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와일드 코리아 Wild Wild Korea Part 3.

Vol. 44

이준영 | 상명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교수

리얼리티에 열광하다

Trend Watch Vol. 44

소비자들은 완전히 리얼한 것에 익숙해져 있으며 오직 날 것 그대로의 리얼리티만을 진정

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 마케팅조차도 꾸며진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

나 적어도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이야기여야만 소비자들의 몰입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결국 현실적인 상황과 그 안에서의 진짜 이야기여야만 된다는 것은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있어서도 리얼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

리얼리티는 현재의 화두이다 . 진실성과 진정성이 없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

2012년 슈퍼스타K4는 소위 악마의 편집으로 비난을 받았다 . 악마의 편집이란 용어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왜곡한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제작진을 두고 시청자들이 붙인 이름이다 .

이 때문에 2013년 기획되고 있는 슈퍼스타K5는 이러한 지적들을 최소화하도록 리얼리티

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

2013년 화제의 드라마 <직장의 신>도 이러한 리얼리티를 극대화하도록 철저하게 기획되

었다 . 이 드라마를 만든 윤난중 작가는 2012년부터 8개월간 취업준비생 , 정규직 , 비정규직

사원 등을 밀착 취재하여 스토리와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한다 .

그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 기반한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스토리를 구성

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현실을 기반으로 하여 검증하여 작업하고 디테일한 스토리를 구성해

나갔다고 한다 . 그래서 실제 직장인들이 드라마를 보고 크게 공감하며 큰 인기를 끌 수 있

었던 것이다 .

리얼리티를 살린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다양한 측면에서 볼 수 있다 . 식품업계에서는 무조

건 튀고 보자는 식의 네이밍에서 벗어나서 상품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소위 ‘직구작명’

이 인기를 끌고 있다 . 예전에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조금이라도 붙잡기 위해 포장지를 가득

채우는 긴 이름이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티저형 이름이 상품명으로 선호되었다 . 그러나 불

황의 그늘이 드리워지면서 이렇게 여유를 부릴 틈이 없음을 깨닫고 해당 제품이 무엇이 어

떻게 들어 있는지 바로 소구하는 이른바 직구네이밍 상품이 순조롭게 소비자들의 좋은 반

응을 얻고 있다 .

매일 유업은 신선한 우유가 좋은 우유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에 맞춰서 신선함을 강조한 제

품에 ‘좋은 우유’라는 이름을 붙였다 . 대상의 ‘청정원 순창 불타는 매운 고추장’은 매운맛이

5단계에 달할 정도로 매운 고추장이라는 이름을 지어서 매운맛을 분명하게 어필했다 . CJ는

두부를 소시지처럼 가공하여 만든 두부 제품 이름을 ‘동그란 두부’로 지었다 . 이름만으로도

제품의 형태나 특징이 분명하게 짐작되는 제품인 것이다 .

최근에는 다이어트면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성분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눈길을 잡기 위해서

‘뷰티칼로리면’, ‘살빼면’ 등 직설적인 표현을 한 네이밍을 통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 식

품업계에서는 제품에 대한 인지가 3초 안에 이루어진다고 보면서 재빠르게 소비자들의 눈

길을 사로잡기 위해 제품 특징을 강조한 간결한 상품명을 내세우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

특히 요즘 세대들은 모바일 메신저나 SNS 등의 문자 중심의 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아 짧

고 직관적이고 직설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많아서 이러한 세대의 특성을 고려한 네

이밍 기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 이름 자체도 은유적이거나 우회적인 표현이 아니라 날 것의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이름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

Trend Watch Vol. 44

리얼리티는 생생한 소비자의 체험과 평가에 기반한 마케팅 기법에도 활용된다 . 유니클로는

자사 제품 에어리즘에 대해서 전 세계 10만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에어리즘 체험 세계 투

표 10만 명 평가단을 모집하여 제품을 무료로 증정하고 투표를 통해서 행사를 진행한다 .

투표는 에어리즘의 궁극적인 쾌적함에 대한 Yes 또는 No를 선택하게 하여 고객들의 솔직

한 착용담을 듣고자 한 것이다 . 세계 투표 캠페인에는 유니클로의 광고모델인 이나영 , 글로

벌 홍보대사인 테니스 플레이어 노박 조코비치 , 프로 골퍼 아담 스콧 등이 에어리즘에 대해

미리 체험한 소감을 전하고 ,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

생고생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예전부터 무모한 도전을 많이 했는데 여전히 지금도 레슬링 ,

댄스스포츠를 배우고 봅슬레이와 조정 등에도 도전하는 등 몸을 쓰는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 멤버들이 그런 도전을 하면서 흘린 땀과 노력 등에서 시청자들은 진심을 느꼈고 현재

의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 <무한도전>을 필두로 다양한 생고생 버라이어티가 등

장했다 . <1박2일>도 몸 고생이 심하기로 유명한 프로그램으로 이러한 생고생 버라이어티

의 차세대 주자가 되었다 .

이러한 고생의 차원은 야생의 정글로까지 확대되었다 . <정글의 법칙>은 원래 파일럿 프로

그램이었다가 사람들이 거친 야생에서 어려움을 겪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

Trend Watch Vol. 44

직구 네이밍의 제품들

얼마 전 조작논란에 휩싸이며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한때 예능 프로

그램 전체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진짜 사나이>도 출연진들이 군

대에서 고생을 하면서 생고생을 하는 모습을 리얼하게 담아서 시청자들에게 생생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

다큐예능의 시대

사람들은 꾸미지 않은 본래의 자연스러움이 있는 것에 더욱 열광하게 되었다 . 예전 예능 프

로그램에서는 리얼 버라이어티인 <패밀리가 떴다> 등의 형식이 인기를 끌었다 . 당시 이마

저도 사람들은 대본이 유출이 되자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온라인이 일종의 배신감으로

들끓기도 했다 . 그야말로 사람들은 소위 ‘날 것’, ‘생미학’에 더욱 열광하게 된 것이다 . 이러

한 소위 ‘리얼’을 진정으로 원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방송사들은 소위 다큐예능 , 관찰예능이

라는 장르를 열게 되었다 . 혹자는 이를 가리켜 ‘다큐테인먼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

Trend Watch Vol. 44

관찰예능은 제작진 및 스태프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 곳곳에 카메라를 설

치하여 촬영준비를 마치고 나머지는 출연자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 돌발상황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들이 나오고 ,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이 출연자들의 꾸며지지 않은 그대로

의 ‘날것’을 보게 되는 것이다 . 날것을 통한 웃음은 연출이나 대본에 의한 것보다 공감을 크

게 불러일으키고 소소한 재미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

MBC <아빠 어디가>에 출연하는 아이들은 촬영을 한다기보다 아빠랑 함께 여행을 떠난다

는 생각을 하게 되며 , KBS <인간의 조건>에서 개그맨들은 자연스러운 일상환경에서 자신

들의 사생활을 그대로 노출한다 . 이러한 관찰∙다큐예능은 천진한 솔직함과 날 것의 싱싱함

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

MBC에서도 매주 금요일 세계적 다이빙 리얼리티쇼 ‘셀러브리티 스플래시’가 방송된다 . 이

것은 높은 다이빙대에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셀러브리티들의 모습을 통해서 시청자들

이 스릴과 감동을 체험하는 리얼리티쇼이다 . 시청자들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즐기게

되며 연예인들이 출연하여 이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

이러한 동일한 맥락에서 tvN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에서는 밀실 세트장을 만들었다 .

이 세트는 다른 한 쪽이 뚫려 있는 일반적인 방송세트의 모습과는 다르게 밀폐된 공간에서

촬영이 진행된다 . 제한된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생존 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출연자들의 생생한 리얼리티를 화면에 담게 되는 것이다 . 밀실 세트를 통해 출연자들은 카

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상황에 깊이 몰입할 수 있으며 , 제작진도 출연자들의 몰입을 방해하

지 않기 위해서 대부분의 촬영을 밀실 곳곳에 숨겨진 CCTV 카메라와 비밀 구멍 , 이중 벽 ,

별도의 인터뷰 장소를 활용해 ‘훔쳐 보기’식 녹화를 진행한다 .

또한 스릴만점의 리얼리티를 극대화 하기 위해 출연자들은 촬영 전에 대본 한 장 없는 상

태에서 촬영에 임하며 , 심지어 핸드폰마저 반납한 채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생존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 이러한 상황은 리얼리티를 극대화하며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개입한다는 느

낌을 지우며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긴장감과 호기심을 자극하게 되는 것이다 .

Trend Watch Vol. 44

<땡큐>에서는 차인표 등 3~4명이 출연자와 함께 여행하면서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고

민과 속내를 털어놓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 다큐예능에서는 일반인들이 자연스러운 모습

으로 나온다 . 있는 그대로의 의외성이 드러나는데 예측불가능성으로 인해 좀더 자연스럽고

공감 가능한 스펙트럼을 지니게 된다 . 출연자들의 솔직한 반응에 대해서 공감하는 것이 중

요한 가치로 자리잡고 있으며 그러한 자기만의 속내를 드러내고 털어놓는 과정을 <힐링캠

프>에서는 소위 힐링이라고 지칭한다 . 소소하게 공감하고 경험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거쳐

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공명하며 힐링의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이다 . 그래서 요즘 시대의

영리한 시청자들은 이전과 같은 작위적인 웃음코드를 혐오한다 . 그보다는 진정성으로 다가

서며 공감하는 과정 그 자체를 더욱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

먹방 열풍

먹방이 대세다 .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데 있어서 먹는 순간만큼 진실한 것은 없다 . 이러한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위 먹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 먹는 순간

만큼 꾸미지 않고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드물다 .

Trend Watch Vol. 44

<더 지니어스> 밀실세트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하정우는 먹는 연기를 실감나게 보여주며 이후 ‘먹방’이라는 용

어의 원조가 되었다 . 이후 각 방송사에서는 이를 능가하는 먹방 퍼레이드가 연속되고 있다 .

예전과 같이 맛집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음식을 소개하며 맛있게 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서 예능 프로그램 전반에서 먹방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

Trend Watch Vol. 44

<아빠 어디가> 먹방 장면

일밤 <아빠 어디가>에서 윤후의 먹방이 큰 인기를 끌었고 , 이를 필두로 다양한 먹방 행렬

이 줄을 이었다 . 해당 프로그램에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먹방이 소개된 후 ‘너구리’

라면 매출이 2012년 같은 기간보다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해피선데이 <1박2일>

에서 최강희가 너구리 라면과 떡볶이의 콘셉트를 섞은 너볶이를 소개하자 사람들의 호기심

을 받으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 이 외에도 <해피투게더 시즌3>에서 스타들의 다양한 야식

조리법을 소개하는 야간 매점에서도 먹방에 열을 올린다 . <진짜사나이>에서는 군대식 햄버

거인 ‘군대리아’, 군대식 라면 조리법 ‘뽀글이’ 등이 소개되고 이를 흡입하는 출연자들의 모

습을 보여주고 있다 .

<인간의 조건>에서도 하수오 , 야콘과 같은 생소한 음식들을 알리기도 했고 , <나 혼자 산

다>에서 전주의 물짜장을 소개하는가 하면 해외에서 촬영하는 SBS 예능 <일요일이 좋다-

맨발의 친구들>은 인도네시아 돌새우 , 베트남의 열대과일 같은 동남아 특산품을 전하기도

한다 . 이러한 먹방이 인기인 이유는 최근의 흐름과도 일치한다 . 먹는 행위는 인간의 기본적

이고 가감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자극함으로써 사람들

의 시선을 끌 수 있는 것이다 .

와일드한 상남자 캐릭터의 부상

상남자 캐릭터의 대표적인 인물은 류승룡이다 . 류승룡은 2012년 팔도 ‘남자라면’의 광고에

서 마초적인 매력을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 마초적이고 거칠면서 코믹하고 때

로는 더럽기까지 한 마초적 매력을 어필하면서 단박에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크게 끌었다 .

이러한 것을 가리켜 더티섹시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 더티섹시는 영화 <남쪽으로 튀

어>에서 김윤석이 산발머리를 한 채 단추를 풀어헤친 모습을 보이면서 대표적인 이미지를

형성했다 . 류승룡은 연예계에서 더티섹시라는 단어를 유행시켜서 남성미 넘치는 외모와 풍

부한 감성 , 터프함과 코믹함이 공존하는 캐릭터 이미지로 아이러니한 매력을 발산했다 .

Trend Watch Vol. 44

‘남자라면’ 광고

2013년 3월 커뮤니티 포털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치명적 매력의 더

티섹시 남자연예인으로 류승룡이 1위 , 2위 하정우 , 3위 김윤석이 올라갔다 . 더티섹시는 단

순히 가부장적이거나 거친 마초적 이미지가 아니라 망가진 카리스마를 보이기도 하며 게걸

스러운 식성 , 능청스러운 유머 등이 더티섹시의 조건들이다 .

와일드함은 이러한 상남자 캐릭터에서 그치지 않는다 . 상남자를 넘어서 야생의 괴물 남자

친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소재가 되고 있다 .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뱀파이

어 남자친구가 등장한다 .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이승기는 반인반수의 캐릭터로 인간 여

인인 수지와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를 보여준다 .

2012년 개봉했던 영화 <늑대 소년>도 7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면서 인기를 끌었다 .

괴물 캐릭터는 못생긴 헐크 같은 모양이 아니라 잘생긴 남자로 그려진다 . 거기에 남들에게

는 무서운 괴물이라고 하더라도 여성에게는 순정남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이미지이다 . 이처

럼 아이러니한 매력과 정체성을 지닌 캐릭터에 여성들은 더욱더 열광하고 있다 .

남자들의 세계 조명

남자들만의 세계인 군대 같은 요소가 예능의 주소재가 되고 있다 . 예전에는 군대에서 축구

했던 이야기가 가장 지루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라는 농담도 있었지만 요즘은 군대 이야기가

최고의 이야깃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 <푸른거탑>과 <진짜 사나이> 등의 프로그램이 대표

적이다 . <푸른거탑>은 군대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엮은 시트콤으로서 군대를 배경으

로 '말년 병장 '을 비롯한 분대원들이 그리는 좌충우돌 군대이야기이다 .

<진짜 사나이>는 출연자들이 군대에 실제로 입대하듯이 설정하여 며칠간 고된 훈련과 얼

차려 등을 받으며 군대에서 생활하는 출연자들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 남자들의 그들만

의 세계로 취급받던 군대 이야기가 일반 시청자들에게까지 전달되고 공감될 수 있는 새로

운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있다 .

Trend Watch Vol. 44

<푸른거탑>, <진짜 사나이> 등에서 군대 이야기가 조명을 받자 소비자들의 관심은 군대 관

련 용품에도 쏟아지고 있다 . 소셜 커머스 업체 티몬에 의하면 2013년 5월 30일부터 판매

한 소위 군대리아가 매진을 거듭하며 총 2만 개가 넘게 팔리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

다 . 전투식량 등도 엄청난 양이 팔렸다고 한다 . 이 업체에 의하면 20대에서 40대 초반의

남성 구매 고객이 70%가 넘을 정도로 대다수를 차지했는데 , 보통 소셜커머스에서 여성 구

매자가 7:3 정도로 많은 것을 감안하면 이는 지극히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

이 외에도 많은 프로그램에서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다루는 드라마 등이 많아지고 있는데 ,

대표적으로 JTBC의 <무정도시>를 들 수 있다 . 이 드라마에서는 악명 높은 마약조직을 상

대로 조직원으로 위장한 경찰의 이야기와 조직범죄 세계의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 각 캐릭

터들은 범죄세계 속에서 강렬한 마초적 남성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

나쁜 캐릭터 전성시대

와일드함의 또 다른 측면은 착하지 않고 나쁘다는 점이다 . 사람들은 나쁜 것에 은근히 끌리

는 심리가 있다 .

Trend Watch Vol. 44

군대 소재의 예능

사람들은 기본적인 본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악한 캐릭터에 때로는 더욱 열광하기도 한다 .

욕을 하면서도 보는 이유는 나쁘지만 이것은 일종의 본성이고 본능이므로 이를 대리만족시

켜주고 무의식적으로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성동일은 음모와 권모술수의 달인으로서 소름 돋는

냉혈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초반부에는 너무 착하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후반부로

갈수록 본격적으로 악랄함을 보여주고 있다 . MBC 드라마 <백년의 유산>에서 박원숙은 사

채로 악착같이 부를 모은 방영자 역할을 맡아 ‘막장’ 시어머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이 외에도 <구가의 서>에서 이성재가 악인으로 등장한다 . 영화에서도 나쁜 사람들이 주인

공인 영화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 2012년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 <도둑들>에서는 악

함과 악랄함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캐릭터들이 즐비하다 . 2013년에는 경찰이 경찰

을 배신하고 가장 악랄한 조폭이 되는 스토리를 보여주는 <신세계>가 크게 인기를 끌기도

했다 .

이효리의 ‘배드걸(Bad Girls)’이라는 노래도 이러한 뜻을 가진 직설적 화법을 구사하는 돌

직구와 같은 곡이다 . 이 외에도 투애니원의 씨엘도 나쁜 여자를 콘셉트로 잡았고 , 그룹 레

이디스코드는 데뷔곡을 ‘나쁜여자’로 삼았다 . 이효리는 타이틀곡 ‘배드걸’의 가사를 쓴 이

유로서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권력에 순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악녀로 재연될 수밖에 없었

던 걸 빗대 썼다 . 원래 제목은 ‘싸가지 없는 여자’였다”고 설명한다 . 가사를 보면 이러한 메

시지가 잘 나타난다 .

“영화 속 천사 같은 여주인공 그 옆에 더 끌리는 나쁜 여자 / TV속에 청순가련 여주인공

그 옆에 더 끌리는 나쁜 여자 / 욕심이 남보다 좀 많은 여자 / 지는 게 죽는 것보다 싫은

여자 /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 있는 독설을 날려도 빛이 나는 여자 / 알면서 모른척하지

않는 여자 / 현실의 절망과 욕망 그 어디쯤 더 이상 물러날 수가 없는 여자 / 남들이 모르

게 애써 웃음 짓는 어딘지 모르게 자꾸만 끌리는 Bad bad bad bad girls~”

Trend Watch Vol. 44

19금 유행현상

한 여자가 검은 원피스를 입고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등장한다 . 곧이어 등에 문신을 한 남성

이 근육질 몸매를 드러내며 침대로 들어선다 . 두 사람이 한 침대에서 만나고 여자의 긴 손

톱이 남자의 팬티 라인으로 이어진다 . 이내 남자의 등을 할퀴고 지나간다 .

이것은 박재범이 내놓은 <좋아> 앨범의 19금 수록곡인 ‘웰컴’의 뮤직비디오 한 장면이다 .

이러한 아찔하고 아슬아슬한 영상을 더 낯뜨겁게 하는 것은 성적 표현으로 가득한 가사이

다 . ‘옷을 안 벗고도 가만히 있어도 넌 너무 야해/나를 상상하게 만들어 짐승으로 변할 것

같애’로 시작하는 마초적 가사는 ‘넌 내 아이폰 걸’이라며 대상을 소중한 상품처럼 취급한

뒤 ‘너를 꽉 채워줄게/올 나이트(All night) 올 나이트’로 선정적 분위기가 가득하다 .

가수 린도 가사에 대한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 특히 문제가 된 건 ‘오늘 밤 그대

의 매끈한 복근에 얼굴을 부비고 , 내 다리를 스르륵 쓸어 올리고’ 등 선정적인 내용이 포함

돼 있는 가사이다 . 이를 KBS 2TV <뮤직뱅크>에서 접한 한 시청자는 KBS 시청자 게시판

에 "주로 청소년들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인데 성인인 나도 낯 뜨거워져 채널을 바꿀 정도였

다”라고 비판을 제기해서 방송적격 여부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

성적 선정성은 문화계의 각 분야에서 강해지고 있지만 특히 대중음악계는 주류 , 비주류 할

것 없이 성적 문제를 직설적으로 대놓고 풀어내기 시작했다 . 은유나 암시를 통해 성을 표현

하는 적당한 수준에서 직설과 돌직구 화법을 통해 성의 문제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

돌직구 스타일

케빈 로버츠 사치앤사치 사장은 1987년 펩시콜라 캐나다 법인 사장으로 임명된 직후 직원 ,

바이어 , 관계자들이 모인 행사장에서 짧은 연설을 마친 후에 갑자기 기관총을 집어 들고 총

구를 무대 위에 설치된 대형 코카콜라 자판기에 겨누고 무차별 난사를 했다 .

Trend Watch Vol. 44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코카콜라를 제압하겠다는 케빈 로버츠의 돌직구 메시지였

고 , 구전 마케팅을 노린 이 기발한 행사는 적중했고 , 덕분에 펩시는 캐나다 시장에서 코카

콜라를 따라잡기에 이른다 .

요즘 들어 돌직구 화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돌직구 화법이 관심

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직설화법에 사람들이 열광을 하게 되었다 . 돌직구는 돌처럼 묵직하

고 강한 직구를 의미하는 야구용어였는데 요즘에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 실제로 많은 예

능 프로그램 등에서 돌직구 화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 돌직구 화법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

는 거의 없다 . 상대방이 난처해하는 부분조차도 직설적으로 말해버리고 폭로해 버린다 .

이러한 돌직구 화법은 요즘처럼 힘들고 만만하지 않은 사회 분위기에서 힘든 사회를 극복

할 수 있도록 핵심을 찔러주고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 아무리 강한

대상이라 하더라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 또한 힘들고 우울한

개인적 감정을 답답하게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그걸 다 표출해야 속이 시원해지고 , 나아가

서는 심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실제로 현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돌직구 화법을 구사하지 못한다 . 오히려 자기가 못하는 이러한 돌직구 화법을 구사하는 사

람들을 통해서 속 시원한 대리만족을 경험함으로써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

다 .

아웃도어 레저와 캠핑 산업 확대

야생의 자연에 대한 조명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아웃도어 레저 영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

유통업계에 따르면 3년 전인 2010년 2,000억 원 규모였던 캠핑용품 시장이 2013년은

4,000억 원을 넘어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이는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예외적인 현상이다 . 캠핑족의 급격한 증가로 전국의 캠핑장도 450여 개로 확대되면서 캠핑

용품이 '블루 오션 '으로 부상했다 . 야생과 자연에 대한 관심은 이러한 캠핑시장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고 캠핑카 등의 캠핑용품 시장은 계속해서 크게 확대되고 있다 .

Trend Watch Vol. 44

이러한 열풍의 가운데서 캠핑 및 아웃도어 레저에 적합한 SUV에 대한 인기 역시 더욱 커

져가고 있다 . 5인승이 주를 이루던 SUV가 7인승으로 진화하고 있다 . 이는 가족 단위 레저

열풍과 폭넓은 실용성에 대한 요구가 이러한 열풍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이다 .

아웃도어 열풍은 식품 업계로까지 번져갔다 . 인기 있는 음료를 분말 형태로 선보이는 간편

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 이뿐만 아니라 야외에서 간편하게 공복을 해결할 수 있게 하는

분말 식품도 등장하고 있다 . 아웃도어 스포츠 업계에서 여유로운 저녁시간에 스포츠를 즐

기는 나포츠(Night+Sports)족이 증가하여 이와 관련한 상품과 이벤트 등 야간 레포츠가

조명을 받고 있다 . 나이키는 밤에 이태원 거리를 자유롭게 달리는 나이키 이태원 프리런 행

사를 개최했고 , 푸마는 9월경에 야간 레이스 대회인 ‘푸마 글로 런’을 진행한다 . 다양한 분

야에서 이러한 야생에 대한 관심은 아웃도어 레저와 캠핑 관련 산업의 확장을 낳고 있다 .

자연 그대로의 무첨가 무가공

예능 프로그램만 이렇게 무가공 , 무첨가의 리얼리티와 자연스러움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

현재의 소비자들은 이렇게 무가공되고 무첨가된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즐기기를 원

한다 . 이것은 문화 콘텐츠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 물리적이 상품에 있어서도 그렇

다 . 유통업계에서는 유해성분 빼기 열풍이 불고 있다 . 화장품 , 식품 등에서 기존과 같이 다

양한 기능을 가진 성분을 쓰는 것보다 필요한 용량과 성분만을 넣고 불필요한 성분을 줄인

화장품 , 식품 등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

요즘 화장품은 무파라벤 , 무동물성 , 무에탄올 , 무실리콘 오일 , 무포름알데히드 , 무색소 , 무

향료 등의 문구를 내세우며 제품을 선전하고 있다 . 기존에 있던 것들을 제거해서 오히려 소

비자에게 효익을 도모한다는 소위 마이너스 베너핏(minus benefit)이다 . 식품업계에서 식

품의 품질을 유지 또는 개선시키거나 맛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넣는 식품첨가물 , 합

성첨가물을 제거하여 상품을 출시하는 경향 역시 커지고 있다 . 이른바 합성착향료 , 합성보

존료 , 유화제 , 소포제 등의 인공첨가물을 빼기 시작한 것이다 .BM

Trend Watch Vol. 44

이준영 | 상명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교수

상명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에서 학사, 석사 학

위를 받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12년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최우수논문상, 2011년

한국소비자학회 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 LG전자 LSR(Life Soft Research)연구소에서 근무했으며

주요 관심분야는 소비트렌드, 소비자행태, 소비자유통(Retailing)이다.

Reference

김난도 외(2011), 트렌드코리아 2012, 미래의 창

헤럴드경제, 2012년 11월 15일, 불황의 시대,진실을 팝니다…소비자들과 통한 ‘직구 네이밍’ 상품

이투데이, 2013년 5월 28일, 유니클로, 에어리즘 10만명 체험 ‘세계 투표’ 진행

TV리포트, 2013년 5월 23일, ‘트렌드 혹은 본능’…왜 나쁜 여자에 끌리는가

뉴센, 2013년 5월 13일, KBS, 린 ‘오늘밤’ 가사 선정성 지적에 “노골적이지 않아” 공식 입장

국제신문, 너도나도 캠핑열풍, 2013. 6.11

Trend Watch Vol.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