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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악논단 39집 ⓒ 2018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2018년 4월, 1-40쪽 한양대학교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 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강 서 희 (한양대학교) 1. 들어가며 귀족과의 결혼으로 신분 상승을 꿈꾸는 시민계급 처녀 마리가 출세를 위해 자신과 같은 계급의 약혼자 슈톨치우스를 버리고 귀족장교들(데포르트, 소 령 메리, 젊은 백작)과 교제하다가 결국 몰락하고 만다는 내용의 오페라 《군인들》(Die Soldaten, 1958-60년 작곡, 1965년 초연)은 18세기 질풍 노도 시기의 작가 미하엘 라인홀트 렌츠(Jakob Michael Reinhold Lenz, 1751-1792)의 동명연극 『군인들』(Die Soldaten, Eine Komödie, 1774-75년 작성, 1776년 출판)을 20세기 중반에 활동한 베른트 알로이스 침머만(Bernd Alois Zimmermann, 1918-1970)이 오페라로 재구성한 것이다. 4막 15장으로 구성된 이 오페라는 마리가 살고 있는 리유와 그의 약혼자 슈톨치우스의 집이 있는 아르망띠에르 지역을 순차적으로 오가면 서 어제, 오늘, 내일의 시점에 일어난 일들을 동시적으로 조명한다. 침머만은 다양한 등장인물 사이에서 일어난 과거, 현재, 미래의 사건을 순차적이면서도 동시적으로 전개하는 원작 작가의 극작법적 아이디어를 극과 음악이 융합된 종합예술작품으로서의 오페라로 확대하면서, 시공간적 개방성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문학적·음악적 기성재료들을 인용하였다. 원작 텍스트를 리브레토로 재구성하면서 침머만은 렌츠의 시 ‘우리의 마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 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 ...mrc.hanyang.ac.kr/wp-content/jspm/39/jspm_2018_39_01.pdf · 2020. 8. 27. · 침머만의 오페라《군인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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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논단 39집 ⓒ 2018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2018년 4월, 1-40쪽 한양대학교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강 서 희

    (한양대학교)

    1. 들어가며

    귀족과의 결혼으로 신분 상승을 꿈꾸는 시민계급 처녀 마리가 출세를 위해 자신과 같은 계급의 약혼자 슈톨치우스를 버리고 귀족장교들(데포르트, 소령 메리, 젊은 백작)과 교제하다가 결국 몰락하고 만다는 내용의 오페라 《군인들》(Die Soldaten, 1958-60년 작곡, 1965년 초연)은 18세기 질풍노도 시기의 작가 미하엘 라인홀트 렌츠(Jakob Michael Reinhold Lenz, 1751-1792)의 동명연극 『군인들』(Die Soldaten, Eine Komödie, 1774-75년 작성, 1776년 출판)을 20세기 중반에 활동한 베른트 알로이스 침머만(Bernd Alois Zimmermann, 1918-1970)이 오페라로 재구성한 것이다. 4막 15장으로 구성된 이 오페라는 마리가 살고 있는 리유와 그의 약혼자 슈톨치우스의 집이 있는 아르망띠에르 지역을 순차적으로 오가면서 어제, 오늘, 내일의 시점에 일어난 일들을 동시적으로 조명한다. 침머만은 다양한 등장인물 사이에서 일어난 과거, 현재, 미래의 사건을 순차적이면서도 동시적으로 전개하는 원작 작가의 극작법적 아이디어를 극과 음악이 융합된 종합예술작품으로서의 오페라로 확대하면서, 시공간적 개방성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문학적·음악적 기성재료들을 인용하였다. 원작 텍스트를 리브레토로 재구성하면서 침머만은 렌츠의 시 ‘우리의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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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Unser Herz, 1776)1), ‘토이치 춤의 노래’(Lied zum teutschen Tanz, 1774)2), ‘아, 젊은 시절의 소원’(Ach, ihr Wünsche junger Jahre, 1775-1776)3)을 추가하였고, 음렬기법과 총렬기법을 비롯한 동시대의 작곡기법에 따라 음악을 작곡하면서 중세 성가, 바흐 코랄, 재즈 등 다양한 시대의 음악 재료를 오페라에 인용하기도 하였다. 인용된 기존 텍스트와 기성 음악은 단순히 패러디나 모방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기성 재료에 내포된 원래 의미를 오페라의 드라마적 맥락에 배치함으로써 그것이 드라마상의 미래, 혹은 현재의 사건을 암시하는 일종의 기호로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4) 본 논문은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 인용된 재료들이 과거, 현재, 미래와 같은 시간성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이다. 이를 위해 우선 침머만과 렌츠가 공유하였던 개방적 시간성, 즉 ‘공 모양의 시간’(Kugelgestalt der Zeit) 개념에 대해 살펴보고, 이어서 오페라 《군인들》에 기성 재료가 인용된 경우를 세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 세 가지 사례는 인용된 재료의 성격과 기능에 따라 채택되

    1) 이 시는 ‘마음에 붙임’(An das Herz), ‘우리의 마음’(Unser Herz), ‘나의 마음에 붙임’(An mein Herz) 3부작의 가운데 작품이다. Jakob Michael Reinhold Lenz, Gesammelte Schriften, Bd. 1 (München: Verlag von Georg Müller: 1909), 98. 검색출처는 http://freiburger-anthologie.ub.uni-freiburg.de/fa/ fa.pl?cmd=gedichte&sub=show&add=&print=1&spalten=1&id=872 [2017년 12월 3일 접속].

    2) ‘teutsch’는 일반적으로 ‘deutsch’의 고어로 이해된다. 이 시는 볼프강 림(Wolfgang Rihm, 1952-)의 가곡 《렌츠의 작품》(Lenz-Fragmente, 1980) 중 5번 ‘토이치 춤의 노래’로도 작곡되었다. 검색출처는 http://derpostmann. blogspot.kr/2015/04/gedichte-von-jmrlenz-lied-zum-teutschen.html [2017년 10월 9일 접속].

    3) 이 시는 3개의 연작시 중 일부로서 1891년에 출판된 렌츠의 시 모음집 중 76번(1775-76년 작품)에 수록되어 있다. 세 개의 시는 ‘Poetische Malerey’, ‘Ach ihr Wünsche junger Jahre’, ‘Ich komme nicht dir vorzuklagen’이다. Jakob Michael Reinhold Lenz, Gedichte (Berlin, 1891), 194-195. 검색출처는 http://www.zeno.org/Literatur/M/Lenz,+Jakob+Michael+Reinhold/Gedichte/Gedichte/76.+Gedichte+1775-76/2.+%5BAch+ihr+W%C3%BCnsche+junger+Jahre%5D [2017년 10월 24일 접속].

    4) Bernd Alois Zimmermann, “Three Scenes of the Opera Die Soldaten,” The Opera Quarterly 30/1 (2014), 141.

  •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3

    었다. 첫 번째 사례는 기성 문학작품을 인용하여 흘러가는 시간성과 멈춰진 시간성을 표현한 경우이다. 이를 위해 오페라 2막 1장(Toccata II)에 인용된 렌츠의 시 ‘토이치 춤의 노래’를 살펴볼 것이다. 두 번째는 과거에 만들어진 기성음악이 드라마상의 미래를 암시하는 경우이다. 이를 위해 중세 성가 선율과 바흐 코랄 선율이 인용된 인테르메초(Intermezzo)와 2막 2장(Cappriccio, Corale e Ciacona II)을 살펴볼 것이다. 세 번째는 동일 작품의 앞 장면에서 발췌한 파편들을 인용하여 통합적으로 인지되는 내적인 시간성을 표현한 경우이다. 이를 위해 원작의 13개 장면의 텍스트와 오페라의 12개 장면의 음악 재료들이 톤 클러스터 형태로 구성된 4막 1장(Toccata III)을 살펴볼 것이다.

    2. 렌츠와 침머만의 개방적 시공간 개념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의 시간적 배경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어제, 오늘, 내일’이다. 이러한 설정은 과거, 현재, 미래로 분리된 시간성이 상호 간에 교차 가능하다고 보는 ‘공 모양의 시간’ 개념이 반영된 결과이다. ‘군인들’이라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불특정 다수의 군인과 관계 맺는 다양한 인물들의 상황을 다중적으로 조명한다. 신분 상승을 위해 귀족 장교와 만나는 마리, 약혼자를 빼앗아간 장교에게 복수하기 위해 사병으로 자원입대하는 슈톨치우스, 결혼금지제도 때문에 더 심각해진 군인들의 성적인 타락에 대해 찬반진영으로 첨예하게 맞서는 종군목사 아이젠하르트와 대위 하우디 등 등장인물들은 다양한 신분, 종교, 성별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든 군인들과 관련되어 있다. 서로 다른 시공간적 배경에서 펼쳐지는 각 사람의 이야기는 순차적이면서도 동시적으로 펼쳐지는데, 이때 각각의 이야기는 하나의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포착한 것처럼 개별적이면서도 서로 불완전하게 겹쳐져 결국 단일 사건으로 통합된다. 소시민의 비극적 결말이라는 드라마 내용은 질풍노도 시기에 매우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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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인 소재였지만, 리유와 아르망띠에르 안에서도 10가지 서로 다른 장소로 이동하면서 과거, 현재, 미래의 사건들이 나선형의 시간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듯 뒤섞여 전개되는 극작법은 렌츠와 동시대 작가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나 헤르더(Johann Gottfried Herder, 1744-1803)보다는 오히려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1882-1941)나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 1885-1972)와 같은 20세기 현대문학 작가의 특성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5) 침머만은 렌츠의 극작법 이론서 『연극 주해』(Anmerkungen übers Theater, 1771-3)를 통해 그의 시공간적 개방형식 극작법의 원리를 이해하였고6), 5막 35장의 원작을 4막 15장으로 압축하면서 그 원리를 더욱 강조하였다.7) 렌츠와 동시대의 작품은 주로 주인공 중심의 완결된 이야기를 전달하는 고전적 폐쇄형식이었다. 이러한 작품에서 감상자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 따라 사건을 이해한다. 반면, 다양한 인물들 사이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을 시공간적 흐름과 무관하게 전개하는 개방형식의 경우, 감상자는 순차적이면서도 동시적으로 전개되는 사건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각 사건을 과거, 현재, 미래의 순서로 분류하고 그것을 재조합하여 하나의 사건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주어진 단서를 가지고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는 탐정이나 수사관처럼 관객들은 상상력과 통찰력을 동원하여 전체 이야기를 이해하게 된다.8) 침머만은 그의 글 “렌츠와 오페

    5) 렌츠 문학의 현대성과 관련된 연구는 문학 분야에서 이미 진행되었다. 관련 논문은 다음과 같다. Helga Stipa Madland, “Non-Aristotelian Drama in Eighteenth Century Germany and Its Modernity: JMR Lenz,” (Ph.D. Diss., University of Washington, 1981); 최정옥, “라인홀트 렌츠의 삶과 문학: 사회비판성과 개방성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4); 천미수, “라인홀트 렌츠의 희곡에 나타난 18세기 독일 사회 비판,”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7); 최정옥, “라인홀트 렌츠의 『가정교사』의 현대성,” 『뷔히너와 현대문학』 15 (2000), 237-260.

    6) Bernd Alois Zimmermann, “On Die Soldaten,” The Opera Quarterly 30/1 (2014), 140.

    7) Bernd Alois Zimmermann, trans. Elaine R. Fitz Gibbon and Emily Richmond Pollock, “Lenz and New Aspects of Opera,” The Opera Quarterly 30/1 (2014), 137-138.

    8) 이러한 사고과정은 작품 속 과거, 현재, 미래의 사건이 현실적인 시간이 아니라 감

  •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5

    라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서 청취자의 이러한 역할을 강조하면서 개별적 요소들을 단일체로 통합하여 인지하는 감상과정을 강조한 렌츠의 극작법을 ‘내적인 극적 행위의 통일성’(unity of inner dramatic action)9)이라고 요약하였다. 내적인 극적 행위의 통일성은 “하나의 단일체로부터 여러 가지 사건이 유래하고, 그것이 펼쳐지고(unfold) 펼쳐지며(unfurl), 또한 연속적으로든 동시적으로든 표현될 수 있는 것”10)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성을 끊임없이 변화하고 이어지는 영속적인 현재의 순간으로 통합하는 렌츠 극작법의 기본 아이디어로서 침머만의 창작욕구를 자극하는 방아쇠가 되었다. 이처럼 침머만과 렌츠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상연되는 극작품에 내재된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성을 통합적으로 인지하고 재구성하는 관객의 내적인 시간성에 관심을 두었다. 반복될 수 없고 되돌릴 수 없으며 목적을 향하는 시간 철학에 반대하였던 침머만은 측정 가능한 현실적 시간과 의식적으로 경험되는 시간을 객관적인 시간과 내적인 시간으로 구분하였다.11) 현재, 과거, 미래가 시작도 끝도 없는 공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 그의 생각은 베르그송(Henri-Louis Bergson, 1859-1941)과 후설(Edmund Husserl, 1859-1938),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와 같은 철학가뿐

    상자가 그것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정의된 의식적인 시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경험적 현실을 중요시하였던 렌츠는 단일한 사건만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하는 전통적 형식의 극작품을 현실세계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변조라고 보았고 오히려 부조리한 사회현실과 모순적인 인간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관객들이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게 해야 한다고 보았다. 천미수, “라인홀트 렌츠의 희곡에 나타난 18세기 독일 사회 비판, 초록 ii, 110-111.

    9) 영단어 ‘unfold’는 마치 책을 넘기는 것처럼 연속적인 시퀀스로 펼쳐지는 것을 의미하며, ‘unfurl’은 우산이나 돛과 같이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말려있는 것들을 동시에 펼치는 것을 의미한다. Zimmermann, “Three Scenes from the Opera Die Soldaten,” 140; Zimmermann, “Lenz and New Aspect of Opera,” 137-138.

    10) Zimmermann, “Lenz and New Aspect of Opera,” 136.11) Constantin Floros, “The Philosophy of Time and Pluralistic Thought of

    Bernd Alois Zimmermann,” in New ears for new music (New York: Perter Land Edition, 2013),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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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아니라 아우구스티누스(Sanctus Aurelius Augustinus, 354-430), 파운드, 조이스와 같은 작가들에게도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12) 실제로 그는 조이스의 “시간의 동시적인 춤”이라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렌츠 원작의 시공간적 개방성을 설명하기도 하였고13), 심지어는 렌츠와 조이스를 동일선상에 두면서 18세기와 20세기의 거리가 놀랄 만큼 가깝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하였다.14) 상연을 목적으로 하는 오페라 장르는 현실적인 시간 속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매체를 사용하는 점에서,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의식적 시간성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작곡가의 상상력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오페라의 2막 2장과 4막 1장은 원작에서 여러 개의 장면으로 구성되었던 사건들이 단일 장면으로 압축된다.15) 이질적인 시공간이 장면이라는 형식을 통해 가상의 동시성으로 융해되는 이 장면들에서 연속적인 것과 동시적인 것은 엉기게 되고, 모든 시간 차원은 상호 간에 변경 가능해지는데, 침머만은 이때 “소리와 이미지는 의식의 기류와 경험의 기류가 분명해지는 바로 음악에 위치하게 된다”16)고 보았다. 다양한 템포, 이질적 박자, 대조적인 리듬 패턴의 음악을 동시에 배치하거나, 다양한 시대의 기성 음악을 드라마적 맥락에서 재해석함으로써 그는 내적인 시간성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침머만은 렌츠와 공모양의 시간개념을 공유하고 있으나, 렌츠의 원작에서 그것을 표현하는 도구는 문학적인 소재에만 제한된 반면, 침머만의 오페라는 음악과 문학적인 재료들로 그 영역이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더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다음 장은 오페라 《군인들》에서

    12) Zimmermann, “On Die Soldaten,” 142.13) 침머만은 조이스의 『율리시스』 “칼립소” 중 결론 부분에서 레오폴트 블룸이 이야

    기한 시간의 춤 발레(마밀카레 폰끼엘리의 1876년 오페라 《라 죠콘다》(La Gioconda)의 3막 중)를 인용한다. Zimmermann, “Lenz and New Aspect of Opera,” 136.

    14) Zimmermann, “Lenz and New Aspect of Opera,” 137-138.15) 오페라 2막 2장(리유, 베제너의 집)은 원작의 2막 3장(리유, 베제너의 집)과 3막 2장

    (아르망띠에르, 슈톨치우스의 집)을, 오페라 4막 1장(아르망띠에르, 커피하우스)은 원작의 13개 장면에서 발췌한 작은 장면들을 합성한 것이다.

    16) Zimmermann, “Lenz and New Aspect of Opera,” 136.

  •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7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인용한 세 가지 경우에 대해 살펴본다.

    3.1 시를 인용한 경우: 렌츠의 시 세 편 중 ‘토이치 춤의 노래’를 중심으로

    침머만은 렌츠 원작을 오페라 리브레토로 재구성하면서 동일 작가의 시 세 편을 추가하였다. 세 개의 시는 각각 1막 1장, 2막 1장, 3막 5장에 인용되며, 모두 등장인물들을 통해 발화된다. 그러나 그 내용은 인물들 사이의 의사소통, 즉 대화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장면이나 상황을 객관적 관찰자의 시각에서 서술하는 메타텍스트17)로서의 특성이 더 강하다. 이 시들이 대화의 맥락과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은 시어의 내용뿐만 아니라, 시의 구조적 특성을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인용된 세 개의 시는 모두 일정한 운율과 각운을 포함한 정형시 형식으로, 일반 대화체로 구성된 다른 텍스트와 구별되기 때문이다. 대화체로 구성된 원작 연극의 텍스트가 흘러가는 시간 선상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역할을 한다면, 침머만이 추가한 이질적 어투의 정형시는 극의 흐름을 멈추고 현재 상황 자체를 은유적으로 묘사한다고 볼 수 있다. 흘러가는 시간성과 멈춰진 시간성이 공존하는 침머만의 표현방식은 오페라 장르의 전통적인 표현방식이기도 하다. 오페라에서 인물들의 대사는 레치타티보와 아리아, 앙상블의 형식으로 전달되는데, 극의 내용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레치타티보(敍唱)는 흘러가는 시간성, 즉 현실적 시간성을 상정하는 반면, 주로 인물 개인의 감정 상태를 노래하는 아리아(詠唱)는 멈추어진 시간성, 즉 인지적 시간성을 전제로 한다. 전통적 오페라에서 레치타티보와 아리아의 관계는 말과 음악 중 어느 것에 무게를 두는지에 따라 표현양식이 구별되었던 반면, 침머만의 오페라에서 이질적 문체는 드라마

    17) 작품 내부에 자기반영적인 언급이 포함된 작품들을 문학에서는 메타텍스트라고 부른다. 강서희,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 반영된 음렬적 사고에 대한 연구,” (한양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201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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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 공존하는 두 개의 시간성, 즉 물리적 시간과 내적인 시간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전통적 레치타티보-아리아 양식과 유사하면서도 다르다고 볼 수 있다.18) 오페라 《군인들》에 인용된 세 개의 시 중에서 2막 1장에 포함된 ‘토이치 춤의 노래’는 처음도 끝도 없이 영원히 반복되고 순환하는 시간 속 자유로운 삶을 노래한다. 인용된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2막 1장에 인용된 렌츠의 시 ‘토이치 춤의 노래’

    O Angst! o tausendfach Leben! O Muth, den Busen geschwellt

    Zu taumeln, zu wirbeln, zu schweben, Als giengs so fort aus der Welt!

    Kürzer die Brust Athmet in Lust.

    Alles verschwunden, Was uns gebunden. Frey wie der Wind,

    Götter wir sind!

    오 두려움이여! 오, 천 겹의 삶이여! 오 용기여, 가슴에서 부풀어

    비틀거리고, 소용돌이치고, 부유하네,마치 세상에서 멀리 달아난 듯!

    호흡을 더 짧게환희 속에서 숨 쉬네.모든 것은 사라지고, 우리를 얽어맨 것은. 바람처럼 자유롭게,

    우리는 신이다!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적 화자는 죽음, 심판, 종말 따위는 없는 천 겹의 삶을 노래한다. 자신을 신이라고 부르면서 욕망에 가득 찬 자유로운 삶을 찬양하는 이 시의 내용은 커피하우스에 모여 도박과 술을 즐기고 있는 귀족 군인들의 상황과도 중첩된다.

    18) 전통적인 오페라에서 아리아는 주인공의 감정 상태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도구로서 작곡가의 아이디어와 스타 성악가의 기량을 뽐낼 중요한 부분이었다. 음렬기법으로 작곡된 침머만의 오페라에서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는 구별되지 않는다. 이는 음렬음악이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선율 위주로 작곡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이 특정 인물 한두 사람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기보다는 여러 인물 사이의 관계나 상황 자체를 조명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강서희,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 반영된 음렬적 사고에 대한 연구,” 271.

  •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9

    이 시가 인용되기 전의 상황은 도덕적으로 해이하고 타락한 장교들의 모습이 조명되고,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이유를 들어 그들에 맞서는 몇몇 군인들의 모습이 전개된다. 익명의 군인이 내뱉는 “내가 여자를 하나 얻게 되면 너와 동침하도록 허락해 주지, 네가 그 여자를 침대로 데려갈 능력만 있다면 말이야!”라는 대사나 “창녀는 언제고 창녀가 되게 되어있습니다. 그 여자가 누구 손에 들어가든 말입니다. 군인들의 창녀가 되지 않으면 목사들이 창녀가 될 겁니다!”라는 하우디의 대사는 방종한 군인들의 생활과 왜곡된 성 의식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침머만은 양심이나 도덕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귀족 장교들의 모습을 ‘토이치 춤의 노래’라는 한 편의 시로 함축적으로 표현하였다. 자유롭고 환희에 찬 삶을 춤이라는 매체로 표현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춤과 관련된 내용의 시가 낭송되는 동안 무대에서도 군인들의 춤판이 벌어지는데, 춤은 리듬이나 박자와 연관된다는 점에서 음악적 특성이 반영되며, 음악적 매개변수 중에서도 박자와 리듬은 흘러가는 시간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점에서 천 겹의 삶을 노래하는 이 장면의 박자와 리듬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무대 앞쪽에서 이름 없는 젊은 사관생도 세 명이 탭 댄스를 추는 동안 다른 군인들은 무대 양쪽에 있는 6개의 테이블에서 의자, 탁자, 식기류, 손바닥이나 발과 같은 신체를 이용하여 ‘타악기의 무기고’19)를 연주한다. 소품을 이용한 군인들의 소음 음악과 발굽과 발바닥을 이용한 군인 댄서들의 리듬은 모두 음악적 재료로 사용되는데, 5개의 절과 후렴으로 구성된 군인들의 소음 음악을 침머만은 ‘행진풍의 롱도’(Rondeau à la marche)라고 명명하고 다음과 같은 지시문을 남겨두었다.

    19) 침머만은 스코어의 2막 1장 앞부분에 무대세트와 등장인물들의 위치 및 그들이 두드리는 소품의 소재와 방법 등을 상세하게 남겨놓았고, 이것을 ‘타악기의 무기고’라고 명명하였다. 무대 위에서 군인들이 탁자와 의자를 손바닥으로 때리는 소리와 커피잔, 쟁반, 유리잔 등을 티스푼이나 나이프 등으로 두드리는 소리, 카드를 탁자에 내리치는 소리, 바닥을 구르는 발소리 등은 커피하우스 안에서 즉흥적으로 일어나는 소리처럼 들리지만, 침머만은 이러한 일상소음의 리듬을 엄격하게 통제하여 오페라의 음악으로 포함시켰다. 강서희,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 반영된 음렬적 사고에 대한 연구,” 91-92, 180.

  • 10 강 서 희

    다른 두 명과 일치하는 부분 없이 세 명의 댄서 각각은 ‘폴리포니’를 이룬다(후렴은 제외). 그 ‘인물들’은 장소의 크기와 마찬가지로 리듬에서도 서로 대조된다. 발뒤꿈치부터, 발전체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타격의 정밀도에 의해 실행된다. 이러한 소음은 가능하다면 점프와 관련되어 *춤의 특성에 영향을 준다. (그 춤은 ‘군인들의 삶’을 예찬한다.) *춤에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탭 댄스 혹은 스톰프 댄스(스페인풍의 플라멩코)20)

    지시문의 내용과 같이 군인 셋의 춤은 각 절(Couplet)에서는 각자 다른 박자와 리듬으로 연주되다가 후렴(Refrain)에서 동일한 리듬으로 모여든다. 춤의 분위기는 4절과 후렴부분에서 최고조에 이르는데,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침머만은 쿠플레에서는 댄서 세 명의 춤에 각각 다른 박자와 리듬을 부여하였고, 후렴에서는 이들이 동일한 리듬으로 동시에 춤을 추도록 하였다. 쿠플레에서 서로 상충하는 박자와 리듬은 세 명의 댄서 개인이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상대적 시간성을, 후렴에서 하나의 박자와 리듬으로 모여드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절대적 시간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인용된 렌츠의 시 ‘토이치 춤의 노래’는 Couplet II의 중반부터 Couplet IV까지 마디191-216에 걸쳐 젊은 장교, 젊은 백작, 소령 메리의 노래로 분할된다. 서로 다른 박자와 리듬으로 춤을 추던 댄서 세 명과 달리 시의 텍스트를 노래하는 군인들은 모두 하나의 박자를 공유하는데, 침머만은 이 부분의 박자를 거울형식으로 구성하였다().

    20) Bernd Alois Zimmermann, Die Soldaten Oper in vier Akten nach dem gleichnamigen Schauspiel von Jakob Michael/Rheinhold Lenz (Mainz: Schott music GmbH & Co. KG., 1975), 199.

  •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11

    ‘토이치 춤의 노래’가 인용된 부분의 박자변화, 마디190-230

    2막 1장의 Rondeau à la marche 중 세 번째 후렴부터네 번째 후렴까지, 마디205-223

  • 12 강 서 희

    에서와 같이 렌츠의 시가 인용된 장면의 박자는 매우 자주 변함에도 불구하고 가운데를 중심으로 거의 완벽한 좌우 대칭 패턴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박자 변화의 특성은 음고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었던 음렬기법의 구성원리를 리듬, 박자, 강세, 셈여림과 같은 다양한 음악적 매개변수로 확장한 총렬기법에 의한 것이다. 총렬기법의 기초가 되는 쇤베르크의 12음 기법21)은 옥타브를 구성하는 12개 음 중 ‘어떤 음이 중요한가?’보다는 ‘음들 사이의 관계는 어떠한가?’에 관심을 둔다는 점에서 이질적인 요소들을 계층적인 구조에서 비계층적인 구조로 전환하고 이를 단일체로 통합하고자 하는 세계관이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22) 쇤베르크는 음렬기법의 형

    21) 쇤베르크가 제안한 정식명칭은 ‘이웃한 음들과만 관계를 맺는 12개 음을 사용한 기법’(die Methode des Komponierens mit zwölf nur aufeinander bezogenen Tönen)이다. Arnold Schoenberg, Stil und Gedanke (Frankfurt a. M.: Fischer, 1995), 75.

    22) 강서희,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 반영된 음렬적 사고에 대한 연구,” 269.

  •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13

    식 중에서도 특히 “거울구조의 음렬들을 사용하는 것은 음악 공간에 대한 절대적이고 단일한 인식에 해당한다”23)고 설명하였다. 쇤베르크의 거울형식이 12개의 음으로 구성된 음렬들, 즉 기초음렬, 전위음렬, 역행음렬, 역행전위음렬의 절대적이고 통합적 공간성을 고려한 것이라면, 침머만의 거울형식은 시간과 관련된 박자와 리듬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시간성과 관련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오페라 《군인들》에서 음렬뿐만 아니라 리듬열과 박자열에 적용된 거울형식은 ‘다중적 시공간성을 단일한 것으로 인식하게 하기 위한’ 원리라는 점에서 쇤베르크의 아이디어를 확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오페라 《군인들》의 2막 1장에 인용된 ‘토이치 춤의 노래’는 가사 내용처럼 영원토록 반복되는 순환적 시간성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박자, 리듬과 같이 시간과 관련된 음악적 매개변수와 연관된 춤이라는 매체를 통해 이질적 시간성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로 다른 시간 층으로 겹쳐져 폴리포니를 이루는 박자와 리듬은 개별적이면서 상대적인 시간성을, 동시적으로 만나 호모포니를 이루는 박자와 리듬은 절대적이고 통합적인 시간성을 상징하며, 거울구조의 박자패턴은 이러한 이질적 시간성의 통합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3.2 기성 음악을 인용한 경우: 중세 성가와 코랄

    오페라 《군인들》에는 중세 성가 《진노의 날》(Dies Irae)과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코랄에 사용된 선율 중 두 개가 인용된다.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기성 음악을 인용하는 것은 어느 시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매우 일반적인 작곡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전 세대의 인용은 주로 패러디, 모방의 형태로 유머, 풍자 등의 수식을 목적으로 하

    23) Arnold Schoenberg, “Composition with Twelve Tones(1), 1941,” in Style and Idea: Selected writings of Arnold Schoenberg, ed. Joseph Henry Auner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84), 225.

  • 14 강 서 희

    였던 반면, 음렬(총렬) 기법과 같이 현대적 기법으로 작곡된 오페라 《군인들》의 음악 사이에서 연주되는 중세 성가와 바흐 코랄은 패러디나 모방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이러한 재료들은 이미 수백 년 전에 작곡된 ‘과거’의 생산품이지만, 오페라의 드라마적 맥락에서 ‘미래’의 사건을 암시하는 일종의 기호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24) 이처럼 미래의 이야기를 암시하기 위해 과거의 음악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침머만의 기성 음악 인용기법은 역설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레고리안 성가 《진노의 날》은 오페라의 첫 번째 ‘프렐류드’(Preludio)와 2막 1장과 2장 사이의 ‘간주곡’(Intermezzo)에 인용된다. 오페라 전체의 내용을 암시하는 서곡과 유사한 첫 번째 프렐류드에서 《진노의 날》선율은 마디125-150에서 모두 36개 성부로 나뉜 현악기 그룹에 의해 연주된다. 에서 보는 바와 같이 36성부의 현악 그룹은 약간의 시차를 두고 《진노의 날》의 시작 부분 “분노의 날, 슬픔의 날, 세상 만물 재가 되리라”(Dies Irae, dies illa, solvet saeclum in favilla)의 선율을 연주한다. 겹겹이 쌓여가는 하모닉스 음향의 중세선율은 으스스하고 괴이한 느낌을 자아내는데, 이것은 이야기의 마지막, 즉 재판장에 선 사람들과 필연적 심판, 비극적 결론을 암시한다.

    24) 음악학자 신인선은 침머만의 인용기법이 다원적 현상을 추구하는 동시대 예술경향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이자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표현하기 위한 극작법적 장치라고 보았다. 신인선, 『음악세계 서양음악사 20세기 음악』 (파주: 음악세계, 2007), 192.

  •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15

    첫 번째 프렐류드 중 36개 현악 성부의 《진노의 날》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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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프렐류드에서 제시되었던 《진노의 날》 선율은 2막 1장과 2막 2장 사이에 위치한 간주(Intermezzo)의 마디21-32의 오르간의 페달 성부에서 다시 연주되는데, 이번에는 원곡의 순서가 뒤바뀌어 인용된다.

    간주곡의 오르간 최하성부에 인용된 《진노의 날》 선율, 마디21-32

    에서 볼 수 있듯이 마디 21-23의 선율Ⓐ는 마디23-26에서 반복되고, 마디26-28의 선율Ⓑ는 마디28-30에서 반복된다. 원곡에서는 선율Ⓑ가 먼저 나오고 선율Ⓐ가 나중에 나오는 반면, 침머만은 두 선율의 순서를 바꾸어 배치하고 반복하였다. 이러한 구성은 구성요소들이 모두 동일 선상에 놓여있다고 보는 공 모양의 시간 개념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죽음과 최후 심판을 의미하는 《진노의 날》 선율은 오페라 《군인들》의 프렐류드와 간주곡에 반복적으로 인용되어 비극적 결말이 임박했음을 암시하고, 이미 결정된 미래는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위협한다. 하지만 아직 다가오지 않은 심판으로부터 구원받을 희망은 남아있음이 바흐의 코랄 선율로 표현된다. 마디31-32의 《진노의 날》 선율Ⓒ에 바로 이어 4성부의 트럼펫은 마디33-40까지 바흐의 라이프치히 코랄 프렐류드 중 《오소서, 창조주, 성령이여》(Komm, Gott Schöpfer, heiliger Geist, G-dur, BWV 667, 1708) 코랄 선율을 연주

  •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17

    한다().

    간주곡에 인용된 4성부 트럼펫의 바흐 코랄《오소서, 창조주, 성령이여》, 마디33-4025)

    이 선율은 원래 오르간곡이었으나 오페라에서는 네 대의 트럼펫으로 연주된다. 트럼펫 사운드가 나오기 직전에 오르간이 연주한 《진노의 날》 선율Ⓒ의 가사는 “경이로운 나팔 소리가 세상이라는 지옥을 통해 울려 퍼지며 모든 이를 왕 앞에 서게 한다”(Tuba mirum spargens sonum, Per sepulchra regionum, Coget omnes ante thronum)이다. 심판 나팔을 연상시키는 중세 선율과 구원을 바라는 내용의 코랄 선율을 연주하는 트럼펫 사운드의 병치는 서로 다른 시대의 두 음악이 갖는 각각의 의미를 연결하고자 한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호 연결되어 ‘심판과 구원’이라는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 이 선율들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드라마의 미래 사건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과거의 재료를 현재의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이를 미래의 사건과 연결하는 과정은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시간성에 대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진노의 날》과 《오소서, 창조주, 성령이여》의 선율이 인용된 프렐류드와 간주곡은 가사가 없는 기악 음악이다. 종교적인 텍스트에 의해 의미를 부여받은 선율은 침머만의 오페라에서 설령 가사가 사라졌다 하더라도 원곡의 의미를 아는 관객들에게는 심판과 구원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25) Zimmermann, Die Soldaten Oper in vier Akten nach dem gleichnamigen Schauspiel von Jakob Michael/Rheinhold Lenz, 244-245.

  • 18 강 서 희

    가사가 있는 노래의 선율은 그 텍스트가 의미하는 특정 이미지로 코딩되어 가사가 사라진 후에도 그 이미지와 관련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26) 특히 어디로 가는지 방향성이 모호한 음렬 음악27) 안에서 뚜렷하게 들리는 기성 음악은 감상자의 관심을 끌게 되는데, 난해한 현대음악 안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선율은 과거에 대한 향수나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원곡에 내포된 원래 의미는 현재 진행 중인 드라마의 맥락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게 되는데, 이때 원곡의 의미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게 된다. 과거 시점에 부여된 의미가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되고, 그것이 다시 미래의 이야기를 암시하는 기호가 된다는 점에서 침머만의 기성음악 인용은 다중적 시간성이 반영된 팔림세스트(palimsest)28)라고 볼 수 있다. 오페라의 2막 2장에는 또 다른 코랄 선율이 인용된다. 이 선율은 15세기 작곡가 하인리히 이작(Heinrich Isaac, 1450-1517)의 ‘인스부르크여, 나는 너를 떠나야만 하네’(Insburg, ich muß dich lassen, 1495년 경)라는 세속가사에 기초한 것으로 이후 요한 크뤼거(Johann Crüger, 1598-1662)와 파울 게하르트(Paul Gerhardt, 1607-1676)의 ‘이제 모든 숲이 휴식하네(Nun ruhen alle Wälder, 1647)’로 개사되어 17세기 중반부터 출판되기 시작했다. 바흐는 그의 칸타타에 이 선율을 자주 인용하였는데,29) 그중에서도 《요한 수난곡》(Johannes-Passion, BWV 245, 1724)

    26) Lawrence Kramer, “Speaking Melody, Melodic Speech,” Word and Music Studies: Essays on Music and the Spoken Word and on Surveying the Field. ed. Suzanne M. Lodato and David F. Urrows (Amsterdam: Rodopi, 2005), 127-144.

    27) 음렬음악 작곡가였다가 조성음악으로 돌아선 미국 작곡가 조지 록버그는 ‘언젠가는 학생들이 12음 선율을 노래하는 법을 배울 것’이라고 예상했던 쇤베르크의 생각이 자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12음 기법으로 만들어진 멜로디는 기억하기도 어렵고 노래 부르기도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George Rochberg, The Aesthetics of Survival: a Composer's View of Twentieth-century Music (Ann Arbor: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2004), 51.

    28) 종이가 없었던 오랜 옛날에는 양가죽(palimpsest)에 글자나 부호를 썼는데, 이를 재활용하기 위해 화학적인 방법으로 썼던 글자를 지우고 그 위에 다시 쓰길 반복했다. 그러나 이전에 썼던 글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눌린 자국으로 흐릿하게 남아있게 된다. 정신분석학자 라캉(Jacques Lacan, 1901-1981)은 우리 의식을 이처럼 덜 지워진 텍스트에 비유했다.

  •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19

    중 15번 코랄 ‘누가 그대를 그렇게 때렸는가(Wer hat dich so geschlagen)’와 《마태 수난곡》(Matthäus-Passion, BWV 244, 1727) 중 16번 코랄 ‘내가 그 사람이오, 내가 속죄해야 하오’(Ich bin’s, ich sollte büßen)가 대표적이다. 프렐류드와 간주곡에 인용된 《진노의 날》이나 《오소서, 창조주, 성령이여》와 마찬가지로, 2막 2장의 코랄 선율 또한 가사 없이 선율만 인용된다. 앞의 경우에서 인용된 음악은 과거의 재료가 현재 시점에서 미래의 사건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다중적 시간성을 내포하였던 반면, 2막 2장에 인용된 선율은 그것이 연주되는 동안 이질적 시공간에서 펼쳐진 세 개의 분리된 사건이 한 장면에 배치되는 방식으로 다중적 시간성을 표현한다. 2막 2장의 배경은 리유에 있는 마리의 집으로 설정되지만, 무대에는 마리의 방에서 사랑놀이하는 데포르트와 마리, 그리고 문밖에서 이들을 걱정하는 마리의 할머니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지역인 아르망띠에르에 있는 슈톨치우스와 그의 어머니가 동시에 등장한다. 거리상으로나 시간상으로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각각의 이야기는 마치 3성부 대위법처럼 개별적이면서도 상호 의미 관계를 갖는다.30) 비동시적인 사건들을 동시에 배치한 이 장면에는 ‘카프리치오, 코랄, 샤콘느’(Cappriccio, Corale e Ciacona II)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침머만은 오페라 《군인들》의 15개 장면에 모두 형식 혹은 장르와 관련된 전문용어들을 부제로 달아놓았는데31), 이 용어

    29) 그밖에도 이 선율은 바흐의 《나의 한숨, 나의 눈물》(Meine Seufzer, meine Tränen, BWV 13, 1726) 중 16번 코랄 ‘그러므로, 영혼, 너의 것이어라(So sei nun, Seele, deine)’, 파울 플레밍(Paul Fleming, 1609-1640)의 시 ‘나의 모든 행위에서(In allen meinem Täten)’의 전문을 인용한 동명의 칸타타(In allen meinen taten, BWV 97, 1734)의 9연 ‘그러므로, 영혼, 너의 것이어라’에도 인용된다.

    30) 이 장면은 원작의 2막 3장(베제너의 집)과 3막 2장(슈톨치우스의 집)이 합성된 것이다. 강서희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 반영된 음렬적 사고에 대한 연구,” 155-230.

    31) 오페라 《군인들》의 15장면에는 스트로프, 샤콘느, 리체르카레, 토카타, 녹턴, 론디노, 라프레젠타치오네, 카프리치오, 코랄, 트로푸스와 같은 문학·음악 용어들이 부제로 사용된다. 강서희,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 반영된 음렬적 사고에 대한 연구,” 155-229.

  • 20 강 서 희

    들은 오페라의 음악 및 드라마의 내용을 서술한다.32) 2막 2장을 제외한 모든 장면에는 각각 하나의 용어가 사용되지만, 2막 2장에는 ‘카프리치오, 코랄, 샤콘느’ 세 개의 용어가 동시에 사용되는데, 이는 세 개의 분리된 사건이 한 장면에 배치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카프리치오’는 마리의 방안에서 자유분방한 사랑놀이를 하는 데포르트(하이 테너)와 마리(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비명과 환성 섞인 관능적이면서도 기괴한 카프리치오를, ‘코랄’은 손녀에게 닥쳐올 비극적 미래를 바흐 코랄 배경음악에 맞춰 부르는 할머니의 라멘트 가사를, ‘샤콘느’는 연인을 잃고 점차 이성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젊은 청년 슈톨치우스의 정신상태를 서술하는 용어로 활용된다. 특히 ‘코랄’은 마리의 할머니가 부르는 헤네가우의 작은 장미와 관련된 라멘트의 배경음악에 인용된 바흐 코랄을 지칭하는데, 이때 인용된 선율은 오케스트라의 관악성부(트럼펫, 트럼본, 바순, 오보에, 알토플루트, 잉글리시 혼)에서 연주된다.

    32) 이러한 형식·기법 용어는 그것의 원래 의미만으로 사용되지 않고, 각 용어의 사전적 의미나 구조적 특성이 각 장면의 음악적 특성이나 드라마의 맥락을 해설하도록 설정된다. 예를 들어 1막 4장과 2막 1장, 4막 1장의 부제로 사용된 ‘토카타’(Toccata)는 음악 역사에서 주로 17-18세기의 즉흥적인 건반음악 양식을 지칭한다. 이 용어는 ‘건드리다, 두드리다’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toccare’에서 파생되었으며, 군인음악에서는 트럼펫과 팀파니를 지칭한다. 이 오페라에서 토카타 장면들은 모두 아르망띠에르에 있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며, 실제 군인들은 타악기의 무기고를 두드려 연주한다. 또한 드라마적 맥락에서 ‘토카타’는 군인들의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인 모습을 의미하기도 한다. 강서희,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 반영된 음렬적 사고에 대한 연구,” 179-195.

  •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21

    오페라 《군인들》 2막 2장 바흐 코랄인용부분, 마디182-195

  • 22 강 서 희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오케스트라가 바흐 코랄을 배경음악으로 연주하는 동안, 마디183-192의 할머니의 대사 “오, 내 아가야, 내 마음 얼마나 아픈지, 너의 눈망울이 웃고 있을 때, 그리고 너의 뺨 적시게 될 수천 개의 눈물방울 보게 될 때”(O Kindlein mein, wie tut's mir so weh', wie dir dein' Äugelein lachen, und wenn ich die tausend Tränelein seh', die werden dein Bäckelein waschen)는 손녀에게 닥쳐올 비극적 미래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할머니의 마음을 표현한다. 반면, 마디188-193의 슈톨치우스의 대사 “어머니, 그녀를 욕하지 마세요, 그녀는 죄가 없어요. 그 장교가 그녀의 머리를 돌게 만든 거라고요”(Liebe Mutter, schimpft nicht auf sie, sie ist unschuldig, der Offizier hat ihr den Kopf verrückt)는 자신의 연인을 두둔하면서 현재의 사태를 데포르트의 탓으로 돌리는 상반된 시각을 보여준다. 마디193부터 데포르트와 마리는 가사가 없는 비명 혹은 환희에 가까운 선율을 연주하는데, 이는 이들의 성적인 관계를 상징한다. 이처럼 하나의 배경음악을 중심으로 각각의 인물은 서로 다른 자신의 입장을 서술한다. 바꾸어 말하면, 마리가 귀족 장교와 연애를 시작했다는 불변의 사실 앞에서 할머니와 슈톨치우스는

  •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23

    그 상황을 각각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지만, 이때 연주되는 코랄 선율은 이질적 시공간에서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시공간에서 단일한 사건으로 통합한다. 이 장면에 인용된 코랄 선율은 노래가 아닌 배경음악으로 연주된다.33) 음악 역사에서 코랄은 개신교회, 특히 루터파 교회의 종교적인 노래(찬송가)를 지칭하며, 신자들이 따라부르기 쉽도록 독일어로 번역된 텍스트와 종교적·세속적 민요의 멜로디가 인용되곤 하였다. 인용된 선율은 명확한 A♭장조의 조성음악으로, 방향성이 모호한 음렬음악 안에서 매우 뚜렷하게 들려온다. 기괴하고 비르투오조적인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와 하이테너의 멜리스마에 이어 연주되는 관악 성부의 코랄 선율은 관객들이 자극적인 음향으로부터 떨어져나와 심리적 편안함과 향수를 느끼게 한다. 이러한 효과는 기억하기 쉽고 따라부르기 편한 선율을 지향했던 코랄의 전통을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 코랄은 노래에 선율을 인용하였던 반면, 침머만은 배경음악에 이 선율을 배치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이질적 시공간의 세 장면을 동시에 펼쳐 보임으로써 비동시적인 장면들을 동시적으로 전개하였다는 점에서 전통적 코랄과 구별된다. 동일한 선율이 수 세기를 거쳐 거듭 인용되는 동안 다양한 텍스트에 의해 다양한 의미들이 겹겹이 쌓여온 것과 마찬가지로, 이질적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세 개의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지는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인용된 코랄 선율은 각각의 텍스트에 의해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선율이 연주되는 동안 마리의 할머니는 손녀의 비극적 미래를 받아들이고 이를 슬퍼하는 한편, 슈톨치우스는 이 사태의 원인을 데포르트에게서 찾고 있다. 이는 마치 동일선율이 《마태 수난곡》에서는 십자가에서 고통당하는 예수의 비참한 모습이 나를 위한 것이라는 가사로 연주

    33) 악보에는 “참고: 코랄은 규정된 다이나믹 이상으로 두드러져서는 안 되며, 오히려 배경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라는 설명이 있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Anm. Der Choral soll nicht über die vorgeschriebene Dynamik hinaus hervortreten, eher im Hintergrund bleibern,” Zimmermann, Die Soldaten Oper in vier Akten nach dem gleichnamigen Schauspiel von Jakob Michael/Rheinhold Lenz,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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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는 반면, 《요한 수난곡》에서는 아이들처럼 죄 없고 순결한 예수가 고통 받는 이유를 악한 인간에게서 찾는 가사로 연주되는 것과도 유사하다.34) 이처럼 코랄은 같은 선율일지라도 텍스트의 내용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내포하게 되는데, 오페라 2막 2장에서 이 선율은 특정한 가사 없이 배경음악으로 인용된다는 점에서 세 개의 서로 다른 상황과 연결될 수 있다. 이는 하나의 선율이 다중적 의미를 내포할 수 있는 코랄의 본성이 오페라로 확대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작곡가가 마리의 상황과 예수의 십자가 고난 사이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이 선율을 인용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할머니의 노래 가사 중 “무엇이 그리 기뻐 미소 짓느냐, 사랑스러운 아가. 너의 십자가가 곧 네게 올 텐데”라는 부분이나 십자가 고난을 연상시키는 코랄 선율은 결정된 미래가 현재를 위협하는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침머만은 바흐의 코랄 선율과 그 외의 것들을 인용하는 것을 콜라주 기법이라고 설명하면서, 이것이 “역설적이게도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오페라의 아나크로니즘(anachronism)을 (문자그대로) 시간적으로 한정하고(temporalize), 그렇게 함으로써 미래와 과거를 영속적인 현재로 포함시키기를 추구한다”35)고 설명한 바 있다. 이미 완성된 과거의 음악이 오페라 《군인들》이라는 새로운 맥락에서 드라마적 현재, 혹은 미래의 시간성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침머만의 기성음악 인용기법은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성이 공존하는 다중적·다원적 시간성을 상징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3.3 다양한 시점의 재료를 콜라주한 경우: 음악적·드라마적 톤 클러스터

    개별적인 사건들을 시공간적 일관성에 얽매이지 않고 개방적으로 전개하는 렌츠 원작과 마찬가지로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는 과거, 현재, 미

    34) 강서희,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 반영된 음렬적 사고에 대한 연구,” 218-219.

    35) Zimmermann, “Three Scenes of the Opera Die Soldaten,” 141.

  •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25

    래의 사건들이, 마치 소용돌이치듯, 시간의 순서와 상관없이 뒤섞여 나타난다. 이것은 과거, 현재, 미래를 불연속적으로 경험하는 인지적인 시간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이다.36) 측정 가능한 물리적 시간성과 측정 불가능한 내적인 시간성, 끝을 향해 흘러가는 시간성과 끝없이 순환하는 시간성이 공존하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세계의 모습을 침머만은 오페라 무대라는 현실적 시공간으로 실체화하고자 하였다. 오페라 《군인들》에서 복합적인 시간성을 표현하는 방법은 개방형식의 원작에 기초한 리브레토뿐만 아니라 그가 임의로 추가한 세 편의 시, 중세 성가, 코랄 선율과 같은 기성 재료의 인용도 포함된다. 앞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용된 재료는 과거의 생산물이지만 현재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미래를 암시하는 일종의 기호로 사용되며, 인용된 재료가 암시하는 비극적 미래는 마치 별자리처럼 이미 정해진 위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위협한다. 오페라의 15개 장면은 마리가 있는 리유와 그녀의 약혼자 슈톨치우스가 있는 아르망띠에르를 순차적으로 오가면서 각 지역 안에서 10개의 서로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시공간적으로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각각의 장면들은 불완전하게 겹쳐지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된다.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공간을 이동하는 추의 움직임은 점점 커져 그 거리는 점점 멀어지는 한편, 마리, 슈톨치우스, 군인들의 이야기는 점점 나선형의 시간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 최종적으로는 현재라는 하나의 시점으로 모여든다. 특히 4막 1장은 마리의 이야기, 슈톨치우스의 이야기, 군인들의 이야기가 급반전을

    36) 이러한 점에서 침머만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관을 따른다. 시간 진행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단위’는 아우구스티누스에 있어서 근본적인 연구문제였다. 이 문제는 시간을 측정하는 경험적인 맥락에서 등장하였다. 시간은 그에게 ‘마음의 분산’(distentio animi)으로서 나타난다. 이것은 ‘마음의 집중’과 대립되는 개념이다.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하면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세 방향으로 분산하여 퍼지는 마음”이다. 또한 시간의 측정은 시간이 ‘지나가는’ 현재에 새겨놓은 인상의 깊이에 의한다고 본다. Adolf Nowak, “음악적 논리는 음악적이다”(Musikalische Logik: ein später Begriff, ein frühes Modell und der Aufschluss beider über Musik und Sprache), 『음악, 말보다 더 유창한』, 오희숙 역 (파주: 음악세계, 2012),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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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루는 페리페테이아(peripeteia)이다. 개별적이면서도 상호 간에 부분적으로 연결되었던 세 개의 이야기는 이 장면에서 ‘마리에 대한 육체적·정신적 폭력’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통합된다. 이 장면은 원작의 4막과 5막에 해당하는데, 침머만은 원작의 13개 장면(1막 4장, 2막 1장, 4막 3~11장, 5막 1~2장)으로부터 텍스트를 발췌하여 이 장면의 리브레토를 구성하였고, 원래의 시간, 공간, 인물과 분리되어 파편화된 재료들이 뒤섞인 이 장면을 ‘꿈의 특성’이라고 설명하였다.37) 4막 1장의 무대 세트는 2막 1장의 커피하우스(아르망띠에르)와 같은 장소이지만, 그 안에서 카지노-마담 비숍의 무도회장-가상의 재판장으로 공간은 빠르게 이동한다. 이러한 변화는 물리적 변화가 아닌 가상의, 정신적 영역에서의 공간이동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마치 꿈을 꾸듯이 빠르게 이동하는 공간은 무대 뒤쪽에 배치된 다양한 높이, 깊이, 넓이의 작은 무대에서 일어난다. 사진을 찍듯 깜빡이는 마리, 슈톨치우스, 군인들 이야기의 단편적 사건들로 표현된다. 무대 앞쪽에 배치된 세 개의 스크린에서는 마리의 강간 사건과 관련된 영상이 상영되고, 무대와 관객석 곳곳에 배치된 스피커에서는 다양한 소리가 전송된다. 이러한 혼합매체 기법은 이곳이 누군가의 정신적 공간, 즉 가상의 장소임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무대와 스크린에는 모든 출연자와 그들의 이중 자아를 연기하는 연기자, 무용수가 함께 등장하는데, 이들은 실존적 인물로 인식하도록 고안된 것이 결코 아니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다중적 존재는 인간의 의식적이고 정신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내적 표상이 인간의 몸이라는 물질적인 특성에 의해 퍼포먼스로 실체화된 것이다.38) 가상과 현실, 과거, 현재, 미래에 동시에

    37) 4막 1장의 무대 지시문에 “이 장면은 꿈의 특성을 보인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Zimmermann, Die Soldaten Oper in vier Akten nach dem gleichnamigen Schauspiel von Jakob Michael/Rheinhold Lenz, 247; 강서희,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 반영된 음렬적 사고에 대한 연구,” 234-235.

    38) ‘공연’, ‘연출’, ‘상연’이라는 뜻의 독일어 ‘Vortellung’은 ‘표상’라는 철학 용어로도 사용된다. 표상이란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것을 이미지화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침머만이 정신적 자아를 퍼포먼스 상의 몸으로 표현한 것은 허상으로서의 내적 표상을 물질적 존재로서의 몸으로 구현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표상은 오브제를 갖는다는 점에서 단순한 상상력과 구별된다. 강서희,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

  •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27

    존재할 수 있는 다중적 존재는 공 모양의 시간에 속한 정신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상징한다. 무대와 인물뿐만 아니라 4막 1장의 텍스트와 음악 또한 독특한 방식으로 구성된다. 원작의 시간, 장소, 인물 등, 모든 맥락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4막 1장의 텍스트는 줄거리의 연속성을 위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꿈을 꾸거나 어떤 상황을 상상할 때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로서 공 모양의 시간성에 위치한다. 특정 맥락에서 벗어난 모든 텍스트의 시간성은 상호 간에 교차 가능하며, 그것을 인지하는 감상자에 의해 새로운 맥락으로 재구성된다. 이처럼 동시적 시공간의 소용돌이를 상정하고 인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다중적으로 전개하는 방식은 20세기 현대문학의 특성과도 매우 유사하다. 실제 침머만은 18세기 독일에서 활동한 렌츠의 극작법과 20세기 아일랜드 출신 작가 조이스의 극작법을 연결하면서, 두 작가 사이의 시간적 거리가 놀라울 정도로 가깝다고 지적하였다. 모든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분리된 원작 텍스트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침머만은 시간, 공간, 줄거리에 대한 개방형식 극작법 원리를 재적용하였고39), 결과적으로 4막 1장에서 모든 시간과 공간은 실제적 동시성으로 함께 녹아들게 되었다. 4막 1장은 시공간적 개방성이 인지적 영역을 넘어 꿈의 영역으로까지 극대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적 텍스트 구성뿐만 아니라 음악 구성에도 시공간적 개방성이 반영된다. “작가에 의해 작곡 방법이 이미 정해졌다”고 언급한 바와 같이40), 침머만은 렌츠가 강조하는 “내적인 극적 행위의 통일성(연속적인 것과 동시적인 것을 오가는 추, 나선형의 시간으로의 하강, 차원들의 상호변동성, 순환과 혼선, 작품 전체를 가로지르고 포함하는 시간 속에서 소리의 엄청난 구조)”를 “단일한 기본 아이디어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분열, 즉 음렬”41)로 이해하였고, 실제 오페라의 음악과 드라마에 음렬의 ‘연속적이면

    들》에 반영된 음렬적 사고에 대한 연구,” 261.39) 침머만은 렌츠의 극작법에서 세 가지 통일성의 지연은 현대문학의 특징인 ‘공 모

    양의 시간’(미래, 현재, 과거가 상호 변경 가능한 상태)에 위치한 공간과 시간의 지연으로 곧바로 연결된다고 보았다. Zimmermann, “On Die Soldaten,” 142.

    40) Zimmermann, “Lenz and New Aspects of Opera,”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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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동시적인’, ‘수평적으로 배열하면서도 수직적으로 통합하는’ 구성원리를 적용하였다. 더 나아가 침머만은 두 작가가 공유하는 개방적 시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수 세기가 지나도록 변치 않는 오페라 장르의 형식적 아나크로니즘과 연결하기도 하였다.42) 여러 장면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오페라 장르의 오래된 형식적 특성을 바탕으로 음렬의 구조적 원리와 개방형식의 극작법을 적용한 작품이 바로 오페라 《군인들》이며, 특히 모든 이야기가 나선형의 시간 소용돌이로 끌어들여지는 4막 1장은 전체 오페라의 구성아이디어가 집약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치 옥타브를 구성하는 12개 음을 순차적으로 배열하고 이를 동시에 수직적으로 연주하는 12화음처럼 다양한 장면에서 발췌한 재료들이 콜라주된 4막 1장은 음악적·드라마적 행위의 톤 클러스터라고도 설명할 수 있다.43) 4막 1장의 인용은 작품 내부에서 재료들을 발췌하여 콜라주한다는 점이 작품 외부에서 기성재료를 인용하였던 경우와 구별된다. 렌츠의 시, 중세 선율, 코랄과 같이 원작에 포함되지 않았던 기성 재료들을 인용한 경우는 기성 재료의 원래 의미에 현재 진행 중인 드라마 속에서 미래 사건을 암시하는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반면, 앞서 나왔던 장면에서 발췌한 재료들

    41) Zimmermann, “Lenz and New Aspects of Opera,” 136-137.42) Emily Richmond Pollock, “To do justice to opera's "monstrosity": Bernd

    Alois Zimmermann's Die Soldaten,” The Opera Quarterly 30/1 (2014), 69-92.

    43) Zimmermann, “Lenz and New Aspects of Opera,” 138. 그는 원작을 오페라로 작곡하면서 음렬의 구성원리를 오페라의 음악뿐만 아니라 장면배치와 드라마 구성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하였다. 전음정적 구조의 기초 음렬은 1막 1장의 P1이자, 1장부터 12장까지를 연결하는 장면음렬(Szenen-Rheie)의 구조적 뼈대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비중은 주연-조연-단역의 계급적 구조가 아니라 모든 인물의 비중이 동등하다는 점에서 모든 재료를 등가적으로 다루는 음렬의 구성원리가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침머만은 렌츠의 극작법을 음악적으로 해석하였고, 작곡을 위한 도구인 음렬 기법을 음악 작곡과 드라마 구성에 적용함으로써 이질적 요소들이 공존하는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오페라 《군인들》의 음악과 드라마에 적용된 음렬기법과 관련된 내용은 강서희의 논문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 반영된 음렬적 사고에 대한 연구”를 참고하시오. 강서희,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 반영된 음렬적 사고에 대한 연구,” 130-154.

  •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29

    과 현재, 미래 장면들의 파편을 원래의 의미에서 완전히 분리하여 콜라주 형태로 재합성한 4막 1장은 작품 내부의 재료들 사이에서 새로운 의미 관계가 생성된다는 점에서 기성 재료를 인용한 경우보다 의미 발생 과정이 더 복잡하다. 기성재료의 인용이 원래의 의미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는 팔림세스트였다면, 원래의 맥락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재료를 콜라주한 4막 1장은 모든 구성요소를 새로운 맥락에서 동시에 배치하는 톤 클러스터이다. 따라서 4막 1장에 인용된 재료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상력과 추리력이 더 필요하게 된다. 4막 1장에 합성된 재료들은 원래의 시간, 공간, 인물로부터 분리된다. 예를 들어 “마리가 도망쳤다”(Marie fortgelaufen!)라는 텍스트는 오페라 4막 1장 직전, 암전 상태에서 백작부인의 하인이 외치는 소리로 시작되어 카지노와 가상의 재판장에서 모든 사람에 의해 반복된다. 이 대사는 원래 원작 4막 5장에서 마리의 아버지 베제너의 독백 중 일부였으나, 오페라에서는 말의 주체가 모호해진다. 원작에서 이 대사는 마리의 도주 사실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걱정과 실망을 드러내는 베제너의 입장을 표현한 것이었던 반면, 오페라에서 이 텍스트는 특정인의 감정과 연관되지 않고 마리가 도망쳤다는 상황 자체를 서술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텍스트가 콜라주 되면서 의미가 변하는 과정은 다음의 슈톨치우스의 대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①왜 떨고 있는 거냐? 내 혀가 너무 약해서 한마디도 할 수 없을까봐 걱정이군, 나를 쳐다보겠지. ②도대체 불의를 참고 견뎌야 하는 사람들은 떨고 있어야 하고, 불의를 행하는 자들만 즐거워야 한단 말인가! ③그녀가 지금 어느 울타리 밑에서 굶어 죽고 있는지 누가 알겠나. ④들어가라, 슈톨치우스! 그놈을 위한 게 아니라면, 바로 너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네가 바라는 전부다.” 렌츠의 『군인들』중 4막 11장, 슈톨치우스의 독백44)

    44) 원문은 “Was zitterst du? Meine Zunge ist so schwach, daß ich fürchte, ich werde kein einziges Wort hervorbringen können. Man wird’s mir ansehen. Und müssen denn die zittern, die Unrecht leiden, und die

  • 30 강 서 희

    이 텍스트는 원작의 4막 11장 전문(全文)으로, 자신의 연인을 빼앗아간 데포르트에게 복수할 계획으로 독약을 사러 약국 앞을 서성이는 슈톨치우스의 독백이다. 이 텍스트는 ①용기없는 자신의 모습에 한탄하면서 ②자신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간 사회를 원망하고, ③마리의 현재 상황을 걱정하면서 ④원수를 향한 복수를 다짐하는 슈톨치우스의 심리변화를 보여준다. 그러나 과 같이 오페라 4막 1장에서 그의 대사는 파편화되어 모든 사람에 의해 두서없이 발화된다.

    오페라 4막 1장에 재배치된 슈톨치우스의 대사

    allein fröhlich sein, die Unrecht tun! Wer weiß, zwischen welchem Zaun sie jetzt verhungert. Wer weiß, wo sie jetzt verhungert. Herein, Stolzius! Wenn's nicht für ihn ist, so ist’s doch für dich!”이다. J. M. R. Lenz, 『군인들』(Die Soldaten in J. M. R. Lenz: Werke und Briefe in drei Bänden. Herausgeben von Sigrid Damm. 1. Band), 김미란 역 (서울: 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4), 116.

    마디 텍스트번호 인 물마디5-7 ② 아이젠하르트마디5-8 ② 슈톨치우스마디9-14 ③ 스피커 속 장교들의 목소리

    마디43-51 ②마리, 샤를롯테, 백작부인, 슈톨치우스의 어머니, 베제너의 노모, 데포르트, 젊은 백작, 피르첼, 연대장, 슈톨치우스, 아이젠하르트, 베제너, 젊은 장교 셋, 소령 메리, 하우디

    마디57-65 ④ 슈톨치우스

    마디62-67 ② 마리, 샤를롯테, 백작부인, 슈톨치우스의 어머니, 베제너의 노모마디65-67 ① 슈톨치우스마디74-79 ② 젊은 백작마디76-84 ③ 슈톨치우스

    마디80-83 ② 마리, 샤를롯테, 슈톨치우스의 어머니, 젊은 백작, 피르첼, 소령 메리

  •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31

    위의 에서 볼 수 있듯이 4막 1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텍스트는 “②도대체 불의를 참고 견뎌야하는 사람들은 떨고 있어야 하고, 불의를 행하는 자들만 즐거워야 한단 말인가!”이다. 원작에서 이 대사는 자신이 처한 위기의 원인을 사회로부터 찾지만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슈톨치우스의 한탄과 분노를 표현한 것이지만, 오페라에서 이 텍스트는 더 이상 슈톨치우스 개인의 말로 국한되지 않고 그 사회에 속한 모든 사람의 말로 확대된다. 원작에서는 슈톨치우스가 독약을 사기 전이라는 특정 시점과 약국 앞이라는 특정 지역으로 제한되었던 이 말이 오페라에서는 특정 인물과 시공간적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일반적이고 보편적으로 인지되는 불공평하고 모순적인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텍스트로 확장된 것이다. 특히 4막 1장의 마지막 공간인 ‘가상의 재판장’45)으로 이동하기 직전, 단순한 리듬에

    45) 4막 1장의 마지막 이동장소인 ‘가상의 재판장’은 원작에는 없는 공간으로 침머만이 만들어낸 고유의 장소이다. 백작부인의 집에서 도망친 마리는 아르망띠에르에 있는 데포르트에게 가는 중이고, 그 옆에는 데포르트를 독살할 계획을 세운 슈톨치우스가 약국 앞을 서성이고 있다. 다른 쪽에는 감옥에서 풀려난 데포르트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마리를 위험에 빠트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재판장은 공정한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사건의 잘잘못을 따지는 곳이지만, 세 사람의 각 상황을 동시에 배치한 ‘가상의 재판장’은 사건의 결말을 내기 위한 장소라기보다는 관객들이 이 사건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판단하게 하기 위한 장소로 활용된다. 또한,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된 사건의 파편들이 콜라주된 가상의 재판장은 그것을 재구성하고 판단하는 관객들의 정신적 참여가 이루어지는 장소라는 점에서 과거, 현재,

    마디 텍스트번호 인 물마디82-94 아이젠하르트, 베제너

    마디83-94 젊은 장교 셋, 소령 메리, 하우디

    마디84-89 슈톨치우스

    마디84-94 피르첼

    마디85-94 마리, 샤를롯테, 백작부인

    마디87-94 젊은 백작, 베제너 노모

    마디89-94 데포르트, 슈톨치우스

  • 32 강 서 희

    단음절적으로 구성된 이 텍스트는 세 개의 성악가 그룹에 의해 반복되어 작품 전체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4막 1장의 음악 또한 통합적이고 순환적인 시간성과 관련된다. 4막 1장은 빅뱅의 대폭발을 연상시키는 fff의 강렬한 12음 화음으로 시작되며, 장면이 끝날 때까지 톤 클러스터 화음이 시종일관 con tutta forza로 연주된다. 4막 1장의 음악에는 앞에서 나왔던 리듬, 선율, 재즈밴드과 같은 음악 재료뿐만 아니라 원시적인 비명에서부터 속삭임, 노래와 같이 목소리가 낼 수 있는 소리, 두드리기, 때리기, 발로 차기, 밟기, 춤추기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소리가 포함되며, 스피커와 같은 전자기기의 사운드도 포함된다. 음악극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소리가 뒤섞인 가운데에서도 4막 1장의 첫 번째 소리와 마지막 소리는 같은 악기로 구성되며, 그들이 연주하는 음도 동일하다. 이러한 동일 사운드의 수미상응구조는 시작과 끝이 동일한 순환적 시간성, 즉 공 모양의 시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46)

    4. 나가면서

    침머만은 과거, 현재, 미래가 상호교차 가능한 공 모양의 시간 개념을 갖

    미래의 일들이 관객들에 의해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46) 이러한 수미상응구조는 스티븐 달드리(Stephen Daldry, 1961-)의 영화 『디 아워

    스』(The Hours, 2002)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영화는 1941년 59세의 나이로 우즈 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버지니아 울프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영화의 세 주인공 버지니아(1923년 런던 교외), 로라(1949년 로스엔젤레스), 클라리사(20세기 말 뉴욕 시)는 각각 다른 시간과 공간에 살고 있지만 영화는 이를 교차 편집하여 이들이 모두 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과 같이 묘사한다. 세 여인의 삶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만, 영화 안에서 이 셋은 『댈러웨이 부인』(Mrs. Dallowa, 1925)이라는 소설로 연결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첫 장면이었던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장면이 반복된다. 다른 시공간에서 살고 있는 세 여인의 개별적인 이야기가 서로 관계를 맺는 이야기 전개방식이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동일한 재료로 구성하는 이 영화의 구성방식은 침머만의 오페라《군인들》의 4막 1장과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박민영, “영화 에 나타난 이미지의 상징성,” 『국제언어문학』 34 (2016), 273-294.

  •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33

    고 있었고, 어제, 오늘, 내일의 사건이 순차적이면서도 동시적으로 전개되는 렌츠의 연극에 매료되어 그것을 오페라로 작곡하였다. 그는 다양한 사건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렌츠의 극작법과 다양한 예술 장르와 개별적 장면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오페라 장르 사이의 유사성을 강조하였고, 이러한 오페라 장르의 형식적 특성을 통해 원작 작가가 강조하는 다원적 시간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오페라 《군인들》은 이러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작품으로, 특히 작품 외부에서 가져온 기성 재료들은 퍼포먼스 상의 시간성, 드라마적 시간성, 감상자의 인지적 시간성과 관련되어 오페라 《군인들》의 복합적인 시간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인간 역사에서 인용은 모방이나 패러디를 통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원초적인 의사소통 방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침머만의 오페라에서 과거 시점에 생산된 재료를 인용한 것은 그것의 기법이나 형식을 모방하거나 변형하려는 수사적 목적보다는 오히려 원작에 내포된 의미를 새로운 맥락에 배치하여 그것을 일종의 기호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새로운 작품에 삽입된 기성작품은 마치 모듈처럼 그것 자체로 이미 완성된 의미를 지니면서도 새로운 맥락에서 새로운 의미와 기능이 추가된다. 오페라에 인용된 세 편의 렌츠의 시는 장면 전체, 혹은 오페라 전체의 내용을 함축하는 메타텍스트로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정지된 시간을 표현하며, 《진노의 날》 선율과 바흐 코랄 선율은 오페라의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는 팔림세스트로 활용되었다. 오페라 《군인들》에 인용된 재료들은 다른 재료들과 양식적으로나 형식적으로 대조된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추가된 렌츠의 시 세 편은 일정한 운율과 각운이 포함된 정형시 형식으로, 일상대화체의 다른 대사들과 대조되며, 음렬 음악 사이에 삽입된 《진노의 날》 선율과 바흐 코랄 선율은 음렬과 소음이 만연한 현대음악 사운드와는 분명하게 구별된다. 이러한 형식적 차이에서 비롯된 대조 효과는 감상자의 주의를 끌게 된다는 것인데, 이때 만약 감상자가 인용된 재료의 원래 의미를 알고 있다면 그것과 현재 상황 사이의 관계에 관심을 두게 된다. 본 논문에서는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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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인들》에 인용된 음악 재료가 주로 드라마의 미래를 암시하는 기호로 활용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이처럼 침머만의 인용기법은 서로 다른 시대의 재료들을 한 작품에 동시에 배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용된 과거의 재료가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 속에서 미래의 사건과 연관된다는 점에서 과거, 현재, 미래가 상호 연결되는 공 모양의 시간 개념을 상정한다고 볼 수 있다. 침머만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인지적 시간성에 관심이 있었고, 모든 시간성은 그것을 인지하는 영속적 현재로 통합된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시간 철학은 아우구스티누스에서부터 렌츠, 조이스, 파운드 등, 시대를 불문하고 이어져 온 것이기도 하지만, 침머만의 시간 철학은 의식적인 것을 넘어 꿈과 같은 무의식의 세계로까지 확장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모든 재료가 원래의 시공간으로부터 벗어나 콜라주되는 4막 1장은 그가 인지적으로 경험되는 시간성뿐만 아니라 꿈과 같은 무의식적 영역의 시간성에도 관심을 두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스크린과 무대를 오가는 이중 자아, 원래의 맥락으로부터 분리된 텍스트, 파편화된 장면들이 거대한 톤 클러스터를 이루는 4막 1장은 가상과 현실, 육체와 정신, 실체와 허상의 경계에서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도, 인지할 수도 없는 무의식적 시공간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흘러가는 시간과 멈춰진 시간, 반복되는 일상과 죽음이라는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인생, 아름다운 추억과 소망을 품은 미래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시간의 특성이자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기회이기도 하다. 그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 모든 시간성을 표현해내고자 하였고, 수백 년 동안 쌓여온 재료들 사이에서 몇몇 재료를 골라 그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였다. 1957년 작곡에 착수하여 우여곡절 끝에 1965년 오페라를 초연하기까지 그는 흘러가는 시간 선상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음악으로 다중적 시간성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였다. 콜라주 기법과 다원적 소리 작곡기법은 그가 찾은 해답 중 하나였다. 1970년 그는 향년 52세의 나이로 세상을 등졌지만, 그가 이 오페라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다원적 시간성은 1977년부터 장장 25년 동안 작곡된 슈톡하우젠(Karlheinz

  •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35

    Stockhausen, 1928-2007)의 오페라 《빛》(Licht, 1977-2003)으로 이어졌다.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시공간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현대 사회에서 다중적 시간성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제한된 공간과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상연되는 공연을 통해 개방적인 시공간성을 어떻게 표현할지는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다.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 대한 연구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한글검색어: 침머만, 렌츠, 군인들, 인용기법, 현대오페라, 다원주의, 상호텍스트성, 공 모양의 시간, 다원적 시간성, 톤 클러스터, 12음 화음, 종합예술

    영문검색어: Zimmermann, Lenz, Quotation, Pluralism, Opera, Die Soldaten, Intertextuality, Sphericality of the time, Postmodern opera, Tone-Cluster, Gesamtkunstwe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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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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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39

    국문초록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서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

    강 서 희

    이 논문은 20세기 중반에 활동한 독일 작곡가 B. A. 침머만의 오페라 《군인들》에 적용된 인용기법에 대한 연구이다. 질풍노도 시기의 작가 J. M. R. 렌츠의 동명 연극을 바탕으로 창작된 이 오페라에는 원작에 포함되지 않은 동일 작가의 시 세 편과 중세 성가, 코랄 선율과 같은 기성 작품이 인용되며, 4막 1장에서는 원작의 11개 장면에서 발췌한 작은 장면들이 콜라주 형태로 재구성된다. 본 논문은 침머만이 과거, 현재, 미래가 상호 교차 가능하다고 보는 공 모양의 시간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시간의 다양한 성격을 표현하기 위한 그의 인용기법을 연구한다. 이를 위한 세부 연구사항으로 원작에 포함되지 않은 텍스트를 인용한 경우, 중세 성가와 코랄 등 기성 음악을 인용한 경우, 작품 내부의 재료를 인용하여 장면을 구성한 경우를 살펴본다.

  • 40 강 서 희

    Abstract

    A Study on Quotations-Technique to Express the Temporality in B. A. Zimmermann’s Opera

    Die Soldaten

    Kang, Seo-Hee

    This paper is a study of quotations applied to the opera Die Soldaten by B. A. Zimmerman who was active in the mid 20th century in Germany. In this opera, there are some quotation materials such as three fixed verses of the same author which are not included in the original play, medieval chant Dies Irae, and two choral melodies of J. S. Bach’s cantatas. In the first scene of the fourth act, small scenes from 11 scenes of the original play are reconstructed in a collage form. Based on the fact that Zimmermann had the time concept in which past, present and future are intersected, this paper studies his quotation techniques expressing various temporal properties including the sphericality of the time. The details of the study are as follows: first, the case of quoting the texts that are not included in the original text, second, the case of quoting the ready-made music such as medieval chant and chorale, third, the case of quoting the materials inside the work.

    〔논문투고일: 2018. 02. 28〕

    〔논문심사일: 2018. 03. 09〕

    〔게재확정일: 2018. 0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