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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경제경영 71 미디어경제경영 인터넷 시대 언론 전문직의 위기 - 지식에 대한 고찰을 중심으로 - 이상기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강민영부경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언론이 기사나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하는 산물이 지식(정보)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지식은 상당히 중요하다. 2008년 한국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세계 경제위기를 예견했던 미네르바라는 필명의 한 인터넷 논객(박대성)으로 인한 것이다. 그의 경제 관련 글들은 수많은 조회수를 록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관심을 끌었다. 그렇지만 세계경제 전망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했던 까닭에, 그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간주되 어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에 의해 검찰에 구속, 기소되었다. 법원은 당시 피고인이 게시글 내용을 전적으로허위의 사실이라고 인식하면서 그러한 글을 게재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위의 사실을 게시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없는 이상, 당시 피고인에게 공익을 해할 목적있었 던 것으로는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을 단순히 박대성(미네르바)이라는 한 개인의 구속에서 재판까지의 과정만 놓고 본다면 단발성 에피소드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 미네르바의 학력(전문대졸업)과 직업(무직)밝혀지면서 인터넷 시대의 전문성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박대성은 자신이 예측력이 뛰어난 게 아니라 경제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사항들을 인터넷에 소개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한겨레21, 2008. 12. 8. 38쪽). 즉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종합하여 서술한 것만으로도 경제대통령,’ ‘경방고수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해 저널리즘 분야에서도 온라인 저널리즘연구가 상당히 진척되어 왔다. 특히 국내 인터넷 환경은 세계적으로도 앞서 있기 때문에 국내의 연구와 실제 사례가 세계를 선도 하거나 모범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연구가 온라인 미디어의 기술적 특성과 소비행태에 주로 머무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터넷 시대 언론인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되지 않고 있다. 이는 저널리즘의 태생부터 그 전문성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McChesney, 2004-77). 즉 법률이나 의학

인터넷 시대 언론 전문직의 위기 - 지식에 대한 고찰을 중심으로 › data › sem › pdfdata › 0110611_18.pdf · 화)’를 육성하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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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경제경영 71

미디어경제경영

인터넷 시대 언론 전문직의 위기 - 지식에 대한 고찰을 중심으로 -

이상기│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강민영│부경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언론이 기사나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하는 산물이 지식(정보)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지식은

상당히 중요하다. 2008년 한국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세계 경제위기를 예견했던 ‘미네르바’라는 필명의 한 인터넷 논객(박 성)으로 인한 것이다. 그의 경제 관련 글들은 수많은 조회수를 기

록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관심을 끌었다. 그렇지만 세계경제 전망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했던

까닭에, 그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로 간주되

어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에 의해 검찰에 구속, 기소되었다. 법원은 “당시 피고인이 게시글

내용을 전적으로‘허위의 사실’이라고 인식하면서 그러한 글을 게재하 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허위의 사실’을 게시한다는 점에 한 고의가 없는 이상, 당시 피고인에게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

던 것으로는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을 단순히 박 성(미네르바)이라는 한 개인의 구속에서 재판까지의 과정만 놓고 본다면

단발성 에피소드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 미네르바의 학력(전문 졸업)과 직업(무직)이

밝혀지면서 인터넷 시 의 ‘전문성’에 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박 성은 “자신이 예측력이

뛰어난 게 아니라 경제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사항들”을 인터넷에 소개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한겨레21, 2008. 12. 8. 38쪽). 즉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종합하여 서술한

것만으로도 ‘경제 통령,’ ‘경방고수’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해 저널리즘 분야에서도 ‘온라인 저널리즘’ 연구가 상당히 진척되어 왔다.

특히 국내 인터넷 환경은 세계적으로도 앞서 있기 때문에 국내의 연구와 실제 사례가 세계를 선도

하거나 모범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지만 부분의 연구가 온라인 미디어의 기술적 특성과

소비행태에 주로 머무르고 있다.

상 적으로 인터넷 시 언론인의 전문성에 해서는 거의 연구되지 않고 있다. 이는 저널리즘의

태생부터 그 전문성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McChesney, 2004-77). 즉 법률이나 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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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한국언론학회 2011 봄철정기학술대회

에 적용되는 것과 꼭 같은 방식의 전문직주의가 언론에 적용될 수 없었다. 또 변호사나 개업의와

달리 언론인은 그들 자신의 사업을 경 하기보다 피고용인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중립적이고 객관

적인 뉴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의심받아왔다. 왜냐하면 직업윤리에 반하는 가치조차 소유주

의 상업적, 정치적 요구에 따라 수용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2.0 시 에 신문의 기능, 요소, 콘텐츠 등에 한 평가에서 미디어 전

문가들은 여전히 ‘깊이 있는 논평’과 ‘전문적 분석’과 같이 콘텐츠의 전문성을 상 적으로 더 중요

하게 판단하고 있다. 그러므로 언론기업의 향후 생존전략으로 유용한 방향은 ‘스타 기자(전문성 강

화)’를 육성하는 것일 수 있다. 즉 블로그 등과 같은 1인 미디어가 활성화되면 될수록 스타 기자의

블로그가 다양하고 풍성한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모기업으로의 유인수단이 되는 것이 바람직

하다는 것이다(이상기, 2010).

이런 맥락에서 기자의 전문성 강화는 곧 미디어 상품의 품질을 증 시켜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

이다. 신문품질과 사업성과 사이의 관련성 연구(Meyer & Kim, 2003)도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기업은 자체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시킬 유인이 존재한다. 그런데 인터넷

이 활성화되면서 정보원 혹은 시민기자들이 스스로 이슈를 창출하거나 기사를 제공하는 일이 늘어

나고 있다. 인터넷 언론 혹은 개인 뉴스 블로그 등은 사안에 따라 기존 언론의 전문 역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더 나아가 구글, 위키피디아, 네이버 지식검색과 같은 검색엔진 혹은 인터넷 백과사

전이 등장하면서 최신 지식정보생산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했던 언론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모바일 미디어의 확산으로 뉴스의 생산 및 유통 환경도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언론들이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

서 본 연구는 언론 전문직화의 실재를 지식의 관점에서 재구성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즉 언론의 전

문성을 인터넷 시 에 어떻게 접근하여야 할 것인가에 한 이론적 접근, 심층 인터뷰, 서베이 등

을 통해 복합적으로 밝히고자 하 다.

언론인들이 민주적 사회질서 형성에 핵심적인 정보와 지식의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까닭에 중

들은 그들의 작업 자율성, 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지지해주고 있다. 그에 파생되는 결과로 언론인들

의 사회적 지위도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의 기업적 성격이 강화됨으로써 언론 전문직이 사

회적 요구에 봉사하기보다 기업의 이윤추구에 봉사하는 경향이 점증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 언론이

나 1인 미디어 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여기에 한 반작용이랄 수 있다.

따라서 윤리규범과 사회적 책임을 존중하면서 양심에 따른 취재⋅보도활동을 자유롭고 공정하게

수행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수용자들로부터 전적인 신뢰를 받고, 또 언론의 진정한 향력을 증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곧 언론 전문직화 강화라는 본 연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인

것이다. 이러한 목표 수행을 위해 언론인 개개인의 노력은 물론, 학교, 전문기업인 언론사 등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특히 언론인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재교육에 해 조직내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