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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아름다운우리 · 1 아름다운 새들마을학교가 만드는 특별 청소년신문 생일 땅과 하늘 만물이 너를 품고 크게 울었어 가슴 메이는 감격 슬픔과 기쁨 가득한 아픔 그 아픔 속에 슬픔과 기쁨 가득한 인생 그 인생 속에 살아가는 너를 축복해 담대히 살아가길 아름다운 우리 生日을 축하해 2013년 10월 첫 번째 이야기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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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마을학교가 만드는 특별 청소년신문 '아름다운 우리' (2013.10.) - 새들마을학교는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초중고 통합 대안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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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2013 아름다운 우리·1

아름다운 우리새들마을학교가 만드는 특별 청소년신문

생일

땅과 하늘 만물이

너를 품고 크게 울었어

가슴 메이는 감격

슬픔과 기쁨 가득한 아픔

그 아픔 속에

슬픔과 기쁨 가득한 인생

그 인생 속에

살아가는 너를 축복해

담대히 살아가길

아름다운 우리

生日을 축하해

2013년 10월 첫 번째 이야기

Page 2: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2·새들마을학교 청소년 신문

“나는 폭풍우가 무섭지 않다. 왜냐하면 배를 운항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아씨들>을 지은 소설가 루이자 메이 알콧(Louisa May Alcott)

발행 새들마을학교

발행·편집인 최봉실

디자인 이슬비

지도교사 윤희윤

기자 최봉실, 윤희윤, 이밀알,

김민수, 석현수, 김고운,

양의진, 김지호, 양권진,

명권영, 이영인, 구한글,

김진경, 양하늘, 명다소,

김시원

주소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비산 3동 282-41 2층

전화번호 070-8742-4480

누리집 j.mp/saedeul

이메일 [email protected]

후원계좌 국민 222001-04-

103652 윤희윤(새들마을학교)

02 목차

03 時論-지식과지혜 '한국사 수능 필수화'에 부쳐

임기응변이 아니라 백년지대계로

04 時論-지식과지혜 '한국사 수능 필수화', 새들마을학교 친구들의 생각

07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 공부론

배우고 배워 때에 합당히 행하면 기쁘지 아니한가

08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 새들마을학교, 이렇게 공부해요

상자 모양, 공 모양을 화면에 그리면?

09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 새들마을학교, 이렇게 공부해요

고구마 줄기 부케

10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 한반도 역대 통일국가, 통일을 내다보다

수고했다, 통일신라!

13 일상이 예술이다 화분정원

도대체 몇 가지 기능을?!

14 대안교육문화 현장을 찾아서 ‘더불어 가는 배움터 길ʼ을 다녀오다

18 너의 목소리가 들려 외모불만

못 생기면 못 생겼다고, 성형하면 괴물이라고 그럼 어떡하라고?!!

20 담담(淡談)덤덤 창작 이야기

호랑이가 어떻게 담배 피우게 된 줄 알아?

21 담담(淡談)덤덤 이 노래를 들어 봐!

네 손을 잡고 달리고 싶어!

22 아름다운 발자취 천사가 따로 있나!

폐지 한 묶음 이고 가는 여인

23 뫼비우스 편집후기 표지 사진 새들마을학교 아침명상 시간

표지 글 최봉실

2013년 10월 첫 번째 이야기

아름다운 우리새들마을학교가 만드는 특별 청소년신문

Page 3: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2013 아름다운 우리·3

오랜 시간 사회과 변두리에 있던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으

로 지정되었다. ‘대입의, 대입을 위한, 대입에 의한’ 고등학교

교육 현실에서 한국사는 구원받은 것이다. 학생들은 분명 열

심히 공부할 거다. 한국사 시간 엎드려 자던 학생은 허리를

곧추 세울 거고 수업은 활기가 돌 거다. 내년부터는 수업 시

수도 현행 5단위에서 6단위로 늘어난다. 공무원 학원 등에

서 활동했던 한국사 강사들도 대입 학원으로 이동해 가고 있

고, 한국사를 대비하는 학원도 벌써 들썩이고 있다고 한다.

<조선일보>와 몇 대학은 발 빠르게 ‘한국사 지도사 양성 과

정’을 신설했다. 한국사는 대접받는 과목이 되었다. 당당히

국영수와 같은 위용을 갖추게 됐다.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지만 최근 청소년들의 역사의식이 도마

에 올랐다. 야스쿠니 신사의 ‘신사’를 젠틀맨(gentleman)의

신사로 생각하고, 제국주의의 표시인 독일 나치 상징 하켄크

로이즈나 일본 제국주의를 의미하는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옷

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는다. 올 6월 <서울신문> 설문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중 일부는 ‘민주화’를 특정 사이트에서 ‘나쁜

뜻(추천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단어로 이해하거나,

북침을 북쪽으로 침략을 했다는 것인지 북한이 침략했다는

것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역사를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박근혜 대

통령과 정부의 의지는 긍정할 만하다. 하지만 수능 필수과목

이 되었다고 해서 한국사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까? 오히려

대통령의 몇 마디 말에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과정이나 검

정을 통과한 교학사 교과서가 일제강점기의 식민사관을 담

고 독재를 미화했다고 지적받은 것을 보면 이를 긍정하기 어

렵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의 시험 부담, 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 따위는 차치하더라도, 역사를 중요하게 가르치자는 것

의 해답으로서 수능 필수화에 의문이 가는 것이다.

무엇에서 시작했는지 기억해야 한다. 시작은 청소년들이 우

리나라 역사를 바르게 잘 알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학생들

에게 한국사를 가르쳐 바른 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하

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청소년들이 과거를 교훈 삼아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 에이

치 카(E.H.Carr)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현재와 대화하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역사가 되려면 역사는 사실로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무엇이 바른 역사적 관점인지 찾아야 하며, 우

리가 서 있는 현실에 반추해 보며 끊임없이 현실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그 바탕 위에서 역사를 거듭 새롭게 해석해 갈 수

있어야 한다. 신라의 삼국통일 과정을 배우며 어떤 왕이 몇

년도에 어떤 순서로 삼국을 통일했는지를 외우는 것이 중요

한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현실로 끌어들여 한반도 분단 현

실에서 우리는 왜 통일해야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을지로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다. 과거 신라의 통일이

라는 사건과 지금 남북통일이라는 과제가 끊임없이 대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한국사 수능 필수화가 시작된 논제다.

언제나 첫 마음을 기억하면 방법은 찾기 쉽다. 과연 한국사

수능 필수화로 청소년들로 하여금 과거와 현재를 대화하게

하는 역사를 더 잘 배우게 할까. 한국사 수능 필수화로 청소

년들이 한국사를 중요하게 여기고 더 많이 공부할 것은 사실

이겠지만, 오히려 오지선다형의 수능에서 주어진 답을 찾는

기계적인 역사 공부를 할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 해석보다는

메마른 정보에 주목하는 것에 그치게 될 것이고, 주류 역사

해석과는 다른 해석은 억압되고 배제될 것이다. 이는 꼭 가

보지 않아도 과거 우리 학교 현실이 증명해 주고 있다. 수능

필수화는 답지 중 가장 선택하기 쉬운 답지이지만 제일 부작

용이 많은 방법이다. 비록 돌아가는 것 같고 오래 걸릴지 모

르지만 청소년들이 한국사를 공부함으로써 역사적 사실 위

에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역사적 사실은 자연스레 머리에 입력될 것이고

역사적 의미는 자연스레 삶에 벨 것이다. 한국사 공부를 제

대로 하는 풍토가 학교에 정착될 때 그것에 도움이 되는 수

능시험도 치러질 수 있을 것이다.

글_ 윤희윤

임기응변이 아니라 백년지대계로

時論-지식과지혜 | ‘한국사 수능 필수화’에 부쳐

Page 4: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4·새들마을학교 청소년 신문

時論-지식과지혜 | 한국사 수능 필수화, 새들마을학교 친구들의 생각

한국사, 24년 만에

수능 필수과목으로

한국사가 24년 만에 대학입시 선택과목에서 필수과목으로 부

활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중요한 교육 정책을 졸속으로 추

진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박대통령은 “어렸을 때 보편적으로

인정받은 역사를 배워야 한다” 등 여러 차례 역사 교육 문제를

언급했으며 이에 대한 찬성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서울 광화

문 광장에서 시작된 한국사 수능 필수화 서명운동은 부산, 광주,

울산, 대전과 독도, 거제도에서까지 서명을 받는 등 한국사 수능

필수화에 불을 지폈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지지했습니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큽니다. 대표적으로 경제교육학회, 전국사

회교사모임 등 14개 단체가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

다. 이들은 “한국사마저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면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하고 한국사 공부가 단순 암기로 전락할 것”이라는

등 여러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두 입장 모두 ‘역사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라는 명제

에는 다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이뤄 낼 수 있을

까요? 그런데 왜 이렇게 팽팽히 맞서게만 될까요? 한국사 수능

필수화를 향한 바른 시각과 올바르고 활발한 역사 교육을 위한

대안을 새들마을학교 친구들에게서 들어 보았습니다.

글_ 석현수(15세)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되었다.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수능이 한국사 교육을 강화시키는 해결책이라

고 말한다. 우리 시대 학생들이 한국사를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수능 필수과목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입장에서 보

자면 이는 옳지 못하다.

나는 학교에서 한국사 시험을 따로 보지 않고 일반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까지 자세히 배운다. 물론 암기 방법이 아니라,

현장 체험 학습이나 답사, 또는 모둠 활동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도 길러 간다. 일반 암기 과

목으로 한국사를 배우는 것보다 이처럼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한국사의 재미를 알아 가는 배움이 훨씬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한국사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배우다 보면 일반 ‘암기 과목 한국사ʼ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재미있는 한국사라는 인식이 커

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지금 한국사 수능 필수화에 의존하기보다, 한국사 수업 방식을 바꿔 아이들이 조금 더 재미있고 즐

겁게 한국사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국사를 더 잘 알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글_ 김고운(14세)

역사 교육 제대로, 관건은 시험 아닌 수업!

백제 시대 정림사지 5층 석탑

Page 5: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2013 아름다운 우리·5

時論-지식과지혜 | 한국사 수능 필수화, 새들마을학교 친구들의 생각

한국사를 잘 공부하기 위해서 수능 필수과목으로 하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다만 ‘꼭 수능 필수과목이 되어

야 열심히 공부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렇게 하지 않

아도 열심히 공부할 수 있다면 수능 필수과목으로 꼭 넣을 필

요도 없을 텐데 말이다.

수능 필수과목이 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공부할 수 있다.

나는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수능시험과 상관없이 공부하고 있

다. 우리 학교에서 배우는 한국사는 일단 거의 재밌다. 우리

학교에서는 신채호 선생님, 함석헌 선생님의 책들도 참고하

면서 공부한다. 우리 선조들이 목숨을 걸고, 평생을 걸고 전

하려 했던 역사와 일제 식민사관에 의해 왜곡되고 은폐된 역

사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우리는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지 고민해 본다. 역사 기행도 많이 가서 역사 이야기들이 머

릿속에 더 쏙쏙 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한국사를 배운다면 수능에 넣든 안 넣든

상관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일반학교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지

해야 하고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

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글_ 양의진(13세)

한국사가 2017년 수능에 필수과목으로 채택되었다. 하지만

너무 섣부른 결정은 아닐까.

찬성 측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라는 입장이

지만, 역시 지금 같은 경쟁 위주 제도에서는 수능을 준비한다

면 역사를 잊은 것만도 못하게 되지 않을까? 지지 않으려면

이겨야 하고, 이기려면 친구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경쟁 구도

속에서 시험 스트레스로 역사를 알기는커녕 생을 포기하는 일

이 더욱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건강증진재단이 지난 달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

아 통계청 사망 원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 10

년 새 청소년 자살률이 57% 증가했다고 한다. 성적 압박과

학교폭력, 왕따,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다. OECD 청소년

행복지수는 우리나라가 꼴찌다. 이렇듯 청소년 자살에 주요

한 영향을 끼치는 것 중 하나가 성적 압박이다. 학교의 교육

현실이 확 바뀌어야 한다는 신호가 아닐까.

그럼 어떻게? 곳곳에서 좀 더 좋은 학교를 만들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대안한교, 혁신학교가 대표적이다. 대안학교

란 ‘공교육 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만들어진, 종래의 학

교 교육과는 다른 교육’을 시도하는 곳이다. 대안교육연대는

2006년 6월 일찌감치 출범해 이러한 노력들을 연대해 가고

있고, 최근에는 국회와 정부에서 비인가 대안학교를 지원할

방법을 여러모로 고심·추진 중이다.

혁신학교란 말 그대로 ‘교육 과정 혁신과 학교 운영 혁신을 통

해 공교육 정상화를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모델학교’이다. 정

부가 만든 곳인 만큼 지금 이 시대가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대안학교나 혁신학교나 지금의 교육방식을 바꾼다는, 아니

혁신한다는 것은 같은 것 같다. 학생들이 학교를 편안하게 생

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친구들이 수업을 재미있게 참여하면

좋겠다. 따라서 이러한 교육 조건과 환경이 바뀌어 가는 것을

선행하며 한국사 수능 필수화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 보

아도 좋았을 것이다.

물론 학생들이 역사를 알게 하자는 찬성 측의 의견은 옳다.

하지만 학생들의 행복지수도 차근차근 올라가고, 더 이상 스

트레스를 받지 않고 생활하고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되고,

각종 학교, 각종 교육 문제가 혁신된 후에 한국사 수능 필수

화를 해도 늦지 않다. 그래야만 우리 조상의 얼과 지혜를 더

잘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제대로 된 한국사 공부를 할 수 있

을 것이라 생각한다.

글_ 양권진(15세)

청소년 자살률 높아지는데 수능 필수과목 추가?

수능 필수과목 아니라도 역사가 얼마나 재밌는데!

Page 6: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6·새들마을학교 청소년 신문

時論-지식과지혜 | 한국사 수능 필수화, 새들마을학교 친구들의 생각

한국사가 24년 만에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었다. 현재의

중학생 3학년은 2017학년도 대입 시험에서 한국사 시험을

필수로 보게 된다.

그런데 이 한국사 수능 필수화에 대해 우려하며 반대하는 사

람들도 있다. 학생들에 시험 부담이 되고 학부모에 사교육비

부담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능 필수화가 되었다 해도 굳이 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 중 과연 공부를 잘하

는 학생들이 몇 명일까? 몇 명 없을 것이다. 내 친구들 대부분

도 학원을 다니지만 잘하는 아이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학부모들은 학원을 보내는 이유가 자식을 공부 잘하게 하려는

것인데 학원을 다니는 것이 그 문제를 결코 해결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국사 수능을 위해 꼭 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다. 학교에서 교과서로만 배워도 충분하다. 역사 그대로를

이해하고 기억하면 되기 때문이다.

한국사 수능 필수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국사 교육이 학교

에서 암기식으로만 이뤄질 것을 염려한다. 이 문제는 교육 방

식을 바꾸면 된다.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대안학교인

데 한국사의 수업 방식이 일반학교와는 달리 암기식이 아니라

이해하고 지혜를 배우는 교육이다. 우리나라 역사와 우리 조

상들의 지혜를 배우고 깨닫기 위한 목표로 바꾸고 오직 그 목

표에 충실한 방법들로 역사를 배워 가면 문제 될 것이 없다.

현재 일본에서는 자기들이 만들어 낸 임나본부설을 가르치며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미래에 일본 학생들이

자기들이 배운 것을 토대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말할 경우

과연 제대로 된 논리와 증거를 제시하며 반박할 수 있는 우리

나라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대학 입시가 목표가 아닌 올바른

목표를 세워 그것에 합당히 공부하는 일이 더 시급한 이유다.

이렇게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되면서 생기는 문제점들을

보완하여 현재의 우리 학생들에게 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한국

사를 가르치고 당당하게 우리 역사를 주장하게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글_ 김지호(15세)

대학 입시 위한 공부?조상의 지혜 배우고 깨닫는 한국사 공부가 되길

Page 7: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2013 아름다운 우리·7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는 논어 ‘학이’편의

첫 구절입니다. 우리는 흔히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뜻으로 알고 있지요. 책 보고 공부하고 어떤 것을

가끔 더 잘 알게 되면 기쁘다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곰

곰이 생각해 보세요. 배우고 겨우 때때로(경우에 따라 가끔) 되

풀이해 기억하는 게 뭐가 그리 기쁠까요?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는 ‘습(習)’자가 완전히 행하게 될 때까

지 반복해서 오래 익힘으로 아주 능숙하게 행하게 되는 것까지

포함하는 의미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시(時)’는 ‘때때로’가 아닌,

‘제때에’ ‘때에 맞게’로 푸는 게 더 적절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러

고 보니 時와 習의 의미가 아주 멋지게 연결됩니다. 배우고 배워

온전히 익힘으로 때가 이르러 행해야 할 때 제때에 때에 맞게 행

하니 참으로 기쁘다는 말인 거지요. 그러면 정말 기쁠 수 있겠구

나,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익히다’를 뜻하는 ‘습(習)’은 ‘새끼가 나는 법을 익힌다’는 의미에

서 나온 글자입니다. 흰 부리의 어린 새가 매일 날갯짓을 한다는

의미이지요. 갓난아기가 눈 뜨고 젖만 먹으면 몸을 뒤집으려고

하고, 잡고 일어서려고 하고, 뒤뚱뒤뚱거리다 끝내는 걸으려고

매일매일 도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시 말해 ‘習은̓ ‘반복적으로

시도해서 몸에 완전히 익히는 과정을 말하지요.

사실 ‘익히다’는 것은 우리의 삶의 걸음, 즉 무엇(물질적이고 정

신적인 모든 것)을 생산하고 그것을 누리는 그 모든 과정을 지탱

시켜 주는 본질적인 행위입니다. 뭐 하나 제대로 익히지 않고 되

는 일이란 없으니까요. 우리가 하는 공부란 바로 이 ‘익힘’의 가치를

회복하는 길일 것입니다. 반복하는 수고 끝에 내 안에 몸의 근력과

마음의 근력이 함께 생성되어 더 단단하고 풍성한 창조물을 낼

수 있는 존재로 자라고 성장해 가는 길 말이지요.

여기서 ‘익힘’이 자연스레 ‘행함’과 연결됨을 볼 수 있습니다. 익

힌다는 것은, 배운 것이 몸에 체화되고 넘쳐 내 몸 밖으로 나와

외부에서 새로운 생명(물질적, 정신적 창조물, 혹은 모든 생명)

을 창조해 내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이지요. 진정한 공부, 학습이

란, 매일 배우고 익히되 단지 머릿속에만 담아 두는 것이 아니라

아주 손쉽게 행할 수 있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이며, 그것은 나와

너와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끊임없이 새롭게 창조해 가도록 돕

는 소중한 행위인 것입니다. 그 창조의 과정이 너와 나와 이 세

상을 파괴해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 모든 존재와 관계를

거듭 되살아나게 할 것인지를 우리는 또한 더욱 잘 공부해야 하

는 것이지요.

앞으로 네 차례 발행될 새들마을학교의 특별 청소년신문을 통

해 비록 짧은 나눔이겠지만 이 공부의 길에 누리는 기쁨과 그 공

부의 열매를 나누고 싶습니다. ‘공부’ 하면, ‘숙제’ 하면, ‘시험’ 하

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우리 어린 친구들에게 공부가 얼마

나 재밌는지, 숙제를 하는 일이 얼마나 뿌듯한지, 시험이 얼마나

스릴 넘치는 일인지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잘 생각해 보면, 실제 인생은 딱 세 마디 말로 정리가 됩니다. 공

부를 제대로 해야 하고, 자기 인생의 과제, 책임을 잘 감당해야

하며, 여러 가지 닥쳐오는 온갖 유혹과 시험을 잘 맞서 이겨내야

한다는 것. 이것을 정말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공부를 우리 모두

가 잘 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_ 최봉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 | 공부론

배우고 배워

때에 합당히 행하면

기쁘지 아니한가니한가

Page 8: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8·새들마을학교 청소년 신문

초등 1학년 친구들은 네모, 세모, 동그라미를 배우고 있습니다. 둥근 기둥 모양, 상자 모양, 공 모양 등 입체 도형을 만나며 세상

에 여러 가지 모양이 있다는 것을 배웠지요.

그럼 그 상자 모양을 평면에 꾹 눌러서 평평하게 만든

다면 어떤 모양이 될까요? 아니면 둥근 기둥 모양을

세워 놓고 그림으로 그린다면 어떤 모양이 될까요.

이렇게 평면에 그려진 도형들은 두께가 없는 평면도

형이 됩니다. 아직 1학년 친구들이 ‘평면도형’이라는

낱말을 배우진 않지만, 평면에 나타낼 수 있는 도형

이 있다는 것을 네모, 세모, 동그라미를 찾으며 배웠

습니다. 이 모양들은 우리 얼굴에서도 찾을 수 있습

니다. 동그란 눈, 네모난 이빨, 세모난 코!

모양을 배울 때는 밖에서 하는 수업도 좋습니다. 세

상에는 무수한 모양들로 가득하거든요. 만약 종이에

그린다면 세모, 네모, 동그라미로 그려질 여러 물건

들을 만났습니다. 네모 모양이 눈에 가장 많이 띕니

다. 세모 모양은 무엇인가를 받쳐 놓은 곳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동그라미는 바퀴나 전등 같은 곳에서 볼

수 있었지요.

재미있는 것은 둥근 기둥 모양입니다. 둥근 기둥 모양은 옆면은 네모 모양으로 그려지지만 윗면이나 아랫면은 동그라미 모양으로

그려집니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평면에서는 서로 다른 모양으로 그려지는 것이지요.

무심코 지나쳤던 마을의 풍경을 네모와 세모, 동그라미를 찾으며 들여다보니 무수한 네모와 세모와 동그라미들로 이뤄진 세상의

조화가 새삼 놀랍게 다가옵니다. “우와, 여기에도 있다!”

모양을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도도도도 달려가 들여

다보곤 했지요. 학교에서는 <수학책>과 <수학 익힘책>

을 통해 우리가 만났던 여러 가지 모양들을 마을을 다

니며 복습했습니다. 주변에서 네모, 동그라미, 세모

를 찾아보기도 하고, 찾아서 본을 떠 보기도 했습니

다. 미처 다 하지 못한 <수학익힘책>의 문제들을 숙제

로 내줬더니 친구들은 ‘와!!’ 하고 환호를 지릅니다.

글·사진_ 이밀알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 | 새들마을학교, 이렇게 공부해요

상자 모양, 공 모양을 화면에 그리면?

옆에서 보면 직사각형, 앞에서 보면 원 모양

마을 곳곳에서 발견되는 여러가지 모양

Page 9: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2013 아름다운 우리·9

여름의 더위, 풀, 장마와의 전쟁을 끝내고 시작되는 가을 농사는 수확의 기쁨과 함께 수월함을 더해 줍니다. 처서가 지나며 풀도

더는 기세를 부리지 않습니다. 가지나 호박 같은 작물들은 맑은 태양 볕에 열매를 넉넉히 내어 줍니다.

물과 거름만 넉넉히 주면 된다는 가을 밭농사, 새들마을학교 전

학년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농사 수업에서는 김장하기 위한 배추

와 무, 쪽파, 갓, 양파, 그리고 약간의 쌈채소를 심기로 했습니다.

무와 갓, 쌈채소는 씨를 뿌렸고, 배추는 모종을 심었습니다. 그

리고 한 주가 지나자 씨앗들은 싹을 틔웠고 배추는 잎이 커졌습니

다. 배추 사이사이에 심은 파도 싹이 났습니다. 양파는 모종판에

서 10월에 옮겨심기를 할 때까지 쑥쑥 자랄 것입니다.

맛난 김치가 될 배추와 무에는 물을 주고 우리의 관심은 고구마로

옮겨졌습니다. 여름을 지난 고구마의 잎과 줄기는 무성합니다. 이

고구마 줄기는 조금만 손질하면 맛있는 반찬이 됩니다. 우리 조

상들은 어떻게 고구마 줄기를 먹을 생각을 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맛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요.

고구마 줄기를 따려면 온몸을 고구마 잎 사이에 맡겨야 합니다.

줄기는 톡톡 분지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처음엔 고구마 잎 사이로

몸을 맡긴다는 것이 망설여졌는데 하나둘 따는 재미를 느끼다 보

니 어느덧 고구마 줄기가 한 아름이나 되었습니다.

고구나 줄기를 가득 모아 손에 잡으니 꼭 부케 같습니다. 아이들이 부케를 만들면 예쁘겠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고 아이들이 커

서 가을에 결혼하게 되면 고구마 줄기로 부케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습니다. 생각만 해도 멋진 부케입니다. 고구마 줄기에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로 장식해서 멋진 부케를 만들어야겠습니다.

한 아름 따온 고구마 줄기를 모두 둘러 앉아 손질합니

다. 손질하는 방법은, 줄기 끝에 달린 잎을 톡 꺾어 쭉

내립니다. 그러면 줄기 껍질이 잎을 따라 같이 벗겨집니

다. 껍질을 제거한 고구마 줄기는 부드럽고 아삭아삭한

맛난 반찬이 됩니다. 이렇게 맛있는 것은 함께 나누어

먹어야 더 맛있습니다. 조금씩 나누어 담아 아이들 집에

보냈습니다. 손수 농사짓고 다듬어 밥상에 올린 고구마

줄기, 맛있게 드셨어요?

글_ 윤희윤, 사진_ 김민수·윤희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 | 새들마을학교, 이렇게 공부해요

고구마 줄기 부케, 들어 보셨어요?

7평 학교 텃밭에서 고구마 잎과 줄기를 수확했어요

(좌)고구마 줄기 부케, 어때요? (우)고구마줄기를 손질하는 새들마을학교 친구들

마을 곳곳에서 발견되는 여러가지 모양

Page 10: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10·새들마을학교 청소년 신문

통일신라시대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은 무엇일까요. 새들마을학교 역사탐방 때

방문했던 신라의 포석정이 기억에 납니다. 신

라가 최후를 맞이했던 장소이지요. 경애왕이

위태로운 나라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연회를 베풀다 후백제의 견훤에게 죽임을 당

했다는 곳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신

라 멸망을 정당화하기 위한 승자의 기록일

가능성도 생각해 봅니다.

통일신라 건설의 기반, 화랑도

통일신라의 첫 시작은 참으로 의미 있는 출

발이었습니다. 백제와 고구려가 타락으로

든, 거듭된 외적의 공격을 막아 내는 데 힘

이 소진된 탓으로든 그 내적 힘이 끝에 달했

을 때, 신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모아 한 나라를 세워 낼 수 있는 내적 에너

지와 이상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그 바탕에 바로 화랑도가 있었다고 할 수

있지요.

통일신라시대 청소년들은 화랑도라는 집단

생활을 통해 지식을 갈고 닦고 의를 깨치며

일상 가운데 직접 실천하는 지행합일의 삶

을 지향했습니다. 구성원들 간 계급 차이에

도 갈등을 조절하고 우정을 맺는 것이 이 집

단 관계의 핵심이었지요.

화랑도의 교육과 활동 중 보다 흥미롭고 고

무적인 점은 전국 명승지를 돌며 자연의 아

름다움을 누리며 천일합일의 정신을 기르고

국토에 대한 애착심을 기르도록 했다는 점

입니다. 평소에 산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형을 익혀 전시를 대비할 수

도 있었지요. 새들마을학교도 ‘풍류를 배우

다’란 주제로 지난 여름들살이를 진행하면서

강릉을 찾아 옛 선조들이 누렸던 풍류의 삶

과 교육을 조금은 맛보았습니다. 벗과 어울

리며 자연을 만끽하며 시를 읊고 우정을 다

지는 시간을 가졌지요. 화랑도는 이렇게 같

이 어울려 놀고 함께 수련하는 가운데 드러

나는 모습 속에서 바른 인성을 분별하고 인

재를 뽑았으며, 바로 이 인재들이 신라의 삼

국통일의 주춧돌 역할을 했습니다.

신라의 이러한 청소년 조직 문화는 고구려의

선배제도와 경당조직에서, 그리고 마한시대

에서도 그 비슷한 전통이 발견됩니다. 그 안

에서 청소년들은 평소에 함께 어울리고 공

부하고 무예를 연마하고, 비상시엔 나라의

안위와 평화를 지키는 데 헌신했습니다. 우

리의 청소년 교육 문화가 돌아가야 할 맑은

상류가 어디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것 같

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화랑도가 또한 많은 이유로

왜곡되기도 합니다. 신라에서 발전한 화랑도

라 하여 경상도의 정치적 수권을 정당화하

는 도구로 이용되기도 하고, 일제 식민사관

에 의해 그 의미와 가치가 폄하되고 성적으

로 타락한 집단으로 치부되기도 하며, 군사

독재시대에는 군부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

한 도구로 강조되기도 했지요. 어떤 집단이

나 제도든 그것이 인간적 한계와 타락을 겪

겠지만, 그것의 본래 정신과 지향이 무엇이

었는지, 그리고 그 가치를 온전히 실천하고

자 했던 수많은 이들의 삶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당에 의존한 통일, 하지만 수고했다, 신라!

가장 작은 나라였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렇듯 신라 내적으로 힘

이 갖춰진 것, 백제와 고구려의 운명이 다한

것과 더불어 당의 힘을 빌린 것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통일에 있어 결코 답습하

지 말아야 할 방법으로 보입니다. 외세에 의

존해 같은 민족과 전쟁한 사례는 참으로 경

계해야 할 방식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당시 삼국의 상황을 볼 때, 신라가 당

의 힘을 빌리지 않고(빌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이용한 것은 분명하지요) 당과도 적

대적으로 나갔다면 어떤 결과가 났을까요.

흔히들 북쪽 영토를 넓게 확보했던 고구려

가 삼국을 통일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

것은 역사를 너무 안일하게 대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고구려가 어떻게 자신의 모든 운

명을 다 걸고 우리의 북방 영토를 지키며 버

틸 때까지 버티었는지를 모르는 이야기인 것

이지요. 북방 이민족을 맞서고 있는 고구려

는 끊임없이 쳐들어오는 외적의 공격을 상

대적 열세와 불리한 조건에도 놀라운 정신

력과 단결력으로 거듭 막아 냈습니다. 고구

려 말기에 이르러서는 30만, 100만이 넘는

중국 수당 대군의 반복되는 침략을 막아 내

는 어마어마한 저력을 보여 주기도 했지요.

고구려의 마지막 왕 보장왕 당시, 실질적 권

한을 가지고 있던 연개소문은 20여 년에 걸

쳐 전쟁을 치르면서 중국의 침략을 막아 냈

습니다. 연개소문이 죽고 그 아들들의 분

열이 고구려 멸망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만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 | 한반도 역대 통일국가, 통일을 내다보다

수고했다, 통일신라!

새들마을학교는 이번 학기 역사 수업에서 한반도의 통일 국가를 중심으로 한국사를 공부합니다. 통일신라시대부

터 조선시대까지 역대 통일 국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며 분단되어 있는 우리가 어떤 나라를 어떻게 새롭게 창조해

갈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9월, 우리가 만나는 시대는 통일신라시대입니다.

신라 포석정. 설명을 듣는 새들마을학교 친구들

ⓒ최봉실

Page 11: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2013 아름다운 우리·11

고구려는 버틸 만큼 충분히, 그리고 훌륭히

잘 버티어 낸 것입니다. 가장 작은 나라였던

신라가 고구려와 백제가 이뤘던 성과를 물려

받아 통일국가 건설의 역할을 맡은 것은 적

절한 수순이었겠다 싶습니다.

당시 이러한 고구려의 상황과 정치적 명운을

다해 가는 백제의 상황을 고려할 때, 신라가

당과 연합해 삼국을 통일하고 이어 당의 한

반도 장악 야욕을 물리친 것이 아니라, 신라

가 당과도 적대적 관계를 유지했다면, 신라

혼자의 힘으로 백제와 고구려를 통일할 수

도 없었거니와, 그랬다면 결국 중국의 당나

라가 한반도를 모두 장악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한편 삼국통일전쟁을 선두에서 치른 것은

신라가 아니라 당이었습니다. 당은 한반도,

특히 고구려를 향한 자신의 야욕을 이면에

두고 표면적으로는 신라를 돕는다는 명목으

로 한반도 삼국통일전쟁에 개입했지만, 싸

움은 앞서서 치르고 열매는 신라에게 뺏긴

꼴이었지요. 신라는 아껴 두었던 힘으로 통

일전쟁의 마지막 정점인 나당전쟁에서 당을

물리치는 것으로 통일전쟁을 성공적으로 마

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신라가 통일하는 바람에 고구려 땅을 다 잃

었다는 것을 아쉬워만 하고, 또는 외세를 이

용한 불명예스러운 통일이었다고 비판만 한

다면, 그때 당시 그들이 자신들이 처한 조건

과 한계 속에서 그 한계와 약점을 활용해 어

떻게 최선의 한걸음을 내디뎠는지를 배우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관점에서 보이

는 한계는 그들을 비판하는 근거로 들이대

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우리가

보다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깊은 성찰의 계

기로 받아 안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광대했던 고구려 영토를 상실한 불완전

한 통일이었지만, 신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그 못 다한 몫을 다시 힘을

간직하고 기회를 얻어 해동성국을 이뤘던 고

구려 유민의 나라 발해가 채워 주었다는 사

실 또한 함께 잘 기억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영토 측면에서 반쪽짜리 통일이라는 견해는

‘통일신라시대’만 인정하고 발해와 통일신라

가 함께 존재했던 ‘남북국시대’를 간과하는

것일 테니까요.

통일신라 통일정책, 백성에겐 복지를 귀족

에겐 절제를

통일신라는 당의 한반도 지배 야욕을 꺾고

비로소 안정적으로 영토를 확보하고 난 뒤

부터는 통일 국가의 가치와 체제를 정비하

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합니다. 비록 얼마 가

지 못해 다시 좌절되긴 했지만, 문무왕으로

부터 성취된 통일 국가를 물려받은 신문왕

은 귀족들의 과도한 권력과 부로 고통 받고

있던 백성들의 고충을 덜어 주는 정책을 펼

칩니다. 귀족들의 권한을 축소하고 백성들의

삶을 보다 더 안정적으로 받쳐 주기 위해 귀

족들에 과도한 혜택을 주고 있던 녹읍을 폐

지하고 대신에 관료전을 지급하여 필요한 만

큼의 혜택만 누리도록 제한했지요. 백성들에

게는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고 생계를 영위

할 수 있도록 정전을 지급합니다.

또한 귀족이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백성

들에게 과도한 짐을 지우는 것을 막고 나라

를 다스려 가려는 왕의 권력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귀족들의 권한을 제한하

는 제도를 설시합니다. 귀족 대표 상대등보

다 왕명을 직접 수행하는 집사부의 장인 시

중의 권한을 강화한다든가, 상수리제도를

두어 지방의 힘센 세력이 반란을 못 일으키

도록 하여 왕의 권력 아래 지방 호족이나 우

두머리의 아들들을 자기 권한 아래 두기도

했습니다.

한편 전쟁 동안 적으로 원한이 많이 쌓였을

백제와 고구려의 유민들을 박멸해야 할 적

으로 규정하지 않고 함께 살아야 할 형제로

이해하고 그들이 이전에 지녔던 지위에 걸맞

은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게다가

고구려, 백제, 신라 땅을 골고루 나누어 각자

지역 정황에 맞는 행정을 펼쳐 가도록 공평

하게 3주씩 설치해 9주를 개편함으로써 같

은 국민임을 표방했습니다. 앞으로 남과 북

이 서로를 신뢰하기로 하고 화해와 만남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자세와 마음으로 임해

야 할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쓰러지는 통일 정책, 무너지는 통일신라

하지만 이런 왕권 강화 정책과 귀족 권력을

견제하는 여러 장치들은 끊임없는 모반으로

결국 그 힘을 잃게 되고 국정은 혼란으로 소

용돌이치게 됩니다. 유명한 장보고는 통일신

라시대 개인 무역(사무역)이 활발해진 배경

에서 최초로 등장한 대상인으로 정치적 해

상 권력까지 장악하며 마지막에는 왕비의

아버지가 되려는 야망까지 품었다가 그 야망

이 좌절된 인물입니다. 이 장보고는 통일신

라시대 줄곧 일어났던 수많은 정치적 모반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모반을

일으킨 견훤과 궁예까지 포함해 모반이 일어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 | 한반도 역대 통일국가, 통일을 내다보다

당을 몰아 내고 통일신라를 완성한 문무왕릉. 용이

되어 왜적을 막기 위해 동해바다에 무덤을 두었다.

ⓒ이밀알

삼국통일을

다룬

영화 <

평양성>

Page 12: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12·새들마을학교 청소년 신문

난 왕이 10여 명에 달하고 이는 통일신라 역

대 왕의 40%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통일

신라는 ‘통일’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끊임

없는 신하들의 모반으로 몸살을 앓다 끝내

는 쓰러져 버린 왕조인 것이지요.

무심히 들여다보면 한심하고 답답해 보이지

만,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참으로 안타

까운 심정이 듭니다. 그토록 한 나라를 올바

르게 세워 내고 바른 정치를 하며 서로가 자

신의 사욕으로 남 해하는 일을 두려워할 줄

아는 그런 정치를 하고 그런 지도자가 세워져

가는 일이 참으로 요원해 보이기만 하지요.

하지만 부정적인 면들만 기억한다면, 피를

흘려 정의를 세우고 백성을 위하는 정치가

펼쳐지도록 목숨을 던지고 평생을 바쳐 희생

했던 적지 않은 많은 이들의 삶과 뜻을 헛되

이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위태로웠던 통

일신라의 처지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신라가

자신에게 찾아온 역사적 기회를 최선을 다

해, 그리고 선하고 좋은 뜻으로 포착하고 책

임을 다하려 했는지 놓치지 않아야 할 것입

니다. 그리고 어떤 노력과 뜻들이 이 시대 우

리를 위해 마련되었고 또 계승되어야 하는지

도 잘 살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짙은 어둠

속 빛 한 줄기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 빛 한

줄기를 멸시치 않고 붙들 때, 우리는 그 빛이

마침내 모든 어둠을 물리치게 될 날을 고대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부분

이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인 것일 수 있다 하

더라도 그 속에서도 진심으로 백성을 위해 애

쓴 노력들이 무엇인지, 누가 어떻게 그런 노력

을 했는지 끝까지 집을 수 있어야겠습니다.

귀족들의 끊임없는 모반으로 통일신라의 왕

권 강화 정책이 좌절되고 왕권은 기강을 잃

어가자 왕궁과 귀족들은 점점 더 사치스러

운 생활에 빠지게 됩니다. 신분 규제는 더욱

엄격해지며 다시 힘을 장악한 귀족들은 많

은 토지들을 확보해 평민들을 노예처럼 부리

게 되고(758년 녹읍부활) 평민들의 삶은 날

로 곤궁해져 갔습니다. 농민들의 조세 부담

도 커져 떠돌이나 산적 떼로 전락하기에 이

르며 진성여왕(887-897년) 때는 전국적으

로 크게 반란이 일어나 귀족과 지배층에 저

항하는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힘 있는 지방 호족 세력들을 중심으로 잦은

왕위 다툼이 일어남으로써 통일신라는 점점

쇠퇴하고 맙니다.

지금 시대와 비교해 왕이 있었던 시대는 왕

의 권력이 막강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왕이 자신의 권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휘청거리기 일쑤였다는 사실이 흥미

롭습니다. 형색만 신과 같은 권력의 자리였

지, 신하들과 귀족들은 나라를 자신의 손아

귀에 넣으려고 혈안이 되고 자신들의 이익에

조금이라도 위배가 되면 백성들의 안위를 위

한 어떤 정책도 좌절시키고야 말지요. 왕권

국가라 하지만, 사실은 끊임없는 도전과 무

수한 이견들의 압박 속에서 왕은 왕권 강화

라는 과제를 목표로 힘겹게 왕위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 허다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 역사는 엄중한 메시지를 전

하고 있습니다. 책임을 지는 자리에 앉은 자

가 자기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책임을 간

과했을 때 결국은 그 영광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사치와 음탕한 생활에 빠

져 정사를 돌보지 않았던 혜공왕은 왕권 강

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모반과 반란을 거듭

겪으면서 결국 왕비와 함께 피살되었으며 재

위 중에도 천재지변과 흉년으로 민심이 흉

흉했습니다. 또한 궁중에서 음행을 일삼고

뇌물에 빠져 궁중의 풍기를 문란하게 했던

51대 진성여왕 때는 노비인 원종과 애노가

난을 일으키고 조세는 안 걷히고 병제가 엉

망이 되어 나라는 소란하고 지방에 군웅들

이 할거하면서 결국 궁예와 견훤의 후백제,

후고구려가 일어나는 원인을 제공했지요.

이렇듯 실제 역사는 한마디로만 단정 지을

수 없는 무수한 사연들이 존재합니다. 우리

가 역사를 피상적으로만 알게 되면 사건의

한 단면만을 부각시켜 그 사건이 지닌 본질

을 오도하여 전혀 엉뚱하게 우리의 현실에

적용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역사

적 사실들을 보다 더 깊이 들여다보고 더 잘

알아가려 노력하는 가운데, 오늘 우리 삶 가

운데 무엇을 생각하고 본받으며 경계해야 하

는지를 잘 분별해야 할 것입니다.

빛이 되어 준 통일신라 인물들

이 모든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통일신라시대

는 우리가 계승해야 할 귀한 정신을 추구하

고 삶으로 실천하며 살았던 소중한 발자취

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통해 통일 국가를 세

울 우리가 붙들어야 할 가치와 삶의 자세들

을 또한 배우게 됩니다.

권력에 힘입어 귀족화되고 호화로워진 불교

를 거부하고 민중과 고통을 나눌 것을 주창

했으며 사대성을 거부하고 우리 안의 불심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스스로 불교 진리를 깨치

고 전파했던 원효대사. 이 원효대사와 요석

공주 사이에서 태어난 설총은 아버지가 스님

임에도 자신은 유학 공부를 선택하고 여러

경전을 우리말로 갈고 다듬는 일에 이바지

했지요. 또한 가문에 연연하지 않고 비천한

집안의 여인과의 사랑을 선택함으로써 출세

길을 단념했지만 당과의 외교가 활발했던 시

대적 요청 덕분에 자신의 문장력을 유감없

이 발휘하며 국가 외교사에 혁혁한 공을 세

웠던 강수, 불국사를 창건하고 나라의 안녕

과 부모에 대한 효의 가치를 깊이 실현하고

남겼던 전설의 인물 김대문. 그리고 육두품

의 한계에도 당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아 큰

공을 세우지만 타향에서 고향, 우리나라의

소중함과 가치를 사상적으로 더욱 깊이 천

착하며 우리 고유의 정신과 사상을 발굴하

고 그것에 뿌리내린 역사를 이어 가게 하려

했던 최치원까지.

그들은 시대에 놓인 제약과 조건에 그저 타

협하며 살아가지 않은 자들이었습니다. 자신

이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진리와 진실

을 추구했으며, 삶으로 구현하는 데 있어 지

위나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

는 책임과 정성을 다해 후대의 삶에 귀감이

되어 주었습니다. 통일신라의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우리에게 전수된 통일신라

시대의 가느다랗지만 소중한 빛을 우리가 잘

기억하고 계승해 가야 할 것입니다.

글_ 최봉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 | 한반도 역대 통일국가, 통일을 내다보다

Page 13: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2013 아름다운 우리·13

일상이 예술이다 | 화분정원

예술의 예(藝)는 ‘재주’를 의미하지만, ‘심다’란 뜻이 있습니다. 이 재주라는 것이 땅에 벼를 심는, 생명을 심는 절박함과 수고를 들일 줄 아는

그런 재주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 藝는 ‘극진하다’는 뜻을 가진답니다. 새들마을학교는 해마다 가는 들살이로 신라를 찾아, 백제를 찾아, 이율

곡 선생님을 찾아, 경주로, 부여로 강릉으로 곳곳을 다니면서 우리 선조들이 남긴 예술을 보고 거듭 놀라며 감탄했습니다. 그 섬세함, 그 정

성어림에는 혀를 내둘렀고, 그 모든 것들이 작품 자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함께 사용하고 누릴, 그리고 후세에 이것을 기억

할 모든 이들에게 유익이 되고 기쁨이 되고 힘이 되기를 바라는 극진한 마음으로 그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기, 우리 곁에서도 아주 작지만 소중한 손길로 우리의 일상을 아름답게 빚어 주며 행복어린 미소 짓게 하는 예술들을 만납니다. 우리

삶에서 그런 예술들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기르고 그런 예술이 피어나게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도 대 체

몇 가 지

기 능 을

과천과 시흥, 양 방향으로 이어지는 8차선 도로 옆으로 난 아파트 단지 뒤편, 안양

시 동안구 비산 3동 비봉산 언덕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은 작은 마을 골목길 한 집

앞에서, 정원 아닌 정원을 만났다.

1평 남짓 되는 공간을 차지한 화분들은 중앙으로 방이라고 해야 할 집으로 향하는

오솔길도 냈다. 방문을 열면 바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이지만, 화분 정원은 그 멋

쩍음을 살짝 막아 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쯤 옷매무새, 얼굴 표정 가다듬어

봄직한 구형 거울도 걸어 뒀다. 화분정원은 집 앞, 아니 방문 앞에 걸어둘 빨래거리

들도 살짝 가려준다. 도대체 작디작은 화분정원이 몇 가지 기능을 하는지.

게다가 이 정원의 주인은 얼마나 인자한지. 대문을 굳게굳게 걸어 잠그고 의심쩍은

눈으로 행인을 주시하지 않는다. 화분정원 사진을 좀 찍어도 되냐는 말이었는데,

굽은 허리를 펴기 힘드신 듯 손으로 받쳐 몸을 최대한 세우시고 사진기를 향해 미

소를 지어 주신다. 사진 주인공을 얼른 화분정원에서 정원의 주인, 할머니로 바꿨

다. 빨래를 널러 나오신 듯했는데, 불편해하지 말고 보고 싶은 만큼 보라는 듯, 빨

래를 널다 말고 유리 스테인 여닫이문을 곱게 닫고 들어가셨다.

글·사진_ 최봉실

Page 14: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14·새들마을학교 청소년 신문

새들마을학교 특별 청소년신문 <우리>는 네 차례에 걸쳐 인근에 있는 대안교육문화 현장을 찾아 나섭니다. 척박한 교육의

현실, 문화의 현실 속에서도 대안적인 교육과 문화를 꿈꾸고 도전하며 새로운 삶을 창조해 가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여기서 어떻게 새로워질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새로운 삶을 창조할 수 있는지, 호기심 가득 품고 만나고자 합니다.

9월에는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중고등대안학교 ‘더불어 가는 배움터 길’을 다녀왔습니다.

2013년 9월 28일. ‘더불어 가는 배움터 길(이하, 길학교).’ 이름

만큼 친근함이 느껴졌던 교육공동체를 다녀왔다. [대안 교육·

문화 탐방]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대안학교에 다닌다. 하

지만 역시 다른 대안학교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길학교

는 인근에 있는 대안 중고등학교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궁금했다.

길학교는 2년간의 준비 끝에 2006년 문을 열었다. 2009년에는

새 터전이 완공됐고, 그 다음 해인 2010년 12월에는 1회 졸업

식이 있었다. 현재 57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길학교는 운영위원회, 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 재정위원회,

홍보위원회로 이루어져 있는 ‘더불어 가는 길’의 산하기관이다.

다른 산하기관으로는 청소년과 시민교육지원기관인 ‘더불어 가

는 길 센터’가 있다. 길학교 학생뿐 아니라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상담 지원 등의 활동을 할 계획이란다. 2010년 1월에 문을 연

‘나무와 숲 도서관’도 있다. 현재 이 도서관에는 4000권 이상의

책이 있으며, 현재 학교 내에 있는 도서관을 지역 시민들이 더 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교 밖으로 뺄 계획이다.

차로 약 15분을 달려 새들마을학교 선생님과 참여를 희망한 학

생들 13명이 길학교에 도착했다. 비가 한 방울씩 톡톡 떨어졌다.

학교 외경은 깔끔했다. 마침 입학설명회가 있는 날이었다. 현관

에는 선생님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 줬다. 안으로 들어가니 사

람들이 꽤 많았다. 모두 설명회에 온 사람들이었다. 내부 모습은

‘아기자기’했다. 처음에는 약간 어지러움 감이 없지는 않았다. 계

단 벽에 붙어 있는 A4 크기의 글, 그림들…. 하지만 모두 예술작

품과 학교 수업 활동 결과물들이었다. 또 내 눈길을 끈 것은 옥

상에 설치되어 있는 발전기들. 자전거발전기, 풍력발전기, 태양

열발전기. 그리고 태양열조리기다. 이것들을 이용해 전기도 절약

하며 밥 짓는 데도 사용하고 있었다.

설명회가 끝나고, 새들마을학교와 길학교의 ‘묻고 답하기’ 시간

이 있었다. 길학교는 ‘자유’ 속 ‘스스로에 대한 절제’라는 교육 철

학을 내걸고 있었다. 길학교는 자유로운 학교였다.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 군것질을 해도 된다. 또 제한된 시간에 컴퓨터도 허용

된다. ‘너무 내버려 두는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

지만 길학교 학생들은 ‘학교에 오자마자 핸드폰을 수거한다.’ 이

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여기엔 반

전이 숨어 있다. 이것은 학생회에서 건의된 것이었다.

길학교 선생님들은 학생을 자유롭게 두면서도 학생 스스로가 필

요한 규칙들을 만들어 가게 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학생이 이 지

친 세상의 파도를 정면으로 맞게 내버려둔다. 그것에 휩쓸리냐,

버티느냐는 학생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 길학교 단비 선생님

의 설명. 자유롭게 두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이제 그들은 어

린아이가 아니다.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어도 아기를 대하듯이 대

하는 부모들이 많다. 필요한 절제만 하게 하고 나머지는 자유를

줘도 괜찮다. 이제 그들은 어린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유를

줘도 스스로를 절제할 수 있는 것을 배워 가게 하는 것이다. 이렇

게 길학교는 선생님은 학생에게 ‘자유’를 주고 학생은 스스로에게

‘절제’하게 하는 시스템을 갖춰 나가고 있다.

참신했다.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리고 행복했다. 좋은 뜻을 품고

실천해 가고 있는 선생님들과 또 성숙한 모습의 누나 형들을 만

날 수 있어서였나 보다.

글_ 양권진(15세)

대안교육문화 현장을 찾아서 | ‘더불어 가는 배움터 길ʼ을 다녀오다

“스스로 파도를 헤쳐 나가라!”

인사하고 있는 학생회 ⓒ최봉실 학교를 설명하고 있는 길학교 학생 ⓒ최봉실

Page 15: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2013 아름다운 우리·15

대안교육문화 현장을 찾아서 | ‘더불어 가는 배움터 길ʼ을 다녀오다

네?! 풍력발전기요?!!

빨리 도착했네. 15분밖에 안 걸린 것 같아. 음. 여기가 ‘더불어 가는 배움터 길’

이라고? 깨끗하네?! 4층까지 있군. 자. 이제 학교 안으로 들어가 볼까?

웃차. 이 학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네. 오! 1층에 카페도 있군! 음식을 좀 먹고

길학교를 구경해야겠다. 맛있군. 이것들은 직접 만드나? 쩝쩝쩝쩝쩝쩝쩝쩝쩝.

이제 다 먹었으니 학교를 구경해 볼까.

10분 후에 4층에서 설명회를 시작합니다.

방금, 방송반에서 말한 걸까? 일단 4층으로 가야겠군.

옥상에 가시면 풍력발전기를 보실 수 있어요.

네?! 풍력발전기요?! 직접 만든 건가요?

네. 태양열발전기, 태양열조리개, 전기를 생산하는 자전거도 있는데 다 우리가

직접 만든 거예요. 일단 올라가 보세요.

네?! 와, 진짜네. 풍력발전기, 태양열발전기, 태양열조리기, 전기생산 자전거까

지. 다 있어!!! 어휴. 너무 흥분했다. 이제 다시 내려가서 설명회 들을 준비를 해

야겠다.

길학교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길학교

에 대한 설명회를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어쩌구저쩌구 저쩌구어쩌구 어쩌구.

길학교는 내가 다니고 있는 새들마을학교와 많이 다르네. 시간표를 구성한 것

도 다르고. 수업들도 다르고. 등하교 시간도 다르고. 오! 길학교는 밥을 친환경으

로 먹는군. 우리도 그런데. 그런데 길학교는 어떻게 풍력발전기, 태양열발전기,

전기생산자전거 같은 걸 만들 생각을 했을까?

담쟁이 선생님이 민들레공동체라는 곳에 가서 대체에너지에 대해 공부하고

돌아와 만드신 거래.

봉실 선생님의 설명이다. 어느덧 설명회가 다 끝났다. 그러면 이제 길학교에

대해 마음껏 질문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겠군.

저는 단비 선생님입니다. 저는 배고파 선생님이고요. 중3 소진입니다. 고1 재용

입니다.

저는 새들마을학교에 다니고 있는 양하늘입니다. 근데 길학교는 몇 년도에 시

작했어요?

2004~6년까지 개교 준비를 하고, 2006년에 개교했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 인원은 몇 명이었고요?

13명요.

청소는 어떻게 해요?

학년별로 층을 나눠서 합니다.

점심밥은 친환경 먹거리로 마련하신다고 했는데 그러지 않을 때도 있나요?

점심시간 간식은 자유롭게 사 먹습니다.

이 학교는 어떻게 구하게 됐죠?

직접 설계하고 건축했어요.

직접 설계하고 건축?!! 굉장하다. 어쩌구저쩌구어쩌구저쩌구.

어. 이제 돌아갈 시간이 다 됐네?

벌써 돌아가세요?

네.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가세요.

글_ 양하늘(10세)

길학교 설명회 전시물을 보고 놀라워하는 새들마을학교 친구들 ⓒ김민수

길학교 풍력발전기와 태양열발전기·조리기 ⓒ최봉실

Page 16: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16·새들마을학교 청소년 신문

오늘 ‘더불어 가는 배움터 길’에 갔다. 그곳은 중고등학생 언니,

오빠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였다. 옥상에 구경을 가 보았는데, 풍

력 발전기로 전기를 만드는 것이 신기했다. (학교에 그런 것을

설치하다니!) 옥상에 또 다른 것이 있었는데 태양열로 고기도

구워 먹을 수도 있었다. (맛있을까?) 자전거로 에너지도 만들어

서 언니, 오빠들이 직접 점심을 만든다고 했다. (우리 학교도 이

랬으면 좋겠다.)

단비 선생님, 배고파 선생님. 소진 언니, 재용 오빠가 질문에 대

답을 잘해 준 것 같다. 1층에 카페도 있었는데 카페가 되게 아

기자기해서 예뻤다. 어떻게 학교에 이런 것들을 설치할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다.

글_ 김진경(11세)

학교에 이런 것들이 있다니! ‘더불어 가는 배움터 길’에 방문했다. 차에서 내려서 눈에 띄

었던 것은 미소로 우리 일행을 반겨 준 아주머니였다. 건물에

들어가 보니 아기자기한 방들이 보였다.

건물을 더 살펴보니 많은 게 보였다. 도서관, 전기를 생산하

는 자전거, 풍력발전기, 태양열발전기. 그 중에서 많은 형, 누

나 선생님들, 풍력발전기, 자전거, 태양열발전기가 가장 기억

이 남았다. 현수 형의 경험으로는 자전거를 5분 정도 타니까

힘이 빠졌다고 한다. 이 자전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해 밥을

짓고 있었다. 풍력발전기, 태양열발전기도 설치하고 힘들게 자

전거를 타면서까지 전기를 아끼려는 노력의 손길들이 보였다.

또 우리를 위해 시간을 내면서까지 질문에 대답해 주는 선생

님, 형, 누나들의 도움의 손길들이 보였다. 우리 자신들이 이

런 손길들을 가져 그 손길로 다른 사람들을 어루만져 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글_ 명권영(12세)

노력의 손길들, 도움의 손길들

대안교육문화 현장을 찾아서 | ‘더불어 가는 배움터 길ʼ을 다녀오다

길학교 곳곳의 풍경 ⓒ최봉실

탐방 후 글쓰기 교실

중인 새들마을학교

친구들 ⓒ김민수

Page 17: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2013 아름다운 우리·17

대안교육문화 현장을 찾아서 | ‘더불어 가는 배움터 길ʼ을 다녀오다

2013년 9월 28일. 새들마을학교가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길학교

에 방문했다. 대안교육문화를 실천하고 있는 곳을 찾아 공부해

보기 위한 것이다.

학교에 도착하고 제일 처음 든 느낌은 편안함이었다. 잘 보니 연

두색과 옅은 노란색으로 벽을 장식해 따뜻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

다. 공간도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이 학교 건물 인테리어는 직접

설계한 것이었다. ‘더불어 가는’이라는 학교 이름과도 잘 어울렸다.

길학교에는 풍력발전기, 전기 생산 자전거, 태양열발전기, 태양열

조리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전기를 아끼자는 마음으로 만든 것이

었다. 화장실마다 “지금 밀양에는 8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초

고압 송전탑 공사 반대를 위해 한전을 상대로 싸움을 하고 있습

니다. 전기는 피눈물입니다. 전기를 아낍시다.”라는 문구가 써 붙

여져 있었다. 그 열정이 뜨거웠다.

길학교는 조를 나누어서 밥을 만드는데 전기 생산 자전거를 직접

돌려서 57명의 학생의 밥을 만든다고 했다. 전기를 아끼기 위해

고된 노동을 감수하는 것이다. 하다가 힘들어 멈추면 ‘삐’ 소리가

난다는 것이 재밌었다.

탐방을 같이 간 새들마을학교 학생들이 많이 신기해하고 새로워

했던 것은, 언니 오빠들끼리 학생대표를 뽑고 직접 운동회를 기

획, 개최하는가 하면 음식도 직접 만들어 먹고, 동아리나 선택과

목을 자신이 직접 선택해 참여하는 것이었다. 큰 학년인 만큼 스

스로 하는 것이 많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들마을학교와 길학교가 ‘묻고 답하기’ 시간을 가질 때 선생님

한 분만 들어올 줄 알았는데 학부모와 소진이 언니, 재용이 오빠,

배고파 선생님이 들어와 주셔서 더욱 뜻깊었다. 돌아와 탐방했던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우리들이 모두 다 소진이 언니와 재

용이 오빠가 “친절해서 좋았다”, “대답을 잘 해 줘서 좋았다”, “집

중을 너무 잘 해 줘서 좋았다”고 했다. 그리고 봉실 선생님은 단

비 선생님이 학교에 온 마음을 쏟고 있는 것이 보였다고 했다.

길학교를 더 잘 알 수 있었던 뜻깊은 하루였다.

글_ 양의진(13세)

재용이 오빠, 소진이 언니, 반가웠어요!

길학교와 새들마을학교의 '묻고 답하기' 시간 ⓒ김민수 길학교의 소진이 언니와 재용이 오빠 ⓒ윤희윤

Page 18: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18·새들마을학교 청소년 신문

우리가 청소년이었을 때, 우리는 세상을 다 아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저렇게 세상을 판단하며 각자의 가치관을 세워 갔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마음에만 담고 있었답니다. 이야기할 사람도 없었고, 이야기를 제대로 해 줄 사람도 없었지요. 무엇이 문제였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 무엇을 격려받아야 하는

지 알지 못한 채,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만 꼭꼭 우리 자신의 생각을 묻어 둬야 했답니다. 그런 시기를 지나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너의 목소리를 들어 줄 사람

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습니다. 너의 목소리를, 너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하는 이가 곁에 있다는 것을요. 올 여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제목을 빌려 옵니다. 네 차례에 걸쳐, 우리 친구들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 봅니다.

“못 생기면 못 생겼다고 하고, 못 생겨서

성형하면 괴물이라고 하고. 그럼 어떡

하라고?!!”

독서 토론 시간, 우연히 외모에 대한

주제로 대화가 흐르다 무심히 터져

나온 이 원망 소리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외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고 있는 친구라 그럴 리는 없는

데. 못생겼다는 놀림을 많이 받았나?

놀라운 것은, 이 친구의 분노를 건드렸던 것이 다름 아닌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었다는 사실이다. 친구들은 포털에 올라온 연예인

들을 보며 예쁘다고 부러워한다. 그러다 성형 전 예쁘지 않았던

때 사진을 보면서는 조롱과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성형한

사실을 가지고 또 비난한다. 못 생기면 못 생겼다고, 성형하면 성

형한다고 비난인 거다. 몸이 좀 날씬하지 못하면 허벅지, 종아리

굵다고 비웃는 일은 다반사다. 우리 사회에서 쏟

아지는 맹목적인 비난들을 듣다듣다 친구는 화가

치민 거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지?’

“전, 원래 외모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지냈어요. 그런데 작년 하반기

무렵 친구들과 더 많이 어울릴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아주 예쁜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처럼

예뻐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외모에 이래저

래 신경을 많이 쓰게 됐죠.”

그래. 외모에 신경 쓰는 게 뭐 나

쁜 건가? 외모에 신경 안 쓰는 사

람이 있나? 그건 내면에 신경 쓰

는 거나 뭐가 다르겠나. 좋은 점

본받고 싶은 것처럼, 예쁘면 본받

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거지. 더

구나 예쁜 건 좋지. 예쁜 건 그만큼

조화와 균형을 갖추고 있다는 거니

보기에도 좋은 거니까. 아름다움

을 추구하는 건, 사람의 자연스러운 감성이 아닌가.

“근데, 문제는, 처음에 딱 봤을 때 못 생겼으면 아무래도 그 사람

을 좀 낮춰 보는 거예요. 처음 봤을 때 예쁘면 괜히 더 호감이 가

고 더 친해지고 싶고 그렇게요.”

아무래도 예쁜 친구에게는 친구들이 쏠리고, 상대적으로 덜 예

쁜 친구들에게는 덜 다가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외모가 예쁜 친구가 성격이 안 좋아도 계

속 친하게 지내게 되는 건 아니지 않니?”

그건 그렇단다. 처음에는 외모가 관계를 좌우하긴 하

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이후 관계를 계속 결정짓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지내다 보면 서로 마음이 잘 맞는 친

구들끼리 결국 더 오래 가게 되는 건 맞단다.

못 생기면 못 생겼다고, 성형하면 괴물이라고

너 의 목 소리가 들 려 | 외모불만

그럼 어떡하라고?!!

Page 19: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2013 아름다운 우리·19

“하지만 그래도 일단 예쁘면

힘을 지니게 되는 건 있어요. 그렇게 처음에 우월한 입장에 서게

되면 친구들을 자기 마음대로 부리게 되죠. 일종의 권력을 갖게

되는 거죠. 그 권력을 강하게 휘두르게 되면, 자기 마음대로 누군

배제하고 누군 받아들이고 하는 식으로 친구들을 가르게 되죠.

아무래도 그건 무시할 수 없어요.”

외모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크게 문제가 안 된다. 외모 역시도 삶

과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한 요소에 불과하다. 다만 눈에 보이는

자극적인 매체들이 미치는 시각적인 영향이 큰데, 그 측면에서는

거의 절대적으로 외모를 중시하기 때문에 삶과 관계에 영향을 미

치는 다른 요소들보다도 더 치우쳐 외모를 신경 쓰게 되기 쉽다.

문제는 그것으로 사람을 낮고 높게 판단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관계를 구분하고 배제하고

독점하는 일을 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몸은 몸뚱아리라는 그저 육체 덩어리가 아니라 영혼

을 지닌 존귀한 몸이건만, 마치 물건처럼 이리 고치

고 저리 고칠 수 있는 사물처

럼 대하듯 한다. 이는 있

는 그대로의 존재로서의

존귀함을 저버리는 일이

아닌가.

예쁘고 날씬하면 더 멋지게 보고

더 좋은 평가를 하는 일이 우리 사

회에 만연하다. 하지만 예쁘고 날씬

해서 보기 좋은 사람에게는 그 좋

은 점을 좋게 봐 주고, 또 다

른 좋은 점을 가진 사람은 그

렇게 또 좋게 봐 주고. 그저

다양한 장점거리 중 하나로만 볼 수 있으려면 좋으련만.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사람의 총체적인 면을 세심히 바라봐 주고 그 존재

자체를 깊은 관심으로 지켜본다면, 어느덧 외모는 그 사람의 아

름다움에 영향을 미치는 아주 작은 한 요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터인데.

그런데 또 가만히 잘 관찰해 보면, 실제 우리가 만나는 관계에서

는 그것이 우리를 좌우하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만나

기 원하고 서로의 마음과 노력을 만나며 사랑하며 기뻐하며 살고

있다. ‘고슴도치도 지 새끼는 예쁘다고 한다’는 속담

은, 그만큼 가까우면 서로가 예뻐 보인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그렇게 서로 가까우면, 우리

는 서로에게서 더없는 아름다움을 엿보게 될 것이

다. 외모가 중시되고 외모가 결정적인 것처럼 여

겨지는 것은, 관계를 피상적으로만 맺게 될 때 그

렇다. 외모만 중시하고, 관계를 피상적으로만 맺

으려고 하는 관계를 과감히 거부하고, 진정으

로 서로를 예쁘게 볼 수 있는, 깊은 만남의 관계

로 들어가 보면, 내 말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내 말을 믿

어 보렴. 너무 열 받진 마! ̂ ̂

글_ 최봉실

그림_ 새들마을학교 뿌리별학당

너 의 목 소리가 들 려 | 외모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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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새들마을학교 청소년 신문

담담(淡談)덤덤 | 창작 이야기

아주 먼 옛날 호랑이가 담배 피우기 전의 이야기다. 호랑이 세 마리가 어머니 호랑이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어미 호랑이는 화살 맞아 피가 나오고, 첫째 호랑이는 엉덩이가 다

까졌고, 둘째는 입이 다 까졌고, 셋째는 구덩이에서 어제 나와 비쩍 말랐다. 호랑이들이

각자의 설움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어미 호랑이의 이야기다.

어미 호랑이가 짝을 만나 새끼를 낳기 전, 처녀 모습을 하고 탑 주변을 돌다가 한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그 남자는 처녀가 호랑이인 것을 알고 떠나갔다. 어미 호랑이는 마

을을 덮쳤고 그 남자에게 자신을 쏘라고 하였다. 그 청년은 화살을 쏘았고 어미 호랑이는

화살을 맞고 집에 돌아왔다.

첫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첫째는 너무 배가 고파서 어쩔 수 없이 산을 넘어가는 아녀자

에게 소심하게 떡 하나 달라고 하였고, 떡을 먹어도 배가 고팠던 호랑이는 산을 넘을 때마

다 계속 떡을 달라고 하였고, 그래도 배가 고파서 결국은 아녀자를 잡아먹게 되었다. 그래

도 호랑이의 배고픔은 멈출 줄 몰랐고 아녀자 차림을 하고 아녀자의 집에 가서 문을 열어 달

라고 하였다. 하지만 영악한 오누이는 호랑이를 속여 나무에 올라갔다. 호랑이는 여동생이 속

여 일러 준 대로 기름을 바르고 나무를 오르다가 나무에서 떨어져 엉덩이가 다 까졌다.

둘째는 울면서 얘기했다. 둘째는 토끼 사냥을 하고 있었다. 토끼가 도망가자 둘째는 재빨리

덮쳐 토끼를 잡았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어서 미안한 마음으로 토끼를 먹으려고 할 때 토끼

는 자신보다 훨씬 맛있는 떡을 주겠다고 했고 호랑이는 생명을 해치느니 떡을 먹겠다는 생

각으로 기쁘게 토끼에게 어서 달라고 하였다. 토끼는 돌을 달궈 왔고 순진한 호랑이는 아무런

의심 없이 입에 돌을 쑤셔 넣었고 입이 전부 까졌다.

셋째는 평화로운 어느 날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이 판 구덩이에 빠졌다. 셋째는 누군가가 꺼내 주기를 기다렸고 나무꾼이 지나가

는 것을 보았다. 셋째는 제발 살려 달라고 하였고 나무꾼은 셋째를 꺼내 주었고 셋째는 사람

이 너무 증오스러워서 나무꾼을 덮치려고 했다. 그때 막 호랑이에게 달군 돌을 던져 주고 오던

토끼가 지나가니 나무꾼은 토끼에게 도움을 청한다. 토끼는 셋째에게 다시 구덩이에 들어가

상황을 재현해 달라고 한다. 순진한 셋째는 구덩이에 들어갔고 기다렸지만 아무도 그를 도와

주지 않았다. 그 후 일주일이나 걸려 땅굴을 파고 나왔다.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자 호랑이들은 모두 울었다. 호랑이들은 스트레

스를 해소할 것을 찾았고 그것이 담배였다. 그리하여 그때부터 호랑이는

담배를 피웠고 그것이 전해져 옛날을 뜻할 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라고 하게 된 것이다.

글_ 구한글(15세)·그림_ 양의진(13세)

호랑이가 어떻게 담배 피우게 된 줄 알아?

Page 21: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2013 아름다운 우리·21

네 손을 잡고 달리고 싶어! 드라마 <여왕의 교실> ost ‘초록비’(green rain)

담담(淡談)덤덤 | 이 노래를 들어 봐!

‘막~ 쏟아지는 초록비 속에 우린 더 싱그러워져~’

여러분과 함께 싱그러워지고 싶은 권진이가 인사드립니다~! 제가 오늘 노래를 하

나 들고 나왔습니다. 제목은 ‘초록비’입니다. 켄지(kenzie)가 작사, 작곡하고, 샤

이니가 부른 노래입니다. 드라마 <여왕의 교실> ost죠. (잠깐. 여기서 바로 고개를

돌려 ‘초록비’를 트시구요. 그리고 다시 읽는 겁니다.) ‘초록비’는 미디움 템포의 곡

과 신선한 가사, 그리고 샤이니의 고음이 합쳐져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곡이랍니다.

노래란 뭘까요? 저는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질 때도 있고, 마구 흥분될 때도

있습니다. 전 무언가를 많이 써야 하는 숙제를 할 때는 비트가 빠른 노래를 듣고,

작문 숙제, 소설 쓰기 숙제를 할 경우에는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잔잔한 멜로디의

노래를 듣곤 한답니다. 이렇듯 노래는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한 100GB정도

될까요?

초록비의 다음 가사를 보세요.

'조금 떨리는 맘은 감추고

그냥 네 손만 꼭 잡고 달리고 싶어라

막 쏟아지는 초록비 속에 우린 더 싱그러워져

늘 아이 같던 철없기만 했던 내가 더 커 버린 건

나를 믿어 준 네 눈빛 하나, 한 번의 미소

그걸로 충분했다고'

진짜로 같이 손을 잡고 달리고 싶지 않나요? 경쟁으로 서로를 이겨야만 살아남는

다고 부추기는 이 냉혹한 현실 속에서, 우리 청소년들은 서로를 밟고 올라가야 하

고, 그 속에서 아까운 생명의 불씨가 꺼져 가는 상황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

황에서 우리가 그냥 휩쓸리기만 하면 이런 상황은 우리의 아이들에게까지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우리의 아이가 현실의 무게 때문에 목숨을

끊을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가 함께 믿어 주고 미소를 보내며 서로를 격려하면 이런

현실은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또한 바뀌어야만 하잖아요. 함께 손에 손을 맞잡고

우리 앞에 놓인 벽을 힘차게 뚫고 갑시다. 세상이 아무리 거칠지라도 말이지요.

막 추워지고 있는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요. 노래 가사를 곧이곧대로 듣고 초록비

를 맞지는 않겠죠? 만약 초록비가 내려오면 맞지는 마세요~ 수상하니까~!

글_ 양권진(15세)

시계 소리에 눈을 뜨면

새롭지만 같은 하루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매일 가던 대로 향했지

하지만 저기 내가 가 보지 못한

너무 크고 높아 상상조차 못해 본

저 벽을 넘어 더 가 보고 싶어

조금 떨리는 맘은 감추고

그냥 네 손만 꼭 잡고 달리고 싶어라

막 쏟아지는 초록비 속에 우린 더 싱그러워져

늘 아이 같던 철없기만 했던

내가 더 커 버린 건 나를 믿어 준

네 눈빛 하나 한 번의 미소

그걸로 충분했다고

바람이 말해 주는 얘기

세상은 더 거칠다며

하지만 이대로라면 왠지

괜찮을 것만 같아

내 머릿 속에 넘치는 질문들에

누가 답해 줄까 한없이 기다리지만

그 답을 찾는 건 나였다는 걸

가던 길이 틀려 혹은 막혀 있어

멈춰 설 때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그 길을 넘어서는 그 순간

어떤 얼굴로 서 있을까

Page 22: 새들마을학교 청소년신문 201310 아름다운우리

22·새들마을학교 청소년 신문

아름다운 발자취 | 천사가 따로 있나! 지내다 보면 주변에 ‘와, 저런 분이 없으면 어떨까. 우리가 살아가는데 참 고마운 분이구나. 혹시 하늘에서 보내진

천사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되는 분이 있습니다. 공기처럼 우리 곁에 있지만, 그리고 그런 분이 없다면 우리 삶

이 어떻게 될까, 상상도 안 되는 그런 분 말입니다. 그런 분들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또 언젠

가 나도 그렇게 소리 없이, 보이지 않게, 다른 이의 삶을 가능케 해 주는 삶을 살아 갈 수 있지 않을까. 또 그러해

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 그런 이들의 삶을 기억하고자 우리 곁, 살며시 남겨져 있는 아름다운 발자취를 주

목해 보고자 합니다.

빛나는 가을 햇살,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 들리는 새들마을학교 건물 앞 평화로운 골목길을 지나는 이

가 있습니다. 분홍색 모자에 분홍색 블라우스의 주인공, 올해

여든이신 김수인(가명) 할머니.

골목 어귀마다 놓인 폐지를 챙깁니다. 폐지를 줍는 게 목적인지,

멋있게 산책하고 싶은데 홀로 하시는 게 쑥쓰러워 괜실히 폐지

핑계를 대고 계신 건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느린 속도로 폐지를

줍고 걸음을 옮깁니다.

역시나 폐지 줍는 것만 골똘하지 않으시고 학교 옆집 유한킴벌

리 회사 창고 앞에서 큰 소리로 멍멍 짓는 강아지 둥이를 보며

기특하다는 웃음도 건넵니다.

“자기 집 물건 가져간다고 짓는 거야. 사람보다 낫지 뭐야.”

할머니를 발견한 이웃집 아주머니는 손수 폐휴지를 들고 나와

할머니께 전해드립니다. 외출 나가시는 이웃집 아주머니를 향해

둥이가 애절한 눈빛을 보내고 아주머니께서 안쓰러운 듯 “갖다

올게” 인사하는 광경도 놓치지 않습니다.

“엄마 나간다고 그러는 거지 뭐.”

이렇게 폐지를 모아 집에 쌓아 두면 일주일에 한 번 폐지 모으는

곳에서 차로 가지러 옵니다. 그리고 버는 돈은 4~5만 원. 한달

에 20만 원 남짓.

“그냥 쉬엄쉬엄 해. 용돈 정도는 되지. 그래도 이제 곧 그만두려고.

몸도 안 성하고.”

이제 김 할머니가 이 일을 그만두시면 누가 폐지를 주워 갈까요.

성함을 여쭈었더니 “이름은 다음에 가르쳐 줄게” 하며 미소만 남

긴 채 떠나십니다. 그러면 성이라도. “김씨야. 김.”

그렇게 김 할머님은 김씨라는 성과 여운의 미소만을 남긴 채 정

말 천사처럼 홀연히 사라지셨지요. 하늘은 할머니 대신 그 다음

에 또 어떤 천사를 보내실까요? 유심히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글·사진_ 최봉실

폐지 한 묶음 이고 가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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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아름다운 우리·23

뫼비우스

글쓰기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하진 않겠다. 사실 많이 피곤했던 거 같다.

기사를 쓰기 위해 여기 저기에 왔다갔다 해야

하는 것이 제일 피곤하고 짜증났다. 하지만

막상 갔다 오고 나서 글쓰기를 하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 현수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소개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자료를 찾아서

근거를 대는 과정이 재밌었다.

다음 호에서는 독자들의 생각을

들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 권진

신문이 나오니 내가 유명(?)해진 것

같아서 좋다. 이 신문을 많은 사람들이

봐서 학교가 유명(?)해지길. / 권영

(표지 보기 전에 쓴 글임)

좀 크기가 작긴 하지만 내용은

알차고 좋은 것 같다. 완성되어

나왔을 때 보면 뿌듯할 것 같다. / 지호

신문이 나온다는 게 신기하다. 빨리 보

고 싶다. 재미있을 것 같고 신문을 보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너무 예쁘고, 왠지 기분이 좋다. / 다소

'아름다운 우리'가 만든 <아름다운 우리>.

신문이 나오기까지 수고한 모든 분의 정성이

보석같이 빛납니다. / 민수

쑥쓰러워 안 쓰려다 이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 짧게 후기를 적는다.

행복하다. 지금. / 슬비

'자유와 아름다움!' 20대 중반부터 제 삶을 붙든

말입니다. 이 신문을 마주하니 그토록 갈망했던

'자유와 아름다움'을 마주한 것 같아 기쁘고 고맙고,

전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아 쑥스럽고,

그럼에도 역사적인 신문 1호에 제 이름 한 자

올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하하하 / 밀알

접었던 기획을, 마음을 놓아 주지 않는 청소년들 때문에 막판에 밀어부쳤다.

해 놓고도 괜히 일을 저질렀나.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움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덕분에 슬비 샘이 이 시기 마침 학교 신문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니

하기를 잘한 거구나, 안심된다.

피할 수 없으니 그냥 부딪쳤더니 신명이 올라왔다.

인생은 그렇게 사는 거구나, 새삼 깨닫는다.

우리 선생님들, 학교 친구들, 그리고 우리를 기억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모든 이웃들.

그리고 언젠가 만나게 될 모든 이웃들이,

이 신문을 보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 봉실

끝났다. 쓴 글이 많지 않아 손가락은 덜 아팠지만

오자 교정하느라 눈은 빨개졌다.

이 신문을 보는 사람들 눈도 빨개지면 좋겠다.

이 신문이 아주 좋아 읽고 또 읽어서.

그럼 좋아서 내 볼이 빨개질 것 같다. / 희윤

좋다!

- 하늘

열심히 준비했던 신문이 드디어 나온다니

매우 기대가 된다. 내 글이 나오면 뿌듯할

것 같다. 다음 신문이 나올 때는 지금보다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 / 고운

내가 쓴 소설이 들어가다니.

그것도 새들마을학교 제 1호 신문에.

영광스럽다. 이 영광을 돌린다.

누구한테? 그건 바로, 여러분! / 한글

와! 드디어 신문이 나왔구나.

하하하. 빨리 보고 싶다.

다음 신문도 빨리 만들고 싶다.

이번에는 별로 한 것이 없어서 힘들지 않았지만

다음에는 좀 힘든 게 많았으면 좋겠다. / 의진

이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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