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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꽤 차다. 이맘 때면 항상 나베(전골)요리가 생각난다. 2015년 이제 정말 한달만을 남겨두고 있다.

매년 12월 이맘 때가 되면 한 해를 정리하기 보다는 한해를 후회하는 일들이 많은데 올 해는 유난히도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아무래도 막내 유리가 커가는 과정에서 정신이 없었는지 아니면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가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몰랐는지 내 삶의 타임라인이 채워져 갈 수록 일부의 시간들은 어디론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듯 사라져 버리는 느낌이다. 지인들이나 각종 모임으로 부터 “망년회”로 한해를 보내려고 하고 있고 그로 인해 늘어나는 음주량으로 아침마다 힘들어 하게 된다. 시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그런 시간을 숙취로 버려버리게 되는 아이러니한 것이 현실이 듯 12월에는 참 다양한 모습이 존재하는 것 같다. 마트에 갈 때면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을 줄 선물을 고민하게 되고 아이들이 적어 놓을 산타에게 줄 선물목록이 연말 지갑상황을 고려해 주길 바라게 된다. 하루에도 몇 번을 변하는 오키나와의 변덕스러운 날씨지만 가끔 흐린 하늘 사이로 파란하늘이 나오면서 뭉개 구름이 둥실 떠가는 하늘을 보고 있으면 아무런 생각없이 멍 때리고 싶어지는 마음처럼 12월을 그냥 망월(忘月)의 달로 보낼 수는 없을까.

역시 오키나와의 매력은 일년 내내 활짝 피어 있는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그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구워먹는 곱창은 고소하긴 한데 몸에는 무진장 나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나저나 순대국밥 먹고 싶다.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은 산타에게 자기가 원하는 선물을 편지로 쓰곤 하는데 이번에는 꽤 시간이 걸리고 있다. 불안하다

미군의 대형공군기가 하늘위를 날라 다니며 시끄럽게 한다. 수송기 같은데 저렇게도 나는구나 싶을 정도로 가깝다.

원루트의 오키나와 생활기7 DEC 2015 Okinawa Journal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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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편의점 와인을 참 많이 마신다. 편의점에서는 우리를 보면 좋아해야할지 싫어해야할지 고민할 듯 하다.

오토시라고 해서 이자카야에 앉으면 나오는 음식이 있는데 그걸 한사람당 200엔씩 받는 건 아니라고 본다. 동의 없이.

자매끼리 잘 놀아서 다행이다. 물론 싸우기도 하지만 같은 걸 가지고 같이 놀 수 있다니 정말 다행이다.

공원을 운동삼아 산책하는데 나뭇잎같이 생긴 벌레가 있다. 아들녀석에게 물어보니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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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속의 국제카니발11월말에 열렸던 오키나와 국제카니발2015, 국제라는 이름이 들어간 이벤트 속에 진정한 국제가 있는 것일까?

미군정에 의해 27년간 통치를 받았던 옛 오키나와. 그후에도 미군기지가 남아있게 되면서 미군들에 의해 이국적인 모습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는 오키나와시. 그 오키나와시의 큰 이벤트 가운데 하나인 “오키나와 국제 카니발”이 지난 11월말에 열렸다. 연례 행사

중에 가장 많은 미군들이 참가를 하는 “줄다리기”에서 부터 남미계 사람들이나 문화가 중심이 되어 이뤄지는 “퍼레이드” 등이 메인인 국제카니발 이벤트. 그러나 사실상 가만히 보면 동네 지역주민만의 축제에 국한된 다소 제한적인 모습이 너무 많은 것 같게 느껴진다. 예산 규모가 어느정도 인지는 모르겠지만 게이트 거리의 차량을 전면 통제하면서 진행을 하는 축제 치고는 사람이 너무 적고 매년 똑같이 치뤄지는 프로그램이 너무나 식상하다. 심지어 국

제카니발이 있는지도 모르는 오키나와시민들도 많아 홍보력도 상당히 부족한 것 같다. 이벤트의 경제적인 효과나 이국적인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이벤트의 의미보다는 그냥 예산이 책정되어 있으니 그 예산을 써야만 하기에 여는 그런 축제인 듯 느낌이 강하다. 최근 몇 해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은 오키나와시는 점점 울타리를 치려고 하는 것 같아 왠지 아쉽게 느껴진다.

MUSIX 2015

올해 국제카니발과 게이트2 페스타와 같이 연계해서 열린 오키나와 국제아시아 음악제 MUSIX는 정말 실망이 크다. 국제와 아시아라는 것을 함께 쓰는 이상한 이름도 그렇지만 이름과도 어울리지 않은 “대만” 팀들만 주구장창 불러오고 이벤트 당일의 며칠 전이 되어야 프로그램이 알려지는 등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음악제가 이렇게 흐지부지 되는 것 같아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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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와리(水割り) 물에 술 탄듯 술에 물 탄듯. 일본에서 소주나 아와모리를 먹는 방식중의 하나가 얼음을 넣고 술을 부어 거기에 물을 타서 먹는 미즈와리라고 하는 방식이 있다.

처음 오키나와에 여행을 와서 와이프 친구들과 만나 아와모리를 마실 때가 기억난다. 25도가 되는 술인데 얼음을 넣고 거기에 술을 절반도 안되게 부은다음 또 다시 물을 넣어 희석시켜 마시는 그 술이 밍밍하고 물 같아서 왜이리 맛없게 느껴지던지… 결국 와이프 친구들에게 물 같다고 하면서 그냥 물 없이 스트레이트로 마셨다가 그날 집에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없었던 흑역사가 있다. 대부분 한국사람들은 술에 물을 타서 먹는 것이 익숙해 져 있지 않기 때문에 오키나와에서 미즈와리를 거부, 결국 술자리가 끝날 무렵에는 단기 기억상실증에 이르는 사람들을 많이 봐온 지금의 나로서는 점점 술 보다는 물의 양이 더 늘어나고 있다. 아마도 먹고 죽자 스타일의 한국과는 달리 천천히 마시며 오래가기에는 딱인 미즈와리 스타일이지만 때론 차가운 얼음과 술을 의외로 많이 마시게 만들어 주기에 한때에는 온더락으로 물은 빼고 마셨던 적이 있었다. 물론 바로 후회하고 다시 미즈와리로 돌아왔지만 아무래도 그 동네의 로컬룰이 존재하는 이유는 있을 것이다. 물론 아와모리나 일본소주의 경우 술의 종류에 따라 물을 희석시켜 마시기 보다 온더락으로 먹거나 그냥 작은 잔에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이 더 맛있는 술들이 있다. 요즘에는 아와모리 보다는 미야자키의 술인 고구마소주를 많이 마시고 있다. 물론 스트레이트, 온더락, 미즈와리의 마시는 방식과는 관계 없이 적당한 음주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요즘 처럼 술자리가 많은 망년의 시기가 되면 미즈와리의 물 과 술의 양 조차도 신경쓰게 된다. [雜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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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악사.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스트리트 뮤지션들을 보면 여러가지 감정이 생기게 된다. 남을 위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일까 나를 위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일까….거리에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산타복장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번 크리스마스도 춥지 않고 반발을 입고 보냈으면 좋겠다. 오래간만에 동갑내기 친구와 같이 라이브 하우스 JET를 찾았다. 형님 보다는 삼촌 뻘의 아저씨들의 공연. 정말 언제나 보고 들어도 멋진 라이브 음악이다. ROCK한 토요일 밤을 만끽했던 그런 날이었다. 요즘 하루 걸러 하루 술을 마시게 되는 것 같다. 덕분에 나의 배는 남산만큼 나오려고 한다. 아니 나온 게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이번 주말에는 금주를 하고 운동 중심의 건전한 시간을 선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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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와 만난지 13년이 된 날을 기념해 모처럼 런치 데이트를 했다.

2002년 11월28일 와이프와 중국 소주의 번화가에 있는 이탈리안 식당에서 저녁 약속을 하고 식사를 하며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서로의 마음이 맞아 사귀기 시작한지 13년이 지났다. 모처럼 분위기도 낼 겸해서 시유랑 유나를 처제에게 부탁을 하고 막내 유리만 데리고 점심을 먹으로 갔다. 우리가 고른 메뉴는 대만음식점의 “시

아오롱빠오”. 중국에 있을때 자주 가던 집이 있었는데 그 가게에 들어서니 그 때의 간장

냄새와 시아오롱빠오가 구워지는 그 냄새가 풍겼다. 모처럼 10년도 넘은 그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기에 좋은 시간이었다. 그곳에서 시아오롱빠오를 먹어본 다른 한국분들은 맛이 없다고 실망했다고 하는데 나랑 와이프는 왜 그리도 맛있던지…. 점심 식사 후 차탄에 가서 커피 한잔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며진 아메리칸 빌리지를 거닐면서 모처럼 여유있는 데이트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시유랑 유나

에게는 미안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엄마와 아빠만의 데이트 시간을 허락해 다오. 아니 아이들을 맡아 준 처제에게 감사!!

Okinawa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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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쌀쌀해 지니 녀석들이 번갈아 가면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시유가 열이 나고 기침을 해서 삼일을 유치원을 못가고 쉬더니 다음으로 유나가 열이난다. 둘이 병원에 갔다가 오니 이제는 유리가 열이난다. 지금은 셋 모두 괜찮아졌지만 이번 한주 아이들의 열과 씨름을 했던 시간이었다. 자식들이 아프지 말아다오. 플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