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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 133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고 했던가. 봄비 내린 뒤의 담양 죽녹원 대밭. 아침 햇살이 비치는가 싶자 굵고 매끈한 왕대 사이로 죽순들이 다투듯 땅을 박차고 돋아났다. 먼저 세상에 나왔던 죽 순들은 아랫도리의 검은 껍질을 차례차례 벗어 던지며 저 높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올랐다. 온갖 새들도 저마다 개성 넘치는 지저귐으로 대 숲을 해맑게 울려댔다. 대자연이 연출하는 합창 극이랄까. 흐르는 도랑물 소리는 숲의 청량감 을 더했다. 삽상한 생명의 아침! 자연은 인간보 다 먼저 축제판을 벌이며 하루를 싱그럽게 열고 있었다. 산책길에서 만난 프랑스인 카미유 로랑(21). 친 구 3명과 함께 여행 중이라는 그는 바람에 사각 거리는 대나무들을 올려다보며 신기하다는 듯 감탄사를 연발했다. "느낌이 정말 신선해요! 프랑스에서는 이런 대 밭을 볼 수 없어요. 대나무축제가 열리는 줄 모 르고 관광 목적으로만 이곳에 왔는데 대숲 구 경 후에 저 아래의 축제장도 차분히 돌아보렵니 다. 벌써 기대가 돼요!" 대숲 향기, 천 년을 품다 올해로 스무 돌을 맞은 담양대나무축제가 '대 숲 향기, 천 년을 품다'를 주제로 5월 2~7일 담 양군 담양읍 죽녹원과 관방제림 일원에서 열렸 다. 담양대나무축제는 2년 연속 대한민국 문화 관광 최우수축제로 선정될 만큼 5월을 대표하 는 유명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담양(潭陽) 지명이 생긴 지 1천 년을 맞아 그 의미가 더했다. 1018년 고려 현종 9년 탄생한 '담양'은 오랜 세월 변치 않고 이름을 지켰다. 이를 기념해 담양군은 올해 를 '담양방문의 해'로 지정했다. 축제 역시 대나무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예술적 가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축제는 2일 오전 담양종합체육관 앞 대운동장 주 무대에서 개최된 대나무 악기와 댄스 경연대 회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이어 대나무 신에 게 축제 성공을 기원하는 죽신제(竹神祭)를 비 롯해 각종 공연, 전시, 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동 시다발로 선보였다. 담양군과 담양대나무축제위원회가 주안점을 둔 올해 축제의 가치는 역사와 문화. 그 대표 프로그램은 5월 6일 담양동초등학교에서 축제 주 무대까지 약 1km 구간에서 진행된 '대나무 역사문화 퍼레이드'였다. 담양은 임진왜란 때 고경명(高敬命) 장군이 의병 6천여 명을 규합해 왜군과 맞선 곳으로, 이날 행렬에는 12개 읍면 주민과 학생, 풍물패 등 1천여 명이 참여했다. 이와 함께 대나무축제의 발자취와 발전방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담양대나무축제 20주년 기 념관'이 관람객을 맞았다. 또 죽순이 음식으로 영산강 상류에 있는 전남 담양은 전통의 대나무 고장이다. 담양 하면 대나무, 대나무 하면 담양이 동시에 떠오른다. 해마다 5월이면 이곳에서 대나무를 주역으로 내세운 대나무축제가 펼쳐진다. 20회째인 올해는 담양 지명 탄생 1천 주년을 맞기도 해 의미가 더욱 각별했다. 임형두 기자 · 사진 조보희 기자 담양대나무축제 천 년 향기 품은 대숲에서 운수대통하다 지역축제 탐방 시킨 레이저 야간경관은 방문객들을 환상의 세 계로 초대했다. 담양대나무축제의 뿌리 '죽취일 잔치' 대나무는 사철 푸르고 곧게 자란다고 해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 됐다. 우리 선조들은 대나무를 벗 삼아 자연을 노래하고 풍류도 즐겼다. 조선 중 기의 시인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는 '오우 가'(五友歌)에서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비였는가/ 저 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라며 대 나무의 신비와 미덕을 찬송했다. 고산의 감탄처럼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대나 무는 나무이기도 하고 풀이기도 했다. 생장점 인 죽순이 땅속에 숨어 있고 줄기는 땅 위에 나 와 있어 얼핏 나무 같으나 나이테가 없는 점은 탈바꿈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 맛을 입으로 느껴볼 수 있는 전국죽순요리경연대회, 생활용품이나 예술품으로 변신한 대나무와 만 나는 대나무문화산업전이 펼쳐졌다. 가정의 달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참여 프로그램도 풍성했다. 대소쿠리 물고기잡기, 대나무 카누 타기, 대나무 뗏목 타기, 추억의 죽 물시장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공연자와 관광객이 하나가 되어 춤추는 죽취아리랑 플래시몹, 필리 핀 전통의 민속놀이인 티니클링(대나무춤), 담 양 지방의 모내기 과정을 그린 황금들노래 공연 이 줄줄이 이어졌다. 밤이 되면 축제장을 끼고 있는 관방천은 동화 나라로 깜짝 변신해 더욱 깊은 감동을 안겼다. 향교교와 추성교 사이의 공간을 화려하게 장식 한 오색 대나무등, 관방제림을 신비하게 탈바꿈 1 죽녹원 앞을 지나는 '대나무 역사문화 퍼레이드' 행렬 2 축제장 입구의 대나무 소망등 터널 1 2

편과 두 아들이 노를 저으며 유유히 나아가는img.yonhapnews.co.kr/basic/svc/imazine/201806/132.pdf전통 민속놀이로 눈길을 모은 프로그램 중 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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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편과 두 아들이 노를 저으며 유유히 나아가는img.yonhapnews.co.kr/basic/svc/imazine/201806/132.pdf전통 민속놀이로 눈길을 모은 프로그램 중 하 나는

201806 133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고 했던가. 봄비 내린

뒤의 담양 죽녹원 대밭. 아침 햇살이 비치는가

싶자 굵고 매끈한 왕대 사이로 죽순들이 다투듯

땅을 박차고 돋아났다. 먼저 세상에 나왔던 죽

순들은 아랫도리의 검은 껍질을 차례차례 벗어

던지며 저 높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올랐다.

온갖 새들도 저마다 개성 넘치는 지저귐으로 대

숲을 해맑게 울려댔다. 대자연이 연출하는 합창

극이랄까. 흐르는 도랑물 소리는 숲의 청량감

을 더했다. 삽상한 생명의 아침! 자연은 인간보

다 먼저 축제판을 벌이며 하루를 싱그럽게 열고

있었다.

산책길에서 만난 프랑스인 카미유 로랑(21). 친

구 3명과 함께 여행 중이라는 그는 바람에 사각

거리는 대나무들을 올려다보며 신기하다는 듯

감탄사를 연발했다.

"느낌이 정말 신선해요! 프랑스에서는 이런 대

밭을 볼 수 없어요. 대나무축제가 열리는 줄 모

르고 관광 목적으로만 이곳에 왔는데 대숲 구

경 후에 저 아래의 축제장도 차분히 돌아보렵니

다. 벌써 기대가 돼요!"

대숲 향기, 천 년을 품다

올해로 스무 돌을 맞은 담양대나무축제가 '대

숲 향기, 천 년을 품다'를 주제로 5월 2~7일 담

양군 담양읍 죽녹원과 관방제림 일원에서 열렸

다. 담양대나무축제는 2년 연속 대한민국 문화

관광 최우수축제로 선정될 만큼 5월을 대표하

는 유명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담양(潭陽) 지명이 생긴 지 1천 년을

맞아 그 의미가 더했다. 1018년 고려 현종

9년 탄생한 '담양'은 오랜 세월 변치 않고

이름을 지켰다. 이를 기념해 담양군은 올해

를 '담양방문의 해'로 지정했다. 축제 역시

대나무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예술적 가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축제는 2일 오전 담양종합체육관 앞 대운동장

주 무대에서 개최된 대나무 악기와 댄스 경연대

회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이어 대나무 신에

게 축제 성공을 기원하는 죽신제(竹神祭)를 비

롯해 각종 공연, 전시, 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동

시다발로 선보였다.

담양군과 담양대나무축제위원회가 주안점을

둔 올해 축제의 가치는 역사와 문화. 그 대표

프로그램은 5월 6일 담양동초등학교에서 축제

주 무대까지 약 1km 구간에서 진행된 '대나무

역사문화 퍼레이드'였다. 담양은 임진왜란 때

고경명(高敬命) 장군이 의병 6천여 명을 규합해

왜군과 맞선 곳으로, 이날 행렬에는 12개 읍면

주민과 학생, 풍물패 등 1천여 명이 참여했다.

이와 함께 대나무축제의 발자취와 발전방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담양대나무축제 20주년 기

념관'이 관람객을 맞았다. 또 죽순이 음식으로

영산강 상류에 있는 전남 담양은 전통의 대나무 고장이다. 담양 하면

대나무, 대나무 하면 담양이 동시에 떠오른다. 해마다 5월이면 이곳에서

대나무를 주역으로 내세운 대나무축제가 펼쳐진다. 20회째인 올해는 담양

지명 탄생 1천 주년을 맞기도 해 의미가 더욱 각별했다.

글 임형두 기자 · 사진 조보희 기자

담양대나무축제천 년 향기 품은 대숲에서 운수대통하다

지 역 축 제 탐 방

시킨 레이저 야간경관은 방문객들을 환상의 세

계로 초대했다.

담양대나무축제의 뿌리 '죽취일 잔치'

대나무는 사철 푸르고 곧게 자란다고 해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 됐다. 우리 선조들은 대나무를 벗

삼아 자연을 노래하고 풍류도 즐겼다. 조선 중

기의 시인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는 '오우

가'(五友歌)에서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비였는가/ 저

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라며 대

나무의 신비와 미덕을 찬송했다.

고산의 감탄처럼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대나

무는 나무이기도 하고 풀이기도 했다. 생장점

인 죽순이 땅속에 숨어 있고 줄기는 땅 위에 나

와 있어 얼핏 나무 같으나 나이테가 없는 점은

탈바꿈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 맛을

입으로 느껴볼 수 있는 전국죽순요리경연대회,

생활용품이나 예술품으로 변신한 대나무와 만

나는 대나무문화산업전이 펼쳐졌다.

가정의 달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참여

프로그램도 풍성했다. 대소쿠리 물고기잡기,

대나무 카누 타기, 대나무 뗏목 타기, 추억의 죽

물시장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공연자와 관광객이

하나가 되어 춤추는 죽취아리랑 플래시몹, 필리

핀 전통의 민속놀이인 티니클링(대나무춤), 담

양 지방의 모내기 과정을 그린 황금들노래 공연

이 줄줄이 이어졌다.

밤이 되면 축제장을 끼고 있는 관방천은 동화

나라로 깜짝 변신해 더욱 깊은 감동을 안겼다.

향교교와 추성교 사이의 공간을 화려하게 장식

한 오색 대나무등, 관방제림을 신비하게 탈바꿈

1 죽녹원 앞을 지나는

'대나무 역사문화

퍼레이드' 행렬

2 축제장 입구의

대나무 소망등 터널

1

2

Page 2: 편과 두 아들이 노를 저으며 유유히 나아가는img.yonhapnews.co.kr/basic/svc/imazine/201806/132.pdf전통 민속놀이로 눈길을 모은 프로그램 중 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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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과 두 아들이 노를 저으며 유유히 나아가는

모습을 물가에서 지켜보던 윤미(39·서울) 씨는

"담양이 친정이라 매년 축제 때마다 온다"면서 "

가족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나 역시 행복해진

다"고 웃음지었다. 전남대에서 기계공학을 전

공한다는 마누엘 에스칼로나(25·베네수엘라)

유학생은 "이곳에서 카누를 처음 타보는데 정

말 신난다. 인상 깊은 추억이 될 것 같다"며 흡

족한 감회를 나타냈다.

전통 민속놀이로 눈길을 모은 프로그램 중 하

나는 5일 낮 분수대 무대에서 공연된 '담양 황

금들노래'였다. 전남 무형문화재 제46호인 이

농요는 담양군 수북면 황금리에 전승돼오고 있

는데 모판을 만들고, 모를 찌고, 논을 매는 과

정을 예술적으로 연출했다. 주민 30여 명으로

구성된 공연단은 흰색 전통 복장으로 등장해 "

한일(一)자로 늘어서서 입구(口) 자로 모를 심

세/ 앞산은 점점 멀어지고/ 뒷산은 점점 다가오

네"라며 농악 장단에 맞춰 풍년을 기원했다. 공

연단의 남귀희(71) 대표는 "조선 중엽부터 이어

져오는 전통놀이로 마을주민들은 생활에서 하

나가 되고 있다"며 계승의 소중한 가치를 환기

시켰다.

관방천과 관방제림은 낮도 낮이지만 밤 풍경이

더욱 아름다웠다. 관방천은 담양 가마골생태공

원의 용소(龍沼)에서 발원한 영산강의 일부다.

조선 인조 26년(1648년) 홍수 피해를 막기 위

해 길이 6km에 이르는 제방을 쌓았다고 전해

진다. 이 가운데 1.2km 구간의 관방제림(천연

기념물 제366호)에는 수령 200년이 넘은 팽나

무, 느티나무 등 15종의 낙엽활엽수 320여 그

루가 신묘한 기운을 뿜으며 자라고 있어 장관

을 이룬다.

관방제림에서는 밤마다 환상의 별빛잔치가 벌

어져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명을 안겼다. 파란색

과 빨간색의 레이저 불빛이 나뭇잎과 나무줄기

에 비칠 때마다 밤하늘 별들의 군무를 연상케

하는 정경이 펼쳐진 것이다. 방문객들은 1km에

이르는 별빛 구간을 천천히 걸으며 꿈결과 같은

환상 여행의 묘미에 푹 빠져들었다. 담양 주민

윤정숙(62) 씨는 "우주의 별들이 반딧불로 내려

와 춤을 추는 듯하다"면서 "같이 온 딸과 손주

에게 정말 큰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향교교~추성교 구간을 장식한 두 마리의 대나

무 용과 2천여 개의 대나무 소망등, 천 년의 소

망배도 환상미를 연출했다.

향교교 양쪽에 각각 25m 길이로 설치된 대나

무 작품 '천년의 용솟음'은 청룡과 홍룡이 영산

강의 발원지인 용소에서 금방 내려온 듯 생동감

으로 넘쳐났다. 올 축제에 처음 선보인 이 용들

은 달밤에 보면 하얀 용이 흘러가는 형상이라는

'백진강'(영산강의 옛 이름)의 연원을 알려주기

도 했다. 오색의 대나무 소망등은 천변을 2개

층으로 길게 장식하며 관방천 물속에 비쳐 환상

미를 배가했다. 베트남에서 시집왔다는 송민지

(21·담양) 씨는 "대나무를 이용해 이렇게 다양

한 모양의 등을 손으로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담양군에 따르면 올해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은

모두 47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박충년 담양대나

무축제위원장은 "운(運)·수(水)·대(竹)·통(通)이

라는 테마로 대나무 고장인 우리 담양의 역사와

문화를 방문객들이 두루 체험케 했다"면서 "사

람으로 치면 성년에 해당하는 20회째를 맞아

야간 프로그램을 한층 강화하고 역사문화 퍼레

이드를 처음으로 재현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고 자평했다.

은 대나무의 미적 아름다움을 감명 깊게 표현하

고 있었다. 예컨대 문순태는 '청죽을 보며'에서

"삶의 무게에 눌려/ 하루에도 몇 번씩/ 주저앉

고 싶을 때/ 너를 바라보고 있으면/ 빛바랜 마음

이 푸르러진다"며 찬양했다. 신석정은 작품 '대

숲에 서서'를 통해 "대숲은 좋드라/ 성글어 좋

드라/ 한사코 서러워 대숲은 좋드라// 꽃가룰

날리듯 흥건히 드는 달빛에/ 기척 없이 서서 나

도 대같이 살거나"라고 노래했다.

대나무축제는 고려 초부터 담양사람들이 대나

무를 심었던 죽취일(竹醉日·음력 5월 13일) 잔

치를 시원으로 한다. 이날이 되면 집 울타리와

마을 주변, 야산에 대나무를 심은 뒤 죽엽주를

마시며 주민의 단결과 친목을 도모하는 화전놀

이를 벌였다. 일본강점기 때인 1920년대 초에

끊긴 죽취일의 맥은 1999년 대나무와 선비정신

을 테마로 한 현대적 축제로 재탄생했다.

신명과 감동…밤에는 환상의 별빛잔치

이제 축제 현장으로 가보자. 축제를 활력으로

넘치게 한 프로그램 중 하나가 관방천의 향교

교 아래에서 진행된 대소쿠리 물고기 잡기였다.

죽녹원 정문으로 이어지는 향교교 아래에는 대

울타리로 만든 물고기 잡기 체험장이 드넓게 설

치된 가운데 참가자들은 소쿠리로 물고기를 잡

느라 여념이 없었다.

바짓가랑이를 반쯤 걷어 올리고 춤추기 운동으

로 몸을 푼 참가자들은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

의 호루라기가 울림과 동시에 대소쿠리를 들고

물속으로 첨벙첨벙 뛰어들었다. 가족과 친구 등

은 물가에 서서 박수와 환호로 응원했다. 제한

시간인 20분 안에 메기 두 마리와 붕어 네 마리

를 잡은 이한결(10·광주) 양은 "신나요! 축제에

올 때마다 잡아요"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다음은 향교교와 추성교 사이에서 체험하는 대

나무 카누와 대나무 뗏목 타기 현장. 참가자들

은 가족끼리, 친구끼리, 혹은 연인끼리 카누와

뗏목 타기를 신나게 즐겼다. 대나무로 만든 배

는 시원하게 부는 봄바람과 함께 미끄러지듯 떠

다녀 그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했다. 남

영락없이 풀을 닮았다는 것. 하지만 일반의 나

무처럼 목재로 사용되기에 대나무로 불렸다.

땅 위로 솟구치기 시작한 죽순은 하루가 다르

게 성장해 한 달여면 평생 자랄 수 있는 크기가

된다. 이처럼 둘레가 그다지 굵어지지 않은 가

운데 쭉쭉 솟아오르는 비결은 일정 간격으로

나 있는 마디들. 많게는 70여 개에 이르는 이들

마디 덕분에 대나무는 가늘지만 짱짱하고 높다

랗게 뻗어 오를 수 있다. 일정 기간에 자신을 키

우고 나서는 이후부터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

는 일에 집중한다.

쇠가 드물고 플라스틱이 없던 옛날에 대나무는

여러모로 요긴한 도구였다. 닭장, 죽방렴 같은

건축 자재로 쓰였는가 하면 지팡이나 소쿠리처

럼 각종 생활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대금, 피

리 등 악기의 소재였고, 활이나 창 등 무기가 되

기도 했으며, 죽엽차나 댓잎술 등 음식과 의약

의 재료로도 이용됐다.

대나무는 속을 비우고 곧게 뻗어 올라가는 특성

때문에 충절과 절개의 상징이 되곤 했다. 사시

사철 푸름을 잃지 않고 바람에 잠시 몸이 흔들

릴지언정 마음만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 품이 지

조 있는 선비를 닮았기 때문이다. 고려 말에 절

개를 굳게 지킨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가

목숨을 잃은 돌다리를 '선죽교'(善竹橋)라고 한

것도 대쪽 같은 심지 때문이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사각거리며 상쾌함을 더하는

대나무는 시와 그림 등 예술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관방천변에 늘어선 대나무 시화전의 작품

1 신나는 대소쿠리

물고기 잡기 현장

2 주무대에서 공연된

필리핀 전통민속놀이

'대나무춤'

3 관방천의 카누 타기 4 관방제림의 별빛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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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같은 달이다. 만화방창(萬化方暢)하듯 터져 나왔던

봄축제들이 한 발짝 뒷전으로 물러서는 대신에 삼복염천(三伏炎天)의 여름축제들이 저만큼에서 대거

'팡파르'를 울릴 기세다. 그러다 보니 녹음 짙은 6월에 열리는 축제는 5월과 7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 하지만 서천 한산모시문화제를 비롯해 강릉단오제, 울산마두희축제, 광주 퇴촌토마토축제,

증평들노래축제, 춘천연극제(15~23일), 경주세계피리축제(22~24일) 등 역사문화와 예술을 소재로

한 잔치마당이 곳곳에서 풍성하게 펼쳐진다.6주요 축제

증평들노래축제

장뜰두레농요는 충북 증평에 전해

내려오는 전통의 노래다. 도안(도안면) 뜰과

질벌(증평읍) 뜰을 둘러싸고 마을을 이룬

증평읍 증평·남하리 등에서 논농사를 할

때 불린다. 제14회 증평들노래축제는 6월

16일과 17일 증평민속체험박물관 일원에서

'전통과 현대, 그 아름다운 만남'을 주제로

열린다. 장뜰두레농요가 시연되고 '증평

애환의 아리랑 고개', '황진이와 곡주 한 잔'

등의 전통공연이 펼쳐진다. 농기 뽑기, 손

모내기, 보리 타작, 우렁이 잡기 등 다양한

농경 체험도 할 수 있다.

☎ 043-835-4142, www.jp.go.kr/tour.do

울산마두희축제

320년 역사를 지닌 울산 최대의 전통민속놀이로 6월

22일부터 24일까지 울산시 원도심과 태화강변 일원에서

펼쳐진다. 큰줄당기기 '마두희(馬頭戱)'는 '바다에 빠지는

울산의 정기를 줄에 걸어 잡아당기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인 마두희는 6월 23일 오후

4시부터 원도심 학성로에서 참가자 4천여 명이 서군과

동군으로 나뉘어 펼치게 된다. 이와 함께 단오맞이

씨름대회, 마두희 줄 제작, 울산큰애기 선발대회 등이

동시다발로 이어진다. 일제 강점기에 명맥이 끊긴

마두희는 전통을 되살리고 주민 화합을 도모하는 취지로

2012년부터 다시 열기 시작했다.

☎ 052-244-2008, www.ulsanmaduhee.co.kr

한산모시문화제

제29회 한산모시문화제가 6월 22일부터 25일까지 충남 서천군 한산면의

한산모시관 일원에서 개최된다. 주제는 '천오백년을 이어 온 한산모시, 바람을

입다'. 중요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한산모시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모시풀 재배에서 모시옷 제작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살펴보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대표 프로그램인 모시

패션쇼는 관광객들에게 잠자리 날개처럼 투명하고 부드러운 모시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여성 중심의 길쌈노래를 여섯 마당놀이로 재구성한 저산팔읍길쌈놀이를

재현해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맛볼 수 있다.

☎ 041-950-6884, www.hansanmosi.kr

광주퇴촌토마토축제

경기도 광주시의 퇴촌 토마토를 알리고 농업인, 농촌주민들이 도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마련하는 축제다. 올해 16회째로 6월 22일부터

24일까지 퇴촌면 공설운동장 일원에서 '멋쟁이 퇴촌, 맛쟁이 토마토'를 주제로

열린다. 퇴촌면과 남종면 등 팔당호반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퇴촌 토마토는

자연 벌을 이용한 수정 등 차별화된 친환경 재배방식으로 신선도와 맛에서 전국

으뜸으로 꼽힌다.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풀장에서 토마토를 던지고 슬라이드를

타며 토마토 풀에 빠지는 '토마토야 놀자' 등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 031-760-4959, www.gjcity.go.kr/tour

강릉단오제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축제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올해 축제는 6월 14일부터 21일까지 강릉 남대천의 단오장

일원에서 열린다. 주제는 '지나 온 천년, 이어 갈 천년'. 전통문화의

정수인 제례, 신과 사람이 소통하는 굿판, 전국 최대 규모의 난장이

펼쳐지고 국가 지정 문화재행사, 시민참여행사, 민속놀이 행사 등 80여

개 프로그램이 풍성하게 마련된다. 단오굿을 무대화한 '굿 위드 어스'와

아리랑을 주제로 한 창작공연 '강릉아리랑 소리극 울어머이 왕산댁'도

주목할 이벤트다. 이와 함께 캐나다, 인도네시아, 몽골, 중국 등 해외

공연팀이 강릉단오제에 합류해 무대를 빛낸다.

☎ 033-641-1593, www.danojefestiva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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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사진 / 증평군 제공

※ 축제 일정은 주최 측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❸ 강릉단오제 (14~21일)

2018 JUNE❶ 증평들노래축제 (16~17일)

❹ 광주퇴촌토마토축제 (22~24일)

❷ 울산마두희축제 (22~24일)

❺ 한산모시문화제 (22~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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