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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원 석박사통합과정 산업공학과 1. 나는 나, 나는 내가 가진 것, 나는 틀 림없이 나라고 말하지 말자. 대신에 나는 너라고,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너라 고, 심지어 내게 등을 돌리고 사라진 너 라고 말하자. 너는 내가 알면서(알기에) 모르고, 사랑하면서(사랑하기에) 경멸하 고, 이해하면서(이해하기에) 오해하고, 붙잡으면서(붙잡기에) 놓치는 사람이다. 그런 너가 나이므로 나는 늘 혼돈 속에, 갈등 속에, 무지 속에 있다. 나는 너를 안 다고 사랑한다고 이해한다고 확신하지 만 그렇게 말하는 순간 내가 모르는 경 멸하는 오해하는 너는 너의 일부 심지어 나의 일부임에도 사라진다. 너를 부르는 이름들, 친밀한 이름들, 나를 살리는 이 름들, 가족·친구·연인의 이름들이 없다 면 나는 불가능할 것이다. 나는 없을 것 이다. 나는 친밀한 이름들의 교집합, 그 이름들이 짜고 있는 무늬다. 나는 사랑 받았고 받아들여졌기에 살아있다. 그 이 름들이 없다면, 그 이름들을 부를 수 없 다면 나는 없다. 너는 내가 볼 수 없는 내 표정, 얼굴을 보고 읽고 받아들이는 그 사람이다. 네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네가 나를 그 자리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면 나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나의 생존은 나를 불러주고 기억하고 사랑하 는 이름들에 불과하다. 내 이름을 불러주 는 사람이 없다면 나는 설사 살아있어도 이미 죽은 사람일 것이다. 나의 살아있음 은 네가 존재한다는 것의 알리바이다. 나 는 너의 사랑을 간구하는 한없이 연약한 자리, 몸, 얼굴이다. 1. 모국어로 말할 때 나와 너는 ‘우리’ 다. 모국어 덕분에 나는 너를 너는 나를 듣는다. 모국어 덕분에 너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말로 내가 ‘원하는’ 생각을 내게 돌려준다. 나 역시 너에게 그렇다. 대칭. 그러므로 우리는 일치하고 소통하 고 동의하고 화해한다. 무엇보다 사랑은 내가 아는 것을 너를 통해 반복 확인하 는 수행이다. 모국어 덕분에 우리는 안 전하고, 안락하고, 유능해진다. 그때 너 는 갈등, 모순, 불화를 봉합하고 사라지 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나는 살아야 할 힘을 네게서 얻는다고 하지만 사실 너는 그때 나의 말을 내게 다시 돌려주는 알 리바이로서만 존재한다. 이미 알고 있는 언어로 이미 말한 것을 말하는 이들이 이루는 ‘우리’가 없다면 나는 고아고 이 방인이고 거의 죽은 자고 유령이다. 그런 ‘우리’는 지속성, 연속성, 일관성, 동일성 과 같은 장치를 통해 삶을 안전하게 만 들어준다. 1. 따라서 문득 ‘우리’가 깨지는 순간이 온다. 네가 내 말을 다시 돌려주지 않을 때가, 네가 내가 아는 얼굴을 짓지 않을 때가, 네가 네 자리에서 사라질 때가, 네 가 영원한 타인이 되는 순간이. 그때 나 는 고통과 불안에 사로잡힌다. 너는 나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으려하고 네가 갖고 있던 얼굴을 지워버린다. 그때 나는 불안 해지고 위험해지고 희미해진다. 그러나 그런 순간은 나와 너를 갖고 우리를 만 들어보려는 모든 이들이 ‘평등하게’ 맞이 하는 위기의 순간이다. 모국어가 사라지 면 우리는 타인들이다. 더 이상 내 이름 을 불러주지 않는 너,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너 대신에 나를 학대하고 모욕 하고 슬픔과 고통으로 몰아대는 너가 출 현한다. 내가 불러주던 이름 바깥으로 네 가 나간 것이다. 나는 이제 고아이고, 외 국인, 난민, 유령이 된다. 고아, 외국인, 난민, 유령으로서의 나, 너 없는 나, 우리 에서 밀려난 나, 사랑받지 못하는 나, 너 를 잃은 나, 말을 잃은 나, 거의 사라지고 있는 나. 이 나를 ‘사랑하는’ 법을 이곳의 우리 는 충분히 배우지 못했고, 지금 이곳은 그 방법을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18 의견 2016년 3월 7일 월요일 대학신문 최근 인공지능 바둑 알고리즘인 알파 고(AlphaGo)가 바둑 명인인 이세돌과 의 바둑대결을 신청했다. ‘구글 딥마인드’ (Google Deepmind)에서 개발한 알파고 는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 후이를 5대0으 로 이겨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이제 는 이를 넘어서서 10년간 가장 강력한 기 사인 이세돌에게 도전한 것이다. 알파고 는 ‘몬테카를로 트리 서치’(Monte Carlo tree search)를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서 학습하는 방법을 이용해 수많은 경우의 수 중에서 가장 효용성이 높은 수 를 고른다. 또 3,000만 개의 바둑 수들을 학습해 기존의 인공지능 바둑 알고리즘 과의 500판 중 한 판을 제외하고 모두 승 리하는 압도적인 실력을 쌓았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전에 바둑보다 훨 씬 간단한 게임인 벽돌깨기, 갤러그와 같 은 비디오 게임을 사람의 개입 없이, 스 스로 플레이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 즘을 개발해 유명세를 얻었다. 강화 학습 (reinforcement learning)을 통해서 학 습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해당 게임을 전문가 수준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알 고리즘이 효과적이라는 점은 학습을 거 듭하면서 해당 게임별로 일명 ‘꼼수’를 터득했다는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벽 돌깨기 게임의 경우, 딥마인드의 알고리 즘은 벽돌의 한쪽 모서리를 먼저 깬 다 음에, 그 틈에 공을 집어넣음으로써 공이 스스로 벽돌들을 깰 수 있도록 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이번이 처 음이 아니다. IBM의 인공지능 체스 알고 리즘 딥블루(Deep Blue)와 체스 그랜드 마스터 중 최고로 평가받는 가리 카스파 로프의 대결이 있었다. 1996년에 이뤄진 첫 번째 대결에서는 카스파로프가 승리 했지만, 1997년에 치러진 재대결에서는 딥블루가 승리한다. 이때 카스파로프는 딥블루의 특정한 수가 사람의 개입 없이 는 가능하지 못한 수라고 주장하기도 했 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그 특정한 수 가 사람의 개입으로 인한 묘수가 아니라, 시간제한에 걸린 딥블루가 랜덤하게 놓 은 수라고 한다. 인간에 맞선 또 다른 인공지능은 미국 의 퀴즈쇼인 ‘제퍼디!’(Jeopardy!)에서 활약한 IBM의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인 왓슨(Watson)이다. 왓슨은 4테라바이트 의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검색해 퀴즈의 정답을 찾아냈다.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2명의 인간 챔피언 을 상대로 왓슨은 압승을 거뒀다. 바둑은 체스와 퀴즈보다 훨씬 더 어려 운 게임이다. 바둑은 말들의 움직임이 체 스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체스보다 경우 의 수가 훨씬 많다. 퀴즈에 대한 답을 찾 는 것은 창의성이 요구되지 않는 단순한 데이터 검색 작업이다. 이번에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다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간과 같은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에 성큼 다가가는 일일 것이다. 게임 은 현실을 단순화한 것으로, 주어진 조건 에서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하는 과정 자체 는 게임과 현실이 같다. 더 복잡한 게임 에서 인공지능이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는 것은 점점 더 현실에서 인공지능의 활 용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번 대결을 통해서 점점 더 발전해 가는 인공지능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그리 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알파고의 승 리를 응원한다. 우리가 없을 때에도 사랑은 자하연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 이철행 기자 will502@snu.kr 관악시평 얼마 전 서울대 교수들의 이직이 급증 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했다. 사립대 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 과도한 행정 업무, 그리고 각종 규제와 연구지원의 제 한 등의 이유로 과거 ‘가문의 명예’로 여 겨졌던 서울대 교수직을 버리고 떠난다 는 내용이었다. 2011년부터 모두 65명이 라고 하니, 전체 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 이나 다른 직장의 이직률에 비하면 대단 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수치 는 서울대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유지해 왔던 상징적 지위를 잃고 있다는 직접적 인 증거로 해석되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나는 이 기사를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 풍수워크숍’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기내에서 접했다. 이 워크숍은 한국과 중 국, 그리고 일본의 환경 관련 학자들이 전통지식으로서 풍수(風水)를 재해석하 고 그 활용 가능성을 같이 찾아보려는 연 구모임이다. 풍수가 동아시아에서 중요 한 환경이용원칙 혹은 지리사상으로 사 용됐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 국, 중국, 일본이 모두 같은 한자어를 사 용하며, 발음 역시 Pungsu, Fengshui, Husui로 비슷하다. 불행히도 얼마 전까 지 풍수는 사익추구를 위한 기복신앙 혹 은 혹세무민하는 주술 정도로 간주됐고, 학문영역에서 다뤄지지는 못했다. 전통 사회에서 풍수가 미친 폐해가 그만큼 컸 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진, 태풍, 몬순 등의 자연재해의 위험을 관리 하고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기 위해 오 랜 기간 발전시켜온 ‘아시아적 공통가치’ 로 풍수를 바라보는 시각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최근 국제적으로 지역의 전통 지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국에 서는 풍수를 중국 고유의 문화자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일본 역시 풍수적인 시각이 다분한 일본 식 환경관리원칙인 ‘사토야마’(里山)를 국제화하는 데 국가가 나서서 총력을 기 울이고 있다.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두 가지 가 필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이유 는 25년 전 있었던 한 은사님의 서울대 교수직 사직 때문이었다. 그분의 전공분 야는 풍수였다. 풍수에 관한 저서를 여러 권 출판하셨고, 그중 일부는 중국어와 일 본어로도 번역되기도 하는 등 한국풍수 를 현대적으로 정립한 분으로 알려졌다. 80년대와 90년대 초 전통학문으로 풍수 를 강의하시면서 학생들과 일반인들로 부터 큰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학문적 인기의 절정에서 갑자 기 서울대 교수직을 사직하셨고, 지금까 지도 단독연구자로 오직 집필에만 전념 하고 계신다. 90년대 초 서울대 교수직을 자발적으 로 그만둔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라서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사직 이유를 당신 스스로는 ‘씨름선수에게 권투시합을 하 라고 하는 대학과 학계의 분위기가 싫어 서’라는 말로 정리를 하셨다. 그리고 어 느 인터뷰 기사에서 ‘한국의 모든 면 소 재지를 다 돌아봤는데, 만약 대학에 근 무했다면 그런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 고 하셨다. 그분의 말씀에서 새로운 지식 을 만들어가야 할 대학이 오히려 학문을 방해하고 있다고 읽히는 이유가 무엇일 까? 25년 전 대학의 분위기를 따라 자신 이 잘하는 씨름을 포기하고 ‘권투시합’을 했더라면 지금까지의 업적과 한국의 풍 수연구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당시 그 분에게 서울대 교수 자리를 포기하게 했 던 그 배타성과 억지에서 지금은 어느 정 도 벗어났을까? 서울대를 그만두시는 분들은 모두 제 각기 사정이 있을 것이고, 그 이유를 일 반화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나를 포함 한 많은 사람은 앞의 질문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답을 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이다. 25년 전 은사님이 직접 겪고 고민 했던 서울대의 문제들이 지금 65배의 크 기로 다가온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대학만평 박수진 교수 지리학과 서울대 교수 이직 문제에 대한 소고 아크로의 시선 양효실 강사 미학과

1917 18 19pdf.snunews.com/1917/191718.pdf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알파고의 승 리를 응원한다. 우리가 없을 때에도 사랑은 자하연 인간과 인공지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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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1917 18 19pdf.snunews.com/1917/191718.pdf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알파고의 승 리를 응원한다. 우리가 없을 때에도 사랑은 자하연 인간과 인공지능의

안진원 석박사통합과정 산업공학과

1. 나는 나, 나는 내가 가진 것, 나는 틀

림없이 나라고 말하지 말자. 대신에 나는

너라고,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너라

고, 심지어 내게 등을 돌리고 사라진 너

라고 말하자. 너는 내가 알면서(알기에)

모르고, 사랑하면서(사랑하기에) 경멸하

고, 이해하면서(이해하기에) 오해하고,

붙잡으면서(붙잡기에) 놓치는 사람이다.

그런 너가 나이므로 나는 늘 혼돈 속에,

갈등 속에, 무지 속에 있다. 나는 너를 안

다고 사랑한다고 이해한다고 확신하지

만 그렇게 말하는 순간 내가 모르는 경

멸하는 오해하는 너는 너의 일부 심지어

나의 일부임에도 사라진다. 너를 부르는

이름들, 친밀한 이름들, 나를 살리는 이

름들, 가족·친구·연인의 이름들이 없다

면 나는 불가능할 것이다. 나는 없을 것

이다. 나는 친밀한 이름들의 교집합, 그

이름들이 짜고 있는 무늬다. 나는 사랑

받았고 받아들여졌기에 살아있다. 그 이

름들이 없다면, 그 이름들을 부를 수 없

다면 나는 없다. 너는 내가 볼 수 없는 내

표정, 얼굴을 보고 읽고 받아들이는 그

사람이다. 네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네가 나를 그 자리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면 나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나의

생존은 나를 불러주고 기억하고 사랑하

는 이름들에 불과하다. 내 이름을 불러주

는 사람이 없다면 나는 설사 살아있어도

이미 죽은 사람일 것이다. 나의 살아있음

은 네가 존재한다는 것의 알리바이다. 나

는 너의 사랑을 간구하는 한없이 연약한

자리, 몸, 얼굴이다.

1. 모국어로 말할 때 나와 너는 ‘우리’

다. 모국어 덕분에 나는 너를 너는 나를

듣는다. 모국어 덕분에 너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말로 내가 ‘원하는’ 생각을

내게 돌려준다. 나 역시 너에게 그렇다.

대칭. 그러므로 우리는 일치하고 소통하

고 동의하고 화해한다. 무엇보다 사랑은

내가 아는 것을 너를 통해 반복 확인하

는 수행이다. 모국어 덕분에 우리는 안

전하고, 안락하고, 유능해진다. 그때 너

는 갈등, 모순, 불화를 봉합하고 사라지

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나는 살아야 할

힘을 네게서 얻는다고 하지만 사실 너는

그때 나의 말을 내게 다시 돌려주는 알

리바이로서만 존재한다. 이미 알고 있는

언어로 이미 말한 것을 말하는 이들이

이루는 ‘우리’가 없다면 나는 고아고 이

방인이고 거의 죽은 자고 유령이다. 그런

‘우리’는 지속성, 연속성, 일관성, 동일성

과 같은 장치를 통해 삶을 안전하게 만

들어준다.

1. 따라서 문득 ‘우리’가 깨지는 순간이

온다. 네가 내 말을 다시 돌려주지 않을

때가, 네가 내가 아는 얼굴을 짓지 않을

때가, 네가 네 자리에서 사라질 때가, 네

가 영원한 타인이 되는 순간이. 그때 나

는 고통과 불안에 사로잡힌다. 너는 나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으려하고 네가 갖고

있던 얼굴을 지워버린다. 그때 나는 불안

해지고 위험해지고 희미해진다. 그러나

그런 순간은 나와 너를 갖고 우리를 만

들어보려는 모든 이들이 ‘평등하게’ 맞이

하는 위기의 순간이다. 모국어가 사라지

면 우리는 타인들이다. 더 이상 내 이름

을 불러주지 않는 너,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너 대신에 나를 학대하고 모욕

하고 슬픔과 고통으로 몰아대는 너가 출

현한다. 내가 불러주던 이름 바깥으로 네

가 나간 것이다. 나는 이제 고아이고, 외

국인, 난민, 유령이 된다. 고아, 외국인,

난민, 유령으로서의 나, 너 없는 나, 우리

에서 밀려난 나, 사랑받지 못하는 나, 너

를 잃은 나, 말을 잃은 나, 거의 사라지고

있는 나.

이 나를 ‘사랑하는’ 법을 이곳의 우리

는 충분히 배우지 못했고, 지금 이곳은

그 방법을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1�8� 의견

2016년 3월 7일 월요일 대학신문

최근 인공지능 바둑 알고리즘인 알파

고(AlphaGo)가 바둑 명인인 이세돌과

의 바둑대결을 신청했다. ‘구글 딥마인드’

(Google Deepmind)에서 개발한 알파고

는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 후이를 5대0으

로 이겨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이제

는 이를 넘어서서 10년간 가장 강력한 기

사인 이세돌에게 도전한 것이다. 알파고

는 ‘몬테카를로 트리 서치’(Monte Carlo

tree search)를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서 학습하는 방법을 이용해 수많은

경우의 수 중에서 가장 효용성이 높은 수

를 고른다. 또 3,000만 개의 바둑 수들을

학습해 기존의 인공지능 바둑 알고리즘

과의 500판 중 한 판을 제외하고 모두 승

리하는 압도적인 실력을 쌓았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전에 바둑보다 훨

씬 간단한 게임인 벽돌깨기, 갤러그와 같

은 비디오 게임을 사람의 개입 없이, 스

스로 플레이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

즘을 개발해 유명세를 얻었다. 강화 학습

(reinforcement learning)을 통해서 학

습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해당 게임을

전문가 수준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알

고리즘이 효과적이라는 점은 학습을 거

듭하면서 해당 게임별로 일명 ‘꼼수’를

터득했다는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벽

돌깨기 게임의 경우, 딥마인드의 알고리

즘은 벽돌의 한쪽 모서리를 먼저 깬 다

음에, 그 틈에 공을 집어넣음으로써 공이

스스로 벽돌들을 깰 수 있도록 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이번이 처

음이 아니다. IBM의 인공지능 체스 알고

리즘 딥블루(Deep Blue)와 체스 그랜드

마스터 중 최고로 평가받는 가리 카스파

로프의 대결이 있었다. 1996년에 이뤄진

첫 번째 대결에서는 카스파로프가 승리

했지만, 1997년에 치러진 재대결에서는

딥블루가 승리한다. 이때 카스파로프는

딥블루의 특정한 수가 사람의 개입 없이

는 가능하지 못한 수라고 주장하기도 했

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그 특정한 수

가 사람의 개입으로 인한 묘수가 아니라,

시간제한에 걸린 딥블루가 랜덤하게 놓

은 수라고 한다.

인간에 맞선 또 다른 인공지능은 미국

의 퀴즈쇼인 ‘제퍼디!’(Jeopardy!)에서

활약한 IBM의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인

왓슨(Watson)이다. 왓슨은 4테라바이트

의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검색해 퀴즈의

정답을 찾아냈다.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2명의 인간 챔피언

을 상대로 왓슨은 압승을 거뒀다.

바둑은 체스와 퀴즈보다 훨씬 더 어려

운 게임이다. 바둑은 말들의 움직임이 체

스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체스보다 경우

의 수가 훨씬 많다. 퀴즈에 대한 답을 찾

는 것은 창의성이 요구되지 않는 단순한

데이터 검색 작업이다. 이번에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다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간과 같은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에 성큼 다가가는 일일 것이다. 게임

은 현실을 단순화한 것으로, 주어진 조건

에서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하는 과정 자체

는 게임과 현실이 같다. 더 복잡한 게임

에서 인공지능이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는 것은 점점 더 현실에서 인공지능의 활

용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번 대결을 통해서 점점 더 발전해 가는

인공지능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그리

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알파고의 승

리를 응원한다.

우리가 없을 때에도 사랑은

자하연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

이철행 기자 [email protected]

관악시평

얼마 전 서울대 교수들의 이직이 급증

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했다. 사립대

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 과도한 행정

업무, 그리고 각종 규제와 연구지원의 제

한 등의 이유로 과거 ‘가문의 명예’로 여

겨졌던 서울대 교수직을 버리고 떠난다

는 내용이었다. 2011년부터 모두 65명이

라고 하니, 전체 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

이나 다른 직장의 이직률에 비하면 대단

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수치

는 서울대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유지해

왔던 상징적 지위를 잃고 있다는 직접적

인 증거로 해석되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나는 이 기사를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

풍수워크숍’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기내에서 접했다. 이 워크숍은 한국과 중

국, 그리고 일본의 환경 관련 학자들이

전통지식으로서 풍수(風水)를 재해석하

고 그 활용 가능성을 같이 찾아보려는 연

구모임이다. 풍수가 동아시아에서 중요

한 환경이용원칙 혹은 지리사상으로 사

용됐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

국, 중국, 일본이 모두 같은 한자어를 사

용하며, 발음 역시 Pungsu, Fengshui,

Husui로 비슷하다. 불행히도 얼마 전까

지 풍수는 사익추구를 위한 기복신앙 혹

은 혹세무민하는 주술 정도로 간주됐고,

학문영역에서 다뤄지지는 못했다. 전통

사회에서 풍수가 미친 폐해가 그만큼 컸

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진,

태풍, 몬순 등의 자연재해의 위험을 관리

하고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기 위해 오

랜 기간 발전시켜온 ‘아시아적 공통가치’

로 풍수를 바라보는 시각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최근 국제적으로 지역의 전통

지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국에

서는 풍수를 중국 고유의 문화자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일본 역시 풍수적인 시각이 다분한 일본

식 환경관리원칙인 ‘사토야마’(里山)를

국제화하는 데 국가가 나서서 총력을 기

울이고 있다.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두 가지

가 필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이유

는 25년 전 있었던 한 은사님의 서울대

교수직 사직 때문이었다. 그분의 전공분

야는 풍수였다. 풍수에 관한 저서를 여러

권 출판하셨고, 그중 일부는 중국어와 일

본어로도 번역되기도 하는 등 한국풍수

를 현대적으로 정립한 분으로 알려졌다.

80년대와 90년대 초 전통학문으로 풍수

를 강의하시면서 학생들과 일반인들로

부터 큰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학문적 인기의 절정에서 갑자

기 서울대 교수직을 사직하셨고, 지금까

지도 단독연구자로 오직 집필에만 전념

하고 계신다.

90년대 초 서울대 교수직을 자발적으

로 그만둔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라서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사직 이유를 당신

스스로는 ‘씨름선수에게 권투시합을 하

라고 하는 대학과 학계의 분위기가 싫어

서’라는 말로 정리를 하셨다. 그리고 어

느 인터뷰 기사에서 ‘한국의 모든 면 소

재지를 다 돌아봤는데, 만약 대학에 근

무했다면 그런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

고 하셨다. 그분의 말씀에서 새로운 지식

을 만들어가야 할 대학이 오히려 학문을

방해하고 있다고 읽히는 이유가 무엇일

까? 25년 전 대학의 분위기를 따라 자신

이 잘하는 씨름을 포기하고 ‘권투시합’을

했더라면 지금까지의 업적과 한국의 풍

수연구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당시 그

분에게 서울대 교수 자리를 포기하게 했

던 그 배타성과 억지에서 지금은 어느 정

도 벗어났을까?

서울대를 그만두시는 분들은 모두 제

각기 사정이 있을 것이고, 그 이유를 일

반화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나를 포함

한 많은 사람은 앞의 질문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답을 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이다. 25년 전 은사님이 직접 겪고 고민

했던 서울대의 문제들이 지금 65배의 크

기로 다가온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대학만평

박수진 교수지리학과

서울대 교수 이직 문제에 대한 소고

아크로의 시선

양효실 강사미학과

Page 2: 1917 18 19pdf.snunews.com/1917/191718.pdf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알파고의 승 리를 응원한다. 우리가 없을 때에도 사랑은 자하연 인간과 인공지능의

지난 2일(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보도자료를 냈다. 일부 사업자들의 독과점

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교복시

장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교육부에

서 지원을 해도 교복 비용을 낮추는 데엔

한계가 있고 지원 방식의 문제로 학생들의

빈부 격차가 부각될 수 있으니 교복 단가를

낮춰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보도

자료 말미에 중장기 방안으로 제시된 ‘교

복 디자인 표준디자인제’가 논란의 불씨가

된 것이다. 채널A가 지난 2일 “자율 교복이

빈부 격차 키운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전

국적으로 통일된 교복이 등장할 모양”이라

며 “4~50년 전의 옛 교복이 부활될 것이란

관측이 많은데,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요?”라고 보도한 이후 이를 두고 SNS상에

선 거센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교복 단일화’는 오해였다는 것이

곧 드러났다. 보도자료의 표현을 그대로 옮

기면 “교복 표준디자인제를 통해 학생 교

복 시장에 경쟁원리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 “10~20여 개의 디자인을 제시해 각

학교에서 적합한 교복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게 함.” 옛날 교련복처럼 하나의 통일된

교복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디

자인을 제시하고 넥타이 색깔 등으로 구분

하겠다는 것이다. 보도자료의 핵심은 교복

시장의 경쟁원리 도입이었는데 논란의 화

살은 ‘교복 단일화’에 향한 것이다.

결국 ‘교복 단일화’ 논란은 사실과 다르

다고 해명됐지만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강행’이란 키워드다.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수많은 학생과 교사들의 의

견은 무시됐다. 테러방지법 반대 의견도 마

찬가지였다. 노동개혁법의 경우도 지난해

대통령은 “만약 국회의 비협조로 노동개혁

이 좌초된다면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소통의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19대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대통령과 여

당은 노동5법과 테러방지법, 경제활성화법

의 조속처리를 앵무새처럼 되뇌었을 뿐 야

당이나 시민들과 소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려는 의사는 보여주지 않았다. 야당

이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 중재안을 수용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도 집권 여당은

대화를 거부하며 야당과 대치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뒷일에 대한 고려

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정규

직 전환의 희망고문 기간을 2년에서 4년으

로 늘리고 자동차·조선산업과 같은 기반산

업에까지 파견을 허용하는 법안을 “제대로

된 일자리”나 “안정된 정년 보장”을 위한

법으로 인식하고 있다. 경제활성화법에 대

해서도 “청년들을 위한 수십만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했지만 이것이 진짜로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될지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남용의 물길을 터준

상황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봤자 청년들의

실업 고통을 덜어주기보단 고용의 질만 악

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테러방지법에 대해

서도 대통령은 “우리가 기본적인 법이 없

으니까 외국하고 국제공조도 못하는 기막

힌 사정”이라며 법안 통과에만 열을 올렸

다. 이러한 태도에서 왜 다수가 국정원 권

한 강화를 우려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결국 ‘교복 단일화’에 대한 우려는, 사람들

이 현 정부가 보인 권위주의적 행보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현 정

권이 지금까지 보여준 불통의 정치와 일방

적 국정운영이 민주주의 후퇴의 우려와 정

부에 대한 불신을 키워온 것이다. 박근혜 대

통령과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국민의 불신

을 불식시키고 싶다면 불통의 의사결정구조

부터 바꿔 이제라도 시민사회의 요구에 응

답해야 할 것이다. 불똥은 엉뚱한 곳에 튀었

지만 정부는 그 불똥이 튀게 한 책임이 바로

자신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의견� �1�9 2016년 3월 7일 월요일대학신문

사 설

청년 취업자들이 고용보조금을 직접 받는 방안이 검

토 중이다. 지난 28일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에 따

르면 정부는 이번달 중순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이

국가로부터 직접 보조금을 받는 고용보조금제도를 포

함한 청년고용대책을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기업에 고용보조금을 지급해 근로자 채용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으나

기업이 인력을 고용하면서 노동비용 절감 수단으로 보

조금을 이용하는 등 효과가 크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고

용보조금을 기업보다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이

고용 및 임금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해왔다. 그러한 점에서 고용보조금의 지급대상을

취업한 청년들로 전환하는 방안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고용보조금이 청년들의 삶의 질 개선과 일자

리 창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서 안정적으로 시행되

려면 산적한 과제도 많다. 우선 정부는 수혜대상이 되

는 중소기업과 청년을 선정할 타당한 기준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재원조달방식을 제시해야 한다. 보조금을 지

급하면 구직활동을 포기한 청년들의 의지를 북돋는다

는 점에서 고용창출 효과는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지

원대상이 제대로 정해지지 않으면 이를 악용할 수도

있다. 지원기간 및 금액이 합리적으로 정해지지 않으

면 보조금에 의존하게 돼 구직과 이직이 제한될 수 있

다. 게다가 안정적인 재원이 마련되지 않으면 지속이

어려워 자칫 단기적인 인기영합 정책에 그칠 수 있다.

보조금 지급 방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보조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경우 사용처를 통제할 수 없어 삶

의 질 개선이라는 정책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반면 보조금의 사용처와 사용용도를 제한하

면 수혜대상자의 효용은 감소한다. 수혜자 효용이 떨

어지면 효과가 미미해질 것이다. 따라서 투입되는 보

조금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도록 다양한 보조금

지원방식을 고안해야 한다. 최근 성남시는 ‘청년배당’

정책으로 사용처를 제한한 상품권을 보조금으로 지급

했다. 서울시는 ‘청년수당’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을 클

린카드로 지급했다. 참고할만한 사례가 될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청년 일자리 증대와 질적 향상을 외치

면서 많은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얻지

못했다. 청년고용대책으로 계획하고 있는 고용보조금

정책이 일회성, 선심성 정책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의

삶의 질 개선과 고용창출에 도움이 되도록 정부는 구

체적이고 세밀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달 23일 서울대는 학생의 정신건강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대학생활문화원(이하 대생원)에 ‘SNU 위기

대응위원회’ 신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심리검사 등을

통해 전교생을 건강군, 취약군, 위험군으로 나누고 자

살충동증세와 적응장애 등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위험군에 속한 학생을 교내 인력과 더불어 병원, 경찰

등 유관기관이 함께 집중 관리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

다. 대생원의 인력과 예산을 2배 이상 늘려 최장 55일

까지 걸리던 상담대기시간을 ‘0’으로 만드는 목표도 나

왔다. 학교당국의 학생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

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방법에 있어 실제 적용할 경우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먼저 전교생을 세 군으로 분류하는 것은 학생들의 자

기결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세 군으로 분류하

기 위해선 전교생의 심리 및 정신건강 정보를 수집하

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전교생이 심리검사

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학생의 자기결정권을 침

해하는 행위다. 현재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

중 하나가 개개인의 개별성과 자율성을 충분히 인정받

지 못한 것임을 숙고해봐야 한다. 학생 스스로 심리검

사의 필요성과 유용성을 인식하고 참여하도록 학교 차

원의 홍보와 소그룹 멘토링 등을 통해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실시해서 의미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효과적인 분류가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학생 스스로 받은 상담과 심리검사를

통한 정신건강 정보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

심리검사를 통한 정보의 질이 같을 수 없다. 또 시간과

환경에 따라 변하는 심리상태를 획일적인 검사를 통해

분류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학생들이 겪는 다양한 고민

의 유형들을 고려할 때 인문대, 자연대, 공대를 비롯한

단과대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학생상담실을 적극 지

원하고 활용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마지막으로 정보노출의 위험성과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가 있다. 유관기관과 함께 관리할 때 학생의 개인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 또 자살가능성에 따른 분류에

명확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비위험군

학생이 위험군에 분류될 수 있고, 스스로를 자살 위험

군으로 낙인찍을 우려가 있다. 아직도 정신과 방문을

주저하는 첫 번째 이유로 ‘남들의 시선’을 꼽는 우리나

라 현실을 고려할 때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대생원의 인력과 예산을 늘리고 SNU 위기대응위원

회를 설치해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나서는 학교

당국의 모습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방법에서 보완돼야

할 부분이 있다. 학교당국은 학생들의 정신건강과 자

기계발이라는 목적에 걸맞은 방법을 제시하길 바란다.

학교당국은 학생정신건강 문제 해결에 적절한 방법을 제시해야

청년에게 직접 주는 고용보조금, 실질적 효과 있도록 해야

맥 박

SNS에 퍼진 ‘교복 단일화’ 논란

실체는 권위주의 행보에 대한 불신

깊은 성찰 없는 강행과 불통의 정치

이제라도 반성의 계기 돼야 최하영 사회부장

‘교복 단일화’가

공연한 걱정이 아닌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