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so hot 거리에서 붉은 빛을 띄며 활짝 꽃잎을 보여줬던 하이비스커 꽃들이 태풍언저리 바람과 강렬한 태양빛에 시들 시들 어간다. 일본 최대의 휴가철 피크인 오봉야스미에 접어들면서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빛이 정말 강해졌다. 지난 13태풍은 바람만을 남기고 빗겨갔지만 여름날 오키나와의 일상은 강한 자외 선을 피해 그늘을 찾아다녀야만 하는 환상적인 열기의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오키나와야 워낙 더운 동네라서 그려려니 하지 한국도 일본도 전반적으로 예년에 비해 뜨거워진 날씨는 확실한 같다. 거리를 가다 빨갛게 활짝 피어 있는 하이비스 커스 꽃을 보면 남국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기분이 았는데 요즘 남국을 대표하는 꽃들 마저 시들 시들 말라죽어 가는 모습이 보인다. 불안정한 기후로 인해 주말에는 비와 천둥 소나기가 내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역시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출 때면 정신을 차릴 정도로 뜨겁다. 고여 사거리의 스클 램블 교차점 횡당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대기라도 때면 나무 한그루가 만들어 주는 그늘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점심을 먹고 소화를 시키기 위해 산책이라도 할려면 얼굴과 주위 그리고 노출이 부분이 점점 익어가는 느낌이 . 이럴 때면 만사 재쳐놓고 바다로 달려가 바다에 담그 시원한 맥주한캔 꺼내 꿀꺽꿀꺽 마시는 최고의 행복인데 아무리 바다가 가까워도 일상이 되어 줄수는 없기에 상상만을 해본다. 오키나와에서 맞는 일곱번째 여름. 수많은 관광객들이 휴가라고 찾아오는 곳에 살면서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와서 평소 한적했던 곳들이 북쩍대서 조금은 짜증도 나고 있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건가....지난 주말 머리를 식히기 위해 딸과 함께 찾아간 하마히가섬 비치에 비치파티와 해수욕으로 가득찬 사람 들을 보며 피곤해지는 나자신은 이미 오키나와에 적응이 어버렸나보다. 그나저나 시들어 가는 하이비스커스 꽃들과 시들지 않기 위해 보신이라도 해야하는데....먹어야 .... <한주간의 雜念> 더운 여름 나름대로 아이들은 버티고 놀고 있다. 물론 그에 비해 어른들은 힘들다. 70주년 광복절행사에 다녀왔 . 참가한 사람이 한국사람보 일본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날이 너무 덥다. 걸어갈 일이 있으면 그늘을 찾아 걷게 . 나날이 까맣게 변해간다. 미군기지이전 문제로 정부와 현이 집중논의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과연 의미가 있을까? 원루트의 오키나와 생활기 17 August 2015 Okinawa Journal vol 62 1

Okinawa journal 62

Embed Size (px)

DESCRIPTION

원루트의 오키나와 생활기

Citation preview

Page 1: Okinawa journal 62

so hot 거리에서 붉은 빛을 띄며 활짝 핀 꽃잎을 보여줬던 하이비스커스 꽃들이 태풍언저리 바람과 강렬한 태양빛에 시들 시들 다 죽어간다.

일본 최대의 휴가철 피크인 오봉야스미에 접어들면서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빛이 정말 강해졌다. 지난 13호 태풍은 바람만을 남기고 빗겨갔지만 그 후 여름날 오키나와의 일상은 강한 자외선을 피해 그늘을 찾아다녀야만 하는 환상적인 열기의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오키나와야 워낙 더운 동네라서 그려려니 하지만 한국도 일본도 전반적으로 예년에 비해 더 뜨거워진 날씨는 확실한 것 같다. 거리를 가다 빨갛게 활짝 피어 있는 하이비스커스 꽃을 보면 남국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는데 요즘 그 남국을 대표하는 꽃들 마저 시들 시들 말라죽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불안정한 기후로 인해 주말에는 비와 천둥 등 소나기가 내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역시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출 때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뜨겁다. 고여 사거리의 스클램블 교차점 횡당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대기라도 할 때면 나무 한그루가 만들어 주는 그늘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점심을 먹고 소화를 시키기 위해 산책이라도 할려면 얼굴과 목 주위 그리고 팔 등 노출이 된 부분이 점점 익어가는 느낌이 든다. 이럴 때면 만사 다 재쳐놓고 바다로 달려가 바다에 발 담그고 시원한 맥주한캔 꺼내 꿀꺽꿀꺽 마시는 게 최고의 행복인데 아무리 바다가 가까워도 일상이 되어 줄수는 없기에 상상만을 해본다. 오키나와에서 맞는 일곱번째 여름. 수많은 관광객들이 휴가라고 찾아오는 이 곳에 살면서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와서 평소 한적했던 곳들이 북쩍대서 조금은 짜증도 나고 있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건가....지난 주말 머리를 식히기 위해 딸과 함께 찾아간 하마히가섬 비치에 비치파티와 해수욕으로 가득찬 사람들을 보며 급 피곤해지는 나자신은 이미 오키나와에 적응이 되어버렸나보다. 그나저나 시들어 가는 하이비스커스 꽃들과 같이 시들지 않기 위해 몸 보신이라도 해야하는데....뭘 먹어야 되지.... <한주간의 雜念>

더운 여름 나름대로 아이들은 잘 버티고 잘 놀고 있다. 물론 그에 비해 어른들은 힘들다.

70주년 광복절행사에 다녀왔다. 참가한 사람이 한국사람보다 일본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날이 너무 덥다. 걸어갈 일이 있으면 그늘을 찾아 걷게 된다. 나날이 까맣게 변해간다.

미군기지이전 문제로 정부와 현이 집중논의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과연 의미가 있을까?

원루트의 오키나와 생활기17 August 2015 Okinawa Journal vol 62

1

Page 2: Okinawa journal 62

70주년 광복절 기념식전오키나와 민단에서 주최하는 광복절 기념식전에 참가를 했다. 70주년에 맞게 호텔 연회장에서 진행을 했다.

민단이 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 심지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나이지만 아는 형님 덕분에 민단의 행사에 두번째 가본 것이 70주년 광복절기념식전이었다. 민단이란 것과는 관계없이 한국의 광복 70주년이라는 행사에 관심이 많았고 참가를 하고 싶었었다. 물론 점심

도 준다고 하기에....^^ 행사에 참가를 해 오래간만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가슴에 손을 얹고 해 봤고 애국가도 1절을 불러 봤다. 신기하게 안까먹고 아직도 잘 부른다. 1부 식전행사 마지막은 만세삼창. 조금 낯설기는 했지만 두팔 높이 올려 만세도 불러보고....2부 행사의 시작은 현악기 앙상블? 한국에서 초대되어 온 분들의 클래식 콘서트가 이어지고 오키나와 차탄의 자가르 청년회의 에이사와 류큐 무용팀의 류큐 무용과 북장단이 이어진다. 오키나와 답게 마

지막 마치는 것은 카챠시다. 카챠시는 오키나와의 전통악기 산신의 빠른 리듬에 맞춰 팔을 올려 흥겹게 춤을 추는 것으로 오키나와에서는 결혼 피로연이나 행사가 있을 때 마지막을 다같이 어울리는 카챠시로 마무리를 한다. 최근 한국과 일본이 정치적으로 그리 좋은 시기가 아니기에 교류라는 말들이 많이 오고 갔지만 이날 행사를 보니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일본사람들이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을 하기는 그렇지만 그래도 광복이라는 이름의 한국의 행

사인데 그만큼 민단이 한국인들을 모이게 만드는 힘이 없는건지...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오키나와의 한국인들의 커뮤니티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쌍으로 노는 태풍작년 부터 왜 그런지 태풍들이 쌍으로 다닌다. 한녀석이 먼저 쨉을 날리며 오키나와로 다가오면 뒤따라 오는 녀석은 눈치를 보며 꺽을지 아님 그냥 갈지를 고민한다. 올 여름 태풍이 많이 온다고 하더니 녀석들이 이렇게 몰려 다닐줄이야....그나마 이번에 오는 녀석은 주말이 아닌 주중에 오고 있어 다행이다. 근데 뒤에 오는 넘이 주말에 오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둘다 그냥 썩 꺼져버렸으면 좋겠다.

2

Page 3: Okinawa journal 62

정부와 현의 맛짱 맛짱이 과연 가능할까? 북부지역의 헤노코 미군지기 이전 문제를 두고 정부의 관방장관과 오키나와현 지사가 한달간 기존의 공사를 중지하고 집중협의에 들어간다고 한다.

요즘 뉴스를 보면 난리도 아니다. 미군의 특수부대팀이 헬기를 이용해 항해중인 선박에 밧줄을 이용해 내리는 훈련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 하필이면 2004년 미군헬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해 피해를 입혔던 날의 하루 전날 일어난 일이다. 산들이 많은 북부지방의 미군 실탄사격훈련장에서는 산불이 나기도 했다. 이런 시기에 일본정부는 기존에 몰아붙쳤던 후텐마 지기 이전과 관련 헤노코지역의 미군기지 추가건설작업을 중단하고 협의점을 찾기 위해 오키나와현의 지사를 찾아 집중 논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뭐 결과야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오키나와로서는 더이상의 기지부담을 싫어할 것이고 일본정부는 미군과의 관계형성 작업에 오키나와를 설득해야하는 입장이다. 사실 내 주위에는 미군기지에서 일을 하거나 미군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모아이(계모임)를 하는 친구들 중에도 세명이 미군기지와 연관된 일을 하고 있다. 그러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제 고용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는 미군기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철수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어느날 출근하는 길에 앞 차를 보니 스티커가 하나 붙여 있었는데 미공군이 오키나와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한쪽에서는 미군기지에 대한 반감으로 농성을 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지금 그대로의 삶을 유지하길 원하는 이들. 누가 옳고 누가 틀리고는 모르겠지만 자립경제력이 너무나도 부족한 이 조그만 섬에서 일본정부를 무시하고는 결코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이 있어 어느정도 답은 예상해 보기도 한다. 난쿠루나이사 (뭐 어떻게든 되겠지~~)

3

슈퍼에서 호박을 사오더니 와이프가 칼국수를 만들어 먹자고 한다. 조개를 사와서 국물을 내고 호박을 넣고 국수면발과 비슷한 우동면을 사서 넣고 끓여 먹으니 한국에서 먹던 딱 그맛이다 # 이 호박을 일본에서는 즈키니라고 하는데 오키나와에서 별로 보이지가 않는다. 요즘 자기전에 집에서 맥주캔 하나를 마시고 자는데 여름철 한정 맥주들이 많아 골라먹는 재미가 있어 좋다. # 오키나와하면 오리온맥주인데 난 개인적으로 아사히 맥주가 좋다. 한국어 강좌를 월요일 한시간 정도 오키나와사람들에게 하고 있는 게 있는데 바로 앞에 한국가정요리가 생겨 강좌를 마치면 자연스레 식당으로 향한다. # 이거 완전 한국식당 영업맨이 된 기분이다. 비가오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나인데 가끔은 비에 젖은 거리의 모습이 이뻐보일 때도 있다. # 비가 오는 거리의 모습이 아닌 비는 이미 그쳐 내린 뒤 보는 거리 모습이 좋을 뿐이다.

Page 4: Okinawa journal 62

처제와 와이프가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을 갔다 왔는데 거기서 찍힌 아이들의 웃는모습은 최근 본적이 없는 너무나도 행복한 모습이다.

일을 하고 있는데 와이프에게 전화가 와서 처제가 알아낸 분수공원이 있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가 온다는 것이었다. 요즘 아이들이 집에만 있어 심심해 하던 찰나에 잘 되었다고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오라고 하고는 그냥 어디 좋은 공원이 있나보다 라고 생각을 했더니

보내온 사진을 보니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인다. 또래 조카들과 같이 어울려 노는 아이들에게는 함박웃음이

있었고 최근 그런 웃음을 본 적이 없기에 얼마나 아이들이 즐거워 하는지 마음 속에 팍팍 전

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날따라 공원에 다른 사람들이 없어 공

원을 전세내듯 마음껏 놀고 온 아이들은 집에 와서 완전 녹초가 되어 잠에 골아 떨어졌지만 여운이 남았던지 다음날에도 이날 즐거웠던 순간들을 나에게 설며을 해준다. 그 이야기는 아빠도 우리를 좀 데리고 이런 곳에 가달라고 하는 복선이 깔려 있기에 내 마음은 복잡해지고....시원스러운 분수 물줄기들과 더욱더 시원스레 웃는 아들녀석의 사진을 보니 처제에게 물어 왠지 조만간 다시 이 공원을 가야만 할 것 같다.

Okinawa Life!

4

할머니생신이라고 아이들이 웃음을 보이며 사진을 찍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밖에 축하의 메세지를 전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다가오는 막내 유리의 돌잔치를 어디서 할지 아직도 고민이다. 얼마 안남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