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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리아 원본주의 법해석 방법론 연구s-space.snu.ac.kr/bitstream/10371/128760/1/000000141142.pdf법이란 이름으로 강제하는 불합리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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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nd/2.0/kr/legalcode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nd/2.0/kr/

  • 법학석사학위논문

    스칼리아 원본주의 법해석 방법론 연구

    - 드워킨과의 논쟁을 중심으로

    2017 년 2 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법철학 전공

    최 용 범

  • 스칼리아 원본주의 법해석 방법론 연구

    - 드워킨과의 논쟁을 중심으로

    지도교수 김 도 균

    이 논문을 법학 석사 학위논문으로 제출함

    2016 년 11 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법철학 전공

    최 용 범

    최용범 석사학위논문을 인준함

    2016 년 12 월

    위 원 장 박은정 (인)

    부 위 원 장 이우영 (인)

    위 원 김도균 (인)

  • 국문초록

    원본주의란 법의 의미는 제정 당시 시점에 고정되기 때문에 이후 사회변동이 발생

    하였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절차를 거쳐 변경되지 않은 이상 법관은 제정 당시의 의

    미로 법을 해석해야 한다고 보는 법해석 방법론이다. 제정 시점의 의미를 탐구할

    때 무엇을 중시하는지에 따라 원본주의는 다시 분화하는데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이었던 스칼리아는 법이란 문언으로 기록된 것 그 자체이므로 법관은 법 제정자의

    주관적 의사가 아니라 법문언의 어문학적 의미를 밝히는 해석을 해야 한다고 강조

    하며 이를 원문주의라고 부른다. 한편 드워킨은 법을 해석할 때 해석자인 법관의

    주관이 필연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법관은 법체계를 한편의 연작

    소설로 보고 법해석을 할 때 자신이 소설을 이어 쓴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본

    다. 법관은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창작자이자 동시에 소설의 통합성을 유지하기 위

    해 이를 해석하는 비평가이다. 따라서 법해석에는 법관의 도덕·신념이 반영될 수밖

    에 없으며 올바른 해석은 해석이 이루어지는 현시점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만 한다. 스칼리아는 드워킨이 법을 법관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 객관성을 상실한다

    고 비판하고 드워킨은 과학적 객관성을 추구할 수 없는 법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스

    칼리아가 과학적 객관성의 미명에 사로 잡혀 불합리한 해석론을 고수한다고 비판한

    다. 스칼리아의 원본주의는 법치주의·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법관

    의 자의적 판단을 배제하는 효과적인 방법론이지만 역시 해석자의 자의적 판단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으며 그 결과 해석자의 (주로 보수적인) 정치관을 객관적

    법이란 이름으로 강제하는 불합리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흠에도 불구하고 원본주

    의가 미국에서 맹위를 떨치는 것은 원본주의가 자의성을 배제한다는 의미의 ‘객관

    성’을 추구하는, 최고는 못될지라도 더 나은 해석 방법론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간통죄, 혼인빙자간음죄 위헌 결정문을 보면 원본주의가 방

    법론적으로 철저하게 배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화와 지역을 초월하여

    모든 법해석이 ‘객관성’을 추구한다고 볼 때, 원본주의는 분명 우리 나라에도 법관

    의 자의적 판단을 제어하는 유효한 방법론으로 시사점을 던져준다.

    주요어 : 원본주의, 법해석 방법론, 스칼리아, 드워킨, 사법통치, 법치주의

    학 번 : 2014-22803

  • Ⅰ서론

    1. 논문의 의의 ·············································································· 1

    2. 논문의 목적 및 대상 ······························································ 5

    3. 선행 연구 ·················································································· 7

    4. 번역어의 선택 ·········································································· 8

    Ⅱ 스칼리아 원본주의

    1. 원의주의 ················································································· 10

    2. 스칼리아의 원문주의

    가. 의도와 입법사

    (1) 의도 ···················································································· 11

    (2) 입법사 ················································································ 14

    (3) 목적주의의 배제 ······························································ 15

    나. 원문주의(Textualism)

    (1) 의미 ···················································································· 16

    (2) 일반적 의미(ordinary-meaning) ································ 17

    (3) 가능한 의미와 구별 ························································ 19

    (4) 전문 용어와의 충돌 ························································ 21

    (5) 일반적 의미가 고정되는 시점 ······································ 23

    (6) 엄격 해석주의와의 구별 ················································ 24

    (7) 필경사의 실수 ·································································· 27

  • 다. 스칼리아의 헌법 해석론

    (1) 원문주의 및 원의주의와의 관계 ·································· 27

    (2) 구체적인 방법 ·································································· 30

    라. 원본주의의 정수(精髓) - District of Columbia v. Heller

    (1) 수정헌법 제2조의 일반적인 의미 ······························· 32

    (2) 법해석에서 목적의 역할 ················································ 33

    (3) 입법 기록, 역사서, 논문 등의 기능 및 한계 ··········· 34

    3. 제정 법치주의(Rule of law as a law of rules) - 스칼리아

    원본주의의 이론적 근거

    가. 보통법의 악영향

    (1) Holy Trinity 사건 ·························································· 36

    (2) 보통법의 원리 ·································································· 37

    (3) 제정법과 평등한 대우 ···················································· 39

    나. 객관성과 법치주의 ···························································· 41

    다. 자유·민주주의 ····································································· 43

    라. 법관의 능력과 권한 ·························································· 44

    마. 구체적 검토

    (1) 열거되지 않은 권리(unenumerated rights) ············ 45

    (2) 진화하는 기준 ·································································· 49

    (3) 기준의 모호성 ·································································· 50

  • Ⅲ. 드워킨의 법해석론

    1. 개괄 ························································································· 53

    2. 드워킨의 법-도덕 분리 이론 비판

    가. 하트의 법-도덕 분리 이론 ············································· 55

    나. 재량 ······················································································ 58

    3. 구성적 해석

    가. 바보 사기꾼 법관? ···························································· 60

    나. 의미론의 독침 ···································································· 63

    다. 실천과 해석적 태도 ·························································· 64

    라. 해석이론 ·············································································· 65

    마. 구성적 해석과 의도 ·························································· 68

    4. 통합성으로서의 법해석

    가. 통합성 ·················································································· 69

    나. 연작소설가 법관 ································································ 72

    5. 제정법 해석

    가. 법률해석에서 입법의도의 문제 ······································ 74

    나. 제정자의 의도 탐색 ·························································· 74

    다. 통합적 법해석에서 입법의도의 역할 ···························· 77

    라. 법률 문언의 역할 ······························································ 78

    6. 헌법 해석

    가. 도덕적으로 읽기 ································································ 79

    나. 헌법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 80

    다. 열거되지 않은 기본권 ······················································ 80

  • Ⅳ. 스칼리아와 드워킨 비교

    1. 스칼리아 원본주의 비판

    가. 드워킨의 비판 ···································································· 85

    나. 의미론적 원본주의자 ························································ 86

    다. 비일관성 ·············································································· 87

    라. 스칼리아의 자의적 해석 ·················································· 90

    마. 구체적 검토 - ‘불합리한 수색’의 해석 ······················· 92

    2. 스칼리아의 드워킨 비판 ····················································· 95

    3. 드워킨의 재반박 ··································································· 96

    4. 스칼리아와 드워킨의 차이

    가. 원본주의자 드워킨 ···························································· 97

    나. 작가의 추상적 의도와 제정자의 의미론적 의도 ········ 99

    다. 법 해석에서의 의미론적 의도 ····································· 101

    5. 드워킨의 난점

    가. 관점의 차이 ····································································· 103

    나. 드워킨의 이중성 - 구속과 자유 ································· 104

    다. 법관 - 법의 제국의 신탁자 ········································· 105

    라. 법관의 능력과 정당성

    (1) 객관성 ············································································· 107

    (2) 최종 해석의 정당성 ····················································· 109

    (3) 법관의 지배 ··································································· 110

    6. 스칼리아의 난점

    가. 줏대없는 원본주의자(faint-hearted originalist) ···· 111

  • 나. 선례 구속의 원칙 적용의 모호성 ······························· 113

    다. 불합리한 결과의 회피 ··················································· 114

    7. 소결 - 차악과 최선

    가. 동일한 출발선 ································································· 115

    나. 법해석에 도달하는 자세 ··············································· 116

    다. 차악과 최선 ····································································· 117

    Ⅴ. 구체적 사례 검토 - 우리나라의 경우

    1. 법의 지배와 법학 방법론 ················································· 120

    2. 한국 법해석론의 문제점 ··················································· 123

    3. 헌법 해석과 법률 해석

    가. 객관성, 예견가능성, 유추해석 ····································· 128

    나. 헌법 해석과 법률 해석 ················································· 135

    다. 구체적 적용 - 병역법 제88조 ‘정당한 사유’ 해석 138

    라. 소결 ··················································································· 140

    4. 구체적 검토

    가. 검토 대상 ········································································· 142

    나. 스칼리아의 관점

    (1) 한국의 원본주의 적용 가능성 ··································· 143

    (2) 쟁점 1 - 법률 의미가 제정 당시에 고정되는지 ·· 145

    (3) 쟁점 2 - 위헌결정의 소급효의 시적 한계를 같은 법조항

    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이전 합헌 결정시로 제한할 수 있는

    지 ······················································································· 147

  • Ⅵ. 결론

    1. 우리는 모두 원본주의자다 ··············································· 149

    2. 우리들의 원본주의 ····························································· 152

    참고문헌 ························································································· 155

    Abstract ························································································ 167

  • - 1 -

    스칼리아 원본주의 법해석 방법론 연구

    - 드워킨과의 논쟁을 중심으로

    -최용범

    Ⅰ서론

    1. 논문의 의의 - 원본주의는 한국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헌법이나 법률은 구성원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표결 절차에서

    통과될 때 법으로서 인정된다. 물론 이를 최초로 발의하고 초안을 잡은 누군가가

    존재하고 법에는 그의 의사가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초안이 토의를 거

    치며 발의자의 본래 의사는 상당부분 탈색되고 구성원은 수정된 최종안을 법으로

    승인한다. 법은 통과된 뒤에도 발의자의 이름을 붙여 ‘○○○법’으로 불리기도 하지

    만 법은 발의자의 소유물이나 사적 기록이 아니므로 이 법을 해석할 때 ‘○○○’의

    의견을 일일이 물어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별칭 ‘김영란법’)의 해석은 김영란에게 직접 물어야만 해결되는 것이 아

    니고 이러한 방법은 우리 실무에서 적절하지도 않다. 그러나 미국 법률가 중에서는

    헌법 조항을 해석할 때 건국 영웅(founding father)의 의사가 무엇이었는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그들이 토론한 회의록, 편지 심지어 개인적인 일기까지 찾아내

    어 조항의 의미를 밝히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미국 국민 중에는 이러한 사고를

    지지하는 숫자가 적지 않다.1)우리 법문화의 관점에서는 익숙치 않은 이 태도는 원본

    주의(originalism)라고 불리우며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원본주의란 헌법 또는 법률의 의미는 제정되는 시점에 객관적으로 고정되며 이후

    1)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법원은 결정을 할 때 헌법의 저자의 원래 의도만을 고려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질

    문에 대하여 미국민의 37%~49%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Jamal Greene, 'Profiling Originalism'

    Columbia Law Review, Vol.111(2), 363쪽

  • - 2 -

    실질적으로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사회적 변동이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정해진 절

    차에 의하지 않고 법관의 해석으로 의미를 바꾸는 행위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법해석 방법론으로 전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미국에서만 법률가 및 일반 국민들

    모두에게 지지 받는 이론이다.2) 예를 들어 미국 시민의 무기 보유권을 인정한 수정

    헌법 제2조는 대량살상용 총이 개발되기 이전인 1791년에 제정되었다. 총기 사고

    로 매년 수 천명이 사망하는 21세기 미국에서 규제 입법이 번번이 막히는 이유는

    많은 미국인들이 수정헌법이 이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

    편 한국은 미국에 비해 헌정사(憲政史)가 짧은데 반해 개정이 자주 이루어졌으므로

    원본주의적 해석 결과와 실제 현실간의 괴리가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원본주의

    를 연구하고 한국 법현실에 적용할 실익이 거의 없다고 볼 수도 있다.3) 그러나 한

    국에서도 600여년 전에 정해진 수도가 관습헌법이 되어 수도이전법률을 위헌으로

    만든 전례가 있을 뿐만 아니라4) 불과 십여년 사이에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급격하게 바뀌는 현실에서 70년의 헌정사5)는 결코 짧은 시간이라고 볼 수 없다.

    단적으로 원본주의에 따르면 남북 분단 상황에서 제정된 제헌헌법의 양심의 자유

    (제12조)는 국토방위의 의무(제30조)와의 관계상 양심적 병역거부를 그 내용으로

    갖지 않는다고 보이므로 지금은 물론 한반도에 영구 평화가 찾아왔더라도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현 징병제는 절대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가 없다. 같은 논

    리에서 이미 위헌 결정이 난 혼인빙자간음죄 및 간통죄 역시 원본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2) 그린(Greene)은 과거의 일정 시점에 의미가 고정된 헌법이 현재를 규율(authority)한다는 원본주의 주장은 캐

    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인도, 이스라엘 및 대부분의 유럽의 법률가들에게 바보 같은 소리(pooh-poohed)로

    들린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에서만 원본주의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로 ① 과거의 인물을 우러러 보는

    (lionize)는 경향 ② 미국 헌법은 환경의 변화에 따른 진화의 산물이 아닌 혁명의 결과인 점 ③ 원본주의는 미

    국 내에서 자신들의 정치 요구를 법원을 통해 관철시키려는 정치사회 운동의 도구로 사용되는 점 ④ 미국은

    다른 나라와 다르게 연방대법관 청문 절차에 일반 대중이 영향력이 미칠 가능성이 높은 점 ⑤ 미국의 정치

    문화의 풍조(ethos)는 여러 해석의 경쟁보단 단일한 해석을 더 선호하는 점 ⑥ 성서의 본뜻을 강조하는 복음

    주의 전통이 강한 미국의 종교성울 들고 있다. Jamal Greene, ‘On the Origins of Originalism', Texas Law

    Review, Nov 2009, Vol.88(1) 3-7쪽; 한편 폰타나(Fontana)는 새질서를 창조한 건국헌법과 국가가 이미 존

    재하고 다만 질서를 재구성한 헌법을 구분하고 전자일수록 원본주의가 강하게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Fontana,

    'Response Comparative Originalism', Texas Law Review SEE ALSO, , Vol.88, 190쪽

    3) 조홍식은 ‘근대성이 외부에 의해 강요된 우리나라는 미국 “Founding Fathers”의 갑론을박과 같은 헌법사(憲法

    史)를갖고 있지 않으며 (중략) 외국의 논의를 비교법적으로 참조하게 되는데, 이런 노력도 정작 그 외국의 논의

    가 출발점으로 삼은 어떤 정치사상에 대한 탐구와는 단절된 채 진행된다.’라며 외국 방법론의 무비판적인 이식

    을 경계한다. 조홍식, ‘물경시정치 - 비례입헌주의를 주창하며’, 서울대학교 법학 제49권 제3호(2009) 99쪽

    4) 헌재 2004. 10. 21. 2004헌마554 등

    5)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명시하여 연속성을 천명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므로 상해 임시정부의 ‘대한

    민국임시헌장’을 헌정사에 포함시키면 기간은 더욱 연장된다.

  • - 3 -

    물론 이와 같은 결론은 직관적으로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왜 이 세상에는 없는 죽

    은 자들이 옛날에 결정한 것에 현시대의 우리들이 구속되어야 하는가? 특히 한국은

    식민통치와 군사독재를 겪으며 권력의 횡포에 시민들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억압받

    은 역사가 있고, 87년 민주화 이후 사법부는 시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나아가 신장

    시키는 중요한 기관으로 인식되어 왔다. 오랜 민주주의 전통을 토대로 종교적 복음

    주의 및 정치적 보수주의와 결합한 원본주의는 미국에서는 유효 적절한 이론일지

    모르나 한국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반동적 사법문화를 지지하는 악영향을 미칠 가

    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원본주의를 미국만의 고유한 특성과 연관지어 보편

    적 법이론이 아닌 특수한 법 현상(phenomena)으로 보는 것은 원본주의가 지닌 법

    치주의‧민주주의의 함의를 놓치는 일이다. 원본주의를 이론적 가치가 없는 보수적

    정치 이념으로만 보면 스칼리아, 토마스 대법관 및 유수의 법실무가는 물론 법학

    교수들이 이를 지지‧발전시켜온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여성의 낙태권,

    동성애, 반인종주의 등을 지지하는 자유주의적 진영 및 법실무가, 학자들은 원본주

    의에 대한 비난과 비판을 말 그대로 폭풍같이 퍼부었지만 원본주의는 지금도 사라

    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객관적 사회 규칙으로서 법을 발견하는데 원본주의는 확실

    히 나은 방법을 제공하기 때문이다.6)

    현재 시점에서 과거의 헌법 및 법률을 해석하는 것은 사회 정의와 구체적 타당성을

    높이는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법률을 창설‧변경‧폐기하는 권한은 엄연히 입법기관

    인 국회에 있고 사법부는 이를 적용할 뿐이라고 일반적으로 인식한다. 예외적으로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을 심사할 수 있으나 권력분립, 민주주의 원리는 물론 법체

    계의 안정성의 요청 때문에 급진적인 법해석은 자제된다.7) 법의 최종 해석자인 사

    법부와 법관의 독립은 자의적 판단의 보호막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흔들리지 않

    는 객관적 법해석의 보장과 독려의 의미로 보아야 한다. 법체계를 구성하는 원리는

    6) 타라 스미스는(Tara Smith)는 ‘한 이론을 매장시키고도 남을 비판이 쏟아졌지만 원본주의는 왜 살아 있는가?’,

    왜 원본주의는 덜 계몽된 대중 뿐만이 아니라 수 많은 법학자와 철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 이유는 원본주의가 다른 모든 이론들 중에 법의 지배(rule of law)의 핵심인 해석의 객관성을 가장

    잘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Tara Smith, 'Why Originalism won't die - common mistakes in

    competing theories of judicial interpretation', Duke Journal of Constitutional Law & Public Policy,

    Annual, 2007, Vol.2, p.160-161

    7) 로날드 드워킨(R. Dworkin), 장영민 역,『법의 제국』, 아카넷, 138쪽. 이하에서는 『법의 제국』라 간단히 표

    시하며 인용 쪽수만 병기하도록 한다.

  • - 4 -

    부정의(不正義)를 적극적으로 시정하길 원하면서도 신중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요구

    한다. 야구 감독이 선수에게 다음과 같이 지시한다. “1루에 나가 있을 때는 늘 최

    선의 판단으로 2루를 훔칠 수 있도록 하게. 그러나 함부로 도루를 해서도 안되네.”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가 보니 봐야할 사인(sign)이 너무 많다. 덕아웃에 앉아 있는

    감독, 1루 코치, 타석에 서있는 타자, 응원석의 관중들. 야구선수는 이 복잡한 상황

    을 누가 정리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법관이 처한 상황은 1루에 나가 있는 야

    구선수보다 더 나쁘다. 적어도 야구선수는 세이프 또는 아웃으로 자신의 결과를 확

    인할 수 있다. 법관은 2루 베이스가 어디에 있는지도 확실히 알지 못한다. 한편 안

    이한 법관에겐 이보다 더 좋은 놀이터도 없다. 야구선수는 사인을 잘못 읽으면 아

    웃되지만 최종심의 법관의 판단은 이를 아웃이라 판단할 심판도 기준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 판단에 열광하고 실망한다.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 다수자 소수자가 사법부의 입에 귀를 기울이고 오늘의 찬사와 내일의 비판을

    예비한다. 대통령을 뽑는 나의 한 표가 선거 결과를 바꾼다고 실감하는 사람은 드

    물다. 그러나 재판관 한 명의 의견은 대통령이 한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8) 다수를

    찍지 않은 나의 선택은 사표가 되지만 재판관의 소수의견은 사회의 논쟁을 촉발시

    키고 훗날 다수의견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현 사회에서 시민 한 명과 재판관 한

    명의 비중은 분명히 다르다. 현인(賢人)의 지혜는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철인국가(哲

    人國家)가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대표성(representative) 및 정당성

    (legitimacy)의 부족함은 사법부의 판단이 객관적일 때에만 정당화(justified)될 수

    있다. 법의 지배(rule of law)와 법관의 지배(juristocracy)는 명백히 다르다. 원본

    주의는 판단의 근거를 과거에 제정된 법의 의미에서 찾으므로 다툼의 가능성이 상

    대적으로 적다. 여기에 시간, 장소, 환경, 사회‧도덕적 인식, 법문화의 변화를 고려하

    려는 노력을 뭉뚱그려 ‘합리적 해석’이라고 부르고 이것이 법관의 권한이자 의무라

    고 주장하는 사라들이 있다. 원본주의자들은 묻지 않을 수 없다. 합리적 기준이라는

    것이 도대체 뭐냐고. 원본주의는 적어도 위대한 반대자로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8) 신행정수도 위헌판결에서 다수의견은 ‘대한민국 수도 = 서울’이라는 관습에 국민적 확신이 존재한다고 판단하

    며 신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대통령이 국회와 협의해 제정한 입법을 무효화 했다.(헌재

    2004. 10. 21. 2004헌마554 등)

  • - 5 -

    2. 논문의 목적 및 대상

    스칼리아는 원본주의의 뿌리를 영국 보통법 전통에서 찾는다. 이후 원본주의에서도

    여러 지류(支流)가 갈라져 법의 의미를 고정시키는 기준으로 입법자의 의사, 문언,

    역사 및 전통 등 의견이 갈린다. 본 논문은 그 중에서도 미국 연방대법관으로 30년

    간(1986~2016) 재직하며 미국 원본주의 이론을 이끈 고(古) 스칼리아 대법관9)의

    원본주의를 다룬다. 스칼리아는 입법자가 의도한 법률의 의미를 중심으로 전개되던

    원본주의의 흐름을 법문언 자체의 사전‧문법적 의미를 중심으로 해석하는 방향으로

    바꾼 최초의 인물이다. 그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자 열렬한 공화당 지지자였고 보

    수 법조계를 이끄는 아이콘으로서 찬사와 반대 진영의 경멸을 동시에 받았다. 낙태,

    동성애, 종교의 자유에 대한 그의 이념적 지향은 뚜렷했으나 스칼리아는 자신은 이

    념과 무관하게 법문언에 근거해서만 판결을 내린다고 주장했고 이 때문에 원본주의

    에 반대하는 진영에서조차 원본주의적 논리로 스칼리아를 반박하는 진풍경이 벌어

    지기도 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대법관으로 꼽히는 그는 원본주의자들

    의 왕10)으로 불리며 법실무‧이론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는 2012년

    『Reading Law』로 자신의 원본주의 이론을 집대성하였다. 스칼리아 본인은 부정

    하지만 그의 원본주의는 법률해석과 헌법해석에서 결이 조금 다르다. 전자에서는

    철저히 문언을 중심으로 하는 원문주의(textualism) 방법을 취하지만 후자에서는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기존의 원본주의 방법에 더 가깝다. 이 같은 방법론의 분

    화를 가리키며 드워킨은 스칼리아의 이론은 일관성을 잃고 갈팡질팡 한다고 비판한

    9) 스칼리아(1936∼2016)는 뉴저지 주에서 이탈리아 이민 가정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조지타운 대학교와 하버

    드 로스쿨에서 수학한 후 그는 몇 년간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다 로스쿨 교수로 자리를 옮긴다. 1970년 대 미

    국 닉슨, 포드 정권에서 법무직을 수행하다 1982년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항소법원 판사로 지명되었고 1986

    년엔 찬성 98표 반대 0표로 연방대법원 판사로 임명되었다. 스칼리아는 30여년간 대체 불가능한 대법관으로

    보수 진영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다른 보수 대법관의 의견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볼 때 일관성이 없다

    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비판하였다. 그의 법철학인 원본주의는 많은 이론적 결함이 지적되었으나 자기 의견은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반대 의견의 맹점을 독설적 수사로 논파하는 스칼리아의 능력은 호불호를 넘어 언제나

    언론과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고 이 강력한 호소력 때문에 원본주의에 반대하는 대법관조차도 스칼리아를 반

    박하기 위해 원본주의적 방법으로 논증을 시도하는 일이 점증했다. 그는 연방대법원의 불문율을 깨고 무수히

    많은 강연, 연설, 언론사 인터뷰, TV출연 등을 통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대중에게 노출시켰고 이 때문에 그는

    연방대법관을 바라보는 미국 시민들의 관점을 완전히 바꿨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의 보수적 종교관, 엘리트주

    의, 흑인 비하적 언행은 물론 후임 지명을 민주당 대통령이 하는 한 퇴임하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로 공화당

    친화적인 성향은 늘 논쟁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의 동료 대법관이자 오랜 논쟁 상대였던 긴즈버그는 스칼리

    아의 덕분에 ‘다수 의견은 초안보다 더 명징하고 설득력 있게’될 수 있었다고 인정할 만큼 그의 ‘죽여주는 반

    대의견(damning dissent)'은 정치색을 떠나 미국 법조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10) Bruce Allen Murphy, 『Scalla』Simon&Schuster(2014) 22장 제목

  • - 6 -

    다. 이 둘은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로 만나 공박을 주고받았고 이

    내용은 이후 『A Matter of Interpretation』(1997)으로 엮여 출판되었다. 드워킨

    은 「The Arduous Virtue of Fidelity: Originalism, Scalia, Tribe, and Nerve」

    (1997)11)에서 논의를 한 차례 심화시켰다.

    드워킨은 법철학은 사법(司法)의 총론이며 법적 판단의 묵시적 서장12)이라고 선언

    하고 평생에 걸쳐 자유주의적 가치를 이론적으로 옹호해왔다. 동성애와 낙태에 관

    하여 드워킨은 이념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스칼리아와 대척점에 서있다. 드워킨은 법

    관이 법해석에서 주관적 판단을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할 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법

    이 적극적으로 요청한다고 보고 원본주의와 정반대로 법전에 나와 있지 않는 도덕

    원리를 인식하여 판결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법을 전쟁, 사건 사고처럼

    발생하는 순간 그 의미가 고정되는 역사적 사실로 보는 원본주의를 불가능한 이론

    적 구상으로 본다. 특히 스칼리아에게는 그의 원본주의 방식대로 법을 해석한다면

    오히려 스칼리아와 정반대의 결론에 이른다고 주장하며 직격탄을 날린다. 이에 대

    해 스칼리아는 드워킨은 법관을 법의 궁극의 해석자로 옹립시켜 민주주의를 전복시

    키려 한다고 재반박한다. 판단 기준이 법관의 주관에서 기인하는 한 객관적 법해석

    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스칼리아의 판단이다. 반면 드워킨은 물리적 실체를 증명하

    는 수준의 법해석의 ‘객관성’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서도 충분히 객관적일 수 있다고

    본다. 본 논문은 스칼리아의 원본주의를 기준으로 드워킨의 법이론을 비교‧대조하며

    ‘객관적 법해석’의 의미와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Ⅱ장에서는 스칼리아 원본주의 및 원문주의를 방법론적 차원에서 살펴본 후 이론적

    근거로 제시하는 객관성, 법치주의, 민주주의와의 지지관계를 스칼리아가 남긴 법정

    의견과 함께 검토한다. 드워킨의 이론은 법학, 정치철학, 윤리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종합 철학의 성격을 띤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론을 분절하여 다루는 것은 적절하

    지 않으나 논문의 길이와 성격상 법해석론에 집중하여 Ⅲ장에서 다룬다. Ⅳ장은 스

    칼리아와 드워킨의 논쟁을 엮은 『A Matter of Interpretation』을 토대로 둘의

    법해석 방법론을 대비하여 보여주기 위해 비판, 반박, 재반박의 틀로 구성되었다.

    11) Dworkin, Ronald. "The Arduous Virtue of Fidelity: Originalism, Scalia, Tribe, and Nerve" Fordham

    Law Review 83.5 (2014-2015): 2221-2240. 이하 「Fidelity」라고 칭한다.

    12)『법의 제국』, 141쪽

  • - 7 -

    다만 위 문헌에서 스칼리아와 드워킨이 주고 받은 공박은 다소 단편적이므로 이는

    Ⅱ, Ⅲ장에서 검토한 둘의 이론을 덧붙여 심화된 가상 논쟁임을 밝힌다. Ⅴ장은 한

    국 법학방법론의 현재를 살펴보고 객관성을 추구하는 법이론으로서 원본주의를 한

    국 법체계에 적용시켜 봄으로써 새로운 법해석의 가능성을 살핀다. Ⅵ장에서는 논

    의를 요약하며 논문의 부족한 점과 앞으로의 연구 과제를 살펴본다.

    3. 선행 연구

    드워킨에 대하여는 김준석13), 최정인14), 이동민15)의 학위 논문이 있고 드워킨의 법

    해석론에 근거하여 한국 판례를 해석한 김도균의 논문16) 등 다수의 학자들에 의해

    한국 법이론‧실무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스칼리아에 대한

    논문 다소 빈약한데17) 스칼리아의 원문주의(textualism)를 주제로 김종구18)의 논문

    이, 미연방 대법원의 헌법해석을 분석하며 스칼리아를 언급한 차강진19), 정영화20)

    의 논문이, 미국의 법해석 논쟁에서 스칼리아의 이론을 다룬 남기윤21)의 논문이,

    민주주의와 헌정주의의 갈등 측면에서 원본주의의 역할을 논의하며 스칼리아의 주

    장을 언급한 박성우22)의 논문이, 스칼리아의 원문주의가 우리나라 대법원의 문언중

    심주의와 유사하다고 분석하며 이는 형식적 법치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 최

    봉철의 논문23)이 있다. 그러나 선행 연구는 스칼리아의 경우 비판의 대상으로 이론

    적 단점만 제시되어 원본주의가 왜 미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알기

    13) ‘로날드 드워킨의 구성적 해석에 관한 연구 : 『법의 제국』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석사논문(1996)

    14) ‘드워킨의 연쇄소설 개념에 관한 연구 : 법과 문학의 관점에서’, 서울대학교 박사논문(2006)

    15) ‘영미법상 판례변경의 법리 : 법원칙 모델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박사논문(2012)

    16) 김도균, ‘우리 대법원 법해석론의 전환 : 로널드 드워킨의 눈으로 읽기 - 법의 통일성을 향하여’, 법철학연구

    제13권 제1호(2010)

    17) 다만 하버드 로스쿨 교수이자 원본주의 이론가인 매닝(Manning)의 신문언주의를 연구한 논문으로 이상윤,

    ‘미국 제정법 해석에서의 신문언주의 방법론에 관한 고찰 - John F. Manning의 법이론을 중심으로’, 서울대

    학교 석사논문(2016)

    18) 김종구, ‘미국 연방대법원의 법해석과 텍스트주의’ 미국헌법학회 제21권 제3호(2010)

    19) 차강진, ‘미국 연방대법원의 역할과 헌법해석’, 부산대학교 법학연구 제40권 제1호(1999)

    20) 정영화, ‘미국 연방대법원의 헌법해석의 진화와 쟁점’, 홍익법학 제16권 제4호(2015)

    21) 남기윤, ‘현대 미국에서의 제정법 해석 방법논쟁과 방법 - 한국 사법학의 신과제 설정을 위한 비교 법학방법

    론의 연구(4-2)’, 저스티스 100권(2007)

    22) 박성우, ‘민주주의와 헌정주의의 갈등과 조화 : 미국헌법 해석에 있어서 원본주의(Originalism)논쟁의 의미와

    역할’ 한국정치학회 한국정치학회보 제40권 제3호(2006)

    23) 최봉철, 문언중심적 법해석론 비판, 법철학연구 제2권(1999); 최봉철은 스칼리아의 법해석론을 언어학 관점

    에서 비판하고 드워킨의 구성적 해석론을 소개하는 등 본 논문의 구성과 유사한 접근을 한다. 그러나 2000년

    대의 스칼리아의 판결 및 주요 저작이 소개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

  • - 8 -

    어렵고 드워킨의 경우 법해석 방법론 보다 다른 측면에 주목한 연구 결과가 많다.

    본 논문은 스칼리아의 법철학을 전체적으로 조명하며 법해석의 객관성을 지향하는

    방법론으로서 원본주의의 장점을 제시하고 이를 드워킨의 방법론과 대조함으로써

    장점은 물론 단점도 좀더 뚜렷하게 살필 수 있게 서술한 점 및 이를 우리 나라의

    판례에 적용시켜 분석함으로써 두 방법론의 실질적 함의를 살핀 데 의의가 있다.

    4. 번역어의 선택

    원본주의(originalism)의 이론적 뿌리는 영국 보통법부터 존재하나 이 용어는 1980

    년대 초 브레스트(Brest)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고 그 이전에는 intentionalism 또는

    interpretivism 등으로 불려왔다.24) 원본주의가 미국에서 기원하고 그 밖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까닭인지 현재 한국에서는 통일된 번역어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25) Originalism의 번역어로는 원본주의, 원의(原意)주의, 원의(原義)

    주의, 원초주의, 원래주의, 시원주의, 본의주의 등이 사용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남기윤, 차강진은 원의(原意)주의를, 김종구는 원초주의를, 정영화, 박성우, 이계일

    은 원본주의, 함재학은 원래주의26)를 번역어로 선택하였는데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원본주의가 번역어로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번역어를 선택할 때는 그 단어 자체에서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의미의 결이

    중요한데 일상에서 잘 통용되지 않아 한자어를 보지 않는 이상 정확한 뜻을 추측하

    기 어렵다면 이 번역어의 선택을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원의(原意, 原義),

    원초(原初)는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반면 원본(原本)은 한국어를 사용자라면

    누구나 비슷한 어의(語義), 어감(語感)을 공유한다. 둘째, original은 일반적으로 원

    본이라고 번역하지 원의라고 하지 않아서 원본주의는 original + ism 조어법에도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다. 셋째, 미국은 건국 영웅(founding fathers)에게 특별한

    권위를 부여하며 그들이 서명한 문서의 원본(original)을 지금도 보관‧전시하고 있

    24) 박성우, 위 논문 58쪽 각주 8; 정영화, 위 논문 97, 98쪽;

    25) 일본은 한국에 상대적으로 원본주의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 지고 이에 대한 연구서도 단행본으로 나

    온 상황인데(大河内 美紀,『憲法解釈方法論の再構成―合衆国における原意主義論争を素材として』, 日本評論社)

    번역어로 원의주의(原意主義)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6) 함재학, ‘드워킨의 헌법사상 : 헌법적 통합성과 파트너십 민주주의’, 한국법철학회, 12권1호

    (2009), pp.183-222. 190쪽 각주 12

  • - 9 -

    다. 이때 원본은 단순히 내용이 아니라 유일무이한 물질성(documents)이 포함된

    것이므로 뜻에 강조점을 둔 원의(原意)보다 뜻과 물질성을 모두 포괄하는 원본(原

    本)27)이 더 적절하다. 넷째, 스칼리아가 입법자의 의도(intention)에서 문언으로 해

    석의 중심을 옮기기 전까진 원본주의는 intentionalism 또는 interpretivism 등으로

    불리며 주관적 색체가 강했고 이 경우 한자 意를 사용한 원의(原意)주의가 적절한

    번역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스칼리아 이후 입법자의 의도만을 강조하는 원본주의

    자는 자취를 감추고 의미론(sementic)과 같은 언어철학을 활용하며 문언(text)의

    객관적 의미를 중시하는 학자들이 늘어났다.28)따라서 뜻(意)과 물질(本)을 포괄하는

    상위개념으로 원본주의를 두고29) 그 이론적 지류로서 원의주의

    (intentionalism/interpretivism) 및 원문주의(textualism)을 분류하는 편의성이 있

    다. 따라서 originalism의 번역어로는 원본주의를, 초기 원본주의는 원의주의

    (intentionalism/interpretivism)30)를, 스칼리아의 법률 해석 방법론은 원문주의

    (textualism)를 각 번역어로 선택하고 필요에 따라 영어를 병기하도록 한다.31)

    27) 일본어에서 本은 한국어 권(卷)과 같은 의미로 책을 셀 때 쓰는 수량 명사라는 점에 비추어 한자어 本에는

    책 또는 문서와 같은 물질성이 들어있다.

    28) 정영화는 의도를 중시하는 초기 originalism을 구 원본주의로 법문(text)를 중시하는 최근 Originalism을 신

    원본주의로 분류한다. 위 논문 98쪽

    29) Winfried Brugger은 미국 법해석 사조를 독일의 4가지 법해석 방법론(문언해석, 체계적 해석, 역사적 해석,

    목적론적 해석)에 대응시킬 때 interpretivism/intentionalism을 역사적 해석에, textualism을 문언해석에 대응

    시키며 양자를 절충한 상위 개념으로 originalism을 배치시키고 있다. Winfried Brugger, 'Legal

    Interpretation, Schools of Jurisprudnece, and Anthropology : Some Remarks From a German Point of

    view', The American Jourrnal of Comparative Law Vol. 42, No. 2(1994) 403쪽 표1(Table 1)

    30) 다만 일반적으로 interpretivism의 번역어로 ‘해석주의’가 주로 사용되며 원본주의와 다소 다른 결에서 논쟁

    이 진행되기도 하므로 이하에 원의주의는 intentionalism만 가리키는 것으로 한다.

    31) 또한 원문에 표기된 강조를 인용하면서 그대로 옮긴 경우 각주에 ‘원문 강조’임을 표기하고 그 이외에 별도

    의 각주 없이 강조 및 밑줄이 쳐진 부분은 이해를 돕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논자가 직접 표기한 것임을 밝

    힌다.

  • - 10 -

    Ⅱ 스칼리아 원본주의

    1. 원의주의

    원본주의란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것은 브레스트(Brest)이다. 그는 원본주의를

    ‘문언 및 이를 만든 사람들의 의사에 엄격히 구속되어 헌법 재판의 한 형태’라고

    정의하며32)이는 일리(Ely)의 해석주의(interpretivism)와 동일한 개념이라고 소개

    하는데 일리는 해석주의를 헌법재판에서 ‘헌법적 이슈를 판단하는 법관은 성문헌

    법상 명언되었거나 뚜렷이 암시된 규범을 집행하는 것에 그치는’ 태도를 말하며

    도덕 원리와 같이 ‘헌법전 내에서는 발견될 수 없는 규범’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비해석주의와 반대되는 사조로 설명한다.33) 원본주의 또는 해석주의에 의하면 법

    관은 최상위 법이자 주권자의 의지인 헌법에 구속되어야만 하므로 헌법에 나와

    있지 않거나 배치되는 개인적 견해를 바탕으로 헌법을 읽어선 안된다. 법관은 민

    주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입법부

    의 의사를 함부로 왜곡‧훼손해선 안된다. 따라서 법관의 법 해석(interpretation)

    이란 없는 법을 창조(creation)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져 있는 법을 발견

    (discovery)하는 행위다.

    원본주의는 1980년대 초에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그 뿌리는 미국 초기 헌법 재판

    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초대 대법원장인 마샬(Mashall)은 “언어는 다의적이

    기 때문에… 목적, 문맥, 입법자의 의도를 모두 고려하여 법을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고 연방 대법원은 ‘무엇이 정의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법원이 할 일이 아니다.

    이는 헌법을 주조(frame)한 주권자의 역할이다. 법원은 최선을 다해 그들이 당시

    어떤 의미로 헌법을 만들었는지를 찾아서 다만 이를 적용’하고 ‘모든 시민

    (citizens)은 주권자이며 이 주권국의 구성원이다. (…) 헌법에서 ’시민‘은 흑인을 배

    제하려는 의도로 쓴 낱말이며 (…) 흑인은 헌법 제정 당시에 우월한 인종의 지배를

    32) Brest, Paul. "Misconceived Quest for the Original Understanding, The." Boston University Law

    Review 60.2 (1980): 204-238. 브레스트는 원본주의의 하위 개념으로 문언을 중시하는 원문주의

    (textualism)와 입법자의 의사를 중시하는 원의주의(intentionalism)을 제시하고 양쪽이 이론적 순수성을 극단

    적으로 끌여 올릴 경우 둘은 결코 융합할 수 없지만 온건한 수준에서 둘은 보완적 관계가 된다고 본다. 아래

    에서 보지만 브레스트의 분류에 따르면 스칼리아는 온건한(moderate) 원본주의자에 가깝다.

    33) 존 하트 일리(J. H. Ely), 전원열 역, 『민주주의와 법원의 위헌심사』(Democracy and Distrust), 나남신서. 36쪽

  • - 11 -

    받는 노예(subordinate)이자 저열한 존재(inferior beings)로 인식되었다.‘34)고 판단

    하여 명백히 원본주의적 태도를 취하였다.35)

    원본주의의 최초 모습은 개인인 입법자의 의도에 방점을 두는 원의주의

    (intentionalism)에 가까웠다. 원의주의는 논자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되지만 큰 줄

    기에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공유한다. 첫째, 헌법이 만들어진 순간 그 의미는 고정

    되고 그 이후로 동일한 언어의 의미가 달라진다 하더라도 예전의 뜻을 그대로 따라

    야 한다. 둘째, 법관은 주권자 또는 입법자의 의사에 구속되며 자신의 주관을 해석

    에 개입시켜서는 안된다. 원의주의는 민주주의에 합치되는 것처럼 보이고 법 해석

    의 근거를 제헌의회 회의록 등 역사적 사실에서 찾음으로서 자의적 판단을 배제하

    는 객관적 방법론으로 환영받았다.36)그러나 아무리 건국세대로 한 나라의 기틀을

    잡은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사고와 환경이 완전히 바뀐 21세기 현대인들이 수 백년

    전에 죽은 자(dead hands)들이 정한 규칙에 지배당한다는 결론37)및 미국 헌법은

    사실상 개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노예제‧흑인차별과 같이 명백히 인권에 반하는

    일조차 위헌이라 선언 할 수 없다는 결론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워서 주류적 이론은

    되지 못했다. 브레스트와 일리는 원의주의는 객관성을 표방하는 듯 보이지만 해석

    자에 따라 역사적 사료 조차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보수

    적 이념에 봉사하게 되는 이론적 허점을 비판했고38) 이후 학계는 물론 실무에서도

    원의주의는 영향력을 잃게 되었다.

    2. 스칼리아의 원문주의

    가. 의도와 입법사

    (1) 의도

    34) Dred Scott v. Sandford, 60 U.S (19 How.) 393, 621, 15 L. Ed. 691 (1857) 404-405쪽

    35) Cass R. Sunstein, 'Second Amendment minimalism: Heller as Griswold', Harvard Law Review, Nov,

    2008, Vol.122(1) 250쪽 각주 32

    36) 존 하트 일리, 같은 책, 53쪽

    37) Brest, 위 논문 225쪽; 존 하트 일리, 같은 책, 55쪽

    38) 브레스트와 일리의 원의주의 비판은 아래의 스칼리아의 견해와 상당히 유사하므로 여기서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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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칼리아는 입법자가 의미하고자 한 것(What the lawgiver meant)인 입법자의 주

    관적 의도는 법률 해석에서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39)문학 비평에서는 ‘작가의

    의도’(authorial intent)에 대한 논의가 유의미한 해석에 도움을 줄 수 있다.40) 그러

    나 의도탐구가 유의미한 역할을 하는 문학 비평과 달리 법안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자들이 토론과 타협을 거쳐 만든 공동 창작물이다. 예를 들어 양자간 계약의

    경우 한 당사자가 자기에게 유리한 계약서 초안을 상대방에게 건내면 상대방은 자

    신에게 불리한 조항을 삭제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조항을 삽입시켜 돌려보낸다. 최

    종 완성된 계약서는 양당사자간의 이해관계가 짬뽕처럼 뒤섞여 도저히 일방 당사자

    만의 의도로 귀속시킬 수 없다. 심지어 당사자들은 진정한 의사합치에 이르지 못했

    음에도 단지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합리적인 시간 내에’와 같이 의도적으로 불

    분명한 단어를 집어 넣고 서명을 한다. 고작 두명이 참여하는 계약에서 조차도 단

    일한 의도는 존재하지 않는데41)수 백명이 참여하는 법률안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입법자의 의도를 더 추상적인 차원에서 이해해서 최종 합의안으로 통과

    한 안을 법률로 인정하려는 의사라고 볼 여지는 있으나 이는 ‘입법권은 입법부에

    속한다’의 동어반복에 불과할 뿐 법률 해석에 유용한 구체적 지침을 조금도 지시해

    주지 못한다. 그렇다고 스칼리아가 의도를 법이론에서 완전히 추방시키는 것은 아

    니다. 그러나 이는 경제학에서 예측을 위해 가정하는 ‘합리적인 개인’처럼 법해석이

    객관적이기 위해 법이 단일한 통일체라고 가정하고 그 안에 ‘입법 의도’가 들어 있

    다고 의제하는 것이지 결코 실제하는 것이 아니다.42) 따라서 스칼리아는 입법자의

    색채가 느껴지는 입법 의도(legislative intent)란 단어보다 중립적인 법률 의도

    (statutory intent)란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43)

    39) A. Scalia, ,「Common-Law Courts in a Civil-Law System : The Role of United States Federal

    Courts in Interpreting the Constitution and Laws」, 『A Matter of Interpretation』, Princeton univ.

    press(1997), 17쪽. 이하에서는『A Matter of Interpretation』이라고만 표시한다.

    40) 셰익스피어의 희곡 『멕베스』에 나오는 intrenchant란 단어는 ‘자를 수 있는(cuttable)’, ‘자를 수 없는(not

    cuttable)’ 두 뜻을 모두 가지고 있다. 비평가들은 셰익스피어가 아무 생각 없이 이런 단어를 선택했다고 생각

    하지 않기 때문에 그가 무엇을 의도 했는지 - ‘자를 수 있는’, ‘자를 수 없는’ 중 어디에 더 중점이 있는지 아

    니면 중의적 단어에서 오는 비평적 논란 자체를 의도한 것인지 - 를 탐구하고자 한다. A. Scalia & Bryyan

    A. Garner, 『Reading Law : The Interpretation of Legal Texts』, Thomson/West(2012), 391쪽. 이하에

    서는 『Redaing Law』라고만 표시한다.

    41)『Redaing Law』, 391-392쪽

    42) 스칼리아는 설령 만장일치의 합의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는 의원의 주관적 의사일 뿐 객관적 법이 아니므

    로 이에 구속될 필요가 없다고 한다. Scalia, Antonin; Manning, John F. "Dialogue on Statutory and

    Constitutional Interpretation, A." George Washington Law Review 80.6 (2011-2012): 1610-1619.

    16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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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 의도를 찾는 것은 일관된 통일체로서 표현된 법을 단어의 의미를 통해 파악하

    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국회의원이 생각(meant)한 것이 아니라 국회가 한 말(said)

    에서 추출해야 한다.44)45) 그러나 의도를 법논증에 활용하는 사람 대부분은 입법기

    록 제시하며 “국회는 이런 뜻에서 법을 제정했으며 이는 법문에 의해 명백히 지지

    됩니다.”식의 전도된 주장을 펼친다.46) 입법 의도는 현대의 입법 시스템이 갖추어

    지기 훨씬 전인 중세 보통법 시대에 적합한 용어일 뿐이므로 법해석 방법론에서 더

    이상 사용돼서는 안된다.47)

    주관적 의도는 설령 존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민주주의 원리 및 헌정체제 조화되지

    않기 때문에 채택할 수 없다.48) 헌법에 의해서 채택된 것은 법에 의한 지배이지 사

    람에 의한 지배가 아니다.(A government of laws, not of men) 입법사에 포함시

    킬 자료의 범위(의원이나 의회에 의해 작성된 문서에 한할지 이익․시민단체가 제출한

    제안서, 의견서도 포함시킬지), 입법사로 인정된 자료 안에는 상충하는 의견들이 모

    두 들어 있는데 이것들의 경중을 어떻게 따질지에 대한 규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

    라서 만약 법관이 입법자의 주관적 의도를 탐색하게 할 경우 법관은 수 많은 입법사

    중에서 자신의 주관에 부합하는 자료를 취사선택할 가능성이 높다.49) 따라서 법의

    해석을 입법자의 주관적 의도를 탐구하는 활동으로 보면 필연적으로 법관은 보통법

    43)『Redaing Law』, 393-394쪽

    44) 예를 들어 옷을 잘 고치기로 소문난 가게에 “적당하게 고쳐주세요.”라며 옷을 맡겼다. 이때 말한 이의 의도

    는 옷을 완벽하게 고쳐줄 뿐만 아니라 최근 유행에 맞게 핏을 살려주는 것이었으나 소문을 믿고 의례적으로

    이렇게 말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수선사는 옷을 고치기만 했을 뿐 핏을 봐주지는 않았다. 말한 것(고침)과 생

    각한 것(고침 + 핏)의 균열이 있을 때 해석자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스칼리아는 ‘말한

    것’을 선택한다.

    45) 스칼리아는 이를 대변하는 문장으로 홈즈 대법관의 다음과 같은 문장을 거듭 인용한다. “우리는 입법부과 무

    엇을 의도했는지를 밝히는게 아니라 오로지 법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만 생각한다.” 『A Matter of

    Interpretation』, 23쪽;『Redaing Law』, 375쪽

    46)『Redaing Law』§ 68. The false notion that the plain language of a statute is the best evidence of

    legislative intent

    47) 당시에는 판사가 곧 입법자로서 법관의 법형성이 당연시 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장 Hengham은 1305년

    국회에서 “우리가 당신들보다 훨씬 나으니까 법을 제정하지 말아라.”라고 호통을 치기까지 했다. 이런 맥락

    하에 보통법 판사는 생리․정신적 ‘입법 의도’를 판결에 끌어들일 수 있었으나 법이 사법권과 분리된 입법제도

    의 산물로서 인식되는 이상 ‘입법 의도’는 더 이상 고려 대상이 아니다. 『Redaing Law』, 395쪽

    48) 스칼리아는 주관적 의도는 표현되지 않는다(unpressed)고 보며 이는 의회주의의 핵심인 ‘공개성’이 부정이

    되므로 민주주의 원리와 조화될 수 없고 생각하는 듯 하다. 물론 회의록 등을 참고하면 개략적으로나마 입법

    자들의 의사를 찾아볼 수는 있다. 하지만 입법자의 본의(本意)가 무엇인지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스칼리아는 시민들이 찾기 어려운 입법사를 찾게끔 강요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원리

    에 위배된다고 본다.

    49)『Redaing Law』, 3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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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석 방식을 사용하여 자신의 주관을 개입시키게 된다.50)

    (2) 입법사

    스칼리아에게 있어 해석의 대상이 법 자체인 이상 입법사(위원회 토론 기록, 전문위

    원 보고서51), 위원회 진술 등)가 법해석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52)입법사는 입

    법부의 주관적인 의도, 즉 의원 개개인의 의도를 검토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수의

    법안 제안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의원들은 법안에 관심도 없고 심지어 그 존재 자

    체도 모른다. 주관적 입법 의도란 존재하지 않는 환상이란 사실53)을 인정한다면 입

    법사는 필연적으로 배척되어야 할 자료이다.54)

    구성원이 수 백명에 달하는 입법부가 법안을 검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실질적

    인 법안의 제정 및 검토 권한은 소위원회에게 위임되었기 때문에 입법사는 중요한

    검토 자료라는 반론이 있으나55) 미국 연방 헌법은 행정부의 경우 대통령의 권한을

    50) 스칼리아는 하버드 로스쿨 학장이었던 Landis의 문장을 인용한다. “입법 의도라는 미명하에 심각한 범죄가

    행해지고 있다. 판사는 부정하겠지만, 제정법을 보통법 방법에 따라 해석함으로써 자신이 사실상의 입법자가

    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판사는 입법부가 특정 단어에 의도를 심어 놨다고 보는 생각해 입법 의도를 찾

    지만 이는 명백하게 판사 자신의 것이다. 입법 의도를 운운하는 실무 관행을 용인하는 것은 샤먼의 주술적 힘

    으로 돌아가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James M. Landis, A note on "Statutory Interpretation" 43 Harv.

    L. Rev. 886, 891(1930); 『A Matter of Interpretation』, 18쪽에서 재인용

    51) 우리나라 국회법 제42조는 국회 상임위원회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전문지식을 가진 전문위원을 두고

    이들은 위원회 심사 의안을 조사하고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며 같은 법 제58조는 법안심사 전에 반드시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검토보고를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각 위원회마다 수석전문위원 1인을 두고 그 밑으로

    전문위원, 입법심의관, 입법조사관 등이 배치되는데(국회사무처법 제8조) 전문위원은 법률안, 예산안, 청원 등

    소관안건에 대한 검토보고(국회사무처법 제9조 제2항 제1호), 의안에 관한 자료수집·조사·연구(제2호) 위원회

    질의시 질의자료 제공(제3호)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52) 이익집단은 로비스트를 동원하여 위원회에 제출될 보고서 또는 의원 개인의 의사 발언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발언이 입법사에 남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경우에는 비록 어떤 ‘의도’가 형식적으로는 의원 개인

    에게 귀속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그 의원의 실질적 의도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A Matter of

    Interpretation』, 30쪽,『Redaing Law』, 377쪽

    53)『Redaing Law』, 376쪽

    54) 스칼리아는 자신이 항소법원 판사일 때 접했던 다음과 같은 상원 회의록을 인용하며 왜 입법사를 참고해선

    안되는지 밝힌다. ‘위원회 보고서 자체는 금융위원회의 토론 대상도 수정 대상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상원에서

    또한 수정될 수 없습니다. (…) 만일 상원 의원들이 보고서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 있다고 할지라도 이

    를 고칠 수단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재판관, 행정관료, 세무 공무원 등 이런 입법 관련 서류를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이 점을 명확히 주장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투표의 대상, 수정의 대상도 아니며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법률에 표현되어 있는 의희의 의도(congressional intent)라는 것을.’ 『A Matter of

    Interpretation』, 33-34쪽

    55) 최근 국회선진화법 권한행의 심판 별개 의견에서 위와 같은 의견이 표출된 바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 법률

    안 심의는 본회의가 아닌 소관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국회에 접수된 안건 중 상당수가 위원회

    단계에서 폐기되는 대신 위원회 심사를 거친 안건에 대하여는 본회의에서 거의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사ㆍ

    의결된 내용 그대로 가부(可否) 표결만 하는 이른바 ‘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위원회

    중심주의 하에서, 상임위원회의 심사는 법률을 제정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헌재 201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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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임받은 관료 체계를 명백히 규정하였다. 그러나 입법부와 사법부는 그렇지 않다.

    사법부에는 로클럭 등 법관의 업무를 도와주는 직원이 다수 존재하나 판결의 주체

    및 책임은 오로지 법관에만 있고, 법관의 업무를 그 직원에게 위임할 수 없다.56)입

    법권 역시 입법부 전체에 속한 것으로 소위원회에게 위임될 성질이 아니다.57)

    입법사를 검토하고 인용한 판결의 대다수는 입법사를 참조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같

    은 결론에 도달하지만 논지를 강화시키는 차원에서 이를 활용한다.58) 실무상 입법

    사는 유익한 경우가 드문데도 재판 관계인들 모두에게 엄청난 부담을 준다.59)60) 스

    칼리아는 ‘유의미한 입법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법원이 이를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인용하기 때문에 입법사가 존재하게 된다.’61)고 냉소한다.

    (3) 목적주의의 배제

    스칼리아는 의도와 입법사를 법해석의 결정적 요소로 중시하는 기존의 주류적 원본

    주의를 목적주의(purposivism)이라고 부르며62)이러한 해석론은 법관에게 법을 해

    석하도록 명한 헌법에 반하고 객관적으로 확정할 수 없는 주관적 의도란 허상을 좇

    는 것이라 비판한다. 목적주의는 법을 제정한 자만이 그 의미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법제정자의 주관적 의도’는 해석자에 따라 다르게 파악

    될 수밖에 없고 애초의 취지와 정반대로 법을 해석하는 자, 즉 법관이 법제정자와

    26. 2015헌라1

    56) 설령 판결문을 사실상 로클럭이 작성하였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분석과 비판은 이를 자신의 판단으로 채택

    하고 선고한 법관을 대상으로 하여야 하지 로클럭이 대상이 될 수 없다.

    57)『Redaing Law』, 386쪽; 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 인용 의견에서 위와 같은 견해가 표출된 바 있다. ‘우리 헌

    법이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법률안 등 의안의 심의 주체를 ‘국회’라고만 규정하고 있는 점, 위원회는 국회 본회

    의의 안건 심의·표결을 능률적·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예비적 심사기관에 불과하여 안건의 최종적인 처리

    권한은 본회의에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우리 헌법은 국민을 대표하는 합의체 결정기관인 국회의 의사를

    결정하는 주체는 본회의이며, 국회의 최종적인 권한 행사도 본회의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의미에서 ‘본회의 결

    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헌재 2016. 5. 26. 2015헌라1

    58)『Redaing Law』, 378쪽

    59) 법원은 물론 의뢰인을 위해 방대한 입법사를 검토해야 하는 변호사 및 투여 시간 당 비용을 지불하는 의뢰

    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Redaing Law』, 378쪽

    60) 영국은 Millar v. Taylor(1769)판시 이후 약 200여년간 판결에서 입법사를 고려 대상에서 명백히 제외해왔다. 그러나 Pepper v. Hart (1992)에 이르러 위 판시를 뒤집고 입법사를 판단의 근거로 활용할 길을 열어주었다. Pepper v. Hart에서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개진한 Lord Mackay는 재판 과정에서 법률에 관련한 모든 토론 기록을 검토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과다하기 때문에 입법사를 증거로 고려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스칼리아는 입법사를 배제하는 것이 영미법 재판 실무의 전통이었으나 미국이 먼저 입법사를 고려하기 시작

    했고 이 영향으로 영국 역시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Redaing Law』, 369쪽

    61)『A Matter of Interpretation』, 34쪽

    62)『Redaing Law』,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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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관하게 법의 의미를 확정하게 되어 자가당착에 빠진다. 특정 법을 만든 제정자의

    목적은 얼마든지 일반성의 정도를 조절하여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환경을 보전하는 특별법의 경우 멸종위기종의 보호, 환경개선으

    로 인한 인근 주민의 삶의 질 확보, 사회 복지 시스템 구축, 사회 정의 구현과 같이

    다양한 목적을 추출해낼 수 있다. 법제정자가 위 목적 중 어느 하나를 고려하지 않

    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목적주의는 법관이 이 중 자신의 입맛에 맞는 목적을

    선택해 사실상 해석자의 목적으로 법의 의미를 확정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63)

    나. 원문주의(Textualism)

    "나는 국회의원이 뭘 생각했는지는 궁금하지 않네. 내 일은 법률이 도대체 뭐라고

    써있는지를 찾는 것일세.“

    -O. W. Holmes64)

    (1) 의미

    원문주의란 법을 오로지 문언만을 대상으로 그 문언이 쓰여진 시점에 살던 합리적

    이고 언어에 능통한 독자라면 이해했을 관점에서 그 뜻을 공정하게 해석(fair

    reading)하는 것을 말한다. 문언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단지 문언이 해석의 출

    발점이 되는데 그치지 않고 종착점에 이르기까지 문언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65) 원문주의는 진보나 보수적 이념과 동떨어진 가치 중립적인 도구

    (device)이며 과학이다.66). 만약 문언 해석이 특정한 목적이나 결과를 추구하기 위

    한 수단으로 이용된 된다면 이는 목적주의(purposivism)이나 결과주의

    (consequentialism)67)일 뿐이지 원문주의라 할 수 없다. 물론 언어가 아무리 명확

    63)『Redaing Law』, 19쪽에서 인용

    64) Oliver Wendell Holmes, Collected Legal Papers 207(1920),『A Matter of Interpretation』, 23쪽에서

    재인용

    65) 문언을 법률 해석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에 대해선 대부분의 법학자·실무가들에게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

    나 해석의 종착점에서 문언의 역할 비중에 대해선 견해가 갈리고 이에 따라 해석의 구체적 적용 결과가 정반

    대로 나오게 된다. 뒤에서 살피듯 스칼리아는 원문주의 역시 문언 이외에 목적, 결과 등을 참고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는 문언의 의미를 확정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요소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비원문주의는 문언에 반

    하더라도 합리적 정당화 사유가 있으면 해석이 허용된다고 보는 반면 원문주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석이

    문언 밖을 넘어가는 갈 수 없다고 한다. 물론 원문주의자들도 ‘문언의 가능한 뜻’에 의견이 각자 다르며 비원

    문주의자들은 자신들의 해석이 ‘문언의 가능한 뜻’ 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원문주의와 비원문주

    의의 차이는 해석의 종착지에서 문언의 한계기능을 강하게 또는 약하게 인정하는 정도의 문제가 된다.

    66)『A Matter of Interpretation』, 14-15쪽

  • - 17 -

    하더라도 법률 해석은 이를 구체적 사안에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68)

    순수 언어학적 방법만으로는 의미를 확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해석자는

    법문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법률의 목적과 결과를 참조해야만 한다. 원문

    주의와 목적주의, 결과주의의 차이점은 법률의 목적과 결과를 해석의 고려 요소 중

    하나로 보느냐 아니면 결정적 인자(因子)로 보느냐에 있다. 원문주의에서 법률의 목

    적과 결과는 법문의 어문학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수단 중

    하나다. 목적주의, 결과주의는 반대로 목적 또는 결과를 알기 위해 어문학적 의미를

    탐구할 뿐이고 목적 또는 결과가 발견되면 해석이 종료된다.

    원문주의는 단어 및 문장의 뜻은 다의적이고 끊임없이 변동하는 것을 인정하나 적

    어도 언어의 가능한 의미(permissible meanings)는 한정되어 있으며 언어는 이 한

    계를 벗어나서는 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본다.69) 법관은 언어의 허용된 의미 영

    역 안에서 문맥, 목적, 결과는 물론이고 “불리할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와 같은

    해석 준칙(canon)을 종합하여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해석해야 한다. 스칼리아는 과

    거의 문헌을 해석할 때 해석자는 자신의 선호, 지향, 이념 투영을 지양하고 오로지

    언어의 의미 발견에 힘쓰는 어문(語文) 사학자의 태도로 접근해야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공정한 해석’(fair reading)이라고 부른다.70)공정한 해석은 법문언과 사전, 신

    문, 등 문헌 자료, 역사 사료, 법률의 목적 및 결과 그리고 이를 종합하는 해석자의

    지적 활동을 줄타기 하면서 어떻게 객관성과 합리성이 확보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답

    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스칼리아는 이를 위해 세분화된 준칙(canon)을 제시한다.

    (2) 일반적 의미(ordinary-meaning)71)

    스칼리아는 단어와 의미는 조각퍼즐처럼 정확하게 대응하지 않으며 따라서 어문학

    적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법률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함을 인정한다. 해석의

    67) 법률 제정자가 법률을 만드는 이유는 바로 이 법률을 통해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며 따라서 법률은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킬 결과를 중심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법실용주의

    (pragmatism)를 지칭한다.

    68)『Redaing Law』 §1. Interpretaion principle - Every application of a text to particular circumstances

    entails interpretation. 53-55쪽

    69)『Redaing Law』, 31쪽;『A Matter of Interpretation』, 24쪽

    70)『Redaing Law』, 33쪽

    71)『Redaing Law』, Introduction 1-46쪽; §6. Ordinary-Meaning Canon, 69-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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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의성을 피하기 위해선 법률에 사용된 단어의 의미를 좁혀야 하고, 이를 위해선

    생활 속에서 의사소통을 교환하여 동질한 어감(語感)을 공유하는 그 시대의 언중(言

    衆, interpretative community)72)이 그 단어를 어떤 뜻으로 사용했는지를 탐구해야

    한다.73) 언중이 활동하던 시대에 편찬된 사전은 단어의 용례(用例)와 전례(典例)를

    탐구할 귀중한 자료이다 그러나 ‘사랑’같은 단어는 유행어, 관용표현, 단어구 등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뜻이 파생되고 이는 사전을 아무리 두껍게 만들어도 다 담을 수

    없다. 따라서 정확한 법해석을 위해서는 사전 뿐만이 아니라 신문기사, 출판물은 물

    론이고 사적으로 주고 받은 편지, 일기 등 다양한 기록을 통해 언중들이 사용한 단

    어의 결을 파악하여야 한다.

    일각에선 “단어는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언중이 사용하는 일

    반적 의미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스칼리아는 이들이 음악이

    나 행위예술을 통해서가 아니라 ‘아무 의미도 없는’ 단어로 글을 써서 원문주의를

    비판하는 것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자기 모순적인지 알 수 있다고 일갈한다.74)모든

    사람이 객관적으로 동의하는 완전무결한 단어의 정의(定意)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

    반적 의미란 대부분의 언어에 능숙한 사람이 시대, 장소, 맥락 등 제반 상황을 고려

    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동의할 수 있는 의미일 뿐이다. 예를 들어 아무도 반

    박할 수 없는 수준의 무결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 역시 언어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다의적 또는 모호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

    다. 문제에 대한 완전무결한 단 하나의 해석이 불가능함을 인정한다면 정답으로 상

    정한 선지(選支)역시 100% 참일 수 없고 오답 역시 100% 거짓일 수 없다. 그러나

    공부에 충실한 학생이라면 대부분 정답에 도달한다.75)물론 출제오류의 가능성은 늘

    72) 일반적으로 ‘해석 공동체’라는 낱말로 번역되나, 이는 해석학(hermeneutics) 같은 철학적 어감이 강해 대중

    의 일상적인 단어 용례를 강조하는 스칼리아의 법철학 특성을 고려하여 언중으로 번역하기로 한다.

    73)『Redaing Law』, 8쪽

    74) A. Scalia, 'Originalism : The Lesser Evil', University of Cincinnati Law Review, Wntr, 1989,

    Vol.57(3); The Lesser Evil, 856쪽, 이하에서는 「Evil」이라고만 표시한다.

    75) 2014년도 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출제 오류와 관하여 하급심은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0두17267,

    17274(병합) 판결을 인용하여 ‘객관식 문제의 출제에서 문항 또는 답항의 문장구성이나 표현용어의 선택이

    지나칠 정도로 잘못되어 결과적으로 평균수준의 수험생으로 하여금 정당한 답항을 선택할 수 없게 만든 때에

    도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 된다고 할 것이나, 문항 또는 답항의 일부 용어표현이 미흡하거나 부정확하지

    만 평균수준의 수험생이 객관식 답안작성 요령이나 전체 문항과 답항의 종합.분석을 통하여 진정한 출제의도

    를 파악하고 정답을 선택하는 데에 장애를 받지 않을 정도에 그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잘

    못을 들어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으나(서울행정법원 2013. 12. 16. 선고

    2013구합29124 판결, 강조는 필자) 항소심은 출제의도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객관적 진실과 다른 경우에는

    출재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판단하였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1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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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하나 이를 이유로 나머지 정상적인 문제 조차 모두 오류로 매도하고 대학수학

    능력시험은 거대한 지적 사기라고 주장한다면 합리적 일반인 누구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단어의 일반적 의미에 대해 완벽한 합의에 이

    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에 동의하며 이는 인류가 문명을 이룩

    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으므로 일반적

    의미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옳지 않다.

    (3) 가능한 의미와 구별

    모든 단어는 하나 이상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활용 빈도가 높고 일반적인 단어일수

    록 뜻은 더 많아진다. 사전에서 단어에 맞는 항목을 찾으면 여러 뜻이 나열되지만

    이는 구체적인 맥락이 부여되기 이전에 그 단어의 ‘가능한 의미(permissible

    meaning)’에 불과하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 일반적 의미란 ‘대부분의 언어에 능숙

    한 사람이 시대, 장소, 맥락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동의

    할 수 있는 의미’이므로 ‘일반적인 의미’는 단어의 ‘가능한 의미’ 중 하나이고 그 역

    은 성립하지 않는다.(일반적 의미 ∈ 가능한 의미) 예를 들어 법정에서 변호사가

    “정의(justice)에 부합하지 않은 판단입니다.”라고 변론한 경우 누군가는 이를 “정

    의(definition)"에 맞지 않은 판단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둘 다 ‘정의’(正義, 定義)의

    가능한 의미이지만 위 맥락에서 일반적 의미는 전자(正義) 하나 뿐이다.76)스칼리아

    는 다음과 같은 실제 사례를 거론하며 일반적 의미와 단어와 가능한 의미를 구분한

    다.

    (가) 신혼부부가 저수지에 놀러 갔다가 갑작스럽게 방류된 물에 휩쓸려 숨지는 사

    고가 발생했다.77) 유족들은 국가의 저수지 관리 책임을 묻는 소를 제기하였고 조사

    16. 선고 2014누40724 판결)

    한편 시험 출제와 관련해 대법원은 ‘객관식 시험문제의 특성상 출제의도와 답항 선택의 지시사항은 시험문제

    자체에서 객관적으로 파악.평가하여야 하고 특별한 사정도 없이 문언의 한계를 벗어나 임의로 출제자의 숨겨

    진 주관적 출제의도를 짐작하여 판단할 수는 없으나, 그것은 문항에 의하여 명시적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

    라 문항과 답항에 대한 종합적 분석을 통하여 명시적.묵시적으로 진정한 출제의도와 답항선택에 관한 지시사

    항이 결정되는 것이므로, 수험생으로서는 위와 같은 명시적.묵시적 지시사항에 따라 문항과 답항의 내용을 상

    호 비교.검토하여 가장 적합한 하나만을 정답으로 골라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0두17267, 17274(병합) 판결)

    76) 스칼리아는 영단어 계산서, 조사, 직물 위의 무늬, 표시마크 등의 뜻을 가진 영단어 ‘check’를 예로 들고 있

    다.『Redaing Law』,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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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 저수지 관리 공무원의 과실이 인정되었다. 그러나 국가는 1928년에 제정된

    ‘국가는 어떤(any) 장소에서든 홍수(flood)나 급류(flood water)로 인한 어떤 피해

    (any damage)에도 책임이 없다.’는 조항을 근거로 면책을 주장하였다.

    스칼리아는 영어 사용자들이 일반적으로 피해(damage)와 침해(damages)를 구분하

    는 점에 주목한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 ‘생명이 침해(damages) 됐다.’고 말하

    지 ‘생명이 피해(damage)를 입었다.’고 하지 않는다. 물론 피해란 단어를 생명에 사

    용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진 않지만 ‘피해’는 일반적으로 법적 맥락에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리킨다. 따라서 위 면책 조항은 오직 재산상의 손해에만 국한 된다고 해

    석해야 한다. 스칼리아는 이 사건의 다수의견은 침해와 피해를 구별하지 않고 피해

    에 신체 및 재산상의 손해가 모두 포함된다고 판결했지만 이는 언어의 일반적 의미

    를 잘못 파악한 것이라 비판한다.

    (나)78)피고인 스미스(Smith)는 마약과 MAC-10 총을 물물교환 하려다 체포 및 기

    소되었다. 피고인은 자신에게 적용된 법조 중79) ‘총포(銃砲)를 사용하여(uses a

    firearm)… 마약 밀수 범죄 또는 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를 처벌하는 조항80)은 발

    포와 같이 총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