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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D MAGAZINE 2013. 05.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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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Magazine of PSPD, 05/2013, no.198PSPD, People's Solidarity for Participatory Democ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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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PSPD MAGAZINE 2013. 05. (198)
Page 2: PSPD MAGAZINE 2013. 05. (198)
Page 3: PSPD MAGAZINE 2013. 05. (198)

2013 5

정전 60주년,

그동안 우리는

같은 평화를 이야기하며

얼마나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atopy의 작업 노트

특집

케네디가 2013년 한반도에 던지는 함의

전쟁과 평화? 전쟁과 전쟁!

뿌리 깊은 냉전 구조, 한반도를 삼키다

박정은

정희진

장용훈

09

12

15

지금, 평화를 이야기하자

아담 스미스와 공감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작은 것도 치열하다 - 1997~작은권리찾기운동

지식채널e, 시처럼 다큐처럼 소외를 말하다 - 김진혁 PD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 박형민 회원

여야 합의로 시대에 역행하기

어린이에게 민주주의를!

공감과 행동 - 이달의 참여연대

내 휴대전화 가입 정보가 경찰, 검찰에?

경상남도 진주의료원 사태, 대한민국 공공의료의 현주소

텔레토비가 여의도에 떴다!

국회를 시민의 놀이터로!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 우리 가족부터 함께 모아요!

노래만큼 좋은 세상 만들기

사진으로 그리는 어머니, 아버지

별을 보며 잠드는 갖가지 방법, 캠핑

도시여자의 산골 표류기 - 복수편

참여연대 회계보고와 살림살이

참여연대에 날개를 달아주세요

김균

임종진

이태호

차병직

박유안

호모아줌마데스

정태인

김정인

이태호

신미지

송윤정

신미지

송윤정

시민참여팀

이진선

홍의표

박태근

이명석

도시여자

이송희

오유진

여는글

창그림

아참

참여연대史

통인

만남

경제

역사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시민참여

시민참여

시민참여

읽자

놀자

살림

투명회계

튼튼날개

040607

18

2428

3234

3842434445464951

525456

5860

알림

기획

사람

칼럼

살맛

통인뉴스

지구를 사랑하는 참여사회는

본문에 재생 종이를 사용하고

표지에 코팅을 하지 않았습니다.

본문용지 미색 중질지,

반무광 80g/m2,

표지용지 백색 모조지 180g/m2

Page 4: PSPD MAGAZINE 2013. 05. (198)

여는글

다들 아시겠지만 올해 우리 참여연대의 활동 좌표는 ‘공감, 그리고 행동’이다. 이 슬로건에는 우

리 시민들이 살아가는 구체적 삶의 고민과 아픔을 늘 공감하면서 함께하고 나아가 우리 삶의 조

건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 행동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참여연대의 각오가 담겨있다. 그런데 흥

미롭게도 아담 스미스 『도덕감정론』의 중심개념도 바로 이 ‘공감’이라는 개념이다.

학부에서 경제학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데, 그 수업에서 두세 주 정도 아담 스미스를 다룬다.

스미스의 『국부론』이 근대경제학의 출발점이고 또 이기심과 경쟁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작동

시키는 기본원리임을 처음 제대로 밝힌 것도 『국부론』이니 스미스는 중요하게 다룰 수밖에 없

다. 시장경쟁을 광신도처럼 맹신하는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사상적 원천도 부분적으로는 『국부

론』과 맞닿는다. 신자유주의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국부론』을 알아야 하는 것이

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내 수업에서는 스미스가 중요한데, 『국부론』을 쓴 경제학자 아담 스

미스가 그전에 『도덕감정론』도 썼다는 사실 앞에서 학생들은 약간 불편해 한다. 『도덕감정론』은

도덕률이란 무엇인가를 따지는 고상하고 도도한 도덕철학 영역의 저술인 반면, 『국부론』은 세

속 저자거리의 먹고사는 문제를 따지는 이른 바 ‘부자되세요’ 차원의 저술이기 때문이다. 스미

스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이 『국부론』과 『도덕감정론』 간의 괴리 내지는 비일관성 문제는 오래된,

그러나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문제이다.

아담 스미스와공감김균

경제학자. 현재 고려대 교수이자 참여연대 공

동대표. 노년이 지척인데 아직도, 고쳐야 할 것

이 수두룩한 미완의 삶에 끌려 다니고 있음. 북

한산과 도봉산 사이 동네에서 살고 있음.

4 2013 5

Page 5: PSPD MAGAZINE 2013. 05. (198)

『도덕감정론』에서 스미스가 도덕률을 도출할 때 사용하는 개념적 장치는 이른바 ‘공감의 원리’

이다. 공감을 뜻하는 영어 ‘sympathy’는 ‘함께’를 뜻하는 ‘sym’과 ‘감정’ 또는 ‘고통’을 의미하는

‘pathy’의 합성어이다. 즉 ‘감정을 함께 한다’는 뜻으로 공감共感 또는 동감同感 정도가 적절한 번역

일 것이다. 스미스는 공감이 인간의 본성 중 하나라고 본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에게는 다른 사

람들과 감정을 함께 나누는 능력이 날 때부터 주어져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공감을 설명하는

데 꽤 공을 들인다. 다른 사람이 가슴앓이를 하면 나도 같이 전염되어 슬퍼진다. 그가 기쁘면 나

도 덩달아 기뻐진다. 공감은 일종의 동료애fellow feeling인 셈이다. 공감 능력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

물에게도 확장된다. 동물에게도 동료애를 느낀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

덕여진다. 어쩌면 공감의 가장 완전한 형태는 사랑이리라. 얼마 전에 크게 사회문제가 되었던

사이코패스psychopath는 공감 능력이 생리적으로 결여된 사람을 말한다. 태생적으로 다른 사람과

의 감정 공유가 차단된 사이코패스는 아픈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아픔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해

서 이해할 수는 있지만 감정적으로 그 아픔을 함께 느끼지는 못한다.

다소간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긴 하지만 스미스는 이 공감에 기초해서 양심과 자비심의 도덕률

을 이끌어낸다. 누구에게나 공감 능력이 있기 때문에 나는 만일 내가 어떤 한 행동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의 공감과 인정을

얻는 방향으로 내 행동을 자제하게 된다. 이러한 타인의 인정과 평가가 내재화되어 내 행위를

규율할 때 그것이 곧 양심, 즉 내 ‘가슴 속의 재판관’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이제 스미스의 『국

부론』을 이 『도덕감정론』과 함께 놓고 읽어보면, 『국부론』의 시장은 타인과의 공감을 차단한 채

무자비하게 일방적인 경쟁 효율성만을 맹종하는 사이코패스의 세계가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

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공정 경쟁의 세계, 즉 요즘의 경제민주화 개념과도 양립 가능한 따뜻

한 시장세계로 이해해야 옳을 것이다.

이처럼 스미스 세계의 중심에는 ‘공감’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리라. 다른 사람과

의 공감과 유대에 뿌리내린 삶이 올바른 삶이자 좋은 삶이 아닐까. 이런 의미에서 올해 참여연

대의 ‘공감, 그리고 행동’이라는 활동 좌표는 공동체적 삶에 대한 성숙한 성찰에서 나온 슬로건

이며 그래서 그 울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5참여사회

Page 6: PSPD MAGAZINE 2013. 05. (198)

6 2013 5

창그림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어차피 홀로 피었다 다시 홀로 지는 것이

사람꽃의 일생 아닐런지요.

그래도 여럿이 얽히고 다시 얽혀

살아내는 것 또한 사람꽃의 일생이니

어느 뉘 손 하나 잡고 걷다보면

외로움도 허전함도 가라앉겠지요.

당신

오늘 외로우신지요.

뉘 먼저 손 내밀어주려나 기다릴 일 없이

내 손 내밀 누구 없나 주위 한번 살펴보면 어떨런지요.

혹시 모르지요.

두 눈 말똥말똥 뜬 채 망설이고 있는 사람꽃 한 송이

빙그레 웃어주며 맞아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어서 고개를 돌려 보시지요.

Page 7: PSPD MAGAZINE 2013. 05. (198)

7참여사회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아.참.5월입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7천만 명이나 되는 인구가 살고 있는 조그만 땅 덩어리, 한반도를 둘러

싸고 살벌한 위협과 무력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교적 잘 버텨왔던 개성공단도 사실상 폐쇄되고

말았습니다. 위기, 전쟁, 안보, 도발, 억지, 타격 같은 언어들이 신문지면을 가득 채웁니다. 하지만 남이

든 북이든, 미국이든 누구 하나 굴복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참여사회 5월호 <특집>에서는 군대

의 언어, 안보의 논리, 힘자랑하는 남성의 발상 대신 7천만 명 목숨을 좀 더 소중하고 섬세하게 다루는

다른 방법이 없는지 둘러보았습니다.

<참여연대 20년 20장면>은 현재의 민생희망본부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작은권리찾기운동의 대표적

인 사례들을 살펴봤습니다. 사실 시민의 권리를 찾는데 작은 것과 큰 것이 따로 있겠습니까만 굳이 ‘작은

권리’라는 이름으로 캠페인을 시작한 까닭은, 본디 민주주의가 멀고 큰 무언가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에

서 시작되고 완성된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되새기고자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값진 실험

들에 대한 차병직 변호사의 예리한 비판적 평가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이번 호 <통인>은 EBS 김진혁 PD를 만났습니다. 8년여 동안 방영한 <지식채널e>가 1000회를 맞았을 뿐

더러 8권의 단행본이 합산 100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그의 DNA속에는 아마도 소외된 사람들

에 대한 어떤 종류의 감수성이 각인된 것 같습니다. 5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시청자에게 깊이 있는 정보

와 상상력을 동시에 제공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자료를 ‘넓고 깊고 집요하게 파헤치는 그의 근성도 돋보

입니다.

<만남>은 광주에 사는 박형민 회원을 만나고 왔습니다. 꽃이며 농작물을 틔워내는 씨앗을 판매하는 것

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 회원이 자신의 삶에서 무엇을 뿌리고 키워서 열매를 맺고 있는지 만나보시지요.

월간 『참여사회』가 7월이면 지령 200호를 맞습니다. 200호에서는 『참여사회』와 함께한 독자들의 이야기

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참여사회와 관련된 독자들의 사연, 맘에 드는 참여사회를 들고 있는

인증샷, 당신이 모든 참여사회 컬렉션……, 어떤 것이어도 좋습니다. 작은 선물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통인동에서, 편집위원장

Page 8: PSPD MAGAZINE 2013. 05. (198)

특집

지금,

전쟁을 준비해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튼튼한 안보 태세가 번영을 보장한다고,

신병 훈련소 화장실에

초등학교 복도에

지하철 광고판에 적혀 있습니다.

안보의 이름으로 북한은 핵무장에 나서고

안보의 이름으로 남한의 하늘엔 핵폭격기가 날아옵니다.

무기의 그늘에서 정작 평화는 질식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평화에게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여기서, 평화를, 전쟁이 아닌 평화를 이야기합시다.

평화를 이야기하자

Page 9: PSPD MAGAZINE 2013. 05. (198)

참여사회 9

2013년 한반도에서 떠올린 케네디의 제안

1963년 6월, 당시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아메리칸 대

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고 절박하지만 한 귀로 흘려듣곤

하는 ‘세계 평화’에 대해 말하겠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케

네디는 인간이 조성한 핵전쟁의 위기 앞에서 ‘평화는 실

현 불가능하고,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패배주의적인 생각

과 태도를 바꾸자고 말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소련의

태도 변화가 있기 전까지 세계 평화나 군비축소 주장이

쓸모없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소련과 냉전에 대한 그 동

안의 ‘자신’들의 태도를 되돌아보자고 말했다.

케네디는 1961년, 1962년 베를린과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인들에게 소련에 대한 강력한 임전 태세의 연

설을 하면서 핵전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

겨주었던 장본인이었다. 핵전쟁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감

이 극에 달해 있었고, 핵무기 축적을 우려하거나 군비축

소를 말하면 무책임한 이상주의자로 비웃음을 샀던 냉전

시대였다. 미 정치권과 군부는 전쟁 끝에 미국인 두 명과

소련인 한 명이 남게 되면 그것이 곧 ‘이기는 것’이라는

자기 파괴적인 대결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고, 소련의 군

사적 능력을 과장하며 군비증강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날 연설에서 케네디는 “한 쪽의 의심이 상대방의 또

다른 의심을 낳고, 새로운 무기가 또 다른 대응 무기를

만들어내는 위험한 악순환에 갇혀”있는 두 나라가 “이 땅

에서 살 만한 가치가 있도록 하고, 아이들을 위해 더 나

은 삶을 가꾸고 희망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평화”에 초

점을 맞추자고 선언했다. 그리고 워싱턴과 모스크바 사

이의 핫라인 설치, 전면적인 군비축소를 향한 협상 재개

와 핵실험 금지 조약을 만들기 위한 조치들을 열거했다.

위기의 극단에서 케네디는 적대와 갈등이 반복되는 궤도

에서 벗어나는, 전쟁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제시했다. 안타깝게도 그 해 케네디가 사망하고 난 후 핵

무기에 대한 숭배와 군비경쟁의 관성은 고삐가 풀린 채

기나긴 냉전을 거쳐 테러와의 전쟁이 벌어지는 지금까지

도 지속되고 있다.

2013년 지금 케네디를 떠올리는 것은, 50년 전 평화로

가는 새로운 길을 호소하게 했던 당시의 전쟁 위기가 바

로 한반도에서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오랫동

안 파국의 궤도에서 벗어날 줄 모르고 서로 마주보고 맹

렬히 달리고 있다. 서로가 위기를 부추기는 자신의 행위

는 돌아보지 않고 상대방의 변화를 강제하려고 한다. 그

캐네디가 2013년 한반도에 던지는 함의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자발적 야근을 하며 일에 푹 빠져 살다가, 재미있게 살기로 관심 이동 중.

5월 산자락 계곡 걷기와 참여연대 사람들을 좋아함.

Page 10: PSPD MAGAZINE 2013. 05. (198)

2013 510

리고 상대를 변화시키지 못하는데도 자신의 태도를 고집

한다. 도대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일단 멈추고, 상

대와 자신의 태도를 들여다보고, 방향을 전환해야 할 때

이다.

궤도 전환 없이 달려온 폭주 기관차 한-미-북

북한의 로켓 발사와 핵실험, 대북 제재와 반발, 그리고 군

사적 대치 구도는 오랫동안 단련된 시민들에게는 익숙한

갈등의 반복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2013년 북미 간 대

립의 실상은 대단히 위태로운 것이었다. 미국은 키 리졸

브-독수리 훈련 기간 중에 북한에게 보란 듯이 핵전력을

총동원해 무력시위에 나섰다. 얼마 전 미국의 한 유력 언

론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전쟁 게임 시나리오, 일명 ‘플

레이북playbook’에 따른 것이다. 괌에서 B-52 전략폭격기가

출격해 한반도 상공에서 비행 훈련을 했다. B-52는 일본

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던 커티스 르메이가 지휘했던 전략

공군사령부의 핵

심으로, 일본 비키

니섬에 수소폭탄을

투하했고, 베트남

과 이라크에 엄청난 폭탄을 쏟아 부었던 ‘죽음의 폭격기’

다. 북한의 지하 시설과 같은 목표물을 겨냥한 지표 관통

형 핵폭탄을 탑재한 스텔스 B-2 폭격기도 미 본토에서

출격하여 군산 앞 직도사격장에서 훈련탄을 투하하기도

했다. F-22 스텔스 전투기가 날아들었고, 핵잠수함과 이

지스함까지 동원되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핵공격 계획

을 2001년부터 핵태세검토(NPR)와 ‘개념계획 8022’을 통

해 발전시켜 왔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채 북한을 순식간에 초토화시

킬 수 미국의 핵폭격기들이 한반도 상공을 드나드는 것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북한

은 괌, 하와이, 미 본토 공군기지를 중장거리 미사일로 타

격하겠다며 응전의 태세를 갖추었다. 평양주재 외교관의

철수를 권고하는 등 북한발發 핵전쟁 발언이 쏟아져 나왔

다. 그리고 과거 핵무기를 포기했던 리비아의 최후를 상

기하면서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분명

히 했다. 핵실험을 한 북한을 제재하고 핵포기를 압박하

려는 한국과 미국의 의도와는 달리 핵무기에 대한 북의

집착은 더 강해졌다.

남과 북도 자기 억제 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공세적이었

다. 북은 키 리졸브 훈련이 실시되기 전에 한국의 대북 제

재 참여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하며 정전협정 백지

화, 판문점 대표부 활동 중지, 유엔사와 북한군 간의 직

통 전화 차단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도발 원점 타

격은 물론 ‘선제 타격’ 의사를 숨기지 않았던 한국군

은 북의 도발 시 “그 지휘 세력까지 강력하고 단호하

게 응징할 것(2013. 3. 6, 합참)”이라고 응수했다. 개성

공단 인원의 억류 가능성, 상황 발생시 '미 특수부대 투

입' 등의 발언까지 더해졌다. 정부의 대화 제의는 거

Page 11: PSPD MAGAZINE 2013. 05. (198)

11참여사회

부되었고, 북은 대화를

하려면 대결 자세부터

버리라고 요구했다.

60년간 반복된 실패,

새로운 길이 필요한 이유

한반도에 핵전쟁 위기가

조성된 것은 이번이 처

음이 아니다. 그러나 과

거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는 우리가 마주한 현실

은 참혹하다. 핵위협이 또 다른 핵위협을 낳고, 군비경쟁

이 그 자체로 위기를 불러오는 상황에서 애초 무엇이 원

인이고 결과인지 규명하고, 누구의 탓인지 논쟁하는 것

은 한가해 보인다. 분명한 것은 핵폐기를 압박하기 위한

군사적 위협이나 제재가 핵폐기의 문턱을 더 높이고 있

고, 한반도는 언제든지 전쟁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에도 유지되던 개성공단마

저 끝내 폐쇄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막대한 피해도 문제

이지만, 공단 조성으로 후방으로 물러선 북한군을 다시

제자리로 불러오는 일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2000년 남북공동선언 등으로 남북관계의

질적 전환을 추구했던 김대중 정부 이래로 한국 정부는

군비증강과 한미동맹 재조정 등을 통해 안보국가의 성격

을 한층 강화해왔다.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핵무기고를

늘리고 있는 북한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서로 안보국가

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남북관계로 진입한

듯 했던 남과 북은 쉽게 적대 관계로 돌아섰다. 미국과

소련이 그러했듯이 그 중심에는 강하고 우세한 군사력이

국가 관계를 결정한다고 믿는 소위 ‘현실주의자’들의 비

현실적인 집착이 있다. 이들은

갈등 관계에 있는 국가 관계에

서 물리적 억제만이 평화를 유

지해준다고 믿는다. 따라서 이

들에게는 군사적 태세가 가장

중요하며, 군사적 우세는 절대

적 수준이어야 한다. 화해와

교류협력과 같은 공동의 이익

이나 무력 사용 배제, 흡수통

일 배제 등은 상대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것이거나 현실

을 모르는 주장으로 치부한다. 지금 한반도 위기를 조장

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그러하다.

다시 케네디로 돌아와서, 편집증적인 적대감과 군비증강

을 거부하고, 상대방과 공동으로 추구할 수 있는 평화를

생각하고,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

면 한 발짝도 새로운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부침을 거

듭하면서 전쟁 위협에 시달리는 현 상태에서 결코 벗어

날 수 없다. 군비증강을 하더라도 국가안보는 늘 위험에

처해 있을 것이다. 역내 군비경쟁과 군사적 갈등도 지속

될 것이다. 벌써 퇴행적인 핵무장론이나 전작권 환수 연

기론이 제기되고 있고, 대량 무기 구매와 주한미군에 대

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내부

적으로는 외부의 위협을 이유로 민주주의, 인권에 대한

제약을 정당화하는 억압적 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는 60년 이상 반복되어 온 이 궤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껏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 새로운 상상력이

지금보다 더 필요한 때가 있었던가.

Page 12: PSPD MAGAZINE 2013. 05. (198)

12 2013 5

전쟁 불감증의 합리성

전쟁과 평화. 이는 특정 소수 집단이 역사를 정의하는 방

식이다. 평균적 민초에게 삶은, ‘전쟁과 평화’가 아니라

‘전쟁과 위기 조장·전쟁 준비 상태’로 나뉜다. 나는 이

글에서 현재 한국 사회에서 ‘실제 전쟁’ 혹은 ‘먹고 사는

전쟁’이 국가 간 전쟁의 공포를 어떻게 ‘진압’ 하는지를 세

가지 차원에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냉전의 붕괴가 아니라 새로운 전

쟁의 신호탄이었다. 우리의 이른바 ‘87년 체제’도 절차적

민주화의 진전이라기보다는, 한국 경제가 글로벌 자본주

의로 급속히 편입되는 과정의 다른 표현이었다. 국내의

빈부 격차는 심화되고 삼성, 박찬호, 싸이 같은 ‘일부 한

국’이 한국을 대표하는 체제, 과거 청산 같은 민주화 작업

은 신자유주의의 확산을 눈가림하는 데 본의 아니게(?)

유용되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신자유주의 좌파’로

불렸던 상황은 모순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이었다.

살인적인 경쟁과 양극화 체제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전쟁을 새롭게 실감하고 정의하게 되었다. 전후 세대에

게 전쟁은 겪어본 바 없는 일이고, 더구나 현대전에서는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는 터라, 일단 ‘평화 시’에

전쟁과 평화? 전쟁과 전쟁!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저자

여성학, 평화학 연구자. 다多학제적 관점의 공부와 글쓰기를 지향한다. 기존

의 논쟁 구도를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하는데 관심이 있다. 선한 사람 혹은

강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기보다 약한 사람임에 감사한다. 불안정한 사람

의 마음을 사랑하며 이것이 평화정치학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Page 13: PSPD MAGAZINE 2013. 05. (198)

먹고 사는 고통이 더 큰 전쟁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뉴욕타임즈>는 최근 한국 사회의 전쟁 불감증을 보도했

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국가 간 전쟁에는 불감증일지

모르지만 일상의 전쟁에는 신경쇠약 직전이다.

개인적으로 내게 평화는 슬픔의 시간차가 없는 이별,

즉 지구 동시 멸망이기 때문에 전쟁이 나더라도 고통의

시간이 짧기를 바랄 뿐, 걱정이 없다. 그래서 나는 북미

간 대립과 상호 협박보다, 민주당의 차별금지법 발의 철

회나 같은 당 민홍철 의원이 군대 내 동성 성행위를 범죄

로 확정하는 군형법을 발의하는 현실에, ‘더 큰 전쟁’ 스

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내게도 “전쟁 나면 회사 안 가니 좋다”, “수능도

안 보겠지”라는 시민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반북이나 반

미에 대한 반응도 별로 없다. 마치 전쟁을 고달픈 일상으

로부터의 해방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남편이 돌아오자 진짜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로써 푸코와 클라우제비츠의 대립은 푸코의 KO승이

다. 야전 출신의 출중한 지도자 클라우제비츠는, 평생 총

한번 안 잡아 봤을 지식인에게 전쟁(개념)에서 졌다. 주

지하다시피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의 전통적 견해를 견지

했다. 즉, 클라우제비츠에게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

치의 지속, 진정한 정치적 도구,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

의 추구이다. 푸코는 이를 간단히 뒤집었다. 푸코에게는

정치가 전쟁의 연장이다. 한 마디로, 일상이 전쟁이라는

13참여사회

푸코의 개념은 ‘전쟁<정치’이고, 현실을 잘 모르는 ‘현실

정치’ 세력이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은 ‘전쟁>정치’라고

보는 것이다. 시비를 가릴 필요가 없다. 이미 전쟁 불감

증으로 진실은 증명되었다.

여성은 실체적 범주가 아니라 정치적 개념이다. 이 글

에서 여성은 양성 중 하나가 아니라 건강 약자, 노인, 장

애인 등을 아우르는 타자의 상징이다. 위 ‘여성’, 즉 ‘비非

남성’들이 ‘평화 시’ 겪는 (성)폭력, 감금 상태의 성매매,

인신매매, 가정 폭력의 현실을 고려하면 ‘여성’은 기존의

전쟁 개념에 대한 가장 급진적인 전복 세력일 것이다. 특

히 가정 폭력은 살과 피가 튀는 가장 오래된 그리고 영원

히 멈추지 않을 테러이다.

여성 입장에서 전쟁과 평화의 구분에 의문을 제기한

대표적인 텍스트는 독일 영화 <독일, 창백한 어머니>다.

뉴 저먼 시네마의 대표작이자 각종 예술 영화제의 단골

상영작으로 영화사적으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헬마 잔더

스-브람스 감독은 2차 대전 당시 자신과 어머니에게 일

어났던 일을 1980년에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전쟁이 모든 것을 파괴한다면, 유적지만이 아

니라 가부장제도 파괴한다. 아내는 전쟁 동안 남편의 폭

력과 속박으로부터 벗어난다. 피난길에 군인들에게 윤

간을 당하지만 피해자를 비난하는 커뮤니티가 없고 딸이

위로해주기 때문에, ‘평화 시’ 성폭행 경험과 다르다. 보

통 때 성폭력은 그 자체보다도 이에 대한 남성 중심적인

해석이 더 큰 폭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비극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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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013 5

이 끝나고 가족들이 집에 모이자마자 시작된다. 영화의

마지막 대사는, “남편이 돌아오자 진짜 전쟁이 시작되었

다”이다. 영화에서 ‘집’은 가부장제를 상징하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거리는 ‘해방구’다. 물론 전쟁이 낫다는 이야기

가 아니다. 이 영화는 세상 모든 약자의 입장에서 전쟁과

평화의 구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국 경찰과 군인은 엉뚱한 일을 한다

한국 남성의 술 문화는 유별나다. 일상과 술 문화는 거

의 동일한 영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는 음주

문화에 지나치게 관대하다. 이로 인한 타인에 대한 무례

나 사회적 물의, 범죄 행위에는 더욱 관대하다. 말할 것

도 없이, 그 ‘관대함’의 대표적 피해 영역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술만 마시면 아내를 구타하든, 성폭력을 하든,

공공장소에서 용변을 보든 정상참작情狀參酌이 된다. 심지

어 정상참작이라는 단어 자체에 술을 붓는다는 뜻의 ‘작

酌’이 포함되어있다.

얼마 전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었다. 일부(?) 경찰은 과

중한 성매매 단속에 고생하면서도 여론, 남성 손님, 판매

여성, 업주로부터 각각 다른 내용의 비난과 의심에 시달

린다. “선진국은 야간에 할 일이 없다. 야간에 취객이 적

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취객에 시달리지 않으니 다른 일

을 할 여유가 생긴다”는 경찰의 하소연은 어디서 들어본

듯하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시위 진압에 병력이 동

원되면서 연쇄 살인 성폭행 사건

의 용의자를 눈앞에서 놓치는 장면의 기시감이다.

위 두 사례는 남성의 문제 때문에 남성이 남성을 단속

하느라, 국가 권력(‘남성’)이 국민(‘여성’)을 보호하지 못하

는 현실을 보여준다. 한국사에서 남성과 국가는 보호자

역할을 한 적이 없다. 여성을 지키기는커녕 외세에 협상

물로 내세워왔다. 고려시대 조공이었던 ‘환향녀’, 현대사

의 ‘군 위안부’, 기생 관광, 기지촌 성매매가 모두 그러한

역사이다.

그런데 한국의 남성 문화는 보호자 역할을 못한 것을

미안해하기보다는 오히려 여성에게 화풀이를 하고 위로

를 요구한다. 이를 ‘식민지 남성성’이라고 하는데, 이상의

<날개>에서부터 최근 김기덕의 영화까지 근현대사 전반

을 특징짓는 사회 문화적 현상이다.

경찰이 약한 국민을 괴롭히는 못된 국민으로부터 보호

하는 내부 치안을, 군대가 국민을 위협하는 외국으로부

터 안보를 책임진다는 이론은 서구적이며 허구적이다.

몇 년간 격렬했던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에서 경

찰은 영하의 날씨에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았다. 촛불

시위, 대추리, 매향리, 강정마을……. 우리나라 경찰은

누구를 보호하려고 누구와 전쟁을 하고 있는가. 평화 시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과 국가 안보를 담당한다는 군대의

역할 분담의 붕괴는, 전쟁과 평화의 경계가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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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참여사회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의혹 속에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에도 합의를 이뤘다. 한반도에서 대화를 통해 합의

를 만들어내는 외교의 시대가 열리게 된 셈이다. 물론 합

의가 제대로 이행될 국제적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상황

에서 남북 간 합의는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두 바퀴

1993년 남한의 김영삼 대통령,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

당선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

다. 김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의 선구자이고 클린턴 대통

령은 민주당 출신이었음에도 한반도 외교는 교착 국면에

빠지고 말았다. 1992년 북한의 영변 재처리 시설 가동과

플루토늄 추출 의혹이 제기되고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찰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국제적 긴장이 고조됐다. 김영삼 정부는 핵

을 가진 자와는 손을 잡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클린

턴 정부는 핵무기 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근간을 유

지하기 위해 북한을 몰아붙였다. 1994년 봄 북한의 핵개

발 의혹에서 시작된 위기는 미국의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론까지 제기되면서 한반도 정세를 짓눌렀다. 일촉즉

한반도의 냉전과 ‘외교’의 역사

세계적 차원의 냉전 구조의 해체에도 한반도는 지난 20

여 년간 여전히 냉전 구조의 질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

다. 북미 간 적대관계는 여전하고 핵문제는 그 속에서 위

력을 키웠으며 남북관계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여전히 한반도 냉전의 위력은 한민족의 평화로운 삶을

가로막고 있다.

한반도에서 ‘관계’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외교 행위가 시

작된 것은 노태우 정부로부터 출발한다. 이른바 노태우

정부의 대표적 성과인 북방정책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북

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이다. 시발점은 서울 올

림픽이 열린 1988년에 나온 7·7선언이다. 노태우 대통

령은 북한과 무역 증진 및 인도적 차원의 접촉 등 6개항

의 대북 제안을 발표했다. 또 북한이 미국, 일본과 관계

개선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제안이 나오고

미국 정부는 서울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인 1988

년 12월 베이징 국제클럽에서 열린 북미대화를 필두로

북한과 34차례의 회의를 가졌다. 남북 간에는 노태우 정

부 때 국무총리를 수석대표로 하는 고위급회담이 열려

남북 간 대장전으로 불리는 ‘기본합의서’가 체결됐다. 또

뿌리 깊은 냉전 구조, 한반도를 삼키다

장용훈 연합뉴스 북한부 차장

1994년부터 북한 및 통일 문제만을 취재해온 전문기자. 북한 김정은 후계자

내정 소식을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취재해 보도함으로써 관훈언론상, 올해

의 기자상, 삼성언론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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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의 위기 상황에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특사 자

격으로 북한을 방문하면서 한반도에서 외교 프로세스가

재개될 수 있었다. 카터 전 대통령의 중재로 남북한은 정

상회담 개최에 합의했으며 북미 양측은 지난한 양자대화

를 거쳐 북한의 핵 포기와 국제사회의 경수로 발전소 제공

을 골자로 하는 북미 기본합의를 체결했다. 한반도 외교의

부활이 합의를 만들어 낸 셈이다.

그러나 합의 체결을 주도한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1994

년 7월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하면서 한반도 외교는 주

춤했다. 김 주석에 대한 조문 문제를 계기로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북미 간 기본합의는 경수로 발전소 제

공을 위한 국제적 컨소시엄 구성 등 비교적 순항했다. 하

지만 한반도 문제 해결의 두 바퀴 중 한 바퀴가 어긋나면

서 불협화음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위기 속에서도 진전되어온 남북관계

한반도 상황의 최대 전환점은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과 클

린턴 대통령의 연임으로 평화 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발

을 내딛는 1998년 이후다. 김 대통령은 남북화해협력정책

을 대북정책으로 내세웠고 남북 간 정치 관계가 풀리지 않

았음에도 금강산 관광사업과 각급 교류협력정책을 통해 북

한에 화해의 노크를 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화

해협력정책을 지지했고 한미 공조를 통해 ‘페리 프로세스’

라는 대북정책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책의 추진

은 2000년 그 결실을 맺는다. 한반도에서 분단 반세기만에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

원장이 손을 맞잡았고 6·15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남북 간

협력에 더욱 속도를 내면서 북한에 대한 비료 및 식량 지원

이 이뤄졌고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사업, 개성공단사

업 등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미국 정부도 북한과 적극적

인 대화에 들어갔다.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을 필두

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했고 조명

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했다. 북미 양측

은 미사일 협상에 주력했고 타결을 앞두고 클린턴 대통령

의 평양 방문까지 추진됐지만 결국 두 가지 모두 성사시키

지 못한 채 퇴임했다.

미국에서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2002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의혹이 불거졌

지만 김대중 정부와 뒤이은 노무현 정부는 미국을 설득하

고 북한과 협상을 이어가면서 남북관계를 조금씩 진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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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참여사회

켰다. 한국 정부는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중국과 협력하고

북한을 설득하면서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을 만들었

고 2·13합의와 10·3합의를 도출했다. 부시 정부의 강경

한 대북 입장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가동시켰고 경의

선을 개통했으며 2007년에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10·4선언도 만들어냈다.

다시 찾아온 위기, 해법은 ‘한반도 평화’

하지만 한국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한반도

는 다시 위기에 빠져들었다. 금강산 관광사업과 대북지원

은 중단됐고 회담다운 회담이 열리지 못한 채 남북한의 대

결이 이어졌다.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하는 6자회담은 제대

로 열리지도 못했다. ‘퍼주기’라고 비난해온 대북지원사업

과 협력 사업이 중단됐고,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연평도 포격도발 등을 이어가면서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부

각했다. 북한은 한국, 미국과의 대화 대신 중국과의 외교

에 집중했으며 남북 간 교류 대신 북중 경제협력에 주력했

다. 한반도는 다시 위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갑작스레 사망한 뒤 북한의 정치권력

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이어졌다. 이후 북한

은 2012년 4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장거리 로켓을 발사

했고 2013년 2월에는 제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국제사회

는 북한의 잘못된 행위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결의

로 응답했다. 북한의 거친 언사가 이어지면서 2013년 봄,

한반도 위기가 재연됐다. 핵무기를 투하할 수 있는 미국의

B-52, B-2 전폭기가 한반도 상공에 출현했고 북한은 핵

전쟁 위협을 가했으며 결국 남북관계의 유일한 통로였던

개성공단의 기계소리는 멈추고 말았다.

20년이 넘는 지난 세월 동안 한반도는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전쟁의 위기도 있었고 화해의 훈훈한 분위기도 있었

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의 역할이다. 노태

우 정부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한국 정부는 한반도 문

제 논의의 주도권을 쥐고 우리의 이익을 고려할 수 있었

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적어도 위기는 없었다. 하지만 우

리가 주도권을 놓고 방관하는 사이에 위기는 우리도 모르

게 한반도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주도권은 우리가 한

반도의 평화라는 개념을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을 때에만

보장될 수 있었다.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이 순간, 과거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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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도 치열하다 1997~ 작은권리찾기운동

참여연대 20년 20장면

Scene #09

서울지방법원은 2002년 1월 17일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가 조계종 천은사를 상대로 제기한 문화

재 관람료 부당이득 반환 소송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천은사는 이에 불복했지

만 대법원은 2002년 8월 13일, 상고를 기각했다. 사찰의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고 절 앞을 지나갈 뿐인데도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 합동징수제도는 부당하다는 이유였다.

참여연대 초기에는 권력감시운동에 주력하면서 언뜻 시민들에게 참여연대의 활동이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이 있었다. 보다 가볍고 쉽게 시민의 일상에 다가서 서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

는 사업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다. 그리하여 1997년 3월에 출발한 기구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였다.

* 위 판결문은 『참여사회』용 편집본임.

대 법 원

제 1 부

판 결

사건 2002다12338 부당이득금

원고,피상고인 전동일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누리

피고, 상고인 대한불교조계종 천은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원심판결 서울지방법원 2002. 1. 17. 선고 2001나20560 판결

판결선고 2002. 8. 13.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고등법원 판결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금 1,000원 및 이에 대

하여 2000. 7. 7.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소

송총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 편집자 주)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재판장 대법관 서성

대법관 배기원

주심 대법관 박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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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참여사회

“피고는 원고에게 천 원을 지급하라.”

2002년 1월 17일 오전, 서울지방법원은 이렇게 간단한

선고를 했다. 원고는 당시 27세의 전동일, 피고는 대한불

교조계종의 천은사였다. 신라 흥덕왕 3년이던 828년에 인

도의 승려 덕운이 절을 하나 창건하고는, 앞뜰에 솟아난

샘물이 사람의 정신을 맑게 한다고 하여 감로사라 불렀

다. 세월이 흘러 임진왜란 이후에 그 샘가에 구렁이가 자

주 출몰했는데, 승려가 그 구렁이를 잡아 죽이자 샘은 저

절로 말라 사라졌다. 그때부터 샘이 숨어버렸다는 의미로

천은사泉隱寺라 하게 됐다.

천 원의 권리

2000년 4월 30일, 참여연대 회원이던 전동일은 진형우,

안진걸과 함께 자동차를 몰고 천은사로 봄 나들이를 갔

다. 매표소에 도착하자 매표원은 1인당 2천 원의 입장료

를 요구했다. 국립공원 입장료 천 원에, 그 일대의 문화재

관람료가 천 원이었다. 세 젊은이는 문화재는 구경할 생

각이 없으므로 천 원씩만 내겠다고 우겼지만, 통하지 않

았다. 몇 차례 옥신각신하던 끝에 할 수 없이 2천 원씩 내

고 경내 도로로 들어섰다. 대신 입장권은 잘 챙겼다. 관광

을 기념하여 청춘의 앨범에 붙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

당하게 징수한 문화재 관람료를 돌려달라는 소송에 증거

로 사용할 의도였다. 그들의 목적은 지리산 기슭의 꽃구

경이 아니었다. 이미 흩어져버린 벚꽃의 잎처럼 무심한

사람의 눈에는 얼른 띄지 않는 작은 권리를 찾기 위해서

였다.

861번 지방도로는 구례와 남원의 산내면을 연결한다.

구례 쪽에서 출발하면 지리산 서쪽 기슭인 방광리에 자리

잡은 천은사 일주문을 통과하여 경내 일부를 거친 다음

북쪽의 남원 실상사까지 이른다. 그 일대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구역일 뿐만 아니라, 천은사는 본사인 인근의 화

엄사와 함께 국보를 비롯한 다수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

다. 그런데 국립공원관리공단과 문화재 소유자인 천은사

는 서로 협의하여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통

합하여 받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등산이나 산책을 즐기

려던 사람들 사이에 조금씩 의문과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

작했다. “왜 내 의사와 관계없이 항상 일률적으로 2천 원

을 내야 하나?”

입장료와 관람료는 자연공원법과 문화재보호법의 규정

에 따라 징수할 수 있다. 법제도로 일부 주체의 경제적 이

익을 보장하고 있어 그것을 공공재로 향유하는 개인에게

는 부담을 주고, 그 범위 내에서 권력관계를 형성한다. 따

연재 순서

#01 봄은 주총의 계절이었던 시절 - 1997 소액주주운동

#02 법원 하나를 날려버린 고발장 - 1998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03 거리의 신화, 시민불복종 - 2000 낙천낙선운동

#04 호루라기를 나눠 드립니다 - 1994~공익제보자 지원 운동

#05 “비가 싫어질 수도 있겠구나”

- 2004, 2010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캠페인

#06 어느 문패에 대한 20년의 명상 - 1994 참여연대 창립선언문

#07 ‘올리브’가 서쪽으로 가서는 안 되는 까닭

- 2003~2008 이라크 파병 반대 운동

#08 깃발의 상상력 - 1인시위

#09 작은 것도 치열하다 - 1997~ 작은권리찾기운동 월간 『참여사회』는 참여연대 창립 20주년이 되는 2014년까지 참여연대가 이루

어낸 의미있는 성과들을 소개하는 <참여연대 20년, 20장면>을 연재합니다. 참

여연대 창립 멤버인 차병직 전 집행위원장(변호사)이 참여연대 활동 기록과 관

련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집필합니다. 이번호에서는 일상에서 침해당하는 시민

의 작은 권리들을 지키기 위해 펼쳐진 작은권리찾기운동의 활동 사례들을 짚

어봅니다.

글 차병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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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13 5

라서 언제나 시민의 눈으로 그 징수의 내용과 절차가 합

당한지 살펴야 한다. 이미 설악산 신흥사에서도 문제가

됐던 입장료와 관람료 논쟁은 천은사에서 재연돼 참여연

대로 가져왔고, 이상훈과 하승수 두 변호사가 맡아 1심에

서는 패했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작은 권리도 소중하다

한때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미국

에서 활동한 독일의 경제학자 에른스트 F. 슈마허가 1973

년에 쓴 책의 제목이었는데, 훗날 세계인들의 입에 오르

내리는 구호가 됐다. 욕망과 과도한 경쟁을 억제하여 평

화를 도모하는 인간 중심의 경제 구조의 해답은 작은 규

모에 있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었다. 따라서 성급한 사람

들로 하여금 작은 것은 자유롭고, 창조적이고, 효과적이

며, 편하고, 즐겁고, 영원하다는 식의 이상적 꿈에 젖어

들게 만들었다.

참여연대의 작은권리찾기운동이 그런 영향을 받은 것

은 아니다. 권력감시 운동에 주력하면서 언뜻 시민들에게

참여연대 활동이 국가적 틀에 저항하는 투쟁적이고 대규

모적이며, 거시적인 데다 정치적이어서 딱딱한 느낌을 주

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이 있었다. 보다 가볍고 쉽게 시민

의 일상에 다가서 서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사

업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다. 그리하여 1997년 3월에 출발

한 기구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였다.

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치려면 먼저 시민들이 생활 속에

서 느끼는 불편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야 했다. 그런

다음 그 불편함이 자신의 불운이나 주변 환경에 닥친 우

연성의 결과가 아니라, 부당한 권리를 침해한 결과라는

인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바로잡아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

을 깨닫게 해야 했다. 그래서 먼저 시작한 것이 시민들의

소리를 직접 듣는 상담이었다.

먼저 <한겨레21>과 공동으로 ‘작은 권리를 찾자’는 캠페

인을 벌였다. 일상에서 침해당하고도 무시되기 일쑤인 작

은 권리를 발굴하여 매주 두 개의 사례를 지면에 소개했

다. 기사를 읽은 시민들은 제보를 했고, 운동본부는 그들

의 권리 구제에 나섰으며, 도움을 받은 피해자들은 자원

봉사자로 나서 또 새로운 작은 권리와 피해자를 찾아 나

섰다. 시사 주간지를 매체로 한 홍보 효과는 기대에 부응

2000년 3월 7일, 작은권리찾기 제1회 시민마당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 합동 징수 이대로 좋은가’가 열렸다. 당시 참석한 스님들은 자리를 잡고 앉아 활동가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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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참여사회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는 1997년 3월 26일 한강로 빌딩 3층에서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후 시민들의 생활 속에 불편·부당한 관행을 고쳐가는 생활 제도 개선, 생활 인권 운동을 펼쳐나갔다.

하였는데, 1997년 5월에 시작한 지상 캠페인은 그해 연말

까지 40회 동안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사립고교 학내 비

리를 안고 참여연대의 문을 두드린 국어 교사 신정아는

자원활동가로 일하다 끝내 학교에 사표를 내고 작은 권리

찾기운동본부로 와서 간사가 되어 기존의 장소영과 함께

맹활약했다.

1999년에는 방송을 통한 캠페인을 펼쳤다. 작은권리찾

기운동에 관심을 가진 MBC 정찬형 PD와 협의하여 그가

연출하던 라디오 인기 프로 <여성시대>에 코너를 마련했

는데, 김칠준, 이상훈, 최영동 변호사와 박원석이 돌아가

며 출연했다. 방송 진행자 양희은, 김승현이 노련한 말솜

씨로 시민의 억울한 사연을 소개하면 작은권리찾기운동

본부에서 나간 게스트가 해결책을 제시했다. 방송을 타기

시작하자 작은 권리를 찾기 위한 사람들의 전화가 빗발치

듯 했고, 참여연대 사무실에 급히 설치한 10대의 상담전

화 벨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찾아야 할 작은 권리들이 도처에 있었다

1998년 12월 7일 아침 출근 시간, 당산역을 출발한 지하

철 2호선 제2105호 열차가 강남역에서 고장으로 멈췄다.

지하철공사 역무원들은 급히 승객 전원을 내리게 하였고,

뒤따라 오던 다음 열차가 고장 난 열차를 밀고 역삼역으

로 가다 연결기 완충장치 파손으로 2호선 운행이 전면 중

단됐다. 출근길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운행이

정상화될 때까지 약 2시간 동안 승객들은 불안 속에서 제

각기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50분까지 갇혀 있었다.

여느 때였더라면 곤욕을 치른 회사원은 일진이 사나운

날로 그날의 운세를 규정하고 사무실에 도착하여 동료들

에게 황당함과 공포감을 약간 과장하여 아침의 무용담을

떠들어댔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권리’라는 말을 들어본

깨어 있는 시민은 달랐다. 사당동에 사는 윤현영 씨를 비

롯한 19명은 참여연대를 찾았고, 하승수는 즉시 지하철공

사를 상대로 소장을 썼다. 1999년 6월 24일, 서울지방법

원 판사 김종필은 원고 1인당 10만 원씩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시민들의 상담과 제보를 통한 개별적 권리 구제에서 제

도 자체의 개선으로 운동은 확산됐다. 가장 대표적 사례

가 이동전화요금인하운동이었다. 처음에는 1999년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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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통신의 설비비 반환을 요구하는 캠페인으로 시작됐다.

새로운 가입 제도의 방식은 통신사의 이익과 편의만 앞세

운 것이었다. 1년 동안 싸움을 벌인 끝에 한국통신이 가

입비 10만 원을 6만 원으로 낮추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핸드폰이 급속히 보급됐지만, 기

본요금이나 통화료 같은 전화 요금의 합리성과 적정성에

대해서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 작은

권리찾기운동본부가 나섰는데, 시민들의 호응은 대단했

다. 2001년 여름, 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에 나

서자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갑남을녀는 줄을 지었다. 부산

의 권태호 씨는 “통화는 자유롭게, 요금은 부담 없이”라고

외쳤다. 서울 강남구의 민병두 씨는 “통화 품질은 개선하

고, 기본요금은 없애고, 통화료는 인하하라”고 요구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모으기 위해 당시 빅히트했던 영화

<친구>의 제작사였던 씨네라인투에 연락해서 장동건과

유오성의 스틸 사진 사용의 허락을 받아냈다. 스타의 사

진 아래 “마이 무따 아이가, 안 내리면 쳐들어 간다”란 카

피를 넣은 대형 현수막을 제작해 참여연대 건물 벽면에

걸었다. 책상을 들고 나가 인도에 설치한 서명대는 퇴근

시간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렸고, 안진걸이나 배신

정을 비롯한 담당 간사들은 제 시간에 집으로 갈 수가 없

었다. 서명운동은 100만 인을 목표로 9차례에 걸쳐 진행

됐으며, 그 모든 기록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전질보다

더 방대한 양으로 묶여 현재 참여연대 지하의 영구보관실

에 남아 있다.

김칠준 변호사가 사무실에서 얻은 안식년을 참여연대

에서 상근하는 데 쓰기로 하면서 작은권리찾기운동은 초

반에 힘을 얻었다. 아파트공동체연구소의 설립은 참신하

고 실질적 기능을 기대하게 하는 기획으로 뒤에 김남근

변호사가 사업을 이어받았고, 민변이나 환경운동연합과

연대하여 제기한 김포공항 소음 피해 소송은 세인의 관심

을 집중시켰을 뿐만 아니라 작은 권리가 모이면 얼마나

커다란 가치가 되는지 공익이란 개념을 실감하게 했다.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는 MBC 라디오와 함께한 캠페

인 결과를 정리해 『참여연대와 여성시대의 숨은 권리 찾

기』란 단행본을 펴냈다. 그 책에서 양희은은 “결국 참여연

대가 싸워야 할 대상은 무관심한 우리의 마음이다. 마음

이 바뀌면 나머지는 따라온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자신

20001년 여름, 휴대전화의 요금 인하 운동을 위해 참여연대 건물 벽면에 걸린 대형 현수막. 당시 빅히트했던 영화 <친구>를 활용하여 제작한 현수막은 그 자체로 기삿거리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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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이웃의 소중한 권리를 작고 보잘것없다는 이유로 무심

코 흘려버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그것이 바로 박원순

이 만든 ‘작은 권리’였다.

그 작은 책자에는 작은 권리들이 이름표를 달고 빼곡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이름표를 달고 들어올 새 권리

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차량이 훼손된 경우,

공사 소음에 시달리는 경우, 아파트 층간 소음 때문에 고

통을 당하는 경우, 가게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는

경우, 신문 구독을 끊고 싶은 경우, 패키지 여행을 떠났는

데 여행사가 부도난 경우, 114에서 전화번호를 잘못 알려

준 경우 …….

작은 권리 너머 찾아야 할 것

국가적 차원에서 권력 구조나 근본 제도 자체의 개혁을

통한 사회 변화는 누구에게도 힘에 부치는 거창한 기획

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반론과 예기하지 못한 장해에 부

딪혀 이루기가 극히 힘들다. 그럴 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눈앞의 과제를 잘게 나누는 방법이다. 작은 것이 큰 것보

다 해결하기가 쉬울 테니까. 그런 다음 작은 것들을 한데

모으면 큰 것이 되고, 저절로 세상은 원하는 대로 바뀐다

는 논리도 성립한다. 작은권리찾기운동이 그러한 환원주

의를 바탕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그

런 효과와 가능성을 느끼기에 이르렀다. 시민들의 권리에

대한 감수성이 확연히 달라지게 된 계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남는다. 온갖 권리를 찾아 사회 공

동체의 표면에 드러내는 작업이 혹시라도 백화점 검수실

의 물품 목록처럼 된 것은 아닐까. 시민이 일상의 불편에

서 자신의 권리적 성격을 발견하고, 그것을 타인의 권리

와 충돌하는 경계 지점에만 신경을 쓰는, 사적 영역에 한

정된 작은 권리를 이해하도록 부추긴 것은 아닐까. 저마

다의 자유와 권리는 그 고유의 독립한 가치보다 공동체의

목적에 지향하는 바가 포함돼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작은 권리를 사적 영역의 차원에서만 다루고 공공성과 같

은 공적 영역과의 관련성에 너무 눈을 감아버린 것은 아

닐까 하는 작은 두려움이 있다. 작은 권리가 소시민의 분

노와 시름을 한 순간 달래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구체화

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것은 20주년 이후 참

여연대의 과제이기도 하다.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는 민변이나 환경운동연합과 연대하여 김포공항의 신활주로 건설로 인해 소음 피해에 시달려온 주민 9,600여 명을 대리하여 국가와 김포공항공단을 상대로 원고 1인당 각

200만 원씩 총 192억 원의 사상 최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1, 2심에서 승소했다. 사진은 1999년 8월 27일에 개최한 김포공항 소음 피해 공익소송 주민 설명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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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

지식채널e,

시처럼 다큐처럼

소외를 말하다김진혁 PD

글 박유안 기웃기웃번역가

사진 박영록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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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지식채널e>가 4월 30일로 1,000회를 맞았다. 김진

혁 PD는 이 프로그램의 2005년 9월 첫 방송 이후 3년을

맡는 동안 수차례 화제의 중심에 섰고, 전례 없이 유명한

교육방송의 PD가 되었다. 반듯하고 야무진 서울 말투, 웃

음기 없는 표정, 단정한 외모. 이런 묘사만으로는 우리 사

회의 구석진 곳을 향하는 따뜻한 시선의 김진혁 PD를 다

말할 수 없다.

8년 간의 1000회

1000회 감회가 어떤가.

신기하다. 3년쯤 제작하다 2008년에 떠날 때는 제대로 유

지될까 걱정도 없지 않았는데, 시청자의 선택이라는 동력

덕분에 장수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교양 프로그램 관련 포

털 검색어 중 고정 1위다.

<지식채널e>는 여느 교양 프로그램들과는 많이 다르다.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채널을 돌리는 시간대에 시청자를 붙잡자는 데서 시작된

편성 기획이었다. 그리고 수능 채널 이미지를 벗고 교양

위주의 채널 인지도를 높이자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일

반적인 지식 자체의 전달보다는, 그 지식을 접한 사람들이

영감이나 지적 자극을 얻도록 하고 싶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적극적이었던 것 같다.

제작진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뜻밖의 반응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첫회인 ‘1초’ 편 피드백이 가장 당황스러웠다.

“우주의 시간 150억 년을 1년으로 축소할 때 인류가 역사

를 만들어간 시간은 1초”라는 게 맨 마지막의 자막이었다.

제작진은 인간의 교만함을 얘기하는 피드백이 많으리라

했는데, 뜻밖에도 “1초는 소중하니 참 열심히 살아야겠다”

는 반응이 많았다. ‘1초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직접 담았

다면, 그런 피드백이 없었을 거다. 또 뻔한 소리 한다고 했

겠지. 뜻밖이긴 하나 고무적인 출발이었다.

초기부터 반응이 좋았나보다.

2005년 9월에 첫 방송을 했는데, 2006년 초에 한국방송

프로듀서연합회에서 실험정신상을 탔다. 3개월 만에 상을

받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비교적 수월하게 자리를

잡은 편이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편이 있나.

조회 수, 댓글 수로는 ‘대한민국에서 초딩으로 산다는 것’

편이 1위였다. 교육 현실로 인해 아이들이 압박을 받고 자

살까지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안타

까워하는 어른들의 반응을 예상했는데, 그보다는 “저도 죽

고 싶어요”, “이해돼요”라는 초딩들의 반응이 밀려오니까,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 교육방송에 있으면서 직접적인

교육 아이템을 넘어서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싶었는데, 정

작 가장 민감한 부분에 대해 그런 반응들이 오니까, 내가

괜한 허세를 떤 건 아닌가, 내가 다루는 내용들을 정확하

게 얘기하고 있는 건가, 반성도 했다.

이후 <지식채널e>의 역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겠다.

대개의 프로그램이 6개월에서 1년이 지나면 시청자들이 그

프로를 인식하는 기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 무렵 <지

식채널e>는 생각에 자극을 주는 프로그램, 우리 사회의 소

외, 소외된 사람. 생각. 기억. 문화, 역사에 대해 계속 화두

를 던져보는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리를 잡았으니, 나아가 새로운 소외의 지점들을

찾아 더 깊고 넓게 파고드는 역할에 충실할 뿐이었다.

이 채널의 소통 법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애호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

시청자들의 해석 가능성을 열어두는 포맷도 크게 작용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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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그 이전까지의 계몽성 교양 프로그램과는 다른, 즉 “이

게 옳고 저게 틀렸다”고 못박아버리는 게 아닌, 뭔가 좀

더 세련된 걸 찾는 시청자들의 희망과 잘 맞았던 것 같다.

또 방송을 시작한 때가 IMF 이후 8년이 지나 양극화가 심

화된 시점이었다. 불안감, 공포, 두려움 등이 팽배한 상황

에서 소외 문제를 건드렸다는 것 또한 주효했다. 그런 게

<지식채널e>의 원동력인데, 거꾸로 얘기하면 지금도 사랑

받고 있다는 건 여전히 그런 상황이 유효함을 뜻한다고도

하겠다.

<지식채널e> 특유의 전달 방식도 신선했다.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임팩트를 주는 초반부, 반드시 등장

하는 반전, 처음을 보면 끝까지 붙어 있게 만드는 드라마

적 구성의 다큐, 흐름을 제시할 뿐 명확하지 않은 결말, 그

런 특징이 여느 다큐와는 달랐다. 또 하나를 들자면 감성

과 사실을 따로 떼지 않고 섞어서 표현하는데, 그래서 너

무 오버하지도 않고 너무 건조하지도 않다. 그것들을 자막

으로만 구성되는 형식적 특징과 잘 어울리게 만드는 데 주

력했다. 어떻게 보자면, 한 편의 시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게다가 길이가 딱 5분이다.

원래는 1~2분짜리로 만들려고 했는데, 그렇게 해선 흡인

력 있는 기승전결 구조를 만들 수가 없더라. 그래서 그 구

조에 맞게 5분으로 늘렸는데, 그랬더니 일반적인 대중 음

악 한 곡의 길이와 잘 맞아떨어지는 게 아닌가. 그런 우연

적 요소들도 많이 결합한 결과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광우병을 소재로 한 <17년 후> 편이 논란이 된 이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김 PD 개인도 유명해졌다. 그 후로 달라진 점이 있나.

나 자신은 한 명의 PD로서 변함이 없는데, 주위에서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그저 PD가 아니라 정치사회적 인사로

보는 것이다. 좋게 보든 나쁘게 보든 그런 이미지가 굳어

지니, 어떤 연출을 해도 사람들이 그런 이미지를 투영해서

본다는 점이 굉장한 부담이다. PD에게 그런 이미지는 장

점은 없고 단점이 되기만 한다.

최근 <다큐프라임-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가제)> 제작 중

돌연 수학교육팀으로 발령이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제강점기 동안 자행된 친일파의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

기 위하여 제헌국회에 설치되었던 특별기구인)반민족행

위특별조사위원회의 후손들을 다룬 내용인데, EBS 기획

다큐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뒤 1년 정도 추진되다가 중단

된 상황이다. 올해 들어 갑자기 사측에서 반민특위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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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음에 안 든다는 둥, 최고의 PD 김진혁이 수학교육팀

에 가서 그 팀을 강화해달라는 둥,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

더니, 명확한 이유 없이 발령이 났다. 내가 많이 찍히긴 찍

혔나 보다, 내가 SNS를 너무 심하게 했나, 그런 생각을 한

다. 또 정권 초기 언론 전반의 충성 경쟁 분위기 속에서 일

어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유를 모르겠다.

그런 이유를 파헤치는 것도 PD저널리즘의 역할 아니었나?

맞다. 그런데 그런 걸 잘 하시는 분들은 해직되어서 <뉴스

타파>에 가 있고, 현장의 동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다. 예

전 같으면 트위터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알려달라고도 했

는데, 이젠 이슈가 안 된다. 다들 너무 지쳐 있다.

유능한 인재를 필요로 한다는 수학교육팀에 가보니, 긴급

하게 해야 하는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나는 독립

유공자의 후손입니다(가제)>는 사측은 ‘보류’라 하지만 사

실상 중단 상태다. “정 그렇다면 후임이 마무리해서 방송

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김 PD의 요구이지만 “그럴 가능

성은 제로”인 것 또한 현실이다.

지식과 소외 사이

<지식채널e>는 정보를 간명하고도 깊이 있게 다룬다. 정보를 취

합하고 재구성해내는 노하우가 있나.

간단하다. ‘노가다’다. 자료 조사를 아주 넓게, 깊게, 집요

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거기에는 어떤 특별한 노하

우가 없다. 찜찜한 구석을 무시하지 않고 끝까지 해소해야

한다. 말 한마디를 하려면 엄청난 양의 자료를 찾아야 한

다. 다큐에는 담기는 내용과 담기지 못하는 내용이 발생하

는데, 담기지 못한 내용과도 상충하지 않도록 미리 조사해

서 고려해야 한다. 그러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

생각하고 자료 조사하고 기획하고 또 자료 찾고, 그러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이 <지식채널e>의 큰 장점이다.

<지식채널e>를 비롯한 그의 프로그램들이 말하는 많은 것

들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소외’다. 구청 단속에 맞서 분신

자살을 시도했던 ‘떡볶이 아저씨’, 실패한 독립유공자의 후

손으로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멀어지는 이중 소외를 겪는

반민특위, 모두 소외된 사람이고 소외된 역사다.

소외된 것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어렸을 때부터 소외에 대한 연민이 기질적으로 있었다. 그

러다가 2003년 <효도우미 0700> PD를 맡았을 때 충격을

많이 받았다. IMF로 사회안전망이 끊겼을 때였다. 전국

을 돌면서 그야말로 삶의 낭떠러지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는데,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인 사람이 많았다. 갈 때는

작가와 이야기도 하고 웃기도 하지만, 돌아올 때면 서울로

오는 차 안에서 서너 시간 내내 말 한 마디 안 하기 일쑤였

다. 처참한 광경을 보고 나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빈

병을 주워 하루에 800원을 벌면 그걸 네 군데로 나눠 쓰겠

다고 계획을 세우며 사는 독거노인, 한여름의 컨테이너 박

스에서 만난 지체장애 여성, 돌봐야 할 손자가 없었으면

틀림없이 자살했을 것 같은 노인…….

“PD에게 가장 행복한 건 프로그램이 뜨는 것”이라며, 그

걸 위해 SNS에서 티격태격하는 일마저도 자제하고 있다

는 김 PD. SNS의 재미보다는 일 욕심이 우선이라는 말인

데, 그는 지금 왜 그의 관심을 간절히 바라는 우리 사회 밑

바닥의 주인공들에게 가지 못하고 있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EBS 현관 입구 위를 가득

메운 대표 프로그램들 모자이크에 눈이 간다. 그런데 맙소

사, <지식채널e> 조각은 거기에 없다. 시청자들이 선택한

프로그램인데, EBS 사측은 무엇이 부담스러운 걸까.

박유안

‘바람구두’라는 출판사도 하고 있지만, 요즘은 연애, 여행, 혁명, 참선 등

일 아닌 다른 온갖 것들을 읽고 쓰고 옮기는 일에 더 재미가 좋다. “까칠

해도 친절하게”가 삶의 모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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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학교에 간 두 아들이 돌아오기 전, 막내딸 민정과 박형민 회원 부부.

이 부부는 아들 둘을 낳은 뒤 막내딸을 입양해서 키우고 있다.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박형민 회원

글 호모아줌마데스 애엄마

사진 송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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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온 손님을 위해 책상에는 과일 한 접시가 놓여 있

었다. 그러나 정작 내 눈은 과일 접시 밑의 세상에 가 닿

는다. 책상 위에는 그의 삶터가 ‘전라북도 전도’라는 이름

을 달고 작게 축소되어 접시를 떠받치고 있다. 그 한 장

의 지도로 인해 뚜렷해지는 나의 좌표. 그렇다, 여기는 광

주다. 그러나 지도를 아무리 노려봐도 실감은 잘 나지 않

는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에서 생

애 처음으로 떠난 출장과 한 번도 디뎌보지 못한 남도의

땅을 밟는 소회 사이에 잠시 머물러 있는데, 느닷없이 그

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 나 아직 질문 안 했는데? 그의

이야기보다 한발 늦게 켜진 녹음기에 녹음 중임을 알리는

램프의 붉은 빛이 들어온다. 순간, 내 머릿속을 떠다니던

단어들의 예사롭지 않은 조합. 이곳은 광주이고, 인터뷰

이가 사는 곳은 농성동이며, 돌아갈 때 탈 서울행 기차의

차량 번호는 518호였다.

씨앗 하나 : 진보와 정의라는 이름의 민주주의

첫 질문을 건넨 시점은 대화를 시작한 때로부터 5분이 훌

쩍 지나서였다.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박형민 회원은

낯선 이를 앞에 두고 자신의 인생을 요약해내고 있었다.

1996년 가을, 전남 보성에서 나고 자란 그는 전국을 떠돌

다 다시 고향 언저리로 돌아왔다. 그곳이 바로 광주였기에

스치듯 물었다, 5·18에 대한 기억이 있느냐고.

“그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제겐 직접적인 기억은

없어요. 북한의 지령을 받은 공비들이 광주에 나타났다고

전해 들었었죠. 어른이 되어 사실을 알게 된 후론 저도 어

쩔 수 없이 부채의식이 생기더군요.”

누군가에겐 역사가 되어 기록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

이 다른 누군가에겐 흉터처럼 남고, 때론 생생한 현실이

된다. 남도의 너른 들판을 덮고 있는 그 흉터가 그의 삶에

남긴 자국은 역사적 소명의식이라는 무거운 단어로 응축

되어 있었다.

“사회의식에 눈을 뜬 후 제 정체성은 사회주의에 있다

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에게도 향약과 두레라는

공동체적 모습이 있었어요. 지금처럼 이렇게 극과 극으로

치닫는 사회는 아니었던 거죠. 연대가 가능한 사회적 공

동체로 돌아가자는 것이 사회주의라고 할 수 있어요. 이

것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혁명을 비롯한 여러 가지 방법

이 존재할 텐데, 그중 사회민주주의는 노동조합이나 의회

정치를 통해서 민주적으로 접근하자는 것이에요.”

혁명이 도래하면 분연히 일어나 기꺼이 목숨까지 바칠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그가 사회민주주의를 꿈꾸는 이유

는 이렇다.

“2004년에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얻었습니다. 이제 지

하정당에 머물 것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나서라는 대중

의 뜻인 것이죠. 그런데 이런 국민의 명령을 과거 운동권

세력들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통합진보당 사태

도 그런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구요. 고민이 깊었죠. 이 난

관을 어떻게 뚫을 수 있을까. 저에게는 그 답이 바로 사회

민주주의였습니다.”

그는 현재 진보정의당 당원이다. 그 전에는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다. 진보정당 운동을 꾸준히 해왔던 그가 진보의

비전으로 제시하는 것이 바로 사회민주주의다.

“물론 경계할 것들도 있어요. 서유럽 사민주의는 지나

친 의회주의에 경도된 면도 있고 자본과의 비판 없는 결

탁으로 인해 신자유주의의 수렁에 빠지기도 했어요. 그래

서 우리는 영국 노동당이나 독일 사민당 식의 ‘사회적 경

제’ 보다는 노동과 복지 중심의 스웨덴식이 더 적합할 것

으로 봐요.”

지역의 당원들과 사민주의 공부 모임도 활발히 갖고 있

는 그다. 앞으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그 황량한 벌판에

그가 씨앗 하나를 들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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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13 5

씨앗 둘 : 죽음의 문턱을 넘어 다시 이웃들 곁으로

그는 작년 가을에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 그 병명 하나로

도 버거운데 혈소판증가증이라는 낯선 이름의 병마저 그

의 몫이란다.

“혈액암의 일종이에요. 뇌종양 수술을 준비하는 도중에

발견되었는데, 이 병으로 당장 생명이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치료법도 없는 상황이죠.”

다행히 뇌종양 수술은 잘 마무리 되었고 혈소판증가증

도 약을 먹으며 관리하고 있다. 처음의 혼란함에서 많이

벗어난 지금, 그의 목소리는 담담하기만 하다. 예후가 좋

다는 말에 안도하고 있을 때 인터뷰 내내 곁을 지키던 그

의 아내가 불쑥 목청을 높였다.

“이 사람이 수술 끝나고 나와서 처음 내뱉은 말이 뭔지

아세요? ‘하수관거’였어요.”

하수관거下水管渠? 사자성어인가? 무식의 바다에서 헤엄

치고 있는 내 앞에 그가 신문 스크랩 뭉치를 꺼내 놓는다.

“이 지역은 구도심이라 빗물과 오수가 따로 분리되지

않고 그냥 하천으로 빠지게 되어있어요. 그것을 바로 잡

기 위한 하수관거 공사가 시작되면서 문제가 생겼어요.

취지는 좋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그런 공사를 시작

하면서 주민에게 알리지도 않고 공청회도 안 하고 심지어

환경 조사도 없었어요. 그래서 공사가 시작된 이후 동네

여기저기에서 담이 무너지고 벽에 금이 가고 그 틈새로

물이 새고 전봇대가 기울어지는 일들이 발생했어요.”

당황한 주민들이 모여들었지만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조차 잡지 못했다.

“이웃 주민들 모두가 그저 평범한 생활인으로만 살아와

서 시청과 대기업에 맞설만한 조직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았죠. 그래도 저는 조금이나마 경험이 있었고요.”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그 책임을 지는데 그는 조금도 주

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열심히 싸웠다. 그러다 덜컥,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내가 없더라도 끝까지 싸워 건설 자본의 횡포를 막아달

라, 이게 그가 수술을 앞두고 나간 하수관거 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한 마지막 말이었다.

“한참 그런 일들을 벌여놓고 있던 중에 병원에 들어가

게 돼서 마음이 너무 무거웠어요. 그래서 그 말이 맨 먼저

튀어나왔나 봐요.”라며 그가 겸연쩍게 웃는다.

어쩌면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 길을 나서며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들은 아내와 어린 자식 셋, 동네의

가난한 이웃들, 후원을 하고 있는 보육원의 버려진 아이

들 그리고 이 땅의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을 등

뒤에 남겨두고 그 길을 어찌 갔을까. 지금 그의 행복은 이

들 모두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이 다시 주어졌다는 것,

오로지 그것 뿐이다.

씨앗 셋 : 가난이라는 씨앗을 심고

그가 내뱉는 무겁고 거친 단어들에만 휩쓸리면 자칫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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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참여사회

잘못 읽어낼 수도 있다. 그가 사용하는 많은 관념어들을

거두어내면 그 밑에는 온통 무른 것들 투성이다.

“20년간 일을 하면서 옮겨 다닌 직장만 17군데입니다.

예전에 성남에서 지낼 때 버스 운전을 했었어요. 없는 사

람들끼리 뭉치다보니 노조 활동도 하게 되고 노동법 등 관

련된 공부도 하고 그렇게 세상에 대해 하나하나 배워나갔

죠.”

당시 성남엔 빈민들이 많았다. 대부분 육체노동자들이

었고 하루하루 몸을 부딪쳐 연명하는 삶은 가난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사회민주주의, 건설 자본, 투쟁, 혁명 등의

거친 언어들은 그와 그의 가난한 이웃들의 헐벗은 삶을 일

컫는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학창시절 내내 공부를 곧잘 했어요. 그러고도 원하는

공부를 위해 대학을 가지 못한 것 또한 내 부모가 가난해

서였고……. 어렸을 땐 밭에서 일하다가, 시장에 오이를

팔러 나왔다가 흙이 잔뜩 묻은 차림새로 학교에 들르시곤

하던 어머니가 부끄럽기만 했어요.”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제 부모를 부끄러워했던 마음

이 되레 부끄러워질 무렵, 그는 세상을 보듬고 싶어졌다.

점심시간이면 까먹을 도시락이 없었고 새 옷이라곤 군 제

대 후 받은 잠바 하나가 전부였던 기억 속에서 그는 늘 남

들과는 다른 자신의 생을 놓고 고민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세상엔 가진 것 없는 이들이 더 많았다.

“저희 집 막내는 입양했어요. 젊은 시절부터 보육원에

활동을 다니며 입양을 꿈꾸었는데 그걸 이루기는 쉽지 않

았죠. 아이가 저희 집으로 오던 날 이젠 무겁고 답답했던

마음이 좀 가벼워지겠지 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지

금도 영애원이라는 보육원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는데, 그

아이들을 볼 때마다 힘드네요.”

참여연대 고리가 매달린 휴대전화로 한쪽에서 통화 중

인 그의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여러모로 팍팍했던

그의 인생에서 그의 아내는 봄비였을까. 씨앗을 준비하는

농부의 어깨를 조용히 적시며 겨우내 얼음에 갇힌 땅을 깨

우는 온기였을까.

광주의 한 허름한 골목에 봄비가 내리고 있다. 그 골목에

서 그는 ‘모든 씨앗’이란 간판을 걸고 씨앗을 파는 일을 한

다. 그러나 그가 하는 일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건강치

못한 몸으로 세상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남편과 그런 남

편을 말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선한 눈매의 아내는 오늘도

그 따스함으로 세상을 둘러보고 그늘진 자리를 보살피고,

밤이면 집으로 돌아가 가슴으로 세 아이를 안는다.

그러고도 지속되는 것들

참여연대에 가입한 이유 또한 세상에 대한 부채감 때문이

었다. 적은 돈이지만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면

죄부가 되길 기대했다는 그에게 참여연대에 바라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그저 미안하다”였다. 세상

모든 것들을 향해 미안하기만 한 그 마음을 세세히 헤아리

자면 분명 내 가슴까지 아려올 것이기에 나는 그저 그의

배웅을 받으며 묵묵히 돌아섰다.

무거운 이야기들을 싣고 서울로 돌아오며 어떻게 하면

재밌게 쓸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았다. 그러나 한없는 존재

의 가벼움 앞에 앙금처럼 밑으로 가라앉는 생의 무거움을

이야기해야 하는 순간도 있는 법이다. 은연 중에 이제 혁

명은 어렵게 된 것 아니냐고 말했던 그. 하지만 혁명이 어

려워진 이 세상은 여전히 균형추가 맞지 않고 더 많은 이

들이 누려야 할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에 애당초 도

달점이란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들 각자 자기만의 혁명을

내걸고 싸우는 삶은 여전히 가능하다.

그러므로 세상을 바꿀 그의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호모아줌마데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애 엄마. 2007년 참여연대 회원 가입과 동시에 자원

활동 시작.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백인보’ 코너에 비정규적으로 인터뷰

글을 쓰고 있음. 특기사항 : 합기도 빨간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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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여인’ 대처가 세상을

떴다. 그와 함께 신자유주의

시대를 연, 또 하나의 정치

인 레이건은 2004년에 이승

을 떠났고, 강력한 신자유주

의 이데올로기이자 노벨 경

제학상 수상자였던 하이에

크와 프리드먼은 각각 1992

년과 2006년에 눈을 감았

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의 물적 청산이

일어났다면 이제 인적 청산도 마무리된 것이다.

물론 세상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예컨대 시카고

의 루카스와 프레스콧은 여전히 꿋꿋하다. 그들은 “이론

(효율시장가설이나 실질경기이론과 같은 시장만능론)은

옳았지만 사람들이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했

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이들과 하이에크나 프리드먼은 급

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총수요 부족이라는 병에 신음하

는 경제에 긴축을 처방하는 돌팔이 경제학자와 정치가들

역시 여일하지만 궁색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위기의 한국 경제, 해법은?

지난 3월호에 제시한 실질생산성-임금에 관한 그림은 현

재 미국과 한국이 처한 위기

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생

산성 증가율보다 임금 증가

율이 낮으면 생산된 물건과

서비스는 국내에서 다 소비

될 수 없다. 이 격차를 미국

은 부채에 의해서, 한국은

수출과 부채에 의해서 메꿔

왔다. 부동산과 금융 거품이

꺼지면 더 이상 불가능한 해법이다. 유럽 역시 경쟁력이

낮은 그리스나 이탈리아, 스페인은 금융으로 수요 부족을

채웠다. 유로라는 단일 통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율이

불균형을 조정하지 못하고 국가가 빚내서 적자를 메꾸다

가 그예 재정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재정이 해야 할 일을

금융이 떠맡을 수는 없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우리 국민은

지난 대선에서 그 답을 제시했다. 보편복지와 경제민주

화, 이 둘은 모두 국내 총수요 부족을 메꾸는 방법이었다.

나아가서 지금 불고 있는 협동조합 열풍도 경제사회적 위

기를 얼마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난 3월호에서 미뤄 둔 해법을 요약해 보자(자세한 내

용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 작년에 출간한 『리

여야 합의로 시대에 역행하기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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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참여사회

셋 코리아』를 참조하시라). 우선 시장에서 임금이 올라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조

합의 권리 확대, 그리고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중소

기업 사회보험료 감면 등이다. 두 번째로 부자 증세에 의

한 보편복지의 확대는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비를 늘려서 총수요를 증가시킨다. 세 번째로 중소기업

의 생산성이 증가해서 절대다수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야

하는데 경제민주화는 그 전제조건이다. 특히 재벌의 하도

급 단가 인하를 규제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는 지역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일

자리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즉 내수 확대가 유일한 답이

다. 이미 작년부터 증명됐지만 이제 과거처럼 수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아니 마이너스만

아니라도 다행이다. 지난 50년간 되뇌어온 ‘수출만이 살

길’은 이제 폐쇄되었다.

전 세계로 시야를 넓힌다면 동아시아 국가들이 일제히

수요 확대 정책을 실행해서 세계경제의 숨을 터줘야 한다.

이미 5조 달러를 넘어선 동아시아의 외환보유를 공동으로

관리해서 여유분을 역내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기껏

일본까지 가세해서 환율전쟁이나 벌이고 있는 선진국들의

전략은 그야말로 ‘이웃 가난하게 만들기’일 뿐이다.

거꾸로 가는 정부와 여야

그런데 이게 뭔가? 정작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에 유권 해석을 내렸다.

경제민주화란 “어디를 내리치고 옥죄는 게 아니(고)…….

누구의 희망을 꺾자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내리치고 옥

죄어서 희망이 꺾일 주체는 물론 재벌이다. 박 대통령의

이어진 말은 그의 의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피부에 와

닿게 확실하게 규제를 풀어(야 하며) 그냥 찔끔찔끔해서

는 될 일이 아니다”. 격화되는 국제 경쟁 때문이란다. 그

에게 경제민주화란 재벌 규제가 아니라 경쟁적 규제 완화

인 것이다. 즉 그의 본령인 ‘줄푸세’로 돌아간 것이다.

민주통합당도 이에 질세라 화답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강령·정책분과 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경

제민주화가 반기업 정책으로 왜곡돼 여당의 공세에 말려

든 부분이 있다”며 이를 ‘기업 지원’으로 바꾸었고 “보편적

복지가 …… 당장 모든 부분에 무차별적인 복지를 펼친다

는 오해를 부른 부분이 있”다며 이를 ‘선순환 성장’으로 포

장했다. 나아가서 한미 FTA 재협상 당론도 폐기할 계획

이며 ‘촛불 민심’도 강령에서 삭제할 것이다. 이쯤 되면 박

근혜 대통령이 민주당 출신이라 해도 별로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기껏 정답을 제시해 주었는데도 이를 따르겠다

고 거듭 약속했던 여야는 선거가 끝난 지 6개월도 되지 않

아 다시 과거로 돌아간 것이다. 지난 30년을 풍미했던 신

자유주의는 이제 인적 청산까지 마쳤는데 한국은 다시 복

고 유행이 시작되었다. 정부는 재벌의 투자에 목을 매달

고 민주당은 유럽에서 이미 파산이 증명된 중도 타령이

다. 어이 할꼬! 진보정당들의 지리멸렬이 새삼 안타까운

봄이다.

정태인

한미FTA 등 통상정책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경제학

자. 요즘은 행동경제학과 진화심리학 등 인간이 협동할 조건과 협동을

촉진하는 정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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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류 최대의 기념일, 어린이날

어린이날은 130여 개 나라가 공통으로 기념하고 있는 인

류 최대의 기념일이다. 저 멀리 독일은 6월, 아르헨티나는

8월, 오스트레일리아와 유고슬라비아는 10월, 가까운 중

국과 북한은 6월 1일, 타이완과 홍콩은 4월 4일에 어린이

날을 기념한다. 한국과 일본은 5월 5일을 공휴일로 정하

고 성대한 어린이날 행사를 치른다. 어린이날이 세계적인

대축제일이 된 것은 1954년 유엔 총회의 결의에 따른 것

이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어린이날을 기념하기 훨씬 이전부

터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먼저 어린이

날을 기념했다. 4월 4일, 5월 5일, 6월 1일이라는 기념일

제정에도 각기 나름의 역사가 묻어나는 사연을 갖고 있

다. 가장 먼저 어린이날을 만들어 기념한 것은 1922년 식

민지 조선의 방정환이 이끌던 천도교소년회였다. 노동절

이기도 한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했다가 1927년에 5월

첫째 일요일로 바꿨다. 중국에서는 1930년대 국민당 정부

가 4월 4일을 아동절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일본에는 본

래 3월 3일은 여자 어린이날, 단오인 5월 5일은 남자 어린

이날로 삼아 전통 의례를 치르는 풍습을 갖고 있었다. 이

중 5월 5일을 1920년대 중반부터 아동애호데이로 기념하

기 시작했다.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중국 공산당 정부는

1949년 국제민주여성연맹이 나치 독일에 의해 강제 수용

되었다가 희생된 체코슬로바키아 리디츠마을 어린이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국제아동일(6월 1일)을 기념하고 있

다. 북한 역시 6월 1일을 국제아동절을 기념하고 있으나,

대륙으로부터 밀려난 국민당 정부의 타이완은 지금도 4월

4일을 아동절로 기념한다. 그리고 한국은 1946년부터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기념하고 있다.

어린이만이 행진 할 수 있었던 시절

무엇보다 나라 없는 조선인이 선구적으로 어린이날을 기

어린이에게 민주주의를!

김정인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 at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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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참여사회

념했다는 것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천도교소년회 주도

로 탄생한 어린이날은 이듬해인 1923년부터는 소년운동

단체들이 연합하여 대대적인 행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

해 어린이날 서울에 뿌려진 선전지가 무려 12만 장에 달

했다. 어린이날 행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1928년에

는 50만 명의 어린이가 참여하며 대성황을 이뤘다. ‘희망

을 살리자, 내일을 살리자’라는 간절한 구호를 앞세우고 1

만 명이 넘는 어린이가 서울 거리를 행진했다. 감히 어른

에게는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던 식민

지 현실에서 대낮에 어린이날 노래를 부르고 어린이 만세

를 외치며 거리를 누비는 어린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마

음은 아마도 뭉클했을 것이다. 어른들도 그 마음을 모아

어머니대회, 아버지대회 등의 집회를 열어 어린이날 행사

에 동참했다.

행진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붉은 글씨로 어

린이날이라고 쓴 띠를 어깨에 두르니 붉은 글씨가 불온하

다며 저지당했다. 무심결에 그 띠를 두르고 나갔다가 경

찰에게 빼앗기고 만 어린이도 있었다. 붉은 색의 깃발을

들고 가려다 불온하다는 이유로 행진을 금지당하기도 했

다. 이런 일을 겪으며 어린이들은 차츰 부당한 현실을 자

각하게 된다. 식민 독재 권력에 의해 집회와 결사의 자유,

바로 민주주의가 억압당하고 있다는 것을.

민주주의 새 세상의 동량이 되라

어린이날에 온 한반도를 해방구로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이가 바로 방정환이다. 그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하

고 강제적이고 위압적인 문화가 판을 친다”며 학교 교육

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이런 반민주적 교육과는 정

반대로 방정환이 꿈꾸던 교육은 어린이가 요구하는 것을

주고 어린이에게서 싹이 돋는 것을 북돋는 활동을 의미했

다. 어린이가 저희끼리 자유롭고 재미있게 기운껏 활활

뛰면서 자라도록 애정을 갖고 돌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방정환은 그런 교육은 학교라는 일본이 만든 식민지형 시

스템이 아니라 조선인 사회 안에 터를 잡고 있는 소년회

를 통해 가능하다고 보았다.

방정환은 자신이 이끄는 천도교소년회를 자유롭고 평

등한 인간을 길러내는 민주주의의 요람으로 키워나갔다.

어린 회원이지만, 집회와 회의에 참여하고 임원을 선거할

권리와 함께 피선거권이 공정하게 주어졌다. 또한 회원

상호 간에는 물론이요, 방정환과 같은 지도위원과 회원

간에도 반드시 경어를 사용하도록 했다. 자유롭고 평등한

분위기에서 높임말로 서로를 경애하고, 상부상조하며 함

께 모여 심신을 단련하는 실천 공동체를 만들고자 한 것

이다. 방정환이 그 민주주의 요람의 사회적 확산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갈 미래의 동량을 길러내고자 기획한

것이 바로 어린이날이었던 것이다.

방정환은 요절했고, 조선총독부는 어린이날 행사를 금

지했다. 그리고 1946년 어린이날이 부활했다. 허나, 민주

주의형 인간을 길러내고자 했던 방정환의 야심 찬 기획도

부활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당시 어떤 연고로 5월 5

일을 어린이날로 정했는지 지금도 알 도리가 없다. 우울

한 추측이지만, 조선인 사회가 경축하던 어린이날과 달리

일본과 조선총독부가 5월 5일을 아동애호데이로 기념하

던 궤적을 그대로 좇은 것은 아닌지 짐작할 뿐이다. 어린

이날 행사가 금지된 이후에도 아동애호데이는 1945년까

지 기념되었고, 이후 일본과 한국은 똑같이 5월 5일을 어

린이날로 기념하고 있다!

김정인

참여연대 창립 멤버, 현 참여연대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근현대사를

전공하였다. 한국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궤적을 좇는 작업과 함께 동아

시아사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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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호 사무처장이 보고합니다

공감과 행동 - 이달의 참여연대

● 내 휴대전화 가입 정보가 경찰, 검찰에?

수사기관에 개인정보 넘기고도 밝히지 않는 이통 3사에 손배 제기

● 경상남도 진주의료원 사태, 대한민국 공공의료의 현주소

● 텔레토비가 여의도에 떴다!

“남북 모두 총을 내리자” - 제3회 세계 군축 행동의 날 한국 행사 개최

● 국회를 시민의 놀이터로!

참여연대 봄나들이 ‘열려라 국회! 국회에서 놀자!’

●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 세상을 바꾸는 힘, 우리 가족부터 함께 모아요!

● 참여연대 회원 노래모임 ‘참좋다’와 함께하는

노래만큼 좋은 세상 만들기

참여연대는

무엇에 공감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까요?

통인뉴스가 전해드립니다.

✽‘공감 그리고 행동’은 참여연대의 2013년 슬로건입니다.

통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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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5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민행동과

전방위 민간외교에 발 벗고 나섰습니다

• 4월 들어 많은 시민들이 참여연대가 시민들의 평

화 의지를 모아내고 드러내는 데 역할을 해야 한

다고 제안해주셨습니다.

•북한에서도 제안(?) 비슷한 것이 왔습니다.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라는 단체가 4월 1일자로 우리 단체

에 팩스를 보내와 “지금이 ‘전시 상황’이니 ‘반미 대결전’에 함께 나서자”고 제안했습니다. 사무처

는 적법 절차에 따라 북측으로부터 팩스를 받은 사실을 통일부에 신고한 후, 남과 북의 사회단체

는 분쟁과 갈등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의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 4월 11일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종교계 대표자 50여 명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

어 한미 양국과 북한 당국에게 서로를 자극하는 군사적 위협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대화와

협력을 조건 없이 재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참석자들은 5월 중 ‘한반도 평화와 협력을 위

한 각계인사 연석회의(약칭 한반도평화연석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 한반도 평화를 촉진할 초당파적인 의원 그룹을 형성하는 일도 돕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핵군축과 비확산을 위한 국제의원네트워크(PNND) 한국 모임’의 간사 단체로서 여야 국회

의원 56명의 명의로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초정파적인 공동서한을 성안하는 작업을 도

왔습니다. 민주통합당 이미경 의원,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의 노력으로 완성된 이 공동서한

은 “미국과 북한이 과거 6자 회담 합의를 기초로 포괄적인 대화를 시작하라”고 제안하고 있

습니다. 여야 의원들의 이런 공조는 보기 드문 일입니다.

이태호 사무처장이 보고합니다

공감과 행동 - 이달의 참여연대

38

안녕하세요. 이태호 사무처장입니다.

지난 4월은 한마디로 잔인한 달이었습니다.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고, 사회적

인 갈등도 크게 고조되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미덥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참여연대 사무실은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분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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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사회

처장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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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

• 4월 15일에는 벚꽃 축제가 한창인 여의도에서 ‘남북 모두 총을 내리자’ 캠페인을 벌여 시민

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한겨레신문 4월 16일자 1면 참조). 15명의 국회의원들과 24

개 평화단체 회원들이 함께 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제3차 세계 군축 행동의 날(www.gdams.

org) 행사의 서울판이었는데, 이날 여의도 캠페인은 최근의 한반도 정세로 인해 국제적으로

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 참여연대는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이 되는 오는 7월 27일, 전 세계 도시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 행사(Global Day of Action to End Korean War)’를 개최하자고 국제

평화단체들에게 제안하고 있습니다.

국민 입막음 소송 남발 실태와

개인정보의 수사기관 유출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국정원 직원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

사 결과가 발표(4월 18일) 되었습니다. 행정감시센터

는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식 축소 수사라고 판단하여

이에 대해 강력히 비난하고 검찰의 철저 수사를 촉구

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 사건의 완벽한 진상 규명을

위한 압박을 결코 늦추지 않을 것입니다.

• 황교안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권을 오남용한 41명의 검사들의 명단을

전달하고 고위 검찰 간부 인사에서 배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편, 박근혜 정부가 검찰개

혁 방안으로 제시한 상설특별검사제 도입 방안에 비해 보다 독립적이고 강력한 고위직 비리

수사기구를 고안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 인터넷상에서 진실한 사실을 언급해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현행법(정보통신망법)의 독

소조항에 대해 공익법센터가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4월 4일). 센터는 또 공직자들이 정

부의 실정을 비판한 국민에 대해 명예훼손 혹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례들을 분석하여

<국민입막음 소송 남발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5월 2일).

• 공익법센터는 이용자들의 신상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수사기관에 제공해왔으면서도 그 현황에

대해 공개하기를 거부하고 있는 이동통신 3사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습니다(4월 15일).

39

Page 40: PSPD MAGAZINE 2013. 05.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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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

박근혜 정부 3개월 만에 희미해져만 가는

‘경제민주화’, 참여연대가 챙깁니다

• 한반도 상황 못지않게 국민들의 일상도 하루하루가 전쟁터 같습니다.

• 경제민주화 관련 이슈에 대해 전국 성인남녀 1,001명에게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공개했

습니다(4월 18일). 원혜영 의원, 김용익 의원이 이 일에 함께 했습니다. 조사결과, 부자증세

의견이 68.3%, 법인세 인상 의견이 69.2%, 중소기업·상인 적합업종제도 찬성 의견 68.1%,

대형마트 영업 시간 제한 의견이 85.8%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 71%는 진주의료원 폐원

에 반대하고 있었습니다.

• 4월 들어서자마자 정부가 4.1부동산 종합 대책이란 걸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 대책 속에 서

민 주거복지 대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주되게는 ‘양도세 중과 폐지’ 및 ‘취득세 감면’ 같

은 다주택자 위주 대책, ‘분양가 상한제 폐지’ 같은 건설업자들을 위한 대책이 ‘부동산 시장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미 과도한 대출로 힘겨워하고 있는 무

주택자들에게 주택담보대출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추가로 빚을 내 집을 사거나 전월세 자금

을 마련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방안을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가 속한 토지주

택공공성네트워크는 4월 9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판하고 서민을 위한 주거복지 정책

을 촉구하는 <4.1 부동산 종합대책에 대한 의견서>를 발표했습니다. (주택정책 관련 쟁점은

본지 4월호, ‘집보다 사람! 사람을 위한 주거정책은?’ 참조)

• 가계부채를 덜어주리라 기대했던 ‘국민행복기금’이 채권자인 금융기관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금융행복기금’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참여연대를 비롯한 서민금융

보호전국네트워크 단체들이 <행복기금 국민감시단>을 결성했습니다.

68.3%부자증세 찬성

69.2%법인세 인상 찬성

68.1%중소기업·상인 적합업종 제도 찬성

71%진주의료원 폐원 반대

85.8%대형마트 영업 시간제한 찬성

복지 노동 현안 긴급 여론 조사

Page 41: PSPD MAGAZINE 2013. 05. (198)

41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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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

• 휴대전화 요금 원가 정보를 공개하라며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참

여연대가 승소했습니다. 1심에 이어 이번 역시 원고일부승소 판결입니다.

• CJ 대한통운 목포지사의 7가지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라응

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불법·비리 행위를 눈감아 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세

청, 검찰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습니다.

• 쌍용차 노동자 대한문 분향소 강제철거 현장,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운동 현장, 골든브릿지

노조 파업 현장,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투쟁 현장, 그리고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공사 현장

에 찾아가 쫓겨나고 내몰리는 이들과 함께 비를 맞았습니다.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와 참여연대의 비전을 찾습니다

• <참여연대 20주년 성찰과 비전 위원회> 첫 회의가 4월 8일 열렸습

니다. 전현직 임원, 회원, 활동가 등 80여 명 규모로 구성된 이 위원

회는 창립 20주년을 맞는 2014년 9월까지 활동하면서 △참여연대

장기 발전 청사진을 마련하고 △참여연대 20년의 역사를 알기 쉽게

기록하며, △2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회원 행사를 입안하고 실행

할 예정입니다.

• 지난 4월 14일, 2007년 한미FTA 협정 체결 반대운동 과정에서 분신하신 故 허세욱 회원의

6주기 추모식을 모란공원에서 엄수했습니다.

• 지난 4월 27일 참여연대 회원 가족들 70여 명이 국회를 찾아 ‘2013 회원 봄나들이-열려라

국회! 국회에서 놀자!’ 행사에 함께 했습니다. 초딩 예비 유권자들과 그 가족들은 국회 의사

당을 견학하고 따사로운 봄 햇살을 한껏 누렸습니다. 의원동산에서 이어진 ‘쉽다 쉬워! 법안

오디션’에서는 박은우 어린이가 제안한 ‘다른 사람 이해해주기 법안’이 조옥희 회원의 ‘야근

금지 법안’과 더불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아이들의 거짓 없는 눈망울 속에 참여연대의 비

전이, 우리 사회의 보다 나은 미래와 평화로운 한반도로 가는 길이 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이상, 사무처장이 회원께 보고드렸습니다.

Page 42: PSPD MAGAZINE 2013. 05.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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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

2010년 3월 네티즌 C씨는 종로경찰서로부터 수사를

받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

상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가 유인촌 전 장관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게시물로 알 수 있는 것은 아이디뿐인데 종로

경찰서는 어떻게 그의 핸드폰 번호를 알았을까? 인터

넷 포털사 네이버가 경찰에 그의 이름, 주민번호, 전화

번호, 가입날짜 등(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을 제

공했기 때문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12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이동통신사나 포털사로부터 받아낸 가입

자 인적사항은 2012년 상반기에만 395,061건에 달했고, 전화번호 개수는 무려 385만 6,357건이었다. 이

들 개인정보는 이용자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물론, 당사자들에게 사후 통보를 하지도 않았다.

이에 네티즌 C씨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경찰에 개인 통신자료를 무단 제공한 네이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여 2012년 12월 고등법원으로부터 ‘50만 원 손해배상’ 판결을 얻어냈다. 현재

네이버측은 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다만, 이 소송을 계기로 포털 3사

(NHN, 다음, SK커뮤니케이션즈)와 모바일 메신저 업체 카카오는 영장이 없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에는 불응하기로 입장을 정했다. 그런데 이통사들은 현재까지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한편,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C씨 개인에 한정된 손해배상 소송에서 한발 더 나아가 포털사와 이

동통신사들의 통신자료 제공 실태를 확인하기 위한 국민 캠페인에 착수했다. C씨 외에도 수많은 잠재

적 피해자가 존재하는 것이 확인된 만큼, 시민들이 동참하여 과연 자신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제

공되었는지를 업체에 질의하는 공동행동에 나선 것이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과 정보보호에 관한 법

률」 제30조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 이용자는 업체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했는지, 했다

면 어떤 내용을 제공했는지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그러나 SK텔레콤, KT, LG U+ 이동통신 3사는 이용자가 개인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현황

을 알려달라는 요청에 비공개하거나 아예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4월 16

일,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는지 여부를 공개하지 않은 이동통신 3사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윤리지원과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공익법센터는 “이번 소송을 계

기로 이동통신사들 역시 수사기관의 요청만으로 고객들의 통신자료를 그대로 넘겨주는 관행을 중지

하고, 고객들의 통신자료를 제공한 적이 있다면 요청이 있을 경우 반드시 알려주는 관행이 자리 잡기

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 휴대전화 가입 정보가 경찰, 검찰에? 수사기관에 개인정보 넘기고도 밝히지 않는 이통 3사에 손배 제기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4월 16일,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는지

여부를 공개하지 않은 이동통신 3사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윤리지원과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신미지 정책홍보팀 간사

Page 43: PSPD MAGAZINE 2013. 05. (198)

참여사회

지난 2월 26일 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의 폐업을 발표했고, 4월 3일 휴업 결정을 내렸다. 박근혜 정부

출범 하루만의 첫 보건의료정책이 지역거점공공병원의 폐업인 셈이다. 갑자기 의사에게 근로계약 해

지를 통보하고 입원 환자에게 전원을 종용하는 과정에서 몇몇 환자들은 목숨을 잃었고, 퇴원 환자들

대다수는 다른 병원으로 옮기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업 발표 후 두 달간 정상

화 방안에 대한 논의 없이 휴업 기간만 연장되고 있는 가운데, 22명의 환자가 숨졌다.

경상남도의회 여야 대표는 4월 18일 조례안을 상정하되 논의 과정을 거쳐 6월에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으나 새누리당 도의원 상당수가 이에 반발하여 본회의가 유예되었다. 진주의료원 사태의 향방

을 알 수 없는 가운데 경상남도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유인물 10만 장을 제작 배포하여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한편 4월 23일 홍준표 경남도지사

는 <경상남도 서민의료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대책의 골자인 저소득층 의료비 부담 면제는 이

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새로운 말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고 진주의료원을 빈민전담병원으로 만들어

빈민차별정책을 취하는 한편,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비

판을 받고 있다.

진주의료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보장할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설립

한 공공의료기관이자 지역거점병원이다. 지자체는 공공병원의 지원·육성과 함께 지역거점병원 운영

에 드는 비용을 지원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상남도는 부채와 연 40~60억 원의 적자를 이유로 들어 진

주의료원 폐업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운영 적자의 상당 부분은 2008년 병원을 신축하면

서 생긴 부채이다. 그리고 전염병 대응, 소외계층 의료 서비스, 응급의료 등 민간은 감당하기 어려운

공공의료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건강한 적자’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의 공공의료 비중은 OECD 평균인 70% 수준에 비해 미미한 7% 수준으로 확충이 시급하다. 국가와 지

자체가 공공병원을 책임지는 것은 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한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다. 그럼에도 경상

남도는 여전히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아무런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경상남도 진주의료원 사태,

대한민국 공공의료의 현주소 송윤정 참여사회 기자

43

일자 경과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발표

3월 7일 진주의료원 폐업 관련 조례 개정안 입법예고

3월 18일 진주의료원 휴업 예고

4월 3일 진주의료원 한 달간 휴업 발표 (5월 2일까지)

4월 12일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폭력 속 경남도의회 상임위 통과

4월 23일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보건의료노조의 한 달간

진주의료원 폐업 유보 합의 (5월 말까지 휴업 연장)

4월 23일 홍준표 경남도지사 <경상남도 서민의료 대책> 발표

진주의료원 사태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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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

Page 44: PSPD MAGAZINE 2013. 05. (198)

44 201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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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지 정책홍보팀 간사

남북 간 갈등과 긴장이 고조됐던 4월 15일, 서울

을 비롯한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제3회 ‘세계 군

축 행동의 날(Global Day of Action on Military

Spending)’ 140여 개의 평화 행동이 전개됐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24개 시민단체와 15명의 국

회의원들은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공동기자회견

을 열고 핵무장과 무력시위 대신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 갈등을 해소하자고 호소했다.

매년 4월 15일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되는 ‘세계 군축 행동의 날’ 행사는 각 나라 정부 재

정을 소모적인 군사비에 사용하기보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곳에 사용하자는 취지로 2011년부터 시작

되었다. 이즈음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전 세계 군사비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보고

서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군사비는 세계 12위, 2007~2011년 무기수입 세계 2위다. 정확한 수치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북한 역시 ‘선군사상’을 내세워 상당한 재정을 군사비에 쓰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이 전 세계 군사비의 40%를 차지하는 것을 비롯해 6자회담 참가국들의 군사비 총량은 전 세계 군사비

의 약 60%를 차지한다.

이날 한국 공동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회원들과 국회의원들은 남북한 모두 총을 내리자고 호소하

면서 5가지를 제안했다. 남북한 모두 ▲기존의 합의 정신과 합의 사항들을 지킬 것 ▲핵 억지력에 의

존하는 정책을 폐기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할 것 ▲국방비를 줄여 복지에 투자할 것 ▲비인도적

무기는 절대 사용하지 말 것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총을 내릴 것 등이 그것이다. 더불어 미리 준비된

한일 시민사회 공동성명서도 발표했다. 한일 시민단체들은 △ 북핵 문제 해결을 넘어서 동북아 비핵지

대를 설립하고 미사일방어시스템(MD) 개발과 배치를 중단할 것,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계획을 철회

하고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도 단계적으로 철수할 것, △영토 문제를 국가간 평화적인 대화로 해결

하고 일본 평화헌법을 유지할 것 등을 제안했다.

기자회견 후 평화군축센터 간사들을 비롯한 평화 활동가들은 벚꽃놀이가 한창인 여의도 윤중로에

서 ‘남북 모두 총을 내리자’ 캠페인을 벌이고 시민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시

민들의 관심과 호응이 대단했다. ‘남북 모두 열 좀 식히자’는 취지로 제작한 부채 천 장이 두어 시간 만

에 동이 났다. 남북 군인 복장을 한 회원들이 시민들의 ‘남북 모두 총을 내리자’라는 연호와 함께 총을

내리고 서로 얼싸안을 때는 시민들의 환호가 터지기도 했다. 텔레토비 복장을 한 회원들은 단연 인기

를 끌었다. 이들이 제작한 텔레토비 캐릭터를 패러디해 동북아시아 군비경쟁 현실을 풍자한 ‘태평양

텔레토비’ 영상은 유튜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태평양 텔레토비’ 영상 보기 http://youtu.be/75FAwp8H_a0

텔레토비가 여의도에 떴다! “남북 모두 총을 내리자” - 제3회 세계 군축 행동의 날 한국 행사 개최

Page 45: PSPD MAGAZINE 2013. 05. (198)

4월 27일, 참여연대 회원을 비롯한 간사와 임원 70여 명이 국회에 모였다. 입법 청원이나 로비, 기자

회견을 위해 참여연대 사람들이 국회에 드나드는 것은 흔한 일이었지만, 이 날은 달랐다. 참여연대 회

원들과 함께하는 봄나들이 ‘열려라 국회! 국회에서 놀자!’에 참석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참

석한 이들 중에는 국회에 오는 일이 좀처럼 없는 회원과 그 자녀들이 많았다. 그 동안 숲이나 강 등으

로 봄나들이를 다녀왔던 참여연대로서도 나들이를 삼아 국회에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참여연대 회원들은 오후 2시에 모여 40분 가량 국회의사당을 탐방했다. 국회에 처음 와봤다는 한

회원은 “따뜻한 봄날, 모처럼 딸아이와 둘만의 데이트 즐거웠습니다. 국회 관련 새로운 정보도 많이

알게 되어서 일석이조였어요. 참여연대 행사에 처음 참여했는데, 이제 많이 참석할 것 같아요.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국회의사당 참관 이후 의원동산에서는 ‘시민 국회의원 지덕

체智德體 게임’이 진행됐다. 10여 명씩 정당을 이뤄 당명을 짓고 당 대표를 뽑은 뒤 당 대결 ‘국회 알기

OX 퀴즈’, 릴레이 달리기 ‘당기 휘날리며’ 등을 하는 게임이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쉽다 쉬워! 법안 오디션’이었다. 평소 이것만큼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법

안을 적고 사람들에게 소개한 후, 모인 사람들의 거수로 최고의 법안을 결정하는 게임이었다. 어린이

들이 기발한 법안을 많이 발의하여 눈길을 끌었는데, ‘다른 사람 이해해주기법(박은우)’, ‘여가시간 보

장법(신진)’, ‘학원 금지법(전나현)’, ‘초등학교 폐쇄법(김지윤)’, ‘초등 1,2학년 받아쓰기 금지법(정희진)’

등은 어른들에게 웃음과 동시에 씁쓸함을 안겨 주었다. 다양하고 기발한 법안이 속출한 가운데, 이 날

최고의 법안은 총 40표를 얻은 조옥희 회원의 ‘야근 금지법’이었다.

김한보람 시민참여팀 간사는 “국회는 시민들에게 개방된 곳임에도 금단의 구역처럼 여겨지는 데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가 이런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진선 시민참여팀장은 “봄나

들이 당일 영등포 경찰서에서 전화를 해서 집회냐고 묻더라. 봄나들이 행사를 신고했느냐는 식의 질문

이어서 매우 당황했다”며, “국회가 정말 시민을 위한 공간인지 의문이 들었다. 얼마나 ‘닫힌 국회’인지

다시 한 번 느꼈고, 앞으로 국회에서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하는 행사를 진행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회를 시민의 놀이터로!참여연대 봄나들이 ‘열려라 국회! 국회에서 놀자!’

송윤정 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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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사회 45

Page 46: PSPD MAGAZINE 2013. 05. (198)

2013 5

지금, 참여연대 회원은 13,313명.

참여연대가 20주년을 맞는 2014년에는 15,000회원과 함께할 수 있겠지요?

정부지원금 0% 참여연대가 흔들림 없도록 함께해주시는 회원님들을 소개합니다.

* 회원 수와 명단은 2013년 4월 25일 기준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신입회원님, 반갑습니다

강경모, 강동균, 강세형, 강지영, 고명원, 고재국, 공경향, 구은지, 권윤섭, 김경숙, 김경순, 김동호, 김문희, 김상렬, 김석민, 김소희, 김원영, 김유

주, 김종수, 김좌실, 김태영, 김한기, 김혜수, 김희, 나정채, 라지석, 류순봉, 문병옥, 박서주, 박자연, 박진석, 성현영, 소OO, 신규철, 신치수, 염재

중, 오기성, 옥상현, 우흥제, 원치윤, 유덕희, 유목인, 유종옥, 유철희, 이기호, 이동주, 이병일, 이선영, 이소영, 이용구, 이원철, 이은호, 이정석, 이

정섭, 이주애, 이하균, 이희영, 인태연, 정성자, 정운지, 정은희, 조승희, 조형준, 주은영, 최정현, 허윤영, 허정, 홍금선

(3월 26일에서 4월 25일 사이에 가입한 68명, 가나다순)

이주애 회원 (2013년 4월 3일 가입)

“가슴 아프고 부당한 일을 앞에 두고도 뭘 해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까칠한 냉소주의가 만연

하지만, 그 가운데에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행동하는 시민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시민 개

인의 노력은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최근 ‘연대’가 살아가는 데 필수임을 깨달았어요. 오랫

동안 참여연대를 관심 있게 지켜봐왔고, 지금은 시민들 스스로 전 세계의 중요한 사안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글로벌

온라인 행동 커뮤니티인 아바즈(www.avaaz.org/kr)에서 일하고 있어요. 행동하는 시민들과 함께 연대하며 여러 가지

액션에 참여하고 싶어 가입했습니다. 함께해요!”

46

시민참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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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

신입회원 한마디!

●��‘대한민국’이라는 이 나라 안에서 모든 이들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습

니다. - 강동균(한송희)

●�부정부패는 처벌 받아야 됩니다. 주민을 위한, 주민을 위해 살고 싶습

니다. - 김경순

●�“참여!” - 김동호

●�참여연대가 더 활성화되고, 알려졌으면 좋겠다. - 김문희

●��좋은 강의도 듣고 참여연대에 참여하고, 밝고 행복한 사회에 대한 희망

으로 가입합니다. - 김소희

●�광기의 시대에 대표적인 시민단체 참여연대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 김태영

●�박원순 시장님의 아름다운 가치사전의 책을 읽고 가입합니다. - 라지석

●�참여가 희망이다. - 박서주

●�사람의 힘을 믿습니다. - 박자연

●��한국의 NGO 대표주자로 참여연대가 계속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합니

다. - 신남호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

다. 정의는 칼날위를 걷는 것 만큼 위태로운 것이며,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없다면 언제든지 퇴보할 수 있는 것이 정의다.” - 신치수

●�참여연대가 세상의 변화에 앞장서주세요. - 옥상현

●�참여연대를 이끄셨던 박원순 시장님을 보고 나름 느낀바가 많아서 가

입하게 되었습니다. - 유덕희

●�뭔가 제가 꿈꾸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 가입합니

다. 언젠가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바랍니다. - 유목인

●�몸은 살아가는 것 때문에 참여를 못하지만 저와 가족의 마음은 항상 여

러분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해주세요.(유정빈, 유예지 아빠)

와이프도 곧 가입시키겠습니다.̂ ^

●�참여한만큼 세상이 좋아진다고 생각하고 참여하겠다. 나 하나쯤이야,

라기 보다는 나도 참여하는 마음으로 - 이기호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해~~ - 이정섭

●�“세상이 올바르게 되기 위해서 저의 작은 힘이 쓰일 곳이 있어 감사합

니다” 항상 그늘진 곳에서 환희 밝혀주셨으면 - 이희영

●�울산참여연대에서 활동 후 3년 동안 여행과 산골을 돌아다니다가, 4년

전 경북영양으로 귀농해서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또 찾게 되네요, 반

갑습니다.̂ ̂ - 정성자

●�지식과 정보도 없지만 회원숫자추가 의미에서 참여합니다. - 조승희

●�사회를 위해 제 열정과 노력을 다하고 싶어 자원합니다. - 조형준

●�국민권익을 위하여 열심히 뛰겠습니다. - 허윤영

●�신분 차이 구분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세요.- 허정

Page 47: PSPD MAGAZINE 2013. 05. (198)

47참여사회

회비를 증액해주신 회원님, 고맙습니다!

권우현, 고선희, 김성용, 김춘강, 노상은, 박경우, 박선희, 송혜련, 신주철, 신희철, 양기문, 오은혜, 이양수 , 조붕구 , 박찬주, 최희수

(3월 26일에서 4월 25일 사이에 회비를 증액한 16명, 가나다순)

오은혜 회원 (2008년 10월 22일 가입)

“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는데요, 제가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

일까를 생각하다가 아이들과 시민단체들을 방문하게 되었어요. 아이들과 참여연대

를 방문하고,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제가 얻어가는 것에 비해 회

비가 많이 부족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전보다 후원금을

늘리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증액할게요^̂ ”

친구나 이웃을 회원으로 이끌어주신 멋쟁이 회원님들!

김기성, 김서령, 김주호, 송윤정, 신미지, 안기석, 안미연, 안진걸, 이영구, 임한빈, 조윤정 (3월 26일에서 4월 25일 사이에 신입 회원을 추천한 11명, 가나다순)

안기석 회원 (2011년 6월 28일 가입)

“친구들에게 밥 사주면서 참여연대 회원 가입 권유를 하곤 해요. 잘 모른다고 하면

참여연대 웹사이트 주소를 휴대폰으로 전달해서 한 번 보라고 하고요. 지금까지 권

유한 사람들 중 70%는 성공한 것 같네요. 참여연대 초특급 미녀(?) 모 간사를 만난

뒤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연대 회원 가입을 유치하게 되었어요. 작년 대선 때는

저 스스로 이벤트를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페이스북에서 투표 인증샷을 저에게 보

내주신 분들에게 선물을 보냈는데요, 선물이 참여연대에서 발간한 『고장난 나라 수선합니다』였어요. 17권을

제가 직접 사고, 포장하고, 우편 발송까지 했어요.”

한결같은 10년지기 회원님들♥

강선욱, 강혜영, 곽호종, 기선옥, 김관태, 김균, 김도원, 김동섭, 김범웅, 김선숙, 나병철, 박도형, 박병극, 박상철,박은영, 박준영, 백

민우, 서은주, 서해림, 송문영, 송지은, 여준성, 윤석용, 윤성모, 윤창순, 이구섭, 이민석, 이선희, 이수영, 이은정, 이정현, 이중희, 정

기영,정성화, 정유석, 조순봉, 주경복, 최경석, 최완재, 최현, 한명희, 허경현

(2003년 3월 26일부터 2003년 4월 25일 사이에 가입하여 현재까지 회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42명, 가나다순)

송문영 회원(2003년 4월 2일 가입)

“2003년에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서 참여연대에 회원으로 가입했어요. 제가 직접 나서

서 하지는 못하지만 사회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했던 거지요. 그런데 매달 집에 오는

『참여사회』를 남편이 즐겨 보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에게도 권유해서 작년에 참여연대

회원으로 가입했고, 7살 난 아이도 잘 자라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함께 가입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온가족이 참여연대 회원이랍니다.”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Page 48: PSPD MAGAZINE 2013. 05. (198)

회원 정보 변경 방법

ATOPY,

시선을 재구성하다

기간 2013. 5. 2(목)~5. 31(목) 오전10시-오후6시

장소 참여연대 1층 카페통인

문의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02-723-4251 [email protected]

작가와의 대화 5.25(토) 저녁 7시(공연+이야기)

살면서 많은 것들을 봅니다.

도처의 언어, 이미지, 상징을 보고

우리는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그런데 간혹 의문이 떠오릅니다.

보이는 것은 사실일까?

다르게 볼 수는 없을까?

누군가 이렇게 보기를 강요하는 건 아닐까?

뒤집어 보고 뒤틀어 보고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며 다르게, 다시 보는 작업을

지난 몇 년간 해왔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며 발견할 수 있는 풍자 혹은

유쾌하거나 비판적인 시각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5월, 우리 함께 '다시 봅시다'

전시 소개

매일 아침 허둥지둥 회사에 출근하는 디자이너

atopy라는 필명을 쓸 때 더 과감하고 의미 있는

작업을 한다고 믿는 전형적인 배트맨 증후군,

『참여사회』 표지와 포스터 등을 작업하며

나름 사회적 디자이너라는 자존감을 근근이

이어가는 평범한 월급쟁이

웹사이트 www.atopy101.com

작가 소개

보고, 다시 보다

atopy, 시선을 재구성하다

이메일로 참여연대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 @hanmir.com, @freechal.com 등

이제 사라진 이메일 계정으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참여연대 회원 정보를 확인하고, 자주 쓰는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세요.

참여연대의 중요한 행사와 집회, 아카데미 느티나무 강좌,

참여연대에서 발간하는 각종 보고서 등을 빠르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번호 뿐 아니라 주소, 계좌 등 개인정보가 바뀌면 알려주세요.

시민참여팀 상근자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참여연대 웹사이트 활기차를 통해 직접 바꾸거나 member.peoplepower21.org

참여연대 시민참여팀으로 전화를 하거나 02-723-4251

Email을 보내주세요! [email protected]

참여연대가 회원님께 연락할 방법을 알려주세요!회원정보 수정 캠페인

전화번호 앞자리가 010으로 바뀌었나요?

알려주세요!

추억의 이메일,아직도 사용하시나요?

Page 49: PSPD MAGAZINE 2013. 05. (198)

49참여사회

얼마 전 할아버지의 생신을 맞아 잠시 할아버지 댁에 다녀왔는데요. 제가 할아버지 댁에 가면 절대 언

급하지 않는 이야기 중 하나가 정치에 관한 것입니다. 서로 생각이 달라 기분이 상한 적에 여러 번 있

었기 때문에 일절 하지 않습니다. 할아버지는 교장 선생님 출신이셔서 그런지 훈계도 잘 늘어놓으십

니다. 집회에는 가지 말라는 이야기도 빼먹지 않으시고요.

4월 중순에 초등, 중등 교장선생님들 200여 분이 참여연대로 방문할 예정이었습니다. 사전에 연락

을 받고 맞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전날 밤, 갑자기 취소 연락이 왔습니다. “왜 하필 참여연대 같은

단체에 가냐”라며 항의가 많았다는 얘길 전해 들었습니다. 저희 할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이번에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지면을 위한 인터뷰를 하면서 보니 유독 가족 회원들이 눈

에 띕니다. 가끔 『참여사회』를 보는 것을 가족들이 싫어하니 보내지 말아달라는 요청, 엄마가 반대해

서 후원을 중단하는 청소년 회원 등도 있지만 이렇게 가족들이 함께 참여연대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

면 기분이 흐뭇해지더라고요. 특히 지난 4월 13일, 참여연대가 주최한 역사탐방 프로그램에 한정희,

한송희 자매가 함께 참여했다가 알게 된 사연을 소개해드리고 싶은데요. 한송희 회원의 아들 강동균

군은 얼마 전 첫 돌을 맞은 기념으로 참여연대에 가입했습니다.

“첫째 딸 경현은 아름다운재단에 가입을 했고, 둘째인 아들은 이번에 4월 23일 돌을 맞아 참여연대

에 가입을 했어요. 돌잔치를 하는 것 보다는 아이에게 더 의미 있는 일을 해주고 싶었거든요. 돌을 맞

아 생애 첫 통장을 개설했는데, 의미 있는 곳을 후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어요. 딸은 지나가다가

아름다운가게를 보면, “엄마, 내가 후원하고 있는 곳이네”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용돈을 받게 되면 그 때 스스로 다달이 후원을 하는 의미도 알게 하고 싶고요. 제가 임신을 했을

때부터 과연 이런 세상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광우

병 촛불집회에도 참여했었고요.”

정부지원금도 받지 않고 권력 감시 활동을 잘 해주고 있는 참여연대 덕분에 아

이들이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한송희 회원의 말씀에 벚꽃이

흩날리는 따뜻한 봄기운이 전달되더라고요.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참 많은 기념일이 있는 달인데요. 이런 의미 있는 날을 맞아 가족들

이 함께 참여연대 회원가입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도 할아버

지께 『참여사회』 한 권을 전달하고 왔습니다. 언젠가는 할아버지께

서도 참여연대에 회원 가입하시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힘,

우리 가족부터 함께 모아요!이진선 시민참여팀장

한송희 회원의 자녀 강경현, 강동균 회원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Page 50: PSPD MAGAZINE 2013. 05. (198)

2013 550

평화 공부, 함께 시작하실래요?

안보주의, 군사주의 판치는 한국, 시민이 바꾸는 길은 무엇인가?

안보 마피아에 맞서는 시민의 힘을 기르는 공부, 어떻게 시작할까?

느티나무와 함께 한 걸음 더 평화에 다가가는 길은 무엇인지

다양한 사례를 탐구하고, 평화로 철학해 봅시다!

너무 부담 갖진 마세요. 우리 모두 처음 시작하는 것이며 천천히 나아갈 거예요~

톡톡! 평화공부 : 탈안보와 반군사 강사 : 이대훈, 김엘리

05.08 왜 평화 공부인가?

05.15 한국 사회 폭력지도 그리기①

05.22 한국 사회 폭력지도 그리기② 젠더와 폭력

05.29 흔한 폭력론과 생소한 평화론 비교

06.05 흔한 안보론(전쟁론)과 생소한 평화론 비교

06.12 평화운동 주요사례① 한국과 해외

06.19 평화운동 주요사례② 국내외 여성평화운동

06.26 평화공부 되새김질 : 발표와 서로 배움

수 오후 7시~9시30분 총 8회 12만원 (참여연대 회원30% 할인)

진보 인문 행복의 배움터아카데미 느티나무

참여신청

온라인 신청 ▶ 수강료 입금

▶ 수강신청 완료

느티나무 홈페이지

academy.pspd.org

로그인 후 신청

참가비는

홈페이지 신용카드 결제

또는 계좌입금

입금계좌 하나은행

162-054331-00805

예금주 참여연대

문의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전보임 천웅소 간사

02-723-0580

[email protected]

academy.pspd.org

안내/문의

5.18 기념 특강

상처 입은 치유자, 5월의 사람들

1980년 5월, 올해로 서른세 번째 오월을 맞습니다.

그날부터 평생 국가폭력의 트라우마에 휩싸인 채

지옥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부터 다시 상처를 기억하고

치유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광주트라우마센터>의 강용주 센터장입니다.

시민군 출신의 의사, 상처 입은 치유자인 그와 함께

국가폭력의 상처를 딛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일궈낸 사람들을

기억하고 치유하는 일이 우리 모두에게 왜 중요한지,

광주의 상처와 한국인의 집단 트라우마에 대해서 이야기 나눕니다.

오월을 기억하는 여러분 모두를 초대합니다.

일시 2013. 5. 10 (금) 저녁 7시 ~ 9시

장소 참여연대 느티나무홀(B1)

참가비 5천 원

강용주 님은 1980년 광주5.18민주화운동 당시 고교생 신분으로 참가하였고, 1985년 구미유학생간

첩단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전향과 준법서약서를 거부한 채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로 14년을 복역했습니다. 현재는 통증 치료를 주로 하는 있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2012년

개소한 <광주트라우마센터> 초대 센터장을 맡아서 5.18피해자 및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후원

Page 51: PSPD MAGAZINE 2013. 05. (198)

51참여사회

반가운 봄비가 내린 4월의 셋째 주 토요일, ‘참좋다’ 사람

들이 하나둘씩 참여연대 지하 방음실로 모여들었습니다.

빗소리에 부침개가 땡겨 몇 장 부쳐왔다는 은정과 동주

부부(둘은 ‘참좋다’에서 만나 지난해 결혼을 했습니다),

늘 부지런한 남일 형과 현화, 신입회원 민정, 지난해 회

장을 맡았던 어리지만 든든한 세은이가 차례로 도착했습

니다. 푸근한 재연누나와 아직 신입티를 벗지 못한 정표, 그리고 참여연대 간사인 미지는 개인 사정으

로 함께하지 못했지만, 매주 만나도 매주 보고픈 ‘참좋다’ 사람들은 늘 그랬듯 연습을 하고, 이야기와 음

식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동화면세점 앞으로 자리를 옮겨 ‘진주의료원 지키기 범국민촛불문화제’에

서 공연을 했습니다. 이렇게 ‘참좋다’는 노래로 세상과 소통하고 사람들과 연대하면서 참여연대의 ‘더

좋은 세상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회원 노래패 ‘참좋다’는 1997년 결성됐습니다. 매년 정기공연을 하고, 참여연대의 각종 행

사나 억압 받는 사람들의 투쟁의 현장이면 어디든 달려가 노래로 연대해왔습니다. 그뿐인가요? 2003

년에는 참여연대의 후원을 받아 <노래만큼 좋은 세상>이라는 음반을 냈고, 2009년 제1회 이용석 가요

제, 2010년 제1회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 기념가요제 등에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면 ‘꽃다

지’, ‘우리나라’와 함께 대한민국 3대 노래패라 자랑해도 부끄럽지 않겠지요? ‘참좋다’는 어디서 노래를

하든 참여연대와 함께 한다고 생각합니다. 늘 ‘참좋다’가 노래로 연대하는 그곳에 참여연대 일만삼천 회

원들이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공연을 합니다. 그래서 ‘참좋다’는 실력보다는 노래를 사랑하는 마음, 노래

로 사람들과 연대하고 노래로 세상을 더 살기 좋게 만들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

니다. 언제든지 ‘참좋다’의 연습실 문을 두드려주세요. 지난 17년 동안 그랬듯 그 자리에서 노래하며 기

다리고 있겠습니다. 문의 홍의표 010-2771-2070, [email protected] 참좋다 홈페이지 http://www.chamjota.com

참여연대 회원 노래 모임 ‘참좋다’와 함께하는

노래만큼 좋은 세상 만들기

지난 3월에는 도봉산 자락으로 MT를 다녀왔어요

푸른 5월의 산사랑 산행 일정

5.5 일 북한산 용출봉 (집결지 : 구기동 이북5도청 앞)

5.12 일 상암동 *마라톤대회에 함께 참가 (집결지 : 상암동 월드컵공원내 평화의광장)

5.18 토 관악산 (집결지 : 2호선 사당역 6번 출구)

5.26 일 청계산 (집결지 : 양재역11번, 10번 출구)

집결 9시 30분

준비물 계절에 맞는 점심 도시락, 바람막이,

따뜻한 물 등

청년마을과 함께하는 이야기가 있는

다큐 세번째 <위캔두댓>’

이탈리아판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이탈리아 정신장애인 11명이 조합

원 6백 명으로 성장한 ‘협동조합’의 감

동 실화-‘위캔두댓’ 함께 보고 협동조

합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아요~ 이야기 초대손님 조우식 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일시 5.15 수 저녁 7시 30분장소 참여연대 1층 카페통인

참가비 5000원

마라톤 모임

제13회 여성 마라톤 대회에 참여연대 회원

들이 함께 뜁니다. 마라톤 대회 신청은 마

감되었지만 참여연대 몸자보를 맞춰 입고

뛰는 회원들을 응원하기 위해, 나들이 겸

나오시면 어떨까요? 9시에 참여연대 깃발

을 찾아주세요.

일시 5.12 일 9시 장소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

회원모임 함께해요!

홍의표 참좋다 회장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Page 52: PSPD MAGAZINE 2013. 05. (198)

52 2013 5

읽자

사진으로 그리는어머니, 아버지

임종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평생 나를 돌봐준 부모의 임종. 무엇으로부터 무엇을 지킨다는 말인지 아직

은 잘 모르겠다. 언젠가 부모의 죽음을 마주하리라는 걸 어슴푸레 짐작할 나이지만, 그때를 미루어보기에

는 오늘의 부모와 내가 여전히 젊다. 젊다는 건 죽음과 멀다는 말이 아니다. 부모는 여전히 내 삶과 접점

을 유지하려 하고, 나는 나대로 교집합 없는 원을 그리려 한다는 말이다. 죽음과의 거리만큼 부모와 내 사

이를 떨어뜨려놓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불현듯 부모와 죽음과의 거리가 가까워짐을 느낄 때면

나도 모르게 성큼 부모에게 다가선다. 물론 그럴 때면 걱정하지 말고 네 일이나 하라며 오히려 멀찍이 떨

어지는 게 부모 마음이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우리는 계속 어긋나고 있다.

여기 두 권의 사진집이 있다. 하나는 딸이 어머니를, 다른 하나는 아들이 아버지를 담아낸 이야기다. 어머

니를 담아낸 이야기는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아버지를 담아낸 이야기는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

다. 물론 그 딸의 어머니도, 그 아들의 아버지도 머지않아 세상을 떠날 게다. 결국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

식은 한 번도 함께 사진 앞에 서지 못했다. 그럼에도 렌즈에 비친 부모의 흐릿한 얼굴, 그 모습을 담으려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의 떨림, 카메라를 바라보면서도 그 너머 자식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부모의 애절

함을 살포시 겹쳐보면 어디 즈음에서 서로가 간직할, 그러니까 부모 입장에서는 죽음 너머 다른 세상으로

가져갈 자식의 모습을, 자식 입장에서는 남은 생에 새겨둘 부모의 모습을 어렴풋하게나마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박태근 알라딘 인문MD가 권하는 5월의 책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

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날들』,

필립 톨레다노 지음, 최세희 옮김, 저공비행

『엄마, 사라지지 마』, 한설희, 북노마드

Page 53: PSPD MAGAZINE 2013. 05. (198)

53참여사회

63세 사진작가 딸이 찍고 쓴 93세 엄마의 사진첩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도 갑자기 사라지지 않

을까 싶은 마음에 시작한 사진 작업이다. 늙고 병든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는 게 영 마뜩찮았던 엄마는

손사래를 쳤지만 어느새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기도 한다. 그리고 또 어느새 손사래를 칠 만큼의 기

운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 엄마와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진 때에 가장 멀리 떠나는 여행을 준비해야 하는,

모순이어서 가능한 장면들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작가는 엄마의 사진을 찍는 이유, 엄마의 남은 날들을

공유하는 이유가 죄 많은 딸이 스스로를 용서하기 위한 방법이 그것밖에 없어서라고 말한다. 솔직히 이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는 법이다. 대개 부모와 자식 사

이가 그렇듯이.

엄마의 손을 찍던 날도 그랬다.

손등 위에서 출렁이는 주름들,

강처럼 깊거나 시냇물처럼

가느다란 물결들……

근접 촬영한 이 사진이 까마득한

원근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주 멀리서 엄마의 인생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엄마, 사라지지 마』 가운데

단기적인 기억은 전혀 못하시기 때문에

화장실에 한 번 들어가면

몇 시간이고 앉아 계신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기도 하고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기도 한다.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날들』 가운데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와 어색하게 마주하게 된 아들. 그런데 아버지는 어머니의 죽음

을 모른다. 인정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기억하지 못한다. 단기기억 상실증에 걸린 아버지는 네 엄마는 어

디 있냐고 끝도 없이 묻고, 아들은 엄마는 돌아가셨다며 도돌이표처럼 되풀이해서 설명을 한다. 아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끝도 없이 감각해야 하는 아버지를, 그 감각을 눈과 입에 실어 전해야 하는 자신의 상황

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어머니는 파리에 가셨다고, 거기서 병상에 있는 외삼촌을 돌보는

중이라고 둘러대기로 말이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동거는 서로를 발견하는 이별로 기억된다. 아들은

그렇게 아버지의 ‘임종을 지켰다.’

Page 54: PSPD MAGAZINE 2013. 05. (198)

54 2013 5

놀자

이명석 저술업자

“날 따뜻해지면 캠핑이나 가자.”

몇 년 전에 이런 소리를 들었으면, 아마 나는 이렇게 대

꾸했을 것 같다.

“여섯 시간 텐트 치다 지친 개, 라면 끓일 힘도 없어 잔

디 뜯어먹는 소리 하고 있네. 이 나이에 찬 바닥에서 자면

입 돌아간다고.”

그런데 언제부턴가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캠핑의

유혹이 점점 달콤해진다. 푸른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통

기타에 맞춰 노래하다 별을 보며 잠드는 신나는 야외 놀

이. 어느 광고에서 김수현과 수지가 뛰어노는 정다운 장

면 속으로 나도 들어가고 싶어진 거다.

밤은 어디에나 있다

이런 꿈은 얼마 전 문화역 서울 284(개조된 구 서울역)에

서 벌어진 ‘여가의 새발견’ 행사장에서 좀 더 부풀었다. 커

다란 방을 가득 채운 멋진 캠핑 장비들을 보니, 저것들만

있으면 빈약한 이 내 몸도 인디애나 존스처럼 미지의 땅

으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저 정도

의 풀세트라면 주말에 방구석에서 뒹구는 것보다 호화롭

고 쾌적한 밤을 보낼 수 있을 거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맹렬한 검색에 들어갔다. 역시 가격

이 만만찮았다. 질러봤자 1년에 한 번 쓸까말까 하다는 푸

념 댓글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파고들어가다보니 뜻밖

의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왔다. 캠핑이라는 게 정

말로 종류가 다양했다. 이렇게 멋진 장비들로 무장해야만

별을 보며 잠들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살아남거나 즐기거나

어느 지인이 매년 떠나는 캠프의 이름은 ‘지구멸망대비

캠프’. ‘정글의 법칙’에 나올 정도의 야생 오지는 아니지만,

별을 보며 잠드는 갖가지 방법, 캠핑

Page 55: PSPD MAGAZINE 2013. 05. (198)

55참여사회

한적한 섬이나 계곡 주변에 텐트를 친다. 가상의 생존 캠

프가 목적이니 장비는 최소화하고, 잡다한 식재료를 챙겨

가지도 않는다. 대신 주변을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직접

구해 온다. 조개를 줍거나 낚시를 하거나……. 미리 조사

를 해둔 지역이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단다. 허나 최

소한의 자원으로 머리를 짜내 하룻밤을 보내는 과정은 힘

들지만 흥미롭다고.

반대편엔 호화로운 ‘글램핑’이 있다. 글래머러스glamorous

와 캠핑camping의 합성어인데, 호텔이나 고급 리조트에서

캠핑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둔 공간을

이용한다. 복잡한 준비물을 갖추지 않고 그저 마음이 동

하면 떠났다 돌아오면 된다는 점이 특히나 편리하다. 쾌

적한 대형 텐트에서 생활하고 스테이크를 구워먹고 게임

을 하다 돌아오는 것이다. 물론 적지 않은 가격이고, 캠핑

의 흉내를 낸 놀이에 불과하다는 시선도 많다.

다니거나 머물거나

조금 멀리 움직일 거라면 캠핑카를 빌려 움직일 수도 있

다. 마치 유럽의 집시들이 캐러밴을 타고 유랑하듯이, 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장소를 옮겨가며 여행하는 것

이다. 텐트를 치고 접는 번거로움도 전혀 없고,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곳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도 매력

적이다. 하지만 한적한 숲길에 타이어 자국을 내고, 큰 차

량으로 배기가스를 내뿜고 다니는 점이 마음에 걸릴 수

있다.

역시 그 반대쪽에 산촌 에너지 캠프가 있다. 이것은 단

순히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즐기자는 게 아니다. 날로 심

대해지는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의 위기를 함께 고민하

고, 어떻게 하면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다. 캠프 내의 장소 이동은 도보만 가능하다. 현지에서 키

운 재료로만 식사를 하고 음식 쓰레기는 전혀 남기지 않

는다. 밤에는 같이 영화를 보는데, 자전거를 굴려 만들어

낸 전기로 상영한다.

인 앤 아웃

최근에는 캠핑과 결합된 여러 행사가 있어, 일거양득의 즐

거움을 얻기도 한다. 5월 자라섬에선 ‘리듬 앤 바비큐’라는

행사가 벌어진단다. 사람들은 잔디밭에 늘어져 여러 밴드

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바비큐 코너를 신청하면 지정된

장소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다. 그런 뒤에 음악을 좋아

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별을 보며 하룻밤을 보낸다.

일단 나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캠핑의 하루를 보내고자

마음먹었다. 화석 연료를 쓰지 않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귀

찮아서이긴 하지만, 아예 동네를 떠나지 않는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처음에는 내가 사는 다세대 빌라의 옥상을

생각했다. 예전 살던 집의 옥상에 누군가 텐트를 치고 살

았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일단 텐트

를 빌려야 하고 단단한 시멘트 바닥에 설치하는 것도 만

만찮다. 그래서 결정한 장소는 바로 우리 집 안. 말하자면

‘인도어 캠핑’이다. 옷방 구석에 처박아둔 여러 천을 꺼내

낚싯줄에 걸쳐 간이 천막을 만들고, 그 아래에서 친구들

과 고기도 구워먹고 수다도 떨고 하는 거다. 대신 야외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천장에는 가짜 별을 달고, 실내는 오

직 촛불로만 밝힌다. 내가 혼자 지어낸 놀이가 아니다. 외

국에서는 생일파티 등에 이용되기도 하는 족보 있는 캠핑

이다.

이명석

저술업자. 만화, 여행, 커피, 지도 등 호기심이 닿는 갖가지 것들을 즐기

고 탐구하며, 그 놀이의 과정을 글로 쓰는 일을 하고 있다.

Page 56: PSPD MAGAZINE 2013. 05. (198)

56 2013 5

살림

도시여자의 산골 표류기복수편

도시여자 사건의 발단은 이래. 우리 집 마당이 좀 넓은 편이야. 어느

날 어떤 20대 여성이 오더니, 차를 주차할 수 없겠냐는 거

야. 위쪽에 사는데 다리 공사를 해서 차를 주차할 곳이 마

땅치 않대. 그래서 그러라고 했지. 나무 사이에 차가 최대

한 보이지 않게 구석에 얌전히 주차하고 가더라고. 그 다

음날 또 왔어. 생각보다 다리 공사가 오래 걸릴 수 있겠다

면서 좀 오래 주차해도 되겠냐고 말이야. 난 또 그러라고

했어. 내가 좀 착하잖아. 알지? 근데 그 다음날부터 모르

는 차도 또 있는 거야. 그것도 마당 한복판에. 그 다음날

도.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나흘째 되던 날인가, 빨래

를 걷는데 그 차가 왔어. 50대 남성이 내렸지. 난 누구시

냐고 최대한 공손하게 물었어. 그랬더니 “다리 공사를 해

서……. 허허”하면서 유유히 사라졌어. 근데 그 표정이 내

차 내가 주차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표정인 거야.

그리고 쓸데없는 것을 물어본다는 표정.

난 병이 났어. 그 순간부터 기분이 나빴지. 그리고 혹시나

오빠한테 미리 양해를 구했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더군.

밤새 기분이 계속 나빴어. 주차 공간은 얼마든지 빌려줄

수 있어. 알지? 나 착한 거. 근데 무시당했다는 느낌, 그

리고 차를 빼라고 말을 하지 못한 나한테 화가 났어. 그렇

다고 그 다음날 차를 빼라고 요구할 수도 없었어. 그 20대

여성의 아버지인데 같은 마을에 살면서 좀 박하게 굴면서

전면전을 벌이기는 겁났던 거야. 여긴 출퇴근의 개념이

없잖아. 그냥 하루 종일 집에 있잖아. 이웃이 참 중요하

지. 밤새 그 사람에 대한 분노, 무시당한 나에 대한 동정,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못한 좌절이 내 안 감정의 도가니

에 한데 섞여 부글부글 끓었지. 다리 공사는 언제 끝나나.

여기다 이런 글 써도 될까? 글은 계속 계속 남을 텐

데……, 개념 없는 인간으로 찍히면 어떡하지? 할까 말

까……. 이왕 말이 나왔으니 해야겠지? 실은 말이야. 나

처음으로 남의 물건에 피해를 주기로 결심했었어. 고의적

으로. 작정하고. 물론 나 살면서 남에게 정신적으로 피해

를 준 적은 많아. 하물며 내가 기억 못하는 것도 있겠지?

산을 마주보고 앉아서 살아온 날들을 회상하노라면 나의

부족함이 너무 커서 가끔씩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르겠

어. 너무너무 미안해. 근데 있잖아. 이번 건은 말이야. 그

리 미안하지는 않아.

Page 57: PSPD MAGAZINE 2013. 05. (198)

57참여사회

내가 저 마당 정 중앙

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차를 언제까지 봐야 하나

라는 생각으로 흘렀어.

어떤 생각 하나가 떠올

랐어. 그 감정들은 한데 섞

여 부글부글 끓다가 마침내 불꽃 하나를 냈지.

비록 차를 빼라고 할 수는 없어도 내가 입었던 상처를 보

복하는 거야. 차바퀴에 작은 못을 하나 박기로 했지. 2주

전쯤인가, 겨울 내내 쓰던 스노우타이어를 일반 타이어

로 바꾸었는데, 타이어에 작은 못 하나가 박혀 있었어. 그

것도 모르고 난 계속 달렸던 거야. 그리고 그 정도는 타이

어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거야. 바람이 빠지지 않을 정도

로……. 못 하나 정도로 공격하는 거야. 너무 소심한 공격

이라고? 알아. 하지만 어쩌겠어. 내가 착한 것을. 그 정도

로 만족하기로 했어. 그리고 그거라도 해야 내 화가 없어

질 것 같았어. 그 생각을 하면서부터 기분이 너무너무 좋

아지는 거야. 혼자서 계속 히죽히죽 웃었어. 미친 사람처

럼. 그리곤 차분히 어두워지는 밤을 기다렸지. 모두 모두

잠든 밤이 되자 난 밖으로 나갔어. 못이 잘 박힐까 하며.

헉. 그런데 차가 없는 거야. 내 의도를 알아차렸나? 어떻

게 알아차렸지? 그 날 이후로 그 차는 우리 집 마당으로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었어. 나의 보복이 실패했지. 실

패를 했으니 기분이 나빠져야 하잖아. 근데 참 이상하지?

기분은 더 좋아졌어. 난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

로도 왠지 모를 자유로움을 느꼈고, 결과적으로 그 사람

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스치는 거야. 기분

이 너무너무 좋아서 콧노래를 불렀지. 내가 한 것은 아무

것도 없어. 그냥 상상을 했고, 실행에 실패했을 뿐이야.

근데 그것만으로도 나를 짓누르던 도가니의 감정들이 싹

날아가 버렸어.

내가 동생한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동생이 혀를 끌끌 차

면서 그러더군. 나이를 헛먹고 있군. 정신 좀 차려. 그리

고 친구한테 이야기 했어. 친구가 그러더군. 못 박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아. 앗. 너 해봤구나. 언제? 언제 해봤냐

고. 크크. 때론 말이야. 안 했던 생각을 해봐. 미처 생각

지도 못한 해방감을 누릴 수 있을 거야. 내가 누군지 다들

모를 테니 이곳에 이런 것쯤은 고백해도 되겠지. 나 이런

사람이야. 무지무지 착하면서도 보복하는 여자라고. 산골

에서. 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말이야.

도시여자

춘천의 별빛산골교육센터에 산골유학 온 도시 아이들을 돌보며 지낸 지

벌써 4년. 마음만은 성격만은 원하든 원치 않든 여전히 도시여자.

Page 58: PSPD MAGAZINE 2013. 05. (198)

투명회계

참여연대 사업·운영비는십시일반 후원으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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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원)

1 매출액 139,774,796

● 회비수입 119,947,499

사무처

공익법센터

국제연대위원회

노동사회위원회

민생희망본부

사법감시센터

사회복지위원회

시민경제위원회

의정감시센터

조세개혁센터

참여사회

평화군축센터

행정감시센터

도시락

84,265,099

1,481,200

844,900

1,782,200

4,148,200

2,696,400

8,526,000

3,946,600

3,131,800

1,381,100

1,464,400

2,022,300

3,982,300

275,000

● 정기후원금수입 1,090,000

● 부정기후원금수입 2,552,570

● 사업수입 16,184,727

2 매출원가

3 매출총이익 139,774,796

5 영업손실

6 영업외수익 86,223

● 이자수익 85,970

● 잡이익 253

8 법인세차감전손실

9 법인세

손익

지출(원)

4 판매비와 관리비 139,975,045

● 급여 93,533,347

● 복리후생비 8,543,139

● 여비교통비 248,340

● 통신비 2,304,480

● 수도광열비 99,000

● 전력비 2,396,550

● 세금과 공과금 2,238,280

● 임차료 558,703

● 차량유지비 195,000

● 교육훈련비 260,000

● 도서인쇄비 268,570

● 회의비 2,573,050

● 사무용품비 250,260

● 소모품비 2,337,030

● 지급수수료 4,857,239

● 건물관리비 749,650

● 사업비 14,665,207

● 발송비 920,200

● 부설기관회비등 2,977,000

-200,249

7 영업외비용 3,134,139

● 이자비용 2,642,739

● 기부금 474,400

● 잡손실 17,000

-3,248,165

-3,248,165

2013년 3월 참여연대 회계보고

58 2013 5

✽참여연대 회원이 회비를 납부하면 70%는 회원이 지정한 센터로, 나머지 30%는 사무처로 지급됩니다.

본인의 후원 센터가 어디인지 잊어버리셨다고요? 참여연대 웹사이트 ‘회원마당 활기차’에 로그인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회비는 사무처와 분배하지 않고 100% 연구소에 지급합니다.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는 독립법인으로 재정과 회계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Page 59: PSPD MAGAZINE 2013. 05. (198)

59참여사회

이송희 운영기획팀장이 전하는

참여연대 살림살이

“이거, 사무처장 결재 언제 받은 거예요?”

59만4천 원짜리 지출 명세를 보고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참여연대는 20만 원 이상

의 결제 건은 모두 담당 팀장 뿐 아니라 사무처장의 사전 결재까지 있어야 지출이 되

는데, 제가 결재한 기억이 없었거든요. 알고 보니 한 번에 많은 자료를 출력해야 했

던 간사가 프린터 토너를 넉넉히 세 개 주문했더니 금액이 이렇게나 커졌다는 것이었

습니다. 기자회견, 토론회 등을 앞두고 자료를 준비하는 도중에 프린터 토너가 떨어지면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거든요.

시중의 프린터들은 빠른 출력 속도와 양면 출력 등 온갖 편리한 기능들이 탑재돼 있으면서도 제품 자체의 가

격은 비싸지 않은 대신, 소모품인 토너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비용을 따져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 무서워

지지요. 예컨대, 이번에 사고(?)가 난 프린터도 기계 가격은 70만 원인데, 정품 토너는 한 개에 무려 19만8천

원입니다. 이 토너를 석 달에 두 개 꼴로 사용하니, 일 년이면 토너 값만 160만 원이 듭니다. 상황이 이렇다보

니 굳이 황금색 딱지가 붙은 정품 토너를 고집해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재생 토너가 인쇄 품질이 낮고 고장을

자주 일으킨다고는 하지만 가격이 불과 3만 원이라는 것을 알게되어버렸거든요…….

고민이 깊지만 그렇다고 일을 덜하거나 필요한 자료를 출력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최대한 인터넷 환경을

활용하여 종이도 토너도 덜 쓰도록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덕분에 업무 선진화도 덤으로 따라오겠네요. 웹과

는 친하지 않은 간사들이 고생을 좀 하겠지만 말입니다. 하하.

● 지난달에도 회비가 줄어서 걱정이라는 보고를 드렸는데요, 매우 안타깝게도 이번 3월에도 회비가 기대치를

밑돌았습니다. 올 들어 매달 80여 명의 회원이 새로 가입하고, 예년보다 탈퇴 회원이 더 늘어난 것도 아닌

데, 지난달 회비가 준 것에 이어 3월 회비 수입도 전달과 비슷합니다. 때문에 사무처는 최근의 상황에 대한

정밀 분석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분석 결과와 그에 따른 대책이 마련되는 대로 소식 전하겠습니다.

● 다행히 3월에는 예상치 못한 추가 지출이나 큰 규모 지출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지난달에 비해 적자 폭이 좀

줄었습니다.

● 매달 이렇게 적자가 누적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되시지요? 매년 9월 10일 참여연대 창립기념일 즈음에 열리

는 ‘후원의밤’ 행사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때에도 회비 증액과 ‘한번 더 인출’ 등

특별 회비가 큰 역할을 하구요. 그래도 재정 100%를 회비로 운영하는 날이 오긴 와야 할 텐데요.

正品

Page 60: PSPD MAGAZINE 2013. 05. (198)

튼튼날개_ ‘날개’는 물품 후원을 말합니다

60 2013 5

카페통인 지기하러 오시는 길에

호두파이 한 상자를 사다 주셨습

니다. 자원활동에 이어 날개까지!

맛나요~ 좋아요!

권경순 님께서03

봄꽃 화분 한 개와 커피믹스를 보

내주셨습니다. 커피 마시며 봄꽃

감상하고 있노라면 착해지는 기분

입니다.

이순희 님께서01

수출 예정이어서 ‘바다 건너 갈 뻔

했던’ 필기도구를 참여연대로 보내

주셨습니다. 좋은 글 많이 쓰겠습

니다.

예신희 님께서05

냉이와 망초 한 상자씩을 두 번이

나 보내주셨어요. 간사들이 나누는

데 경쟁이 치열해 부득이하게 선

착순 마감했답니다.

김융희 님께서02

인터뷰하러 간 간사 손에 각종 씨앗을 한 상자 들려 보내셨어요! 누구는 색동호박이며 강낭콩 등 먹을 것 위주로 가져가는가 하면, 누구는 빛깔이 고운 꽃씨만 골라 가더라구요.

박형민 님께서06

찐빵 세 상자를 보내주셨어요. 원

마루 님은 『참여사회』 <살림> 코너

의 고료로 참여연대 간사들에게

간식을 보내주셨답니다.

원충연 님께서04

날 개 니달 았 습를 다

날개 후원자들께 보낼 감사 카드를 만들기로 했어요.

참여연대에 날개를 달아주시는 많은 분들께 매번 말로만 감사 인사를 드리면서,

우리의 찐한 마음을 전하기엔 영 부족하다 싶었거든요.

콘셉트를 정하고, 감사 카드에 얼굴이 등장할 출연자를 섭외하고, 장소를 물색하고,

운영기획팀의 초점 안 맞는 똑딱이 카메라를 대신할 좋은 카메라를 구하고…….

생각 밖으로 일은 점점 커지는데 수습할 수 있을까 걱정하던 차에,

정김신호 사진가와 박상철 PD의 도움으로 무사히 잘 끝냈습니다.

잘 나왔지요?

멋지게 만들어 감사의 마음을 듬뿍 담아 보내드리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왼쪽부터 | 오유진 운영기획팀 간사, 이미현 평

화국제팀 간사, 신원기 민생경제팀 간사, 이담

인 정책홍보팀 간사, 박근용 협동사무처장, 김

주호 시민참여팀 간사, 이송희 운영기획팀장

Page 61: PSPD MAGAZINE 2013. 05. (198)

● 참여연대에는 문서 업무가 많습니다. 일 더 많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A4 용지를 후원해 주세요!

● 참여연대의 현장 뉴스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피플TV에서 비디오 카메라에 필요한 액세서리를 기다립니다.

렌즈필터 슈나이더 B+W CLEAR MRC UV2(82mm)

레인커버 KATA CRC-15PL

● 자료 정리와 보관을 위한 SATA형식 대용량(2TB이상) 하드디스크

● 회의 기록 등의 업무와 자원활동가 지원을 위한 노트북과 모니터

● 라벨 두께 조절이 가능한 라벨프린터

● 초점이 잘 맞고 조작이 편리한 카메라

● 수명이 다한 커피메이커를 대신할 단순한 기능의 커피메이커

집에서 쓰지 않고 뒹굴고 있는 물건도 참여연대에서는 꼭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습니다!

혹은 만 원, 오만 원, 십만 원의 후원으로 함께해주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회원님들의 사랑이 담긴 날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후원계좌 하나은행 162-054331-00104 (예금주 참여연대) 문의 운영기획팀 오유진 간사 [email protected] 02-723-5304

61참여사회

날개를 담당하는 운영기획팀 오유진 간사가 말하는 날개 Q&A

“이런 것”도 괜찮은가요?

A. 날개에 대한 문의 전화 중 “이런 것도 괜찮냐”는 질문이 꽤 많습니다. “이런 것”이란 보통 사무실을 정리하며 버

리려고 모아둔 파일이나 명함집, 기념일이나 행사명, 회사 로고 등이 인쇄된 ‘한정판’ 메모지나 컵, 사은품으로 받

아 모아놓은 테이프나 펜 같은 문구류 등이더라고요. 참여연대는 “이런 것”도 환영합니다. 새것이나 헌것, 가리지

않아요. 잘 쓰겠습니다!

진짜 “이런 것” 보내면 쓸 데가 있나요?

A. 물론입니다! 참여연대에는 오십여 명의 상근자들이 생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원활동가, 실행위원 등 많은 분

들이 오고갑니다. 사람이 많은 만큼 필요한 것도 많아요. 동시다발로 열리는 회의에 비치할 필기구와 메모지, 쌓

이는 책들을 지지하는 북엔드, 자료 정리에 쓰는 색인 테이프, 일상적으로 필요한 집게, 가위, 칼, 풀……. 보내주

시면 아껴 쓰고 나눠 씁니다. 파일 돌려막기는 기본입니다. 과년도 내용물을 정리해서 해마다 재사용한단 말이지

요. 파일 한 구석에서 10여년 전의 메모를 발견하는 것도 흔한 일입니다. 심지어 날개를 포장해 보내주신 상자, 뽁

뽁이 비닐 포장재도 요리조리 사용한답니다. 그래도 늘 문구가 모자란 건 왜일까요. 우리 중 누가 먹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참여연대 사람들이 없으면 없는 대로 아쉽게 지내는 데 익숙한 탓에 아직 문구 먹

는 하마를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

쓸만하긴 한데, 좀 낡았어요. 괜찮을까요?

A. 괜찮습니다. 낡았어도, 예쁘지 않아도 그 쓰임새는 여전하니까요. 새 것은 기분이 좋고, 예쁜 것은 눈을 즐겁게

해주지만 ‘참여연대 보내자’ 하고 차곡차곡 모아 보내주신 그 마음이 저희에겐 가장 소중합니다. 지금도 차곡차곡

마음을 모으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요? 우리 함께 모여서 바자회를 하면 어떨까요? 좋은 아이디어 있으시

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띠링띠링~ 공이 칠이삼에 오삼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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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개 세달 아 주를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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