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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92015년 5월 11일 월요일 기 획
한국도 저당잡힌소비 일본잃어버린 20년보다치명적
전문가들, 소비심리현실은
일본 1980년대후반부동산버블붕괴
기업 금융, 부채줄이기에불황가속
2000년대세금 가처분소득
가계부채심각, 저출산 고령화덮쳐
우리경제도일본전철밟을가능성
일자리 노후 주거등 3대불안가중
소비심리위축구조적문제해결해야
베이비붐세대은퇴후불황대비
부머세대은퇴시기맞물려
소비줄이고저금차곡차곡
작년소비성향 73% 역대최저
소비감소 투자감소 고용감소
경기악순환골만더깊어가…
#주부A씨는지난해부터가계부목록 1순
위로 적립식펀드와아이들명의의예금통장
을올려놓았다. A씨는이것도모자라 CMA
계좌에 매달 40만원 가량은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고한다. A씨는 빠듯한월급에저축
은꿈에도생각지못했는데이러다가는노후
는 커녕 애들 교육도 제대로 마치게할 수 있
을까하는걱정에저축을하기시작했다 며
불안하다보니꼭필요한생필품이외소비는
생각지도않고있다 고말했다.
한국경제가케인즈가경고한 절약의역설
수렁속으로빠져들고있다.경제를제대로
작동시키는원동력인 심리 가무너진상태에
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까지 겹치면서 소비는
줄이는대신돈을차곡차곡쌓아두려는이들
이늘고있다는얘기다.
특히 최근 한국경제를 엄습하고 있는 절
약의역설은베이비붐세대의은퇴시점과맞
물려빠르게진행되고 있다는점에서상당기
간이어질수있다는우려도나오고있다.가
계건전성이고령화에따른사회구조적변화
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경제의 선순환 구
조 마저무너지는셈이다.
흔히 소비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처분소득의감소, 천정부지로쌓이기만하
는 가계부채, 소득 불평등의 문제도 여전하
지만더욱중요한소비침체의단초는현재와
미래를바라보는한국인의인식에있다는얘
기다. 그만큼 현실을 팍팍하게 보고 미래는
불안해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안고 살아야
하는 한국인의 슬픈 자화상이 절약의 역설
을현실로만들고있는셈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12년 이
후 3년연속소비증가율이가계소득증가율
을 밑돌고 있다. 게다가 2010년 77.3%로 정
점을 찍었던 가계의 평균소비성향 역시 지난
해엔 72.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00
만원의 돈을 쓸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72만
9000원만 쓰고 나머지 돈은 쟁겨 놓고 있다
는얘기다.
특히 불과 5년전만 해도 한국경제의 고질
적문제점중하나로꼽혔던가계저축률이최
근엔오히려상승세로반전해소비회복의발
목을 잡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
스템(국민계정)에따르면 2011년 3.40%로바
닥을 찍었던 가계순저축률은 2013년 4.90%
증가한데이어지난해엔 6.10%늘었다.
전문가들은 특히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신뢰가 무너지고,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
감만커지는상황에서물가마저하락세를그
리다보니소비유예현상이더강해지고있다
고지적한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은이와관련 가계저축률의상승과더
불어 소비 부진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의 상
황은케인즈가말한
절약의 역설 이 현
실화되고있음을의
미한다 며 지금필
요한 것은 재정과
통화정책의양측면
에서수요를진작하
기 위한 경기부양
정책이다 고 지적
했다.
한석희 원호연기자
미래가불안하다…한국경제 절약의역설
늘어나는 소득에도 불구하고 소비하지
않고 저축에 열을 올리는 국민은 일본의
1990~2010년대 장기침체,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스케치다. 전
문가들은 한국의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진단은 서로 달랐지만 미래에
대한불안을해소하지않는다면일본의잃어
버린 20년은우리의현실이될것이라고지적
했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 버블이 붕괴하면서 기업과 금융기관
이부채조정을최우선시했다.버블시기부동
산의시가이상의대출을허용했기때문에부
채비율줄이기에혈안이될수밖에없었다.
이들이지출을억제하면서일본경제는금
융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대차대
조표 형 불황에 빠져들었다. 그 결과 4.4%
를 유지하던 경제성장률은 1990년대에는
1.1%로낮아졌다.
이 시기 일본 국민들의 저축률은 치솟았
다. 갚아야할돈은많았지만자산가격이붕
괴돼 미래에 쓸 돈이 없다는 생각에 소비를
줄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개인소득 중 소비
나 저축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
이증가했기때문에가능한일이었다.
2000년대 들어 상황은 급격히 나빠졌다.
1997년아시아 지역외환위기의 영향을받는
상황에서일본정부가소비세를인상하는정
책적패착을 일으켰기때문. 이 시기 일본국
민들은가처분소득까지줄면서더이상저축
조차할수없는상황에빠진다.
그러나일본경제를위협한요인은따로있
었다. 바로 1996년부터생산가능인구가감소
하기 시작한 것이다. 생산과 소비를 할 인구
가줄어들자성장률은급격히낮아졌고노후
에 자녀들의 부양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젊은층은노후대비를위해소비를줄였다.
강두용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경제 역시가계부채문제가 심각하고저출산
과고령화가급격히진행되고있기때문에일
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고 경고했
다. 2016~2017년 사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가계부채비율 역시
2010년에 GDP 대비 80%까지 치솟았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문제를제대로해
결하지못한다면일본자산버블붕괴처럼본
격적인 불황을 이끄는 도화선이 될 것 이라
며 단순금리 인하는오히려 가계부채문제
를 부추길 수 있는 양날의 검이므로 실물 위
주의처방을내려야한다 고지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한국
경제가 일본형 장기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는
데동의했다.일본의베이비붐세대의은퇴시
기가 한국보다 10~20년 앞선 만큼 한국에서
도인구학적변화의충격이 2010년대중반에
밀어닥칠것이라는얘기다.
이 연구위원은 그나마 일본은 버블 시기
에 자산축적이 잘 돼 있어 버틸 수 있는 여지
가있었지만우리국민들은그마저도없다 며
불황의 충격이 더 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돈이있어도소비를하지않은것
에대해 소득이정체된측면도있지만, 노후
불안으로소비를유예하고있는것 이라며
또일자리불안으로미래소득이불안하면소
비를 안하는 측면도 있고, 최근 전세가격이
오르고 월세로 돌릴 수 밖에 없는 주거불안
도 소비 성향을 억제하고 있다 고 진단했다.
이연구위원은 평균소비성향을높이려면돈
이있어도못쓰는것을해결해야한다 며 호
화로운소비자체를터부시할게아니라고소
득자산가들이쓰게하는것이선순환의출발
이될것 이란처방전을제시했다.
권규호 오지윤 한국개발원(KDI) 연구위
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고령층은 기
대수명은 늘어나지만 정년 등 근로가능시간
은늘어나지않으면서은퇴시기가다가올수
록소비를줄이는경향이있다 면서 이미과
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허리가 휜 40대가 은
퇴할 시기가 되면 불황의 골이 깊어질 수 있
다 고지적했다. 정부가교육및채용시스템
은과도한사교육비지출을줄이도록정비해
야 하고 가계 지출 역시 자녀 교육과노후를
대비할저축간에균형을맞출필요성을제기
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는의견도있다.이연구위원은 최근일자리
불안, 노후불안, 주거불안등이른바 3대불
안때문에평균소비성향이 저하되고 있는 것
이라면서 비정규직 문제, 높은 집값과 전
세난등소비심리를위축시키는구조적인문
제를해결해야베이비붐세대은퇴후의불황
을대비할수있다 고조언했다.
원호연기자
통계수치곳곳에경고등…
국민은불안에쫓기고있다
한국인이 소비의 미덕( ) 을 버리
고 저축의악덕( ) 을쫓는모습은한
국경제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내수부진의 이
유가 불안감 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는
현실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의 불안감은 고령화 등 사회구조
적변화와맞물려그크기가증폭되고있
다는점에서한국경제의구조적문제점으
로부각될가능성도농후하다.
저축→소비부진→경기침체→투자위
축→가계소득 저하 로 이어지는 절약의
악순환은 통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통계청의가계동향조사에따르면가계소
비성향(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
중)은2011년78.2%에서지난해엔 74.5%
로 3년연속하락했다.
특히 국내 가계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최근 들어 가계소득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고있다.소득이늘었지만소비는오
히려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1년
소득증가율이 5.78%였던데반해소비지
출 증가율은 4.63%에 그쳤다. 지난해에
도 소비지출 증가율은 2.84%로 소득증
가율(3.38%)에한참못미쳤다.
그러다 보니 한국가계의 흑자규모는
계속해서늘고있을뿐아니라가처분소
득 증가율 보다도 증가폭도 크다. 가처
분소득증가율은 2011년 5.46%, 2012년
6.35%, 2013년 1.92%, 2014년 3.46%
였던데 반해, 흑자율은 같은 기간 23%,
25.9%, 26.6%, 27.1%로 큰 폭으로 늘
었다.
한국은행의 2014년중자금순환 자료
를보더라도지난해가계와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 규모는 91조7000억원에 달했
다. 자금잉여는 예금 보험 주식 등에 예
치해 굴린 돈에서 주택담보대출 등 빌린
돈을뺀것으로잉여규모가늘고있다는
것은 쌓아두기만 하는 돈이 많아지고 있
다는 뜻이다. 최근 3~4년 사이에 상승세
로 반전한 저축률에서 보듯 사람들이 돈
을쟁겨놓고있기만하다는것이다.
그렇다면 흔히 애기하는 가계부채와
소득불평등이 소비를 짓누르는 것일까.
일견 맞는 애기이기도 하지만 최근 몇년
간의 통계를 보면 소비부진의 이유를
100% 가계부채와 소득불평등으로 돌릴
수도없다.
실제한국은행에따르면노동소득분배
율은 2011년 59.9%, 2012년 60.9%,
2013년 61.7%, 2014년 62.6%로 조금씩
이나마개선세를그리고있다. 특히소득
분위별 소득증가율과 소비성향을 보면
이같은현상은더욱뚜렷해진다.
통계청에따르면 2011~2014년동안전
체 가구의 연평균 소득증가율은 4.3%였
던 데 반해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의소
득증가율은 5.2%로 가장 높았다. 반면
최고소득층인 5분위의 연평균 소득증가
율은 4.2%로 평균 수준에 그쳤다. 또
2010년 대비 2014년 소비성향 하락폭을
보더라도전체가구의하락폭이 -4.4%포
인트 였던데 반해, 1분위의 하락폭은 -
14.1%포인트에달했다.
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1분위가
소득은 늘었는데 지갑은 오히려 닫았다
는애기다.
이와함께국내가계의이자부담도줄
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11년
4/4분기 12조5330억원에서 지난해 4/4
분기엔 10조3450억원으로 줄었다. 가계
부채는 급속도로늘고 있지만 이자부담
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저소
득 계층의 이자부담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지난해소득 1분위 계층의가처분
소득 대비 이자비용 비중은 2.4%로 전
체가구(2.5%)보다낮다.
한석희·원호연기자
소득은늘고있지만, 소비는하지않고미래에대한불안으로저축을늘리는 케인즈의역설 이한국경제에나타나고있다. 백화점이 떨이세일 까지나서고있지만좀체
내수경기는살아나지못하고있는상황이다.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