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 Upload
    others

  • View
    0

  • Download
    0

Embed Size (px)

Citation preview

Page 1: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영지(靈知)와 수사(修辭)의 귀환으로서의

마술적 사실주의

송상기

단독/ 고려대학교

Song, Sang-Kee(2014), Magical Realism: Return of Gnosis and Rhetoric,

The Korean Journal of Hispanic Studies, 7(2), 107-130.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죽음으로 마술적 사실주의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본 논문은 근대적 인문과학의 흐름 속에서 마술적 사

실주의가 지니는 의미를 근대성이 가두어버린 영지(靈知)와 수사(修辭)의 귀환의

차원에서 재조명하고자 한다. 근대성 혹은 근대적 사유가 형성되는 과정에 대한

새로운 고찰 속에서 그동안 잊혀 있거나 파편화된 사유나 표현의 양식을 부활하

는 계기를 서구의 주변부에 있는 중남미의 작가들이 촉발하였다. 이들 라틴아메리

카의 작가들은 서구와 비서구, 전근대와 근대의 경계선상에서의 생활세계와 문화

적 정체성을 표상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근대성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억압했던 담

론이나 표상양식을 새로운 방식으로 복원시켰다. 이들은 근대적 시공간의 외부와

내부를 동시에 선보임으로써 오히려 서구의 독자들에게 자아와 세계에 대한 의식

을 재규정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신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근대에 이르러

숨겨졌거나 억압된 지식을 일컫는 영지적 사유에 대한 필요성은 월터 미뇰로에

의해 식민주의적 번역이 삭제하려던 식민주의적 차이를 회복하려는 노력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이러한 영지적 사유는 환상문학의 대가 보르헤스와 마술적 사실주의

의 대표작인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이어주며 근대화의 주변부에 있는 라틴아메리

카의 경계사유를 표상하는 중요한 모티브가 되어주었다.

한편 카임 페렐만은 신수사학을 통해 라무스 이후에 논리학에 의해 억압된

수사의 복원을 통해 청중과의 합의와 타협에 의해 근대적 이념의 산물인 합리성

이 아닌 이성에 의한 합의와 타협의 산물인 다원적 민주주의를 제안한다. 그의 수

사학적 복원의 논의는 고갈의 문학을 충만의 문학으로 바꾼 백년의 고독의 마

술적 사실주의를 또 다른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수사적으로

충만하고 카이로스적 시간을 가능하게 하는 경이로운 사건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이 사건을 받아들이는 화자와 작품 속의 주변 인물, 그리고 작가와 독자 사이의

합의와 타협은 이러한 수사적 기재가 만들어내는 작품의 보편성을 설명하는데 도

움을 준다. 한편 마술적 사실주의와 같은 수사적 문학이론이 폴 드 만이 제기한

‘이론에 대한 저항’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논란을 낳았지만, 이와 동시에 이론에 대

한 매혹과 번창을 자기 해체적 과정을 통해 드러내며 새로운 의미의 지평을 열었

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Page 2: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108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7권 2호

Key Words: Magical Realism/ Gnosis/ Rhetorics/ Gabriel García

Márquez; 마술적 사실주의/ 영지/ 수사학/ 가브리엘 가르시

아 마르케스

1. 들어가며

이제 마술적 사실주의는 일반인들에게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같은 대표적인 작가들과 더불어 중남미문학하

면 떠오르는 아이콘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마술적 사실주의에 대해 가르

시아 마르케스(1983, 36)와 같은 작가나 에미르 로드리게스 모네갈(30) 같

은 비평가들이 그 실체에 대해 부정을 한다하더라도, 그러면 그럴수록 반

어법적이고 모순적인 용어는 망령처럼 스멀스멀 되살아난다. 가르시아 마

르케스가 이를 부정한 이유는 백년의 고독과 같은 텍스트가 린다 허치언을 위시한 서구 비평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적

작품으로 분류했을 때 작품이 지니는 알레고리로서의 역사성과 현실 고

발의 메시지가 희석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는 극구 자신의 작품

이 중남미의 현실에 기초로 한 리얼리즘으로 읽혀질 것을 주문했었다. 가

르시아 마르케스를 위시한 1960년대 중남미의 붐 세대 작가와 보르헤스

를 프랑스와 미국을 비롯한 서구세계에 알린 비평가인 로드리게스 모네

갈은 중남미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담론으로 마술적 사실주의를 보고

자 하는 일부 중남미 비평가들의 시각 자체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기 자본주의의 문화적 증후로서의 포스트모더니

즘 문학의 주요 표상기법의 하나로서 인도, 미국, 동구권, 아프리카, 한국

을 위시한 동아시아 등 전 지구적으로 산포되고 유통되었으며 재생산되

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실체성을 부정하는 것은 하는 것은 마치 당시

에는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던 예술사조로서의 고딕이나 바로크에 대한

실체 자체를 부인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다. 어떤 주의나 이론이

처음 언술될 때의 맥락과 엄밀성에 대한 고찰도 중요하지만 용법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전 지구적으로 유통되고 소비되는 현상 자체가 새로운 문

제의식과 시사점을 던져주기도 한다. 서구에서 마술적 사실주의가 널리

Page 3: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靈知)와 수사(修辭)의 귀환으로서의 마술적 사실주의 · 송상기 109

유포되고 반복해서 담론화가 되는 이유에는 단지 서구 중심주의적 시각

이나 이론이 비서구 문화 산물에 대한 포섭과 전유하는 것으로만 볼 수

없는 서구 담론의 역사에 있어서의 필연적인 동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근대성 혹은 근대적 사유가 형성되는 과정에 대한 새로운 고찰 속에서

그동안 잊혀 있거나 파편화된 사유나 표현의 양식의 부활이 새롭게 점화

되는 계기를 서구의 주변부에 있는 중남미의 작가들이 촉발하였다. 이들

남반구의 작가들은 서구와 비서구, 전근대와 근대의 경계선상에서의 생활

세계와 문화적 정체성을 표상하는 과정에서 근대성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억압했던 담론이나 표상양식을 새로운 방식으로 복원시켰다. 이들은 근대

적 시공간의 바깥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서구 작가들과 비평가들에

게 새로운 자아의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는 마술적 사실주의

혹은 이러한 작품으로 분류되는 작품들이 지니는 전 지구적 의미가 있다

면, 이는 영지(靈知)라는 사유양식을 새롭게 환기시켰으며 변증법적 논리

에 의해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되던 수사(修辭)를 화려하게 부활시킨 데

있다고 본다. 본고는 이러한 관점에서 영지와 수사가 어떠한 맥락에서 근

대의 사유체계에서 배제되었으며, 20세기 라틴아메리카의 작가들의 작품

에서 다시 화려하게 되살아나고 전 세계적으로 산포되게 된 과정을 마술

적 사실주의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2. 경계사유로서의 영지의 표상과 신수사학적 설득

2.1. 경계사유 이전의 영지와 메스티소적 인식 이후의 경계사유

월터 미뇰로는 서구의 식민주의적 번역이 삭제하려던 식민주의적 차이

를 회복시키기 위한 경계사유(border thinking)를 설명하기 위해 영지

(gnosis)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원래 영지는 신에 대한 지식을 의미했으며

초대 기독교 세계에서 이성이나 자연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종교적이거나

초자연적인 의미에서의 신비로운 지식을 일컫는 개념이었다.

Page 4: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110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7권 2호

동사 gignosko(알다, 인식하다)와 epistemai(알다, 익숙해지다)는 지식과

알게 되는 것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암시한다. 플라톤의 <대화편>에

나오는, 억견과 인식의 차이는 잘 알려져 있는데, 전자는 상식의 안내

를 받는 지식유형을 가리키고, 후자는 2차적 질서의 지식, 그러니까 명

백한 논리법칙의 안내를 받는 지식을 가리킨다. 영지는 비밀스럽거나

숨겨진 지식을 가리킬 필요성에서 생겨난 것 같다.

오늘날,《옥스포드 철학사전》은 영지학을 ‘지식’에 대한 그리스 단어와

연결해놓았으며, 따라서 영지와 인식을 명백히 구분하지 않는다. 그러

나 여기에 근대적인 의미를 띤 중요한 구별이 도입되는데, 영지학은 감

각경험으로는 구할 수 없는 종류의 지식(신비로운 관조나 순수한 논리

적, 수학적 추론에 의해 성취되는 지식)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매우 흥

미롭게도,《옥스포드 철학사전》은 영지학이 고대의 용어이며 인식론

(근대에 들어와 데카르트 이후의 이성과 지식의 의미를 띠는)과 형이상

학(하이데거와 가다머적 의미에서 의미 및 해석학과 연결된 지식의 한

형식이자 관점)으로 대체되었다고 해명하는 바람에 자신의 위치를 스스

로 누설한다. 따라서 초기 근대 식민지 세계에서 영지학은 지식 일반을

가리키는 용어가 된 반면에, 인식론은 분석철학과 과학철학에 국한되게

되었다(미뇰로 2013, 38).

미뇰로는 발레틴 무딤베가 쓴 아프리카의 발명: 영지, 철학, 그리고 지식의 질서(1988)를 소개하면서 영지라는 개념을 무담베가 쓴 이유는 철

학과 인식론이라는 식민지의 훈육된 인식방식에서 서벌턴 지식으로 전락

해버린 여타 훈육되지 않은 지식형식들을 다루기 위했을 것이라 추정(39)

한다. 여기서 영지는 아프리카의 전통사유 뿐 아니라 이 지역을 서구화하

기 위해 들어간 사람들이 생산한 지식, 그리고 아프리카에 관련된 미디어

가 생산한 지식의 복잡성을 파악하기 위해 전통과 근대, 서구와 아프리카

라는 범주를 뛰어넘는 지식생산을 개념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렇듯 미뇰로

나 무딤베에게 있어 영지라는 개념은 인식론과 해석학으로 분화되기 이

전의 폭넓은 앎에 대한 탐구와 더 높고 비밀스런 지식을 총칭하는 것으

로써 억견과 인식을 넘어 근대/식민 세계의 내부 경계(서구의 내부에서의

헤게모니 다툼)와 외부 경계(서구와 비서구 간의 문제 혹은 신식민/탈식

민 문제) 모두에서 나오는 지식 생산에 대한 성찰을 다루기 위해 사용되

었다. 초대 기독교 세계에서 영지가 자아의 신비에 대한 직관이나 계시의

Page 5: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靈知)와 수사(修辭)의 귀환으로서의 마술적 사실주의 · 송상기 111

경험과 관련되어 합리적 논증이나 이론적 설명보다는 내적 관조와 신비

의 체험과 관련된 실천적 프락시스를 중요시했다는 점에 주목했기에 근

대와 근대가 빚어낸 식민주의적 세계체제의 권력과 논증적이고 변증법적

인 지식체제에 대항하는 새로운 지식에 대한 통칭으로 채택되었다.

칠레의 사회학자인 페드로 모란데는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합리적 이

성에 대한 대립각으로 지혜 이성이라는 개념을 내세우기도 했었다. 모란

데는 19세기 영국이나 프랑스에 형성된 카페나 살롱과 같은 공적 장소를

통한 공적 합리성 형성과는 달리 계몽주의 이전에 이미 반종교개혁을 통

한 제의, 축제, 연극을 통해 초월적 이성을 양식화하는 바로크적 근대성

(송상기 2005, 450-451)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중남미에서 예수회

의 가톨릭의 토착화, 즉 종교적 혼성의 예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

이다. 중남미의 문화 정체성을 특징짓는 것은 바로 원주민 문화의 가치와

스페인이 전파한 가톨릭 종교의 만남에서부터 형성되었는데, 이러한 문화

의 만남은 구어적으로 이루어졌다. 문어적이 아닌 구어적으로 이루어진

두 문화의 공존을 구체화하는 것은 일관성 있는 논거나 이념의 형태가

아닌 지속적인 기억에 의지하는 공통의 경험이다. 이런 만남의 진정한 주

체는 스페인과 원주민 문화의 혼합인 메스티소적 주체이다. 이 두 문화

사이에서 유사성을 통해 상호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었고, 이른바 조르쥬

그루친스키가 지칭한 ‘메스티소적 인식’(Mestizo mind) 속에서 서로 다른

두 코드의 상호중재와 유비(analogy)를 통한 새로운 문화적 산물이 도출

되었다. 가톨릭이 의식과 전례를 중시한 것은 원주민들이 삶에 대해 제의

적이고 관습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던 것에 대응한다. 원주민 문명의 춤,

제의, 연극에 대한 관심은 가톨릭 전례에 필수적이다. 스페인과 메소아메

리카 둘 다 계절의 조화를 따른 전례달력에 의해 시간이 구획되었고 경

작 주기 역시 이에 상응하는(송상기 2005, 450) 것이었다.

영지주의 전통에서 소피아, 즉 지혜는 신의 최하위 발출물을 지칭한다.

영지와 지혜이성이라는 개념은 지식체제의 글로벌 디자인 혹은 서구중심

주의와 대비되는 지역 역사들이 지니는 자신들의 고유한 지식체계와 전

승되는 맥락을 지닌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모란데가 제안하는 ‘지혜이성’

이 보다 지역문화가 낳은 구어적이고 공동체적인 지식체제와 관습을 지

칭한다면, 미뇰로의 ‘영지’라는 개념은 지혜이성이 표방하는 토착적 지식

Page 6: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112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7권 2호

의 전승체제 외에도 근대/식민 체제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근대

지식체제가 주입시키는 지식체제와의 경계망까지도 포함되는 지역역사

일체의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지식체제 일반을 가리킨다.

백년의 고독에서 마콘도를 창설한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왕성한 탐구열을 가지고 자석, 나침반, 망원경 등 집시들이 가지고 온 서구문

물을 통해 과학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탐구하게 된

다. 망각의 질병이 온 마을을 휘몰아 칠 때 그는 마을의 푯말 밑에 “신은

존재한다”고 적어 놓는다. 신대륙에서 태어난 백인 출신인 그는 가톨릭

신도로서 연금술부터 상대성 이론에 이르기까지 근대과학의 역사를 탐구

와 실험으로 몸소 체험하며 서양에서 들어온 과학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쫒아가며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하였으나 실패하고 만다. 어느덧 그는 직

선적인 시간관과 유클리드적인 공간관으로부터 벗어나 매일같이 월요일

이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세계를 인식하기에 이르렀고, 급기야는 시간을

초월하여 자신이 죽인 프루덴시오의 혼령과 대화를 하며 광기어린 행동

을 하자 그는 근대의 세계관을 벗어난 비정상인으로 취급 받아 밤나무에

묶인 상태로 홀로 지내게 된다. 마을에 들어온 신부가 공중부양술을 선보

이며 교회를 지을 헌금을 모금하자 그는 라틴어로 신부가 사차원의 세계

를 발견했기 때문이지 신의 의지를 드러내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

다. 이는 구원이 믿음을 통해 오는 것이 아니라 앎(그노시스)을 통해 가

능하다는 그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의 장례식장에는 노란 꽃비가 내

리고 망각의 질병을 피해 오지로 도망간 원주민 부족의 왕자인 카타우레

도 돌아와서 왕의 장례식을 축하한다. 이렇듯 그의 죽음은 순간적이나마

마을에 영지주의에서 빛이 충만한 세계인 플레로마(Pleroma)를 선사한다.

그는 물질세계로부터 벗어나서 신적인 빛의 세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

의 사유의 흐름은 중남미 식민지시대의 가톨릭과 구전으로 내려오는 민

간신앙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에서 근대 과학 문명의 패러다임을 따라가

다가 근대를 넘어선 시간과 공간에 대한 사유를 통해 영지적 세계로 전

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죽음의 세계를 넘어 마콘도로 귀환하여 망각의 병을 간단히 물약으로

치유한 후 시간이 멈추어 꽃이 시들지 않는 골방에서 이 마을의 과거와

미래를 양피지 원고에 산스크리트어로 적는 집시 멜키아데스와 백과사전

Page 7: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靈知)와 수사(修辭)의 귀환으로서의 마술적 사실주의 · 송상기 113

적 지식을 가지고 멜키아데스가 기록한 양피지 원고를 해독하는 아우렐

리아노 바빌로니아 부엔디아 역시 분석적 논증이 아닌 그노시스를 통해

총체적이고 초월적인 역사를 파악하게 된다. 멜키아데스가 굳이 산스크리

트어로 원고를 쓴 이유는 서구문화의 아르케, 즉 원형을 이루는 언어를

통해 서구와 비서구 간의 경계사유의 기원을 환기시키기 위함이었고, 알

렉산드리아의 도서관과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 을 떠올리게 하는 부

계의 성을 가진 아우렐리아노의 별명은 식인종(antropófago)이다. 이 별명

은 그와 근친상간을 하여 마콘도의 최후의 아이를 출산하게 될 우르술라

이구아란이 그의 외모를 보고 붙인 별명이지만 그의 백과사전적 지식에

대한 갈망과 연결되어 오스왈드 지 안드라지(Oswald de Andrade)의 식인선언 Manifesto de Antropófago(1928)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브라질

의 문화적 민족주의의 한 표상으로 브라질의 문화는 서로 다른 여러 문

화들을 섭취하면서 성장해왔다고 주장한다.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가

쌓아올린 방대한 지식은 단순히 체험을 통해 은폐된 역사를 해독하려 했

던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도의 실패를 딛고 멜키아데스의 암호문과 같은

원고를 해독할 수 있는 영지적 독해를 가능하게 했다. 그는 마콘도의 종

말론적 순간에 원고의 독해를 마치는데, 아내가 출산과 동시에 사망을 하

고 돼지꼬리를 달고 태어난 아이가 개미떼에 의해 먹히는 절박한 순간에

페이지들을 뛰어 넘으며 자신과 가문과 세계의 운명에 대한 총체적인 파

노라마를 읽으며 텍스트의 안과 밖이 동일시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문자의 표상이 세계에 현시화되는 카발라적 세계를 우의적으로 표

현한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 을 연상시킨다.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

아는 양피지 원고를 통해 마콘도의 최후까지 해독함과 동시에 자신의 운

명의 최후를 맞게 된다.

체험적 지식이 영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속성이지만 이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표상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체험을 상대화시키고 객관화할 수

있는 방대한 지식을 수반해야 한다는 백년의 고독의 교의는 이미 보르헤스의 단편 민족지학자 를 통해 예증된 바 있다. 두 페이지에 불과한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프레드 머독은 미국 서부의 원주민 문화의 무의식

에 대해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원주민과 동고동락을 하게 된다. 그

는 원주민의 언어로 꿈을 꿀만큼 치열하게 그들의 생활세계에 동화되려

Page 8: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114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7권 2호

하였고 경계사유를 통해 논문을 쓰다 성에 내키지 않아 찢어버리는 행위

를 반복한다. 어느 날 밤 그는 족장이 꾼 꿈과 똑같은 들소에 대해 꿈을

꾸자 족장은 더 이상 자신들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울게 없다며 마을을

떠나게 한다. 대학에 돌아와 지도교수와의 면담에서 그는 자신이 서구의

언어로 원주민들의 무의식에 대해 논문을 쓰지 않은 이유를 자신이 설명

조로 기술하는 글쓰기로는 체험으로써 체득한 영지를 충분히 표현한 길

이 없기에 논문을 포기했노라고 말한다. 그 후 그는 학위를 포기하고 예

일대학교의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걸로 스토리는 끝이 난다. 여기서 주목

할 점은 경계사유를 글로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완벽한 번역은 불가능한 것처럼 프레드 머독의 경우에서처럼 지역문화

의 경계 속에서 내부에 있는 영지적 지식을 다른 문화적 코드로 기술한

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쿠바의 작가 알레호 카르펜티에르는 1940년대와 50년대의 작품과

에세이를 통하여 지역문화가 가지는 “경이적 사실” 자체가 중남미를 비롯

한 비서구권 문학의 존재양식이라고 역설하고 이러한 존재양식을 서구

혹은 근대의 시각으로 문학을 통해 코드화하려 하였다. 이러한 문학관을

피력한 이면에는 서구의 몰락의 저자인 역사학자 슈펭글러의 사상이

중남미에도 알려지게 된 배경이 있다. 스펭글러는 서구 문명의 몰락을 예

견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과 함께 건강하고 생명력이 있는 신세계 문명

이 도래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의 이런 견해는 중남미 지식인들에게 고무

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들은 이런 현상을 신세계주의

(Mundonovismo)라고 명명(송상기 2014, 324)하면서 신세계가 지닌 건강

한 원시성을 문화적으로 탐구하고자 했다. 카르펜티에르는 자신이 쓴 초

기 작품이 쿠바 흑인들의 삶의 모습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고 동시에

아프리카인들의 애니미즘이 작품 속에 제대로 녹아 있지 않다고 술회한

다. 카르펜티에르에게는, 쿠바 문화의 중요한 일부를 차지했던 흑인들의

삶이 여전히 타자의 삶, 외연의 삶이었다. 가톨릭 교리와 아프리카의 주

술적 요소가 하나로 결합한 부두교나 산테리아(santería)를 프랑스계 이민

후손인 그가 어떻게 이론이 아닌 하나의 삶의 양태로 내면화시켜서 받아

들일 수 있었겠는가? 그는 프랑스에 있는 동안 앙드레 브레통과 벵자멩

페레 등 초현실주의자들과 교류하며 “기이한 것이 아름답다”는 그들의 표

Page 9: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靈知)와 수사(修辭)의 귀환으로서의 마술적 사실주의 · 송상기 115

어에 찬성을 하면서도 유럽의 초현실주의자들이 현실의 기이함이나 경이

로움을 몽환에서 찾는 것을 보고는 현실성이 없다(송상기 2014, 326)고

생각했다. 그는 오히려 아프로쿠바인의 애니미즘을 통해서 마술적 요소가

현실 속에 녹아 있음을 느꼈고 쿠바인의 고유한 정체성은 파리의 초현실

주의자들의 기괴한 상상과는 다른, 애니미즘에서 자연스럽게 현실의 총체

성을 드러낸다고 믿었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총체성은 서구와 비서구

세계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비전을 의미한다. 이러한 보편성 속에서 카르

펜티에르는 서구와 비서구 세계의 중간자적 입장에 서 있는 매개자의 입

장에서 새로운 글쓰기의 실마리를 풀었던 것처럼 보인다. 아프리카 흑인

들처럼 완전한 원시성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또 그렇다고 완전한 유럽

인이 될 수 없는 작가 자신의 실존적 위치와 메스티소적 인식이 근원에

의 향수나 정체성을 추구하는 글쓰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이러한 매개적 지식을 통한 총체성을 추구하는 것은 그

어떤 인식론이나 해석학적인 혹은 분석적인 사유를 요하지 않는 영지이

고 이것은 체험적이고 신비적인 지식을 요하는 것이다. 에쿠에 얌바오에서 바로크 콘서트에 이르는 그의 작품세계와 ‘경이로운 현실’에서 ‘바로크론’에 이르는 중남미문학에 대한 이론의 전이는 영지와 경계사유 그

리고 메스티소적 인식 사이의 흥미로운 전이단계를 보여준다. 경계사유

이전의 영지와 메스티소적 인식 이후의 경계사유가 서로 조응을 못하고

상충하며 서로의 경계에 대한 자의식을 하는 초기 단계에서 후기에 이르

러서는 서구와 비서구의 이질성을 확인하는 단계가 아닌 경계를 넘나드

는 통합을 통한 새로운 주형을 짜는 재창조로서의 메스티소적 인식이 그

의 바로크적 작품과 이론을 통해 펼쳐진다.

마술적 사실주의는 바로 이러한 서구와 비서구 사이의 경계사유의 반

영으로써 상징들과 비밀스러운 의미들로 가득 찬 신화적이고 시적인 텍

스트를 담고 있으며 신학적 교의들을 우화적으로 표명한 영지 표상의 현

대적이고 글로벌한 귀환이자 변형이다. 이 때 마술적 사건은 개인적 차원

에서의 통일된 전체를 실현하게 하는 칼 구스타브 융이 말하는 자기원형

을 발견하게 하는 신비로운 심층적 꿈이 실현되고 현존하는 장소다. 이러

한 사건은 자신의 신화를 발견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이러한 이미지나 신

화는 시공간을 넘어 반복되어 출현하면서 개별적 경우의 배후에 있는 근

Page 10: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116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7권 2호

본적인 것, 즉 원형을 통해 나타난다. 원형은 개인의 심리에 내재해 있는

역사적이고 집합적인 기원의 본질을 가리킨다. 백년의 고독에 나오는

호세 아르카디오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인물들과 아우렐리아노라는 이

름을 달고 나오는 인물들의 무의식적 욕망은 개체 안에 내재해 있는 것

과 동시에 개체를 넘어서는 집합적인 원형을 지닌다. 의남매인 레베카와

결혼하자 집으로부터 먼 곳으로 쫓겨난 호세 아르카디오의 의문의 죽음

후 그의 피가 어머니 우루술라의 문지방을 지나자 그녀는 아들의 죽음을

직감하고 애도한다. 아우렐리아노 대령의 열일곱 명의 사생아들은 미사를

보고 재의 십자가가 이마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이는 곧 그들의 표식이

되었고 결국 그들은 암살을 당하는데 죽음 직전 그들은 간절한 귀소본능

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부엔디아 집안의 가계에는 근친상간의 욕망이 잠

재되어 있다. 이러한 세대를 넘어서는 내재적 욕망의 반복과 고독의 대물

림 속에서 가계의 역사에 대한 총체적인 암호 혹은 신비로운 책이 세대

를 거스르며 종국에야 독해되고 만다.

또한 이러한 인물들이 빚어내는 초자연적으로 보이는 사건들은 개인의

몽환적 무의식 차원에서의 일탈이 아닌 지역 공동체가 함께 공유하고 구

전을 통해 전승하는 집합적인 기억이자 집단적인 신화가 된다. 이 때 이

러한 사건들을 함께 공유하고 믿는다는 것은 신비적인 명상이나 체득이

아니라 지역의 생활공동체로서의 공통의 경험과 기억이 없으면 불가능하

다. 미녀 레메디오스는 태생적인 아름다움으로 마을 총각들이 그녀를 쫒

아 가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보다가 지붕에

서 떨어져 죽는 등 그녀는 자신의 천진무구함과는 상관없이 마을을 혼란

에 빠뜨린다. 어느 날 그녀는 침대 시트를 빨랫줄에 널다가 회오리바람과

함께 하늘로 올라간다.

아마란타가 입고 있던 페티코트의 레이스가 신비스럽게 떨리는 걸 느

끼며 침대 시트들이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순간, 미녀 레메디오스가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오묘한 바람

이 어떻게 불어가는지 알아내려고 침착하게 행동했던 사람은 우르술라

뿐이었는데, 그녀가 공중으로 올라가고 있던 침대 시트들의 눈부신 날

개짓 사이로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하는 미녀 레메디오스를 보면서

빛이 이끄는 대로 날아가도록 내버려두고 있는 사이, 미녀 레메디오스

Page 11: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靈知)와 수사(修辭)의 귀환으로서의 마술적 사실주의 · 송상기 117

를 실은 침대 시트들은 풍뎅이와 달리아 냄새가 배인 공기를 버리고

떠나서는 오후 네시가 되어가는 공중을 날아올라, 인간이 상상할 수 있

는 가장 높이 나는 새들도 쫓아가지 못할 만큼 높은 창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물론, 외지 사람들은 미녀 레메디오스가 결국은 여왕벌이 될 수밖에 없

는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따랐는데도 가족들은 승천 운운하면서 그녀

의 명예를 지키려 애들을 쓴다고 생각했다. 샘이 나서 죽을 지경이던

페르난다는 결국 그 기적을 인정했으며, 침대 시트들을 되돌려달라고

오랫동안 하느님께 계속해서 기도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기적을

믿어 촛불을 밝혀놓고 구일기도를 드리기까지 했다. 아우렐리아노 형제

들에 대한 야만적인 학살 사건이 미녀 레메디오스의 승천으로 인해 경

이로움을 느끼고 있던 마꼰도 주민들을 경악시키지만 않았어도, 마꼰도

주민들은 오랫동안 다른 얘기는 하지 않고 그 기적에 대해서만 얘기했

을 것이다(백년의 고독 2, 56-57).

부엔디아 식구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우르술라만이 장남인 호세 아르

까디오 부엔디아의 신비한 죽음에 이어 레메디오스의 승천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그 의미를 깨닫는다. 텍스트에 나오는 인물들은 마콘도 마을 사

람들과 외지인으로 나뉘어 각기 반응을 달리한다. 마을 사람들은 레메디

오스의 승천사건을 성모 마리아의 승천의 의미로 해석했으며, 외지인들은

그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가족들이 승천을 운운하고 결국 여왕벌이 될

운명이었고 이러한 운명이 실현되었음에도 가족들 혹은 마을 내부인들이

이를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승천을 언급한다고 화자는 기술한다. 사건

에 대한 해석의 장이 외부인과 내부인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어떤 경계

사유에서도 이에 대한 상식적인 해석의 장을 열어놓지 않고, 오히려 외지

인들이 더욱 내부의 믿음체계를 왜곡하고 비하할 뿐이다. 독자는 외지인

들과 내부인들의 해석을 접하고 내부인들의 믿음에 대한 인과적 동기를

추출하고 독자적인 제 3의 해석을 유추한다.

마을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그녀가 성모처럼 승천했다고 믿는 이

면에는 그녀를 탐하거나 나신을 보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은

아들이나 조카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이 그녀의 승천이라는 새로운 의미지

평이 열림으로써 성모 마리아와 같은 신성성을 획득한 미녀 레메디오스

Page 12: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118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7권 2호

를 따라다니다 죽은 이들의 죽음이 무의미한 죽음에서 순교의 의미로 격

상되는 사건에 대한 은밀한 동의와 열망을 함축한다. 신비롭고 경이로운

사건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내부와 외부의 경계사유와

내부의 집단적인 믿음의 작동방식을 동시적으로 보는 영지적 사유와 해

석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을에 미국자본으로 만들어진 바나나 농장의 파업을 진압하는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학살되고 시체는 노란 기차에 실려 태평양에 유기

되는 참극이 발생했는데 마콘도 주민들은 그 사실을 몰랐으며 믿으려 하

지도 않는다. 공포와 두려움이 그들을 무지의 베일 속에 가둬버린 것이다.

이윽고 수년에 걸친 대홍수가 일어나고 마콘도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이러한 우화는 앞서 언급한 개인이나 가계의 차원의 원형의 발견과

영지를 체현하는 차원을 넘은 지역 공동체의 운명에 대한 신화가 만들어

주는 과정을 보여주는 예시이다. 비일상적이고 경이로운 사건에 대한 공

동체의 반응은 집단 무의식 속에서 여과되어 새로운 의미체로 되살아나

고 역사적 현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장을 여는 동력이 된다.

2.2. 수사의 귀환: 신수사학과 이론에의 저항

라틴아메리카에서 배태된 마술적 사실주의 계열의 작품들은 1970년대

이후 전 세계로 산포되어 각각의 지역역사를 미뇰로가 지적하는 글로벌

디자인, 혹은 파스칼 카사노바가 모형화한 서구중심주의적 세계문학공화

국과의 경계사유 혹은 그노시스를 통해 새로운 서사들을 양산해 냈다. 이

를 서구적 시각에서 보면 근대성에 대항하는 전근대적 상상에 대한 향수

로 볼 수도 있고, 존 바스가 언급하는 거대담론에 대한 불신과 해체적 자

아반영과 재현불가능성에서 기인하는 서구의 ‘고갈된 문학’에 반하는 비서

구 혹은 주변부에서 시간차를 두고 배태된 모더니즘적인 총체성에 대한

향수로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유의 경계와 향수 이전에 존 바스가 이탈로 칼비노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을 ‘충만한 문학’이라고 극찬한 이유는

분석적 인식론과 실증주의적 사유가 가두어 버린 사건의 신비나 의미에

대한 수사(修辭)가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Page 13: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靈知)와 수사(修辭)의 귀환으로서의 마술적 사실주의 · 송상기 119

고대로부터 문법과 논리학(변증법)과 함께 언술을 형성하던 3대 기예였

던 수사학은 16세기 위그노교도였던 페트루스 라무스에 의해 변증법으로

부터 엄격하게 분리되고 마치 연금술과 화학과의 관계가 그러하듯이 논

리학에 비해 비학문적이고 하위적인 것으로 취급받게 된다. 라무스는 수

사학의 5대 요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들인 창발(inventio)과 배열

(dispositio) 그리고 암기(memoria)를 변증법(논리학)의 영역으로 전이시켜

서 융합한 것을 판단(indicium) 이라 명명했다.

그의 이러한 방법론은 데카르트와 칸트에 영향을 주어 근대성의 철학

적 토대를 이루는 계기를 마련했다. 카임 페렐만은 이렇게 축소된 수사학

의 영역을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창했던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수사학으로

환원시키는 작업을 하며 이를 신수사학(Perelman 1958, 6-14)이라 불렀다.

논쟁 자체가 변증법적 영역의 논의라면 청중의 설득을 통해 끊임없는 동

의와 합의로 이끄는 것은 수사학의 영역이고 이를 페렐만은 논증

(argumentation)이라고 불렀다(Perelman 1958, 7-8). 논증은 이러한 정신

간의 만남과 합의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고 초월적인 것을 동시에

체험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논증은 형식적이거나 추상적인 추론

이 아니라 청중을 염두에 둔 역사적인 추론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추론

은 때로는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구체적인 정황에

서 청중들의 동의와 호소를 끌어낸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폴란드 태

생인 페렐만은 양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이성을 매개로 한 이데올로기 간

의 투쟁이 세계를 전쟁의 포화로 몰아넣었으며 발전주의적 역사관과 직

선적 시간관을 갖는 근대성에 대한 회의와 비판 속에서 변증법과 합리주

의의 이면에 은폐된 수사적 전통과 수사학의 가치를 재발견했고 이러한

수사학적 전통과 합의의 문화가 파시즘적 사회에서 다원적이고 민주적

사회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리라 보았다. 페렐만은 데카르트와는 달리 인

간적·실제적·정치적·도덕적인 문제들은 참 혹은 거짓이라는 이율배반의

명제로 축소될 수 없기 때문에 양자의 입장이 모두 옳을 수도 있다고 주

장한다. 즉 형식논리의 범주로 제시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으며, 그것들

은 삼단논법으로 표현되거나 증명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것과 이

성적인 것 간에는 차이가 존재(미에치슬라브 2006, 47)하기 때문에, 다양

한 견해들이 동시에 모두 ‘이성적’일 수 있다. 다양한 형식의 철학적·법리

Page 14: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120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7권 2호

적 실증주의에 따르면, 형식논리는 증명과 입증의 유일한 도구이다. 합리

적이라는 것을 좁은 의미로 정의해 버린다면, 정치와 도덕 등과 같이 행

위와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은 불합리한 것이 되고 만다. 우리는 오직 형

식논리를 넘어서서 이성의 개념을 확장시킴으로써 나치, 스탈린주의 그리

고 그 외의 비인도적인 이념들을 비이성적인 것이라고 증명해 낼 수 있

다.

신수사학은 형식논리를 배제하지 않으며, 연역과 귀납에 관련되는 삼단

논법의 가치를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의 총체적 추론 속에 그것들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적절한 위치를 마련해 준다. ‘이성적’이라는 개념은 본

질적으로 다원적이다. 그것은 단일주의나 전체주의의 주장들과는 양립될

수 없다. 합리적인 것은 논리적 합리의 법칙에 따르는 연역을 요구하지만

반드시 이성적이지는 않다. 그렇지만 타협은 이성적인 것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합리적이라는 것은 쉽사리 편견에 빠질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받아들

일 수 없는 결론으로 이끌리기 쉽다.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전

체의 체제를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페렐만은 말한다. 그는 이어서 법에서

“이성적이라는 것은 공평한 해결에 상응하는 관념”(미에치슬라브 2006,

49, 재인용)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이성적인 것’은 기존의 현실을 무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반대한다. 즉 이성적인 것은 다원적 변화를 촉

진하는데 반해 합리적인 것은 안정성에 적합하다. 현대의 합리주의가 ‘체

제 순응적’인 경향과 획일화의 경향이 있었음에 반해, 이성적인 것은 항상

획일화를 거부하고, 어떤 형태의 절대적 질서도 무너뜨리며, 물질·정신·경

제·정치 등의 모든 생활영역에서 다원주의를 북돋운다.

여기서 이성에 대한 호소는 어떤 특정하고 단일한 진리로 귀결되지 않

고 사려 깊은 청중을 향한 열려 있고 다원적인 논증을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청중들이 동의하는 모멘텀이 중요한데 이 때의 시간성은 크로노

스적인 비어있는 시간이 아니라 카이로스적인 충만한 시간을 필요로 한

다. 이러한 충만한 시간을 청중 혹은 독자에게 선사하려면 보다 생생한

비유나 묘사가 필요하고, 보다 함축적인 우의를 통해 그들이 자신들의 실

존적 현실도 반추하며 사실적으로 느껴야 한다.

앞서 백년의 고독에서 예시한 미녀 레메디오스의 승천사건에서 생생

Page 15: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靈知)와 수사(修辭)의 귀환으로서의 마술적 사실주의 · 송상기 121

한 비유와 그를 받아들이는 청중(마콘도 주민들)의 실존적 현실과의 역학

관계에서 서로가 카이로스적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동의하는 과정에 대해

논술한 바 있듯이, 이 작품에 나오는 마술적인 우의들은 개인적 차원에서

의 기이함과 공포를 드러내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우의들은

사건을 접하는 마콘도의 사람들에게 강한 호소력을 지니는 사실적인 해

석을 제공하고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보다 열려있고 다원적인 해석

과 초월적 충만을 경험하게 한다. 따라서 경이로운 사실에 의문부호를 달

고 이에 대한 인과관계를 찾아가는 환상문학의 화자와 독자와는 달리, 마

술적 사실주의가 현시화되고 초월적인 의미를 지니는가의 척도는 텍스트

내의 청중이나 독자와 일반 독자가 작품이 지니는 수사적 전략을 통해

반응하는 양상에 달려 있는 것이다. 언어 안에 명령하기, 질문하기, 부인

하기, 가정하기 등과 같은 발화수반적 행위(illocutionary act)의 수행은 사

람들 사이의 관계와 연관되고, 수사학이 오로지 언어의 내재적 형상이나

비유가 아니라 설득으로 타자에 대한 실제 행동으로 간주되는 한(드 만

2010, 21-22), 마술적 사실주의가 담지하는 신수사학적 성향은 텍스트 내

부의 지시적 의미를 넘어 인물과 인물 사이의 발화수반적 행위를 읽어나

가는 독자의 반응을 이끌어낸다.

페렐만은 사려 깊고 지적 능력이 있는 보편청중을 상정하며 이론을

전개시켰지만, 마술적 사실주의 계통의 작품들은 앞서 언급한 그노시스적

인 경계사유를 표상하는 만큼 서구/비서구, 주류/하위주체 등으로 이원화

된 독자들의 반응에 따라 해석되는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보편청중이

허구인 것처럼 보편독자도 허구에 불과하다.

이러한 작품들을 배태한 비서구 지역이나 식민주체나 하위주체 공동체

의 입장에서 보자면 특질적이고 진정성 있는 지역의 스토리가 글로벌화

와 근대화의 확산이 가속되면서 경계사유와 함께 지역문화와 세계관과

집단의 정체성에 대한 상대적인 시각이 가능해졌고 이러한 혼종의 문화

가 보다 풍요로운 시각에서 사건을 기술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비서구나 하위주체를 서구와 지배층과의 반명제로서 이

해되는 것은 가능하나 다양한 하위주체를 민중이라는 이름으로 포섭한다

거나 아프리카와 중동, 동아시아와 중남미 각각의 지역이 서구 혹은 근대

화와 관계하는 경계사유의 양상을 획일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백년의

Page 16: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122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7권 2호

고독은 엄밀히 말하면 식민지배세력의 후예인 크리오요들의 가계의 역

사를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콜롬비아의 크리오요 독자들과 서구독자들이

느끼는 공감의 양상이 다르듯이, 중남미 원주민 독자들에게 미치는 설득

과 논증의 양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고독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다

루기에 보편적인 호소력과 감동을 안겨준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작품이 함

의하는 역사성에 대한 공감과 이해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년의 고독이 어떠한 보편성을 지닌다면 독자들이 영지적 지식이나 경계사유를 지녀서가 아니라, 생생한 비유와 묘사와

함축적인 우의라는 수사적 힘을 통해 마콘도의 주민들 뿐 아니라 전 세

계의 독자들에게 실존적 체험을 반추시키는 문학의 가장 고유한 미덕을

충분히 지녔기 때문이다. 역사적이고 개별적 체험 이면에 있는 원형적 공

간과 원형적 인간의 모습에 대한 생생한 서사가 그 어떤 교의적인 해석

에도 저항하는 의미를 산출한다.

이것은 폴 드 만이 이론에 대한 저항에서 주장하는 문학이론과 그에대한 수사적 읽기의 역설을 반추하게 한다. 드 만은 문법, 논리학, 수사학

이라는 고전적 삼학(trivium) 사이의 긴장관계에 대한 논의를 하며 문학

이론이 대두된 내적 필연성(장경렬 2007, 72-73)에 대한 검토를 한다. 기

능면으로 볼 때 문법과 논리학은 서로 자연스러운 친화관계를 유지하지

만, 비논리적인 동시에 비법칙적인 수사학과는 불편한 관계(드 만 2008,

36-38)에 있다. 하지만 문법적이고 논리적 기능에 우선하여 수사적 기능

을 전경(前景)으로 하는 언어 사용법인 문학성이 대두될 경우 삼학의 내

적 균형은 와해되고 만다(장경렬 2007, 73). 드 만이 말하는 이론이란 텍

스트가 필연적으로 문법으로는 담을 수 없는 수사적 차원을 지닐 수밖에

없을 때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필요성에서 기인된다.

즉 수사적이고 모호한 부분을 해독하는 작업이 이론이라면, 언어가 필연

적으로 지니는 의미의 불확정성은 이러한 이론에 저항을 할 수 밖에 없

다.

수사적 읽기는 이론인 동시에 이론이 아니고, 이론의 불가능성에 대한

보편적인 이론이다. 그러나 수사적 읽기가 이론인 한, 다시 말해, 가르

치고 일반화하고, 체계화에 잘 반응하는 한, 수사적 읽기는 다른 종류

Page 17: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靈知)와 수사(修辭)의 귀환으로서의 마술적 사실주의 · 송상기 123

들처럼, 자신이 옹호하는 읽기를 여전히 회피하고 읽기에 저항한다. 어

떤 것도 이론에 대한 저항을 극복할 수 없는 까닭은, 이론이 그 자체로

이 저항이기 때문이다. 문학 이론의 목표가 더 높아질수록 그리고 방법

이 더 나아질수록, 문학 이론은 점점 덜 가능하게 된다. 그럼에도 문학

이론은 번창하지 않을 수 없으며, 문학 이론이 더 저항을 받을수록 더

번창하는 까닭은, 그것이 말하는 언어가 자기 저항의 언어이기 때문이

다. 결정하기 불가능한 채로 있는 것은 이런 번창이 승리인가 몰락인가

하는 점이다(드 만 2008, 48).

여기서 드 만이 논의하고 있는 이론은 텍스트 밖의 실제라고 여겨지

는 역사적이고 인문적인 주제가 아니라 텍스트를 꼼꼼하게 읽음으로써

얻어지는 수사학적인 논증을 수반하는 것이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

다. 요컨대 이론에 대한 거부 혹은 저항이라는 것도 콘텍스트적인 실제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내의 이론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

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텍스트 언어의 독해는 아이러니처럼 자기 부

정적 해석을 수반하는 것이기에 이에 대한 독해는 해체적이고 자기 비판

적이다. 장경렬은 드 만의 이론에 대한 저항을 논평하며 “자기 내부를

향한 적극적인 저항이야말로 자기 부정의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자기 긍

정의 과정일 수 있다”(76)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논리는 에콰도르 출신의

사회학자 볼리바르 에체베리아가 자본주의에 대응하는 바로크적 에토스

의 전략(송상기 2005, 457)으로 내세운 논리를 연상시킨다. 일상 언어와

상투적 일상을 수사적 과장을 통해 긍정하거나 저항을 하며 그 정초를

허물어뜨린 후 새로운 의미의 진지를 구축하려 한다. 새로운 의미의 진지

는 그것이 새롭고 생산적이라는 점에서는 보편적이지만, 개별적 독자들에

게는 일률적이지 않고 다원적인 논증을 거친다는 점에서 페렐만의 신수

사학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무비판적으로 지시성의 권위에 복종하면

문학적 차원의 인식이 흐려진다는 것을 예증한다.

폴 드 만은 기호학적 난점에 처할 때, 즉 문법적이거나 다른 언어학 장

치에 의해 전혀 호환될 수 없는 두 가지 의미 가운데 어느 것이 우세한

지 판단할 수 없을 때 수사학적이라고 명명하며 수사학은 논리를 중단시

키고 지시적 착란의 변덕스러운 가능성을 열어놓는다고 평가하며 수사학

적이고 형상적인 언어의 잠재성을 문학과 동일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

Page 18: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124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7권 2호

는다(드 만 2010, 24-25).

마술적 사실주의에 분류되는 텍스트들이 다른 문학작품보다 수사학적

독해를 요구하는 이유는 실재했거나 현존하는 시간과 공간을 재현하려

들지 않고, 개연성 있는 사건이나 인물을 제공하지 않고, 그렇다고 경이롭

거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현실세계와의 맥락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닌, 단지 과장을 통해 현실에 대한 우의적인 해석을 요청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마술적 사실주의의 현실적이면서도 가상화된 세계 속의

경이로운 현실은 끊임없이 자기 해체하는 의미의 진지가 구축되어져 있

다. 이러한 의미의 요새 속의 성배를 찾으려면 요새가 구축된 수사학적

구조와 이 구조에 침잠된 경계사유와 영지적 지식을 필요로 한다.

3. 나가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죽음으로 마술적 사실주의에 대한 논의

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본 논문은 근대적 인문과학의 흐름

속에서 마술적 사실주의가 지니는 의미를 근대성이 가두어버린 영지와

수사의 귀환의 차원에서 재조명하고자 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위시한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은 서구와 비서구, 전근대와 근대의 경계선상에서의

문화적 정체성을 표상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근대성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억압되어 왔던 담론이나 표상양식을 새로운 방식으로 복원시켰다. 이들은

근대적 시공간의 외부와 내부를 동시에 선보임으로써 오히려 서구의 독

자들에게 자아와 세계에 대한 의식을 재규정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

다. 근대에 이르러 숨겨졌거나 억압된 지식이 되어버린 영지적 사유는 보

르헤스와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이어주며 근대화의 주변부에 있는 라틴아

메리카의 경계사유를 표상하는 중요한 모티브가 되어주었다.

한편 카임 페렐만은 신수사학을 통해 라무스 이후에 논리학에 의해

억압된 수사의 복원을 통해 청중과의 합의와 타협에 의해 근대적 이념의

산물인 합리성이 아닌 이성에 의한 합의와 타협의 산물인 다원적 민주주

의를 제안한다. 그의 수사학적 복원의 논의는 고갈의 문학을 충만의 문학

으로 바꾼 백년의 고독의 마술적 사실주의를 또 다른 관점에서 설명할

Page 19: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靈知)와 수사(修辭)의 귀환으로서의 마술적 사실주의 · 송상기 125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수사적으로 충만하고 카이로스적 시간을 가능

하게 하는 경이로운 사건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이 사건을 받아들이는

화자와 작품 속의 주변 인물, 그리고 작가와 독자 사이의 합의와 타협은

이러한 수사적 기재가 만들어내는 작품의 보편성을 설명하는데 도움을

준다. 한편 마술적 사실주의와 같은 수사적 문학이론이 폴 드 만이 제기

한 ‘이론에 대한 저항’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논란1)을 낳았지만, 이와 동시

에 이론에 대한 매혹과 번창을 자기 해체적 과정을 통해 드러내며 새로

운 의미의 지평을 열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1970년대 이후의 증언소설이나 포스트붐 계열의 중남미 소설은 60년대

마술적 사실주의가 지향했던 언어와 형식의 실험성에 대한 천착과 인물

의 전형화와 현실에 대한 추상화와 신화화, 즉 수사와 영지의 귀환으로부

터 보다 구체적인 인물과 사건에 대한 묘사를 통해 일상의 이야기들을

평이하고 역동적으로 나열하고 있어 붐 세대가 가지는 모더니즘적이고

엘리트적인 의식을 제거하고 한결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 했다. 또

한 재현의 대상을 특정한 하위주체나 역사적 사건에 두어 알레고리적 비

의를 제거하고 영지적 경계사유를 희석시키고 마술적 요소가 신비적 아

우라를 제거한 후, 하위주체의 재현과 저항이라는 정치적인 선명성과 에

토스, 그리고 참여에 대한 파토스를 심으려 했다. 중남미 소설이 1970년대

이후 마술적 사실주의에서 리얼리즘에로 회귀한 이유에는 1959년 쿠바혁

명 이후 중남미 작가들이 가졌던 유토피아적 희망을 가지고 언어를 통한

혁명을 꾀했다면 1970년대 이후 이러한 유토피아적 희망은 군부독재와

경제침체 속에 깨져버려 보다 직접적인 현실참여와 고발소설을 써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60년대 소설들이 성취한 마술적 사실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

산되면서 이러한 경향을 띄는 작품이 전 지구적으로 나오게 되었고 서구

의 출판계에서는 중남미 작가들에게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는 마케팅 브

랜드로 마술적 사실주의를 강권하게 되면서 마술적 사실주의와 붐세대

작가들의 작품세계에 거부감을 느끼는 젊은 작가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1996년 칠레의 젊은 작가들인 알베르토 푸겟과 세르히오 고메스가 맥콘1) 마술적 사실주의를 둘러싼 쟁점과 논란에 대해서는 우석균(2000)의 마술적 사실주의의

쟁점들 을 참고바람.

Page 20: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126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7권 2호

도 McOndo라는 단편소설집을 내게 되는데 명시적으로 마콘도를 패로

디하며 맥도날드 체인점이 즐비하고 매킨토시 컴퓨터를 쓰는 산티아고와

멕시코시티와 같은 대도시 젊은이들의 소비와 욕망과 방황을 그리는 작

품들을 낸다. 이들 작가들은 자폐적인 유토피아가 전근대적 식민사회에서

근대 국민국가에 편성되어 내전을 소용돌이와 외국자본으로 인한 노동착

취 속에 폐허가 되는 마콘도를 벗어나 후기자본주의의 문화논리와 신자

유주의가 팽배한 대도시 청년들의 방황의 단편을 그리는 것이 자신들의

생활세계를 더 충실히 반영하는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영지를 드러내는

우화는 오히려 중남미라는 지역역사를 신비화하는 오리엔탈리즘에 빠진

다는 비판2)과 신비한 사건에 대한 공동체의 해석과 믿음은 오히려 비합

리주의를 조장한다는 브루네르와 같은 칠레의 사회학자의 주장이 제기되

기도 했다. 게으른 사회과학자들이 중남미의 사회현상이나 정치적 행태

등을 도저히 사회과학적 이론의 인과법칙으로 설명해 낼 수 없을 때 이

를 중남미의 특수한 문화와 지역역사에서 기인한다고 단정 짓고 말 때

이를 마콘도주의라고 부르게 되기까지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세기 근대국민국가 형성기에 민족적 우화가 형성

되는 과정이 일부 비평가나 권력의 힘에 의존하지 않듯이 마술적 사실주

의적 경향을 띄는 문화적 생산물은 가장 광범위하게 독자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아왔고 영향을 주었다. 포스트붐이니 맥콘도 혹은 마콘도주의라

는 용어들 자체가 이들 작품들이 미친 영향력을 반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노시스와 수사의 귀환을 해체하고 새로운 리얼리즘으로 재구성하

려는 시도 자체는 신자유주의 체계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이 중남미에 가

속화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지만, 현대인들이 근대적 사유체제

에 대해 비판적이 되거나 답답함을 느낄수록 영지와 수사에 대한 호출은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인 만큼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유령은 출몰하여 새

로운 비의(秘意)를 암시할 것이다. 중남미 현대소설은 수사와 영지의 귀

환과 배제라는 두 갈래로 갈라지는 교차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2) 사실 이러한 비판은 카르펜티에르가 마술적 사실주의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경이로운 현

실을 주창하면서 중남미문학의 뿌리를 잃지 않고 피상적 이국주의와 지역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려 했다는 점(Volek 1990, 13)을 돌이켜 본다면 부당하지만, 90년대 이후 미

국을 비롯한 서구의 출판계와 영화계에서 중남미의 타자성을 마술적 사실주의로 표상하

는 문화상품으로 전유하고 강요하려 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타당성을 지닌다.

Page 21: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靈知)와 수사(修辭)의 귀환으로서의 마술적 사실주의 · 송상기 127

것이다. 물론 이 길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게 될 것이고

교차로에 설 때마다, 셰익스피어의 태풍에 나오는 프로스페로의 책과

멜키아데스의 양피지 원고 속에 담긴 수사와 영지적 지식은 작가와 독자

들을 마술적 사실주의가 유혹하는 의미의 성찬의 세계에 대한 매혹과 동

시에, 이에 대한 저항을 느낄 것이다.

참고문헌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2000), 백년의 고독 (조구호 역), 민음사.루이 파킨슨 사모라(2001), 마술적 로망스/마술적 사실주의: 미국 및 라틴아메리

카 소설 속의 유령 , 마술적 사실주의 (우석균·박병규 편역), 한국문화

사, 275-321.

미에치슬라브 마넬리(2006), 페렐만의 신수사학-새로운 세기의 철학과 방법론(손장권·김상희 역), 고려대학교 출판부.

송상기(2005), 중남미에서 나타나는 근대성의 대안으로서의 바로크적 에토스 연

구 , 서어서문연구, 36, 447-463._______(2014), 알레호 카르펜티에르: 경이로운 현실에서 바로크로 , 지구적 세

계문학, 4, 322-340.우석균(2000), 마술적 사실주의의 쟁점들 , 서어서문연구, 17, 689-699.월터 미뇰로(2013), 로컬 히스토리/글로벌 디자인: 식민주의성, 서벌턴 지식, 그리

고 경계사유 (이성훈 역), 에코 리브르.장경렬(2007), 매혹과 저항: 현대문학 비평이론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위하여,

서울대 출판부.

폴 드 만(2008), 이론에 대한 저항 (황성필 역), 동문선._______(2010), 독서의 알레고리 (이창남 역), 문학과 지성사.Borges, Jorge Luis(1974), Jorge Luiis Borges: Obras Completas 1923- 1972,

Buenos Aires: Emecé Editores.

García Márquez, Gabriel(1983), Conversaciones con Plinio Apuleyo Mendoza:

El olor de la guayaba, Bogotá: Oveja Negra.

González Echeverría, Roberto(1990), Myth and Archive: A Theory of Latin

American Literature, Cambridge: Cambridge UP.

Perelman, Chaim and L. Olbrechts-Tyteca(1958), The New Rhetoric: A

Page 22: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128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7권 2호

Treatise on Argumentation, John Wilkinson and Purcell Weaver(trans.),

Notre Dame: University of Notre Dame Press.

Rodríguez Monegal, Emir(1975), “Realismo magico vs. literatura fantastica: un

dialogo de sordos”, in Donald A. Yates(ed.), Otros mundos. Otros

fuegos. Fantasía y realismo magico en Iberoamerica, East Lansing:

Michigan State University, 25-37.

Volek, Emil(1990), “Realismo Mágico entre la modernidad y la postmodernidad:

hacia una remodelización cultural y discursiva de la nueva narrativa

hispanoamericana”, Inti: Revisata de literatura hispánica, 1(31), 2-20.

송상기

서울 성북구 안암동 5-1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

E-mail: [email protected]

논문접수일: 2014년 10월 21일

심사완료일: 2014년 11월 13일

게재확정일: 2014년 11월 13일

Page 23: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靈知)와 수사(修辭)의 귀환으로서의 마술적 사실주의 · 송상기 129

Magical Realism:

Return of Gnosis and Rhetoric

Sang-Kee Song

Korea University

Song, Sang-Kee(2014), Magical Realism: Return of Gnosis and Rhetoric,

The Korean Journal of Hispanic Studies, 7(2), 107-130.

With the death of Gabriel García Márquez, discussion of Magical Realism is

reignited. This article aims at configuration of Magical Realism at the realm of

return of ‘Gnosis’ and ‘Rhetoric’ in the currents of modern human science.

Latin American Writers at the periphery of western world produced literary

texts recollecting scattered and forgotten style and thinking on the verge of

criticizing Modernity. They represented inside and outside of Modern time-

space simultaneously and this caused to western readers to recognize

otherwise their self-consciousness and world vision. The need to Gnosis

thinking in modern world was raised by Walter Mignolo to recover colonial

differences which colonial translation wanted to eradicate. Gnosis, which has

been known to be the knowledge of God and metaphysical thought in ancient

world and in the modern period this secret knowledge oppressed by modern

rationality, served key motive to represent border thinking of Latin America at

the periphery of modernization and connected Jorge Luis Borges to García

Márquez.

Chaim Perelman in The New Rhetoric: A Treatise on Argumentation,suggested pluralistic democracy not from the rational which is a modern

ideology but from the reasonable which is produced by consent and

compromise with the audience restoring rhetorics which is suppressed by

logics after Petrus Ramus. His argumentation on restoration of Rhetoric in

modern society opens new space to explain Magical Realism in One HundredYears of Solitude which is considered by John Barth to turn ‘the literature ofexhaustion’ to ‘the literature of replenishment’. The universality of this text is

caused by vivid description about marvelous event which enables to time of

Kairos and rhetoric repletion and consent and compromise between narrator

and audiences in text and between author and reader. The rhetorical literary

theory like Magical Realism has produced the controversy and ‘resistance to

the theory’ in the sense of Paul de Man, and, at the same time, it can not be

denied that opened new horizon of meaning revealing attraction and flourish of

Page 24: B > B >i i v i · 2017. 4. 28. · $42C0 ½ò59/8 I4 ·' .R Y º I¸! ©04@ I/ .!Ä ! #³qKª» C 5PD¡)48 0®@ /@A/ 8 I / ¸Ì ª» ®[!0SR¸!T¾Ê)4l 0=@A5 ÐC¹Ð4¿2C0J_mL^ ¸Ì

130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 제7권 2호

this theory by way of self-deconstruction.

Key Words: Magical Realism/ Gnosis/ Rhetorics/ Gabriel García

Márqu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