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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며 그집 앞을 지나노라면 New York monthly travel magazine vol 13 9 7 7 2 0 9 2 8 2 4 0 0 0 ISSN 2092-8246 정가 7,900원 www.mapnco.com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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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며 그집 앞을 지나노라면 New York

monthly travel magazine vol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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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092-8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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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7,900원 www.mapn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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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

석, 정

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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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passes differently in NY

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걸을 때 발보다 상체가 먼저 나간다. 24시간을

48시간처럼 쓰느라 바쁜 그들은 뉴요커로 불리고 이 도시를 유유자적 즐기는

이들은 관광객이라 부른다. 뉴욕은 두 개의 시간으로 흘러가고 있다.

Editor 변미현, 노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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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장훈이 <뉴욕 타임스>의 한 지면을 비빔밥 광고로 채운 건 획기적인

일이었다. <무한도전>이 한국 음식을 알리기 위해 말 그대로 ‘무한’

자신감으로 뉴욕을 누볐던 일도 그저 우스개로만 보이진 않았다. 뉴욕이

뭐길래…. 모르지 않는다. 뉴욕이 상징하는 건 그저 지구상의 한 도시가

아니라는 걸. 뉴욕은 어쩌면 상징을 뛰어넘는 상징의 공간이다. 여전히 가장

활기찬 도시인 채로. 거기서 한국 음식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막상 그

생각을 하니, 어쩐지 주먹이 불끈, 가슴이 쿵쾅거렸다.

맨해튼 브로드웨이와 32번 스트리트가 교차하는 긴 거리에 일명 ‘K타운’

이 있다. 표지판부터 한국말로 ‘코리아타운’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 거리의

어귀에 들어서는 순간 너무 낯익으면서도 되레 생경한 풍경에 압도되고

만다. 여기가 정말 뉴욕 한복판인지 잠시 헷갈릴 만큼 온통 한국말 입간판이

가득하다. 터줏대감처럼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온 한국 레스토랑 ‘강서회관’

과 한국식 제과점인 ‘고려당’ 그리고 노래방이며 찜질방이며 한국 여느

도시에서 보던 풍경 그대로였다. 그런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를 걸으며 통창

안으로 보는 모습은 생경하면서도 어쩐지 뿌듯하기도 한 복잡한 심사를

불러일으켰다. 서툰 젓가락질로 나물을 집고, 연신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매운

찌개를 떠먹는 한국 사람이 아닌 사람들.

전주 비빔밥 말고,뉴욕 비빔밥

뉴욕에서 한식을 먹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한식

세계화에 관한 이슈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와중 뉴욕에서 먹은

한식은 무엇보다 맛있었다. Editor 노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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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트의 고소한 빵 냄새가 코끝을 기분 좋게 간지럽히는 곳에 ‘우리집Woorizip’이 있다. 한국 음식을 도시락

형태로 판매하고 가격도 2달러~6달러로 저렴해 인기가 높다. 특히 점심, 저녁 시간에는 무게를 달아 판매하는

뷔페를 제공하는데, 그때는 줄을 서야 할 만큼 문전성시를 이룬다. 테이블마다 깔려 있는 종이에는 한국말을

적어놓았는데, 그걸 더듬더듬 따라 읽는 모습을 보면서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점심 시간이면 1시간 동안 줄을 서야 겨우 맛볼 수 있을 만큼 인기가 좋다는 ‘코리안 타코’ 트럭도 있다. ‘Korilla

BBQ’라는 이름의 이 커다란 트럭은 여기저기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을 돌아다니며 코리안 타코와 비빔밥을

파는 ‘움직이는 레스토랑’이었다. 당일 어디서 영업하는지는 Korilla BBQ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알려주는데,

마침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된 날 점심을 판매할 곳은 콜롬비아 대학교 앞이었다. 파고드는 바람이 차가운 날씨,

대학생들이 트럭 앞에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밀전병 안에 불고기와

김치와 볶음밥을 넣고 돌돌 말아 먹는 코리안 타코였다. 한입 크게 베어문 어느 대학생에게 물었다. 맵진 않은지,

왜 오늘 점심으로 이 타코를 선택했는지, 한국 음식이라는 건 아는지. “뉴욕에는 이것보다 더 매운 음식도 많아요.

정말 맛있어요. 색다른 음식이라 선택했는데 한국 음식인 것은 지금 알았어요. 한국 사람이세요?” 특정 국가의

음식을 찾은 게 아니라 그저 맛있어서 먹고 있다는 얘기. 비록 밀전병에 말려 있지만 속을 채운 것은 진짜 비빔밥

맛 그대로였고, 김치냄새도 제법 진했다. 특별히 입맛에 맞추려고 변형된 맛이 아니라 편안한 느낌이 들도록

모양을 만든 것뿐이었다. 가격이 저렴한데다 맛있고, 무엇보다 양이 많아 일단 많이 먹는 이들의 한끼 식사로도

두둑했다. 물론 안을 채우는 것은 취향대로 선택해 주문할 수 있게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여기서 거의 기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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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뉴욕뉴욕 이야기를 물었을 때 사람들은 유독 오래 망설였다. 본 것도 할 말도 너무

많아서였다. 그들이 소중하게 풀어놓은 나만의 뉴욕 이야기. Editor 박찬용

이상은 음악인, <뉴욕에서> 저자

흔하고도 낯선 이름 뉴욕은 서울이라는 이름처럼 흔하다. 그래서 뉴욕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회과부도 속의 도시

밑에 다시 한번 밑줄을 긋는 것과 비슷하다. 뉴욕에 대한 정보는 이미 포화 상태니까. 그래서 내가 30대에서 40

대로 넘어가는 혼돈의 시간을 뉴욕에서 보내고 싶다고 느꼈을 때 가장 놀란 것은 나 자신이었다. 이유도 없고

설명도 불가능하지만 어떤 그리움이 가슴에 고여 큰 소리로 ‘뉴욕에 돌아가고 싶다’고 소리를 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가한 외침을 따르기로 했다. 뉴욕에 가야만 과거의 나와 결별하고, 30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뉴욕의 인큐베이팅 파워 내 경우에는 서울을 벗어나 일상과 현실을 완벽하게 잊어야만 새로운 세계가

떠오른다. 그런 점에서 뉴욕의 인큐베이팅 파워는 어떤 도시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강력하다. 게다가 인디 신이든

현대 미술관이든 모든 문화 분야가 방대하고 깊이 있게 발전하는 곳으로는 뉴욕만한 도시가 없다. 맨해튼과

윌리엄스버그를 몇 번 돌기만 해도 머릿속에 더 이상 무언가 새로운 것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을 지경으로

포화 상태가 된다고 할까. 아이디어 재료가 다양하고 양적으로도 엄청나 아이디어나 영감의 빈곤을 느끼기가 더

어려운 도시가 바로 뉴욕이다. 그래서 새로운 무언가를 짧은 시간에 해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뉴욕에 가보라고

하고 싶다. 영어는 다른 언어보다 쉽고, 뉴욕 사람의 성품은 털털하며, 찜질방도 있을 만큼 한국적이기까지 한

뉴욕은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기에 안성맞춤이니까.

1 햇살 좋은 날, 윌리엄스버그에서 길거리 연주자와 함께. 2 좀 허름해도 멋스러운

이스트 빌리지의 골목. 3 뉴욕의 커피 타임, 더없이 도시적인 나날들. 4 뉴욕을 섬세하게

돌아본 책, <뉴욕에서>. 5 자유롭게 거리를 누비는 스케이트보더가 많은 이스트 빌리지.

6 무심히 벽 앞에 서서 찍은 사진도 화보처럼 멋스러운 매력이 묻어나는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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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미 스타일리스트

뉴욕식 조합 뉴요커들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즐긴다. 하지만 그건 다 머릿속에서 계산된 코디네이션이다.

수트 차림에 스니커즈를 신거나 드레스에 라이더 재킷을 걸치는 등의 센스가 돋보이는 스타일을 즐긴다.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날카롭고, 자유롭게 껴입은 듯하면서도 법칙이 있는, 한마디로 경쾌한 믹스 앤 매치 스타일!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뉴욕 스타일 요즘은 아웃도어 룩이 대세다. 이번 시즌 뉴욕 디자이너들이 아웃도어 룩을 많이

선보였다. 여자들은 무통 코트나 밀리터리풍의 케이프, 판초 같은 것을 쇼핑하면 좋을 테고, 남자라면 역시 파카다.

스타일리스트의 스타일 일반적으로 여성스럽다 말하는 스타일은 여기저기 뛰어다닐 일 많은 스타일리스트와는 잘

맞지 않는다. 남자들의 테일러드 재킷을 좋아하는데 몸에 착 붙기보다는 남편 옷을 빌려 입은 듯 낙낙한 실루엣이

일할 때 편하기 때문이다. 일할 때는 뉴발란스를 신지만 미팅을 다닐 때는 글래디에이터 힐을 많이 신는다. 중성적인

매력이 있고 활동하기도 편하다. 나의 뉴욕 아이콘 뉴욕 컬렉션에서 몇 번 보았던 그레이스 코딩턴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의 증거다. 60대 중반인데도 스타일리스트로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니까. 일에 대한 열정, 프로다운

태도와 창의력에 인간미까지. ’스타일리시한 여성’이란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나도 이런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다. 나이가 들어도 현장에서 발로 뛰는 여자, 온몸에 ‘신상’ 아이템을 휘감지 않아도 그 자체로 멋진 여자.

1 눈에 띄는 색감과 재치 있는 디스플레이가 돋보였던 소호의 A.P.C. 매장.

2 윌리엄스버그의 기린 벽화 앞에서. 3 너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첼시의 한

커피숍. 카푸치노가 끝내줬다. 4 뉴욕에서 함께 일했던 헤어 아티스트와 모델과 함께.

5 바니스 뉴욕 앞에서. 귀여운 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홍현정의 애견 ‘소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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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정 쥬시 꾸뛰르 MD

동쪽과 서쪽 어릴 때 캘리포니아에서 살았지만 뉴욕은 20대가 되어도 딱히 갈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대학교 4학년 때 뉴욕 대학교에서 주최하는 여름학교에 참석할 기회가 생겼을 때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같은 미국이지만 뉴욕과 캘리포니아는 판이하게 달랐다. 날씨와 특유의 분위기까지. 덕분에 하루하루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일 때문에 뉴욕을 자주 오가지만 뉴욕은 언제 가도 새롭다. 끝없이

신기한 곳 뉴욕의 가장 큰 특징은 무한한 다양성과 그 다양성을 수용하는 너그러운 마음이다. 한여름에

패딩 점퍼를 입든 한겨울에 슬리브리스만 입든 누구도 신경 쓰거나 궁금해 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밀집되어 있고 없는 것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제대로 보려면 어디를 봐도 무엇이든 끝없을 것

같은 곳이 뉴욕이다. 머천다이저가 전하는 뉴욕 쇼핑 노하우 예전에는 H&M 같은 저렴한 브랜드의 옷을

많이 샀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라도 제대로 된 것을 사온다. 뉴욕은 시즌에 따라 세일을 많이 하는데 워낙

물건이 많아서 미리 한국에서 점 찍어둔 것이 있다면 할인된 가격으로 살 가능성도 높다. 저렴하고 단정한

아이템을 사는 것도 좋지만 워낙 개성있는 멀티숍들이 많으니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이나

컬러의 옷과 액세서리도 많다. 그런 것을 하나쯤 고르는 일도 즐거운 여행의 추억이 될 것이다.

1 뉴욕의 진정한 멋쟁이는 애완견이 아닐까, 쥬시 꾸뛰르 매장에 진열된

강아지 옷. 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토로 만들어진 앨리스 티컵 카페.

3 햇살 좋은 날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한 컷. 4 부티크 느낌의 벤델 백화점.

5 미트패킹의 관광명소가 되어버린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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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경 <magazine C> 편집디자이너, onekyung.tistory.com 운영자

세 번쯤 가봐야 뉴욕에 세 번 갔었다. 첫 번째는 타임스퀘어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관광객 모습과 같았다.

두 번째 갔을 때는 박물관과 갤러리를 많이 보았다. 유명 박물관과 크고 작은 갤러리까지 두루 섭렵했는데

뉴욕 섹스 박물관Museum of Sex도 빼먹지 않았으니 목적은 달성한 셈. 세 번째는 ‘한번 뉴요커처럼

살아볼까?’에 중점을 두었다. 뉴요커들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과 숍, 여행 책에는 없는 카페. 공원에서

열리는 그린 마켓에서만 살 수 있는 오거닉 애플 주스의 환상적인 맛까지, 세 번 정도 찾아가고 나니

뉴욕다운 뉴욕을 만날 수 있었다. 디자이너가 본 뉴욕 뉴욕의 예술은 멈추지 않는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본 뉴욕은 예술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도시였다. 그러한 기반이 우리에게도 익숙한 앤디 워홀, 키스 헤링

등 유명 작가를 탄생시키는 데 한 몫 했다. 박물관과 갤러리는 물론, 예술가는 장소와 방식을 불문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여행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경험도 덤보 페스티벌Dumbo Festival이었다. 한 건물에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모여 살 정도로 예술에 대한 열기가 대단했는데 일 년 중 특정일을 정해 작품을

거리에 설치하고 일반인에게 스튜디오를 공개한다. 예술가와 일반인이 한곳에 어울려 축제의 장을 만든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우리는 캐리가 아니야 뉴욕을 무척 좋아하지만 뉴욕에 대한 환상은

사라졌으면 좋겠다. 우리는 결국 캐리처럼 살 수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쇼핑의 결과물은 지미 추 열

켤레가 아닌 세일 중인 나인 웨스트 한 켤레가 아니던가! 이미지에만 끌린다면 제대로 된 뉴욕을 보기

어렵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자신만의 취향을 즐기고 모두가 나만의 뉴욕을 만들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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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멋스러운 뉴욕의 그래피티. 2 복잡한

타임스퀘어에서 유일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야외 테이블.

3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뉴욕의 바. 4 전문가 못지않은 연주

실력의 거리 아마추어 예술가를 만날 수 있는 지하철. 5 패션

피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곳인 미트패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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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예술, Graffi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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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피티의 시작은 필라델피아지만 본격화된 곳은 뉴욕의 브롱크스 거리다. 청소년, 흑인들이 분무 페인트를 이용해 즉흥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 강렬할 색상은 에너지가 느껴졌고 디자인은 상상력이 넘쳤다.

이 거리를 시작으로 그들은 경기장, 지하철 등 가리지 않고 그렸다. 공공 시설에까지 그리는 '낙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했지만 키스 헤링 같은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가 사회문제를 다룬 그래피티를

그리면서 사람들은 낙서의 의미에 집중했고, 그렇게 그들의 표현법이 인정을 받으면서 그래피티는 뉴욕을 상징하는 현대 미술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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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보폭을 옮기다가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 마음에 꼭 드는 물건이 진열된 쇼윈도는 불현듯 나타난 평생의 이상형보다

더 급박하게 발목을 붙든다. 쇼핑 애호가들의 천국, 홍콩에서라면 그 빈도수는 말할 것도 없다. Editor 정미환

Stop and 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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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das MI Originals and Atelier 아디다스 엠아이 오리지널스 앤 아틀리에

물론 아디다스가 홍콩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고유명사는 아니다. 이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명동 거리 한복판에도 들어서 있다. 그러나 홍콩 쇼핑의 심장부인 코즈웨이

베이의 아디다스 매장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입구 바로 앞 치과의 수술대를 새하얗게

칠해놓은 듯한 의자들은 홍콩 아티스트인 스텔라 소Stella So가 제작한 작품이다. 의자

앞쪽에서는 터치 스크린으로 소재와 색상을 직접 선택해 주문 제작 운동화인 엠아이 시리즈를

그 자리에서 만들어볼 수 있다. 2층에는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로고로 꾸며진 디제이 부스,

젊은 작가들의 그래픽 아트 전시와 함께 다채로운 제품들이 갖춰져 있는데,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리미티드 아이템들이 시선을 끈다. 전 세계 유명인사들의 엠아이 시리즈를 비롯해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요다, 레일라 공주 등 <스타워즈>의 주인공들을 운동화로 형상화한 ‘스타워즈

컬렉션’은 스니커즈 수집광들의 구매욕을 사정없이 부추긴다. 아디다스 로고와 홍콩의 이니셜이

깔끔하게 새겨진 티셔츠는 깜찍한 기념품으로 구입하기에 좋다.

add 6B Kingston street fashion walk Causeway bay tel 2504-2186

web www.adid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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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지오디

유럽과 중국의 특별한 교배종, 홍콩을 대표하는 이미지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색색의 헝겊들을 이어놓은

듯 빨래가 가득 널려 있는 낡은 맨션, 마카로니와 중국식 소시지가 함께 담긴 국수 사발, 번지수가

삐뚤하게 적힌 양철 우편함. 그 이미지를 잠옷이나 마우스패드 위에 고스란히 올려보자는 발상이

지오디의 시작이었다. ‘원하는 물건들Goods of desire’을 뜻하는 이곳은 욕실 깔개와 가구, 조명, 수납장,

티셔츠에 이르기까지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제품들을 취급한다. 고급스러운 오리엔탈리즘 대신 홍콩

특유의 스타일과 비틀린 유머 감각을 선택한 혜안은 엄청난 성공으로 이어졌고, 브랜드의 어감 그대로

홍콩의 디자인업계에서 신처럼 군림하게 됐다. 판다가 그려진 엽서와 일본 순정 만화풍의 눈동자가

영롱하게 반짝이는 수면 안대, 20세기 초.중반의 광둥 가요 모음집 등 여행 중의 쇼핑 목록을 무한대로

증식시킬 만큼 독특한 소품들이 발길 닿는 곳마다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다. 매장의 디스플레이 역시

개성적인 감각으로 가득한데, 어느 모퉁이는 마오쩌둥 신봉자인 대학생의 공부방 같고, 숍의 다른 구석은

자연주의에 매료된 오디오 마니아의 감상실처럼 배치된 식이다. 그 매력적인 광경들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매장 한 켠에 살림을 차리거나 계산대 앞에서 지갑을 여는 수밖에.

add Leighton centre sharp street east Causeway bay

tel 2890-5555 web www.god.com.hk

LCX 엘씨엑스

두 층에 걸쳐 다양한 숍들이 입점한 엘씨엑스는 소규모 백화점이라 정의해도 무방하겠지만,

브랜드를 선별하는 안목에서 이곳만의 특별함이 드러난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세컨드

브랜드부터 홍콩에서 인기 높은 캐주얼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엘씨엑스의 감각은 지갑은 가볍지만

유행에서 눈을 돌릴 수 없는 쇼핑 애호가들을 정확하게 겨냥하고 있다. SK-Ⅱ, 베네피트를 비롯한

코스메틱 브랜드와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의 단독 매장이 들어선 1층을 지나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면, 홍콩 젊은이들의 취향을 빠짐 없이 포진해놓은 듯 다채로운 브랜드들이 발길을 반긴다.

닥터 마틴, 캐서린 햄넷, 케네스 콜, D&G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의 진열장 사이를 거니는 것도

즐겁지만, 쇼핑에 대한 욕구가 본격적으로 불타오르는 것은 정상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아웃렛 숍에서다. 바우하우스Bauhaus와 터프 진스미스TOUGH Jeansmith 등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홍콩 브랜드들을 비롯, 컨버스와 리바이스의 정품을 5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기회는 귀가길의 트렁크에 적재할 수 있는 물건들의 총량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add 9 Kingston street Causeway bay tel 2890-5200 web www.lcx-gro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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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쿠리쿠의 세 현에서는 이야기가 끝없이 쏟아져 나온다. 호쿠리쿠를 말하는 책과 이곳 출신의

쟁쟁한 음악인, 호쿠리쿠의 아름다움을 담은 영화와 이 동네에서만 쓰는 사투리는 물론 그 유명한

대게까지, 긴긴 겨울밤 내내 계속해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호쿠리쿠 여덟 토막.

설국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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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라이더 가죽 재킷에 줄무늬 셔츠, 무심하게 접어 올린 핫팬츠 아래 진흙 묻은 검정 레인 부츠를 신은 톰보이.

몇 년 전 올라온 모델 알렉사 청의 록 페스티벌 파파라치 사진이다. 이 모습이 인터넷에 올라온 이후 고무 장화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직위의 변화를 맞이한다. 그때부터 고무 장화는 농번기의 모심기 필수품이 아닌 장마철의

드레스코드가 되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숨이 막힐 정도로 차려입는 건 질색이라는 알렉사 청의 스타일 때문이다.

평소 줄무늬 티셔츠나 케이블 니트 카디건 등 기본적인 아이템에 그녀만의 감각을 더한 스타일은 런던 여자의 스타일이

되었고, 그녀가 고른 신발은 의외로 레인 부츠, 장화였다.

호쿠리쿠를 가기 전에 꼭 사야 하는 패션 아이템 0순위는 레인 부츠다. 세계적인 폭설 지역 호쿠리쿠의 날씨 때문이다.

눈은 4월 초까지 멈추지 않고 내리며 쌓였다 녹았다를 반복하고 길바닥은 겨우내 질척하다. 다른 신발을 가져간다면

망가지는 것은 당연하고 신발로서의 기능을 담당하지 못한다. 눈물이 핑 돌지도 모른다. 젖은 운동화는 쉽게 마르지

않고, 가죽 구두를 신으면 눈길을 맨발로 걷는 것처럼 차가운데다 변형이나 변색도 순식간이다. 한겨울에 신는 가죽

부츠나 양털 부츠도 마찬가지다. 결론은 레인 부츠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레인 부츠 브랜드는 ‘헌터Hunter’와 ‘에이글Aigle’이다. 알렉사 청도 즐겨 신는 헌터

부츠는 해외 패셔니스타들의 파파라치 컷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늘 비가 오는 나라로 유명한 영국이 그 고향으로,

스코틀랜드에서 홍수로 질퍽해진 땅을 걱정 없이 걷기 위해 만들었다. 장화의 정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디자인이

심플해서 질리지 않으며, 48색 크레용처럼 다양한 컬러가 시즌마다 나오는 덕에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에이글은 원래 타이어 회사라는 것만으로도 ‘고무’ 장화로서의 기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신만의

특허 기술인 천연 고무 가공법을 부츠에까지 적용시킨 것은 당연하다. 보통 고무가 차가운 온도에서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것과는 달리 에이글이 가공한 고무는 추운 날씨에도 부드럽게 휘어져 신었을 때 특히 편하다. 은은한

파스텔톤에 귀여운 프린트가 수 놓인 여성스러운 디자인을 찾는다면 영국 브랜드 ‘쥴스Joules’가 답이다. 은근히

호쿠리쿠의 겨울에 멋 부리겠다고 킬 힐을 신었다가는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호쿠리쿠 여행의 필수품인 레인 부츠 이야기.

Writer 김윤미(스타일리스트) ㅣ Editor 변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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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다 만드는 명품 브랜드도 리미티드 에디션 부츠를 가끔 선보인다. 버버리는

시그니처 체크로 덮인 부츠를, 토즈는 안감에 100% 면을 더한 도트무늬 부츠를

판매한다.

장화를 비롯한 기본적인 아이템은 잘 신으면 트렌드세터로 보일 수 있지만 밸런스를

맞추는 데 조금만 실패해도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아이템이다. 평상시 입는 옷에 부츠만 갈아 신는다면 스타일이 완성되지 않는다. 아담한

사이즈라면 차라리 미니스커트나 쇼츠에 매치한다. 캐주얼한 후드 티셔츠나 허리까지

떨어지는 다운 점퍼를 함께 입으면 다리가 길어 보이는 동시에 움직이기도 편하다.

호쿠리쿠에서도 남들보다 완벽하게 멋을 낸 스타일링을 보여주고 싶다면 프린트

부츠나 검정 레인 부츠에 레오파드 양말처럼 도전적인 아이템을 고를 수도 있다. 다만

그것 하나만으로도 인상이 강렬해지기 때문에 옷차림은 수수해져야 한다. 검은색이나

회색처럼 무채색 옷을 맞춰 입는다면 아이템 사이의 강약을 아주 잘 맞춘 것. 확 튀고

싶다면 에이글의 네온 핑크, 그린, 오렌지 등의 개성 넘치는 색도 좋다.

부츠 스타일링에서 주의할 건 부츠의 길이다. 대부분의 레인 부츠는 무릎까지 올라오기

때문에 다리가 짧아 보일 수 있다. 또 종아리가 유난히 굵거나 O자형 다리라면 밝은 색의

부츠는 피해야 한다. 스키니 팬츠나 레깅스를 입으면 다리가 날씬해 보이는 효과가 있고,

검은색 하의와 부츠를 함께 신으면 더 날씬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건 발의 건강이다. 레인 부츠는 겨울용 신발이 아닌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발가락이 떨어져 나갈 듯 시리다. 요즘은 레인 부츠가 인기를

끌며 따라 워머나 레깅스, 웰리 삭스도 나온다. 웰리 삭스는 플리스 소재로 만들어진

헌터 전용 긴 양말이다. 빨강, 분홍, 노랑 등 다양한 색으로 나오는 만큼 매일 같은 부츠를

신는 게 지겨울 때면 다양한 웰리 삭스로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아니라면 땀 흡수가 좋은

도톰한 면 양말을 챙겨 신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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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타고 넉넉잡고 두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지리적 장점과 자국 통화 강세 덕분에 상대적으로 원화가 싸져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명동에만 나가봐도 수많은 일본인들이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지금의 엔화가 처음 통용되기

시작한 것은 1871년이며, 현재 환율은 2011년 2월 19일 매매기준율 기준 1,334원이다.

동전

1전, 5전, 10엔, 50엔, 100엔, 500엔이 있다. 동전을 살펴보면, 5전과 50엔의 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둘 다 ‘구멍으로 복이

들어온다’는 설이 있고, 특히 5전은 일본어의 ‘인연ご緣’ 이라는 단어와 발음이 같아서 실생활에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행운의 의미로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구멍을 뚫은 이유로는 500엔을 제외한 나머지 동전의 크기가 얼추 서로 비슷해서 혼돈을 막기 위한 것과

동전 생산 시 부피를 줄여 생산원가를 낮출 수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로 전해진다. 일본에서는 동전지갑이 필수품으로 여겨지는데,

정가의 5%를 소비세로 받고 있어 600엔짜리 물건을 사면 630엔을 내야 하는 등 동전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100엔으로는 520ml 생수

한 병을 살 수 있고, 가나자와 시에 있는 아름다운 정원 겐로쿠엔의 청소년(6~18세) 입장료도 낼 수 있다. 500엔으로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A4 사이즈 토트백과 밴드 스타킹 2족 세트 구입이 가능하고, 맥도날드 빅맥세트를 사면 8엔을 거슬러 받을 수 있다.

엔화는 미국 달러, 유로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통화다. ‘둥글다’라는 의미의 원圓을 한국은 ‘원’, 중국은 ‘위안’,

일본은 ‘엔’이라고 읽는다. Editor 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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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엔

앞면에는 ‘일본의 파스퇴르’라고 추앙 받는 노구치 히데요野口英世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1904년 록펠러 센터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매독균, 황열병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세운 그의 업적은 그의 흉상을 록펠러 센터

입구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많이 팔린 <닥터 노구치>라는 만화까지 나올 정도로 일본인들에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 2004년 도안이 교체되기 전까지는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초상이 그려져 있었다.

뒷면에는 일본의 명물인 후지산과 벚꽃이 그려져 있다. 1,000엔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은 명품 가나자와 기름종이 80

매가 들어 있는 팩 한 개를 살 수 있고, 먹어도 문제 없는 금박을 입힌 카스테라 한 개가 1,100엔이다.

2,000엔

2000년 7월 오키나와 G8정상회담에 맞춰 발행되었다. 그동안 1, 5단위의 화폐만 발행했던 일본이 최초로 선보인 2

단위 액면 지폐이자 통용되는 일본 화폐 중 인물을 과감히 버리고 앞면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오키나와

수리성 수례문守禮門을, 뒷면에는 일본 고전소설 <겐지씨 이야기源氏物語>의 한 장면과 작가 무라사키 시키부紫式

部의 그림을 넣었다. 2,000엔은 1,5 단위 화폐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외면 받아 일본 정부의 사용 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현재 보기 힘든 화폐로 전락하는 중이다.

5,000엔

드디어 여성 초상이 등장한다. 19세기 말 유명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히구치 이치요樋口一葉의 초상이

앞면에 그려져 있다. 뒷면에는 장식성이 두드러진 그림으로 유명한 에도 시대의 화가 오가타 고린尾形光琳이 그린

제비붓꽃을 볼 수 있다. 5,000엔으로는 도야마 민속공예관에서 판매하는 흙인형 공방에서 12간지 동물 인형 세트를

살 수 있다.

10,000엔

일본 근대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러나 우리나라와 중국 입장에서 보면 제국주의 침략을 주장한 탈아론脫亞論으로

잘 알려진 일본 우익의 뿌리로 평가되는 후쿠자와 유키지福澤諭吉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뒷면은 일본 최고의 불교

건축물로 손꼽히는 교토에 있는 평등원 본당의 봉황상이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가나자와 히가시차야 거리에 가서 1인당 4,050엔짜리 가이세키 점심 세트를 동행한 연인과 같이 먹고 근처

일본 전통 찻집에서 차를 마시면 느긋한 오후를 보내고도 500엔 정도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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