도, 할 건 다 하고

있다. 이미 공부방영역에서 한 번 해봤던 다흰이

는, 같이 하고 싶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반반인

모양. 옆에서 왔다리 갔다리 뱅뱅 돌기만 한다.

시멘트가 다 개어진 후, 오십원 오빠의 조언대

로 계단 아래 바닥작업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벽

을 깨면서 남은 부분들 때문에 바닥이 고르지 않아

벽돌 조적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바

닥에 시멘트를 발라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는

데, 흙손 역시 처음 써보는 세리, 이번에도 꽤 잘

따라한다. 능숙하진 않아도 보기보다 세심한 구석

이 있다. 다흰이는 옆에서 수다는 떠는데 막상 흙

손을 잡으려고는 안한다. 옷에 묻으면 어떡하냐면

서, 엄마한테 혼난다고, 손시렵다고, 몸을 사리고

있다. 그래도 해야 할 건 할 줄 녀석, 우리 모둠 일

이니까 같이 해야지, 하고 몇마디 하자, 이내 알

았다면서 장갑도 안 낀 손으로 흙손을 집어든다.

벽돌도 올려보고, 시멘트도 발라보고... 그러더니

또 금방 내려놓는다. 에이, 다흰아아아아.... 알았

어요, 알았어, 아직 수업 시작하는 시간 아니니까

이따 시작하면 진짜 할께요, 진짜. ㅎㅎㅎ

영 바닥이 평평하게 안잡아지길래, 햄머망치로 조금 더

깨야겠네 했더니, 겁도 없는 세리 녀석, 자기가 해보겠다

고 햄머를 집어든다. 야아, 허리 다쳐어!!! 그래도 괜찮다

면서 그 무거운 햄머망치질을 기어이 해보고야 마는 녀

석... 호기심에 근성까지, 놀이영역 제대로 만났다. 바닥

을 대략 맞춰본 다음, 옆에 있는 벽돌과 기존 벽의 부서

진 조각들을 이용해 계단 높이와 모양을 한 번 잡아보기

로 했다. 이리저리 벽돌 크기 맞춰보면서 어정쩡한 크기

는 어째야지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서 또 한 번 혀차는 소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83

282 :놀이영역9차

Page 28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리와 함께... 카메라를 내려놓으신 오십원님, 또다시 망치

를 집어드신다. 톡톡 벽돌을 깨서 구석에 딱 끼워주시는 센

스. 오늘 코 여러 번 푼다.....

세리, 다흰이와 본격적으로 계단 미장을 하고 있는데, 이

내 유진이도 주차장에 들어선다. 냉큼 옆에 와 앉더니, “

뭐하고 있어요?” 하고 예의 다정한 목소리로 묻는다. 낼름

목장갑을 끼워주고 같이 하자고 하는데, 2모둠 아이들과

라쿠, 현주샘이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예지어린이집 앞 주

차장에 작업을 하려고 계획을 잡았다가 주민 협의가 잘 안

되어 방향을 수정하게 된 2모둠. 다른 영역을 다시 찾아 보

기로 하면서, 교사들끼리는 3모둠이 안하겠다고 포기했던 교회 주차장의 다른 쪽 벽이나 바닥을 작업해 보는 건 어떨까

이야기했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직접 보면서 이야기하기로 한 모양이다. 도착하자마자 다들 우르르 미장하는 벽 옆으로

달려든다. 협의가 잘 되어 제일 처음으로 실제 작업을 시작한 1모둠이 영 부러운 모양들이다. 겨우겨우 라쿠와 현주샘이

아이들을 한쪽으로 모아 주차장을 둘러보며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리저리 벽돌 맞춰가며 시멘트 발라가며 계단을 쌓는 일. 아이들은 재미있기도 하면서 어렵기도 한 모양이다. 시멘

트는 마음에 딱 들게 발라지지 않고, 벽돌은 웬지 자꾸만 기우뚱하고... 자기들끼리 투닥대가며, 서로 왜 그렇게 하네

마네 구박도 해가며 열심이다. 조금 일찍 작업을 시작했다

고, 세리 녀석, 똑바로 못한다고 다흰이와 유진이를 구박

하고 앉았다. ㅎㅎㅎ 바르고 또 바르고, 바른 데 또 바르

고... 이게 보기보다 쉽지 않다. 무카도 해 본 경험만 있을

뿐. 딱 봐도 아주 튼튼하게 쌓아질 것 같지는 않지만, 자기

들이 낸 의견을 자기들 손으로 투닥대가며 해보는 게 중요

하지 싶으니, 별 타박이 안나온다. 다만... 나중에 보완작

업은 좀 해야지 싶다.

한참 작업을 하고 있는데, 검은 그림자가 둘러싼다. 2모

둠이다. 한참 주차장 저쪽에서 회의들을 하고 있더니만, 의

견을 물어볼 게 있단다. 뭔데? 하고 물어보니, 1모둠이 작

업을 하고 있는 주차장 외벽말고, 안쪽 바닥과 벽 공간을 2

모둠이 작업해도 되겠느냐고 물어본다. 어떻게 하고 싶은

Page 28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지 다시 말해달랬더니, 아이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바닥에 놀이판도 그리고 벽에 그림도 그려

도 되겠느냐고. 1모둠 아이들 의견은 어때? 했더

니, 다들 좋다 나쁘다 말이 없다. 저번 3모둠에 이

어, 우리가 찾은 공간에 다른 아이들이 작업을 한

다니, 선뜻 동의는 안되고, 그렇지만 2모둠이 전

에 찾은 공간은 안된다고 했다니 것도 마음이 쓰

이는, 미묘한 마음들이 아닐지. 2모둠 상황을 다

시 한 번 정리를 해주면서 우리는 이쪽 벽을 중점

적으로 하기로 했었으니까, 저쪽 벽이랑 바닥은 2

모둠이 해도 좋지 않을까 했더니, 아이들과 무카

의 이야기를 한참 진지하게 듣고 있던 세리 녀석,

냉큼 조건을 단다. 그럼 대신, 저쪽 벽에 원래 하

려고 했던 ‘여기 이런 작업들은 우리자리 공부방

친구들이 한 거에요’ 라고 써서 알리기로 했던 알

림판을 꼭 써달란다. 3모둠한테도 그러더니... 자

슥...ㅎㅎㅎ 2모둠이 세리 의견에 동의, 유진이와

다흰이도 모두 동의하면서, 제일 교회 주차장은 2

개의 모둠이 함께 꾸미는 공간이 되었다.

2모둠 녀석들이 다시 주차장 구석에서 작업 계

획들을 세우고 있는 동안, 계단 작업 역시 다시 진

행되었다. 나름 잘해보려 애쓰는 모습들이건만, 아무래

도 오늘 안에 계단 미장을 다 하기는 힘들 모양이다. 아

직 반도 안됐는데 수업시간이 훌쩍 넘어버렸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아이들도 지치기 시작했다. 오늘은 일단 여

기까지 하고, 마무리 작업은 무카가 대략 해놓기로 했다.

낼도 낮에는 미장작업 할 테니까 공부방 수업하기 전에

와서 다같이 나머지 작업 하자. “낼도 두 시쯤 오면 되

지?” 하고 묻는 세리 눈빛이 꽤 진지하다. 그러면서도 막

상 마무리하면서는 옷에 시멘트가 묻었네, 엄마한테 죽

었네, 입이 또 이만큼씩들 나왔다. 에고에고... 옷에 비닐

이라도 좀 씌워줄껄.

아이들이 돌아간 후, 마무리 작업은 다시 시작이다. 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85

284 :놀이영역9차

Page 28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십원 오빠까지 함께 남아, 아이들이 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위로 나머지 계단을 더 쌓아올렸다. 일정이 길지 않은 놀이

영역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생각한 작업을 다 끝내려면, 아무래도 오늘 안에 계단 기초 미장은 해놓아야만 한다. 어둑어

둑 거의 해가 져서야 대략의 벽돌 조적이 마무리되었다. 아무래도 좀 더 손을 봐야 할 곳이 있지만, 내일 계단 옆 미장을

하며 같이 손보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아이들과 계속 밖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해도 점점 빨리 질텐데. 그래도

자기들이 낸 의견을 바탕으로 직접 작업을 하는 것이 확실히 더 재미있긴 한 모양이다. 특히 세리의 열의는 놀라울 정도

다. 다만 아이들이 직접 작업하면서도 튼튼하게 잘 만들 수 있도록 하려면, 조율을 정말 잘 해야할 듯 하다. 놀이영역에

서 제일 고민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수업이 끝난 다음날, 다시 가 본 주차장 계단은 벌써 무너져 있었다. 아마도 누군가가 장난을 쳤던지 실수로 건드리면

서, 제대로 시멘트가 굳지 않은 벽돌들이 무너져 내린 듯 했다. 무너졌을지언정, 그래도 누군가 고 자리 고대로 얌전히

벽돌들을 정리해 놓았다... 동네 작업이 정말 쉽지 않구나 다시금 절감하면서도, 헤집어져 채여 있는 게 아니라 다시 얌

전히 쌓여있는 벽돌들이, 딱 이만큼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 모습인 것 같기도 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무너져 쌓

여있는 벽돌들을 뒤돌아보며 생각한다. 그럴 수 있지, 다시 쌓으면 되지 별 거냐고, 또 막상 아이들과 함께 작업하는 시

간은 즐겁지 않냐고, 몇 번이고 다져 생각한다.

Page 28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ㅇ 본 수업 : 새로운 장소 결정을 위한 회의,

조형 아이디어회의 및 시안작업

▒지난 시간까지의 상황 정리

- 지난 시간에 오지 않은 가영에게 승빈과

은혜가 진행내용 설명

- 동사무소 1차 협의 결과 : 벽화작업이 들

어갔을 때, 주차장이기에 차에 페인트가 묻

을 수 있고 주민들이 싫어할 수 있다는 우려.

동사무소 동장님께 연락했더니 벽화작업이

진행됐을 때, 공간이나 작업물이 훼손될 수

있다고 허락해 주지 않음.

▒장소 선정에 대한 의견 나누기

- 제일교회 주차장 : 차가 많이 다녀서 위

험하고, 주차가 되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

는 작업이 없다, 2모둠이 작업을 한다고 하

면, 같이 하기 는 좀 그렇다

- 동사무소 주차장 : 현재 허락이 안된 상

태이므로 어려울 것 같다

- 공부방 앞 : 허락받기가 쉽다, 공부방

옆 벽에 그림을 그리자, 고물 모으시는 할

아버지께서도 좋아하실 것 같다, 나가봐서

할 게 없으면, 공부방까지 오는 길에 발바

닥 그림을 그리자

[수업분위기] 아이들이 허락을 맡는 부분에 대해 민감한 반

응을 보였고, 다시 허락을 받아야 되는 장소는 꺼려하는 분

위기였음. 허락받기 쉬우니 공부방 앞에서 하자는 의견이

우세했고, 승빈이가 그냥 포기하자는 이야기를 꺼내자, 은

혜가 웬 포기냐는 말로 일축함. 일단 공부방 앞에 나가 장소

를 둘러보고 이야기하기로 함.

▒공부방 주변

둘러보기

- 공부방 건

물 오른편의

폐지 수거 할

아버지의 폐

품이 쌓여 있

는 공간에 대

한 의견 : 너

무 골목이라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올 것 같다(가영), 형들이

스프레이로 낙서한다(승빈), 그냥 입구 유리문에 그림을 그

려넣자(은혜), 원래 만들려던 의자를 만들어 놓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자(사막)

- 꽃놀 텃밭 공간에 대한 의견 : 아이들이 놀 수 있게, 골

목에 롤러코스터처럼 레일을 만들자(가영), 컴퓨터 의자를

ㅇ 들어감 : 현재까지의 상황정리

-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 1모둠은 현장에서 작업을 시작함.

- 2, 3모둠은 공부방에서 함께 지난 시간까지의 흐름을 정리하며, 현재 작업 진행의 가능성

이 있는 장소 상황을 공유

* 현재 작업을 다시 진행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장소

1. 1모둠 공간인 제일교회 주차장 : 이미 교회와 협의가 됐으므로, 1모둠과 합의가 되면 벽화

나 조형작업을 바로 시작할 수 있다

2. 공부방 앞 : 협의가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고 익숙한 장소이니 작업을 진행하기가 쉽다

3. 동사무소 옆 주차장 : 동사무소와는 아직 협의가 안된 상황. 조형작업 아이디어는 많이 나

올 수 있을만한 공간이다.

=> 두 모둠이 상황을 공유한 후, 세부 논의는 모둠별로 진행하기로 함. 2모둠은 먼저 1모둠

공간을 살펴보러 가기로 함.

●3모둠:배움현장기록 9차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87

286 :놀이영역9차

Page 28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뒤집어서 기차를 만들자(승빈)

[수업분위기] 가영이가 장난처럼 레일을 만들자

고 했는데, 의외로 아이들이 크게 호응하여 가영

이 자신도 놀람. 아이들이 자신있게 만들 수 있

다는 반응을 보여, 공부방에 다시 들어가 세부

논의를 진행하기로 함. 전지가 소음 문제를 지

적하자, 아이들이 다시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

각으로 위축됨. 일단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진행

해 보기로 함.

▒레일과 기차 조형작업 아이디어 회의

- 아이들과 교사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레일과 기차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

- 레일에 대한 의견 : 바닥에 그림으로 그리

기로 함.

- 의자에 대한 의견 : 변기통을 이용해 보자(

은혜), 바퀴를 달자(가영), 레일이 그려질 바닥

에 고무를 깔아 소음을 줄이자(전지), 앞부분에

스폰지를 달아 덜 위험하게 하자(승빈), 아이들

이 놀면서 다칠 수 있으니, 놀이 규칙을 정하자

(사막, 가영)

=> 전지가 전에 주워다 놓았던 플라스틱 앉은뱅

이 의자에 바퀴를 달아 기차를 만들고, 꽃놀텃밭

진입로 바닥에 고무를 깔고 그 위에 레일을 그려

소음을 줄이기로 함.

▒작업물 설치에 대한 회의

- 실제 설치가 가능한지, 현실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회의를 진행

* 회의 진행내용

(배움현장기록에

서 발췌)

사막 : 현실적으

로 레일과 의자를

설치하는 게 가능

할까?

은혜 : 아니요,

그러니까 이렇게

해요(그림을 그려

가면서 설명함 -

바닥에 고무를 깔

고, 입구에는 놀

이 방법에 대한

표지판을 설치)

사막 : 바퀴를 어

떤 걸로 할 건지,

결정도 해야 하고, 고무판은 어떻게 구해서 할까?

은혜 : 고무판화할 때 쓰는 고무로!

가영 : 다른 데 달려 있는 걸 떼와서 달면 되죠, 우리가 다 얘기해

놓고 들떠있는 상황인데 선생님이 캐고 들어오니까 찬물끼얹는 것

같아요

은혜 : 그러니까 재료를 다 정해놓은 다음에 해야죠

사막 : 지금이 그걸 얘기하는시간이잖아

[수업분위기] 아이들이 장난을 치기시작하고, 사막은 그냥 아이들을

지켜봄. 가영이가 장난으로 뱉은 말이 진짜가 돼 버렸다며 즐거워

함. 설치방법과 구조, 현실가능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나누다

가, 의자를 만들기 위한 시안 작업을 해보기로 함.

▒의자 시안 그려보기

- 지금까지 나왔던 이야기들을 종합해 정리해 보고, 각자 A4지에

자기가 생각하는 의자의 모양을 그려보기로 함.

- 승빈이가 의자 등받이에 눈, 코, 입을 그리고 팔을 붙여넣자고

제안

Page 28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아이들이 시안 작업을 마친 뒤, 공부방 정현주 교사와 문소연 교사에게 시안을 보이고 의견을 물어봄 :

아이들의 시안 3개 모두 마음에 든다며 셋 다 작업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심.

ㅇ 본 수업 : 조형시안 정리 및 다음 시간 계획

- 주민 협의에 참여하지 않은 가영에게, 은혜와 승빈이가 내용 전달해 주기

- 다음 시간에 구체적인 조형작업 계획을 세우고 재료 준비를 해서 작업을 시작하자

2007년 11월 15일

무카 : 우리 모둠은 계단 조적 작업을 했다. 아이들이 작업해 놓은 것을 오십원 오빠가 다시 마무리했다.(아이들

이 분명히 시멘트로 발랐는데 하나도 안 붙은 걸 보고, 오십원 오빠 왈, ‘대단한 기술’ 이야!) 또한, 주민들의 반응

이 무척 좋았다. 다흰이가 주민들에게 이런 작업을 하는 이유를 설명했을 때 주민들이 칭찬을 해주니 기분이 업되

●수업평가

계획

&

라쿠 : 우리 모둠은 1모둠 제일교회 주차장에서 작업을 하기로 했다. 벽화, 의자 얘기가 나왔고,

가은이가 쓰레기통을 만들자고 했다. 좋았던 게, 가은이에게 조형작업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를 할 수 있냐고 했더니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다시 차근차근 얘기했더니, 어려울 것 같

다고 했다. 벽화보다는 바닥에 그림을 그려넣는 작업을 해보자는 의견으로 정리됐다. 이미 벽화

로 허락을 맡았지만, 작업이 들어가기 전엔 제일교회에 다시 협의를 해야할 것 같다. 공동작업을

제안했는데, 아이들은 개별작업을 원했다. 소명, 세령, 혜민(캐릭터 사다리타기)은 놀이 관련 말

판작업을 제안했다. 먼저 교회와 협의를 해보겠다고 했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89

288 :놀이영역9차

Page 29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참여자 : 세령, 혜민, 소령, 가은, 라쿠, 정현주 교사

- 공부방에서 조형 계획에 대한 간단한 모둠 회의 진행 : 1모둠이 작업

하기로 한 주차장의 다른 부분을 선정해 보기로 함

- 삼성연립 아래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1모둠과 작업에 대한 협의 진행

: 주차장 영역을 나누어 함께 작업하기로 함

- 주차장 공간에서 2모둠이 할 수 있는 조형활동에 대한 회의 진행 : 벽

화, 의자 이야기가 나왔고, 가은이 쓰레기통을 만들자는 제안을 함.

- 공부방으로 돌아와 모둠 회의 진행 : 주차장 바닥에 놀이말판을 그

리는 작업으로 결정하고, 각자가 그려보고 싶은 놀이말판과 조형시안들

을 A4용지에 그려봄

●2모둠:진행 스케치-제일교회 주차장 답사, 개인별 바닥화 시안작업하기

어, 지나가는 사람에게 모두 설명을 했다. 사막네 모둠은 다시 정리해서 얘기할필요가 있다. 아이들을 설득하는 부분. 우리 모둠 계단도 애

매한 부분이 있다.

사막 : 우리는 공부방 앞에 레일과 기차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구체적인 방법은 조금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가영이가 과정을 순차적

으로 생각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라쿠 : 가은이 한 말이 인상깊은 게, “이렇게 할거면 진작에 이러지” 라고 하더라.

Page 29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2모둠

형작업을 진행하는 첫 날이라 다른 날보다 좀 더 일찍 수업을 시작했다. 일단 공부방에 모여 지난 시간 정

리한 조형 시안에 대해 모둠회의를 통해 정리를 한 후, 주차장으로 나가 밑그림과 스케치, 채색작업을 진

행하기로 했다. 기본 조형 작업을 위한 스케치용 분필과 비닐 커버링, 장갑과 바닥화를 그리기 위한 유성 애너

멜 물감과 빈 용기, 그리고 이런 재료들을 놓을 수 있는 작은 작업대를 수레에 싣고, 4시가 좀 넘어, 벽화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1모둠이 있는 삼성연립 옆 제일교회 주차장으로 아이들과 함께 향했다.

현장에 가보니 전지와 무카, 세리가 벌써부터 나와, 벽화를 위한 조색작업(벽화에 들어갈 색 종류를 만드는 작

업)이 한창이다. 뒤늦게 문선이도 모둠활동에 참여하여 작업에 동참할 준비를 한다. 분홍빛, 노랑빛 등 색색이

조공동체미술을가꾸다: 291

290 :놀이영역10차

Page 29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10차수업

9차수업에서 2모둠은 난곡제일교회 주차장, 3모둠은 공부방 앞으로 새로운 작업 영역을 확정하여, 이날부터는 모든 모둠이 조형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예쁜 페인트가 명도가 다르게 만들어지자, 롤러며 붓이며 손에 들고 칠하기 시

작한다. 그럼 그렇지, 이런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2모둠 아이들이 아니지.

혜민이와 세령이, 가은이까지 1모둠 아이들이 작업하는 곳 옆에 붙어, 도와주

겠다는 구실 좋은 멘트를 날리며 저마다 장갑을 끼고 롤러질을 해대기 시작한

다. 덕분에 2모둠 재료 셋팅과 작업준비는 라쿠의 몫이 되어버렸네.ㅋ 준비해

온 재료들을 주차장 바닥에 어느 정도 정돈되게 펼쳐놓고 2모둠 활동 시작을

알리자, 아쉬운 표정으로 하던 일을 멈추고 슬금슬금 모이기 시작한다. 얘들

아, 우리는 2모둠 활동하는 날이거든.... ^^;

1모둠 아이들과 미리 상의를 하고 주차장 안쪽 바닥화를 하기로 한 우리모둠

은, 지난 시간, 놀이를 주제로 주차장 바닥에 그려보고 꾸며볼수 있는 조형 아

이디어들을 내보자는 제안에, 주차장 구획이 직사각형이라 그 안에 각자가 그

려넣고 싶은 놀이판을 그리자는 아이디어를 내었고, 다들 동의하여 미리 한 번

씩 A4 용지에 놀이판 시안을 그려보았었다. 또 놀이가 이루어지는 공간임을

설명해주는 개성 강한 캐릭터를 주차장 입구 안쪽 바닥에 그려넣는 시안도 나

왔었지... 오늘은 그 시안을 토대로 실제 바닥에 스케치와 밑작업을 진행하기

로 하였다. 각자가 바닥화를 그릴 장소를 정하고 위치를 잡는다. 준비해 온 장

갑들을 나눠주고 분필을 이용하여 슥슥 저마다 바닥에 자신들이 정해놓은 시

안대로 스케치를 하기 시작한다.

가은이와 혜민이는 입구 쪽에서 자신들의 캐릭터를 그려 넣는다. 혜민은 본인 특유의 ‘썩은 미소’를 나타내는 혜민

캐릭터고, 가은이는 공손히 인사하는 듯 보이지만 왠지 좀 삐딱해 보이는 귀여운 캐릭터다. 어찌나 자신들을 빼닮았는

지... 옆에다가 잘 노시라는 말풍선을 같이 그려주시는 센스~ 가은이와 혜민이가 같은 바닥에 그림을 그려서인지, 서

로 상의하며 함께 스케치를 그려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두 녀석의 그림은 이제 주차장 안쪽 놀이공간을 안내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겠지.

세령이가 좀 쭈삣쭈삣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시간 확실하게 자신 마음에 드는 시안을 그리지 못해, 오늘 어디다

무엇을 그릴지를 마땅히 정하지 못한 탓이다. 라쿠가 세령이 옆에 붙어 무엇을 그릴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면서, 놀

이와 관련한 내용으로 누구나 다 와서 즐기고 해볼 수 있는 놀이말판을 그려보기로 했다. 이름하여 ‘가위, 바위, 보’. 손

모둠별 조형작업ㆍⅠ

Page 29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바닥과 발바닥을 여기저기 그려넣어, 실제로 땅을

짚어 손대보기도 하고 발바닥을 밟으며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게 구성해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

고 함께 스케치를 시작했다. 라쿠 손발, 현주샘 손

발, 세령이 손발 모양을 그대로 본 따 주차 구역

한 칸을 메우기 시작했다.

세령이가 그린 바닥화 옆칸은 소명이의 몫. 묵묵

히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그리는 소명이의 태도가

진지하다. 지난 번 주민 협의 때 맘 상한 것이 이제

는 많이 풀어진 듯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채 듣지

도 않고 돌아섰던 반장 아주머니에 대한 서운한 감

정과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던 소명이지

만, 금새 먼저 대안을 찾고자 노력했던 소명이다.

좀 거칠고 감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준 소명이지만, 오

늘 시간만큼은 꽤나 듬직해보인다. 라쿠가 옆으로 살포시

다가가 이 바닥화가 어떤 내용의 말판이냐고 묻자 ‘시작,

끝놀이’이라는 좀 애매한 제목을 댄다. 그러면서 바로 설

명모드로 돌입, 각 모서리 끝이 시작과 끝이 되어 두사람

이 함께 말판을 밟으며 하는 놀이라고 한다. 라쿠의 이해

력으로는 잘 해독이 안되는 놀이 말판인 듯. ^^;

거의 스케치가 끝나 채색작업 준비에 들어간다. 채색작

업에 쓸 작은 롤러들을 보고 장난끼가 발동한 우리 모둠.

일렬로 서서 등을 긁어 주는 즉석 퍼포먼스 한번 해주시

고...ㅋ 이것이 현장 작업이 지닌 맛이 아닐런지. 작업복

을 따로 준비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먼저 비닐 커버링

으로 즉석 작업복을 만들어주었다. 이것도 나름 재미가

있었는지 치마와 원피스 등 다양한 모양으로 붙이고 감

고 모양을 만들어 입는다. 입는다기보다 둘러 싼다는 표

현이 더 맞을 듯 싶지만.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나 싶을 정도로 금새 날이 어두

워진다. 서둘러 필요한 색깔들을 섞어 준비한 용기에 담

아 각자가 그린 스케치에 색을 칠하기 시작한다. 금새 어

두워져 채색을 더이상 할 수 없을 것 같아, 다음 시간에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93

292 :놀이영역10차

Page 29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이어서 진행하자고 이야기하고 칠하던 색까지 마저 칠하고 정리를 한다.

후우, 다른 모둠도 마찬가지겠지만 놀이영역 모둠활동에서 과정 상의 어려움을 맛 본 2모둠에게, 오늘의 시간은 참

다행스럽고 그만큼 더 즐거웠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중하고 세밀한 프로그램의 과정을 디자인하며 시행착오

를 통해 의미화하는 인식작업도 중요할테지만, 아이들이 직접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동네의 한 공간에 조형작업을 자유롭

게 해볼 수 있는 경험을 가지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아무런 맥락없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동네, 공공장소, 함께 하는 공동작업이라는 내용

을 배워가며, 놀이라는 아이들의 영역을 스스로 꾸며나가

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는 말이다. 앞으로 달라질 동네 주

차장을 상상하며...

Page 29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ㅇ 본 수업 : 모둠 별 작업진행

▒주차장 외부 담벼락에 바탕색 칠하기

- 참여자 : 문선, 세리, 무카, 전지

- 역할분담 : 무카가 조색을 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페인트칠을 함.

- 작업내용 : 담벼락 외벽에 오른쪽에서부

터 왼쪽으로 옅은 노란색에서 붉은 색으로

이어지는 그라데이션으로 페인트칠을 함.

담을 대략 7부분으로 나누어 아이들이 롤러

와 붓을 번갈아 써가며 페인트칠을 했고, 그

라데이션으로 겹치는 부분은 전지가 도움.

- 수업 전, 미리 작업 도구를 준비했고, 담

벼락 밑에 비닐을 깔고, 이 곳에서 어떤 작업

이 진행되는지에 대한 안내문을 부착함.

[수업진행상황] 무카와 전지가 수업 전 현장에 도착해, 담벼

락밑에 비닐을 깔

고 페인트 조색을

시작함. 세리가 제

일 먼저 도착해, 세

령이와 함께 조색

작업을 도움. 얼마

뒤 문선이 도착하

여, 아이들에게 비

닐옷을 입힌 뒤, 롤

러와 붓을 주고 작

업을 시작함. 문선

이 일을 하면서 작

업의 능률을 올릴

만한 재미있는 이

ㅇ 들어감 : 모둠별 작업 준비

- 1모둠은 낮부터 이미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으므로, 4시에 아이들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작

업을 시작함.

- 2, 3 모둠은 공부방에서 작업 계획을 정리한 후, 모둠별 공간으로 가서 작업을 진행함.

●1모둠:배움현장기록 10차

* 모둠별 조형작업이 진행된 10차 - 12차까지의 수업에서는 별도로 수업평가회의를 진행하지 않고, 모둠별 진행상황과 남은 작업 계획, 일정 협의만

진행하였음.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95

294 :놀이영역10차

Page 29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참여자 : 승빈, 가영, 은혜, 사막

- 공부방 텃밭 진입로에 기차 레일 모양으로 바닥화 그리기

- 유성페인터로 아이들이 생각한 레일 모양을 그려넣음

- 바퀴의자 만들기를 위한 각재 및 재료 준비하기

●3모둠:진행스케치-조형작업진행

야기들을 하여 분위기를 돋구었음. 세리는 문선에게 꼼꼼하게 칠하라고 구박함. 아이들과 교사의 옷에 페인트가 묻기도

하고 조금씩 산만하기도 했으나, 자연스럽게 열심히 작업하는 분위기였음. 수업 시간 안에 작업이 마무리됨. 계단을 만든

부분의 시멘트가 부스러져, 조적과 미장 보완작업을 하기로 하고, 다음 작업 일정을 이야기한 후 수업을 마무리함.

[수업진행상황] 4시가 조금 넘어서 현장으로 온 2모둠 아이들은, 처음에는 1모둠이 작업하고 있는 옆에서 조언과 충고

를 하거나 도와주기도 하였음. 조색 등 작업을 할 준비가 끝난 라쿠가 아이들을 불러 작업을 시작하도록 함. 2모둠 아이

들 특성대로, 아이들이 알아서 자기 작업에 매우 열중하는 분위기였음. 수업 시간 안에 작업이 끝나지 못해, 하던 작업

까지만 마무리하고 다음 시간에 연결해 작업하기로 함.

ㅇ 본 수업 : 작업 정리 및 현장 뒷정리

Page 29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1모둠

마 전 문틀이 휘어지는 바람에, 열고 닫을 때 심하게 ‘끼익’ 대는 소리가 나는 작업실 문이, 오후 3시 전

후로 ‘끼익, 쿵’ 하고 열리면, 내다보지 않아도 아이들이다. 어김없이 ‘끼익, 쿵’, 다음에는 “동동이(작업

실 고양이) 어디 있어요?”, 우당탕탕, “여기있다!”, 그리고는 중간 사무실 여기저기에 한두녀석씩 걸터앉거나

서서는, “동동아, 잘 있었어? 이거 먹여도 돼요?, ....”, 그 다음엔, “뭐 하고 있어요?” 부터, 오늘은 뭐할 거에

요, 또 담배폈구나, 재밌는 노래 들려줄까요, 공알공알공알... 이제는 거의 하루 일과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겨

우겨우 자아, 새참 먹을 시간이니까 공부방 가야지, 하고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다시 하루 일과의 또 하나가 시

작된다. 페인트통과 붓, 대야, 비닐, 신나 등등을 챙겨 두바퀴 수레에 싣기. 수업이 있든 없든 요즈음은 거의 하

루의 고정일과같은 느낌. 오늘은 수업이 있는 날이다.

얼공동체미술을가꾸다: 297

296 :놀이영역11차

Page 29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11차수업

모둠별 조형작업이 진행되었다. 수업 시간 안에서 모든 작업을 소화하기 힘들어, 수업 이외의 시간에 상시적으로 작업을 진행하였고, 밑작업이나 다듬기, 마무리 작업 등은 아이들과의 작업 이외의 시간에 공동체미술팀이 진행하였다.

지난 시간에 그라데이션으로 벽을 칠했던 우리 모둠. 오늘은 그림자를 그리기

로 한 날이다. 담위에서 노는 모습을 촬영했던 사진을 A4지 한 장 크기로 출력

한 후, 이걸 벽에다 어떻게 크게 그려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전지가 그림

을 확대해서 그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사진 위에 십자로 선을 그어 그리고 싶은

것을 4방향으로 분할한 후, 벽에도 역시 십자로 크게 선을 그어, 각 부분을 벽

위에 확대해서 그리는 것이다. 호오, 이렇게 그리는 거였구나.... 신기하다.

드디어 수업시간. 역시나 수레에 페인트며 도구들을 그득 담고 라쿠와 함께

‘달달달’ 주차장으로 향한다. 주차장에 1모둠과 2모둠 짐을 펼쳐놓고 수업 준

비를 한다. 그림자를 그릴 벽 앞에 비닐을 주르륵 깔고 페인트도 한쪽에 늘어

놓는다. 라쿠가 주차장 안에 비닐을 깔고 페인트통을 늘어놓는 옆에서, 사막도

라쿠 모둠의 재료를 조금씩 나누어 담는다.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지라, 2모둠

과 3모둠은 재료가 겹치기 때문이다. 3모둠은 오늘 의자에 그림을 그리고 색

을 칠한다고 했다. 날씨가 많이 추워진 요즘, 수업 준비를 하면서도 손이 시려

오는 것을 느낀다. 오늘도 추울텐데. 걱정스럽다.

잠시 후, 우르르 몰려내려온 아이들. 2모둠 녀석들은 자연스럽게 주차장 안

쪽 페인트통 옆에 모이더니 알아서 도구를 집어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개인작업 중심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누가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현주샘도 종이컵에 페인트를 담아 주차장 한쪽 구석으로 가더니 그림을 그

리기 시작한다.

벽 위에 그림자를 그려야 하는 우리 모둠. 어떻게 그려요, 하고 둘러싼다. 전지에게 배운대로, 벽 위에 그림을 크게 그

리는 법을 알려준 뒤, 전에 벽화용으로 촬영했던 사진들을 펼쳐놓아준다. 나 이거, 난 이거, 하고 사진들을 고른다. 자주

빠지던 문선이가 지난 시간에 이어 나온 대신, 오늘은 유진이가 빠졌다. 에이... 하필 오늘처럼 자기 그림을 그리게 되는

날, 이녀석..... 분필을 나누어준 뒤, 벽의 원하는 자리에 서서 스케치를 해보도록 한다. 면장갑은 지우개다.

문선이는 아예 철퍼덕 엉덩이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슥슥 그려가시는 폼이... 아무리 봐도 동네 중견작가 포스다...

어찌 이 분을 초등학교 5학년이라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세리는 얼마 뒤 잠바까지 벗어던졌다. 자기 그림을 몇 개 그리

모둠별 조형작업ㆍⅡ

Page 29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고 나서는, 문선이와 다흰이가 그리는 모습을 보

며 코치를 한다. 여긴 이상하잖아, 여기랑 여긴 너

무 가깝잖아, 옆으로 더 가....ㅎㅎㅎ 다흰이는 이

렇게 그려도 돼요, 아, 이상해, 하며 공시랑대기

시작한다. 하지만 잘 그렸네, 음, 여긴 이렇게 해

보면 어때, 하고 같이 이야기해주자, 신이 나서 다

시 그려가기 시작한다. 무카도 아이들 틈에 끼어

그림자를 그려본다. 확대해서 그려야 하는데다 거

꾸로 그려지는 그림자. 그릴 때는 제대로 한 것 같

은데, 뒤로 한발짝 물러서서 보면 뭔가 좀 어색하

다. 허어...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네.

한창 스케치들을 하고 있는데, 뒤로 지나가는 어

른들이 아이들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을 넘겨다 보

기도 하고, 뭘 하고 있냐고 물어보기도 하신다. 다

흰이는 이내 작업을 멈추고, “저희는요, 우리자리

공부방인데요, 여기다가 벽화 그리는 거에요...” 하면서

신나게 설명을 해댄다. “아이구, 추운데 고생하네, 기특

하네.” 하시며 칭찬을 해주시는 어른들의 말씀이 여간 뿌

듯한 게 아닌가보다. 사람들이 지나가거나 관심을 보이

면, 바로 안내 모드로 돌입, 작업보단 설명이 더 즐거워

보인다. 다른 아이들도 말은 안하지만, 어른들의 한 마

디 한 마디에 힘을 받는 건 사실인가보다. 어깨에 힘들

이 들어간다.

어느 정도 스케치들이 완성돼 가는 걸 보고, 얼른 그림

자를 그릴 페인트 조색을 시작했다. 지난 시간에도 그랬

지만, 역시 페인트 조색은 너무 어렵다. 벽의 바탕을 그

라데이션으로 처리했던 것처럼, 그림자도 오른쪽부터 왼

쪽으로 점점 진해지도록 칠하기로 했기 때문에, 하늘빛

에 가까운 파랑부터 거의 까맣게까지 보이는 남색으로 5

가지 정도의 색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도무지

원하는 칼라가 안나온다. 파란 색소에 까만 색소를 조금

씩 타서 하얀 페인트로 농도 조절을 해줘야 되는데, 아무

리 섞고 저어도, 영 애먼 색만 나온다. 아트의 세계는 역

시... 기술직이다....ㅋㅋㅋㅋ 무카가 초보 기술로 끙끙

공동체미술을가꾸다: 299

298 :놀이영역11차

Page 30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대며 조색을 하는 동안, 전지가 아이들에게 비닐옷을 입혀준다. 마스킹 테이프로 양 팔을 감고 치마처럼 온 몸을 비닐로

둘러버리고 있으니, 뭐, 옷이라기엔 살짝 민망하긴 하지만. 다흰이가 몸에 전지 손이 닿는다고, 앙알대며 도망다니는 소

리가 멀리서도 들린다. ㅎㅎㅎ

벽을 5개 정도의 영역으로 분할해, 각 지점에 맞는 색이 담긴 페인트통을 놓았다. 색칠 시작. 그림에 비해 붓이 좀 둔

탁하고 넓어서 아무래도 그리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다 보면 붓이 자꾸 삐져나가는 모양이다. 세심하게 잘 칠

해야지 하면서도 막상 그게 잘 안되는지라, 삐져나간 부분을 수습하다보면 자꾸만 그림이 커져간다. 페인트를 너무 많

이 찍는 바람에 순식간에 주륵 흘러내리기도 하니, 이래저래 쉽지는 않다. 잘 되네, 안되네, 하면서도 어떻게든 잘 그려

보려 애쓰는 모습들이 역력하다.

2모둠 아이들도 그림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개인작업에 몰입도가 워낙 강한 녀석들이라, 누가 시키고 말고

할 것도 없어보인다. 저만치 주차장 구석 벽에서 깜찍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모습을 그리고 있는 현주샘 역

시 마찬가지. 라쿠도 한쪽 바닥에 자리를 잡고 자기 작업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고 어른들이고, 누가 뭐랄것도 없이 작

업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주변이 살살 어두워져 온다. 11월 말이 다가오며, 해도 일찍 진다. 기온도 훨씬 떨어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 춥다고 손

을 쥐었다 폈다 해가면서도, 아이들은 아직 열심히 그림자를 그리고 있다. 2모둠 아이들이 작업을 정리하고 있는데도,

아직 색칠해야 할 그림자가 남았다. 페인트가 굳어버리면 다시 칠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오늘 그림

자는 다 그리고 가자 했더니, 춥다고 툴툴대면서도 끝까지 붓을 놓아버리진 않는다. 결국 가로등이 켜지고나서야 작업

이 끝났다.

Page 30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여기저기 알록달록해진 주차장. 조금 너무 튀지 않

나 싶은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주차장 작업을 하며

매일 만나게 되는 동네 주민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

다. 삭막한 회색 시멘트색만 주욱 이어져 있던 골목

에, 알록달록 아이들의 그림들이 채워지는 것이, 평

범하던 동네에 작은 재미가 되는 모양이다. 작업을

하는 기간 내내, 주차장 앞을 지나가는 거의 대부분

의 어른들이 한두마디씩 말을 건네며 반응을 보이신

다. 대부분, 정말 고생한다, 너무 좋다, 재미있다는

반응들을 보이고, 그림자가 왜 거꾸로 그려져 있는

지 호기심 가득 어린 눈빛으로 물어보기도 한다. 간

혹 우리집 앞 벽도 이렇게 그리면 좋겠다거나 돈은 받고 일하냐고 걱정해 주시는 말씀을 하는 분들도 있다. 물

론 직접적으로 자신과 관계되지는 않지만, 지나가면서 살짝 보게 되는 공간이라는 이유도 있을게다. 주민 협의

를 하며 느꼈던 벽과는 조금 다른 느낌들인 것을 보면 말이다. 아이들도 이런 주민들의 반응에 꽤 힘을 얻는 모

양이다. 서로에게 커다란 의미를 억지로 부여하려 하지는 않지만, 익숙하던 것을 조금은 다르게 볼 수 있는 계

기가, 아이들에게도, 주민들에게도, 우리 스스로에게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01

300 :놀이영역11차

Page 30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ㅇ 본 수업 : 모둠 별 작업진행

▒2모둠 : 바닥 벽화 그리기

- 참여자 : 혜민, 세령, 가은, 소명(소명은

5시 반쯤 늦게 도착), 라쿠, 정현주 교사

- 진행내용 : 개별 벽화작업 진행

[수업진행상황] 라쿠가 미리 페인트 조색 등

을 준비해 놓았고, 아이들은 주차장에 도착

하자 알아서 각자 자기 작업을 계속 진행하

였음. 정현주 교사는 주차장 안쪽에 아이들

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하는

모습을 그렸고, 라쿠도 주차장 안쪽에 말풍

선 작업을 진행함. 늦게 도착한 소명이는 다

른 아이들이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자, 늦

게 시작해도 다 할 수 있다고 자신있어 함.

전지가 아이들에게 비닐옷을

입혀줌. 어느 정도 작업이 진

행된 후, 수업 정리 시간이 되

어, 1모둠보다 먼저 수업을

마무리함.

[수업진행상황] 4시가 조금

넘어서 현장으로 온 2모둠 아

이들은, 처음에는 1모둠이 작

업하고 있는 옆에서 조언과

충고를 하거나 도와주기도 하였음. 조색 등 작업을 할 준비가 끝난 라

쿠가 아이들을 불러 작업을 시작하도록 함. 2모둠 아이들 특성대로, 아

이들이 알아서 자기 작업에 매우 열중하는 분위기였음. 수업 시간 안에

작업이 끝나지 못해, 하던 작업까지만 마무리하고 다음 시간에 연결해

작업하기로 함.

ㅇ 마무리 : 1모둠 작업이 끝난 후, 현장을 정리하고 마무리

ㅇ 들어감 : 모둠별 작업 준비

●2모둠:배움현장기록 11차

Page 30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참여자 : 세령, 혜민, 가은, 소명, 현주샘, 라쿠

2모둠 아이들의 바닥그림 내용

- 소명 : 시작-끝 놀이말판

- 세령 : 손바닥, 발바닥 놀이말판

- 가은 : 어서오십쇼 캐릭터

- 혜민 :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썩쏘 캐릭터

●2모둠:진행스케치-난곡제일교회 주차장 바닥그림 그리기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03

302 :놀이영역11차

Page 30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참여자 : 은혜, 가은, 승빈, 사막

- 공부방 앞에 놓일 바퀴의자에 바퀴달기를 위한 각재 재단하기

- 바퀴의자 2개에 유성페인트로 그림 그리고 색칠하기

●3모둠:진행스케치-공부방앞 바퀴의자 만들기

Page 30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3모둠

이은 바깥작업에, 아이들이 혹시 감기엔 걸리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오늘은 은혜가 만들 의자도 구

했으니 수업준비 끝이다. “내 것만 없는 것 같아요, 그냥 그렇다구요.” 개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존중되

고 자율과 개성도 중요하지만 협동심을 알아야 하기에, 내 것, 네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을 만들어가기 바라는 마

음으로 의자를 두 개만 준비하였고, 아이디어 스케치를 해놓은 가영과 승빈이한테만 자연스레 밑그림이 맡겨진

것에 대해 은혜가 한 말이다. 그럴 법도 하였다. 마음에 걸려서 오전 내내 동네를 샅샅이 뒤져 다행히 버려진 의

자를 발견하여 기뻤다. 처음 의도완 상관없이 각자 하나씩 맡아 의자를 만드는 것에 크게 무리가 없어보였고, 승

빈과 가영인 자신이 스케치한 그림을 보고 의자의 밑색칠을 끝낸 상태였다. 물감박스, 비닐, 붓, 물통, 각재, 나

사못, 드라이버, 톱과 망치, 505본드 등이 준비되었다.

연공동체미술을가꾸다: 305

304 :놀이영역12차

Page 30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12차수업

프로젝트의 작업기한때문에 놀이영역을 계속 진행하기가 어려워, 모둠별 작업이 다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이날까지 대략의 조형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모둠별로 12차 수업에서 완결하지 못한 작업(코팅, 간판 부착 등)은 놀이영역이 마무리된 후에도 수업 이외의 시간을 활용해 아이들과 함께 진행하였다.

자! 이제 공부방으로 가볼까! 수업시간이 다 되어 물감과 붓 등을 먼저 갖다놓

으려 가는데, 저만치 앞에서 승빈이와 가영이가 달려온다. 잘 만났다, 얘들아!

“자, 승빈이는 이거 들고...” 가영이도 거들 기세여서 나눠서 들었다. 그렇게

두 번을 왔다 갔다 하며 재료를 가져다놓고 공부방 앞길에 비닐로 자리를 폈다.

바람이 부는 차가운 날씨에 비닐이 자꾸 날린다. 물건을 올려놓는 걸로 겨우 고

정시키고, 물감들을 그 위에 배치했다. 나머지 준비물들은 툇마루 위에 나란히

올려 구분이 가도록 하였다. 이것들은 본드칠을 하고 나사못을 박을 것들이기

때문에 섞이면 헷갈리니깐 그렇게 했던 것이다. 승빈이는 주워온 바퀴에 관심

을 가지기 시작한다. “이거 어디서 주웠어요?” 이 바퀴들은 신림동이 아닌 다

른 지역에서 사람들이 버린 가구 부속품이었는데, 그것을 떼어 보관하고 있다

가 여기에 쓰이면 좋을 것 같아 가져왔다고 알려주자, 좀 더 새 것으로 보이는

것이 자신의 것이라며 말도장을 찍는다. 승빈아~ 그렇게는 안 될껄. ^^

전 시간에 이어 아이들은 비닐옷을 먼저 입으려고 난리다. 각자 서로의 것을

해주면 좋으련만 꼭 내 손을 빌려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세 명의 아이들에게

두 팔과 두 다리를 비닐로 감싸준 뒤, 몸통을 빙~하고 돌리면 비닐 옷이 완성

되고, 찢어지는 곳이 없으면 그대로 수업이 되지만 꼭 다시 풀려 테이프를 붙

여 달라고 조르는 통에 손이 바쁘다.

오늘은 우선 의자 밑에 붙일 바퀴를 연결하기 위해, 적당한 크기로 각재를 잘라 사각으로 505본드를 이용해 붙여놓고,

굳기를 기다렸다가 격자를 대어 고정을 시키는 작업을 하였다. 승빈이와 은혜가 자른 나무에 어젯밤 미리 505본드를 발

라 굳히기 작업을 해놓아, 사각 틀 하나는 바로 격자와 바퀴를 달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남은 두 개의 사각 틀에

본드를 발라 두고, 승빈, 가영, 은혜, 사막은 모두 각각 바퀴 하나씩을 잡고 달기 위해 드라이버를 들었다. 나사가 중앙

으로 똑바로 들어가야 되는데 승빈이는 어쩐지 어려운가 보다. 위에서 아래로 누르면서 “이렇게~ 힘껏 하는 거야”. 몇

번인지 우여곡절 끝에 네 개의 나사못이 박혔다. 은혜도 중심을 잡는다고, 박았던 못을 다시 풀고 박기를 여러 번 하면

서 재밌어하는 것 같았다. 바퀴가 다 달리자, 승빈이와 가영이는 냉큼 타보자며 레일 위로 달려갔다. 레일은 직선으로 나

란히 그린 반면, 굴러오는 바퀴는 지형을 타고 중간에 곡선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자, 가영이가 이걸 타면 S자로 온다며

알아두라는 말투다. ‘그렇지, 가영아~’. ^^

모둠별 조형작업ㆍⅢ

Page 30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만들어진 바퀴는 의자의 그림이 완성된 가영이

에게로 가서 에나멜 빨강페인트로 칠해졌다. “근

데 가영아~ 어디가! 이거 해야지~” 가영이는 한

시도 진득이 하질 못하고 공부방을 들락날락 한

다. 은혜는 그새 자신의 의자에 검은색을 칠하고

있었다. “선생님, 저 빠르죠?” 하며 씩 웃는다. “

오~ 은혜 정말 빠른데~” 하며 맞장구를 쳤다. 아

까부터 계속 몸을 비틀고, 붓은 들고 있는데 통 그

리지 않는 승빈이는, 좋은 아이디어와 그림솜씨가

잘 발휘되지 않고 있다. 자꾸 미리 그려 놓은 건

어쩌고 다른 것을 그리겠다는 통에, “승빈아, 제

발 좀 해” 하고 이야기하게 된다. 평면인 종이에

서 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나 보다. 의자에 얼

굴 모양을 그리기로 한 승빈이. 얼굴색을 먼저 쭉

쭉 칠해 나가니 그때서야 따라 시작한다. 삐뚤빼

뚤하게 그려져서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색을

꼭 선에 다 채워야 하고,

그 선을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은 고정관념임

을, 승빈이가 보기 좋게

깨우쳐 준다. 몹시 추운

탓에 공부방을 들락날락

하던 가영이가, 붓을 들

고 돌리고 있더니, 은혜

에게 한마디 한다. “재

밌지 않냐? 못 할 줄 알

았는데...” 느닷없는 말

에, 깜짝 놀랐다. 가영

이는 이렇게 차츰 만들

어지는 것이 내심 기뻤

나보다.

“5분을 작업하더라도

조명을 켜고 하는 게 났겠지?” 해가 저무는 5시 50분, 작

업량도 남아있고 정리정돈하려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

이 들었다. 조명을 가지러 가려는 찰나, 전지가 가져오겠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07

306 :놀이영역12차

Page 30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다며 몸을 돌렸다. 조명이 도착하자, 가영이와 승빈이가 달아보겠다며 묶여있는 줄

을 풀며 실랑이를 하는 도중, 그만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크게 무안했던지, 가영

이는 큰소리로 “야!” 라며 승빈이의 등짝을 쩍! 하니 내리쳤다. 보고도 못 본 척,

둘이 해결할 수 있도록 속으로 ‘안심, 안심’ 을 외치는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승빈

이는 이런 상황을 전지에게 얘기하고 있고, 은혜는 흰색으로 발바닥 그림을 마무리

짓고 있었다. 만드는 작업은 오늘로써 일단락짓기로 하고 썼던 도구들을 다 정리하

다 가영이가 말한다. “선생님 다음에 또 해요”. 그리고 동시에 들리는 소리, “이제

가도 되죠?” 얼추 정리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승빈이는 이 말을 뱉자마자 사라졌

다. 어느덧 가영이와 은혜도 공부방 안으로 들어갔다.

작업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엎어지고 다시 계획하고, 합의하여 완성되어지는 오

늘의 시간이 붓만 오래 들고 있는 것 보다 훨씬 큰 가르침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주변이 어두컴컴한데다, 마르지 않은 의자들이 시꺼멓게 보이고, 물품들은 몇 더미

쌓였는데, 왜 ! 뿌듯함이 밀려오는 거지. 묘한 기분이 든다.

Page 30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참여자 : 다흰, 문선, 세리, 유진, 무카

- 그림자 벽화 위에 코팅제 칠하기

- 주차장 담벼락 윗부분에 발바닥 그리기

●1모둠:진행스케치-벽화에 코팅제 시공 및 기타작업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09

308 :놀이영역12차

Page 31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참여자 : 세령, 혜민, 가은, 소명, 현주샘, 라쿠

- 아이들은 바닥 놀이말판과 캐릭터 채색을 완성하고, 라쿠도 주차 공간 한 켠에 말풍선 바닥화작업을

진행하여 마무리

- 수시로 차가 드나드는 장소이기에 페인트가 잘 벗겨져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우레탄 코팅제로 코팅

[수업분위기] 2모둠 아이들이 마무리 페인트칠을 하고 있을 때, 주차장에서 김장용 배추를 나르던 트럭이

실수로 덜 마른 소명의 바닥화를 밟고 지나가면서, 소명의 그림에 타이어 자국이 생기고 페인트가 번지는

일이 일어남. 소명이가 심하게 화가 나, 트럭 아저씨가 사과를 하셨음에도 화를 내며 자기 작업을 더이상

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임. 현주샘이 소명이와 따로 이야기를 나누며 상황을 정리해 보았으나, 마음이 쉽

게 풀리지는 않았음. 다른 아이들은 이날 작업을 마무리하였고,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바닥화

위에 마스킹테이프로 그림을 덮어두기로 하였음.

●2모둠:진행스케치-주차장 바닥그림 완성 및 코팅제 칠하기

Page 31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기도 하고 우여곡절도 많았던 놀이영역을 드디어 마무리하는 날. 장장 두달에 걸쳐 부대끼던 영역이니만

큼 정리하는 느낌이 남다르기도 하련만, 세 모둠 모두 아직 작은 마무리작업들이 남은터라, 마무리의 느

낌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은 것 같다. 아이들 분위기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는 남은 재활용영역과 프로젝트 마무

리에 대한 생각들이 겹쳐 더 그렇기도 한 듯 하다. 오늘은 전체 과정을 마무리하는 수업인만큼, 아이들이 그동

안 느꼈던 것들을 가능한 많이 들어보고 많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전체 수업을 시작하기 전, 모둠별로 남은 작업에 대한 계획과 일정을 정리하는 모둠 회의를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오늘도 참여하지 못한 문선이의 빈 자리가 마음에 걸린다. 담벼락 작업이 모두 끝난 우리 모둠의 남은 작

업은 안내판 만들기. 예전 텃밭 간판을 만들때 색칠만 해놓고 쓰지 않았던 스기목 4개가 딱이겠다 싶어 가져왔

더니, 아이들 역시도 마음에 드는가 보다. 서로 마음에 드는 색을 고른다고 난리. 겨우 진정시켜 하나씩 고르게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11

310 :놀이영역13차

Page 31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13차수업

한달 반동안 프로젝트 안의 프로젝트 성격으로, 계획에서 실행까지를 모두 진행해 보았던 것을 감안해, 놀이영역은 따로 전체 마무리와 평가의 자리를 가져보고자 하였다. 모둠별로 조금씩 다른 과정과 내용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간략하게 모둠별 활동 슬라이드를 보며 내용을 정리해 보고, 전체적인 느낌들을 나누어 보고자 하였다.

한 뒤, 안내판 내용을 정하기로 했다. 종이에 정리를 해가며, 담벼락에 부착될

안내판 내용을 이야기해 보게 했더니, 이 작업은 우리자리 공부방 아이들이 한

것이란 이야기, 여기서 놀 수 있는 방법들, 담벼락에서 놀 때 주의해야 할 방법

등 크게 3종류의 이야기로 정리되었다. 내용을 하나씩 맡아 물감으로 써넣기

로 하고, 글씨색도 정해 보았다. 다흰이가 주황색 나무에 ‘우리자리 공부방 아

이들이 만들었어요’란 내용을, 유진이가 연두색 나무에 ‘여기에서 놀 때는 차

와 오토바이를 조심하고 서로 밀치지 마세요’란 이야기를, 세리가 보라색 나무

에 ‘여기에서 놀 수 있는 방법(담벼락 위 발자국을 따라간다, 벽에 그려진 그

림자 모양을 따라해 본다 등)’을 써넣기로 하고, 남은 노란색은 다음에 문선이

가 오면 문선이가 작업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수업이 끝난 뒤, 작업실로 이

동해서 안내판작업을 하기로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모둠은 이미 회의가

끝난 듯 시끌시끌 산만한 모습들이다. 서둘러 모둠 회의를 정리하고 전체 수업

할 분위기를 만들기로 했다.

책상 2개를 붙이고 모두가 둘러앉자, 전체 수업이 시작되었다. 라쿠가 모둠별

로 진행된 회의 내용을 물어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 놀이영역을 시작하

며 지역을 답사했던 것부터, 조형계획을 잡아보았던 것, 주민 협의를 하러 갔

던 일, 작업 공간을 변경하거나 계획을 수정하고 실제 작업을 해보았던 전 과

정들을 한 번에 전달해 주려는 의도는 좋았는데... 아이들에게 질문도 하고 의

미도 이야기하며 전체 과정도 설명하려니, 이야기가 예상치 못하게 주욱 길어져 버렸다. 이야기란 게 자체 탄성이 있는

지라, 하다가 길어졌다고 중간에 뚝 끊어지지는 않는 법. 아이들이 몸을 뒤틀기 시작하더니, 이내 장난과 산만으로 흘러

버렸다. 몇 주간 밖에서 몸쓰는 작업을 하다가 간만에 한 곳에 얌전히 앉아있으려니 좀이 쑤시기도 할 게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마무리된 후, 모둠별로 준비한 짧은 활동과정 슬라이드를 보며, 모둠별 과정 발표를 해보기로 했

다. 작은 노트북으로 사진을 넘겨보려다 보니, 아이들이 노트북 앞에 다글다글 붙어 앉는다.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일까

싶어 불도 꺼보지만, 아이들 수에 비해 노트북 화면은 너무 작다. 중간영역 마무리라 굳이 빔프로젝트를 빌려오지 않았

는데, 약간 아쉬워진다.

1모둠 활동 과정 발표. 혼자 이야기하겠다는 다흰이를 달래가며, 한장씩 지난 과정을 넘겨본다. 이거는 답사갔던 거

놀이영역 전체 정리

Page 31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고, 이거는 회의한 거고, 하면서 아이들이 사진 설

명을 하는데, 역시 과정보다는 사진 자체에 집중

하는 모습들이다. 라쿠가 간간이 질문도 해가면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거의 마지막, 담

벼락 벽화 사진이 나오자, 갑자기 세리가 벽화 속

의 그림자 하나를 가리키며 문제제기를 한다. “저

거 말이야, 무카가 숟가락을 그려놓고 말이야!” 그

림자 하나에 페인트가 흐른 것을 처리하느라고 손

에 동그란 막대사탕같은 그림을 그려넣은 것이 영

마음에 안드는 모양이다. “어, 저기.. 사실은 페인

트가 흘러서... 어떻게 해볼라고...” 급인정, 급저

자세로 돌입하는 무카. 아이들이 까르르 웃어제

낀다. 세리는 끝까지, “그렇다고 숟가락을 들려

놔?” 구박을 해댄다. 가영이와 현주샘은 뒤에서

소곤소곤, 저것 봐, 무카 모자 또 바꼈어, 또, 또

달라, 저런 모자도 썼었네, 무카 모자의 변천상을

분석하고 있다.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

던 2모둠. 사진이 넘겨

지면서, 실패했다, 망했

다는 단어들이 튀어나온

다. 마지막에 주차장 바

닥그림은 멋지게 그려놓

구선. 아이들이 이야기

하면서 빼먹은 부분들을

라쿠가 중간중간 채워주

면서, 어느새 라쿠가 질

문하고 2모둠 아이들이

대답하는 분위기가 되었

다. 교사들이야 이미 정

리하면서 다 봤던 사진

들이지만, 아이들은 자기들 모습이 나올 때마다 하나하

나 웃고 논평을 해댄다. 물론, 다른 모둠 아이들은 표정

이나 장면이 웃길 때만 집중, 그렇지 않을때는 이내 시

선을 거둬버린다.

회의를 하고 있는 3모둠 첫 사진에 3모둠 아이들이 멀뚱

멀뚱 보고만 있자, 사막이 얼른 설명을 해준다. 이어 다음

사진에도 사막이 설명을 계속하자, 은혜가 사막이 얘기해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13

312 :놀이영역13차

Page 31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버려서 할 말이 없다고 투덜댄다. 가은이가 냉큼 사막샘 ‘도’ 욕심이 많다고

한마디 날린다.ㅎㅎㅎ 하지만 사진이 넘어가며 답사했던 모습, 작업하는 모

습 등이 나오자, 이내 은혜와 가영이가 번갈아 이야기를 쏟아낸다. 장난으로

레일 그리자 했는데 정말 그리게 됐다면서, 가영이는 이내 재미있는 표정이

된다. 거봐, 얘기하면 금방 잘하면서 일단 투덜대고들 본다니까.

모둠별로 사진 수에 제한을 두어 최소한으로 살펴보려고 했는데도, 세 모둠

의 작업과정 슬라이드를 보고나자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불을 켜고 다

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보니, 책상 밑에, 저 뒤에, 저 옆에, 아이들이 산지사

방으로 흩어져 있다. 한 녀석씩 붙들어 와서 자리에 앉히긴 했는데, 영 이야

기가 계속될 분위기가 아니다. 라쿠가 지난 과정과 의미를 다시 짧게 정리하

며, 우리가 작업했던 공간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 공간에 대한 바램

등을 이야기해 보려 했지만, 소위, ‘수업의 기가 다했다’. 그만하자고 재촉하

는 아이들에게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다음 시간부터는 새롭게 재활용영역을

시작할 것이라는 이야기만 겨우 전달하고 수업을 마무리했다. 세상에서 제일

바쁜 게 애들이라더니, 잠깐 이야기 길게 하는 걸 못 참아주신다.

수업과 평가회의를 끝낸 후, 작업실로 날아온 다흰, 세리, 유진이와 함께 안

내판 작업을 했다. 셋이 책상에 둘러앉아, 나무판 위에 연필로 정성스레 글씨를 적는다. 아이들 글씨체라 삐뚤빼뚤하기는

해도,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적는 모습들이 이쁘기만 하다. 담 위에서 놀 때 주의할 점들을 적는 유진이는 자동차와 오토

바이를 조심하라는 글귀 옆에 자동차와 오토바이 그

림도 그려넣었다. 시간이 늦어, 아크릴 물감으로 덧

칠하는 작업은 다음날 와서 하기로 했다.

아직 작업이 남기는 했지만, 영 마무리가 아쉬운

마음이다. 아이들이 어떤 느낌이었고, 어떤 생각이

었는지 이야기도 좀 더 들어보고 싶었고, 경험했던

과정에 대해서도 조금 더 정리해서 마무리하는 느낌

을 주고 싶었는데. 수업을 끝내고 평가회의를 하면

서, 공부방 자체적으로 생활글쓰기를 통해 아이들의

생각을 정리해 보는 기회를 갖는 것으로 보완하기로

했지만, 다들 아쉬운 마음은 비슷한 것 같다. 아마도

Page 31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가장 길고 압축적으로 진행된 영역이라 그런 마음이 더 크

기도 한 것 같다. 남은 시간을 잘 진행하고, 프로젝트 전체

마무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쉬움을 달래보기로 한

다. 많이 지났는데, 많이 남았다. 마무리 느낌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느낌으로 힘을 내야 될 것 같다.

【모둠별 회의 내용】

■1모둠 회의

- 참여자 : 다흰, 유진, 세리, 무카

- 담벼락에 부착할 안내판 제작에 대한 회의 진행 : 무카가 작업실

에 남아있는 색칠된 스기목 4개를 가져와 재료로 활용하자고 제안

하고, 아이들이 이를 받아들여, 안내판에 들어갈 내용과 글자색, 역

할분담 등에 대한 회의를 진행함, 수업 후 작업실에서 안내판 만들

기 작업을 진행하기로 함.

- 안내판 내용 : 우리자리 공부방 아이들이 만들었다는 내용, 담벼

락에서 놀 수 있는 방법, 놀이할 때 주의할 점 등

■2모둠 회의

- 참여자 : 혜민, 소명, 세령, 가은, 라쿠, 정현주 교사

- 주차장에서 작업하다가 들어오는 차량에 소명이의 덜 마른 그림

이 밟혔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봄.

- 다 마무리하지 못한 개별 작업 완성 일정에 대한 회의 진행 : 수업

후 주차장에 가서 더 필요한 작업이 있을지 이야기해 보기로 함.

■3모둠 회의

- 참여자 : 가영, 은혜, 사막

- 의자 코팅 및 바퀴의자 놀이에 대한 규칙 정하기, 규칙 내용을 어

떻게 만들어 부착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 진행 : 수업 후 따로 시간을

잡아 마무리작업을 진행하기로 함.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15

314 :놀이영역13차

Page 31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난곡제일교회주차장작업:그림자와발바닥담벼락,바닥놀이판,놀이벽화와설치물

-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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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꽃놀텃밭앞레일과바퀴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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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남강문구앞우리동네공동평상,골목안키재기전봇대

-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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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았다.

▒ 책

임작가 :

라쿠 ▒

진행기간 :

2007

. 10. 16. -

12. 21.

놀이

영역 공

간조형

{

Page 31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난곡제일교회주

차장 작업 :

그림자와발바닥담벼락,

바닥놀이판,놀이

벽화와설치물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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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남강문구앞우리동네공동평상,골목안키재기전봇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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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았다..

▒ 책

임작가 :

라쿠 ▒

진행기간 :

2007

. 10. 16. -

12. 21.

난곡제일교회 주차장 작업●조형작가 : 우리자리공부방 1모둠, 2모둠, 정현주교사, 멘토 무카, 라쿠

●주차장 작업·Ⅰ:그림자와 발바닥 담벼락

- 조형작가 : 우리자리공부방 1모둠 고유진, 박다흰, 최문선, 최세리, 멘토 무카

- 설치장소 : 삼성연립 아래 난곡제일교회 주차장 전면 외부 담벼락

- 재료 : 벽돌, 시멘트, 페인트, 코팅제, 스기목, 아크릴물감 등

삼성연립 아래쪽에 위치한 난곡제일교회 주차장은 외부 담이 낮아 아이들이 자연

스럽게 담 위에 올라가 여러가지 놀이를 하게 되는 곳이다. 주차장 내부도 대부분

의 차량들이 저녁때가 되어야 주차하기 때문에, 낮시간에는 인근지역 아이들이 땅

따먹기, 술래잡기 등의 놀이를 많이 하는 장소이다. 그러나 외부 담 일부가 파손된

채로 관리되지 않고 있고, 주차장 바닥 역시 관리되지 않는 듯 쓰레기가 많았다. 아

이들 스스로가 이 공간에서 놀아보았던 경험이 있고, 공간에 대한 흥미와 애정을 가

지고 있어, 놀이영역 답사 후 만장일치로 1모둠 작업공간으로 선택되었고, 주차장

의 분위기를 좀 더 밝게 만들면서도 놀이가 더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보수와 벽

화작업을 진행하고자 하였다. 또한 주차장이면서 놀이가 진행되는 공간의 성격을 감

안해, 벽화를 그린 담벼락에는 놀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이나 주의사항이 씌어진 간판

을 만들어 부착하였다.

* 조형전과 후의 모습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17

316 :놀이영역공간조형

Page 31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난곡제일교회주

차장 작업 :

그림자와발바닥담벼락,

바닥놀이판,놀이

벽화와설치물

- 1

, 2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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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꽃놀텃밭앞레일과바퀴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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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도록 해

보았다..

▒ 책

임작가 :

라쿠 ▒

진행기간 :

2007

. 10. 16. -

12. 21.

●주차장 작업·Ⅱ:바닥놀이판

- 조형작가 : 우리자리공부방 2모둠 김가은, 양소명, 이세

령, 정혜민, 정현주 교사, 멘토 라쿠

- 설치장소 : 삼성연립 아래 난곡제일교회 주차장 내부

바닥 및 내부 담벼락

- 재료 : 페인트, 코팅제 등

본래 다른 영역을 설정했으나 주민과의 협의가 되지 않

아,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1모둠의 주차장영역에서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다. 다른 공간에서 바닥에 놀이판을 만

들기로 했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주차장 공간에 맞게

모둠원 개인별 놀이판 시안작업을 하여,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시안으로 놀이판 작업을 해보기로 하였다. 아이들

이 뛰어다니며 새로운 놀이로 응용하여 놀 수 있도록 그

림 형태의 놀이판이나 말풍선들을 그려보았고, 주차장 입

구와 내부 벽면에는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맞이

하는 모습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는 아이들

의 모습들이 그려졌다.

Page 31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주차장 작업·Ⅲ:놀이벽화와설치물

- 조형작가 : 라쿠

- 설치장소 : 삼성연립 아래 난곡제일교회 주차장 내부 오른쪽 담벼락

- 재료 : 페인트, 코팅제, 합판, 폐모터 등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작업한 주차장 공간에서, 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오른쪽 회벽에 동네아이들의 다양한 놀

이모습을 실루엣(그림자)으로 보여주는 벽화작업을 진행하였다. 주차장 공간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안내해주

고, 동시에 신림3동 곳곳에서 아이들이 이러한 모습으로 놀이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기록하는 벽화로서, 공부방

아이들뿐만 아니라 동네 아이들이 함께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좀 더 상징적으로 보여주려고 하였

다. 그리고 이러한 주차장 입구 쪽 낮은 기둥 위에 ‘주차+놀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상징하는 ‘회전 간판’을 설치

하여 아이들이 직접 돌려 볼 수 있고, 또 각각의 기능을 수행하는 시간에 맞게 바꿔놓아 공간의 가변적인 의미

와 기능을 보여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설치작업을 진행하였다.

* 놀이벽화 아이디어 스케치

* 주차장 회전 간판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19

318 :놀이영역공간조형

Page 32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꽃놀텃밭 앞 레일과 바퀴의자●조형작가 : 우리자리공부방 3모둠 고은혜, 김가영, 이승빈, 멘토 사막

- 설치장소 : 우리자리 공부방 꽃놀텃밭 옆 골목 진입로

- 재료 : 앉은뱅이 의자, 각재, 바퀴, 페인트, 코팅제 등

공부방 꽃놀텃밭 진입로는 약간 비탈진 울퉁불퉁한 시멘트바닥인데, 공부방 아이들과 주변

에 거주하는 어린 아이들이 자주 놀이를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내는 방법의 하나로, 레일을 그려넣고 바퀴가 달린 의자를 만들어 기차

놀이를 해보는 작업을 구상하여 보았다.

Page 32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남강문구 앞 공동평상과 골목 안 키재기 전봇대●조형작가 : 라쿠

●남강문구 앞 우리동네 공동평상과 골목 안 키재기 전봇대

- 설치장소 : 남강문구 앞

- 재료 : 합판, 스테인, 유성페인트, 서랍장, 천, 칠판페인트, 크레파스, 코팅제 등

남강문구 앞 공간과 평상은 동네 초입의 사거리 가운데 위치하며, 문구사라는 상점

을 매개로 동네아이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공 공간이자 동네 아이들의 놀이 문화

를 엿볼 수 있는 장소이다. 평상 상부면을 미송 합판으로 덮어 철이 지닌 차가운 금

속성을 보완하면서 마루와 같은 느낌을 주고자 하였고, 그 위에 프로젝트 과정에서

만나게 된 상점이나 주택들, 지역 텃밭과 조형 활동이 진행된 장소들을 안내해주는

크레파스 동네 지도를 그려넣어, 주민들이 함께 보고 나눌 수 있는 일종의 약도 게시

판의 성격을 부여해 보고자 하였다. 그리고 평상 뒤 남강문구 입구에, 칠판 페인트

를 활용한 낙서판을 제작, 설치하여 동네 아이들이 놀이를 할 때나 문구점을 지나칠

때 낙서를 하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전하는 재미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남길 수 있

는 게시판, 낙서판 등으로 활용하도록 하고자 하였다. 평상의 동네 지도에는 ‘물음

표’가 표시된 위치가 있는데, 본래부터 평상에 있던 구멍과 지도라는 성격을 활용하

여 익숙한 동네 지도에 재미를 주고자 하였다. 물음표가 표시된 실제 위치에는 눈금

이 표시된 ‘키재기 전봇대’가 있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21

320 :재활용영역

Page 32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재활용 영역

지역사회 속의 재활용 영역 찾기

사물이 생산되고 폐기되거나 재활용되는 시스템을

이해해 보고, 지역 내에서 재활용 활동이 이루어지

는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관찰, 학습하면서, 사물

의 순환과 재활용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

도록 한다.

●교육프로그램

1차여는수업·사물의생산과정 324

2차사물의폐기와순환과정 330

3차난곡고물상방문하기 336

4차재활용영역마무리수업 342

●공간조형작업

01예원피아노앞동네공동의자및소품 350

02삼성연립아래우물턱 350

03성안당문구앞벽화 352

Page 32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재활용 영역 진행내용재활용영역은 본래 ‘노동’과 ‘재활용’이라는 2개의 주제를 가지고, 지역 내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 옷의 생산과 유통, 소비, 폐기, 재활용이라는 순환과정을 따라가 보면서, 노

동과 재활용의 과정을 학습하고 관찰해 보고자 설정한 영역이었다. 그러나 프로젝트

초기에 공부방과의 협의를 거치면서, ‘노동’이라는 주제를 초등 아이들에게 직접적으

로 설명하고 이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지역 안의 재활

용 시스템을 관찰하고 이해해 보면서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의 모습을 함께 관찰

하는 정도의 내용으로 흐름을 수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내용을 축소했음에도, 공동체

미술팀 모두가 이 영역에서 다루어야 하는 내용의 범위와 핵심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

해, 긴 논의에 비해 내용은 가장 부실해진 영역이기도 했다.

프로젝트 시작이 늦어진 데다, 지역생태텃밭영역과 놀이영역의 일정이 예상치 못하

게 길어지면서, 재활용영역을 다룰 수 있는 현실적인 시간이 부족해졌고, 기획 단계

에서 총 10회로 예정되었던 교육 프로그램은 결국 대체수업을 포함해 5회의 수업으로

마무리되었다. 프로젝트 마무리 일정에 쫓겨, 조형작업 역시 최종발표회가 끝난 한참

뒤에야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시간도 부족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재활용영역에서 다루고자 한 재활용과 노동의 의

미를 그에 맞게 축소하여 정리해 내지 못하면서, 재활용영역의 교육 프로그램은, 사실

상 사물의 생산과 폐기의 과정을 짚어보고, 동네 고물상을 방문 관찰하고, 재활용 방

법을 알아보는 정도의 수준으로 진행되었다. 조형작업 역시, 시간상의 이유로, 아이

들이 조형작업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면서 작가 작업으로만 진행되었고, 이것도

계획했던 폐품 수거 할아버지의 리어카 작업이 불발로 끝나면서, 간단한 포인트 벽화

와 설치 작업으로 마무리되었다.

{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23

322 :재활용영역

Page 32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교육프로그램

1차수업.여는수업-사물의생산과정 07.12.4.

- 재활용영역 전체 진행내용 및 일정 알기, 사물의 생산과정 이야기해보고 그림과 글로 표현해 보기

2차수업.사물의폐기와재활용의과정 07.12.6.

- 사물의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과정 이야기해 보기, 각자가 알고 있는 재활용 사례 이야기하고 그림과 글로 표현해 보기

[대체수업]재활용관련다큐멘터리감상하기 07.12.11.

- ‘EBS 다큐 여자 : 꼬부랑 할머니의 재미난 인생 1, 2부’ 감상

3차수업.난곡고물상방문하기 07.12.13.

- 공부방에서 난곡고물상까지 가면서 재활용될만한 물건 수집해 보기, 난곡고물상 방문 및 재활용과정에 대해 설명듣기

4차수업.재활용영역마무리수업 07.12.18.

- 종류별 재활용 체계와 방법 알기, 공부방 앞 폐품수거할아버지 활동 영상보고 할아버지의 노동과 활동에 대해 이야

기나누기, 할아버지 리어카 꾸미기를 위한 의견 내기

▒ 진행 : 무카 ▒ 진행장소 : 우리자리 공부방 및 신림 3동 일대 ▒ 진행기간 : 2007. 12. 4. - 12. 18. (총 5회 진행)

재활용 영역 진행내용

Page 32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월이다. 지난 몇 달을 정신없이 달려오며, 놓치고 흘렸던 부분들을 속속 그러담아야 하는 시간. 와중

에, 모두가 가장 어려워하고 난감해했던 재활용영역이 시작되었다. 기획 초반부터도 다들 어려워하던

영역. 여러 번의 회의를 거치면서도, 내용의 범위와 흐름이 잘 정리되지가 않는다. 재활용이 순환되는 시스템을

이해하면서 그 속에 담긴 노동의 의미, 사물의 생산과 순환, 자연과 인간의 공존까지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

할 수가 있을까. 범위를 확 줄이면 너무 단순한 아껴쓰고 재활용하자는 이야기가 되고, 범위를 넓히면 어떤 부

분을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난감한, 정말 광범위한 주제. 한 달 넘게 재활용과 사물의 순환, 노동에 대한 자

료들을 모으고 지역 답사를 했던 전지의 노력에 비해, 정작 프로그램의 세부적인 내용을 잡는 회의는 계속 난항

이다. 작가들과 현주샘, 오십원 오빠까지 다함께 골머리를 썩힌 후, 겨우 대략적인 진행 흐름을 잡아보긴 했지

만, 모호한 지점은 잘 정리되지 않는다.

* 위그림 / 가영이가 그린 사물의 생산과정

12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25

324 :재활용영역1차

Page 32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1차수업 - 여는 수업

사물의 생산과정사물의 재활용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사물자체가 어떤 과정과 시간을 거쳐 생산되어 우리 앞에 존재하게 되는지의 과정을 함께 짚어보고 이해해 보는 것으로 재활용 영역수업을 시작하고자 하였다.

드디어 첫 수업 시작. 거의 두 달간 놀이영역을 진행하며 외부에서 활동적인 작업을 해왔던 아

이들. 간만에 실내에서 수업을 하려니 다들 좀이 쑤시는 모양이다. 이제 수업 시작하자고 분위기

를 잡아보려 해도, 녀석들, 좀처럼 집중이 안된다. 어리신 분들, 제발 늙은 무카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겨우겨우 눈들을 칠판으로 모은 후, 이번 수업부터는 무카가 진행을 하게 된다고 이야

기한 뒤, 앞으로의 다섯번의 수업과 마무리 발표회까지의 일정을 이야기해 주며, 짧은 일정으로

인해 이번 영역은 어쩔 수 없이 진짜 수업처럼 가야만 한다고 살짝 엄포를 놓아본다. 그러던가 말

던가. 녀석들, 여기저기 누워, 기대, 엎드려, 잠깐 보다 말고 수다 떨다 말고, 영 모드 변경이 쉽

지 않다. 심하게 산만해지자, 수업 전 자치회의 진행을 했다던 은혜, “너희들, 조용히 안해!” 하

고 언니의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뭐, 순간은 잠깐 조용했다. ㅎㅎ

자, 그럼 본격적인 사물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나. 세상의 사물들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생

각나는 사물들을 하나씩 이야기해 보면서, 이 녀석은 원래 무엇이었을까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연필이나 종이, 책상 같은 것들은 쉽게 나무, 하고 대답이 나오지만, 테이프, 유리 같은 사물로

넘어가면서는 조금 어려운 모양이다. 유리는 모래에 열을 가해서 만들고 테이프는 비닐로, 비닐

은 석유로 만든다고 이야기하자, 가은이를 필두로 아이들의 질문공세가 쏟아진다. 그럼 신발은

요? 칠판은?????? 굴하지 않고 하나하나 대답해 줬더니, 어디까지 대답할 수 있나 보자는 겐

지, 이것도 알아요? 하는 분위기가 된다. 플라스틱은요? 옷은요? 내가 네이버는 아니다만, 엔간

한 건 대답할 수 있거든.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나오지, 옷은 종류에 따라 다른데 말야..... 끝까

지 하나하나 대답하고야 만다. ㅎㅎㅎ 얼마 안가 제풀에 지겨워진 녀석들. 언제까지 할 거에요

오오??? 난들 끝까지 이 얘기만 하고 싶겠냐. 나왔던 사물들의 원료를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며,

세상의 사물들은 본래는 모두 자연에 있던 것들, 즉 자연물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이야기해 본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

의 손을 거쳐 가공된 것들을 인공물이라 지칭할 수 있다는 것도. 머리 한쪽에, 일년전 반지하에서 했던 자연물과 인공

물 수업이 스쳐간다...ㅎㅎㅎ

이번에는 이 중 인공물을 하나 정해, 이 사물이 여기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뭘로 해

볼까? 카메라요, 칠판이요, 다시 물건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얼결에 바둑판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보기로 했다. 칠판 옆

에 놓여 있는 바둑판. 이 녀석은 여기 놓여지기 직전에는 어디에 있었을까? “산이요!” 마음도 급하셔라. 산에서 바로 공

부방에 오진 않았겠지. 대부분의 사물들처럼 일반적인 경우라면, 바둑판은 상점에 있었겠지. “그럼 상점에 오기 전에는

어디에 있었을까?” 이번엔 단계를 파악했는지, “공장이요!” 가 나온다. 그렇지, 공장에 있었겠지. 그런데 어디선지 “

차 안에요!” 란 말이 나온다. 그렇지. 공장에서 상점으로 가려면 어딘가에 실어서 보내졌겠지. 칠판에 씌여진 공장과 상

Page 32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점 사이에 트럭이 표시된다. 그럼 공장으로 가기

전엔? 물론 산에 있는 나무였을게다. 그리고 나무

가 되기 전에는 씨앗이었겠지. 바둑판에서부터 나

무씨앗까지의 단계를 대략 주욱 표시해 본 뒤, 각

단계별로 어떤 사람들이 존재해야만 했을지를 표

시해 보기로 했다. 가게주인, 공장 아저씨, 트럭

운전기사 아저씨, 나무 베는 사람까지. 그럼 이번

엔 각 단계별로 얼만큼의 시간이 걸렸을지를 생각

해 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시간 개념이 확 잡혀있

지는 않은 녀석들. 나무가 자라는 데 하루면 된다

는 녀석부터 백년이 걸린다는 녀석까지 천차만별

이다. 일단 나오는 이야기들을 모두 엮어 표시해

봤더니, 아이들 생각대로라면, 바둑판이 만들어져

우리 눈 앞에 오기까지는 적게는 3년에서부터 많

게는 350년이 걸린다는 결론이 나왔다. 호오, 생

각보다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객관적인

정보는 아니지만. ㅎㅎㅎ

우리가 같이 바둑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져

본 것처럼, 이번엔 각자 공부방의 사물을 하나 정

해서 고 녀석하고 대화를 해보자고 했더니 와그르

르 웃음이 터진다. “물건이랑 어떻게 대화를 해

요?!” 짐짓 시치미를 떼고, 야, 넌 어디서 왔니?

어이구, 요전에는 가게에 있었다구? 그럼 그 전엔 어디

있었는데? 하고 얘기해 보면 된다고 했더니, 또 한 번 와

그르 웃더니, 이내 이리저리 둘러보며 물건을 고르기 시

작한다. 사람으로 해도 돼요? 난 오십원 해야지! ㅎㅎㅎ

ㅎ 얘들아... 일단 오늘은 사람 아닌걸로 하자꾸나... 오

십원 샘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지는 너무 어려

울 것 같다....

A4지와 필기구를 나누어주고, 자기가 정한 사물은 어

디서부터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지 각자 그림과 글로 자

유롭게 작성해 보기로 했다. 왁지지껄 떠들어가며, 자기

가 정한 물건을 앞에 놓고 자리를 잡는다. 넓은 탁자 놔

두고 굳이 바닥에 자리를 잡는 녀석, 혼자 뚝 떨어져 앉

는 녀석들도 있다. 작은 소반을 정한 승빈이. 아까 혼자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무카를 따라, 소반을 앞에 앉

혀놓더니, 대뜸 “넌 어디서 왔니?” 부터 시작한다. 그리

고는 혼자 키득키득. 혜민이와 세리, 유진이, 세령이는

한쪽 구석에 아예 배를 깔고 엎어져서는 작업을 하는건

지 수다를 떠는건지 시끌시끌하다. 나이드신 은혜와 가

영 언니들은 점잖게 탁자 앞에 앉아 생각 중이시다. 그런

데... 가은이 녀석, 뭔 일인지 입이 이만큼 나와서는 종이

를 한 장 더 달란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머리 속에 구

성이 사라락 정리되는 이 녀석, 나름 생각한 대로 A4지

를 8등분해서 접은 다음 그리기를 시작하려는데, 옆에 있

는 은혜가 실수로 종이 끄트머리를 살짝 구겼단다. 빨리

종이를 새로 한 장 내놓으라고 난리난리다. 살짝 구겨진

것 때문에 아무것도 쓰지 않은 종이를 그냥 버리는 건 말

이 안되지 않겠니? 것도 재활용 수업을 시작하는 이 마

당에... 은혜는 터프하게 뭐 그거갖고 그러냐는 식이고,

고집쟁이 가은이 녀석, 죽어도 새 종이 안주면 안된다고

버티더니, 무카도 고집을 세우자, 탁자에 엎드려 버린다.

결국 수업이 끝날 때까지 그 상태로 버티더니, 빈 종이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27

326 :재활용영역1차

Page 32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만 덜렁 남기고 가버렸다....

아까부터 혼자 소반 앞에서 머리를 짜내던 승빈이 녀석, 어느새 다했단다. 책상에서 씨앗까지 나름 꼼꼼하게 적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아직 한참 작업 중인지라, 각 단계에는 어떤 사람들이 참여해야 할까도 적어보라 했더니, 궁시렁

대며 머리를 싸매더니, 금방 또 다했단다. 이번엔 아까 해봤던 것처럼 각 단계별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를 생각해 적어

보자고 했다. 또다시 머리를 싸매고 괴로와하더니, 나무가 썩고 석유가 생기고 등등으로 생각이 뻗어나가더니, 이번엔

지구의 나이가 몇 살이냔다. 흐흐흐, 글쎄다. 장난기가 발동한 무카, 큰 소리로 물어본다. “자아, 지구의 나이가 몇 살인

지 아시는 분?” 조용~한 교실. 선생님들, 아무도 모르시나 봐. ㅋㅋㅋ 뺀돌뺀돌 장난치는 무카에게 승빈이가 계속 묻는

다. “몇 살인데요? 진짜 몰라요????” ㅋㅋㅋ 대충 45억살 정도라고들 한단다.

배를 깔고 엎어진 4학년 여성 4인방. 슬며시 뒤로 다가가 봤더니, 반은 작업을 하는 둥 마는 둥, 만화 이야기에 정신

이 없다. ‘디그레이맨’이라는, 무카도 이름은 알고 있는 판타지 만화다. 슬쩍 대화 내용에 끼어들며, 나도 칸다 좋아하긴

하는데, 만화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하던 거부터 끝내볼까? 했더니, 어, 무카도 알아? 난리가 났다. 그럼, 옛날에 화

평이라고 무지 만화 좋아하던 애가 있었거든. ㅋㅋㅋ 무카 눈치 봐가며, 혜민이는 슬쩍슬쩍 만화캐릭터를 작업 속에 끼

워넣는다. 신발이 되는 과정을 고심중인 세리, 신발은 가죽으로도 만들고 석유로도 만들 수 있다고 했더니, 가죽으로 방

향을 잡긴 했는데, 영 매끄럽게 정리가 안되나 보다. 신발 공장에서 가죽공장까지 가고 나서는 골치가 아픈 눈치다. 가

죽은 동물로 만들어지잖아, 동물은 어디서 키울까? 했더니, 농장과 동물을 써넣고는 다시 모르겠단다. 글쎄, 세리가 한

번 생각해 봐, 동물 전의 다른 단계가 있을까? 잠시 다른 아이들의 작업을 둘러보고 돌아와, 슬쩍 세리의 종이를 넘겨다

보니, 동물과 농장 앞에 멀찌기 화살표가 하나 그려져 있고, 작은 동그라미 안에....... ‘새끼’라고 씌어져 있다........

Page 32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ㅋㅎㅎㅎㅎㅎㅎ

대략 다들 마무리가 되고, 끝날 시간도 다 되어,

작업한 것들을 제출하고 마무리하기로 했다. 오늘

은 각자가 생각하는 대로 과정을 써봤으니, 다음

시간에는 좀 더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이번에

는 생산 과정만이 아니라, 사물이 폐기되는 과정

까지 자세하게 살펴보기로 했다.

간만에 실내에서 이야기를 하며 진행된 수업. 오

늘도 무카는 말이 많다고 세리에게 야단을 맞았

다. 그래도 오랫만에 실내 수업을 한 기분은 나쁘

지 않다. 서로 얼굴을 마주 대한지 벌써 반 년이

지난 지금. 시끌벅적하고 산만한 것 같아도, 서로

대충 적정선을 알고 있는 느낌이랄지. 할 때 해주

고, 딴 짓 할 때 딴 짓 해주시는 데에, 아이들도 나

도 적응이 된 듯 하다. 그러나... 내용상의 애매한

지점은 여전히 한 구석을 무겁게 한다. 오프닝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가 어려울 듯한... 조금 더

정신차려 가야겠지. 수업이 끝난 후에도 이리저리

툭툭 쳐대며 장난을 거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

제 반은 친구같고 반은 새끼같은 느낌으로, 그렇

게 가지 않을런지.

1차 수업 결과물

●아이들이 그린

사물의 생산과정

* 위그림 / 은혜와 승빈이가 그린 사물의 생산과정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29

328 :재활용영역1차

Page 33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죄측에서 하단으로 세령과 유진, 우측에서 하단으로 혜민,

세리, 다흰이가 그린 사물의 생산과정

Page 33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가들도 아이들도 어려워하는 재활용 영역이 시작된지 두 번째 시간. 매일같이 현장에서 망치질하고 페인

트칠하면서 몸을 쓰는 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다시 실내에서 수업을 하다보니, 작가들도 아이들도 집중하

기가 어렵다. 또한, 재활용에 대한 자료나 아이들과 진행할 내용에 대한 정리나 확실한 목표가 잡히지 않은 상

태에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뭔가 수업의 맥도 모호하고, 충분하지 않은 자료나 사전 정리 때문에, ‘과연 우리

가 뭘 얘기하려고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정리가 잘 되지 않아, 막간의 회의를 통해, 우리 주변의 사물을 관찰하고 그 사물의

이야기를 재인식해 보자는 이야기로 수업의 흐름을 다시 잡아 보았다. 첫 수업엔 사물의 생산에 대해서 이야기

했고, 오늘 두 번째 수업에서는 그 사물이 버려지고 다시 재활용 되기까지를 아이들과 작가들이 알고 있는 대로

이야기하고 정리를 해보기로 했다. 빡빡한 일정상 네 개의 영역을 진행하다 보니, 재활용 영역이 계속 미루어지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31

330 :재활용영역2차

Page 33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2차수업

2차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지난 시간 선택했던 사물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들을 준비하여 다시 한 번 정리해 본 후, 각 사물의 폐기 과정을 생각해 보고, 재활용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수업을 진행해 보고자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폐기과정에서 재활용의 구조로 연결되는 흐름을 잘 잡지 못해, 각자가 알고 있는 재활용의 방법과 사례들을 이야기하고 정리하는 수업으로 마무리되었다.

게 되었고 그에 따라 수업 회차가 줄어들게 되면서, 나름대로 방대한 내용일 수 있

는 재활용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하기가 더 힘들었다. 또한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

는 정도의 범위를 잡아야 했기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잡을지 더 어려웠다... 아

무리 생각해도 이 기간에 이 정도의 분량의 일정을 진행한다는건 참 무리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린, 참 무모한 것 같다.ㅎㅎ 여튼간에 시작을 했고, 책임을 갖

고 진행을 해야 하니 일정에 쪼들리는게 있지만.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을 진행해

야 하는 게 현재 우리 상황..

공부방의 분위기는 역시나 오늘도 산만한 분위기. 수업시작 전에 현주샘이 아

이들에게 명상하는 시간을 갖게 하여 산만한 분위기가 자중됐고. 무카가 지난 시

간 사물에 대해서 얘기했던 걸 정리하는 말로 수업을 시작해서, 이번에는 사물이

폐기되는 것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그 사물이 재활용되는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

지 이야기해 보자고 했다. 아이들은 무카의 말이 끝나자마자, 자기들이 알고 있

는, 어떤 물건은 어떻게 버리고, 어떻게 재활용 되는지에 대해 우후죽순으로 이야

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꺼낸 이야기를 받아, 사물을 하나 정해서 생산과 폐기 과정에 대해 하

나씩 이야기를 해보았다. 예를 들어, 연필에 대한 얘기를 했을때, 그 연필이 어떻

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이전에, 그 재료인 나무에 관한 이야기, 나무가 자라는 데 걸리는 시간, 그 나무를

가공하는 사람, 가공하는 곳, 가공하면서 걸리는 시간까지를 이야기해 보았다. 그리고는 그렇게 만들어진 연필을 우리가

사기 이전에 파는 곳은 어디이며, 그 곳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내다가 팔리는지, 우리는 그것을 사서 얼마간의 시간

동안 쓰고 언제 버리게 되는지, 또 버리면 어디에 버리게 되며 버려진 연필은 다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이어

나갔다. 그러다보니, 연필 하나만 가지고도 긴 얘기를 할 수 있었다. 연필 얘기가 끝나고 샤프에 대해서도, 그 외 몇몇

사물에 대해서도, 거의 같은 방식으로, 사물이 손에 오기까지부터 버려지기까지의 얘기를 했다. 이 많은 과정에 대해서

풀어가며 짚어보는 접근 방식은 좋았던 것 같지만, 거기에서 어느 부분을 포인트로 잡아 중점적으로 얘기할 수 있을지,

혹은 우리가 얘기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약간 모호했던 점이 있었다.

수업중에 각자 어떤 사물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얘기를 꺼내던 중, 다흰이가 책을 재활용 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를 꺼

사물의 폐기와 재활용과정

Page 33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냈는데, 이야기가 정리되지않아, 산으로 산으로

가다보니, 아이들이 모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흰은 끝까지 자신이 시작한 얘기를 정리

하려고 애쓰면서, 결국 아주 오랜 시간 뒤에 헌 책

을 붙여 양면책을 만들어 쓴다는 재활용 이야기로

어렵게 이야기를 정리했다. (실은 나도 다흰의 얘

기를 끝까지 주의깊게 듣기가 힘들었던 시간이었

음을 밝힌다....;;) 가끔씩 다흰이가 고집부리면

서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가 들어주기를 바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짜증난다’, ‘넌 하

고 싶어도 우리는 듣고 싶지 않다’ 라고 말을 하

면서 화를 내지만, 다흰이는 개의치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갈 때가 있다. 그럴 때의 아이들의 짜증은

폭발적이다. 항상 그럴 때마다 현주샘이나 진행하

는 무카가 개입을 해서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다흰

이를 달래며 지나가곤 했고, 오늘같은 경우도 예

외는 아니었다..

이렇게 몇 개의 사물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그렇

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 오랜시간을 거쳐 우리 손

에 들어온 사물이라면, 아껴쓰는 것이 한정된 자

원을 생각해서라도 재활용에 있어 가장 최선의 방

법이 아닐까 하는 방향으로 정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각자가 생각하는 사물을 아껴쓰는 방법이나 재활용하는

방법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A4지에 작성해 보기로 하였

다. 아이들은 주인의 무관심으로 버려진 다리미, 옷걸이

를 재활용해서 양말을 신는 방법이나 옷걸이를 음식봉투

집게로 재활용하는 방법, 책을 재활용하는 방법, 물을 아

끼는 방법에서부터 사람을 아끼는 방법까지.. 온갖 사물

부터 존재(?)들에 대해서, 아끼거나 다시 쓸 수 있는 방

법들을 그림을 그려가며 써보기 시작했다. 아낀다는 기

본적인 개념부터 사물을 재활용하는 방법까지의 범위 안

에서 갖가지의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한 시간 반 안에 개

념 전달이나 설명을 하다 보니, 시간도 부족하고 아이들

의 사물 선택 과정에 세심하게 개입하지 못하다니 보니,

중복되는 점들이 있었다. 또한 이야기를 푸는 데 있어서

의 깊이가 살짝 겉도는 정도로 마무리된 것 같아서 아쉬

운 맘이 남았다.. 그렇게 그렇게 흘러, 아이들은 각자의

결과물들을 정리했고, 아이들이 정리한 내용을 토대로 자

신이 쓴 내용에 대해 설명할 시간을 가진 후 오늘 수업

은 마무리 되었다.

가끔 느끼는 거지만, 수업이 마무리될 즈음 되어서는,

급하게 마무리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수

업 때 우리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을 미리 예상해서 빨

리빨리 진행하기를 재촉하고, 그게 이야기가 된 것 같다

하면 바로 마무리하기를 바라면서, 자신들이 마무리를 해

버리기도 한다. 뭔가 우리를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이랄

까. 뭐, 수업이라는 건 늘 지루한 거라고 나도 생각하지

만, 가끔은 정말 쫓기듯 진행하고 어영부영 끝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위에 얘기했듯이, 수업의 시

작지점부터 끝지점까지의 정확한 내용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인 것이 한 몫한 듯하다. 여튼간에, 크게 크게 생각

해서 사물의 탄생부터 사물이 버려지기까지에 대한 얘기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33

332 :재활용영역2차

Page 33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를 많이 알고 있지 않은 정보력으로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고, 아이들이 TV에서, 혹은 집에서 본 것들을 토대로 각자 재

활용에 관한 이야기도 해보았다.

그럼, 순서적으로, 우리 지역에서는 재활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 실제로 밖으로 나가 늘상 보았던 풍경을

다시 얘기하면서 재인식하는 과정을 밟아보기 위해, 다음 수업시간에는 동네의 고물상으로 답사를 가기로 했다. 아이

들과 난곡 종점에 있는 난곡고물상까지 가는 과정에서 각자 고물을 주워서 가기로 했는데, 그 안에서 또 어떤 에피소드

가 생길지, 또 고물상에 가서는 우리가 예상한 대로 이런저런 사물에 관한 재활용에 대한 얘기를 수월하게 잘 할 수 있

을지.. 여전히 고민반 기대반이다.

●다큐내용 : 전북 정읍 산외면에는 버려진 폐지를 줍는 할머니

가 있다. 완전히 꼬부라진 허리 때문에 ‘기역자 할머니’로 불리

는 송연순(71세) 할머니. 1년 365일, 밤낮도 계절도 가릴 것 없이

거리로 나서 남이 버린 물건을 주우며, 거리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다니기를 십년이 훌쩍 넘었다. 할머니의 재미난 인생 이야기를 담

은 다큐멘터리.

●이 날은 공부방 앞 폐품수거 할아버지의 활동 동선을 담은 짧은

영상을 본 후, 할아버지의 노동과 재활용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진

행하기로 하였으나, 아이들의 출석률이 심하게 저조하여, 재활용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것으로 수업을 대체하기로 하였다.

다흰과 승빈, 세리, 그리고 뒤늦게 유진과 혜민이 수업에 참여하였

다. 예상외로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 총 3부작인 다큐 중 2편을 감상

하였고, 다큐 내용 중의 몇 가지를 퀴즈 형태로 제출하고 맞히는 방

식으로 수업을 정리하였다.

대체수업 / 2007년 12월 11일 : ‘EBS 다큐 여자 - 꼬부랑 할머니의 재미난 인생 1, 2부’ 감상

Page 33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2차 수업 결과물

●아이들이 알고 있는 재활용 방법

* 죄측부터 유진 1/2, 다흰, 세령이가 그린 재활용 방법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35

334 :재활용영역2차

Page 33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죄측부터 승빈, 혜민, 세리, 가은이가 그린 재활용 방법

Page 33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동체 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도 이제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여러 가지 마무리할 작업들과 작업정리에 관

련한 계획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지나온 영역별 교육과정 정리와 조형 마무리, 프로젝트 전체와 관련한

발표회에 대한,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대략의 일정과 틀을 고민할 시점이 된 듯하다. 교육활동과 조형 활동에 주

도적으로 참여한 책임영역이었던 놀이영역이 끝나고 나서, 진행했던 작업들과 아이들과 모둠으로 함께했던 조

형작업을 마무리하느라, 오늘도 이것저것 분주하다. 놀이영역에서 찾게 된 벽화와 주차장 간판 설치작업인데,

마무리가 아직 안된 상태라 현장을 오가며 계속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다가도 수업 시간이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들과의 만남을 위해 공부방으로 수업 준비를 하여 가야하니, 맘이 급해질 때도 있다. 현장에서 이루

어지는 조형작업과 공부방 수업을 병행하다보니, 맘먹은 한도까지 조형작업을 진행 못해 아쉬울 때도 있지만,

지역에서의 현장 작업은 급하게 가거나 형식적으로 후딱 해치우고 손 털듯 할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

게 된다. 무엇보다 아이들과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과의 관계 맺기가 중요한 우리 프로젝트에서는 더더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37

336 :재활용영역3차

Page 33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3차수업

지역 안에서 재활용이 순환되는 시스템을 직접 이해해 볼 수 있도록 하기위해, 난곡 종점의 난곡고물상을 방문하여, 재활용품이 어떻게 수집되고 분류되며, 고물상에서는 어디로 보내지는지, 직접 관찰하고 설명을 듣는 현장수업을 진행하고자 하였다. 또한 동네에서 어떤 물건이 어떻게 버려지는지를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어떤 것이 어떻게 재활용되는지를 좀 더 재미있게 알아보도록 하기 위해, 고물상까지 가는 길에 각자가 재활용이 될 것 같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을 수집하여 고물상 아저씨께 설명을 들어보기로 하였다.

욱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시간, 재활용 관련한 영상, ‘꼬부랑 할머니의 재미난 인생 이야기’ 다큐를

보면서 미리 예고했듯이, 오늘은 동네 답사를 하며 지역에 있는 고물상을 방문하

기로 한 날이다. 단순 방문이 아니라 답사를 하는 중간 중간, 동네에서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물품들을 아이들 스스로 수집해보면서, 고물상에 도착했을

때 자신들이 수집한 물건들의 재활용 방법과 종류 등에 대해 직접 배워보는 시간

이다. 이를 위해 재활용 현장 학습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오늘의 과정과 내용을 아

이들이 정리해 볼 수 있게끔 준비하였다. 공부방에 와보니 아이들이 거의 다 모여

있다. 오늘 진행할 수업에 대해 설명을 한 뒤 체크리스트를 나눠주고 출발할 준비

를 한다. 언제나 그렇듯 공부방을 나가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에 대한 아이들의 반

응은 꽤나 적극적이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직접 해본다는 것에 대한 재

미와 흥미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좀 더 자유스럽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

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 오늘의 답사를 시작해 볼까나.

공부방을 출발하여 답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동네에서 공부방 앞집 다

혜를 만나게 되었다. 어디 가세요, 하고 묻길래, 고물상에 구경간다고 했더니 자기

도 가보고 싶다고 했다. 공부방에는 다니지 않지만 앞집에 사는 터라 공부방에 익

숙한 다혜가,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고물상에 간다고 얘기하면서 약간은 같이 가자는 식으로 참

여를 유도하기도 했고... 그래서 다혜도 살포시 답사에 동참, 오늘 수업할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며 길을 나선다.

신림동에는 몇 개의 중소 고물상이 있는데, 그 중 오늘 방문할 고물상은 전지가 사전 답사를 통해 알게 된 난곡고물상.

아저씨께 미리 공부방 아이들과의 방문을 허락받고 답사프로그램에 대한 사전설명을 드린 곳이다. 신림 13동 쪽에 위치

한 이곳은 우림시장 방면 잠자리 텃밭을 지나 버스 정류장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어 공부방과는 거리가 꽤 있는 편이다.

고물상으로 가는 길 중간 중간에 아이들과 함께 재활용품을 수집할 기회가 많을 것 같다.

신림3동 동사무소를 지나칠 때쯤 벌써 아이들마다의 거리차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동네 여기저기 버려진 재활용

품들 수거에 집중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재활용쓰레기를 모아둔 주택 한 켠을 살피는 녀석들도 보이고, 혜민이와 세령이

난곡고물상 방문하기

Page 33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는 동사무소 재활용 수거함에서 슬쩍 폐전구와 형

광등 몇 개를 가져오기도 한다. 동네 구석구석에

아이들의 레이더망이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저마

다 재활용이 될 만하다 싶은 것들을 품 안에 안고,

손에 들기 시작한다. 구부러진 대걸레 자루에서부

터, 전선줄, 전단지와 박스 종이, 페트병, 음악 씨

디, 음료수 병 등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 중 압

권은 혜민이의 옥장판. 마당텃밭을 지나 난우중학

교 공사장 인근에서 한쪽에 돌돌 말려 버려진 옥

장판을 발견하자마자, 이거 내가 가져갈게요, 라

고 투지(?)를 불태우며, 자기 키보다 큰 옥장판을

낑낑대며 끌고 가기 시작했다. 함께 한 선생님들

이 걱정스럽게 물어보며 혼자 가져갈 수 있을까 의아해했

지만, 혜민의 의지는 정말 대단해 보였다. 뒤뚱뒤뚱 끌고

밀고 땡겨가며, 끝까지 고물상으로 향하는 혜민. 아직 고

물상까지 도착하려면 거리가 있어, 도중에 포기하지 않

을까 생각했는데 고집 있게 끌고 간다. 옆에 있던 무카가

살짝 도움을 주기도 하면서 결국 고물상에 도착, 미리 와

있던 아이들과 만났다. 아, 혜민이 녀석, 대단하다. 혜민

이에게 이런 고집이 있었나. ㅋ

목적지인 고물상에 도착해, 일을 하고 계신 고물상 아저

씨를 만났다. 이것저것 물건들을 분리하시기도 하고, 동

네 어르신들이 수거해온 물건들을 정리하며, 무게를 달아

적절한 양과 무게에 따른 값을 치르시는 모습을 볼 수 있

었다. 모아온 고물들과 재활용품들은 가게 중앙에

위치한 아날로그(?) 추 저울에 올려져 그 부피와 양을 가

늠하게 된다.

아이들이, 아저씨 앞에 각자가 수집해 가져온 물건들을

풀어놓기 시작하자, 아저씨는 친절하게 한 사람씩 주워온

물건들이 재활용이 되는 것인지 아닌지, 그 무게와 중량

이 어느 정도인지를 설명해 주시기도 하고, 어떤 종류로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39

338 :재활용영역3차

Page 34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분류가 되는지, 또 고물상을 거쳐 어떠한 과정을 밟아 다시 재활용이 되는지에 대해서까지 상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셨다.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의 종류는 크게 철(고철과 비철), 종이류(파지나 종이박스), 병(규격병과 비규격병), 플

라스틱류 등이 있는데, 현재 아저씨가 운영하시는 고물상에서는 플라스틱이나 페트병과 같은 류는 취급을 하지 않고 계

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이 수집해 온 것들에는 페트병과 플라스틱 류가 많았는데, 아이들의 정성을 봐서, 가

져온 것들은 그냥 놓고 가라는 배려를 해주신다. 허나 이를 어쩌냐. 혜민이가 힘겹게 끌고 온 옥장판은 생활폐기물이라,

고물상에서 안 받아주신다고 한다. 폐기물 처리 스티커가 붙여진 상태니 도로 가져다 놔야 한다는 아저씨의 말에 혹시나

상처를 받지나 않을까 혜민의 눈치를 보았는데, 괜한 걱정을 했나 싶을 정도로 별 신경 안 쓰는 모습이다. 아저씨의 설명

을 통해 개인적으로도 알지 못했던 고물상의 취급품목과 분류 기준, 고물과 재활용품마다 지닌 경제적 가치, 재활용 되

는 형태와 방식들을 알 수 있었고, 고물상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재활용을 담당하는 역할이 차이가 난다는 것에 대해서

도 알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 또한 준비해간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며 아저씨의 설명을 집중하여 들었다. 지역

에 있는 고물상이라는 실질적인 장소를 답사하고 그 곳에서 관련 노동을 하시는 지역민을 직접 만나, 재활용에 대한 내

용들을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이, 참으로 즐겁고 뜻깊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저씨와의 만남에서 예상치 못했던 부분들이 발생하여, 아이들에게 그 부분을 이야기해서 정리해 줄 필요가

생기기도 했다. 오늘 수업의 목적은, 동네에서 아이들이 직접 재활용된다고 생각하는 물품들을 수집해보고, 그것이 운집

하여 처리되는 고물상이라는 중간자를 만나, 물건들이 고물상을 통해 어떻게 재활용의 순환 단계를 이어나가는지를 경

험케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고물상 아저씨께서 그렇게 재

활용품들을 모아온 아이들이 대견해서인지, 아이들 각자에게

가져온 물품들을 돈으로 환산하여 주시는 통에, 아이들이 저

마다 가져온 재활용품들의 경제 가치에만 집중을 하게 된 측

면이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사전에 고물상 아저

씨와의 커뮤니케이션의 세밀함이 아쉽게 느껴졌다. 서로 얼마

를 받을 수 있을까가 아이들 사이에 주가 되어버린 느낌. 아이

Page 34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들에게 우리는 돈을 목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고

물상에 온 것이 아니라 사물이 어떻게 재활용되는

지을 알아보기 위해 온 것임을 강조하긴 했지만,

잘 정리하여 아이들에게 전달시키지 못한 점은 아

쉬움이 많이 남는다.

반면, 수업의 의미와 나름의 성과도 분명 있었

다. 고물상이라는 동네의 구체적 장소를 방문하여

관련업을 하시는 아저씨에게 직접 사물의 순환과

가치, 재활용의 방법과 분류법 등에 대한 실질적

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직접 재활

용품을 수집하는 노동을 통해 동네에서 파지나 재

활용품들을 모아 생계를 유지하시는 할아버지, 할

머니의 삶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경험해볼 수 있었

던 계기를 만들어 보았다는 생각도 든다. 공부방 옆 조그

만 공간에 재활용품을 모아 두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

며, 자연스럽게 지역 속에서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노동이

지니는 경제적, 생활 문화적 측면들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시작점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오늘 수업에서

얻은 성과이자 의미가 아니었을까 한다.

정해진 수업 시간이 끝나고 공부방으로 다 함께 돌아가

면서, 재활용 교육에 대한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차분히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물건을 아껴 쓰고, 다 쓴 물

건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 오늘 수업을

통해 사전에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경험하면서 느끼고

깨닫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고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은

어떤 것들을 느낄 수 있었을까. 공동체 미술팀과 함께 한

교육 프로그램 영역이 모든 대안과 답을 가지고 있지 못

할 것이지만,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되짚어 보

며, 우리 일상의 물건들을 재활용하는 것의 의미를, 고물

상을 통해 더 구체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발견해보고자 했

던 것 같다. 생태적 측면과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서, 재

활용, 사물의 끊임없는 재생산과 소비는 우리의 삶 속 과

정에 계속해서 존재하고 있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는 지

역이라는 맥락 안에서 파악되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존재들의 노동을 확인하고 지역에서의 삶의 다

양한 모습과 방식들을, 서툴지만 진지하게 이해하고 관심

을 가지고자 했던 것 같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41

340 :재활용영역3차

Page 34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Page 34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네를 바탕으로 사물의 재활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한지 3주째 되는 오늘.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다. 전

시간 아이들과 온갖 에피소드를 만들고 겪어가며 다녀온 고물상에 대해서 다시 짚어보는 시간도 갖고, 세

번째 시간에 보려고 했던 파지 수거할아버지에 관한 영상도 보고, 재활용에 관련한 정보모음지도 훑어볼 계획을

세웠다. 중요하다면 중요하고 어렵다면 상당히 어렵기에 신경 쓰려고 하면 아마 제일 많이 썼어야 할 재활용영

역인데... 프로젝트 끝부분에 있고 현 장작업이니 발표회니 겹쳐서 굉장히 산만한 가운데 진행이 되는 것 같아서

아쉬운 맘이 계속 되는 상태.. 오늘만 해도 오전부터 삼성연립옆 화단에서 벽화를 그리느냐고 수업시간도 겨우

맞춰서 들어올 수 있었고, 라쿠는 발표회 전까지 끝내야 할 조형작업 때문에 수업에 참여하지도 못했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지난시간 다녀온 고물상에 대해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함께 고물상까지 가면서 각자 주

웠던 물건들이 재활용 되는지 안 되는지를 고물상에 가서 알게 된 것과, 고물상에 잔뜩 쌓여있는 고물들이 종류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43

342 :재활용영역4차

Page 34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4차수업

재활용영역 프로그램은, 고물상 방문의 경험을 정리하며 그와 관련된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재활용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정리해 본 후, 공부방 앞 폐품수거 할아버지의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할아버지의 리어카를 꾸미기 위한 시안을 잡아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준비 부족으로 인해 수업의 흐름을 원활하게 잡지 못하면서 전체적인 영역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못했고, 아이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시안을 잡았던 리어카 작업도, 작업 직전, 할아버지께서 작업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심에 따라 진행하지 못하게 되었다.

별로 어떻게 분리되고 또 다음 어떤 곳으로 보내지는지 아저씨께 설명들은 이야기

를 바탕으로 다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리와 세령이는 자신이 주웠던 사물

들 중 고물상에서 받아주지 않은 것들이 있었다며 서운해 하기도 했고, 다흰은 자

신이 어떤 고물들을 가져갔는지 다시 한 번 목록을 읊어 주기도 했다. 고물상 아

저씨께서 아이들이 주워온 고물에 대한 값을 매겨서 현금으로 몇 백원씩 주셨었는

데, 다흰은 그 돈을 공부방 저금통에 저금했고 다른아이도 집에 가서 저금을 했다

고 한다. 아저씨께서 실제로 돈을 주셔서... 무카와 나, 사막, 라쿠는 부담스러운

맘에 어찌할 줄을 몰랐는데, 아이들은 너무 좋아해서 더 당황스러워했다. 그 부분

에 대해서는 현주샘과 무카가 다시 한 번 아이들에게 얘기하기도 했다. 우리가 고

물상에 다녀온 목적과 그 돈의 의미에 대해서.... 그리고 이어서 혜민이의 대활약(

혜민이의 일곱배 정도 되는 매트를 들고 갔으나 고물상에서 취급하지 않는 고물이

라 다시 가져가야 했던 일)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얘기하고 모두가 웃었다. 다시

생각해도 혜민이의 근성은 알아줄만하다. 짜식.

고물상에 다녀온 얘기를 하면서 그럼 우리가 주웠던 고물들과 실제로 고물상에

있었던 고물들이 어떻게 분리되고 재활용 되는지에 대한 자료를, 수업 전에 부리

나케 프린트해서 가지고 온 종류별 재활용 자료지를 보면서 이야기했다. 자료는

유리부터 플라스틱, 헌옷 등에 대해서 각각 분리하는 방법과 재활용되는 과정이

라던가 기관에 대한 설명이 그림과 함께 나와 있는 자료였고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 한국 환경자원공사에서 스크랩했

다. 중간 중간에 그림으로 설명이 돼 있어서 그리 지루해 보이지 않는 자료였으나, 너무나 현장 작업이나 재밌는 얘기,

자극적인 얘기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의 특성상, 열장이나 되는 자료를 읽고 앉아있자니 좀이 쑤시고 지루해하는 모습

이 역력했다. 또한 설명에 나와 있는 전문용어에서는 무슨 말인지 몰라 무카와 현주샘과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동원

해서 설명을 해주기도 했으나, 전문적인 정보가 부족해서인지 설명에서도 약간 막히는 부분도 있었다. 아, 공부 좀 해

둘껄...... 그리고 의도된 건 아니었지만... 프린트의 순서가 섞여 있는 게 몇 부 있었는지 아이들 중 특히 세리가 무카

의 진행순서와 자신의 프린트 순서가 맞지 않아서 바꿔 달라는 둥 산만함이 있었어서 지루함을 깰 수는 있었다. -- 아

이들 한명씩 돌아가면서 읽게 시키기도 하고 부연설명을 짧게 짧게 해나가면서 겨우겨우 마지막 형광등의 분리배출까

지를 마쳤고 그즈음 아이들의 집중력은 이미 최저치로 낮아져 있었다. 오랜만에 글씨 잔뜩 실린 종이 붙잡고 수업한 나

도 지치는 건 마찬가지...

재활용영역 마무리수업

Page 34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힘들게 자료들을 보고난 후, 우리가 고물상에서

답사하고 있을 때 오셨던 고물을 가져오신 할머니

에 대한 얘기로 말꼬를 터서 그렇게 지역에서 고물

을 수거하시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동네

를 다니다보면 만날 수 있는 리어카나 카트를 끌고

이런저런 고물들을 수집하시는 분들에 대한 이야

기를 하면서, 우리가 제일 가까이서 보고 알고 있

는 고물을 수거하시는 분은 누구일까 했더니, 당

연 아이들은 공부방 옆 할아버지(고맙습니다 할아

버지)를 이야기했다. 매일같이 공부방을 왔다 갔

다 하면서, 공부방 한 켠에 할아버지가 잘 정리해

두신 고물들과 고물을 손질하는 도구, 리어카에

잔뜩 쌓여있는 박스 등을 봐와서인지,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어떤 노동을 하시는지 얼추 알고 있는

듯 했다. 할아버지 얘기를 하면서, 그럼 할아버지

가 어떤 경로를 통해서 일을 하고 계신지 알아보

자고 하며, 예전에 내가 할아버지와 동행하면서 찍었던

사진으로 만든 영상을 보기로 했다. 영상을 보자고 하니

아이들은 전에 봤던 꼬부랑 할머니 이야기 3탄도 함께 보

자며 졸랐는데, 나중에 보자고 넘기며 결국엔 시간도 부

족해서 보여주지는 못했다.

영상은 할아버지께서 ‘박박’(내리막길에서 가속을 막기

위한 타이어가 바닥과 마찰하는 소리) 소리를 내면서 내

려오는 장면과 그린하우스와 초밥축제에서 박스와 고추

기름통을 얻으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이들은 익숙한

인물과 배경이 나오자 예상한 대로 몰입을 하기 시작했

다.ㅎ 사진과 설명을 통해,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동네 상

점과 관계를 맺고 정기적으로 박스와 고물을 받는 걸 지

켜보았다. 이어서 고물상에 함께 가기로 한 파란 모자 할

아버지 댁으로 향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버스가 많이 다니는 찻길 가장자리로 리어카를 끌고 가시

는 모습은 위험해보여서 조마조마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약수통을 수레에 싣고 다가오는 파란모자 할아

버지를 보자, 아이들은 공부방 앞에 가끔 앉아계시는 모

습을 보았는지 봤던 사람이라고 여기저기서 얘기해댔다.

사진 속에서 파란모자할아버지 수레 위 고물과 공부방 옆

할아버지의 고물이 한 눈에도 상당히 차이가 나보였는지,

아이들은 공부방 옆 할아버지의 고물이 왜 저렇게 적으냐

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ㅎ..... 그럼 진작 고물 좀

드리지.... 화면 속으로 파란모자 할아버지의 단골 상점

에서 박스를 받는 장면을 지나, 두 할아버지의 수레가 나

란히 고물상으로 향하는 모습과 무사히 고물상까지 도착

하는 모습까지 보았다. 그리고 이어진 고물상 안의 풍경.

고물을 재는 큰 바닥저울. 종류별의 고물들, 고물의 무게

표시, 고물상안의 허름한 사무실, 고물상 아저씨의 모습,

그리고 다른 고물들을 가지고 온 사람들의 모습까지 보

고 영상은 끝났다. 동네에서의 익숙한 공부방 옆 할아버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45

344 :재활용영역4차

Page 34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지의 노동을 통해 할아버지와 개인적으로 관계있는 같은 일을 하는 또 다른 할아버지의 노동, 그리고 그 두 분의 노동과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고물상과 고물상 안에서의 노동까지 볼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할아버지가 일하시는 모습을 보니 어떠냐고 묻자 할아버지가 너무 힘들어 보이고, 길가에서는 위험해 보

인다는 염려의 말들을 했다. 그때 가영이가 고물상에 다녀온 뒤, 집에서 가은이가 엄마에게 자신도 앞으로 계속 고물을

주워 다가 고물상에 팔아 돈을 벌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 그분들은 생계를 위해서 고물을 수거

해다가 파시는 것이라며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용돈벌이로 하는 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고물상에 갔을 때 아

저씨께서 아이들이 주워온 고물에 대한 값을 주셔서 그런지, 아이들이 적게라도 고물을 주워가면 고물상에서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주긴 하지만....;;

하여튼 무엇보다 확실히 고물상을 다녀온지라, 아이들은 영상에서 보여진 고물상 내부 풍경에 대해서 부연설명을 하기

도 했다. 다녀온 고물상과의 차이점과 이런저런 고물의 종류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는데, 또 그 이야기가 어떤 것이 값이

많이 나가고 어떤 것이 값이 적게 나가고의 이야기로 흐르긴 했지만.....; 사물의 순환과 그 순환이 끊이게 하지 않기 위

해 할 수 있는 우리의 노력이나 바꿀 수 있는 습관에 대해서 얘기를 하기보다 사물의 값어치에 대해서 비중을 크게 두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고물상을 답사할 때 아저씨께서 해주신 이야기의 방향의 영향이 큰듯했다. 아저씨 입장에서는 장사

를 하시는 분이다보니 당연히 그렇게 얘기해 주실 수 있었고, 그런 면에서는 상당히 잘 얘기해 주신 것 같긴 한데, 우리

가 수업을 하는 방향과는 살짝 다른 쪽으로 간 면이 있다. 아이들이 구리만 보면 “천원!!” 이라고 말을 하는 지금 현

실이니.... 뭐, 알아서 나쁠 건 없지만..

Page 34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파지수거할아버지의 노동을 보고 이야기하면서,

그럼 우리가 할아버지께 해드릴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하고 이야기를 던졌다. 버릴만한 물건이

생기면 할아버지께 드리는 것 말고는 특별히 없을

것 같지만, 그림을 그리고, 만드는 걸 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할아버지의 노동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

는 리어카를 꾸며 드리는 것에 대한 제안을 우리

가 먼저 했고, 그럼 어떻게 꾸밀 수 있을까에 대해

함께 얘기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오랜 세월 사용

한 리어카가 많이 낡았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선

에서 보완해 드리는 걸 기본 작업으로 시작해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작업을 같이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에게서 의견이 잘 나오지 않아서 무카가 먼

저 리어카에 그림을 그리는 건 어떠냐고 얘기했더

니, 아이들이 색깔을 얘기하면서 이런저런 모양의

그림을 그리자고 각각 의견을 냈다. 별모양부터

네모세모, 하트모양, 그리고 밤에 안전하게 하기

위해 조명을 달아주자는 의견까지... 그럼 아이들

이 먼저 그림을 그려보고 그 그림을 전제로 팀원

들이 작업을 해보겠다고 아이들에게 얘기하고 리

어카 시안 얘기를 정리했다. 리어카 시안은 수업

시간 외에 아이들이 따로 그림을 그리고 그걸 팀

원들이 받아서 보완작업부터 그 외 조형작업까지

진행을 해야할 듯 하다.

뭔가 더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아이들이 너

무 힘들어하고 지루해해서 급하게 마무리하는 분

위기로 흘렀다. 이어서 이번 주 토요일에 있을 최

종 발표회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고, 최

종 발표회 전 아이들과 여태 수개월 진행한 수업

에 대해 평가하는 시간을 갖자고 얘기도 했다. 뭔

가 어영부영 끝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마지막 수

업이었다. 실제로 네 번의 수업이었던 셈인데.. 네 번의

수업으로 정리하기엔 시작부터 수업의 범위설정을 잘못

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초반엔 뭔가 확실하지 않게 큰

범위를 잡았다가 그 모든 걸 감당하지 못하고 정리도 하

지 못한 채, 시간에 끌려 혹은 흔들리는 개념에 끌려 이

렇게 끝나게 돼 버렸구나 싶다. 여러 면에서 아쉬운 게

참 많은 프로그램이 돼 버렸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47

346 :재활용영역4차

Page 34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파지수거 할아버지 동행일지, 그리고 재활용영역 프로그램 기획에 대해 07.10.24

AM 10:50. 리어카 타이어 끄는 소리에 작업실 앞을 나가보니, 공부방 옆 파지수거하

시는 할아버지가 파지를 잔뜩 싣고 지나가신다. 후다닥 서둘러서 기록지와 디카를 들

고 따라나섰다. 얼마만의 기회인가, 타이밍 굿. 몇 번 할아버지와 고물상을 방문해보

고 싶었지만, 날씨가 흐렸거나 아직 파지나 고물이 모아지지 않은 상태라 번번이 못

가곤 했었는데, 다른 날보다 일찍 작업실에 도착한 오늘, 운좋게도 할아버지의 고물

상 가는길을 동행할 수 있었다.

내려가는 길에, 그린하우스 앞에서 할아버지가 리어카를 멈추고 기다리시는 걸 보니,

그린하우스에 식품을 납품하는 차가 왔나보다. 식품을 진열하고 나온 박스를 늘 그러

했던 것처럼 익숙하게 주인아저씨가 정리해주시고, 정리된 박스를 할아버지가 리어카

에 야무지게 쌓으신다. 그러시곤 그린하우스 맞은편 초밥집으로 가셔서 역시나 초밥재

료 상자들과 식초통 등을 가져오신다. 초밥집도 예전부터 재료상자나 통들을 아저씨께

드려왔던 것 같다. 오늘은 통에 재료찌꺼기가 남아있다며 미안해하셨다.

그린하우스에 아이

스크림을 배달하고

나온 박스

초밥집에서 재료상

자를 얻으신 할아

버지

접고 밟아 누르시고 또 얻으시고 또 접으시고

뭐 볼 게 있다고 따라오느냐고 하시는 할아버지께.. 동네의 물건을 할아버지가 분류해서 수거하시고, 그 수거된 물건들이 어느 곳

으로 가는지, 그 곳에선 또 어떻게 분류가 되고 그 외의 다시 버려지는 것들은 어떤 건지 궁금해서 그렇다고 하니, 멋적게 웃으시며

그럼 가보자고 리어카를 끌며 앞장서셨다. 남강 문구를 지나 세이브마트쪽으로 가다가, 할아버지가 평소에 자주 함께 계셨던 ‘파란

모자 할아버지’ 와 함께 가야한다며, 그분의 며느님이 운영하시는 ‘갯벌낙지수제비집’ 앞에 리어카를 멈추셨다.

파란모자 할아버지

만나러 가시는 할아

버지

파란모자 할아버지 수레를 보고있는 할아버

지 曰, “이양반이 아주 기술자여~ 아주 물

건도 많이 해”.

파란모자 할아버지가 안 오자, 먼저 출발하시려는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Page 34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예원피아노학원앞동네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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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임작가 :

전지 ▒

진행기간 :

2007

. 12. 12. -

200

8. 1. 1

6.

재활용

영역 공

간조형

{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49

348 :재활용영역공간조형

그때 마침, 맞은편에

서 파란모자 할아버

지의 등장. 할아버지

曰, “ 야! “

“어딜 다녀와?” “약수터 다녀온댔잖어” “아, 왜케 적어?” “많이 없었어”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고물상은 난곡사거리 옆 골목 안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가는 중간 중

간에, 평소에 ‘파란모자 할아버지’를 알고 있던 잉크충전 아주머니나 여기저기의 상점분들이

‘파란모자 할아버지’ 께 박스를 주셨고, 공부방 옆의 우리 ‘고맙습니다 할아버지’의 수거량보

다 ‘파란모자 할아버지’의 파지, 고물의 양이 월등히 많아짐을 나도 느끼는 순간, ‘고맙습니

다 할아버지’ 께서 살짝 심술이 나셨는지, ‘파란모자 할아버지’ 의 리어카 위 파지 위에 계속

가래침을 뱉으신다. 버스를 피해, 승용차들을 피해, 차가 너무 많을시에는 인도로 옮겨가서

인도의 사람들을 피해 20분을 가다보니, 난곡입구의 고물상에 도착했다.

‘파란모자 아저씨’가 수거하

신 파지와 고물의 무게 (여기

서 수레와 아저씨의 무게를 빼

야함...)

물품의 종류별로 분류를 해놓은 칸막이가 있고, 장판이면 장판, 비철, 그외 고철등을 꽤 잘

정리해놓았다.‘고맙습니다 할아버지’가 계속 사람좋다고 칭찬하셨던 고물상 아저씨를 만나

뵙고 뭐라 말 한마디 할라했더니, “바쁘니까 지금 암말도 못해” 하며 가로막으신다. 파지, 고

물을 수거해오신 분들이 여럿 대기하고 계신 상태이니, 지당하신 말씀이기도. 대부분 연령대

가 높으신 분들이, 리어카에, 각종 철과 파지, 쌀통 등을 가지고 오셨고, 오시는 대로 바로

무게를 달아 대략의 가격을 보고, 분리해가며 다시 가격을 정해나갔다.

오늘 함께 동행한 ‘고맙습니다 할아버지’는 무게나 양으로 봤을 때 한참 부족했는지, 고물

상아저씨가 빠꾸를 놓으시려 한다. 표정이 굳어가는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옆에서 ‘파란모

자 아저씨’가 넉살좋게 고물상 아저씨 옆구리를 비트니, 아저씨가 놓고 가라고 하셨고, ‘고맙습니다 할아버지도’.. 한시름

놓으신 듯 하다. 오늘 ‘파란모자 할아버지’가 수거한 파지, 고물의 무게는 360Kg...

- 할아버지와 동행하여 고물상 답사를 하고난 후..

본래는 재활용영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아버지를 따라다니며 할아버지의 노동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보고, 할아버

지께서 수거하시는 버려진 사물에 대해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프로그램을 생각했었지만, 직접 할아버지와 함께 고물상까지 따라가 보

니, 우려되는 부분이 몇 가지 생겼다. 첫번째는 할아버지가 빈 수레를 끌고 동네를 돌며 파지, 고물을 수거해서 그 길로 고물상으로 가

게 되시는게 아니기에, 하루 할아버지를 따라다닌다고 해서 모든 과정을 한눈에 보기가 어렵다. 그리고 아이들과 가기엔 난곡입구까지

의 거리를 보아 살짝 먼 감도 있어서 중간중간 그냥 걸어갈 때 아이들의 산만함이 예상되기도 한다. (이부분은 안고 갈 수도 있긴 하다)

마지막으로, 고물상에서 우리아이들...(의 포스를 생각해 봤을때)이 고물상 노동의 과정에 있어서 영향이 가지는 않을까 우려도 된다. 계

속해서 파지수거하시는 분들이 가격책정을 하려고 오시는 상황에서는, 고물상 아저씨와 인터뷰도 어렵고, 아이들이 구경을 하기에도 무

리가 있을 듯 하다. 할아버지와 고물상의 노동의 과정, 동선을 생각해 봤을때, 아이들이 함께 하며 관찰하고, 노동과 사물의 재활용에 대

해 체크리스트를 작성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연결지점을 찾아야 할 듯 하다.

한 가지, 놓치고 가지 말았으면 하는 점은, 우리의 시선은 사물에 좀 더 머물러 있다는 것인데, 버려진 사물이 어떻게 순환되는가에만

중점을 두고 갈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이 순환되는데 있어서, 생계와 연결되어 노동하시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게 하여, 아이들이 그 연결지점을 잘 받아들였으면 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다 보면, 생태 텃밭을 답사할 때를 떠올려 봤을 때,

아이들이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데 있어서 귀찮음과 부담을 느끼게되면, 자신들이 가는 동선과 보고 있는 것에 대해서 대강 훑게 될 수

도 있겠다는 우려가 생긴다. 생태텃밭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재활용과 노동의 경우, 우리가 보는 사물을 수거하고 고물상으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분들은, 텃밭을 가꾸는 것과는 다르게, 생계와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는 경우이기에, 그 부분에서, 혹여나, 공격적이

거나 거칠게 다가가는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까지 안고, 아이들에게 사물의 순환과 그 순환 속의 노동의

과정을 관찰하고 기록하게 하는 방식이, 현재의 나로서는 가장 고민되는 지점이다.. 이어, 아이들과 재활용 노동영역에서 공간조형작업을

하는 것에 대해선, 그 과정을 밟으면서 거기서 사물의 의미 개념을 찾고, 그런 성격과 우리가 보는 지역의 공간에 대한 접합지점을 찾게

되면, 자연스러운 연결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 아닐 수도 있다... 현실.. 현장의 변수...

위에 말했던 부분에 대해선, 나 자체도, 프로그램 전반작업을 하는 지금, 파지수거하시는 분들을 만나뵙고 고물상을 방문하면서, 계속

되는 자문과 반성을 가지게 되는 부분이기에, 이 부분에 대해선 함께하는 작가들과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인 지금부터 프로그램을 진

행하면서까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것 같다.

Page 35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예원피아노학원앞동네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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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임작가 :

전지 ▒

진행기간 :

2007

. 12. 12. -

200

8. 1. 1

6.

재활용

영역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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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5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예원피아노학원앞동네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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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성인당옆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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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임작가 :

전지 ▒

진행기간 :

2007

. 12. 12. -

200

8. 1. 1

6.

재활용

영역 공

간조형

{

●예원 피아노학원 앞 동네 긴 의자와 가구소품

- 설치장소 : 백설세탁소 맞은 편 예원피아노학원 앞

- 재료 : 버려진 가구를 재활용, 페인트, 코팅제 등

재활용 영역이라는 의미를 살려, 실제 버려진 물건을 수거하고 재활용하여 다

시 동네에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해 보았다. 동네에서 버려진 가구를 수거하여 벤

치와 같은 긴 의자를 만들어 보았고, 아이들과 주민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사거리

의 예원피아노학원 앞에 설치하여, 주민들이 함께 앉아 휴식하고 소통할 수 있

는 자리를 만들어 보고자 하였다. 또한 프로젝트 마무리 과정에서, 버려진 가구

와 프로젝트 작업과정에서 남은 목재들을 활용해 작은 선반이나 받침대 등의 가

구소품을 만들어, 안내판과 함께 프로젝트팀 작업실 앞에 펼쳐놓고 필요한 사람

들은 가져갈 수 있도록 하였다. 실제 대부분의 가구 소품을 주민들이 수거해 가

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재활용영역 공간조형작업●책임작가 : 전지 ●작업기간 : 2007년 12월 12일 ~ 2008년 1월 16일

●삼성연립 아래 우물 턱

- 설치장소 : 삼성연립 아래 화단 사이 시멘트 턱

- 재료 : 페인트, 코팅제

동네 의자가 버려진 가구의 재활용이라면, 우물 턱은 공간의 재활용, 재발견의

의미를 주고자 하였다. 삼성 연립 아래 화단 사이에 있는 작은 시멘트 턱은, 사

람들이 앉을만한 형태이지만, 자주 쓰레기가 버려지는 장소이기도 했다. 화단을

가꾸시는 주민을 만나 협의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자주 쉬어가기도 하지만, 사

람들이 쓰레기를 많이 버리고 가서 아예 쓰레기 버리는 장소로 만들려는 생각도

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과거, 우물가에서 사람들이 쉬어가던 이미

지를 생각하며, 시멘트 턱에 우물의 이미지를 그려넣어, 역시 휴식과 소통의 공

간이 될 수 있도록 조성해 보고자 하였다.공동체미술을가꾸다: 351

350 :재활용영역공간조형

Page 35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01.예원피아노학원앞동네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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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삼성연립아래우물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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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시멘트 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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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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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성인당옆벽화

- 남

강중고등학교 앞

의 3개의 문

구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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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할 때

눈에

매우 잘

띄는 위

치인데, 오래된 시

멘트벽과 벽

돌로 막

혀있는, 조금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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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임작가 :

전지 ▒

진행기간 :

2007

. 12. 12. -

200

8. 1. 1

6.

재활용

영역 공

간조형

{

Page 35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성인당 문구점 벽화

- 설치장소 : 성인당 문구점 오른쪽 벽면

- 재료 : 페인트, 코팅제

남강중고등학교 앞의 3개의 문구점 중 하나인 성인당은 남강중고로

바로 이어지는 길변의 작은 오르막 골목 옆에 위치해 있다. 성인당 옆

벽은 남강중고를 오가는 아이들이 등교할 때 눈에 매우 잘 띄는 위치

인데, 오래된 시멘트벽과 벽돌로 막혀있는, 조금은 답답해 보이는 벽

이었다. 학교를 오가는 아이들의 재미있는 모습을 만화와 같은 형식으

로 그려, 지역에 작은 포인트를 남겨 보고자 하였다. 동네의 모습을 그

리기보다는, 이 공간을 가장 자주 오간다고 여겨지는 남학생들을 중점

대상으로 두고, 그들이 가장 즐겁게 바라볼만한 도안으로 벽화를 그

려보고자 하였다.

* 좌측/ 실제제작 벽화, 우측/ 벽화제작

을 위한 시안제작과정과 조형 후 모습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53

352 :마무리영역

Page 35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마무리 영역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의 본 프로그램이 모두 종료된 후, 최종발표회를 비롯한 프로젝트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었다. 사진과 영

상, 아이들의 공연과 먹거리 나누기 등으로 진행된 최종발표회 후, 공부방 아이들, 교사들과의 평가회를 진행하였

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작업실이 이사하기 전, 쫑파티도 이루어졌다. 반년간 신림동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관계맺었던 주민들에게는 작은 사진 액자를 만들어 선물하였고, 늦기는 했지만 아이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텃

밭 주민들께도 아이들이 직접 만든 액자와 생태지도를 선물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그리고 프로젝트와는 별

개로, 그간 프로젝트팀의 활동을 보며 관심을 갖게 되신 백설세탁소 아저씨와의 협의를 통해, 프로젝트 사후작업의

의미로 백설세탁소 벽화작업을 진행하였다.

본래 프로젝트 사후작업을 고민하며, 지역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접하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욕구를 가지고 있는 작

은 소품만들기나 벽화작업 등에 대한 노하우를 나누고, 간단한 가구 리모델링 등 주민들과 직접 접촉하고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해 보기도 하였으나, 실제로는 여건과 일정 등에 밀려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였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최종발표회 354

● 평가회와텃밭어른들께인사드리기 356

●우리자리공부방아이들과의작업실쫑파티 357

●지역주민들께액자선물하기 358

●사후조형작업-백설세탁소벽화작업 360

● 프로젝트최종평가 362

Page 35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전시준비와

전시모습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55

354 :마무리영역

Page 35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최종 발표회

▒ 일시 : 2007년 12월 22일 오후 1시 -5시 / 장소 : 신림3동 우리자리 공부방

▒ 참여자 : 우리자리 공부방 저학년, 고학년 어린이들, 중학생들,

공부방 주변 지역 아이들과 주민들, 공부방 아이들의 부모님들과 친구들,

인천 퍼포먼스 반지하 식구들, 기타 프로젝트에 관심있는 많은 분들

▒ 진행내용

- 활동과정 전시 : 프로젝트 전체 활동과정의 사진을 전시하고 영상물 상영

- 동네사진 전시 : 신림동의 모습 및 신림동에서 프로젝트팀이 만나고 관계를 맺었던 주민들

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들을 전시

- 지역답사 : 공부방에서부터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조성된 지역의 공동체 교육환경 답사

- 지역공동체 이야기마당 : 지역의 공동공간의 구성과 활용에 대한 대화와 다과의 시간

- 참여프로그램 : 재활용 가구 소품 만들기

- 공부방 아이들 공연 : Handsom Boy, Tell me 율동, 다흰이의 노래

공동체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를 총정리하는 최종 발표회를 진행하였다. 그간의 모든 교육 프

로그램과 조형작업들을 정리하여 공부방 지하 창고공간에 작은 전시실을 만들고, 공부방의 교

육실에는 아이들이 직접 공동체미술수업에서 만들었던 작품들을 전시하였다. 활동 영상을 함께

보며 웃거나 즐거워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직접 ‘선생님들께 율동을 연습해서 선물로 보여드

릴거에요’ 했던, 의상까지 신경써 준비한 공연들을 보기도 하고, 참여한 부모님들, 아이들, 사

람들과 함께, 작업했던 지점들을 돌아다니며 설명을 하기도, 놀아보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공부

방 입구에서는 활동 과정에서 남은 재료들을 활용해, 즉석에서 작은 목재 소품들을 만들어 보는

참여 프로그램도 진행해 보았다.

○ 지역답사

○ 본행사

Page 35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평가회와 텃밭 어른들께 인사드리기 2007. 12. 27

발표회가 끝난 후, 공부방 아이들과의 공동체미술 수업 전체 평가회를 진행하였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되었던 전

체 과정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며, 어떤 느낌이었고 어떤 것들이 기억에 남는지를 편안하게 이야기해 보는 자리였

다. 아이들이 전체적으로 이야기하기를 어려워하여, 아이들과 교사들 모두, 돌아가며 한사람씩 가장 좋았던 것, 가

장 안좋았던 것들을 인터뷰처럼 진행해 보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장 좋았던 것으로 ‘놀이영역에서 조형작업했던

것’을 꼽았고, 세리는 ‘텃밭 답사했던 것’을 꼽기도 하였다. 가장 안좋았던 것은 ‘말이 길고 지루한 수업’(^^)을 꼽았

는데, 자기들 스스로 집중하지 못하거나 시끄러웠던 것을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과의 평가가 끝난 후, 다함께 생태지도를 다시 살펴본 후, 답사했던 텃밭 주민들께 사진 액자와 생태 지도를

선물로 드리고 감사 인사를 드리는 시간을 가졌다. 오랫만에 답사했던 텃밭 주민들을 찾아뵙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

는 시간은 즐거웠고, 주민들께서도 매우 기뻐하셨다. 집에 계시지 않아 만나뵙지 못한 텃밭 주민들께는 집 대문 앞

에 작은 감사와 설명의 메모와 함께 액자를 놓아두고 오기도 하였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57

356 :마무리영역

Page 35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쫑파티 2008. 1. 7.

프로젝트 마무리 작업을 위해, 쫑파티와 평가회가 끝난 뒤에도 작업실에서는 한동안 신림 지역 안에서 남은 작업들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공부방 아이들도 매일 작업실을 드나들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마무리 작업에 참여하기도 하

였다. 신림동 지역에서 작업실을 철수하기 전, 아쉬워하는 아이들과 마지막으로 작업실에서 재미있게 놀아보는 시간을

갖자는 의미로, 작은 쫑파티를 준비하였다.

간소한 음식을 준비하여 함께 나누어 먹고, 그간의 아이들 개개인의 활동 사진들을 모아, 한 명 한 명에게 작은 수제 앨

범을 만들어 선물하였다. 다양한 재주를 가지신 오십원 다큐작가께서 직접 아이들 모두의 예쁜 사진 앨범을 손수 만들어

주셨고, 라쿠와 전지가 앨범 표지에 모든 아이들의 캐리커쳐를 그려넣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앨범이 만들어졌다.

아이들 또한 공동체미술팀에게 예쁜 종이왕관, 표창장, 거울 등 개개인이 마음을 담아 선물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먹거

리도 나누어 먹고 선물도 나누고, 마지막엔 역시나 즉석 율동도 하면서 즐겁고도 아쉬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중학생 아이들의 편지

Page 35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주민들께 액자 선물하기

프로젝트 마무리 작업의 일환으로, 프로젝트 진행기간동안 지역에서 만났던 주민들에게 작은 사진 액자를 선물하

기로 하였다. 최종 발표회를 진행하기 전, ‘신림동 지역 사람들’이란 이름으로, 전지와 야자수가, 그동안 만나 관계를

맺었던 주민들 - 공부방 선생님을 비롯해 공부방 주변 지역 주민들과 아이들, 텃밭 주인들, 놀이영역이나 재활용영역

을 진행하며 관계맺게 된 주민들, 공동체미술팀이 재료를 사러 가곤 했던 목재상, 철물점, 페인트 가게 아저씨, 아주

머니들, 그 외 작업실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 자주 다니던 슈퍼, 분식집 아주머니 등 - 을 모두 만나 사진을 찍어드

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역시 다양한 재주의 소유자, 오십원 다큐작가께서 각재로 만든 앨범틀을 활용해, 공동

체미술팀 모두의 손길이

담긴 40여개의 액자가

만들어졌고, 주민들께

그동안의 감사의 인사

와 함께 작은 사진 액자

들이 전달되었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59

358 :마무리영역

액자 사진 사람들 : 우리자리 공부방 문소연, 이현희, 정현주 선생님, 우리자리 공부방 앞집 가영이네 가족, 우리자리 공부방 앞집 연아네 가족, 우리자리 공부

방 앞집 폐품수거하시는 할아버지, 우리자리 공부방 윗집 지수네 할머님, 우리자리 공부방 은혜 아버님, 가전제품 재활용 가게 할리 데이비슨 아저씨, 건설공

동체 ‘우리 일터’ 박경수 님, 로빈 윌리암스 아저씨(윤장한 님), 공동체미술팀 작업실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 공동체미술팀 작업실 옆 가게 아저씨, 공동체텃밭

호박가꾸시는 할머님, 그린하우스 슈퍼 주인아저씨와 아드님, 난곡제일교회 주차장 뒷집 서연이와 어머님, 난곡지역협의회 이상선 목사님, 난우철물설비 주인

아주머니와 따님, 남강문구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 남문건재 아저씨들, 놀이터 슈퍼 주인아저씨, 동네총각 태규, 마당텃밭 주인 아주머니, 백설세탁소 주인아

저씨, 시골느낌 텃밭 102호 할머님, 아주까리 대문 텃밭 할머님, 옹기종기 분식점 주인아주머니, 원스타 수선집 주인아저씨, 제일목재 사장님과 아저씨들

Page 36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Page 36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사후조형작업 : 백설세탁소 벽화 2008. 1. ~ 2.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벽화 작업에 대한 요

구들이 생겨났다. 프로젝트 기간 중 생태텃밭 답사로 인해 공동체

미술팀과 우리자리 공부방 아이들과의 일정 관계가 형성되었고,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를 가지고 계시다는 판단 아

래, 동네 오거리 중심에 위치한 위치적 특성과, 통장으로서 지역

활동도 활발히 하고 계신 점 등을 고려하여, 백설세탁소 벽화 작업

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아저씨와 직접 논의를 했던 라쿠가 작업 시

안을 잡아보았고, 전지와 사막이 실제 벽화 작업에 함께 하였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61

360 :마무리영역

* 아래 - 조형전 모습, 위 - 조형 후 완성 모습

Page 36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 1차 시안 작업

세탁소라는 장소와의 연관성에서 옷이라는 이미지를 끌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벽이 지니는 구조적 특성들(경사진 비탈

도로로 인해 폭이 점차적으로 넓어지고, 외벽간의 높낮이 차이로 선이 보여지는 구조)로 인해 빨래줄을 떠올려 보았습니

다. 빨래줄은 신림3동 동네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이고 낯익은 풍경이기도 해서 벽화로 재현되었을때 이질감도

적을 듯 합니다. 빨래줄에 걸리는 옷은 인간의 유아기와 성장기, 장년기와 노년기를 상징하는 의복입니다. 빨래줄에 걸

리는 옷 자체가 인간의 성장을 상징하는 것이죠. 이것은 자연스럽게 외벽이 지니는 구조적 특징과 조화를 이룹니다. 또,

빨래줄의 시작에 유아기를 상징하는 젓병이 걸리고, 줄 끝에 노년기를 상징하는 지팡이를 배치하여, 얼핏 옷이 그냥 나

열되어 있는 그림이구나 하고, 지나쳐버리는 시선을 다시 한 번 머물 수 있게 배치시켜보았습니다. ^^ 의복을 통해 상징

되는 이러한 인간 성장의 변화모습은 나란히 걸리는 백설세탁소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사진과 함께 보여집니다.

▒ 2차 시안 작업

몇 차례 백설세탁소 주인 내외분과의 만남과 사진 앨범 자료들을 통해 지난 번 시안을 좀 더 보안해 보았습니다. 실제

로 세탁소에서 노동을 하시는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모습을 재해석하여, 현재 존재와 노동의 모습, 과거 신림에서의 삶

과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내용으로 시안을 잡아 보았습니다. 아주머니 재봉틀에 얽힌 실과 아저씨 다림짐 길이 서로 이

어져 있는 것을 나타내는 시안입니다.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노동이 백설세탁소가 지닌 공간 구조를 따라 라인으로 이어

져 있는 상황을 담아, 다림질과 재봉틀이라는 세탁소 노동의 연결 고리 속에 이분들의 과거사가 걸려져 있는 것을 상징

적으로 보여주는 의도죠.

▒ 최종 시안 작업

2차 시안 작업 이후, 2차 시안이 백설세탁소 내외분의 개인사적인 내용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면, 백설세탁소가 가진

위치적인 특성(동네 오거리에 위치해, 주변 지역 사람들이 모두 지나다니며 보게 되는 위치이며, 오랜 기간 지역에서 거

주하시고 통장 활동을 오래 하고 계신 것 등으로 인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세탁소에 모이거나 거쳐 가게 되는 것 등)

과 더불어, 조금 더 공적인 영역으로 확장되는 내용이 추가되면 좋겠다는 내부 회의를 통해, 주변 지역의 주민들의 모

습과 그들이 입고 있는 의복들을 통해 1차 시안에서 고려했던 의복의 변화모습이나 연령에 대한 내용을 담아 최종시안

을 완성하였다.

Page 36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 최종평가.

▶ <프로젝트 전체평가> : 공동체 미술팀

▶ 프로젝트 활동후기·Ⅰ: <전체 평가서에 붙여> / 무카

▶ 프로젝트 활동후기·Ⅱ: <6개월간의 공동체 생활을 정리하며 - 신림동을 떠나다> / 라쿠

▶ 프로젝트 활동후기·Ⅲ: <프로젝트 참여 후기> / 사막

▶ 프로젝트 활동후기·Ⅳ: <'체험!! 공동체미술의 현장' 체험후기> / 전지

▶ <"공동체미술을 가꾸다"가 처한 사회현실> - 드라마고공동체미술을가꾸다: 363

362 :최종평가

Page 36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는

ㅇ 과정적인 프로젝트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는 과정적인 성격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이다. 초기 기획단계에서부터 가설이라는

방식으로 현장에서 탄력적으로 변화, 수정되는 부분을 염

두에 두었고, 결과물 역시도 눈에 보이는 조형물을 만들

고 설치하는 데 중점을 두기 보다는, 목표를 세우고 영역

을 설정하고 분석하고,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 영역에

필요한 것들을 함께 만들어 내는 과정을 모두 밟아가며 진

행하고자 하였다. 작가들이 일방적으로 지역을 판단, 분석

하고 그곳에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작업을 진행하여 설치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속에서 그 곳에 거주하고 있는 아

이들과 주민들의 일상과 흐름, 요구와 패턴을 함께 따라가

면서, 최대한 지역의 상황에 적합한 작업으로 진행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작업에 참여한 작가들 스스로가 하나하

나 단계를 밟아가며 작업했던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

았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들이 때로는 지난하고 어렵게 느

껴지기도 했지만, 작가들 스스로에게 커다란 학습의 기회

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함께 하는 공부방

교사와 아이들도 함께 밟아가는 데에도 중점을 두었다. 놀

이영역의 경우, 작가들이 밟았던 지역 안에서의 작업과정

을 아이들이 모두 동일하게, 다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경험하는 과정으로 진행하고자 하였고, 실제 아이들이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공간이든 활동이든, 어떠한 것

을 변화시키거나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요구와 현상을 분

석해야 하고, 그에 적절한 계획을 세워야 하며, 직접 작업

을 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다른 사람들의 의

견과 상황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작업의 전 과정을 경험한

것은,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

이들이 앞으로 성장해 나가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ㅇ 자연스러운 작업

조형작업 또한 가능한 지역 내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을 수

있는 작업으로 진행하고자 하였다. 누가 보아도 미술가가

들어와 어떤 작업을 진행했구나를 알아볼 수 있는 작업보

다는, 이 동네에는 이런 식으로 가꾸어져 있는 곳도 있구

나 라고 한번쯤 돌아볼 수 있을법한 자연스러움의 수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동네에서의 작업방향에 더 알맞

다는 생각이었다. 프로젝트가 진행된 신림동 일대를 돌아

보면, 눈에 띄게 변화되었거나 큰 규모의 조형물이 설치된

장소가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전에 관심갖지 않고 지

나치던 소소한 공간들이 마루와 텃밭으로 가꾸어지고 놀

이와 휴식의 공간으로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활용도와 생

명력을 갖게 되었고, 신림동에서는 흔하게 찾을 수 있지만

역시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작은 텃밭들이 이름표를 달

고 존재를 드러내게 되었다. 이전에 지나쳐 가면서 관심을

두지 않던 작은 텃밭이나 화분들이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공간이 되었고, 스스로 계획하고 만들어낸 놀이의 공간은

자부심을 느끼며 애정을 갖는 공간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또한 아이들이 지역의 텃밭을 답사하고 놀이의 공간을 만

들어 나가면서, 텃밭을 가꾸거나 주변에 거주하고 있던 주

민들 역시 익숙하게 바라보기만 하던 공간이 다른 생명력

을 갖게 되는 과정을 바라보고 경험하면서, 공간에 대한

재인식의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 프 로 젝 트

전 체 평 가 ”

Page 36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ㅇ 교육프로그램 지속의 가능성

공부방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의 경우, 공부방 내

에 물리적으로 텃밭과 툇마루가 만들어져 있음으로

인해, 향후에도 장기적으로 생태적인 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있는 요건이 마련되었고, 아이들이 직접

만든 놀이의 공간이나 발견한 텃밭, 고물상처럼 프

로그램을 진행했던 영역들, 그리고 동네를 돌아다

니며 진행했던 프로그램의 경험을 가지고, 앞으로

도 이러한 자원들을 바탕으로 공부방의 교육 프로

그램을 새롭게 보완하고 만들어 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여겨진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반지하와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서로 논의

할 수 있는 구조를 지속해 간다면, 공부방과 지역

사회와의 또다른 접촉면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ㅇ Warming Up의 아쉬움

긴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아이들을 주축으로 진행

했던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 안에서는 일종의 시작

단계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시각과 아이

들의 활동 동선을 따라 작업들이 진행되었고, 이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주민들이 지역 안에서 이루

어지는 이러한 활동이나 작업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우

리집 앞에도, 혹은 내가 아는 어떤 공간에도 이런

작업이 진행되면 좋겠다는 욕구 또한 생겨나기 시

작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프로젝트에만 집중

해서 본다면, 이러한 단계를 거쳐, 이번에는 주민

들과 함께 동네를 같이 바라보고 이야기하며 작업

해가는 활동들이 이후에 지속되는 것이 가장 바람

직한 형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프로젝트라는 특성

상 이러한 장기적인 작업을 담보할 수 없고, 프로

젝트팀이 지역을 떠난 후, 공부방에서 이런 활동을

책임지고 진행해 나갈 수 없는 구조인 것이 사실이

다. 다만, 향후 이러한 지역 내 작업에 대한 공부방

의 의지가 있다면, 공부방의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공부방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아

이들의 부모, 올해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던 영역의 주변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작은 공동작업 프로그램 등을 기

획하여 진행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작가들이나 반

지하의 지원이 결합되는 형태의 소규모 작업들을 진행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ㅇ 초기기획의 지난한 변화

‘공동체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는 초기 기획단계에

서, 공부방 아이들과 공동체와 지역사회라는 주제를 가

지고 미술적인 매체를 활용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공부

방 내부 및 주변을 공부방의 방향과 색깔에 맞게 바꾸어

내는 미술조형작업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방향을 설정

하고 공부방과의 논의를 시작하였다. 이는 초기 프로젝

트 공모 단계에서 명시되었던 부분에 따라 공부방에 국

한된 프로그램으로 일차 기획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퍼

블릭 샤렛을 거치고 세부 기획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공

부방 내부적인 작업보다는, 아이들을 주축으로 하되, 지

역으로 나가 동네와 주민들을 만나고 지역 안에서 공공

의 영역을 생산해 내는 작업으로 방향을 재설정하게 되

었다. 초기 기획서와 퍼블릭 샤렛, Art Plan, 작업계획

서까지 거의 네 개의 기획서를 쓰는 수준으로 석 달간 기

획논의를 진행하면서 실제 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긴 기

간의 지난한 과정을 겪었고, 이것이 프로젝트 참여자들

에게는 작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크게 지치게 하는 요인

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공부방

의 내외부를 바꾸어 내고 아이들과의 미술적인 프로그

램을 진행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공부방이라는 중심축

을 통해 지역의 자원들을 공부방의 교육환경으로 만들

어나가고 다시 이러한 교육활동이 지역으로 피드백되는

과정을 설정하게 된 것은 진행과정에 좀 더 알맞은 방향

이었다고 여겨진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65

364 :최종평가

Page 36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ㅇ 가설과 수정

‘공동체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는 작업 시작단계부터

시안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처음부터 어떤 작업을 어떻

게 할 것이라는 세부 내용을 모두 결정하고 프로젝트를 진

행한 것이 아니라, 크게 어떠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가

설만 설정해 놓은 후, 지역 내에서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

을 작가들이 직접 거치면서 지역현장의 상황에 탄력적으

로 대응하면서 작업을 변형시켜 갈 수 있는 과정을 만들

어가고자 했다. 이러한 가설 형태의 프로젝트 진행방법은

외부에서 신림동으로 ‘들어온’ 작가들이 지역 작업을 진행

하는 데 있어서 알맞은 형태였다. 초기 기획단계와 답사

에서 볼 수 없었던 주민들의 관계나 공간영역들이, 6개월

간 작가들이 신림동에서 거의 의식주를 해결하고 지역 주

민들과 함께 생활해 가면서 보이기 시작했고, 초반에 계

획했던 시안이나 과정이 전혀 다르게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상황들도 있었다. 주민들의 요구나 아이들이 작업을 이해

하는 속도와 과정, 작가들의 지역에 대한 이해 등이 작업

을 변형하고 수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었고, 수많은 수

정과 논의를 거치며 과정적으로 작업이 진행되었다. 본래

교육프로그램이 각 8회 정도로 설정되고 작업 기간 역시

1달 정도로 설정했던 지역생태영역과 놀이영역은 아이들

의 이해도와 과정을 고려하여 각각 10회와 14회로 늘어

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조형작업 역시 기간이 연장되거

나 시기가 뒤로 늦추어 지기도 하였고, 프로그램 과정상

이런 지점은 필요하고 적절했다. 다만, 프로젝트라는 특

성상 정해진 일정과 예산 안에서 작업이 진행되어야 하는

부담감을 결국 떨쳐내지 못하고, 프로젝트 종료시기가 가

까워오면서는 기한 내에 모든 작업과 프로그램을 끝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재활용영역의 경우, 촉박한 시간 내에

교육프로그램과 조형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충분한 과정

을 밟지 못하고 급하게 진행되기도 하였다. 차라리 프로

젝트 중반에 과감히 재활용영역 진행에 대한 부담을 버리

고, 좀 더 세밀하고 충분한 과정을 밟으며 놀이영역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면 더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작업

이 되었을 것이다.

ㅇ 교육프로그램과 조형작업

‘공동체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는 기획단계에서부터

교육 프로그램적인 성격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

이었다. 진행의 중심대상이 아이들이고, 아이들과 과정을

함께 밟아나가는 데 중점을 두어 진행되었기 때문에, 프

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참여하는 작가들 스스로가

때로는 방향을 잡지 못하거나 어려워하는 상황도 있었다.

또한 주 2회의 교육 프로그램이 프로젝트 내내 진행되면

서, 계획된 조형작업과 교육 프로그램을 모두 소화해 내

는 것이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계속 겪을 수 밖에 없었

고 이는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심한 과부하를 일으키는 요

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이들과의 밀착된 과정을 겪

었던 것은 아이들을 통해 지역을 좀 더 압축적으로 경험하

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아이들과의 교육 프로그램은 별도

Page 36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로 진행하고 조형작업은 또 다른 작가들의 작업으

로만 진행되었다면, 지역을 이해하고 과정을 밟아

가는 프로젝트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교육

프로그램과 조형작업이 서로 과부하되고 부담을 주

지 않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절을 할 수 있었다면,

좀 더 여유롭고 안정적인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으

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ㅇ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

공부방 텃밭이나 툇마루 조형작업이 진행될 때 겪

었던 주민과의 마찰과 같은 부분은, 외부에서 바라

볼 때는 비어있고 활용되지 않는다고 여겨졌던 공

간이, 실제 어떤 작업이나 활동이 개입하는 순간,

여러 이해관계가 드러나는 복잡다단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였고, 이는 아이들과 놀

이영역을 발견하는 활동을 하면서도 비슷한 모습으

로 경험할 수 있었다. 도시 속에서 비어있어 보이

거나 활용되지 않는 공간은 많지만, 활용되지 않는

공간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내려는 순간, 그 전까

지 비어있다고 여겨졌던 공간은 다시 이름표를 달

고 사적인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게 된다. 동네 지적

도를 떼어보면 어느 곳이든 빈 공간 하나 없이 빽빽

하게 면과 선, 그리고 숫자로 채워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자본에 의해 작은 자투리 공간 하나까지 이름

표를 붙이고 구획을 나누어 버린 도시 속에서, 사

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조화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

한지에 대한 고민을 작가들 모두가 안고 가게 되었

다. 단순히 계획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주민을

설득하고 허락을 받아내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해결

이 될 수 없음을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사적

소유로 편제되어 있는 사회 속에서 공적인 영역과

공공성에 대한 필요성과 요구를 합의하고 만들어내

는 것은 지난 역사 속에서 이러한 경험치를 많이 갖

지 못해온 우리 사회에서는 결코 한 두번의 프로젝

트나 논의를 통해 만들어내 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닐

것이고, 이것은 앞으로 도시 속 어떤 공간에서 어

떤 작업을 하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로 부딪히고 고민하

게 되는 지점일 것이다.

3. 프로젝트 운영의 측면에서

ㅇ 기획자의 부재 : 초기 기획자가 단장인 드라마고였

지만, 여러 상황으로 인해 실행단계에서 함께 하지 못

함으로 인해, 진행 과정상에서 판단과 결정을 쉽게 내리

지 못하거나 우왕좌왕하는 일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구조였다. 팀원 중 누구도 공동체미술 프로젝트에 대한

확실한 개념과 정리가 되지 못한 상태에서, 판단과 결정

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원칙적으로는 무

리가 되더라도 기획자와 함께 진행해야만 했으나 현실

적으로 그럴 수 없는 수많은 상황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

이었다. 마고가 매주 서울로 올라오는 강행군을 하며 소

통구조를 만들려 했고, 카페 등을 활용하여 소통 구조를

보완하려 했으나, 뒤로 가면서는 서로 실무에 쫓겨 어

쩔 수 없는 상황들이 많이 생기기도 하였다. 만약 비슷

한 구조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할 때, 프

로젝트에 참여하는 인자들이 기획단계에서 적절한 워크

샵과 학습을 거치며 프로젝트를 스스로 이해하고,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있는 자기 언어로 기획서를

쓰고 실행계획을 잡는 것이 맞겠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원칙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이 항상 조화되는 것이 아닌

지라, 이번 프로젝트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했는지는 솔

직히 미지수이다.

ㅇ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 부족 : 이와 더불어, 공공미술

이라는 큰 개념과 도시갤러리라는 큰 사업틀 안에서, 프

로젝트에 참여한 개개인 모두가 이 프로젝트의 전체적

인 성격과 방향을 제대로 내면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프

로젝트가 진행되었다. 프로젝트라는 사업의 성격상 가

질 수 있는 한계일 수도 있겠으나, 과정 속에서 각자가

이해하고 있는 상과 경험, 관심사 등이 모두 달랐기 때

문에, 서로 조율하고 맞추어가는 데 지난한 시간과 과정

이 필요했고, 실제 그러한 과정을 충분히 밟지도 못했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67

366 :최종평가

Page 36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다. 마지막까지 각자가 이 사업을 어떻게 이해하고 소화해

갔는지에 대한 부분. 어렵다.

ㅇ 운영구조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함 : 초반 신림동에

들어오면서 출퇴근 및 식사, 청소 등등의 내부 운영적인

구조를 한달을 지내보면서 잡아보기로 했으나, 결과적으

로는 끝까지 정리되지 못한 상태로 운영되었다. 팀원들이

다른 일이 겹쳐있는 상황도 존재했고, 서로가 알아서 잘

하겠지 라는 생각도 있었고, 단기 프로젝트라는 생각 때

문에, 짚어야 하는 부분을 그저 좋게좋게 넘어가고자 했던

코디네이터의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 진행과정에서

시기와 상황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 크게 하중이 부과되거

나, 보는 자와 보지 못하는 자의 간극이 커지는 상황이 되

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공동의 활동과 생활을 하면서 서로

가 배려하면서도 확실하게 짚어야 할 부분들을 배우고 실

천하는 경험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부분이 가장 아쉽다.

마음만으로 배려되지는 않는 법. 배려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원칙과 구조가 진짜 아쉬웠다.

ㅇ 소통체계 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함 : 역시 운영구조

와 더불어 소통의 체계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초

반에는 소소한 운영의 일들까지 다함께 논의하는 구조로

진행하려 하기도 했으나, 인천과의 일정조율이나 개인일

정 등으로 인해, 오십원, 야자수 다큐작가와 쿠로 참여작

가와의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했고, 운영에 있어서

의 결정과정이나 논의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가 되었

다. 참여인자들의 여러 어려움들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소

통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또한 기획단계에 참여하

지 못했던 시간차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그리고 프로젝

트 중반을 지나면서는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논의와 회의

가 실무 위주로 진행되면서,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는 논

의와 토론의 자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고, 예산, 일

정, 운영 등이 함께 논의되기보다는 코디네이터가 알아서

판단하고 전달하거나, 코디네이터에게 결재받는 식의 구

조가 되어버렸다.

ㅇ 공부방과의 관계 : 공부방과 평가하면서, 공부방에서

는 프로젝트의 진행과 과정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의 평

가가 나왔다. 프로젝트로 인해 내용과 기반이 지역으로

일정 부분 확장되기도 하였고, 아이들이 새로운 사람들과

긴 기간을 함께 하며 새로운 사고방식과 경험을 할 수 있

는 계기도 되었으며, 공부방에서도 이후의 프로그램을 진

행하는 데 있어 활용할 수 있는 자료나 내용, 방식들을 얻

을 수 있었다는 내용들이었다. 적절하게 긍정적인 분위기

로 이야기가 되기는 했지만, 사실 잘 정리하지 못한 부분

은 냉정히 있었다. 일정이나 진행내용에 대해서는 마지막

부분에는 논의나 협의보다는 내부적으로 정리하고 전달

하는 식이 되어버렸고, 물품을 빌리거나 이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시행착오가 많았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팀

원들 각자의 수위나 태도가 모두 달랐는데, 이것이 크게

문제는 되지는 않았겠지만, 아이들에게 정리되지 않거나

혼란스러운 지점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적절한 지점에서

Page 36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아이들과 협의를 하고 선을 그어주어야 하는 부분

과, 귀찮거나 힘들거나 혹은 그냥 예뻐서 받아주고

싶거나 하는 선들이 시기마다 애매했고, 아이들 간

의 편차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아이들과 만나

는 것은 항상 어렵다.

3. 프로젝트를 마치며

우리가 진행했던 것은 단기간의 프로젝트 사업이

었고, 우리는 분명 어떠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지

역 안으로 들어온 외부인들이었다. 그러므로, 짧은

기간 안에 크고 대단한 변화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

기도, 오만이기도 하다. 공동체미술팀은 장기간을

염두에 두고 있는 지역 활동가나 신림동의 지역 예

술가가 아니라, 단기간의 프로젝트를 위해 각자 모

인, 말 그대로의 프로젝트팀이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공공미술이나 지역 활동에 대한 제각기의 상

들은 있었지만, 하나의 팀으로서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다져나가는 작업 자체가 과정 속에서 함

께 이루어졌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예

상하지 못한 상황과 프로젝트의 흐름에 따라 목표

지점이 흔들리고 변경되거나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있었다. 또한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던 것

처럼, 장기간의 지속성을 고민하면서도 이를 담보

할 수 없는 한계 역시 지니고 있었고, 이는 프로젝

트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도 역시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과정적인, 가설 형태의 프로젝트라

는 것을 작가들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했고, 지역

안에서 함께 생활하며 녹아나는 공공 활동의 경험

또한 모두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압축적

으로 밀도있는 작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도 존

재했다. 그러므로 과정 속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이 때로는 주민

들과의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가지 못하고 당황하거

나, 거쳐온 과정을 제대로 담아낸 결과물로 나타내

지 못하고 일정에 쫓겨 급하게 마무리된 것은 아닌

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미 제한된 조건 속에서

무엇을 하고자 했으며 어떻게 풀어내고자 했는지에 대

한 부분일 것이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프로젝트 기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압축적인 과정을 겪으며, 우리가

이 지역에 들어와서 할 수 있고 남길 수 있는 것은, 그

동안 이 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익숙하고 소소해

서 관심갖지 않고 지나쳐 가던 작은 영역들의 변화를 통

해, 그 곳을 지나치는 주민들에게 사소한 공간과 영역

에 대한 재인식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지역 내에 작게나마 소통과 교류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누군가의 미적

인, 공공적인 기준으로 어느 순간 거대한 조형물이 만들

어져 설치되는 형태의 작업이 아니라, 소박하고 소소하

게, 지역 안의 작은 이야기들과 생활들을 바라보고 이해

하는 과정을 함께 겪으며 작업해 가는 일련의 단계를 함

께 경험하고 시도해 보는 것. 이것이 ‘공동체 미술을 가

꾸다’ 프로젝트가 하고자 했던 작업이었다.

우리가 지난 6개월간 신림동에서 뒹굴고 부딪히고 좌

충우돌해왔던 모습들이 사실 그 자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 이 프로젝트는 작가들에게든 아이들에게든 지

역 주민들에게든, 하나의 이벤트나 프로젝트가 아니라

학습과 확장의 기회로써, 이후의 삶과 활동에 조금이라

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미있는 경험으로 남으리라고

기대한다. 열 개의 의미있는 작업을 해내는 것도 중요하

지만, 의미있는 작업을 하고자 하는 열 명의 사람들을 만

나는 것이 훨씬 더 큰 작업이 되기도 한 법이다.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69

368 :최종평가

Page 370: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공미술에 전혀 관심이 없는 무카가 프로젝트를 진행하

면서, 개인적으로 잡았던 목표는 참여하는 인자들의 경험

과 성장이었다. 프로젝트 자체가 커다란 성과를 내지 못

하더라도 참여한 책임작가, 다큐작가, 참여작가들이 함께

부딪히고 논의하면서 조금이라도 성장하고 서로의 경험을

함께 쌓아가는 짧은 과정을 잘 만들어내고 싶었던 것이 무

카 개인의 욕심이었다. 어쨌거나 모두가 각자 가져가는 경

험과 학습의 과정들이 있었겠지만, 프로젝트를 마무리하

며 드는 가장 아픈 지점은, 구체적으로 누가 무엇을 위해

어떤 것을 학습해 가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이 분명하지 않

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공공적인 활동에 대한 부분이었다

면 함께 학습과 토론과 고민의 과정을 더 가졌어야 했고,

공동의 활동에서의 태도와 실천의 부분이었다면, 운영과

정에서 함께 구조를 만들고 함께 활동해가는 부분들을 제

대로 만들어내고 강조해 가야하는 것이 맞았다. 애매한 상

태에서 단순히 뭔가 함께 성장해가도록 해야 한다는 막연

한 마음이, 개인적으로는 때로는 엄마 모드로, 혹은 십장

모드로, 혹은 언니나 누나나 친구 모드로 태도를 취하게

했지만, 진행하면서 서로 즐겁거나 좋았을지라도 하고자

했던 바에 맞는 모습이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단기간

의 프로젝트이므로 또 굳이 하나하나 따지고 싶지 않아 비

껴가고자 했던 모습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스스로의 한계

를 가장 많이 느끼게 한 프로젝트였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젝트라는 사업 구조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자면, 개

인적으로, 사업 진행에 있어 구조의 문제는 크게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업 자체가 아니라 운

영과 진행에 대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고, 어쨌거나 프로

젝트이므로, 일정기간 안에 서로 원하든 원치 않든, 작더

라도 전시적인 결과물을 내야 할 수 밖에 없는, 혹은 없다

는 부담을 느끼고 갈 수 밖에 없으며, 아무리 탄력적이도

록 노력한다 해도, 일정 예산 구조와 관의 일정에 맞추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제도 영역에서의 지반을 넓히는

작업이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결

과적으로 의도와 상관없이 개별 프로젝트와 작가들이 하

중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시와의 사업이다, 구와의 사업이

다,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슷한 구조에 기반한 사업이

라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적정한 예

산과 일정, 운영구조,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적절한 운영,

소통체계, 확실한 방향성과 목표에 대한 동의, 지속적인

학습. A부터 Z다. 이게 말처럼 안돼서 그렇지.

" 전 체 평 가 서 에붙 여 "

: 무카

Page 37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ㅇ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를 끝낼 쯤에 뒤따르는 평가 및 정리의

시간은 내겐 큰 부담이다. 6개월(기획단계와 사전

단계까지 합치면 1, 2개월의 시간이 덧붙여지겠지

만)이라는 시간을 신림동 우리자리 공부방과 함께

교육프로그램과 조형작업을 병행하며, 나는 무엇을

정리하고 평가할수 있을지 아직 그 정확한 맥락과

자기반성 및 정리의 지점을 명쾌히 하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공동체 미술이라는 것을 스스로 얼마나

잘 가꾸고 이행하여 내 것, 혹은 프로젝트의 참여자

로서 지역 안에서 제대로 잘 수행했는지 이야기하

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공미술이나 그것을 일컫는

다양한 활동의 방식들을 아직 채 정리하지 못한 상

태에서, 공동체 미술, 혹은 커뮤니티 아트로서 도

시갤러리 캠페인 사업의 기획과 시행작업에 참여하

면서 이러한 정리되지 않은 과정들을 언어로서, 문

장으로서 표현하고 정리하는 것에는 분명 많은 어

려움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를 끝내고 이

렇게 자신을 돌아보며, 참가자로서 그간의 내용들과 활

동들을 정리하는 것은 프로젝트 기간동안 지역 안에서

활동해왔던 과정들과 역사들을 견고하게 다지는 작업인

동시에, 향후 동일한 선상의 활동과 과정들 속에서 재 방

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반성적 잣대 내지는 기준으

로 작용할 수 있기에 그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ㅇ 신림 3동, 그 안에서 살아가기 - 작업실 임대 공간,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았나

신림동에서 공동체 미술을 가꾸기 위해선 기획서의 내

용, 즉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부분들도 큰 의미가 있었

지만, 하드웨어적 지역 매개 지점이 필요했었다. 물리적

거점 공간 - 작업실(이는 이제서야 생각해보건데 작가

개개인의 작업을 원활히 진행하는 작가 중심의 공간이

라기보다는,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지역 내에서 이러한

공동체 미술 프로젝트가 가능한 지점들을 꾸준히 관찰

하고 정리할 수 있는, 그리하여 지역에서 좀 더 실질적인

존재들과 스킨쉽하고 공감해 나갈 수 있는 발랄한 틈새

의 공간이라 할 수 있을 거 같다)은 지역이라는 맥락 안

에서 좀 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활동들이 유지되고 지

속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초기 공간을 꾸

리고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몇몇 작가들과 기초적

생활의 공유서부터 프로젝트의 전진 기지라는 융통성있

고 가변적인 활용을 통해, 공간이 지니는 다양한 측면들

을 프로젝트 참여 작가들이 지닌 각각의 개성과 감각으

로 꾸미고 변화시키는 재미가 있었다. 때로는 교육 현장

의 연장 영역으로, 때로는 조형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

는 작업공간으로, 때로는 공부방 교사와 프로젝트 참여

작가와의 소통창구로서 회의와 향후 일정들을 이야기하

는 회의장소로도 사용되었다. 또 영역별 프로그램이 진

행되면서 쌓여지는 결과물들과 데이터들을 저장하는 사

무공간인 동시에, 스스로 지역과 반응하면서 살아가는

" 6개월간의공동체 생활을

정리하며 :신림동을 떠나다"

: 라쿠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71

370 :최종평가

Page 372: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방식을 고스란히 녹여내는 삶의 거점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지역 내 작업실 공간이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프로젝트에서 유의미한 것은, 지속성과 구체성을

만들어갈 수 있는 실질적인 작업 공간이라는 할 것이다.

지역 안에서 지역과 관련한 작업들을 진행하고 그 과정 속

에서 마주하게 되는 사건과 존재들을 확인하며,

사소한 것에서부터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지점들을 확인하고 반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ㅇ 지역 속 교육공동체 공부방과의 작업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활동의 주체와 관계가 분명한 느낌

으로 다가온다. 신림3동 우리자리 공부방과 공동체 미술

팀은 그 중 많은 부분들을 차지하며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했다. 2007년 한해, 가난, 생명, 공동체라는

큰 주제 속에서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느끼고, 배우고, 경

험하는 프로그램들을 계획했던 공부방과, 그 안에 공동체

라는 공통된 맥을 공유하며 공동체 미술팀이 결합하는 형

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교육 프로그램 및 조형 활동

을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무엇보다 중

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마도 아이들 스스로가 교육프로

그램의 주체로서 지역을 새롭게 인식하고, 가난, 생명, 공

동체라는 큰 맥락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역 속에서 가시

적인 관계 및 상황들로 구성되어질 수 있는지를 조형 활동

을 통해 확인해보게 하는 것이다.

공부방과 놀이영역에서는 공동체 미술팀과 함께 직접 조

형의 기획과 구상, 주민협의와 시안작업의 과정을 밟았고,

생태영역과 재활용 영역에서는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

을 중심으로 기억과 경험을 통해 지역과 동네가 지닌 구

체적 삶의 맥락 - 텃밭, 고물상 등 - 들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이는 공부방이

지역 속에서 자체의 교육 철학과 방향성만을 옹호하고 존

립시키기 위한, 닫혀진 상황, 고립된 상황 속에서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역으로 공부방 프로그램

및 그 존재 자체가 어떻게 뻗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하나

의 구체적 사례를 제공할 수 있었음으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완전한 하나의 가시적 성과에

도달했다기 보다, 그것을 위해 어떠한 과정들과 시도들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시작점, 지역 속에서 공동체

교육의 환경을 조성해볼 수 있는 지점들을 ‘발견’하고,

그러한 부분들이 가꿔질 수 있는 하나의 시도로서 평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방의 장기적 교육 목표

속에서 지역, 지역민을 만나 공부방이 지닌 교육 가치와

활동 방향에 대한 의미들을 공유해 나가기 위한 일종의 선

험적 활동의 척도가 아닐런지.... 그러면서 공동체 미술팀

과 공부방 아이들이 함께 했던 과정의 기록물, 혹은 결과

물들이 실질적으로 동네에 남겨짐으로서 그 의미가 유지

되어 지역 내 공부방 및 공동체 활동에 대한 관심 어린 존

재들-지역민과의 만남을 어느 정도 정비할 수 있지 않았

나 하는 생각도 든다.

자료집에 들어갈 이것저것 그간의 과정들을 정리하는 작

업들이 꽤 늦어졌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그렇게 많은 스

토리텔링과 프로그램 회의 진행록, 생각들을 공유하고 정

리했던 일지형식의 게시글들이 있었지만, 프로젝트가 끝

나고 이렇게 후기와 정리 글을 또다시 쓰는 지금에 이르

기까지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참여자로서 무엇을 어

떻게 정리해내었고, 또 어떤 의미로 내 삶의 부분을 충족

시켜나갔는지 아직도 정리하지 못한 채, 빈 여백으로, 현

재 진행 중으로 남아있다.

애초 프로젝트 기획단계에서 놓치고 간 부분들이 결과적

으로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미쳤던 영향이 이렇게 드

러나는 것이 아닌가 새삼스럽게 생각해본다. 공동체와 공

동체 미술, 공부방과 연계된 공공미술 및 지역적 창작활동

의 개연성과 의미들을 어떻게 설정하고 작업에 임했는지,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구체적인 상으로 다가오지 않는

다. 그 개념과 활동의 구체성 자체가 어려운 것일 수도 있

고, 지역에서 공부방 운동을 시작으로 대안적 교육의 형

태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그것을 구체적인 우리, 여기의 삶

속에 녹이고자 노력하는 공부방의 교육프로그램과의 관계

Page 373: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성, 그것을 좀 더 지역과 적극적으로 만나는 계기

로 만들기 위한 매개로서의 조형활동과 교육프로그

램에 대한 기대와 상이 구체적이고 명확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초기 기획단계에서 도

시갤러리와의 불화는 프로젝트에 대한 집중력과 적

극적인 시도들을 다소 꺽이게 했던 기억으로 남아,

추후 시행단계에서의 현실적인 제약과 조형 활동의

미학적 의미화에 대한 부담을 안게 했던 것 같다.

이는 다시 프로젝트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와 의미

화라는 참여자간의 역할 설정에 대한 재설정의 한

계를 만들어냈고, 참여자 개개인의 역할과 조형작

업에 대한 구체적인 맥락을 잡아내는 시도들이 제

대로 이뤄지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다.

프로그램이 중심에 있다 보니 그 외에 지역에서

진행할 수 있는 혹은 그 가능성의 실마리를 열지 못

하고 공부방 교육의 후속적 지역적 실천- 지역과

연계된 교육활동 및 그 인프라를 좀 더 폭넓게 구성

하는 활동-의 방법과 고민들의 호흡을 미처 정리

하지 못하고 신림동을 빠져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고민은 프로젝트 참여 구성원의 한계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한계는 지역 내 다양한 관계

속에서 그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고 프로젝트 지원

을 하는 주체에서는 지역 현장에 맞는 지원과 그에

따른 의미들을 현장의 언어와 모습들로 받아들이고

구조화 해내고 제도적인 시스템을 세밀하게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해나갔으면 한다. 앞으로 올해 진

행될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사업에서는 이러한 노력

들이 좀 더 다각적으로 이뤄져 공공미술에 대한 의

미의 결을 풍부히 가져갈 수 있으면 한다.(솔직히

많은 기대를 하진 않지만...)

많은 시간을 신림동에서 먹고 자고, 회의하고, 작

업하고 하면서 보내면서 기쁘고 즐거웠던 시간도

있었고, 힘들고 지쳤던 시간들도 있었다. 프로젝트

참여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 삶의 새로운 모습들

을 발견하고 그렇게 함께 고생하고 보람느꼈던 시

간들을 통해 앞으로의 길을 꿈꾸기도 했다. 또 지역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계획했던 대로 진행되지 않아

답답하고 막막했던 순간들도 자주 있었다. 그럴 때마다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고된 속내들을 가뿐히 날려 버

렸던 소중한 시간들도 떠오른다. 신림동에서 공동체 미

술이라는 이름 아래 모였지만, 각자의 현장 속에서, 이

제는 함께 하지 않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공동체를 생각

하고 서로를 그렇게 바라볼 수 있는, 그러한 존재들로

떠돌아 다닐 수 있길 기대해본다. ‘그 어떤 공동체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의 공동체’를 꿈꾸며...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73

372 :최종평가

Page 374: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2007년 4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기획서를 내기 위

해 나를 소개하라는 내용이었다. 오만잡다한 것에 관심이

있어, 닿는 데로 조금씩 배워가며 일을 하는 터라, 이런 질

문이 떨어지면 난 버벅거리기 일쑤다. 어쨌건 제일 근사치

로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미술을 하는 사람, 작가, 무

대디자이너, 무엇으로 부르던 그때의 나의 관심은 이를테

면, ‘공공미술’이었다.

얼마 후 기획서를 가지고 찾아온 무카를 만났다.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진행되는 것이며,

일회성으로 끝나버리는 공공활동과는 차별화되며, 교육과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획안은 가치있는 일로 다가

왔다. 다분히 많은 사람들이 공동체라 말하고 공공성을 얘

기하는 대세여서, 무엇이 되었든 나중에 하나의 경향을 파

악하는데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에, 더욱이

잘 해보자 다짐했었다. 그 열정으로 어설프게나마 지금껏

인연을 지속하고 있다.

여섯 달의 시간동안 서로 부대끼고, 새로운 경험을 통

해 생활이 윤택해지며, 그것을 토대로 가치있다고 생각하

는 것을 소외시키지 않고 구현할 수 있느냐가 나의 기본

적인 화두였다. 이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 지역

에 터를 잡아 생활하면서, 밥 먹고, 청소하고, 그림 그리

다 웃고, 회의하고, 칭찬하고 칭찬 받고, 만났다 헤어졌다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면서 즐거운 반면, 버겁고 힘든 시

기이기도 하였다.

이는, 처음부터 이미 구상된 아이디어와 정해진 틀 안에

서 예상된 결과를 도출하는 고정된 시스템이 하나의 원인

일 것이고, 서로의 일상들을 잘 녹여내어 생활을 같이 하

는 조율과정을 넘어서서 작업을 수행하는 입장에서 직면

하게 되는 일이 한 부분일 것이다. 그런 동시에 아이들과

만나고 생활하는 것들에서 나의 위치는 지역 주민도 아

니고, 공부방 선생님도 아니며, 작가는 더욱이 아니었다

는 생각이 든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처음에 아이들

은 여느 자원봉사 선생님의 하나로 인식했던 것인지, 서

서히 이들은 정말 여기에 왜 와 있는 것일까? 라는 궁금

증에 한 아이는 선생님은 전공이 뭐예요? 라고 물어본 적

도 있었다. 그럴 때 ‘무대디자인이야’ 라고 말하려다, ‘미

술’이라고 얼버무려 말해 버리곤 했었다. 사실 어떻게 설

명하던지 얘기하는 건 어렵지 않으나 무엇인지 뚜렷하게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언어선택에 어려움이 있다. 아이들

에게 좀 더 쉽게 나의 직업과 나의 일을 설명할 수 있었으

면 좋았을 테지만, 잘못된 선입견이나 괴상하게 들릴 단

어들로 우리, 혹은 내가 하려는 일의 본질이 흐려지지 않

도록 하고 싶었다.

하나하나의 질문과 답변들의 과정에서 가르치기보단, 함

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깨달음도 주었다. 그런 과정 속에

" 프로젝트참여 후기"

: 사막

Page 375: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서 창조적 공간 활용과, 주요활동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까지 제기해 볼 수 있는 경험의 시간이었다. 말

하고자 하는 과정의 척도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드

러낼 수 있으며, 전체를 한 눈으로 모아 보고자 이

해했던 전시(발표회)도 그 과정을 면밀히 나타내지

못한 점과 아이들과 진중한 대화가 오고가지 못했

다는 것은 크게 아쉽다. 어쨌든 객관적인 시선이 필

요할 텐데 먹었던 것을 토해내 새로운 형태의 것으

로 바라봐야 하는 느낌에 불편한 감도 있다. 뚜렷

하게 어떻다는 평을 내리기가 애매한 지점들이 있

다. 이 와중에도 뭐가 뭔지, 내면 정리는 필요할 것

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프로젝트가 이루어질 때

평가를 말하기란 참 어렵기도 하다.

누차 강조했던 지속성에 대해서, 아이들이 참여하

고 주민들이 바라보는 것에 대한 명확한 개념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이라는 말 안에 ‘이

것이 소통이다’ 라는 말 대신 공동의 생활체에서 주

변사람들에게 나의 생각을 제안할 수 있는 삶의 태

도로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보편성을 알아야 할 것

이고, 물론 서로간의 신뢰가 전적으로 중요할 것이

라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 과정에 대한 결론은

스스로에게 맞춰질 것이다. 근사하게 포장된 말보

다는 무언가 제각각의 일상에 마음속의 진실로 살

아가면서 규정지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소소한 것을 주의 깊게 바라볼 수 있는 지점들

을 발견하는 신선한 체험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창

조적 생활을 확장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며, 이

러한 것들이 우리들만의 잔치가 아닌 생활로 만들

어지길 기대해 본다. 그 매개는 분명 사람의 사고

에서 이어진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 체 험 ! ! 공 동 체 미 술 의

현 장: 체 험 후 기 "

: 전지 2007년 늦은 봄에 제안을 받은 프로젝트. 여느 공공

미술 프로젝트와는 약간 다른 방향이라는 말과 지원금

의 공동분배. 그리고 내 귀에 들린 공동체미술. 이미 기

획의 틀이 잡혀있는 상태에서 우리가, 내가 할 일은, 공

부방 내부, 외부의 인테리어 조형시안을 잡는 일이었다.

2층의 활동방을 복층으로, 천장에는 철조망을 설치하

고, 뱅뱅 돌아가는 수납장을 생각해서 그리고(쓱쓱) 각

각 생각한 시안들을 가지고 몇 번의 회의도 하고.. 아이

들이 지내는 환경을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조금 더 흥

미를 유발시킬 수 있을지, 동선이 자연스러울지, 가보지

도 않은 공부방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던 시간

들이었던 것 같다. 왜 그런 시안을 준비해야 하는지, 왜

고민해야 하는지, 앞서 되묻지도 않은 상태에서 재깍 바

로 고민에 들어가고 시안을 준비했던 게 지금에 와선 약

간 아이러니하지만.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75

374 :최종평가

Page 376: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처음 신림3동에 가서 공부방 샘들을 만나고, 그때 무카,

사막도 처음 만났다. 자그마한 무카, 유학생삘나는 사막.

그때 우린 답사를 온 것이니 각각 카메라들을 들고 동네

를 돌면서, 여느 동네와는 다른 이 동네만의 모습을 찾기

위해, 혹은 그저 동네를 알고, 담아가기 위해, 담벼락부터

지붕, 전봇대, 텃밭, 아이들 모습 등을 찍으며 걸어 다녔

다. 머리 속에 현재 프로젝트가 이해되지도 않은 상태였

는데 동네에 터를 잡고 작업한다는 분위기에 끌려서 이것

저것 찍고 걸어 다녔던 것 같다. 꼭 한 마리의 단순한 개

미같이.. 흠.

인천 언덕길에 내려가 프로젝트 관련 세미나를 하면서 공

동체 미술에 대한 마고의 얘기를 들었던 시간, 강의를 듣

는 것처럼 필기를 해가면서 열심히 들었다. 끝나고 자기

발언을 했었나 싶은데 그때도 정리를 못했었지, 아마. 사

람이 함께 살아가는 동네, 동네의 아이들, 아이들이 보는

동네, 동네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함께 사는 삶, 지금과는 달

라질 수 있는 요소, 그걸 발견해 줄 수 있는 작가(?), 미술

가(?), 아니 그냥, 여튼 사람. 지역사회, 지역문화에서부

터 지역아동센터의 교육의 실태, 공동체에 대한 인식, 공

부방운동의 역사까지.. 공동체 미술과 맞물린, 공동체미술

을 있게 한 연결고리들을 하나에서부터 열 개, 열 한개까

지 열거해놓고 얘기를 시도는 했던 것 같은데. 그래. 그렇

다면 그 큰 범위 안에서.. 자, 올해 우리가 할 것은 무엇이

라는 걸까? 이 모든 게 학습되거나 이해되지 않은 상태에

서 공동체 미술을, 진행할 수는 있는 거야? 참여해도 되는

거야? 하고 내가 내게 던지는 질문..

기획안을 완성하기 위해 세부 프로그램을 초등교육 전공

한 무카가 짜고, 두어 번 동네를 다녀온 기억을 바탕으로

조형작업이 이루어질만한 곳을 미술작가들이 시안작업을

했다. 그땐 공부방아이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미술

작가들은 조형작업을 따로 진행하는구나 싶었다. 공부방

과 그 외 세네 군데의 조형작업지점이 잡혔고.. 작업지점

에 대해서 정보 하나 없이(그때는 전무상태..) 어떤 작업

이 동네의 환경과 지점에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을지,

주민들의 입장에서 다시 동네에 대해, 작업이 이루어진 공

간에 대해 다시 인식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음..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해야 하나. 그렇게 기획한 내용들이 추진단

과 서울시에서 몇 번 빠꾸(바르게 말하면 부분수정요청)

를 줘서 다시 답사하고, 조형작업을 하는 목적부터, 아니

다시 공동체 미술이 무엇인가부터 짚어보는 시도를 해보

면서 다시 부분 수정을 거쳤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동체

미술에 대해 추진단이 원하는 모델이 이미 있었다고 본다.

우리와 매칭은.. 더디고 잘 안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어려웠던 건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

이 프로젝트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도, 내가 어느 정도까

지 참여를 해야 하는지도, 그리고 제일 중요했던 건, 프로

그램을 통해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함께 사는 가난한 삶에

대해 인식하게 하고 아이들이 지역사회의 당당한 구성인

이 되게 하고, 공동체미술을 통해 미적 실천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할지, 모호하고 어려웠다.

그리고 그때즈음 프로젝트 기획서상의 정리를 위해 각

각 영역에 일괄적으로 책임 작가가 정해지면서, 평소 버

려진 물건, 공간에 대한 관심만을 갖고 있던 내게 ‘재활

용’이라는 영역에 대해 큰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

졌다. 그 뒤에 재활용과 연결해 ‘노동’이라는 큼지막한 영

역도 서 있었고. 우선 동네의 버려진 물건과 천편일률적

으로 지어진 현대 도시에서의 틈, 공간에 대해 내가 가지

고 있던 관심과 생각을 연결지어, 아이들에게 버려진 물

건과 공간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재인식하게 할 수 있을까

를 고민했다. 분명 공부방이 있는 신림동에도 버려진 물건

들이 있고, 건물과 건물사이의 빈 공간이 존재할 것이고,

이젠 그 사물과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방향만 잡히면

된다!! 싶었는데, 그 방향잡기가, 범위를 잡기가, 왜 그렇

게 어렵던지.. 역량의 한계에 부딪혔었다.

왜, 왜, 왜,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건가.. 하고 화가 나

기도 하고. 다음날 제출할 기획안의 프로그램 구성을 전

날 하고 있으니. 촉박함에, 어려움에, 아마 다들 힘들었

을 거라고 본다. 프로젝트에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미

리 기획내용에 대한 팀원들 간의 충분한 공유, 정리가 된

Page 377: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상태에서 진행을 하는 게 낫지 않았나 싶다. 이건

참여한 사람 누구나 생각하는 거겠지만.... 시작부

터 충분히 공유되지 않은 내용과, 계속되지 않는 정

리, 그리고 몇 번에 걸친 서울시와의 트러블로 일정

이 늦춰지게되고..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많은 영

역의 내용들이 시작부터 현재 마무리까지 밀려온

거라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 프로젝트가 자리를 잡은 듯 느껴졌던

건 작업실을 마련하고 생활하였던 게 한몫했다. 작

업실이 신림동에 있다 보니, 주민들도 자주 뵙고,

동네의 분위기도, 지름길도 익히게 되고(거의 주민

같은 생활), 무엇보다 공부방 아이들이 수시로 드

나들면서 작가들과 많이 친해진 점도 컸다. 특히나

8월부터 공부방 조형 공사를 시작하면서 맞은 긴긴

시행착오의 기간은, 사적으로는 팀워크를 다질 수

있는 계기도 됐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프로젝트

가 더디게 진행되고 그에 따라 다음 영역에 대한 준

비나 프로젝트의 중간평가 등을 지나치게 되는 원

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프로젝트의 중간평가나 다

음 영역에 대한 회의나 준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

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제안하지 않은 점의

잘못도 크다.. 끊이지 않고 내부적으로나 개인적으

로 되묻게 되는 ‘공동체 미술이 무엇인가’에 대해

서 현재 공동체미술을 현장에서 진행을 하고 있는

나 자신조차 정리를 못하고 있다는 게 답답했고, 함

께 작업하는 팀들 모두 명쾌할 수 없는 현실도 답

답했다. 여기까지 쓰다가 위에 쓴 내용을 읽어보니

무슨 반성문 같은데;;; 그만큼 아쉬운 점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첫 수업에 참여해서 아이들을 만났을 때, 넘치는

재기발랄함과 솔직의 극치를 달리는 아이들 앞에서

당황해서 어찌할 줄 몰라하고, 프로그램에서의 멘

토역할의 개입 정도가 애매해서 많이 어리버리댔던

것 같은데, 지금도 어리버리함은 못 버리고 있지만

그나마 안정을 찾은듯하다. 아이들을 대할 때의 나

름의 노하우도.. 이제 막 익숙해진 듯한데, 프로젝트가

끝날 시점이라니..

프로그램을 떠나 크게 프로젝트 안에서 정리되지 않은

부분들 때문에 혼란도 컸지만, 무엇보다 확실하고 명쾌

할 수 있었던 건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팀원과의 만남,

공부방 샘과 아이들 한 명 한 명과의 만남, 동네 주민분

들과의 만남, 재료와 자재들을 사러 다니면서 만난 상점

사람들과의 만남. 6개월간 작업실을 두고 왔다갔다 공

부방과 동네를 누비면서, 얼굴익힌 분들만 해도 꽤 되

고, 정확히 우리가 무슨 작업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아

이들과 뭐 만들고 그리고 하는 사람’, 아니면 ‘공부방 선

생님’, 아니면 ‘미술하는 사람들’로 불러주면서 알고 지

냈던 주민들도 많았다.

처음 동네에 들어가면서 우리는, 혹은 나는 동네에 들

어가는 미술가의 입장인가? 아이들에게 교육을 하는 교

육자의 입장인가? 동네를 알기 위해 들어가는 호기심 있

는 사람들의 입장인가? 이 세 가지를 왔다갔다 했던 것

같다. 기획서 상에서는 이 시대의 가난한 삶에 대한 이

해와 공동체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공부방의 교사, 아이

들과 공동체 예술활동을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작

가, 활동가라고 나와 있던데.. 현장에서 조형작업을 할

때 주민분들이 “뭐하는 거예요?”, “이걸 왜 해요?” 라

는 물음에, 거짓말 조금 보태서 수백 번 설명을 해드리

다 보니, 처음 작업하면서 모호했던 부분들이 스스로 정

리되고 자연스럽게 인식되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그 동안 혼자 고민하고 관심갖고 있던(‘공

동체’라고 명하지는 않았었지만) 함께 사는 삶에 대해서

생각했던 부분들을 이번에 접한 공부방의 교육모토를

통해,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팀원과의 고민을 통해 조

금 더 공부하는 시간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 프로젝트가 지원사업이다보니, 프로젝트의 한계점

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우리가 미리 다지지 못한 채, 정

리되지 않은 채로 진행해서 겪은 모순과, 이런 지원사

업을 주관하는 서울시가 안고 있는 공공미술의 개념에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77

376 :최종평가

Page 378: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대한 한계와, 작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의 과정이 남긴 ‘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의 결과가, 동네미술, 공동체미술의

현실적인 한 사례가 되었으면 하고, 그럴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관계맺었던 주민분들과 동

네 곳곳의 공간들, 그리고 수개월간 아이들에게 우리가 해

준 이야기와 공부방 샘들과 했던 이야기를 매개로, 프로젝

트가 끝난 이후에도 공동체미술이 심어주고 가는 그 무엇

이 계속 존재하고 이어져 나가기를 바래본다. 아주 긍정적

으로 본다면, 그 몇 개월이라는 시간이 동네를 크게 바꾸

거나,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줄 순 없지만, 동네 밖에

존재하던 사람들이 들어와서 복작복작대고 서로를 연결지

어 주었던 시간과 기억은 동네 주민도, 아이들도 가져간다

고 본다. 그에 대한 영향의 정도는 팀원이든, 동네사람이

든,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기억으로, 또 어떤 경험을 통해

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러길 바란다.

" 공 동 체 미 술 을 가 꾸 다 " 가

처 한 사 회 현 실

: 드라마고(퍼포먼스 반지하 대표/기획자)

2008년 4월 1일

2007년, 한동안 난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림을 그려

야지 하는 욕구가 사라지게 된 원인을 난 두가지로 생각

한다. 하나는 자발적인 가난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그림

이외에 해야할 다른 일이 많다는 것과 한국사회의 미술계

는 자신들만의 리그에 빠져있다는 갑갑함이 컸다. 다시 미

술이라는 것을 고민하고 많은 작은 작가들과 함께 미술의

사회적 역할에 기반한 공공미술, 지역사회속에서의 미술,

우리사회의 단절의 증후들을 다시 사람의 관계로 연결짓

는 공동체 미술을 이야기하고 실천하게 된 것은 오로지 모

든 것을 사적인 소유로 여기고 살아가는 한국사회에 대한

저항에 순수한 예술의 가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 7년간, 반지하는 사회적 퍼포먼스, 지역미디어기

록, 지역문화교육, 지역환경에 대한 변화에 관한 활동들

을 순차적으로 진행하여 왔고, 그 안의 문제인식과 지향은

Page 379: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이 존중되는 민주주의였다.

그 실천에 내가할 수 있는 모든 일에는 한국사회가

말하는 미술과는 다른 미술활동이 존재했었다. 문

화활동 기획, 문화교육, 지역디자인운동, 지역기록

에는 여지없이 미술에서 배운 철학과 비판적 시선,

이치에 따르는 문화기획을 통해 지역사회속에서의

문화운동이라는 그림을 그렸다.

지역디자인의 경우, 내가 만드는 출판물이나 홍보

물은 결코 세련된 디자인이라고는 볼 수 없이 투박

하고 조잡한 제작방식으로 만들어져 지역에서 활용

되었다. 지역운동의 연대활동에서 포스터나 엽서,

명함 디자인으로 지원한다거나, 반지하 자체의 홍

보물과 지역민에게 제공되는 지역사진엽서나 메모

지, 그리고 일년간의 활동을 준비하는 홈페이지와

마무리하는 출판물에 이르기 까지, 지금 다시 살펴

보면, 어디 이런 지역문화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감

각있는 디자이너 한명만 있으면 난 참 편할 텐데 하

는 생각이 가끔씩 싹튼다. 그럴만한 후배가 한 명

있었다. 인천 송림동의 활동이 시작될 때쯤, 인근

에서 거주하는 고3인 한 친구가 반지하의 퍼포먼스

워크샵 사진전을 보고 대뜸, 졸업 후 반지하에서 취

직하고 싶다는 말을 건내온 것이다. 취직은 아니지

만, 그 때부터 반지하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전문

대학 시각디자인과에 진학한 뒤에도 그 활동은 계

속되었다. 만 3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학업과 지

역활동을 병행하며 경험과 학습, 학비의 일부가 상

호적으로 보완되어졌었지만, 지금은 지역활동을 접

고 디자인과 신앙생활의 길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보다 더 많은 예술을 지향하는 이들과 함께 지

난 7년간 만나고 일하고, 이야기하고 무엇인가를

만들며 보내왔다. 집중적으로 만나온 그 수는 아마

도 30여명에 이를 것 같다. 그들 모두가 지금 각자

의 분야에서 나름대로 사회의 대안을 구성하고자

하는 문화의식과 예술표현의 방식을 지니고 살아가

고 있지만, 여전히 어떤 생활의 안정이나, 관계의

지속적인 성장, 예술표현의 명확성, 우주적 시각에서 지

구적, 지역적, 관계적 시각에 이르는 삶의 철학을 정리

하고 있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지난날 보아온 우리나라의 예술계의 저명한 인사

들도, 나름의 표현의 기술이나 아주 작은 나름대로의 논

리는 구축했을 지라도, 예술이 지녀야할 동시대의 사회

의 통찰과 민중들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이뤄가고 있

는 이를 찾기는 아스팔트 바닥에서 개미찾기 만큼 힘들

었다고 생각한다. 하기야, 한국사회에서 스스로의 정체

성과 역할을 적정하게 찾아내고 이를 인정받으며 사람

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구조에 대해 이해하는 평범한 이

들이 얼마나 될까.

수평적인 생명들의 공존의 철학이 깨어진 한국사회에

서, 대통령에서부터 예술정책과 예술행정, 지원실무자

와 현장 작업자, 지역민에 이르는 스펙트럼에서 서로에

대한 수용이 허용치를 지니고 연결되어 서로에 대한 존

중과 통합이 이뤄지기 보다는 상부와 하부로 나뉘어 단

절되고 관리되며, 특정한 소수에 의한 평가로 예술의 사

회적 역할이 특정한 영역으로 구속되거나, 적정한 예술

행위가 아닌 것으로 치부되기 쉽다.

‘공동체 미술은 가꾸다’는 이런 고민을 갖고 있는 기획

자와 이런 고민을 갖고 있는 작가들이 만나서 프로젝트

팀이 아닌 삶의 과정으로, 공동체의 물리적 영역으로 자

리매김할 특정한 지역에 공동의 주거를 하면서 이뤄졌

어야 하는 작업이었을지 모른다. 기획자는 기획자이고,

작가는 작가이며, 공부방의 교사들이 있고, 아이들이 있

고, 이웃인 지역민이 있으니, 이제 이들의 드라마의 주

제가 잡히고, 등장인물들이 그 주제를 찾아가는 과정으

로 전개되도록 거짓을 위한 연출기법이 아닌, 삶을 가꿔

가는 기법으로서의 시도와 실천이 있었으면 될 일이었

다. 그러나, 그런 드라마란 이미 존재하는 여러 관계와

상황의 문제들을 지워두고서야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

고, 우린 그런 사회를 살아본 경험이 없기에 그 실천을

잘 그릴 수 없고, 그렇게 살아가기에 우리의 세상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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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자들에게 너무나 무자비하지 않은가.

그런 선험도, 그럴만한 여건도 갖춰지지 않았고, 그럴만

한 관계의 형성과 지속도, 기대할 수 없는 과정이었음을

우린 몰랐을까? 이제와 보니, 아쉬움과 한계들은 많고, 삶

의 무엇을 찾거나 이해하였는가가 질문되고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의 숙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현실에 대해 우린 우

리 서로에게 아쉬우면서도 미워할 수 없고, 사회가 잘못되

었음을 발견하였음에도 그것은 각기 다른 사람과 각기 다

른 경우로 이야기되어야 하는 이상한 현실에 놓여있다.

참여작가들의 평가서를 보면서, 정책에서 현장에 이르는

스펙트럼에서 권위적이자 이기적인 실행들이 얼마나 나쁜

가에 대한 비판을 볼 수 있었고, 기획자가 충분하게 정보

와 경험, 조율을 시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프로젝

트팀의 구성으로 ‘지역공동체활동‘을 시도해야했던 한계

와 새로운 만남이 발전하여 가기에 부족했던 시간, 그들이

시도했던 것들에서의 오류를 보고 느낀 것 같다. 그렇다.

그 평가는 매우 중대하고, 그로 인해 프로젝트를 구성한

기획자로서, 지역운동가로서, 이 사회에 대해 지독하게 비

판적이면서도 많은 이들과 삶의 문제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 부족한 이는 찢어질 듯이 내가 잘못한 것을 찾고 있다.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의 기획은 지역활동의 선험과 공

부방운동과의 관계,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구성된 것이고,

미술활동이 지녀야할 사회적 역할의 부재의 한국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구성되었었다. 지역활동의 거점을 형성하

기 위해 현장에 작업실이 마련되었고, 작가들의 상근과 시

간노동임금제에 의한 임금의 분배, 지역조사와 교육활동

의 참여가 제안되었던 점들에 이르기까지 기획서 작업에

작가들이 참여하였음에도 상당부분은 기획자의 의식과 디

자인의 구조로 출발되었다. 지역활동의 과정적 경험을 강

조하면서 이와 같은 활동의 과정을 따라와 주고, 진행과정

상의 문제해결을 기획자가 없는 가운데 현장에서 작가들

의 직접해결하게 되었던 운영방식에 대해서 구조적인 한

계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사람을 만나고 서로

다른 경험위에 함께하는 경험을 쌓아 올린다는 과정은 매

우 담담하면서도 정확히 만나는 시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을 깨닫게 한다. 그것이 염치없게도 우리의 같은 깨달음

이 되었기를 기대한다.

하나의 생명이 그 생태계와 다르게 살아갈 방법이란 없

다. 그리고, 상생의 철학없이 열악한 상황에 놓인 생명들

이 살아갈 방법도 없다.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이

미 사라져 버린 지역공동체에 대한 꿈을 꾸자는 제안을 받

아들이고 신림3동으로 향했고, 어짜피 떠나고 헤어질 거

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역과 아이들, 주민과 공간에 대한

고민과 애정으로 지난 6개월이상을 보냈다. 시행된 과정

이 출판물로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은 다음해인 2008년 4

월이다. 매우 어렵고도 성실하게 운영되어 작업에서 서로

의 낯설음으로 인해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로 추가적인 작업과 다음의 삶을 짊어

져야 하는 현실이 바위같이 무겁다. 충분한 이해와 충분

한 보상이 없이 운영되어온 공동체미술팀의 활동의 의미

는 그래서 자꾸 그 작업의 과정과 남겨진 작품에 대한 해

석이 분명해 지길 기대하게 한다.

기획자인 난, 미안함과 함께 우리 사회에 대한 한탄과 분

노, 그리고, 참여작가들에게 스스로 의미가 정착되기 기

대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서있다. 그리고, 이것을 누구와

함께 토론하고 변화시킬 능력이 없음을 느끼고 있다. 작

업이 끝나고 각자 공공미술, 공동체 미술과는 관계없는 아

르바이트를 나가고 있는 작가들의 소식에 가슴이 바위로

변한다. 자신의 미래를 향해가는 과정을 유보하고 과거를

정리하고 있는 팀원들의 현재가 가치라는 보상으로 되돌

아올 수 있을까. 나이는 어리지만, 반지하의 초기 맴버였

고, 많은 시간 사회적 작업을 해온 친구는 자신의 지역에

서의 활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지만,

기획자인 난, 2007년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미술판과 예

술정책을 만나 일년내내 전쟁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정

신적 소진의 지속에서 소중한 지역의 현장작업을 지켜내

느라 서울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의 ‘공동체미술의 가꾸

다’팀의 활동을 원활하게 지원하지 못한 상황에 이른 점

에 참여자가들에게 미안스럽다. 참여작가들에 대한 소심

Page 381: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

하고 소중한 마음을 다시 이어가고 싶지만, 아무래

도, 이 사회와의 큰 전쟁에서 패한 듯 싶다. 참여작

가들에게 그래도 삶의 과정으로서의 의미가 살아있

다면, 그리고, 관계의 지속에 대한 자연적인 책임

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매우 성실했고 매우 적절했

던 사회적예술이 우리 사회의 다른 목적을 위한 형

식화의 제물이 아닌 동시대의 민중과 사회를 위해

필요한 활동들이라는 평가와 함께 존중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답은 이 사회가 스스로 지닌 의

미이고, 우린 늘 새로우면서도 늘 답답한 현실의 전

쟁에서 싸워가야 한다.

‘지역사회의 예술이 지역의 정체성을 담고, 지역

의 예술가가 지역을 탐구하며, 예술이 민중들의 생

활속에서 살아있다’는 것이 나쁘지 않은 것이라면,

그러한 작업에 참여한 이들에 대한 존경은 아니더

라도, 이런 활동마저 그저 사회의 하층부를 대하는

태도를 강화되어간다면, 우리 시대의 예술은 아마

도 우리역사상 가장 최악의 시대로 불리게 될 것

이다. 몇억씩 지원된 공공미술이 일상속의 민중들

이 이해할 수 없고, 공간성과도 맞지 않아 철거되

어야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예술이 아닌 그저 장

사꾼과 이기적인 자기살찌우기의 극치일 뿐일 것

이기 때문이다.

우린 그렇게 살지도 작업하지도 않았으니 다행이

지 않을까. 앞으로 이 문제들을 풀어가는 삶의 과정

에 ‘공동체 미술을 가꾸다’가 가치의 실타래가 되기

만을 기도한다. 자연이라는 신에게......

공동체미술을가꾸다: 381

380 :최종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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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미술을가꾸다

작업지점지도디자인 :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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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미술을가꾸다: 383

382 :작업지점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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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미술을가꾸다

작업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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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반지하 인천광역시 동구 창영동 15-2번지 / 032-207-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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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립 신림3동 청소년 우리자리 공부방서울시 관악구 신림3동 630-29 / 02) 837-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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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낸곳 : 퍼포먼스 반지하 공동체미술팀

편집 기획 : 무카

편집 디자인 : 오십원, 짱콩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캠페인 #6.

놀이방+공부방 실행 프로젝트‘공동체 미술을 가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