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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aduate School News 2014. 05. 07(수요일) vol.200 발행인 : 송재룡 / 편집장 : 강가람 / 편집부장 : 박운호 경희대학교 대학원보사 1986년 2월 3일 창간 130-701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경희대로 26 전화(02)961-0139 | 팩스(02)966-0902 www.khugnews.co.kr 인터뷰 한균태 서울 부총장 한균태 부총장은 본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텍사스대학교에서 저널리즘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언론학회 회장, 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언론 학회 편집위원장, KBS 경영평가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관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발행 200호를 맞이하여 <대학원보>가 대학 내 언론기구로서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올바른 언론인의 자세, 초심( 初心 )으로 돌아가라 언론학자로서 책임과 관심 Q. 서울교정 부총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언론학자로서 부총장 직급에 대한 책임감이 더 욱 크게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상당히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 학교에서 일련의 여러 복잡한 일들이 벌어 졌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구성원 간에‘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 다. 제가 취임하면서부터 제일 중요한 덕목으로서‘소통을 잘 해보자’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교 구성원은 학생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직원, 교수 등을 포함한 다양한 구성원들이 있기 때문에 구성원들 간의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소통이 매우 중요하죠. 신뢰성이 전제가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소통을 하더라도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신뢰 속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학교의 발전을 위한 공통 적인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목표의식 속에서 서로가 솔직하게 얘기를 나눈다면 마침내 타협점이 도출되고, 학교 발전에 서로가 더 힘을 합쳐서 단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요즘 언론계에 관심을 두고 계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제가 신문기자 출신이라 아무래도 저널리즘에 많은 신경이 쓰입니다. 특히 한국의 저널리즘 은 이번 세월호 사태에서도 봤듯이 상당한 위기에 있는 것만은 사실이에요. 단순히 신문 산업 의 매출이 급감해서 위기라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저널리즘의 기본에 상당한 위기감이 있다고 봅니다. 언론의 공신력 문제에서도 특히 신문 같은 경우는 신뢰도가 지난 10년 사이에 엄청나 게 떨어졌고 대신 인터넷이라든가 소셜 미디어에 신뢰성이 높아져가는 역전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전통적인 미디어에 대한 신뢰감이 많이 떨어졌고 불신이 너무 팽배해 졌습니다. 사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언론이 너무 정치적 이념 싸움에 치중하고, 내 편 네 편 갈라서 있다고 봅니다. 저널리즘의 기본이라면 중립성, 객관성, 공정성, 형평성과 같은 기본적인 덕목 들이 있는데 그러한 기본들을 무시해서 일어난 일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상세대 속 대학언론 외면 Q. 언론의 위기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는데, 대학언론도 예외는 아니라고 봅니다. 대학언 론의 현주소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저도 십여 년 전에 본교 대학신문방송국장을 하면서 대학언론을 감독했던 사람입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 언론의 모습이 대학에 그대로 옮겨져 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 학언론도 일반 언론들과 마찬가지로 공정성, 객관성, 중립성에 전제를 두고서 취재에 들 어가야 되는데 지나치게 학생 위주이다보니, 이런 정치적 이념이 기사 속에 상당히 포함되 었던 것 같습니다. - 개인정보 유출 3 인문학술 - 19세기 프랑스 문학 4~5 과학학술 - 싱크홀 6~7 영화비평 - <한공주> 8 문화비평 - 신자유주의의 재난 9 테마서평 - 고미숙의「달인삼종세트」 10 책지성 - 자크 오몽, 『이마주』 11 보도기획 - 대학원보 만족도 조사 16 2면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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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aduate School News2014. 05. 07(수요일) vol.200

발행인 : 송재룡 / 편집장 : 강가람 / 편집부장 : 박운호

경희대학교 대학원보사 1986년 2월 3일 창간130-701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경희대로 26

전화(02)961-0139 | 팩스(02)966-0902

www.khugnews.co.kr

인터뷰 한균태 서울 부총장한균태 부총장은 본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텍사스대학교에서 저널리즘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언론학회 회장, 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언론학회 편집위원장, KBS 경 평가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관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발행 200호를 맞이하여 <대학원보>가 대학 내 언론기구로서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올바른 언론인의 자세,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라

언론학자로서책임과관심

Q. 서울교정 부총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언론학자로서 부총장 직급에 대한 책임감이 더욱 크게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소감 한 말 부탁드립니다.

상당히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 학교에서 일련의 여러 복잡한 일들이 벌어졌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구성원 간에‘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취임하면서부터 제일 중요한 덕목으로서‘소통을 잘 해보자’를 생각하고 있습니다.학교 구성원은 학생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직원, 교수 등을 포함한 다양한 구성원들이 있기때문에 구성원들 간의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소통이 매우 중요하죠. 신뢰성이 전제가 되지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소통을 하더라도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에 구성원들은신뢰 속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학교의 발전을 위한 공통적인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목표의식 속에서 서로가 솔직하게 얘기를 나눈다면마침내 타협점이 도출되고, 학교 발전에 서로가 더 힘을 합쳐서 단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Q. 요즘 언론계에 관심을 두고 계신 부분이 있으신가요?제가 신문기자 출신이라 아무래도 저널리즘에 많은 신경이 쓰입니다. 특히 한국의 저널리즘

은 이번 세월호 사태에서도 봤듯이 상당한 위기에 있는 것만은 사실이에요. 단순히 신문 산업의 매출이 급감해서 위기라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저널리즘의 기본에 상당한 위기감이 있다고봅니다. 언론의 공신력 문제에서도 특히 신문 같은 경우는 신뢰도가 지난 10년 사이에 엄청나게 떨어졌고 대신 인터넷이라든가 소셜 미디어에 신뢰성이 높아져가는 역전현상이 벌어지고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전통적인 미디어에 대한 신뢰감이 많이 떨어졌고 불신이 너무 팽배해졌습니다.

사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언론이 너무 정치적 이념 싸움에 치중하고, 내 편 네 편 갈라서있다고 봅니다. 저널리즘의 기본이라면 중립성, 객관성, 공정성, 형평성과 같은 기본적인 덕목들이있는데그러한기본들을무시해서일어난일들이라는생각이듭니다.

상세대속대학언론외면

Q. 언론의 위기에 대해서 말 해주셨는데, 대학언론도 예외는 아니라고 봅니다. 대학언론의 현주소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저도 십여 년 전에 본교 대학신문방송국장을하면서 대학언론을감독했던 사람입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 언론의 모습이 대학에 그대로 옮겨져 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언론도 일반 언론들과 마찬가지로 공정성, 객관성, 중립성에 전제를 두고서 취재에 들

어가야 되는데 지나치게 학생 위주이다보니, 이런 정치적 이념이 기사 속에 상당히 포함되었던것같습니다.

기 획- 개인정보유출 3인문학술- 19세기프랑스문학 4~5과학학술- 싱크홀 6~7화비평-<한공주> 8

문화비평- 신자유주의의재난 9테마서평- 고미숙의「달인삼종세트」 10책 지 성- 자크오몽, 『이마주』 11보도기획- 대학원보만족도조사 16

➜ 2면에서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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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면에이어서

80~90년대 초만 하더라도 한국의 정치적 상황은 이데올로기적인 다툼이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이것이 어느 정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이 이념적인 성향보다 실리적인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높아지는 것 같아요. 더불어 신문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져있고 전반적으로 오프라인 신문에 대한 관심이 하락하는 것도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민주·산업화에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신문입니다.사회적으로 중요한 공헌을 한 셈이죠. 결국 신문이 깨어있는공중(公衆)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에요. 깨어있는 공중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문을 통해서 공론의 장이 마련되어 그것을 열심히 읽고 토론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야 되는데, 요즘은 상세대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읽기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신문을 외면하는 경향이 높고또 불신도 첨가되어 전반적으로 한국 언론과 마찬가지로 대학신문도 어느 정도 위기상황에 있다고 봅니다.

Q. 대학언론의 총체적인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대학언론이 학교와 학생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사람들은 신문을 찾게 됩니다. 대학언론 또한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에 전달하고 또 학교의 정책적인 결정들을 학생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합니다. 독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필요로 하는 정보가무엇인지를 제일 중요하게 여겨야 하죠. 그런데 지금 대학언론은 수요자들의 필요를 파악하는 데에 좀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단순하게 부족한 점도 있고 읽기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학생들의 경향과 같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이 된것 같습니다.

소통과차별화가필요한<대학원보>

Q. 우리 대학 내 언론기구 중 하나로서 <대학원보>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제가 신문방송국장을 할 때 <대학원보>와 <대학주보>의 통합을 시도했었어요. 왜냐하면 상당 부분이 중복되기 때문에 괜히 자원낭비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거든요. 또 외국에도 대학원 신문이 거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대학이란 전체적인 하나의 공동체,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소화를 하면 되는데 굳이 이렇게 쪼개서 학부생을 위한 신문과 대학원생을 위한 신문을 구분하는 것이 조금은 타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게 통합을 시도해봤지만이해집단들이 서로 각자의 목적들이 있기 때문에 쉽게 이루어

지지 않았어요. 지금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원보>가 <대학주보>하고 좀 더 차별화를 한다면, 예를 들어 대부분의 학교 소식은 학부든, 대학원이든 다 <대학주보>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대학원보>는 지금보다더 학술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하나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필요합니다. 중요한 사회적 이슈나 학술·학문적인 주제를 선정해서 전문가의 단독 인터뷰, 토론회 등에 집중한다든지요.그러면 대학원생들이 훨씬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하기 위해서신문을 찾아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앞서‘소통’의 중요성을 말 하셨는데, 원생과 <대학원보>가 소통의 기본 바탕인 신뢰를 쌓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원생들에게 구독을 강제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원생 스스로가 <대학원보>에 대한 관심을 가지도록 할수있어야만구독이가능한것이죠. 그런데전체적으로보면학부생들과 마찬가지로 대학원생들이 신문 읽기를 썩 내켜하는것 같지 않고 신문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어요. 결국 원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들 또는 학술적인 논의들, 최근 학문적인 경향 등을 파악하면서 대학원보를 만드는 제작진들이스스로 변화해야 하겠죠. 정말로 원생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끊임없이 조사하고, 또 대학원전공별로학생들의수요가조금씩다를수있기때문에다양한 전공별로 수요조사를 해야 될 필요는 있어요. 예를 들어외국 유학을 희망하는 원생들을 위해 외국 대학원과 유학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대학원보>에서 실어준다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단순하게만날일반신문사기자들이하듯이똑같은관행처럼해서는안돼요.

<대학원보>는 어떻게 보면 전문지 성격을 띠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일반 종합일간지가 아니라 전문지적인 특성을 더욱내려면전문지가어떻게변신을해야하는가를봐야죠. 예를들어 섬유신문, 의학신문, 건축신문은 그 업계에 종사하는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에요. <대학원보>라고 하면 대학원생들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수요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해야죠. 일반적인 소식 전달에는 한계가 있죠. 그런 건<대학주보>가할수있는거예요. 분명한역할분담이있어야합니다.

기본과목적을잊지마라

Q. 현재와 미래의 언론종사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앞으로 기자가 될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지만 기자로서우선은 정확한보도가생명입니다. 요즘세월호사건에서기자

가‘기레기(기자 쓰레기)’라는 말을 듣는 것도 기사의 정확성이떨어지기때문이에요. 소셜미디어와차별성을두는일반신문기자들이라면 정확한 보도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예컨대 MBN의‘홍가혜 사건’처럼 기자들이 보도자료 즉, 뉴스릴리스(news release)에만 의존하며확인절차를전혀 안 해요.그렇게편하게기자생활을하는거예요. 아무리자기가믿는뉴스 소스고 정보원이라고 할지라도 어느 신문사, 어느 방송사든기자라고 한다면 사실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그렇기에 정확성이 매우 중요한 거예요. 그 다음 공정성과 객관성을 중심으로따져야지, 정확치도 않은 보도를 어떻게객관적, 중립적으로 보도할 수 있겠습니까? 또 요즘 엄 하게 이야기해서 정말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보도가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거의 백 개 중에열 개 미만일 수도 있어요. 신문기자 스스로도 아마‘과연 내가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보도를 했느냐’고 물어본다면 섣불리‘네’라고 대답하는사람은그렇게많진 않을겁니다.물론 의식적으로 해서는 안 되지만 무의식 속에서 다양하게 자기의 이야기거리가 뉴스로 채택됐다면 이미 거기서 자기의 색깔이드러나는겁니다.

이번 세월호 사건도 뉴스를 너무 지나치게 한다고 봅니다.뉴스를 하루 종일 하다보니까 뉴스거리가 안 되는 시시콜콜한것까지도 자꾸 언론에 실으려는 경향이 있어요. 워낙 대형사건이고또굉장히애달픈사건이긴하지만그렇다고해서모든언론이 거기에 집중해서 시간과 지면을 너무 많이 할애하다보면불필요한 정보까지도 자꾸 들어가게 됩니다. 결론은 언론계에종사하는 모두가 쉽진 않겠지만 기본으로 돌아가서 정확한 보도를기반으로하는역할을충실할필요가있다고봅니다.

Q. 향후 진로를 고민하는 원생들에게도 한 말 부탁드립니다.대학원생은 공부하러 들어온 사람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

면 제가 혼날 수도 있겠지만, 한국 대학원생들은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는 대학원생들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쉽게 공부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스로 대학원에 온 목적이 있는것을 항상 잊지 말고 학문적인 연구를 충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하게 학위를 하나 더 따러 들어오는 학생도 상당수있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왜 대학원에 와서 공부를 해야 되는가’를 항상 잊지 말고 학문적인 탐구를 하는 데에 정진하면좀 더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학원에 들어온 목적, 즉 초심을 잊지 말자는 것, 그리고 자기가 남들보다 더 많이 알고 국가나 사회, 민족을 위해 봉사하고또 학문적인 진전을 통해서 사회 자체가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을 큰 목적으로 삼고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생각합니다.

대담·정리 : 황성연 | [email protected]사 진 : 박운호 | [email protected]

인 터 뷰02 2014. 05. 07 (수요일) vol.200

결국 원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들 또는 학술적인 논의들, 최근 학문적인 경향 등을파악하면서 대학원보를 만드는 제작진들이 스스로 변화해야 하겠죠.

<대학원보>라고 하면 대학원생들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수요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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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침해·유출의심각성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한국 국민들의 불안감은‘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월에는 검찰이 롯데카드에서 2013년 12월2,600만 건, 농협(NH)카드에서 2012년 10~12월에 2,500만 건,그리고 국민(KB)카드에서 2013년 6월에 5,300만 건이 각각유출됐다고 발표하 다. 이어 금융감독원은 긴급 브리핑을통해 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사에서 고객정보 1억 4천만 건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개인정보 유출 사고 중최대 규모로서 유출된 개인정보에는 성명과 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번호 등과 같은 개인 식별정보를 포함해 최대 19개항목의 정보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유출된 신용카드 고객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스미싱(Smishing), 피싱(Phishing),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등과 같은 2차 피해의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집중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2014년 3월 금융감독원은 국민카드와 농협카드에서 17만 5천여 명의 고객 정보가 추가로 빠져나간 것을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의 1차 유출 내역과 비교할 때 국민카드의 경우 가맹점주 14만 명의 개인 식별정보가 추가로유출되었고, 농협카드는 기존 정보 유출 고객 3만 5천 명의 피해 항목이 2~3개 정도 더 늘어났다고 한다. 이에 더해 2014년3월 경찰(광주서부경찰서) 발표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의포스(POS) 단말기 설치·관리업체의 부실한 서버 관리로 인해 주점과 식당 등 200여 가맹점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고객들의 신용카드 번호와 개인정보 등 1,200만 건이 유출되었다고 밝혔다. 유출된 정보는 신용카드 결제 정보 450만 건과 개인정보 750만 건 등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3월,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KT홈페이지가 해킹 당해 가입고객 1,600만 명 중 1,200만 명의고객정보가 유출되었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 범인들은2013년 2월부터 신종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KT 홈페이지에 로그인 후 개인정보를 탈취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반복된 수차례의 대형 유출 사고 이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개인정보의 불법 유통을 막고 또 이미 유출된 개인정보가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 등과 같은 금융사기에악용되지 않도록 24시간 감시 체제를 강화하고 금융사에 대한 불시 검사를 실시하는 등 제반 조치를 시행하 다. 또 금융감독원은 포스 단말기 가맹점에 대한 정보보안 관리를 보다강화할 것을 신용카드사에 강력히 요구했다고 한다. 더불어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주민등록번호 클린센터(clean.kisa.or.kr)를 통해 자신의 주민등록번호가 이용된 현황을 확인해 부정사용 내역을 발견하면 삭제할 수 있도록 하고, 네이버(Naver) 및 다음(Daum) 등과 같은 대형 포털에

개인정보 불법 매매 감시 기능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그간 줄곧 발생해온개인정보 관련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범죄경력 vs 신용정보

한국사회의 경우 개인정보와 관련해서 통상적으로 관심을가지고 대처하려는 것은 바로 보관·처리·위탁·유통되는집합적 데이터로서의 개인정보에만 치우쳐 있고 개인정보 침해·유출의 태생적이고 본질적인 원인에 대한 접근은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하겠다. 이러한 딜레마의 대표적인예로서 범죄경력 조회와 신용정보 조회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들 수 있다. 한국에서는일반 시민뿐 아니라 경찰관조차 타인의 범죄경력 조회를 함부로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은 누구든지 동법 제6조 제3항에 규정된 목적 이외의 용도로는 범죄경력 자료나수사경력 자료를 취득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위반 시에는 동법 제10조 제2항 규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게 된다. 2013년 6월 시행된『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관한 법률』상의 규정에 따라본인 동의를 얻은 성범죄 경력조회와 관련한 일부 예외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경찰관이라고 하더라도 수사상의 목적일경우에만 정해진 절차에 따라 범죄경력 조회를 할 수 있도록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

그렇지만 개인 신용정보의 경우 범죄경력과는 달리 한국사회에서 상당히 다른 잣대가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신용정보는 구두로라도 본인의 동의만 있으면 제1금융권(은행) 및 제2금융권을 비롯하여 심지어는 대부업체와 같은 제3금융권에서도 언제든지 신용정보집중기관 또는 개인신용조회기업(Credit Bureau)를 통해 조회가 가능하다. 미국, 독일 등과는 달리 한국은 개인 신용정보를 신용카드사를 포함한 금융기관 간 공유가 가능한데, 이것이 건전한 금융질서의정립이라는 원래 취지와는 달리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카드사를 비롯해 통신사, 유통업체, 그리고 대부업체까지도 고객신용정보 조회가 가능해짐으로써 그 본말이 전도되어 마케팅 등의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활용되고 심지어 악용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또한 상당수가 자신의 신용정보를 누가, 언제, 왜 조회했는지 여부를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고있는 상황이다. 더욱 놀랍게도 비금융권 기업에도 개인 신용정보가 매년 수천만 건이 조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자료(2014년)에 의하면 개인 신용정보 취급기관인나이스(NICE)신용평가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2013년 한 해 동안 비금융기관·업체에 제공한 신용정보는 모두4,320만 건에 달하며, 신용정보를 제공한 기업의 수만 해도3,594개로 밝혀졌다. 이러한 과도한 신용정보 조회는 개인정보 침해 및 유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그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특히 금융기관 연체 정보나 신용불량 정보와 같은 부정적 정보는 금융기관 및 신용카드사 간 공유로인해 고객 자신의 금융자산에 대한 객관적 평가나 소명의 기회도 없이 즉시적이고 획일적이며 무차별적인 제재를 받게됨으로써 금융소비자로서의 자율권과 결정권을 일시에 박탈당하는 피해를 입게 되었다. 앞에서 설명한 범죄경력의 경우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관이라고 하더라도 수사상의 목적에 한해서 그리고 적정 절차를 준수해야만 조회할 수가 있는 반면, 신용정보의 경우에는 아무런 제약 없이 신용카드사를 포함한 금융기관 간의 공유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사회에서는 개인정보의 보호에 관하여 범죄경력과 신용정보 간에 이렇듯 비균형적인 저울이 적용되고 있는 것일까? 일반 시민들에게 있어 범죄경력 만큼이나, 혹은

범죄경력보다도 오히려 신용정보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는지 신중하게 검토해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정보주체의자율성보장

한국사회에서 인터넷 인프라의 확충과 정보통신망의 급격한 발전은 정보의 집중화 및 온라인/네트워크화를 가중시켰고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개인정보의 침해·유출 사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을 비롯한 개별 금융기관의 보안에 대한 투자와 보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금융정보를 대행·처리하는 기업·기관이나 일반사용자들에 대한 공격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개인정보의 침해·유출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으로 개인정보를 보관·처리하는 기업·기관에 대한 보안관리 및 점검의 강화,사용자 정보보호를 위한 유관기관 간 협력적 대응, 관련 법제정비 및 처벌의 강화, 사용자 PC의 보안 강화, 온라인상에서의 사용자 인증 및 모니터링 강화, 그리고 개인 사용자의 보안의식 계몽 및 향상 등 예방적 차원에서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와 같은 대책들만 답습하여 시행한다고 해서 개인정보와 관련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지는의문이다.

미국의 경우 한국과 달리‘사전 이력 조사(BackgroundCheck/Screening)’자체가 가능하며 이 서비스를 전문으로하는 기업/기관들도 상당히 많다. 이러한 사전 이력 조사 과정을 통해서 임직원 채용 시 지원자에 대한 학력과 경력뿐만아니라 범죄경력, 신용도, 세금 납부 이력, 사회적 평판 등을검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제는 한국사회도 개인정보의 보호와 유관 정책의 시행에 있어 더욱 근원적인 측면을 짚어보았으면 한다. 예컨대 범죄경력과 신용정보의 중요성을 해당정보의 주체인 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균형 있는 보호의잣대를 적용하거나 엄격한 법제적 기준과 절차적 통제 하에서 수혜자 우선의 원칙에 따라 정보 주체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지난 10여년 동안 여러 법제적 수정·보완 대책을 시행하고 관리·통제를 강화했음에도 왜 유사한 유형의 개인정보 침해·유출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지 정말 깊이 숙고해야할시점이다.

최 진 혁 / 경찰대학교법학과교수, 한국기업보안협의회회장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 그 딜레마

기 획 vol.200 2014. 05. 07 (수요일) 03

▲지난 1월,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카드 3사의 경 진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기획개인정보 유출

지식정보화, 네트워크화, 디지털, 모바일 등으로 대표되는 21세기의 한국사회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서 참으로 기형적

인 현상을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지난 1월에는 사상 최악의 국내 3개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여 온

국민들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간의 다각적인 정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개인정보 침해·유출 사고가 왜

끊이지 않는 것일까? 이에 관해 그 문제의 본질을 기존 시각과 사뭇 상이한 관점에서 접근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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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 술04 2014. 05. 07 (수요일) vol.200

“호적부와경쟁하겠다”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 1799~1850)는 프랑스, 나아가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창작력이 왕성했던 작가 중하나이다. 100편이 넘는『인간극』의 장단편 소설들, 10여 편의초기작, 100편의『익살스런 이야기』, 그 외 수십 편의 부수적인 작품, 신문에 기고한 다수의 에세이……. 거기에 많은 양의서간집을 더하면 발자크라는 작가는 51세의 길지 않은 생애동안 을 쓰지 않고 보낸 시간이 과연 있었을까라는 의문이들 정도이다. 실제로 그는 스스로‘문학의 강제 노역자’라고칭했듯이, 30년대 이후로는 거의 매일 다량의 진한 커피를 들이키며 하루에 18시간을 집필 작업에 매달렸다. 그 밖의 시간에는 사교계를 드나들며 사치스런 생활을 위한다. 낭비벽으로 인해 소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후에도 항상 빚에 시달렸던 그는 채권자들로부터 도망 다니며 돈을 갚기 위해 원고를 계속 생산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방대한저작이 단순히 금전적인 필요의 산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발자크는 힘찬 상상력만큼이나 야망이 컸던 작가 다. 그의창작의 진정한 원동력은“호적부와 경쟁하겠다”는 유명한 말이 보여주는 것처럼 펜 끝으로 세상을 정복하겠다는 야심과,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천재성이다.

문학의꿈

발자크는 파리에서 남쪽으로 100여 킬로미터 떨어진 지방도시 투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왕의 자문회의 비서,투르 구제원의 관리소장 등 중요한 관직을 맡았던 출세한 부르주아 다. 원래 이름이‘발사’ 는데 왕에게 특별히 허락을받아서‘드 발자크’로 개명하여 귀족 성을 얻게 된다(프랑스어에서‘드(de)’라는 전치사는 귀족들의 성 앞에 붙는 표지이다). 17세에 법학 공부를 시작하여 공증인 사무소에서 얼마간일을 하지만 20세가 되자 학업을 중단하고 문학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학창 시절 이미 그는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의문들에 심취하여 소르본 대학에서 법학 강의 외에 철학,자연사 강의를 수강했고 철학 서적을 탐독하 다. 그러나 그의 초기작들은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당시 유행하던 월터 스콧의 작품들을 모방하여 짙은 고딕 색체의 역사 소설, 그리고가장 빠른 출세를 가져다 줄 수 있는 희곡을 몇 편을 가명으로발표하지만 환상-고딕 장르, 역사 장르의 온갖 클리셰를 동원한 졸작이라는 평을 면하기 힘들다. 2000년대 초에 이 초기작들에 대해 관심이 잠시 집중되어 그 속에 훗날 위대한 문학의전조를 발견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몇 가지 단편적인 지적들을 하는 데 그친 바 있다.

발자크와여인들

1820년대 후반에 발자크는 잠시 붓을 꺾고 돈을 벌기 위해출판사 경 에 뛰어들지만 엄청난 빚을 안은 채 곧 처참하게사업을 접어야 한다. 이런 쓰라린 경험이 걸작『잃어버린 환상』(1837~1843)에 담겨 있다.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것은 1829년에『올빼미 당원』, 그리고『결혼의 생리학』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 1830년대부터 그는 소설과 신문 사설을 병행하면서 활발한 집필 활동을 펼친다. 그의 작품 속의 섬세한여성 심리 묘사 덕분에 여인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고 당시 사교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부인들의 살롱을 드나들게 되어 많은 여성들과 교류하고, 연애하기도 한다. 그와 가까운 친구 사

이 던 여류 작가 조르쥬 상드를 위시하여 그가 접했던 여성들은 그의 작품에서 수많은 여성 인물들을 통해 형상화된다.그의 연인들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폴란드 대지주의 아내던 한스카 부인인데, 그녀가 1832년에 그에게 독자로서 편지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인연을 맺는다. 그 후 여러 차례 만나고, 18년 동안 400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우다가1850년, 부인의 남편이 죽고 9년이 흐른 뒤에야 결혼하기에 이른다. 발자크에게는 첫 결혼이었는데, 그가 그토록 고대하던일이 성사된 지 3개월 만에 죽는다.

『인간극(La Comedie humaine)』의탄생

발자크가 처음부터 자신의 작품들을 하나로 묶으려는 의도하에 창작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1835년에 발표된『고리오감』을 집필할 때, 『나귀 가죽』(1830), 『여성 연구』(1832)에

이미 나왔던 인물인 외젠 드 라스티냑을 재등장시키면서 이런수법을 총체적으로 도입하여 모든 작품을 아우를 거대한 파노라마를 구상하게 된다. 이에 따라 작품들을『풍속 연구』, 『철학 연구』, 『분석 연구』의 3개의 부분으로 크게 나눈다. 세 부분 중『풍속 연구』가 가장 방대하고, 『분석 연구』는 전체가 장편 소설 2권 정도의 분량 밖에 안 된다. 1843년 전집이 출간될때 붙여진 제목『인간극(La Comedie humaine)』은 단테의

『신곡』(불어로 La Divine Comedie)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다. 「『인간극』서문」에서 발자크는 작품의 의도를 다음과같이 밝히고 있다. “악덕과 덕성의 목록을 작성하고, 정념으로야기된 큰 현상들을 모으고, 성격들을 묘사하고, 사회의 주요사건들을 선별하고, 일관된 여러 성격상의 특징들을 결합시켜서 전형적인 인물들을 창조해냄으로써 나는 어쩌면 역사가들이 등한시한 풍속의 역사를 써낼 수도 있을 것이다.”나아가그는 동시대에 발달한 자연사 분야에서 행해지고 있었던 것처럼 인간을 여러 유형으로 나누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행동하며 느끼고 생각하는지 관찰하되 그것의 기반이 되는 숨은 인과관계, 원리까지 탐구하겠다는 포부를 피력하고

있다. 흔히 발자크의 작품에 긴 묘사들이 많아서 읽기가 힘들고 지루하다는 평도 있지만, 그의 묘사들은 인물들과 사건들이 그 물질적-사회적-역사적 배경 속에서 총체적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필요성에 기인한다. 이런 원리는『고리오 감』의초반에 하숙집 여주인 보케르 부인에 대해 하는 이야기에 잘요약되어 있다. “하숙집이 그녀를 내포하듯이, 그녀의 온 존재가 하숙집을 설명한다.”

타락한사회의초상

이렇게 발자크는 스탕달에게서 시작된 프랑스의 사실주의소설을 더욱 발전시켰다. 인물들, 그리고 그들이 겪는 운명을스탕달보다 한층 더 심화되고 치 한 형태로 당대의 역사, 사회적인 환경 속에 위치시킨다. 따라서 그의 작품의 줄거리를이루는 사건들은 대체로 비장하거나 특별한 원인에 의해 유발되기보다는 근대 사회의 일상적이고 소소한 일들 안에 깃든작은 드라마들이다. 예컨대『적과 흑』의 주인공 쥘리엥 소렐이 그래도 예외적인 인물이라면, 『고리오 감』의 라스티냑은훨씬 평범하다. 전자가 끝내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파멸했다면, 후자는 사회의 장단에 맞춰서 순조롭게 적응한다. 사회에 대한 발자크의 시선은 비관적이다. 배금주의, 권력욕, 이기주의가 팽배한 세계에서 파렴치하고 교활한 자는 이기고 정직하고 선한 자는 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에 대해 어떠한 교훈이나 위로도 없이 냉소적으로 바라볼 뿐이다. 아이러니, 시니시즘이야말로 발자크의 문체를 특징짓는다고 할 수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은 뒤로 갈수록 더욱 어두워져서, 말기의 걸작들, 『사촌 베트』(1846), 『사촌 퐁스』(1847),그리고 미완으로 남아 사후에 출판된『농부들』(1854)은 인간적인 악의 극치가 일상 속에 자리 잡은 광경을 보여준다.

계시자로서의발자크

그러나 발자크의 작품을 한두 가지 특성으로 정리하기는 불가능하다. 『인간극』에는 선한 인물도 많이 등장하고, 유토피아적인 주제를 담은 소설들도 있다. 그러나 발자크의 선인들이 악인들에 비해 선명하게 기억되지 않고, 『시골 의사』(1833), 『마을 사제』(1841), 『현대사의 이면』(1848)과 같은 건설적인 작품들이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만보더라도, 이런 경우에 발자크의 예리함과 통찰력이 다 발휘되지 않았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 외『인간극』에는 온갖주제들이 얽혀 있어서 단지 당대 사회의 보고서로만 읽어서는안 된다. 연애 소설, 심리 소설, 모험 소설, 역사 소설, 철학 소설 등 그의 작품들 안에 여러 성격들이 공존하고 있다. 특히

『철학 연구』에 속하는 소설들은‘사실주의 소설’들과는 판이한 면모를 지니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신비주의, 환상성, 스베덴보리주의(신비주의가 가미된 기독교의 한 형태로 스웨덴철학자 스베덴보리가 창시함)가 가미되었다. 이런 작품에서발자크는 눈에 보이는 현상들의 숨은 근원들을 탐색하고자 했다. 그에게 정신과 물질은 연결되어 같은 법칙에 따르므로,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현실과 연관된‘초현실’까지 꿰뚫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시인 보들레르는 다음과 같이 평하지 않았던가. “나는 발자크가 뛰어난 관찰자로서 명성이 높다는 점에 매번 놀란다. 내게는 그의 가장 큰 장점이 계시자, 그것도 열정적인 계시자라는 데 있다고 여겨진다.”

정 예 / 서울대학교불어불문학과교수

인문학술❶19세기 프랑스 문학

프랑스 소설의 거인, 발자크

19세기 프랑스는 사회·정치사 측면에서 보면 격동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프랑스의 많은 정치적 변화는 비단 당대만

이 아니라 후대까지 많은 향을 끼쳤다. 문학 또한 마찬가지로 많은 뛰어난 작가들이 등장해 작품 활동을 함으로써 후대

까지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본보에서는 19세기 프랑스 문학가 가운데 소설가와 시인, 각 1명을 선정해 그들의

작품세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발자크의 초상화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1842년 초상화

Ⓒ blog.naver.com/misope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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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 선구자 시인 중 한 명으로 일컬어지는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 1854~1891)에 대해 언급할 때, 그의 문학 세계보다는 먼저 그의 삶에서의 많은 일화와 더불어 반항과 방랑의 부단한 동적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곤 한다. ‘바람 구두를 신은 사나이’, ‘나그네’, ‘행려 편집광자’, ‘자유의 불사조’그리고‘떠도는 유대인’이나‘혜성’등과 같은 별명들은 바로 시인의 반항과 방랑 이미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랭보의 삶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반항과 방랑의여러 모습은 그의 시 세계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특징 중 하나인 동적 이미지와 접한 관계를 지니고, 이로 인해 다른 시인들에 비해 아주 짧은 문학 생애와 적은 작품들에도 불구하고시인 랭보가 프랑스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가늠케 해주고 있다.

랭보는 1854년 북프랑스 샤를르빌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부터 직업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그리움과 혼자서 가정을 이끌어 가야 하는 어머니의 차가운 성격과 기독교적 엄격함에 대한 반항과 저항이 나타나기 시작해서, 그의 초기 시에 이런 성향이 잘 드러나 있다. 랭보는 학교에서 뛰어난성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이 시기에 벌써 그는 라틴어 시를쓰기 시작한다.

16세가 되던 1869년은 랭보에게 있어 의미 있는 한 해가 된다. 1월에 프랑스어로 된 그의 첫 시작품인「고아들의 새해 선물」이 발표되고, 후에 시인의 시 세계에 커다란 향을 미치며스승이자 친구 관계로 지내게 되는 수사학 선생 조르쥬 이장바르를 만나게 된다. 1870년에는 당시 고답파의 거장 테오도르 드 방빌에게 자신의 시들을 보내 시인의 꿈을 이루려고 했으나 성사되지는 않는다. 이어 보불전쟁과 파리 코뮌의 와중에 랭보는 가출을 하며 그 경험들을 통해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바로 이 시기에 쓴 시들이 시인의 초기시의 대부분을이루고 있다.

바람구두를신은사나이 - 반항과방랑

1871년은 랭보에게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이 시기를전후로 랭보는 결정적으로 고답파적 경향의 시 세계를 버리고그의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추구하게 된다. 그는 당시 파리 문학계의 유명 인사 던 베를렌에게 편지를 하고,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취한 배」와 함께 파리로 올라가 그를 만난다. 이후는 그 유명한 두 사람 사이의 일화가 펼쳐지게 된다. 방금 결혼해 신혼 가정을 꾸리고 있고 랭보보다 10년이나 연상인 베를렌은 가정을 버리고 랭보와 함께 유럽 전역을 같이 돌아다니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의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고 또한 서로 추구하는 문학적 성향도 달라서, 결국은 다툼으로 브뤼셀에서 베를렌이 랭보에게 총을 쏘고, 이로 인해 베를렌은감옥에 가게 되고 랭보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 때 고향에서쓰게 되는 작품이 바로『지옥에서의 한 철』로서, 시인 자신이유일하게 펴낸 산문 시집이다. 이 후 둘 사이의 관계는 거의왕래가 없었고, 랭보는 여전히 그 특유의 방랑벽으로 또 다시다른 시인과 유럽 전 지역을 돌아다니는데, 이 때 쓴 시가 바로 그의 사후에 나오게 되는 시집『일뤼미나시옹』이다. 시인의 나이 25세 다. 이어 그는 문학 세계를 완전히 버리고 다른일을 하게 된다. 유럽 전역은 물론, 중동 그리고 자바 지역 등을 전전하면서 노동자, 용병, 건축 감독 등으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프리카에서 무기 거래를 하며 상인으로일을 하다 병이나 프랑스로 돌아와 다리 절단 수술을 받고 곧이어 사망을 한다. 37세의 나이로…….

시인의본질: 투시자(voyant)

그렇다면 과연 시인 랭보에게 있어 이러한 부단한 떠남 또는 방랑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시인의 목표는 바로‘미지’에 도달하는 것인데, 이것은 현실이라는 외관상의 본질의 부분적 투 을 통해서는 이루어 질수 없는 것이다. 모든 사물들, 규칙에 얽매여 있는 현실이라는허구의 본질을 제거하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시인에게 필요했던 것은 바로‘파괴’ 다. 다시 말하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현실과 전혀 다르고 동떨어진 세계를 순수하게그리기보다는, 그 새로운 세계의 출발이 되는 현실 세계를 분해하고 해체하여, 자신이 의도하는 새로운 시 세계의 구성 요소를 찾아내고, 바로 이렇게 얻어진 시적 요소들을 가지고 시인 고유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방법은 완전한 허구의 세계가 아닌, 현실로의 출발과 그 재구성, 재배치를 통해, 시인이 벗어나려는 현실 외관 너머의 가능한 새로운 세계를 재창조하려는 의도 또한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일명「투시자의 편지」(1871년 5월 13일과 15일 편지)에서보이듯, 랭보에게 있어 시인이란 바로‘투시자’, 즉 진정한 현실성과 접촉시켜 줄 수 있는 기능들을 머릿속에서 깨어나게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작가’이며‘창조자’인 시인은 자기‘ 혼’을 인식하는 것에만 만족하면 진정한 시인이될 수 없다. 즉 투시자가 된다는 것은 혼의 인식뿐만 아니라, 시인 자신의 혼을 제대로 인식하고 나아가서 그것을 확인하고 발전시킴으로써, ‘기괴한 혼’을 만드는 것까지 고나간다. 이때 기괴한 혼을 만든다는 것은 바로 자신의 정확한 인식으로 출발하여 모든 대상을 눈에 보이는 현상과는 다르게 관찰할 수 있고, 또 그 현실의 모습 너머 감지할 수 있는숨겨진 다른 모습을 투시자로서 본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시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추구해야 하는 것이며, 의지적 활동의 사물이고 정확한 의미, 즉 무의식이 우리에게 우연히 전달해 주는 이미지들의‘체계적인 발전’속에서 실행되는것이다. 그것은 바로‘모든 감각의 오래되고 광대하며 추론된착란’에 의해서 실행된다. 바로 이‘해체’라는 시적 방법이 랭보 시 세계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를 이루고 있다.

프로메테우스와미래의시인

따라서 시인은 불의 도둑인 것입니다.그는 인류를, 심지어 동물들까지도 책임지고 있습니

다. 그는 자기가 만들어 낸 것을 느끼게 하고 만지게 하며 듣게 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가 저곳에서 가지고오는 것이 형체가 있다면 그는 형체를 부여하고, 만약그것이 형체가 없으면 형체 없는 것을 부여하게 됩니다. 언어를 발견해야지요.

-결국 모든 말들은 사상이기 때문에, 보편적 언어의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중략)

그런 언어는 혼에서 혼으로 전해지며 모든 것,즉 향기와 소리 그리고 색깔들을 함축하며 생각과 생각을 연결시켜주고 끌어내게 될 것입니다.

-「투시자의편지」중-

랭보에게 있어 시인은 불의 도둑인 바로 프로메테우스가되어야 하는 것이다. 시인은 다른 편지에서“나는 일하는 사람이 될 겁니다. 바로 그 생각이 나를 사로잡고 있지요”라고 자신의 미래를 말하고 있다. ‘일을 한다’는 개념이 후에 문학의세계를 버리고 현실의 삶에 뛰어든 그의 실존적 삶이건, 시인의 후기 시 세계가 보여준 시적 태도이건 간에, 그의 시적 세계의 변화는 바로 이‘일’의 개념과 접한 관련이 있다. 예언자, 마술사 그리고 초월적 신의 위치에서 시인의 모습은 바로후기 랭보의‘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시인의 모습과는 대립이된다. 왜냐하면 예언자나 마술사 모습으로서의 시인은 현실을떠나 초월적인 예지와 감으로 나타나‘일’의 개념과 동떨어진 시인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전의 시 세계에서 랭보 자신은 바로 예언자나 마법사로서 너무나 초현실적이고 환 적인 시를 보고 그것이 바로 정신적, 예술적 갈등을 그린『지옥에서의 한 철』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투시자 이론’은, 그때까지 추구한 자신의 시 세계에 대한 후회와 반성을 보여주는시집『지옥에서의 한 철』에서 다시 새로운 시적 세계를 보여주는 시집『일뤼미나시옹』을 거치면서 초월과 감을 지니는예언자나 신의 모습으로서의‘오르페우스적 시인’으로부터,먼저 시인 자신의 철저한 인식 아래 현실을 직시하고 그 현실의 해체와 재창조를 통해 새로운 시 세계를 창조하려는‘프로메테우스적 시인’으로의 변화상을 보여주며 현대적 시인상을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또 다시 이러한 이 시인의 모습을이제는 문학과 완전히 단절된 현실의 세계에서 보여주게 된다. 특히『일뤼미나시옹』의 많은 시들은 랭보가 어느 한 곳에머무르지 않고 항상 다른 것을 찾아 떠나려는 경향을 보여주는데, 예를 들면 시「민주주의」에서“이곳은 안녕,…(중략) 그것은 진정한 행군이다. 앞으로 전진!”이라 외치면서, 이번에는 원히 문학의 세계를 떠나 현실적, 실존적 삶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문학에서 시인으로서의 자신을 해체하고 현실에서 일상인으로서의 랭보를 재창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비록 랭보가 후에 문학 세계와 완전히 결별했지만, 그의 전체 삶에서 조망하면 결국은 문학과 삶의 단절이라기보다는 문학에서 현실 삶으로의 진행이며, 시인 자신을 포함한 기존의 모든 것에 대한 끝없는 파괴, 해체 그리고 재창조의 여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곽 민 석 / 연세대학교불어불문학과강사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L'homme aux semelles de vent)

결국‘투시자이론’은, 초월과 감을지니는예언자나신의모습으로서의‘오르페우스적 시인’으로부터, 먼저 시인 자신의 철저한 인식 아래 현실을 직시하고 그 현실의해체와 재창조를 통해 새로운 시 세계를 창조하려는‘프로메테우스적 시인’으로의변화상을보여주며현대적시인상을개척하고있는것이다.

인문학술❷19세기 프랑스 문학

학 술 vol.200 2014. 05. 07 (수요일) 05

◀베를렌이 그린 랭보의 일러스트. 아르튀르랭보라는 이름 밑에 서명된‘P. V.’가 폴 베를렌의 그림임을 보여준다.Ⓒ blog.naver.com/jmy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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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도심지 한복판에 원형의 커다란 구멍, 일명 싱크홀이 발생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전 예고없이 갑자기 발생하는 싱크홀이 도시에 발생될 경우 큰 인명및 재산 피해가 발생하므로 시민들에게 큰 불안을 줄 수 있다.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탐지하거나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본보에서는 싱크홀의 종류, 발생원인 및 탐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싱크홀이란?

싱크홀(Sinkhole)이란 짧은 시간에 땅이 지하의 빈 공간으로 무너져 생기는 원형 구멍 또는 지반침하를 의미한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싱크홀은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지하수에 의한 풍화작용으로 녹아내려 형성된 커다란 구멍이 상부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순차적으로 상부 지반이 붕괴된다.싱크홀의 종류는 발생과정에 따라 크게 용해성(Solution

Sinkhole)과 붕괴성(Collapse Sinkhole)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용해성 싱크홀은 지하수로 인하여 석회암과 같은 용해성암석이 용해되어 발생하는 형태로 석회암 층 위에 퇴적층이거의 존재하지 않아 붕괴까지는 이르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붕괴형 싱크홀은 두꺼운 퇴적층이 석회암이 용해되어 생기는 구멍(또는 동굴)으로 천천히 침하되거나(Cover-subsi-dence) 또는 갑자기 빠져 들어가면서(Cover-collapse) 발생되는 형태를 가진다. 또한 붕괴형의 경우 폭우, 가뭄, 과적차량하중 등으로 인한 급격한 지반상의 변화로 인하여 발생하기도 한다.

싱크홀형성과정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싱크홀은 풍화와 침식의 과정을 통해서 주로 발생한다. 우선 암반 또는 상부퇴적물에 안정되게 존재하는 공동(空洞)이 지하수의 유입으로 장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침식된다. 이러한 공간이 커짐에 따라 상부 토사층의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어느 순간 붕괴된다. 이와 동시에 상부

토사가 갑자기 공동하부로 유입되면서 상층부에 커다란 공동이 발생하게 된다. 석회암 지대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은 특별한 전조현상 없이 발생하며, 발생 후 주변부가 계속 무너지면서 구멍이 계속 커지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따라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싱크홀은 물에 의한 침식이 쉽게 발생하는 석회암이나 사암지대에서 주로 발견된다.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미국 플로리다 석회암 지대로 자연 발생한 싱크홀 카르스트(Karst) 지형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원도와 경상북도 일부 지역이 여기에 속한다.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싱크홀과 달리 지하 공간 개발, 지하

수 유출 등과 같은 인간 활동에 의해서도 싱크홀이 발생된다.대표적인 예로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인하여 지하에 공동이생기거나 지반의 지지력이 약화되어 상부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기도 한다. 또한 상하수도관과 같이 지하에 설치한많은 매설물이 파손되면서 싱크홀이 발생되는 사례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2013년 캐나다 154번 고속도로에서 도심지 붕괴형 싱크홀이 발생한 사건이다. 이 사건의 원인으로는 사용기간이 50년 된 노후 지하 배수관이 파손되면서상부의 도로구조체 및 차량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지반이 무너지면서 차량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간 활동에의한 싱크홀은 주로 도심지에서 발생하고, 최근 발생 빈도가급격히 증가하여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슈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싱크홀발생사례

자연적인 싱크홀 중 최대 크기는 베네수엘라에 발생한 것으로 지름과 깊이가 무려 350m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층이 대부분 단단한 화강암 또는 편마암층으로 이루어져 자연적인 싱크홀이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남 무안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20여 차례 싱크홀이 발생된 것으로 나타났고,2013년 충청북도 청원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하 다.도심지형 싱크홀로는 2010년 과테말라 도심지에 지름 30m,

깊이 60m의 대형 구멍이 발생하 다. 2007년과 2010년에 과테말라에서 발생한 싱크홀의 경우 허리케인이 쏟아 부은 빗물이화산재 층을 함몰시켜 만든 경우이다. 또한 무분별한 지역 개발로 인한 지하수 고갈로 인하여 지반이 무너지는 경우, 공사도중 상하도관의 누수로 인한 지반약화, 공사 중 발파시의 충격으로 인한 지반붕괴 등 다양한 원인들이 있다. 예를 들어2012년도 인천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인근 지하철공사장의 지반붕괴로 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에서 지난 5년간 발생한 크고 작은 도심지형 싱크홀만 133건으로 나타났다. 따라서최근 들어 많이 발생하는 도심지형 싱크홀은 무분별한 개발과이에 대한 충분한 사전적인 대책의 부족으로 인한 인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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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Sinkhole), 자연현상인가 인재(人災)인가?

과학학술

싱크홀싱크홀(Sinkhole)은 본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구덩이로 산과 들, 바다 어느 곳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자연현상이지만 최근에는 도심

지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으며 그 규모 또한 커져 재난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도심지의 무분별한 개발과 공사는 싱크홀 형성

의 가능성을 높이므로 싱크홀에 대해 앞으로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이번 호에서는‘싱크홀’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고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현상에 대한 재고의 기회를 갖고자 한다.

▲싱크홀의 종류 ⓒ2014, USGS

▲붕괴형 싱크홀 생성과정(위, 석회암 지대 / 아래, 도심지) ⓒ 2006, The Society of Exploration Geophysicists, www.ottawacitizen.com

ⓒwww.dailymail.co.uk, www.imbc.com, news.nationalgeographic.com

▲최근 발생한 대표적인 싱크홀

Dissolution

Cover-collapse

Cover-subsidence

베네수엘라

서울

청원

과테말라

“2012년 2월 인천 시내 한 가운데 길이 10~40m, 깊이 20m 크기의 구멍이 발생하여 지나가던 오토바이운전자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 다.”(뉴스한국,2012)

“2014년 2월 미국 켄터기주 한 박물관에 깊이 9m의거대한 구멍이 발생하여 전시중인 차량이 추락하는사고가 발생하 다.”(New York Times,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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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 있다. 특히 노후된 상하수도관은 도심지형 싱크홀의 주범으로 볼 수 있다. 상하수도관의 수명은 약 20~30년으로 서울시의 경우 1980~1990년대 집중적으로 매설된 수도관들이거의 한계수명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낡은 관의부식으로 누수된 물이 주변 토사와 함께 이동하게 되어 공동이 발생하게 되고, 상부 하중을 견디지 못하게 되면서 지반이붕괴된다. 따라서 이러한 노후된 수도관들의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싱크홀이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측할수 있다. 또한 인구증가로 인한 지하수 개발이 싱크홀의 한 원인이

다. 땅속은 2.5m 깊이마다 압력이 1기압 씩 증가하므로 25m깊이의 암반층에는 10기압이 가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사용함에 따라 이러한 기압을 버텨내던 지하수위가 낮아지거나 사라지게 되므로 막대한 지반의 압력을 버텨내지 못하고 붕괴되게 된다.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이이와 같은 지하수의 개발로 인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서울시에서 하루 17만 톤, 연간 6천 500만 톤의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지하수위 저하로 인한 지반침하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싱크홀탐사방법

인구 도가 높은 도심지에 생기는 싱크홀은 주변 건물 붕괴또는 교통에 혼란을 주는 등 큰 재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싱크홀이 발생하기 전에 이를 발견할 수 있다면 붕괴를 예방할 수 있는 보강대책을수립할 수 있기 때문에 싱크홀 발생 여부를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현재 얕은 지하에 존재하는 공동의 위치 및 크기 등을 조사하기 위하여 다양한 종류의 비파괴시험 방법들이이용되고 있다. 가장 정확한 조사 방법으로는 싱크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곳에서 시추조사를 실시하여 직접적으로 공동이나 붕괴위험을 조사할 수 있으나 광범위한 대상에 대한전수조사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추조사가 오히려 붕괴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위험지역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조사범위가 넓고, 빠른 물리탐사를 통한 비파괴시험 방법이 선호되고 있는 실정이다. 싱크홀이 발생되는 지반에서는사전 징후로서 흙의 도가 낮아지거나(또는 공극률이 커지

거나), 강도가 약해지므로 불규칙적인 지반 침하가 발생한다.따라서 흙의 도, 공극률, 강도 등의 변화에 민감한 시험 방법이 선호된다. 가장 일반적으로 추천되는 물리탐사 방법으로는 지표투과레이더(Ground Penetrating Radar, GPR), 전기비저항 토모그래피(Electrical Resistivity Tomography,

ERT), 탄성파 탐사가 있다. 이러한 시험방법 중 지표투과레이더 시험은 조사특성상 이

동형 차량에 설치하여 주행 중에 시험을 실시할 수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조사 속도가 빠르고, 조사 범위가 넓어 도심지와같은 곳에서 활용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표투과레이더는 전자기파를 지표면으로 방사시킨 후 반사 또는 투과된파의 속도 및 형상을 분석하여 지하수위, 지하매설물 및 공동위치, 기반암 및 단층 위치, 터널 라이닝, 콘크리트 피복 등을추정할 수 있다. 지반조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50~500MHz의중심주파수를 가지는 안테나가 사용되는데 주파수가 낮을수록 조사 심도가 깊어지는 반면에 깊이별 해상도는 낮아지게된다. 예를 들어 200MHz 안테나의 경우 조사 심도가 약5~10m 이고, 깊이별 해상도는 약 20~40cm이다. 공동이 발생한 위치에서 실시한 GPR 시험 결과를 살펴보

면 반사파의 신호가 강하게 수평으로 나타나는 부분에 점토층이 위치하며 원으로 표시된 부분과 같이 일부구간에서 침하가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이곳을 굴착하여 확인한 결과 커다란공동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측선을 설정하여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지반침하로 인한 공동의 위치와크기를 3차원 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Dobecki andUpchurch 2006). 국내의 경우 싱크홀 탐사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서울시

에서 접촉식 400MHz GPR 시스템을 이용하여 도로에 발생된 싱크홀의 유무와 도로하부 상태를 진단하여 향후 붕괴 가능성을 진단하고 있다. 도로의 경우 조사 연장이 매우 길기 때문에 차량에 장착하여 조사하거나, 카트를 이용하여 조사할수 있다. 이러한 조사를 통하여 도로 하부에 발생한 싱크홀 위치, 크기, 주변 침하정도를 확인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싱크홀은 갑자기 발생하는 현상이므로

현재까지 이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미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et PropulsionLaboratory)에서는 LA의 Bayou Corne 지역과 Louisiana지역에 대한 항공기 탑재 레이더(Airborne RADAR) 데이터를 분석하여 거대한 싱크홀의 발생 전조를 예측하여 주민들이미리 대피할 수 있었다고 알려졌다. 싱크홀의 발생을 예측한방법은 C-20A 제트기에 탑재한 무인항공합성개구레이더(Uninhabited Airborne Vehicle Synthetic ApertureRadar, UAVSAR)로부터 획득한 상자료를 분석하여 지구표면의 아주 미세한 변형을 측정하 다. 이러한 변형량을 지속적으로 추적 조사하여 루이지애나의 경우 싱크홀이 발생하기 한 달 전에 싱크홀이 발생되는 지점 쪽으로 수평방향260mm의 움직임을 포착 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NASA 연구진은 이러한 지표면의 전조 움직임을 통하여 대형 싱크홀의발생을 예측할 수 있다고 보고하 다.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지만 NASA에서 싱크홀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함

에 따라서 앞으로 GPR을 통한 도심지형 싱크홀 평가뿐만 아니라 SAR을 이용한 싱크홀 사전 예방 기술이 개발된다면 재해 예방 및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백 종 은 / 한국건설기술연구원수석연구원

학 술 vol.200 2014. 05. 07 (수요일) 07

인구 도가높은도심지에생기는싱크홀은주변건물붕괴또는교통에혼란을주는등큰재해로이어질수있으므로이에대한철저한대비가필요하다. 특히싱크홀이발생하기전에이를발견할수있다면붕괴를예방할수있는

보강대책을수립할수있기때문에싱크홀발생여부를조사할수있는방법이필요하다.

ⓒ2006, The Society of Exploration Geophysicists

▲지표투과레이더(GPR)를 이용한 공동 탐사

▲접촉식 GPR 시스템 : GPR 조사 장비

1) 이슬, 순식간에 아스팔트 도로 집어 삼킨 싱크홀, 뉴스한국, 2012년 4월 12일

2) Benjamin Preston(2014, Apr 24), “Wheelies: The Sinkhole Muse-um Edition,”The New York Times.

3) U. S. Geological Survey (USGS) (2014, Oct 7), Sinkholes.

4) Cockburn, N (2013) Better record management, inspectionsamong ways to prevent another sinkhole: staff, Ottawa Citizen

5) 김윤미, MBC 뉴스데스크 '숨겨진 도심 폭탄' 싱크홀, 대책은?,2013년 9월 3일

6) Cathleen E. Jones and Ronald G. Blom (2014,Feb) “BayouCorne, Louisiana, sinkhole: Precursory deformation measured byradar interferometry,”Geology, 42, pp·111~114.

7) Harrington, J. D. and Buis, A. (2014, Mar 6) “That Sinking Feel-ing-NASA Radar Demonstrates Ability to Foresee Sinkholes,”NASA news

8) Buttrick, D. B. and Van Schalkwyk, A. (1995) “The method ofscenario supposition for stability evaluation of sites on dolomiticland in South Africa,”Journal of The South African Institute of CivilEngineers, 37(4), Fourth Quarter.

9) 커다란‘포트홀’피하는자동차들, 이투데이, 2013년 2월 5일

10) 정호령, 임효숙 (2009) 외국 SAR 위성의 기술개발 동향, 항공우주산업기술동향, 7(2), pp·25~32.

11) Dobecki, T. L. and Upchurch, S. B. (2006) Geophysical appli-cations to detect sinkholes and ground subsidence, The LeadingEdge, March 2006, pp·336~341.

참고문헌

■포트홀(Pothole)

최근 도로 표면에 움푹 파인 포트홀이 자주 발생하여주행 중 타이어가 빠져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사회적인문제가 되고 있다. 포트홀과 싱크홀은 원형의 구덩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발생원인, 크기 등에서는 거의연관성이 없다. 일반적으로 포트홀은 작은 규모이고,아스팔트 도로에 발생한 균열부로 침투한 물로 인하여결합력이 약화된 표층재료 일부가 차량하중에 의해서떨어져 생성된다.

■합성개구면레이더(SAR)

합성개구면레이더(SAR)는 대표적인 상레이더로서항공기나 위성에 탑재하여 넓은 지표면 역에 대한전장 정보를 획득하는 데 사용된다. SAR은 악천후와야간에도 관측을 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이러한SAR은 1950년대에 Doppler Beam Sharpening이란개념을 이용하여 개발된 이후 꾸준히 개발되어 현재상용용 및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정호령, 임효숙 2009).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에 발사된 다목적실용위성5호(아리랑5호)에 국내 최초로 1m 해상도의SAR을 탑재하여 지구관측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tip

2차원 GPR 신호

3차원 GPR 상 데이터

이상대 굴착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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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평08 2014. 05. 07 (수요일) vol.200

누군가가 겪은 폭력적 경험이 사회의 문제와 조우한다면, 그래서 그 폭력을 다른 이들과 공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화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이수진 감독의 첫 장편 화 <한공주>를 보고 나서 떠오른 궁금증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공주>는 2004년 양 성폭행 사건을 모태로 하고 있다. 이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미성년자라는 사실과 가해자가 집단이라는사실로 인해 우리 사회를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어떤 이들은 가해자들의 학부모에게서 극단적 개인주의를 읽어냈으며 몇몇은 경찰과 사법부의 행동에서 사회 제도에 대한 불신을 발견했다. 요컨대 양 성폭행 사건은 피해자 개인에게 일어난 폭력인 동시에 공동체의 도덕성에 균열이 가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궁금증에 대한 답을 모색하기 위해 잠시 한국 화의 풍경을 살펴보자. 한국 화의 최근 경향은 사회적으로 공유해야 할 기억을 찾아서 재현하는 것이었다. 그 기억의 범위는 아동 대상의강력범죄(<도가니>(황동혁, 2011), <돈 크라이 마미>(김용한, 2012), <공정사회>(이지승, 2012)등)부터 역사적인 사건(<26년>(조근현, 2012), <남 동 1985>(정지 , 2012))까지 실로 다양했다. 어떤 화들은 스릴러의 외피를 뒤집어쓰고 장르 유행을 선도했으나 또 다른 화들은 정의감에 무장한 채 관객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이 화들에서 흥미로운점을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극적인 이미지와 고통의 스펙타클을 스크린에 전시하고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 화는 타인의 불행을 관객들의 공분(公憤)을 자아내는 땔감으로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에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첫 문장에서 제기한 물음의 근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타인의고통을공유하기의어려움

이러한 물음을 안고 전제조건을 다듬어 보자. <한공주>를 비롯한 유사 화들의 목적은 피해자가 경험한 과거의 폭력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지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가 폭력을망각하는 것을 방지하고 폭력에 갇혀 사회 밖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피해자들을 다시 포용하고자 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화나 소설을 통해 대중이 공유하는 이야기가 타인이실제로 경험한 폭력이라는 점이다. 이야기를 통해 사건에 접근하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접근일수밖에 없으며, 타인의 고통을 직접 체험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에 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사건의 폭력성에 대해 공감하고 사고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해나가야만 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다. 대중매체를 통해 공유하려는 노력에는 폭력을 가능한 완벽하게 표현하려는 욕망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오카 마리는『기억 서사』에서 이 욕망이망각의 폭력을 부추기는 요인이라 말한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재현한다는 명분 아래 만들어진 화나 소설이 오히려 피해자들이 경험한 폭력에 거짓된 의미를 둘러씌운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건을 경험한 이들의 기억 대신, 다른 이들의 의미가 마치 그 사건의 전체이고 진실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들어 사건 내부의 진실에 다가가는 길을 차단하게 된다. 화나 소설이 재현한사건이 전체 사건의 전부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 그런 화들은 관객을 하나의 반응을 보이도록 이끌면서 진 선택을 강조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화가 고통을 스펙타클로 전이하는 태도를 경계하는 동시에 화의 서사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끊임없이떠올려야 한다.

이러한 전제 아래에서 <한공주>를 살펴보자. 세상을 향해 날카로운 날을 세우고 있는 공주

(천우희)는 새로운 도시로 전학을 오게 된다. 그녀는 과거에 경험한 폭력때문에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녀에게 무관심하며때론 그 무관심이 그녀를 과거의 기억으로 견인한다. 그녀는“저는 잘못한게 없어요”라고 외치지만 항상 어딘가로 도망쳐야 하는 신세이다. 이처럼 <한공주>는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이차폭력을 서사의 중심에놓고 있다. 여기서 먼저 생각해 볼 것은 화가 주인공의 과거를 관객에게보여주기 위해 폭력을 직접적으로 재생산하는지의 여부이다. 피해자 서사이니 당연히 그 장면이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공주>는 이 점을 상당히 경계하면서 민감하게 보일 수 있는 지점을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교묘하게’라는 표현을 쓴 것은 타인의 고통을 보듬으려는 시도 아래에 화의 민낯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가장(假裝)된시선과위선(僞善)의형식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은 <한공주>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을 면 히 따져보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선생님과 함께 새로운 곳으로 떠나기 위해 공주가 짐을 싸는 장면에서 선생님은 벽에 걸린 선풍기를 바라보며“이거 고장났어?”라고 말한다. 그러면 공주가 선풍기를 바라보는 장면이 이어진다.선풍기는 바람을 내뿜고 있지만 고개는 돌아가지 않는다.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는 선풍기를 공주는 무심히 지켜본다. 이 편집의 순서는 선풍기가 고개를 돌려 공주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선풍기는

화 후반부에 다시 등장하는데, 처음과 완전히 상반되는 이미지로 작동한다. 마지막 장면의카메라는 공주가 겪었던 폭력의 순간을 재현하고 있다. 이때 카메라는 선풍기의 시선이 되어사건이 벌어지는 풍경을 직시하고 있다. 첫 장면에서 공주를 바라보지 못했던 선풍기는 왜 결정적인 장면에서 그녀를 응시하는 것일까? 이것은 어떻게 해서라도 관객에게 그 사건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지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의지는 사람이 아닌 기계(선풍기)의 시선을 경유한다. 기계로 가장(假裝)된 시선이 관객을 윤리적인 책임감에서 멀어지게 만든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 없다. 보고 싶어서 본 것이 아니라 회전하는 선풍기 바람에 폭력을 우연히 목격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속임수의 시선은 누구의 것일까? 마지막 장면을 살펴보자. 화 속 은희(정인선)는공주의 과거를 전혀 모르고 있다. 은희는 공주가 음악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고그녀를 성심성의껏 도와준다. 그런 은희를 유일한 친구로 생각한 공주는 그녀에게 자신의 죄의식을 은 히 고백한다. 똑같은 폭력을 당한 친구의 마지막 전화를 외면했다는 것이 그 내용인데, 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은희를 비슷한 상황에 던져 놓는다. 이 상황에서 은희도 공주와 똑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공주의 모습 대신 파문으로 일이는 강물을 잠시 보여준다. 그러면 물속에 가라앉았던 공주가 강물 위로 떠올라 수 을 시작한다. 이때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으로 공주를 응원하는 구호가 들리기 시작한다. 화에서 공주는 항상 수 보조 기구를 들고 있었으며 단 한 번도 수 에 성공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그렇기 때문에 한강에서 능숙하게 수 하는 공주의 행동은 감독의 환상이 개입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환상의 개입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자. 화는 2시간 남짓의 시간을 할애해 공주의 고통과 좌절을 반복하는데, 그것은 관객에게 일종의 책임의식과 부채감을 형성하게 만든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공주는 갑자기 능숙하게 수 하기 시작하고, 응원의 목소리가 비디제시스사운드(non-diegesis sound, 서사 공간 바깥의 사운드)로 스크린 전체에 울려 퍼진다. 그 순간, 그녀가 죽지 않고 떠오른 것을 확인한 관객은 폭력의 연루에서 벗어나게 되며 응원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응원 구호가 화면 속 인물에게 들리지 않는 서사 공간 바깥의 사운드로 오로지관객들만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말하자면 이 화의 마지막 응원 시퀀스는 화면 속인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주를 응원하고 있다고 믿는 화면 밖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다.

상처를 치유하자는 명목으로 타자를 재현하는 일은 항상 신중한 방식을 요구한다. 그 폭력의바깥에 있는 우리가 피해자의 경험을 온전히 경험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화들이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려고 애를 썼지만 닿을 수 없음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노력들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타자의 고통을 착취하여 정의로운 대의로 꾸며내는 일이다. <한공주>는 그 실패의 길을 당당히 걸어가고 있다. 사람들의 무관심이 그녀를 폭력으로 견인한다고 믿는 이 화는‘나는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며그들이 힘을 내기를 바라고 있다’라는 자기만족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피해자의 고통 보다 그들을 위로하는 자신의 모습을 더 사랑하는 태도는 타인을 고통의 경험 속에 원히 가두어 놓는 것의 또 다른 모습이다.

백 태 현 / 인하대학교문화콘텐츠학과강사

화비평 : <한공주>

위로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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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통한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발생 17일차,현재 70여 명에 달하는 실종자가 차가운 바다 속에 갇혀 있다.아직까지 단 한 명의 실종자도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면서, 형언할 수 없는 애통함과 분노가 실종자 가족은 물론 온시민을 사로잡고 있다. 이번 사고는 규모도 규모지만, 구조 작업에 대한 상식적인 기대가 완전히 배반당했다는 점이 우리를 더욱 원통하게 한다.

우리는 재난이 닥치면 냉혹한 자본주의의 현실이 잠시 중단되고,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도움으로 위기가 조속히 극복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사태에서 이러한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국가의 구조 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더디고 무뎠고, 계약이니 비용이니 하는 자본의 언어가심상찮게 들려왔다. 단적으로‘계약’을 통해 민간구난업체로선정된 업체가‘실적’을 위해 민간 잠수사들과 해군의 구조활동을 지체시켰다는 정황이 밝혀졌다. 평상시의 선박운행과안전관리는 물론 사고발생부터 구조 활동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고리들에서 부패와 유착관계가 존재했다는 사실도속속 드러나고 있다. 절체절명의 재난상황에서 생명보다 이윤의 논리를 앞세우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아니, 양심을 지닌 인간으로서 그런 행태가 가능하기는 한가?

사회를 유지시키는 이러한 상식적인 기초와 가치들이 무너졌다는 사실에 우리는 더욱 절망하고 있다. 그러나 비용절감과 수익극대화의 원리가 자본의 편에서는‘상식’이라는 점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교육, 의료, 교통, 치안 등 국민의 사회적 안전과 관련된 기본적인 활동들을 민간에‘아웃소싱’하는 신자유주의 국가에서 위험은 효율적으로 처리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된다. 계약을 맺어 위험을 관리하는 민간업체는 재난 상황을 이윤창출의 기회로 볼 뿐이며, 민간에 책임과 자원을 이양한 국가는 위험을 다스릴 예산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논리적 추론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분명한 역사적 선례들을 가지고 있다. 그 전형적인 사례를 신자유주의화가 극도로 진행된 미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카트리나, 인간이만들어낸재앙

2005년 8월, 미국과 멕시코 만 연안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전대미문의 사망자 수와 피해 금액을 기록했다. 남부지역의 루이지애나·미시시피·앨라배마·플로리다가 궤멸적인 피해를 당했으며, 특히 제방이 무너진 뉴올리언스 시는 도시의 80%가 수몰되었다. 미국 정부는 1천 명 이상의 사망자 수를 발표했고,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부 미국에서 수십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그토록 많은 희생자를 낸 주요원인은 연방재난관리청(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FEMA)의 늑장대응이었다. 많은 주민들이 폐허가 된 시내와 고속도로 등지에 내버려지고 수몰지역에 고립되었으나, 구조의 손길은 더디기만 했다. 허리케인이 상륙한지 5일이 지나서야 재해 지역에서 탈출하는 데 필요한 버스 1,000여 대가 파견되었다. 전기와 식수가 끊겨 많은 노약자와 환자들이 이미 유명을 달리한상태 다. 스리랑카에 쓰나미가 닥쳤을 때도 이틀 만에 구조지원을 했던 미국 정부가 어째서 자국의 도시에는 4~5일이나되어야 도착했는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가난한 흑인들의 거주지역이라 애초 부시 정부의 관심 밖이었다는 말이돌았고, 뉴올리언스 시민들은“국가가 우리를 버렸다”고 절망적으로 성토했다.

FEMA의 구호 대책이 그토록 무기력했던 구조적 요인으로 많은 이들이 민 화를 지목했다. 1979년에 설립된 FEMA의 애초 역할은 국가의‘모든 위험’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비하는 것이었고, ‘재해 완화에 1달러를 쓰면 재해 복구비용 2달러를 절약하게 된다’는 모토로 활발한 재해예방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그러나 2001년 부시 정권의 탄생

과 함께 FEMA의 권한 및 예산축소를 동반한 민 화가 진행되었다. FEMA에도‘경쟁’의 원리가 도입되었고, 주요 임무는 재해의 피해 축소와 인명 구조가 아니라 재해 대책 업무를경쟁업체보다 싸게 수행하는 데에 맞춰졌다. 카트리나가 닥치기 일 년 전인 2004년 루이지애나 주는 FEMA에 허리케인에 대처할 대비계획을 세울 자금을 요구했으나 정부에 의해기각되었다. 제방의 보수와 건설을 위한 예산이 거듭 깎이면서 방파제는 미완성인 채로 내버려지게 되었고, 결국 기상학자들의 예상대로 허리케인이 상륙했을 때 마을의 80%가 가라앉고 만 것이다. 예산도 전문가도 없이 형식적 권한만 남은FEMA는 재난 대처에 있어 관료적 무능함만을 표출했다.

도시의 제반 시설이 철저하게 파괴된 재난 상황은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사업기회로 여겨졌다. 도시의 치안을 담당하기 위해 용병업체인 블랙워터가 고용되었고, 재해민들에게이동주택을 제공하기 위해 민간 건설업체들이 고용되었다.이후 이러한 계약들에 대한 의회의 조사 결과‘과잉 청구, 과다 지출, 잘못된 운 ’들이 지적되었다. 거리의 시체를 처리하는 일을 맡은 한 장례 서비스 업체는 작업 속도가 너무 느렸으나, 구호직원들과 자원봉사 장의사들은 전혀 도움을 줄 수없었다. 이러한 활동이 그 업체의 상업적 역을 침범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구호작업의 민 화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이 입은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계약을 맺은 사기업에들어간 수백억 달러와 세금 부족을 충당하기 위해 2005년 11월 의회는 연방 예산에서 400억 달러를 삭감한다고 발표했다.삭감한 프로그램들 중에는 학생 대출, 의료 서비스 보조, 빈민무료식사권 등의 복지서비스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신자유주의시대의재난

카트리나 사태는 여러모로 세월호의 참상과 중첩된다. 국가가 사회 안전을 위한 핵심적인 기능을 민간에 이양한 결과,국가는 계약업자의 도움 없이는 그러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됐다. 이번 사태에서 구조 책임을 총괄해야 할 해경이

‘민간의 구조 능력이나 장비가 해경보다 더 낫다’고 시인한사실은 여러모로 징후적이다. 민 화를 통해 국가는 기능뿐만 아니라 책임마저도 민간업체에 이양한다. 그러나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는 민간업체는 사회적 책임 대신 계약사항에관한 책임만을 질 뿐이다. 게다가 재난 상황에서 독점적 계약

을 맺은 업체는 정부와 NGO의 지원을 고유한 상업적 기회에대한 침해로 여긴다. 세월호 사태는 민간자본에 대한 이윤추구 기회 보장의 원칙이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인명구조에 나선다는 상식을 어낸 단절적 계기로 기억될 것이다.

민 화가 공공부문의 비효율을 비판하며 권한을 대체하는 듯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관료와 공무원들이 민 화를 적극 추진하는 이유도 밝혀졌다. 수사결과 드러난 해수부 및해경 등 정부기관과 민간의 안전관리업체, 선박회사, 구난업체 등과의 복잡한 유착 관계에서 알 수 있듯, 민 화는 고위관료들에게 은 한 돈벌이 기회와 퇴임 후 재취업 자리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민 화가 공공성이나 책임성을 후퇴시키는 대신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고 세금을 절감시켜 주는 것도아니다. 정부는 민 화를 위해 기업들에게 초기자금을 제공할 뿐더러 독점적 사업기회를 유지시켜 주기 위해 언제든 세금을 퍼줄 용의가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01~2009년 전국29개 민간투자사업에 지급된 정부의 적자 보전금은 2조2천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민 화는 정부의 문제를 해결하는수단이 아니라, 기업과 관료의 유착을 통해 시민들의 부를약탈하는 수단에 다름 아닌 것이다.

안전을 위시해 시민의 기본적인 사회적 권리들이 자본의이윤증식 기회로 활용되면서, 빈민들이 우선적으로 사회적위험에 노출되고 가장 참혹한 결과를 감당한다. 안전도 돈을주고 각자 구입해야 할 서비스상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 시민들이 아니라 계약업체들을 상대할 뿐이다. 카트리나 사태 때 부자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호텔을 잡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차가 없거나 호텔을 잡을 돈이 없어 떠날수도 없었다. 비정규직 선장과 승무원들이 운항하고 가난한지역의 학생들이 저렴한 교통편으로 이용했던 세월호는 어떠한가. 또는 지난 두 달간 8명의 하청노동자가 안전사고로 숨진 현대중공업은 어떠한가. 부자든 빈자든 가리지 않는다는

‘재난의 민주주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더 이상 통용되지않는다. 사회적 위험은 계급에 따라 차별적으로 할당된다. 탈출비용을 댈 수 없는 이들은 버려진 채 죽음을 맞이하는 국가.우리는 국가의 구조를 기다리기 이전에 침몰 중인 이 국가를먼저 재구축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최 철 웅 / 계간《문화/과학》편집위원

문화비평:신자유주의와 재난

안전의 민 화, 위험의 계급화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는 시민들의 모습이다. ⓒblog.donga.com

비 평 vol.200 2014. 05. 07 (수요일)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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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획정돈이 잘 된 도시, 첨단 기자재가 제대로 갖추어진 학교와 병원, 그리고 구조적으로 완전해 보이는 조직사회 등은 근대자본주의 기획의 산물이다. 낡고 오래된 것을 청산하고 새롭고편리한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제도가 만들어주는 편리함을 선물로 받았다. 그러나이 조직적이고 단아한 문명의 산물들 속에서 근대 이후 인간의 삶은 행복한가? 차량들이 질주하는 아스팔트는 운전자들에게 도로 내부를 사유하게 하지 않는다. 검은 칠이 덮인 길 안쪽이폐수와 중금속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도 검은색으로 마감된 길 외부와는 철저히 단절되어있기 때문이다. 근대의 병폐가 여기에 있다. 평온하고 행복해 보이는 일상의 내부에는 우리가사유하지 못했던 혹은 묵과했던 불편부당함이 있다. 고미숙 선생의 <달인 삼종세트>는‘공부와사랑 그리고 돈’을 중심 화제로 삼아, 검은 자본에 가려진 삶의 내부를 투시한다. 자본주의적근대에 의해 포박된 생의 본질을 포착하고 또한 이로부터 탈주해야 하는 필연성과 그 해답의과정을 들려준다.

공부하거나존재하지않거나

근대시민교육의 산실이었던 학교가 인생과 우주에 대한 지혜를 산출하지 못하고 다만 성적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전락한 지 오래 되었다. 우리는 모두 대안 없는 교육에 몰입하고 있다. 거칠게 말하면 상급학교 진학이나 취업을 위한 관문으로서의 기능마저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입시학원의 도움 없는 학업과 전문학원의 도움 없는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가?) 불구적 형태로 학교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건물의 외향은 커가지만 지성의 내부는 유령화 하는 곳.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점에 누구도 질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잠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보자. 트리나 포올러스의 저서『꽃들에게 희망을』은 주인공 줄무늬 애벌레가 아무런 반성과 회의도 없이, 더구나 동료들을 짓밟고 위로 오르기만 하는 어리석음을 반성하고 이로부터‘탈주’(애벌레-고치-나비와 같은 탈바꿈의 과정을 겪는다)하여 나비로 우화, 마침내 진정한 삶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탈주’란‘도주’와는 다르다. ‘도주’가책임감 없이 도망가 버리는 것이라면‘탈주’란 다른‘신체’가 되는 것이다. ‘쿵푸’는‘다른 신체 되기’이며 이를 위해서는‘타자들과의 향연’과‘그를 통한 대반전’을 가져야 한다. 진실은 간명하지만 실천이 없는 진실은 허위에 불과하다. 진정한 공부를 내면화하는 효율적인 실천은‘ 쓰기’이다. 쓰기는 성장의 기록이며 진화의 요람이다. 추상적인 생각의 덩어리를 성장의 기제로돌려놓는 살아 있는‘쿵푸’가 쓰기이며 이런 쓰기의 표현은새로운 사고와 성장을 돕는 기제로 작동한다는 점, 굳이 언어 결정론자들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설득력이 있다. 학교라는 기관에 포획되지 않은쓰기가 어떻게 개인의 진화와 성장을 돕는지는 고교 자퇴생‘청년백수’김해완의저서『다른 십대의 탄생』을 통해서 그 놀라운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

세계와의공존, 사랑의새로운배치

근대 이후 자본에 잠식된‘사랑과 연애’는 화폐로 계량화한 학벌, 재산, 외모가 중요한 잣대로 작용한다. 각종 무한 질주와 인정 욕구의 증식이 제공한 이러한 신화는 그러나 허구이다. 근본적으로 삶을 찾아가는 사랑의 방식은 행복을 전제로 한 것이어야 한다. 사랑은 존재를 깨우는 자기장과 같은 것, 지금의 나를 다른 것으로 변화시키지 않는 것은 사랑이라 이름 지을 수 없다. 위대한 사랑은 삶을‘이전과는 전혀 다른 지평으로 인도’해 준다. 거래나 교환이 만들어내는 감각적인 쾌락본능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하지만 호시탐탐 현대인을 노리는 상품들의‘홈 파인 회로’를 어떻게 피해갈 것인가? ‘쿵푸’다. ‘화폐 권력’에 맞서는 힘, ‘세상의 척도와 관습’에 대해 저항하는 힘을 기르는 방법은‘앎’을 무기로 한 행군밖에는 없다. 사랑의 위대함은 그것이 단순히‘타자’에 대한 열정과 지향이 아니며 내 운명의 주인이 바로‘나 자신’임을알아가는 성장의 과정이다. 사랑은 그‘대상과 세계와의 공존을 기획’하는 일이며 새로운 삶의창조에 기여하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나와 세계와의 마주침에 작용하는 두 좌표는 시간과공간이다. 시공의 결합으로 조우하는 대상과의 마주침 거기서 일어나는 자기장의 충만한, 황홀한 확대가 사랑의 발현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로병사의 궤도를 도는 우리는 이 아름답고황홀한 마주침과 그 지나감, ‘시절 인연’의 생성과 소멸까지를 싸안아야 하는 사랑의 실체를

‘쿵푸’로 배워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교환과계약에서증여와순환으로

화폐가 군주가 된 것이 대략 200여 년 전이니 그리 오래 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것의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돈에 평정당한 세상은 하루도 그의 폭정에 휘둘리지 않는 날이 없다. 화폐가 개입이 되면 모든 공동체는‘화폐 공동체’로 변환된다. 인간도 상품성을 갖추어야 살아남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상품화하는 무한 경쟁 속에서 죽음을 각오한 인정투쟁을 벌이고 있다.아렌트가 말하는‘악의 꽃이 피고 있’는 곳과 헤겔이 명명한‘욕망 투쟁의 장’이 바로 이 지점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죽음보다 못한 삶이다. 그렇다면 자기증식에만 여념이 없는 냉혈한의실체를 벗어나는 길은 무엇일까? ‘학교(직장)-집-병원-교회-쇼핑-외식’등의 일상적 동선 어

디에서건 우리는 화폐의 신민으로 복무한다. ‘회로에 갇혀 답답하’지만 벗어날 용기를 내지 못한다. 화폐를 중세의‘신’으로 환치한 이런 현실에서 인간의 행복은 보장받을 수 없다. 그러나엄두가 나지 않는‘회로의 탈주’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돈에 무게 중심을 두지 않는 선물, 자본이 주인인 저잣거리를 벗어난 데이트, 자본의 극렬한 암약을 타개하기 위한 각종 기념일의

폐지, 가족 이기주의를 넘어선 공동체 활동 등 극명한 실천 등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화폐는 근본적으로 유동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고여 있기를 거부하

는 화폐를 붙잡아 소유하려고 할 때 부패가 발생하는 것은 명약관화한사실이다. 온갖 이전투구와 협잡, 기만과 살상이 화폐의 순환을 막은 사태의 증표들이다. 그러므로 화폐의‘증여와 순환’은 그 흐르는 본성을 여여(如如)하게 풀어놓는 것이며‘돈’에 질식당하는 원한‘을’의 위치를벗어나고‘막힘’과‘쏠림’현상의 온갖 병폐를 차단하는 가장 근본적인 태도이다.

<달인 삼종 세트>가 범박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자본을 중심으로‘배치’된 현실에 대한 직시와 반성, 그 재배치를 역설하는무거운 주제를 명쾌하게 풀어내는 문장과 용법이 기발하다. 재기발랄한 표현과 유머가 작렬하는 친근한 태도를 줄곧 유지한다. 제가백가의 질문을 가까이

에서 찾아내면서도 절대 현학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유지하지 않는다(고전평론가라는 고리타분한 명함을 가진 분이 도처에서 보여주는‘헐!’‘허걱!’과 같은 표현의 친 도가 독자를 무장해제시킨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 큰 감흥은 허언으로 치장된 문법이 아니고 그 스스로 실천의 주체로서 활동의 현장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공감을 유도하는 근사한 주장과 제안은 누구도 가능하다. 그러나 말뿐인 대안이거나 혹은 자신을 예외로 한 다른 이의 실천을 추동한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수유 너머>나 <감이당>과같은 지식공동체에서 몸소 보여주는‘공부’와‘밥’의 나눔,여러 삶의 역동적 만남, 길에서 배우는 지혜, 화폐에 휘둘리지않고 군림하지 않는 지혜 등, 나아가 <문탁네크워크>와 같은새로운 생성과 전이를 가능하게 하는 모든 활동에 대한 신뢰가 그 감흥의 원천이 된다.

스스로 여러 채널을 통해 공언한 것처럼 그는 프리랜서이다. 무턱대고 정규직을 염원하는 코드로 판이 짜여가는 현재의 지점에서 화폐의 권력에 갇히지 않은 진정한 자유인으로서의 자아, 주체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그를통해 비록 생업이 정규직일지라도 사유는 정규직에 갇히지 않는 진정한 자유를 선물 받을 수 있다. 학위를 받은 선생이 대

학에 머물 다면 좁은 네트워크에 해당하는 향원(鄕原-맹자)에 갇혔을 지도 모르는 일. 그는세대나 지역을 아우르는 차이들의 역동성을 생명으로 하여 자본주의의 확대재생산에 기여하는학교에서 탈주해야 한다고, 자본의 홈 파인 공간인 화폐의 종속에서 벗어나 생각과 일과 삶을재배치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그의‘쿵푸’를‘쿵푸’해야 하는 이유는 계속될 것이다.

유 정 이 / 시인, 문학박사

서 평10 2014. 05. 07 (수요일) vol.200

달인 이야기, 창조적 삶을 위한 제언테마서평:고미숙의 <달인 삼종세트>

『돈의달인호모코뮤니타스』(고미숙, 북드라망, 2013)

『공부의달인호모쿵푸스』(고미숙, 북드라망, 2012)

『사랑과연애의달인호모에로스』(고미숙, 북드라망, 2012)

▲창조적인 삶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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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이미지와보이지않는이미지

이미지는 외부 세계만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도 존재한다.눈을 거치지 않고, 아무런 매개 없이 직관을 통해 표상되는

‘마음속의 상(心像)’이 그것이다. 반면 그림이든 화든 혹은사진이든 구체적인‘상’들은 우리 바깥에 존재하는 눈을 통해보이는 이미지들이다. 우리가 극장 스크린에 사된 화의장면들을 눈으로 보았다면, 화가 끝나고 극장 밖으로 나온뒤에도 부분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화 장면들을 우리내면의 스크린에 떠올릴 수 있다. 앞서 극장 스크린에서 보았던 장면들이‘시각적 이미지’라면, 후자의 이미지는 우리의지성에 호소하는‘비시각적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자크 오몽(Jacques Aumont, 1942~ )의『이마주』는 볼 수 있는 형태를 가진 이미지, 곧 시각적 이미지에 관한 책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상’이라는 용어는‘이미지’를 번역한 것인데, 이때의‘ 상’은 좁은 의미에서 화,TV, 비디오, 광고, 사진 등과 같은 시각 기호를지칭한다. 상을 연구하는 학문인‘ 상학(映像學)’은 어로‘Science of Image’이며,독일어로는 거울(Spiegel)과 그림(bild)의 합성어인 ‘Spiegelbild’, 프랑스어로는

‘Image’다. ‘이마주’는 바로 오몽의 책 제목인데, 그렇다고상학에 관한 책은 아니다. 원제“L’image-Cinema/Arts

Visuels”에서‘ 화/시각 예술(번역서는 화·사진·회화)’이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이 책은 카메라와 무관한 회화 역까지도 포괄한다. 오몽이‘이미지’라고 부르는 것은“일반적이미지의 특수한 한 양상인 시각적 이미지”이며, 『이마주』는

“성질, 형태, 쓰임새, 생산방식이 어떠하든지 간에 모든 종류의 시각적 이미지에 공통된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화와시각예술을아우르는이미지의일반성

오몽이 기존의 상학과 달리 보다 광범위한 시각적 이미지를 다루게 된 까닭은 대학교수로서 20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화미학이 여타의 학문과 동떨어져서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화에서프레임 설정(???cadrage, ???framing)은 회화의 그림틀(cadre, frame) 개념을 무시하고 논의할 수 없다. 동시에 정지된 하나의 프레임으로서 사진의 순간성을 고려하지 않고 연속적인 화 필름을 구성하는 개개의 포토그람(???photogramme)을 언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화와 인접 예술 분야와의 연관성은 초기의‘motion picture’라는 명칭에서도 드러난다. ‘움직이는 그림’을 의미하는 이 명칭은 일본에서‘활동사진(活動寫眞)’으로 번역되어 1903년에한국으로 들어와 그대로 사용되었다. 그림이나 사진과 달리

‘움직인다’는 화 특유의 운동성이 강조된 이 명칭에는 사진의 정지된 포토그램(photogram)들의 연속을 통해서 움직임의 환상을 만들어 내는 화 이미지의 속성이 함축되어 있다.그렇다. 화의 움직이는 이미지는 1초당 24개의 정지된 프레

임들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환 에 불과하다. 현재 화용어로 정착된‘미장센(mise-en-scene)’역시‘장면

속에 무엇인가를 놓다’를 의미하는 프랑스어로 오랫동안‘연출’에 해당하는 연극용어로 사용되었다. 연극에서 연출가가 3차원의 무대 공간에 사물이나 인물을 배치하는 것을 뜻하던미장센은 화에서 프레임 내부에 배경, 인물, 조명을 비롯하여 카메라의 움직임을 연출하는‘화면구성’의 의미를 지니게되었다. 카메라를 사용하여 3차원의 현실을 2차원으로 재현한화의 이미지는 최종 결과물에 있어서 연극 보다는 회화나

사진과 더 많은 유사성을 지닌다. 동시에 오몽은 현대에 이르러 극대화된 이미지의 증가와 매체 간의 상호 교환성에 주목한다. 회화는 전시장이나 화집이 아닌 인터넷 상에서도 볼 수있으며, 화 역시 극장 외에도 TV나 DVD 등 다양한 매체를통해 감상할 수 있다. 가속화된 이미지들의 혼합·교환·이행은 회화, 사진, 화, TV, 비디오를 각기 별개의 분야로 분리시켜 연구하는 일을 점점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은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오몽은“가능한 한 가장 일반적인 개념수준에 머물자”그리고“이미지에 관한 특정한 하나의 양상에서 출발하여 이론화하지 말자”는 입장에서 이미지 문제를 다룬다.

이미지에대한이론 - 다섯가지의본질적문제들

소위‘이미지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통합된 연구 역을개척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지에 관한 논의는고대 그리스의 플라톤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미지와 철학은 오랫동안 거리를 유지해 왔다. 오몽이“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우리의 문명은 아직도 언언어어의의 문문명명”이라는 말로 책을 끝맺은 것은 사뭇 의미심장하다. 이미지에 관한 이론 그 자체는문자적 설명이지 이미지가 아니다. 이미지도 의미를 지니고있지만 문자와 같은 방식으로 그것을 전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미지를 논할 때 문자에 의지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지 연구의 최대 난제이다.

오몽은 이미지에 대한 기존의 지엽적이고 특정한 시각을배제하고 다각도의 통합적 접근을 시도한다. 그는 다섯 가지본질적 문제들을 설정하는데, 마치도 이미지를 중심에 놓고다섯 개의 렌즈로 각기 다른 위치에서 그것을 들여다보는 식이다. 다른 관점으로 보기 때문에 그때그때 초점이 달라지지만, 대상이 하나이므로 특정 개념이 중복되어 다뤄지기도 한다. 눈눈의의 편편에에서서,, 관관객객의의 편편에에서서,, 장장치치의의 편편에에서서,, 이이미미지지의의 편편에에서서 그그리리고고 예예술술의의 편편에에서서 이미지를 조명하는 본문은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문의 세부적인 내용을 설명한다는 것은 일종의 스포일러가 될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저자의 숨은 생각을 파악하는 것이 아닐까. 오몽의 숨은 생각을 통찰할 능력은 없지만, 마지막 장의 마지막 절을 읽을 때각별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적어도 오몽은 이미지의 과도함을 질적인 풍요로움으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100년 전부터 급격하게 증대된이미지의 범람에 직면하여 우리가 받는 인상은 이미지들이 일상 곳곳에 포진하여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몽은 진정한 이미지의 혁명이 양적 증대에 있지않고 수세기에 걸쳐 일어난 적인(spirituelle) 이미지에서시각적인(visuelle) 이미지로의 이동에 있다고 말한다. 중세이미지의 경우 감각적 표현이란 순전히 지상적인 외관일 뿐,이미지의 본분은 시각적 외관을 통해 천상의 비물질적 실체에도달하도록 해주는 데 있었다. 이런 초월적 힘을 상실하고 이미지가 단지 외관의 기록으로 축소된 시기 동안 점차 이미지의 지위가 전복되었다. 오늘날의 이미지는 표면 그 이상이 아니다. 함축된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중세 이미지처럼 감각적 외관과 차원이 다른 실체와의 연관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이마주』, 어떤사람이읽어야할까?

이 책은 개론서 보다는 좀 더 전문적인, 보다 전문화된 접근으로 이끄는 길잡이 성격을 띠고 있다. 즉 화나 시각 예술에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특정 분야의 세분화된지식을 보다 통합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인접 분야와 공유하는 일반적 특징들을 파악하고자 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것이다. 전문적인 용어나 이론들이 언급되기 때문에 미술이나사진, 화 어느 분야든 어느 정도의 이론 지식이 있어야 논지를 따라갈 수 있다. 반면 이미지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관통하는 주요 개념들, 예를 들어 재현, 원근법, 추상, 표현, 아우라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사전적인구실도 할 수 있다. 한번에 줄줄 읽기 보다는 책장에 꽂아 두고 계속해서 참조할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유 소 / 미술학과 강사

서 평 vol.200 2014. 05. 07 (수요일) 11

책지성: 자크 오몽, 『이마주 - 화·사진·회화』

다섯 개의 렌즈로 들여다본 이미지의 세계

TIP 자크오몽은프랑스의 화평론지 <카이에뒤시네마>에서활동했

다. 파리 3대학 화과, 파리사회과학고등원(EHESS) 교수를역임했고, 지

난 10년간 파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화 아카데미 컨퍼런스를 지

휘했다. 저서로는<이마주>, < 화미학>, < 화감독들의 화이론>, <

화속의얼굴>, < 화와모더니티> 등이있다.

´

▲베아투스 데 리에바나, <묵시록주해-다섯 번째 나팔을 부는 천사>, 8세기 ⓒplanet.okfn.org

▲ 화의 연속 프레임 ⓒUC Riverside Photography Department

▲자크 오몽(Jacques Aumont, 1942~ ) ` ⓒjiff.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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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역에 위치한 Gallery Royal 로얄 아카데미는 3월 28일부터 5월 30일까지 총 10주 동안<클래식 오디세이> 음악 강좌를 열고 있다. 이 특강은 황장원(클래식 음악 전문 칼럼니스트/해설가) 강연자가 기악과 성악, 오페라를 아우르는 클래식 강의를 선보이면서, 클래식 음악의 기초에서 본격 감상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이면서도 접근하기 쉬운 강의 스타일로 진행한다. 지난18일‘로얄 아카데미 클래식 오디세이 제4강: 클래식 음악의 주인공들’이라는 주제로 네 번째강의를 진행했다.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강의답게 어렵지 않은 용어와 설명으로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됐고, 강의 중간중간에 아름다운 클래식 연주와 상을 감상하며 눈과 귀가 즐겁고 지루할 틈이 없었다.

앞으로 나올 네 가지는 클래식 입문자가 복잡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 구심점내지 나침반과도 같은 구실을 할 수 있다. 이 네 가지는 클래식 음악의 주체이면서, 보다 균형잡힌 감상을 위해 틈틈이 돌아보고 되새겨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작품(Works), 장르와형식에관한지식

강연자는 어렸을 적에 쇼팽의 피아노곡을 연주해본 계기로 클래식 음악에 입문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어떤 음악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클래식 음악 역시 처음에는 음악그 자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리는 그 음악을 우선 귀로 받아들이고 그 음악의 선율, 화성,리듬, 음색 등을 감지하며 즐기게 된다. 그런데 클래식 음악은 그 종류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장르와 형식에 관한 지식들을 알고 감상하는 것이 유용하다.

클래식 음악의 장르는 크게 악기로 연주되는‘기악’과 사람의 목소리로 연주되는‘성악’으로 양분할 수 있다. 그리고 각 장르는 편성 규모에 따라 독창/독주, 중창/실내악, 합창/관현악등의 하위 장르로 다시 나뉜다. 필요에 따라 성악을 수반하는 기악도 존재하고, 성악의 경우에는‘반주’라는 형태로 기악의 지원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자의 예로는 베토벤의‘합창 교향곡’을, 후자의 예로는 슈베르트나 슈만의 예술가곡을 들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기악과 성악이대등한 위치에서 서로 긴 한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온전해지는 복합장르도 있는데, ‘칸타타’,‘오라토리오’, ‘미사곡’과 같은 종교음악이나 오페라가 대표적이다.

클래식 음악의 형식에 관한 지식은 상당히 복잡하고 까다롭지만, 보다 효율적이고 본격적인감상을 위해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비교적 간단한‘두도막 형식’이나‘세도막 형식’에서부터복잡한‘론도 형식’, ‘소타나 형식’, ‘변주곡 형식’, ‘푸가 형식’등에 이르기까지, 클래식 음악의 얼개에 관한 지식은 규모가 크거나 구조가 복잡한 곡일수록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가 교향악 콘서트를 통해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협주곡이나 교향곡의 경우에 특히 그렇다.

아울러 성악의 성부와 악기에 관한 지식도 챙겨둘 필요가 있다. 사람의 목소리는 성별과 음역, 소리의 질에 따라 나눌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고음 성부인 소프라노(여자)와 테너(남자)가있고 여기에 중간 성부(메조소프라노, 바리톤)와 저음 성부(알토, 베이스)가 추가되기도 한다.한편 기악에 사용되는 악기는 그 소재에 따라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베이스 등의‘현악기’,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등의‘목관악기’, 호른, 트럼펫, 트롬본, 튜바 등의‘금관악기’,팀파니, 북, 심벌즈 등의‘타악기’, 피아노, 하프시코드, 오르간 등의‘건반악기’등으로 나누는것이 보통이다. 그중에서 적어도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는 악기들의 특성과 음색은 잘 구분해서파악해두는 것이 좋다.

작곡가(Composers), 음악사(史)에관한지식

어떤 작품이 마음에 들면 자연스레 그 음악을 쓴 사람에 대해서도 궁금해지게 마련이다.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고자 작곡가에 관한 전기를 찾아 읽기도 하고, 작곡 배경을 설명해 놓은 자료를 뒤적이기도 한다. 한 작곡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풍부하게 접할수록 그가 남긴 작품들에 대한 이해는 깊어진다.

강연자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흔히 자신이 선호하는 몇몇 특정 작곡가들에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제한된 시간과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불가피한 선택이지만아무리 그렇다 해도 적어도 한두 번쯤은 여유와 융통성을 갖고 시야를 넓혀볼 필요가 있고 그런 경우에 유용한 것이 음악사에 관한 지식이라고 설명했다.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 낭만, 근대로 이어져온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살피는 것은 여러 모로 유익한 일이다. 먼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다. 중세 시대의 선법음악과 다성 음악, 르네상스 시대의 종교음악과 세속음악, 바로크 시대의 오페라와 협주곡,고전 시대의 교향곡과 현악4중주, 낭만 시대의 예술가곡과 표제음악 등 각 시대를 풍미한 여러양식들을 두루 섭렵해가는 과정에서 보다 풍부한 음악적 자양분과 균형 잡힌 시각을 확보하게된다. 나아가 클래식 음악의 역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대하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 파란만장하고 흥미진진한 드라마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수놓은 뛰어난 인물들의 노력과 결실들, 그리고 그와 맞물린 시대 배경 등을 돌아보면서 우리는 클래식 음악의 감동과 가치의 근원을 확인할 수 있다.

연주가(Performers), 개성을가진배우

작곡가가 아무리 좋은 작품을 악보로 만들어 놨어도 적당한 연주가를 만나지 못하면 무용지

물이다. 모든 음악이 그러하듯, 클래식 음악 또한‘연주’라는 통로를 통해서 비로소 그 실체를드러내기 때문이다.

클래식 연주가의 유형은 크게 솔로이스트(soloist)와 앙상블(ensemble)로 나누어 생각해볼수 있다. 솔로이스트란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 소프라노 가수나 테너 가수처럼 혼자서또는 반주자의 도움을 받아서 연주를 행하는 개인을 가리킨다. 앙상블이란 현악4중주단이나 오케스트라, 중창단이나 합창단처럼 여러 명이 무리를 지어 연주를 행하는 단체를 가리킨다. 아울러 자신은 소리를 내지 않지만 다른 연주자들을 이끌며 음악을 만들어내는 지휘자(conductor)도 연주가에 속한다.

클래식 연주가의 존재는 다른 어떤 장르보다 중요하게 부각된다. 똑같은 곡이라도 누가 연주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달라지는 까닭이다. 연주가의 성장과정이나 교육적 배경, 연주를행하는 시점에 연주가의 심리적, 신체적 상황이나 연주 장소 및 악기의 조건 등이 복잡하고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주가의 재능과 실력, 그리고 취향(taste)인데, 주로 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 연주가의 음악적 스타일과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우리는 그것을 그 연주가의‘개성’이라고 부른다. 같은 곡이라도 연주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강연자는 수강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주가를 배우에 빗대어 설명했다. 만일 이 애가 맡았던 배역을 김정은이 맡는다면, 배용준이 맡았던 배역을 이병헌이 맡는다면 그 결과는 달라진다. 따라서 연주가에 대한 지식과 이해 또한 클래식 감상에 있어서 필수적인 부분의 하나라고할 수 있다.

감상자(Listeners), 클래식음악의완성자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음악은 감상자에게 도달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음악은 공간을 떠돌 때는 그저 소리일 뿐이며, 감상자에게 전달되어 느껴지고 이해받아야 온전한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감상의 형태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리고 그 각각의 경우에 따라 감상자에게 요구되는 덕목도 있다. 공연장을 찾아가서 감상할 때는 기본적인 매너를 숙지하고 지키는 것이 도리이다.음반이나 상물을 통해서 감상할 때는 해당 매체의 효율적인 선택과 함께 보다 나은 음질을위한 오디오 세팅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음반 가이드북이나 관련 정보지가 일정 부분도움을 준다. 악보 읽기나 직접 연주를 통한 감상도 가능한데, 물론 그러려면 사전에 충분한 수련을 쌓아둬야 한다.

강연자는 수강생들에게“어떤 경로를 택하든‘아는 만큼 들린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강조했다. 막연한 취향과 제한된 감각에만 의존하는 감상은 망망대해에서 고기 몇 마리 낚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결과를 초래할 소지가 다분하다. ‘클래식을 제대로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먼저 가급적 자주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틈틈이 관련 정보들을 챙김으로써 자신의 지성과 감성의 폭을 꾸준히 넓히고 가다듬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끝으로 강연자는“음악적인 경험 못지않게 일상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일도 중요하다”는 말을 덧붙 다. “결국 클래식 음악도 인생의 반 이며, 작곡가, 연주가, 감상자의 생각과 감정이 작품을 통해서 공명할 때 가장 큰 감흥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황성연 | [email protected]

특강취재 : Gallery Royal <로얄 아카데미 클래식 오디세이 : 제4강 클래식 음악의 주인공들>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아름다운 음악으로의 초대

특강취재12 2014. 05. 07 (수요일) vol.200

▲황장원 강연자가 오케스트라의 위치 조감도를 보여주며 악기들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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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보> 200호 출간을 축하합니다. 대학원보는 대학원학문공동체의 중핵입니다. <대학원보>는 1986년 창간된 이후28년 동안 경희 대학원 공동체의 정보 소통 채널의 역할은 물론이고, 젊은 지성인들의 성찰·비판적 담론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28살이라는 나이에 걸맞은 청년의 완숙함에 기대되는 바와 같이 이 시대의 <대학원보>에게 기대하는 경희 공동체의 바람이 있습니다. 여기서 이시대의 학인(學人)의 매체로서의 <대학원보>가 지향해 가야할 이상적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봅니다.

모든 공동체는 생래적으로 그 자체에 두 가지 관성적 힘이작용합니다. 하나는 공동체의 중심에로 집중하려는 힘, 곧 구심력입니다. 구심력은 주로 질서나 통합을 조장하고 결속이나연대를 통한 하나 됨이나 일치됨을 강조하는 경향을 갖습니다. 다른 하나는 공동체의 중심에서 멀어지려는 힘인 원심력입니다. 이 힘은 개인의 자율적 권위를 존중하고 그 개인들의판단이나 선택을 강조하는 경향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전자의속성이 근대의 공동체 유형에 지배적인 것이었다면, 후자의속성은 이른바 탈근대형 공동체에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21세기의 공동체는 이른바‘모던’대(對) ‘포스트모던’간의 쟁점 구도를 넘어가는 새로운 공동체를 지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공동체는‘공동체의 결속’측면과 그

구성원인‘주체의 자율성’측면을 모두 균형 있게 중시하는입장을 지향해 갑니다. 이는 양자 간의‘공생적 조화(symbiotic harmony)’관계의 필요성에서 나온 것입니다.

65년의 역사를 따라‘학문의 권위’를 추구해가는 경희 공

동체의 학술적 및 지성적 지향성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교시인‘문화 세계의 창조’란 바로 이렇게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공생적 조화의 패러다임을 통해 실현될 수 있는 것입니다.바로 이 지점 즈음에 경희 대학원보의 역할이 자리매김 될 수있습니다. 대학원보의 성찰적 비판 담론이 극단으로 치우치지않는 공생적 조화의 패러다임을 지향해 가기 위해서는 그 어떤 냉철한 비판 담론의 지평-진리 주장의 지평-도 결코 절대적 우위를 가질 수 없음을 통찰해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여러 진리 지평들 간의 경쟁이 이른바 가다머(H-G Gadamer)가 말하는‘지평의 융합(fusion of horizons)’을 통한 일종의‘선한 경쟁의 정치학’으로 작동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선한 경쟁의 여정은 종점이 없습니다. 마치‘해석학적 순환(hermeneutic circle)’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계속되어야합니다. 대학원보의 이 해석학적 역할이 견지될 때, 이 시대의경희 학문공동체가 구심력과 원심력의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그 경계에 선 채로 긴장을 잃지 않는‘공생적 조화’의 공동체로 이어져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송 재 룡 / 일반대학원장

<대학원보> 200호 특집을 앞두고, 사회적으로 지금과 비슷했던 2009년도가 먼저 떠올랐다. 당시 166호도 기성언론의속보와 마찬가지로 예정된 인터뷰 기사를 연기하고 일종의 시국선언과 함께 잿빛의 국화 이미지를 게재했었다. 조금만 더그 당시를 상기해보자면,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함께 중요한 사회적(사실상 정치적) 이슈로 속칭‘미디어법’개정이 화두 는데, 원보에서도 언론의사유화와 이념편향, 궁극적으로는‘언론의 자유침해’를 우려하 다. 원보기자들은 여러 공청회에 참석해서 의견을 내기도 하고, 새로운 현안을 인터뷰나 특집기사로 다루기도 하다. 미디어법의 주요 골자로 종합편성채널 허용 여부에 대해여야는 물론 시민조직까지 가세해 미디어 독점과 사유화를두고 논란이 컸지만, 결국 날치기 법안 통과로 충분한 논의나제도적 보완 없이 신문과 방송 겸업을 허용하는 미디어족벌기업이 용인되고 말았다. 그 결과는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사실상 소유주와 보수정권을 위해 관제언론으로 기능하고 있을 뿐이다.

5년이 지난 지금 아이러니한 것은 한 종합편성 채널의 뉴스가 공중파 방송에서 쫓겨난 기자들이 주축을 이룬 독립 언론사가 그나마 언론의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세월호 사건을 통해 사회 도처에 만연해 있는 불공정과 부정의를 겪으며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언론의 중요성

을 절감하고 있다. 지금 이 시기는 그만큼 정치, 사회는 물론언론마저 숨겨둔 이익과 욕망을 대변코자 암묵적으로 계약된 게젤샤프트에 가까운 집단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이 은 <대학원보> 200호를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한이다. 대학원보는 세상에 대한 책임의식과 예비학자들의 치열한 탐구의식이 담겨있는 결과물인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자기계발과 개인의 만족 이전에, 사회적 책임감을 서로 공유하고 연대할 수 있는 낭시의‘무위의 공동체’에 소개되는‘더불어-있음’으로 존재의미를 서로 확인하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사회의식이 결여되고 이타심 없는 고도의 지식이사회에서 어떻게 악용되는지 숱한 위정자와 자본가들을 통해 보아왔다. “큰 힘에는 더 큰 책임이 따라야 한다 (With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는 것은 할리우드 화만 봐도 알 수 있다. 덧붙이자면 최근의 현안을 계기로 인터넷에 다시 회자되는 을 소개하고 싶다. 조지 오웰의『1984』와 올더스 헉슬리의『멋진 신세계』비교한 이 은오웰이『1984』를 통해 빅브라더에 대한 통제와 차단, 획일화를 우려했다면, 헉슬리는『멋진 신세계』를 통해서 정보 과잉속에 진실이 묻히고, 무분별하거나 무가치한 대중문화에 필요 이상으로 관심을 쏟아 정작 사회적 관심과 참여에 이탈하는 대중을 경고하고 있다. 다시 상기하자면, 이 은 <대학원보> 200호 발행을 축하하고, 이‘멋진 신세계’에서 고군분투해야 할 대학원보를 격려하기 위한 이다.

이 헌 / 서울문화재단기획조정팀소속, <대학원보>전편집장

대학원에 입학해오며 가며 <대학원보>라는 자가 눈에띄어 처음으로 읽어보았던 게 벌써 두 해전이네요. 그때 이후로 교내 곳곳에 비치된 <대학원보>가 보일 때마다 챙겨 보고있습니다. 시간이 꽤 걸리는 지루한 통학 길에 <대학원보>를 통해 여러 분야의 지식도 쌓고 알지 못했던 대학원 소식을 접할 수 있어 틈틈이 즐겨 보고 있습니다. 특히 원보의 첫 면에 실리는 각 분야의 전문가의 사진과 인터뷰를 보고 읽으면서 그 분들처럼 자기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생각을 하곤 합니다. 앞으로도 <대학원보>가 우리경희대학교 대학원생들의 진정한 소통의 통로가될 수 있기를 바라며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박 송 희 / 국어국문학과석사과정

특집 : <대학원보>에게 말한다

특 집 vol.200 2014. 05. 07 (수요일) 13

원생들의 진정한소통의 장이 되기를

‘신세계’에서 신 세계로

경희 학문공동체와 대학원보

<대학원보> 제200호 발행을 맞이해 독자와 함께 구성하는 특집란을 마련했다.

이에 독자들을 대표해 송재룡 일반대학원장, 전 편집장 이헌,

박송희 원생이 <대학원보>에게 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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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도14 2014. 05. 07 (수요일) vol.200

무거운 분위기 속에 우리는 세월호 실종자들이 무사히 생환하기를 바랐다. 직접 진도로발걸음을 옮겨 무엇이라도 돕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SNS 또는 메신저에 노란 리본 사진을걸어 간접적이나마 힘을 실어주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브라운관 속 앵커는 가혹하게도수색의 난점과 사망자 인양 소식만을 전달할 뿐이었다. 수색현황을 알리는 표에 요지부동하는 구조자수를 보는 것도 가슴 한편을 옥죄는 듯해 쉽사리 바라볼 수 없었다. 온 국민의염원을 등지고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령들……. 아직도 많은 아들, 딸들이 여객선 속에 갇혀서 혹은 시커먼 바다 속에서 헤매며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애달픈 마음을여전히 감출 수 없다.

사고 발생 시점으로부터 보름 정도의 시간이 흘 다.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제 비통함보다는 초동대처에 실패한 무능한 정부와 신뢰에 금이 간 언론에 대한 개탄스러움으로가득 차 있다. 이에 대통령은 국민들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지난 국무회의 중 사과의말을 전했다. 그리고 총리실 관장 하에 여러 사고에 전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조직을 결성해 현재 허술하게 짜인 재난관리시스템을 보완하려는 목적의 부서, 가칭‘국가 안전처’를신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새로운 조직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과 이 조직이 재난 예방 및 수습에 제대로 적용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언론기관의 문제는 어떠한가. 예전부터‘언론에 대한 불신’, ‘언론의 권위 붕괴’에 대해말들이 많은 상황이었으나 세월호 사건을 통해 그 문제점은 더욱 선명히 드러났다. 사고 당시 탑승자 전원이 구조됐다는 오보를 시작으로 구조자 수에 대한 정보를 몇 차례나 더 번복하기도 했다. 언론사들의 무리한 속보 경쟁이 보도 절차 중 가장 기본 수칙인 팩트의 확인조차 간과하게 만든 것이다. ‘뉴스는 다 개뻥이다’, ‘언론을 믿지 마라. 다 조작된 것이다. 현장 상황을 전혀 반 하지 못하고 있다’등 언론의 허위성을 꼬집는 내용을 담은 실종자 부모들의 고발 동 상도 제작되어 SNS를 통해 올라오고 있다.

국민과 언론매체 사이에 붕괴된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과목 교과서에는“언론은 여론을 형성하는 국민들에게 큰 향을 미친다.때문에 언론기관은 늘 책임감을 갖고 정확한 보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언론의 막중한역할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이 내용처럼 중요한 언론의 위치와 권위를 되찾기 위해 언론종사자들은 초심으로 돌아가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묻고 자체적으로 검열하는 시간이필요하다. 더 이상은 책임과 정확성이 부재한 엉터리 기사를 생산하는‘기레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지점에서 <대학원보>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크진 않지만 대학원의 하나뿐인 언론기관으로서 소임을 다하기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대학원 내의 소식과학술정보를 전달함에 있어 진지하고 예민한 자세를 유지해 믿음직한 신문, 진정성 있는 신문으로 거듭나도록 만전을 기해야겠다. <대학원보>의 민낯이 부끄럽지 않도록.

사설

세월호 사건을 통해 드러난 언론의 민낯지난 4월 1일부터 3일까지 치러진 서

울교정 29대 총학생회장 재선거 결과, 기호 1번 임현수(교육학과 석사과정)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찬반투표로 이뤄진이번 선거에서 임 후보는 총 280표(91.21%)의 찬성표를 얻었다. 총 유권자2,137명 중 307명이 이번 선거에 참여했으며, 작년 서울교정 28대 총학생회장 재선거보다 약 3.1%정도 하락한 14.4%의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재선거는 작년 12월 10일부터 12

일까지 진행된 선거가 8.31%의 저조한투표율을 기록해 전체 투표율과 관련한선거관리시행세칙에 의거해 무효화됨에따라 실시됐다. 29대 총학생회장이 당선되기 전까지 총학은 이호규 28대 총학생회장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 됐다. 신임 임현수29대 총학생회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까지다.

이진수|[email protected]

지난 4월 8일, 서울교정 중앙도서관시청각실에서 2014학년도 후기 외국인입학 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에는 본교일반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외국인 및재외국민 약 60여 명이 참석했으며, 오후1시 30분부터 시작된 행사는 2시간 남짓이어졌다.

이날 총 진행을 맡은 손지혜 행정계원은 2014학년도 후기 외국인 및 재외국민입학 전형 일정을 비롯해 대학원 입학에필요한 전반적인 절차와 방법을 안내하며 특별히 외국인이 주의해야 할 입학 관

련 유의사항도 함께 설명했다. 또한 일반대학원 행정실은 참석자 전원에게 외국인 및 재외국민 모집요강과 <대학원이학부와 다른 점>이라는 소책자를 나눠주어 대학원 소개와 입학과정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아울러 이어진 질의응답에는참석자 대다수가 활발히 참여해 열띤 분위기를 자아냈다. 어학 관련 사항과 장학제도 등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고 이에대한 세부적인 설명을 덧붙이며 행사를마무리 지었다.

김내 |[email protected]

서울교정일반대학원총학생회장당선

서울교정, 2014학년도후기외국인입학설명회개최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에서는 모든 계열이 함께 공감하고이를 통해 어우러질 수 있는 것을 목적으로“변화”를 대주제로 선정하고‘혁신’과‘다양’을 세부주제로정하여 제8회 국제학술대회를개최합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인문, 사회, 자연, 의학, 공학의5개 분과로 대회를 진행하여 보다 다양한 원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자하 습니다. 이에원생들의많은참여바랍니다.

1. 시행기간 : 2014년 10월 20일 ~ 24일 중 하루(일정은 변경될 수 있음)

2. 신청자격 : 2014-1학기에 국내외 대학원석사, 박사과정 재학 중인 1~5기

3. 상 금 : 발표 시 40만원, 분과별 최우수논문 선정자 60만원 추가 지급

4. 신청기간 : 2014년 4월 5일 ~ 5월 10일5. 결과발표 : 2014년 5월 13일6. 최종논문접수 : 2014년 7월 1일 ~ 9월 30일

※자세한내용은일반대학원총학생회홈페이지(www.khugsa.com) 공지사항참조

Tel : 02-961-0125 E-mail : [email protected]

제29대일반대학원총학생회“공감”

제8회국제학술대회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에서 학술지원사업(논문게재료 지원 사업)을 공고합니다. 이 사업은 원생들의 경쟁력 확보 및 연구능력 강화를 위해JCR, SCI, SCI-E, SSCI 및 학진 등재지 논문게재료를 지원하여 연구실적에대한혜택을보장하는것이목적입니다.

1. 신청·지원기간 : 2014년5월19일~ 31일

2. 지원대상 : 일반대학원석·박사과정재학생및수료생(석사2년, 박사3년이하)

자치회비를납부한재학생을우선순위로함

3. 지원범위 : 인문사회, 예술·한국연구재단국내1급등재지

자연공학·국내1급지, JCR, SCI, SCI-E, SSCI급이상

4. 지원방법 : 신청·지원기간내에총학생회사무실(본관415호)에서류를직접제출

※ 자세한 내용은 총학생회 홈페이지(www.khugsa.com) 공지사항 참조

Tel : 02-961-0125 E-mail : [email protected]

제29대일반대학원총학생회“공감”

2014-1 학술지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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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도 vol.200 2014. 05. 07 (수요일) 15

Q. 28대 총학생회장 선거와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도 작년 선거 무효화로인해 치러진 재선거 습니다. 이와 같은 사태가 또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무엇이라고보십니까?

작년 12월에 있었던 총학생회장 선거 투표율은 약 8% 고, 이번 재선거도 14%대로 낮은 투표율을 보 습니다. 직접 대면하면서 선거를 홍보하면단기적으로 투표율이 높아질 수는 있

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낮은 투표율은 선거만이 아니라총학생회(이하 총학)에 대한 무관심과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관련해세가지요인을말 드리고싶습니다. 첫째로전업 원생 비율이 타 학교에 비해 높다는 점입니다. 둘째로는원생들은 학부생에 비해 개인적인 연구에 매진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학생회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원생 개인에게큰 이점이 되지 못한다는 점인데, 후보자가 많이 나오지 않는상황은이와무관하지않아보입니다.

Q. 서울교정 29대 총학이 지향할 방향과 구체적인 사업 계획및공약에대해알고싶습니다.

이번 총학의 모토는‘공감’입니다. 원생들의 고민사항,불만, 사업에 대한 문의 등을 함께 공감하는 마음으로 총학을 이끌고자 합니다. 제가 교육학과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합니다. 제 전공을 살려 총학 구성원과 함께 원생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총학생회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공약에 대해 말 드리면 먼저 통계특강을 평일 밤이나 주말을 이용해 정례화하는 방안입니다.이 부분은 기존에 학술단체협의회에서 실시해왔는데, 원생들의 요청이 많아 이번 총학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려 합니다. 그리고 어학자격시험 응시료를 지원하는 방안과 심리검사 지원 사업을 총학 차원에서 진행하려 합니다. 또한 2016년

완공될 행복기숙사를 포함하여 기숙사 관련 협의회에 참여해서 원생들의 권리를 대변할 것입니다. 그래서 <대학원보>에서 기숙사 관련 보도를 통해 지적했던 원생 관련 담당자가명확하지 않은 점, 정보가 잘 제공되지 않은 점 등을 개선하도록노력하겠습니다.

Q. 재선거를통해당선된만큼앞으로원생들의관심을이끌어내는 문제가중요할것같습니다. 회장님께서는어떤방법으로원생들과소통하고관심을이끌어내시겠습니까?

사실 총학 사업에 대해 잘 모르는 원생들도 많고, 특정 사업외에는호응도크지않습니다. 그러므로이번총학은단과대 학생회와의 의사소통을 면 하게 하려 합니다. 단과대 학생회를 통해 원생들의 요구사항을 수렴하고, 조교들의 모임을올해 다시추진해그들의목소리를들으려합니다. 기존에홍보수단으로 이메일, 문자를 주로 이용했으나, ‘홈페이지참조’라고 명시해도 잘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잘 홍보가 되지않는 것이사실입니다. 그래서이번총학은정문에플랜카드 비중을 높여 오프라인에서 직접적으로 저희 사업에 대해노출하는 방안을 적극 활용하려 합니다. 또한 한 달에 한 번정기적으로 총학에 관련된 소식을 알리는 이메일을 보낼 계획도가지고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원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은 다른 학교에 비해 사업 예산이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희 총학 구성원은 최대한 원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뛰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총학에 많은 참여와 격려,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그만큼 저희도 원생들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원생들과‘공감’할수있는 29대총학이되도록노력하겠습니다.

이진수|[email protected]

‘공감을통한화합’제29대서울총학당선자인터뷰 취재수첩。。。

쓴소리 좀 해 주세요

<대학원보>의 구성원으로서 대학원보사에대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무척이나 고민이됐다. 적은 인력으로 <대학원보>를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해야 할까? 아니면“대학주보처럼 학교의 잘못된행정을 꼬집어 등록금 감면에 떳떳할 수 있는 편집위원이 되었으면 한다”는 원생의 말처럼 우리가 일반대학원의 유일한 언론기구로서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야 할까? 대학원보사에 들어오기 전에 나는 <대학원보>를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 로비를 지나며 스친 많은 신문 중 하나던 <대학원보>는 어떤 원생의 말처럼“레이아웃도 그저 그렇고

참신함도 없”었다. 물론 한 번도 제대로 읽지 않아 놓고서 그런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었지만 말이다. 편집위원이 된 후 처음으로 읽어 본 <대학원보>는 솔직히 말해서 그저 그랬다. 한번 고정된 레이아웃은 변하지 않았고, 지면은 과하게 학술적이었다.전공과 무관한 주제는 읽을수록 나를 미궁 속으로 빠트렸다. <대학원보>를 읽는 대신 친구들을 만나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이나 보면서 스트레스를 털어 버리고 싶었다. <대학원보>는 편집 회의와 마감이 닥치지 않는 한 머리와마음속에서 멀리멀리 보내 버리고 싶은 그런 존재 다. 한 학기의 수습 기간을 거쳐 2014년 1학기에 정식으로 편집위원

이 됐다. 수습기간 동안 세 번의 <대학원보>를 발행했다. 그리고새로운 수습 편집위원이 들어왔다. 대학원보사의 입사 관행인 신문평가가 수습 위원들에게 맡겨졌다. 신문평가는 지난 신문들의오탈자를 찾아내고 각 지면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요구하는 일이다. 후지다고 욕하던 레이아웃도 이제는 친숙해지고, 어쩔 수없이 자세히 읽다보니 학술지면도 이제는 익숙해졌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수습 위원이 날이 선 비평과 분석을 쏟아 내다니.......마음이 불편했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답해 준 원생들의 3분의 1이상이 <대학원보>

를 모른다고 답했다. 한 원생은 이번 설문이 <대학원보>의 존재를‘알게’해 줬다고 말했다. 어떤 것이 더 나를 좌절하게 만드는 것일까? 읽히지 않고 버려지는 신문일까? 아니면 원생들의 불만과날카로운 비판일까? 비록 달갑지는 않더라도 나는 <대학원보>에대한 불만과 비평을 듣고 싶다. 이를 통해 원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불만 사항을 해결하길 원한다. <대학원보>가 진정한 언론기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원생 여러분들의 쓴소리가 필요하다.

송 은|[email protected]

일반대학원 제21대 학술단체협의회

•1강 (5/22) 네그리의 공통체 - 강사 : 정남 (다중지성의 정원)

•2강 (5/29) 장-뤽 낭시와 공동체에 대한 물음 - 강사 : 박준상(숭실대)

•3강 (6/5) 롤랑 바르트의 공동체론 : ‘더불어 살기’와‘중립’- 강사 : 박진우(건국대)

•4강 (6/12) 바디우의 코뮤니즘 - 강사 : 서용순( 남대)

2014학년도학술단체협의회상반기학술특강 <공동체>

■5월 5(월) 어린이날

6(화) 석가탄신일

7(수) ~ 16(금) 2013학년도 후기 졸업사정

18(일) 개교기념일(65주년)

학사일정

임현수(교육학과 석사과정)

◈강의날짜 : 5월 22일(목) ~ 6월 12일(목) 매주 1강씩, 총 4강◈강의시간 : 오후 7시 ~ 10시◈강의장소 : 경희대학교서울캠퍼스본관 401호◈강의교재 : 강의록제공◈참고서적 : 안토니오네그리, 마이클하트, 『공통체』, 사월의책, 2014.

장-뤽낭시, 『무위의공동체』, 인간사랑, 2010.

알랭바디우, 『Ethics』, Verso Books, 2002.

조르조아감벤, 『도래하는공동체』, 꾸리에, 2014.

◈수강접수 : 5월 12일(월) ~ 마감시까지◈수강대상 : 제한없음◈수강인원 : 40명◈문의 : 02)961-9341, 968-9341 / e-mail: [email protected]

2014학년도 상반기 학술특강으로 학술단체협의회에서 <공동체> 특강을 준비하 습니다. 본 특강에서는 공동체에 대한 최근의 담론들의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면서그중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되는 철학자들의 공동체론을 살펴보는 특강입니다.이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공동체적 위기에 대해 어떻게 사유할 수 있는지에대한 가능성의 지평을 살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본 공동체 특강에 원우 여러분들을 포함해 여러 지평에 있는 학우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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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기획16 2014. 05. 07 (수요일) vol.200

보도기획 : 대학원보 만족도 조사

학술적 지식 전달과 여론을 수렴하는 진정한 언론기구로 거듭나야<대학원보>는 1986년 2월부터 발행된 본교 일반대학원 신

문이다. <대학원보>는 일반대학원 내의 각종 소식을 전달하며분야별 학술적 논의와 더불어 시사 및 문화에 대한 비평을 싣고 있다. 현재 서울·국제 교정에서 선발된 총 7인(서울교정 5인, 국제교정 2인)의 구성원이 대학원 자치기구, 행정기구 취재 및 학내 여론 수렴, 학술 기획을 담당한다. 발행 횟수는 연간 7회로 상반기에 4회(3, 4, 5, 6월), 하반기에 3회(9, 10, 12월)이며, 7,000부씩 발행한다. 발행 면수는 일반 16면이나 3, 9월에는 석·박사 학위 수여자 명단과 논문 제목을 게시하기때문에 특집 24면으로 발행된다.

본보는 <대학원보>에 대한 원생들의 인식을 살펴보고 향후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양 교정의 전체 원생을 대상으로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대학원보>의 구독 여부 ▲전체적인 만족도 ▲발행체제의 적절성 ▲향후 개선 방향의 4개부분 16개 문항으로 이뤄졌다. 4월 21일부터 28일까지 이메일을 통해 진행된 설문조사에는 총 106명의 원생들이 참여했다.

대학원신문의위상

대학원 신문인 <대학원보>는 기성 신문과 달리 대학원 내의 정보 전달과 학술적 차원의 논의를 중심으로 한다. 1986년2월 3일 총학생회 편집부 2인이 4면으로 창간한 <대학원보>역시 지난 29년간 교정 내의 크고 작은 소식 및 학사정보를 전달해 왔다. <대학원보>는 멀게만 느껴지던 학술적 차원의 정치학과 경제학, 인문학과 자연과학 등이 학문이라는 이름으로서로 소통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왔다. ‘인터뷰’, ‘기획’,

‘학술’, ‘비평’, ‘서평’, ‘보도’등으로 구분된 지면은 각각 그의미와 역할을 달리 하지만 공통적으로는 대학원 구성원 간의학술적 이해와 소통을 위해 존재한다. 그동안 <대학원보>에서는 원생들의 구독률을 높이기 위해 지면을 개편하고 원고 청탁 등과 같이 원생들의 참여를 유도할 방안을 모색했으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이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은 것 같다.

알고는있지만구독방법은오리무중

대학원의 유일한 언론 기구인 <대학원보>에 대해 얼마나많은 대학원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대학원보>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해봤다. 설문 결과전체 응답자의 62.3%가 <대학원보>를 알고 있다고 대답했고이중 약 68.2%는 신문을‘읽어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대학원보>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읽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생들은‘기사의 내용이 흥미롭지 않을 것같아서(38.1%)’, ‘대학원보의 구독방법을 몰라서(38.1%)’읽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대학원보>의 1면 하단에는 각 면마다 어떠한 내용의 이 들어가 있는지 안내하는‘지면안내’가 있다. 원생들이 이를 살펴보고‘기사의 내용이 흥미롭지않을 것 같다’라고 한다면 <대학원보>의 구성원들이 더 알차고 흥미로운 내용을 싣도록 노력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대학원보의 구독방법을 몰라서’라는 답변에는 <대학원보> 구성원들의 홍보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대학원보가 언제 어떻게 제공되는지조차 모릅니다. 이왕 발간 중이라면 한명이라도 더 많은 학우들이 볼 수 있도록 홍보가 잘돼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한 원생의 의견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학원보>는 현재 각 단과대 및 주요 배포처에 배포되고있다. <▲표 서울 및 국제교정 <대학원보> 배포처 참조> 원생들이 주로 다니는 곳에 눈에 띄도록 배포한다고는 하지만 모든 원생들의 동선에 맞추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약<대학원보>를 배포처에서 보지 못했다면 <대학원보> 홈페이지(www.khugnews.co.kr)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온라인 홈페이지 하나 없는 것 같아서 아쉽다”는한 원생의 의견을 수렴해 <대학원보> 홈페이지는 2014년 4월

28일 현재 개편을 위해 공사 중이다. 홈페이지는 5월 7일부터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내용에는대체로만족

<대학원보>는‘인터뷰’, ‘기획’, ‘인문·과학 학술’, ‘화·문화 비평’, ‘테마서평’, ‘책지성’, ‘특강취재’, ‘현장(Review, 습격인터뷰, 사진으로 말해요)’, ‘보도’, ‘사설·취재수첩·보도기획’이라는 지면으로 구성돼 있다. ‘인터뷰’지면은 사회 각계의 인사들에게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제에대한 인터뷰 대상자의 견해를 듣기 위해 구성된 반면, ‘기획’지면은 시의성이 적절한 주제를 선택해 원생들에게 사회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됐다. ‘학술’지면은학계에서 논의를 심도 있게 살펴보기 위해, ‘비평’지면은 문화와 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비판하기 위해, ‘테마서평’지면은세 권의 책을 하나의 주제로 두루 살펴보기 위해, ‘책지성’지면은 한 권의 책을 톱아보기 위해, ‘특강취재’지면은 원생들이관심 있어 할 만한 현재 진행 중인 특강을 소개하기 위해, ‘현장’지면의‘Review’는 진행 중인 문화 행사를 취재하고 이를소개하기 위해, ‘습격인터뷰’는 대학원 내 기관을 방문해 그 기관이 하는 일과 구성원을 소개하기 위해, ‘보도’지면은 학내의주요 사안을 요약하여 보도하기 위해, ‘보도기획’은 학내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자치기구의 활동을 진단하기 위해 설계됐다.<대학원보>의 구성원은 매달 편집 회의를 통해 각 지면의 구성을상의하고참신한아이템을찾기위해노력하고있다.

그렇다면 정작 독자인 원생들은 <대학원보>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대학원보를 읽었다고 답변한 원생들 중 47%는<대학원보>의 전반적인 내용에‘만족한다’고 답했지만 25.8%는‘불만족한다’고 답했다. <대학원보>에 대해 만족하는 이유로는‘교내 소식 및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답변이 71%로 가장 많았고, ‘지적·문화적 소양 함양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 35.5%, ‘타전공 분야의 연구동향을 파악할수 있기 때문’이 22.6%로 그 뒤를 이었다. 설문 결과를 분석해 볼 때 원생들은 교내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창구로서 <대학원보>를 구독하고 있으며, 학술적 지식과 연구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 이는‘대학원 신문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42.4%가‘교내 소식 및 학사 정보 전달’, 33.3%가‘구성원의여론 수렴 및 소통의 매개’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점과 일맥상통한다. 응답자의 31.8%는‘깊이 있는 학술적 논의 및 전달내용’역시 대학원 신문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는 것을 지적했다. 다시 말해 현재 <대학원보>는 대학원 신문에 바라는 독자들의 요구를 적절하게 반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대학원보>는 원생들의 만족도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신문에서‘가장 만족하는 지면은 무엇’인지 질문해봤다. 응답자의58.1%가‘인터뷰’지면을, 64.5%가‘인문학술’지면을 가장만족하는 지면으로 꼽았다. 그러나 다른 지면에 대해 만족하는 응답자는 19.4%에서 29%로 이는 앞으로 <대학원보>가 독

자들의 각 지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언론기관으로서의역할원해

<대학원보>는 그동안 본교 대학원 유일의 언론기관으로 그책임과 역할을 다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 노력이 독자들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대학원보>에서 보다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3.3%가‘대학원 신문으로서의 비판기능 강화’, 60.6%(각 30.3%)가‘학내 정보전달’및‘독자들의 관심 유도’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학원 신문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설문지를 통해대학원보를 알았다”, “접할 기회가 적은 것 같다”는 홍보 부족에 대한 원생들의 의견과“원생 간의 여론을 수렴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구로서 새로운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 “대학원에서 일어나는 이해되지 않는 사태들에 대한 속 시원한 보도를 부탁한다”는 <대학원보>가 일반대학원 유일의 언론기구로서 올바른 역할을 수행할 것을 촉구하는 원생들의 의견을<대학원보> 구성원들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송 은|[email protected]

。。。경희대학교대학원신문인 <대학원보>에대해알고계십니까?

。。。<대학원보>를읽지않은이유는무엇입니까?

예 62.3%

아니오 34.0%

。。。<대학원보>에만족하는이유는무엇입니까?

교내소식및다양한정보를얻을수있기때문에 71.0%

지적·문화적소양함양에도움이되기때문에 35.5%

타전공분야의연구동향을파악할수있기때문에 22.6%

전공분야의학술적지식을습득할수있기때문에 12.9%

기사의내용이흥미롭기때문에 6.5%

기타 3.2%

。。。<대학원보>에서보다강화해야할필요가있다고생각하는사안은무엇입니까?

대학원신문으로서의비판기능강화 33.3%

독자들의관심유도 30.3%

학내정보전달 30.3%

신문디자인개선 7.6%

각지면의난이도조절 6.1%

기타 3.0%

기사의내용이흥미롭지않을것같아서 38.1%

<대학원보>의구독방법을몰라서 38.1%

<대학원보>에대해들어본적이없어서 9.5%

기사의내용이객관적이지않을것같아서 0.0%

기타 14.3%

(복수선택가능)

(복수선택가능)

서울교정 국제교정관광대학1층로비 학생회관1층로비제1법학관 1층로비 중앙도서관1층로비중앙도서관1층로비 멀티미디어교육관1층로비

오비스홀 351호경비실앞 외국어대학1층로비네오르네상스홀1층로비 예술디자인대학 1층로비

문과대학1층로비 생명과학대학1층로비정경대학3층경비실앞 국제경 대학1층로비

청운관1층로비 체육대학1층로비본관1층중앙거치대 공과대학1층로비

미술대학 2층학과사무실앞푸른솔문화관앞

음악대학1층경비실앞

▲서울·국제교정 <대학원보> 배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