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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경영 길라잡이 젊은 축제 기획자를 위한 안내서 PART 1 축제의 역사와 경향 PART 2 축제 기획자의 역할 PART 3 축제 기획 직무

예술경영 길라잡이 젊은 축제 기획자를 위한 안내서 guide(2).pdf ·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기존에 해외 축제 참가 매뉴얼인 「에딘버러 프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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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경영 길라잡이

젊은 축제 기획자를 위한안내서

PART 1

축제의 역사와 경향

PART 2

축제 기획자의 역할

PART 3

축제 기획 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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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축제 기획자를 위한안내서

PART 1

축제의 역사와 경향

PART 2

축제 기획자의 역할

PART 3

축제 기획 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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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기획 원로 강준혁 선생님이 올해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개최한 <축제 워크숍>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축제의 양적 팽

창이 심화되고 있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근본적인 질문하기가 필요한 시점인 듯합니다.

「젊은 축제 기획자를 위한 안내서」는 ‘축제’라는 화두로 들여다보기, 짚어보기, 내다보기를 할 수 있도록 오랜 사전조사와

기획 과정을 통해 탄생하였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지금의 축제 현장에는 일반적이고 표준화된 매뉴얼보다 통시적 관점에

서 예술축제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축제 기획자들 스스로가 현재 축제의 좌표를

설정하고, 축제의 제작 미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이를 위해 먼저 현재의 예술축제를 둘러싼 이슈를 뽑아내고, 축제 종사자 간담회를 통해 이슈를 좁힌 후, 필진을 구성하

였습니다. 그리고 국내 예술축제의 태동과 현 위치를 엿볼 수 있는 두 번의 좌담회, 축제 전문가의 총론, 축제 기획자의

역할과 직무로 구분해 살펴본 사례 및 방법론 등 각 세부 주제에 걸맞은 형태로 내용을 구성하였습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기존에 해외 축제 참가 매뉴얼인 「에딘버러 프린지 A to Z」 (2008년), 「아비뇽 페스티벌 오프 A to Z」

(2011년)을 기획, 발간한 바 있습니다. 또한 지난 2010년부터 축제 종사자들을 위한 합숙형 캠프 과정인 <축제 워크숍>

을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안내서와 워크숍의 상호 연계성을 가지고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여 진행하였습니다.

“축제가 인간에게 궁극적으로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현대 도시인들에게 자발적인 축제가 가능한가

축제를 위해 일하는 나도 축제를 즐길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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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주신 코디네이터 두 분과 편집자, 집필자 여러분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이번 안내서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은 이후 이어질 발간 및 교육 사업을 통해 축제 현장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업무 전문성

을 높이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축제 종사자들의 창조적 기획활동과 효과적인 업무 추진을 통해 축제와 인력이 함께 성장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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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젊은 축제 기획자를 위한안내서

기획의도

목차

축제 연대기

02

04

06

08

10

34

64

PART 1 축제의 역사와 경향 좌담 1한국 국제공연예술축제의 성장

좌담 2도시의 공공·야외공간을 기반으로 한 거리예술축제의 변화와 가능성

한국 공연예술축제의 현주소와 과제최준호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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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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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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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174

PART 3 축제 기획 직무

축제 프로그래밍김신아

축제 예산 구조 및 재원조성오성화

축제 인력 구성신혜원

부록

2013 한국 공연예술축제 현황

PART 2 축제 기획자의 역할

건축가로서의 기획자 1조동희

건축가로서의 기획자 2임인자

위기 관리자로서의 기획자이란희

행정가로서의 기획자김덕희

커뮤니케이터로서의 기획자성무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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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연대기

1970 1980 1990

인형극

연극

음악

마임

거리극

무용

독립예술

다원

1977 대한민국연극제

1987 서울연극제

1979 대한민국무용제

1990 서울무용제

1989 한국마임페스티벌

1989 춘천인형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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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현존하는 공연예술축제의 발생시점을 표시한 연대기. 명칭이 변경되었을 뿐 동일한 축제는 같은 색으로 표시했다. 화살표를 통해 축제의 통합과 분리, 지속을 확인할 수 있다.

20102000

1997 세계연극제와

병행

1999 변방연극제

1998 독립예술제

2002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02 하이서울페스티벌

2005 안산국제

거리극축제

1995 서울국제무용제

1995 춘천마임축제

1995 인천국제

클라운마임축제

1998 시댄스

2003 모다페

2007 서울무용제

2007 스프링웨이브

페스티벌

2008 페스티벌 봄

2001 서울공연예술제

2004 서울연극제

2004 자라섬재즈페스티벌

1998 서울국제연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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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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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1

한국 국제공연예술축제의 성장

좌담 2

도시의 공공ㆍ야외공간을 기반으로 한 거리예술축제의 변화와 가능성

한국 공연예술축제의 현주소와 과제

최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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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10

한국 국제공연예술축제의 성장

좌담 1

진행

신민경 공연 프로듀서

일자

2013년 5월 25일

참석

최준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최용훈 국립극단 사무국장

정명주 명동예술극장 공연기획팀장

성무량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기획제작팀장

이재원 예술경영지원센터 교육컨설팅팀

정진세 극단 문 극작가,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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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한국 국제공연 예술축제의 역사

좌담 1

불과 20년 전, 외국에 나가는 일이 쉽지 않았던 시절, 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국제공연

예술축제의 등장에 사람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2013년, 한국의 공연예술축제는 양적, 질적

성장을 고루 보이고 있다.

이제는 국가나 도시가 개최하는 행사가 아니더라도, 개인 스스로 여러 방법으로 외국 문화

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과 소셜 미디어 등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도 실시간으로 교류할 수 있다.

사회가 축제로부터 요구하는 것들, 축제를 만드는 기획자의 고민, 축제 외부 환경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축제의 콘텐츠, 관객, 프로그래밍,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은 20년 전 그들의 고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 국제공연예술축제가 처음 만들어진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의 축제 기획자들

의 고민과 그들이 가져온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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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12

1세계연극제(Théâtre des Nations)국제연극협회(ITI)의 주창으로 세계 각국의 극

단을 초청하여 연극제를 개최한 이래, 매년 봄

파리에서 개최되어 왔다. 1960년대부터 동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극단도 참가하고 있으

며 1965년 이후부터는 많은 실험극단들이 초

청되었다. 1975년 이후 각국에서 순차적으

로 개최되고 있다. 개최지가 한국으로 선정된

1997년에는 서울연극제(前 대한민국연극제)

와 병행으로 개최되었다.

2제3세계연극제

동서 냉전 당시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은

개발도상국 간의 문화교류 차원에서 이념과

국익에 흔들리지 않는 순수한 예술을 지향 하

자는 뜻에서 시작된 연극제. 1987년 3월 16일부터 22일까지 제5회 제3세계연극제가

서울 문예진흥원에서 개최되었다.

3 베세토연극제

한국, 중국, 일본이 매년 각국 수도 서울,

베이징, 도쿄에서 번갈아가며 개최하는 민간

연극축제. 베세토(BeSeTo)는 베이징(Be), 서울(Se), 도쿄(To)의 앞 말을 따서 만든 이

름이다. 지난 1994년부터 한중일 3국 간 연

극 교류와 동양연극의 정체성 발견과 미학

적 가능성의 모색을 목표로, 해마다 세 도시

를 번갈아 돌며 공연을 벌이고 있다.

4대한민국연극제

1977년 대한민국의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주관하여 ‘대한민국연극제’로 창설. 창작극의

육성과 공연을 통하여 한국극의 발전을 도모

하는 목적이었다. 1~10회는 정부에서 직접

주관하였으나, 1987년 11회부터는 민간단

체 연극협회로 주최가 옮겨지고, 명칭도 서울

연극제로 개칭, 개편되었다.

신민경 : 오늘 이 자리는 해외초청, 공동제작 등 공연예술의 국제교류가 낯설지

않은 젊은 축제 기획자들에게 한국의 국제공연예술축제가 어떤 필요에 의해

시작되었고, 어떻게 성장했는지 선배 축제 기획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만들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90년대 후반에 있었던 ‘세계연극제1’가 지금의 공연예술계의 국제

교류에 미친 영향이 꽤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창 일을 익힐 때, 선배들이

종종 세계연극제를 다시없을 이상적인 축제로 회상하곤 했어요. 그 이전에 제3

세계연극제2, 베세토연극제3 등 국제공연예술제가 열리긴 했지만, 이 축제만큼

공연예술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1997년 이후에 다양한

장르와 규모의 축제들이 생겨났고, 해외공연의 수가 증가했으며, 국제교류 전문

인력에 대한 현장 수요도 늘어났던 것 같아요.

최준호 : 제가 프랑스에서 10여 년 공부하고 귀국한 해가 1993년이었어요. 당시에

는 국내에 해외공연이 지금처럼 일반적이지 않았어요. 한국에 해외공연이 그 당

시에 거의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어쩌다가 서양 발레단이 내한공연을 오는 정

도였어요. 축제의 개념도 지금과 달랐어요. 대한민국연극제4가 모태가 된 서울

연극제는 신작 희곡 경연대회에 가까워서, 봄에 극단이 희곡을 출품하면 선정된

작품을 가을에 공연할 수 있도록 제작비를 지원하고, 시연된 작품 중 일부를 뽑

아 시상했죠. 그 무렵 춘천에 춘천마임축제와 춘천인형극제가 생겼지만, 아직

동호인의 축제에 가까운 모습이었달까요.

프랑스에 있으면서 한국 소식에는 먹통이라, 그런 상황을 몰랐죠. 1986년 한불

수교 100주년을 맞아 코메디 프랑세즈(Comédie-Française)가 한국에 올 때 코디

네이터를 맡았고, 문화의 해로 선포한 1989년에 프랑스의 두 공연단체가 마로니

에 공원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도왔어요. 이런 일들을 진행하다 보니, 한국에서 외

국공연이 종종 있으리라 생각했죠. 귀국해 보니, 생각한 것과 다르더라고요. 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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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한국 국제공연 예술축제의 역사

좌담 1

웅 선생님이 서울연극제를 맡고 계실 때, 프랑스 작품 <매일 만나기에는 우리는

너무도 사랑했었다>가 아시아 투어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서울연극제

초청을 제안했어요. 제가 알기론 서울연극제가 신작 희곡에 대한 경연대회 형식

에서 벗어나 해외초청작을 들여온 첫 사례였습니다.

최용훈 : 저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봤었는데, 연이틀 관객들이 꽉 차 매진 사

례를 이뤘던 기억이 있습니다. 작품이 참신했어요.

신민경 : 최준호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저만 하더라도 여느 축제나 극장에서 해외

공연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세대인데,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상황이 많

이 달랐구나 싶습니다. 당시에 기획자로서 해외초청과 국제교류에 대한 필요를

왜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최용훈 연출님 말씀처럼 해외공연을 접한 관

객들, 주로 젊은 학생들이었을 것 같은데, 어떤 반응이었는지 궁금합니다.

1997년 세계연극제,

국제공연예술제의 기반을 만들다

최준호 : 세계연극제로 운을 떼었으니 그 얘기를 계속하죠. ITI(International

Theater Institute)5 총회는 4년에 한 번씩 도시를 바꾸어가며 열리는데, 총회 개

최지에서 ‘시어터 오브 네이션스(Theatre Of Nations)’라는 축제를 개최할 수 있

어요. 1993년에 한국이 97년에 열리는 ITI 세계 총회를 유치하고, 여러 나라의

공연을 볼 수 있는 이 축제도 같이 하자고 결정했죠.

성무량 : 저도 시어터 오브 네이션스(이하 세계연극제) 얘기를 들은 적 있어요.

최준호 : 1976년까지 26년여 동안 프랑스에서만 개최하던 축제예요. 세계 여러 국

5

ITI(the International Theater Institute) 국제연극협회의 약칭으로,1948년 6월 28일

체코 프라하에서 UNESCO의 후원으로 창

설되었다. 세계 최대의 국제연극기구로 연극,

무용, 음악극 등 공연예술 전반에 걸친 대표

적 예술가와 예술단체들이 가입하고 있다.

최준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프랑스 한국

문화원장, 한-프 140주년 기념행사 위원장,

예술의전당 공연분과 예술감독, 1997세계

연극제 사무국장 등을 지냈다.

최용훈

국립극단 사무국장. 극단 작은신화 상임연출.

1997세계연극제 사무차장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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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14

가의 대표적인 공연을 초청하는 행사였는데, 프랑스에 좋은 연극축제가 많아지

면서 경쟁력을 잃었어요. ITI가 주관하던 축제는 아니었지만, 각 국가에 지부를

두고 있는 ITI 회원들이 유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유네스코의 재정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70년대 말부터는 4년에 한 번 하는 ITI 총회에서 다음 개최국을 정하

기로 했고, 1997년에는 한국에서 유치한다는 결정이 나면서 이듬해에 바로 준

비에 들어갔습니다.

정명주 : 유치 경쟁 당시 경합 상대가 그리스 아테네였어요. 모두 가망이 없다고 생

각했는데 기적처럼 서울이 뽑혔어요. 1993년 ITI 총회가 열린 베네수엘라에 가

셨던 부회장 손진책 선생님과 회장 김의경 선생님이 한국으로 전화해서 “야, 우

리 시어터 오브 네이션스 해야 된다” 하셨죠. 문화올림픽을 만들자는 명목으로

문화부를 설득해서 30억 넘는 지원금을 받았어요.

신민경 : 당시나 지금이나 큰 액수네요.

정명주 : 문화부와 별개로 당시 이인제 경기도지사가 60억 추가지원을 약속했어요.

그런데 그게 무산됐어요. 원래는 의왕시를 중심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백운호수

주변에 극장을 설계하고, 호수공원을 조성하고, 청소년을 위한 워크숍 공간도

만들기로 했었어요. 예술의전당을 설계했던 김석철 씨가 모형까지 만들었어요.

모두 의욕이 넘쳐서 추진하던 중에 시민공청회를 하는 날, 시민들이 반대를 했

죠. 시민 대표가 나와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는 평생 연극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남은 평생에도 연극 한 편 보지 않을 것 같은데, 별로 사는 데 지장

이 없을 것 같다”고. 그랬더니 다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공연장보다 백화점,

호텔, 영화관, 병원 등이 우선이라고 얘기했죠. 전체 계획이 틀어졌고, 이미 공

연장이 있는 과천으로 장소를 옮기게 된 거죠.

정명주

명동예술극장 공연기획팀장. 세계연극제를

통해 공연예술 국제교류를 시작해 서울국제

공연예술제,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 일했다.

성무량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기획제작팀장. 서울국

제공연예술제를 통해 공연예술계에 입문해

해외초청 및 공동제작 기획을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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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한국 국제공연 예술축제의 역사

좌담 1

최용훈 : 그렇게 과천마당극축제(현 과천축제)6가 축제의 일부로 들어왔고, 지금의

과천축제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죠. 의왕, 과천, 가평, 무주 등 세계연극제가 전

국적 행사로 치러질 뻔했지만, 여러 말 못 할 해프닝들도 많았습니다.

정명주 :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서울에 사무국을 꾸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사

무국이라야, 저 있었고, 최준호 선생님 있었어요. 손진책 선생님이 무용과 연극

전반을 볼 수 있는 총예술감독을 하셨고, 일본작품에 대한 예술감독으로 이윤택

선생님을 따로 모셨어요. 과천은 김명곤, 임진택, 문호근 등 마당극을 하시던 선생

님들이 거리극 중심의 축제를 만들었고, 임진택 선생님이 예술감독을 맡았어요.

문제는 저희 중에 누구도 축제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어디 가서 무슨 작품을 어

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는 거죠. 그래서 일단 세계에서 제

일 큰 페스티벌이 열리는 에든버러랑 아비뇽을 방문했어요. 에든버러는 비협조

적이었고, 아비뇽에는 통역도 없이 갔어요. 아비뇽축제 예술감독과 만날 약속을

잡아두고, 아비뇽에서 전화를 걸었더니, 내일 몇 시까지 어디 어디로 오라는데,

다 불어로 얘기하잖아요. 내가 “아, 죄송한데 성함이 어떻게 되시냐”고 그랬더니

베르나르 페브르 다르시에(Bernard Fairvre Dʼarcier)라고, 그래서 내가 “죄송한

데 스펠링을...” 그랬더니 베, 에, 에흐 그러면서 불어로 불러주는 거예요. 결국

“잉글리시 플리즈~” 하고 말았죠. 만나는 사람, 그것도 예술감독의 이름도 모르

는, 불어를 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을 정도로 한심한 이 방문단이 2년 후에 축제

를 해야 된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딱 한마디, “임뽀씨블”.

그래도 저희는 30억 지원받았기 때문에, 해야만 한다고 강력하게 말했죠. 아비뇽

축제 예술감독이 작품 몇 편을 할 거냐고 물었어요. 외국작품만으로 30편을 한다

했더니, 다시 “임뽀씨블”. 우리는 어떻게든 해야 하니까 방법을 알려달라고 물었

더니, “너네끼리는 못 한다. 축제 해본 적 있냐” 하기에 없다고 했더니 직접 와서

도와준다고 하는 거예요. 그러더니 정말 아비뇽 페스티벌 끝나고 1월에 프랑스

6과천마당극축제(현 과천축제)

1997년 ITI총회 및 세계공연예술축제의 일

환이었던 ‘경기-과천 세계마당극 큰잔치’로

출발하여 ‘98과천 세계마당극 큰잔치’, ‘99과천세계공연예술제’로 이어졌고, 2000년

부터 2002년까지 3회는 ‘과천마당극제’라

는 명칭으로 개최. 2003년 제7회 행사부터

는 ‘과천한마당축제’라는 명칭 아래 국제공연

예술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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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16

예술진흥협회 직원이랑 베르나르 예술감독, 사무국장까지 왔었죠?

최준호 : 사무국장, 테크니컬 디렉터, 매니징 디렉터, 모든 사람이 한국에 와서 우

리가 축제를 열 장소를 돌아보고, 관계자들 만나고, 축제 운영 노하우를 가르쳐

주기 시작했죠. 심지어 연극계약서 샘플, 초청할 단체들의 목록, 대략의 가격이

얼마 정도인지 일일이 실무 워크숍을 해주기 위해 몇 번에 걸쳐서 한국에 오셨

어요. 게다가 그때는 우리에게 티켓 전산망이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아비뇽

축제에서 자체 개발한 티켓 전산망 프로그램까지 주고 갔어요. 우리가 먼저 받

긴 했지만, 결국 티켓링크가 그 티켓 전산망을 이용해서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우리도 나중에는 티켓링크를 쓰게 됐어요.

성무량 : 한국에서 사례비를 준 것도 아닌데요?

최준호 : 아니죠. 그러니까 고마운 일이죠.

정명주 : 첫해에 베르나르 예술감독이 제일 많이 한 말이 “임뽀씨블”.

최준호 : 나중에 메일을 보냈을 때도 또 대문자로 “임뽀씨블”.

최준호 : 베르나르 아비뇽축제 예술감독은 세계연극제 준비로 세 번을 왔고, 1996

년에는 행정감독과 기술감독이 와서 당시 세계연극제 스태프와 인턴들에게 축

제 실무연수를 시켜줬어요. 굉장히 세세하게 했어요. 공연이 총 7회일 때는 1회

부터 7회까지의 초대권 양이 어떻게 달라야 하고, 프레스는 어떻게 가동해야 되

고, 동시에 몇 편의 공연들이 벌어질 때 기술팀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까지

도 알려줬죠. 지금은 중견 기획자로 성장한 우연 실장을 비롯해서 현재 현장에

서 기획하고 있는 많은 사람이 다 그 때 연수생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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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한국 국제공연 예술축제의 역사

좌담 1

최용훈 : 참고할 게 없으니까, 워크숍에서 교육받은 노하우로 운영 매뉴얼 여러 개

를 만들었어요. 천 명이 넘는 축제 자원활동가들이 있었으니까. 이후에는 그 매

뉴얼을 우리나라 거의 모든 축제에서 사용했어요. 업데이트해 가면서.

정명주 : 당시에 연극계의 모든 사람들이, 이 축제에서 훈련됐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문호근 선생님도 그 축제를 했었기 때문에 예술의전당 예술감독이 되셨을

때 네트워크, 실무경험을 활용할 수 있으셨던 것 같고요. 김명곤 선생님이 국립

극장 극장장이 되셨을 때도 축제 경영에 참여하셨던 경험이 있으셨으니까, 연출

가에서 극장장이 되면 사실 업무가 다른데도, 금방 적응하셨던 것 같고요. 임진

택 선생님, 박계배 선생님도 축제에 관여하셨죠.

또 축제가 끝난 후에 아비뇽축제 사무국에서 한국인 두 명에게 인턴십을 제공했

어요. 행정인턴 한 명, 기술인턴 한 명. 이 둘을 이듬해 아비뇽에 한 달 동안 초

청했어요. 축제 시작하기 한 달 전부터 축제 끝나고 나서 보름 후까지.

최준호 : 행정인턴이었던 정수연 씨가 관심 있었던 것은 무용이었고, 서울세계무용

축제7가 같은 해에 열릴 때, 이종호 위원장님을 도와서 해외공연을 초청하는 일

을 하게 됐죠.

예나 지금이나,

축제 기획자는 일당백

정명주 : ITI 세계회장은 김정옥 선생님이 되셨고, 한국 지부 회장은 김의경 선생님,

시어터 오브 네이션스로 시작한 세계연극제의 집행위원장은 당시 한국연극협회

회장이었던 정진수 선생님이 맡았어요. 축제 집행위원회가 꾸려진 뒤, 아비뇽축

제에서 본격적으로 자문을 위한 방문을 할 때쯤, 축제 사무국 인력 구성이 끝났

어요. 사무국장이 최용훈 선생님이고요. 제가 사무차장이 됐었죠.

7서울세계무용축제

유네스코 산하 국제무용협회 ( C I D –

UNESCO) 한국본부가 지난 1998년 출범

시킨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 국제 무용

계의 주요 흐름을 파악하게 해 주는 외국 무

용 컬렉션과 우리 무용을 해외에 알리기 위

한 갖가지 행사, 워크숍 등으로 구성돼 있으

며,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국제 무용 페

스티벌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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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18

최용훈 : 말이 사무국이지...우리 둘인데.

정명주 : 그래도 30명이었잖아요.

최용훈 : 막판에 30명이 된 거지, 인턴들까지 일할 때. 저는 사전작업이 끝난 다음,

사무국이 구성될 때 들어갔거든요. 저도 현장에만 있었지 축제를 해본 것도 아

니었는데, 사무국이라고 가봤더니, 다 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고.

정명주 : 그래도 그때 다 젊었어요. 그때 국장님이 몇 살이었죠? 서른다섯?

최용훈 : 그때 97년이지. 음...서른다섯.

정명주 : 제가 서른인가 그랬어요.

최용훈 : 서른다섯인데 제가 사무국에서 나이가 제일 많았어요.

정명주 : 나쁘게 말하면 오합지졸이었어요. 축제 경험이 전혀 없는, 열정과 패기만

있는, 영어가 조금씩 되는 오합지졸.

최준호 : 지금 현장에서 다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예요.

정명주 : 저는 외국공연 30편를 담당했고, 사무국장님은 한국공연 70편과 외국공

연 30편을 합쳐서 100편을 맡았어요.

최용훈 : 아니야, 더 됐어. 120편. 서울연극제까지 같이 했잖아. 세계연극제 외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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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한국 국제공연 예술축제의 역사

좌담 1

품, 서울연극제 작품, 과천마당극축제 작품, 대학생연극제에다가 무용까지 했지.

작품이 한 150편 됐어요. 과천까지 하면 150편이 넘었어요.

정명주 : 공식 초청작품만 해도 해외작품은 과천과 서울 합해서 30편, 국내 초청작 70편.

최용훈 : 근데 30편 해외공연 담당 한 명, 70편 국내공연 담당 남기웅 차장 한 명.

정명주 : 차장도 아니고 차장보였어.

최용훈 : 그 다음에 150개 되는 단체의 마케팅 오정학 팀장 한 명.

정명주 : 전체 협찬업무 및 예산 관리 윤성진 팀장 한 명.

최용훈 : 전체 행사 부대사업 및 전체 관리 한 명 김기훈. 그리고 또 누가 있던가?

정명주 : 부대행사 같은 경우는, D-100 D-50, D-30마다 온갖 행사들이 있어서

그걸 김기훈 씨가 혼자 다 할 수가 없어서, 지금도 있는 세계연극제 조명을 만드

는 거랑 ‘9인의 화가 전시회’는 제가 했어요.

최용훈 : 세계연극제 D-100, D-50, D-30 그 행사들 연출은 내가 했어.

정명주 : 축제 중간에는 최용훈 국장님이 사회를 보셔야 하는데, 목소리가 안 나와.

행사를 너무 하셔가지고.

최준호 : 다 일당백 할 수밖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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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20

최용훈: 우리나라에서 만든 티켓 전산망이 무너져서, 결국 수기로 정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어요. 근데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등 날마다 공연이 벌어지니까,

오정학 마케팅 팀장 책상 서랍에 몇천만 원이 현금으로 들어 있었죠. 우리는 사

무국에서 낮에 일 보고, 저녁에 가서 매표까지 했어요.

정명주 : 수표하고, 사무실에 돌아오면, 다음 날 공연하는 팀, 입국하는 팀, 출국하

는 팀이 있었어요. 보통은 12시쯤 되어야 사무실에 돌아오는데, 사무국장님이

일일이 다 전화를 해서 업무 지시하고, 사무실에 돌아와서 그날 공연 정산하고

나면 스태프회의를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새벽 세 시. 다 끝나면 새벽 다섯 시

정도 되었어요.

최용훈 : 제가 그해에 행사 끝날 때까지 집에 들어가서 잔 게 일주일이 안 돼요. 거의

사무실 소파에서 자고. 근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사무실 직원들이 다 그랬어요.

정명주 : 저의 주 업무 중 하나가 아침 아홉 시 반 정도 되면 주변에 있는 사우나에

저희 직원들 좀 깨워서 보내달라고 전화하는 거였어요.

최준호 : 그게 이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한 거지. 이걸 놓고 “임뽀씨블”.

정명주 : 우리 다 월급 백만 원도 안 됐는데. 근데 그걸 여관비로 다 썼어 거의 모두.

최준호 : 술값, 여관비, 사우나비로 다 들어갔지 뭐.

신민경 : 당시에 프로그래밍은 어떻게 하셨나요? 최준호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베

세토연극제나 제3세계연극제가 이전에 있었다 하더라도 세계연극제처럼 대규

모의 해외 초청공연은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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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한국 국제공연 예술축제의 역사

좌담 1

정명주 : 세계연극제의 프로그램은 3년 전부터 독일, 프랑스 등 각 국가별 ITI지부

에서 계속 자문해 줬어요. 심지어 아프리카, 아이슬란드까지 최신 공연정보를

구할 수 있었죠. 그 때는 한국에 해외 공연 네트워크가 거의 전무하던 시기기 때

문에 ITI가 해외교류의 유일한 창구였거든요.

최준호 : ITI에서도 자문해주고, 전 세계 공연예술계에서 축제 프로그램에 대해 조

언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3박 4일간 회의와 토론을 했죠. 95년부터

세계연극제를 준비할 겸 해외작품들 몇 편을 초청해서 정기적으로 해보자고 얘

기한 게 지금 서울공연예술제의 전신이예요.

정명주 : 과천의 경우, 우리가 거리극축제를 해본 적이 없잖아요. 아비뇽축제에서 소개한

오리악거리극축제8, 샬롱거리극축제9를 모델로 삼아, 오리악의 예술감독을 만났어요.

최준호 : 미셸 크리스팽(Michel Crespin), 프랑스 거리극축제의 창시자예요. 70년

대 초반에는 직접 거리극을 하던 사람이었어요. 크리스팽과 초기에 콘셉트를 의

논했고, 당시에 이사장님이셨던 문호근 선생님과 함께 축제기획을 시작했죠. 97

년 초에 예술의전당 예술감독으로 가시면서 임진택 선생님이 과천 사무국의 예

술감독이 되셨어요. 그리고 과천의 축제가 마당극큰잔치로 변경됐어요. 해외작

품은 임진택 선생님이 오리악에서 본 작품들로 프로그램이 구성됐어요.

정명주 : 오리악축제가 사회의 질서와 체제에 저항하는 내용들을 하는 프로그램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 마당극 정서와 맞았어요.

최준호 : 샬롱도 마찬가지야. 거리극을 하는 사람들은 돈을 벌 수가 없기 때문에 사

회적인 의식이 굉장히 강해요.

8오리악거리극축제

1986년에 시작한 프랑스의 거리극축

제, 프랑스 중부 산간의 작은 마을 오리악

(Aurillac)에서 8월에 열린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거리극축제다.

9샬롱거리극축제

오리악거리극축제보다 한 달 먼저 열리는

거리극축제. 매년 7월 셋째 주 프랑스 샬롱

(Chalon)에서 약 5일 동안 개최한다. 130편

내외의 공연팀이 참가하며, 오리악거리극축

제와는 달리 작품 수를 제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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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22

정명주 : 기본적으로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은 전통이나 관습을 거부하고, 새로운

것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본 정신이 좀 통하는 데가 있는

거죠. 우연과 충돌의 연쇄적인 결과랄까요. 좋게 말하면 운이 좋은 거예요. 아

테네랑 경합을 해서, 시어터 오브 네이션스 개최지가 된 것부터 뭔가 있을 수

없는 일이예요.

최준호 :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어떻게 그렇게 된건지 모르겠어.

1990년대 축제의 성장,

한국 고유의 ‘축제성’을 찾아나가는 과정

신민경 : 세계연극제, 과천마당극축제, 서울세계무용축제 등 90년대 후반에 축제를

통해 한국에 유입된 외국작품들을 본 관객 반응은 어땠나요? 국내 연출가나 예

술가들도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데요.

최용훈 : 당시 국내 예술가들 반응은 ‘하나라도 더 보자’였죠. 다들 충격과 기쁨이었

죠, 젊은 친구들만이 아니라, 선생님들도 외국공연은 놓치지 않고 보려고 하셨

어요. 당시 축제 프로그램 보면 연극도 무용도, 국내에서 접했던 작품들과 달랐

어요. 97년 세계연극제가 끝나고 당시 초청작들이 공연계 사람들에게 많이 회

자됐어요. 루마니아 국립극단이 보여준 <페드라>, 독일 무용단 ‘샤샤 발츠’의

공연, 남미연극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았다> 등은 지금 봐도 훌륭한

작품들이죠.

정명주 : 그때 영향을 받은 젊은 연출가의 대표적인 사례가 양정웅 씨라고 생각해요.

그때 그 공연들을 보고, 많은 예술가들이 외국작품에 왕성한 호기심을 갖게 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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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한국 국제공연 예술축제의 역사

좌담 1

고, 해외에 공연을 올리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국제교류 실무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도 비슷한 때죠. 베른조약10이 시행된

게 96년인가 그렇잖아요. 당시 한국에는 저작권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96년 전

까지 온갖 뮤지컬의 해적판들이 난무하고 있었어요. 해외에서 항의편지가 오면,

‘고소하려면 해, 우리나라는 베른조약 가입이 안 되어 있어 고소가 안 돼’ 이런 식

이었으니, 무법지대였죠. 축제에서 해외 초청공연을 추진하던 시기에 한국이 저작

권법 가입국가가 되면서, 외국 라이선스 공연을 제대로 계약하게 됐고, 정식 통로

로 해외작품을 볼 수 있었어요. 그 당시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연출가들

이 세계연극사의 흐름에 눈을 뜨게 된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최준호 : 97년 세계연극제가 만든 좋은 성과와 기반을 지속시켜 나가려 했는데, 문

제는 서울연극제의 예산이 증액되질 않았다는 거예요. 8000만 원과 티켓 수입

으로 축제를 계속 꾸려야 되는 상황이었어요.

정명주 : 4~50분의 1로 줄어든 예산으로 해외작품을 초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

어요. 문호근 선생님이 직접 해외작품을 보러 다니며 섭외하셨어요. 이후에 강

준혁 선생님이 축제감독이 되시면서, 좀 더 연극인의 축제로 만들어보자는 제안

을 하셨죠.

최준호 : 강준혁 선생님이 아이디어를 내신 건데, 대학로에 축제 기간에 ‘연극인 카

페’를 운영하게 되었어요. 당신이 거기에서 매일 디스크자키를 하시고.

신민경 : DJ요?

최준호 : 강준혁 선생님이 직접 고른 음악을 계속 틀어주셨죠.

10베른조약

1886년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서, 저작권(著

作權)을 국제적으로 서로 보호할 것을 목적

으로 체결된 조약. 정식 이름은 ‘문학 및 미

술 저작물 보호에 관한 국제협정(協定)’. 만

국저작권보호동맹조약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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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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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주 : 원래는 지금의 아르코극장 앞에 야외식당을 차리자고 해서 신라호텔을 섭

외해 운영했는데, 대학로 상가번영회에서 항의시위가 시작된 거예요. 일종의 지

역사회인데 그것을 거스를 수가 없어서 신라호텔에 양해를 구하고 3일 만에 철

수했어요. 대신 그 자리에 강준혁 선생님의 아이디어로 연극인 카페를 차려놓

고, 매일매일 연극인들이 돌아가면서 ‘오늘은 내가 살게’를 했죠.

최준호 : ‘내가 살게 100.’

정명주 : 한 사람이 맥주 100캔을, 요즘 말로 쏘는 거죠.

최준호 : 하루에 보통 200캔, 300캔씩 팔렸지.

정명주 : 안주는 주문하면, 주변 상가에서 배달하는 시스템이었어요.

최준호 : 대립각을 세우던 상가번영회와 같이할 수 있도록, 우리 축제 공연티켓을

제시하면 20% 할인도 해주도록 했어요.

정명주 : 97년보다 축제 규모는 작아졌지만, 강준혁 선생님께서 알차게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어요.

신민경 : 세계연극제가 축제라는 틀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동시대 공연 미

학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줬다면, 이듬해에 강준혁 선생님께서 한국 고유의

‘축제성’을 넣어 한국만의 국제공연예술제의 이상적인 방향을 알려주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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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한국 국제공연 예술축제의 역사

좌담 1

최용훈 : 네, 1995년부터 연극제가 희곡경연대회에서 축제로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세계연극제를 계기로 제대로 자리를 잡았죠. 강준혁 선생님께서 축제를

통해 연극인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셨죠.

최준호 : 국내 연극인들만이 모였던 자리가 아니었어요. ‘태양극단’의 아리안 므누

슈킨(Arianne Mnouchkine)도 <제방의 북소리>를 준비할 때, “한국의 축제에 왔

으면, 연극인 카페에 가셔야 한다. 대한민국의 연극인들이 모두 당신을 보고 싶

어 한다”고 얘기했더니 왔어요. 그리고 ‘내가 살게 100’이 있다고 하자 그럼 “내

가 200캔 살게” 했던 즐거운 일들이 있었어요.

정명 주: 세계연극제를 계기로 ITI가 독점하던 공연예술의 국제교류가 여러 방향

으로 열리기 시작했어요. 축제를 하면서 많은 연극인들이 해외공연단을 만났고,

같이 술도 마시고 하면서 개인적인 네트워크가 생긴 거죠. 97년 축제가 끝나고

얼마 뒤에 채윤일 선생님께서 “독일에서 내 작품을 초청하겠다고 하는데, 이럴

때 어떻게 해야 돼? 뭘 받아야 돼?” 하고 전화를 하신 적이 있어요. 이렇게 시작

되더라고요. 공연 온 외국 사람들이 우리 공연도 보니까요.

최준호 : 98년 축제가 끝날 즈음 문화부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프랑스에서 한국주

간을 하기로 했는데, 어떤 작품을 할 것인지 의논을 하자고요. 프랑스 관계자들

이 열심히 한국 연극과 무용들을 봤지만, 최종적으로 강준혁 선생님의 <울타리

굿>을 낙점했어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개관할 때, 전통과 현대가 어떤 관계

를 맺는지 보여주고자 선보였던 작품이었는데 프랑스공연을 위해 네 시간으로

새로 구성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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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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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축제의 성장,

축제 조직의 전문화

최준호 : 강준혁 선생님 덕분에 규모는 작아도 알차게 축제를 할 수 있게 됐지만,

축제 프로그램이 더 풍성해지려면 예산을 조금 더 확보해야 했어요. 조순 서울

시장에게 축제의 필요성을 PT하러 갔었고, 후에 고건 서울시장이 10억을 지원

할 테니 연극과 무용을 함께 프로그래밍하라는 조건을 달아 2001년 서울국제공

연예술제를 출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무량 : 2003년이 되어야 한국연극협회와 한국무용협회에서 집행위원회 체제로

운영주체가 전환되었어요.

최준호 : 추가로 문예진흥원에서 10억, 문광부에서 10억 지원을 약속해서 30억 예

산의 안정적인 축제가 만들어졌고, 법인으로 독립한 첫 해에 예술감독으로 김광

림 선생님을 모셨어요.

신민경 : 2000년대에 이르러 주류 예술축제가 제 궤도에 오르면서, 다른 축제들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정명주 : 98년에 축제를 하고 있을 때, 독립예술제11를 하겠다고 젊은 친구들이 찾

아왔어요. 그 앞의 공간을 써도 되겠느냐 하기에 뭘 하려고 그러냐고 물으니 천

막 같은 걸 지어놓고 공연을 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집행위원장님한테 물어보니

“와서 하라 그래라 축제 분위기도 내고 좋지” 하셨어요. 강준혁 선생님은 안 그

래도 좀 더 축제다운 축제를 만들고 싶어 하셨는데, 마침 젊은 친구들이 와서 하

겠다니까 흔쾌히 오케이를 해줬지요.

11독립예술제

연극, 무용, 마임, 행위예술, 영화, 음악, 미

술, 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문화

인들의 축제공동체. 한국적 프린지 페스티

벌에 대한 실험과 모색을 지향했다. 1998년

‘트자! 놀자! 비틀자!’라는 구호 아래 서울 동

숭동 대학로 일대에서 처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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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한국 국제공연 예술축제의 역사

좌담 1

최준호 : 준비 과정을 설명하자면, 이규석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시작하게 된 건데

요. 세계연극제가 끝난 직후인 11월 말에, 예술의전당에서 오프축제를 만들기

위한 심포지엄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서울국제연극제 오프처럼 독립예술제가

들어오면 어떨까 해서 실무협의를 시작한 거죠. 오프 조직은 자발적인 거니까,

그걸 너희들이 하면 어떻겠냐 해서 대학로로 끌어들인 게 아마 98년도예요. 그

런데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창설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어요. 독립예술제가 홍대

앞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프린지’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성격이 다

른 축제로 성장했어요.

정명주 : 돌이켜보면, 어떻게 모든 축제 스태프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했는지 신

기해요. 다들 자부심도 있었고, 밖에서 되게 부러워했던 것 같아요. 언젠가 임

진택 선생님이 축제 기간이 너무 길다며 오리악이나 샬롱축제처럼 일주일, 열흘

로 줄이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너무 화가 나서 절대로 안 된다고 울먹이

며, “돈 때문에 일하는 거 아닙니다. 선생님들처럼 명예 때문도 아닙니다. 우리

는 정말 행사가 잘되기 위해서 일하는 거지, 더 바라는 거 없습니다” 하고 대응

했어요. 직원들이 막 박수를 하면서 응원해 줬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일정을

안 바꾸고 원래대로 갔어요. 실무진들은 너무 어려서 축제 이후에 딴걸 할 수 있

다는 생각도 못했었고요.

최용훈 : 상황이 안 좋으니까 팀워크가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정명주 : 아무도 국제예술축제를 해본 경험이 없어서 실수를 많이 하니까, 실무진

이 서로 보충해 줘야 했고 그래서 팀워크가 좋았고.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었

죠. 진짜 무슨 독립운동 하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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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28

신민경 : 요즘에 후배 축제 기획자들을 만나면, 예전과 분위기가 다르더라고요. 저

는 축제에서 많이 배웠거든요. 지금 일하는 것의 80~90퍼센트는 첫 직장, 서울

프린지페스티벌에서 배웠어요.

이재원 : 저도 프린지에서 5년 정도 일을 했는데, 요즘 후배들의 고민거리를 들어 보

면 공통적으로 내가 조직에 그냥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 ‘소모’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또 그걸 축제감독들도 알고 있어서 어떻게 해소

할지 고민하시고요. 하지만 간극이 너무 커서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만만치 않

은 문제 같아요.

정명주 : 주인의식이 중요하다고 봐요. 축제 기획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아직 어린 우리에게 큰 임무가 주어졌고, 그 자체가 우리에게 주인의

식을 심어줬어요. 우리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죠. 그에 반해 지금은

그 축제의 대장들이 스태프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필요 이상의

의무나 책임을 주지 않잖아요. 내가 사용된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인턴으로 왔지만, 책임감을 부여하면 아무것도 해본 적이 없어도 절로 주

인의식이 생기는데, 그 상황을 안 만들어주고, 위에서 지시하는 단순 업무만 하

게 되니 재미 없어 하게 되죠.

성무량 : 기본 매뉴얼이 있으니까, 어떤 업무에 한 요소로서 들어가는 거잖아요. 사

실은 팀이 꾸려질 때마다 워크숍을 통해서 새롭게 만들어져야 하는 건데, 지금

은 매년 같은 틀로 운영되니까요. 어떻게 보면 인원이 많은 거죠.

최용훈 : 일이 좀 많아야 해요. 그래야 돌아가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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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한국 국제공연 예술축제의 역사

좌담 1

성무량 : 열정을 가지고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이 되어야 뛰는 거죠. 서울국제

공연예술제에서 일할 때도 한 5년간 아무 권한 없이 일했어요. 그런데 저는 불만

은 없었어요. 왜냐면 나는 무슨 거대한 맥락 안에서 사명을 가지고 들어온 게 아

니라,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나름의 재미도 있었고, 또

나는 처음이었으니까. 그런데 만약 큰 뜻을 가지고 했었다면 못 견뎠을지도 모르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번역 등 잡무 이상의 업무를 안 주셨으니까. 초기에는 작

품 추천 같은 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작품 제목만 주면, 내가 찾아서 초청

협의하고 진행하는 역할이었죠. 단, 예산집행에 대한 권한은 있었죠. 구체적인

예산을 짜면 선생님께서 그건 묻지도 않으셨어요.

정명주 : 김광림 감독님 시절엔 성무량 팀장님이 프로그래머이자 행정감독이었던

거고, 김철리 감독님 때는 정확하게 행정감독 역할을 한 거네요. 예술감독은 선

생님께서 하시고.

최용훈 : 97년에는 의도치 않았지만, 우리가 열심히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

던 거죠. What은 있는데 How가 없었으니까, ‘어떻게’를 우리가 스스로 찾아내

야 하는 상황이 되니까 적극적이 됐고, 주인의식이 생기게 되었던 거죠. 축제에

새로 들어오는 스태프들에게도, 전체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권한을 주고 어떻게

할 건지 한번 생각해 봐라 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 다음에 그걸 다듬

어주면 되는 거잖아요.

성무량 : 축제든 극장이든 조직에서 크게 프로그램 파트가 있고, 운영이나 다른 파

트가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아직도 운영이나 홍보나 이런 부분은 아이디어 공

유가 가능한데, 프로그래밍 파트는 아이들이랑 어느 선까지 공유를 해야 하는지

가 헷갈려요. 프로그램 총괄은 제가 하지만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여러 명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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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30

어요. 처음에 축제에서 일하던 습관으로 프로그래밍은 제가 다해야 하는 줄 알

았어요. 그랬더니 이 친구들이 너무 싫어하는 거예요. 심지어 이 프로그램은 그

들이 연관되어 있지 않으니 못하겠다는 식으로까지 얘기하고요. 그래서 반성했

어요. 내가 너무 독재자였구나. 이제는 각각의 의견을 모아서 정리를 해주는 것

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정명주 :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는 어떻게 일하셨나요?

성무량 : 2004년에는 일을 도와줬고, 2005년부터 정식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김광

림 감독님이 축제 사무국에 해외팀을 만들겠다고 하셨어요. 해외팀장을 하라 하

셔서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고, 2005년 아비뇽축제부터 감독님과 동행했어요.

최준호 선생님을 통해서 뱅상 보드리에(Vincent Baudriller)12를 만났는데, 저를

일대일 독대시켜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막 잘난 척을 하면서 만났는데, 얼마나

한심했을까 사람들이 보기에. 그런데 나는 그냥 시키니까 열심히 축제를 소개한

거죠. 김광림 선생님과 일본, 벨기에 등 항상 같이 갔는데, 선생님은 아무 말도

안 하셨어요. 얘가 프로그래머니까 얘랑 이야기해라 이러시면서. 제가 뭘 아나

요? 그런데 그때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그때 일본의 치아키 소마(相馬千

秋)13도 제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이치무라 사치오(市村作知雄)14 씨가 김광림 선

생님이 저한테 그랬던 것처럼 전권을 계속 주신 거예요. 그러니까 치아키 소마

가 어느 순간 예술감독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훈련이 된 것 같아요. 만약 나보고

그때부터 프로그래밍을 바로 하라고 했으면 망쳤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지나온 시간에 대한 불만은 없는데, 지금의 후배들에게 어떤 비전

을 줘야 할지는 굉장히 많이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저는 굉장히 수혜 입은 사람

이잖아요. 이런 경험을 후배들한테는 어떻게 해줘야 할까 고민해요. 그래서 서

울국제공연예술제 시절에는 두 명에게 완전히 일을 다 떼어줬어요. 국내 파트와

12보드리에(Vincent Baudriller)

아비뇽축제 예술감독.

13치아키 소마(相馬千秋)

도쿄국제예술제 예술감독.

14이치무라 사치오(市村作知雄)

아트네트워크재팬(ANJ)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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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한국 국제공연 예술축제의 역사

좌담 1

해외 파트를 나눠서 책임을 맡겼더니, 스태프들이 집에 안 들어가더라고요.

정명주 : 어느 정도 일이 많아야 하는 것 같아요. 10년 전에 국장님이 나한테 해외

공연을 30편 줬어요. 내가 그 30편을 인턴 하나 데리고 어떻게 해요.

최용훈 : 잘해야지.

성무량 : 최국장님이 어떻게 보면 고수예요. 저는 어떻게, 언제까지 해라, 항상 잔

소리를 하거든요. 펑크 안 나게 하려고. 그래서 막 쪼고 그랬는데, 결과적으로

사람들을 괴롭힌 거 같아요.

정명주 : 어떤 면에서는 지금 후배들이 운이 좋은 게, 우리는 배울 사람들이 없었잖

아요. 엄청난 시행착오를 통해서 배운 건데, 경험한 선배들이 있으면 훨씬 더 쉽

게 배울 수 있죠.

성무량 : 그런데 또 우리는 마음대로 저지를 수 있었잖아요. 그림을 내가 짤 수 있

었고. 어떤 면에서 겁이 없었는데, 요즘 후배들은 조그만 거 하나까지 물어봐요.

정명주 : 이런 말을 자주 들어요. "안 된다는대요?"

성무량 : 그렇죠. 답을 스스로 찾아와야 하는데 말이죠. 그리고 저는 기술 스태프

한테도 일정 부분 전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획 이후에 기술사항을 전달

해주기만 하면, “안 됩니다”라는 말밖에 안 해요. 그런데 초기부터 방법을 강구

해 달라고 부탁드리면 그분들이 역으로 연구를 해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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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32

신민경 : 축제를 만드는 환경이 이전과는 달라진 만큼,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기

대와 역할도 차이가 있을 거예요. 당시의 축제 기획자들이 스스로 답을 구하기

위해 애썼던 만큼, 지금의 축제 스태프에게는 ‘그들의 몫’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

다. 개인적으로 이 좌담회를 통해서 새삼 많은 걸 깨닫고 배웠던 것 같은데, 축

제 기획을 현업으로 삼고 계신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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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34

도시의 공공ㆍ야외공간을 기반으로 한 거리예술축제의 변화와 가능성

좌담 2

진행

정진세 극단 문 극작가,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자

일자

2013년 6월 3일

참석

최석규 前안산국제거리극축제 예술감독

계명국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사무국장

조동희 하이서울페스티벌 축제기획팀장

오성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축제감독

이재원 예술경영지원센터 교육컨설팅팀

신민경 공연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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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도시의 공공ㆍ야외공간을 기반으로 한 거리예술축제의 변화와 가능성

좌담 2

밀레니엄 시대를 앞두고 도심의 광장과 거리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벌어지는 다원적인 형태의 예술은 극장예술을 대신하여 시민들을 위한 행사의 중

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으며, 지역-공동체-시민을 관통하는 축제형 ‘거리예술’ 혹은 거리예

술형 ‘축제’가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거리예술축제는 시민들의 예술 활동을 진작시키는 동시에, 도시의 소통기능을 점검하는 임

무를 맡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기회를 통해 축제의 참여주체인 예술가-기획자-관

객들이 도시와 공동체, 예술에 대한 인식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현재 거리로 나온 예술을 허용한 도시(지역)축제와 이를 통해 성장한 거리예술은 서로의 가

능성과 한계를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본 좌담회는 ‘도시의 공공·야외공간을 중심으로 한

거리예술축제의 변화와 가능성’을 주제로 그간 거리예술축제의 역사와 그 맥락을 짚어보고

자 마련되었다.

90년대 춘천마임축제와 과천마당극축제(현 과천축제) 등으로 대표되는 거리예술축제의 출

발과 기원에 대해 알아보고, 2000년대 새로이 더해진 안산국제거리극축제와 하이서울페스

티벌, 그리고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과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사례를 이야기하였다. 이

어서 거리예술축제의 역사를 통해 발견된 문제점과 한계를 살펴보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논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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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36

정진세 : 오늘 좌담회는 ‘도시의 공공공간과 야외공간을 기반으로 한 거리예술축제

의 변화와 가능성’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공간 설정이 좀 애매하기

는 한데, 여기서 말하는 도시와 야외는 축제의 공간으로서, 극장이 아닌 공간,

즉 도심이나 실내 탈출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계명국 : 이 자리에서 설정된 ‘거리예술’이란 ‘거리극’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길

거리나 야외공간에서 벌어지는 ‘축제’와 그 ‘콘텐츠’에 초점을 둔 것이지요?

정진세 : 네, 맞습니다. 현재 활동하시는 안산과 서울 그리고 자라섬과 홍대 앞 공

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될 것 같아요. 여러분들의 이력 중에서 겹치는

부분도 있을 듯합니다. 몸담고 있거나, 몸담았던 축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전체

적인 거리예술과 함께 축제가 지나온 역사에 대한 퍼즐 맞추기가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최석규 감독님은 이미 축제구력이 20년입니다. 조동희 팀장님은 축제구

력이 얼마나 되나요?

조동희 : 축제구력으로 따지면 얼마 안 되죠.

오성화 : 저는 11년차.

계명국 : 제가 막내인가요?

최석규 : 저는 축제로 일을 시작해서 그런 것이죠. 그 길에 계속 있어서 시간이 좀

오래된 것뿐이예요.

조동희

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팀장.

과천축제를 거쳐 하이서울페스티벌에서 기

획팀장으로 일했다. 한국거리예술센터 설립

을 주도하였다.

최석규

前안산국제거리극축제 예술감독,

아시아나우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춘천마임축제에서 해외공연팀장을 시작으

로 사무국장을 거쳐 부예술감독까지 15년 동

안 일했으며, '아시아나우'를 설립하여,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의 공연예술 교류를 위해

힘쓰고 있다.

계명국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사무국장. 페스티

벌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LG아트센터에서 근무하다가 축제가

좋아 가평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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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도시의 공공ㆍ야외공간을 기반으로 한 거리예술축제의 변화와 가능성

좌담 2

정진세 : 앞선 좌담회를 통해서 한국의 공연예술축제가 어떤 식으로 출발하고 발전

하였는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극장축제의 경우 국제교류와 해외공연의 수용을

통해 축제의 외양과 내실을 확보했다고 하는데요. 오늘 이 자리에서는 축제의

성장과 거리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민경 : 저를 비롯해서 제 이후 세대들은 축제가 생활 속의 일부인 줄 알아요. 축

제가 없었던 시절에 대해서 별로 생각을 못 하는 거죠. 거리예술축제도 당연히

주어진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자리는 축제 인식에 대한

세대 간의 간극을 채우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얘기들을 나

누다 보면, 축제를 시작하는 친구들이 ‘이게 당연히 주어진 게 아니구나. 나도

선배들처럼 이런 개념으로 예술축제에 접근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들을 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정진세 : 그래서 이 자리는 선배 기획자들의 자기경험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야

기의 시점을 과거로 돌려서 90년대 중반쯤에는 축제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었

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거리예술축제를 이야기할 때, 많은 분들이 춘천마임

축제를 거론합니다.

최석규 : 처음에는 거리예술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오히려 마임 같은 ‘몸’의

움직임이라는 장르적 특성에 관심이 있었지요. 춘천마임축제를 통해 거리예술

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춘천마임축제가 한국공연예술의 축제성과 양식 찾기

의 일환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진규 예술감독

과 권순석 씨 그리고 저의 가장 큰 고민은 ‘한국형 마임축제가 무엇일까?’에 대

한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축제가 가지고 있는 제의적 성격, 유희성이 ‘마임’

오성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축제감독. 2003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시작하였고,

기획팀장을 거쳐 축제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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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38

이라는 공연예술과 어떻게 만나야 될 것인지 고민했던 것이지요. 결국 그것은

우리 식의 소통방식인 ‘난장’의 형태로 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도

깨비난장1’이라는 것이 만들어졌고요. 정확히 말하자면, 거리예술보다는 춘천이

라는 축제공간에 대한 관심이 더 컸습니다.

개막난장인 ‘아水(수)라장’의 경우 물이 풍부한 춘천이라는 특성과 관련지었던

것이고, ‘미친 금요일’은 런던에서 공부한 ‘사이트 스페시픽(site–specific)’에 대

한 관심으로 수영장이나 섬의 일부 공간에서 해보고자 했던 것이고요. 결국 춘

천마임축제는 ‘공간과 공연양식이 어떻게 만나야 될 것인가’라는 축제양식에 대

한 고민이었던 거죠.

조동희 : 도깨비난장이 언제 시작됐나요?

최석규 : 2000년입니다. 프랑스 샬롱거리극축제에 갔다 오자마자 곧바로 시작했어요.

조동희 : 축제와 관련된 재미난 경험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도깨비난장에 갔던

것이고, 또 하나는 서울공연예술제에서 무용팀 ‘마기 마랭(Magui Marin)’ 공연

을 본 것입니다. 그때 그 두 가지가 저에게 굉장히 충격이었어요. 그때 도깨비난

장에서 가수 한영애 씨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방식하고 유사한데, 그 때는

약간의 인기 있는 가수들도 있었고요, 개그맨 전유성 씨도 왔었습니다. 저는 90

년대 중반부터 공연을 보기 시작했는데, 97년 예술의전당에서 했던 ‘마기 마랭’

의 <메이 비(May B)>와 <바테르 조이(Waterzooi)>라는 작품이 상당히 충격적이

었습니다.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재밌는 작품이었지요.

그 당시가 아마 공연예술축제가 본격적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되는 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던 저 역시도 그 이후로 축제에 관심

을 많이 갖게 되었고, 그래서 유학도 가게 되었습니다.

1도깨비난장

춘천마임축제에서 2000년부터 시작한 행사.

‘세계로 향한 우리의 몸짓’을 슬로건으로 내

걸고 도깨비난장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행사

다. 총 3부로 구성되며 각 부마다 마임ㆍ음

악ㆍ퍼포먼스ㆍ설치미술ㆍ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야외무대에서 9시간 동안 펼

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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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도시의 공공ㆍ야외공간을 기반으로 한 거리예술축제의 변화와 가능성

좌담 2

정진세 : ‘마기 마랭’이 올해 <총성>이라는 작품으로 오랜만에 내한했는데, 선배 기

획자들이 매우 반가워하더라고요. 당시 막 이름을 날리고 있던 무용수가 이제

는 세계적 거장이 되어 다시 한국을 찾게 된 것에 감회가 새로운 것 같았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그 흐름을 따져보면 우리 안에서도 예술에 대한 인식변

화, 개념변화가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의 거리예술은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

로,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성격이 바뀐 것 같아요. 그 전에는 극장예술이 야

외로 나오게 되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었다면, 그 후에는 좀 더 적극적인 의미에

서 야외공연, 거리축제의 개념이 촉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조동희 :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과천축제에서 일하는 동안 임수택 예술감독께서

계속 저한테 ‘거리극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공연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거리예술에 대한 이미지들이 있었지만, 그걸 말로 어떻게 풀어내야 할

것인지는 고민이었고요. 당시의 과천이 표방했던 말들은 ‘거리극, 마당극, 야외극’

이었습니다. 야외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예술적인 개념이 들어간 형식들을 차용하

는 듯한 용어 세 개를 모두 다 쓴 것이지요. 그것이 2~4년 정도 지속되었던 것 같

아요. 2008~9년부터는 거리예술이라는 개념으로 축제를 이끌어왔습니다. 거리

예술이 앞의 세 개 슬로건을 다 표방하는 그런 느낌이었죠.

2006년이 과천축제로 봤을 때 특이한 해인데요, 그 전까지는 실내공연이 있었

습니다. 그런데 2006년부터는 100퍼센트 야외로 나가기 시작했어요. 그 전까

지는 실내공연이 약 20~30퍼센트였고, 대극장, 소극장에서 진행 됐었거든요.

2006년부터는 완전히 100퍼센트가 됐죠. 축제감독께서는 ‘자신감의 표현’이라

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만큼 야외에서 할 수 있는 예술 콘텐츠가 많아졌기 때문

에 100퍼센트 거리예술축제를 할 수 있다고 말이죠. 오늘 좌담회 주제와도 관

련이 있을 것 같은데요. 2006년에 “도심 속 거리극으로의 초대” 라는 부제를 달

았어요. 다시 말하면, 과천축제는 도시를 떠난 자연공간에서의 축제가 아니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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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40

거죠. 도심에서, 도심에 사는 사람들과 같이하는 축제라는 개념을 정확히 밝힌

것입니다. 100퍼센트 도시축제라고 보기는 좀 어렵지만, 그 시기에 과천축제는

그런 방향을 잡았던 것 같습니다.

축제의 시작, 마이너리티 장르의 표현공간

혹은 지역특성화를 위한 계기를 모색하다

최석규 : 지금 거리예술축제라고 이름 지은 축제들 보면 예술가들이 시작한 자연발

생적 축제와 도시 마케팅 차원에서 시작한 축제로 크게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가평은 인재진 선생님 덕에 시작하게 된 거고, 춘천마임축제의 경우는 유진규

선생님께서 춘천에 내려가시면서 한 개인 예술가로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지요.

초기의 거리예술에 진출한 사람들은 대부분 마임 쪽이었어요.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저글링,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한 김현철 씨, 지금은 돌아가

셨지만 크라운(clown, 광대) 계열의 사람들, 둘째는 ‘극단 몸꼴’, 마임이스트 남

긍호 등 마임 장르에서 새로운 형식 찾기에 골몰한 사람들, 셋째는 계속 춘천에

서 작업해 왔던 ‘코파스’2계열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춘천마임축제는 그 전까지는 전혀 연극이라고 취급받지 못했던, 소위 마이

너리티인 마임 예술가들과 함께 커갔던 경우예요. 대부분의 연극, 무용축제는

극장공연 중심이니까요. 한편으로 우리네 전통적 요소인 흥(興) 혹은 난장 혹은

카니발적 일탈성은 사실 극장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부분이잖아요. 따라서 우리

의 고민은 공연예술과 축제성은 어떻게 접목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거리, 야

외 혹은 특정 공간과는 또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이 될 수밖에 없었죠.

그것이 도깨비난장 콘셉트의 출발점이었어요. 그래서 선택한 것은 시간성을 완

전히 반대로 가져가는 것이었죠. 축제가 이렇게 건전할 필요가 없다. 낮에 놀지

말고, 밤에 놀아보자는 것이 첫 번째 콘셉트. 두 번째는 가족들이 손잡고 와서

2코 파 스 ( 한 국 실 험 예 술 정 신 - K o r e a

Performance Art Spirit)

2000년 3월에 만들어진 단체로 문화예술을

통한 다양한 실험과 여러 장르와의 소통을

추구한다. 퍼포먼스, 춤, 마임, 연극, 음악, 랜

드아트,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실험

성 강한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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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도시의 공공ㆍ야외공간을 기반으로 한 거리예술축제의 변화와 가능성

좌담 2

보는 축제만 할 것인가. 일탈도 하고, 술도 먹고 놀자, 세 번째는 마이너리티들

이 해낼 수 있는 부분을 살리고, 대안예술을 해보자는 것이었죠. 사실 저희는 태

생이 마이너리티죠. 옛날엔 마임 하는 사람은 국립극장 대관도 못 했었어요. ‘감

히, 너네 딴따라들이, 무슨 연극이냐?’ 하고. 제가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유진규

선생님이 그런 애환을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샬롱거리극축제에 갔을 때, ‘도살장의 밤’을 보고 ‘아 이거 되는구나, 밤새도

록 술 마셔도 사고 안 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2~3년

동안 계속 야외공연을 시도했어요. 처음에는 밤 10시까지 하다가, 그 다음에는

밤 12시까지 했죠. 밤을 새려면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는

데, 그 때문에 처음에는 마임협회랑 엄청 싸웠어요. 너희가 배신을 한다고, 더 이상

마임이 아니라고요. 음악도 들어오고, 퍼포먼스도 들어오고, 다양한 것들이 들어

오니까 그랬던 거죠. 그렇지만 우리한테는 마임도 중요하지만, 마임이 관객과 어떻

게 만나야 하는지가 중요했으니까요. 그래도 40퍼센트 정도는 마임공연이었어요.

지금까지 설명했듯이 축제의 공간성 찾기라는 부분에서 거리예술과 마임축제는

관계가 있다고 봐요. 그 부분이 과천축제가 거리예술을 표방했던 과정과는 다른

부분이기도 한 것 같고요.

정진세 : 마이너리티 얘기가 나왔으니까, 자라섬의 재즈 그리고 프린지의 독립예술

과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계명국 :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약간 관점이 다르죠. 왜냐하면 철저하게 기획자가

중심이 되어서 만든 축제니까요. 재즈라는 음악을 가지고 일하면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저희 기획자들의 관심이 재즈보다는 축제에 가까이 있었기 때

문입니다. 만약에 우리 대표님이나 제가 예술가였다면 지금과는 달랐을 거예요.

아까 말씀하신 과천축제의 슬로건 같은 게 자라섬에도 있는데요. ‘가족,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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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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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그리고 음악’이예요. 음악이 제일 나중이죠? 재즈가 아무리 다른 음악 장르

에 비해 마이너 장르라고 해도 사실은 굉장히 상업적이죠. 축제가 생기게 된 배

경도 좀 다른데요. 솔직히 가평에서 재즈가 웬 말이예요? 재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런 역사성도 없는데….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도시 마케팅 차원에

서 가평군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어요. 살펴보면, 가평이 참 애매한 동네예

요. 정말 맛있는 과일이 나는데 그게 너무 양이 적어서 축제할 만큼이 안돼요.

게다가 맛있어서 동네 사람들이 다 먹어요. 그러니까 과일을 농협에서 수매하고

그럴 필요가 없어요. 밭을 갈면 이미 그해에 수매할 과일은 모두 팔려 있고, 한

우도 우수하지만, 동네에서 먹으면 끝이고요. 그러니까 가평은 대부분의 생산

물이 내부 소비로 끝나버리는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도시 마케팅으로 따지

면 굉장히 불리한 동네죠. 동네가 애매한 거예요. 그러니까 가평군청에서 ‘야 이

거, 돈 들여서 축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리고 3억, 먼저 예산을 세운

거예요. 그리고 저희 대표님이 불려가셨죠. 뭔가를 해야 하는데, 저희가 다 재즈

하는 사람들이니까, 재즈축제가 된 거죠.

다들 콘텐츠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죠. 재즈라는 콘텐츠가 굉장히 재미있어요.

일단 재즈라는 이름만으로, 사람들 어깨에 힘을 넣어주는 장르죠. 차인표가 드

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그렇게 인식시켜 줘서, 국민들이 재즈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어요. 어쨌든 자라섬은 콘텐츠의 특이성이 먼저 정해졌어요. 실

제로 저희가 거기서 다른 축제를 했으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저는 원래 LG아트센터에서 6년 반 정도 근무했어요. LG아트센터가 1027석이

거든요. 기획자는 만석이 된 공연장이 주는 에너지를 가지고 살잖아요? 근데 자

라섬에 일을 도와주러 오면서, 2만 명이 주는 에너지를 느껴버린 거예요. 그것이

제가 모든 것을 다 던지고 나올 수 있었던 축제의 힘이었어요. 더 이상 1000명의

사랑을 먹고살 수 없겠다. 자라섬 메인 스테이지에서 2만 명이 동시에 술 마시고,

춤추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느꼈을 때, ‘나의 능력이 공연장에 묶여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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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도시의 공공ㆍ야외공간을 기반으로 한 거리예술축제의 변화와 가능성

좌담 2

어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저는 이렇게 축제에 입문했습니다.

그렇게 자라섬에 와서는 우리만의 축제성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죠. 기획

자에 의해서만 무언가를 만들어갈 수 있는 우리 축제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

까? 사람들이 축제에 오는 이유는 뭘까? 물론 축제는 제의적 성격이나 유희성 같

은 특성이 분명히 있지만, 그런 건 재즈라는 장르와 어울리지 않아요. 그렇다면

우리는 그를 대신해서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저희는 그것이 ‘판타지’라고 생각했

어요. 축제를 즐기기 위해 도시로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희는 반대로 도시민

을 강 옆과 잔디 위로 불러와 그곳에서 공연을 보는 판타지를 경험하게 해주는 거

죠. 실제로 해외에 나가면서 봤던 음악페스티벌 대부분이 그렇거든요. 음악축제

말고도 야외축제 전부 다 그렇게 해요. 잔디밭에 앉아서 먹다가, 공연 보다가. 우

리가 그 판타지를 구현해 보자 한 것이죠.

오성화 :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전신이었던 98년 독립예술제를 봤을 때, 굳이 비주

류나 실험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프린지의 참가자들은 주류의 예술 활동

하고는 조금 다른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 선생님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조연출, 조감독, 이런 유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던 것 같아요. 거기에 하위

문화까지 포함해서. 동시에 독립예술제에서 제일 기억에 많이 남았던 공연들은

대부분 동숭아트센터 로비나 어떤 카페에서 봤던 연극이거나, 마로니에 공원에

서의 이상한 무용공연이거나, 펑크공연이었죠. 그 공연들이 저한테는 엄청난 문

화적 충격을 줬어요.

내 작품을 발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영역에서, 개별적으로 존재했었던

예술가들을 서로 만나게 해주는 것도 당시 독립예술제에서는 굉장히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 다음이 관객이었고요. 어떻게 보면 98년에 한 번하고 사라질 수도

있었던 건데, 결국은 그 과정을 통해서 나하고 같이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파트너,

동료가 될 수 있는 사람,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볼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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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역사와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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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너무 미약하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들을 확인했고요. 이

들이 모이면 뭐하겠어요. 당연히 작품 발표해야 하는 거고, 모이면 자연히 축제가

될 수밖에 없는 거였죠. 이런 과정들을 자연스럽게 밟아왔어요. 지금의 거리예술축

제에서 말하는 축제성이나, 지역사회와 관계하는 방식과는 많이 다른 개념이었죠.

프린지는 1회 대학로, 2회 예술의전당, 3회 다시 대학로를 거쳐서 4회째에 홍대

쪽으로 오게 되었는데, 당시 어떤 문서를 보더라도 ‘종로구와 관계를 맺는다’ 이

런 얘기는 전혀 없어요. 대학로와 예술의전당 그리고 다시 대학로로 이동하면서

3회의 축제를 치르는 과정에서 독립예술 혹은 예술씬(scene)하고 관계되는 얘기

는 많지만, 지역 사회라는 개념도 희박했고요. 그런 점에서 축제성의 의미도 좀

달랐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퀴어문화축제3처럼,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한

다. 우리는 여기에 발 딛고 있는 존재다’라는 걸 알리는 것이 목적인 거죠. 1차

대상이 예술씬이고, 2차 대상이 관객이고요. 이것은 조금 더 많은 시민 그리고

도시, 또 다른 뭔가로 넘어가는 ‘발굴’ 같은 것은 아니었다고 느껴져요.

제가 알기로는 첫해에 대학로냐, 홍대냐 굉장히 팽팽하게 맞붙었다고 해요. 그

런데 결국 우리와 나를 사람들에게 조금 더 드러내기 위해 축제라는 방식을 선

택한 이상, 보다 더 예술과 관련된 상징적인 공간에서 한판 벌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대학로가 선택됐던 거예요.

1회부터 3회까지의 결과보고서에는 마켓에 대한 얘기와 온ㆍ오프에 대한 고민

이 언급되어 있어요. 그때 축제 파트너로서 서울연극제가 잠깐 나오게 되지요.

제가 알기론 그 파트너십은 철저하게 실패했고요. 3회의 과정을 거쳐 다다른 판

단은 ‘고향으로 돌아가자, 우리를 환영해 줄 수 있는 곳으로 가자’는 것이었어요.

이 축제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홍대에 뿌리를 두고 있었거든요. 거기서

축제를 만들기로 한 거죠. 독립예술제의 기운이 필요했고, 인디를 인디로 다시

세울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겠죠.

3퀴어문화축제(KQCF, Korea Queer

Culture Festival)

2000년 이래로 매년 6월경 한국에서 열리

는 성소수자 축제. 1999년 11월경부터 자

발적으로 꾸려진 ‘퀴어문화축제 기획단’이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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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도시의 공공ㆍ야외공간을 기반으로 한 거리예술축제의 변화와 가능성

좌담 2

정진세 : 독립예술제 혹은 프린지의 참가자들은 기존의 공간을 벗어나고 싶어 하

는,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주류 예술에 저항하는 시도로서의 거리예술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극장을 뛰쳐나와 불특정한 관객들과 만나고자 한 예술가들이 있었던

거죠. 그게 프린지의 본질적인 부분과도 맞닿아 있었기도 했고요.

오성화 : 내 작업과 다른 예술 그리고 그것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것. 이 세 가지

요소가 중요했기 때문에 어떤 특정 공간과 티켓 서비스라는 개념을 넘어서서,

필연적으로 열린 공간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거기에서 선택된 방

식이 난장 개념이거든요. 프린지가 고수해 왔던 거리공연 파트인 ‘중구난방’이

바로 거기서 비롯된 부문이었고요.

계명국 : 제가 대학교 다닐 때 독립예술제가 처음 했었거든요. 제가 나우누리 연극

동호회4 시솝(sysop)이어서 대학로에서 프로그램 팔았었는데.연극동호회 회원들

이 다 나와서 프로그램을 팔았어요.

오성화 : 독립예술제의 시작 배경을 살펴보면 97년도 12월에 소극장축제 준비위원

회가 있었어요. 그곳의 핵심이 PC통신 하이텔 연극 동호회예요. 거기에 시솝 아

닌 시솝 역할을 하셨던 분이 예기 플라타너스 신영철 선생이시고요. 축제의 뿌

리를 살펴보면, 아마추어들이 많이 참여하는 건강한 문화 매개자로서의 모습이

나타나요. 이런 축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직접 움직이던 강

력한 수용자들이 있었던 거죠.

정진세 : 저는 2005년 처음 프린지를 자원활동가로서 접했는데, 그때 야외공연을 보

고 좀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만 해도 버스킹 말고 거리무용이나 실험공연을 보는

게 보편적이지는 않았거든요. 지금은 거리공연이 익숙하지만 그 때만해도 홍대나

4나우누리 연극동호회

1994년 10월부터 ㈜나우콤에서 PC통신

온라인 서비스로 시작하여 1995년부터 인

터넷 포털사이트를 겸한 온라인 통신 서비

스. 나우누리 연극동호회는 이 통신 서비스

내에 존재하던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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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역사와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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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아니면 다른 데선 보기 어려웠죠. 게다가 지금의 거리예술처럼 매끄러운

게 아니라 굉장히 거칠고, 투박하고 했죠. 박수를 하고 있지만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게 맞나? 하고 의심하게 되는 식의 체험이었습니다.

지역의 정착과 축제의 확장,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다

최석규 : 질문 하나 할게요. 축제가 정착되거나 발전되거나 하는 과정을 보면 장르

의 특징도 있지만, 지역과의 관계성, 축제의 사회성 문제가 공통적으로 포착돼

요. 과천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이런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지금의 안산국제거

리극축제가 굉장히 고민하는 지점이거든요. 지역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

인가에 대해, 구차한 이야기 같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무

슨 일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하죠. 지역과의 관계 맺기에 대해

서는 무엇을 어디까지 할 것인지도 고민이고요. 실질적으로 과천은 그런 과정과

투쟁이 있었는지요?

조동희 : 과천은 다른 축제들에 비해서 굉장히 안정적이었죠. 단일한 축제 조직으

로 재단법인화해서 조직을 구성한 것도 사실은 대단히 획기적이고요. 시(市)

와의 관계도 크게 문제가 없었고, 물론 그 압력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수는 없지

만…. 그런 점에서 과천은 조금 편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역으로, 제가 보기엔,

다른 축제들보다 지역 색깔이 없어요. 그런데 저는 그게 과천의 색깔인 것 같아

요. 긍정이냐 부정이냐가 아닌 거죠. 축제가 지역성을 갖고, 지역 주민과 뭔가를

해야 한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이미 동의하고 있는 축제의 순기능이지만, 과천

의 예술감독은 거기에 대해 회의감을 갖고 있어요. 그런 감독의 생각이 반영된

것도 있고, 안정적인 체제가 뒷받침해 주는 것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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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2

최석규 : 사실 공연 자체가 사회성을 얘기한다는 말이지, 그게 뭐 축제 전반이 지방

색을 가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겠죠.

정진세 : 과천의 경우는 굳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더라도 괜찮았다는 건가

요? 그러니까 과천에는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문화예술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

는 수요가 없다는 거죠?

조동희 : 제 기억에 과천축제는 지독하게 콘텐츠에 집중하는 방법으로 그 문제를 해

결하려고 했어요. 축제에서 작품을 어떻게 구현하게 할까, 어떻게 만나게 할까만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의 작품을 발견하기 위해서 많은 걸 봤고, 발견된 작

품을 과천에 어떻게 놓을지 고민하면서, 그것이 많은 부분을 해결한다고 생각했

고 또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방식에는 임 감독님이 항

상 얘기하시듯이 축제는 작품으로 말하는 거고, 축제는 예술가가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바탕이 되어 있어요. 예술가가 교육자인 거고, 운동가인 거고, 사회학자

인 거고, 그런 거죠. 작품이 모든 걸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인지 아닌지.

정진세 :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경우도 궁금합니다. 어떻게 지역의 정착과 동시에

축제의 확장이 이루어졌는지요?

계명국 : 가평에서 재즈축제를 하면서 자연히 지역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그러니까 지역에서 교육활동도 계속하게 되고, 지역에서 만든 자원을 가지고 우

리가 조금 더 많은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어요. 다들 같은 상황이겠지만, 축제를

7~8년 하고 나니까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재즈 연주자들이 저희에게 십자가를 지

우기 시작하는 거죠. ‘도대체 재즈페스티벌을 하면서 국내 재즈씬에 해준 것은 무

엇이냐’는 소리를 듣게 되요. 장르에 상관없이 똑같이 이런 것들이 생기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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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역사와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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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저희도 그런 것들은 고민해야 하는 게 맞잖아요. 그래서 콩쿠르도 하게 되었

고, 특히나 올해는 10주년을 맞이해서 크리에이티브 뮤직캠프도 하게 되었고요.

재즈라는 장르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축제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작년에는 경기 북부의 불우청소년 150명을 모아서 퍼레이드 같은 것도 해보았어요.

저희가 교육 사업을 한 지 벌써 6년이 됐어요. 그 결과를 한 가지 자랑하자면,

동네에 밴드가 20개 넘게 생겼어요. 저희가 음악을 가르친 친구들이 음악으로

대학을 갔어요. 감동적이죠. 그래서 올해부터 ‘자라섬 장학금’을 만들어 가평 관

내에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일도 할 수 있게 됐고요.

이 과정에서 제가 배운 것은 축제에는 양방향의 판타지가 있다는 거예요. 내가

사는 도시 사람들이 바라보는 축제의 판타지도 있고, 내가 동네 사람들을 바라

보는 판타지가 생기기도 하고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국

제적으로 자리 잡게 됐어요. 이것은 어떻게 보면 재즈라는 장르가 가진 특성 때

문이기도 할 텐데요. 실제로 재즈는 국제적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거든요. 재즈

라는 마이너한 장르는 축제라는 틀이 아니면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아요. 이런

문제점에 대한 문화적 돌파구로서 축제가 유일한 답이라는 거죠. 축제를 통해서

힘없는 마이너리티 장르들의 연속성이 보장되거나, 혹은 문화적 활동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돼요.

정진세 : 재즈는 마임이라는 장르와 출발선이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마임은 딴따라

라고 동료예술가와 지역사회에 손가락질을 받았다면, 재즈는 오히려 막연하게

환상이 있어서 환영을 받았던 케이스네요. 그런 인식은 어떻게 변해 갔나요?

계명국 : 실제로 저희가 들어왔을 때, 동네 사람들은 굉장히 기대를 했대요. 군에서

3억이라는 돈을 줘가면서 축제를 만드니까 이것만 들어오면 동네도 잘살게 될

줄 알았다는 거죠. 그런데 먹는 거 파는 사람 외에는 아무 이익도 없고, 자는데

시끄럽고, 처음 3회까지는 우리가 동네와 지역과의 관계가 없었으니까 점점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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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2

가 유리되어 가는 문제가 생겼던 거죠. 처음에 힘들었던 것도 예술적으로 접근하

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기획에 의해서 접근했기 때문에 겪은 시행착오일 수도 있

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무국에서 10년 동안 일한 직원

들이 있었고, 대표님도 처음 만들 때부터 줄곧 지역과의 소통문제를 생각하고 있

기 때문에 지역과의 관계에 대한 방향성을 계속 만들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현재 지역과의 관계는 굉장히 좋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냐면 재작년에 구제역

파동이 일어나서 전국의 축제들이 다 취소되었잖아요? 그때 가평에서도 주민토

론회를 했어요. 가평의 모든 축제를 다 하지 않기로 하면서 주민의 동의를 구하

는 자리였어요. 근데 어느 할아버지 한 분이, 마이크를 잡으시더니 “딴건 다 취

소해도 좋은데, 재즈, 이것은 우리가 하자” 하시는 거예요. 재즈, 지역민들이 저

희를 부르는 이름이 그냥 ‘재즈’예요. “재즈는 여기 오는 관광객들과의 약속이

다.” 그 말 때문에 우리 스태프들이 감동해서 다 울었어요.

또 어떤 일들이 있냐 하면, 가평군청의 직원식당에서는 재즈 음악이 나와요. 어

느 날 가평 공무원 분이 저희에게 CD 한 장을 가져왔어요. 그러면서 자기가 기

가 막힌 연주자를 발견했다고, 올해 꼭 가평에 불러달라고. 그런데 그 CD가 마

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5 거예요. 죽었죠. 근데 이런 일들이 종종 있어요.

최석규 : 춘천도 온전히 축제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춘천은 순수하게 마임하시는

분들의 발표의 장이었다고 봐요. 89년에 강준혁 선생님이 계시는 서울에서 처음으

로 한국마임페스티벌을 했고, 그것이 MBC 초대전으로 이어졌어요. 사실 그때는

한국마임페스티벌6이었죠. 말이 페스티벌이었지, 거의 발표의 장이었어요. 그런데

한두 해 지나면서 점점 커졌고, 마임 하는 분들의 공연을 알리는 장으로 바뀌었죠.

춘천이 처음에 시작할 때는 마임 하는 예술가와 관객과의 관계성이 있었어요.

그리고 5년 정도 시간이 흐르니 그 관계성이 변화하더군요. 94년부터 춘천시로

부터 3000만 원을 지원받았거든요? 그 결과로 춘천시와의 관계성이 확장된 거

5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1926.5.25~1991.9.28) 미국의 재즈트럼펫 연주자·작곡가.

음영이 있는 날카로운 표현이 독특하며,

1960년대 후반 신인상주의적 경향도 보였

다. 또 전기악기의 음색에도 관심을 가져, 새

로운 방향을 탐구해 퓨전재즈의 길을 열었다.

6한국마임페스티벌

1989년 한국마임페스티벌이라는 명칭의 행

사로 출발했다. 1995년 해외 마임단체에 문

호를 개방하면서 명칭을 춘천마임축제로 바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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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역사와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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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 그 다음 5년이 다시 흐르고, 축제가 공공공간이나 자연공간을 사용하게 되

면서 공간과의 관계성이 생기게 되었고요.

지역에 뿌리를 내리게 되면서, 오히려 참 많은 걸 했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시

민자원봉사제를 시작했고 또 찾아가는 공연이라는 개념으로 공연배달서비스를

시작했어요. 관객을 찾아서 교도소, 양로원, 병원까지 간 거죠. 마임이 워낙 소

수를 위한 장르이다 보니까 쉽게 확장될 수가 없는 거예요. 그것이 도깨비난장

을 열게 된 가장 큰 이유였어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축제는 그 지역의 하나의 정체성이 되거든요. 춘천마

임축제는 이제 춘천의 일부가 된 거죠. 그 도시가 축제와 같은 맥락이 되는 거

죠. 가평과 재즈의 관계도 그런 거 같습니다. 아까 가평의 할아버지가 그런 이야

기를 한다는 건 그 재즈-축제가 그 지역의 장소성이 되었다는 거죠. 아비뇽하면

연극을 떠올리듯 말이죠. 춘천마임축제가 벌써 25년째거든요.

정진세 : 축제는 시간이 지나면 그 지역사회의 공동재산이 되는 것 같아요. 공연예술

작품이 나중에는 창작자-수용자 모두 개인의 소유를 주장할 수 없게 되는 것처럼.

최석규 : 그런데 춘천마임축제는 애초에 오해의 소지가 많은 ‘마임축제의 지역성 찾

기’라는 목표가 설정되어 있었어요. 공연예술이 갖고 있는 고유성을 토대로 하

는 지역성을 찾는 것이 순서인데, 문화관광축제인 마임축제로 평가를 받으면서

지역성에 대한 강요를 굉장히 많이 받게 되었어요. 지역민들 모두가 마임을 배

워서 참여해야 한다는 식이었죠. 오늘의 마임축제가 왜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지역성 찾기의 고유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마도 타

협의 문제겠죠? 정치인과 타협을 하거나, 다른 장르와 지나치게 타협을 하거나.

축제를 하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저의 실수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공유

하는 지점을 놓쳤다는 거예요. 부부가 동상이몽 하듯이, 축제를 바라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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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도시의 공공ㆍ야외공간을 기반으로 한 거리예술축제의 변화와 가능성

좌담 2

들의 눈이 다 다르다는 것을 모르고, 모두 같다고 생각한 채로 흘러왔던 것 같

아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축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어디까지 동의되어 있는지

토론하고 소통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다 똑같겠지 하고 넘어가버리면 축제는

더욱 어려운 길을 가게 되죠.

오성화 : 지금 서울프린지네트워크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냥 기획자들이예요.

프린지=기획자 그룹이라고 보시면 돼요. 기획자로서 우리의 소임은 창작자들이

창작하면서 밥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죠. 또 한편으로는, 스스로 외

따로 떨어져 있는 예술을 시민들한테 전달해 주는 거죠.

프린지는 물적 자산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파트너를 찾을 수밖에 없어요. 창

작자가 창작 활동을 계속하면서 예술가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누군

가가 이 예술가의 진가를 파악해서 이 ‘진가’를 좋아할 만한 다른 곳에 연결시켜

주는 거죠. 그렇지만 저희는 이런 방법을 ‘판매’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매니지먼

트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그런 태도가 저희의 특성인 것 같아요. 대신 프린

지의 역사가 쌓이면 쌓일수록 갖게 되는 어떤 힘과 정보력과 사람들과의 관계망

등, 통칭해서 프린지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만난 이 창작자가 또 다른 창작 활동

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기를 바라죠. 안정된 공간에서의 대학로 데뷔를 희

망하는 예술가라고 한다면 두산아트센터로 가는 거고, 거리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과천축제에 추천하는 식이죠. 그런 면에서 하이서울페스티벌은 저희

에게 굉장히 유용한 축제인 거죠. 하이서울페스티벌은 워낙 도심에서 하는 축제

다 보니까 꼭 거리예술을 지향하는 팀이 아니더라도, 관객하고 다른 소통의 언어

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있어요. 거리극, 거리예술, 이런 말로 나를 설명하지는

않지만 다른 관객을 만나고 싶고, 관객하고 다른 소통방식을 찾고 싶다는 예술가

들이 종종 있거든요. 그런 이들에게, 기금의 특성상 그 사람의 명성으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프린지라는 이름을 끼고, 공연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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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52

프린지는 기획자들이 어떻게 독립예술가들이 지속적으로 예술이라는 직업군에

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여러 방식을 찾는 거고, 그 방식이 잘 작용할 수

있는 방법을 또 고민하는 겁니다. 지역사회하고 관계를 맺는 것, 혹은 예술 활동

이 사람들의 삶 속에 뿌리내리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프린지네트워크 조직은 자

신들의 노하우들을 지역사회에 계속 뿌리고 있는 거죠.

정진세 : 비슷한 맥락으로 궁금했던 질문을 하겠습니다. 이를테면 자라섬재즈페스

티벌이 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그 지역 사람들의 재즈에 대한 이해를 높이

는 것인가요? 적극적인 소통의 방법론이라고 생각됩니다.

계명국 : 재즈는 여전히 모르고요. 다만 음악이라는 유희, 음악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들, 악기를 배우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들과 교육 프로그램 등이 있어요. 짧게

말씀드리면, 저희 사무국 앞이 공터인데, 그곳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장날 음악회를

해요. 사실 시골에서는 장터가 시장의 기능보다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서의 기

능이 더 강하거든요. 가평이라는 동네는 서울에서 한 시간 반 정도만 가면 되지만,

그 안에서도 한 시간 정도 더 들어가야 하는 곳도 있어요. 거기에는 실제로 서울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애들도 있어요. 예를 들어, 농한기 때 부모님들에게는 저

희 센터 공연장에서 서울에서 온 연극을 보여드리고, 그 사이에 애들은 서울에 데

리고 가서 하다못해 롯데월드 수족관 아니면 반 고흐 미술전시라도 보여주는 거

죠. 교육 프로그램이라면 단지 가르치는 게 아니라, 문화적 노출 빈도를 높게 해주

는 거라고 생각해요. 춘천의 찾아가는 공연이나 프린지처럼 말이죠.

최석규 : 각 축제가 지역에 정착화를 해나가는 과정이 다채롭다는 점이 재미있네

요. 춘천 같은 경우는 교육사업이라 해도 모두가 마임을 할 수는 없죠. 왜냐면

마임은 굉장히 고도의 테크닉이기 때문에. 그래서 ‘몸’, 몸에 대한 걸로 집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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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도시의 공공ㆍ야외공간을 기반으로 한 거리예술축제의 변화와 가능성

좌담 2

됐어요. 그게 요가든, 무용이든 어떤 식으로라도 마임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요

소로 확장시키는 걸로요.

지금 이 시기에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갖고 있는 고민은 ‘지역에 정착한다는 건

뭘까’ 하는 겁니다. 앞서 말했듯이 장르가 갖고 있는 고유성이 어떻게 지역에 정

착될지는 그것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정해지는 부분일 것이고요. 안산국제거리

극축제 역시 프린지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개념, 사회와 예술, 예술가의 매개자

역할로서 접근이 필요할 것 같아요. 도심 축제는 다양한 존재가치가 있죠. 한 방

향이 아니라 각자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에게

는 ‘축제는 이래야 한다’는 단순한 평가내림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하

이서울은 이렇게 갈 수밖에 없는 거고, 안산은 이렇게 가는 거고요. 그걸 어떻게

바꿔야 하나,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정진세 : 이야기하다 보니까 축제의 역사가 지난 좌담회처럼 어떤 과거형이나 완료

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가고 있는 듯합니다. 따라서 퍼즐이 맞춰지는 게

아니라, 이제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도 같고요. 아마도 아직 해결되지 않

은 고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최석규 : 어떤 고민을 하나의 의제로 획일화하는 것이 문제일지도 모르겠어요. 강

준혁 선생님께서 얼마 전 춘천마임축제 현장 토론회에서 춘천만의 이야기로 너

무 한정하지 말자고 하셨는데, 나는 오히려 춘천이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 과천축제나, 프린지 페스티벌과 연계시켜 이야기를 확대시키면, 그 문

제를 제대로 볼 수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진세 : 서로가 경험하고 이를 통해 정의내리는 축제성과 지역성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언어를 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각각의 거리에서 행해지는 예술이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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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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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한 문제들이 다르고, 이상적인 형태도 다 다른 것이지요. 그래서 내가 몸담고

있는 축제의 고민거리 혹은 최근의 화두에 대해 더 들어보고자 합니다.

‘지금’, ‘여기’의 ‘사람’을 위한

축제의 고민은 무엇일까

조동희 : 하이서울페스티벌은 2012년에 10회를 맞았습니다. 직간접적으로 거리예

술을 표방했던 것은 2010년부터였고, 직접적으로 거리예술을 맞닥뜨렸던 것은

작년부터였지요. 2010년과 2011년에는 크게 두 개의 장소, 한강과 도시에서,

그중에서도 주로 한강을 중심으로 운영되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7:3 정도였지

요. 반면에 2012년에는 100퍼센트 도심에서 이뤄졌습니다. 한마디로 도망갈 데

가 없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거리예술을 한다 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문제점들이

다 나왔다고 생각하면 될 듯해요. 공간 문제가 가장 컸습니다. 공간을 예술적으

로 사용한다는 것이 뭘까에 대하여 절실히 생각했던 해였어요. 그 전에는 도심

의 거리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도 여의치 않으면 한강으로 가버릴

수 있었는데, 2012년에는 도심 어딘가에서 40~50개의 콘텐츠가 펼쳐졌어야 했

습니다. 거의 축제 일주일 전까지도 계속 공간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사실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서둘렀음에도 감당이 안 됐지요. 각 공간이 소유한, 혹은 소유

를 명받은 기관, 단체들과의 싸움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고요.

서울이 한국에서 가장 큰 도시고, 오래된 공간이고,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살고 있

던 공간이어서 수없는 역사가 숨어 있지만, 그만큼 복잡함도 있었어요. 어떤 기관

이나 단체가 공간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데까지도 많은 역사가 있었던 겁니다. 그

러니 축제가 한시적으로 그 공간을 달리 활용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상

황인 거죠. 그런 부분이 축제 운영상의 어려움이었고 공연단체들도 힘들어했습니

다. 그러나 동시에 서울의 중심이 가지고 있는 장소의 힘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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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도시의 공공ㆍ야외공간을 기반으로 한 거리예술축제의 변화와 가능성

좌담 2

꼈습니다. 기획자도 기획자지만, 예술가들이 “공간을 못 당하겠다”, “공간의 느낌

을 작품 속으로 끌고 들어가기 어렵다”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사유하고 고민하지 않고서는 쉽게 포섭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요.

최석규 : 안산에 가보니 공연공간으로서의 도심과, 축제공간으로의 도심은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안산의 축제감독을 제안받았을 때는 공간이 주는 중

압감이 가장 컸어요. 가서 보니까 나무 한 그루 없고, 도심의 광장도 아니고….

뭘 해도 표가 안 날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춤을 춰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중압

감이죠. 축제공간으로서의 도심공간은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공연공간으로서,

예술의 장으로서의 도심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안산을 한번 치러보니 물밀듯 몰

려오는 사람들이 주목할 만한 콘텐츠는 불꽃놀이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

다. 안산은 공연관객이 30퍼센트 정도, 70퍼센트는 축제관객입니다. 축제의 공

연을 보러 온다기보다는, 10년 정도 되니 어느 정도 축제가 재미있다는 생각, 광

장에 놀러오는 것 자체가 좋아서 오는 것 같습니다. 관객의 현재성을 어떻게 안

아야 할 것인가, 관객들에게 어떤 다른 판타지나 상상력을 줘야 하는가, 어떤 다

른 스펙트럼을 열어줘야 하는 가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과천 관객들은

이미 훈련되었고, 과천시와의 관계성도 명료해져서 뭘 하든 시의 간섭도 덜 받

는 단계까지 왔지만, 안산은 아직까지 시와의 관계, 재단과의 관계 그리고 일반

관객과의 관계, 그리고 내부 조직원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나로 모으느냐의 문제

를 안고 있어요.

정진세 : 다시 말해 거리예술축제씬 안에서 서로 다른 관점이 생길 수 있다는 건가

요? 관객의 현재성이 과천의 경우에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요인임에 반

해서 안산의 경우는 이를 도출해야 하는 조직의 목표 문제와도 맞물린 미묘한

요인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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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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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규 : 축제 끝나고 나서 관객의 피드백을 받아보니, 좋다는 사람은 “새로운 시도

다”, “안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 좋았다”등의 의견이었고, 싫다는 사람은 “해

외작품 편수 왜 줄어들었냐?”, “왜 대형공연이 없냐?”, “개막에 왜 도시 이야기

를 하냐? 대형공연을 해야지…” 정도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무엇이 좋고 나쁘다

보다는 기대치인 것 같습니다. 8년간의 축제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정형화되

어 있는 것 같고요. 그러다 보니 거기에 맞지 않으면 작년보다 축제의 질이 떨어

졌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 부분의 다양성을 어떻게 열어줘야 할지가 관건입

니다. 관객을 무시할 수는 없는 거니까. 관객을 리드해 갈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관객의 현재성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그 밸런스의 문제지요. 축제의 시작

지점이 시와 문화재단이었으니 그들과 맞서야 하는 입장이 아닙니다. 대신 정해

진 축제 예산이 있으니 안정적인 것은 인정해야죠.

계명국 : 사실 자라섬은 별로 고민이 없습니다. 저도 그렇고, 대표님도 그렇고 별로

고민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섬에서 축제하는 것은 쉽습니

다. 일단 나무, 제가 심었나요? 햇살, 제가 만든 거 아닙니다. 빙하기가 오지 않

는 이상 자라섬의 가을은 무척 아름답습니다. 특별히 우리가 뭔가를 만들지 않

고 음악을 틀어놓기만 해도 축제가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대신 우리가 직면한 니즈(needs) 중 하나는 가평군이 도시 회복을 고민하고 있

고, 올해부터 그 작업이 시작됩니다. 터미널, 구(舊)역사 등 죽어 있는 공간을 살

리려는 움직임이 있어요. 사실 그전부터 재즈벽화공모전이나 ‘미드나잇 재즈바’

라고 해서 가평 내 룸살롱 공간 등을 재즈바로 활용하는 일들을 해오고 있었는

데, 축제 10주년을 맞이하면서 좀 더 본격적으로 하도록 군에서 요청이 들어온

거지요. 아까 축제에서의 판타지를 말씀드렸는데, 섬 같은 고립된 공간과 달리

도심은 현실의 공간입니다. 아티스트, 연주자들도 현실 속에서 공연을 하게 되

는 거고, 관객들도 현실의 중간에서 공연을 보게 되는 거고, 가평군민들도 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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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도시의 공공ㆍ야외공간을 기반으로 한 거리예술축제의 변화와 가능성

좌담 2

가지입니다. 우리에게는 현실의 공간을 어떻게 하면 축제공간으로 만들 것인지

가 숙제입니다.

오성화 : 계명국 국장님이 판타지 이야기를 하셨지만 올해 프린지는 거꾸로 비현실

의 공간으로 들어가보고자 합니다. 프린지는 독립예술가들의 작업을 대중과 만

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기회가 없는 예술

가들이 너무 많아요. 100팀 이상의 예술가들과 사전 인터뷰를 했는데 그 목적

때문에 온 예술가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이 프린지의 고유목적사업

일 수밖에 없는 거지요.

거리, 야외를 활용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올해 프린지는 야외 사이트를

두 개로 나누려고 합니다. 지금의 홍대 거리에서 만나는 프린지의 관객은 꼭 서

울프린지페스티벌만을 찾아오는 관객은 아니예요. 홍대 앞은 워낙 사람들이 많

아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떠밀려 이동해야 할 만큼 유동인구가 많아요. 그곳에서

의 공연은 홍대 거리에서 으레 벌어지는 버스킹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커버해 주

는 정도의 공연입니다. 음악이 아닌 다른 장르도 있다는 게 좀 다를 뿐이죠. 그러

나 거기에서 공연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은 연극하는 사람들이 대학로에 데뷔하는

것처럼, 그곳에서 공연을 하면 홍대씬과 접촉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것이 허상이라고 생각해요. 상업적인 그 공간에서 우리

는 관객에게도 새로운 맛을 주고, 예술가에게도 최대한의 예술적 감흥과 관객과

의 소통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하는 정도의 기획이 필요할 것입니

다. 진짜 일상의 공간인 거죠. 또 하나는 아무것도 없는 넓은 월드컵 경기장의 광

장, 진입로 등등 어떻게 보면 안산과도 비슷한 그 공간에서 아까 계명국 사무국

장님이 이야기하신 것처럼 야외에서 모포를 깔고, 뭔가를 먹으면서 공연을 볼 수

있는 축제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프린지의 기존 관객과 예술가들이 홍대 거리에서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하며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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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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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기를 꿈꿨으나, 지금 그 거리에서 할 수 없는 안타까운 것들을 소음과 민원

에 구애받지 말고 마음껏, 밤새 하자. 이렇게 만들어보는 것이 올해 꿈꾸는 하나

의 시도입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프린지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것들이 그곳에서

벌어질 수 있기를 바라요. 대신 그곳은 서울시의 공간이니 상업적인 것들은 철

저히 차단할 거예요.

최석규 : 안산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안 되겠다 싶은 것을 뒤집어보자, 도

전을 해보자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쉽지는 않았어요. 거리예술의 개념

들이 아직 우리 한국 현실에서 정형화되지 않았다는 것도 있지요. 거리예술가들

이 생각하는 범주도 그렇고, 관객이 생각하는 거리극 개념, 시에서 생각하는 개

념도 그렇죠. 출발이 거리극 중심에 있었으니까, 단순히 미술, 음악을 제외한 연

극 중심의 작품들이었지요. 그것에서 벗어나는 설치, 미디어 아트 등 도시공간

을 어떻게 쓸 건가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우리의 거리극, 거리예술에 대한 위치 혹은 개념은 어디까지고, 그것의 확장은

어디까지인가? 극에서 출발해야 하나? 아니면 장소, 공간에서 출발해야 하나?’

를 고민합니다. 개인 또한 예술가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좀 더 다양해지

는데, 재정, 지원의 방식은 한정적이다 보니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나로서는 굉

장히 미안한 일을 시키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실험을 해야 된다고 하면서, 모

순적이게도 ‘안 된다’ 가 너무 많은 거지요. 기술적으로 좀 더 쉽게 가야 한다거

나 하는 것이 문제예요. 그것이 거리가 가지고 있는 요소, 한계이기도 하지만,

최선의 조건을 마련해 줘야 하는 건데, 심지어 우리 기술팀마저도 “거리극은 이

래야 하는 거 아냐?”라고 말합니다. 고정관념이 있어요. 거리예술이 하나의 예

술장르로서 인정받고, 정책적인 부분도 바뀌고, 거리예술 창작센터가 활성화되

는 등, 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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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도시의 공공ㆍ야외공간을 기반으로 한 거리예술축제의 변화와 가능성

좌담 2

조동희 : 거리극, 거리예술이라는 것이 10년, 15년 동안 나름 축제라는 틀 안에서

의미 있는 작업을 해온 것 같긴 합니다. 거리예술이 도심의 예술 콘텐츠에 대표

성을 띠게 되면서 도심축제의 대표적인 성격이 된 것 같아요. 축제들마다 고민거

리는 다 다른 지점에 있는 듯합니다. 기존 축제공간들이 가지고 있는 약간의 피

로감이 있는 것도 같고요. 과천도 나름 거리극, 거리예술의 대표성을 띠고 있었

는데요, 지금은 청사 앞 공간, 중앙공원, 주말에 막는 도로, 이 콘셉트를 계속 가

지고 갔는데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안산

도 앞의 축제들이 갖고 있던 문제, 그리고 공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간판

과 엄청난 상가건물들이 나란히 있는 환경의 문제를 안고 있겠죠. 과천축제 관객

과 안산축제 관객을 비교했었는데, 이것이 거리예술가의 딜레마인 것 같아요. 거

리예술은 사실, 공연장에 안 가는 사람들을 위한 예술인데, 과천 사람들은 이미

공연에 익숙해요. 엄밀히 말하면 거리예술의 관객 대상이 아닌 것이죠. 실제로

거리예술을 보러 찾아갈 관객들은 안산 사람들이 더 맞습니다. 그렇다면 안산은

어떻게 가야 하느냐? 과천을 따라할 것이냐? 아니면 실험적인 예술, 대안적인 예

술의 성격으로 갈 것이냐? 이러한 것들이 고민 지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정진세 : 앞선 좌담회에서 점점 축제가 전문화, 분업화되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

이 키워졌지만, 즉 전문성은 갖췄지만, 축제는 점점 재미없어지는 묘한 단계

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금이 어떻게 하면 축제

기획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하여, 그것을 축제 안에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해

야 하는 시점인 것 같아요. 축제 기획자들이 전문성을 가졌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재미를 못 느끼고, 어떤 것을 봐도 새로움을 못 느끼고 이럴 때는 분명히

그들이 느끼는 허무함이 있다는 것이죠. 이들에겐 방향성에 대한 지표와 돌파

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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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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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규 : 사람에 대한 고민이 제일 크다고 봐요. 특히 지역으로 갈수록 사람 구하기

도 너무 힘들고요. 결국 축제는 사람이 만드는 건데,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창

의성이라는 게 점점 너무 세분화되어 가는 것 같아요. 사람이 안 나오는 게 윗세

대들이 계속 잡고 있어서 그런 건가? 아니면, 조직은 계속 바뀌는 데, 조직 운영

방식은 구태의연하게 기존 방식을 고수해서 그런 건가? 혹은 예술경영을 공부한

요새 젊은 친구들의 문제인 건가? 아니면 능력이 없어서 그런 건가? 하는 문제를

고심했어요. 여러 가지 문제 속에서 이번에 안산도 프로듀서 시스템을 도입했지

만, 개인적으로 조직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독립성 강하고, 예술과 행정을 넘나들면서 창조력을 구축한 범주의 사람들이 프

로듀서로서 계속 키워져야 하는데, 도리어 업무영역만 커버하는 사람으로 키워

지는 것 같아요. 우리 때하고는 달라요. 우리는 그냥 내던졌고, 어떻게든 해야

했지만, 지금은 회사 조직과 비슷해졌어요. 그렇다면 지금의 축제 기획자 양

성방법이라는 것은 뭘까요? 기존에 밑바닥부터 시작했다면, 지금은 공부를 하

고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좋을까. 개인적으

로, 프로듀서 시스템으로 가야지만 마케터건 운영팀장이건 사람을 키울 수 있

을 것 같습니다.

조동희 : 전체 축제를 놓고 보면, 앞서 말했듯이 10~15년간 축제와 거리예술이 굉

장히 밀접한 관계 속에서 서로 발전해 왔습니다. 축제라는 미디어를 통해 거

리예술이 계속 발표되고, 그 안에서 제작되고, 진행되어 왔는데, 이제는 그것

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나와야 할 시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창작공간 문제, 교

육 문제, 거리예술가들의 네트워크 문제, 국제교류의 문제 등이 막 튀어나올 것

같은데 이것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게 필요하고, 그 부분에서 다시 축제의 역할

이 중요하게 된다고 봐요. 각 축제들이 방향성을 잡아가는 데 이러한 축제 이외

의 매개들과 어떻게 관계맺음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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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도시의 공공ㆍ야외공간을 기반으로 한 거리예술축제의 변화와 가능성

좌담 2

또 하나, 거리예술을 접한 관객들은 거리예술을 접했다기보다 한 축제 내에서의

예술작품을 접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거리예술이라는 장르,

혹은 약간의 운동성이 있는 예술장르를 어떤 식으로 인식시키고, 인정받느냐에

대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은데, 그러려면 중앙정부의 노력도 필요하고,

예술가, 축제의 노력이 같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성화 : 약간 의견이 다를 수도 있는데, 저는 지금 축제가 너무 많은 기능을 하고 있

는 것에 대한 걱정이 듭니다. 지금 오히려 정책적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 것은,

개별 예술가들이 내가 원하는 작업들, 내가 생각하는 거리예술을 구체화, 실체화

하는 작업에 대한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예술가들이 다 기획 능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을 큐레이팅해 낼 수 있는 PD 그룹, 기획자 그룹들을 형

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축제에 들어가는 순간 작업이 굉장히 희석되

는 것이 너무 자명하기 때문에, 내 작업을 내 것으로 온전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환

경이 있죠. 그래서 지금의 축제는 오히려 제작지원금과 예술가가 감당해야 하는

행정적인 부분 등을 처리해 주는 기능이 필요한 거지요. 기능적인 행정가가 아니

라, 작품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작가의 방향성에 대해 제대로 알면서 외부 시스

템, 제반 시설을 지원하는 그룹을 형성하는 지원방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조동희 : 사실은 축제를 벗어난 작품들이 이미 감지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괴담’의 <성북동>, 몇몇 예술단체들이 모인 ‘유랑축제’ 이런 콘셉트들이 축

제를 벗어나는 시도라고 생각해요. 거리예술축제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축제에서 공간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한계도 보이고, 그러니 다른 것들을 찾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이런 것들이 기존의 게릴라공연처럼 보이지 않고, 또 너무

실내공연의 프로그래밍 형식도 아닌, 어떤 방식으로 프로그래밍되며, 어떤 관객

들을 만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지요. 이런 작업들은 앞으로 계속 나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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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62

물론 실패 가능성이 높지만요.

그리고 또 이야기 나왔던, 예술전문화의 문제, 사실 거리예술가들은 굉장히 반

대합니다. 다시 말하면, 거리예술은 기획자와 예술가의 경계, 기획자와 예술가

와 기술자의 경계도 없어요. 기계 만지다가 와서 배우하기도 하고요. 한 사람이

여러 몫을 다 해내는 것이 모토지요. 어떻게 보면 고도로 전문화된 실내, 주류

공연예술에 대한 반감이 섞여 있는 것도 있고요. 그러지 말아야 할 예술 분야에

서조차 하나의 부품이 되어가는 것들에 대한 굉장한 반감인 것이지요. 물론 그

이상대로 갈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요.

정진세 : 그간 한국에서 축제 기획자와 거리예술가들의 사이가 좋았던 것은 맞습니다.

잘 들여다보면 각각 다 어려운 처지로 성장하는 차원에서 서로 섬겼다는 생각도 들

고요. 그런데 앞으로는 토론도 필요할 것이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서 축제를 벗

어나는 예술가도 분명히 생겨야 하겠죠. 상대에 대한 견제원리는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이가 좋았던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회를 주고, 제작비를 주기 때

문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때문에 예술가는 사회에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점점

마모되는 면도 있지요. 이에 대한 방지차원에서 견제도 필요하고, 새로운 역할 모

델도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좀 더 냉정하게 관계들이 정립될 수 있

을 것도 같고요. 바꿔 말하면 관객들에게는 굉장히 충실해질 수 있겠지요.

최석규 : 이제는 자기 방식을 찾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예요. 안산, 과천,

수원 등 야외 거리축제를 표방하는 축제들이 지금까지는 함께 왔다라고 한다면

이제는 그 도시의 장소성과 그 도시의 사람들 그리고 시가 원하는 바를 지켜주

는 것이 나쁘다고 보지 않습니다. 지금은 ‘내 방식이 뭐냐?’, ‘내 색깔이 뭐냐’를

찾는 시기입니다. 지금 한국에서 축제의 양적 성장은 어느 정도 왔다고 보는데, 질

적 성장이 안 되었다고 말할 수도 없는 거예요. 지금은 그 성장을 토대로 축제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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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도시의 공공ㆍ야외공간을 기반으로 한 거리예술축제의 변화와 가능성

좌담 2

향이 이런 것이다가 아니라 자기식의 색깔 찾기가 가장 큰 숙제인 것 같습니다. 그

러려면 환경 분석, 정책적 방안 등이 모두 필요한 것이고요.

오성화 : 창작자만큼 거리예술 기획자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보기엔 창작자는 그냥 작품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이 도시용, 이 축제용 이렇게

작품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다르게 보이게 하는 것은 공간과 관객

을 고려하여 어떤 방식으로 배치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기획자의 몫이 크다고 생

각해요. 그런데 아직 우리는 그것을 같이 논의할 수 있는 기획자가 많지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한편으로 행정감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프로그램

기획팀을 뒤에서 지원한다든가, 마케팅 등 제반사항을 담당한다든가. 저는 기본

적으로 조동희 팀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거리예술에 있어서만큼은 업무 세분

화를 반대하는 거리예술가들의 입장에 동의해요. 하지만 거리예술을 이끌어가

는 기획자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진세 : 지금까지 거리 혹은 야외공간의 예술축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거리예술축제의 위상을 실감하는 자리라

서 가슴 벅차기도 합니다만, 또 한편으로는 많은 고민들과 한계가 보여서 조금

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다양하고 능력 있는 기획자들이 이러한 것들을 잘 풀

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좌담회를 통해 개별 축제들이 자

기 색깔을 가지고 자기만의 방법론으로 해나가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

다. 그만큼 거리예술축제에서 일하는 사람의 자리와 위치가 보장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지금까지 일구어오신 분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귀한 시

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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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64

한국 공연예술축제의 현주소와 과제

최준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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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한국 공연예술축제의 현주소와 과제

공연예술축제와 연극 현장에서 일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국내외 예술축제를 일괄하여 얘

기하거나, 현주소를 실제적이면서도 학술적으로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은 아마도

긴 연구와 조사 기간을 거쳐 한 권의 책으로 써져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젊은 축제 기

획자들을 위해서라면 ‘한국 예술축제의 어제, 오늘 그리고 미래를 위한 과제’라는 주제로

선배로서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전 세계 대부분의 축제들은 먼저

예술가들의 열망과 열정으로 시작했다. 이후 국가 및 지자체가 지원하는 가운데 경영의

안정성을 보장받으며, 예술축제 고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고, 오늘 날의 정책적 결실

을 얻게 되었다. 이와 같은 해외축제의 사례를 면밀히 살피는 것은 무엇보다 큰 공부가 되

겠지만, 이 짧은 글에서는 우리 축제를 분석하기 위한 참고사항 정도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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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66

왜 예술축제인가

1940년대 유럽에서는 수도 중심으로 향유되는 문화와 예술 활동을 전국으로 확

대하여, 국민의 기본권인 문화향유권을 모두에게 돌려주기 위한 방편으로서, 예

술축제가 창설되기 시작했다. 먼저 민간 예술가들이 나섰고, 이후 정책으로 발

전시키는 과정에서 지자체와 국가가 힘을 실어주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우리는 왜 예술축제를 시작하였고, 수많은 사

람들이 축제를 지켜나가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가? 매년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지금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예술과 축

제에 대한 의식과 가치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예술’은 우리의 일상과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존재가치가 있다. 예술은 삶과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해주며 돈이나 권력과 대비되는 가치, 아름다움, 그

리고 즐거움으로 우리의 마음과 감각을 열어준다. 한편, ‘축제’는 일반적으로 짧

은 기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집중된다. ‘예술’과 ‘축제’가 만나는 ‘예술

축제’는 어떨까? 예술축제는 각박한 일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예술을

만나게 하는 기회의 장을 펼쳐주고, 그럼으로써 또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우

리의 감각을 회복시켜 주는 숨구멍이 되어준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축제’는 그

어떤 공연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다.

한국 공연예술축제의 지형

1947년 창설된 프랑스아비뇽축제의 초대 감독인 장 빌라르(Jean Vilar,

1912~1971)의 “지역의 국민들에게 전기, 가스, 물처럼 공연예술을 저렴한 값

에 공급해야 한다”는 말은 도시가 아닌 지역에 예술축제를 창설해야 한다는 입

장을 대변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7년에 대한민국연극제1가 한국문화예술진

흥원에 의해 창설되었으나, 1989년에야 비로소 춘천(인형극, 마임)과 거창(연

1이후 11회에 서울연극제로 명칭이 변경되

고, 20회(1996)부터 신작 희곡 선정과 우

수 공연 선정을 겸하다가, 22회에 서울국

제연극제로 본격적인 예술축제가 됨, 25회

(2001)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되었다.

하지만 2006년(30회)부터 현재까지 서울연

극협회 주최의 서울연극제와 서울국제공연

예술제로 분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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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한국 공연예술축제의 현주소와 과제

극)에서 예술가들이 축제의 작은 싹을 틔우게 된다. 바야흐로 1990년대 후반부

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 여러 예술가와 기획자들이 지자체 시대 도래에 힘

을 받아, 현재 운영 중인 많은 공연예술축제를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해외에서 지역의 중소도시의 예술축제들이 30~70년 역사를 통해 예술

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유하는 목적과 가치를 키우며 비교적 안정적 으로 발전되

었던 반면, 우리의 경우에는 지자체장의 교체에 따라 또는 중앙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

라, 축제 또한 궤도 수정을 거듭하면서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결국 축제들은 재정적, 인적, 공간적 문제가 거듭 발생하면서, 행정기관

이 요구하는 바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잦아지고, 이에 따라 축제가 가진 역사

나 해당 분야에서의 국제적인 중요도도 큰 영향력을 발하지 못하게 된다. 처음엔 예술

가나 기획자들이 지자체를 설득 하여 공공지원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내 지자체의 행

사로서 예술이 동원되거나, 예술적 방향성의 모호함으로 연례 시민행사에 그치거나,

잦은 수장의 교체와 재원의 불안정성 때문에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이 확보되지 않는

등의 난맥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예술가나 기획자의 열정으로 시작하여 축제 운영의 노하우를 축적하며, 국제적

으로 중요도를 인정받는 축제로 성장한 예술축제로는 춘천인형극제 (1989), 춘천

마임축제(1989), 과천축제(1997, ‘경기-과천세계마당극 큰잔치’로 시작), 서울세

계무용축제(1998), 서울국제공연예술제(2001), 페스티벌봄(2007) 등이 있다. 그

러나 이들 조차 위에서 지적한 어려움으로 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

다. 또 다른 축제들의 예를 들자면,

전통과 연극창작이 연계된 거창국제연극제(1989), 수원화성국제연극제 (1996),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2001), 예술과 지역문화 활성화에 기여하는 의정부국제

음악극축제(2002)등이 예술축제로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안동국제탈

춤축제(1997), 전주세계소리축제(2001) 등이 기타 지자체 주요 행사로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안정적 지원과 축제 집행부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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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68

꾸준한 신뢰가 동반된 축제들이 각각 관련 예술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동

시에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경우는 극히 희박하여, 기대할 만한 발전을 꾀할 수 있

을지 매우 염려되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한국 공연예술축제의 현주소와 과제

한국의 공연예술축제는 기적처럼 만들어져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인력, 재원, 경험 등이 전무했으니 가히 놀랄 만한 일이다. 가장 획기

적인 변화는 1997년 가을에 열린 국제극예술협회(ITI) 세계총회와 ‘Theater of

Nations(세계연극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술축제 전반에 대해 많은 것을 배

우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축제 2년 전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면서, 예술부

감독으로서 해외 프로그래밍, 워크숍, 학술을 담당했던 필자에게 무엇보다 급했

던 것은 인력을 양성하는 일이었다. 해외의 많은 전문가들이 무모한 도전이라며

고개를 젓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비뇽축제가 기꺼이 도움을 주었다. 축제감독

베르나르 페브르 다르시에(Bernard Faivre d’Arcier), 프랑스 국제교류전문기구

의 책임자, 홍보 및 메세나 책임자 등이 수차례 방한하여 실무진을 자문하고, 행

정감독과 기술감독은 축제경영 및 기술행정 워크숍을 각각 1주일간 제공하였으

며, 1996년에는 우리 측 스태프 2명을 아비뇽에 초청, 축제 전후 3개월간을 연

수시켜 주기도 했다. 두 달간 120편의 공연을 소화한 1997년의 가을, 한국의 관

객들은 세계 정상급과 최신 창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이

는 곧 공연예술의 수요 증대로 이어졌다. 공연계에는 축제, 국제교류, 기획 전

문인력을 키워내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여러 가지 사회적 요인도 있

었으나, 이를 계기로 수많은 예술축제가 창설되고 국제 공연교류가 일어나는 기

반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해외공연에 대한 관객의 수요가 늘어나고, 기획자들이

양성되고, 기술인력과 조직이 확대되는 등, 16년이 경과한 현재 우리의 축제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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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한국 공연예술축제의 현주소와 과제

영은 큰 성장과 발전을 이루었다. 예술축제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로 관련 분야

의 발전에 기여한 사례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전문극장의 설립, 유료관객 확대,

한국거리예술센터 설립 등이 그 예다.

예술축제의 주요 특성이자 기능을 세 가지 꼽아보면 축제성, 예술성, 시장성을

들 수 있다. 특히 지역 축제에는 ‘축제성’이 잘 살아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들

을 포함한 대부분의 축제에서 지속하고 관철하는 예술적 방향성이나 목표를 발

견하기는 어렵다. ‘예술적 방향성과 목적의 탐구’는 현실적인 조건과 맞물려 있

는 사항이면서 동시에 시장성과도 연계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축제들은 대체로 각 분야의 훌륭한 작품들을 프로그래밍하여 관객에게

선보이는, ‘단기적이면서도 집약적인’ 배급 형태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

급한 축제에서 매해 발표되는 주제들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성격이 강하다. 따

라서 그 이전과 비교해 보았을 때 큰 차이를 가질 수 없고, 매해 괄목할 만한 예

술적 성장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나마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축제로는 페스티벌봄이 있다. 이 축제는 ‘국제

다원예술축제’, ‘새로운 형식과 비전을 제시하는 혁신적 작업 제작, 소개’, ‘실험

적 신인, 아시아 아티스트 발굴’ 등으로 요약되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

다. 물론 이 경우,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예술적

방향성을 확보한 우리 축제가 국제적인 예술축제 가운데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구체적인 방향설정은 중요하다. 예술장르의 결합과 초연 중심의

아비뇽축제, 대중성에 기반을 둔 자유로운 시장인 에든버러축제, 당해 최고 러

시아연극의 해외 수출을 모토로 하는 골든마스크, 국제공동제작의 핵심인 비엔

나축제 등은 모두 분명한 목적이 맨 먼저 눈에 띄는 축제들이다.

아울러 지금의 축제들이 단순히 우수 프로그램을 나열하는 데 그치는 한계도 바

로 이러한 방향과 목표의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축제가 일부라

도 직접 제작 또는 다른 축제, 극장, 단체와 공동제작하여 예술적 지향이 보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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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축제의역사와 경향

70

하거나, 프로그래밍의 예술적 선택 방향을 구체적으로 밝혀 고유한 가치를 정립

하게 하는 방식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축제는 얼핏 사무국과 지자체, 사무국과 관객이 관계하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공연예술축제는 해당 분야의 기관, 공연장, 예술가(단체)와

의 긴밀하고도 꾸준한 관계를 통해 숨 쉬는 다이내믹한 시장이다.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큰 예산을 들여 열리는 예술축제가 나머지 연중 기간 중 창작, 제작, 배

급에 직접 기여하지 못한다면, 네트워크로서의 존재 이유가 희석될 수밖에 없

다. 또한 축제의 필요성마저 의심받게 된다.

우리의 경우 국공립. 민간 공연장들이 공연을 구매하고 배급하는 주체가 아니어

서 어려움이 많으나, 주어진 현실에서 원만한 관계 증진을 통해 현장을 변화시

켜 가야 할 것이다. 예술축제의 예술성과 시장기능이 약할 경우, 수많은 일반 축

제와 마찬가지로 소비하며 즐기는 데 그치는 일회성 행사가 되기 쉽다. 그런 점

에서 현재 우리의 공연예술축제의 어려움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위기에 대처하는 예술축제의 변화-공동제작, 공동기획

해외의 공연예술축제 프로그램을 접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작품마다

수많은 공동제작, 지원기관들이 참여한다는 점이다. 과거의 축제가 단지 한 극단

이나 무용단을 초청하거나 그들에게 작품을 의뢰하는 일이 일반적이었다면, 세

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진 근래에 이르러서는, 여러 공동제작자(극장)가 재원과

공간을 제공하고, 배급 또한 그들의 네트워크 안에서 활성화함으로써, 예산을 줄

이면서도 축제 및 공연계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축제에서의 공연이 초연

일 경우에는 더욱이 축제-극장 간 협업이 당연시되고 있다. 축제 초청 프로그램

의 경우도 창작의 단계에서부터 축제가 공동제작자로 나서서 좋은 공연을 확보하

고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페스티벌봄이 이런 시도를 창설 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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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한국 공연예술축제의 현주소와 과제

견지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국제 네트워크에서의 협업은 좋으나 국내 네트워크

에서의 기반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예술축제의 방향성을 찾는 것과 더불어 생존을 위해서도 축제와 단체들과의 협

업은 꼭 필요하다. 현재 수많은 노력과 재원의 투여에도 불구하고, 축제가 공연

계의 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적은 이유는 제각기 자신의 행사를 잘 하려고 할 뿐

이지, 관계를 통해 발전을 이루고자 하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원기관

간의 협력도 필요하다. 현재는 중앙정부의 지원 유무에 따라 지자체의 지원액

이 둘쭉날쭉하는 불안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단선적 지원

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또한 ‘중복지원’ 이라는 이유로

여러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러나 하나의 공연이 제작

되고, 유통/배급되고, 또 축제에서 새롭게 생산되어 공연시장에 시너지를 주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실제 해외축제에 소개되는 작품들을 예로 들면, 대본창작, 저작권지원, 공간지

원, 공연창작, 배급지원, 페스티벌 참가 지원 등 다양한 지원 기구들이 힘을 모

으고 있다. 이러한 공동협업을 통한 축제 프로그래밍, 공연창작이 이뤄지지 않

으면, 우리는 결국 적은 초청비를 들여 젊은 예술가들에게 단순히 기회만 제공

하는 것에 그치고 말 것이다. 그리하여 현재의 한계와 축제의 질적 수준의 정체

는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적 장애로 오래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은 ‘왜 공연예술축제를 창설, 지속,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하여 가치와 철

학을 공유하고, 이러한 공감대를 토대로 우리 축제의 난점들을 전향적으로 재검

토해야 하는 시기다. 젊은 축제 기획자와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협업하여 예술축

제를 더욱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하기 바란다.

최준호

1996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

극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세계연극제와 서

울국제연극제, 과천축제, 서울공연예술축제

등을 만들고 운영하는 일을 했다. 국립극장

운영자문위원, 예술의전당 공연예술감독을

역임하였으며, 2011년 8월까지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원장으로 4년간 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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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 기획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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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로서의 기획자: 축제공간의기획과 관리 1

조동희

행정가로서의 기획자: 협력 네트워킹 및 파트너십 방법론

김덕희

건축가로서의 기획자: 축제공간의 기획과 관리 2

임인자

커뮤니케이터로서의기획자: 축제 관객과의지속적인 소통

성무량

위기 관리자로서의 기획자: 대외변수로 인한 축제 위기관리

이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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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74

건축가로서의 기획자: 축제공간의기획과 관리 1

조동희 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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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건축가로서의 기획자: 축제공간의기획과 관리 1

국내 축제공간 기획의 경향

예술가들의 표현공간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극장으로 대표되는 관습적인 표현공간의 확장 또는 그에 대한 거부로 해석된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에 야외공연축제가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

다. 그중에서도 특히 거리예술이라고 표현되는 형식을 주요한 콘텐츠로 하는 서

울, 고양, 과천, 안산 등 수도권 인근의 거리예술축제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현상

이 발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니 말이다.

도시계획이나 발전 양상에 따라 도시의 구조는 다양하지만, 어느 도시에나 공통

적으로 필요한 공간이나 시설들이 있다. (그래서 모든 도시는 일부 전형적인 모

습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거리예술축제의 공간은 일상공간(광장, 주차장, 건물

벽 등), 여가공간(공원, 수변 등)을 막론하고 도시의 전형적인 공간들을 주 무대

로 활용하면서 인근 시설물과 구조물을 적극 활용한다. 이와 같은 전형적인 도

시공간의 활용은 창작단체들의 작품 유통을 수월하게 하여, 작품 투어에 유리하

게 작용한다. 이러한 축제들은 공간을 기획할 때, 시민이나 관객들의 접근성이

나 축제공간 간 이동성을 중요한 공간 선택 요소로 본다. 따라서 대부분의 거리

예술축제 기획자들은 공연장소가 축제의 중심 공간에서 너무 벗어나 있지는 않

은지, 시민들이 찾기 쉬운지, 진행에 안전한지 등의 실용적인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공간을 기획한다.

반면, 창작단체와 작가들에 의해 선택된 장소를 공간 선정의 주요한 요소로 삼

고 있는 축제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다원예술축제인 페스티벌봄과 서울변방연

극제가 있는데, 이들은 전체적인 축제공간의 고려보다, 참가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구현하는 데 유리한 공간을 선택하도록 그 의사를 존중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이런 유형의 축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흔히 ‘장소특정형’ 혹은 ‘커뮤

니티형’이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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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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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 바푀의 <야영>

일민미술관

@하이서울페스티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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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건축가로서의 기획자: 축제공간의기획과 관리 1

르투라몽의 <무한한 내면>

서울시립미술관

@하이서울페스티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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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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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야외공간을 활용한 작품들은 축제를 발표의 기회 혹은 수단으로 활용한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축제를 벗어나 개별 작품을 선보이는 사례도 잦아지

고 있다. 여러 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유랑축제’의 경우 문래동, 대학로, 광

주에서 벌어지는 등, 기존 축제와 다소 거리를 두고 진행되고 있으며, ‘극단 서울

괴담’의 <기이한 마을여행>, ‘코끼리들이웃는다’의 <입정동 프로젝트>도 축제를 벗

어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장소특정형 혹은 커뮤니티형 작업들은 결과물이 야외

공연축제작품들과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프로젝트가 가진 특성으로 인해 기

존 거리예술축제 속에 포함되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넌버벌 퍼포먼스축제, 하이서울페스티벌

하이서울페스티벌은 2002년 월드컵의 응원 열기를 반영하여 2003년부터 시작

된 서울시의 대표적인 야외축제다. 지난해까지 10회의 행사를 치르는 동안 축

제공간과 관련된 논란도 함께 지속되어 왔다. 축제 운영을 위한 공간의 안정적

인 확보는 사업이나 행사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따라서 서울

의 주요 도심공간을 축제의 무대로 삼고 있는 하이서울페스티벌의 공간은 거의

매해 뜨거운 쟁점이 되었다. 2009년 축제개막식이 노무현 대통령 추모집회와

맞물려 파행을 겪은 일이나, 2012년 서울광장에서 갑작스레 진행된 가수 싸이

의 서울광장 공연 또한 축제의 주요공간과 관련되어 논란이 되었던 사례다. 비

단 공간의 문제만은 아니겠지만 공간 사용 혹은 공간 점유로부터 촉발된 논란들

이 축제의 정체성 및 행사 개최 당위성과 관련된 논쟁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이

처럼 축제공간은 단순히 물리적인 성격을 넘어서, 축제의 핵심적인 가치와 연결

되어 해석되는 경우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이 그 성격의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한 시점인 2010년에는 축

제 콘셉트의 변화(시민 참여적이며 대중 친화적으로)와 맞물려 축제공간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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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건축가로서의 기획자: 축제공간의기획과 관리 1

한 인식의 변화도 요구되었다. ‘넌버벌’을 표방한 이 해는 여의도 한강공원에 대

규모 빅탑빌리지가 조성되었다. 세계의 주요 도시들이 그러하듯이, 한강은 서

울 시민들의 대표적인 여가공간이다. 영국 템스 강변(Thames)에서 벌이지는 템

스페스티벌(Thames festival)1이나. 파리 시민들의 휴가를 위해 기획된 파리플라

주(Paris-Plages)2 역시 센 강변(Seine)에서 진행된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은 이미

2007년과 2008년 한강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고, 이 경험으로 축제공간

으로서 한강공원이 지닌 성격과 매력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0년

에는 한강공원이 축제공간의 일부가 아닌, 주요 공간으로 설정되어 랜드마크인

빅탑빌리지가 조성되었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2010년과 2011년 축제공간의 특징은 마포대교를 중심으로 여의도 한강공원에

조성된 빅탑빌리지로 대표된다. 이곳은 다양한 규모의 천막형 극장을 설치하여

축제 분위기를 돋우고, 야외에서 비교적 안정된 공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계획

되었지만, 천막극장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이기도 했다. 실제로 유럽

축제의 천막극장에서는 서커스, 인형극, 오브제극, 카바레 형식 등의 공연이 펼

쳐진다. 즉 천막극장은 일반 공연극장의 연장이라기보다는 천막극장이 가진 고

유한 특성과 콘텐츠를 축제를 통해 발현하기 위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유럽축

제, 특히 서커스나 거리예술축제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천막들이 펼쳐진 풍

경은 그 자체로 축제의 볼거리를 선사한다.

넌버벌축제를 표방한 2010년과 2011년에도 한강공원의 야외공간과 도심에서는

다양한 거리공연들이 펼쳐졌다. 전체 프로그램의 절반 이상이 야외공간에서 진행

되었을 정도로 한강공원과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한 도심에

서 많은 공연이 진행되었다. 한강공원에는 대규모 설치나 안정적인 운영이 필요한

작품들을 편성하고, 도심에는 이동형 공연이나 소규모 공연들을 주로 배치했다.

성격이 상이한 도심의 두 공간을 중심으로 진행된 2년간의 하이서울페스티벌

은 예술표현의 공간으로서, 시민들을 위한 축제의 공간으로서 나름대로 의미 있

1템스페스티벌(Thames festival)영국 템스 강에서 매년 열리는 축제. 런던

시가 주관하는 런던 최대 규모의 야외 공연

예술축제로 1997년부터 시작되어 매년 70만 명에 이르는 관객이 찾는다.

2파리플라주(Paris-Plages)

2002년부터 시작된 프랑스 파리의 여름 축

제. 퐁뇌프 다리, 퐁 노트르담 다리를 지나

생루이섬을 잇는 퐁 루이필립 다리까지 약 3킬로미터의 길이로 센 강변을 따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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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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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탑빌리지 전경

@하이서울페스티벌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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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건축가로서의 기획자: 축제공간의기획과 관리 1

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한강공원에서의 공연은 도시에서 접하기 힘든

탁 트인 자연공간에서 극장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새로운 예술체험을 가능하게 했

다.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일부 공연들이 종교인들의 4대강 반대집회와 맞물리

며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했지만, 거리예술작품들이 시민대중들과 만나는 축제공

간으로서의 도심 광장은 일상의 공간이 축제의 공간으로 변화하는 일탈의 장면을

구현하였다. 그러나 도심과 한강의 물리적인 거리 차이로 인해, 단일한 축제로서

인식되거나 기능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거리예술축제, 하이서울페스티벌

2012년 하이서울페스티벌은 본격적인 거리예술축제를 표방했다. 이에 맞춰 기

존 빅탑빌리지 콘셉트를 포기하고, 새로운 축제 콘셉트에 맞게 모든 프로그램을

야외에서 진행하게 되었고, 축제공간도 도심으로 한정했다. 한강(여가공간)과

도심(일상공간)으로 이원화된 공간이 도심공간으로 일원화되었다는 것이 이전

축제와의 차이점이다. 전체 축제공간을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로 한정하고,

남북으로는 광화문광장에서 서울광장, 동서로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보신각으

로 제한하여 공간의 집중과 이동의 편의를 도모했다. 관점에 따라 축제공간의

규모에 대해 개인적인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접근성이 뛰어난 장소고, 모든 축

제공간들을 걸어서 3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인 결정이었다

고 생각한다. 또한 도심공간에 집중하면서 골목길, 작은 광장, 공원, 학교 등 도

심의 다양한 이면공간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려고 했다. 실제로 광화문 인근의 시

민열린마당, 세종로공원 등이 작품공간으로 적극 활용되었고, 서울광장과 연결

된 정동길과 서울시립미술관 등도 예술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멋지게 수행했다.

그러나 이런 몇몇 사례를 제외하고, 도심이면공간을 축제공간으로 활용하는 데

에는 많은 한계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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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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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몸꼴의 <오르페>

덕수초등학교

@하이서울페스티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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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건축가로서의 기획자: 축제공간의기획과 관리 1

도심의 이면공간은 크고 작은 식당가들이 운집해 있는 공간이다. 이 공간들은

실제로 공공의 공간이긴 하지만 복잡한 역학관계로 얽힌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

서 이런 공간을 예술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

했다. 실제로 청계천 광통교 인근에서 진행 예정이었던 공연이 무교동 상가 측

이 주최하는 행사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또한 서울 도심 주변에는 대사관 등 주

요시설이 밀집해 있다. 한 예로, 극단 ‘몸꼴’의 <오르페> 공연이 진행된 덕수초등

학교의 경우 초등학교라는 한계와 함께 인근에 모 대사관저가 위치해 있어, 축

제의 주요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소음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또 중소형 공

연 여러 편이 진행될 예정이었던 보신각 앞마당은 갑작스런 집회 신고에 따라

불가피하게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야 했다.

이처럼 처음으로 거리예술축제를 표방한 2012년 하이서울페스티벌은 도심공간

의 사용과 관련하여 크고 작은 문제들이 끊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예술가들이

노리는 근사한 표현공간은 갖은 규제와 제한으로 뒤얽혀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대부분의 거리예술축제에서 도심차량통제가 가능할 정

도로 축제에 대한 공공기관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예술가들에게 다양한 표현

기회를 제공하고 축제의 일탈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 개발에 대한 더 많은

기획과 시도들이 벌어졌으면 한다.

해외 거리예술축제의 공간 구성

국내의 축제들이 공간 기획과 관련하여 지속적인 모색 혹은 발전의 단계를 거치

고 있다면, 유사한 유형의 해외 사례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공간 구성을 보여준

다. 거리예술축제를 개최하는 해외 도시들은 오랜 시간을 거쳐 도시개발이 진행

되었고, 구시가지가 보존되어 있으며, 크고 작은 공공공간들이 도심 곳곳에 유

기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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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84

일반적으로 도심 중앙은 잘 보존된 구시가지이며, 이를 둘러싼 주변지역은 새로

운 주거지역으로 조성된다. 구시가지 중심의 축제공간은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

도로 수많은 사이트가 작품공간으로 활용된다. 광장, 공원, 주차장은 말할 것도

없고, 공공기관, 미술관, 학교 등의 안뜰과 야외공간들도 개방되어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표현을 수용한다. 그야말로 도심 전체가 축제공간으로 변모하는 것이

다. 요즘에는 축제가 진행되는 중심공간은 흔히 자유참가작이라고 불리는 오프

단체들을 위해 배려하고, 공식참가작이라 불리는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들은 주

변공간에 배치하는 사례가 눈에 뛴다. 국제적인 거리극축제인 프랑스의 샬롱페

스티벌을 보더라도 중심 사이트에는 시민들을 위한 대중적인 공연이, 주변 사이

트에는 실험적인 공연들이 배치되어 있다.

공식참가작뿐 아니라 자유참가작도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간주하여, 축제

의 모든 프로그램들이 많은 시민들과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도록 고려하며 공간

을 배치한다. 또한 자유참가작들의 경우는 축제 사무국에서 공간 배치와 기본적

인 지원만 담당하고, 단체들이 독자적으로 공간을 운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학교운동장을 여러 단체가 공동으로 활용하면서 공간장식은 물론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진행하기도 하고, 경비 마련을 위한 간단한 식음료를 판매하기도 한

다. 축제공간 인근의 공원에는 서커스와 음악 전문단체들의 공연이 중심이 되는

천막촌이 형성되어, 축제 속의 작은 축제가 형성된다.

비록 매년 유사한 공간에서 축제가 벌어지지만, 해마다 새로운 작품들이 그 공간을

채우면서 공간은 또 다른 활력을 얻는다. 안정적인 공간 기획 및 운영과 지속적으

로 창작되는 콘텐츠들의 조화 속에서 해외 거리예술축제는 유지되고 발전된다.

공간 기획의 시작은 그 공간을 사용할 주체와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공연의

내용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축제공간 기획도 마찬가지로 예술작품과 시민

대중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축제가 지향하는 예술적 방향

성에 대한 판단과 축제가 만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연구는 공간 기획과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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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건축가로서의 기획자: 축제공간의기획과 관리 1

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 어쩌면 예술가들의 표현방식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공

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축제공간 기획은 갈수록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축제를 통한 예술공간 실험이 기존 예술에 자극이 되고, 더 많은 시민들

과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고민이라 생각한다. 다

양한 예술 표현 형식의 연구와 함께 이에 걸맞은 새롭고 의미 있는 축제공간 기

획을 기대해 본다.

조동희

1999년부터 5년간 프랑스에서 거리예술과

문화정책 관련 연구를 했고, 그 후 5년간 과

천축제에서 축제 기획과 운영을 담당했다. 현

재 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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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로서의 기획자: 축제공간의 기획과 관리 2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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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조직과 배치의 기술과 사례

공연예술축제에서

공간의 기획과 배치

오늘날 많은 주요 축제가 도시에서 이루어진다. 도시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

적 중심지로서, 물리적 구조(공간의 구조), 제도적 구조(소유관계, 행정체계, 법

적 관계) 그리고 문화적 관습(역사적 맥락)에 따라 메커니즘이 변동되는 공간이

다. 따라서 도시에서 진행되는 축제의 기획자에게 도시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도시 공간에 대한 탐구는 그 자체로 축제의 개최 목적 및 미학적 목표를

선취하는 데 중요한 기반을 제공한다.

특히 공간의 맥락 구분과 조사 그리고 미학적인 검토는 축제의 공간 기획에 가

장 핵심적인 역할을 차지한다. 그만큼 기획자에게는 공간에 대한 철저한 자료조

사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분석력과 미학적이고 사적(史的)인 이해가 요구된다.

흔히 공간에 대한 인문학적인 접근이라 총칭되는 이 과정에는 역사학, 인류학,

민속학, 연극학, 정치학, 행정학, 도시학, 사회학, 문화연구, 법학, 건축학, 미학

등의 다양한 층위에서의 열린 접근과 조사 그리고 분석이 가능하다. 또한 미학

적이고 비평적인 선택, 창작의 문제, 예술가의 미적 방향성 등이 통시적으로 고

려되어야 한다. ‘새로운 관계성’과 ‘동시대성’을 지향하는 변방연극제의 경우, 시

공간의 다양한 방향성과 맥락 그리고 관계성에 대한 검토를 우선시하고 있다.

축제 공간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다양한 접근이 기획 단계에서 가장 힘을 쏟

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변방연극제가 아닌 다른 축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

다. 그들만의 특수한 목표를 바탕으로, 장소에 대한 다각적인 탐구야말로 새로운

방향성을 도출하게 해주는 핵심적인 과정이다.

87 건축가로서의 기획자: 축제공간의기획과 관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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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기획과 배치를 위한

공간의 구분

도시는 크게 물리적 구조와 제도적 구조, 문화적 구조 그리고 개별적인 사용 목

적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

공간의 기획과 배치를 위한 공간의 구분

구분 항목 내용

물리적 구조 도시의 구조 도시의 공간 상업지구

주거지구

공업지구

도시의 시간 정치적 시간

경제적 시간

세대별 시간

도시의 주체 세금 기반의 주체(세금 납부자)

정치체계 기반의 주체(유권자)

주권의 문제

도시의

목표나 태도

도시의 존재 이유

보수성 VS 급진성

극장의 구조 극장의 유형 원형무대(원형)

돌출무대(반원형)

프로시니엄무대

블랙박스무대(박스형)

스튜디오(무대기계의 생략 형태)

다목적 가변형

극장의 규모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거리의 구조 골목, 거리, 광장, 공원(도시의 구조를 횡단)

자연(하천, 산 등)

이동형 이동형 가변성

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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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적 구조 행정체계 행정체계 시, 군, 구 등의 행정체계

거버넌스 구조 민주주의

독점(독재) 등

국가중심주의

지방자치제도

뉴거버넌스(참여) 등

조직 및 예산

소유관계 공유지 국유지

시유지

사유지 기업

개인

대지 공적 영역

사용목적 행정공간 주민자치센터, 우체국, 지구대 등

공공공간 광장, 공원 등

상업공간 상가, 은행 등

법률체계 가치체계 헌법적 가치(표현의 자유 등)

공간의 불평등 구조

소유관계 지방자치단체 조례

도로점용관련법1)

도로교통법

거주권, 생존권

정치적 관계 집회와 시위에 대한 법

미학적 측면 공연관련법

문화적 구조 역사적 맥락 공간의 시간성

공간의 정체성

공간의 인류학적 분석

정치적 맥락 공간의 정치성

(※정치적 맥락을 획득해 가는 역사적 맥락)

문화의 민주화와 문화민주주의

정권의 변화에 따른 정치적 영향관계

경제적 맥락 개발 / 재개발 / 신도시와 도시계획

미학적 맥락 역사, 정치, 경제적 맥락의 특수한 미학적 구상

1도로점용관련법

관련하여서는 임인자,

「합법과 불법, 허가와 불허의 경계에서」

『웹진 위클리 예술경영』 2010년 5월.

http://webzine.gokams.or.kr/01_issue/01_01_veiw.asp?c_idx=36& idx=488 참조.

89 건축가로서의 기획자: 축제공간의기획과 관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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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개별 사용 목적

(미학적 실현을 포함)

표현공간 발표, 표현, 회합, 프로젝트 등

창작/연구공간 실험, 창작 스튜디오, 레지던스 등

커뮤니티공간 교류공간

(※ 방향과 범위의 설정에 따른 성격 규명)

커뮤니티의 활용공간

문화, 예술 공동체의 실천공간

정치, 사회적 계층과 경제적 차이의 해체

교육공간 교육, 이해, 정보, 대중 개발

대안공간 정치적, 미학적, 경제적 대안

담론공간 담론의 조성을 위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복합공간 표현, 창작, 커뮤니티, 대안, 창의, 다문화, 계층 혼합의 여

러 가지 기능의 복합공간

공간의 기획과 배치를 고려한

특정한 사례들

축제공간을 기획하면서 씨름했던 고민들을 공유하기 위해, 필자가 기획하였던

몇 가지 공연을 중심으로 여러 사례를 언급하고자 한다. 아래 소개하는 공연들은

극장 밖 예술의 실천으로서의 장소특정적 작품들이다. 이 공연들은 먼저 공간을

선택한 다음에 기획을 하기 보다는, 작품이 추구하는 미적 목표에 따라 공간을

연구하여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역사적인 맥락이나, 미

학적인 목표 아래 공간이 재발견되어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기도 했다.

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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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open space at 2030 project

서울역

창작년도 2007

창작자 비주얼시어터컴퍼니 꽃(이철성, 유영봉)

장소 KTX 서울역(역사 안, 대합실, 야외)

특이사항 장소의 역사성과 이동성을 퍼포먼스를 통

해 제시

‘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

창작년도 2010

창작자 크리에이티브 바키

장소 서울시 광화문 일대의 세종로 사거리 일민미술

관–동화 면세점 사이 횡단보도, 청계천–SK 빌딩

앞 버스정류장, 코리아나 호텔 객실, 교보빌딩 앞, 세

종문화회관 앞거리, 세종로중앙지하보차도

(문화체육관광부–세종문화회관 지하도)

특이사항 불법과 합법을 오고 가는 혹은 허가와 불허 사

이의 공간을 오가는 행위들, 실제공간과 가상공간의 영

역, 작품의 주제의식과 도시의 시스템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탐색했던 퍼포먼스 형식의 도시 메커니즘 연구

유랑축제, 광주–

침묵의 시간들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예술극장 창작레지던시)

창작년도 2013

창작자 유랑축제 (극단 몸꼴, 서울괴담, 창작중심 단

디, 유성희, 예술불꽃 화랑, 프로젝트 잠상 외)

장소 광주광역시전일빌딩 및 금남로광장일대

특이사항 5.18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재개발 위기에

처한 빌딩 그리고 그 현장에서 진행 중인 국책 사업

공간의 모든 공간적 복합성을 각 아티스트들이 ‘침묵

의 시간’으로 해석하여 활용

장소특정적

공연 사례

Ⓒ임인자 Ⓒ크리에이티브 바키 Ⓒ서울변방연극제

91 건축가로서의 기획자: 축제공간의기획과 관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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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지 스타일–

로미오와 줄리엣

창작년도 2004-2007

창작자 열혈예술청년단

장소 낙산공원(서울)

특이사항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

로, 낙산공원 일대를 이동하며 공연. 이화동 골목에

새로운 이야기와 공간적 해석 부여

드림오브산초

창작년도 2008

창작자 크리에이티브 바키

장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본관(예술가의 집) 뒤편마

특이사항 미디어파사드를 활용한 작품으로 대학로

일대의 건축물의 허가와 협조가 중요했으며, 이를 위

해 한국 문화예술위원회의 협조로 건물 전체 벽면을

활용한 공연 진행

광천시민아파트로

가. 나. 다.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예술극장 창작레지던시)

창작년도 2013

창작자 이당금, 양태훈, 김미영, 김종필, 이현기, 최성

욱, 이가원

장소 광주광역시 광천시민아파트(가. 나. 다동 집안

및 옥상 외)

특이사항 광주에서 1970년대 말~80년대 초 노동운

동과 함께 지역운동, 5.18에 관련되었던 ‘들불야학’의

강학 현장인 광천동성당과 시민아파트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광주 아티스트의 협업 프로젝트

서울변방연극제에서의

공간의 다양한 배치 사례

Ⓒ최성욱 Ⓒ김가진(서울변방연극제) Ⓒ김가진(서울변방연극제)

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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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지혜 동물 행동 풍부화를

통한 고찰

창작년도 2011

창작자 Project 681

장소 서울동물원 혜화동1번지

특이사항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의

인식과 생각 메커니즘을 고찰한 작품. 서울동물원에

서 진행하였으며 관객들이 직접 동물들의 ‘행동풍부

화 프로그램’을 체험하도록 함. 또한 그림그리기대회

심사자로 참여시켜,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를 적극적

으로 살필 수 있도록 함

일어서는 사람들

창작년도 2012

창작자 놀이패 신명

장소 광화문 광장(북측광장)

특이사항 광주 5.18과 그 이후의 삶을 마당굿으로 표

현한 작품으로 1988년 초연 그리고 1997년 재구성

된 작품을 2012년에 다시 불러내온 작품. 광화문광

장에서 공연. 서울시의 허가를 통해 공연하였으나, 공

연장소의 특성 때문인지 청와대에서 공연에 대한 사

전 정보 요청 있었음

의붓기억–

억압받은 것의 귀환

창작년도 2010

창작자 그린피그

장소 명동삼일로창고극장

특이사항 한국전쟁의 기억, 학살의 과정을 명동삼일로

창고극장 전체공간을 활용하여, 객석과 무대를 전복하

고, 억압과 피해의 관계를 보여주려고 함

Ⓒ그린피그 윤한솔 Ⓒ이정원(서울변방연극제) Ⓒ놀이패 신명

93 건축가로서의 기획자: 축제공간의기획과 관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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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창작년도 2012

창작자 리슨투더시티/진동젤리

장소 한강 세빛둥둥섬

특이사항 공간의 제도적 여건(세빛둥둥섬을 둘러싼

서울시의 정책 변화와 갈등)과 작품에서 제기하고자

하는 이슈(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점)를 퍼포먼스로

풀어냄.

공연 이틀 전 공연 불가 통보로 서울시와의 어려움이

있었으나 서울시, 언론의 도움으로 진행 가능함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

성북동

창작년도 2012

창작자 서울괴담

장소 성북동 북정마을

특이사항 북정마을을 배경으로 진행한 커뮤니티 중

심의 이동식 연극, 연희

움직이는 집

(Mobile House)

창작년도 2012

창작자 사카구치 교헤

장소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 필룩스/ 아르코예술극

장 앞마당/문래예술공장 로비

특이사항 불법과 합법을 오고가는 혹은 허가와 불허

사이의 공간을 오가는 행위들, 실제공간과 가상공간

의 영역, 작품의 주제의식과 도시의 시스템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탐색했던 퍼포먼스 형식의 도시 메

커니즘 연구

Ⓒ김현우(서울변방연극제) Ⓒ김현우(서울변방연극제) Ⓒ김현우(서울변방연극제)

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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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를 위한 춤–

The Black Madonna

창작년도 2012

창작자 곽고은 + 여신동

장소 명동예술극장 사거리/갤러리 팩토리

특이사항 곽고은 안무가의 ‘도시미생물프로젝트’ 일

환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판매를 위한 춤>의 리

서치 과정이었던 명동 거리에서 직접 ‘인간간판’의 모

습으로 춤을 추는 행위를 통해 ‘판매와 인간의 존재’

사이의 판단을 춤을 통해 표현, 갤러리팩토리를 통해

명동예술극장 앞에서의 공연을 전시하는 것뿐만 아

니라, 안무자 본인의 머리카락, 손톱 등을 판매하는

인간판매장으로 변모시켜 전시 진행

뉴홈

창작년도 2012

창작자 차지량

장소 인천청라지구 인천아트플랫폼

특이사항 인천청라지구의 아파트는 현재 개발 중에

있으나, 인프라는 갖추어져있지 않고, 아파트만 분양

되고 있는 상태. ‘뉴홈’이라는 이름으로 관람객들에게

청라지구의 빈 땅을 함께 체험하고, 인천아트플랫폼

의 극장의 빈 공간에서 하룻밤 ‘새로운 집’을 경험하

도록 함

Ⓒ김현우(서울변방연극제) Ⓒ최성욱

95 건축가로서의 기획자: 축제공간의기획과 관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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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기획과 배치 이전과 이후의 관리

극장(극장이 아닌 극장, 장소특정적 연극을 위한 공연장소 등)은 단순히 ‘예술적

표현 활동을 위한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공간의 역사적 맥락과 더불어,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포함하여, 그 자체로서 이미 많은 요소들을 공연에

참여시키기 때문이다. 특정 공간을 공연장소로 기획할 때는 그 공간을 둘러싼

제도적, 문화적 구조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생활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때로는 지역 주민과의 갈등으로 인해 준비하던

프로젝트가 무산되기도 하고, 반대로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협조로 성공적인 공

연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특정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를 포함하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주체의 환경 요

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환경 요인에는 크게 ‘커뮤니티와의 관계’와 ‘기술적 요

인’이 있는데, 거리 등의 공공공간을 활용할 때는 행정가뿐만 아니라 그것을 실제

로 사용하는 커뮤니티와의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한편 무대 스펙터클을 구현하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기술적 영역에서 전문가들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공간 연구,

공간 설계, 커뮤니티와의 접점을 만드는 과정, 공간의 사용 허가 등의 프로세스를

거쳐야만 축제의 개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무엇보다 행정,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그리고 미학적 목표를 둘러싼 모든 메커

니즘의 각 과정을 결합하는 것이 ‘인적 요소’ 즉 사람임을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

요하다. 공간에 대한 배치와 관리는 결국 사람과 사람의 삶이 결합되어 있는 문

제다. ‘사람’에 대한 특정 ‘공간’에서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일, 역사와 시간을 가

늠하는 일, 공간의 시간을 살피는 일, 공간의 미학적 목표를 수행하는 일 등의

‘공간 기획’은 ‘사람’으로부터 시작하여 ‘사람’에서 끝난다. 그러므로 모든 단계에

공간의 기획과 배치의 모든 과정은 삶에 대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월간 『한국연극』

편집위원, 한국거리예술센터 운영위원을 맡

고 있으며, 아시아예술극장 창작 레지던시 '

도시횡단프로젝트 광주' 프로젝트 예술감독

(2013)을 역임했다. '변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예술의 언어로 말하고자 새

로운 장소성 그리고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와

새로운 무대언어 창작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

을 전개하고 있다.

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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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민지, 「도시공간과 실천적 일상전술의 예술적 실행」, 『현대미술학 논문집』, 한국현대미술학회(2012).

김백영, 「식민권력과 광장공간」, 『사회와역사 90』, 한국사회사학회(2011).

류지석, 「공간과 시간의 결절: 르페브르와 베르그손」, 『철학과 현상학 연구』, 한국현상학회 (2010).

앙리 르페브르 저, 『공간의 생산』, 양영란 역, 에코리브르(2011).

임인자, 「합법과 불법, 허가와 불허의 경계에서」, 『웹진 위클리 예술경영』(2010).

임종엽, 「극장건축의 공간유형과 도시성격의 상관성 연구」, 『한국실내디자인학회 논문집 16』, 한국실내디자인학회(1998).

97 건축가로서의 기획자: 축제공간의기획과 관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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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98

위기 관리자로서의 기획자:대외변수로 인한 축제 위기관리

이란희 하이서울페스티벌 공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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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위기 관리자로서의 기획자: 대외변수로 인한 축제 위기관리

위기란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부터 야기되는 혼란이며, 조직의 생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

치는 요소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는 위기를 “조직의 일상적인 업무를 뒤흔들고 조직의

미래 활동에 위협을 주며 주요 공중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건을 통틀어서 지

칭하는 것”1으로 정의한다.

현대사회의 공연예술축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생활로부터 해

방감을 제공할 수 있다는 본질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에 수반되는 수많은 위기와

위험의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한국의 축제는 대부분 공공재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회 전반의 정치·경제적인 맥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므로 축제는 그 자체의 특성에 기인한 내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다양한 돌발

상황이라는 외적인 요소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내·외적 요인은 모두 쉽

게 축제의 위기가 된다. 축제가 위기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재정적으로 그리고 축제의 명성

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축제에 닥친 위기 상황을 잘 관리하면 조직

을 재정비하고 이미지를 쇄신하여 신뢰도를 더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1김영욱, 『위험, 위기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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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100

여덟 가지 위기의 유형들

매순간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축제에서, 위기를 예측하고

관리하는 매뉴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위기란 말 그대로 예측할 수 없는 돌

발 상황인데, 어떻게 미리 예측하고 관리할 것인가? 이론가들은 닥칠 수 있는

위기의 특성과 위기의 영향이 미치는 방식을 통해서, 위기를 유형화하고 그로부

터 각각의 대응방안을 만들어 대비하면 손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위기경영학 분야의 거장인 포챈트(Thierry C. Pauchant)와 미트로프(Ian I.

Mitroff)는 현대사회의 위기의 유형을 기술경제적인 차원과 인간사회적인 차원으

로 구분하고, 그것을 다시 심각한 상태에서의 위기와 정상 상태에서의 위기로 구

분하였다.2 그 다음 각각을 교차 적용하여 아래의 8가지의 유형을 소개하였다.

2김영욱, 『위험, 위기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8.

기술경제적

인간사회적 정상 상태

유형 1 외부의 금전 관련 위기

유형 2 큰 규모의 피해

사례 1 축제 예산의 축소

사례 2 방사능 유출

유형 5 병리학적인 요인 관련

유형 6 여론의 공격 등

사례 5 신종플루, 조류독감 등

사례 6 천안함 사고

유형 3 외부의 정보와 관련된 위기

유형 4 외부의 기술경제적인 결함

사례 3 저작권 침해, 정보 유출

사례 4 무대 등 장비의 결함

유형 7 인식 차원의 위기

유형 8 인력관리상의 위기

사례 7 커뮤니케이션의 위기

사례 8 축제 사무국 인력과의 불화

심각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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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위기 관리자로서의 기획자: 대외변수로 인한 축제 위기관리

기술경제적인 차원에서의 심각한 위기 유형은 외부의 금전 관련 위기(유형 1)와

큰 규모의 피해(유형 2)를 말한다. 기술경제적이면서도 조직의 정상적인 상태

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위기는 외부의 정보와 관련된 공격(유형 3)이나 기술 경

제적인 결함(유형 4)을 말한다. 그리고 인간사회적이면서 조직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위기는 정신병리학적인 요인과 관련한 테러리즘이나 범죄로 인한 위

기(유형 5)와 소문이나 여론으로 인한 위기(유형 6)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인간

사회적인 차원에서의 정상 상태의 위기는 인식 차원의 위기(유형 7)와 인력관리

상의 위기(유형 8)를 말한다.

이러한 위기의 유형은 축제에서의 위기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외부의 금전

관련 위기는 경제 악화 및 기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축제 예산의 축소가 있겠

다. 기술경제적 차원의 큰 규모 피해는 2011년에 발생했던 일본의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같은 사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외부의 정보와 관련된 위기는

저작권 침해나 정보 유출로 인해 축제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

고, 외부의 기술경제적인 결함과 관련된 위기는 무대 등 축제에서의 장비 결함

으로 인한 위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병리학적인 요인과 관련한 위기는 사회 전

반에 퍼졌던 신종플루나 조류독감과 같은 전염병에 대한 위기 상황이 될 것이

고, 여론의 공격으로 발생하는 위기는 2010년의 천안함 사고로 인하여 형성되

었던 전 국가적인 애도 여론의 영향이 인간사회적 차원의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

문에 이 유형에 대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식 차원의 위기는 축제의 홍

보 및 커뮤니케이션의 위기를 들 수 있을 것이고, 인력관리상의 위기는 축제 사

무국 스태프와의 불화 등으로 인한 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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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102

여론의 공격으로 발생하는 위기

이와 같은 축제에서의 위기 유형화는 축제 조직이 위기 상황임을 감지하고, 그 대

책을 계획하는 데 효율적인 매뉴얼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위의

8가지 유형 중에서 유형 6에 해당하는 여론의 공격으로 발생하는 위기에 대해, 하이

서울페스티벌의 사례를 들어 소개하겠다. 특히, 위기 관리 이론이 커뮤니케이션 이

론에서부터 파생되었기 때문에 이 글에서의 사례는 축제의 위기와 관련된 중요한 이

해관계자였던 공연팀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였다.

하나,

2010년 천안함 사고로 인한

축제 일정 연기

2003년부터 시작된 하이서울페스티벌은 서울시가 주최하는 축제 브랜드로서

서울시의 공공재원으로 진행된다. 대도시 서울에서 시민의 화합과 소통을 강조

하는 시민축제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2010년부터는 ‘넌버벌(non–verbal)’을 테

마로 하는 전문공연예술축제로 재도약하였으며, 2012년부터는 거리예술장르에

집중하여 프로그래밍하면서 서울의 대표 거리예술축제로서 위상을 구축하였다.

첫 번째 소개할 사례는 공연예술축제로의 재도약을 목표로 12개국 21개 해외공

연팀, 50개 국내공연팀과 축제를 준비하던 2010년의 이야기다. 한참 공연팀과

협상하며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을 배치하던 2010년 3월 말, 한국 해군의 천안함

이 침몰하여 수십 명의 젊은 군인들이 사망하는 비통한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

로 인하여 전국적으로 애도와 슬픔의 여론이 확산되었으며, 이러한 여론을 의식

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축제성 행사를 축소, 연기 하거나 아예 취소한

다는 결정을 하기에 이른다. 서울시의 예산으로 이루어지던 하이서울페스티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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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위기 관리자로서의 기획자: 대외변수로 인한 축제 위기관리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 축제 사무국은 침몰 사고와 그에

따른 애도의 여론 속에서 축제의 취소와 축소, 연기를 고민하며 수차례 대책회의

를 가졌다. 결국 서울시의 최종 결정으로 축제가 같은 해 10월로 연기되었으며,

축제 참여를 협의해 오던 21개 해외공연팀과 50여개 국내 공연팀에게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통보하게 되었다.

보통 축제에서의 공연 관련 업무는 공연팀과의 계약 조건에 대한 합의 및 계약

서 날인을 완료한 후 항공권 예약, 숙소 예약, 비자 발급, 화물운송 등의

업무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당시에는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축제를 준비하

고 있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축제 참여 의향과 공연 일정, 공연료에 대한 합의

만 있는 상태에서 계약서 작성 및 항공권 예약, 화물 운송 업무 등을 동시에 진

행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축제의 연기 가능성이 논의되면서 공

연팀의 손해와 보상의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었

다. 최종 날인된 계약서가 없는 상태에서 축제가 연기될 경우, 발생하는 공연팀

의 손해와 그 보상에 대해서는 판단과 협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 사실

은 명백히 공연팀과의 불화의 시작이 될 수 있었으며, 더 나아가 축제의 이미지와

평판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기 요소였다.

당시 축제 사무국은 축제의 연기 또는 취소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던 순간부터

공연팀과의 계약 진행을 서두르기 시작하였고, 동시에 1차 계약금 지급을 완료

하였다. 이것은 불확실성으로부터 기인하는 위기의 요소를 줄이기 위한 축제 사

무국의 1차 대응이었다. 이후 서울시와의 대책회의를 통해 축제 연기를 결정하

고, 공연팀에 통보하여 참여 가능한 팀과 불가능한 팀을 구분했다. 공연팀마다

각각 업무 진행 속도가 달랐기 때문에, 축제 연기를 통보한 시점까지 발생한 손

해액은 모두 달랐다. 따라서 축제 사무국은 아래 표와 같은 매뉴얼에 의거하여,

개별공연팀과 그 손해 비용 및 보상에 대하여 협의하는 2차 대응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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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104

축제 일정 연기에 대한 공연팀과의 후속 협의 매뉴얼

구분 연기된 일정에 공연이 가능한 팀 연기된 일정에 공연이 불가능한 팀 비고

공연료 이미 지급한 계약금을 그대로

유지하여 10월 공연에 대한

계약금으로 전환

이미 지급한 계약금이 그대로 공연

취소에 대한 위약금이 됨

최종 날인된

계약서에 근거

항공료 취소 및 변경하고 그 수수료 지급 취소하고 그 수수료 지급

(취소가 불가능한 항공권의 경우

전액 지급)

화물

운송료

이미 출발한 화물의 경우엔

서울에서 받아서 10월까지 보관

(중간에 일정이 없는 경우)

선적을 준비하고 있던 화물의 경우엔

취소 후 비용 지급

이미 출발한 화물의 경우엔 서울에서

받아 다시 되돌려 보내고 그 비용 전액

지급

기타

비용

실비 지급 실비 지급

당시 축제 사무국이 위 표와 같은 매뉴얼을 만들고 순조롭게 협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위기를 감지했던 시기에 공연팀과의 관계에 있어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1차 대응을 했기 때문이다. 위기 관리란 불확실성을 줄여서 공중(이해관계

자)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하고자 하는 조직행위다.3

3김영욱, 『위험, 위기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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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위기 관리자로서의 기획자: 대외변수로 인한 축제 위기관리

Letter of postponeⓒ서울문화재단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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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106

천안함 사고 및 축제의 대응과 관련한 주요 일지

날짜 주요 내용

2010년 3월 36일 천안함 침몰

2010년 3월 27일 청와대 공식 일정 모두 취소 또는 연기

해군 탑승 장병 105명 중 실종된 46명 명단 발표

2010년 4월 1일 천안함 침몰 사고를 고려해 경기도와 도내 시·군들이 각종 축제성 행사를 축소,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한다는 뉴스 발표

2010년 4월 5일 공연단체에 천안함 침몰 사고 소식과 함께 축제가 이에 영향받아 취소 또는

연기될 수도 있다는 것을 통보

2010년 4월 7~8일 공연단체와의 계약서 날인 및 1차 계약금 송금

(계약서가 없음으로 인하여 예상되는 불화를 줄이기 위한 조치)

공연단체와의 후속 협의 매뉴얼 작성

2010년 4월 12일

이후

축제 연기를 통보하는 공식 레터 발송

공연단체별 후속 협의 및 배상 업무 진행

둘,

2011년 일본 방사능 원전 사고로 인한 위기

2011년,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갑작스레 발생한 진도 8.8의 강진으로 인

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여 방사능이 유출되었다. 인근 국가의 대

기 상공에 방사능 경보가 발표되면서 축제에 초청되었던 해외공연팀들이 참가

불가를 통보하였다. 당시 하이서울페스티벌은 11개국, 19개 공연단체를 초청할

예정으로 공연팀과 협의하고 있었는데, 일본에서의 사고 소식이 발표된 후 약

20일 동안, 초청 예정이었던 공연팀에게 사고와 관련한 아무런 메시지도 전달

하지 못하였다. 축소 보도에 대한 의혹과 불안함을 자극하는 온갖 인터넷의 소

문으로 인한 인식의 혼란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 전략을 결정할 수 있는 객

관적이고 정확한 데이터를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너무 전문적이고 엄청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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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위기 관리자로서의 기획자: 대외변수로 인한 축제 위기관리

사고였기에 어떤 데이터를 기준으로 대응전략을 세워야 할 것인지조차 알 수 없

었다. 유럽의 공연팀은 이미 체르노빌 사고에 대한 기억과 당시 사고를 축소해

서 보도했던 러시아 정부와 언론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 만한 전문적이면서도 공정한 조직의 판단이 필요했다. 급기야

일본에서 예정하고 있던 정명훈과 체코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전면 취

소되었고, 방사능 유출이 심각하다는 국제기구의 발표가 이어졌다. 그리고 통영

국제음악제와 페스티벌봄의 개막공연이 취소되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공연팀 중 한 팀이 취소를 통보해 왔으며, 또 다른 한 팀은 취소가 가

능한 항공권 티켓을 예약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더 심

각해질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여러 팀들은 계약서의 불가항력 조

항에 이번 방사능 유출에 관한 문구를 추가할 것을 요청하였다.

이러한 공연팀들의 요구로 인하여 축제 사무국은 위기를 인식하였고, 즉시 사

고에 대한 축제의 입장을 설명하는 예술감독의 이메일이 발송되었다. 2010년의

축제의 연기 상황은 보다 중차대한 문제였기 때문에 공식 레터의 형태로 발송하

였지만, 이 경우에는 공식적인 레터의 형태보다는 예술감독 개인 이메일을 통하

여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대응한 것이었다. 현재까지는 일본에서의 방사능 유출

로 인한 위험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에 의해 발표되었으며, 혹시라도 상

황이 악화될 경우엔 분명히 공연팀과 내용을 상의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찾겠다

는 내용이었다. 이 레터의 발송 이후에 공연단체의 혼란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

으며, 더 이상 공연 취소나 혼란 없이 무사히 축제를 치러낼 수 있었다.

방사능 유출과 같이 기술경제적인 차원에서의 심각한 상황의 위기는 축제 조직

에서 그 위기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이나 극복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 없는 것

이 사실이다. 이러한 경우에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자와의 시기적절한 커뮤니케

이션이다. 적절한 시기에 위기 상황에 대하여 정확하고 침착하게 설명하고 그에

따른 축제 조직의 입장이 어떠한지 전달하는 것, 공연 팀이 원하는 사항이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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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108

인지 들어주고 불안감을 없애주는 것, 그리고 차후 계획에 대한 정확한 부서의

시스템 가동 등에 대한 안내가 그것이다.

일본 원전 사고와 축제의 대응과 관련한 주요 일지

날짜 주요 내용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에 규모 8.8의 강진 발생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인근 주민들 대피 뉴스 발표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지는 않았다고 발표

2011년 3월 12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소량의 방사능 유출 확인

·일본 정부 원자력 긴급사태 선포

·기상청은 우리나라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발표

·세계보건기구(WHO)는 방사능 유출로 인한 위험 낮다고 발표

2011년 3월 14~15일 ·원전 추가 폭발, 방사능 수치 급증

· 국제원자력기구(IAEA) 후쿠시마 원전이 제2의 체르노빌 사태처럼 대형 사고로

번질 가능성 거의 없다고 발표

· 세계보건기구(WHO)는 일본에서 유출된 방사능이 일반 대중의 건강에 미치는

위험도는 최소 수준이라고 주장

·일본 정부 방사능 유출 가능성 높아졌다고 공식 시인

· 세계기상기구(WMO) 일본 방사능 동쪽으로, 인접국에 당장엔 영향 없다고 발표

2011년 3월 16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일본 정부의 정보 공개 미흡 지적

·일본 강진으로 정명훈과 체코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일본 공연 전면 취소

· 화산재예보센터(VAAC)5 한국–중국–일본–러시아–미국 비행 방사능 경보

발령

2011년 3월 18일 ·세계보건기구(WHO) 원전 방사능 유출 피해 제한적이라고 발표

2011년 3월 19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방사능 물질의 대규모 유출 없다고 발표

2011년 3월 24일 ·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Salzburg

Mozarteum Orchestra) 취소

2011년 4월 1일 ·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The Youth Orchestra of Caracas)

내한공연 취소

2011년 4월 4일 ·공연팀 중 1팀이 축제 참가 취소를 통보

2011년 4월 5일 ·공연팀 중 1팀이 취소가 가능한 항공권 예약을 요청

· 공연팀 출연계약서에 일본의 방사능 관련 내용을 불가항력 조항으로 추가

2011년 4월 6일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예술감독의 공식 이메일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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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위기 관리자로서의 기획자: 대외변수로 인한 축제 위기관리

위기 관리 매뉴얼

위기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해당 조직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기의 목록을 만들

고 그것을 나름대로 유형화한 후, 각 유형별로 조직의 상황에 적합한 위기 관리 대응

책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위기 관리 대응책은 최대한 자세하게 짜야 하

고, 각각의 위기 상황에 대한 철저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미트로프의 위기 관리 모델은 조직이 위기 관리를 위해서 고려해야 할 네 가지

요소, 즉 위기의 유형(types), 위기의 발전 단계(mechanism), 위기의 원인이 되

는 조직의 시스템 요소(system), 위기에 의해서 영향을 받게 되는 관련 이해 당

사자(stakeholder)이 모두 반영된 계획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요소를

통합한 준비 체계와 실행 역량을 확실하게 갖추고 시뮬레이션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시나리오(매뉴얼)다. 미트로프의 위기 관리 모델을 적용한다면, 축제

조직은 앞서 언급한 위기의 유형에 따라 다음 위기 관리 모델을 적용하여 매뉴

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란희

2010년에서 2012년까지 하이서울페스티

벌 해외공연 총괄매니저. 2012년에는 여수

세계엑스포와 세계거리극축제 해외공연 총

괄매니저, 부산국제무용제에서 해외공연팀

의 섭외 및 운영을 담당했다. 2013년부터는

하이서울페스티벌 공연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미트로프의 위기 관리 모델 (2001) 축제의 위기 관리 모델 사례

어떤 유형의 위기인가

: 인간 사회적심각한 상태

메뉴얼(시뮬레이션 훈련)

관련된 실무부서는누구인가

: 축제 사무국

위기 상황은 얼마나 진행 되었는가

: 위기 인식 단계

이해 관계자는누구인가: 공연단체

위기 유형

시나리오

조직 시스템

위기 발전 단계위기 관련 공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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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110

행정가로서의 기획자: 협력 네트워킹 및 파트너십 방법론

김덕희 前안산국제거리극축제 제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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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행정가로서의 기획자: 협력 네트워킹 및 파트너십 방법론

축제는 짧은 기간에 대규모의 인력과 예산이 투입되는 집약적인 행사다. 때문에 민간의

영역에서 지원금도 없이 대규모 축제를 운영하기란 매우 어렵다. 2000년대 이후 폭발적으

로 성장한 축제의 동력은 지방자치제의 정착에 따른 지역축제의 개발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재 국내의 축제들은 주로 지자체의 연례행사로서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통해 개최되고 있다.

공공재원을 통해 운영되는 축제들은 계획 수립, 예산 편성 및 집행, 인력 및 사업 운영 전

반에 걸쳐 공공기관과 함께 행정적 업무들을 수행해야 한다. 실제로 축제를 운영할 때, 이

러한 행정적 업무는 예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한다. 게다가 지자체에 대한 축제

재원 및 운영의 의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기획자에게도 더 많은 행정적 업무처리 및 업무

능력이 요구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까지는 단순한 ‘기획자’였던 ‘행정가로서의 기획자’들

은 이를 수월하게 처리하기 위한 여러 가지 문제해결방법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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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112

행정가로서의 축제 기획자의 역할

예술축제의 기획자에게 ‘행정가’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이유는 축제의 독특한

운영 기반의 특성 때문이다. ‘행정가로서의 기획자’라는 표현에 대해 주관적인

해석은 ‘매개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크게는 기관, 예술가 그리고 시민(관

람객)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역할인 셈이다. 거리예술축제는 최종적으로

수준 높은 거리예술공연을 통해 시민의 예술 향유를 증진하고, 더불어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축제로의 성장이라는 이상적인 목표를 지향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향점에 도달하기까지의 축제 참여자들의 목표와 방식은 사뭇 다르다. 거리예

술축제의 경우 지자체는 지역을 대표하면서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주민복

지가 실현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한편, 예술가들은 거리라는 새로운 공간에

서 펼쳐내는 예술작업 및 공연의 유통을 목표로 삼는다. 이 둘의 목표는 때로는

일치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긋나기도 한다. 그리고 시민의 목적은 매우 다양

해서 단순한 유흥거리를 원하는 관객들도 있고, 심도 깊은 거리예술을 원하는

관객들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목적과 이해가 얽혀 있는 관계를 풀어주고 매개해 주는 것이 행

정가로서의 기획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공무원들에게는 예술의 가치와 역

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예술가들에게는 현실적인 조건과 기능에 대해 설득하

고, 관객들에게는 거리예술을 통한 예술적 체험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가치

가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나,

지자체와의 협력관계

안산국제거리극축제1는 안산시가 주최하고 안산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안산을

1 안산국제거리극축제

(Ansan Street Arts Festival)

2005년부터 매년 5월 국내외 최고의 아티

스트들이 펼치는 거리축제 한마당으로 ‘거리

에서의 새로운 문화 발견’을 지향하며, 일상

의 공간을 예술적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관

객과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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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행정가로서의 기획자: 협력 네트워킹 및 파트너십 방법론

대표하는 지역예술축제이다. 축제의 실질적인 업무는 안산문화재단 내의 축제

사무국에서 이루어진다. 지난 10년의 기간을 통해 안산시를 대표하는 축제로

성장해 왔으며, 매년 5월 5일을 즈음하여 개최되는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축제

이다. 대규모의 관람객들이 찾아오는 안산시 최대의 축제이기 때문에 그만큼

안산시과 안산문화재단의 관심도 매우 높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안산의 신

도시 한가운데에 위치한 안산문화광장에서 개최되며, 3일간의 축제 동안 광장

주변의 도로를 전면통제한다. 따라서 시청, 경찰서, 소방서, 시설관리공단, 자

원봉사센터 등 안산시의 각종 기관들의 원활한 협조가 절대적이다. 축제 사무

국은 이러한 관계기관들과의 협력 및 소통을 위해 아래와 같은 단계적 협의 과

정을 거치게 된다.

사업계획 및 예산수립

•시기 : 매년 9월~10월

• 내용 : 차기년도 축제 기본계획 및

예산수립

• 비고 : 재단심의, 시 문화예술과

심의, 시의회 심의 및 의결을 통해

사업예산이 확정

지자체 축제심의

•시기 : 매년 11월 중순

• 내용 : 지자체에서 개최하는 축제에

대한 결과보고 및 사업계획에 대한

검토

• 비고 : 지자체 축제 심의위원들의

의견 청취 및 수렴

축제 기본계획안 수립

•시기 : 매년 12월 초순

• 내용 : 프로그램 구성, 운영계획 등

축제전반에 대한 계획안 보고

• 비고 : 재단내부 및 시 문화예술과

보고회

축제 중간보고회

• 시기 : 매년 2월 중순

• 내용 : 최종 프로그램 구성 및

축제홍보 진행 등에 대한 보고

• 비고 : 재단 및 시청관계부서

대상의 보고회

축제 최종보고회

• 시기 : 매년 4월 초순

• 내용 : 프로그램 구성, 축제운영

전반에 대한 최종 보고

• 비고 : 재단, 시청 관계부서 및

안산시 관련기관 전체 대상의

보고회

결과 보고회

• 시기 : 매년 7월 초순

• 내용 : 축제전반에 대한 결과보고

및 토론회 개최

• 비고 : 결과보고자료집 제작 및

전문가 토론회를 통한 축제 성과

평가

01

05

02

03 06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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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114

이 외에도 시청 담당부서, 재단 내부 협력부서 및 관련 기관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업무 협의와 소통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각각 다른 목적을 가지고

운영되는 다양한 관계기관들의 협조와 동의를 얻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

다. 이러한 작업은 공공행정의 기본이 되는 품의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지속적인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협의의 기

술이 필요하다. 각각의 협의 및 보고들을 위해 문서화 작업을 진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 업무 매뉴얼에 따른 프로세스 구축, 관련 자료의 수합 및 정리, 프레

젠테이션 자료 제작, 협의전략구축 등의 사전작업을 해야 한다. 모든 소통에 있

어 기본이 되는 사업계획안을 세밀한 부분을 포함하여 완성도 있게 만드는 것

이 매우 중요하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많은 변수가 발생하는 공연예술의 특성

때문에, 필요한 일정에 맞춘 적절한 내용을 완벽히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둘,

예술가와의 협력관계

행정적 절차는 축제 기획에 있어 매우 중요한 영역이기는 하지만 최우선순위를

공무행정에 두었을 경우 예술가와의 협력관계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

술가들은 실무자들보다는 행정절차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자칫하면 예술가

들에게 ‘No’만 외치는 기획자가 될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서는 예술작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예술가들에게 행정적 절차를 이해시키고

그들이 가장 쉽고 편리하게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방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각 축제의 특성에 맞는 업무 매뉴얼 및 관련서식을 정리하여 중복된 작업을 피하

고 문제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술축제에 있어 예술가와의 협력은 단지 행정적 절차를 해결하는 것에서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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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행정가로서의 기획자: 협력 네트워킹 및 파트너십 방법론

지 않는다. 축제와 예술가가 함께 성장한다는 개념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예술

작품이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상업적 물품이 아니며, 그 자체가 축제의 가장 핵

심적인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거리예술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하

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인프라와 콘텐츠가 부족하기도 하다. 때문에 축

제에서는 다른 축제들과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

거리예술단체들은 빈약한 유통구조로 인한 작품개발의 제약을 안고 있다. 거리예

술축제의 장기적 발전과 안정을 위해서는 축제가 거리예술작품들을 단체 프로그램

구성을 위한 대상으로서만이 아니라 거리예술이라는 장르를 활성화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는 2013년부터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을 도입

하였다. 이는 일종의 축제 제작 프로그램으로서 지역 맞춤형 작품 제작과 이를

통한 축제의 차별화를 목적으로 하였다. 운영방식은 총 7명의 크리에이터

(협력 아티스트 4명, 협력 프로듀서 3명)를 선발하여 각각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의 맞춤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이는 축제가 벌어지는 ‘안산’이라는 도

시를 테마로 축제의 공간, 지역의 특성을 배경으로 하는 거리예술 콘텐츠를 개

발하는 것이었다. 크리에이터 프로그램들은 지역 조사를 기반으로 하는 도시 이

야기(<다페르튜토 안산(크리에이터 적극)>,<도시내시경: 안산 (크리에이터 김조

호)>), 안산의 대표 화가인 단원 김홍도를 모티프로 하는 시민참여형 프로젝트(<

단원 그림 속 ‘풍경 2013’(크리에이터 노영아)>), 미술작가들과 커뮤니티 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거리미술 퍼레이드<퍼레이드 삼일유가>, 컨테이너를 통해 축제

공간을 조성한 <큐브시티(크리에이터 김경희)>, 시민들과 함께하는 야외 대형

디제이파티 <사운드 피크닉@안산 (크리에이터 류성효)>, 거리공간을 활용한 무

용공연 <익스큐즈 미(크리에이터 양길호)> 등의 7개의 공연으로 진행되었다. 크

리에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축제는 7개의 지역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

었고, 아티스트들은 축제 제작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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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116

크리에이터 네트워크 3차

Ⓒ안산국제거리극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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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행정가로서의 기획자: 협력 네트워킹 및 파트너십 방법론

크리에이터 다페르튜토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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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118

또 하나의 숨겨진 목적은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 간의 창작 네트

워크를 구축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위해 ‘크리에이터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진

행하여 서로의 작업 과정을 공유하도록 하였다. 네트워킹 프로그램은 크리에이

터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각 프로젝트의 내용에 대한 공유, 프로젝트 중간점검

및 이에 대한 공통의 의견 수렴, 프로젝트 최종점검 및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평가 등 총 3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이를 통해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의 진행 과

정을 공유하고 크리에이터 간의 협업을 시도할 수 있었다.

셋,

시민들과의 공동작업

최근의 문화정책 변화에 따라 축제 기획자들에게 요구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의 개발이다. 관객은 축제의 최종 수요자로서 축제의 모든

프로그램들은 관객의 만족을 위해 구성되는 것이다.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은 관객이

단순한 관람자로서만이 아니라 예술행위의 주체로서 참여하는 것인데 이상적으로는

매우 바람직한 프로그램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몇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커뮤니티아트의 특징은 시민이 예술의 수요자로서가 아니라 공급자로서 예술

행위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들은 전문예술가가 아니기 때문에 커뮤니티 아트의

프로세스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예술적 체험을 통해 하나의 공연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 자체

가 목적인 셈이다. 때문에 단기간의 교육프로그램이나 워크숍을 통해서 과정과

결과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에 대한 흔한 접근은 수백 명 이상의 시민들이 대규모로

참석하여 축제에서의 대형공연을 보여주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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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행정가로서의 기획자: 협력 네트워킹 및 파트너십 방법론

는 시민들의 모집, 교육, 리허설, 공연 등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예술적 체험

에 있어서도 일종의 질량보존의 법칙이 존재하는데 이는 참여자의 수가 많을수

록, 체험(워크숍)의 시간이 적을수록, 예술가(강사)의 수가 적을수록 체험의 농

도가 엷어진다는 것이다. 즉, 한정된 예산에서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

을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참여자의 예술체험의 깊이가 얕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은 이러한 행사들이 주민참여형 예술 프로그램의 결과로서 나타나

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행사로서 주민들이 동원되는 형태로 나타나기

도 한다. 프로그램의 목적에 따라 접근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주민참여형 프

로그램은 좀 더 소규모의 집단을 대상으로 장기적·단계적 프로젝트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2013년 축제의 공연 <단원 그림 속 ‘풍경 2013’: 신들이 돌아오다>(프로젝트 시

공간)에서는 공연 두 달 전에 지역의 참가자를 모집하고 총 10회의 워크숍을

통해 참여자 교육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안산을 대표하는 단원 김홍도의 그림

속 인물들을 한지 의상을 통해 재현해 내는 공연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참

여자(시민)들은 예술행위의 주체로서 움직임 연기를 훈련하고, 캐릭터를 창출

하여 공연에 참가했으며, 무엇보다 참가자 간에 가족 같은 유대관계를 형성하

여 예술 참여의 동기를 충족할 수 있었다.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에는 프로그램(과정과 결과)의 목적, 방법론

(주민참여)에 대한 이해, 대상(주민과 예술가)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하여야 하며, 각기 다른 목적과 이해관계에 대한 해석과 소통을 기반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이상적으로는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지역 예술가들과의 협력

적 관계를 기반으로 매년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야 하

며, 시민들이 자부심과 만족감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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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120

단원 그림 속 ‘풍경 2013’: 신들이 돌아오다

시민 워크숍 Ⓒ안산국제거리극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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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행정가로서의 기획자: 협력 네트워킹 및 파트너십 방법론

나오며

행정가로서 매개자로서 축제 기획자의 작업은 기관과 예술가 그리고 시민과의

관계를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축제라는 형태로 소통하게 하는 것이다. 일

련의 행정작업들은 결국은 이러한 소통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자 절차인 셈이

다. 때문에 축제의 근본적 목적과 소통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원활하게 해주는

행정작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실제 작업을 진행 하다 보면 목적을 잃어버린 채 관행적으로 진행되는 불합리

해 보이는 업무들, 소통을 가로막는 갑과 을의 관계 형성, 소기의 목적과는 상

반되는 다양한 외부적 요구들이 존재한다. 결국은 축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

면서 이러한 난관들을 헤쳐나가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문제지만, 그것 역시 축

제 기획자의 업무이자 역할로서 받아들여야 한다.

김덕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학과에서

드라마터지 및 비평을 전공하고, 공연창작

집단 ‘뛰다’의 기획팀장이자 프로듀서로서 9년간 활동했다. 2013년까지 안산국제거리극

축제 제작팀장으로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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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122

커뮤니케이터로서의 기획자 : 축제 관객과의지속적인 소통

성무량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기획제작팀장, 前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해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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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커뮤니케이터로서의 기획자: 축제 관객과의지속적인 소통

축제 조직의 구축과 해외축제 방문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이하 스파프)는

2004년 김광림 예술감독이 임명된 이후, 조직과 프로그래밍 방식 등 전반적인

시스템 구축을 시작하게 되었다. 홍보팀을 강화하고자 대학로에서 홍보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모으고, 각 팀에 자율성을 부여하여 창의적인 사무국 분위기를

형성해 나갔다. 요즘도 가끔 그때가 생각나는 것은 그 모습이 그리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맡은 임무는 내한하여 공연하게 될 해외공연팀(지금의 국제교류 담당)을

꾸려가는 일이었다. 공연예술계 진입이 처음이었던 나에게 김광림 예술감독

은 지금 생각해도 파격적인 일들을 맡겼었다. 아비뇽페스티벌, 쿤스텐페스티벌

(Kunstenfestival de Arts), 도쿄예술제(페스티벌 도쿄의 일종의 전신 축제) 등을

돌며 빠르게 현장에서 배워나갔다. 그때의 업무는 프로그래밍을 발전시켜나가

는 것이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보았던 여러 축제의 홍보방식이 자연스

럽게 습득되었던 것 같다. 이러한 과정들이 이후 국내공연 프로그래밍과 홍보

를 총괄하게 되었을 때 활용 가능한 아이디어로 이어진 셈이다.

홍보물과 축제 콘셉트

초창기 스파프는 국내 예술가들과 공연 마니아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축제로

자리 잡고자 했다. 큰 기조는 ‘새로움을 향한 시도와 도전’이었고, 그에 따라 로

고와 이미지를 만들었다. 피드백과 토론을 통해 ‘자전거와 바퀴’로 정해졌다.

이후 2006년 김철리 예술감독의 부임과 함께 스파프는 동구권 중심의 연극축

제 이미지가 강해졌다. 홍보물은 ‘독특한 얼굴’로 자연스레 변화하게 되었다.

그 이후 몇 년간은 비슷한 콘셉트의 프로그램과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고, 무

난하게 관객들에게 어필을 할 수 있었다. 한편, 스파프에서는 크게 세 가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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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124

SPAF 2005 포스터

ⒸSP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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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커뮤니케이터로서의 기획자: 축제 관객과의지속적인 소통

SPAF 2006 포스터

ⒸSP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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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126

홍보물을 제작하였다. 하나는 티저 리플릿으로 보통 축제 6개월 전에 만들어졌

다. 이후 축제에서 국-영문으로 된 메인 리플릿을 제작 배포하였고, 프로그램

북은 유료로 판매하였다. (2011년에는 해외 유수 축제들이 그러하듯 무료배포

를 시도하였다.)

홍보물은 관객과 소통하는 데 기본이자 시작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부분을 고

려해야 한다. 홍보물 디자인은 축제의 콘셉트를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으

로서 온-오프라인에 일괄적으로 사용되기에 신중하게 정해져야 한다.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디자인 과정에서 상부로부터 많은 개입과 결정 단계를 거치

게 되면, 이미지는 구심점을 잃고 설명 위주의 뻔한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

았다. 큰 콘셉트만 정해진다면, 실무진과 디자이너에게 재량권을 넘겨야 훨씬

더 심플하고 관객에게 어필하는 결과물이 나온다. 그간 스파프의 홍보물들은 대

부분 대학로 홍보물들을 선도하는 수준이었다고 자평할 수 있는데, 이는 정확한

콘셉트와 팀워크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는 스파프가 한팩(HANPAC

한국공연예술센터)으로 이관되면서 그간 자리를 잡았던 전체적인 콘셉트가 중

심을 잃었고, 그 흔들림의 흔적은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홍보물에도 고스란히 드

러났다. 홍보물은 단순한 이미지나 색채 배열이 아니다. 그것에는 조직의 커뮤

니케이션의 정도와 고민의 흔적이 드러난다. 소통이 원활하다는 이유만으로 늘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홍보물의 변천사를 통해 그

맥락을 감지할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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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커뮤니케이터로서의 기획자: 축제 관객과의지속적인 소통

2011 예술가와의 대화

ⒸSP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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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128

예술가와의 대화

‘예술가와의 대화(CA: Conversation with Artist)’는 스파프가 축제 초반부터 시

도했던 부대행사다. 축제 초창기의 해외공연은 대부분 관객들에게 쉽게 이해되

지 않았으므로, 공연 후에 연출과 배우들이 바로 그 무대에서 관객과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예술가와의 대화는 처음에는 사회를 맡은 평론가와 연출의

대담 성격이 강했다면, 해를 거듭할수록 상당수의 질문이 오고 가거나, 용감한

신세대 관객들이 원어로 질문을 하는 등 직접적인 소통을 위한 적극적인 참여

의 장으로 변화했다.

‘예술가와의 대화’는 준비 단계에서 적임자를 섭외하고, 사회자와 연출을 미리

만나게 하고, 통역의 역할을 짚어주는 등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루하고 일방적인 강의로 끝나기 쉽다.

스파프의 ‘예술가와의 대화’는 토론문화가 익숙지 않은 시기에 출발했지만, 이

제는 다른 행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게 축제의 일부로 자리 잡

았으며, 예술가와 관객이 서로 다른 입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현재 많은 축제들이 ‘관객과의 대화’로 그 명칭을 바꾸었지만, 스파프는 여전

히 ‘예술가와의 대화’를 고수하고 있다.)

젊은 비평가상

스파프가 지속적으로 성장하자 여러 전문가 집단에서 다양한 요구들을 내놓았

다. 그중 하나가 신진 평론가를 발굴하여 빈약한 평론가층을 두껍게 하자는 것

이었다. 그에 대한 제안으로 2005년부터 ‘젊은 비평가 상’이 시작되었다. 처음

에는 스파프의 해외초청작 중 하나를 선택해서 글을 내는 것이었고, 이후에는

장르나 작품 선택에서 보다 자유로운 형식을 갖추게 되었다. 이 제도를 통해 젊

은 평론가들이 글을 쓸 기회를 갖게 되었다. 또한 당선자에게는 일종의 혜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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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커뮤니케이터로서의 기획자: 축제 관객과의지속적인 소통

부여했다. 연극의 경우, 평론가협회 회원자격의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것으

로 하고, 자신이 선택한 해외페스티벌에 가서 공연을 보고 그 참관기를 내는 것

이었다. 그렇게 발굴된 비평가들 가운데 몇몇은 평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

고 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재능 있고 지적인 젊은 목소리들을 공연예술계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게 되었으며, 동시대의 예술현장을 젊은 눈으로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아카이빙

축제가 해를 거쳐 진행됨에 따라 한국 공연예술계 전반의 문제점 중 하나인 ‘아

카이빙’에 대한 욕구도 자연스레 일었다. 스파프는 이미 40여 분간 진행되는 예

술가와의 대화를 모두 녹취하여 축제 사이트에 올리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관

객들이 읽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내부적인 아카이빙의 시초는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10년 즈음부터 국립자료원 등의 공공 예술기관이나 ‘문지문

화원 사이’ 등의 민간 예술단체에서도 공연예술계의 아카이빙 필요에 대해 공감

하고 있었다. 마침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스파프의 공연을 보고 주요 작품에 대

한 글들을 싣는 데 흔쾌히 동의했고, 그 글은 인문예술잡지 《F》에 실렸다. 스파

프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으나, 이후 축제 담당자들이 바뀌면서 지속적

으로 시도되지 못하였다. 공연예술계 담론이 내부에서만 생산되고 소비되는 행

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기회였기에 더욱 아쉬웠다. 축제의 아

카이빙은 이처럼 연극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미학, 예술학 등을 다루는 다양한

매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여러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창구를 계발하는 등

의 확실한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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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축제기획자의 역할

130

합평회와 설문 분석을 통한 사후평가

스파프는 공연예술계 전반에서 주목받던 축제였기에, 늘 다양한 요구와 목소

리가 감싸고 있었다. 따라서 축제를 준비하는 우리들에게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분석하는 일 또한 중요한 의무였다. 축제가 끝나고 난 12월에

는 한국 연극평론가협회와 무용평론가협회(지금의 춤평론가회)에 의뢰하여 공

동으로 진행하는 ‘합평회’ 형식의 모임을 만들었다. 국내외 작품의 평가와 축제

전반에 대한 제언과 개선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기에, 사무국 식구들은 겸

손한 자세로 경청했으며, 가끔 예술감독이 긴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지만 마지

막에는 함께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다음 해를 기약하는 그런 수순이었다. 일종

의 전문가 집단 뒤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 구체적인 관객 평가는 문화리서치

피오와 함께하는 설문 분석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좀 더 재미

있는 예상이 가능해졌다. 이 분석 작업은 3년 이상 지속되었고, 추후 더 큰 구

상을 해보며 발전시키자는 기약을 했으나 여러 가지 여건상 지속되지 못한 점

이 못내 아쉽다.

커뮤니케이터로서의 나

돌이켜보면 참 아쉬운 점도 많다. 막상 일할 때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정확

히 모른 채 일 자체에 매몰된 적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같이 일하는 동료를 배

려하기보다는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채찍질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잘하는 점을 격려하기보다는 모자라는 점을 지적하고 좀 더 완벽해

지기를 바랐다.

스스로 커뮤니케이터로서 능력이 월등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다만 작품

을 섭외할 때나 행사를 기획할 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하는 모든 방법

을 동원했던 것은 사실이다. 밀어붙이기가 통해서 망정이지, 큰 망신살이 뻗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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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커뮤니케이터로서의 기획자: 축제 관객과의지속적인 소통

을 뻔한 일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하다. 여러분은 그런 우를 범하지

말고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사람을 보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라고 조

언하고 싶다. 지난 8년여간 스파프에서 일하면서 얻게 된 ‘커뮤니케이터’ 로서

의 경험이 지금 극장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래밍 업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맡고 있는 업무가 이후 경력에도 반석이 되고, 앞으로 이어질 커리

어와도 연관성을 가질 수 있으니 항상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성무량

국제교류 기획자 겸 프로듀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국제공연

예술제 해외팀장으로 활동했으며, 한-

호주 연극 <K> (2005), 한-인도 연극

<Pushed> (2006), 한-오스트리아-미국 연

극 <Trojan Women> (2007), 한-호주 연극

<Strange land>(2008), 한-프 연극 <코뿔

소Rhinoceros>(2010) 등을 추진했다. 현재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기획제작팀장으로 재

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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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 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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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프로그래밍:축제 프로그래밍과 제작 사례

김신아

축제예산구조 및 재원조성:민간 축제의창조적 펀드레이징

오성화

축제인력구성: 자원활동가 포함비상근 인력 중심

신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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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직무

134

축제프로그래밍: 축제 프로그래밍과 제작 사례

김신아 프로듀서, 前 시댄스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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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축제프로그래밍:축제 프로그래밍과 제작 사례

목표는 명확하고 과정은 치열하게

축제 전체를 놓고 보면 꼭지 하나에 불과할지라도 각기 사연은 다르다. 우리나

라 공연과 물물교환 형식으로 소개하는 외국공연도 있고, 특정 시장에 들고 나

가기 위해 몇 년을 공들여 개발한 레퍼토리도 있다. 그런가하면 현재 국내공연

계가 해결하지 못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플랫폼 성격의 프로젝트

를 개발하여, 여기서 나온 작품을 국제무대에 유통시키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

든 축제가 앞뒤 가리지 않고 국제교류만 하겠다고 나설 필요는 없다. 반드시 대

의명분에 부합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관객과 예술가 모두가 축제의 경험을 통

해 보람을 얻을 수 있도록, 소통 채널을 열어주고 원활하게 운영하는 데 모든 노

력을 집중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축제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 즉 철학이다. 루마니아 시비우국제

연극제(Sibiu International Theatre Festival)1의 콘스탄틴 키리악(Constantin

Chiriac)은, 관람객 수로 따졌을 때 세계 3위 규모의 공연예술축제를 창설한 예

술감독이다. 니콜라에 차우셰스쿠(Nicolae Ceauşescu)2 이후 루마니아 예술이

쇠퇴의 길을 걷던 무렵, 시비우 국립극단인 ‘라두 스탕카(Teatrul National Radu

Stanca Sibiu, 1918.1.26 ~ 1989. 12.25)’ 소속배우였던 그는 시비우를 유럽의 문

화수도로 만들겠다는 꿈을 꾸었다. 살던 집을 저당 잡힐 정도로 개인의 주머니

를 털어, 2년 동안 전문적인 연극축제 창설을 준비했다. 1993년 루마니아와 몰

도바공화국만으로 소박하게 시작한 시비우국제연극제는 14년 만인 2007년, 70

개국이 참여하고 2500명 정도의 관람객이 방문하기에 이른다. 축제 창설 20주

년을 맞이한 2013년에는 360편의 공연이 66개의 장소에서 펼쳐졌고, 시비우 시

(市)는 시 예산의 20퍼센트를 문화에 배정했다.

1루마니아 시비우 국제연극제

루마니아의 트란실바니아에서 매년 열리는

공연예술축제. 전 세계에서 관람객이 세 번

째로 많은 축제이기도 하다. 20회째 였던

2013년에는 6월 ~ 16일에 개최되었다. 현

대의 루마니아의 축제를 이끌고 있으며, 세

계적인 예술가들의 공연을 만날 수 있는 좋

은 기회이기도 하다.

2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루마니아의 독재자로, 1965년부터 1989년

총살되기 며칠 전까지 공산주의 국가 루마

니아 사회주의 공화국의 국가 원수(1974년

부터는 대통령)를 지냈으며, 1989년 공산주

의 정권이 무너지자 도주를 시도하다가 총

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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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직무

136

축제는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진화한다

외교통상부의 쌍방향 문화교류사업(Mutual Cultural Exchange Project)3

은 동남아(2006), 아프리카(2007, 2011), 중남미(2009, 2012), 아랍(2008,

2009~2011 한·아랍 소사이어티 주최), 흑해(2010) 등을 비롯해, 특정 지역의

문화를 매년 5월에서 8월 사이, LIG아트홀, 국립극장, 이화여대 ECC홀, 국립

중앙박물관 극장 용 등 장소를 달리하며, 4~5일간 축제형식으로 집중 소개하는

행사다. 보통은 해당국가와의 외교관계를 고려해 국립단체의 섭외를 마친 뒤에

외주업체를 선정한다.

엇비슷한 민속공연 나열로는 관객을 유혹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독특한 공예품, 조각, 의상, 서적, 음반, 사진 등을 망라해 전시를 붙이기로 했

다. 하지만 극소수를 제외하면 마니아는 없다 치고, 한국인들이 선호한다고 보

기 어려운 해당 국가를 불특정 가족 단위의 관객에게 어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

했다. 악기, 어린이 벨리댄스, 음식, 헤나 체험, 캘리그래피, 목걸이 제작, 수건

제작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수단 전통결혼식 체험은 결혼식을

치르지 못했다는 사연을 보내온 부부들의 실제 결혼식이었으며, 여행자들의 사

연과 사진을 공모해 전시벽을 만들기도 했다.

어찌 보면 새로울 것도 없고 그다지 획기적인 아이디어도 아니다. 그러나 다양

한 모색과 시도를 하는 동안 행사는 조금씩 진화했다. 그리고 진화하는 행사를

보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자신이 생겼을 때, 원형 그대로 늘

어놓던 것에서 살짝 비껴 해당문화를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는 프로그래밍을 시

도했다. 필자가 낸 아이디어는 컴퓨터를 이용해 관객이 직접 아랍 의상을 조합

하는 것, 이 체험전시는 아랍국가 투어로도 이어졌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아랍국가의 문화를 쉽고 즐겁게 펼쳐 보이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자료조사를 했다. 그렇게 내놓은 결과물이 만족스러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기초체력의 단련, 즉 프로그래밍을 위한 사전조사와 연구는 기획

에 있어 기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3쌍방향 문화교류사업

외교통상부가 기획한 문화사업. 지구촌 시대

에 부합하는 쌍방향 문화교류 증진 네트워크

를 구축하고 우리 국민의 타 문화에 대한 이

해 제고를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쌍방향 문

화교류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간 동남아, 아

랍, 중앙아시아, 중남미, 흑해연안 국가 등 우

리나라와 문화적 교류가 미진한 지역의 문화

예술을 국내에 소개하며 국민들의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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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축제프로그래밍:축제 프로그래밍과 제작 사례

아랍 전통악기 체험

Ⓒ김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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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직무

138

수단 전통 결혼식 체험

Ⓒ김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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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축제프로그래밍:축제 프로그래밍과 제작 사례

전시된 재료로 목걸이 만들기

Ⓒ김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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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직무

140

대중은 과거와 현재가 아닌 미래에 열광한다

KBS 전진국 편성본부장은 저서 『콘텐츠로 세상을 지배하라』(샘앤파커스,2013)에

서 ‘대중은 과거와 현재가 아닌 미래에 열광한다’며 초월적 가치, 즉 ‘기획자(플랫포

머)의 비전과 미션’을 강조한다. 적잖은 축제가 그렇게 하듯 올해 주제를 정해 놓

고 그에 맞는 작품을 고르기는 비교적 쉽다. 그러나 3년 뒤 내가 그와 무엇을 할

지 계산해 놓고 지금 보기에 딱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것은 긴 호흡을 필요로 하

는 정교한 작업이다.

필자가 시댄스(SIDANCE: Seoul International Dance Festival)의 기획자로 일

하던 2001년, 프랑스 국립 그르노블 무용단의 <마르코 폴로의 눈물(Les armes

de marco polo)>을 처음 국내에 소개했다. 2004년에는 오디션으로 선발한 한국

무용수 2명을 프랑스에 파견했고, 그르노블 센터 개관축제에서 한국인 무용수

2명이 주연이 된 작품을 공연했다. 연이어 한국 무용수 3명이 출연하는 <마맘

(Mammame)>을 가지고 다시 한국에 왔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이 다 그런 것은 아

니지만, 시댄스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향후 예술가 및 작품 교환, 협력 프로젝

트와 교류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연단을 초청해 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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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축제프로그래밍:축제 프로그래밍과 제작 사례

프랑스 국립 그르노블 무용단의

Jean-Claude Galotta와 리허설 중인 김판선

Ⓒ프랑스 국립 그르노블 무용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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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직무

142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길이 보인다

2012년 10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대사관과 문화원이 주최인 ‘한국문화

주간’ 행사가 있었다. 행사 4개월 전, 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 원장님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메일에는 ‘한국 춤과 음악을 역동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단체가

있겠냐’는 질문이 담겨 있었다. 절대 어려우면 안 되고 볼거리는 많으며 잘해야

한다는 주문과 함께.

상황은 매우 구체적이고, 요구는 까다로웠지만 명확했다. 작품은 극장, 백화점 내

광장 그리고 호텔 연회장을 10분, 20분, 전막으로 쪼개 카펫과 시멘트 바닥을 가

리지 않고 뛰어다닐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문화원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당

시의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제 막 한류 열풍이 시작되고 있었다. 행사의 주된 관객은

각국의 공관장과 민간인 그리고 이민하던 시점에 시계가 멈춘 교민들이었다. 어떻

게 보면 주최자에게 있어서는 공연보다도 의전이 더 중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선 공연예술에 관심을 두지 않은 사람도 들어봤음직한 실적이 출중한 예술가를

골랐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한 작품을 선정했다.

기획자로서 선보이고 싶었던 것은 ‘최상의 작품성을 가진,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고

미래까지 관통하는 공연’이었다. ‘하용부’, ‘노름마치’, ‘라스트 포원’ 그리고 ‘EDx2

무용단’이 참가했고, 그중에서도 ‘하용부와 노름마치’, ‘노름마치와 라스트 포원’이

다시 새로운 팀이 되어 총 6개의 그룹이 각기 다른 여건의 3곳 행사장에서 8편의

공연을 소화했다. 누가 봐도 입을 벌릴 만큼 화려하고 역동적인 작품을 보여달라는

주문을 했었다. 국내에서나 국외에서나, 항상 가난한 행사의 야전사령관, 외국에서

온 예술가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이 프로젝트는 예술가들로부터 축출 가능한 모든

것을 빼먹었던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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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축제프로그래밍:축제 프로그래밍과 제작 사례

내용만큼 포장도 중요하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메일과 자료가 도착하고, 만남을 청하는 사람도 수없이 많

다. 그러나 우리가 결국 선택하는 것은 ‘팔릴 만한 것’, 다시 말해 ‘매력적으로 포

장할 수 있는 이슈를 가진 것’이다. 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공연예술은 존재할 수

없기에, 축제는 기를 쓰고 관심을 끌 만한 것을 골라내야만 한다.

기획자의 출장은 대부분 다른 나라의 공연예술마켓이나 행사에 참가하기 위한

것이거나, 프로젝트 추진 또는 공연단을 데리고 다니는 일일 것이다. 출장 고유

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국내공연 프로모션의 기회를 만드는 것

과 현지 정보수집도 겸해야 하는데, 국제공연예술계의 흐름과 현재 이슈에 대한

자료를 한가득 안고 돌아오게 된다. 특히 프로그래머들의 의견은 절대 가볍게

흘리지 않는다. 당장 혹은 다음 해 우리가 불러야 할 작품과 공연팀에 대한 정보

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그래밍은 이보다 더 정교하다. 신청자를 받고 선정해서, 그저 그들을

펼쳐놓기만 하면 편하겠으나 장르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축제라면 향후 국내

외 시장수요를 겨냥한 작품개발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적어도 창작자에게 자극

이 될 만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그들이 3년이나 5년 뒤에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수준의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 축제의 역할이어야 한

다. ‘춤추는 도시’와 ‘힙합의 진화’가 그래서 만들어졌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를

위해 5년 전 만든 작품은 지금도 국제무대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살사 버전 스트라빈스키, 유명 작가와 작업했거나 베스트셀러 혹은 영화나 커

머셜 필름으로도 성공한 것, 나오미 캠벨이 자살소동을 일으키게 한 장본인의

플라멩코, 미모가 출중한 벨리댄서, 우리나라에 한 번도 소개되지 않았던 것,

얘깃거리가 숨어 있는 프로젝트 그리고 확실하게 검증된 것을 골라 계약서에

사인을 마치면 세상에 내놓을 준비는 끝난다. 다음은 눈앞에 펼쳐놓는 것, 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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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직무

144

리틀아시아 무용수들의 공동안무작

<더블 해피니스 Double Happiness>

Ⓒ박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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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축제프로그래밍:축제 프로그래밍과 제작 사례

는 20퍼센트 과장, 그러나 확인된 사실만을 내용으로 더욱 흥미롭게 포장해 내

놓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공연을 즐기는 것으로 축제 프로그

램은 완성된다.

축제는 개인의 권력이 아니다

축제로 돈 많이 벌었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축제에서 일하는 사람 가운데, 철

마다 휴가 챙기는 사람도, 길게 잘 견뎌내는 사람도 매우 드물다. 그런데 그들은

왜 그 긴 시간을 축제를 위해 뛰었을까?

누군가는 한 편의 공연을 보기 위해 대전과 서울을 수없이 오가고, 또 누군가

는 극장 로비에 앉아 스포츠 기사를 마감한다. 허름한 유스호스텔에 묵으면서

공연티켓 구입에는 몇백 유로도 아끼지 않는 사람들, 그들은 소위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와도 ‘축제를 사랑한다’며 웃는 사람들이다. 진심으로 기쁘게 즐

길 수 있는 일, 피가 끓는 일을 찾는 사람들이다.

사람에게 사람이 가장 큰 재산이듯 축제에게도 가장 소중한 재산은 사람이다. 그리

고 비록 창설자라 할지라도 그가 곧 축제의 소유자는 아니다. 축제의 권력은 오직

박수 보내고, 박수 받으며, 박수가 오가는 자리를 만들어준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김신아

아트 프로듀서. 서울세계무용축제, 다수의

국제교류 프로젝트 및 공동제작, 디지털 댄

스 페스티벌, 공연저널리즘 서울포럼을 비

롯해 아프리카·아랍문화축전 등 다양한 축

제를 기획했다. 현재 프리랜서 아트 프로듀

서로 무용 및 음악 국제교류, 심사위원, 매체

기고가로 활동하며 중앙대학교 대학원, 동덕

여자대학교에 출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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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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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예산구조 및 재원조성:민간 축제의창조적 펀드레이징

오성화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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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축제예산구조 및 재원조성:민간 축제의창조적 펀드레이징

프로그래밍 그 이상의 펀드레이징

예술축제를 준비하는 기획자들은 대부분 관객과의 소통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적으로 소통을 실현할 수 있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무심한 편이다. 여

러 복잡한 업무가 자리하고 있는 축제에서 ‘행정’업무는 기획자들에게 다음 순위로

생각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허나 축제에 있어서 예산을 확보하고, 재정을 집

행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국가기관이나 지자체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축제

가 아니라 민간단체의 축제라면 더욱 그렇다. ‘프로그래밍’의 과정을 현실화하고

구체화하는 경제적 토대는 ‘펀드레이징’ 이라는 사실을 기획자들은 망각해선 안 된

다. 여기에는 프로그래밍에 못지않은 노력과 인내, 그리고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글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는 다양한 방식으로 재원조성의 방법론을 안착하려

고 했던, 서울프린지네트워크(이하 프린지)의 경험이다. 프린지는 재원조성이

축제의 정체성 혹은 지속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순수 독립기관에서 주최하는 민간축제로, 올해로 어느덧

16년째를 맞이하였다. 최근에는 지역의 재단들도 ‘민간’단체임을 내세우고 있으

나 엄밀한 의미에서 정치적(행정적) 독립성까지 확보하고 있는 단체는 그리 많

지 않을 것이다. 이에 비해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정치기구 혹은 지역단체로부

터 자유롭고 유연한 축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문화예술제도가 따라서 바뀌는 몇 번의 경험, 그리고 기업의

후원 이면에 얽혀 있는 서로 다른 얼굴과 마케팅에 활용된 일련의 일들을 겪고

난 후, 프린지는 더욱더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운 축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

각을 하게 되었다. 독립예술이라는 씬 안에서 자율성과 고유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재원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 낼 필요가 있음을 느낀 것이다. 축제 자체

가 행정권과 예산권을 갖고 있어야 그 축제의 역사성을 담보할 수 있고, 정체성

을 지속해 나갈 수 있다.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프린지는 본격적으로 펀드레

이징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이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재원조성의 한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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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직무

148

넘어보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 앞서, 이 글에서 제시하는

사례들은 독립예술이라는 장르 특수성과 홍대 앞 공간에서 뿌리를 내린 프린지

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것임을 미리 밝히고자 한다.

펀드레이징의 파트너, 그들의 니즈를 읽어라

대체로 많은 축제들은 다음과 같은 재정 수입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첫째, 예술 활

동이기 때문에 확보할 수 있는 공적자금. 둘째, 축제와 기업의 결합에 따른 협찬과

후원 그리고 세 번째는 유료 프로그램에 의한 관람 수익. 네 번째는 최근 널리 확산

되고 있는 클라우드, 모금 등의 후원제도다. 프린지의 경우에는 축제 참가팀들에

게 소정의 참가비를 받고 있어서 이것이 다섯 번째의 재원 구성이 된다(예술가들이

대다수의 축제에서 사례비를 받고 공연을 하는 데 반해, 프린지는 참여 예술가들이

축제 제작비를 일정 부분 부담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축제 재원조성의 파트너들은 공공기관, 기업, 관객, 후원자, 예술가 등이라고 설정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기획자는 각각의 파트너들에게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지를 고

민해야 한다. 이를테면, 공적지원의 경우, 예술계에 지원했을 때, 어떤 공공성이 개

발되고 생겨나는지를 해당기관에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공적지원금 안에서도 세분

화된 항목들이 존재하는데,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이 예술지원기관이냐 비예술-정

부기관이냐에 따라 지원처의 니즈(needs)가 각기 다르다.

프린지는 2013년에 서울시와 마포구, 서울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

터 공적기금을 받았다. 대체로 예술지원기관들은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어떤 특

성을 가졌는지 잘 아는 데 반해, 구와 시 공무원은 모르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따

라서 마포구 혹은 서울시 정책결정자, 행정가에게 프린지에 대하여 정확히 인식시

키는 것이 중요했다. 마포구청사에서 점심시간에 공연을 하는 등, 찾아가는 공연

배달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파트너에게 가까이 다가가 프린지를 이해시키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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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축제예산구조 및 재원조성:민간 축제의창조적 펀드레이징

해 노력했다. 이는 비단 구청의 문화예술과를 통한 접근만이 아니라, 작은 도서

관을 운영하고 있는 교육지원과, 동사무소와 직접적 관계가 있는 자치행정과, 저소

득층과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는 여성정책과와의 만남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는 우

리를 지원하고 있는 그 부서와 관계를 맺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접촉면을 넓

히자는 발상에서 비롯되었다.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문화예술의 수급문제에

대해 공무원들이 누구와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 프린지가 먼저 손을 내

밀어 적극적으로 함께 대화할 수 있다는 포즈를 취한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단순히 펀드레이징을 보장하는 문제를 넘어서서,

상대기관의 특징을 고려하고 이해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이 축제

가 지역사회에 왜 필요한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을 통해 파트너십은 펀드

레이징으로 이어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 혁신과 민관거버넌스의 좋은 사

례를 찾고자 하는 서울시에는 올해 축제 프로그램 중에서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프로그램들이 주요 성과로 보고될 예정이다. 축제의 방향성과 지원기관의

정책 지향성과 맞아떨어지는 요소를 축제 기획자들이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프린지의 후원제도, 재원조성의 돌파구가 되다

해외축제의 사례들을 보면 유료 프로그램의 항목은 좀 더 세부적으로 나뉜다.

이 항목은 결국 예술축제가 행하는 영업활동에 따른 수익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 중 가장 일반적인 항목은 티켓 관람료일 것이

다. 이에 더하여 축제의 기념품 판매와 축제의 관련 프로그램 참여 등 마케팅의

일환으로 구성된 항목들이 있다. 이처럼 해외축제들은 유료 프로그램을 통해 수

익을 내는 데 반하여 한국의 축제들은 이 부분이 많지 않다. 게다가 이렇게 수익

을 내지 못하는 구조가 점점 고착되어 가고 있다. 한편으로 예술 활동에 대한 정

부의 지원정책이 대가성의 형태로 굳어지고 있고, 집중지원의 방식이 유효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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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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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에서 벌어지는 쌍방의 암묵적 공모라 할 수 있겠다. 수익을 내지 않아도 지속

성을 보장해 주는 축제의 경우라면, 적극적으로 관객 마케팅을 수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프린지는 이러한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축제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다양한 재원조성의 선택들과 시도들을 모색하였다. 여기서 프린지가 주목

프린지 후원 7그램후원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단 1그램의 가벼운 부담으로

프린지를 후원할 수 있습니다.

기념품을 구매하는 것도 후원입니다

기념품

프린지 카페

프린지에서 만나는 것도 후원입니다

매번 다른 모임

모임공간+프로그램 지원

소소한 게임을 즐기는 것도 후원입니다

축제현장 구석구석에서

펼쳐지는 바캉스놀이

프린지를 알고 싶어하는 것도 후원입니다

축제탐방 프로그램

공연을 보러 오는 것도 후원입니다

축제공연관람

티켓구매

기부하는 데에 큰 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캠페인 아티스트 김일동과 함께하는

Run CoinMart

Goods Gathering @the Fringe

Game Gateway to Fringe

Gig & Show Giving Machine

Give donation messages to your friends

프린지를 권하는 것도 후원입니다

모듬 캠페인 프린지를

응원하는 사람들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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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축제예산구조 및 재원조성:민간 축제의창조적 펀드레이징

거리에서의 모금 활동(2012)Ⓒ서울프린지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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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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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것은 바로 재원조성의 네 번째 항목인 ‘모금’ 즉 후원제도이다.

프린지가 2010년부터 지금까지 재원조성을 위해 해온 활동은 결국 모금이라는

사회적 행위가 우리에게 적합한 것인지 검토하고 그 사례를 만드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한일은 프린지만의 후원문화를 조성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프린지

후원 7그램’이라는 타이틀 아래, 관객의 참여행위가 바로 후원이 될 수 있다는 7

가지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모금명분서와 후원회원 신청서를 제작하는 것은 업무의 기본이었다. 호감 기업

에 대한 분석을 통해 후원 및 협찬 요청을 시도했다. 동시에 겁도 없이 거리로 나

서 ‘프린지에 후원하세요!’라는 말을 외치기도 했고, 시민들이 쉽고 재미있는 방

법으로 기부할 수 있게 작가들의 작품과 연계하기도 했다. 문화계 대표 인사들

의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응원 영상메시지도 만들었고, 오랜 후원자들께 감사예우

로 수제초콜릿을 선물하고 감사파티를 열었다. 온라인 모금사이트(해피빈)를 통

해 소액 후원금이 쌓이는 힘을 경험했고, 2012년에는 ‘Na+ 인디스트’라는 파티

를 통해 지난 15년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자원 활동가들을 만나는 홈커밍데이

도 진행했다. 이와 더불어 기부금 마련을 위한 워크숍, 관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를 통해 문화예술계 모금 활동에 대해 대화하며 축제에 대한 의견까지 나누었다.

‘모금전문가’를 도입하다

후원업무를 시도하면서 프린지는 내부에 ‘모금담당’ 스태프를 임명하였다. 소규

모 단체이면서 동시에 일이 많은 프린지로서는 이러한 조직구성이 일종의 실험

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따로 역할을 배정한 이유는 제작비의 규모를 어느 정

도 설정해야 하는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 맺으면서 제작비용을 후원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체계적인 그림을 그려야 했기 때문이다. 모금담당자의 역할과 비

영리기관의 마케팅 전략이 프린지만의 노하우로 정리되어야 할 시점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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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축제예산구조 및 재원조성:민간 축제의창조적 펀드레이징

이러한 역할은 필수적이었다. 한편으로는 프로그래밍과 펀드레이징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내부 구성원들을 훈련할 필요도 있었고, 서로의 경험치를 높이고

자 하는 목적도 있었다.

이러한 업무분장을 통해 모금 활동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알게 되었다.

축제 기간에는 모금팀의 업무가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서 밀리기도 했고, 다른

팀에 흡수되기도 했다. 동시에 모금 활동은 독자적인 팀 업무이기보다는 기획

팀, 홍보팀, 운영팀과 긴밀하게 관계를 맺어 진행하는 ‘플러스알파’의 성격을 갖

고 있다. 따라서 내부적으로 동료들한테 지지와 응원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 또

한 알게 되었다. 2010년 모금 관련 컨설팅 과정에서 들었던 ‘모금가는 부대표급

정도로 조직을 장악하고 있어야 하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리서치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펀드레이징과 프로그래밍은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업무를 통해 얻는 성취감과 만족감 역시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각

종 축제를 다니고 리서치를 하면서 발견한 작품을 나의 축제 관객들에게 보여주

는 것이 주된 임무인 프로그래머에게는 좋은 공연을 올리는 것이 만족을 줄 것

이다. 그러나 펀드레이징은 성사될 가능성에서부터 거절당할 가능성까지 불확

실성의 난점을 가지고 있다. 즉, 작업의 방법론이 고립되어 있고, 가시적인 성과

를 내는 데 많은 시간이 들기 때문에 예술축제를 기획하는 사람들이 어렵게 생

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업무의 사례와 경험치가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일 수 있다.

그럼에도 펀드레이징의 업무는 결과적으로 한 명의 멋진 예술가를 발견하는 것,

훌륭한 작품을 프로듀싱하는 것과 동일한 쾌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후

원자를 만들어내고 기부문화를 도입시키는 것이 또 다른 의미의 예술가 동료들

을 발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예술행위에 대해 기부

금을 요청하는 행위 자체가 예술의 자존심 문제와 연결되어 껄끄러운 지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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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직무

154

존재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경로와 새로운(비굴하지 않은) 언어로 모금을 요청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따라서 기획자는 모금 행위가 새로운 동료

의 발굴과 관객개발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프린지는 후원업무의 특수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모금팀의 팀장은 프로그래밍과 홍보, 그리고 운영 시스템을 장악할 수 있는 위치

를 점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즉, 상급관리자인 예술감독과 행정감독

외에 펀드레이징을 관리하는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바이다.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 후원제도

후원제도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즉 양자를 고민해야 한다. ‘기부자 관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후원자와 참여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필수적으로 읽어

야 한다. 제대로 된 관리를 위해서는 우선 후원자가 축제의 어떤 부분에 기대하

고 감동하는지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특히나 축제 후원처 가운데 개인 기부

자의 비중이 크다면, 한 명 한 명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프

린지는 고액 기부자가 없는 상태인데 이러한 경우에도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실패했던 사례를 먼저 살펴보면, 프린지는 CMS 자동 인출 시스템을 통해 매월

정기후원을 받고 있는데, 담당자의 착오로 한 달에 두 번 인출이 된 적이 있다.

이 실수로 기부자가 후원을 중단한 사례가 있다. 이런 실수가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개인에 대한 관리만큼이나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 관계망(네트워크)이다. 오

랜 기간 알고 지냈던 마포구의 공무원에게 후원에 대한 요청을 조심스럽게 드렸

었다. 최근에 SNS를 통해서 확인한 이분의 글들을 통해 예술적 감수성이 무척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이분은 프린지 후원 요청에

대해 “나한테 이런 기회를 줘서 고맙다, 영광이다” 라며 월 3만 원의 후원을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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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축제예산구조 및 재원조성:민간 축제의창조적 펀드레이징

정했다. 이처럼 기부가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격려하는 행위이고 동시에 그 자

체가 축제에 대한 참여임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한번은 한 기부자가 100만 원을 전달하면서, 프린지 스태프들의 복지에 써달라는

특별한 주문을 하게 되었다. 또한, 어떤 기부자는 예전 프린지의 사무실이 ‘좌식마

루’였던 것을 기억해 내고 지금의 사무실에도 바닥에 앉을 수 있는 마루를 깔아 달

라고 요청을 하면서 공사비용을 기부해 주셨다. 이처럼 기부의 용도 목적을 정해서

주는 것을 지정기부라 하는데, 이러한 형태의 기부는 프린지와 친근한 관계 혹은

특별한 관계를 맺어왔던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났다. 자신들의 기부금이 보다 구

체적으로 쓰이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기부금을 받는 우리가 그들의 마음

을 세세하게 읽어내고, 그들의 뜻을 경청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프린지는 작품 프로그래밍만큼 축제를 지켜보는 적극적인 관

객이자 후원자인 이들의 행위의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고 피드백하는 것이 중요하

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프린지의 모든 스태프는 스스로 모금전문가의 역할을 인

식하고 활동해야 하는 것이다.

기부자에 대한 윤리규정을 마련하다

행정에 있어서 행정윤리가 중요하듯 축제에도 그 원칙들이 존재해야만 한다. 따

라서 프린지는 다음과 같은 기부자 윤리규정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규칙은 후원

에 있어서 축제의 고유성을 지키는 한편, 후원자에 대한 관계 맺기에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윤리규정은 대체로 개인정보와 관련되어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상식

적인 선인데, 예술계에서는 오히려 낯설 수도 있다. 이러한 규정은 예술단체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경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부자에 대한 관리를 통해, 프린

지는 우리 스스로가 ‘매개자’임을 다시 한 번 성찰하게 되었다. 이로써 프린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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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직무

156

그간 사용해 왔던 미학적이고 난해한 예술언어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을 상대할

때 적합한 언어를 구사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잠재)기부자 연구에 관한 윤리규정 2012.12.4.

프린지 개인정보 관리

1. 조사·연구·모금 활동·후원자 관리 등을 통해 알게 된 (잠재)기부자 개인정보는 외부인에게 절대 유출

하지 않는다.

2. 프린지는 타 단체의 후원 안내를 위해서 (잠재)기부자 정보를 사용하지 않는다.

3. (잠재)기부자 정보는 대표 책임하에 관리하며 전자문서는 대표가 선임한 스태프가 관리한다.

4. (잠재)기부자 정보는 개인 컴퓨터가 아닌 별도 하드웨어에 보관하고 비밀번호를 설정한다.

5. (잠재)기부자 정보가 담긴 모든 전자문서에는 문서보안 및 배포문서 보안설정을 함으로써 정보의 복사 및 변

경의 권한을 제한한다.

6.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는 사용 즉시 파기한다.

7. 익명 혹은 무기명 기부를 요청한 기부자의 정보는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개인정보 관리

1. 축제 참여 예술가에 대하여, 타 단체에서 개인연락처를 요청 시 제안 내용을 확인 후, 프린지가 개인에게 연

락을 취하여 의사를 파악한 후 정보 제공 여부를 결정한다.

2. 그 외 개인정보는 프린지 개인정보 관리 기준을 따른다.

비영리단체만의 고유한 마케팅 방법론을 만들어보자

2013년 밸런타인데이를 전후로 프린지는 초콜릿 판매를 진행하였다. 수제초콜

릿을 만드는 한 회사로부터 그쪽에서 노동기부를 할 테니, 판매 수익금을 프린

지 후원 활동에 활용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품판매에 있

어서만큼은 프린지가 초보였다는 점이었다. 이것을 프린지의 판매상품으로 분

류할지 아니면 후원 활동의 일종으로 분류할 지에 대한 미묘한 차이에서부터, 이

를 소개하는 홍보물 디자인과 홍보 문구 등이 고민거리였다. 판매행위에 어떤 의

미를 부여할 것이고, 이를 어떻게 전달할 지에 대한 세밀한 기획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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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축제예산구조 및 재원조성:민간 축제의창조적 펀드레이징

초콜릿 판매 홍보자료

Ⓒ서울프린지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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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직무

158

사업을 종료하고 나서는 많은 부분이 미숙하다고 느꼈다. 초콜릿 판매가 후원사

업의 성격을 갖게 되면서 애매해진 부분이 발생한 것이다. 본의 아니게 이벤트

화되어 버린 부분도 있다. 프린지의 (미학적인) 정체성과 공정무역의 수제초콜

릿이 만났을 때 작용할 수 있는 시너지를 기대했는데 그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법론이 없었던 것이다. 비영리마케팅에 대한 전략을 학습했더라면 도움이 되었

을까? 결국 초콜릿 판매 후원사업은 우리에게 혼란과 많은 아쉬움을 주고 종료되

었다. 본 활동에 맞는 특별한 체크 리스트를 당시 우리는 만들지 못했던 것이다.

어떤 물품을 관객에게 전달할 때, 판매하는 상품으로 기획할 것인지 후원행위로

기획할 것인지는 세밀한 기획에 따라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후원행위로 갈 경

우에는 '공공성의 의미 부여' 가 필요할 것이고, 판매할 경우에는 제품에 대한 고

유한 홍보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초콜릿 판매’의 사례를 통해, 프린지라는 비영

리적인 기관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공연의 티켓을 파는 것은 기획자의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축제의 비영리 마케팅

은 기획자의 일이 아니라고 구분지을 필요는 없다. 협찬의 수혜 당사자로서, 그

리고 기금 배분의 매개자로서 얼마든지 축제는 활발한 비영리마케팅을 수행할

수 있다. 상호 신뢰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업무이기 때문에, 더욱 세

심한 후원 활용방안, 재치 있는 마케팅의 방법론들이 미리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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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축제예산구조 및 재원조성:민간 축제의창조적 펀드레이징

창조적인 펀드레이징이 가능한 시대

일반관객이 예술애호가로 발전하듯, 축제상품의 구매자가 그 축제의 후원자로 이

어질 수 있다. 결국, 프린지가 하는 일은 일반인이 한 뮤지션의 팬이 되어 음반을

사고, 그 예술가를 지원하게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 다름 아니다. 펀드레이징에

대한 고민은 기획자가 스스로 매개자임을 자각하는 일이며, 따라서 프로그래밍에

만 힘을 쏟는 현재의 인식구조를 바꾸는 일이 될 것이다.

뉴욕의 브루클린 뮤직 아카데미(BAM)1에는 조직원 가운데 재원조성 담당자만

스물다섯명이 넘는다. BAM의 기반을 만드는 이들이 어떤 특화된 업무를 해나

갈지 궁금하지 않은가? 창의적인 펀드레이징 활동은 분명히 개척 가능한 영역

이라 할 수 있겠다.

모든 축제가 프린지의 사례처럼 펀드레이징을 수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

나 위에서 밝혔듯이 펀드레이징에 대한 역할 배치와 기획자의 사고전환은 시대

적 요청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민간축제의 경우 펀드레이징의 필요가 절대적

인 시점이 임박해 오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의식, 혹은 연대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술단체끼리 업무

공유가 가능하다면, ‘펀드레이징’업무를 아웃소싱으로 진행해 보는 것은 어떨

까? 축제의 조직 안에 모금팀이나 비영리마케팅팀이 아직 뿌리내리지 않았다

면, 이를 담당하는 전문가의 역할을 옆에서 보고 익히면서 사례와 경험을 축적

해 나가는 것도 펀드레이징팀이 성장하는 지름길은 아닌가 생각한다.

1브루클린 뮤직 아카데미 (BAM)미국 뉴욕에 위치한 공연예술센터. 1861년

설립된 이래로 미국에서 가장 오래 운영된

공연예술센터로 뉴욕을 오늘날 세계 공연예

술의 중심지가 되도록 이끌었다. BAM의 미

션은 21세기의 가장 전위적인 공연과 영화

예술의 장이자, 나아가 전 세계와 지역문화

에 이바지할 수 있는 아트센터로서 자리매

김하는 데에 있다.

오성화

대학생문화연대 작은사람들, 노동자문화연대

마루치, 어린이문화예술학교, 밴드 가객을 거

쳐 1998년 당혹과 흥분으로 관람했던 독립

예술제의 기억을 향유자가 아닌 생산자로 되

살리고 싶어 2003년부터 서울프린지네트워

크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서울프린지페스티

벌 축제감독, 과천축제 운영위원, 한국거리예

술센터 운영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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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직무

160

축제인력구성: 자원활동가 포함 비상근 인력 중심

신혜원 문화이끔이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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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축제인력구성 : 자원활동가 포함 비상근 인력 중심

일반적인 축제 조직의 구성

매뉴얼화된 축제 조직 구성법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연예술축제는 최소 인원으로 구성된 상근인력에, 축

제를 전후한 기간(최소 6개월~최대 1년)에 근무하는 비상인력들을 더하여 축제

조직(일반적으로 ‘축제 사무국’으로 칭함)을 구성한다. 이러한 형태의 조직은 일

반적으로 임기제를 따르는 비상근직의 예술감독 1인과 상근직의 사무국장 하에 기

획팀, 홍보·마케팅팀, 기술팀, 운영팀, 행정팀 등으로 구성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축제 조직 가운데 한 팀 전체를, 혹은 팀 내부의 일정 업무를 아웃소싱하여 외부업체

에게 위탁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기술팀 업무 전체를 외부업체에 일임하거나, 홍

보업무 중 온라인 사이트 구축/운영 부분을 위탁하고 있다.

대부분의 축제 조직은 축제가 끝난 후 최소의 상근인력을 제외하고는 해체된다.

외부 정치 환경의 변화나 임기 종료에 따른 예술감독 교체 등이 외부 변수들로

작용하여, 축제의 조직 구성과 실제 운영인력은 매년 달라진다고 할 수 있겠다.

프로그래밍/대외업무

예술감독

실무업무 총괄 /

대외협력

사무감독

국내외 공연 진행

부대행사 및

워크숍 진행

기획팀

홍보물 제작

각종 언론 홍보

티켓 판매 관객 개발 등

홍보 마케팅팀

기술업무 진행

기술팀

자원봉사자 운영

행사장 관리

시설지원

운영팀

예산 관리

계약 진행

행정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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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직무

162

짧은 시간 준비를 거쳐 축제를 치르고 나면, 축제의 모든 콘텐츠와 실무진행 기

록이 한 권의 『결과보고서』로 마무리된다. 이 보고서는 성과를 집약하여 재원조

성기관 및 상위기관에 보고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경험에 기반을

둔 실무진행방식, 시행착오 등을 모두 기록하고 모음으로써, 그 다음 해에 운영

인력이 달라지더라도 무리 없이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

된 목적이 있다.

축제 『결과보고서』는 크게 여섯 부문으로 구성된다. 종합평가, 행사개요. 프로그

램, 운영, 홍보 및 마케팅 부문과 참고자료이다. ‘종합평가’ 부문엔 이름 그대로

축제 총평과 보완점 그리고 향후 추진방향에 대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어 일종의

총론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는 그해 축제의 개요와 중점 추진방향 등을 살펴볼

수 있는 ‘행사개요’ 부문이 이어진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프로그램’

부문과 ‘운영’ 부문이다. 프로그램부문에는 해외공식초청작, 국내공식초청작뿐

만 아니라 자유참가작과 특별공연에 대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고, 각 축제의 특

성에 따라서 거리 공연이라든지 혹은 예술체험 등의 특별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

이 덧붙여진다. ‘운영 부문’에는 인력 운영, 페스티벌하우스 운영, 부스/물품, 무

대, 공연팀의 항공, 비자, 숙박 문제, 경호와 경비, 시설물 관리, 보험, 유관기관

협조와 같은 축제 운영 전반에 걸쳐 신경 쓰고 관리해야 할 내적, 외적 항목들이

정리되어 있다. 다음으로는 ‘홍보 및 마케팅 부문’이다. 홍보와 마케팅에는 리플

릿이나 프로그램북과 가이드북 같은 인쇄홍보물, 거리에 내놓는 배너나 현수막

같은 옥외홍보물,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 그리고 최근엔 무엇보다 중요한

온라인 홍보물, 기타 매체 홍보 등 축제의 특성과 여력에 따라 얼마든지 확장되

거나 축소될 수 있는 영역이 정리된다. 그 밖에 정산, 참여후기, 언론보도현황,

고객만족도조사 등의 부가자료가 ‘참고자료 부문’에 수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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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축제인력구성 : 자원활동가 포함 비상근 인력 중심

‘유랑축제’, 비효율성을 추구하는 조직을 구성하다

단체의 기획/제작자로서 다양한 축제에 참여하기도 하고, 우연한 기회에 축제의

비상근 인력으로 일하면서, ‘축제 조직’이 축제 기획과 운영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 축제의 목적은 축제의 주최자와 참여자 모

두가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시간을 발견하고,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매뉴얼’ 대로 축제 조직과 인력을 구성하는 것이 정

답이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비일상성’이야 말로 축제

의 의미와 가치다. 그런데 과연 획일화된 시스템과 단기간에 결합했다 해체되는

인력으로 그 가치를 달성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축제들은 주최자(기획자나 스태프)와 참여자(예술가와 관객)가 분리되

어 있다. 공공지원을 받든 민간에서 독자적으로 운영하든, 기획자가 축제를 프

로그래밍하고, 참여단체들을 선정하는 권한을 가지며, 참여단체들은 공연료를

받고 정해진(물론 협의의 과정은 거치지만) 장소에서 공연한다. 축제 조직과 인

력구성에 대한 의문과 회의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축제를 고민하고, 추진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평소 비슷한 고민을 나누던 지인과 함께 ‘유랑축제’를

구성하게 되었다.

유랑축제는 예술가, 기획자, 스태프가 직접 축제 조직을 구성한다. 이 축제를 만

드는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은 관 주도, 기획자 중심으로 형성되는 조직구조를

지양하고, 참여자의 ‘자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축제의 기획과 운영을 창작자

(예술가)들과 기획자들이 같이 논의하고 결정하는 구조를 갖는 데 동의했다. 따

라서 유랑축제는 축제의 장소, 주제, 예산 분배, 작품의 선정 등 모든 것을 창작

자들과 기획자들이 같이 의논하고 결정하는, 다소 비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을 지

향한다.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축제 조직이 맡아야 하는 모

든 역할을 창작자들이 함께 해야만 한다. 많은 번거로움이 있는 대신 축제 참여

자 간의 소통이 훨씬 깊고 넓어지는 강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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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직무

164

유랑축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양한 공연예술, 시각예술 분야의 창작자들

이 모여 매해 다른 지역에서 함께 판을 벌리는 축제로 지역의 장소특정적(site–

specific)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이슈와 사회적 고민을 담아내는(issue–specific)

축제를 지향한다. “공간, 그리고 그 안의 삶을 함께 관찰하고 자신의 언어로 각

자 표현한다”는 구호 아래 다양한 배경에서 온 창작자들이 물리적 공간의 미학,

그 공간이 간직한 사회적 이슈, 그리고 공간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실제적 삶

을 탐구한다. 축제 참여자들은 축제 전 상당한 기간에 걸쳐 자료조사, 공간리서

치,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생각을 공유한 후, 이를 바탕으로 각자 자신

들의 작품을 창작한다. 축제는 참여하는 각 단체들의 개별공연과 그해 축제의

테마를 응축하여 보여주는 주제공연(참여 단체들의 협업작품)으로 이루어진다.

기존의 장소특정적, 다원예술공연과의 차이는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이 각각 하

나의 작품을 이루며 동시에 하나의 이야기 속에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다양

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창작의 과정을 공유하여 이를 통해 서로에게 자극을 주

고받으며 새로운 방식의 언어를 탐구, 생산하는 것에 이 작업의 의미가 있다.

다양한 예술적 장르가 ‘따로 또 같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창작물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자 한다.

일반적인 축제와 만들어지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축제 조직의 구성방식 또한

차별화된다. 유랑축제의 현재 조직은 한 명의 ‘제사장’(예술감독)과 주제공연 연

출이 있고, 주제공연 연출은 매년 참여단체의 투표를 통해 정해지며, 그 해의 주

제공연 연출을 맡는다. 행정과 코디네이터 업무가 본인의 ‘작품’인 기획/제작사

‘문화이끔이 꼴’, 피지컬 시어터·거리예술 단체 ‘극단 몸꼴’, 장소특정형 공연단

체 ‘극단 서울괴담’, 탈춤 및 퍼포먼스 작가 ‘솔문’, 서커스 광대 ‘마린보이’, 불꽃

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창작작업을 하는 불꽃 전문단체 ‘예술불꽃 화(花, 火)랑’,

라이브 퍼포먼스 조명 디자이너 ‘유성희’, 로프를 이용한 버티컬 퍼포먼스 단체

‘창작중심 단디’, 공간과 사물에 잠재되어 있는 형상을 이끌어내는 미디어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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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축제인력구성 : 자원활동가 포함 비상근 인력 중심

퍼포먼스 단체 ‘프로젝트 잠상’, 총 9개의 예술단체 및 개인 작가로 구성되어 있

다. 기본적으로 이 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움직이고, 매년 5개 이상의 단체 또는

작가들을 초대하여 함께 유랑축제를 만들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초대 단

체, 작가들도 본인들의 의사에 따라 향후 유랑축제의 멤버로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참여단체들의 전체회의나 토론을 중심으로 축제의 전체 제작

과정이 진행되지만, 상시적인 의견 소통을 위해 각 창작단체의 대표자 1인이 참

여하는 창작운영위원회가 운영되며, 전체회의, 창작운영회의의 의견을 정리하

고 작업의 방향과 논의에 화두를 던지는 역할을 하는 드라마터그가 있다. 그리

고 외부협력 조직으로서 유랑축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안하고 대

외협력을 지원하며, 외부의 시선으로 작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획운영위

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유랑축제의 기획운영위원은 타 축제 또는 다원예술분야

에서 활동 중인 5명의 기획자들로 구성되었다.

유랑축제의 조직구성

유량축제 총 감독

제사장(예술감독)

단체의 의사소통 역할

창작운영위원회

드라마 터그

극단 몸꼴

극단 서울괴담

솔문

마린보이

예술불꽃 화랑

유성희

창작중심 단디

프로젝트 잠상 외 5개 단체

창작단체

코디네이터

사무국(문화이끔이 꼴)

방향성 제안/대외협력지원

기획운영위원회

프로그래밍/대외업무

주제공연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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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직무

166

타 축제의 경우 보통 6개월이라는 시간을 앞두고 단기 축제 인력을 구성하고, 축

제가 임박해 오면서 많은 수의 스태프를 고용해 시끌벅적한 시간을 겪은 뒤 조

용한 일상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데 반해, 유랑축제는 일상의 시

간 속에서 비일상적인 시간을 찾아내고, 이를 관객에게 인식시킬 수 있도록 끊

임없는 리서치와 토론에 1년을 투자하는 일종의 ‘예술가 커뮤니티’인 동시에 ‘예

술가 콜렉티브’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기획, 기술, 창작 역량을 공유, 개발하는 유랑축제의 조직

유랑축제는 관의 주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창

작 욕구와 이들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예술적 관점의 제시를 목적으로 하기 때

문에, 이들이 결합하면서 생산해 내는 과정과 그 결과물 역시 기존의 축제 공연

작품과는 다르다.

각 단체에 속해 있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전문가들이 리더가 되어 축제의 필요

한 기술을 전수, 공유하고 업무를 분담한다. 예를 들어, 기술팀의 경우 조명디자

이너이면서 축제의 기술팀을 운영한 경험이 많은 한 작가가 주축이 되고, 각 단

체의 무대감독들이 모여 하나의 팀을 이룬다. 물론 다들 작가로서 혹은 공연자

로서 일인다역을 해내면서 말이다. 기술팀은 최대한 저예산으로 가능한 장비들

을 수집하고 분배한다. 다른 축제의 일부 프로그램으로 들어갈 경우에는 축제의

무대 스태프들과 직접 만나 기술 협의를 하기도 한다. 또한, 유랑축제만의 언어

를 모색하고 서로의 역량 개발을 위한 방법으로서 각 팀의 제안에 따라 각 팀이

가진 기술적, 기획적 강점을 구성원 모두에게 소개하고 공유, 전수할 수 있는 워

크숍을 연중 진행한다. 창의적 사고와 상상력을 기를 시간도 없이, 행정업무와

요구 자료를 만드느라 숨이 막히는 대다수의 축제와 다르다. 일반 공연예술축제

에서는 공연기획팀이 있어서 축제의 프로그래밍과 장소 선정 등 공연팀들과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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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축제인력구성 : 자원활동가 포함 비상근 인력 중심

접적으로 관련된 다양한 일들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유랑축제의 경우

장소의 선정이나 새로운 예술가들과의 만남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역할은 철저

하게 창작자들이 주축이 된 운영위원회에 주어진다. 예술적 방향성과 축제 운영

의 권한을 위임함으로써 다소 비효율적인 ‘같이 고민하고 같이 만드는 축제’의

형태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축제 사무국은 축제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외부단체와의 소통을 담당하고 축제

홍보와 기획행정을 동시에 진행한다. 물론, 유랑축제의 기획자 그룹(사무국)도

이런 역할을 어느 정도 담당하긴 하지만 유랑축제에서는 이런 기능적 역할은 창

작자들과 함께 진행한다. 오히려 유랑축제 사무국은 축제 주변의 일들-예를 들

면 밥차를 운영하거나, 파티나 워크숍을 진행하는-에 집중을 한다. 예술가들에

게 기획팀의 지휘나 교육이 아니라, 버티고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편하게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기를 만드는 데 노력을 한다. 유랑축제에서 운영되는 유랑 텐트(식당)

는 그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물리적 공간의 하나다. 이곳엔 늘 맛있는 식사가 준

비되어 있으며, 함께 일하는 창작자, 스태프들, 공연을 보고 나온 관객 등 대화

상대가 늘 있고, 소소한 일거리가 마련된다.

축제 운영 또한 마찬가지로 필요한 자원을 공동구매하거나 참여 예술가 중 한 명

이 주축이 되어 관련업체와의 소통을 맡아 진행한다. 필요한 경우 자원봉사자들

을 직접운영하거나 타 축제 안에서 유랑축제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축제의 자

원봉사인력을 전담해서 운영하는 역할까지도 담당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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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직무

168

유랑축제

Ⓒ유랑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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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축제인력구성 : 자원활동가 포함 비상근 인력 중심

유랑식당 텐트

Ⓒ유랑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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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축제 기획직무

170

신혜원

극단 몸꼴 기획, 문화이끔이 꼴 대표,

유랑축제 사무국 운영과 한국거리예술센터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2003년 에이넷·코리아에서 코엑스 아트홀

기획자로 발을 내딛었고 2004년부터 몸꼴

과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등

축제와 공연, 전시기획 활동을 하고 있다.

각 축제가 지향하는 목적은 하나가 아니며, 하나일 수 없다. 따라서 각 축제가

가진 환경, 그에 근거하여 설정되는 목적/목표에 따라 그를 실현할 조직 및 인력

구성방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축제 조직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매뉴얼식의

사고보다는, 본인의 축제가 애초에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점

검하고, 그 목표를 최고의 완성도로 실현하기 위해 어떤 인프라가 필요한지, 그

에 따라 어떤 조직을 구성해야 하는지 사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축제 조직은 축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기반이 된다. 축제 사무국이 비능률

적이거나, 내부 구성원 간에 오해가 쌓이면, 진행과 소통이 순조롭지 못해 문제

가 발생하거나,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동시에 축제 조직은 공간과

시대를 읽어내는 창의적인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집합체여야 한다. 도시가 필

요로 하는 낯선 일탈의 풍경을 축제는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의 기본원

리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체의 화합된 조화력을 창출하는 데 있는 것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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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2013한국 공연예술축제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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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174

서울

시작년도 장르 축제명 기간 장소 주최 주관

1993년 연극 젊은연극제 2013.6.22(토) ~

2013.7.8(월)

종로구 노을소극장, 대학로

예술극장 3관

한국대학연극학과

교수협의회

제21회 젊은연극제

집행위원회

1998년 어린이청소년극 아시테지 여름축제 2013.7.18(목) ~

2013.7.28(일)

세종문화회관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ASSITEJ Korea)

복합장르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13.8.29(목) ~

2013.9.14(토)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

창작공간. 거리 및

서울월드컵경기장 일대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무용 서울세계무용축제

(SIDance)

2013.10.7(월) ~

2013.10.27(일)

강동구 강동아트센터,

고양아람누리, 예술의전당

국제무용협회한국본부 제16회서울세계무용

축제조직위원회

1999년 연극 서울변방연극제 2013.7.3일(수) ~

2013.7.20(토)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

문래 예술공장, 서울 연극

센터 등

서울변방연극제 서울변방연극제

음악 서울드럼페스티벌 2013.10.3(목) ~

2013.10.4(금)

중구 서울광장 등 서울특별시 ㈜티애니원

2001년 공연예술 서울국제공연예술제

(SPAF)

2013.10.2(수) ~

2013.10.26(토)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등 (재)한국공연예술센터

2002년 복합장르 대학로문화축제 (SUAF) 2013.6.7(금) ~

2013.6.9(일)

종로구 대학로 일대 대학로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대학로문화축제기획단

2003년 무용 국제현대무용제

(MODAFE)

2013.5.7(금) ~

2013.5.26(일)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사)한국현대무용협회 MODAFE KOREA

복합장르 하이서울페스티벌 2013.10.2(수) ~

2013.10.6(일)

중구 서울광장 등 도심일원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하이서울페스티벌

축제조직위원회

2005년 어린이청소년극 아시테지 겨울축제 2012.12.26(수) ~

2013.1.13(일)

국립극장, 대학로예술극장,

아르코예술극장 등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ASSITEJ Korea)

2006년 연극 서울연극제 2013.4.15(월) ~

2013.5.12(일)

종로구 대학로 일대 서울연극협회 서울연극제 집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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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2013한국 공연예술축제 현황

2007년 복합장르 물레아트페스티벌 2013.8.21(수) ~

2013.8.25(일)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 등 물레아트페스티벌

조직위원회

물레아트페스티벌 사무국

연극 대학로소극장축제

(D.FESTA)

2013.10.4(금) ~

2013.10.20(일)

종로구 대학로 일대 (사)한국소극장협회 2013대학로소극장축제

D.FESTA 집행위원회

2008년 다원예술 페스티벌 봄 2013.3.22(금) ~

2013.4.18(목)

국립극단, 두산아트센터

Space III, 서강대 메리홀 등

(사)페스티벌 봄

복합장르 비아페스티벌(VIAF) 2013.4.12(금) ~

2013.4.18(목)

영등포구 여의서로 일대 경계없는 예술센터 VIAF 집행위원회

복합장르 서울문화의밤 2013.8.30(금) ~

2013.8.31(토)

중구 서울광장 등 서울특별시 연하나로 기획

2010년 음악(오페라)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2013.5.4(토) ~

2013.6.9(일)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예술의 전당

2011년 복합장르 마로니에여름축제 2013.7.16(화) ~

2013.7.27(토)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일대 (재)한국공연예술센터 (재)한국공연예술센터

2012년 뮤지컬 서울뮤지컬페스티벌 2013.8.5(월) ~

2013.8.12(월)

중구 충무아트홀 일원 한국 뮤지컬 협회,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홀,

MBC+미디어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사무국

음악(전통) 북촌뮤직페스티벌 2013.9.7(토) ~

2013.9.8(일)

종로구 북촌일대 수림문화재단 북촌뮤직페스티벌 기획단

춤 세계거리춤축제 2013.10.12(토) ~

2013.10.13(일)

동대문구 장한평역 등 세계거리춤축제추진위원회,

동대문문화원

세계거리춤축제추진위원회

경기도

시작년도 장르 축제명 기간 장소 주최 주관

1996년 연극 수원화성국제연극제 2013.5.24(금) ~

2013.5.28(화)

화성행궁광장 수원시 수원문화재단

2002년 음악극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2013.5.4(토) ~

2013.5.19(일)

의정부예술의전당 및 의정부

시내일원

(재)의정부예술의전당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집행위원회

인형극 경기인형극제 in SUWON 2013.7.16(화) ~

2013.7.26(금)

수원시 (사)경기민예총 (사)경기인형극진흥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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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176

2003년 안양시민축제 2013.10.4(금) ~

2013.10.6(일)

안양시 평촌중앙공원,

삼덕공원

안양시 안양축제 추진위원회,

안양문화예술재단

2005년 거리극 안산국제거리극축제 2013.5.3(금) ~

2013.5.5(일)

안산시 안산문화광장 안산시 (재)안산문화재단

2007년 복합장르 헤이리판문화축제 2013.9.28(토) ~

2013.10.6(일)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

일대

파주시, (사)헤이리 헤이리 문화교육 +

예술위원회

2007년 거리극 과천축제 2013.9.25(수) ~

2013.9.29(일)

과천시 과천시민회관

야외공연장 등

과천시 (재)과천축제

2008년 고양호수예술축제 2013.9.28(토) ~

2013.10.6(일)

고양시 호수공원 등 고양시 고양시문화재단

2013년 복합장르 경기도립예술단 페스티벌 2013.10.4(금) ~

2013.10.12(토)

수원시 경기도문화의전당 경기도문화의전당 경기도립예술단

인천광역시

시작년도 장르 축제명 기간 장소 주최 주관

1995년 클라운 마임 국제클라운마임축제 2013.10.1(화) ~

2013.10.8(화)

남구 작은극장 돌체 클라운마임협의회 인천국제클라운 마임축제

준비위원회, 작은극장 돌체,

극단 마임

1997년 풍물놀이 부평풍물대축제 2013.10.18(금) ~

2013.10.20(일)

부평구 부평대로 및

부평일대

인천광역시 부평구 부평구축제위원회,

부평구문화재단, 부평문화원

2000년 무용 무의도여름바다춤축제 2013.7.31(수) ~

2013.8.4(일)

중구 하나개해수욕장 인천광역시 중구 무의도춤축제위원회

부산광역시

시작년도 장르 축제명 기간 장소 주최 주관

2004년 연극 부산국제연극제 2013.5.3(금) ~

2013.5.12(일)

부산문화회관 등 부산광역시 (사)부산국제연극제

조직위원회

연극 광대연극제 2013.8.16(금) ~

2013.8.18(일)

수영구 광안리 만남의

광장등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대연극제 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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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2013한국 공연예술축제 현황

2005년 무용 부산국제무용제 2013.5.31(금) ~

2013.6.4(화)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부산광역시 (사)부산국제무용제

조직위원회

2010년 음악 부산마루국제음악제 2013.9.2(월) ~

2013.9.7(토)

남구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부산광역시 부산마루국제음악제

추진위원회

대구광역시

시작년도 장르 축제명 기간 장소 주최 주관

1991년 음악 대구국제현대음악제 2013.6.25(화) ~

2013.6.27(목)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

팔공홀

대구국제현대음악제 젊은음악인의모임

2002년 무용 대구국제무용제 2013.9.24(화) ~

2013.9.27(금)

달서구 대구문화예술회관

일대

(사)한국무용협회

대구광역시지회

(사)한국무용협회

대구광역시지회

2003년 음악(오페라) 대구오페라축제 <국내>

2013.10.4(금) ~

2013.11.4(월)

<해외> 폴란드

브로츠와프국립극장

2013.5.12(일)

대구오페라하우스, 폴란드

브로츠와프국립극장 외

대구광역시

(대구오페라하우스)

(사)대구국제오페라축제

조직위원회

2006년 뮤지컬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2013.6.15(토) ~

2013.7.8(월)

대구시 주요 공연장 및 시내

전역

대구광역시 (사)대구국제

뮤지컬페스티벌

2007년 음악 신천돗자리음악회 2013.8.1(목) ~

2013.8.4(일)

남구 신천종합생활체육광장 대구광역시 남구 남구 문화행사 추진위원회

울산광역시

시작년도 장르 축제명 기간 장소 주최 주관

2006년 복합장르 무룡예술제 2013.9.25(수) ~

2013.10.21(월)

북구 울산북구문화예술회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하예술위원회,

울산광역시 북구

한국문화예술회관 연합회,

북구 문화예술회관

2007년 음악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2013.10.3(목) ~

2013.10.6(일)

남구 울산문화예술회관 등 울산광역시 울산광역시

처용문화제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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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178

광주광역시

시작년도 장르 축제명 기간 장소 주최 주관

1983년 연극 전국연극제 2013.6.1(토) ~

2013.6.20(목)

*전국에서 개최지를

이동하며 개최. 2013년에는

광주

(사)한국연극협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광주광역시

(사)한국연극협회

광주광역시지회

2005년 연극 평화연극제 2013.5.10(금) ~

2013.5.18(토)

빛고을 시민 문화원 (사)한국연극협회

광주광역시지회

평화연극제 집행위원회

2012년 복합장르 광주 예술난장 ‘굿+판’ 2013.8.29(목) ~

2013.9.1(일)

남구 전통문화연구회얼쑤 광주예술난장 굿+판

추진위원회

(사)전통문화연구회 얼쑤

강원도

시작년도 장르 축제명 기간 장소 주최 주관

1976년 전통음악 정선아리랑제 2013.10.2(수) ~

2013.10.5(토)

정선읍 아리리공원 일원 정선군 (사)정선아리랑제위원회

1989년 마임 춘천마임축제 2013.5.19(일) ~

2013.5.26(일)

춘천시 축제극장몸짓 (사)춘천마임축제,

한국마임협의회, 춘천MBC,

G1강원민방(미친금요일)

춘천마임축제 운영위원회

인형극 춘천인형극제 2013.8.9(금) ~

2013.8.15(금)

춘천시 춘천인형극장 (재)춘천인형극제,

G1강원민방

춘천인형극제 집행위원회,

(사)한국인형극협회

1993년 연극 춘천국제연극제 2013.5.11(토) ~

2013.5.18(토)

춘천시 일대 (사) 춘천연극제, 춘천MBC 춘천국제연극제 운영위원회

2004년 음악 대관령음악축제 2013.7.14(일) ~

2013.8.6(화)

평창군 대관령 대관령국제음악제

추진위원회

강원도

2004년 복합장르 강릉국제청소년예술축전 2013.7.26(금) ~

2013.7.28(월)

강릉시 경포해수욕장 강릉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강릉국제청소년예술

축전위원회

복합장르

(연극중심)

춘천아트페스티벌 2013.8.14(수) ~

2013.8.17(토)

춘천시 춘천문화예술회관,

축제극장몸짓

춘천아트페스티벌 춘천아트페스티벌

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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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2013한국 공연예술축제 현황

충청북도

시작년도 장르 축제명 기간 장소 주최 주관

1959년 전통예술 청풍명월예술제 2013.10.28(월) ~

2013.11.11(월)

청주시 예술의전당 등 청주시 예술의전당 등 충북예총

1965년 전통음악 영동난계국악축제 2013.10.3(목) ~

2013.10.7(토)

영동 - 군민운동장,

영동체육관, 난계사 등

영동군 (사)난계기념사업회

충청남도

시작년도 장르 축제명 기간 장소 주최 주관

2004년 춤 천안흥타령춤축제 2013.10.1(화) ~

2013.10.6(일)

천안시 천안삼거리공원 천안시 천안문화재단

경상북도

시작년도 장르 축제명 기간 장소 주최 주관

1997년 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2013.9.27(금) ~

2013.10.6(일)

안동시내, 탈춤공원,

하회마을

(재)안동축제관광조직위원회 안동축제관광 조직위원회

2001년 연극 포항바다국제연극제 2013.7.31(수) ~

2013.8.4(일)

포항시 영일대해수욕장 등 포항시,

(사)포항바다 국제공연예술제

진흥회

(사)포항바다

국제공연예술제 집행위원회

2012년 음악극 칠곡세계인형음악극축제 2013.7.19(금) ~

2013.7.23(화)

칠곡군 교육문화회관 칠곡군 대구예술대학교

문화예술연구소

경상남도

시작년도 장르 축제명 기간 장소 주최 주관

1962년 전통예술 가야문화축제 2013.4.24(수) ~

2013.4.28(일)

김해시 대성동고분군 등 김해시 (사)가야문화축제

제전위원회

1980년 복합장르 김해예술제 2013.9.26(목) ~

2013.9.29(일)

김해시 김해문화의전당 김해시 (사)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김해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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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180

1989년 공연예술 창원국제공연예술축제 2013.5.18(토) ~

2013.5.26(일)

창동예술소극장, 창원

MBC홀, 315아트센터

소극장 등

창원공연예술진흥회 창원국제공연 예술축제

집행위원회

연극 거창국제연극제 2013.7.26(금) ~

2013.8.11(일)

거창군 수승대 일원의

야외극장

(사)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

KBS창원방송총국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

2001년 연극 밀양여름공연예술제 2013.7.24(수) ~

2013.8.4(일)

밀양시 밀양연극촌 밀양시, 밀양여름공연예술제

조직위원회

(사)밀양연극촌

2006년 음악(타악) 사천세계타악축제 2013.8.8(목) ~

2013.8.11(일)

사천시 대방동

삼천포대교공원 일원/

사천시문화예술회관

사천시 (재)사천문화재단

전라북도

시작년도 장르 축제명 기간 장소 주최 주관

2001년 음악(판소리) 전주세계소리축제 2013.10.2(수) ~

2013.10.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한옥마을

전라북도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2009년 음악(판소리) 구례동편제소리축제 2013.10.12(토) ~

2013.10.14(월)

구례실내체육관 구례군 구례동편제소리축제

추진위원회, 국악협회

구례군지부

전라남도

시작년도 장르 축제명 기간 장소 주최 주관

1998년 음악(판소리) 보성서편제소리축제 2013.10.18(금) ~

2013.10.20(일)

전남 보성 서편제보성소리전

수관, 보성다향체육관,

세편제판소리테마파크

보성군 보성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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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2013한국 공연예술축제 현황

* 2013년 한해 전국 각지에서 개최된 공연예술축제 정보를 정리했다. 지역별로 우선 분류하여 한 지역의 축제 현황 및 성향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연극, 무용, 마임, 음악, 거리예술, 복합장르 등 장르별로 구분하고, 축제가 시작된 시기 별로 배열했다.

단, 대중음악 페스티벌, 지역축제, 체험과 전시 위주의 축제는 제외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예술축제를 면밀히 살피진 못하였으나,

이를 통해 2013년 한국 공연예술축제의 현재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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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편집 총괄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 교육컨설팅팀

이선옥 팀장, 이재원

코디네이터

정진세(극단 문 극작가,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자)

신민경(공연 프로듀서)

편집

허영균(프리랜서 에디터)

디자인

FLINT(www.flint.co.kr)

젊은 축제 기획자를 위한 안내서

발행일

2013년 12월

발행인

정재왈

발행처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57(연건동) 홍익대학교 대학로캠퍼스 교육동 12층

TEL 02-708-2244 FAX 02-708-2241

www.gokams.or.kr

※ 책자의 판매,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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