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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9 + 10 희망, 인문학에 묻다 힐링의 어떤 방식에 대하여 명화 읽기 시시각각 변하는 빛으로 움직이는 세상 클로드 모네 the 희망 발전소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의료수준 높이고 서비스 보강, 국민의 병원! 희망 지킴이 직장인 모여 만든 근로자 연극패 ‘청년’ the 감성 여행 50년 세월의 속삭임과 만나다 울산 신화벽화마을 직장 처세술 이직의 목적을 분명히 하라 the 석창우 화백, ‘한국의 몸짓 58’, 69×35cm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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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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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2014 09 + 10마

음을

치유

하는

힐링

2014 09 + 10

희망, 인문학에 묻다힐링의 어떤 방식에 대하여

명화 읽기 시시각각 변하는 빛으로 움직이는 세상 클로드 모네

the 행복

희망 발전소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의료수준 높이고 서비스 보강, 국민의 병원!

희망 지킴이 직장인 모여 만든 근로자 연극패 ‘청년’

the 나눔

감성 여행 50년 세월의 속삭임과 만나다울산 신화벽화마을

직장 처세술이직의 목적을 분명히 하라

the 공감

전기 기사이던 석창우 화백은 1984년 2만9000볼트짜리

고압선에 감전돼 양팔과 발가락 두 개를 잃었다.

그림을 그려달라는 네 살짜리 아들을 위해 처음으로 그림을

그린 그는 이후 동양의 서예와 서양의 크로키를 접목한

수묵 크로키를 고안해냈다. 지금까지 국내외 개인전 36회와

240회가 넘는 단체전,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시연을 포함해

139회에 걸쳐 시연했다. 그는 전기 기술자이던 당시에는

먹고살기 위해 일했지만, 이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게

돼 오히려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석창우 화백은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창조하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로 삶에 지친 많은 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과거는 참고 사항일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지금 진짜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세요.”

석창우 화백, ‘한국의 몸짓 58’, 69×35cm

Page 2: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벼가 노랗게 익은 수확의 계절,

농부의 땀과 하늘의 수고가 빚어낸

축복의 시간.

다 함께 모여

대지의 노래를 들어라,

희망의 씨앗을 거둬라.

the 행복

Page 3: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02 인트로

마음을치유하는힐링

06 이철환의 짧은 동화

다시가을이올때까지

10 포토 에세이

한땀한땀잇는조각보처럼

보듬고채우고치유하기

14 희망, 인문학에 묻다

힐링의어떤방식에대하여

20 명화 읽기

시시각각변하는빛으로움직이는세상

클로드모네

24 달콤한 동행

사고로잃은두팔은거장을낳다

석창우화백

64 이영철의 마음 그림

사랑으로가는길

66 감성 여행

울산신화벽화마을

74 직장 처세술

이직의목적을분명히하라

78 컬처 노트

<혹성탈출-반격의서막>을보고

80 멘토 스쿨

창의력꽃피우기

86 TV 열전

셰어하우스에서잘살고계십니까?

90 그땐 그랬지

보상기준의탄생

92 웰빙 건강 하우스

가을철열성질환을의심하라

96 하트&하트

김선복물리치료사의희망나무

100 나의 버킷 리스트

치유의시간

102 희망 물음표

104 희망 뉴스

108 알립니다

30 이어령의 희망 메시지

해는어디서뜨나

32 희망 발전소

근로복지공단안산병원

의료수준높이고서비스보강,국민의병원!

38 달려라, 희망

(주)엠엘앤씨최승녀

“복귀까지100일,희망찬손길덕분이죠”

44 희망 안테나

스토리텔링평생교육원

“대화그리고고통분담으로

산재의어려움이겨낸다”

50 희망 지킴이

직장인모여만든근로자연극패‘청년’

“일을하기에연극이재미있고

연극을하기에일에보람을느껴요”

56 근로복지공단 생생 정보통

산재근로자직업훈련지원사업프로그램안내

고용서비스민간위탁사업등

the 행복 the 나눔 the 공감

2014. 09+10 vol.53

발행일 _ 2014년9월10일(통권53호)

발행인 _ 이재갑

편집인 _ 강윤호

편집위원 _ 김헌재,윤은중,권순식,

나원석,박문숙,김이호,

김기륜,이종호,유시환

발행처 _ 근로복지공단

울산광역시중구종가로340

기획 편집 디자인 _ 더북컴퍼니

<희망나무>는근로복지공단홈페이지홍보마당과

애플리케이션‘희망나무’를통해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도볼수있습니다.

www.kcomwel.or.kr

근로복지공단에서발행한<희망나무>의저작물은

‘공공누리’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따라이용할수있습니다.

단,사진과일러스트는이용할수없습니다.

공공누리는공공기관의저작물을자유롭게활용할

수있도록표준화한공공저작물자유이용허락

표시제도입니다.www.kogl.or.kr

Page 4: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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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의 짧은 동화

봉구는 초등학교 1학년입니다.

봉구는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동네

공터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공터에는 등에

커다란 혹이 난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뽑기 장사를 하는 할아버지였습니다.

할아버지는 파라솔 같은 커다란 우산을

펼쳐놓고, 온종일 그 안에서 뽑기를

만들었습니다. 봉구는 친구들과 함께

매일매일 뽑기를 했습니다. ‘달고나’도

맛있게 만들어 먹었습니다. 허리를 한껏

구부리고 국자에 설탕을 녹이는 아이들이

있으면 봉구는 살금살금 다가가 똥침을

콕 놓고 도망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뽑기 할아버지를 ‘낙타

할아버지’라고 불렀습니다. 뽑기 할아버지의

등이 낙타처럼 생겼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등에는 축구공이 들어

있나요? 꼭 낙타 같아요. 히히.”

다시가을이올때까지

글 이철환(소설가) 일러스트 조성흠

아이들이 낙타라고 놀려도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했습니다.

햇살이 내려앉은 담벼락에 기대앉아

봉구는 낙타 할아버지가 찍어준 십자가와

별을 조심조심 뽑았습니다. 바늘을 몰래

가져와 바늘 끝에 침을 묻혀가며 별을

뽑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봉구는 아무리

조심조심해도 뽑기가 잘되지 않았습니다.

별 모양이 거의 다 나왔다가도 톡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봉구는 화가 났습니다.

“봉구야, 오늘도 망쳤구나. 내일 다시 오너라.”

“치….”

봉구는 빙긋이 웃고 있는 낙타 할아버지가

얄미웠습니다.

봉구는 심술이 났습니다. 그래서 크레파스를

가지고 집 밖으로 나와 동네 담벼락

the 행복

여기저기에 우스꽝스러운 낙타 그림을

그려놓았습니다. 담벼락에 ‘낙타 할아버지

바보’라고 낙서도 잔뜩 해놓았습니다.

봉구는 할아버지가 미워 한동안 뽑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검둥이랑

놀다가 아래쪽 공터에 있는 낙타 할아버지를

힐끔힐끔 내려다보기만 했습니다. 낙타

할아버지가 있는 커다란 파라솔 안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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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the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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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철환은소설가다.작품으로는430만명의독자가읽은<연탄길1·2·3>과<행복한고물상>,<위로>등총20권이있다.

작가의작품중총9편의글이초등학교와중학교교과서에실렸고,뮤지컬<연탄길>대본은고등학교‘문학’교과서에실리기도했다.

2000년부터책수익금으로운영해온‘연탄길나눔터기금’을통해낮고그늘진곳에있는이들을후원하고있다.

봉구는 눈이 동그래져서 낙타 할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봉구야, 이건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되는

비밀이다. 알았지?”

“네.”

봉구는 비밀을 말해준 낙타 할아버지가

예전처럼 밉지 않았습니다.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낙타 할아버지의

낡고 커다란 파라솔이 비를 맞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낙타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며칠째 낙타

할아버지의 파라솔만 담벼락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봉구는 파라솔 옆에 가만히

서서 낙타 할아버지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낙타

할아버지는 오지 않았습니다. 가을이 다

가도록 낙타 할아버지는 오지 않았습니다.

첫눈이 내렸습니다. 봉구는 눈을 맞으며

검둥이를 데리고 공터로 갔습니다. 낙타

할아버지의 커다란 파라솔이 눈 속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봉구는 쓰러진 파라솔을

바로 세워놓았습니다. 파라솔이 눈 속에

파묻혀 있으면 낙타 할아버지가 슬퍼할 것

같았습니다.

봉구는 그다음 날부터 담벼락에 그려놓은

낙타 그림과 낙서를 지웠습니다. 손끝이

빨개지도록 지우고 또 지웠습니다. 낙서를

지우는 내내 환하게 웃던 낙타 할아버지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봉구는 잠자리에 누워서도 낙타 할아버지를

생각했습니다.

“할아버지, 꼭 다시 오실 거죠? 할아버지의

파라솔은 제자리에 있어요. 담벼락에 있는

낙타 그림도 낙서도 모두 깨끗이 지웠어요.”

어두운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봉구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다시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올 때까지도 낙타 할아버지는 오지

않았습니다. 벽에 기대어 있던 할아버지의

낡은 파라솔 위로 빗물만 흘러내렸습니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봉구네 집 앞마당에서는 엄마의 목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왜 남의 집 담벼락에 낙서를 해?

너 때문에 이 사람 저 사람한테 엄마가

얼마나 욕먹었는 줄 알아?”

“…….”

봉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리 와서 종아리 걷어! 몇 대 맞을 거야?”

“한 대.”

“한 대로 되겠어? 세 대만 맞아!”

봉구는 엄마한테 종아리를 맞았습니다.

동네 담벼락에 크레파스로 낙서를 해놓은

사람이 봉구였기 때문입니다. 매를 맞은

봉구는 대문 밖으로 나와 엉엉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봉구야! 왜 울어? 이리 오렴.”

낙타 할아버지였습니다. 낙타

할아버지는 따뜻한 목소리로 울고 있는

봉구를 불렀습니다. 그러고는 돈도 받지

않고 봉구에게 뽑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봉구야, 할아버지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봉구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할아버지 등은 수박밭에서 자서 불룩해진

거야. 수박밭에서 자고 있는데 수박 덩굴이

슬금슬금 다가와 커다란 수박 하나를 내

등에 몰래 만들어놓고 갔지 뭐냐.”

Page 6: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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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the 행복

포토 에세이

가을날

숲가의나뭇가지가금빛으로타오를때

오솔길을따라나는혼자걷는다.

사랑하는이와함께

수없이거닐었던이길을

이렇게맑은가을날에는

마음속에오래지니고있던

행복도슬픔도

머나먼향기속에사라져버린다.

잡초를태우는연기가퍼져나가고

흥겹게뛰노는시골아이들

나또한그아이들과어울려

소리에맞춰노래부른다.

-헤르만 헤세

한땀한땀

잇는조각보처럼

보듬고채우고치유하기

글양인실

Page 7: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the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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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의가치는한땀한땀정성스레잇는손바느질에있다.사람도마찬가지다.함께살아간다는것은

나와다른얼굴,다른성격을극복하고다른문양,다른천을연결해나란히붙이는조각보인셈이다.

떨어져있으면그다지예쁠것도,큰쓸모도없을자투리천을이어붙이니하나의작품이된다.

혼자서는보잘것없고빛날것도없는개개인이조각보의한귀퉁이를자처하며연결되고이어져채워지고

완성될때마음은풍성해지고사회는치유된다.

어디든떠나기,신나게노래하기,

붓과팔레트꺼내기,씩씩하게걷기,

하늘오래바라보기,꽃잎차마시기,

바람결어루만지기,한바탕웃기,

실컷울기,책장먼지뒤집어쓰기,

운동화하얗게빨기,올라갔다가내려오기,

혼자있기,같이있기,침묵하기,

수다떨기,손편지쓰기,종일라디오듣기,

시인되기….황금빛계절에할일이참많다.

이는마침표가아닌쉼표,

아주강력한치유효과,

그러나아주간단한비밀.

Page 8: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the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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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인문학에 묻다

최근 몇 년간 ‘힐링’이 한국에서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대인은 갈수록 마음에 상처를

입고 아파하기 때문일 터. 그래서일까, ‘힐링’

관련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텔레비전의

교양 다큐 프로그램에서는

전국 곳곳의 둘레길을 소개하면서 습관처럼

힐링에 도움 되는 길이란 설명을 붙이곤

한다. 심지어 개그 프로그램도 힐링을 소재로

삼는다. 마치 ‘원 푸드 다이어트’처럼

하나의 유행 같다. 하지만 이렇게 입 모아

힐링을 외친다 해도 온전히 마음이

치유될지는 의문이다. 마치 결사적으로

원 푸드 다이어트를 해도 어느 순간 요요

현상이 생기는 것처럼 힐링에 대한 떠들썩한

소란 역시 그렇지 않을까?

이 짧은 글은 이런 반성에서 시작한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타인과의 관계에 난관이

생기고 시스템에 따라 돌아가는 사회에서

배제될 때 우리는 불안을 느끼며 외로워진다.

그러므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은

외로움에 대한 소설이다. 즉, 외로우니까

마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부서지거나 상처받은 마음을

온전히 회복하려면, 즉 마음을 힐링하려면

어찌해야 할까? 당사자가 본래 원하던 것을

다시 안겨주면 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

처방이다. 실연한 사람에게는 연인을,

실직한 사람에게는 직장을, 그리고 군 복무

중 따돌림을 당한 관심 병사에게는 성실한

동료애를 주면 된다.

이런 접근 방법이 요즘 유행하는 자기

계발서의 본질이다. 노력해서 원하는 것을

얻으라는 논리다. 그런데 세상이 이처럼

간단하지 않은 것은 이런 걸 돌려받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집도 절도 없이 노숙자가 된

사람에게 ‘다시 열심히 일해서 부자

외로우니까 마음이다

마음을 힐링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자면

먼저 ‘마음’이 무엇인지부터 따져보아야

한다. 마음이란 무엇일까? 마음을 다룬 책을

생각해보니 가장 먼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이 떠오른다. 일본에서 국민 작가로

불리는 이 작가의 대표작이 바로 <마음>인데,

이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외로운 사람입니다만 때에 따라선

댁도 외로운 사람 아니오?’ ‘전 조금도 외롭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왜 당신은 그렇게

자주 날 찾아오는 겁니까?’”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은 인간의 ‘마음’과

‘에고이즘’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에고이즘(egoism)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을 말한다. 모든 관심사가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향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중에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누구든 자신이

좋아하는 이성이 나와 맺어지기를 원하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만큼은 구조 조정

명단에서 빠지기를 원한다.

이게 인간의 솔직한 모습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에고’에서 벗어나 타인을

우선으로 여기는 사람을

의인이라며 칭송한다. 사실

‘에고(ego)’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외롭다는 뜻이다.

힐링의어떤방식에대하여

글조현(소설가)

Page 9: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the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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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세요’라거나, ‘이제 모든 걸 잊고 마음을

다스리세요’라고 섣부른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은 그 사람을 두 번 죽이는 꼴이 된다. 자,

이제 어찌해야 할까?

좋아하는 사람과 무서운 것을 보고 싶었어

이왕 일본 소설을 언급했으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란 일본 영화도 살펴보자.

이 영화에서 주인공 쓰네오는 우연히

조제라는, 장애가 있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결국 헤어지고 만다.

이 작품에서 가장 맘에 드는 점은 뻔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쓰네오가

휠체어를 탄 중증 장애인 조제와 헤어지지

않고 결혼에 골인했다면 이 영화는 그저

그런 판타지가 될 뻔했다. 우리는 바로

이런 것을 ‘값싼 힐링’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어설픈 힐링은, 그것을 들이켜는

순간에는 잠시 고통을 잊게 해주지만 곧 더

고통스러운 금단 현상을 불러오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쓰네오는

조제를 떠난다.

힐링의 관점에서 보면 이 작품은 꽤나

악질적인 ‘반(反)힐링 영화’다. 언뜻 보면

그렇다. 그런데도 막상 이 영화를 보면

막막함 뒤에 어떤 따뜻한 물이 내 안을

채우는 것을 느낀다. 일종의 힐링이다. 특히

한밤중에 고요한 방에서 혼자 보면 더욱

그렇다.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다.

결국 쓰네오는 조제를 떠났는데 어떻게

이런 영화에서 힐링을 얻는 거지?

그건 쓰네오가 아니라 조제의 관점에서

영화를 볼 때 찾아낼 수 있다.

영화 중간에 조제가 쓰네오에게 동물원에

가자고 부탁하는 장면이 나온다. 동물원에서

조제는 호랑이를 정면으로 보면서 말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을 보고 싶었어.” 조제는 쓰네오가

곁에 있으니까 무서운 호랑이를 쳐다볼 수

있다. 장애가 있는 조제에게 호랑이는 세상의

온갖 두려운 것을 상징한다. 그 후 조제는

쓰네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면서도

동시에 이별을 준비한다.

마침내 두 사람은 헤어진다. 쓰네오는

조제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서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죄책감에

흐느낀다. 하지만 조제는 달랐다. 헝클어진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밥을 1인분 짓고,

혼자 휠체어를 타고 씩씩하게 거리를

누빈다. 아마도 그것은 불행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호랑이를 바라본 경험이

있기 때문일 터다. 이별은 힘들지만, 어느

한때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았다는 것만큼은

진실이다. 조제는 그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마음으로 들어가는 것이 공감이다

두 사람이 헤어진다는 것만 보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새드

엔딩처럼 보인다. 어쩌면 새드 엔딩은

비극의 한 종류일지도 모른다. 오래전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을

관람하는 관객은 배우와 일체가 되어 자기

존재를 잊고 등장인물에 동화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얻는다고 했다. 카타르시스란

‘정화하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카타이레인(kathairein)’에서 나왔다.

한마디로 몸에서 나쁜 것을 빼내는 것이다.

“철학자란 영혼의 의사이며 타인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존재한다.”

역시 카타르시스를 중요하게 생각한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말이다.

후대의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도 거의

비슷한 생각을 해서 ‘카타르시스 요법’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이는 환자 자신이

마음속에 감춘

울적한 부분을

언어화해 밖으로

내보냄으로써 증상이

완화되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Shamleen/Shutterstock.com

Page 10: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the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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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불안해한다. 존재의 특징은 에고이며,

에고는 상처받기 쉽다.

물론 상처의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어둡고 깊고 미로와도 같은 인생의

막막함에 몸서리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진실하게 감정을 공유하는 것,

즉 ‘공감 행위’는 그것을 이겨내는 방법이다.

‘공감(empathy)’이란 원래 미술 분야에서

나온 말이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려면 작품

속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느껴야 하는데,

‘들어가서(em) 느낀다(pathos)’는 말이

★글쓴이 조현은소설가로2008년<동아일보>신춘문예로등단했다.소설집으로<누구에게나아무것도아닌햄버거의역사>가있으며,

‘2011우수문학도서’로선정되었다.공저로<2012년이상문학상수상작품집>,<2012년황순원문학상수상작품집>,<2012년

이효석문학상수상작품집>,<2014년현대문학상수상소설집>등이있다.2014년미국하버드대학교에서출간하는문집<Azalea>에

영국단편소설이수록되었다.

‘공감’이란 단어로 다듬어진 것이다.

말뜻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조제와 일체감을 느끼고 그녀의 슬픔을

체험하고 그것으로 카타르시스를 얻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인생의 어느 한순간에 체험한 애틋한 기억을

통해 평생 살아갈 힘을 얻는 조제의 마음을

우리는 배워야 하지 않을까.

힐링은 공감에서 시작한다

세상이 넓은 만큼 마음이 아픈 상황도 무척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신이 아닌

이상 그들의 결핍을 모두 채워줄 수는 없다.

그때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같이

울고 아파해주는 것이다. 그냥 울지 말고

자신의 인생에서 힘들었던 순간을 생각하자.

그러니 노숙자를 위로해준다고 해서 반드시

자신이 경제적으로 힘들 때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를테면 오래전 군 복무 시절에

따돌림을 받아서 탈영하고 싶었던 기억을

떠올려도 좋다. 그러나 그 어려운 최악의

시기를 넘기고 나면 ‘어쨌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고백하자.

자기 자신의 문제로 마음을 다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홀로 떨어져, 쇠약해진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경우 말이다. 그러면

소설이나 영화, 그도 아니면 미술관에 가서

인간의 깊은 감정을 마주하며 그 안으로

파고들어 공감해보자.

당장 생각나는 작품이 없으면 이 글에서

인용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부터

시작해도 좋다. 주의할 것은, 카타르시스는

등장인물에 완전히 동화되어야만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세상에 외로운 사람이 자기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을 때 자신과

다른 대상과의 일체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똑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는 것이다.

문학이나 영화, 혹은 미술이나 음악이 상처

입은 마음을 치료해주는 만병통치약이라고는

절대로 단언할 수는 없다. 그건 자기

계발서가 온전히 도움을 줄 수 없는 것과

같다.

하지만 분명 도움이 된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한 가지 조언을 한다면,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혼자

집중해서 보는 것이 좋다.

독일의 철학자 한스 가다머는 <진리와

방법>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카타르시스란 존재하는 것과 자기 사이를

떼어놓는 모든 것에서 해방되는 것을

의미하는 근원적 체험이다.”

때때로 예술 작품은 정말 내가 필요할 때

같이 울어주는 사려 깊은 친구처럼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만약 성숙한 힐링이

존재하다면 그중 한 방식은 이렇게 이루어질

거라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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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읽기

순간의 인상을 포착, 시각 중심의 미술 지평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가

르아브르의 고향 집에서 내려다본

항구와 햇빛의 인상을 그린 ‘인상,

해돋이(Impression, Sunrise)’는 근대

미술사를 여는 인상주의의 시초가 된다.

모네는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회화는 반드시

‘바로 그 현장’에서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찰나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빛의 변화를 포착하려는

붓은 속도를 내야 했고, 그 결과 그림에는

짧게 끊기는 듯 자유분방하고 거친

붓 자국이 가득했다. 붓에 묻은 색 역시

이전과 달랐다. 그의 ‘눈’이 포착해낸 대상의

색채는 빛과 대기, 주변 색에 의해 매

순간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인상, 해돋이’를 보고 비평가 루이 르로이는

“그림이 두루뭉술하고 정확하지 않다. 날로

먹는 장인 정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비꼬았다. 그러나 모네를 비롯해 같은

양식을 추구한 화가들은 이 이름을 받아들여

‘인상주의’라고 불렀다. 인상주의 화가는

더 이상 그냥 풍경화가 아닌, 풍경에서

느껴지는 자신의 인상을 그렸다. 인상파를

한 단어로 말하면 ‘빛’이라고 할 만큼 매

순간순간 달라지는 빛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한 사진, 그리고 프랑스 산업화와

파리의 도시 개발로 급격히 변모한 사회 등도

인상주의가 탄생한 배경이 되었다. 이러한

겉모습을 중시한 사람들이 모네를 비롯한

인상주의 화가였다. 이를 통한 ‘빛’은 이들이

그린 모든 그림의 주제가 되었다. 모네에게

‘겉모습으로서 현실’, ‘빛이 보여주는 세상의

피부’는 매 순간 변화하며 생성하는 과정에

있었고, 이를 포착하려는 노력은 새로운

기법을 낳았다.

모네가 본 자연과 풍경은 빛이 존재하는

밝은 세상

모네는 회화에서 자유 영역을 넓혔을 뿐

아니라, 다른 화가들과 대중에게 ‘눈’으로

충실하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모네가

작품을 선보인 후에야 사람들은 자신의

눈이 기존 지식이나 편견으로 오염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라 그르누이에르

(La Grenouillère)’의 물결을 본 후에야

이전의 그림들 속 수면이 진짜 물보다는

시시각각변하는빛으로움직이는세상클로드 모네

한순간도 머무르지 않고 계속 흐르는 시간처럼 대기의 빛 또한 멈춰 있지 않다.

이를 회화에 반영한 화가는 인상주의의 기원이자 빛의 대가인 클로드 모네다.

‘빛은 곧 색채’라고 여긴 모네는 연작을 통해 동일한 사물이 빛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탐색했다.

글양인실

‘인상,해돋이’,48×63cm,캔버스에유채,1872년,마르모탕미술관.

‘라그르누이에르’,73×92cm,캔버스에유채,1869년,

내셔널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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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판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물체에 고유색이 있다는 편견을 버리고 빛에

의해 순간순간 색이 만들어지는 거라 생각한

그들은 물건의 윤곽선마저도 움직이는 것을

표현하다 보니 흐릿하면서 마치 대기에 섞인

듯 보였다. ‘파리의 카퓌신 대로(Boulevard

des Capucines, Paris)’를 자세히 보면 먼

거리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목구비나

팔다리가 또렷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연의 따사로움을 즐기는 여인을 그린

‘양산을 든 여인(Woman with a Parasol)’의

눈부신 햇빛은 그동안의 풍경화에 비친 해는

진짜가 아니라 실내 조명 같은 것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모네의 그림 소재는 주로 특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의 그림에 보이는

것은 ‘도시인의 여가’, ‘햇빛 찬란한 휴일의

여행에서 만난 볼거리’가 대부분이다. 그는

대도시의 산책하는 사람들, 말이나 마차가

없는 도시 노동자에게도 근교로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기차, 휴일을 즐기는

한가로운 사람들과 이들이 행락지에서 본

아름다운 경치를 주로 그렸다. 당시 산업화와

도시화는 때로 혼란스럽고 무분별하게

이루어졌으나, 그림에 드러나는 모네와

인상주의자의 입장은 이런 변화를 즐기는

것이었다. 당시 혼란스럽고 무분별한

산업화와 도시화에도 모네는 이러한 변화를

긍정하고 즐기며 세상의 밝은 면을 보고자

한 낙천주의자였다. 그러한 삶의 태도는

아름다운 화폭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때까지의 그림에 비해 크기가 한층 작아져

개인이 소장하기에도 부담이 없어진 인상파

그림은 누구라도 소유하고 싶고 볼 때마다

기분 좋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연작은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

또 다른 모네의 업적은 바로 ‘연작(series)’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는 ‘건초 더미’(1891)를

시작으로 1892년의 ‘포플러’, 1895년의

‘루앙 대성당’ 등 풍경 전시를 잇달아 열었고

1897년부터 1926년 죽을 때까지 매달린

연작이 바로 그 유명한 ‘수련’이었다. 모네는

뙤약볕과 파도, 모래바람 속에서도 야외

작업을 고집하는 화가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이 원칙을 지키려고 평생 노력했으나,

연작의 경우 마무리는 실내 작업실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했다.

86세에 죽을 때까지 43년을 지베르니에서

보내면서 모네는 마지막 연작인 ‘수련’

시리즈를 그렸는데, 무려 250여 점에

달한다. 빛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물의 풍경을

그리기를 좋아한 모네는 연못 주변에 이젤을

여러 개 세워놓고 하루에도 여러 번 순간마다

변화하는 색채를 관찰해 화폭에 옮기곤 했다.

모네가 구현하고자 한 것은 물의 풍경이었다.

물풀과 수련 그리고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물의 느낌을 화폭에 그대로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물의 묘사가 워낙 탁월해 물에

비친 버드나무 그림자는 실제 버드나무가

물에 비친 듯 보인다. 물 위를 미끄러지듯

떠가는 연꽃들은 자유분방한 터치로

그렸는데도 사실적이다. 그는 나이를

먹으면서 시력이 나빠지자 연못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 위에서 내려다보며 그렸고,

그 결과 수면 자체가 화면이 되었다. 모네의

‘수련’은 그림이 어떤 사상이나 주제를

표현하지 않더라도 우리를 충분히 감동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양산을쓰고왼쪽으로몸을돌린여인’,131×88cm,

캔버스에유채,1886년,오르세미술관.

(위)‘흰색수련연못’.89×93cm,캔버스에유채,1899년,

푸슈킨미술관.

(아래)‘파리의카퓌신대로’,80×60cm,캔버스에유채,1874년,

넬슨-앳킨스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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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동행

사고로잃은두팔은거장을낳다

석창우화백

2만9000볼트짜리 고압선에 감전돼 잃어버린 두 팔로 붓을 들었다. 서예와 크로키를 접목한

‘수묵 크로키’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수많은 전시에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한 석창우 화백.

그러나 그의 위대함은 무엇보다 불행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그것을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긍정과 낙천적 마음이다. 글양인실사진임익순

2014년 3월, 소치 장애인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두 팔 대신 갈고리 모양의 의수를

낀 석창우 화백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내

힘찬 서예 크로키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무대

바닥을 가득 메운 거대한 화선지 위를 한

손에는 붓, 다른 손에는 붓 통을 걸고 의수를

다 드러낸 채 모델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포착해 춤추듯 오가며 물들여나간다. 작업을

할 때는 주변 모든 것이 정지되고 오로지

몰입의 경지에 빠져든다. 휘갈기듯 온몸으로

기교 없이 쏟아낸 열정, 눈 한 번 깜박이는

순간 절망은 희망으로 변했다. 그의

퍼포먼스는 전 세계인의 시선을 압도하기에

충분했고 그들은 ‘신의 작품’이라며 찬탄했다.

그는 2분 40초 안에 가로 856cm, 세로

210cm의 대작을 완성해냈다. 석창우

화백 생애 최고의 순간, 그것은 하나의

기적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기적은 일상에 있었다

그러나 진짜 기적은 그전에 이미 일어났다.

1984년 10월 29일 오후 12시 30분,

구로공단에 있는 섬유 회사에서 전기 기사로

일하던 석창우 씨는 여느 날과 같이 전기

점검을 하고 있었다. 지금과 달리 수동으로

조작하던 라인 스위치를 내리고 점검하던 중

마지막으로 먼지를 닦는다고 손을 댔다가

2만9000볼트짜리 고압선에 감전돼 쓰러지고

말았다. 당연히 차단됐다고 믿은 전선 3개

중 하나가 고장 난 것이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전기를 전공하고 졸업 후 전기

기사로 취업한 전문가였지만, 청천벽력

같은 사고는 어쩌면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이었을까?

“일주일 만에 병원 침상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양팔과 발가락 두 개가 사라진

뒤였습니다. 옆에서 담담하게 지켜 선 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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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보고 이상하게 힘이 났습니다.

자칫 죽을 수 있었는데 살아난 게 어디야?

이 정도면 괜찮다고 말이죠.”

서른 살에 찾아온 사고로 그는 1년 반의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고, 열두 번의 수술을

감행했다. 물리치료도 열심히 받았다.

근로복지공단 전신인 근로복지공사에서

담당자가 직접 찾아와 연금의 필요성을

강조한 덕분에 산재보험 혜택을 톡톡히

봤다고 그는 회상했다.

“그때만 해도 산재보험은 근로자보다 기업

중심으로 운영된 점이 있었죠. 그런데

요즘은 근로자나 산재근로자에게 초점을

맞춘 산재보험이 참 든든한 조력자 같겠구나

싶어 제가 다 뿌듯합니다. 그리고 단순한

물리치료에서 나아가 선진적인 재활치료와

심리치료 등을 병행하는 것을 보고 인상

깊었습니다.”

두 팔 잃은 몸을 훌륭한 도구로 삼다

이미 생긴 사고인데 더 좌절할 필요는 없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피 뽑고 주사 맞는 거

빼면 병원 생활도 재밌었다고 회상할 만큼

낙천적이었지만, 두 팔을 잃고서는 그야말로

할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낚시는 고사하고 직접 밥 먹고 옷 입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네 살 난 아들이 그림을

그려달라고 졸랐다. 두 팔 대신 착용한

의수가 당연히 무겁고 어색했지만, 그는

아들을 위해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그날

이후로 인생이 바뀌었다. 그의 그림을

지켜보던 가족의 응원으로 원광대 미대

여태명 교수의 작업실을 찾았다. 교수는

그에게 서예와 글자를 통한 조형미를

가르쳤다. 석창우 화백은 사군자를

그리며 담백하면서 힘찬 그만의 필력을

만들어나갔다. 손목, 팔목, 팔꿈치 힘으로

그리는 대신 온몸 근육을 사용했다. 예전에

사용하던 의수를 버리고 붓을 쥐기 좋은,

<피터팬>의 후크 선장 갈고리를 어깨에

차고 화선지에 일필휘지로 역동성 넘치는

인체 크로키를 그려나갔다. 대상의 특징을

잡아 순식간에 그려내는 그의 크로키에는

삼라만상이 스쳐갔다. 밥 먹는 시간을 빼고

종일 그림만 그렸다는 그는 3년 만에 세상의

“일주일 만에 병원 침상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양팔과 발가락 두 개가

사라진 뒤였습니다. 옆에서

담담하게 지켜 선 젊은

아내를 보고 이상하게 힘이

났습니다. 자칫 죽을 수

있었는데 살아난 게 어디야?

이 정도면 괜찮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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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위)‘한국의몸짓6’,70×35cm.

(아래)‘Speedom41’,138×67cm.

‘KimYu-Na1’. ‘Psy3’.

인정을 받았다. 전라북도 서예대전에서

입상을 한 것이다. 온종일 서서 그림을

그려야 하는 탓에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아프고 몸살로 며칠씩 앓아눕기 일쑤였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아무리 낙천적 성향의

그도 사람들의 인정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냥 ‘팔 없는 사람이 그림을 그리니

사람들이 신기해하는구나’라고만 여겼다.

개인전을 30회 열었을 때에야 사람들의

감탄과 인정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결국

만족감은 밖이 아니라 자신 안에서 우러나야

하는 본질적 문제인 것이다. 부창부수일까?

매일 남편의 작업을 옆에서 지켜보며

담담하게 반응하던 아내 곽혜숙 씨도 소치

장애인올림픽 폐막식에서 남편의 퍼포먼스를

보고서야 처음으로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그림은 나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

‘장애 극복’, ‘달인’, ‘무쇠 팔 화가’ 같은

진기한 인생살이에 호기심을 보이던

사람들도 이제는 그의 작품 세계에 진심으로

더 큰 환호를 보낸다. 석창우 화백은

지금까지 국내외 개인전 36회와 240회가

넘는 단체전,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시연을 포함해 139회에 걸쳐 시연했다.

작품 한 점은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까지

실렸고, 프랑스 파리의 한 화랑은 그의

작품을 상설 전시 중이다. 2011년 2월

평창올림픽 실사단 앞에서 시연한 김연아

트리플 러츠 크로키 퍼포먼스 작품은 지금

IOC에 걸려 있다. 피겨의 여왕 김연아

선수가 빙판이 아닌 화선지 위에서 펼친

트리플 러츠는 더욱 완벽하고 아름다웠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를 화두 삼아 가장 한국적 소재를

찾아 작업한 것이 ‘한국의 몸짓’ 시리즈다.

사물놀이, 판 굿, 부채춤, 삼고무, 태평무

공연 등을 감상하며 그 소리와 장단, 몸짓을

단순한 먹선으로 표현했다. 삶과 죽음,

고뇌, 희로애락을 표현한 무용단의 몸짓도

그려나갔다.

또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지나치는 경륜 선수, 볼 하나를 가운데

놓고 치열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축구 선수의 몸짓도 담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운동선수의 체취가 그대로 묻어날

정도다. 생동감 넘치는 먹선으로 순간적으로

사물의 본질을 간파해 그려내는 그의 수묵

크로키에는 열정과 생동감이 넘친다. 스포츠,

무용 등 역동적 모습은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이라고 그는 말한다.

특히 자전거를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그리는 것에 대해 “자전거는 페달을

지속적으로 밟지 않으면 넘어집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고요. 열심히 그냥 노력하고

지속적으로 달려야 하는데, 그 과정이 우리

인생과 같아 즐겨 그려요.

우리가 계획을 세우듯 이 사람들도 끝까지

최선을 다합니다. 몇 바퀴 도는 자체가 우리

인생을 나타내는 표현물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을

기막히게 포착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가장 치열하게, 화려하게, 아름답게’ 현재에

임하는 이들의 모습은 감동, 희망, 용기

그 자체다.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불행으로 얼룩져 있다 해도, 과거에 내가

어떻게 살았고, 잘했는지를 따질 필요가

없어요. 지금 당장 출발해야 합니다.

이 순간에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으세요.

그리고 계속 집중하세요. 그러면 결국 좋아질

수밖에 없어요. 몸은 훌륭한 도구예요.

어떻게 써 먹을지 고민하고 익숙해질

때까지 거치는 과정이 바로 창조가 되고

재미가 되지요. 저는 제 내면에 있는 긍정적

에너지를 모두 그림에 쏟아부었습니다.

제 그림을 보고 그런 맑고 긍정적 기운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마지막 메시지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 당연히 수긍할 수밖에 없으며

오랫동안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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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나눔

★이어령의 희망 메시지는 <이어령의 80초 생각 나누기>(시공미디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어령 교수가 80년 동안 쟁여둔 생각을 펼쳐낸 이 책에는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는 감동 메시지, 내 삶과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는

지혜의 메시지, 번뜩이는 창조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어령의 희망 메시지

“내일 아침이면 다들 알게 될 거 아니오.

해는 바로 이 지붕 위에서 뜬다오.”

3년 뒤 이들이 다시 만났다고 생각해보세요.

섬에서 나와 육지를 여행한 사람은 해가 바다에서만 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겁니다. 산골 사람은 해가 산 위에서만

뜨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여관집 주인만은 아직도

해가 지붕 위에서 뜬다고 우기겠지요.

여관집 주인이 아니라 나그네가 되세요.

‘진리는 나그네’라는 말도 있지요.

머리보다 말로 생각하는 것,

책상이 아니라 길에서 얻는 지혜.

여관집 주인은 많은 나그네의 입소문을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가보지 않고서도 나그네들의 이야기로 귀동냥하지요.

블로그나 트위터로 정보를 얻는 사람들은

여관집 주인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디지털의 사이버 공간만으로는 안 됩니다.

짚신을 신고 온몸으로 해 뜨는 곳을 찾아가는

나그네가 한번 되어보세요.

섬에서 온 나그네와 산골에서 온 나그네가

도시에 와서 서로 말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무신 소린가? 해는 바다에서 뜨는 것이네!”

“해가 왜 바다에서 뜨는가? 산에서 뜨지!”

“아, 이 양반아, 내가 매일 두 눈으로 본 걸 모를까 봐!”

“허, 이 사람아, 내 눈은 눈이 아닌가?”

“저, 여보쇼! 뭐 그런 것들 가지고 싸우시오?”

그때 여관집 주인이 끼어들며 말했지요.

해는 어디서 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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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병원은 수도권의 대표적 공단 지역 중

한 곳인 안산의 유일한 공공의료기관이다.

“4년 전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안산병원은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특히 병원이 위치한 상록구에서는 유일한

종합병원인 만큼 지역 주민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명칭도 지난

7월부터 안산산재병원에서 안산병원으로

바꾸었습니다.”

임호영 원장은 고객의 편의를 도모하고

고객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올해

초 병원을 리모델링했다고 말한다. 환자가

최소 시간에 진료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동선을 고려해 공간을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본관과 재활센터, 검진센터 등을

확장 신축했고, 90대의 주차 공간을 추가로

확보해 250여 대를 무료 주차할 수 있다.

유능한 척추 전문의 영입 등 재활전문센터 특화

안산병원은 올해 척추클리닉과

재활전문센터를 특화했다. 척추 질환자에게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신경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와

협진 체계를 구성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첫 번째 목적이 산재환자의

재활을 도와 조기에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요즘 산재환자

발생 빈도를 보면 외상보다 근골계, 특히

디스크나 척추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유능한 신경외과 과장을 영입해 보다

체계적인 척추 치료 특화병원으로서 역할을

강화했습니다.”

임 원장은 특히 이춘대 신경외과 과장을

영입함으로써 척추 치료 특화병원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이춘대 신경외과 과장은 경북대 의대와

한양대학교 의학대학원을 수료한 이후 서울

강남 안세병원 과장, 서울 강남 우리들병원

부장, 대구 우리들병원 병원장, 서울 강서 및

강남 우리들병원 부원장을 역임한 척추 질환

전문 치료 베테랑이다.

이 과장은 전문 척추 수술 외에도 수술하지

않고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비수술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척추 치료 요법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산병원은 최근 첨단 의료 장비도 도입했다.

3.0 테슬라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미세

the 나눔

희망 발전소

의료수준 높이고 서비스 보강, 국민의 병원!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이하 안산병원)이 산재환자 진료 외에도 근로자 건강검진 등 지역 주민의 보건 향상을

위한 공공 의료 기관 역할을 해온 지 올해로 29년이 되었다. 올해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함으로써 환자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게 된 안산병원은 9월에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 지정병원으로 선정되고, EMR(통합의료정보시스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한발 앞선 병원으로서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글 이선민 사진 임익순척추치료 특화병원으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영입한

이춘대 신경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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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나눔34

침습적 척추내시경, 재활치료 장비인 무중력

요추 감압 치료기, 3차원 척추 안정화 훈련

장비인 3D 뉴턴, 척추 주위 근육 강화와

협응력을 향상하기 위한 바이오피드백

시스템인 후버(Huber) 등이다. 임 원장은

“첨단 의료 장비를 도입함으로써 보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으로 고객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MR 도입 등 고품질 의료 서비스 위한

사업 다각화 모색

안산병원은 노숙인,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

가정 여성, 난민 등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무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수도권 유일의 진폐전문병동을 운영하며

보훈병원 기능을 하는 등 공공의료기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동안 공익성에 치중하다 보니 환자

서비스 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젠 민간 병원과의 경쟁에서도

앞서갈 수 있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임 원장은 이를 위해 통합의료정보

시스템을 도입했다. 안산병원은 2011년부터

산재환자 특성에 맞는 재활전문병원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통합의료정보시스템

도입을 추진해왔다.

올해 6월에 오픈한 EMR 덕분에 환자

“안산병원은 공공의료기관

역할과 민간 병원과의

경쟁에서도 앞서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측 위) 건강검진센터는 전자 문진을 시작으로 각 진료과가

이어지는 구조로 설계해 환자가 최소 시간에 편리하게

검진받을 수 있게 배려했다.

(우측 아래) 총 138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해 6인실을 5인실로

개조하는 등 환자가 안락하게 쉴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

지역 보건소와 연계해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 인공관절

수술과 치매 노인 사업을 실시하는 등 재활전문센터는 산재환자뿐

아니라 지역의 환자에게도 인기가 높다.

안산병원은 의료 서비스가 신속, 정확하게 이루어지도록 최근 CT, MRI 등 첨단 의료 장비를 대거 도입했다.

입장에서는 진료 절차가 간소화되고 진료

대기 시간도 줄어들었다.

또 요양·재활·보상·사회(직업) 복귀 원스톱

서비스 확립으로 근로자의 사회 복귀율이

증가하는 등 사회복지 만족도가 향상됐다는

평가다.

“EMR 덕분에 앞으로 의료기관 간 의료

정보 교류가 본격화됩니다. 병원을 옮기거나

타지에서 갑작스럽게 병원을 이용할

경우에도 기존의 의료 정보를 활용해 진료가

가능한 것이죠.”

임 원장은 EMR을 기반으로 산재환자

대상의 맞춤형 재활 서비스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안산병원은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14. 9.14 ~ 10.4)

지정병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회 기간

동안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리는 배구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 임원, 운영진, 관객

등을 대상으로 부상에 대비해 즉각적인

응급처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료 지원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Page 19: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환자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소통 공간곽현지(영양사)

영양사로 일하면서 디지털 시스템인 EMR 도입 후

다른 병원과 식단 등을 공유해 표준화 작업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동안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없었는데,

EMR 시스템 덕분에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거예요. 앞으로 꾸준한 정보 교환을 통해 환자에게 더욱

유익한 식단을 제공하겠습니다.

환자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파트너최분희(간호사)

예전에는 발로 뛰어야 해결되는 일이 많았어요.

요즘은 EMR 등 병원에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해

한자리에서 대부분 업무를 처리합니다.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 입장에서 디지털 덕분에 일손도 덜고 환자에게

집중할 시간을 벌어주니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인

셈이죠.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나에게 디지털이란”

재활치료에 명품 옷을 입혀준 패션고성호(물리치료사)

그동안 재활 분야는 디지털과 거리가 있었습니다.

디지털 분야에서 재활은 소외된 영역이었어요.

그런데 안산병원에 EMR 시스템을 도입한 후 재활이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한마디로 디지털

덕분에 안산병원의 핵심 부서가 됐으니 명품 옷을 입은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이제부터 명품 옷에 걸맞은

인재로 활약하겠습니다.

세계화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한 도전장윤희(임상병리사)

디지털은 정보화·세계화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저 역시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앞서가는

직원이 되기 위해 세계화에 걸맞은 능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공단에서 제공하는 ‘Basic Medical

Conversation’이라는 전문화 과정을 십분 활용할

예정이에요. 그래서 외국인 환자나 가족이 우리

병원을 찾았을 때 신속하게 안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the 나눔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게 하는발전의 핵심 역할김은경(건강관리센터장)

디지털은 급변하는 시대를 의미하는 만큼 그에

적합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제 자신이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안산병원의

디지털 시스템인 EMR 덕분에 더 좋은 병원으로

발전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Page 20: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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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나눔

삼천리 군포지사에 근무 중인 최승녀 씨는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다. 도시가스 계량기

검침이나 가가호호 방문하는 점검 등의 업무가

하루 종일 걸어야 하는 중노동임에도 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게 웃는 긍정

마인드의 소유자다. 14년째 군포 지역을 누비며

도시가스의 안전을 책임져온 최 씨가 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해 6월 21일.

담당 구역인 금정동의 다세대주택 도시가스 계량기를 검침하려던

순간 창문을 열고 있던 주민이 말을 걸어왔다. 항상 밝은 미소로

사람을 대하는 그녀에게 주민들은 으레 얼굴을 보면 인사부터 하곤

했다. 그날 역시 최 씨는 인사를 건네는 주민에게 대답을 해주며 높은

곳에 있던 계량기를 보려고 나뭇가지를 잡고 담장을 오르다 그만

썩은 가지를 잡고 말았다. 그 순간 나뭇가지가 부러지며 최 씨는

그대로 화단으로 굴러떨어졌다.

“왼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넘어지지 않으려 했는데 순간 정신을 잃을

정도로 손목의 통증이 심했어요. 평소에도 넘어지는 일은 있었지만

“복귀까지 100일, 희망찬 손길 덕분이죠”

(주)엠엘앤씨 최승녀

아차 하는 사이에 사고를 당했지만 최승녀 씨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재활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100일 만에 직장으로 복귀했다. 그녀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한 세상은

한없이 따뜻하다는 것을 이번 사고를 통해 체험했다고 털어놓았다. 글 이선민 사진 신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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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희망

이번 사고로 산재보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뭘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서 다 처리해주니

고맙기 그지없었죠.

Page 21: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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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나눔40

그 후 근로복지공단의 지원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산재 승인이

난 날이 사고 후 열흘 정도 지난 7월 4일이었는데, 잡코디네이터와의

최초 상담이 바로 다음 날인 7월 5일 이루어졌다. 최 씨를 만난

박정희 잡코디네이터가 그녀를 내일찾기서비스 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같은 달 12일. 한마디로 속전속결로 일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번 사고로 산재보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뭘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서 다 처리해주니 고맙기 그지없었죠.

게다가 제가 입원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것도 금세

들어주시더라고요. 쉬어야지 하면서도 자꾸 집안일을 하니까 치료도

더딘 것 같고 통증은 더 심해지고…. 박정희 잡코디네이터 덕분에

빨리 회복된 것 같아요.”

박정희 잡코디네이터는 최 씨의 입원 치료 요청을 즉각 받아들였다.

자신 역시 주부이다 보니 최 씨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는 최승녀 씨가 입원해서 치료받게 해달라는 말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어요. 그만큼 회복 기간을 앞당기고 싶다는

뜻이니까요. 자신을 아낄 줄 아는 마음이 크면 그만큼 빨리

회복되거든요.”

최승녀 씨는 근로복지공단이

요양 초기에 개입해

원래 직장으로 조기에 복귀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박정희 잡코디네이터제가 만난 분 중 가장 긍정적 마음을 가지셨어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도 컸고요. 재활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산재근로자의 긍정적 마음이에요. 최승녀 씨처럼

사고가 났지만 하루빨리 회복해서 직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가 강한 분은 빨리 낫는 것 같아요. 사고 직후 만났을

때부터 100일 만에 직장에 복귀하기까지 한 번도

인상을 찌푸리신 적이 없었거든요. 덕분에 상담을 담당한

저 역시 항상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앞으로도

긍정적 마음 잃지 마시고 언제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그때는 ‘이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통증이 심해

꼼짝할 수가 없어서 제게 인사하던 주민에게 119를 불러달라고

했어요.”

고맙게도 주민이 자신의 차로 병원에 데려다주겠다며 달려나와

곧바로 인근 정형외과로 갔다. 그곳에서 좌측 원위부 요골 및 척골

분쇄 골절, 즉 왼쪽 손목뼈가 부스러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원급인

정형외과에서는 수술하기 어렵다고 해서 곧바로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속전속결로 이루어진 공단 지원에 감사

평소에도 도시가스 계량기가 높은 곳에 있으면 담장을 타고

올라가거나 나뭇가지에 매달려 검침하는 일이 잦은 그녀가 그날따라

사고를 당한 것은 집안의 우환으로 마음이 아주 어지러웠던 탓도

있다.

“시어머님이 치매로 입원을 하셨어요. 앞으로 시어머님을 어떻게

돌봐야 하나 걱정이 커서 그날따라 자꾸 걸음이 꼬이더라고요.

무슨 일이든 집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으니 사고가 날 수밖에요.”

최 씨는 사고 직후 직장에 사고 사실을 알리고 산재보험을 신청했다.

Page 22: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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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나눔42

박정희 잡코디네이터는 최 씨가 심신이 안정된 상태에서 집중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동시에 수술한 대학병원 주치의와

꾸준히 면담하며 직장 복귀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병원 주치의가 재활치료를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복귀할 수 있다고

조언해주자 재활에 도움이 되는 수영을 권유하는 등 최 씨의 직장

복귀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100일 만에 복귀하게 한 긍정의 힘

“새옹지마,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잖아요.

사고는 났지만 그 덕에 느낀 점도 많아요.

제 주변에 남을 위해 노력하는 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고, 가족이 소중하다는 것도

느꼈어요. 사고가 아니었으면 제가 언제

수영 배울 생각을 했겠어요? 지금도 수영은

계속하는데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아요.”

최 씨는 사고 후 100일도 안 되어 직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 박정희 잡코디네이터가

사업장을 방문해 최 씨가 직장에 복귀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전하고, 직장 복귀 지원금 제도도 소개해 긍정적 반응을 이끈

덕분이다.

“올해 설 연휴 때 남편과 한라산에 올랐어요. 제 사고로 고생한

분들이 복 많이 받고, 저도 지금만큼만 건강하게 지내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날 본 일출만큼 제 인생도 밝고 활기찰 거라고 믿어요.”

최 씨는 작년 10월 복귀한 이후 원래 업무를 수행하다 올해 7월

손목에 심은 철심을 빼내는 수술을 받고 한 달간 요양하며 다시

한 번 성실하게 일할 채비를 마쳤다. 그녀는 자신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대신 일해준 동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동료애를 잊지

않았다. 역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최승녀 씨의 긍정적 태도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사고는 났지만 그 덕에

느낀 점도 많아요.

제 주변에 남을 위해

노력하는 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고,

가족이 소중하다는 것도

느꼈어요.”

Page 23: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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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나눔

대화 그리고 고통 분담으로 산재의 어려움 이겨낸다

희망찾기 프로그램 진행하는 스토리텔링평생교육원

소통을 통해 산재의 아픔을 덜어주고, 더 나아가 내면에 숨어 있는 역량을 끄집어내도록 해 산재근로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것, 이것이 구미 스토리텔링평생교육원의 희망찾기 프로그램의 목표다. 프로그램의 효과

덕분일까. 참여자들은 산재의 아픔뿐 아니라 가정사 같은 개인 문제까지 해결하는 결과를 얻고 있다.

이 같은 효과의 핵심은 바로 ‘소통’이다. 글 김인수 사진 신상우

“오늘은 우리가 모델이 됐네.”

“이왕이면 멋지게 찍어주소.”

“형님은 옷이 그게 뭐요? 좀 젊게 입지. 하하.”

촬영이 시작되자 모두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씩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농담과 시끌벅적한

웃음소리. 이곳이 정말 산재근로자들이 재활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곳인가 싶을 정도다.

‘근로복지공단과 함께하는 희망찾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구미 차병원의 교육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박유경 강사의 지도 아래 5명의

산재근로자가 산재의 아픔을 딛고 재도약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현장이다. 그간 교육을 받으며 서로 정이 돈독해진 탓인지 농담도

스스럼없이 한다.

“교육 초기부터 모두 즐겁게 교육받자는 생각을 했어요.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다 보니 이젠 가족 같은 사이가 됐고요.

그래서 출석률도 만점, 교육 효과도 만점이지요.”

박 강사는 이번 기수는 특히 분위기가 좋아 어느 때보다 보람도

크다며 만족스러워한다.

44

희망 안테나

“모두 즐겁게 교육받자는

생각을 했어요.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다

보니 이젠 가족 같은

사이가 됐고요. 그래서

출석률도 만점,

교육 효과도 만점이지요.”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산재의 아픔을 극복하자 가족 간

결속력이 더욱 강해졌다고

입 모아 말한다.

Page 24: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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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나눔46

각자 내면에 잠재한 역량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

본래 이 프로그램은 근로복지공단의 위탁으로 2010년부터 구미

차병원에서 맡아 진행해왔다. 그리고 그 담당자가 바로 박 강사였다.

작년부터는 스토리텔링평생교육원으로 업무가 넘겨졌으며,

박 강사도 프로그램을 따라 옮기게 되었다. 이미 4년째 희망찾기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는 셈이다.

프로그램 실시 초기부터 직접 프로그램을 짜고, 진행하면서

수정과 보완을 거듭해 이젠 자부심을 가질 만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박 강사의 말. 그만큼 현재 실시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감이 크다.

‘내 안의 power 충전’이라는 제목 아래 산재근로자의 역량을 강화하고

스트레스 해소, 동병상련하는 마음의 친밀감을 높여 각자 내면에

잠재해 있는 역량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적. 자포자기하는 대부분의

산재근로자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보통 여섯 단계로 이루어지는데,

프로그램 소개와 경험 나누기를 시작으로

자기 수용과 부정적 감정 다루기, 삶의

의미와 이유 찾기, 효과적 의사소통과

문제 해결 기술 배우기, 구직 계획

세우기, 유지하고 이끌어가는 힘 만들기

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주된 방법은 대화와 소통. 강사와

참여자 사이만 아니라 참여자끼리도

서로 대화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하고,

격려하는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마음속 이야기를 다 끄집어낼 수

있어 스트레스와 우울증, 패배 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처음엔 가족 모두가 몹시 힘들었어요. 엄마가

힘들어하니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받고, 남편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하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이 밝아지고 극복해나가니 집안

분위기도 바뀌었어요. 지금은 다치기 전보다

집안 분위기가 더 밝아지고 가족애가 한층

돈독해졌지요.”

(위) 치료 때문에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사람이

무척 그리워진다. 그래서 이들은 프로그램이 끝나도 서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며 만남의 시간을 연장한다.

(왼쪽) 스토리텔링평생교육원 조영덕 대표와 박유경 강사.

Page 25: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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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나눔48

처음부터 프로그램을 외면하는 분의 경우 안타까운 마음이 들죠.”

조 대표는 산재근로자 중에는 일용직이 많아 직장에 복귀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그들을 위해 목공, 인테리어 등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보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서로 대화하다 보면 가정사 등 개인 문제까지 해결

프로그램 참여자의 특징 중 하나는 산재 문제와는 별개로 각기

안고 있는 가정 문제를 이곳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족 문제를 꺼내게 되고,

서로 경험담과 조언을 통해 해결 방법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지난 4년간 많은 산재근로자를 만났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산재로

몸을 다친 것보다 가정에서의 갈등과 마음의 상처가 더 큰 분이

많았어요. 그런 분들은 프로그램을 마칠 때 부상보다 가정에서의

갈등과 상처를 치료하게 되어 더 기쁘다고 말하곤 해요. 그럴 때마다

보람을 느끼면서 정말 행복해지지요.”

박 강사는 산재가 가족을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이를 극복한 가정의 경우

오히려 가족애가 돈독해진다고 말한다.

프로그램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참여자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일이 있는 이는 귀가를 서두르지만 나머지는

자리를 옮겨 다시 대화 시간을 갖는다.

다친 후 집에만 있다 보니 사람 만나는 시간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단다. 한잔의 차와 함께 사회

복귀의 꿈을 펼쳐놓고 서로 정보를 나누는 것도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이들만의 즐거움이다.

“생각지도 않게 맞닥뜨린 불행이지만 굴복할

생각은 없습니다. 여봐란듯이 이겨내 다시 일을

시작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지요. 저와 제

가족을 생각해서라도요.”

싱긋 웃으며 박 강사와 인사를 나누고 문을

나서는 배현철 씨의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희망찾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억순(43) 씨의

경험담이다. 이 같은 긍정적 효과는 팔을 다친

배현철(48) 씨에게도 찾아왔다.

“아버지가 다치니까 아이들 태도도 달라졌어요.

아버지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정신적 도움을 많이 받았지요.

아빠와 운동하며 어리광만 부리던 막내도 부쩍

철이 든 듯하고요. 잃는 게 있으면 이렇게 얻는

것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러니 실망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작년부터 새로이 희망찾기 프로그램 운영을 맡고 있는

스토리텔링평생교육원 조영덕 대표는 프로그램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앞으로 참여자가 많이 늘어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산재근로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자신감 회복인데, 이를 귀찮게

여기고 불신하는 분이 많아요. 그까짓 프로그램이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부정적 태도를 지닌 분도 많고요. 하지만 이수한 분들은 거의

대부분 프로그램에 참여하길 잘했다고 하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

스토리텔링평생교육원

조영덕 대표는 희망찾기

프로그램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앞으로 참여자가 많이

늘어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시간이면

모두 진지해진다. 비록 다른 이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지만

그것이 곧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Page 26: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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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나눔50

희망 지킴이

일을 하기에 연극이 재미있고,연극을 하기에 일에 보람을 느껴요

직장인 모여 만든 근로자 연극패 ‘청년’

업무가 끝나면 하루가 끝난다고 한다. 하지만 이때부터 자신들만의 삶을 가꾸는 이들이 있다.

20대에서 50대까지, 매일 밤 연극이라는 또 하나의 삶을 무대에서 그려내고 있는 근로자 연극패 ‘청년’의

회원이 바로 그들. 가을 공연을 앞두고 매일 퇴근 후 모여 연습에 여념 없는 그들을 만났다.

글 김인수 사진 임익순

20여 평 남짓한 지하 공간. 조금은 침침한

조명이지만 모여든 사람들의 표정은 환하게

빛난다. 그리고 그 환한 표정은 연습이 시작되자

진지함으로 바뀐다.

10여 명이 모여 대본 연습을 하고, 필요한 부분은

동작을 섞어가며 사실감을 높인다.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공간을 울리지만 “감정이 부족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공연이 한 달 남짓 남았는데 직장에서 퇴근 후

모여 연습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모두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특히 가을 공연은 신입 회원이 주축이 되어

무대를 꾸미기 때문에

연습할 때도 긴장감이 높을 수밖에 없어요.”

연극패 ‘청년’의 대표를 맡은 최승희(34) 씨의 말이다.

각자 직장에서 자신의 삶을 위해 일하면서도 일이 끝나면

‘연극’이라는 또 하나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이들이 모인 곳.

회사 일 제대로 하기도 벅차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는다.

회사 일 제대로 하기도

벅찬 것이 요즘

현실이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는다.

2012년, 근로자 문화예술제에서

분야별로 4년 마다 한 번씩

받게 되는 대통령상을 차지,

최고의 기쁨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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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나눔52

연극 문화 강좌 듣던 직장인이 뜻 모아 극단 창단

1989년, 영등포구 소재 근로문화센터에서 연극 관련 문화 강좌를

듣던 일단의 직장인들이 강좌가 끝나자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모였다. 누군가가 “이대로 헤어지자니 섭섭하다”고 했고, 그 말을

받아 누군가가 “강좌만 듣고 연극도 못 해보고 끝나니 아쉽다”고 했다.

그러자 누군가가 “그러면 우리끼리 모여 연극 한 편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이듬해 연극패 ‘청년’이 탄생했다.

십시일반 돈을 걷어 비록 허름하지만 연습장을 꾸미고, 또 각종

아마추어 대회에도 참가했다. 처음에는 많이 부족했지만 차츰

실력을 쌓아나갔고,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면서 전통 있는 직장인

극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직장인 연극 대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주최하는 ‘근로자문화예술제’에서 2012년

대통령상, 2013년 대상(고용노동부장관상)을 수상함으로써 최고

수준의 작품을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기에는 그저 뜻 맞는 사람끼리

연극을 즐기다 때가 되면 그만둔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그 생명력이

이렇게 강할 줄은 저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어려움도 많았는데 그래도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넘기다 보니

지금에까지 온 것 같습니다.”

현재 극단에서 연출을 맡은 초창기

멤버 신황철(52) 씨는 옛날을 돌아보면

극단이 지금까지 존재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만큼 어려움이

많았다는 뜻이다.

“근로복지공단의 도움이 컸지요. 특히

근로자문화예술제 참가를 통해 받는

후원금이라든가 상금이 저희를 버티게 하는 데

적잖은 힘이 됐습니다.”

가장 큰 위기는 IMF 외환 위기 때 찾아왔다.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단원이 생겨났고,

모두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다. 회비를 걷어

운영하던 연습장도 문을 닫아야 했다. 이쯤

되면 극단을 해체할 만도 했으나 희한하게도

그 어려움 속에서도 사람들은 계속 모였다.

결국 근로복지공단을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고 건물 내 빈 공간을

빌려 그곳에서 연습했고, 그렇게 극단의 생명을 이어왔다.

현재 회원은 50여 명. 비바람을 겪으며 튼튼한 전통을 세운 까닭에

매년 이곳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매년 초 신입 회원을 모집하는데 보통 20~30명이 참여해요. 하지만

직장인이라는 제약과 이러저러한 사정 때문에 연말이 되면 7~8명

정도 남습니다. 이분들이 정회원이 되는 거지요. 자신의 삶 한 부분에

연극을 두겠다고 결심한 분들이지요.”

최 대표는 연극을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자신의 삶에 끌어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한다. 직장과 가정, 친구 등 주변과 조율하는

일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 대부분 조율하는 데 실패해 1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오히려 저희 회원은

직장 생활을 더 잘해요.

시간이 부족하니 집중해서

일하게 되고 또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연극으로

풀기 때문이죠.”

인생은 연극처럼, 연극은 인생처럼

퇴근 후 일 없으신 분,

저희와 함께해요.

연극 때문에술을 끊고, 술 끊으니

건강해졌어요.

신나게 연극 한 판,

스트레스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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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패 ‘청년’이 한 해에 선보이는 공연은 대여섯 차례. 이 중 봄에

열리는 ‘근로자문화예술제’와 가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시민연극제’가 가장 큰 무대. 근로자문화예술제의 경우 경연 대회인

까닭에 기존 단원을 중심으로 무대를 꾸미고, 시민연극제는 1년 동안

연습해온 신입 회원이 주축이 된다.

연극은 포기할 수 없는 또 다른 삶

연습을 하며 신입 회원들이 힘들어하는 점은 체력적인 부분.

퇴근 후에는 물론 주말에도 연습을 해야 하는 까닭에 쉴 시간이 없어

두 달여의 연습 기간이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웃으면서 버틸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직장 일에 지장을 받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럴 때

최 대표는 이렇게 대답한다.

“오히려 저희 회원은 직장 생활을 더 잘해요. 시간이 부족하니

집중해서 일하게 되고 또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연극으로 풀기 때문이죠.”

마음 한곳에 씨앗을 감추어두었다가

성인이 되고 생활인이 된 이후에

그 씨앗을 키워내는 이들. 그래서

그들에겐 그 씨앗이 피워내는 꽃이

무엇보다 소중하며, 그 일을 또 하나의

삶으로 여긴다.

“언젠가 전문 연극인에게 ‘꿈을

실현해가는 당신이 부럽다’고 했죠.

그러자 그분이 제게 ‘그렇지 않다.

이것저것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작품을 할 수 있는 당신이 오히려 나는

부럽다’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내가

전문 연극인의 길을 택했다면 어쩌면 오래전에

연극판을 떠났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학 시절 연극을 했지만 전문 연극인의 길을

걷지 못한 신황철 씨는 그 아쉬움을 오랫동안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깨달았다.

직장 생활과 연극을 병행한 자신의 길이 결코

잘못되지 않았고, 오히려 행복한 일이었다는

사실을.

10월 초 무대에 올릴 공연을 위해 본격적으로 연습에 들어갔다. 퇴근 후의 짧은 시간이라 집중력을 높여야 연습 효과를 볼 수 있다.

2010년 이후 연극패 ‘청년’은 근로자문화예술제에서 대통령상과 대상, 금상 등을 연속으로 수상해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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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생생 정보통 1

재취업 성공을 위한 직업훈련과 훈련수당을 제공합니다

산재근로자 직업훈련지원사업프로그램 안내

■직업훈련 지원대상 신청일 현재 산재장해인(제1~12급)으로서 취업(자영업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직업복귀 계획을 수립하고 구직 등록한 자

신청기간 및 횟수 장해등급이 판정된 날부터 1년 이내에 2회까지 신청

(단, 장해등급이 판정된 날부터 1년이 되는 다음 날부터 2년 이내는 별도 지원)

■지원절차

■훈련비용 지원내용 600만 원 이내 실제 소요된 비용을 훈련기관에 지급

■훈련수당지원내용 1일당 최저임금(’14년 4만1680원)액에 상당하는 금액(예산사업은 최저임금액의 1/2 상당)

지급조건 출석률 80% 이상만 지급

■훈련직종 자격기본법 또는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자격과 연계되는 직종 등

국가기간 전략산업직종 또는 직업능력개발과정으로 인정받은 훈련직종

예)도배, 고압가스, 보일러, 용접, 이·미용, 전기, 1종 대형면허, 프레스금형 등

■취업알선노사발전재단 및 민간취업알선기관과 연계해 무료취업알선 제공

■문의 •거주지 인근 공단(지역본부, 지사) 재활보상부

•공단 콜센터 ☎1588-0075

재취업 (무료 취업알선)

산재장해인

훈련신청서

접수

산재장해인

훈련선발

및 약정체결

근로복지공단

산재근로자 훈련(비용 및 수당 지급)

직업훈련기관

직업복귀 계획

수립 및 구직등록

산재장해인

산재로 인해 원직에 복귀하지 못한

산재장해인이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훈련으로

취업하지 못하는 기간에 대해 훈련수당을

지급해 산재장해인의 직업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직업재활 프로그램입니다.

-송정희(재활사업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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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생생 정보통 2

취업지원서비스, 무료로 이용하세요

고용서비스 민간위탁사업

산재근로자의 다양한 취업욕구를 고려한

맞춤형 취업알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민간

고용서비스기관과 연계해 무료로 취업지원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장혁(재활사업부 과장)

■신청방법 구비서류 구직신청서, 이력서 1부(사진 필), 신분증

■문의 •거주지 인근 공단(지역본부, 지사) 재활보상부

•공단 콜센터 ☎1588-0075

■신청대상ㆍ내일찾기서비스대상자

ㆍ신청일 현재 산재장해 제1~12급에 해당하면서

장해등급이 판정된 날부터 3년 이내인 자

(단, 신청일 현재 직업훈련 중이거나 직업훈련을 중도

탈락한 대상자는 제외)

ㆍ진폐근로자(진폐의증자 포함)

■내용ㆍ산재근로자의 재취업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일대일

개별상담과 취업교육 실시

(취업목표 설정, 이력서 작성 및 면접기술향상 등)

ㆍ산재근로자 개별 취업상담을 통한 맞춤식 취업알선

서비스 제공

■신청가능 횟수 및 제공기간ㆍ산재근로자 1인당 연 2회

ㆍ의뢰일로부터 3개월간, 연도 내 최장 6개월까지 참여 가능

■업무 절차

취업 관련

서비스 제공

취업알선기관

취업상담 및

취업알선기관 결정

소속기관

결정된 취업알선기관

방문

산재근로자

구직신청서 제출

산재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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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생생 정보통 3

내일찾기서비스와 잡코디네이터, 희망을 선사합니다

내일찾기서비스

근로복지공단에서 제공하는

‘내일찾기서비스’는? 직업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산재근로자에 대해 요양·재활 전문가인

잡코디네이터를 통해 요양 초기 단계부터

요양·보상·재활 서비스를 적기에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내·외부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손상된

신체 기능을 최대로 회복하고 사회·심리적 안정을

도모해 원활한 사회·직업 복귀를 지원하는 전문

서비스를 말합니다. -이귀남(재활계획부 과장)

■내일찾기서비스 업무수행자

잡코디네이터(요양·재활전문가) 내일찾기서비스대상자로 선정된 산재근로자에 대해 요양부터 치료 종결까지의 진료계획서,

추가상병, 휴업급여, 재활스포츠, 직업훈련 등 각종 업무를 전담 수행하는 전문가로,

- 요양 기간 중에는 신체적·정신적 회복에 중점을 두고 필요한 의료·심리·사회 재활서비스를

연계하며, 적정 시기부터는 직업복귀를 위한 직업재활서비스를 지원합니다.

■내일찾기서비스 지원과정산재 승인 후 상담 → 대상자 선정 → 재활계획 수립 → 서비스 제공 → 사후관리 → 서비스 종결

■내일찾기서비스 지원내용 의료재활서비스 진료계획서, 전원요양, 추가상병, 재요양, 병행진료, 집중재활치료, 재활보조기구 등

사회심리재활서비스 심리상담서비스, 희망찾기프로그램, 사회적응프로그램, 재활스포츠 등

직업재활서비스 원직장복귀지원, 직업훈련, 취업알선, 창업지원 등

■문의 •거주지 인근 공단(지역본부, 지사) 재활보상부

•공단 콜센터 ☎1588-0075

■내일찾기서비스 지원대상 집중지원이 필요한 직업복귀 취약자 중 잡코디네이터가 대면상담을

통해 지원대상자를 선정합니다.

대상자사지절단자, 근골격계질환자, 척추재해자, 다중골절자, 화상환자,

뇌혈관질환자, 슬관절·견관절·고관절 질환자, 초진 소견 6월

이상자 중 아래의 해당자를 선정

① 원직장복귀 불투명한 자로 직업복귀 희망자

② 장해등급 12급 이상 예상자

③ 일반 서비스대상자 중 내일찾기대상으로 추천받은 자

내일찾기서비스

- 주치의 면담, 산재근로자 상담 등을 통해 재활계획 수립

- 재활계획에 따라 잡코디네이터가시기별 재활서비스 집중지원

일반 재활서비스

업무별(요양관리, 재활서비스) 담당자를 통해 희망에 따라 필요

서비스 연계 제공

산재

요양

승인

상담

집중재활

대상자

일반 재해

근로자

원직장복귀 가능자

근로손실낮은 자

원직장복귀 불투명자

근로손실높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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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생생 정보통 4

투명한 자신과의 만남부터 시작하세요

청렴문화 조성에 앞장서겠습니다

■깨끗한 공직문화 조성을 위한 공단의 활동 ▶청렴토크쇼 ‘淸麗美 콘서트’ 전국 순회 실시

▶청렴거버넌스체계 구축 : 청렴옴부즈만, 시민청렴패널단, 투명사회실천네트워크

▶임직원행동강령 강화를 통한 부패방지 및 깨끗한 공직풍토 조성

- 부조리신고기한 연장(3년) 및 신고 포상금 상향(1억 원)

▶공익신고센터 설치 및 신고자보호지침 마련 등 공익신고자 보호제도 운영

▶부패 사전예방을 위한 모니터링 실시

- ACS(Auto-Calling-System) 및 상시모니터링시스템을 통해 사후적발에서

사전예방 중심으로 전환

■부조리신고, 당신의 용기를 응원합니다.▶부조리신고 대상은 무엇이죠?

- 임직원의 금품향응수수, 알선청탁, 산재보험급여 부정수급 등 공단과 관련한

모든 부정행위를 신고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신고하나요?

- 공단 홈페이지를 통한 방법(사이버 감사실, 부조리신고센터)

- 전화(052-704-7926, 7927), 팩스(052-267-4110)

- 국민권익위원회 신고 : 국번 없이 1398, 국민콜 110

- 스마트폰으로 상단의 코드를 찍으면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습니다.

▶신고에 따른 보상이 있나요?

- 최고 1억 원의 신고 포상금을 지급합니다.

▶정부합동 복지부정신고센터가 뭔가요?

- 복지재정 누수를 막고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이 될 수 있도록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정부합동 복지부정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고자에게 최대 20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합니다.(국번 없이 1398, 국민콜 110)

근로복지공단은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한 세상,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부패방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고객 친화적으로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ABC(Active-Basic-

Clean) 캠페인을 통해 능동적이고

기본이 바로 선 청렴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외부와의 소통과 협력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청렴문화 조성과

부패방지를 위한 근로복지공단의

활동을 한번 보실까요?

-김정례(청렴윤리지원TF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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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철의 마음 그림

사랑으로 가는 길

홀로 길을 걷다

꽃을 만났다.

하염없이 꽃을 따라가다

꽃밭에 들어섰다.

끝없이 펼쳐진

꽃밭 속을 다시 홀로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저만치 앞에서

그대가 환하게 웃고 있다.

사랑이 왔다.

★이영철 화가는 세상의 작고 여린 곳을 자세히, 오래 들여다보는 재주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소시민의 사랑과 희망 그리고 너른 들판에 핀 풍성한 꽃 같은 풍요로움이 담겨 있습니다.

순수하고 따스한 그의 그림과 글을 보며 마음을 다독여보세요.

‘사랑으로 가는 길’, 18×25.8cm,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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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공감

감성 여행

산업사회부터 현재까지 50년 세월의 속삭임과 만나다울산 신화벽화마을

낮은 어깨를 맞대고 있는 담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어린 시절 꿈을 키워주던

이야기, 잘살기 위해 허리가 휘도록 일한 사람들 이야기, 아름다운 자연과 먹음직스러운

과일 이야기…. 국토 남동쪽 울산의 한 달동네에서 벌어지는 질펀한 이야기 잔치 속으로

초대합니다. 글 김인수 사진 임익순 일러스트 문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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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낡은 달동네와 미술의 만남

담벼락이 이야기한다. 줄넘기나 비석치기를 하며 놀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가 하면 푸른 하늘 흰 구름 속을

헤엄치는 고래 이야기를 꺼내놓기도 한다. 경제 성장을 이야기하다 밤이면 부엉이가 울어대던 고향 뒷동산을

떠올리기도 한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골목은 그렇게 담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어떤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것인가는 길 걷는 이의 마음에 달렸다. 그렇다. 엄숙한 분위기의 미술관에서 그림을 대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이다. 미술관에서는 우리가 그림을 ‘감상’한다면 이곳에서는 그림과 이야기 나누거나 그것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니 굽이굽이 골목길을 도는 일이 힘들기는커녕 그저 흥겹기만 하다. 골목마다 각기 이름도

있다. 동심의 골목, 꿈꾸는 골목, 착시의 골목, 암각화의 골목 등등. 하지만 이런 이름을 알고 가기보다는 그냥

가서 느끼는 것이 골목의 담들과 만나는 좋은 방법이다. 이름으로 인한 선입견은 느낌을 방해하기 마련. 그렇게

이야기하는 담 뒤로는 또 다른 이야기가 살아 숨 쉬고 있다. 진짜 이야기, 바로 신화마을의 이야기가.

이 그림을 둥지 트는 곳으로

알았을까? 제비 둥지 그림 옆에

새가 둥지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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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고양이와 실물 같은 개.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그림이 되고 또 실물이 된다.산업사회의 물결에 새로이 탄생한 마을, 그리고 50년 세월

60년대 산업사회를 향한 도도한 물결은 각 지역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댐이 건설되는가 하면

도시 재개발도 이루어져 도로가 생기고 공장도 속속 들어섰다. 그저 바다만 보며 살던 울산에도 공단이란

곳이 들어섰다. 이에 따라 그 지역의 많은 이가 새로 둥지를 틀어야 했다. 그들이 새로이 뿌리내린 곳은

인근 장생포동의 언덕배기. 없던 마을을 새로 만들어야 하니 마을 이름도 필요했다. ‘신화(新和)’라고 지었다.

‘새로이 화합해 잘 살아보자’는 뜻에서였다. 마을은 부침을 거듭했다.

번듯한 새 마을로 여타 마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고, 쇠락한 마을로 외면받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여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은 공단으로, 도시로 일을 찾아 떠났고 마을에는 노인만 남았다. 좁은 골목,

낡은 집들. 변화는 멈췄고, 새 동네로 불리던 마을은 50년이 훌쩍 지나 달동네로 부르는 이름이 바뀌었다.

그렇게 신화마을은 수많은 이주단지의 신화(神話)가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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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던 마을을 깨운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

50년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어느 순간부터 고인 물처럼 변화가 없던 신화마을에 돌멩이 하나가 날아들었다.

영화 촬영을 그곳에서 한 것이다. 2011년작 <고래를 찾는 자전거>라는 영화였다. 그 촬영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람들은 촬영을 계기로 마을에 대한 변화를 울산시에 요구했다. 울산시 역시 그 요구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연구와 검토를 거듭한 끝에 다른 지역의 예를 참고해 벽화 마을로 조성하기로 하고 지역 문화

예술가들과 손잡았다. 단순히 벽화 마을이 아니라 이곳에 화랑이나 예술 상품점 등을 집중 유치해 울산 지역 문화

예술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예술가들이 작업을 시작하자 무표정하게 입을

다물고 있던 담들이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마을이 생긴 이후 50년간 간직한 수많은 이야기를. 또 담들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사람도 찾아들었다. 그리고 그 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때 여길 나갈라꼬 애 많이 썼제. 근데 이젠 여기가 좋다 아이가. 보라꼬, 이렇게 멋진 그림도 많이 있다 아이가.”

젊어 한때 돈을 벌기 위해 외지에 나가보기도 했지만, 끝내 이곳을 떠나지 못했다는 이근배 할아버지(72)의

거짓 없는 웃음 섞인 말이다. 산 너머로 스러지는 저녁놀, 그 기운이 옅어짐과 함께 할아버지의 얼굴도 점차

담의 그림 속으로 스며든다.

울산 신화마을찾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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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의 목적을 분명히 하라

직장인의 능력이 평생직장에서 잦은 이직으로 대체되어 평가받는 현대사회. 한 번도 이직을 꿈꾸지

않은 직장인이 없을 정도지만 무분별한 이직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이직을 능력 발휘의 장으로

여긴다면 좀 더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글 김용전(작가, 커리어 컨설턴트) 일러스트 조성흠

나갈 것인가? 다시 돌아올 것인가?

바야흐로 이직 전성시대다. 1980년 이후

출생자 중 경력 2년 미만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2011년,

대한상공회의소), 현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여긴다는 답변은 2.1%에 불과하고, 나중에

이직할 수 있다 55.9%, 지금 이직을 추진

중이다 23.8%, 이직하기 위해 공부 중이다

18.2%로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직장인 상담 코너를

맡은 내게 들어오는 고민 역시 이직과

관련한 것이 가장 많다.

시대의 흐름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여기지만, 한편으로 다소 걱정되는 것은

재직 기간이 아예 1~2년도 채 안 된 새내기

직장인이 이직 관련 질문을 많이 해온다는

사실이다. 물론 1년이 아니라 한 달이라

해도 ‘여기는 정말 아니구나!’ 하는 확실한

깨달음을 얻었다면 다른 곳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1년이 채 안 되어 이직한

직장인 가운데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취지의 상담을 해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떠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후회한다.”

이런 식의 이야기인데, 이는 전체를 파악하기

전에 부분만 보고 섣불리 결정한 결과다.

너무 가볍게 움직이다 보면 자칫 이곳저곳을

한없이 기웃대는 파랑새증후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그런 고민에

빠진 한 젊은이가 있다.

“경력 3년의 직장인입니다. 전 직장에서

2년 근무하고 지금 직장으로 옮긴 지 8개월

되었어요. 전 직장은 근무 환경과 직원

복지가 좋았는데 업무 강도가 너무 셌습니다.

그래서 칼퇴근을 할 수 있는 지금 직장으로

옮겼는데, 근무 환경이 열악하고 복지도 안

좋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돈독하지 않습니다.

전 직장에서 다시 오라고 하는데 돌아가고

싶습니다. 과연 돌아가도 괜찮을까요?”

직장 처세술

이전 회사의 상황은 처음에 이직할 때와

달라진 게 없다. 즉, 그가 선호하는 복지와

사무실 환경은 좋지만 강도 높은 업무는

그대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돌아갈

때는 사무실 환경이나 좋은 복지를 볼

게 아니라 내가 싫어한 업무 강도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회사를 한 번 옮겨보니

아무리 업무 강도가 세더라도 역시 좋은

복지와 깨끗한 사무실 환경이 중요하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다면 돌아가도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믿음 없이 막연하게

복지와 사무실 문제만 보고 돌아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라

이 직장인의 고민은 이전 직장으로 돌아가도

과연 회사가 그전처럼 잘 대해줄 것인지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접어두어도 괜찮을 것이다. 왜냐하면 회사는

어쨌든 이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시 오라고

하는 것이지, 불러다놓고 괴롭히려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냥 돌아가기만 하면 모든 일이

잘될까? 필자가 보기에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일이 이렇게 된 모든 이유는 회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본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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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일까?

바로 이직의 목적을

‘쉬움과 편함’으로 잘못

정했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든 쉽기만 한 일은 없다.

뱃일도 풍파가 치는 날이 있는가 하면

고요한 바다에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그런 날이 있고, 구절양장도 꼬불꼬불

힘들지만 목적지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고

쉬는 날이 있다. 마찬가지로 농사일도

힘들게 쟁기질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추수를

마치고 편안히 쉬는 농한기가 있다. 이런

양면을 다 보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인생을 멀리 보는 혜안으로 이직을 고민해라

이직의 목적은 대체로 세 가지다.

첫째, 연봉과 직급을 올리기 위한 경우,

둘째 개인 생활에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기 위한 경우, 셋째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가는 경우다.

그런데 미숙한 직장인은 세 가지를 동시에

꿈꾼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연봉은 왕창 받고, 퇴근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그런 직장을 꿈꾼다. 그러나 그런

직장이 과연 어디에 있겠는가? 연봉이

많으면 업무 강도가 세고, 칼퇴근이

가능하면 연봉이 낮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

★글쓴이 김용전은 작가다. 현재 KBS 제1라디오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에서 그가 맡고 있는 ‘직장인 성공학’은 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그만의 현실적 조언이 입소문 나면서 최장수 인기 코너가 되었다. 특히 누구보다 직장인의 고민을 공감하는 그는 “성공한 직장인보다

행복한 직장인이 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서로 <회사에서 당신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법>, <직장신공>이 있다.

업무 강도는 센 반면 연봉은 오히려 낮을 수

있다. 따라서 이직을 고려할 때는

이 세 가지 중 어떤 것을 지향하고

옮기는가를 분명히 해서

한 가지를 얻으면 다른

것은 잃거나 힘든 점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셋을 지금 당장은

동시에 얻을 수 없을지라도 시간이 흐르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즉 아무리 업무 강도가 세다 한들 평생

그런 식으로 일하지는 않는다. 경륜이

쌓이고 실력이 늘면 비교적 일이 쉬워질

것이고, 나중에는 직급이 올라가면 힘든

일을 직접 하지 않고 부하 직원 관리를 통해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또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면 당장은

힘들고 벌이가 신통치 않아도 나중에

그 분야의 장인이 되면 전문가 대접을

받으면서 시간적 여유도 누리며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까 너무 코앞만

바라보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직장인의 질문을 읽자마자

떠오른 글이 하나 있으니, 바로 조선 숙종

때의 문인 장만이 지은 ‘구절양장가’다.

“풍파에 놀란 사공 배 팔아 말을 사니,

구절양장이 물도곤 어려웨라. 이후로는

배도 말고 말도 말고 밭 갈기만 하리라!”

이는 저자가 농사일을 장려하기 위해

쓴 글이라고도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질문해온 분의 사정과 너무나 유사하다.

일이 어려워 그걸 피해 다른 일을 했더니

거기에도 역시 또 다른 어려움이 있더라는

것이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구절양장가’

2편을 써본다면 바로 이럴 것이다.

“구절양장 놀란 짐꾼 말 팔아 밭을 사니

하루 종일 쟁기질이 말도곤 어려웨라.

이후로는 말도 말고 밭도 말고 약초만

캐리라!” 이런 식이라면 3편, 4편도 어렵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라고 말한 사람은 찰리

채플린이다. 그래서 그는 항시 인생을 멀리

보면서 살고자 했다. 우리 젊은 직장인도

인생을 멀리 보는 혜안을 갖춰야 한다.

힘들게 고지를 점령하고는 ‘아니 저 산인가

봐!’ 하더니 막상 그 산에 올라가서는

‘아니 아까 그 산인가 봐!’라고 해서 부하를

다 죽게 만들었다는 나폴레옹 개그처럼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소중하고 아깝다.

후회는 결코 앞서지 않는 것이기에 이직은

정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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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유인원 vs멸종 위기의 인류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을 보고

글 오세헌(세종직업전문학교 관리팀장)

치명적 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후 10년,

시저가 이끄는 진화한 유인원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만들고 평화롭게 살아간다.

한편, 바이러스 공격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의 인간은 멸종 위기와 가족을 잃은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서로의 존재를 잊고

살던 두 종족은 우연히 다시 마주치고,

피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생존을 건 전쟁을

시작하는데….

여유(餘裕)라는 게 무엇일까?

일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주말에만 시간이 나는 ‘일상’을 벗어던지고

여유를 누리고 싶어 월차를 내고 무엇을

할까 고민할 것도 없이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을 예매했다. 그것도 개봉일을 노려서.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을 오락 영화로만

생각한다면 반쪽짜리 감상일 뿐 아니라

지루한 시간을 견디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이유는 전편(前篇)에 이어지는 단순한

줄거리가 깊이 있게 생각해볼 문제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평하자면 ‘철학이 담긴 평화주의

영화’라 일컫고 싶다.

치명적 플루로 인류는 멸종 위기에 처한다.

반면 전편의 시저는 아들을 둘이나 둔

무리의 지도자로 굳게 자리 잡았다.

가끔 인간을 그리워하며 걱정도 하면서.

한편, 살아남은 사람 중 일부는 전력을 얻기

위해 댐을 찾는다. 그곳은 이미 유인원의

정착지로서 인간과 유인원의 필연적 충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다행히 인간으로 대표되는 말콤과

유인원으로 대표되는 시저에겐 ‘평화’와

‘신뢰’라는 공통분모가 있기에 일촉즉발의

상황은 면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상대에

대한 공존(共存)의 평화를 시도하며 이를

일궈나가려는 노력을 한다. 그러나 두

집단은 화합할 수 없는 ‘불신’과 ‘폭력’이라는

불씨도 안고 있었다. 거기에 불을 당긴 것이

유인원 이인자인 코바다. 유인원 시저와

코바 그리고 인간 말콤. 각각이 상징하는

의미를 곱씹을 만하다. 인간과 유인원

사이의 중간자 역할을 하는 초월적 캐릭터인

시저, 이인자의 정치 역학을 상징하는 코바,

휴머니즘을 갖춘 ‘신뢰’의 인물 말콤.

이들이 이끌어가는 스토리는 우리의 일상

얘기와 다를 바가 없다. 거기에 우화적

장치와 더불어 우리 삶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다. 유인원이냐 인간이냐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우리 삶에서도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적이 되는 이분법적 사고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걸 일깨우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철학적이라는 말을 감히

할 수 있다.

사람이 사람답기 위한 도덕과 양심! 이것이

필요함을 시저의 마지막 눈빛을 통해

깨달으며 훌륭한 가르침을 배운 영화 한

편을 감상한 뿌듯함에 엔딩 크레디트가 멈출

때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감독 맷 리브스

출연 앤디 서키스, 게리 올드먼, 제이슨 클라크, 주디 그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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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이자 과학, 수학, 해부학, 유체역학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최고

만능인으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의 능력을 끌어올린 것은 바로

창의력이었다. 레오나르드 다빈치는 관찰을

통해 창의적 발명품을 만들어냈다. 그의

공책에는 수학이나 공학과 관련한 메모

외에도 새, 물고기, 곤충, 풀, 꽃 등 각종

동식물이나 인체 장기 등을 아주 자세히

그린 그림으로 가득했다. 아폴로 1호

우주선에 부착한 금판 인간상도 다빈치의

공책에 그려져 있던 것이다. 이처럼 세심한

관찰을 통해 다빈치는 원리를 발견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그 시대에는 생각지도 못한 여러 발명품을 만들어냈다. 퍼덕이는

새 날개부터 곤충까지 다양하게 연구한 끝에 발명한 기계 날개나

프로펠러도 대표적 예다. 다빈치의 관찰력은 상상의 세계를

묘사할 때도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성경> 속 인물을 그릴

때도 지대한 자신이 관찰한 현실 세계의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그렸으며, 머리 뒤쪽에 후광을 그리지 않았다. 또 배경에 있는

인물을 그릴 때도 얼굴뿐 아니라 손이나 옷의 마무리까지 신경

썼다. 다빈치는 창의성의 발현은 단순히 뛰어난 지능이나 탁월한

상상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세심한 관찰 같은 현실 세계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함을 일깨워주었다.

관찰로 이룬 성공

레오나르도 다빈치

멘토 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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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숨은 긍정적 요소를 활용하라!창의력 꽃피우기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많은 방법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문제를

먼저 찾아내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것. 말이 그렇지 이게 어디 쉬우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관찰, 협력, 용기 등 자신이 가진 긍정적 요소를 잘 활용하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성공한 리더의 창의력에 꽃을 피운 자질은 무엇인지 조목조목 짚어본다. 글 권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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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으로 이룬 성공

월트 디즈니끈기로 이룬 성공

루이 파스퇴르

화학을 전공하던

루이 파스퇴르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그가 생물학 분야로

진출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자신의 능력과 창의성을

확실하게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파스퇴르가 살던

1800년대 사람들은 세균이나

벌레는 자연적으로 생겨난다는 자연 발생설을 믿고 있었다.

그러나 파스퇴르는 지롤라모 프라카스토로 등이 주장한

세균설을 믿었다. 물론 그 시대의 상식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것은 엄청난 비난과 비아냥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1861년 <자연 발생설 비판>이란 책에

자신의 실험을 소개하며 발효가 미생물의 증식 때문이란 사실을

입증해 보였다. 파스퇴르의 연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연구에 창의성을 더해 박테리아나 곰팡이를 모두

죽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가열

살균법(파스퇴라이제이션)’이었다.

이처럼 파스퇴르는 자신이 믿은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여 창의적

업적을 이루어냈다. 파스퇴르는 상식에 반대하는 용기는 물론,

자신의 생각을 믿고 끈기 있게 밀어붙이는 것이 결국 창의적

결실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쥐 한 마리로 어린이들의

세계를 만들고 제왕이 된

월트 디즈니. 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디즈니랜드’라는

창의적 세계는 순전히 그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마키 마우스 캐릭터는

디즈니가 자신의 방을

들락거리던 쥐를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려 애니메이터인 어브

아이윅스와 함께 만들어낸 것이다. 또 미키 마우스라는 이름은

디즈니 부인인 릴리언이 붙였다. 그뿐 아니라 디즈니 회사 소속

만화가인 앨프레드 탈리아페로에게는 도널드 덕을 그리게 하고,

칼 바크에게는 도널드 덕의 세계인 덕버그를 만들게 했다.

이런 식으로 그는 애니메이션 속 디즈니 세상뿐 아니라 현실

세계에도 디즈니랜드를 건설했다.

월트 디즈니의 창의적 세상인 디즈니랜드는 많은 이의 도움으로

탄생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디즈니의 능력이나 창의성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그가 만약 자신의 능력에만 갇혀

지냈다면 그의 삶은 쥐를 주인공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작가로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더 창의적인 큰 그림을 그렸으며,

그 그림을 위해 다른 이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해

성공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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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세계는 끊임없는 변화와 빠른

대처 그리고 창의성이 충돌하는 곳이다.

따라서 정체되거나 보수적 사고를 하는

순간, 뒤처지면서 결국 경쟁에서

도태되고 만다. 그 예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구글이고, 그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다.

구글의 온라인 광고 사업을 총괄하던

셰릴 샌드버그 부사장은 자신이 밀어붙인

광고 정책의 잘못으로 회사가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샌드버그는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를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고 용서를 빌었다.

그러자 래리 페이지는 아주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당신이 실수를 해주다니 매우 기쁩니다. 저는 우리 회사가

비록 실패하더라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회사가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만일 당신이 이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구글은

보수적 회사로 전락할 것입니다.”

구글의 두 창업자는 그들 자신이 창의적 사람이었다.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끊임없는 도전에서 창의성이

발휘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창의성에 대한

남다른 신념을 갖고 있었기에 창의적 서비스로 놀라운 사업적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도전으로 이룬 성공

래리 페이지직관으로 이룬 성공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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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공감

창의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남들이

연구한 단편들을 모아 새로운

발견과 발명으로 연결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직관’이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꿰뚫어보는

능력.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크릭과 왓슨이 바로 직관을 통한 창의력을 발휘한 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를 자기 직관에 맞게 재조합하고

꿰어 맞춰 이같이 놀라운 업적을 이루어냈다. 물론 일부 사람은

이들의 성공을 “운이 좋았다”거나 “남의 연구를 훔친 것”으로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엔 그 발견이

생물학에 미치는 영향력은 너무나 크다. 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은 생물학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역사적 발견이라 할

수 있다. 이 구조를 발견하면서 생명 현상을 기계적으로 파악해

분자 수준에서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이 구조는 오늘날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는 생명과학의 토대가 되었다.

창의성 연구자인 로버트 와이스버그 교수는 “왓슨과 크릭의

연구야말로 창의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고

극찬했다. 연구를 하는 이는 많지만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는

많지 않다. 그 차이는 바로 직관 능력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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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열전

셰어 하우스에서 잘 살고

계십니까?

주거 문화의 新트렌드, 셰어 하우스

이혼한 40대 정신과 의사 조동민,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투렛증후군이 있는 박수광,

대인관계증후군 지해수….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는 각각 사연이 있는

인물들이 셰어 하우스에서 살 수밖에 없는

까닭이 나온다. 그들이 한집에 살면서

다양한 사건을 겪고 성장 혹은 성숙해져가는

모습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기대를 모으고

들어가면서 지해수(공효진)와 충돌한다.

두 사람은 여러 사건을 함께 겪거나

티격태격하며 서로에게 적응해간다.

사회적으로도 셰어 하우스가 젊은 층에게

주목받고 있다. ‘셰어 하우스(share

house)’는 한지붕 아래에서 각방을 쓰는

‘하우스 메이트’, ‘게스트 하우스’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멋진 싱글 라이프의 차원을

벗어나는 셰어 하우스는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신개념 홈 셰어 스타일이다.

곧 한집에서 여러 명이 공간을 나눠 거주하는

것을 말하는데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는

예전부터 공동주택 형태로 존재한다.

단순히 방을 공유하는 동거, 룸 셰어와는

다르다. 개인 공간인 침실은 각각 따로

사용하고, 그 외의 공간, 예를 들면

주방, 화장실, 거실 등은 공동으로 쓰는

신개념 주거 형태인 셰어 하우스는 젊은

셰어 하우스에서 잘 살고 계십니까?

사회적으로 셰어 하우스가 젊은 층에게 주목받고 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일반화되어 있고

우리나라도 여러 곳에서 운영 중이다. 그래서인지 방송 프로그램에서 앞다투어 다루고 있다.

셰어 하우스 현상은 화려한 싱글 라이프의 장밋빛 담론에 가려진 모순을 드러낸다. 또 인간이라는

존재와 삶에 대한 근본적 사유를 가능하게 만든다. 글 김헌식(문화 평론가)

있다. 개인의 사생활과 집단의 공동생활에

따른 갈등에 이어 적절한 조율과 융화가 있어

흥미를 자아낸다. 싱글 라이프에 익숙한

여러 인물이 한집에 살다 보면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 갈등이 화해로 이어지는 과정 중에

벌어지는 다양한 일을 재밌게 다루려는

듯싶다. 이 드라마에서 장재열(조인성)은

새로운 작품을 쓰기 위해 셰어 하우스에

20~30대에게 인간 친화적이면서 자신만의

사생활 공간도 보장되는 새로운 주거 문화

트렌드인 것이다.

주거 현실을 적극 반영할 방송 프로그램 기대

TV가 이런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실에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주거 문제를 대안적으로 성찰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졌다. 집은 무엇인지, 나누는 주거

문화의 삶은 어떤지 함께 고민하고, 이를

예능 차원에서 재밌게 전달할 수 있을

듯싶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물론, <룸메이트>와 <도시의 법칙 in 뉴욕>,

<셰어하우스> 등은 이런 셰어 하우스의

특징을 갖고 있다. 또 <정글의 법칙>도 집의

의미와 나눔의 가치를 생각해보게 했다.

이런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셰어 하우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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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공감

셰어 하우스에서 잘 살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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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도시의 법칙 in 뉴욕>은 세계 각국의

도시를 여행하며 문화를 체험하는 와중에

현지 숙소에서 공동생활을 한다. 맨해튼의

새 숙소를 본 멤버들은 같이 생활할 숙소를

청소하며 기쁨에 겨워했다. 침낭에서 단체로

취침하는 장면이 셰어 하우스의 특징을

잘 말해주었다. 또 워킹 홀리데이의 뉴욕

적응기를 통해 숙소의 중요성을 부각하기도

했다. 현지에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휴식을 취하는 멤버들이 낯선 곳에서

힘들게 생활하면서도 인간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서로 격려하는 공간으로서 숙소의

모습이 등장한다. 열악한 공간에서 같이

밤을 지새우는 모습은 우리 젊은이들의

현실을 대변하는 듯하다. 멤버들은 공동

숙소에서 무엇이든, 작더라도 힘들게 같이

이뤄낸 것을 기뻐한다.

그들의 숙소는 공장 지대에 있는데,

멤버들은 거리에서 쓸 만한 물건을 주워다가

가공해 빈집을 꾸미는 등 서로 협력해서

이룬 작은 성취에도 행복을 느낀다.

즉, 낯선 도시에서 일하고 휴식을 취하는

집을 함께 공유한다는 점에서 셰어

하우스의 특징을 보여준다. MBC <나 혼자

신성우, 이소라, 홍수현, 엑소 찬열, 조세호,

송가연, 서강준, 박민우, 애프터스쿨

나나 등 남녀 연예인들이 한집에 함께

머물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아이돌 가수, 모델, 이종 격투기 선수까지

다양한 직업군의 출연자들은 초기에 각자

공동생활을 하게 된 동기를 밝히기도 했다.

그들은 단지 집을 같이 쓰는 사람에서 점차

식구가 되어간다.

<셰어하우스>는 ‘당신이 꿈꾸는 홈 셰어는?

그리고 당신이 꿈꾸는 룸메이트는?’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궁금증과 재미 포인트를

이끌어냈다. 손호영, 최희, 이상민, 달샤벳

우희, 최성준, 천이슬, 송해나, 김재웅,

황영롱, 김현우는 각자 혼자 살아온 시간이

많았다. 사람과 사랑에 상처받은 이들은

<셰어하우스>의 기획 의도대로 시간이

흐르면서 한가족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산다>가 혼자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관찰

예능 포맷에 담았다면,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와 케이블 채널 올리브의

<셰어하우스>는 싱글들을 홈 셰어를 통해

신(新)가족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한편

<룸메이트>는 셰어 하우스라는 1인 가구

시대 트렌드를 보여준다는 취지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애초에 이 프로가 주목을 끈 이유는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신세대

사이에서 새롭게 떠오른 주거 형태인 셰어

하우스를 모티브로 한 관찰 버라이어티’라는

평가 때문이다. 제작진은 ‘시대와 세대의

공감과 소통’이란 주제 아래 “대한민국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5%, 점점 늘어가는

1인 가구에 맞춰 새로운 주거 형태가 뜨고

있다”는 말로 프로그램을 만든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룸메이트>에는 이동욱,

사생활과 공동생활을 적절하게 조율하고 융화

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동기 중에는

가족보다 더 가까운 식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 마음에 혼자만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만들었다. 또 여러 사람이 다 같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는 마음을 하나로 만든다. 음식을

같이 먹으며 각자 마음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식구(食口)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고 식구가 되는 것은 밥을 같이

먹는 것을 의미한다. 한솥밥을 먹는다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한다. 특히 아침을 같이 먹는

이들은 진정한 가족임을 의미한다. 소박한

밥상이어도 상관없다.

멋질 것 같은 혼자만의 삶을 선택한 사람은

많아졌는데, 현실은 반드시 장밋빛만은

아니다. 따뜻한 사람과 정이 그리운 싱글

라이프다. 그러나 가족을 이뤄 행복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텔레비전에서는 많은

사람이 꿈꾸는 셰어 하우스를 실현시키려

한다. 가족에 대한 소망을 담은 것이다. 물론

너무 낭만적이고 환상적 장면은 옥에 티다.

현실의 셰어 하우스를 있는 그대로 담으면

시청자의 관심을 더 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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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서를 제출했다. 진폐증 판정 기준에

따라 ‘진폐의증과 활동성 폐결핵’으로

판정받은 근로자에게 산재보험법상의 급여

대상이 되지 않으니 보건소를 통해 폐결핵

치료를 받으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여러

번 회신했지만, 그는 승복하지 않고 분신

소동을 일으킨 것이다.

근로자를 위한 제도 수립에 앞장서다

당시 노동청 차장이 근로자가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묘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본청 자문

의사이던 고 최영태 박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진폐증을

발견하고 직업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

산업 보건의 태두이자, 대한산업보건협회를

창설하는 등 산업의학 분야에 지대한

공로를 남긴 이다. 그러나 분신 소동

근로자에 대한 보상 대책을 강구하라는

진폐증 판정 기준을 개선하게 된 분신 소동

“산재보험을 시행한 초창기에는 일정한

기준이 없어 사안마다 유권해석을 내려야

해 업무를 처리하는 데 일관성이 없고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과거 사례를

하나하나 모아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 업무의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노력했으며, 각종

보상 기준을 내부 규정으로 마련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죠”라고 김경중 전 위원장은

회고한다.

1973년 5월 어느 날, 강원도 태백시 모

광산 근로자가 청와대 앞에서 아내와 자녀

등 가족과 함께 온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자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가족 동반 분신하겠다는 소동을 피운 일이

있었다. 그 근로자는 진폐증과 폐결핵을

앓고 있으니 산재요양 대상으로 인정하고

휴업급여를 지급해달라고 수차례에 걸쳐

청와대, 법무부 등 정부 각 부처에 탄원서와

지시를 받았지만 ‘진폐증의 판정 기준’을

개정해야 하는데, 어디에서 근거를 찾아야

할지 방법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후 대한산업보건협회의 관련 교수들을

총동원하고 논의한 결과 진폐증의

확증은 아니지만 “진폐의증 환자에 대해

진폐증 예방의 일환으로 보호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이 대의명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진폐의증 및 활동성 폐결핵’을

산재보험보상대상으로 포함시키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문제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의학적 자문을 받아야 할

요양급여심의위원회 위원들을 설득하고

개정 사유와 근거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실오라기만큼의 근거라도 있어야 상대방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지요. 그런데

무방비 상태에서 관련 규정 개정안을

마련할 수는 없었습니다”라고 김경중 전

위원장은 밝혔다.

진폐증에 대해서 X-선 사진 판독 기준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진폐증 X-선 사진

정밀 분류법에 의해 병형을 결정하는데,

의증과 1형의 구분은 전문가만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럴수록 김경중 전 위원장은

어떤 기준도 엄격히 정해야 한다는 신념을

잃지 않았다. 행정 차원으로는 사전에 전후

사정과 배경을 보고했고, 의학적 측면에서는

자문 의사가 요양급여심의위원들에게 개정

배경 등을 설득하는 데 나섰다. 그리하여

진폐증의 판정 기준에 ‘진폐의증(0/1)인

자로서 폐결핵이 합병되어 요양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를 신설하는

개정안을 마련했고, 요양급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분신

소동을 일으킨 근로자는 다시 정밀 검사를

한 후 요양 대상으로 판정받아 치료를

받았다. 분신 소동이 자칫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지만, 각계의 노력으로 선진적이고

급진적 제도 개선이 이뤄졌고, 진폐증의

증악을 사전 예방하는 차원의 결실까지 맺은

것이다.

보상 기준의 탄생

우리나라 사회보험의 효시인 산재보험을 시행한 지 올해로 50년이 되었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극복해냈기에 지금 산재보험의 굳건한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시행 초기,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 장해등급 인정기준,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 등 각종 인정기준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화

김경중 전 산재보험재심사위원회 위원장에게 듣는다.

그땐 그랬지

김경중

전 산재보험재심사위원회 위원장

the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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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건강 하우스

요즘은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고, 건강검진의 중요성이 대두되어 다양한 형태의 검진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건강검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질병을 발견하는 것만이 아니다.

질병의 원인인 나쁜 생활 습관과 스트레스 등에 대한 평가와 상담을 통해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생활 요법을 통해 개선해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글 송은주(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내과장)

가을철에 추수와 성묘 등 야외 활동이

잦아지면서 발생하는 고열과 발진이 특징인

질환을 흔히 가을철 열성 질환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발병하는 가을철 열성

질환에는 쯔쯔가무시병, 렙토스피라증,

신증후출혈열 등이 있다. 이들 질환은 모두

설치류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발병 시기가

비슷하고, 고열과 피부 발진을 동반하는

등 증상이 유사해 초기 증상만으로는

감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렙토스피라증이 8~9월에 발병해 가장

시기가 빠르며, 이후 쯔쯔가무시병,

신증후출혈열 등이 발병하는데,

신증후출혈열은 12월까지 나타난다. 이들

질환의 초기에 나타나는 고열, 몸살 증상은

감기나 인플루엔자와 혼동하기 쉽지만,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이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피부 노출을 막아라, 쯔쯔가무시병

쯔쯔가무시병은 야외 활동 중 진드기의

유충에 물리면서 유충의 쯔쯔가무시 균체가

벌초와 야외 활동이 잦은 가을, 고열이 난다면

가을철 열성 질환을 의심하라

인체에 들어가 발병하는 질환으로, 주로

10~11월에 나타난다. 야외 활동 1~3주

후 갑자기 열, 오한, 두통, 근육통과 함께

전신에 피부 발진이 나타난다. 진드기

유충에 물린 자리는 처음에는 발진 형태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검은색 딱지로

변한다. 이를 ‘가피’라고 하는데,

이는 쯔쯔가무시병의 확진적 소견이다.

가피는 주로 유방 밑, 겨드랑이, 아랫배와

접한 넓적다리 주변 등 속옷으로 가려지거나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숨어 있으므로 이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온몸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또 인후통·기침·가래 등

호흡기 증상을 동반할 수 있고, 국소성

혹은 전신성 림프절 비대가 동반될 수

있으며, 혈액검사에서 흔히 간 기능에

이상을 보인다. 신장을 침범할 수도

있지만, 렙토스피라증이나 신증후출혈열에

비해서는 가벼운 경우가 많다. 드물게는

수막염, 심근염 같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쯔쯔가무시병은 독시사이클린이라는

경구 항생제를 복용하면 대개 48시간 내에

열이 떨어지고 증상이 호전되며, 일주일가량

복용하면 완치된다. 예방법은 야외 활동 시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밭일, 벌초,

성묘 등 야외 활동 시에는 풀밭에 눕거나

옷을 벗어놓지 않도록 주의한다.

또 긴소매 옷을 입고, 소맷단과 바짓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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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에게서 많이 발병한다. 렙토스피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렙토스피라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는 물에서 작업할 경우 장화,

작업복 등을 착용해 피부와 점막의 접촉을

막아야 한다.

들쥐 서식지를 조심하라, 신증후출혈열

신증후출혈열은 등줄쥐의 소변을 통해

배설된 바이러스가 건조한 시기에 사람의

호흡기를 따라 들어와 발병하는 질환으로

주로 10~12월에 걸린다. 설치류가

서식하는 풀밭이나 들에 노출된 지 1~3주

후 열, 두통, 근육통, 결막 출혈, 몸통에

점상 출혈이 발병하고 이후 저혈압, 쇼크

증상과 소변량 감소 등으로 진행한다. 이

시기에는 심각한 출혈성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고, 신장 기능 감소에 따라 투석을

해야 하는 상태로 악화될 수 있어 조기에

이러한 합병증에 대한 대증 치료를 시작해야

하며,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증후출혈열은 호흡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되므로 가급적 유행

지역에서 야외 활동을 삼가고, 야외 활동

시에는 들쥐의 배설물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는 풀밭에 앉지 않도록 주의한다.

유행 지역의 군인과 농부 등은 적절한

시기에 예방접종을 하고, 고열과 두통 등의

증상이 생겼을 때 조기에 의료 기관에서

진료와 검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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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성 전염병 예방 수칙

장티푸스, 세균성 이질, 콜레라 같은 수인성 전염병도 가을에 자주

나타난다. 설사와 함께 열과 오한이 나고 구토, 복통, 무기력증 증상이

보이면 수인성 전염병을 의심할 수 있다.

● 조리하기 전, 용변 후, 외출 후에는 철저히 손을 씻는다.

● 식수는 반드시 끓여 마신다.

● 회 등 날로 먹는 음식은 금물이다.

● 음식물은 5℃ 이하에서 보관한다.

● 보관한 음식은 반드시 끓여 먹는다.

● 도마와 행주, 칼 등은 매일 삶은 후 사용한다.

● 환자가 쓰는 식기나 변기, 이부자리 소독은 필수다.

● 설사나 피부에 상처가 있다면 음식 조리를 삼간다.

야외 활동 잦은 가을철에 주의! 상황별 응급처치 요령

뱀에 물렸다면 독사 여부가 중요하므로 확인이 가능한 경우 뱀 머리 모양,

색깔 등을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독사에 물린 경우 부종과 통증이 심하기에

움직이지 말고 냉찜질을 해야 한다. 독을 제거하겠다고 환부에 칼집을 내거나

빨아내는 것, 독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압박띠 등으로 혈류를 차단하는 것은 상처를

유발하므로 절대 삼가야 한다.

일광 화상을 입었다면 청명한 날씨에 장시간 야외 활동을 하다 보면 일광 화상을 입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일차적 조치는 지속적 노출을 차단하는 것으로, 실내에 들어가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다. 가벼운 일광 화상의 경우 우유와 물을 1:1 비율로 섞어

깨끗한 거즈에 적신 후 환부에 덮어주기만 해도 충분하다.

벌 등 독충에 쏘였다면 벌에 쏘인 경우 환부 통증이나 부종이

문제가 될 수 있으나 특히 전신적 과민 반응을 경계해야 한다.

환부에 독침이 남아 있으면

독침이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플라스틱

카드 등으로 살짝 긁어서

제거해야 한다.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냉찜질을 하면

좋고, 된장이나 침을 바르는 행위는 세균에 감염될 수

있으므로 절대 삼가야 한다.

단단히 여며 피부가 노출되는 부위를

최소화하며 곤충 기피제를 뿌린다. 유행

지역에서 야외 활동을 한 후에는 입었던

옷을 즉시 잘 털어 세탁하고, 샤워나 목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염된 물과 흙을 조심하라, 렙토스피라증

렙토스피라증은 들쥐의 소변에 오염된

물이나 흙에 있는 렙토스피라균이 사람의

피부, 눈, 코, 구강 점막 등을 통해 들어와서

발병하는 질환이다. 주로 논밭에서 장시간

발을 담그고 작업하는 농부나 습한 토양,

물과 관련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

낚시꾼, 군인 등이 위험군이지만 수상스키,

래프팅 등 야외 활동 후에도 감염될 수

있다. 이러한 야외 활동 후 1~2주 지나

갑자기 열, 오한, 근육통, 두통이 나타나고

특징적으로 결막 충혈이 동반된다. 일부

환자에서는 객혈이나 황달, 신부전, 출혈성

소견 같은 치명적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렙토스피라증은 증상이 경미할 경우 경구

항생제로, 중증일 경우

주사 항생제로

1~2주가량 치료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물이

고여 있거나 젖은 논에

맨발로

들어가

작업하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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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공감96

하트&하트

“고마운 <희망나무>에 신청합니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리라아동복지관 신생아들을

위한 선물을 보내고 싶어 ‘하트&하트’의

문을 두드립니다. 이곳은 생후 2개월

영아부터 고등학생까지 50명 정도가

생활하는 보육원인데, 개인적으로 후원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도 다녀왔는데 장마

때문에 습기가 많더군요. 아기들의 건강이

너무 걱정됐어요. 그래서 제습기를 사서

찾아가야겠다 마음먹고 있던 차에 소원

이벤트 ‘하트&하트’를 알게 됐어요.

바로 사연을 보냈는데 당첨됐다는 연락을

받고 너무나 기뻤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정성과 제 마음이 합쳐진 선물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가 배어나옵니다.”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라길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 재활치료실에서

언어치료와 물리치료를 담당하는 김선복

씨의 사연이 ‘하트&하트’에 도착한 것은

전국이 장마로 몸살을 앓던 때였다.

최근 10년 넘게 후원하고 있는

리라아동복지관을 방문했는데, 습기 때문에

복지관 전체가 눅눅했다.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습한 복지관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보육원 아이들이뽀송뽀송하게지냈으면 좋겠어요”

인천병원 재활치료실 김선복 물리치료사의 희망나무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 재활치료실에서 물리치료사로 근무하는 김선복 씨가 제습기를 들고

리라아동복지관을 찾았다. 장마철 습기가 아이들의 건강을 해칠까 걱정이 앞선 김선복 씨가

‘하트&하트‛와 손잡고 습기 퇴치 작전에 나선 것이다. 글 양인실 사진 임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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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공감98

방문에는 김선복 씨의 딸 도희도 동행했다.

예전부터 엄마와 함께 보육원을 수시로 찾은

도희도 리라아동복지관의 엄연한 후원자다.

도희를 보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온 다빈이는

내내 밝은 표정으로 곁을 떠날 줄 모른다.

그뿐 아니다. 영유아 방으로 들어서자 도희

얼굴을 알아본 동훈이가 엉금엉금 기어왔다.

잠에서 깨어 칭얼대던 동훈이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방실 웃으며 기어오자 열여섯

살 도희는 마치 엄마처럼 번쩍 안아 올려

품에 꼭 껴안는다.

“동훈아~ 누나 왔어. 그동안 잘 지냈어?

누나 안 보고 싶었어?”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선복 씨가 입을

삐죽인다.

“동훈이는 이제 엄마보다 누나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엄마가 서운하네~”

“엄마, 동훈이도 보는 눈이 있거든요.”

도희의 당연하다는 말투에 방 안에는 한바탕

웃음이 넘쳐났다.

이번 제습기 구입에는 근로복지공단과

김선복 씨 말고도 숨은 조력자가 있다.

김선복 씨의 봉사를 알고 있는 주변 지인들이

작으나마 정성을 보탠 것이다. 인천병원

재활치료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신입 사원

김경민 씨와 강병진 씨, 환자로 인연을 맺은

최광진 씨 그리고 도희 친구 엄마인 홍이숙

씨가 그들이다.

“오히려 가까이에 있어 내색을 못 했어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요.”

김선복 씨의 바람이 잘 전달되길

‘하트&하트’도 응원을 보낸다.

“봉사는 나눠주는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제가 받고 있더라고요.

고마움, 풍요로움, 용기, 희망, 어울림….

봉사는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해줬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배우고 나누면서

살려고 합니다.”

작은 정성이 모여 큰 마음을 이뤘고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김선복 씨

혼자 걷는 여정이었지만 마음 맞춘 이들이

손잡고 함께 걸으니 신명 나는 소풍이

됐다. 보육원을 나설 때는 제습기가 실력을

발휘했는지 눅눅함이 조금 사라졌다. 습기가

들어찬 공간은 곧 뽀송뽀송, 쾌적하게 변할

것이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환한 태양

빛처럼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원한다.

먼저 아이들의 건강이 우려됐다. 조만간

제습기를 설치해야겠다고 결심한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한 그는

우연히 소원을 들어준다는 ‘하트&하트’를

알게 됐고 곧바로 사연을 보냈다.

“마음 같아서는 열 대도 넘게 준비하고

싶었죠. 그런 제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희망나무>에서 도움을 준다고 하니

이번에는 두 대로 시작하려 합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정성과 제 마음이

뽀송뽀송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지내는 게 제일 중요하고요.”

작은 정성이 모여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다

제습기를 직접 사 들고 보육원을 찾은 이번

제습기를 직접 사 들고 온

김선복 씨를 리라아동복지관의

김두식 원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김선복 씨와 딸 도희가 제습기가 설치된 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다. 제습기 포장을 벗기는 이들의 마음도 어느덧 뽀송뽀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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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버킷 리스트

치유의 시간

여름의 태양은 가을의 찬란한 황금색을

위해 그리도 뜨겁고 치열했을까?

그래서 우리는 무르익는다.

저마다 품은 황금빛으로 반짝거린다.

이제 힘차게 일어설 때. 우리는 외쳐본다.

“괜찮아,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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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감기, 나만의 처방전

다독이고나누는

공감 치유

다시 일어서기, 손 내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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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희망 물음표

무단 횡단하다가 발생한 교통사고,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일러스트 조성흠

현장 정리 업무 중 무단 횡단하다가 차에 치여 사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사례

원고는 ○○건설 주식회사가 시공하는 승강기 구조물 설치 공사

현장(이하 ‘이 사건 공사 현장’이라 한다)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근무하던 사람인바,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인접한 왕복 8차선

도로를 무단으로 횡단하다가 버스 전용 차로를 진행하던 버스에

충격당해(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사망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의 근로계약에 따른 현장 정리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이 사건 사고를 당했는바 이는

적어도 작업에 수반되는 필요적 부수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

점, 원고가 사업주 측의 지시를 위반해 단지 무단 횡단을 했다는

것만으로는 사업주의 지배·관리 범위를 벗어난 상태라고 볼 수

없고, 또 무단 횡단 행위를 원고의 고의·자해 행위나 범죄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점, 사업주 측에서 근로자가 수시로 무단 횡단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2012구단4794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판결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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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뉴스

09+10근로복지공단(이사장 이재갑)은 7월 31일 서울시청에서 서울특별시(시장 박원순),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 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중소기업 직장 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공단은 중소기업이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할 경

우 소요 비용의 80~90%를 지원하고 있다. 공단은 직장 어린이집 설치비·운영비

등 재정 지원과 컨설팅을, 서울시는 어린이집을 설치하기 위한 부지 확보와 설치비

중 기업 부담분 지원을, 중소기업중앙회는 지원 기업 발굴과 홍보 업무를 각각 맡고

있다. 이번 협약에 따라 공단은 서울시내 자치구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9월 중 공모를 통해 시범 사업을 실시한 후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을 검토

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현재 70여 곳에 불과한 중소기업 직장 어린이집이 늘어나

중소기업 근로자의 육아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

한다. 이재갑 이사장은 “정부 3.0 시대에 기관 간 정보 공유와 협업은 기대 이상의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이번 협약을 통해 중소기업 근로

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직장 어린이집을 늘려 안정된 노동 시장을 형성하고

육아를 위한 우수한 여성 인력의 경력 단절 현상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이사장 이재갑)과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는 7월 7일(월) 공단 안

산병원에서 협업 부처(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유관 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ICT 기반 의료 정보 교류 표준 모델 개발 적용’ 시범 사업에 대

한 착수 보고회를 가졌다. 이번 사업은 과학기술과 ICT를 통해 경제 전반의 활력과

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국민 행복에 기여하는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의 7대

추진 분야 중 하나인 보건·의료 분야 과제의 일환으로, 근로복지공단 병원과 산재

지정병원 간 의료 정보 교류 성공 사례를 확보해 향후 의료 산업 전반으로 의료 정

보 교류 활성화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1차 연도 시범 사업 대상은 근로

복지공단 병원 두 곳(인천, 안산)과 산재지정병원 여섯 곳이며, 의료 정보 교류 플랫

폼의 기술적 효과성과 경제성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근로복지공단 병원과 산재 지

정병원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이재갑 이사장은 “산재보험 50주년을 맞아 공단 병원 명칭을 변경하는 시점에서 창

조경제 국정의 주요 과제인 ‘ICT 기반 의료 정보 교류 표준 모델 개발’ 사업 수행으

로, 공단 병원이 공공 의료 기관 역할에 충실함은 물론 국가 의료 사업의 선도적 역

할을 다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직장 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업무 협약 의료 정보 교류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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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뉴스

Page 54: 근로복지공단 희망 웹진, 2014년 9+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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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공감

을지연습 실시

근로복지공단(이사장

이재갑)은 8월 18일

부터 21일까지 4일간

을지연습을 실시했

다. 공단은 이번 을지

연습 기간에 실제 훈련은 물론 비상 대피 훈련, 자체

진압 훈련, 소방 훈련 등 다양한 훈련을 실시했다.

신입 사원 임용장 수여식 시행

근로복지공단(이사장

이재갑)은 8월 11일

진천에 위치한 인재

개발원에서 신입 사

원 143명(일반직 107

명, 전산직 7명, 재활직 14명, 심사직 15명)에게 임용장

을 수여했다. 공단은 1주간의 입문 교육과 12주간의 멘

토링 교육을 통해 신입 사원이 현업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재갑 이사장은 “우리 공단

의 향후 50년을 이끌어갈 주인공으로서 공단의 핵심

가치인 책임, 열정, 공감을 통해 든든한 보루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해달라”고 당부했다.

공단본부 울산 이전 후 첫 1사 1촌 자매결연 체결

근로복지공단(이사장 이재갑)은 울산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활동의 일환으로, 7월 3일 이재갑 이사장과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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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공감106

위원장을 비롯한 임

직원 30명이 참석한

가운데 울주군 청량

면의 수문마을과 자

매결연을 맺었다. 그

동안 공단은 수입 농산물 증가, 인구 고령화·공동화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전국에 있는 75개 소속 기관별로 지역

사회와 1사 1촌 자매결연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원봉사

와 후원 활동을 해오고 있다.

<1 대 100> 최후의 1인 탄생

근로복지공단(이사장

이재갑) 평택지사에

근무하는 안소희 주

임은 KBS 2TV 퀴즈

프로그램 <1 대 100>

에 김기병 과장, 나세은 주임, 오규홍 주임, 이태민 주

임과 함께 출연해 최후의 1인에 등극하는 영예를 안았

다. 방송은 8월 26일 오후 8시 50분에 KBS 2TV를

통해 방영되었다. 안 주임은 “우리 공단의 대표로서 최

후의 1인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어 무척 기쁩니다. 힘찬

응원과 특급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 모든 분께 진심으

로 감사드립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제35회 근로자연극제 시상식 개최

근로복지공단(이사장

이재갑)은 7월 12일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고용노동

부, KBS와 공동으로

주최한 제35회 근로자연극제 시상식을 개최했다. 올

해 연극제는 사상 최대인 46개 극단이 참여했으며, 5

월 10일부터 6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와 제주도 등

전국에서 무료로 선보였는데 대부분의 공연이 만석 되

는 등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되었다. 극단 이벤트씨어

터의 <유전무죄(有錢無罪)>가 최고상(국무총리상)과

함께 700만 원의 상금을 받았고, 총 17명(팀)에게

2470만 원의 상금을 지급했다. 아울러 금상 이상 수상

자에게는 10월경 해외 문화 체험 특전도 제공한다.

안산병원 친환경 경영 동참

근로복지공단 안산병

원(병원장 임호영)은

7월 22일 서울 플라

자호텔에서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주최 아래 의료계의 환경 경영 실천과 국민 환경 복지

를 선도하기 위한 ‘보건·의료 분야 친환경 경영 확산’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식에는 안산병원 등 11개

병원장을 비롯해 윤성규 환경부 장관, 김용주 한국환

경산업기술원장이 참여했다. 안산병원은 자발적 환경

경영을 위해 LED 전구 교체, 변기 절수 밸브 설치 등

을 구축하고 병원 특성에 맞는 환경 경영 실천 과제를

선정해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산재보험 시행 50주년 기념 사회 공헌 활동 실시

산재보험제도 시행

50주년을 맞아 춘천

지사, 태백지사, 영월

지사, 태백병원 직원

으로 구성된 약 30명

의 ‘강원 지역 메디컬 사회봉사단’은 7월 22일 태백병

원에서 태백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족에 대한 무료 검진과 법률 지원 상담을 실시했다.

또한 안산병원과 안산지사는 7월 20일 직업환경의학

과장과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30여 명의 직원이 참여

해 외국인 근로자와 국내 체류 고려인 동포 등 100여

명을 대상으로 ‘외국인 근로자와 소외 계층을 위한 무

료 진료’를 실시했다.

찾아가는 산재보험 교육 실시

근로복지공단(이사장

이재갑)은 지난 6월

12일 천안여자상업고

등학교를 시작으로

총 8개 특성화 고등

학교에 재학 중인 3200여 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산재보험 교육’을 실시했다. 공단 직원 중 자

발적 홍보 모임인 ‘꿈드림 홍보단’에서 진행을 맡았으

며, 근로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산재보험제도와 청

소년이 꼭 알아야 할 노동 관련 정보 등을 강의했다.

이 교육은 하반기에도 진행할 예정이며, 교육 신청 접

수는 홍보부(문의 052-704-7616)로 연락하면 된다.

산재보험 알면 선물 ‘펑펑’

산재보험 미가입 사업장에서 업무상 재

해가 발생하거나, 사업주가 산재 처리에

동의하지 않아도 산재보험으로 보상받

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리송하다면 눈

여겨볼 이벤트가 있다. 근로복지공단 페이스북 희망누

리(https://www.facebook.com/kcomwel)에서 9월

부터 11월까지 매월 1회씩 ‘산재보험 제대로 알기’ 퀴즈

이벤트를 진행한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둬

야 할 산재보험 관련 상식도 챙기고, 상품권 등 다양한

선물도 받을 수 있다.

희망 뉴스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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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우체국

제40218호

2014 09 + 10

2014 09 + 10 6 8 1 2 4 0

울산광역시 중구 종가로 340

근로복지공단 홍보부 희망나무 담당자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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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호 <희망나무>를 평가해주십시오(내용 구성과 편집 디자인을 종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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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9 + 10마

음을

치유

하는

힐링

2014 09 + 10

희망, 인문학에 묻다힐링의 어떤 방식에 대하여

명화 읽기 시시각각 변하는 빛으로 움직이는 세상 클로드 모네

the 행복

희망 발전소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의료수준 높이고 서비스 보강, 국민의 병원!

희망 지킴이 직장인 모여 만든 근로자 연극패 ‘청년’

the 나눔

감성 여행 50년 세월의 속삭임과 만나다울산 신화벽화마을

직장 처세술이직의 목적을 분명히 하라

the 공감

전기 기사이던 석창우 화백은 1984년 2만9000볼트짜리

고압선에 감전돼 양팔과 발가락 두 개를 잃었다.

그림을 그려달라는 네 살짜리 아들을 위해 처음으로 그림을

그린 그는 이후 동양의 서예와 서양의 크로키를 접목한

수묵 크로키를 고안해냈다. 지금까지 국내외 개인전 36회와

240회가 넘는 단체전,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시연을 포함해

139회에 걸쳐 시연했다. 그는 전기 기술자이던 당시에는

먹고살기 위해 일했지만, 이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게

돼 오히려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석창우 화백은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창조하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로 삶에 지친 많은 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과거는 참고 사항일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지금 진짜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세요.”

석창우 화백, ‘한국의 몸짓 58’, 69×35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