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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인터뷰

이번 전시가 ‘앞으로의 예술과 디자인의 방향이 이럴 것이다’라고

제시하는 것이 아닌, 그 전단계라고 할수 있을만한 실험적 활동

작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디자인(예술)은

어땠다고 평가 할 수 있을까?

사실 디자인 분야(굳이 미술시장의 흐름과 비교한다면)는 그간

미술시장의 동향을 조금 늦추어 따라온 것이 아닐까 하고 조심

스럽게 생각한다. 미술시장이 1990년대 말, IMF시기를 거점으

로 더욱 자유롭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당시

새로운 영역에서 나온 용어들이 디자인 분야에서는 조금 늦게

유행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현시대에 다양한 실험적

디자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술

시장에서 젊은 작가들이 상업화랑에 예속되어지고 미술이 상업

화 되는 동향을 보인 것과 같이 독립적 성향을 띄는 현대디자인

또한 경제시스템이 만들어내는 경로에 너무 의존하게 되지 않

을까 조금 우려된다. 그런 의미에서 독립적이고 실험적 활동

을 꾸준히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번 기획이 이루

어졌다.

이번 전시가 그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어느 정도

의 방향성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특별한

도구를 이용한 새로운 시도라던지, 뭔가 기존과는 다른 개념이

있을 듯 하다.

먼저 이번 기획은 새로운 활동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활동’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10년은 혼성,

교차, 융합의 독립적 창작활동을 통해 확장된 디자인의 면모를

구체화해 나가는 과정의 시간이 되겠다.

특별히 어떤 도구를 이용한다던가 하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할 것이냐에 따른 부가적인 옵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도구적, 물리적인 단계를 넘어 이번 기획에서 보여준 ‘경계’라는

의미를 읽어내고 여러 양자 관계에서 형성되는 맥락을 위반하고

혼융하는 실험활동의 ‘결과물’이 아닌 ‘중간형태’를 보여주는

것이 이번 전시다.

전시를 통해 특별히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굳이 이야기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전시 관람자를 상상하게끔

문을 열어두고 서로 물어보게 하자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표다. 이번 전시는 기존 디자인 작업을 홍보하는 전시도 아닐

뿐더러 단지 고급화된 디자인 제품이나 가벼운 예술 작업을

양산하고자 하는 목표 또한 없다. 사실 미술작가들이나 디자

이너들의 작업 속성이나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의미에

서 이번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이나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관습

이나 제도를 논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작품을 ‘디자인’이냐

‘예술’이냐를 묻는 불필요한 일 또한 없었으면 한다.

그러한 경계를 없애는 것 또한 이번 전시에서 이야기하고자 하

는 것의 일부다.

보도자료의 내용 중 “문방사우를 다루는 작업과정의 결과로

감상자 또는 소비자는 의식적으로 한계 또는 경계를 사전에

생각해두는 경향이 있는데, 이 문제의 가장 큰 이유는 ‘자본논

리의 부적합함’에 있다.”라는 내용이 있다. “감상자가 의식적

으로 경계를 두는 부분”이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며, 그 부분에

대해 전시는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나?

감상자들의 동향을 살펴보면 기존 문방사우를 다루는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일종의 ‘이미지화된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즉 전시 작품을 보기도 전에 ‘어떤 작품들이 있을

것이다’라고 예상하고 온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자본논리

의 부적합함’이라 명명한 것은 자본시장에서 관객들이 상품화

된 것들을 주로 접하여 그러한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만큼은 그러한 예상을 깨고자 하였다. 물론 그것이

작가들의 작품을 재해석하여 재작업을 한 이유는 아니다.

다만, 각 작품들을 재해석하고 다시 작업을 입히는 과정을 거쳤

을 때 예상되는 관람자들의 반응에 대해 논한 것이다.

서예라는 것이 작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이념과 철학이 묻어

나는 작업이라고 들었다. 정신 혹은 혼을 담는다고들 하는데,

이러한 부분을 전시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인가? 만약 그렇다

면 그런 부분을 알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이번 전시에서 간단히 ‘서예’라는 미술분야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작가들의 정신이나 혼을 담는다

기보단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

냐를 확실히 하자는 것이다. 작업에 새로운 형태를 입히는 과

정에서 그 이야기가 완전히 변형되거나 소멸 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의 큰 주제들은 다소 달라졌지만 작

품 속 여러 매개들이 가지는 이야기들은 바뀌지 않았다.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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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작품의 주제를 읽어내고자 할 때 각 요소들이 의미하는

바가 없으면 작품은 가벼워진다. 굳이 이러한 부분을 논한 이유는

이념, 정신을 관람자에게 알려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작품을

읽어낼 때 작품이 풍성한 내용을 풀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전시명(경계번짐)과 포스터가 인상 깊다. 설명 부탁한다.

먼저 전시명에 대해 말하자면, 이번 전시의 모든 이야기는 ‘경

계’ 그리고 ‘번짐’이라는 단어에 모두 내포되어 있다. 사실 미

술계에서 ‘경계’라는 말은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지속해

서 논해지는 것이다. 실험적 형식과 대안적 미술 제도, 그리

고 각종 담론이 생산되는 것은 모두 이 ‘경계’라는 부분을 논

하지 않고는 말할 수 없다. 디자인 분야도 마찬가지다. 작품

의 정체성은 ‘물질과 정신’, ‘사실과 허구’, ‘인간과 자연’, ‘중

심과 주변’과 같은 양자관계의 경계에서 형성된다. 이 경계선

이야 말로 작가들이 작품으로 소통하는 장(場)이다. 여기에 ‘번

짐’이라는 단어를 둔 것은 그 특수한 성질 때문이다. 번짐은 단

지 ‘퍼지다’ 또는 ‘확장’이라는 단어로 대체될 수 없다. ‘번짐’

은 각 경계를 섞는 융합의 형태를 띄기도 하고 동시에 ‘수축’

하거나 ‘흡수’하는 다양한 성질을 내포한다. 다소 포괄적인 전

시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없잖아 있지만 이번 기획의 모든

이야기를 아우르는 동시에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생

각한다.

포스터에 대해 말해보자. ‘경계번짐’이라는 전시명은

영어로 ‘Holistic Boundary Play’라고 다르게 명명했다. 전

시 의도에 중점을 두다 보니 조금 다르게 해석되는 명칭으로

정해졌다. 포스터의 메인 비쥬얼은 ‘holistic bounday play’

의 영문자들을 새로 디자인 한 후, 전시가 가지는 속성들을 표

현하기 위해 먹의 특수한 ‘번짐’, ‘튀김’, ‘어우러짐’ 등의 시각적

요소들을 배치하였다. 포스터의 메인 비쥬얼은 가로 형태로

두었을 때 잘 보여지고 세로 형태로 두었을 때는 정보중심의

포스터가 된다. 가로 세로 방향에서 모두 활용될 수 있도록

작업하였다.

전시에 유연성을 부여해 평론가, 작가 및 관람객들의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했는데, 소통을 위해 따로 마련한 프로그

램이 있나? 소통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이번 전시는 기획이 정해진 후 1차 심포지엄을 거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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