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load
others
View
3
Download
0
Embed Size (px)
Citation preview
환해장성(環海長城)은 고려와 조선 두
왕조에 걸쳐 제주 해안선을 따라 섬을 빙
둘러 가며 몽돌 등을 이용해 축조한 돌담
성이다. 고려 때 삼별초가 대몽항쟁을 위해
처음 쌓기 시작했고, 조선에 이르러 왜구
의 침입을 막고자 축조하고 보수했다. ‘탐
라의 만리장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 길
이가 300리에 달한다. 지금에 와서 봐도 대
단한 역사(役事)가 아닐 수 없다.
겉보기에는 무질서하게 쌓은 것처럼 보
이나, 큰 돌을 중심 삼아 단단히 고정한 후
먼저 내벽과 외벽을 만들었다. 그사이에
는 크고 작은 잡석을 채웠다. 밖에서 보이
는 틈에는 촘촘한 잔돌을 끼웠다. 그러면
서 다양한 크기의 돌을 서로 엇갈려가며
맞물리도록 허튼층쌓기를 했다. 오랜 세월
동안 생명력을 유지한 것도 이래서다. 제주
를 대표하는 방어유적으로 손색이 없다.
이런 이유로 제주도는 1998년에 환해장
성 가운데 10곳을 지방문화재(기념물 제
49호)로 지정했다. 화북 곤흘동(140m), 화
북 별도(620m), 삼양(280m), 애월(362m),
북촌(263m), 동복(150m), 행원(310m), 한
동(290m), 온평(2120m), 신산(600m) 등
이다.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한 것이
다. 소중히 여겨 보존에 힘써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관리 실태를 들여다보면
개탄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본지 기
자가 현장 취재를 통해 보도한 내용에 따
르면 화북 곤흘과 북촌은 일부가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특히 북촌은 포크레인
등으로 밀어버려 장성의 행태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몰골이 흉측하다. 더욱 충
격적인 것은 화북 별도다. 주변 토지가 해
양쓰레기 집하장으로 활용되면서 환해장
성이 맞나 의구심이 들 정도다. 시급한 보
수와 적절한 행정 지도가 필요하다.
제주도 기념물로 지정했으면 그에 맞는
관리와 관심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덜렁
안내 표지판 설치로 그쳐선 안 된다. 그 가
치를 제대로 홍보해야 한다. 도민과 토지
주들도 이를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애물단
지’처럼 취급해선 안 된다. 경우에 따라선
‘꿀단지’가 될 수도 있다.
생산연령 급감, 인구정책 대수술해야
환해장성, 道기념물 답게 관리해야 한다
앞으로 젊은 층의 노인부양 부담이 상
상하기 힘들 정도로 가중될 거라는 전망
이 나왔다. 제주도 인구정책종합계획에 따
르면 도내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47만
2500명에서 2040년 45만300명으로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에 고령인구
는 같은 기간 10만1100명에서 24만7700
명으로 늘어 노인 부양을 책임지는 비용이
갈수록 불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에 따른 생산연령(15~64세) 100명당
부양인구를 보면 2020년 21.4명에서 2025
년 26.9명, 2030년 34.1명, 2035년 43.4명,
2040년 55명 등으로 눈덩이처럼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추이라면 2040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유소년 인구보다
2.8배 이상 앞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
다. 잘못하다간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재
앙이 닥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통계는 무엇보다 애를 낳지 않는 데
서 비롯된다. 출생아 수는 줄어드는데 고
령화 속도는 급격히 빨라지기 때문이다. 실
제 도내 자연증가 인구는 2009년 2610명
에서 지난해 900명으로 크게 줄었다. 연
평균 11.2%씩 감소한 수치다. 최근 수년간
제주이주 열풍에 가려졌던 고령시대의 문
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인구정책에 대한 수술이 필
요하다. 단순히 재정을 투입해 출산을 장
려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론 안 된다. 국제자
유도시 등 최상위 계획부터 일과 육아의
양립, 교육 및 주거비 해소, 청년 정착 지원,
환경 인프라 확충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
한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 도정 전반의
법정 계획 및 정책이 인구추계를 기반으로
수립돼야 한다는 말이다.
얼마 전 도내 43개 읍·면·동 중 16곳
(37.2%)이 소멸위험에 직면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는
의미다. 가정은 활력을 잃게 되고, 지역사
회와 국가 역시 미래를 위협받을 수 있다.
저출산 기조에 맞는 정책 변화가 절실한 상
황인 것이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 차원에
서 인구정책을 전면 되돌아보고 근본적이
고도 획기적인 해법이 나오길 바란다.
152019년 12월 13일 금요일 제22386호오피니언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
는 중세 건축물을 중심으로 한 문
명, 혹은 자연 경관으로 명확히 구
분됐지만 제주섬은 문명과 경관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성산일출봉 인근 바다에서 작업하
는 해녀가 그것이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앞두
고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던 9년
전 필자는 관광지로서 제주가 갖고
있는 객곽적인 평가를 확인하기 위
해 다양한 외국인을 만났다.
마침 한국인 어머니와 함께 제
주를 방문한 미국 프로풋볼(NFL)
스타이자 ‘수퍼볼’ 영웅인 하인스
워드도 만나 인터뷰를 갖는 기회
도 가졌다. 당시 ‘1박 2일’의 짧은 체
류 기간 도내 주요 관광지를 둘러
본 하인스 워드는 엄지를 치켜들며
“제주는 하와이보다 더 아름답고
환상적인 곳이다.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또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미국에 돌아간 후 한반도 최남단
에 하와이보다 멋진 섬이 있다고 소
개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3관왕’
타이틀을 보유한 제주가 세계 속으
로 전파되고 있다.
제주의 문화와 멋진 풍광을 감
상하기 위해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77만7000명이
던 외국인 입도 관광객은 이듬해인
2011년 100만명을 돌파한 이후 꾸
준히 늘고 있다. 2016년 360만명을
넘어선 외국인 관광객은 이후 사
드 여파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
소로 2018년에는 122만명으로 떨
어졌지만 중국을 제외한 외국인 방
문객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제주
관광정보센터 운영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제주관광정보센터에서
올해 이뤄진 외국인 인터넷 채팅
상담은 8683건(8월 31일 기준)으
로 지난해 같은 기간 3798건 대비
129% 늘었다. 제주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1차산업과 함께 관광산업은 제
주의 생명산업이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내국인 관광객 유치에 안주하
다 보면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세계로 눈을 돌려 관광 비
즈니스에 나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제주관광공가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도내에서 ‘2019
글로벌 제주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한 ‘주한대사&각국
외교 친선그룹 초청 행사’는 주목
할 만하다.
이번 행사를 통해 세계 주요 국가
를 대표하는 주한대사와 각국 외교
관들은 ‘세계의 보물섬’인 제주에서
독특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보내며 국제적인
친선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세계 17개국(유럽 3, 아시아 3, 중
동 5, 중남미 3, 아프리카 3)에서 각
국 대사와 서기관을 비롯해 가족
등 32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각국 외교관들은
쇠소깍 산책, 감귤과즐 만들기 체
험, 감귤따기 체험, 수월봉 산책, 제
주 전통된장 만들기 체험, 동문시
장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하며 제
주의 진면목을 느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각국 대사
들도 “한라산을 중심으로 사계절
이 있는 제주는 세계 어느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매력적인 섬”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벨라루스 대사는 정책 제언을 통
해 “세계적으로 생태관광이 주목
을 받고 있다”며 “화산섬, 한라산,
폭포, 해녀문화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제주섬도 앞으로 생태관광
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외교관 업무
를 마치고 귀국하면 고국에 제주도
를 적극 알리겠다“고 밝혔다.
외교관 등 세계 리더를 대상으
로 한 관광 홍보 마케팅 효과는 그
들이 갖는 위치를 감안하면 매우
크다.
앞으로 외교관 외에도 각국을 대
표하는 경제인, 특파원 등을 관광
홍보를 위한 세계 리더 초청 행사
에 포함하는 등 규모를 더욱 확대
할 필요가 있다.
‘백만매택(百萬買宅) 천만매린
(千萬買隣)’이라는 말이 있다. 백만
금으로 집을 사고, 천만금으로 좋
은 이웃을 얻는다는 의미다. 중국
남북조시대 한 고위 관리가 퇴임
후 이사하기 위해 백만금짜리 집을
사면서 천만금을 웃돈으로 지불한
데서 유래했다.
우리에게도 ‘세닢 주고 집 사고,
천냥 주고 이웃 산다’는 속담처럼
이웃은 중요했다. 담 너머로 음식
을 건네고, 경조사 때면 만사를 제
쳐 두고 함께 나누는 그런 존재였
다. 늘 이웃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걸 큰 미덕으로 여겼다.
이렇듯 진하기만 했던 이웃끼리
의 정은 갈수록 시들해지는 상황
이다. 층간소음 문제를 접하면서
다. 좋은 집보다 이웃을 잘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층간소음으로
피해를 당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
나 공감한다.
▲층간소음 피해자들은 ‘발망치’
라는 은어를 쓴다. 위층
에서 쿵쾅거리며 발뒤
꿈치로 내리찍는 소리
를 말한다. ‘층간소음 이
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아이들의 발망치가 층
간소음 민원의 71%를
차지한단다.
신고된 민원만 2016년 1만9400
건, 2017년 2만2800건, 2018년 2만
8200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제
주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2016년
79건에서 2017년 121건, 2018년
159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문제는 층간소음 갈등이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윗집에
복수하기 위해 천장에 확성기를 설
치하거나 배수관을 막아 물을 역
류시킨 앙갚음 사례도
없지 않다. 심지어 폭행,
방화, 살인으로까지 이
어지고 있다. 하루가 멀
다 하고 끔찍한 사건이
끊이지 않아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은 세상이다.
▲아파트 층간소음은 실제보다
더 크게 들린다고 한다. ‘칵테일파
티 효과’ 때문이다. 위층 소음에 한
번 짜증이 나면 나중에는 작은 소
리에도 신경이 쓰여 온통 윗집 소
음만 들리게 된다는 거다. 심리적
인 영향이 작용한다는 얘기다.
법규로 층간소음의 기준치를 강
화해도 완벽할 수는 없다고 전문가
들은 진단한다. 갈등의 시작은 소
음이지만 문제를 키우는 건 ‘내 말
을 무시한다’는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됐을 때다.
어느 대학교수의 해법은 간명하
다. 무슨 무슨 핑계를 삼아 수시로
아랫집에 자그마한 선물을 건네고
인사 잘 드리라는 거다. 처음엔 불
편해하더니 나중엔 김치, 과일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니 참고할 일
이다. 상대를 화나게 하지 말고 미
안하게 만들라는 요령인 듯싶다.
위아래층 이웃춘하추동
외국인 관광객 유치 더욱 분발해야
함 성 중
논설위원
제주포럼
김 문 기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