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기업들의 사회적책임활동 - posri.re.kr · 인도기업들의사회적책임활동 2009. 2. Chindia Journal 29 임정성 포스코경영연구소수석연구위원

시 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변해왔다. 이제는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기

업의 사회적 책임(CSR)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인도 기업들은 100년 이상, 자선 활동을

중심으로 사회적 책임 활동을 펼쳐 왔고, 최근에는 법률과 윤리적인 측면의 CSR 활동도 강화

하고 있다. 이처럼 CSR 활동의 전통이 오래된 인도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은 자연히 CSR

활동의 범위와 방식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 시행된 형 프로젝트에서는 CSR 활동이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전략 차원에서

활용된 만큼, 인도에서 CSR은 이제 경 의 부가 사항이 아니라 경 방식 그 자체로 접근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인도기업들의

사회적책임활동

26 Chindia Journal 2009. 2.

인도CSR, 자선넘어사업전략으로프로젝트수행지역에 한CSR 계획잇따라

우리에게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용어가 낯설던 2005년에 인도에 부임한 후, 인도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이미 백 년 전부터 있

어 왔다는 사실에 내심 놀란 적이 있었다. 물론 그

당시 활동들은 자선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사회 공헌 활동을 광범위한 CSR로 발전

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제적으로도 CSR의 정의는 아직 통일되어 있지

않다. 가장 일반적인 CSR 정의는“기업이 경제, 법,

윤리, 자선 등 4개 차원에서 공히 책임을 져야‘진정

한’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카롤(A.

Carroll)의주장이다.

2009년 11월에 CSR 국제표준(ISO 26000) 제정

을 목표로 하는 ISO(국제표준화기구)는 2007년에

CSR을 ▲지배구조 개선 ▲환경보호 ▲인권보호 ▲

노동 개선 ▲공정한 조직운 ▲소비자 이익 실현

▲지역사회개발등7 원칙으로구체화시켰다.

기업의 자선 활동 전통 깊은 인도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인도의 오랜 전통이

다. 이는 정치∙역사∙경제와 접히 연관되어 있

다. ‘종교의나라’인도에서는힌두, 자이나교, 불교,

시크, 무슬림이 모두 사회적 약자들을 도와야 한다

고 가르쳐왔다. 따라서 사회 기여 활동은 기업 내부

가 아닌 기업 밖에서, 주로 사원이나 단체에 기부를

하는형태로이루어졌다.

그런데 1930년 마하트마 간디의 신탁사상

(trusteeship)에 향을 받으면서 가족경 기업들

은 국가의 경제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중요한

의무로 여기게 되었다. 특히 타타그룹은 국가와 지

역사회에 공헌하는 것은 물론 종업원 복지와 지배

구조에 이르기까지 신탁사상을 충실히 이행하 다.

독립 이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법적 준수사항

이 되면서는 국 기업이 주축이 되어 추진했다. 또

1970년 들어와서는 미국 자유경제주의의 향을

받아 법 테두리 안에서 부를 창출하여 세금을 납부

Cover Story

인도에서 농촌과 산림지역에서 규모 개발 프로젝트 추진에 한 반발이 잦아지면서 CSR 활동이 기업

의 투자 실행 전략의 하나가 되고 있다.

<4개 층으로 구성된 CSR의 개념도>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자선

272009. 2. Chindia Journal

하면 기업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1년에 경제가 개방되면서 기업은 경제,

사회, 환경 역에서 고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새로

운 관점이 도입되었다. 현재 인도 기업들은 전통적

으로 내려온 자선 중심의 CSR과 사업의 지속가능성

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CSR 개념을 통합해

가는단계에있다.

인도 기업들, 법적 책임보다 자선적 책임 우선시

2008년 6월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조사 상 인

도 기업들의 90% 이상이 현재 CSR 활동을 하고 있

다고 답했다. 인도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인식은 경

제적책임(이윤추구) ＞자선적책임(사회공헌) ＞법

적 책임(법규준수) ＞ 윤리적 책임(윤리경 ) 순으로

나타났다. 서구 기업들이 경제적 책임 ＞ 법적 책임

＞ 윤리적 책임 ＞ 자선 순으로 인식하는 것과는 차

이가 난다. 실제로 50 상장기업의 57%만이 공식

적으로 윤리경 을 실시하는 등 인도 기업들은 내부

보다는외부지향의CSR 활동을하고있다.

인도의 표 경제단체 중 하나인 인도상공회의소

연맹(Assocham)은작년1월에제1회CSR 국제회의

를개최한바있다. 이를위해24개기업들의CSR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실행 분야는 교육∙훈련 등 인

재 육성(80%)이 가장 많았고, 의료∙보건 (66%), 환

경보호(60%), 낙후지역 개발(57%) 순으로 나타났다.

활동수는3~5개분야에집중하는기업이16사로가

장 많았고, 4사는 6개 이상 다양한 분야에서, 다른 4

사는 1~2개 분야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편, 기업들

은 회사 내 별도의 CSR 부서를 둔 경우가 많았고

(58%), 별도 재단 설립하는 방식도 다수(37%)를 차

지했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단독 추진보다 정부기

관(58%), NGO(67%), 2개 이상 단체(21%)와 협력하

여 실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CSR과 관련한 실행이

나 홍보 수준은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s)

가이드라인 준수(25%), UN 로벌콤팩트 가입

(21%), CSR 보고서 작성(21%), 연차보고서에 CSR

항목포함(8%) 순으로나타났다.

최근 CSR을 투자로 인식하는 풍토 정착

최근조사에서 인도 기업들이CSR과 관련해 형성

하고 있는 공감 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첫째, 자발

적으로 추진되든 법적 의무사항이든 CSR은 비즈니

스 추진에 불가피한‘의무사항’이라는 인식이다. 둘

째, CSR은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도움이 된다

는 인식이다. 셋째, CSR은 경 의 부가 사항이 아니

라‘사업을경 하는방법’그자체이라는인식이다.

그렇다면 인도에서 CSR이 필수적으로 인식되는

인도기업들의사회적책임활동

�인도 CSR 모델의 발전 과정

모델 주요 내용

윤리적 모델 - 기업은 지역사회로부터 신탁 받아 운 하는 것이라는 마하트마 간디의‘신탁사상 (trusteeship)’에

(1930~1950년) 향. 타타그룹 등 많은 가족경 기업들이 사회경제 발전에 기여

국가통제주의적 모델 - 독립 이후 네루 총리의 혼합 경제체제 또는 사회주의식 경제체제 하의 모델

(1950~1970년)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법적 요구에 한 부응 차원

자유주의 모델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경제적 이익에 국한(세금 납부, 고용 등)

(1970년~1990년) - 기업가의 사적인 활동으로 자선활동 인식

이해관계자 모델 - 기업은‘3P(사람, 지구, 이익)’에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함(UN Global Compact, 1999).

(1990년~현재) - 기업의 책임감과 투명성도 강조

자료: Tata Energy Research Institute, 2001.

Cover Story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로벌화가 진전되면서 기

업은 CSR 활동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더

잘 이해함으로써 제반 환경 변화를 더 잘 읽고 응

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로벌 투자가들도 투자처

를 결정할 때 사회환경 범주를 고려하고 있다. 둘째,

소비자들은 이제 기업의 이익이 사회에서 창출되고,

기업은 소외 받는 약자들을 도와줄 의무를 진다고

믿는다. 특히 기업 스캔들을 경험하면서 기업들이

투명하고 책임감 있기를 기 하게 되었다. 셋째,

CSR을 통해 기업들은 고객, 일반 중, 정부 등 주

요 외부 이해관계자들에 잘 부응함으로써 강한 브랜

드를 구축할 수 있다. 효과적인 CSR 활동은 우수한

인재를 유인함은 물론 직원들의 만족도와 자긍심을

높여 이직률을 낮추기도 한다. 한 조사 결과에서도

인도에서 CSR 추진은 기업평판 제고(63.9%), 기업

회계 투명성 제고(41.2%), 고객∙판매 리점의 충성

도 제고(37.1%), 근로자 고용∙유지 기여(30.9%) 순

으로효과를내고있는것으로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CSR을‘투자’로

인식하고 자금 분배와 수익률을 고려하는 자세가 필

요하다. 이를 위해서도 우선 분야를 정해 집중해야

한다. 또 자금 지원에 그치지 말고 전담부서를 두고

전문 인력을 투입해야 의도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 CSR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실행 파트너들

(NGO 등)과 긴 히 유 하여 효과성을 높여야 한

다. CSR 활동은 일방적인 지시사항이 아니라 기업

의 비전과 미션, 핵심 가치들과 일치해야 하며, 전

부서가 협조하여 핵심 사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

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명한 방법으로 실적을 공

개함으로써 홍보효과를 높이고 보완이 필요한 분야

를발견해야한다.

프로젝트 난항 돌파구로도 CSR 활용

브리티시석유, 코카콜라, 네슬레 등 인도에 진출

한 서구 기업들은 외국 기업으로서 불리한 위치를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CSR 활동에 적극적이다. 부

분은 인도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교육, 의료, 지역사

회 개발에 참여하고, 사업 분야와 관련한 역에서

활동을펼치고있다.

한편, 인도에서 농촌과 산림지역에서 규모 개발

프로젝트 추진에 한 반발이 잦아지면서 CSR 활동

이 기업의 투자 실행 전략의 하나가 되고 있다. 타타

스틸은 새로 제철소를 건설할 2개 지역에 10억 루피

(약 2천만 달러)를 투자하는 CSR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최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도 제철소를 신설

하게 될 2개 주에서 이주민 정착촌과 도로, 전기, 상

하수도, 진료소 등 기초 인프라 구축에 각 3억 달러

를 투자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요 서구 기업들의 인도 내 CSR 활동 내용

기업명 주요 내용 주요 활동 분야

브리티시석유- 시골학교 및 학교 지원, 공장 인근 지역사회 개발, 재해구호 활동

교육, 지역 사회, 생계 개선- 저탄소 및 에너지 효율성 인식 제고 프로그램, 도로안전 프로그램

코카콜라 인디아- 물 관리에 중점(물 사용 효율 증 , 빗물저장시설, 댐 관리, 시골학교 식수 제공)

의료, 환경, 교육, 생계 개선- Coca-Cola Foundation 설립(1천만 달러 규모)

펩시코 인디아- 학 및 관련 기업과 연계하여 농업기술 개발 지원(펀자브주 정부와 협력)

농업- 농부 교육 및 훈련, 계약 농사

모토롤라 인디아- 장학, 지역사회 개발 등을 위해 NGO와 협력

교육, 환경, 지역사회- 큰 프로젝트 실행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국적 기업들과 협력

네슬레- 농학자 및 수의사 통해 농부교육, 우유 수집 공급 체인 개선

농업, 교육, 생계 개선- 시골학교 식수 제공 및 마을 여성 자립 지원

자료: 각사 홈페이지 참조



임 정 성포스코경 연구소 수석연구위원[email protected]

이외에 20억 달러 규모의 재단을 설립하여 교육, 의

료 및 스포츠 사업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베단타

리소시스는 오리사주에서 광산 개발과 알루미늄 제

련공장 신설을 추진하면서 체계적인 CSR 정책을 병

행하고있다. 공장주변53개마을을지원하고, 우수

직원을 채용∙유지하기 위해 30억 루피를 들여 1천

명의 직원을 위한 주택단지를 건설했다. 또한 의과

학과 병원을 포함하여 정원 10만 명 규모의 종합

학교를 2025년까지 완공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

고있다.

자선보다 정도 경 이 우선

한국계 기업들도인도에서 이미 활발하게CSR 활

동을하고있다. 특히LG, 삼성, 현 자동차등은높

은 수준의 활동을 하면서 한국 기업의 이미지 형성

에 도움을 주었다. 앞으로는 자선 활동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법적, 윤리적 측면에 관심을 가질 필요

가 있다. 아무리 자선과 기부 활동을 많이 하더라도

법이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무용지물이기 때

문이다. 특히 최근에 발생한 회계부정 스캔들로 인

도 정부나 국민들은 기업들의 윤리 경 과 투명 경

에 매우 예민해 있는 상태이다. 외국 기업에 한

잣 는 더욱 엄격한 것이 일반적이므로, 정도 경

을 기본으로 하면서 다른 사회적 공헌활동들을 추진

해야할것이다.

ⓒ포스코

홈페이지

LG전자, 현 자동차 등도 CSR로 좋은 평을 얻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가 지난해 9월에 발생한 동부 지역 홍수 피해 구호를 위한 물품을 지원하고(1), 푸네 인근과(2,3) 오리사주에서(4)의료봉사활동을 펼치는 모습

21

3 4

Cover Story


‘전통’이된타타그룹의사회공헌활동지배구조정점에공익재단둬…안정적경 에도도움

인도 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에 많은 공을 들

이고 있다. 인도 경제가 아직 낙후되어 있

는데다 정부는 재정적자 부담 때문에 사회간접자본

에 투자하는 데 한계가 있어 기업이 지역사회의 발

전에 기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반 된 것이다. 특

히 타타그룹은 오래 전부터 매우 효율적으로 사회

공헌활동을 펼쳐 왔다.

식민시절에인력양성의씨앗돈기부

타타그룹의 사회공헌활동은 타타 가문이 세운 재

단(Trust)과 그룹 두 축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먼저

타타 가문의 사회공헌활동은 그룹의 설립자인 잠세

트지 타타(Jamsetji Tata)의 철학에서 출발했다. 그

는“헐벗고 굶주린 이웃에 의식주를 도와주고, 병든

사람을 고쳐주는 것도 자선의 훌륭한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가난하지만 재능 있고 똑똑한 인

재들을 지원하여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되게 하는 것

이야말로 거시적인 관점에서 더 낳은 자선의 방법

이다.”라고 일갈하면서 인도의 자선에 새로운 개념

을 추가하 다.

그는 국의 식민 지배를 받던 1892년에 타타 고

등교육장학재단(JN Tata Endowment Scheme)을

설립하여 가난한 수재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해외에

유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최초 장학금 수혜

자 37명 중 15명이 인도의 고위공무원이 되어, 설립

자의 꿈에 부응했다. 1927년경에는 인도인 고위공

무원(ICS) 중 3분의 1이 타타 장학금 수혜자 다.

나라야난(K.R. Narayanan) 전 인도 통령을 위시

하여 라오(B.N. Rao) 국제 고등법원 판사, 유명한

핵물리학자 라마나(Raja Ramanna) 등 많은 학자

나 법률가들이 타타 장학생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현재까지 타타 장학금의 수혜자는 3,500명을 넘어

서며, 지금도 매년 150여 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

고 있다.

또한 그 당시로서는 지나친 이상 같았던“고등 과

학 교육과 연구를 육성한다”는 창업자의 철학은 인

도과학원(Indian Institute of Science) 설립의 초

석을 제공하면서 열매를 맺게 된다. 그는 1898년 개

인 재산의 절반(그 당시 20만 파운드 상당)을‘ 학

이나 연구원 설립’용도로 기부하 다. 이는 미국

철강 재벌 카네기가 100만 달러를 기부하여 피츠버

그에 카네기멜론 학의 전신인 기술학교를 설립한

때보다 2년이나 앞선 일이다. 이 기금에 인도 정부

의 협력이 보태져서 13년 후인 1911년에 인도 과학

기술 발전의 근간이 되는 인도과학원이 설립되었

다. 인도과학원은 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해

수많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배출함으로써 타타의

희망 로 인도 과학과 기술 발전에 공헌하 다.

타타그룹은 지배구조의 정점에 공익사업을 하는 재단을 둠으로써 재산 변칙증여 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로

울 수 있었고, 적 적 M&A 시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이처럼 타타그룹은 사회공헌활동을 매우 중

요한 경 활동으로 인식하여 조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설립자후손들도잇따라전재산기부

창업자의 철학은 두 아들이 개인 재산을 기부하

여 설립한 선구적인 도랍지타타재단과 라탄타타재

단, 그 밖에도 수많은 타타가문의 기금으로 꽃을 피

우게 된다.

창업자의 둘째 아들인 라탄 타타(현 타타그룹 회

장과 동명)는 회사 경 에는 관여하지 않고 많은 사

회사업을 하 다. 마하트마 간디가 남아프리카공화

국에서 인종평등운동을 전개할 때 그 당시로는 적

지 않은 액수인 12만 5천 루피를 지원하 고, 인도

의 민족주의 운동과 유적지 발굴 등에도 지원을 아

끼지 않았다. 또한 1918년 사망 시에는 전 재산을

교육, 보건, 농어촌 개발, 예술 및 문화 등을 위한

재단 설립에 써 달라고 기부하여 라탄타타재단이

설립되었다. 라탄타타재단은 2007년에 농어촌 개

발, 기초교육 지원, 문화 예술 보건 분야에 2,770만

달러를 지원했다.

창업자의 큰 아들로서 타타그룹을 물려받아 타타

스틸을 키운 도랍지 타타는 1932년 사망하기 몇 개

월 전에 당시 1천만 루피에 상당하는 자신의 전 재

산(그룹회사에 한 모든 지분 포함)을 기증하여 도

랍지타타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인도의 과학

기술, 의학, 예술 발전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타

타사회과학원(1936), 타타암센터(1941), 타타기초

과학원(1945), 국립예술원(1966) 등 수많은 교육 및

연구 기관을 설립하 고, 2007년에도 5,036만 달

러를 지원했다.

이 두 재단의 재정은 타타그룹 소속 회사의 주식

에 한 배당금 소득(약 75%)과 투자자산으로부터

나오는 수익(25%)으로 충당한다. 그리고 기금의 운

은 농촌 생활 개선 50%, 교육 25%, 기타 활동

10~15% 등으로 배분된다. 기금은 매우 엄격한 심

사를 거쳐서 지원되며, 지원 후에는 철저하게 회계

감사를 하고, 단계별로 지원 조건을 충족할 경우에

만 추가로 지원을 한다.

지역사회에어려운일이있으면가장먼저나선다

한편 타타그룹 회사들의 사회공헌활동은 회사가

위치한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발전, 국가의 과학기

술 발전과 예술 및 스포츠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

다. 또한 그룹의 사회공헌활동이 일과성으로 그치

지 않고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지역

사회공헌위원회라는 기구를 설립하여 운 한다. 이

위원회는 그룹 소속 회사의 CEO들로 구성되며 그

룹 전체의 활동에 한 방향을 설정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최근에는 UN과 공동으로 인력개발

지수(Tata Index for Sustainable Human

Development)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룹 소속 회사들은 위원회가 제시하는 가이드라

인에따라사회공헌활동을펼치는데, 타타화학, 타타

스틸, 타타자동차 등과 같은 큰 계열 회사들은 별도

의 기관을 설립하여 사회공헌활동을 한다. 타타스틸

을 예로 들면 지역사회발전기구를 설립하여 도시지

역 개발, 농촌지역 개발, 하층계급 및 빈민층 지원

부문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초기

에는 타타스틸이 위치한 잠셰드푸르 지역 32개 마

을에서 활동을 하 으나, 지금은 인접한 자르칸드

�타타가문이설립한 표재단의지원분야와연간지원규모

라탄타타재단 도랍지타타재단

(2007년 기금액: 2,770만 달러) (2007년 기금액: 5,036만 달러)

프로그램 지원 설립 기관 지원

- 토지와 용수 개발 - 타타사회과학원 등

- 농어촌 지역 소액금융 NGO 지원

교육 지원 - 천연자원 관리

- 초등교육 개선 등 - 농어촌 개선

보건 프로그램 지원 - 교육

예술, 문화 분야 - 사회개발

공공부문 소규모 프로그램

장학제도 개인(의료, 교육) 지원 프로그램

소규모 프로그램 관련 기금(Allied Trusts) 지원

개인(교육, 의료) 지원 프로그램

Cover Story


주와 오리사주까지 포함해 600여 마을로 활동 지역

을 넓혀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타타그룹 회사들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구조단을 보내고 성금도 후하게 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1979년 모르비지역 홍수가

났을 때 가장 먼저 성금과 재난 구조단을 보낸 회사

가 타타화학이었다. 그 활동이 더욱 빛난 것은 회사

도 2천만 루피의 피해를 본 상황이었음에도 지역사

회의 복구 활동에 신속하게 나섰다는 점이다. 어떻

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조

장은“그것이 타타의 전통”이라고 답했다.

공익재단이지배구조정점에위치

타타그룹의 사회공헌활동은 100년이 넘게 지속

되어 오면서 하나의 전통이 되었고 인도 기업들이

본받으려는 모델이 되었다. 긴 세월 인도에서 가장

큰 재벌로 있었지만 부자 리스트에서 타타 가문의

사람들을 찾아볼 수는 없다. 타타그룹의 창업자 가

문은 보유한 재산이 없어도 존경을 받으면서 그룹

을 실질적으로 지배해 오고 있고, 그룹 회사들도 국

민들의 성원을 받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재벌그룹들도 여러 재단을 운 하

고 있지만, 타타그룹처럼 브랜드가 될 정도로 돋보

이지는 않는다. 이런 점에서 타타 가문의 전통은 우

리나라의 기업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타타그룹은 지배구조의 정점에 공익사업을

하는 재단을 둠으로써 재산 변칙증여 의혹에서 완

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고, 적 적 M&A 시도를 사

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이처럼 타타그룹은 사회공

헌활동을 매우 중요한 경 활동으로 인식하여 조

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을 총괄하

는 기구를 설치하여 계열사 사장들을 관여하게 함

으로써, 각 회사의 활동이 그룹차원에서 관리∙조

정되며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게 시스템화 되어

있다.

곽 창 호포스코경 연구소 델리사무소장[email protected]

�도랍지타타재단이 설립하거나 후원하는 주요 기관

기 관 내 용

Tata Institute of - 1936년에 Dorabji Tata Graduate School of Social Work로 설립

Social Science(TISS) - 1944년에 TISS로 변경, 1964년에 정식 학교로 인가

- 1948년 TISS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인도‘노동법’제정

- 노동 및 사회복지 관련 체계적인 연구활동 진행

Tata Memorial Centre(TMC) - 1941년 Lady Meherbai Tata를 기념하여 암 연구 및 치료 병원 건립, 1957년 정부에 헌납

- 1962년 정부가 Cancer Research Institute를 설립하여 TMC 합병

- 연간 25,000명 진료 환자 중 약 70% 무료 진료

- 현재 150여 명의 학생, 연구진이 교육 수혜

The Tata Institute of - 1945년에 설립되어 인도 핵물리학 및 원자력 에너지 등 기초과학 발전의 산실로 발전

Fundamental Research(TIFR) - 3개 학교(school of mathematics, natural science, technology and computer

science) 운

National Centre for - 1966년 JRD Tata의 후원으로 설립

the Performing Arts - 인도의 전통음악, 민속음악을 집 성

- 인도 최초 국립음악당인 Tata Theatre 설립



CSR로성공을거둔오리사주의기업들경험많은지역단체와공동으로주민신뢰우선구축

외국기업지분철수후잘풀린UTKAL 프로젝트

10년간지지부진하던

프로젝트가 잘 풀리게

된계기는무엇일까?

UTKAL은 1992년

인도 기업(Indal, 지분

20%)과 외국 기업 2개사(ALCAN, 35%; Norsk

Hydro, 45%)가 합작하여 오리사주에서 알루미늄의

원료인 보크사이트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프

로젝트는 1995년부터 환경 향평가를 받고 1998년

에는 이주계획을 추진하 으나, 주민들과 NGO의

반 로 난항을 겪게 된다. NGO들은 프로젝트 참여

회사중한곳인NORSK의본사가위치한노르웨이

를 방문하여 시위를 하기도 했다. 결국 NORSK는

투자 지분을 힌달코(아드티야비를라그룹의 계열사

로 인도 최 알루미늄 제조업체)에 매각했고, 2007

년에는 ALCAN마저 지분을 힌달코에 매각하고 기

술 지원과 설비 공급만을 담당하기로 했다. 지금은

힌달코가단독으로프로젝트를수행하고있다.

2001년 3월에 오리사 정부가 공식적으로 주민이

주정착계획(R&R)을 승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

들과의 갈등이 줄지 않자 UTKAL 프로젝트 담당자

들이 돌파구로 택한 것이 바로 CSR 전략이다.

힌달코는 먼저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신

뢰를 얻는 데 주력했다. 즉 R&R 시행에 앞서

2004년 9월에 주민 자치기구인 그람빤짜야트와

질라빠리샤드의 승인을 받은 다음 오리사 정부의

승인을 받는 형식을 띤 후, 12월에 시행을 했다. 또

CSR 활동은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부터

시작했다. 지역 사회에 가장 절실하던 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이동 건강검진이나 구급차 제공 등을

지원했다.

또 유치원과 성인 상 기초 교육과정 개설과 도

로 시설 개선(4개 도로 건설), 학교 건물 수리, 관개

수로 건설에도 힘을 쏟았다. 여성들을 위한 자조그

룹을 만들어 여성 권익 향상에도 노력했다. 그리고

추진 과정에서는 기업이 독자적으로 하기보다 주정

부와 공동 실행하는 방식을 택해, 정부와 정기적으

로 미팅을 갖고 실행 내용을 점검하고 있다.

이런 CSR 추진으로 2008년에 1차 R&R을 완료

하고 현재 2차 R&R을 추진하고 있으며, 2010년 3

월경에는 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UTKAL 프로젝트는 노르웨이 기업인 Norsk

Hydro가 자본을 철수한 이후, 현지 기업인 힌달코

가 중심이 되어 현지 실정을 고려한 CSR 활동을 펼

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여 성공을 거둔 사례이

인도에서 CSR로 성공을 거둔 기업들은 체로 독자적으로 CSR를 추진하지 않고 정부나 NGO와 연계해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주민들의 신뢰를 먼저 구축하 다. 현지에서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한 NGO와 같이

주민을 자주 방문하고 토론을 유도함으로써 마음을 여는 데 큰 효과를 거두었다.

Cover Story


다. 인도에서의 사업 추진은 장시간을 요구하며, 주

민들과의 합의를 통한 이해관계자의 의견 도출, 즉

민의를 통하여 정치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중요

함을 일깨워준다.

여성자조그룹육성에서실마리찾은BPCL

BPCL(Bharat

P e t r o l e u m

C o r p o r a t i o n

Limited)은 1976년

버마쉘그룹(Bur-

mah Shell Group)

으로부터 주식을 인수해 국 기업으로 재출발한 정

유회사이다.

BPCL은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며, 환경 부문 우수 기업으로 인정 받아

2008년에는 Asian CSR Award를 수상하기도 했

다. BPCL은 6개 사업부(항공유, 산업 및 상용분야,

LPG, 윤활유, 정제, 주유소)를 운 하고, 시장 점

유율 2~3위를 유지하고 있다. 주식의 54.93%를

인도 정부가 보유하고 있으며 케랄라주 정부가

0.86%, 나머지를 투자기금과 은행, 개인 등이 보유

하고 있다. 오만의 정유사와 함께 비나(마하라슈트

라주)에 600만 톤 증설을 추진하는 등 설비 증설을

꾸준히 하는 한편, 외국 석유회사에 한 투자를 늘

이고 있다.

BPCL이 오리사주에서 CSR을 펼치는 지역의 주

민들은 주로 광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광업에 종사

하다보니 호흡기와 피부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가

많았고, 광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자녀들은 부모

의 보살핌이 부족해 양 부족과 학업 부진에 시달

리고 있기도 했다. 또 남편들이 알코올 중독으로 소

득 활동을 못하는 가정이 늘면서 가족 부양 의무를

지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이는 다시 여성들의 부담

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이어 왔다.

BPCL은 이들을 위한 거리 연극이나 마을 축제를

기획하거나 그림을 이용한 교육을 실시하여 의식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호흡기 질환 발생이 용이한

환경을 고려하여 위생 문제를 집중 부각하고 폐해

를 인식하게 한 것이다. 또 식수 부족이 건강 악화

를 가져온다고 판단하고, 마을 우물을 정비하고 위

생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을 교육해 건기에도 깨끗한

식수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마을 공동체 연못에

수산물을 공동으로 키워 판매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BPCL 역시 독자적으로 CSR을 추진하지 않고

NGO와 연계해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주민들의 신

뢰를 먼저 구축하 다. 현지에서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한 NGO와 같이 주민을 자주 방문하고 토론을

유도함으로써 마음을 여는 데 큰 효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NGO를 통해 가장 기본적인 방문 의료서비

스와 미취학 아동 상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함으

로써 호평을 얻었다.

BPCL은 자조그룹(Self Help Group)을 육성해

경제적 자립 기반을 구축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두었

다. 자립 경제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삶의 여유를

가져오고 가족구성원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자조그룹은 우선 여성만

을 상으로 실시하 다. 바느질과 수예에 관한 직

업 훈련을 담당할 교사를 파견하고 재봉틀을 지원

하 다. 더불어 마케팅 강좌를 개설하여 시장 수요

파악, 품질 제고, 가격 결정 방법 등을 교육하 는

데 제품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판매하고 시장

수요를 고려한 제품 생산까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자조그룹 활동으로 소득이 늘어나게 되자 더 많

은 주민들이 이 활동에 동참하기를 원했다. 이후 2

차로 버섯경작그룹을 설립하고 지원했다. 버섯은



경작이 쉽고 아이들의 양식과 다이어트식에 좋아

판로 확보에 용이했기 때문이다. 이 활동에는 남성

들도 참여시켜 가족의 주수입원으로 활용할 수 있

도록 했다. 차츰 활동에 자신이 붙으면서 20개 마을

에서 꾸려진 자조그룹을 지원하고 있다. 20개 마을

별로 공동경작지에 바나나를 심거나 가금류의 사육

을 교육하고 부화된 새끼들은 무상으로 다른 마을

에 지원하는 사업을 병행하고, 다양한 자조그룹이

활성화되도록 우수 그룹에 상금을 수여하여 경쟁을

유도하기도 했다.

참여를 원하는 마을에 해 자조그룹 지원을 더

확 하고 있으며, 이와 병행해 파파야 경작과 염소

사육 등 다양한 소득원을 창출하는 프로그램을 실

시해 소득을 추가로 얻고 있다. 자조그룹을 통해

창출되는 고정 소득은 월 평균 2,000루피(40달러)

이며, 바나나와 가금류 재배를 통해서는 연 7천~8

천 루피(약 140~160달러)의 소득을 추가로 얻고

있다.

순이익1%를CSR에사용하는NALCO

NALCO(National Aluminium Ltd)는 2008년

기준으로 아시아 최 , 세계 6위의 국 알루미늄

기업이다. 오리사주에 본사를 두고, 광산(보크사이

트원석 채취)에서 알루미나를 정련하고 정련된 알

루미나를 알루미늄으로 제련하고 주조하는 일관생

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또 사업을 위한 발전소와 철

도, 항구를 운 하고 있다. 특히 NALCO는 기오

염 방지와 에너지 효율 제고 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

력하고 있다.

NALCO는 순이익의 1%를 CSR 활동에 투자하고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 CSR 활동이 단일 부서나 몇

몇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전체의 문제라는 인

식을 전파시키기 위해 전 직원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후 1~3년 동안

산업훈련원(ITI)에서 543명이 교육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리고 해당 지역의 사회기반시설을 확

충하기 위하여 원화로 약 248억 5천만 원을 투자하

여 통신시설과 교육 및 의료시설, 상수도 건설을 지

원했다. 자립기반 구축을 위하여 농업과 어류양식

및 임업 프로그램도 지원했다.

이 밖에도 문화재 보존과 각종 스포츠, 예술, 문

학 발전을 위한 지원활동도 다양하게 벌이고 있다.

예를 들면 오리사 지역에 있는 사찰 등의 조명시설

을 설치하거나 간디 공원과 지역별 공원을 조성하

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 고, 문화재 복원을 위

해서는 약 5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슈퍼사이클

론과 같은 규모 재난이 발생할 때에는 피해 주민

에 한 지원을 하고 주민 피시설을 건립하는 활

동을 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NALCO가 잘 되면 자신들도 잘

된다는 확신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오리사주의

나빈파트나익 총리로부터 공기업 부문 최우수기업

으로 선정되어 Think Odisha Leadership

Awards를 수상하기도 했다.

김 용 식포스코경 연구소 수석연구위원[email protected]

Cover Story


한국기업들의CSR 사례와교훈LG전자, 입소문으로신뢰구축…현 차, 재단설립해체계적으로

입에서입으로신뢰얻어가는LG전자

주민들이 가장 원하던 의료 서비스에 집중:

델리 동쪽에 있는 그레이터 노이다에서 자동차로

20분쯤 떨어진 사키푸르에는 LG전자가 운 하는

진료소가 있다. 이 진료소는 LG전자가 6년 전 200

만 루피를 투자해 설립한 것으로 의사가 상주하면

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근처 마을을 매일 순회

하면서 진료하는 순회 진료소도 운 하고 있다.

회사에서 제공한 차편으로 순회 진료소로 가는

길은 전형적인 인도 농촌의 모습이었다. 이윽고 차

한 가 겨우 지날 수 있을 만한 골목길을 굽이굽이

들어가면, 마을 회관처럼 보이는 곳에 LG전자가 운

하는 순회 진료소의 모습이 보인다. 첫눈에 봐도

병원 문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들이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다. 마을 군데군데에 소형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가 방문한 마을은 부농들이 많은

곳으로 보이지만, 진료소를 찾는 이들은 부분 농

업 노동자이거나 소작농들이며 비싼 치료비를 감당

하기에 턱없이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진료하는 바쁜 시간 중에 잠시 순회 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의사를 인터뷰해 보았다. 의사의 말로는

이 마을에는 피부병이 많고, 노인병과 부인병 환자

도 많다. 피부병이 가장 많은 것은 제 로 된 상수도

시설이 없고, 자주 씻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순

회 진료소는 하루에 약 2시간 정도 운 되며, 처음

방문하는 환자에게는 진료비로 5루피를 받고 이틀

치 약을 무료로 제공한다. 두 번째 방문부터는 처방

전을 써주어 현지 약국에서 약을 구입하도록 하며,

중증 환자로 판명되면 다른 국립 병원을 소개해 주

어정 검사와치료를받도록하고있다.

LG전자가 이곳에 진료소를 설치한 이유는 이 지

역에 인도의 빈곤층이 부담 없이 이용할 만한 국립

의료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사전에 주민

들의 요구를 조사했는데, 의료시설 설립을 원하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그레이터 노이다는 델리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

서 활발히 개발이 진행되는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그레이터 노이다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이

마을처럼 아직 개발이 덜 된 지역이 많고, 특히 빈

곤층들에는 개발보다 당장 의료서비스가 시급한 곳

이 많다. LG전자가 선택한 CSR 활동은 바로 당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상으로 하는 의료 서비

스 다.

떠들썩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게: LG전자는 외

양적으로 화려하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편이고, 사

LG전자와 현 자동차 등 우리 기업들의 CSR도 인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진출 역사가 짧은 만

큼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이다. 포스리 델리사무소에서는 LG전자의 의료 서비스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책

임자인 베르마 박사를 인터뷰하고, 우리 기업들의 CSR 특징과 앞으로의 과제도 들어보았다.



람들의 일상 속에 파고드는 CSR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LG전자의 CSR 활동이 가시적인 결과를 맺게

된 데에는 LG전자의 CSR 책임자인 베르마 박사와

시드하란 부장의 역할이 컸다. 두 사람은 인도에서

CSR 활동으로 유명한 타타스틸에서 십수 년간 관

련 업무에 종사한 베테랑들이다.

LG전자는 인도 사업을 수행하면서 아직 주민들

과의 불화로 사업 수행에 곤란을 겪은 적이 없다.

그 이면에 LG전자만의 CSR 활동 원칙이 숨어 있

다. 우선 구전효과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흔히 기업

들은 한 활동이 언론에 떠들썩하게 비춰지기를 바

라지만, LG전자는 오히려 반 의 방법을 쓰고 있

다. LG전자는 CSR 활동을 홍보하는 데 언론을 초

청하지 않으며, 언론이 찾아오면 안내는 하되 먼저

찾아가지는 않는다. 인도 사람들이 언론 기사 자체

를 100% 그 로 믿지 않고 오히려 언론 보도 이면

에 기업의 의도가 있지 않을까 의혹을 품는다는 점

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반 로 직접 보거나 듣고 경

험한 일이 구전을 통해 퍼지면 큰 설득력을 발휘하

고 효과 또한 오래 지속된다.

두 번째 원칙은 체계화된 선택과 집중이다. 기업

은 리활동을 하는 곳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말은 맞지만, 기업이 책임져야 할 사

회적 책임의 기본은 법규를 잘 준수하면서 리활

동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

는 것이다. 기업이 내는 세금으로 정부가 책임지고

수행해야 할 활동이 따로 있고, 기업이 모든 사회적

책임을 다 떠맡을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점은 분명

히 존재한다. 따라서 기업은 자신의 역량과 사회적

기 안에서 CSR 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 LG

전자가 인도에서 CSR 활동을 수행하면서 철칙으

로 여기는 원칙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기업 활

동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 한편, 환경 관련 법규가

미약한 인도에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공

동체에 한 활동으로는 의료와 교육에만 집중하고

있다. 현재 LG전자는 사키푸르의 진료소와 같은

형태의 의료 서비스를 노이다, 푸네에서도 제공하

고 있으며, 24개 촌락에서 순회 진료소를 운 하고

있다. 또 인도산업훈련원(ITI)에 기자재를 지원하

는 한편 공과 와 MBA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원

하고 있다.

재단설립해적극적인활동하는현 자동차

현 자동차는인도에진출한한국기업가운데가

장 적극적으로 CSR 활동을 펼치는 기업에 꼽힌다.

현 자동차는‘함께 움직이는 세상’을 만든다는 모

토 아래 2006년 4월 현 자동차 인도재단(HMIF,

이하 재단으로 표기)을 설립했다. 체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데 재단 설립

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필요한 기금은

인도에서 자동차 한 가 판매될 때마다 100루피씩

재단에기부하는방식으로마련하고있다.

재단은 크게 지역사회활동, 문화예술활동, 장학

사업 및 재난구호활동 등 4 프로그램을 운 하고

있다. 지역사회활동으로는 의료지원, 교육시설지

원, 교통안전캠페인, 환경개선활동을 수행하고, 문

화예술활동으로는 첸나이 명예한국총 사와 공동

으로 한국 문화원 설립을 추진하여 2006년 5월 첸

나이 시내에 InKo Center(Indo-Korean Cultural

and Information Center)를 개원하 다. 장학사업

으로는 야간학교 설립과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

다. 특히 인도 북동부 아쌈지역에 기술훈련 프로그

램을 개설하여 자동차 관련 교육기자재를 제공하고

기술훈련을 실시해 낙후 지역 학생들에게 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정 학과 연계하

여 인턴 사원제를 실시하고 우수 학생에게 장학금

을 지급하기도 한다. 2004년 쓰나미로 첸나이 인근

지역이 막 한 피해를 입었을 당시 재단은 임직원

Cover Story


들의 자발적인 모금 운동을 펼쳐 성금과 트럭 2

분의 구호품을 전달하 으며, 그 이후에도 각종 재

난 구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한번시작하면끝까지

2005년 인도 오리사주에서 제철소를 건설한다는

목표로 인도에 진출한 포스코는 아직 착공식을 갖

지는 못했으나, 인도에서 CSR 활동의 중요성을 조

기에 인식하고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순회 의료 봉

사활동을 지원하고 직업 훈련 교육을 실시하 으

며, 빈곤 가정 학생들에게는 학용품도 지원하고 있

다. 그리고 포스코청암재단을 통해 인도의 차세

리더를 육성하고 한국을 이해하도록 장학사업을 실

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인도 CSR 활동에 관심을 갖고 여러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쓰나미 당시 300만 달러

를 기부하 고, 1만 명이 넘는 직원들이 자원봉사에

나섰다. 특히 2007년에 8㎢ 지에 도서관, 컴퓨터

교육실, 식당, 운동장을 갖춘‘삼성희망학교’를 완

공했다. 이외에도 삼성 커뮤니티센터를 운 하여

인도의 복지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LG전자의 베르마 박사는 인도에서 성공적인

CSR 활동을 하려면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한

다고 조언한다. 먼저, 인도에서 CSR은 기업의 장기

적인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투자라는 점이다.

비록 CSR 활동이 곧바로 기업의 매출 증 로 이어

지기는 어렵지만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장기

적으로 매우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CSR

활동이 부족한 기업일수록 현지 주민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점이 이를 충분히 입증한다.

다음으로, CSR 경력이 풍부한 전문가를 CSR 책

임자로 선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CSR을 일종의 퍼

주기 식으로 접근하면 돈은 돈 로 쓰고 효과를 달

성하기 어렵다. 정치인, 현지 주민, 정부의 역학 관

계를 이해하고 CSR 활동이 제 로 자리잡기 위해

서는 인도에서 오랜 경험으로 단련된 전문가가 반

드시 필요하다. 인도는 다양한 종족, 계층 간 갈등

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부에 한 태도 또한

우리와 다른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기

업이 학교를 기부한다고 하면 학교 건물을 지어 일

부 기자재와 같이 기증하는 것을 생각하지만, 인도

에서는 운 까지 책임져 주기를 원한다. 그래서 감

사의 소리보다는 교사를 왜 지원해 주지 않느냐, 학

생들 점심은 왜 해결해 주지 않느냐는 불만의 소리

가 앞설 수가 있다. 이처럼 한번 실시한 CSR 프로

그램은 끝까지 책임지고 운 해야 하며, 만약 어떠

한 이유에서든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오히려 언론

들이 비난을 퍼붓기 일쑤다.

끝으로, 현지 주민들의 마음을 사는 것이 CSR

활동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주

민 리더는 주민의 이익보다 개인 이익을 더 중시할

수 있기 때문에 리더의 입장에만 매몰되다 보면 도

리어 주민들로부터 멀어질 수도 있다. 일회적으로

하고 마는 프로그램이라면, 인도 주민들은 자신들

이 오히려 이용당했다고 생각하거나 외면한다. 주

민들은 돈이 아니라 기업의 의도를 중시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음을 명심하고 작은 활동이라도 꾸준

히 지속해야 주민들의 마음을 사고 믿음을 얻을 수

있다.

이 우포스코경 연구소 연구위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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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기업들의 사회적책임활동 - posri.re.kr · 인도기업들의사회적책임활동 2009. 2. Chindia Journal 29 임정성 포스코경영연구소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