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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오보와 검증없는 저널리즘 구글 저널리스트를 통해 본 구글의 뉴스 서비스 전략 08 2015 NO.536 9 771227 539505 08 ISSN 1227-5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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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집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오보와검증없는저널리즘

구글저널리스트를통해본구글의뉴스서비스전략

082015 NO.536

97

71

22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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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

08

ISS

N 1

227-

5395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006 혁명 전야-전통 언론에 보내는 마지막 경종 뉴스생산방식과주체의변화/우형진

011 한없이 가벼운 형식으로 뉴스와 오락 사이 줄타기 프로그램장르의변화/배진아

015 더 빠르고, 더 간단하고, 더 재미있게 뉴스유통방식의변화/홍주현

019 뉴스 과잉 시대 필연적 서비스 성장세 이어갈 듯 쟁점분석:뉴스큐레이션서비스-현황과전망/송해엽

023 저작권 무시한 ‘원자화’된 콘텐츠의 얕은 재미 쟁점분석:뉴스큐레이션서비스-문제점/강성모

특집

08 2015 / no.536

집중점검

메르스와언론보도,그후

028 ‘빠른 정보’보다 ‘정확한 정보’가 더 가치 있어 메르스사태와전염병보도가이드라인제언/김선호・양정애

034 정보 가뭄 속 단비 역할…시민 참여로 활성화되길 메르스사태로본데이터뉴스사례와제언/임종섭

039 전문가 가이드라인도 반드시 더블체크! 감염병재난현장취재기자의안전을위한제언/조동찬

언론 현장

044 오보 벌점제 도입・오보 DB 구축 필요 오보와검증없는저널리즘/김세은

049 제호 빼고 다 바꿔도 언론 가치는 지켜나갈 것 창간61주년맞아재창간선언한한국일보/이성철

053 고단한 한국인의 삶 반영한 ‘푸드 커뮤니케이션’ 방송비평-먹방·쿡방·셰프전성시대/김수철

취재기・제작기

058 절벽 끝 아이들의 희망 만들기 KBS‘다큐공감-양궁감독박영숙의헬로말라위’/이소윤

064 살아있네~ 신문의 어젠다 설정 기능 중앙일보‘출산생태계를살리자’/김동호

산업・정책

070 트래픽 대신 이용자 행동 분석 증가 온라인뉴스성과측정을위한지표해석의변화/김종우

074 유료방송 시장 약화 위험, 규제 기구 간 기능 통합 필요 방송통신결합판매정책에대한논란및소비자복지/전범수

078 한중 동시 방영으로 불법 다운로드 막아야 ‘프로듀사’사례를통해본중국시장진출현황과한계/조종엽

미디어 포럼

083 모바일 온리+소셜 퍼스트+데이터 분석 글로벌에디터스네트워크서밋2015참관기/한운희

087 검색 신뢰도 위해 고품질 저널리즘 지원 구글저널리스트를통해본구글의뉴스서비스전략/이성규

092 모바일, 소셜 미디어 이용 세계 공통 현상 로이터연구소‘2015디지털뉴스리포트’/이지영

099 광복 70년, 방송기자 탄생 70년 기획 시리즈 8 1960년대 유일한 방송계 여성 저널리스트

방송최초여성기자김지자/김성호

미디어 월드 와이드

104 미국

시간외수당 못 받는 등 언론인 처우 열악 / 이강원

107 영국

BBC 공영 서비스 뿌리 흔드는 정부 보고서 발표 / 김지현

111 프랑스

진화 거듭하는 프랑스의 요리・음식 프로그램 / 최지선

재단 소식

115 이제는 디지털 온리 시대, ‘변해야 산다’ 재단,언론사부국장초청‘디지털퍼스트’워크숍개최

08 2015 / no.536

정기구독신청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분석팀 1년 구독료 4만원(낱권 4,000원)

은행온라인으로 입금할 경우 계좌번호: 농협 056-01-103703(예금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입금 후

독자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구독기간을 알려주십시오(02-2001-7512).

“부정부패 없는 청렴사회,

거듭나는 대한민국”

발행인김병호편집인우득정편집위원김영주·한국언론진흥재단연구센터장|김선호·한국언론진흥재단연구위원|

강수진·동아일보문화부장|구본권·한겨레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김덕한·조선일보산업1부차장|김익현·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김준호·KBS사회2부팀장|홍원식·동덕여대교양학부교수기획조사분석팀등록1964년3월26일

라-1881호인쇄 2015년8월3일발행2015년8월6일발행처한국언론진흥재단100-750서울중구세종대로124

전화(02)2001-7757팩스(02)2001-7740이메일[email protected]편집·제작아르떼203인쇄 도야인쇄

•게재된글은한국언론진흥재단의공식견해가아닌필자개인의견해입니다.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혁명 전야-전통 언론에 보내는 마지막 경종뉴스생산방식과주체의변화/우형진

한없이 가벼운 형식으로 뉴스와 오락 사이 줄타기프로그램장르의변화/배진아

더 빠르고, 더 간단하고, 더 재미있게뉴스유통방식의변화/홍주현

뉴스 과잉 시대 필연적 서비스 성장세 이어갈 듯쟁점분석:뉴스큐레이션서비스-현황과전망/송해엽

저작권 무시한 ‘원자화’된 콘텐츠의 얕은 재미쟁점분석:뉴스큐레이션서비스-문제점/강성모

특집

006 신문과방송 08 2015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우형진

한양대신문방송학과교수

뉴스 생산 방식과 주체의 변화

혁명 전야-전통 언론에 보내는 마지막 경종

언론사는 인터넷이 사람들의 일상생활 일부로 자리

잡기 전까지 인간 생태계의 정보 매개자로서 무소

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어떤 정치인도 어떤 전

문가도 신문기자의 펜과 방송기자의 카메라를 통하

지 않고 자신의 의견과 지식을 다수의 일반 사람들

에게 전달하기는 어려웠다. 전통적으로 저널리스트

는 사회구성체의 정보 흐름 과정에서 게이트키퍼로

서 정보 통제 및 독점력을 소유한 존재이며 건전한

여론 형성과 새로운 정보 발굴이라는 사회적 가치

를 지키는 공공적 개인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스마트폰 확산으

로 개인 소유 미디어 플랫폼이 보편화된 현재, 아마

추어 동영상 업로더와 전문직 저널리스트 간의 경

계는 급속도로 붕괴됐다. SNS 글쓰기와 사진·동영

상 업로딩에 익숙한 모바일 세대는 뉴스의 자가 생

산과 공유가 매우 편하고 자연스러운 문화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개인에게 최적화된 미디어 테크놀

로지와 네트워크화된 미디어 환경은 기존의 뉴스

생산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미래 저널리즘에

있어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스트리트 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일까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2013, 2014년 설문조사에 의

하면 미국 성인의 약 63%는 온라인 동영상을 시청

하고 있고, 이들 중 절반에 해당하는 약 36%는 온라

1인 미디어, 크라우드 뉴스 펀딩, 뉴스 큐레이션 등 뉴스 생산 방식의 변화가

미래 저널리즘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가 지난 6월

18일 론칭한 시민 전문 뉴스 채널 ‘뉴스 와이어’ 홈페이지.

007특집 |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인을 통해 디지털화된 뉴스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

타났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비사용자들에

비해 온라인 뉴스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

났다. 더욱 주목해서 보아야 할 점은 이들이 동영상

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거나 SNS를 통해 공유하는

것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공유된 동영상들은 언론

사 뉴스 속보의 중요한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

이다. 2013년 미국 오클라호마 토네이도 재난 현장

에 대한 동영상 중에서 가장 많은 조회 수를 보인 것

은 기존 언론사가 생산해낸 것이 아닌 시민 저널리

스트들이 제작한 유튜브 동영상들이었다(Jurkowitz

& Hitlin, 2013.5.22.). 소위 ‘스트리트 저널리즘’으로

불리는 시민 저널리즘은 “우연히 사건 현장에 있던

개인도 전문직 저널리스트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는 점을 환기시켜준다(김익현, 2015. 2.17.).

개인의 주요 미디어 이용 행태가 고정형에서 모

바일형으로 변하면서 뉴스 소비자는 곧 뉴스 생산

자, 협력자, 편집자, 전달자 등 다양한 역할을 동시

에 수행할 수 있는 주체로 치환되어 뉴스의 주제, 범

위, 표현 양식 등 뉴스와 관계되는 모든 요소들의 질

적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존 언론사

들에게 두 가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첫째, 스트리트 저널리즘은 기존 언론사들의 역

할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저널리즘의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가? 다양한 미디어 테크놀로지로 무

장한 거리의 시민들이 저널리스트로서 공공 이슈에

대한 사회 감시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

냐는 것이다. 루소의 말처럼, 시민은 기본적으로 “공

공이익을 위해 표현하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존

재”라는 점에서 가능성은 보일지 몰라도 “아마추어

는 개인의 열정을 바탕으로 자신의 활동 분야를 선

택하고 자신의 만족을 위해 대응하는 존재”라는 플

리쉬의 주장에 근거해 볼 때(진민정, 2013.9.9.), 스트

리트 저널리즘이 현재 저널리즘의 위기를 극복하게

만드는 구세주 역할을 할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스트리트 저널리즘은 특정 사건·사고에 대

한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이 미디어 기술에 의해 확

산되고, 확산 그 자체가 공론화되는 과정에서 사회

적으로 중요한 공적 이슈로 변모된 것이다. 이런 점

에서 스트리트 저널리즘이 기존 언론사의 역할을

완벽히 대체하기보다는 보완적 임무에 머무를 것

이라는 예상이다. 일반적으로 스트리트 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의 매우 중요한 속성인 ‘객관으로 포장된

주관적 의도’, 즉 이데올로기가 많은 경우 생략되어

있어 그 자체로 완벽한 저널리즘은 될 수 없다.

둘째, 전통적인 뉴스 생산 방식이 앞으로도 지속

적으로 유효할 것인가? 만약, 스트리트 저널리즘의

결과물들 안에 이데올로기가 없다고 할지라도 집합

전통적인 뉴스 생산 방식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인가? 기존 언론의

고민은 더욱더 깊어진다. 모바일 세대들은 이미 스트리트 저널리즘에

익숙해 있고, 정파적 속성에서 벗어날 수 없는 기성 언론에 비해

이데올로기 없는 팩트를 더 신뢰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008 신문과방송 08 2015

적 힘에 의해 동시에 생산한 다각도의 현장 목격 사

진과 동영상이 전문직 저널리스트의 프레임화된 보

도에 비해 더 의미 있고, 영향력 있는 기록으로 평가

된다면, 기존 언론사들의 고민은 더욱더 깊어진다.

왜냐하면 다수의 모바일 세대들은 이미 스트리트

저널리즘에 익숙해 있으며, 기존 언론사보다 더 사

실 보도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어쩌면 정파적 속성

에서 벗어날 수 없는 기성 언론에 비해 이데올로기

없는 팩트를 더 신뢰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스트

리트 저널리즘이 본질적으로 저널리즘의 DNA를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는 향후 판명이 나겠지만 기

존 언론사의 뉴스 생산 방식에 충격을 주고, 근원적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1인 미디어의 힘

공유·참여·개방으로 대변되는 온라인 사회연결

망은 누구나 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가능하게 만들

었다. 이제 전문직 저널리스트가 아닌

개인 블로그 운영자가 특정 이슈에 대

한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네트워크에

토설함으로써 새로운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제보자, 네트워크에 연결된

불특정 다수를 움직이게 만드는 여론선

도자, 기존 언론과 다른 시각으로 접근

하는 이슈 해설자의 역할까지 가능하게

됐다. 이런 환경에서 탄생한 1인 미디어

는 제도권 언론에서 다루지 않거나 다

루었다고 할지라도 충분하지 못했던 부

분을 개인의 시각과 색깔로 해석하여

오히려 기존 언론사보다 더 많은 조명

을 받기도 했다(오마이뉴스, 2014.5.10.).

12만 명의 팔로어를 가지고 있는 ‘미디

어몽구’나 월 평균 방문자 수 50만 명의 전업 정치

블로거 ‘아이엠피터’는 자신만의 감성과 원칙으로

이슈를 취재하고 비평한다. 기성 언론이 완고한 출

입처주의, 퇴행적 갑질 행태, 자사 비판 회피적 태

도, 소설 쓰는 언론이라는 혹평에 시달리며 저널리

즘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전

문직 기자 수업을 전혀 받지 않고, 일정한 급여도

없이, 광고 수주도 하지 않는 1인 미디어들은 사실

(fact) 취재, 객관적 비평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

한다는 저널리즘의 원칙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전진식, 2015.6.2.).

‘아이엠피터’가 바라본 ‘미디어몽구’의 세 가지

특징은 이를 정확히 반영한다. 미디어몽구의 취재

원칙은 첫째, “1시간 먼저 취재 현장에 나가고 가장

늦게 철수한다.” 둘째, “기성언론의 눈이 아닌 철저

히 개인적 감성과 시각으로 콘텐츠를 만든다.” 셋째,

“SNS를 통해 단순히 정보를 확산시키는 것이 아니

다음이 진행 중인 크라우드 펀딩 형식의 ‘다음 뉴스펀딩’은 아직 엄밀한 판단은 이르지만

기존의 뉴스 생산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실험임에 분명하다.

009특집 |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라 개인을 대변하여 취재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

이 전달한다”(아이엠피터, 2014.12.20.)이다. 사실 1인

미디어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정기적인 수입

없이 저널리즘적 대의명분만으로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고 취재 현장에서 기성 언론의 견제와 취재 대

상의 비협조, 취재 내용에 대한 법적 소송에 따른 압

력, 1인이 진행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사실 확

인 오류 등으로 인해 1인 미디어의 운영은 영세하고

취재 환경은 훨씬 더 열악하다. 그렇지만 기성 언론

이 포털이라는 중간상인에 의존할 때, 1인 미디어는

SNS를 통해 뉴스 소비자와 직거래를 한다. 1인 미

디어의 유기농 뉴스 생산은 신선하고 생기 있는 뉴

스 소비를 원하는 마니아층이 존재하는 한 당분간

그 영향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크라우드 뉴스 펀딩이 대안?

크라우드 뉴스 펀딩은 저널리스트의 보도 의도에

공감한 독자들이 대중모금 방식을 통해 취재를 후

원하고, 모금된 취재비로 뉴스를 생산해내는 새로

운 뉴스 생산 과정을 말한다. 네덜란드의 대안언론

인 드코레스폰덴트의 펀딩 방식 뉴스 생산을 벤치

마킹한 포털 다음이 2014년 9월 국내에서 ‘뉴스펀

딩’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로, 후원자들의 취재 비용

지원을 통한 새로운 방식의 뉴스 생산이 이루어지

고 있다. VOD처럼 완성된 영상물을 사용료를 내고

소비하는것이 아니라 일반 독자들이 ‘다음 뉴스펀

딩’이 다루었으면 하는 내용을 의뢰하거나 직접 글

을 쓰고 취재할 저널리스트가 자신의 취재 주제와

사안에 대해 다음 ‘뉴스펀딩’에 제안하면, 다음이 기

자와 언론사를 섭외하고 내용을 조율하여 기사를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뉴스 콘텐츠 유료화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는 점에

서 환호를 보내는가 하면, 포털이 뉴스 생산에 개입

함으로써 현재보다 언론사에 대한 더 강한 통제력

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혼재되어 있는 실정이다

(미디어오늘, 2015.2.10.; 한겨레, 2014.10.27.).

새로운 뉴스 생산 방식에 대한 기대와 우려에

도 불구하고 2015년 7월 18일 현재 다음 ‘뉴스펀딩’

은 7개 카테고리(저널리즘, 라이프, 캠페인, 아트, 스타

트업, 스포츠, 출판)에 148건의 프로젝트가 추진 중

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전통적 의미의 뉴스 영

역에 해당하는 것은 저널리즘 카테고리에 한정되

어 있고, 나머지 6개 카테고리에 있는 내용들은 작

가, 예술가, 블로거, 전문가들이 자신의 식견을 바

탕으로 심층 취재 분석하고, 대상과 연관된 에피소

드를 포함시켜 종합적인 콘텐츠로 작성하는 ‘르포

르타주’이다. 문제는 뉴스 후원금의 ‘빈익빈 부익

부’ 쏠림 현상이다. ‘뉴스펀딩’ 가운데 상위 5개 프

로젝트가 전체 모금액의 84%를 가져갔다(아이콕스,

2015.1.30.). ‘뉴스펀딩’은 분명히 기존 저널리즘의 뉴

스 생산 방식과 다른 새로운 실험이다. 향후 크라우

드 뉴스 펀딩이 언론사 뉴스 생산 시스템에 어떻게

전이되고 융합되는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무서운 뉴스 큐레이션

‘뉴스 큐레이션’은 웹과 앱상의 수많은 정보들을 편

집자가 신뢰도 체크를 통해 사용자의 관심사와 기

호에 맞춰 수집하고 재배치하는 사용자 위주 맞춤

형 뉴스 서비스를 말한다. 최근 뉴스 큐레이션이 주

목받는 이유는 정보 과잉에서 출발한다. 과거와 달

리 뉴스 공급자 수 증대, SNS를 통한 정보 확산 범

위 확대, 어뷰징 기사나 확인할 수 없는 콘텐츠 내

용 등 과도한 정보 폭발로 인해 이용자에게 필요하

고 검증된 정보를 찾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

010 신문과방송 08 2015

게 만든다. 뉴스 큐레이션은 저널리즘 신뢰도 상실

과 정보 검색에 피로한 이용자 사이에 탄생한 시스

템이다. ‘플립보드’ ‘핀터레스트’ ‘네이버 포스트’ 등

다양한 형태의 뉴스 큐레이션 앱은 스마트폰 사용

자들이 원하는 언론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

그 등을 RSS나 팔로잉을 통해 연동하여 실시간으로

뉴스와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제공한다. 2015년 6월

18일 유튜브는 시민 전문 뉴스 채널인 ‘뉴스와이어’

를 론칭했다. 과거 몇 차례 시민 저널리즘 채널 설립

시도의 실패를 거울삼아 시민이 보낸 영상물의 진

위 여부와 팩트 체크를 해줄 소셜 뉴스 에이전시 ‘스

토리풀’과 손을 잡았다(이성규, 2015.6.19.). 이런 점에

서 뉴스 큐레이션 트렌드는 우리나라 포털의 뉴스

서비스 기능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 큐레이션은 포털보다 더 신뢰할 만한 뉴스를

제공하고, 뉴스 소비자에게 뉴스를 선택할 권한을

더 많이 이양하기 때문이다. 간과해서 안 되는 점은

뉴스 큐레이션이 뉴스 소비자에게 무한대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해주지만 동시에 언론사에겐 제 영

향력을 현재보다 더 떨어뜨릴 수 있게 해줄 가능성

이 있다. 언론사가 뉴스 큐레이션을 마냥 편한 마음

으로 지켜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변화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뉴만(Neuman, 1991)은 기술에 의한 사회변동에 대

해 낙관적 기대를 하면서도 그 변화 속도에는 냉정

한 입장을 취한다. 그의 입장은 기술에 의한 변화는

혁명적이기보다 점진적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로

뉴미디어 기술에 의한 진정한 사회변동은 그 기술

로 인한 자본주의적 속성과 수용자의 심리적 수용

상태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

나 사회변동의 여러 조건들이 역치(threshold) 수준

을 넘어가면, 그 변화는 가속도가 붙어 변화에 민감

하지 못한 집단을 영원히 도태시킬 수 있다. 현재 우

리 사회가 스마트폰 보급, SNS 이용량, 네트워크 속

도 등에서 뉴스 생산-소비 방식 변화의 역치를 넘

어 가는 중이라면, 뉴스 생산-소비 구조 변화는 조

만간 혁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스트리트 저널리

즘, 1인 미디어, 크라우드 뉴스 펀딩, 뉴스 큐레이션

은 기존 언론사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종일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은 뉴스 생산 방식의 변화를 기존 언론

사들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뉴스 소비자들과 인

터넷 콘텐츠 기업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김익현(2015. 2. 17). 유튜브 10년 저널리즘 어떻게 달라졌나… online: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

id=20150217105029&type=det&re=

미디어오늘(2015.2 .10.). 뉴스는 공짜? 뉴스 펀딩 실험해보니.

online: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

html?idxno=121725

아이엠피터(2014.12.20.). 왜 제2의 ‘1인 미디어-미디어몽구’는 나오지

않는가? online: http://impeter.tistory.com/2673

아이콕스(2015.1.30.). ‘뉴스’ 펀딩? 뉴스 ‘펀딩’! online: http://

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coxpub&log

No=220257067653

오마이뉴스(2014.5.10.). ‘기레기’ 취급받는 언론…이들만 왜 각광받나.

online: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

pg.aspx?CNTN_CD=A0001989739

이성규(2015.6.18.). 실패는 했지만…유튜브 시민저널리즘 뉴스 재도전.

online: http://www.bloter.net/archives/230629

전진식(2015.6.2). 직장인이 아닌 기자, 비즈니스밖의 저널리즘, 한겨레

21, 제1064호, online: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

general/39633.html

진민정(2013.9.9.). 아마추어 저널리즘의 위기: 사이버 쾌락주의를 넘어서.

online: http://www.jsi.or.kr/281

한겨레(2014.10.27.). 독자가 기사 생산 참여 ‘펀딩뉴스’ 엇갈린 시선.

online: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661641.html

Jurkowitz, M. & Hitlin, P.(2013, May 22). Citizen evewitnesses

provide majority of top online news video in Oklahoma

tornado disaster, online: http://www.pewresearch.org/fact-

tank/2013/05/22/citizen-eyewitnesses-provide-majority-of-

top-online-news-videos-in-oklahoma-tornado-disaster/

Neuman, W. R.(1991). The Future of the Mass Audience,

Cambridge University Press.

http://www.journalism.org/2014/03/26/the-audience-for-digital-

news-videos/

특 집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011특집 |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환경 속에서 방송은 본능

적으로 새로운 장르,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을 추

구하게 된다. 이는 시청자들의 관심과 호응을 기반

으로 생존해야 하는 방송의 속성이다. 방송이 끊임

없이 시도하고 있는 장르 결합, 장르 파괴, 포맷의

생성·진화·소멸은 방송 콘텐츠의 발전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그동

안 창의적이고 새로운 포맷들이 등장했고, 시청자

들에게 유익함과 흥미,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전달

하는 좋은 포맷들이 개발되어 왔다. 하지만 장르가

결합되는 과정에서 각 장르 본연의 기능이 사라지

고 공허한 웃음만 남아 장르 고유의 본질이 훼손되

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새로운 방송 포맷을 개발

하는 과정에서, 특히 여러 장르의 포맷을 융합하는

과정에서 각 장르가 갖는 역할과 기능,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시사와 예능의 만남

최근 방송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시사와 예능 장르가

결합된 형태의 프로그램들이다.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기 쉬운 시사정보에 예능 장르의 흥미 요소

들을 결합시키는 방식이 적극 도입되고 있다. 시사

와 예능 장르가 결합하는 방식은 주로 뉴스 및 시사

정보를 내용으로 다루면서 예능 장르의 형식을 빌

배진아

공주대영상학과교수

프로그램 장르의 변화

한없이 가벼운 형식으로뉴스와 오락 사이 줄타기

최근 시사와 예능이 결합한 형태의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 연예인 등

비전문가들이 다수 출연해 격식 없이 시사 이슈를 풀어가는 jtbc ‘썰전’의

기획 의도 소개 웹페이지.

012 신문과방송 08 2015

려오는 것이다. 뉴스 및 시사정보를 소재로 하는 프

로그램이 예능 포맷을 차용하는 방식은 다양한데,

버라이어티쇼의 형식을 도입한 뉴스쇼 포맷, 스토

리텔링 기법을 적용한 포맷, 토크쇼와 결합한 시사

토크 포맷 등이 가장 일반적이다.

‘국민소통 버라이어티 뉴스왕’(KBS, 2008~2009),

‘시사콘서트 열광’(tvN, 2010), ‘컬투의 베란다쇼’

(MBC, 2013~2014) 등은 버라이어티쇼의 포맷으로

시사정보를 전달하려는 시도들이라 할 수 있다. 하

지만 이러한 포맷들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잊혀

졌다. ‘국민소통 버라이어티 뉴스왕’은 시청자들이

직접 뉴스 생산에 참여하는 방식을 시도했으나 5개

월 만에 폐지됐고, ‘시사콘서트 열광’은 뉴스와 시사

를 바탕으로 하는 풍자 버라이어티를 시도했으나

역시 시청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3개월 만에

종영했다. ‘컬투의 베란다쇼’는 ‘우리 사회의 핫이슈

를 새로운 시각으로 전달하는 시사 버라이어티’를

추구하면서 주 5일의 줄띠 편성을 시도했지만 시청

률 부진으로 1년 만에 종영했다. 버라이어티쇼의 포

맷을 도입한 시사 뉴스쇼들은 이처럼 성공하지 못

했지만 종편채널을 중심으로 조금은 단순화된 형태

의 시사 버라이어티쇼 포맷이 남아 있다. 신문 기사

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사 이슈를 다루는 ‘신문 이야

기 돌직구 쇼+’(채널A, 2013~)가 그 사례이다.

스토리텔링 기법을 적용한 포맷으로는 ‘리얼

스토리 눈’(MBC, 2014~)과 ‘궁금한 이야기 Y’(SBS,

2009~), ‘SBS 뉴스토리’(SBS, 2014~) 등이 있다. 사건

사고를 재구성하여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의 프로

그램으로서 사건 재연 장면을 통해 시청자들이 좀

더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시

사교양 장르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적용하여 극적

효과를 높이고 좀 더 쉽고 흥미롭게 사건 사고를 이

해할 수 있게 하는 제작 방식이다.

최근 종편채널을 중심으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

는 시사 프로그램은 이른바 정치토크 혹은 시사토

크로 불리는 프로그램들이다. 시사 이슈를 선정하

여 관련된 사안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고 전문가 등

이 스튜디오에 출연하여 해당 이슈에 대해 해설과

논평을 하는 포맷으로서, 뉴스와 토크쇼를 결합시

킨 방식이다. ‘장성민의 시사탱크’(TV조선, 2012~),

‘직언직설’(채널A, 2012~), ‘쾌도난마’(채널A, 2011~)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썰전’(jtbc, 2013~)과 ‘강적

들’(TV조선, 2013~) 역시 이와 비슷하게 시사 장르

와 토크쇼가 결합된 방식이지만, 토크쇼의 속성이

더 크게 반영된 포맷으로 분류할 수 있다. 원탁 형식

뉴스와 토크쇼를 결합한 정치토크는 최근 종편채널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시사 프로그램 포맷이다.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위)와 채널A

‘쾌도난마’(아래).

013특집 |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의 단순한 무대에 출연자들이 둘러앉아 특정 이슈

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격식 없이 풀어내는 방식

을 적용한다. 특히 시사 전문가들뿐 아니라 비전문

가들과 연예인 등이 다수 출연하여 시청자들의 눈

높이에 맞춘 시사평론을 지향하고 있다.

제작비도 아끼고 시청자도 잡고

이처럼 시사정보 콘텐츠에서 장르 결합 및 장르 파

괴가 적극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방송사들의 노력의 결과라는 점이다. 기존의

정통 시사정보 프로그램은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인

상을 준다. 정형화된 스튜디오에 기자와 평론가, 전

문가 등이 넥타이를 매고 등장하여 어려운 이야기

들을 그들만의 전문용어로 풀어가는 형식이 일반적

이다. 매체와 채널이 다양해지는 방송 환경 속에서

이러한 정형화된 형태의 시사정보 프로그램으로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우며, 좀 더 적극적으

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예능 장

르의 흥미와 재미 요소들을 차용할 수밖에 없는 것

이다. 둘째, 제작의 효율성을 들 수 있다. 장르 파괴

시사 프로그램들은 주로 5~6명의 출연자들이 등장

하며 스튜디오 안에서 제작된다. 별도의 제작비가

요구되는 요소들이 없기 때문에 제작비가 다른 장

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제작 과정이 간편

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셋째, 사석에서 이야기를 나

누듯이 격식을 차리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

문에 시청자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따라서 시청자 확보에 용이하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종편을 중심으로 적극 편성되고 있는 시사토

크 포맷의 경우 작은 규모이지만 충성적인 시청자

들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이 이러한 장르 파괴 시사 프

로그램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사 이슈에 대해 연성화된 방식으로 접근

하기 때문에 기존의 딱딱한 시사정보 프로그램과

달리 시청자들이 좀 더 친근하고 편안하게 받아들

일 수 있다. 또한 오락 장르와 같이 즐겁게 시간을

때우는 프로그램이지만, 방송을 보고 난 이후 시사

이슈에 대해 좀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됐다는 뿌듯함

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이유

로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종편채널에서 주로 방송

하고 있는 시사토크 프로그램들은 특히 사람들의

주목을 끌 만한 화젯거리들을 양산하기 때문에 대

화 소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시사 프로그램에서의 장르 파괴는 종편채널

의 적극적 수용에 힘입어 이제 일반적 현상이 되고

있다. 방송사에게는 단순한 제작 방식과 저렴한 제

시사 버라이어티쇼나 시사 토크쇼의 경우 출연자의 캐릭터와

입담에 의존해서 프로그램의 개성과 색깔이 정해진다. 방송사들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스타 이야기꾼을 물색하게 되며, 이슈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출연자의 상품성이 더 중요한 캐스팅 기준이 된다.

014 신문과방송 08 2015

작비로 일정 규모의 시청자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며,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친근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시사 이슈를 접할 수 있다는 점

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렇게 긍정적인 측면만

존재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시사 프로그램에서의

장르 결합, 장르 파괴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인 문제들을 더 많이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긍정보다 부정적 효과 더 커

가장 큰 문제는 시사 프로그램에 요구되는 객관성

과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감성적이고 선정적이

며 자극적인 접근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예능적인

분위기에서 즐겁게 웃고 떠드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다보면 시사 이슈를 다양한 각도에서 냉정하

고 차분하게 돌아보고 판단할 여유를 주지 못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출연자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시사 버라이어티쇼나 시사 토크쇼의 경우 출연자의

캐릭터와 입담에 의존해서 프로그램의 개성과 색

깔이 정해지는 포맷을 추구한다. 그러다보니 방송

사들은 시청자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스타 이야기

꾼을 물색하게 되며, 이슈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출

연자의 상품성이 더 중요한 캐스팅 기준이 된다. 출

연자들은 이러한 방송사의 캐스팅 의도에 부응하듯

방송이 지켜야 할 품위의 선을 넘나들면서 아슬아

슬하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정치 및 시사 이슈에 대

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비평을 하기보다는 사석에

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거침없이 개인적인 사

견을 풀어 놓는다. 세 번째는 정치적 편파성이다. 예

능 포맷이 도입되면서 프로그램 안에서 정치적 균

형을 갖출 수 있는 형식적 장치들(예를 들면 정치적

으로 다른 입장을 가진 패널이 고루 출연하는 것, 출연자

들에게 동등한 발언 기회를 부여하는 것, 사회자가 정치

적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 등)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이에 따라 정치적으로 편향된 내용

이 무분별하게 방송되는 경우가 많다. 이 밖에 예능

장르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선정적 형식과 자극적 내

용의 자막이 여과 없이 적용됨으로써 전반적인 프

로그램의 품격과 품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

기도 한다.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나타나는 장르 파괴적

인 시도들은 새로운 장르의 시사·예능 포맷을 개발

하는 데 긍정적인 기여를 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시

도들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독창성과 실험성을 구

현하기보다는 적은 제작비로 쉽게 시청자들의 관심

을 끌기 위한 근시안적인 방편으로 개발된 포맷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시사와 예능 장르가 결합

하는 과정에서 예능의 껍데기만 남고 방송 저널리

즘의 본질적 기능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기존의 정통 시사 프로그램들

이 품격을 갖추면서 공적인 매체에 걸맞은 방식으

로 점잖게 시사 이슈들을 풀어나갔다면, 장르를 넘

나드는 새로운 포맷의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사적인

방식의 신변잡기, 수다, 심지어 술자리에서나 있을

법한 화법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슈의 본질적인 부

분을 다루기보다는 주변적인 이야기들을 주로 다루

며,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사안을 분석하

기보다는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시장지향적 저널리

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들은 저렴

한 제작비와 시청자 확보 등 당장의 근시안적인 성

과에 급급하기보다는 방송 저널리즘의 가치 구현을

통해 좀 더 장기적으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쌓고 사

회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 더 많은 관심과 노

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 집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015특집 |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뉴스 유통 방식의 변화

더 빠르고, 더 간단하고더 재미있게

홍주현

국민대언론정보학부조교수

페이스북과 애플이 ‘인스턴트 아티클’과 ‘애플 뉴스’

라는 통합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1는 소식은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다는 소식만큼 전

세계 언론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페이스북은 지난

5월부터 뉴스 콘텐츠에 인스턴트 아티클2을 제공하

고 있으며, 6월 8일 애플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애플

은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뉴스를 볼 수 있는 맞춤형

뉴스앱 ‘뉴스(NEWS)’를 선보였다.3

개인의 취향까지 고려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애플의 ‘사용자 맞춤형 뉴스’는 기존 포털의

뉴스 제공 방식을 뛰어 넘은 획기적인 것이다. 애플

은 다양한 사진을 토대로 시각적인 구성을 강조했

으며, 사용자가 보고 싶은 기사를 ‘뉴스피드’로 한곳

에 모아준다. 이를 위해 뉴욕타임스, 가디언, 파이낸

셜타임스, 이코노미스트, 보그, 와이어드, ESPN 등

20개의 세계 유수 언론사와 계약을 맺었다. 애플은

이미 ‘편집국 5년 이상 근무자’ 중 독창적이고, 흥미

로운 기사를 쓸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한다는 공고도

냈다. 독자 개인의 취향과 뉴스의 흥미성을 갖추고,

저널리즘의 전문성까지 갖춘 뉴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5월 페이스북은 빠르

고, 상호작용적인 기사를 볼 수 있는 인스턴트 아티

클 서비스를 시작했으며,4 실시간으로 독자들의 관

지난 6월 8일 애플은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뉴스를 볼 수 있는 맞춤형

뉴스앱 ‘뉴스’를 선보였다. 애플 뉴스앱에는 뉴욕타임스, 가디언, ESPN 등

20개의 세계 유수 언론사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출처: 윌슨

로스맨(월스트리트저널)

016 신문과방송 08 2015

심사가 높은 정보를 묶어서 보여주는 ‘큐레이션 서

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포털에 이어 애플, 페이스

북 등 IT 기업과 SNS가 뉴스를 포함한 콘텐츠 플랫

폼 역할을 하면서 언론사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은

독자들이 좀 더 쉽게 뉴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요약

된 뉴스를 제공하며, 독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뉴

스를 제공한다.

전통 언론의 정체성 약화

뉴스 유통 방식의 변화는 전통적인 언론 매체의 뉴

스 생산과 독자들의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첫째, 전통 언론 매체의 정체성이 약화될 것

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애플이나 페이스북이 포털

처럼 뉴스 콘텐츠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독자들은

누가 만든 뉴스인가보다 뉴스의 내용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애플 앱을 통해 독자들은 여러 매체의 뉴

스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알고리즘을 통해 추천

기사와 원하는 맞춤 뉴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14억

4,000만 명의 페이스북 회원들은 동영상까지 포함

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공받는다.5 이용자들은

언론사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아도 원하는 뉴스를 손쉽게

볼 수 있기에 언론사 고유의 브

랜드는 더욱 약화될 것이다.

뉴스 트래픽 흐름이 언론사의

정체성에 위협을 주는 상황이

됐다.

둘째, 뉴스의 직접 생산자

보다 원 제작물을 편집, 가공해

서 유통시키는 유통 매체의 영

향력이 점점 커질 것이다. 애

플, 페이스북이 뉴스를 제공하

는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뉴스의 제작보다 유통이

더욱 중요해졌다. 제프 베조스가 2013년 워싱턴포

스트를 인수하면서 “아마존닷컴의 유통망을 활용

해서 독자를 증가시키고, 콘텐츠를 강화하겠다”고

한 것은 이러한 뉴스 산업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애플은 뉴스앱을 통해 이용자들이 관심을 갖는 뉴

스 콘텐츠를 발굴하고, 광고를 판매하고자 하는 목

표를 갖고 있다. 애플의 뉴스앱이 기존 언론사를 위

협할 만큼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

는데, 바로 애플의 궁극적인 목적이 뉴스 편집·전

달이 아니라 정보를 종합한 플랫폼을 만들고, 이용

자를 집중시켜 거대한 광고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7

셋째,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는 뉴스 콘텐츠를 발

굴하기 위해 애플은 양질의 콘텐츠에 주목한다. 앞

에서 언급했듯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매체에

광고를 판매해서 수익을 올리는 모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비슷비슷한 기사를 몇 십 개씩 생산하고

오보를 양산하는 채널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 포털

이 주목할 부분이다.

[그림] 애플, 페이스북의 뉴스 제공 서비스6

017특집 |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넷째, 애플 앱이 새로운 뉴스를 발굴하거나 기존

뉴스를 2차 편집해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

론사와 애플 간에 표현의 자유, 편집권 침해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애플이나 페이스북이 언론은 아니

지만, 뉴스를 선택하고, 편집하고, 실시간으로 제공

한다는 점에서 언론의 주요 기능인 의제설정 역할

을 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콘텐츠 생산의 기회

페이스북과 애플이 플랫폼 내에 2차 가공된 뉴스를

제공하면서 뉴스 유통의 지각 변동을 초래했다.8 페

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이나 애플의 뉴스앱9이

언론사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며, 저널리즘 측면

에서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가? 독자 수의 감소와

시청점유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언론사에

게 애플 뉴스앱은 독자 수를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독자들이 자사의 뉴스를 선택하고, 실시간으로

뉴스피드에 올라오게 하려면 언론사는 양질의 콘텐

츠를 제공해야 한다. 찍어낸 듯이 똑같은 기사를 생

산하고, 오보까지 그대로 보도한다면 콘텐츠를 보

고 선택하는 독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다.10 언론

사는 떼거리 저널리즘,11 팩 저널리즘(Shoemaker &

Reese, 1996)12을 지양하고 참신한 소재를 발굴해서

색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손쉽게 뉴스

를 접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에서는 오히려 사실 확

인 작업을 제대로 하고, 깊이 있게 보도하는 언론사

가 살아남을 것이다.

언론사가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의 역할을 하

지 않는다면, 디지털 유통 시대에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애플이 발 빠르게 움직였듯이 언론사들은 뉴

스를 시각화해서 제시하고, 독자들이 원하는 내용

에 접근하기 쉽게 구성해야 한다. 애플의 경우 알고

리즘을 이용해 독자 맞춤형 뉴스를 제공한다는데,

사용자 친화적 뉴스 소비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은

언론사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여러 매체의 뉴스를 제공하는 포털을 언론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됐듯이 애플이 흥미

있는 기사를 찾아내고, 2차 필터링을 하는 작업을

‘언론의 편집 행위로 볼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발생

할 수 있다. 기사를 찾고, 필터링 하는 과정에 저널

리즘의 가치가 개입되고, 조직의 판단이 뉴스 내용

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Shoemaker &

Reese, 1996).

정치적으로 편향된 뉴스를 선택한다든지, 특정

국가나 조직의 이익을 반영하는 뉴스를 선택하게

된다면 애플 앱이나 페이스북에게 언론사와 같은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포털

손쉽게 뉴스를 접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에서는 오히려 사실 확인

작업을 제대로 하고, 깊이 있게 보도하는 언론사가 살아남을 것이다.

찍어낸 듯이 똑같은 기사를 생산하고, 오보까지 그대로 보도한다면

콘텐츠를 보고 선택하는 독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다.

018 신문과방송 08 2015

처럼 소비자들이 애플 앱을 통해 모든 뉴스를 소비

하는 등 애플 앱이 플랫폼 역할을 한다면, 애플의 편

집권 문제가 쟁점화될 수 있다.

애플이 현재는 동일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한국어 기사 서비스가 언제 도

입될지 모르지만 이와 같이 게이트키핑 역할을 할

경우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애플의 기사 선택에 신

경을 쓸 수밖에 없다. 사용자들이 자주 보고, 원하는

뉴스를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제공하겠다는 애플의

취지에 맞게 언론사는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

한 뉴스를 제공하려고 할 것이다.

뉴스 가치 기준이 바뀐다

뉴스 생산에서 유통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

는 디지털 시대에 언론사의 살길은 경쟁력 있는 콘

텐츠를 제공하는 데 있다. 2015년 공공부문 퓰리처

상을 받은 지역언론사 포스트앤드쿠리어 사례를 통

해 언론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포스트앤드쿠리어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에서

살해된 여성이 왜 많은지 1년간 100여 명의 피해자

와 생존자, 수사기관, 병원 관계자, 공무원 등을 취

재해 시리즈 기사를 내보냈고, 결국 정부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법 제정까지 이끌어냈다. 작은 규모의

지역언론사도 사회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변화시키

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정확성, 객

관성 등 저널리즘의 기본 가치를 중시하고 심층적

인 취재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언론이 독자들로부

터 지지를 받을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뉴스의 생산과 유통, 소비

의 구분이 더 이상 무의미해졌다. 뉴스 유통이 중요

시되면서 뉴스 소비자는 업체의 수익을 내기 위한

수단이 됐다. 오늘날 독자들은 원하는 뉴스를 빠르

고, 쉽게 찾기를 원한다. ‘더 빠르고, 더 간단하고, 더

재미있게’ 라는 페이스북과 애플의 뉴스 유통 기준

이 언론사의 가장 중요한 뉴스 가치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

1 ‘인스타그램의배신…애플,구글이어뉴스콘텐츠큐레이션서비스’,헤럴드경제,2015년6월24일자참조.

2 페이스북에서뉴스를확인할수있는인링크방식의뉴스서비스로독자들은언론사홈페이지로이동하지않고글,사진외에오디오,

동영상등이삽입된인터랙티브콘텐츠를경험할수있다.

3 ‘애플뉴스앱,사용자맞춤형뉴스는어떤방식으로운영될까?’,베타뉴스,2015년6월16일자참조.

4 http://instantarticles.fb.com/참조.

5 http://www.statista.com/statistics/264810/number-of-monthly-active-facebook-users-worldwide/참조.

6 애플,페이스북관련기사를바탕으로재구성한그림임.

7 ‘애플의새로운‘뉴스’앱이출판사,광고주,그리고사용자에게의미하는것’,itworld2015년6월12일자http://www.itworld.co.kr/

news/93965참조.

8 ‘Apple’sGrowingPowerinMobileNews’,MarkGlaser,ExecutiveEditorofPBSMediaShift&IdeaLab,June18,2015.

참조.

9 스냅챗(Snapchat)도‘디스커버리’라는뉴스서비스를시작했다.

10 홍주현(2014)논문참조.

11 독자적으로취재하지않고,몰려다니면서같은기사를쓰는것.

12 PackJournalism뉴스제공자의보도자료에의존해서기사를쓰는것.이경우기사내용이다비슷비슷하다.

참고문헌

홍주현(2014). 취재원으로서 SNSs 정보와 언론의 매체 가시성(media

visibility)과 정확성·자극성 연구 : 트위터의 ‘강남역 맨홀 뚜껑 역류

사건’을 중심으로. 한국언론학보 제58권 1호, 252~282.

Shoemaker, P.J. & Reese, D.S.(1996). Mediating the Message:

Theories of Influence on Mass Media Content (2nd Edition),

NY: Longman.

‘애플의 새로운 ‘뉴스’ 앱이 출판사, 광고주, 그리고 사용자에게 의미

하는 것’, itworld 2015년 6월 12일자 http://www.itworld.co.kr/

news/93965

‘애플 뉴스앱, 사용자 맞춤형 뉴스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까?’, 베타뉴스,

2015년 6월 16일자.

‘Apple’s Growing Power in Mobile News’, Mark Glaser, Executive

Editor of PBS MediaShift & Idea Lab, June 18, 2015. https://

digitalcontentnext.org/blog/2015/06/18/apples-growing-

power-in-mobile-news/

‘인스타그램의 배신…애플, 구글 이어 뉴스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헤럴드

경제, 2015년 6월 24일자.

특 집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019특집 |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17세기 사람들이 평생 접하는 정보의 양보다 뉴욕

타임스 주말판이 더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는

워먼(Wurman, 1989)의 주장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수많은 정보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끊임없는 고민에 직면한다. 이러한 상황은 뉴

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자들만 뉴스의 생산

을 책임지던 시대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뉴스 생산

에 참여하는 시대로 변화함에 따라 뉴스의 양은 폭

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뉴스 소비자들은 어

떤 뉴스를 선택하고 읽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뉴스 제작보다 유통에 초점

원래 큐레이션이란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을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치하는 것을 뜻한다. 뉴스

큐레이션 역시 여러 출처에서 생산된 기사들을 특

정한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치하는 것으로 이해

할 수 있다. 뉴스 큐레이션이라는 말이 최근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뉴스 출처의 양적인 증가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기

송해엽

KAIST경영공학과박사수료

쟁점 분석: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현황과 전망

뉴스 과잉 시대 필연적 서비스성장세 이어갈 듯

‘필터 버블’이란 기업들이 이용자 개인의 성향에 맞추어 뉴스나 검색 결과를

제공함으로써 개인의 세계관을 넓힐 수 있는 정보들이 차단되는 상황을

말한다. 일라이 파리저가 2014년 TED에서 이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 화면캡처: 유튜브

020 신문과방송 08 2015

반의 새로운 뉴스 벤처들이 증가했다. 지난해 퓨리

서치 보고서는 이러한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뉴스

벤처들의 성장이 저널리즘과 뉴스 소비자에게 어

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Jurkowitz,

2014). 올해 보고서에서는 디지털 기반 뉴스 벤처 중

바이스, 복스, 폴리티코, 쿼츠 등이 저널리즘 부분에

서 진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Mitchell, 2015). 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뉴스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

들이 다양하게 증가했다. 예를 들면, 편리하게 글을

출판할 수 있는 미디엄(Medium) 같은 플랫폼뿐만

아니라 미어캣(Meerkat)이나 페리스코프(Periscope)

처럼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을 가능하게 해주는 서

비스들도 출시됐다. 새로운 뉴스 벤처 및 개인들의

참여는 전통적 언론의 빈틈을 채우며 뉴스의 양적

인 증가를 불러오고 있다.

이처럼 뉴스의 양적인 증가로 뉴스 소비자들에

게 어떻게 뉴스를 전달해주는지의 문제가 중요해

졌다. 전통적인 뉴스가 제작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최근의 무게중심은 뉴스의 분류, 편집, 유

통처럼 생산된 뉴스들을 어떻게 더 잘 보여줄지와

관련된 문제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

에서 큐레이션이라는 개념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

작했다. 큐레이션은 누가 큐레이션을 담당하는지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이용자가

직접 원하는 콘텐츠만을 선별하여 구독하는 형태로

플립보드나 피들리 같은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생산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뉴스를

선별하여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야후 뉴스

다이제스트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뉴스를 선별하

여 하루 두 번 요약 정리된 기사를 이용자들에게 보

내준다. 얼마 전 서비스가 중단되기는 했지만 서카

(Circa)의 경우는 뉴스를 한두 문장으로 요약해 제공

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했다. 허핑턴포스트, 버즈피

드, 업워디와 같은 언론사는 이슈가 된 소식들을 소

개하는 형식의 기사들을 작성한다. 국내에서는 피

키캐스트, 위키트리, 인사이트 등이 이슈가 된 소식

들을 기사로 작성하는 형태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전통적인 언론인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한 개별

기사의 소비를 파편적인 뉴스 소비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지만 뉴스 소비자들 입장에서 페이스북

이나 트위터는 흥미 있는 뉴스를 큐레이션 해주는

플랫폼이다. 특히 페이스북은 여러 출처의 뉴스들

을 한 장소에서 볼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자신과

친한 친구들이 공유하는 소식을 접할 수 있다는 점

에서 점차 중요한 뉴스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다. 퓨

리서치의 조사결과(Barthel et al., 2015)에 따르면 페

이스북과 트위터는 뉴스 소비에서 점차 중요한 역

할을 차지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뉴스

이용은 2013년과 2015년을 비교했을 때 각각 47%

에서 63%, 52%에서 63%로 증가했다. 한국언론진

흥재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셜 미디어

를 통한 뉴스 이용은 페이스북이 66.6%, 트위터가

51.3%였다(김영주 & 정재민, 2014).

이용자에게는 편리한 서비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최근 들어 뉴스에 초점을 맞

추고 있다. 트위터는 오랫동안 이야기됐던 뉴스 기

능인 프로젝트 라이트닝(Project Lightning)을 선보

일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 계정을 가지고 있는지 여

부와 상관없이 특정한 실시간 이벤트에 대한 트윗,

이미지, 비디오 등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뉴스 큐레

이션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트위터는 언론 경험

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을 별도로 꾸린 것으로 알려

졌다(Honan, 2015). 페이스북은 미디어 기업들이 페

021특집 |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이스북 플랫폼에 직접 뉴스 기사를 출판할 수 있게

하는 인스턴트 아티클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언론사 사이트로 직접 사용자를 연결해 주는 것에

서 벗어나 페이스북 플랫폼 자체에서 뉴스 기사를

제휴 받아 서비스함으로써 더 빠르고 쾌적한 사용

자 경험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이 직접 뉴스를 선택적으로 구독하는 방식,

언론사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뉴스를 선별적으

로 제공하는 방식,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뉴스 큐레이션

방식이 가능함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뉴스 큐레이

션과 관련되어 제기되는 몇 가지 이슈들이 있다.

우선 필터 버블의 함정에 관련된 문제이다. 필터

버블은 기업들이 이용자들의 개인적 성향에 맞추

어 뉴스 혹은 검색 결과를 제공함으로써 개인의 세

계관을 넓힐 수 있는 정보들이 차단되는 상황을 말

한다(Pariser, 2011a). 일라이 파리저는 게이트키퍼와

편집자가 있던 시기를 지나 인터넷으로 넘어오면서

정보의 선별적 노출을 넘어 서로서로 연결될 수 있

는 환경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대에 실

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정보의 선별 권한이 인간

게이트키퍼에서 알고리즘 편집자로 넘어가고 있다

고 본다(Pariser, 2011b).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시민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담

론을 형성하고 개인의 세계관 구축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 성향에 맞는 특정 정보만을 선

택적으로 접하게 될 경우 개인들의 세계를 보는 관

점이 특정 시점에서만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

‘필터 버블’의 함정

특히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접하게 되는 사람들

은 자기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친구들을 통해 뉴스

를 접하게 되고 필터 버블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페이스북은 어떻게 콘텐츠가 노출되고 소비

되는지에 대한 최적의 방식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

하며 지속적으로 알고리즘을 수정하여 콘텐츠의 적

절한 균형을 찾으려고 한다(Eulenstein, 2015). 사이

언스에 발표된 연구(Bakshy et al., 2015)는 다양한 이

데올로기를 가진 뉴스가 뉴스피드에 노출되지만 알

고리즘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개인의 선

택이었다는 결과를 발표한다. 개인의 선택이 큰 역

할을 한다고 하지만 뉴스를 어떤 알고리즘으로 노

출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뉴스 큐레이션이 증가함에

따라 더욱 논쟁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문제는 저작권과 관련된 문제이다. 온라인

에서 이슈가 되는 소식을 전달하는 큐레이션 기업

들은 저작권과 관련된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버즈피드는 레딧, 업워디는 유튜브에서 많은 콘텐

뉴스의 양적인 증가로 소비자들에게 뉴스를 어떻게

전달해주는지가 중요해졌다. 전통적인 뉴스가 제작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최근의 무게중심은 뉴스의 분류, 편집, 유통처럼

생산된 뉴스들을 어떻게 더 잘 보여줄지로 이동했다

022 신문과방송 08 2015

츠를 가져온다고 알려져 있고 이러한 과정에서 저

작권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국내의 피키캐스트,

위키트리 등도 유사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피키캐

스트의 경우 ‘교도소 담장 비즈니스’라는 말을 듣기

도 하며 페이스북 약관 위반으로 계정을 삭제당하

기도 했다(이성규, 2015).

저작권 문제는 개별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에 따

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미국의 가수 테일러 스위프

트는 애플에서 출시한 애플 뮤직에서 무료 이용 기

간 동안 아티스트들에게 수익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애플을 비난했다. 테일러 스

위프트는 과거 무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

티파이에도 저작권 관련 문제를 제기하며 음원 서

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테일러 스위프트는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유튜브에는

저작권 관련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 뉴스 큐레이

션 기업들도 비슷한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홍보 효

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제휴 등을 통해 콘

텐츠를 제공하는 반면 자신들의 콘텐츠를 수익 모

델로 삼는 전통적 언론들은 저작권 관련 문제에 민

감하게 대응할 것이다. 향후 뉴스 큐레이션 기업들

은 서비스 과정에서 ‘교도소 담장’ 사이를 넘나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시민 담론 형성에 순기능

정보처리와 관련된 이론에서는 개인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 양을 넘어서면 피로를 느끼고 정

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저하된다고 말한다. 이는 결

국 정보 수용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개

인이 정보 과잉을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특정한 규

칙에 따라 정보를 선별해서 접하는 방식과 최소한

의 정보만을 접한 이후 정보 수용을 중단하는 방식

이 있다. 큐레이션은 전자의 형태로 개인의 정보 과

잉 문제를 해결해준다. 뉴스 큐레이션도 이와 다르

지 않다. 뉴스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뉴스 큐레이션

은 개인들의 뉴스 과잉으로 인한 뉴스 회피를 해결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고, 이를 통해 언론이 가지고

있는 시민 담론 형성이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

록 할 수 있다. 다만 저작권 관련 문제나 어떤 뉴스

가 큐레이션 되는지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

루어질 필요가 있다. 다양한 논란들이 있지만 뉴스

큐레이션 자체는 피할 수 없는 방향이고 향후 점차

증가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김영주 & 정재민 (2014). 소셜 뉴스 유통 플랫폼: SNS와 뉴스 소비. 한국

언론진흥재단.

이성규 (2015). 도둑질과 성장 사이, ‘교도소 담장’ 걷는 피키캐스트. 블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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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ologically diverse news and opinion on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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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rkowitz, M. (2014). The Growth in Digital Reporting: What it Means

for Journalism and News Consumers, Pew Research, Retri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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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er, E. (2011a). The filter bubble: What the internet is hiding from

you. Penguin Press HC.

Pariser, E. (2011b). Beware online “filter bubbles”, TED, Retri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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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urman, R. S. (1989). Information Anxiety, New York: Doubleday.

특 집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023특집 |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큐레이션이라 쓰고 펌질, 도둑질, 가두리 양식질이

라고 읽어야 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 써머즈, ‘도둑질 큐레이션 권하고, 원작자 죽이는

사회’, 슬로우뉴스, 2014.4.3. 중에서

옳은 답을 얻기 위해선 질문이 정확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라고 부르는 서비스는

과연 말의 본래적인 의미에서 뉴스 큐레이션 서비

스인가? 우선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어떻게 규정

해야 할지 이야기해 보자.

“저작권? 그게 뭔가요?”

피키캐스트, 위키트리, 인사이트, 몬캐스트.

2015년 현재 ‘큐레이션’ 하면 떠오르는 서비스들

이다. 미디어 종사자와 독자 공히 이들 서비스를 뉴

스 큐레이션 서비스 혹은 큐레이션 미디어라고 부

른다. 이 명명은 옳은가? 이것부터 따져보자.

미술관 큐레이터가 작품 전시를 기획한다고 가

정해보자. 작품 선별 행위 이전에 작품 사용권 계약

을 한다. 원작자의 사용 승낙(계약)은 필수다. 이것

은 너무 당연해서 말할 필요조차 없다. 큐레이션을

통해 작가는 이익을 얻고, 원작의 가치를 더욱 넓고

깊게 관객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하지만 한

국의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가 큐레이션 대상 콘텐

츠를 이용하는 방식은 어떤가. 저작권법상 허용 가

능한 방식(가령, 28조의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으로 사

용할까. 원작자가 미리 허용한 방식(가령, CCL; 저작

물 이용 허락 표시)을 이용할까. 아니면 원작자의 승

낙과 동의를 구할까. 모두 아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의 행태를 보자면 아니다.

저작권을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조직적으로 은

폐하는 일이 밥 먹듯 벌어진다. 이들 미디어 서비스

강성모

슬로우뉴스편집장

쟁점 분석: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문제점

저작권 무시한 ‘원자화’된콘텐츠의 얕은 재미

024 신문과방송 08 2015

에 최소한으로 체험치가 있는 독자라면 넉넉하게

인정하는 현실이다. 큐레이션의 본질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원작과의 상생과 공존은커녕 원작자를 지

우고, 그 이익을 훔친다. 그런 서비스를 한국에서는

큐레이션 서비스로 부른다. 이상한 일이다. 옳지 않

은 일이다.

앞서 나는 큐레이션이란 해당 분야의 식견에 바

탕한 가치평가라고 말했다. 이 전제에 동의한다면,

남의 물건(기사, 콘텐츠)을 함부로 가져오는 미디어

가 큐레이션 서비스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진

정한 큐레이션이 원작의 가치를 더 드높이는 일이

라면, 지금 여기에서 큐레이션이라는 말은 그저 원

작을 인용이라는 미명하에 훔치거나 ‘우라까이(베

끼기)’를 대신하는 대체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

니 훔치고, 베끼는 미디어 행위를 뉴스 큐레이션이

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이 글에서는 이들 서비스를 뉴

스 큐레이션 서비스와 구별하는 의미에서 ‘유사 큐

레이션 서비스’로 통칭하도록 한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왜 이런 일

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 모든 것은 조회 수 지상

피키캐스트, 몬캐스트, 인사이트, 위키트리 등 국내 대표적 ‘큐레이션’ 서비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025특집 | 새로운 뉴스 서비스와 저널리즘의 경계

주의에서 출발한다. 유사 큐레이션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다다익선이다. 쉽게 말하자. 많이 읽

히면 장땡이다. 그래야 광고를 따올 수 있고, 조회

수 규모를 키워 서비스를 매각하거나 잘 포장해 투

자를 유치할 수 있다. 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과 대화

를 나눴다. 유사 큐레이션 서비스를 운영하는 A사

에서 두 달 동안 일한 그 대학생이 직접 전해준 체험

담이다.

오전 8시에 출근해 보통 오후 10시에 퇴근, 월요일

에서 토요일까지 주6일 동안 일한다. 한 달에 120만

원을 받는다. 자신은 정치와 노동 문제에 대해 쓰고

싶다고 했지만, 편집장은 ‘연예 뉴스’를 쓰라고 했다.

다툼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연예계 이슈를 짜깁기

해서 콘텐츠를 만든다. 이렇게 고용된 기자 아닌 기자

가 모두 15명. 직접 쓰는 글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저

작권을 고민할 필요는 없다. 잘 짜깁기해서 겉포장만

바꾸거나 통째로 인용하면 그뿐이다. 내부 가이드도

있다. 이렇게 온종일 수십 개의 기사(?)를 양산한다.

페이스북 디딤돌 삼아 급성장

기성 매체의 온라인 전략은 그동안 철저하게 포털

에 종속됐다. 네이버 뉴스캐스트(2009년~2012년)를

통해 트래픽 확장에 성공했지만, 미끼 기사의 범람

과 중복 기사의 반복 송고로 독자들은 기자를 ‘기레

기’라는 멸칭으로 부르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뉴스

캐스트 시대가 막을 내리고 뉴스스탠드(2012년~현

재)로 개편했다. 이로써 언론사닷컴의 트래픽은 급

감했다.

기성 언론이 포털 의존 정책으로 온라인에서 자

승자박의 상황을 초래했다면, 유사 큐레이션 서비

스는 SNS를 통해 양적 성장을 이뤄낸다. 위키트리

와 인사이트가 기성 저널리즘 콘텐츠에 가까운 형

태인 텍스트와 간단한 이미지의 결합으로 구성된

콘텐츠를 주로 생산한다면, 피키캐스트와 몬캐스트

는 각각 카드뉴스 방식과 동영상에 좀 더 특화한 방

식을 취함으로써 SNS 사용자에게 소구했다.

유사 큐레이션 서비스의 방법론은 조회 수를 늘

릴 수 있는 흥미 위주의 소재주의적 접근이다. 그리

고 최소한의 ‘취재’도 생략하고 인터넷에 존재하는

콘텐츠를 재료로 삼는다는 건 앞서 말했다. 이들은

특히 SNS, 그중에서도 페이스북을 통해 유통하는

바, 이는 모바일과 결합한 구조를 지닌다. 이들은 작

은 화면에 최적화한 이미지 중심의 카드 뉴스나 짧

은 동영상(피키캐스트, 몬캐스트), 본문 내용은 별로

볼 것 없지만 자극적 소재주의에 치중한 기성 콘텐

츠 재가공(위키트리, 인사이트)과 ‘박리다매’ 전략을

통해 상당한 양적 성장을 담보할 수 있었다.

한국의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가 큐레이션 대상 콘텐츠를

이용하는 방식은 어떤가. 큐레이션의 본질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원작과의 상생과 공존은커녕 원작자를 지우고, 그 이익을 훔친다.

이상한 일이다. 옳지 않은 일이다.

026 신문과방송 08 2015

한 가지 의미심장한 사실은 특히 초기 피키캐스

트와 몬캐스트의 적극적인 저작권 무시 전략의 상

당 부분이 페이스북에 말미암은 것이라는 점이다.

소위 ‘웃동(웃긴 동영상)’으로 상징되는 휘발성 강한

‘스낵 컬처’ 동영상을 통해 부피를 키웠던 피키캐스

트와 ‘세웃동(세상에서 가장 웃긴 동영상, 몬캐스트)’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고 큐레이션할 수 있는 링크

인용(코드 임베드 방식)보다 타인의 동영상을 직접

하드 드라이브에 다운받은 뒤, 다시 페이스북에 업

로딩하는 방식을 주로 채택했다. 페이스북이 자사

서버로 직접 업로딩한 동영상 노출도(도달률)를 의

식적으로 권장하는 정책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단

순 링크 인용의 도달률보다 직접 업로드한 동영상

의 도달률은 무려 10배나 차이가 났다.1 이들 가운

데는 직접 모바일 앱으로 유통 전략 변화를 꾀하는

서비스도 있다(피키캐스트와 몬캐스트).

디지털과 모바일이 결합하면서 이제 뉴스 콘

텐츠는 점점 더 원자화한다. 낱개로 맥락 없이 소

비되는 콘텐츠는 스스로 선택받고자 자신을 포장

한다. 남의 것이라도 상관없고, 사실이 아니라도 상

관없다. 팔리면 장땡이다. 제발 날 읽어주세요. 제발

좋아요 눌러줘요. 이제 점점 더 비참한 호객꾼이 되

어 스스로 팔려가길 원하는 노예가 된다.

모바일로 낄낄대는 ‘뉴스’

아무리 고상한 인간이라도 자극에 반응하는 건 마

찬가지다. 미끼 제목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유일

한 이유는 독자들이 그 제목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식의 많고 적음, 식견의 높고 낮음과 무관

하게 특정한 자극에 반응하는 동물로서의 독자를

감안한 아주 단순하지만 ‘가성비’ 높은 전략이다.

극한의 경쟁사회에서 출퇴근길의 ‘얕은 재미’,

귀여운 고양이 동영상, 어쨌든 나를 향해 손짓하

는 별별 자극적인 소식들은 새로운 모바일 독자들

을 위로한다. 독자는 기꺼이 콘텐츠를 보며 미소 짓

고, 낄낄대며, 그렇게 조금씩 비에 젖듯 스스로 새로

운 습관에 순응한다. 아무리 스마트폰의 액정 화면

이 커져봤자 그 안에 담긴 심각한 이야기를 사람들

로 부대끼는 지하철, 버스 안 출퇴근길에 소비하는

일은 쉽지 않다. 물론 공동체 전체가 ‘출렁’할 만큼

절망적인 뉴스가 터지면 사람들은 다시 진지한 이

야기를 소비하지만(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그 시간

은 한정적이며 1년을 주기로 생각하면 긴 시간이 아

니다. 아니, 이제 인간보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뉴스

가치가 더 높아진 시대에 우리는 이미 도달했는지

도 모른다.

지지리 궁상인 일상을 잠시나마 잊게 할 우주

의 얕은 재미를 우리는 기꺼이 원한다. 그게 남의 것

이든 훔쳐온 것이든 뭐든 상관없다. 우리가 사랑하

는 테크놀로지의 신세계, 그 별천지가 담긴 손바닥

위 휴대폰 안에서 타인을 훔쳐보고, 모방하며, 욕망

한다. 마치 유사 큐레이션 서비스가 그렇듯. 그 과정

에서 원작자의 시간, 그 기쁨과 슬픔과 눈물을 짓밟

는 일은 그저 ‘부수적인 피해’일 뿐이다. 결국, 비루

하지만 누구도 욕할 수 없는 습관의 결론은 덧없는

망각이다. 우리는 이 모든 이야기를 좋아요 한 방, 낄

낄 한 방으로 날려 보낸다. 어쩌면 그 가까운 미래의

뉴스는 인간의 고통과 슬픔보다 고양이와 강아지의

재롱을 더 중요하게 취급할지도 모를 일이다.

1 http://www.socialbakers.com/blog/1452-facebook-videos-have-a-10x-higher-viral-reach-than-youtube-links

집중점검

‘빠른 정보’보다 ‘정확한 정보’가 더 가치 있어메르스사태와전염병보도가이드라인제언/김선호・양정애

정보 가뭄 속 단비 역할…시민 참여로 활성화되길메르스사태로본데이터뉴스사례와제언/임종섭

전문가 가이드라인도 반드시 더블체크!감염병재난현장취재기자의안전을위한제언/조동찬

메르스와 언론보도,

그 후

집 중 점 검

028 신문과방송 08 2015

메르스와 언론보도, 그 후

김선호・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연구위원

이 글은 지난 6월 24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한

<미디어 이슈> 제1권 9호를 재구성한 것이다. 한국

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한국CNR에 의

뢰해 2015년 6월 18~19일 양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5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는 연령과 거주지역을 고려해 할당표집으로

모집했다. 응답률은 12%(이메일 발송 8,521건, 조사

참여 1,058명, 최종 응답 완료 1,053명)였으며, 표본오

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이다.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재난에 대

한 보건당국의 위기관리 방식에 대한 논란 이외에

도 언론의 재난보도 방식 및 디지털 환경에서 SNS

같은 새로운 정보 유통 채널의 영향력에 대한 관심

을 불러일으켰다. 메르스 사태 초기 언론보도에 앞

서 메르스 확진자 입원 병원 명단이 단문 서비스를

포함해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새로운 미디어 환

경에서 재난보도 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의 문

제가 대두됐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연구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주요 정보원이 된 SNS

메르스 사태가 전개될 당시 국민들은 다양한 채널

을 통해 메르스 사태를 주시했다. 그 정도를 알아보

기 위해 설문조사는 포털뉴스, 지상파TV, 케이블

채널, SNS(단문 서비스 포함), 종이신문 등 5개의 경

로를 제시하고, 각 경로를 통해 얼마나 메르스 관련

정보를 접했는지 물었다.

먼저, 해당 경로를 통해 정보를 ‘매우 많이 접

했다’와 ‘약간 접했다’ 응답 비율을 구해 보았다. 그

결과 인터넷 포털(94.7%)과 지상파TV(93.1%)가 압

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1 다음으로 종편과 보

도전문채널을 포함한 케이블 채널이 83.1%, 카카오

메르스 사태와 전염병 보도 가이드라인 제언

‘빠른 정보’보다‘정확한 정보’가 더 가치 있어

029집중점검 | 메르스와 언론보도, 그 후

톡, 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가 71.5%, 종이신

문이 49.7%였다[그림1].

이어서 메르스 관련 정보를 언론보도와 SNS상

에서 접한 정보, 두 가지로 구분한 후 해당 정보에 대

한 신뢰도 차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언론보도에 대

해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은 81.4%(‘매우 신뢰한다’

25.7%, ‘약간 신뢰한다’ 55.7%)였다. SNS상에서 접한

정보를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은 64.6%(‘매우 신뢰

한다’ 12.4%, ‘약간 신뢰한다’ 52.2%)로서, 언론보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림2].

위 결과를 바탕으로 어느 경로를 통해 접한 정보

를 신뢰하는가에 따라 응답자들을 세 집단으로 나

누어보았다. 그 결과, 메르스 관련 정보 습득 경로로

서 언론과 SNS 둘 다 신뢰하는 집단은 60%, SNS는

신뢰하지 않고 언론만 신뢰하는 집단은 29%, 언론

은 신뢰하지 않고 SNS만 신뢰하는 집단은 11%로

나타났다[그림3].2 언론보도와 SNS 정보를 둘 다

신뢰한다는 응답자가 다수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결과는 미디어 이용자들이 이제 언론보도

이외에도 SNS를 신뢰할 만한 정보원으로서 받아들

이고 있음을 암시한다. 다른 한편으로, 메르스 사태

초기에 감염 환자가 입원한 병원 명단이 언론보도

에 앞서 SNS를 통해 유통됐기 때문에, 메르스 관련

정보 채널로서 SNS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고 추측

할 수 있다.

[그림1] 메르스 관련 주요 정보원 (단위: %)

포털 뉴스

매우 많이 접했다 약간 접했다100.0%

80.0%

60.0%

40.0%

20.0%

0.0%지상파 TV 케이블 채널 SNS 종이신문

28.9

65.8 61.4

46.8

29.921.3

28.4

41.6

36.3

31.7

[그림2] 경로별 메르스 정보 ‘신뢰한다’ 비율 (단위: %)

언론보도

SNS상에서

접한 정보12.4 52.2

55.725.7

매우 신뢰한다

약간 신뢰한다

030 신문과방송 08 2015

SNS 신뢰할수록 공포감 더 커

앞서 제시한 세 가지 집단 유형에 따라, 메르스 관련

위험 인식과 예방 행동에 있어 차이가 있는지 분석

했다. 먼저, 메르스 관련 위험 인식은 본인이나 가족

의 감염 가능성, 현재 우리나라 메르스 사태의 심각

성, 메르스 예방을 위한 학교 휴업 찬성 여부로 나누

어 조사했다. 그 결과 SNS를 신뢰하고 언론은 신뢰

하지 않는 집단일수록, 감염 가능성에 대해 ‘매우 걱

정한다’, 우리나라 메르스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학교 휴업에 ‘매우 찬성한다’ 응답 비율에 있어 명확

한 차이가 발견됐다[그림4].

메르스 예방을 위한 행동에 있어서도 정도는 약

하지만 유사한 패턴이 발견됐다. SNS 정보를 신뢰

하고 언론보도는 신뢰하지 않을수록 메르스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 대중교통 이용 자제, 외출 자제,

주변에 기침하는 사람과 거리 두기를 약간씩 더 하

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SNS를 통해 유통되는 정

보가 언론보도에 비해 좀 더 자극적인 경향이 있다

는 점에서, 그러한 SNS에서 접한 메르스 관련 정보

를 신뢰할수록 공포감을 많이 느끼고 예방 활동을

더 많이 했을 가능성이 있다[그림5].

언론의 재난보도와 관련해 국민들이 선호하는

[그림4] 메르스 관련 위험 인식 (단위: %)

SNS 신뢰

둘 다 신뢰

언론 신뢰

본인이나 가족의 메르스 감염

‘매우 걱정’

46.7

29.0

19.1

현재 우리나라 메르스 상황

‘매우 심각’

75.6

57.752.4

메르스 예방 위해 학교 휴업

‘매우 찬성’

43.3

31.1

20.3

[그림3] 메르스 관련 언론보도와 SNS정보 신뢰 비율

SNS 신뢰

29%

둘 다 신뢰

60%

언론 신뢰

11%

031집중점검 | 메르스와 언론보도, 그 후

원칙이 무엇인지 물었다. 2014년 9월 한국기자협회

등 5개 언론단체가 공동으로 제정한 ‘재난보도준칙’

에 포함된 일부 내용을 참고하여, 상충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2개의 진술문을 짝지어 설문문항으로 제

시하고, 응답자가 2개 중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했다[그림6].

재난보도 정확성 요구 높아

재난보도준칙 서문은 언론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재난 시 보도의 신속성과 정확성은 모두 언론이 달

성해야 할 덕목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어떤 것을 더 우선하는 가치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신속성과 정확성’

을 비교해 본 결과, 응답자들은 신속한 보도보다 정

확한 보도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

타났다. ‘불확실한 정보라도 언론은 신속히 보도해

야 한다’를 택한 응답자는 24%에 불과했고, 나머지

76%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론은 확실한 정보를

보도해야 한다’를 선택했다. 응답자들은 보도의 정

응답자들은 신속한 보도보다 정확한 보도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불확실한 정보라도 언론은 신속히 보도해야 한다’를 택한

응답자는 24%에 불과했고, 76%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론은

확실한 정보를 보도해야 한다’를 선택했다.

[그림5] 메르스 예방을 위한 행동 (단위: %)

SNS 신뢰 둘 다 신뢰 언론 신뢰

마스크 착용

55.6

49.7

43.1

57.8 58.9

45.9

71.1

63.2

54.1

74.4 72.6

64.2

대중교통 이용 자제 외출 자제 기침하는 사람 멀리하기

032 신문과방송 08 2015

확성을 신속성에 비해 우선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정보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신속

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실 확인을 거

쳐 정보의 정확성을 확보하고 그것을 신속하게 보

도하는 것, 즉 정확한 정보의 신속 보도를 바라는 것

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이 점은 재난보도준칙 제10조

“언론사와 제작책임자는 속보 경쟁에 치우쳐 … 정

확성을 소홀히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과 맥

을 같이 한다.

다음으로, 재난보도준칙 제11조는 재난관리당

국의 공식 발표에 대해서 진위를 검증해야 하며,

“공식 발표가 늦어지거나 의심스러울 때는 자체적

으로 취재한 내용을 보도”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물론, 자체 취재 내용 역시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최

대한 검증해야 한다.

그런데 메르스 3차 감염 여부처럼, 검증이 불가

능하거나 검증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내용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보건당국의 공식 발

표가 늦어지거나 의심스러울 때 언론의 대응 방식

에 대한 선호를 알아본 결과, 불확실한 정보라도 보

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38.8%)보다 유언비

어 확산을 막기 위해 불확실한 보도를 자제하고 보

건당국의 공식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고 답한 응답

(61.2%)이 많았다. 당국의 발표가 늦어지더라도, 언

론은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하기보다는 유언비

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공식 발표를 기다리는 것

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신체나 가족의 감정 표현을 보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보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쪽(52.6%)이 국

민들이 공포감을 느끼지 않도록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보는 쪽(47.4%)보다 약간 많았다. 그리고 기

자의 현장 취재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국민들

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라도 현장을 직접 취재해야 한다’는 응답(41.7%)에

비해 ‘기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현장 취재를

[그림6] 메르스 보도 관련 국민들의 의견 (단위: %)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인된정보만 보도해야

미확인된 정보라도신속하게 보도해야

유언비어 확산 방지 위해공식 발표 기다려야

공식 발표 늦어지면 미확인된정보라도 보도해야

기자 안전 위해현장 취재 자제해야

국민 알 권리 위해현장 취재해야

공포심 느끼지 않게 피해자신체 및 감정 표현 보도 자제해야

경각심 일깨우기 위해 피해자신체 및 감정 표현 보도해야

76.0 24.0

61.2 38.8

58.3 41.7

47.4 52.6

033집중점검 | 메르스와 언론보도, 그 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응답(58.3%)이 많았다.

SNS 신뢰하는 사람일수록 정확성 요구 낮아

전체적으로, 국민들은 메르스와 같은 재난에 대해

서 빠른 보도보다는 정확한 보도를 우선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신뢰하는 정보

채널에 따라 이 결과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

이다. 재난보도 시, ‘불확실한 정보라도 언론은 신

속하게 보도해야 한다’를 선택한 응답 비율이 SNS

정보를 신뢰하고, 언론보도를 신뢰하지 않을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보건당국의 발표

가 늦거나 의심스러울 때, 언론은 불확실한 정보라

도 보도해야 한다’는 문항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

었다.

특히 SNS만 신뢰하는 집단의 경우, 61.1%가 ‘보

건당국의 발표가 늦거나 의심스러울 때 언론은 불

확실한 정보라도 보도해야 한다’를 선택했다. SNS

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를 신뢰하는 사람일수록 언

론의 재난보도에 대해서도 정확성의 요구가 높지

않은 것이다[그림7].

정보 전파력이 빠르고,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치

지 않는 비공식적인 정보들이 많은 SNS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점은 언론인들에게 많은 고민을 요구

한다. 최근 미국 토우센터의 한 보고서3가 지적하고

있듯이, 언론보도가 SNS 정보를 닮아가거나 SNS에

의존하게 되면 자칫 루머, 검증되지 않은 주장, 잘

못된 정보를 대량 확산시킬 수 있는 통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언론은 정확성을 무기로 어떻게

SNS와 경쟁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1 대다수의응답자들이인터넷포털을통해메르스정보를접한것으로나타난결과는온라인설문조사의특성상,응답자들이평소인터넷을

많이이용하는사람들일가능성이높기때문일수있다.

2 각경로별로메르스정보를접한적이없다는응답자와둘다신뢰하지않는응답자는분석에서제외했다.

3 http://towcenter.org/wp-content/uploads/2015/02/LiesDamnLies_Silverman_TowCenter.pdf

[그림7] 신뢰하는 정보 채널별 메르스 보도 관련 의견 (단위: %)

둘 다 신뢰

SNS 신뢰

언론 신뢰

불확실한 정보라도 언론은 신속 보도해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론은 확실한 정보만 보도해야

둘 다 신뢰

SNS 신뢰

언론 신뢰

보건당국의 발표가 늦거나 의심스러울 때 언론은불확실한 정보라도 보도해야

유언비어 확산을 막기 위해 언론은 보건당국의공식 발표 기다려야

16.7

28.4

40.0

33.7

40.3

61.1 38.9

59.7

66.3

60.0

71.6

83.3

집 중 점 검

메르스와 언론보도, 그 후

034 신문과방송 08 2015

임종섭

서강대신문방송학과교수

메르스 사태로 본 데이터 뉴스 사례와 제언

정보 가뭄 속 단비 역할…시민 참여로 활성화되길

지난 5월 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 일명 ‘메르스’ 감

염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정부의 정보 통제와 언론

의 수동적 자세로 국민들의 알 권리는 제대로 충족

되지 못했다. 초기에 병원 이름과 감염 환자의 이동

경로를 공개하는 것을 두고 일어난 혼란과 공개 이

후 국민들의 반응을 보면 정보 또는 데이터의 공적

기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데이터는 정부나 병원의 통제 대상

이 아닌 ‘공적 데이터’라는 점이 이번 메르스 사건

에서 확인됐다. 메르스 사건에서 국내 언론들이 데

이터의 이 같은 공공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가 그대로 드러났다. 대다수 언론은 정부의 발표 자

료에 의존하고 종합편성채널의 뉴스 프로그램은 토

론자들의 일방적 의견이나 주장을 전달하는데 몰두

했다.

데이터의 공적 기능

이런 가운데 메르스 사건과 관련해 데이터를 치

밀하게 분석해 시각적으로 재현한 기사들이 눈에

메르스 사건은 위기 상황에서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을 때 언론 역할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메르스 상황판.

035집중점검 | 메르스와 언론보도, 그 후

띈다. ‘KBS 디지털뉴스국’은 ‘메르스 전파 경로’를

환자, 가족/간병인/의료 지원 인력, 의사/간호사, 퇴

원자, 사망자, 전파 기간 및 경과 병원, 2차 감염 경

로, 3차 감염 경로, 4차 감염 경로를 토대로 시각화

해 보도했다.1 이 보도에서 흥미로운 점은 연결망

안에 있는 확진자 아이콘을 선택하면 확진자의 번

호, 성별 및 나이, 2차 감염자 또는 3차 감염자 여부,

감염자 유형, 확진일자, 감염 장소 및 경로, 상태 등

상세한 정보가 팝업 창으로 뜬다는 것이다. 6월 2일

자에 보도된 ‘그림으로 보는 메르스 발생 현황’ 뉴스

는 날짜별로 메르스 확진자 수와 감염자 유형을 그

래픽으로 정리했으며 서울, 경기도, 대전 등 지역별

로 감염자가 나온 병원과 감염자 수를 그래픽으로

제시했다. 이 뉴스에서 아쉬운 점은 그래픽에 상호

작용의 기능이 없어 사진을 찍어 놓은 것처럼 일방

향 전달이라는 것이다. KBS가 7월 21일 현재 업데

이트한 ‘메르스 발생 및 경유 병원 현황’ 뉴스는 메

르스가 발생한 병원과 경유한 병원의 위치를 지도

에 연결해 상호작용으로 제시했다. 지도에서 병원

아이콘을 누르면 병원 사진, 이름, 주소, 노출 기간,

감염 유형 등 정보가 뜬다.

뉴스타파도 6월 7일 ‘메르스 관련 병원 실명·

지도 정보 공개’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유형의 뉴스

를 선보였다.2 이 뉴스는 5월 20일부터 7월 17일까

지 확진자, 사망자, 퇴원자 수를 그래프로 담고 있으

며 메르스 감염 지도로 감염자가 나온 병원이나 경

유한 병원, 병원 주소, 날짜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한 이 뉴스는 확진 환자의 이동 경로를 지도로 보여

주고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과 경유한 병

원, 환자의 나이 및 발생일, 국가지정 입원 치료 병

상을 운영하는 병원의 정보를 표로 작성해 제시하

고 있다.

메르스와 관련해 정보를 상세하고 밀도 깊게 접

할 수 있는 곳은 언론보도보다는 의료계다. ‘보건의

료노조 메르스 상황판’은 7월 21일 오전 10시 현재

까지 메르스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환자 발생 목록, 상황일지, 병원명과 환자 수를 담

은 메르스 전국 지도, 확진자들의 특성, 확진 환자

경유 병원, 정부와 지자체 대응 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3

이름 자체도 생소한 ‘메르스’라는 전염병을 둘

러싸고 전개된 정부의 정보 통제, 병원들의 미숙한

대응, 국민들의 불안은 언론이 문제점을 제대로 지

적하고 해결책을 제시했으면 상당 부분 피할 수 있

었을 것이다. 메르스 정보의 통제는 정부가 추진하

는 ‘열린 정부’ 정책과도 어긋난다. 정부는 2011년에

등장한 국제협력체제인 ‘열린 정부 파트너십(Open

Government Partnership)’에 가입해 정부와 관련 기

메르스 사건은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보도가 국가 위기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데이터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특히 정보 통제와 정보 공개가 대립하는 현실에서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036 신문과방송 08 2015

관의 정보와 데이터를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번 메르스 사건은 구독률, 시청률, 트래픽 등

을 의식한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보도가 국가 위기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다행스러

운 점은 일부 언론과 단체가 데이터를 분석해 필요

한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데이터 저널리즘’ 또는 ‘컴퓨터 기술 저널리즘’의

일부다. 국내 언론계에 데이터 저널리즘이라는 용

어는 아직은 낯설다. 데이터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이것이 디지털 뉴스 생산 또는 온라인 저널리즘과

어떻게 다른지를 구별하는 언론인들은 많지 않다.

그 이면에는 데이터 저널리즘이라고 할 정도의 새

로운 뉴스제작 방식이 언론사 뉴스편집국에 필요한

가라는 깊은 회의감이 자리한다고 하겠다. 이 같은

태도는 새로운 변화나 혁신을 뉴스 제작에 도입하

는 것을 거부하는 동시에 기존 뉴스 제작 관행의 우

위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뉴스 제작 협업 극대화

어찌 보면 메르스 사건이 데이터의 중요성을 역설

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특히 이 사건은

정보 통제와 정보 공개가 대립하는 현실에서 언론

이 담당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메르스 감염자의 이동 경로와 환자가 발생한 병원

및 경유한 병원은 국민들이 메르스에 대처하는데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정보다. 이 정보가 초기에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필요 이상의 공포심과 과잉

대응이 발생했으며 그만큼 국민들은 상당한 스트

레스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필

요한 정보를 그래픽, 상호작용의 지도, 표 등으로 제

작한 이른바 ‘데이터 뉴스’는 국민들이 찾은 가뭄 속

단비라고 하겠다. 기자들과 언론 경영진들이 메르

KBS 디지털뉴스국은 ‘메르스 전파 경로’ 및 ‘메르스 발생 및 경유 병원

현황’ 등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해 보여주는 데이터 저널리즘을

선보였다.

037집중점검 | 메르스와 언론보도, 그 후

스 사건을 계기로 뉴스 제작에서 데이터의 중요성

을 새롭게 인식했으면 한다.

데이터 뉴스는 질적인 측면에서 현재 유통되는

뉴스 콘텐츠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 이유는 세 가지

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데이터 뉴스는 데이터 자

체를 뉴스 제작의 중심으로 생각한다. 여기서 데이

터는 다양한 형태를 띤다. 기자들이 의존하는 보도

자료부터 정부부처가 엑셀 파일이나 PDF로 저장

해 놓은 각종 산출자료 및 보고서, 페이스북, 트위

터, 블로그 등 소셜 미디어에 유통되는 게시글, 포털

검색어 기록, 언론사가 수십 년간 축적해온 기사, 사

진, 그래픽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데

이터로 정의할 수 있다. 필자는 이 맥락에서 우리 현

실이 데이터라고 이해한다.

둘째, 데이터 뉴스는 뉴스 제작에서 협업을 극대

화하는 과정이다. 기자라고 하면 정부나 기업 등 출

입처를 드나드는 취재기자가 대부분이다. 언론사들

은 경험이 많은 선임 기자와 후임 기자들을 한 팀으

로 구성해 출입처를 맡도록 하고 있다. 기사 발굴과

기사 작성에 이들 기자들과 언론사의 데스크인 책

임부장, 편집임원 등이 개입한다. 이 점에서 뉴스는

협업의 결과다. 그러나 데이터 뉴스에서 말하는 협

업은 기자들 간의 동질적인 협업이 아니라 기자, 컴

퓨터 전문가, 연구자, 그래픽 디자이너 등 성격이 다

른 이들이 공동으로 작업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뉴

스편집국 공간을 정치부, 사회부, 국제부, 문화부 등

취재 영역별로 구분하고 뉴스 제작의 권한을 나눈

현행 시스템과는 모순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자

들이 갖는 취재 영역과 뉴스 생산 권력을 일정 부분

내려놓고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일

은 기존 뉴스 제작 관행을 바꾸는 혁신이 될 수 있

으며 또는 위험한 시도가 될 수 있다. 데이터 뉴스가

국민들에게 주는 정보의 만족감과 충실함을 감안하

면 이 새로운 시도를 피하기보다 체계적으로 추진

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 주도하는 뉴스

셋째, 데이터 뉴스는 국민들을 수용자나 관객 등 수

동적인 객체로 보지 않고 능동적인 주체로 인식하

며 국민들이 뉴스의 품격을 판단하고 이의를 제기

하도록 장려한다. 흔히 ‘시청자’ ‘독자’ ‘청취자’라는

표현은 이면에 국민들을 객체로 보고 언론은 이들

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이끄는 주체로 간주하는 인

식이 깔려 있다. 데이터 뉴스는 국민들이 뉴스 제작

에 직접 참여하고 결과물을 평가하는 ‘국민이 주도

하는 뉴스’라고 할 수 있다. 뉴스 제작에 참여하는

것은 국민들이 각자의 경험과 관점을 바탕으로 뉴

스에 적합한 데이터의 수집을 돕고 데이터를 분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방식은 이미 영국의 가디언

이 국회의원의 경비 지출 내역을 분석할 때 시도한

‘크라우드소싱’에서 나타났다.

국내 언론인들은 데이터 뉴스의 필요성을 인

식하고 있으며 이를 뉴스 제작에 접목시키려는 움

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데이터 저널리즘을 기

반으로 한 뉴스들이 연합뉴스의 미디어랩, 뉴스타

파, 한국일보, KBS, 시사인 등을 중심으로 등장하

고 있다. 그러나 언론인들 상당수는 데이터 저널리

즘이 요구하는 데이터 수집, 분석, 시각화 소프트

웨어 활용 등이 기자의 업무량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언론사마다 최소 필요 인력으로 뉴

스를 제작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데이터 뉴스를 제

작할 수 있다면 이를 추가로 담당하라는 압력이 커

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취재와 기사 작성 등 현재

업무만으로도 바쁜 상황에서 데이터 분석과 시각화

038 신문과방송 08 2015

작업, 뉴스 이용자와 공유 등을 도입할 필요성은 회

의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독일 사회학자인 루만이 말한 것처럼 언론

이 자생적인 시스템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언론은 외부

의 통제보다 독자적으로 유지되고 발전하는 체계라

는 점은 보수 신문이나 진보 신문이 외부의 비판이

나 반발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신들의 논조에

맞는 뉴스를 제작하는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러나 언론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언론시장이라는

구조에 놓여 있다. 언론사들은 뉴스 시장에서 자사

콘텐츠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지배적인 언론사와 그렇지 못

한 언론사라는 관계가 형성된다. 이 현상에 대해 프

랑스 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는

‘장(field)’이라는 구조와 ‘아비투스(habitus)’라는 성

향 체계(system of dispositions)를 제시했다. 언론사

들이 시장점유율이라는 경제 자본과 특종 보도 등

상징 자본을 토대로 역학 관계를 형성하는 사회구

조가 저널리즘 장이며 이 장에서 기자들은 기삿거

리를 찾고 뉴스를 제작하면서 체화한 독특한 성향

을 보인다. 이 성향은 언론사에 입사한 이후 경력을

쌓으면서 기자 내면에 구조화된다.

저널리즘 구조와 기자 아비투스 변해야

따라서 메르스 사건에서 등장한 데이터 뉴스가 일

상화되려면 역학 관계를 형성한 저널리즘 장의 구

조와 이 장에 존재하는 기자들의 아비투스가 동시

에 바뀌어야 가능할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 고착화

된 뉴스 시장의 역학 관계가 새롭게 재편되고 기자

들의 성향도 데이터의 공공성과 국민들의 뉴스 제

작 참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뉴스 이용자들이 현장에서 목격한 내용을 동

영상으로 제작해 공유하는 라이브 리크(www.

liveleak.com)는 뉴스를 생산하고 이용하는 ‘프로듀

저(produser, 생산자와 이용자의 합성어)’의 모습을 보

여준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 시각화 작업을 제공하

는 소프트웨어들(구글 퓨전 테이블, 타블로 퍼블릭, 리

브레오피스)을 무료로 쓸 수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

언론사, 소셜 미디어, 블로그, 시민단체 등이 데이터

를 입수해 분석한 뒤 이를 시각화해서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면 데이터 뉴스의 활성화는 가

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조작과 분석의 오

류를 최소화기 위해 데이터 수집 과정과 분석 절차

를 데이터 뉴스에 상세하게 설명하고 수집한 데이

터는 개인정보를 삭제한 상태로 국민들에게 공개해

야 한다. 국민들이 데이터를 점검하고 분석함으로

써 언론이 제시한 데이터 뉴스의 정확성을 점검할

수 있다. 이는 데이터 저널리즘의 투명성을 보장하

는 첫걸음이다.

데이터 뉴스의 제작은 기자, 컴퓨터 전문가, 그

래픽 디자이너 등 3~4명의 전문 인력만으로도 충분

히 가능하기 때문에 트래픽을 위한 선정적 광고와

기사 베껴 쓰기로 오염된 국내 온라인 뉴스 시장의

방향성을 바꿀 수도 있다. 입체적이며 풍부한 데이

터 뉴스를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라며 특히 시민기자

들이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언

론과 차별화된 데이터 뉴스를 활발하게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1 http://dj.kbs.co.kr/resources/2015-06-04/

2 http://newstapa.org/25904

3 http://bogun.nodong.org/xe/index.php?mid=khmwu_5_7&document_srl=334372

집 중 점 검

메르스와 언론보도, 그 후

039집중점검 | 메르스와 언론보도, 그 후

조동찬

SBS의학전문기자

2010년 태평양 너머 아이티에 대지진이 발생했다.

20만 명이 목숨을 잃은 대참사였기에 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국내에서도 경쟁적으로 기자들

이 현지에 뛰어들었다. 세계 각국의 의료 구호단체

도 발 빠르게 짐을 꾸리기 시작했고, 국내 대학병원

들도 의료팀을 현지에 급파하기 시작했다. SBS 보

도국은 내게 한 대학병원 의료팀과 현지에

동행해 취재할 것을 지시했다. 지시를 받

고 처음 담당 부장에게 “의학전문기자가

가서 취재할 게 있겠습니까?”라는 말을 건

넸다. 당시 아이티는 여진이 이어지고 있

었고, 치안이 불안해 값비싼 장비를 갖춘

취재진은 무장 강도들에게 목표물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 보도되고 있었다. 돌아다닐

여건이 안 된다면 취재할 무엇이 없을 것

이란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장은 5분

정도의 고민 끝에 “가서 판단하라”는 답을

주었다.

재난 현장 안전기준도 불안해

그렇게 불가피하게 접하게 된 아이티 현장은 3년 차

초보 의학전문기자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기사

는 책상에서 손으로 쓰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발로

감염병 재난 현장 취재기자의 안전을 위한 제언

전문가 가이드라인도반드시 더블체크!

감염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의 안전은 지역사회 안전과도 연결된 중요한 문제다. 지난 6월

삼성서울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마스크를 쓴 채 참석한 기자들. / 사진출처: 연합뉴스

040 신문과방송 08 2015

쓰는 것이었다. 진도 6.8의 여진, 생필품을 찾아 거

칠게 돌아다니는 일부 현지인들의 위협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집이 무너지면서 두

아이를 잃은 여성이 웃고 다니는 이유를, 그곳에 가

지 않았더라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 각국의 의

료진이 치료해주겠다며 수술을 권해도 고개를 가로

젓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도 가서야 알았다. 여러 나

라에서 돕겠다고 왔지만, 그것이 시스템으로 정착

되고 계속 지속되지 않는다면, 길거리에서 구걸하

는 걸인 앞에 놓인 냄비에 동전 하나 넣는 행위에 불

과하다는 것도 현장 취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재난 현장에는 다양한 곳의 사람들이 여러 목적

으로 뛰어들어와 있다. 취재를 목적으로 한 기자, 진

료를 담당하는 의사, 상황을 파악해 보고하기 위한

공무원, 그리고 보급품을 전달하기 위한 NGO단체

관계자들이다. 기자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의료

진과 공무원, NGO단체는 재난 현장에서의 안전한

활동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비교적 잘 갖추고 있다.

2010년 아이티 취재 때에도 재난 현장 구호활동 경

험이 많은 의료진과 아이티 지역에서 활동 경험이

있었던 NGO단체가 공동으로 마련한 안전 교육

을 사전에 받았다. 이번 메르스 취재 때에도 현장에

는 메르스 전문가인 의료진이 있었고 역학 조사를

맡은 공무원 조사관이 있었다. 따로 안전 교육을 받

지 않았지만 취재 현장에서도 그들이 이끄는 대로

한다면 메르스 취재의 안전성은 확보된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전문가가 현대 과학을 근거로 제시한 현

장에서의 안전성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에 있다.

2011년 일본 쓰나미로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돼 일

본 전역이 방사능에 노출됐던 현장이 그랬다. 당시

일본에 파견된 기자들은 공기 중 방사능 수치가 낮

은 지역에 머물면서 취재를 진행했다. 일본 당국

은 지역별로 날마다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면서 위

험 지역과 안전 지역을 발표했고 기자들은 이를 안

전한 취재의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

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당시 현장 취재에 투입됐던

KBS 카메라 감독이 방사능에 피폭된 것으로 확인

됐다. 일본 취재 후 귀국해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

터에서 실시한 방사능 피폭 검사에서 148밀리시버

트(mSv)의 방사능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염색

체 검사에서도 ‘불안정형 염색체’가 소량 있는 것으

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500밀리시버

트 정도로 노출될 때 혈구 수치의 변화 등 임상 검사

상의 변화가 나타난다”며, “이 정도의 피폭량으로는

임상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100미리시버트에 노출될 때 백혈병 발생 위

험은 1%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갑상선암이

공격적인 성격을 띠고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확률

이 1% 정도다. 1%는 간과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아

닌 것이다. 또 소량의 염색체 변화가 있더라도 대부

분 평생 문제가 없이 사는 것도 사실이지만, 암의 첫

시작도 소량의 염색체 변화로부터 기인하는 것 또

한 사실이다. 취재 현장 구석구석의 안전을 과학으

로 확보할 수도 없을 뿐더러, 절대적으로 안전한 기

준이라는 게 과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우

리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취재를 통해 배웠다.

시시각각 바뀐 메르스 안전기준

지난 5월 21일, 국내 메르스 첫 번째 환자가 확진받

은 다음 날, 보건당국은 전격적으로 대국민 브리핑

을 실시했다. 이때 보건당국의 브리핑 내용을 요약

하면 다음과 같다. 메르스는 공기전염이 되지 않으

며, 환자 1명이 평균 0.7명만 감염시킬 정도로 감염

041집중점검 | 메르스와 언론보도, 그 후

력이 낮고, 증상이 있는 환자와 2미터 거리 이내에

서 한 시간 이상 접촉했을 때 전염된다는 것이다. 보

건당국의 발표대로라면 현장 취재기자는 증상이 있

는 환자와 2미터 이상 떨어져 있기만 하면 된다. 설

령 2미터 이내에 있더라도 한 시간을 넘기지 않으

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공식은 불과 며칠 만에

깨졌다. 메르스 환자인지 모르고 단 5분간 진료했던

의사가 감염됐고, 메르스 환자와 10미터 떨어진 병

실에 있던 환자도 감염됐다. 어느 누구도 공식적으

로 말한 바 없지만 취재기자의 안전기준도 달라진

것이다.

메르스 확진 환자를 인터뷰해 6명이 격리됐던

KBS 취재진의 사연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KBS 취재진은 세 번째 확진 환자의 딸이었던 40대

여성을 인터뷰했다. 취재 당시에 이 여성은 메르스

확진을 받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다. 본인이 확진 환

자인 아버지를 닷새 넘게 간호했으니 보건당국에

격리 치료를 요청했지만, 보건당국 진찰 결과 메르

스 검사 대상조차 아니라는 답을 받은 뒤 귀가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 여성은 결국 메르스 확진 판정

을 받았고 KBS 취재진은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

을 한 셈이 됐다. 다행히 6명 모두 메르스에 감염되

지 않았으나, 6명 모두 메르스의 감염 경로 한가운

데 있었다.

메르스 첫 번째 진원지였던 평택성모병원은 언

론의 관심 대상이었다. 보건당국이 병원 이름을 공

개하지 않았지만 다수의 언론은 평택성모병원 현장

에서 취재를 진행했다. 보건당국의 역학 조사관이

역학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으며, 메르스 환

자가 주로 입원했던 8층을 제외하곤 정상적으로 병

원이 운영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평택성모병원

은 29일 자진폐쇄 결정을 내렸다. 이날도 많은 취재

진이 평택성모병원을 찾았다. SBS 취재진도 그중

에 하나였고, 이날 SBS 8뉴스를 통해 평택성모병원

의 현장이 보도됐다. 그런데, 일주일도 더 지난 6월

5일 보건당국은 평택성모병원 전수 조사 방침을 밝

혔다.

보건당국은 최초 감염 환자가 입원한 날짜인

5월 15일부터 29일 사이 평택성모병원에 방문해 바

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보건

당국에 신고하라고 발표했다. 평택성모병원이 감

염 우려가 높으면 보건당국은 통제했어야 했다. 하

지만 통제하지 않았고 감염 위험성이 있다는 말조

차 하지 않았다. 이유는 있었다. ‘2미터-1시간’이라

는 감염 조건을 뛰어넘는 감염자가 나타났기 때문

에, 그 기준에 따라 안전하다고 판단했던 곳도 더 이

상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평택성모병원

전수 조사에서 추가 환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새로

2011년 일본 원자력 발전소 사고 당시 일본 당국은 날마다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면서 위험 지역과 안전 지역을 발표했고 기자들은

이를 안전한 취재의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현장 취재에 투입됐던

KBS 카메라 감독이 방사능에 피폭된 것으로 확인됐다.

042 신문과방송 08 2015

운 감염병에 있어서 안전한 곳이란 그 누구도 담보

할 수 없다는 게 확인된 사례였다.

기자가 첫 전파자?

격리대상자로 지정된 취재진들도 모두 메르스에 걸

리지 않은 게 확인됐다. 같은 집에서 거주하는 가족

들도 모두 안심할 수 있게 됐다. 만약 그들이 메르스

에 감염됐다면 가족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가족과 만났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재난 현장에서는 기자 본인의 피해로 그치지만 감

염병 재난 현장은 다르다. 가족과 다른 사회 구성원

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전파자가 될 수 있기 때

문이다. 그런 사례는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지난

2011년 일본 요코하마의대 연구팀은 국제 예방의

학 저널에 일본의 새로운 홍역에 대한 논문을 게재

했다. 그런데 이들이 보고한 새로운 홍역의 첫 환자

는 바로 기자였다. 2011년 일본 대지진 현장을 취재

하던 기자가 고열이 있어 검사를 해봤는데, 홍역으

로 진단됐고 홍역 중에서도 D유형(genotype), 이전

에는 일본 본토에서 발견된 적이 없었던 새로운 유

형의 홍역 감염이라는 것이다. 어떤 경로로 새로운

홍역에 감염됐는지 밝혀지진 않았다. 취재를 위해

온 다른 나라의 기자로부터 감염됐을 수도 있지만,

평소에는 잠잠했다가 재난 현장의 취약한 위생 환

경 속에서 꿈틀거린 홍역 균주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일본의 새로운 홍역 첫 환자

는 바로 취재기자였다는 것이다.

2008년 핀란드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핀란

드 투루쿠대학 연구팀은 노르딕 국가의 첫 퉁기아

증(tungiasis)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퉁기아

증은 벼룩에 물렸을 때 나타나는 염증성 피부 질환

인데 주로 아프리카나 중남미 국가에서 발생한다.

북유럽에서 첫 환자가 생긴 건데, 이 환자 역시 우

간다에서 취재를 했던 기자였다. 지난해에도 에볼

라 현장을 취재하던 미국 취재진이 에볼라에 감염

된 일이 있었다.

감염병 취재 현장에서 기자의 감염 위험성은 높

고, 감염될 경우 고스란히 사회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지만 감염병 현장에서 안전성을 절대적으로 담

보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없다. 감염병 현장을 취

재하는 기자가 명심해야 할 것이 바로 가이드라인

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취

재를 했던 기자단의 보고서(Covering Outbreaks Of

Infectious Diseases: A Guide To Better Journalism)는

참고할 만하다. “기자는 스스로 감염병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특히 감염 경로와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은 철저히 공부해야 한다(Journalists

should spare no effort to learn the A-Z of the infectious

disease they are dealing with, how it is transmitted and

how to protect themselves against it.).”

가이드라인의 한계

해당 국가가 제공하는 정보에 국한해서는 안 되고,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US

CDC) 그리고 관련 학회가 제공하는 것까지 두루

포함해야 하며, 이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메르스에 대한 방역 가이

드라인의 경우에도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와 세계

보건기구의 기준이 달랐는데, 세계보건기구의 가이

드라인은 최소한일 뿐이라고 미국 내과의학회는 지

적한 바 있다. 그리고 우리 보건당국의 메르스 바이

러스 방역 가이드라인 역시 계속 바뀌었다. 감염병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 못지않게, 취재기자도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할 일이다.

언론 현장

오보 벌점제 도입・오보 DB

구축 필요오보와검증없는저널리즘/김세은

제호 빼고 다 바꿔도

언론 가치는 지켜나갈 것창간61주년맞아재창간선언한한국일보/이성철

고단한 한국인의 삶 반영한

‘푸드 커뮤니케이션’방송비평-먹방·쿡방·셰프전성시대/김수철

언론 현장

044 신문과방송 08 2015

기자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특종이라면 그 반

대는 낙종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엔 기

자로서 가장 부끄러운 것, 결코 하지 말아야 할 것

은 낙종이 아닌 오보가 되어야 한다. 사실은 기사의

진실성을 구성하는 기초 단위이며 정확성은 신뢰

를 견인하는 핵심 동인이기 때문이다. 오보는 사실

확인이라는 기본 절차를 생략하거나 충분히 행하

지 않아, 정확성이라는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불

량품이다. 뉴스는 공정성이나 균형성도 중요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정확성이 근본이요 우선이다.

오보는 불량품

문제는, 내보내는 즉시 소비되는 뉴스의 속성상 오

보의 대부분이 ‘정상품’으로 버젓이 유통된 후에야

불량품이라는 게 드러난다는 점이다(모든 오보가 오

보로 밝혀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품질 검수과정이 제

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는 오보를 기자

김세은

강원대신문방송학과교수

오보와 검증 없는 저널리즘

오보 벌점제 도입·오보 DB구축 필요

이른바 ‘천재소녀 하버드·스탠퍼드 동시 입학’ 관련 보도는 우리 언론 역사에

희대의 오보로 기록될 만한 사건이었다. 사건의 주인공인 김모 양이 입국해

지인의 보호를 받으며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 사진출처: 연합뉴스

045언론 현장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언론사 조직의 문제이며 관

행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잘못된 보도로 인한 피해나 혼란이 생겨난 상황이

지만 그런데도 오보를 만들어낸 언론사는 많은 경

우 책임을 지기는커녕 제대로 인정하지도, 사과하

지도 않는다.

오보에 대한 논의는, 오보의 빈도와 정도에 비해

자주는 아니지만, 어쨌든 있을 만큼 있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기자들로 하여금 너나없이 “반성합

니다”를 외치게 만들었던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 이

전에도 크고 작은 오보는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명백한 오보임이 밝혀질 때까지 별다른 제재 없이

유통됐다. 단순한 실수부터 의도적 누락이나 악의

적 왜곡까지, 오보의 역사가 긴 만큼 그 형태나 원인

도 다양하고 그에 대한 처방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1

지금 그에 대한 반복을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

인다. 세월호 참사가 불과 1년여 전의 일인데 기자

들의 반성은 식었고 변화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여전히 오보에 대해 별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그에 대한 개선 방안에도 별 관

심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오보가 문제인 줄 몰라서

오보를 내나, 어쩔 수 없으니까 내는 거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현장을 모르는 ‘책상물림’ 연구자가 하는 말

에는 더더욱 마음을 닫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보를 만들어내는 당사자의 문제 제기가 없다

면 이런 얘기는 그야말로 ‘쇠귀에 경 읽기’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누구를 위하여, 무엇 때문에 우리는

오보에 대해 또다시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 이 글은

기자와 언론사가 오보 문제에 대해 좀 더 엄격한 인

식을 하고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 작은 노력이마나

실천에 옮겨 달라는 간절한 청원의 의미를 지닌다.

그래야 언론이 살고 또 우리 사회가 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한국 언론사에 희대의 오보로 기록될

만한 사건이 ‘또’ 터졌다. 이른바 ‘천재소녀 하버드·

스탠퍼드 동시 입학’ 관련 보도다.

‘천재소녀’와 ‘메르스 의사 사망’ 오보

미주중앙일보에서 시작된 이 기사는 중앙일보뿐 아

니라 대부분의 언론사가 그야말로 호들갑을 떨며

사안의 현실 맥락을 거세함으로써 치기 어린 거짓

말을 휘황한 신화로 만들어냈다. 합리적 의심을 가

지고 상식적 질문을 던져야 할 기자들이 최고 학벌

에 목을 매는 한국 사회와 (기자 자신을 포함한) 한국

인의 속된 열망을 다시 한 번 구축하고 강화하는 데

에 적극 앞장선 것이다. 그런 언론이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고 하기엔 그런 보도를 하게 만든 나 자신

의 저열한 욕망이 더없이 부끄러웠던 ‘사건’이었다.

미주중앙일보(를 폄훼할 의도는 아니지만)라는 특

수한 성격의 언론에서 나온, 더구나 객원기자(를 폄

훼할 의도는 더욱 아니지만)가 쓴 기사를 아무런 검증

없이 일류에 ‘꽂혀’ 거침없이 받아쓰고 확장해 나간

행태는 정말이지 우리 언론의 총체적 부실이 빚어

낸 오보의 ‘모범’ 사례라 할 만하다. 기자는 받아쓰

기 전에 검증 차원에서 사실 확인을 했어야 하고 받

아쓰기를 넘어서는 보완 취재를 했어야 했다. 기자

가 안 했다면 데스크가 지시를 내렸어야 했다. 또 웬

만한 언론사는 워싱턴에 특파원을 두고 있다. 특파

원은 폼으로 나가 있는 게 아니다. 현지에서 이런저

런 의혹들이 나올 때까지 그들은 하나같이 무엇을

하고 있었나? 언제까지 이런 ‘뒷북 언론’이 될 것인

가? 더구나 애국심 프레임까지 동원된 구태의연한

보도는 10년 전 황우석 보도에서 한발도 나아가지

못한 우리 언론의 수준을 가늠하게 해준다. 세계 최

초, 세계 최고는 우리의 이성을 한순간에 마비시킬

046 신문과방송 08 2015

정도로 그렇게도 간절한 염원인가?

이와 함께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오보가 또

하나 있었으니, 전국이 메르스로 어수선한 와중에

나온 ‘메르스 삼성서울병원 의사 뇌사’ 보도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속수무책 번져가는 전염병에 대한

사회적 공포를 언론이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돌

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허둥댔으며

관련 정보를 막거나 지연시켰다. 확진자와 격리대

상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가는데, 정부는 물

론 언론에서도 믿을 만한 정보는 나오지 않으니 사

람들은 SNS에서 소식을 전해주고 전해 받았다.

국가 차원의 재난에 대처하는 언론의 무신경은

따끔하게 지적돼야 한다. 세월호 때의 다짐은 어디

갔나? 인명에 대한 경시는 여전하고, 성

급한 보도 태도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속보에 대한 맹신, 맹종은 이제 제발 그

만 내려놓았으면 한다. ‘메르스 감염 삼

성서울병원 의사 뇌사’ ‘단독’ 보도는 비

록 사실이었어도 그야말로 시간차 보도

에 불과한 것이었다. ‘단독’을 그런 식으

로 남발하지 말자. ‘35번 환자’로 불렸던

삼성서울병원 의사는 우리 언론의 진영

논리와 선정성 관습에 의해 메르스 논란

한가운데에서 박원순 시장과의 대결구

도로 부각되어 있었다. 그의 상태는 그래

서 더욱 언론이 관심을 가질 법했다. 그

러나 어떤 상황에서나 어느 누구든, 생명

과 관련된 기사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하는 법이다. 더욱이 그의 행적을 두고

설왕설래가 있었던 터라 관련 보도는 좀

더 냉철하고 엄정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여기에서 우리는 이른바 제보자에 대한 기자들의

인식 문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미디어오늘

인터뷰에 따르면, 두 보도 모두 해당 기자들은 제보

자의 잘못을 주장하며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는 생

각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

사가 제보로부터 시작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변명’

은 참으로 구차하기 이를 데 없다. 비록 기삿거리는

제보에 의한다고 하더라도 취재는 오롯이 기자의

몫이요 책임이다. 기자는 정부 고위관리나 소시민

이거나 할 것 없이 취재원 또는 제보자의 입에서 나

오는 얘기를 그대로 받아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대

체 그걸 누가 붙잡고 가르쳐줘야만 아는 건지 물어

‘천재소녀’ 오보는 확인과 보완 취재 없이 받아쓰기에 충실했던 우리 언론의 총체적 부실이

빚어낸 사례라 할 만하다. 중앙일보 홈페이지의 관련 기사 사과문 화면 캡처.

047언론 현장

보고 싶다. 정보원의 의도와 목적에 (지속적으로) 휘

둘리는 기자는 순진한 것인가, 게으른 것인가? 특히

정부나 관을 그대로 따라 쓰는 것이 얼마나 큰 ‘재

난’을 가져오는지 호되게 경험을 했으면서도 바뀌

지 않는 것은 작게나마 언론의 관성을 거스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언론의 관행이 얼마

나 견고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우리 언론의 과도한 받아쓰기 행태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보도 자료에 의존한 기사, 취

재원 입만 바라보는 기사 쓰기 좀 그만하자. 따옴표

좀 그만 쓰자. 그들의 자료나 말을 검증하려면 기자

들이 부지런하고 식견이 있어야 한다. 우리 기자들

은 세계 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고학력 엘

리트들이다. 그토록 치열한 ‘언론 고시’를 뚫고 기자

가 된 이들이 왜 정작 기자가 되어서는 남의 글과 말

에 의존하는 기사를 주로 만들어내는가?

기자들은 이쯤에서 현장을 모르는 얘기 그만하

라고 할지 모르겠다. 또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저 유명한 뉴욕타임스도 엄

청난 오보를 내지 않았냐고. 어쩔 수 없는 언론의 숙

명이라고. 마감에 맞추려면 시시각각 얼마나 숨 가

쁘게 뛰어다녀야 하는데, 어려운 여건에 인력마저

턱없이 부족해서 하루에 써야 하는 기사가 한두 개

가 아닌데, 재차 삼차 사실 확인을 하라니 그럴 시간

과 에너지가 어디 있느냐고. 더구나 언론 환경도 급

변해서 과거와 달리 요즘은 모두가 경쟁자인데, 인

터넷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시민하고도 속도

경쟁, 클릭 경쟁을 해야 하는데, 이런 극심한 경쟁

구도에서 기사 하나에 매달려 있다가는 하릴없이

뒤처지는 일밖에 없다고. 일리가 있다. 적은 인력으

로 시간에 쫓기며 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좇는 것이

쉬운 일인가. 게다가 우리 언론만큼 ‘젊은’ 기자들을

혹사하는 구조는 흔치 않다. 중견이 되면 대부분 현

장을 떠나버린다. 그러니, 기자는 많아도 현장을 뛰

는 기자는 부족하다. 그렇기에 오보에 대한 논의의

초점은 결코 기자 개인에 맞춰서는 안 된다. 오보는

언론 조직의 문제이고 언론 관행의 문제이며 언론

환경의 문제로 접근해야 비로소 개선의 여지가 생

겨난다.

뉴스 가치 재정립하자

무엇보다 속보를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더 이상 속

보 경쟁이 의미를 갖는 시대가 아니다. 설사 낙종을

하더라도 사실 확인이 안 된 기사는 결코 내보내지

않겠다는, 어쩔 수 없이 오보를 냈을 때는 어떤 식으

로든 책임을 지겠다는, 그런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선언을 하는 언론사가 나와야 한다. 수용자 역시 속

보보다는 내용의 완결성과 신뢰성을 기반으로 기사

우리 언론만큼 ‘젊은’ 기자들을 혹사하는 구조는 흔치 않다.

중견이 되면 대부분 현장을 떠나고 현장을 뛰는 기자는 부족하다.

그렇기에 오보는 언론 조직의 문제이고 언론 관행의 문제이며

언론 환경의 문제로 접근해야 비로소 개선의 여지가 생겨난다.

048 신문과방송 08 2015

를 소비하고 언론사를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사실의 가치를 진실성과 연결하여 재정립

해야 한다. 정파성이 개입된 사실, 객관성이 결여된

사실, 한편으로 치우친 사실, 프레임에 맞춘 사실은

진실을 구성하는 사실로서의 가치를 부여받아선 안

된다. 파편적 사실을 넘어선 여러 측면의 ‘사실들’을

최대한 찾아내야 한다.

셋째, 뉴스 가치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무엇이 왜 뉴스가 되는지를 곰곰이 따져보고 그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의 뉴스 가치 기준은 철저한 점

검과 반성이 필요하다. 저명성이나 영향력에 매달

리지 말고 시민사회와 관련이 있는 공적 사안을 긴

호흡으로 차분하고 깊이 있게 다루는 인식의 전환

이 필요하다.

넷째, 특종이나 단독 보도를 좇다보면 오보의 여

지가 커지게 마련이다. 특종에만 상을 주지 말고 오

보에 벌점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면 변화는 좀 더 빨

리 일어날 수 있다. 어떤 집단이든 잘못된 사례로 거

명되는 경우 수치심이 유발된다. 동료 집단의 인정

을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기자들은 더욱 그렇다.

다섯째, 내부 비평, 외부 비평, 상호비평을 활성

화함으로써 수직적, 폐쇄적인 언론사 안팎의 문화

를 바꾸어야 한다. 기사의 문제나 잘못을 지적하는

시스템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는 곳

이 드물다. 내외부 비평은 물론 상호비평의 부재는

건전한 감시와 견제를 통한 발전의 기회를 없애버

린다. 언론 전문지도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기자와

언론사는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리고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와 함께 오보의 데이터베이스화를 제안한다.

언제 어떤 언론사가 어떤 오보를 냈는지, 그 원인은

무엇이었으며 어떤 언론이 어떻게 받아썼는지를 유

형별로 정리, 분석하는 작업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주체는 개별 언론사든 기자협회든 언론진흥재단이

든 상관없다. 많을수록 좋다. 기자들의 기억에 파편

화된 모습으로 존재하는 ‘에피소드’로서의 오보 차

원을 넘어 우리 언론의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 훤

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철저하게 정리하고 면밀하

게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오보 사례 모음

집은 (예비) 언론인을 위한 반면교사의 교육 자원으

로서뿐 아니라, 일반 시민이나 청소년의 미디어 리

터러시를 위한 교육 자료로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

이다.

뉴스의 ‘새로움’은 반드시 ‘가장 먼저’라는 요건

에서만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확인되지 않은 새로

움은 소설이지 뉴스가 아니다. 정보가 범람하는 시

대, 언론의 사명은 뉴스를 빨리 내보내는 것보다 믿

을 만한 뉴스를 내보내는 것이다. 언론이 신뢰를 상

실한 자리에 ‘지라시’가 판을 치고 SNS가 파급력과

영향력을 갖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1 오보에대한최근논의로는이승선(2014.6).“알면서도안지키는오보예방법,실천의지가관건”.신문과방송;정철운(2015.5.6).“세상을

뒤흔든오보,반성도책임도없었다”.미디어오늘등을참조할것.

언론 현장

049언론 현장

이성철

한국일보편집국국차장

창간 61주년 맞아 재창간 선언한 한국일보

제호 빼고 다 바꿔도언론 가치는 지켜나갈 것

“한국일보가 오늘 국민과 독자 앞에 감연히 재창간

을 선언합니다. 1954년 6월 9일 한국전쟁의 폐허 속

에서 새벽 첫 신문을 찍어낸 지 꼭 61년이 되는 날입

니다. 통상 한 세대를 30년으로 볼 때, 3세대 한국일

보가 다시 담대한 첫발을 내딛는 기념비적인 순간

입니다.

돌이켜보면 1세대는 끊임없이 참신한 시도와 실

험으로 한국일보를 단기간에 최정상으로 올린 성취

의 역사였습니다. 그러나 2세대 후반은 방만, 비리

경영으로 빛나는 성취를 허문 시련기였습니다. 그

마지막 2년은 이런 상황을 더는 감내할 수 없었던

기자, 임직원들이 나서 십수 년 적폐를 씻고 재탄생

의 기반을 마련한 산고의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일보는 이제 언론에 대한 이해와 신념, 능력

이 확고한 새 경영진과 합리적 시스템을 갖추고 더

이상 흔들림이나 머뭇거림 없이 자신 있게 새날을

엽니다.”

61년 역사의 한국일보가 ‘재창간’을 선언하며 1면에서 기사와 사진 없이

흰 여백에 찍힌 발자국만으로 파격을 선보였다(2015년 6월 9일자). 한국

일보는 새로운 지면 디자인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맞는 콘텐츠 혁신도

다짐하고 있다.

050 신문과방송 08 2015

지난 6월 9일자 한국일보 ‘재창간’ 사설이다. 한

국일보는 창간 61주년이 된 이날을 재창간일로 정

했다. 이날 한국일보는 로고, 편집, 지면 배열, 디자

인 등 모든 면에서 완전히 새로워진 신문을 선보였

고, 특히 1면은 기사와 사진 없이 두 개의 발자국 형

상만으로 꾸며 파격의 정점을 찍었다. 이날 저녁엔

서울 소공동 롯데 호텔에서 정·관계, 경제계, 학계,

문화·종교계 등 각계 주요 인사들을 초청한 가운데

성대한 재창간 선포식도 가졌다.

벼랑 끝에서 살아남기 “변해야 산다”

한국일보가 지난 2년 동안 벼랑 끝 상황을 겪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랜 방만·비리경영으로

재정난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2013년 4월 말 한

국일보 기자들의 당시 사주에 대한 검찰 고발로 시

작된 이른바 ‘한국일보 사태’는 용역직원들을 동원

한 사측의 편집국 폐쇄→편집국 밖으로 쫓겨난 기

자들의 눈물겨운 시위와 사회 각계각층의 지지→

사주 구속→임금 채권자 자격에 의한 기자들의 법

정관리 신청으로 이어졌다. 이 모두가 우리나라 언

론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법정관리개시 후 ‘회생계획인가 전 M&A’ 방침

에 따라 인수자를 찾기 위한 노력 끝에 67년 역사의

목재소재 전문기업 동화그룹이 새로운 대주주로 결

정돼 지난 2월 한국일보는 1년 반에 걸친 법정관리

에서 졸업하게 됐다.

한국일보는 부실경영이 장기화되면서 인사, 총

무, 재무, 영업 그리고 신문 제작까지 모든 시스템이

무너진 상황이었다. 한국일보는 지난 2월 새로운 경

영체제 출범을 계기로 대대적인 변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부채 제로의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급여·

후생·복지제도가 개선됐고 모든 업무 프로세스에

걸쳐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이뤄지

고 있는데, 이제야 비로소 조직다운 조직, 기업다운

기업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일례로 올해 초부

터 한국일보는 신문을 중앙일보 공장에서 인쇄하고

있다. 관계사였던 인쇄회사를 정리하고 성남과 창원

에 있는 공장 부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자체 인쇄시설을 정리하고 외주화하는

것이 상당한 수익 개선을 가져올 것이란 판단에 따

른 것이었다. 보기에 따라선 60년 역사의 종합일간

지가 신문을 경쟁지에서 찍는다는 것이 굴욕으로 여

겨질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급변하는 경영 환경하

에서 단지 자존심 때문에 매년 막대한 적자 요소를

끌어안고 가는 건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주변

에선 “한국일보가 이런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변화”라고 평가하고 있다.

과제는 콘텐츠 혁신

또 하나의 변화는 신문 자체의 혁신이다. 앞서 언급

했듯이 한국일보는 6월 9일자 재창간 지면 개편을

통해 ‘한국일보’라는 이름만 빼곤 사실상 모든 것을

다 바꿨다. 새로운 로고와 디자인은 외부 전문 업체

에 의뢰해 3개월여의 작업 끝에 만든 결실이다. 전

국 규모의 종합일간지 가운데 가장 급진적인 디자

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과정이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논란도 많

았고 저항도 컸다. 1면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정

치-국제-사회-경제-문화 순으로 되어 있던 지면

배치를 정치-경제-국제-문화-사회로 바꾸는 것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파격을 선택한 건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절

박한 인식 때문이었다. 경영 부실로 야기된 ‘잃어버

린 10년’ 동안 한국일보는 추락을 거듭했고, 어쩌면

051언론 현장

이번이 도약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는 만큼,

“웬만큼 변해선 변한 게 아니다”는 공감대가 만들어

지게 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시작일 뿐이다. 솔직히 말해 옷

만 바꿔 입었을 뿐, 기사 곳곳에는 아직도 오랜 관성

이 그대로 배어 있다. 어차피 신문이 정보를 독점하

던 시대는 지났고 방송과 인터넷이 실시간 속보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신문의 역할은 기획과 분석, 칼

럼, 스토리 위주로 바뀔 수밖에 없는 만큼 아직은 미

흡하지만 결국은 한국일보 신문 콘텐츠도 예전의

패러다임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한국일보식 중도의 길

새 소유 지배구조가 짜여지고, 기업형 경영 시스템

이 도입되고, 신문 디자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

꾼다고 해도 절대로 변화할 수 없는, 타협하거나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언론 고유의 사명, 무엇

보다 한국일보가 꿈꾸는 언론의 가치 얘기다.

지금도 각종 설문조사를 해보면 한국일보는 ‘중

도 성향의 신문’으로 평가된다. 조선·중앙·동아로

대표되는 보수 신문과 한겨레·경향으로 대변되는

진보 신문으로 양분화된 국내 언론 지형에서 한국

일보는 중도지로 분류되고 있다. 물론 무엇이 중도

인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중도 자체는 절대로 지

향점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한국일보는 보수나 진보, 어느 한편에 설 생각이

추호도 없다.

한국일보가 지향하는 중도는 기계적 중립, 산술

적 양시양비론이 절대 아니다. 한국일보식 중도는

진보든 보수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노든 사든 양쪽

의 목소리를 모두 경청하는 데서 출발한다. 힘없는

자, 가난한 자, 소외된 자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

울여야겠지만, 부자와 기득권층의 논리도 일단은

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로지 내편의 얘기만 듣

고, 상대편 얘기는 아예 귀를 닫아버리는 현 언론의

이분법적 접근은 단호히 배척하고자 한다.

그 다음은 하나하나 시비를 가리는 것이다. 한국

일보가 사안에 따라 보수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진보의 색깔을 띠기도 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예

컨대 남북문제에서 한국일보는 국가안보에 관한 한

절대로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견지하

지만, 대화 채널은 유지되어야 하고 경협은 보다 활

성화해야 하며 특히 남측이 보다 전향적이고 통 큰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

을 위해 규제는 대폭 완화해야 하지만, 재정난 타개

와 세부담 형평을 위해 법인세는 인상하는 게 옳다

는 논지를 전개해 왔다. 일관성 없는 태도로 보이기

도 하고,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

올해 초부터 한국일보는 신문을 중앙일보 공장에서 인쇄하고 있다.

60년 역사의 종합일간지가 신문을 경쟁지에서 찍는다는 것이 굴욕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주변에선 “이런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변화”라고 평가하고 있다.

052 신문과방송 08 2015

지만 한국일보는 ‘무조건 보수’ ‘닥치고 진보’식의

신문은 결코 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보수나 진

보 한 가지 앵글로만 보기엔 너무도 다양하고 복잡

하다.

한국일보가 이번 재창간에 즈음해 ‘공존·통합·

사람’을 3대 가치로 천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생

각이 다르고 처한 환경이 달라도 배척하지 않고 함

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 이를 통해 대립과 갈등이

해소되고 조화를 이루는 통합된 사회, 그럼으로써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살맛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

이야말로 한국일보가 꿈꾸는 세상이자 추구하는 언

론 가치인 것이다. 시대에 따라 또 정권에 따라 사회

는 왼쪽으로 가기도 하고 오른쪽으로 가기도 하지

만, 긴 흐름에서 본다면 결국은 균형과 통합의 길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특히 최근엔 언론 지

형 자체가 워낙 이념적으로 양극화하다보니, 중도

적 목소리를 내는 신문을 원하는 독자들의 갈망 또

한 매우 큰 게 사실이다.

풍성한 온라인 전용 콘텐츠로 승부

한국일보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디지털’

이다. 종이신문의 성장은 한계에 도달했으며 이젠

온라인 특히 모바일이 뉴스 소비의 대세가 될 것

이란 점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5월 새 뉴스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를 개

설하면서 ‘클린&콘텐츠’ 원칙을 정했다. 클린은 말

그대로 낚시성 기사·제목이나 선정적 광고를 배제

한다는 것인데 당장의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혹

은 당장의 광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어뷰징’을 남발

하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콘텐츠 경쟁력으로 승부하

겠다는 전략이다.

단순히 속보기사를 늘린다거나, 신문에 실린 기

사를 그대로 게재하는 것으론 콘텐츠 경쟁력이 나

올 수 없다. 온라인과 모바일에는 그에 걸맞은 새로

운 유형의 콘텐츠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한국일

보 홈페이지에는 △퀴즈 형태로 이슈를 따라가는

‘문제잇슈’ △주요 현안을 7~8장의 카드 형태로 정

리한 ‘카드뉴스’ △기사 뒷얘기를 전하는 ‘뒤끝뉴스’

△SNS상에서 화제가 되는 연예뉴스를 전하는 ‘오

늘의 눈’ △새로운 형태의 인터뷰 ‘눈사람’ △젊은

층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인사들의 칼럼 ‘브

런치&스토리’ 등 온라인 전용 콘텐츠가 풍성하다.

당장은 이런 시도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하지

는 못하지만, 결국엔 콘텐츠로 승부하고 콘텐츠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확립될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일보는 지난 5월 말 서울 남대문 와이즈타

워(옛 YTN사옥)로 사옥을 옮겼다. 원래는 온오프라

인 통합 추세에 맞춰 방사형 통합 뉴스룸을 만들 예

정이었지만 사무실 구조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별도 편집회의실을 없애고, 매일 세 차례 열리

는 편집국장 주재 편집회의를 사무실 한복판 개방

된 공간에서 진행키로 했다. 현재 편집회의는 회의

실이 아닌 편집국 한가운데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이곳에서 오가는 격한 토론이 여과 없이 편집국 기

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다소는 어정쩡한 상황이

됐지만, 결국 이런 개방된 분위기가 온오프시대의

통합 뉴스룸 체제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다들 신문의 위기라고 한다. 사실 위기다. 불안하

고 걱정스럽고 두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생존을 위

해선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한국일

보는 더욱 그렇다. 시행착오도 있고 역풍이 따를 수

도 있겠지만, 변화와 혁신을 향한 한국일보의 간절

한 몸부림은 계속될 것이다. 재창간의 깃발을 높이

든 한국일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 중이다.

언론 현장

053언론 현장

방송 비평-먹방・쿡방・셰프 전성시대

고단한 한국인의 삶 반영한‘푸드 커뮤니케이션’

김수철

한양대평화연구소연구교수

먹방, 쿡방이 대세다. 왜 이렇게 많은 먹방, 쿡방이

나타나고 있을까? 가장 간단하고 직접적인 대답은

높은 시청률이다. 방송 시장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

서 방송 채널 간의 경쟁은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

을 정도로 심화됐다. 사실 과거 요리, 음식 프로그램

은 방송에서 주로 정보 전달을 위한 교양 프로그램

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고 편성 시간대도 주변적

인 경우가 많았다. 이런 주변 아이템에 지나지 않았

던 요리, 음식 프로그램이 지금은 많은 예능 프로그

램의 주요 소재가 됐고 주요 방송사들은 앞다투어

이들을 주요 시청 시간대에 편성하고 있다.

시청률 효자 아이템이 된 음식

과거 예능 피디들 사이에서 음식이라는 소재가 시

청률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금기시 되는 아이템이

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현재의 먹방, 쿡방 열풍은

예상치 못한 변화이다.

또한 먹방, 쿡방 프로그램의 유행은 우리 사회에

서 음식, 요리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한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 음식과 요리에 대한 관심은 몇몇 음

식 평론가, 요리 연구가와 같은 그 분야 전문가들에

게 한정된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SNS나 기존의

전통 미디어를 통해서 요리, 음식, 맛집, 식재료 등

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 이미지들을 접할 수 있는 기

회들이 많아졌다. 또한 다양한 해외여행의 경험으

로부터 외국의 음식, 식재료, 식습관, 식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푸디들(foodies)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2015년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음식은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문제가 되어 가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먹

고 있는지 또한 어떻게 먹고 있는지의 문제는 언제

나 특정한 사회적, 역사적 맥락과 연관된다. 이러한

문제들은 종종 전문가들의 담론에서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와 미디어를 통해서도 불거진다.

054 신문과방송 08 2015

요즘은 지상파, 종편, 케이블 채널들을 통틀어서

일주일에 적어도 한두 편의 새로운 먹방, 쿡방 프로

그램이 등장한다. 또한 기존에 음식, 요리와는 직접

적 관련이 없었던 프로그램에서도 요리, 음식 등을

주제로 한 코너들이 깨알같이 등장한다. 음식이 시

청률 효자 아이템으로 여겨지는 것을 넘어서 이제

는 먹방, 쿡방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가 됐다. 먹방, 쿡방 프로그램의 인기와 더

불어 요리를 하는 사람들, 특히 셰프들도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중 몇몇 셰프들을 둘러싼 열광,

신드롬은 대중문화의 반열에 올라 이젠 한국 사회

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백종원 신드롬’이 그것이다.

백종원-새로운 취향의 발견

백종원 신드롬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한국 사회 대중

문화 모습 중의 하나는 취향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드

러나고 있는 ‘잉여 아마추어 문화’의 존재이다. 물론

백종원 신드롬의 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다른 사회,

문화적 특징들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내 눈에 띈

것은 전문가적 취향과 대립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

는 잉여 아마추어 문화이다.

백종원이라는 인물이 대표하

는 것, 백종원 레시피가 대표하는

것을 둘러싼 취향 논쟁에 불을 지

핀 것은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의 칼럼이었다. “백종원 씨는 전

형적인 외식 사업가다. 그가 보여

주는 음식은 모두 외식업소 레시

피를 따른 것이다.” 백종원 레시

피에 대한 황교익의 냉정한(?) 평

가가 호들갑스런 일부 미디어의

주목을 끌었다. 이 취향 논란은 이후 백종원 본인의

차분한 반응과는 상관없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황교익의 평가는 소위 고메이(gourmet) 푸드, 혹

은 큐진(cuisine)이라고 표현되는 ‘고급진’ 음식에 대

한 접근성도 떨어지고 또한 이런 음식에 대한 소비,

요리 능력도 없는 잉여 초보 푸디들에게는 결코 편

치 않은 것이었다. 또한 이는 권위적인 한 전문가

의 콧대 높은 코멘트(혹은 디스)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유럽의 유명 요리 학교에서 공부하고 유명 레

스토랑 셰프로서 화려한 경력을 가진 셰프가 만든

큐진이 값싸고 맛있고, 소위 가성비 높은 음식을 찾

는 (그리고 찾을 수밖에 없는) 우리네 일반 서민들, 음

식 초보들의 평범하고 저렴한 취향과 또한 그럴 수

밖에 없는 곤궁한 처지들이 서로 오버랩되기도 하

고 대립됐다. 음식 취향을 둘러싼 문화정치 안에는

때때로 파스타 같은 유럽 음식만을 좋아하고 외국

식재료, 와인 등에 대한 해박한 (혹은 그런 척하는) 지

식과 세련된 (혹은 그런 척하는) 취향을 은근히 자랑

하는 된장녀가 타깃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한국의

음식, 음식 문화에 대한 오랜 현장 경험과 보기 드

백종원의 적극적이며 권위적이지 않은 모습은 많은 젊은 층을 열광시켰다. 백종원 신드롬의 시작을

알렸던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

055언론 현장

문 지식을 쌓아온 음식 전문가는 마치 유럽의 고급

스런 큐진에만 능숙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으로

무장한 잘난 척하는 전문가로 탈바꿈되기도 한다.

백종원 신드롬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이런 아마

추어 문화의 존재는 뚜렷하다. 예를 들어, 백종원 신

드롬의 시작을 알렸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백

종원은 소통에 매우 적극적이며 권위적이지 않은 모

습으로 나타났고 이에 수많은 젊은 층의 ‘마리텔’ 시

청자들, 네티즌들, 아마추어 푸디들이 열광했다. 이

러한 잉여 아마추어 문화는 백종원 캐릭터에 대한

열광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서 전문 고수 셰프들 사이에서 선전하고 있는 김풍

작가, 레시피에 따라 성공한 요리보다는 아마추어답

게 실패한 요리를 가감 없이 보여주며 그 재미를 더

했던 웹툰 ‘역전, 야매요리’의 작가 정다정, 그리고

아무리 요리를 배우고 전문가의 레시피에 따라서 요

리를 해도 결코 요리가 잘 늘지 않는 요리 초보 ‘오늘

은 뭐 먹지?’의 신동엽의 모습은 모두 이제 막 선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푸디 문화 내에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는 잉여 아마추어 문화의 존재를 반영한다.

백종원 신드롬 이면에 존재하는 잉여 아마추어

문화에는 백종원 신드롬을 불러온 우리 사회 환경에

주목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원재료가 아닌 대체재

료, 속성 조리법 등으로 구성된 백종원의 레시피는

초과노동에 지치고 불황에 허덕이는 ‘저녁이 없는’

삶을 힘겹게 영위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잘 반영한다는 논평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요리, 음

식 이야기가 한 사회의 정치경제, 계급적 불평등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매우 정치적인 문제임을 간파하

는 문제의식이 있다.

음식은 정체성을 드러내는 문화 콘텐츠

문화인류학자 아르준 아파두라이는 음식은 물질성

과 상징성이라는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

한다. 음식은 사실 매일매일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

와서 우리 몸의 일부가 되는 외부의 물질이다. 다른

한편으로 음식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높은 상징성

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큰 역

할을 한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은 김치를 먹어야

하고 인도 사람은 커리를 먹어야 하고 영국 사람은

차를 마시지 않으면 오후가 지나가지 않는다는 말

에서 알 수 있듯이 음식은 민족 정체성, 지역을 가장

잘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들 중의 하나이다.

음식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대표적인 학술 연구

중의 하나는 피에르 부르디외의 ‘취향의 사회학’일

것이다. 이 프랑스의 사회학자는 ‘취향은 구분한다’

고 말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분류 체계를 다

시 분류하는 게 취향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구조와

몇몇 셰프들을 둘러싼 열광은 한국 사회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백종원 신드롬이 그것이다.

백종원 신드롬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대중문화 모습 중의 하나는

‘잉여 아마추어 문화’의 존재이다.

056 신문과방송 08 2015

개인, 주관과 객관의 통합을 지향했던 그의 사회학

은 취향을 무엇보다도 계급과 연관지었다. 부르디외

의 사회학에 따르면 계급에 따라 선호하는 음식의

종류, 평소에 끼니로 먹는 음식에 대한 분류가 가능

하다. 이러한 취향은 사회구조, 계급 관계를 배태하

는 운명적 선택이 되어 내 몸의 일부가 된다. 따라서

부르디외에게 개인의 몸은 계급적 취향이라는 사회

구조가 가장 깊숙이 물질화되어 있는 장소가 된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음식을 어떠한 방식으로 어

떠한 환경에서 먹는지는 부르디외의 취향의 사회학

이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복잡한 측면이 있다. 부르

디외가 밝혀냈듯이 음식을 먹는 행위는 우리의 생

명을 유지하기 위한 매우 개인적이고 본능적이며

생물학적인 행위이기도 하고 여기에 우리의 계급

적 위치에 따라 결정된 취향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매우 사회적인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우리의 식습관은 이러한 논리처럼 명쾌하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는 자신의 식습관이 결코 바람

직하지 못함을 잘 안다. 단 음식에 사족을 못 쓴다

든가 혹은 모든 음식에 소금을 듬뿍 친다든가 하는

행위 혹은 오늘 밤참으로 라면 한 그릇을 맛있게 먹

고 난 후에 엄청나게 후회할거란 것을 우린 모두 잘

안다. 그런데 우린 때때로 그런 걸 잘 알면서도 바보

처럼 그런 짓을 한다. 식습관, 먹는 습관 혹은 부르

디외가 말했던 아비투스(habitus)란 이런 우연성, 비

논리성, 감정, 때론 한심하고 멍청한 행위, 그리고

사회적으로 구분되어 있는 계급적 취향들이 함께

버무려져 있는 그 무엇이란 말이다.

점점 다양해지는 푸드 커뮤니케이션 레시피

뒤집어 보면, 우리의 이 바보 같은 식습관은 어쩌면

너무 뻣뻣한 취향의 사회학 그리고 음식에 관한 수

많은 클리셰와 일반 상식들이 만들어 놓은 우리의

몸, 입맛, 취향에 대한 논의가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

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고급진 입맛-싸구려 입맛,

전통 한국의 맛-외국의 맛 사이의 대립이 절대적으

로 영원불변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음

식이란 높은 추상성과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에 때

로는 전문 지식, 전통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변치 않

고 지속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의 일상에서 그리고 내 몸 안에서 매일매일 벌어지

는 실천이자 사건을 통해서 변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푸드 커뮤니케이션 레시피의 비결은 여

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 비결의 핵심은 음식, 먹

는다는 것은 기존의 어떤 것을 확인하는 단순한 행

위가 아닐 뿐만 아니라 늘 주어진 상황에 따라, 환경

에 따라 때로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서서히 늘 변하

는 그런 것이라는 인식이다. 그리고 우리의 음식, 우

리가 끼니로서 먹고 있는 것들, 음식을 준비하는 방

식, 특정 향미에 대한 우리의 선호, 음식을 소비하

는 방식, 음식을 생산하고 분배하는 체계적인 시스

템과 인프라에 대한 활발한 논의-백종원 신드롬에

서 이러한 푸드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확대됐으면

한다-는 푸드 커뮤니케이션 레시피의 필수적인 주

재료들이다. 여기에 음식, 요리에 관련된 수많은 편

견, 전통, 상식, 클리셰들의 전제를 되묻고 도전하고

자 하는 태도는 푸드 커뮤니케이션의 맛과 향을 더

해 줄 것이다. 하지만 특정 시각과 입장-그것이 로

컬푸드건, 슬로우푸드건, 비건주의(veganism)이건,

전통 한식이건-을 절대화하고 신성시하는 음식 근

본주의는 푸드 커뮤니케이션 레시피에 적절치 못한

재료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 음식 문화의 숙성

과 음식 비평의 풍부한 향미를 돋우는 데 방해가 되

기 때문이다.

취재기ㆍ제작기

절벽 끝 아이들의

희망 만들기KBS‘다큐공감-양궁감독박영숙의헬로말라위’/이소윤

살아있네~

신문의 어젠다 설정 기능중앙일보‘출산생태계를살리자’/김동호

취재기・제작기

058 신문과방송 08 2015

말라위로 가기 전, 나는 박영숙 감독(전 양궁

국가대표, 현 말라위 양궁 감독)에게 꼭 필요한

게 있으면 갖다 주겠다고 했다. 지구에서 가

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말라위. 그중에서

도 유엔이 구제불능이라 ‘낙인’ 찍은 고질적

인 빈곤 지역 구물리라에 있는 그녀에게 필

요한 게 어디 한두 가지일까. 게다가 말라위

는 한국에서 한번 오가려면 꼬박 사흘이 걸

리는 아프리카의 오지다. 무엇이든, 꼭 필요

한 것이 있다면 가져갈 수 있기를 바랐다. 무

엇을 원하든, 고가의 물건이면 협찬을 받아

서라도 가져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고민 끝

에 박 감독은 이렇게 카톡을 보내왔다.

초코파이 네 개

“저 초코파이 네 개만 사다주시겠어요?”

네 박스도 아닌 초코파이 네 개가 그녀가 원한 전부였다. 조금은 뜬금없는 답장에 아연해

이소윤

스토리윤대표

KBS ‘다큐 공감-양궁 감독 박영숙의 헬로 말라위’

절벽 끝 아이들의희망 만들기

5월 27일 터키 안탈랴에서 열린 대회 예선전에 참가한

말라위 선수들과 박영숙 감독. / 사진 제공: 필자

059취재기・제작기

있는데 잠시 후 상당히 긴 내용의 설명이 뒤따라왔다.

“얼마 전에 연습시간이었어요. 아이들이 연습을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하도록 하기 위

해서 가끔 상품을 걸어놓고 연습을 하는데 그날은 한국에서 오신 봉사자들이 주고 가신

초코파이 하나가 남은 게 있어서 그걸 걸고 활쏘기를 했어요. 그래서 가장 잘 쏜 아이에게

상품으로 초코파이를 줬는데, 그걸 혼자 먹지 않고 열 명이 나눠먹는 거예요…그리고는

너무 맛있다고 하는데 그게 마지막이라서 더 줄 수가 없어서…혹시 가져다주시면 지금은

연습하는 아이들이 네 명인데 그 아이들에게 하나씩 주고 싶습니다.”

그 말에 잠시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리고 방금 읽은 내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려고 애

썼다. 하지만, 풍요로운 나라에 태어난 나는 도무지 그 장면을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초코파이 하나를 열 명이 나눠먹을 수가 있을까. 설사 그렇다고 해도 며칠씩 굶는 일이 다

반사인 아이가 자기가 땀 흘려 당당하게 쟁취한 그 작은 군입거리 하나를, 열 명과 나눠 먹

는다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일까. 그렇게 상식적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싸우

면서 나는 지금 내가 가려고 하는 곳에는 그동안 숱한 해외 다큐를 만들며 오갔던 선진국

에서 만났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천천히 깨

닫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구물리라에 도착하자 하얀 이빨을 다 내보이며 활짝 웃는 얼굴의 소년들이 한국말로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마크, 알레네오, 존 그리고 오스틴. 이들은 말라위 최초의 국가대표

양궁 선수다. 3년 전, 한국 출신의 세계적 양궁 감독인 석동은 감독으로부터 처음 양궁을

배운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는 박영숙 감독과 함께 세계대회 출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취

재진은 이 네 명의 소년과 이들의 첫 국제 출전을 돕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박영숙 감독을

영상에 담기 위해 말라위를 찾은 것이다.

태어나 처음 가져보는 목표

그런데 말이 국가대표팀이지, 달랑 선수와 감독만 있는, 동네 조기축구팀만도 못한 형편

이었다. 이들을 후원하는 단체인 열매나눔인터내셔널의 목표는 구물리라 사람들의 자립

을 돕는 것이다. 그것은 유엔과 수많은 구호단체들이 수십 년간 아프리카 원조에 실패한

이유를 분석한 뒤 이 단체에서 선택한 방향성이었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람들을

돈으로 나약하게 만드는 대신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게 하자는 것이다. 이 원칙에 양궁

선수들도 예외는 없다.

양궁 연습장은 후원 단체에서 그들의 본부 인근에 있는 옥수수 밭 한쪽에 마련해 주

었다. 석동은 감독과 박영숙 감독은 국내 전문업체와 후원자, 그리고 열매나눔인터내셔널

060 신문과방송 08 2015

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를 마련했다. 그 외에 연습에 필요한 모

든 일은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한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기계를 써서 1초에 하나씩 만드는

화살도 아이들은 하루 종일 진땀을 빼며 칼로 자르고 페퍼에 갈아서 자기 팔 길이에 맞도

록 제작한다. 과녁을 만드는 일도 아이들의 몫이다. 과녁은 활쏘기 연습에 없어서는 안 되

는 소모품인데 값이 비싸기도 하지만 무거워서 가져오는 데에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그

래서 개발해낸 것이 바로 ‘말라위식 담배줄기 과녁’이다. 나무로 만든 과녁대에 담뱃잎을

다 따고 남은 줄기를 잘라서 차곡차곡 쌓아올린 뒤 그 위에 옥수수가루 포대에 흙을 채워

매단다. 그리고 그 포대에 과녁 점수판이 그려진 종이를 달고 거기에 활을 쏘는 것이다. 네

명의 선수가 뙤약볕 아래서 꼬박 하루 종일 해야 과녁 하나가 완성된다. 하지만 태어나 처

음으로 살아갈 목표와 희망이 있기에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 웃음이

얼마나 해맑던지 취재진은 잠시 그들이 삶과 죽음이 오가는 절박한 현실에 처해 있는 말

라위 구물리라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참혹한 삶의 현실에 직면해 있었다. 늘 웃음을 잃지 않고 팀의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마크 역시 최소한의 생존 환경도 갖추지 못한 채 살고 있었다. 몇 해 전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엄마는 두 여동생을 데리고 이웃 나라로 가버렸다. 아버지와 마크

그리고 남동생이 함께 살고 있는 흙집은 2평 남짓이나 될까. 담벼락은 진흙으로 만든 벽돌

을 시멘트도 바르지 않은 채 쌓아 올렸고 마른 옥수숫대와 담뱃대로 덮어 놓은 지붕은 바

양궁을 배우며 태어나 처음으로 살아갈 목표와 희망을 품게 된 말라위의 소년들. 이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양궁 연습 중 휴식을 취하고 있는 존, 오스틴, 마크(왼쪽부터). / 사진 제공: 필자

061취재기・제작기

람에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엉성했다. 비가 많이 오는 우기에는 잠자는 동안 집에 물이 들

어와 사람이 둥둥 떠다니기도 했다. 그 바람에 옷은 물론 교과서가 너덜너덜한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박영숙 감독이 비상연락용으로 준 오래된 핸드폰 불빛으로 밤새 공부를 했던

마크. 글씨가 뭉개져서 읽을 수조차 없는 교과서를 지금도 버리지 않고 갖고 있었다. 마크

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교과서를 버리면 희망도 잃어버릴 거 같아서, 그럼 정말 힘

들 거 같아서요.”

배가 고파도, 엄마에게 버림을 받아도 어떻게든 살 수 있지만, 이제 마크는 희망이 없으

면 살 수 없는 아이가 됐다. 양궁과 함께 꿈꾸는 법을 알게 됐고 희망을 품게 된 아이들. 그때

부터 마크와 다른 아이들은 그 희망의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그 하루를 함께 버

티어주는 것. 어쩌면 취재진이 할 수 있는 것도 그것이 전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이면 말라리아로, 굶주림으로 다신 볼 수 없는 벗이기에 오늘 함께 있을 때 많이 웃고,

가진 모든 것을 나누며 사는 것이다. 그들에겐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희망으로 가득했다.

사랑을 나누어 주는 사람

그런 그들과 보내는 하루하루가 우리에게도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들과 함께

있으니 나조차도 치열한 경쟁과 내 것을 챙기기 위한 비밀스런 계산, 그리고 미움과 갈등

의 시간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듯했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 원래 삶은 이렇게 아

름다운 것이 아니었을까. 취재진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그들의 ‘오늘 하루’에 집중하기

로 했다. 어쩌면 희망을 품고 있는 오늘 하루가 그들에게는 진정한 삶의 전부일지도 모르

기에, 지금 취재진의 눈앞에 있는 그 아이들의 웃음을, 땀방울을, 초코파이 하나를 들고 진

심으로 간절하게 드리는 감사의 기도를, 네 종류의 카메라를 활용해 생생하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말라위 양궁 대표팀이 목표로 한 첫 국제대회는 5월 말 터키 안탈랴에서 열리는 세계

양궁월드컵. 예산상의 문제로 두 명의 선수를 선발할 선발전이 열렸다. 그런데 사실 선발

양궁과 함께 꿈꾸는 법을 알게 됐고 희망을 품게 된 아이들.

그때부터 아이들은 그 희망의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그 하루를 함께 버티어주는 것. 어쩌면 취재진이

할 수 있는 것도 그것이 전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062 신문과방송 08 2015

전에 참가할 수 있는 아이는 마크와 알레네오, 그리고 존 세 명뿐이다. 아직 오스틴은 국제

대회 규정 거리인 70미터를 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발전 아침에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박영숙 감독이 가장 유력한 대표선수로

점찍었던 존의 화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존은 네 명의 아이 중 가장 어린 선수였지만 배

짱도 좋고 체형과 집중력 모든 면에서 탁월한 기대주였다. 존 자신도 말라위 최초의 국제

대회 참가 선수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선발전에 참가할 수조차 없는 상황

이 된 것이다. 존이 낙담하는 모습은 카메라에 담기조차 미안할 정도였다. 마크와 알레네

오 두 선수만의 선발전이 시작됐다. 두 명이 나가는데 선발전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하

겠지만 박영숙 감독은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그 점수가 되지 않으면 한 명도 내보내지 않

을 결심이었다. 아무리 첫 출전이라지만 나라 망신을 시킬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긴장한

마크와 알레네오는 사력을 다해 활을 쐈고 다행히 출전이 확정됐다.

그런데 그 순간,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존이 어느새 활짝 웃으며 마크와 알레네오를

끌어안고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것이었다. 박영숙 감독은 흐뭇하게 바라보며 “다른 나라에

서는 볼 수 없는 모습. 이것이 이 아이들의 특별함”이라고 말했다. 그렇게도 좋으냐고 묻는

나의 질문에 존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나가지 못한 것은 지난 상황이고 우리는 팀이다.

하나다. 팀이 출전을 하게 됐으니 내가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형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가

서 모든 것을 잘 보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라고. 그리고 돌아와서 형들이 본 모든 것을 자

터키 안탈랴 대회에서 말라위 선수들의 기록은 비록 최하위였지만 함께 대회에 참가한 세계 1위 한국 대표단과의 만남은 이들을

부쩍 성장시켰다. 말라위와 한국의 선수들이 함께 연습 후 기념 촬영을 했다. / 사진 제공: 필자

063취재기・제작기

세히 말해 달라고. 나도 언젠가는 나갈 거니까 와서 나에게 얘기해 달라”고 했다.

존은 올해 겨우 17살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에이즈로 걸려 죽어가고 있고 가정 형편

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고질적인 영양부족으로 조금이라도 연습량을 늘리면 팔과 허리

에 통증이 심하다. 게다가 팀원 중에 실력도 가장 좋고. 성장 속도도 빠르다. 한국 아이 같

았으면 아마도 이런 상황에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을 텐데…. 존의 얼굴에는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다. 무엇이 이 아이를 이토록 활짝 열어 놓았을까. 이 해답을 찾기 위해 아이들에

게 양궁을 하면서 무엇이 달라졌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하나같이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는 피터(석동은 감독)나 샐리(박영숙 감독) 같은 코치가 되고 싶다. 코치가 되어서

양궁도 가르치고 먹을 것도 주고 가난한 가족과 이웃을 돕고, 다른 아프리카의 어린 아이

들, 과부들에게 희망을 갖도록 도와주고 싶다.”

아이들은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다거나,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다. 아이들

은 그들이 받은 사랑과, 멀리 이곳까지 와서 자신의 삶과 재능을 나눠주는 그 사람들을 보

았고 그들처럼 ‘사랑을 나누어주는 자’가 되고 싶어 했다. 카메라를 잡고 있던 모든 스태프

들이 그 대답에 멍해졌다. 조건 없는 사랑, 그것이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를 취재진은 온몸

으로 체험했다.

가장 아름다운 충격을 준 나라, 말라위

그동안 전 세계를 다니며 숱한 인물들을 만났다. 그들은 대부분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고 세

계 첨단을 달리며 엄청난 부를 일으키거나 세상을 바꿀 신기술을 만들어낸 이들이었다. 그

들을 만난 것은 평생 기억할 만한 순간들이었고 그들 덕분에 내가 누릴 새로운 세상을 상상

하는 즐거운 순간들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말라위를 다녀온 뒤, 내가 그 이전에 어딜 갔었

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감흥이 있었는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말라위는 내 제작 인

생 최고의 충격이다. 젖먹이 동생을 업고 고된 노동을 하고 돌아오는 아이가 취재진에게 보

내주었던 환한 미소, 감독이 준 비누를 처음 본 양궁 선수들이 가족의 빨래거리까지 가져다

가 오전 내내 수돗가에서 빨래를 하며 흥겹게 부르던 노랫가락. 그리고 취재진이 준 간식을

먹지 않고 집으로 가져가는 마크의 뒷모습. 그런 모습들만이 점점 또렷해지고 있다.

마크와 알레네오는 터키 안탈랴 대회에 무사히 다녀왔다. 어느 정도 예상한 바이긴 하

지만 알레네오는 참가 선수 가운데 꼴찌를, 마크는 꼴찌에서 2등을 했다. 하지만 세계 최

정상인 한국선수들과의 특별한 우정과 위원회의 특별한 관심은 이들을 놀랍게 성장시

켰다. 마크는 다음 대회 목표 점수를 330점(360점 만점)으로 잡은 뒤 맹연습 중이고 알레네

오와 존은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했다. 취재진은 그들의 삶을 계속 영상에 담

아 내년쯤 다큐 영화로 제작할 계획이다.

취재기・제작기

064 신문과방송 08 2015

반응은 뜨거웠다. 출근길 한 인터넷 모바일 매체에서는 시리즈 기사의 클릭 수가 10만 건을

넘어가고 있었다. 스트레이트·실태·대안·부속기사를 모두 합하면 20만 건에 이른다. 7월

13~15일 중앙일보가 상·중·하 연속 기획으로 내보낸 ‘출산 생태계를 살리자’ 시리즈 얘

기다. 시리즈 기사 가운데 댓글이 오전 9시 시점에 1,400개를 넘어서기도 했다. 누구나 공

감하는 데다 시급하고 절박한 이슈여서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렇게 뜨거울지는 몰랐다.

너무 흔한 이야기라서 어려웠던 취재

기사에 나온 사례는 대부분 취재 대상자들의 동의를 구해서 실명으로 처리했다. 그런데

실명의 주인공들은 기사가 나가자 주변 지인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됐다. 아직 결혼

계획이 없다는 33세 싱글녀·41세 싱글남은 아침 출근길에 지인들에게 전화를 받게 되자

기자에게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해 왔다. 또 육아 고충을 겪고 있는 사례로 쓴 맞벌이 여성

김모 씨 역시 친구와 지인으로부터 전화에 시달린다고 호소해왔다. 이들의 요청대로 디지

털 뉴스에선 익명으로 바꿔주었다.

사실 결혼·출산·육아는 민감한 얘기다. 개인의 사생활을 파고드는 얘기여서다. 그래

서 취재 과정에서 식은땀을 흘린 적이 있다. 취재를 통해 알고 지내던 40대 초반 여성에게

아이를 갖지 않고 있는 이유를 설문조사 형식을 통해 묻자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취재를

거절한다고 했다. 취재 목적이었지만 과민하게 사적 문제로 받아들인 거다. 그래도 즉각

김동호

중앙일보경제선임기자

중앙일보 ‘출산 생태계를 살리자’

살아있네~신문의 어젠다 설정 기능

065취재기・제작기

사과했다. 이를 통해 저출산 문제가 개인에게는 민감한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번 취재는 여전히 신문의 어젠다 설정 기능과 역할이 살아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

기이기도 했다. 저출산 이슈는 누구나 다 아는 얘기여서 다루기가 쉽지 않다. 중요하지만

마땅한 해법이 없어서다. 손을 대려면 철학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기획은

처음부터 편집국 차원에서 결정됐다. 취재팀도 여러 부서에서 적임자를 중심으로 차출돼

꾸려졌다. 취재팀원 가운데 젊은 기자들은 갓 결혼했거나 육아를 하고 있어서 생생한 취

재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럼에도 취재는 쉽지 않았다. 너무나 흔하고 다 아는 얘기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래

서 새로운 접근을 했다. 비혼·만혼·무자녀·1자녀를 비롯해 모두 50명을 대상으로 포커

스그룹인터뷰(FGI) 수준의 심층 인터뷰를 했다. 일부는 한꺼번에 모으기도 하고 일부는

SNS를 통해 깊이 있는 얘기를 듣는 방식으로 취재했다. 기자는 올 1월에는 고령화 사회의

충격과 대안을 짚어본 ‘반퇴시대’를 기획했다. 그때는 ‘반퇴시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었고,

이번에는 ‘결혼 크레바스’라는 신조어를 내놓았다.

결혼 크레바스・육아 크레바스

사실 고령화와 저출산은 연속선상에 존재하는 문제다. 아이를 낳지 않는 초저출산 시대가

30년가량 흘러온 결과가 고령화다. 한국은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산아 제한

정책을 시작했다. 입이 많을수록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이어서 고육지책이었다. 그런데

이게 과도해서 문제를 낳고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83년부터 인구 감소를 의미하

는 2.1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흐름이 30년 넘게 이어지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저출산·고령화·저성장 국가가 됐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73억 2,000만 명인 세계 인구는

2060년 99억 6,000만 명으로 늘어나 100억 명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된다. 50년 25억 2,600만

명이던 인구가 4배나 증가하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 인구는 현재 5,143만 명에서 2060년

에는 4,400만 명으로 감소한다. 감소율은 13.2%에 달한다. 이 무렵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

저출산 이슈는 다루기가 쉽지 않다. 중요하지만 마땅한

해법이 없어서다. 손을 대려면 철학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기획은 처음부터 편집국 차원에서 결정됐다.

취재팀도 여러 부서에서 적임자를 중심으로 차출돼 꾸려졌다.

066 신문과방송 08 2015

인구 비율이 세계 3위가 된다. 일할 사람이 없고 전선을 지킬 사람이 없어 경제와 국방에

모두 구멍이 뚫려서 나라의 존립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성의 초혼 연령은 1990년 24.78세에서 지난해 29.81세로 5.03세 높아졌다. 가임기

5년이 증발했다는 얘기다. 이는 여성의 고학력화·사회 진출과 강한 관계를 갖고 있다. 여

성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부터 남성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민간·공공 구분 없이 각종

입사시험과 고시에서 여성이 두각을 나타낸지 오래다. 이같이 저성장으로 일자리 공급이

줄고 여성의 사회 진출 가속화로 일자리 수요는 갈수록 폭발하고 있다. 올 6월 청년 실업

률은 10.2%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젊은 층 대다수가 취업전선에 몇 년씩 붙어

있으니 거대한 ‘결혼 크레바스(빙하에 생긴 거대한 틈)’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어렵게 취업하고 결혼하면 다시 ‘육아 크레바스’에 직면한다. 보육시설이 양적으로는

팽창했지만 아이를 정성껏 돌봐줄 고품질 시설은 찾기 어렵다. 베이비시터에게 뭉텅 떼어

주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 돈을 모으기도 어렵다. 개발연대 남성 중심의 장시간 근로

관행과 문화도 양육의 걸림돌이다. 육아가 끝나면 허리를 휘게 하는 학원비·과외비·주

거비가 기다린다. 맞벌이를 해도 내 집 마련은커녕 전세비 마련에도 헉헉대느라 둘째 엄

중앙일보의 ‘출산 생태계를 살리자’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그만큼 절박하고 누구나 공감하는 심각한 이슈라는 반증이다.

067취재기・제작기

두를 못 낸다. 이러니 둘째 낳기를 기피하거나 버티다 못한 여성은 사회적 성취 동기를 접

고 ‘경단녀’의 길을 걷게 된다. 자녀 수가 행복과 반비례하는 한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전

업주부도 아이를 하나만 낳는 게 대세가 된 아이러니도 여기에 있다.

여성에게 육아를 다 떠맡겨서는 해결이 안 된다. 왜 그런지는 독자가 보내온 편지를 통

해 소개한다.

젊은 여성 독자들의 편지

# 여성독자 1

“안녕하세요 기자님^̂ . 오늘 아침 기획 기사를 읽으며 두서없는 메일을 보내게 됐습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메일을 쓰게 되네요.

간단히 제 소개를 드리자면, ○○외국어고등학교 - ○○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결

혼 후, 회사의 과도한 근무 조건은 일·가정 양립(work-life balance)을 어렵게 했습니다. 그

래서 퇴사하고 약 6개월의 준비 끝에 뷰티 편집숍을 오픈해 국내외 경쟁력 있는 브랜드와

상품들을 선택하고, 구매해서 3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B2B 서비스로는 국내 브랜드의

브랜딩 컨설팅 및 수출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자님 기사대로 여성이, 워킹맘이 가정과 일을 병행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저도 10개월 된 딸을 키우며, 주변의 많은 도움으로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저의 고등학

교, 대학교 친구들 여럿을 보아도 결혼까지는 가능한데, 출산, 특히 둘째 출산 후에는 일을

병행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래서 제 주변에는 고학력의 경력 단

절 여성들이 많습니다.

여성들의 사회화가 국가 생산성과 직결되는데, 여성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사회, 기

업, 가족들이 열린 마음으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자립할 수 있는 상황을 만

들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되어, 아침 업무 시작하면서 두서없는 메일을

실례를 무릅쓰고 보냅니다. 좋은 기사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여성독자 2

“어린이집 취재 기사 잘 보았습니다. 어린이집에 여러 문제가 많습니다만, 어린이집 교사

의 처우에 대해서도 취재를 부탁드립니다. 지금 대다수 어린이집 교사들은 월 117만 원 정

도의 월급을 받는데요, 여기서 각종 세금 등을 떼면 간신히 100만 원을 넘는 정도입니다.

이 기사에서 한 명을 돌보는 가정 돌보미의 경우 월급을 190만 원 준다고 하지만 한 반

에 보통 5~6명에서 많으면 10명까지 하루 종일 돌봐야 하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가 얼

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줍니다. 집에서는 한 명의 아이 돌보기도 힘이 드는데 교사들은 이

068 신문과방송 08 2015

렇게 많은 아이들을 돌보느라 중노동에 시달립니다. 특히 간식과 점심을 먹일 때는 일일

이 먹여줘야 하기 때문에 정작 교사들은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입니다. 이 기사 내용

에서와 같이 실제로 한 아이가 떼를 쓰며 계속해서 울어댄다면 그 아이를 돌보느라 다른

아이들은 방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태이고 이럴 경우 그 어린이들의 부모가 또 항의를 하

겠지요.

그리고 이 정도 노동이라면 적어도 한 달에 200만 원 이상의 급여는 되어야 하고 한 반

의 적정 인원도 4~5명 이상일 경우에는 교사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것이 현

실입니다.”

여전한 탁상행정

정부는 이런 여론에 대해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절박성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를

아직은 들어보지 못했다. 취재 과정에서 30대 중반의 A씨는 공직자들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자신들은 불편을 모르니까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세종청사에는 어린이집이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아이를 맡기고 저녁에 퇴근할 때 아이를 데려가면 된다. 사무실

과 어린이집이 사무실에서 사무실 이동하는 것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다. 아이를 볼 일이

있으면 하시라도 달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A씨의 말처럼 공공기관에서는 어린이집의 불편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에서도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시설과 교사 서비스를 비롯해 모든 면에서 우수한 여건

을 갖추고 있다. 서울 강남구청에도 어린이집이 있다. 저출산 이슈가 정부의 어젠다에 올

라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라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있어서 저

출산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형적인 탁상행정과 전시행정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시급한 문제인데도 1년에 한두 차례밖에 열지 않는다. 초스피드 사회인데

도 5개년 단위로 계획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저출산은 내수 둔화에 그치지 않고 고령화를 가속화시켜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게

돼 저성장을 가속화시킨다. 이 수렁에서 벗어나려면 젊은 부부가 아이를 둘 셋씩 낳을 수

있도록 출산 생태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근본적인 대책은 성장력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

의료·관광·레저·패션·한류 같은 유통·서비스산업 및 입지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서 기

업 천국·창업 천국이 되게 해야 한다. 내 집 마련의 문턱도 낮춰주고 공교육 정상화로 사

교육비 부담도 줄여줘야 한다. 기업은 출산·육아 시기에 있는 직원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

야 한다. 임신부에게는 유산 방지 등을 위해 오후 4시 퇴근제 같은 과감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보육시설의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 모든 대책은 기획 기능과

예산권을 쥔 기획재정부가 총대를 메고 직접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산업・정책

트래픽 대신

이용자 행동 분석 증가온라인뉴스성과측정을위한지표해석의변화/김종우

유료방송 시장 약화 위험

규제 기구 간 기능 통합 필요방송통신결합판매정책에대한논란및소비자복지/전범수

한중 동시 방영으로

불법 다운로드 막아야‘프로듀사’사례를통해본중국시장진출현황과한계/조종엽

산업・정책

070 신문과방송 08 2015

스마트 디바이스의 등장은 그동

안 인터넷과 전통매체(TV, 종이

신문)의 경쟁 구도로 점철되던 미

디어 산업의 판도를 뒤바꿔 놓

았다. 특히 기존 미디어와 차별되

는 이동성과 접근성의 확대는 미

디어 산업 지형까지 변화시켰다.

그중 PC 인터넷 이용자의 보편

화로 정체한 듯 보였던 온라인 뉴

스 산업은 스마트 미디어 이용

자 증가로 인해 2014년 기준 약

3,000만 명 이상의 이용자 규모를

가진 가장 보편화된 온라인 서비

스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그림1].

뉴스 이용 분석 방법들

스마트 미디어의 확산에 따라 미디어 채널들이 디

지털 환경을 구축하면서, 미디어 산업에서는 경쟁

력 강화와 가치 향상을 위한 전략 수립을 위해 온라

인의 다양한 데이터 측정 및 분석 방법을 다각적으

로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온라인 뉴스 사업자는 온

김종우

닐슨미디어리서치부문차장

온라인 뉴스 성과 측정을 위한 지표 해석의 변화

트래픽 대신이용자 행동 분석 증가

[그림1] 온라인 뉴스 이용자 수 변화(추정치)1

3,050만 명

728만 명

4,000

3,000

2,000

1,000

2000 2014

071산업・정책

라인 트래픽 데이터를 통해 시장 내 자사의 현 위치

를 파악하는 한편, 이용자 데이터를 통해 서비스에

대한 소비 행동을 분석하여 전략적인 마케팅 목표

수립의 핵심 자료로 활용한다.

서비스 이용자 분석을 위한 데이터 측정 방식

은 크게 사이트 중심 측정 방법, 브라우저 중심 측

정 방법, 그리고 사용자 중심 측정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사이트 중심 측정 방법은 특정 온라인 뉴스 사

업자의 서버에 남겨지는 접속 기록 전수 로그데이

터를 활용해서 측정하는 방법이다. 브라우저 중심

측정 방법은 사이트 중심 측정 방법과 유사하며 페

이지 소스 코드에 간단한 스크립트를 심어 제3의 기

관을 통해 공인된 인증을 받고자 하는 경우에 사용

되는 측정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사용자 중심 측정

방법은 패널 리서치 방법이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상기 두 방법처럼 전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지 않

고, 제3의 리서치 기관에서 공증된 표본을 통해 확

보한 데이터를 통계적 방법론에 의해 추정하는 방

식이다.

각 조사 방식은 데이터 측정에 있어 고유한 장단

점이 있다. 사이트 중심 측정 방법은 자사 서버에 기

록된 전수 로그 기록을 활용하여 서비스의 상세 부

분까지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접속자를

특정할 수 없어 이용자 분석이 불가능하고 공인되

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브라우저 중심 측정 방법

은 개별 페이지 단위의 상세 분석을 할 수 있고 제

3의 기관을 통하므로 공인될 수 있으나 마찬가지로

이용자 분석이 어려우며 애플리케이션 이용 중심의

모바일에서는 데이터의 의미가 낮아진다. 반면, 사

용자 중심 측정 방법은 패널 프로파일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이용 특성에 따른 집단 세분화 분석이 가

능하고 중립적 기관이라는 신뢰성이 있으나, 통계

적 추정 오차가 존재하고 맥(Mac), 아이폰(iOS)등

조사 대상 이외의 범위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물리적으로 서비스 내 트래킹이 차단된 환경의 데

이터는 수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서비스 이용자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각 조사 방식의 장점을 결합한 다차원적

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며, 측정 트래픽을 통해 산출

된 여러 지표를 다각도로 연계 분석하여 데이터가

가지고 있는 함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온라인 서비스의 성과 및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

해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지표는 순방문자(이하 UV)

로, 이는 측정 기간 동안 중복을 제외한 방문자의

합산으로 정의된다. 그 외에도 널리 활용되는 지표

는 페이지뷰(이하 PV), 총 체류시간(이하 TTS)으로,

PV는 방문자가 이용한 웹 페이지의 총 합산 수치이

며, 총 TTS는 방문자가 매체에 머무른 시간의 총량

개별 페이지당 체류시간 감소는 광고 노출 효과를 더욱 악화시킨다.

이미 수년 전부터 디스플레이 배너 광고에 아예 시선을 두지 않는

‘배너맹’ 현상이 심화되어 광고 클릭률이 소수점 수준으로 낮아졌고,

일부에서는 광고 수익 모델을 네이티브 광고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072 신문과방송 08 2015

이다. PV와 TTS는 방문자의 활동성을 나타내는 지

표로 누적 집계가 가능하며, 전체 합산 값을 방문자

수로 나눌 경우 1인 평균 페이지뷰와 평균 체류시간

지표를 얻을 수 있다.

트래픽 경쟁의 불행한 결과

온라인 뉴스 사업자는 주로 UV와 PV를 정량적으

로 측정하여 매체 영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활

용한다. 그중 UV는 가장 폭넓게 사용되는 지표로

서 가장 직관적으로 매체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는 장점이 있다. 또한, UV를 대한민국 인구나 전체

온라인 이용자 등으로 나눌 경우 각 매체의 도달률

을 추정할 수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매체별 광고

비를 산정하는 주요 기준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많

은 뉴스 매체가 도달률을 높이기 위해 주요 방문자

유입 채널인 포털 사업자와의 뉴스 공급 및 검색 제

휴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UV와 PV는 온라인 뉴

스 매체의 주요 수입원인 광고 수익과도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다. 온라인 뉴스 매체는 이윤 추구를 위

해 자사의 뉴스 페이지에 텍스트형 광고나 배너 광

고 등을 집행하고 있으며, 광고 성과 측정을 위해

CPC(Cost Per Click)나 CPM(Cost Per Mille) 지표를

활용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용자가 해당 페이

지를 방문해야만 광고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PV와

CPC, CPM은 정적인 상관관계를 가진다. 따라서 온

라인 뉴스 매체가 많은 양의 기사를 포털에 제공하

고, 이목을 끌도록 전략적으로 기사를 배치하는 이

유가 바로 PV 확보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UV와 PV가 광고 수익 창출을 위한 기준

통화로서 널리 활용되다보니, 2013년 네이버 뉴스

스탠드 시행 이후 사라진 트래픽을 회복시키기 위

한 온라인 뉴스 업계 내 경쟁이 본격화됐다. 방문자

유입을 위해 뉴스 기사의 제목을 과도하게 자극적

으로 편집하는가 하면 동일한 내용을 일부만 수정

하여 재전송하는 어뷰징 기사를 양산하기도 했다.

포털 검색 결과에서 상위를 차지하기 위해 기사 내

에 의도적으로 인기 검색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언

급하고, 수익 보전을 위해 자극적인 배너 광고를 기

사가 가려질 정도로 확대하기도 했다. 더불어 기사

이외에도 만화 서비스나 포토뷰어 등 부가 서비스

를 강화하여 뉴스와 연관성이 낮은 페이지뷰를 양

산해왔다. 이와 같은 경쟁은 필연적으로 뉴스 기사

의 질이나 매체의 품격을 저해하고 뉴스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요소로 작용하지만, 핵심성과지표

를 단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로

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뉴스 이용자의 불만과 피로도는 즉각적

으로 뉴스 사이트의 이용 시간 감소로 나타났다. 많

은 이용자가 혼잡하고 불편한 개별 뉴스 사이트에

머무르는 대신 상대적으로 우수한 서비스 가치를

제공하는 포털 뉴스 섹션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1분에 근접하던 뉴스 사이트

의 한 페이지당 평균 체류시간도 약 20초가량 감소

했다. 모바일 역시 3년 전 대비 약 10초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그림2].

개별 페이지당 체류시간 감소는 광고 노출 가

능성(OTS)을 낮춰 광고 노출 효과를 더욱 악화시

킨다. 이미 수년 전부터 디스플레이 배너 광고에 아

예 시선을 두지 않는 ‘배너맹(banner blindness)’ 현상

이 심화되어 광고 클릭률(Click Through Rate, CTR)

이 소수점 수준으로 낮아졌고, 일부에서는 광고 수

익 모델을 버즈피드처럼 네이티브 광고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광고성 기사로 인한 저널리즘 가

치 손상 가능성은 여전히 선결 과제로 남아 있는 상

073산업・정책

황이다.

온라인 산업이 급격히 변화하고, 사업자 간 트래

픽 경쟁이 심화되면서 양적 성과를 의미하는 UV,

PV 지표만으로는 매체 영향력이나 광고 효과를 온

전히 추정하기가 어렵게 됐다. 따라서 기사 페이지

내 체류시간을 증가시키기 위한 이용자 분석과 이

를 활용한 서비스 개선 노력이 주요 매체를 중심으

로 확산되고 있다.

체류 시간의 재조명: 이용자 행동 분석

지난해부터 주요 언론사를 중심으로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을 통해 자사 뉴스 이용자를 분석하고

차별화된 가치 제공 전략을 수립하거나 카드형 기

사, 인터랙티브 기사와 같은 차별적인 온라인 기사

제공에 대한 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

은 뉴스 이용자와 매체의 상호작용을 강화시켜 서

비스 이용 시간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킴으로써 광고

효과를 높이며, SNS 등을 통한 뉴스 확산과 재생산

을 촉진시켜 트래픽 개선과 더불어 매체 영향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디지털 퍼스트’를 주창한 뉴욕타임스의 혁신보

고서 이후 주요 뉴스 사업자들을 필두로 온라인 뉴

스 이용자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다

양한 서비스 정책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온라인 뉴스 이용자를 이해하고 그들의 눈높

이에서 서비스 가치를 향상시킬 때 비로소 수용자

(audience)에 머물러 있는 방문자를 충성도를 가진

구독자(subscriber)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더불

어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이용자를 정확히 이해하

고 그들의 연계 행동(engagement)까지 예측하여 대

비할 수 있는 언론사만이 ‘디지털 퍼스트’라는 시대

적 요구에 빠르게 적응하는 한편, 향후 온라인 뉴스

산업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1 NielsenPC/MobileBehavioralDATA(2000,2014)뉴스미디어카테고리+포털뉴스미디어섹션

2 NielsenPC/MobileBehavioralDATA(2012.06~2015.06)

[그림2] 온라인 뉴스 웹 사이트 1페이지당 평균 체류시간2

10

20

30

40

50

60

70

2012 2013 2014 2015

PC

Mobile

(단위: 초)

뉴스스탠드 시행

산업・정책

074 신문과방송 08 2015

방송 및 통신 서비스 결합이 더욱 빠르게 진전되

고 있다. 그 결과물 중의 하나가 방송통신 결합 상

품이다. 이동통신을 포함해 집 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인터넷 전화 등을 하나로 묶거나 다양한 방

식으로 조합, 비용을 할인해 이용자들에게 판매하

는 것이다. 이는 통신사들이 IPTV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본격화됐다. 국내 IPTV 가입자 규

모가 1,000만 가구를 넘는 등 기존 케이블TV 기반

유료방송 시장이 인터넷 기반 시장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있는 통신사들에게

기존 유무선 통신 서비스를 IPTV 서비스와 함께 묶

어 판매하는 것은 유료방송 시장 진입뿐만 아니라

기존 통신 시장을 수성하기에도 좋은 전략이다.

이용자, 사업자 모두 이득

케이블TV SO들도 그동안 지역 가입자를 기반으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와 케이블TV 서비스 등을 결

합해 판매해 왔다. 그러나 통신사들과는 달리 케이

블TV SO들은 알뜰폰 등과 같은 이동통신 임대 서

비스를 제외할 경우에 실제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제약이 있다. 게다가 디지털 전환이 이

루어지지 않고 있는 지역 SO들에게 통신사들이 제

공하는 다양한 조합의 결합 판매는 요원한 일로 보

인다. 결과적으로는 국내 방송통신 결합 판매의 경

우, 통신사들은 유무선 통신 및 IPTV 서비스를 결

합해 판매하는 일이 가능한 반면 케이블TV SO들은

일부를 제외하면 이동통신 서비스가 빠져 있는 초

고속인터넷 서비스와 유선전화, 케이블TV만을 결

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방송통신 결합 판매는 이용자들이나 서비스 제

공 사업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부여할 수 있는 이

점이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살펴볼 때 방송 및 통신

서비스를 개별 이용하는 것보다 결합 서비스를 이

용하는 것이 비용을 절감하거나 비용 납부 등을 일

전범수

한양대신문방송학과교수

방송통신 결합 판매 정책에 대한 논란 및 소비자 복지

유료방송 시장 약화 위험규제 기구 간 기능 통합 필요

075산업・정책

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정보통신정

책연구원 추정치에 따르면, 결합상품 사용 시 매달

5,000원부터 최대 4만 원 정도 가계 통신비를 절감

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이투데이, 2015.7.13. 참

조). 방송통신 결합 상품은 이들 상품을 모두 사용하

는 기존 이용자들에게는 큰 혜택인 셈이다.

통신사 입장에서도 방송통신 결합 판매는 가입

자가 정체되어 있는 통신 서비스 시장의 새로운 돌

파구로 평가되며 이를 통해 인접 유료방송 시장에

까지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데이터 중심의 인터넷 서비스가 핵심이 된 이동통

신 서비스 시장점유율을 지키는 동시에 이들 서비

스 시장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TV 서비스 등

을 함께 묶어서 가입자들에게 제공하는 전략이 필

요했다. 통신사들에게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와 이동

통신 서비스만으로 시장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케이블TV SO들도 그동안 TV

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면서 적지

않게 수익률을 높여 왔다.

그러나 방송통신 결합 판매로 인한 문제점들도

적지 않게 생겨나고 있다. 통신사 중심으로 결합 판

매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에 따른 케이블TV SO들의

경쟁력 약화 및 통신사들의 유료방송 시장 내 시장

지배력 전이 문제, 결합 판매에 따른 IPTV 서비스

의 무료 마케팅으로 인한 유료방송 시장 생태계 약

화 등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이용자들도 자신들이

선호하는 서비스 이외의 추가 서비스를 결합해 이

용하다 보면 불필요한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여러 서비스가 복합적으로 구성되다보니 이들

요금이 합리적으로 결정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

는 것도 더욱 어렵게 됐다. 기타 결합 상품을 해지하

는 어려움이 늘어나거나 위약금 부담도 증가할 수

있는 가능성 등도 생겨나고 있다.

문제점도 만만치 않아-세 가지 쟁점

방송통신 결합 판매로 인한 갈등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케이블TV SO들이 제공할 수 있는 결합

서비스가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케이블TV SO들에

게 케이블TV를 포함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인

터넷 전화 등은 결합 판매가 가능하지만 이동통신

서비스는 별도의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자 이외에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지 않다. 케이블TV

SO는 통신사와는 다르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가입

자들에게 제공하는데 근본적 제약이 있는 셈이다.

단통법 제정 이후 통신사들은 가입자들에게 이동통

신 약정 가입 시 IPTV를 결합해 판매하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면 이동통신 및 디지

방송통신 결합 판매로 인한 문제점들도 생겨나고 있다.

통신사 중심으로 결합 판매 시장이 성장하면서 케이블TV SO들의

경쟁력 약화 및, 결합 판매에 따른 IPTV 서비스의 무료 마케팅으로

인한 유료방송 시장 생태계 약화 등이 대표적이다.

076 신문과방송 08 2015

털 TV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통신사에 밀리고 있는

케이블TV SO들이 결합 판매를 통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케

이블TV는 아직도 디지털 전환이 마무리되지 않은

지역이 많고 이용자들 역시 아날로그 케이블TV 가

입자가 적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방송 및 통신 결

합 판매 시장이라는 거대 시장을 두고 통신사와 케

이블TV SO들 간에 온전한 경쟁이 이루어지기는 쉽

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들이다.

둘째, 통신사들이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 확

보를 위해 활용하는 IPTV 파격 할인이나 결합 판

매 마케팅이 유료방송 생태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

는 점이다.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도 여전히 통신사

들에게 핵심 서비스는 이동통신 및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인 만큼 TV 서비스는 이들 매출을 뒷받침하

는 유인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통신사들

이 이동통신 서비스를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과정에

IPTV 등과 같은 유료방송TV 서비스를 무료 또는

파격 할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등의 마케팅이 이루

어지게 되면 결합 판매 시장에서 유료방송 시장으

로 유입될 수 있는 수익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유료방송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배분되는 수익

규모도 줄어들게 돼 궁극적으로는 유료방송 시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셋째, 통신사의 시장지배력이 방송 시장 등에 전

이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이는 유무선 통

신 서비스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이 있는 통신사들

이 결합 판매 시장이나 유료방송 시장 등에 시장지

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쟁점에 대한 논의는 추후 연구와 보완이 필요해 보

인다. 방송 및 통신 서비스는 별개로 시장 획정이 이

루어져 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되는 결합 판

매 시장을 별개로 시장을 획정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시장지배적 통신 사업자가 유료방송 시장에

서 시장지배적 행위로 인해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

지에 대해 판단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점

도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은 방송통신 융합 시장의 경

쟁 구조와 공정거래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준비

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동등 결합, 동등 할인 등 대안모색

방송통신 서비스 결합 판매로 야기된 쟁점들을 해결

하기 위해 몇 가지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 동

등 결합에 대한 것이다. 케이블TV SO 사업자들 중

에서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하는 티브로드와 CJ헬로

비전 등의 유료방송 사업자 이외에는 통신사들과 같

은 결합 서비스 판매가 불가능하다. 추가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가 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케이블TV

SO들이 이동통신 서비스 구성을 담보 받을 수 있는

해결책은 동등 결합인 셈이다. 규제 기관 역시 시장

지배적 사업자 지위로 인해 약관 승인을 받는 사업

자들 중 원하는 사업자 모두에게 결합 상품을 구성

할 수 있도록 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

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등 결합은 소규모

SO들이 유무선 통신 및 유료방송을 결합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 방안이 될 수 있다.

둘째, 결합 상품 동등 할인에 대한 것이다. 결합

상품 동등 할인은 이동통신을 비롯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인터넷 전화, IPTV 등 다양한 서비스를 결

합할 때 상품별 할인 비율을 같게 적용하는 것을 의

미한다. 결합 상품 동등 할인이 적용된다면 TV 서

비스에 대한 과도한 할인이나 무료 제공 등의 과장

마케팅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해 유료방

송 콘텐츠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고 비교적 결합 상

077산업・정책

품 시장 내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

러나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합 상품 시장에는 여러 가지 방

송통신 서비스가 결합되기 때문에 다양한 조합에

따른 서비스가 생성된다. 이들 서비스들을 결합하

는 것은 서비스 제공 사업자의 사업 영역이기 때문

에 개별 서비스 할인율을 규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케이블TV SO들은 유료방송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결합되는 상품마다 동등

한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규제 기관들은 결합 상품 동등 할인

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새로운 대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이는 결합 판매 약

관 승인 심사 과정에 동등 할인 원칙을 적용하기

보다는 특정 상품에 대한 과다 할인을 금지하는 방

안이다. 가령 IPTV 서비스 할인폭을 제한하는 방안

이다. 이는 TV 방송 상품을 미끼로 활용하는 마케

팅을 지양하는 한편 유료방송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셋째, 통신사의 방송 시장에 대한 시장지배력 전

이에 대한 쟁점은 앞으로 계속 연구와 검토가 필요

한 부분이다. 케이블TV SO들은 통신사들이 보조

금이나 큰 폭의 할인 요금 제공, TV 서비스 무료 제

공 등과 같은 수단을 통해 점차 유료방송 시장에 대

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규제 기관은 결합 상품 이용 약관 심사와

IPTV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제한 등과 같은 수단을

통해 통신사의 방송 시장 내 시장지배력 전이를 규

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두고는 있다. 통신사들

이 현 시점에서 유료방송 시장을 독과점할 수 있는

기반은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디지털 전

환이 지체되고 있는 케이블TV 사업자의 유료방송

시장 상황이나 미래의 방송통신 결합 시장의 성장

에 따라 시장지배력 논란은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합 판매 시장의 획

정이나 시장지배력 개념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

이 필요해 보인다. 이외에도 방송통신 서비스 결합

판매로 인해 방송 및 통신 시장이 어떻게 변화되는

지 구체적인 검토와 실증 연구도 필요하다.

규제 거버넌스 일원화해야

방송통신 서비스 결합 판매에서 비롯된 쟁점들은

앞으로의 미디어 융합 시대에도 계속 야기될 수 있

는 가능성이 많다.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자들 간 이

합집산이 늘어날 수 있으며 기술적 진화에 따라 방

송 및 통신의 이분법적 서비스 구분보다 CPND(콘

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 사업자들 간 합종

연횡이 빈번하게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글로벌 인터넷, 미디어, 통신, 콘텐츠 기업들이 세계

로 시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더욱 복잡한 방식

으로 국가 간 서비스 결합 판매가 이루어질 가능성

도 있다.

이들 쟁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방송통

신 규제 기구 간 규제 기능 통합이 필요해 보인다.

미래에는 더욱 복잡한 형태로 다양한 결합 서비스

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 거버넌스를 일원화

거나 또는 효율적으로 통합,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

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결합 판매로 인해 이

용자들의 서비스 비용 절감이 실제로 어느 정도나

이루어진 것인지, 이용자들이 불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방송통신 서비스 결합

판매가 유료방송 및 통신 시장의 성장과 발전에 어

느 정도나 도움이 되는 것인지 등을 포괄적으로 평

가하고 보완하는 작업도 요구된다.

산업・정책

078 신문과방송 08 2015

“어제 KBS ‘프로듀사’ 보셨나요? 김수현이 마신 이

맥주 뭘까요? 아무리 찾아봐도 없던데 궁금하네요.”

‘프로듀사’ 방영 중 여러 네티즌이 인터넷 게시

판에 올렸던 글이다. 드라마에 등장한 맥주를 마셔

보고 싶었는데 찾을 수가 없었으니 시청자로서는

당황스러웠을 테다. 해당 맥주는 중국에서 지난해

12월 출시된 리큐어 맥주다. 한국에 수입이 안 됐으

니 찾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프로듀사’가 중국에

방영될 때의 홍보 효과를 염두에 두고 중국 기업들

이 간접광고(PPL)를 했던 것. “사 먹을 수도 없는 맥

주를 광고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드라

마 시청 흐름을 방해하지 않았다면 그게 무슨 상관

인가”라는 반론도 나왔다. PPL이 과도하다는 의견

을 비롯해 이런저런 비판도 있었지만 ‘프로듀사’가

경제적으로 성공한 드라마였던 것은 분명하다. 그

리고 그 배경에는 역시 중국이 있다.

지상파의 첫 ‘예능 드라마’로 주목받은 KBS ‘프

조종엽

동아일보문화부기자

‘프로듀사’ 사례를 통해 본 중국 시장 진출 현황과 한계

한중 동시 방영으로불법 다운로드 막아야

KBS의 ‘프로듀사’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드라마임이 분명하다. 그 배경에는

현재 한류의 가장 큰 시장 중국이 있다. ‘프로듀사’ 제작발표회. / 사진제공:

스포츠동아

079산업・정책

로듀사’가 6월 20일 12회로 끝났다. KBS 예능국

을 배경으로 PD와 프로그램을 실명으로 등장시키

는 파격과 김수현 등 톱스타의 호연, 코믹한 대본으

로 인기를 끌었다. ‘프로듀사’는 지상파에서는 처음

시도된 ‘금토 드라마’다. 시청률이 5월 15일 첫 회

10.1%(닐슨코리아·전국 가구 기준)에서 꾸준히 올라

마지막 회에는 17.7%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방

영된 주중 미니시리즈 중 15%를 넘은 드라마가 거

의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큰 성과다. 제작진은 “박

지은 작가하고 소품을 만들려고 했는데, 김수현이

합류하면서 일이 커져버렸다”고 했다. 일만 커진 게

아니라 수익도 커졌다.

중국 시장 노린 PPL

‘프로듀사’의 지출·수입 구조를 따져보자. ‘프로듀

사’는 eKBS 등 KBS측이 100% 자본을 댄 ‘프로듀사

문화산업전문회사’에서 제작했다. 아직 정산 중이

지만 제작비는 회당 4억 원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

으로 총 48억 원이 안 된다. 수입은 얼마나 될까. 실

시간 TV 광고가 모두 판매돼 광고 수익이 약 38억

원이다. 재방송에 붙는 광고 수익은 제외한 금액

이다(‘프로듀사’는 재방송도 다른 드라마의 재방송보다

광고 단가가 높았다고 한다). 다음으로 중국 내 인터

넷 방영권 수익이 240만 달러(회당 20만 달러), 그러

니까 약 26억 원이다. ‘프로듀사’는 중국 인터넷 포

털 사이트 써우후닷컴이 이 드라마에 사전 투자하

는 형식으로 참여해 중국 내 인터넷 방영권을 확보

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중국산 맥주 등의 협찬 및

간접광고 수익이 약 20억 원이다. 이를 합치면 수입

은 최소한 84억 원을 넘는다. 이는 동남아시아를 비

롯해 중국이 아닌 각국 판매 수입, 인터넷TV(IPTV)

와 케이블TV의 주문형비디오(VOD) 매출 등은 뺀

금액이다.

물론 수입 모두를 KBS가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중국 인터넷 방영권 수익 중 일부를 김수현의 소속

사 키이스트가 분배받는다. 또 제작사 ‘초록뱀 미디

어’도 수익 일부를 가져간다. 그렇지만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KBS는 ‘프로듀사’를 가지고 30여억 원 이

상의 순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순수익의 규모

가 중국 인터넷 방영권 수익(26억 원)과 크게 차이나

지 않는 것은 시사적이다. (물론 성공한 드라마의 얘기

지만) ‘프로듀사’처럼 톱스타를 섭외한 드라마의 경

우 TV광고를 비롯한 시장에서 손익분기에 이르고,

중국 시장에서 수익을 낸다는 얘기다.

‘프로듀사’는 제작 전부터 중국 흥행이 예상됐

던 만큼 중국 자본의 투자 경쟁도 치열했다고 한다.

인터넷 방영권의 경우 써우후닷컴 이외에도 중국에

서 동영상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 2곳이 방영권 확

심의 지연에 따른 불법 다운로드는 인터넷 방영권료에

직격탄을 날린다. 중국 광전총국이 올해부터 인터넷으로 방영되는

해외 드라마도 심의를 받아야 방영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한국 드라마의 방영권료가 크게 떨어졌다.

080 신문과방송 08 2015

보에 나섰고,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써우후닷컴

이 방영권을 확보했다. 써우후는 주인공 김수현 소

속사 키이스트의 지분도 갖고 있다. 한국의 우수 콘

텐츠 확보를 위해 키이스트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

져 있는 써우후닷컴이 소기의 목적을 이룬 셈이다.

이 밖에 인터넷 방영권 투자가 아니라 아예 제작비

를 절반 가까이 대겠다고 나선 중국 기업도 있었지

만 KBS가 저작권 확보를 위해 거절했다고 한다.

아쉬운 광전총국의 발목 잡기

그러나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중국의 까다로운 심

의 정책만 아니었다면 수익의 규모가 더 커질 수 있

었다는 얘기다. ‘프로듀사’는 당초 써우후닷컴이 한

국과 동시 방영을 추진했다. 그러나 중국 내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하 광전

총국)의 심의가 예상보다 늦어져 같은 날 중국 방영

이 무산됐다. KBS 관계자는 “써우후는 1, 2회라도

먼저 심의를 받고 5월 15일 한국 첫 방영에 맞춰 차

례로 공개하고자 했지만 중국 당국이 동시 방영에

제동을 많이 걸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프로듀사’는

1~12회 완성본 전체에 대한 심

의를 받고 있으며, 7월 하순 현

재 심의가 거의 끝나가는 단계

로 전해진다. 써우후닷컴의 방

영 시점은 8월 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한국의 동시 방영

여부가 중요한 것은 중국 내 불

법 다운로드 탓이다. 한국 방영

뒤 중국 인터넷 사이트 공개 시

간이 늦어질수록 불법 다운로

드로 드라마를 보는 중국 네티

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국 네티즌들

이 불법 다운로드 등을 통해 ‘프로듀사’를 본 것이

10억 뷰가 넘을 것으로 ‘프로듀사’ 제작진 측은 추정

하고 있다.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8월 중 써우후닷

컴을 통해 드라마가 공개되면 합법적으로 이 드라

마를 시청하는 양은 5억 뷰 이상으로 예측된다. 불

법 시청이 2배 이상 많은 셈이다.

심의 지연에 따른 불법 다운로드는 인터넷 방

영권료에 직격탄을 날린다. 중국 광전총국이 올해

부터 인터넷으로 방영되는 해외 드라마도 심의를

받아야 방영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한국 드

라마의 방영권료가 크게 떨어졌다. KBS 관계자는

“‘프로듀사’가 한국 생방송과 동시에 중국에 방영될

수 있었다면 중국 내 인터넷 방영권료는 회당 35만

달러가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듀사’만 해

도 방영권료를 적지 않게 받은 셈이다. 다른 드라마

는 하락폭이 더욱 크다. 지난해 말 SBS 드라마 ‘피

노키오’는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 회당 28만 달러(약

3억 원)에 팔렸지만 심의 정책이 바뀐 올 상반기 방

송된 ‘하이드 지킬, 나’는 현빈이 주연을 맡았음에도

중국 광전총국의 해외 드라마 심의 지연에 따른 불법 다운로드는 방영권료에 타격을 입힌다. 올 상반기

SBS의 ‘하이드 지킬, 나’는 현빈이 출연했음에도 중국의 심의 정책 변화로 예상 밖의 낮은 금액에 판매됐다.

081산업・정책

회당 10만 달러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동영상 업체들은 방영권 구매가 아닌 제

작비 투자 형식을 통해 “해외에서 자체 제작한 중

국 드라마”라는 논리로 해외 드라마에 가해지는 각

종 규제를 피하려고 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은 상

황이다. KBS 금요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당

초 중국 동영상 업체 LeTV가 제작비를 100% 투자

할 방침이었지만 투자 무산 위기에 놓였다. KBS 관

계자는 “LeTV는 대본과 시놉시스만 심의를 받으면

될 것으로 봤는데 여의치 않았다”며 “LeTV가 투자

를 ‘홀드’(멈춤)했다”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LeTV

가 주춤하면서 KBS가 제작비를 댔다. 네이버 ‘라인’

과 SM엔터테인먼트 등이 제작한 웹드라마 ‘우리 옆

집에 엑소가 산다’도 최근 중국 내 상황이 바뀌어 방

영에 차질을 빚었다. 드라마 업계 관계자는 “이 드

라마는 지난 4월 중국 동영상 업체가 한국과 동시

방영했다가 광전총국이 ‘심의를 받은 뒤 방영해야

한다’며 문제를 삼아 방영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의 심의 지연에 따른 불법

다운로드를 막기 위한 대책도 나온다. 사전 제작도

한 가지 방법이다. 올 하반기 KBS 방영 예정인 ‘태

양의 후예’가 그 예다. 김은숙 작가가 집필하고 송혜

교, 송중기 등이 출연하는 이 드라마도 중국 동영상

업체에 이미 판매됐다. 이 드라마 관계자는 “중국

당국의 심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 제작 방식

을 택했다”며 “중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동시 방영되

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을 상대로 한 저작권 전쟁

불법 다운로드뿐 아니라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짝

퉁’이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표

절한 중국 프로그램 ‘극한도전’이 문제가 됐는데 사

정은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는 ‘별에서 온

그대’와 ‘상속자들’을 짜깁기해 만든 ‘별에서 온 상

속자들’이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 드라마 제작사들은 중국 제작사로부터 드

라마 대본과 리메이크 권리를 넘겨달라는 제안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물론 돈 주고 사겠다는 것이니

그 자체만 보면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리메이크 권리를 사되 한국 드라마의 리메이크라

는 것을 밝히지 않겠다는 조건이 따라붙는다는 것

이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거기까지는 받아들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중국 제작사들은 자신들

의 오리지널 드라마라며 제3국에 다시 리메이크 권

리를 팔아 넘긴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한 드

라마를 리메이크한 중국 제작사가 다시 대만에 대

본을 팔아넘긴 사례가 있다고 한다. 드라마 제작

사 관계자는 “아무리 제작사들이 어렵다고 해도 한

국 드라마라는 것을 숨기는 조건에 동의해주는 것

은 마치 영혼을 파는 짓 같아 거절하고 있다”고 말

했다.

출연료, 작가료, 연출료 등이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VOD 수입과 해외 수입을 올려야 드라마 제

작이 가능하게 된 지 오래다. 혐한류 등 탓에 일본

시장이 거의 막힌 지금 해외에서 상승한 제작비를

회수할 곳은 중국밖에 없다. 그러나 불법 다운로드

와 짝퉁 프로그램 문제를 막지 못한다면 ‘재주만 열

심히 넘은 곰’ 꼴이 될 소지도 없지 않다.

문제가 금방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당장 우리

나라만 해도 저작권 개념이 자리를 잡은 것이 오래

되지 않았다. 여러 배경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미국

의 압력을 받은 우리 정부가 불법 공유 등에 대해 적

극적인 단속 정책을 편 것도 이유였다. 하물며 우리

상대는 중국이다.

미디어 포럼

모바일 온리+소셜 퍼스트+데이터 분석글로벌에디터스네트워크서밋2015참관기/한운희

검색 신뢰도 위해 고품질 저널리즘 지원구글저널리스트를통해본구글의뉴스서비스전략/이성규

모바일, 소셜 미디어 이용 세계 공통 현상로이터연구소‘2015디지털뉴스리포트’/이지영

광복 70년, 방송기자 탄생 70년 기획 시리즈 8

1960년대 유일한 방송계 여성 저널리스트방송최초여성기자김지자/김성호

미디어 포럼

083미디어 포럼

한운희

연합뉴스미디어랩기자

글로벌에디터스네트워크 서밋 2015 참관기

모바일 온리+소셜 퍼스트+데이터 분석

뉴스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은 사람들이 한데 모

였다. 6월 17일부터 사흘 동안 스페인 바르셀로나

CCCB(바르셀로나현대문화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에디터스네트워크(GEN)1 서밋 2015’가 바로 그 자

리였다.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모

인 600여 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빚

은 뉴스의 미래는 ‘모바일 온리, 소

셜 퍼스트, 데이터 센트릭 주도 뉴

스룸’으로 압축할 수 있다.

언론사 테두리 벗어나 생각하라

콘퍼런스에는 디지털(35%), 지면

(25%), 방송(15%) 등 서로 다른 분

야 매체 종사자들이 참여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대부분 논의

가 ‘모바일’을 전제했다는 점이다.

‘모바일 퍼스트’는 이미 머나먼 과거

의 이야기가 됐고, ‘모바일 온리’가 미디어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까지 모두 장악할 기세였다. 이런 분위

기에서 떠오르는 혁신의 아이콘 워싱턴포스트가 야

심차게 추진 중인 ‘프로젝트 레인보우’는 콘퍼런스

워싱턴포스트의 체질 개선 사업 ‘프로젝트 레인보우’를 설명하는 코리 하이크 디지털 뉴스 제작

책임자. 빠르고 편리한 스크롤 구조, 이미지 중심의 카드 형식 목록 등은 워싱턴포스트 모바일

상품의 중요 특징이다. ⓒ 한운희

084 신문과방송 08 2015

참가자들의 관심을 한목에 잡는 데 성공했다. ‘프로

젝트 레인보우’는 아마존 킨들을 포함한 태블릿부터

시작해 스마트폰, 애플워치 등에 이르기까지 현존하

는 모든 모바일 기기에 대응하고자 워싱턴포스트가

진행 중인 사업 중 하나다. 발표를 맡은 워싱턴포스

트의 코리 하이크 디지털 뉴스 제작 책임자는 “워싱

턴포스트의 모바일 순 방문자 수가 지난 한 해 동안

99% 증가2”했고 “아마존 킨들용 워싱턴포스트 앱의

경우 사용자의 25%가 30분 이상 이용한다”면서 ‘프

로젝트 레인보우’를 자신 있게 소개했다.

그녀가 밝힌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쉬운 기사 탐색 경험을 최대한 선사하는

것이었다. 일례로 워싱턴포스트의 모든 모바일 뉴스

서비스는 이용자가 어떤 환경에서도 한 손만으로도

기사를 물 흐르듯 스크롤할 수 있게 설계했다. 그녀

가 밝힌 또 하나의 주요 전략은 모든 기사에 사진이

나 그래픽을 우선 배치해 이용자의 기사에 대한 주

목도를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사진과 그래픽은 반드

시 고해상도 버전을 사용해 세련되고 깊이 있는 시

각 경험을 이용자가 누릴 수 있게 했다. 인상적인 것

은 마지막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한 그녀의 설명이

었다. “레인보우 프로젝트의 마지

막은 PC 웹 실험이다. 지금까지 모

바일에서 보여준 것들을 PC에서

도 구현하는 것이 우리의 남은 목

표다.” 어느새 PC 웹은 중요한 것

을 처리한 뒤 가장 나중에 들여다

봐야 할 부차적인 것이 됐다.

모바일은 단순히 기기의 문제

만은 아니다. 이용자가 그 기기를

휴대한 상태로 어디에서 어떤 시간

을 보내느냐의 문제와 밀접히 맞닿

아 있다. 이용자의 ‘현재’ 시공간을 이해하고 바로 그

곳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모바일 온리 시대의

미디어 사업자가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다. ‘비트코

인부터 비트뉴스까지: 1센트 기사를 향해’에서 발표

자로 나선 니콜라이 말리아로프 프레스리더 최고콘

텐츠책임자(CCO)는 언론사와 타 사업자와의 제휴

를 통해 이용자의 ‘현재’를 점령하고 수익까지 챙기

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언론사가 콘텐츠를 생산

할 때 “이용자와의 연계성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면

서 “언론사는 언론사라는 테두리 밖에서 이용자의

생각을 읽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어

떤 상황에서 뉴스를 찾게 될지, 무엇을 얻으면 뉴스

를 볼지 생산자가 아닌 제3자 관점에서 생각하라는

의미다. 그가 제시한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무료 와

이파이와 함께 동시에 뉴스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

프레스리더는 현재 1만 6,000곳 이상의 도서관, 85만

곳 이상의 호텔룸 등에 이런 형식으로 뉴스를 제공

하고 있으며 콴타스항공과 우버 같은 사업자와의 협

력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 속

한 사람들을 상대로 뉴스 서비스를 하면 정확히 이

용자를 타기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뉴욕 타임워너센터 5층에 있는 CNN머니 디지털 워룸. 뉴스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한 장비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 사진출처: 사만다 베리 CNN 소셜 미디어 책임자 발표 슬라이드

085미디어 포럼

소셜 미디어의 무한 확장은 모바일 온리 시대에

들어오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미디어 기업도 소셜

미디어를 부차적인 영역으로 남겨둬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이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

고 공유한다.

뉴스는 독백 아닌 대화

‘모바일, 소셜 미디어와 함께 일하는 방법’의 연사

였던 사만다 배리 CNN 소셜 미디어 책임자의 말처

럼 이제 사람들은 “뉴스를 독백이 아닌 대화”로 여

긴다. 뉴스를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기

사를 통해 다른 이와 관계를 형성한다. CNN은 이

러한 소셜 미디어를 체계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CNN의 소셜 미디어 부서는 소셜

퍼블리싱, 소셜 수집, 소셜 TV 등 3개 팀으로 구성

돼 있다. 소셜 퍼블리싱팀은 각 소셜 미디어 서비스

에 적합한 형태의 뉴스를 편집해 올린다. 소셜 수집

팀은 현재 소셜 미디어상에서 주목받는 이슈가 무

엇인지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한다. 소셜 TV팀은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CNN의 다양한 동영상을

소셜 미디어 형식에 걸맞게 가공하거나 제작한다.

이상의 팀들은 매일 아침 8시 ‘소셜 이슈 미팅’을

한다. 소셜 미디어상에서 이야기 소재를 발굴하고,

이를 온라인이나 TV 방송에 내보낸 뒤 마지막으로

소셜 미디어에 뿌려 ‘소셜 서클(social circle)’을 완성

한다.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의 교집합을 놓고 CNN

에서 가장 신경 쓰는 곳은 바로 모바일 메신저 서비

스인 ‘스냅챗’이다. CNN은 하루에 5~7건 정도 ‘스

냅(기사)’을 발행한다. 이 스냅은 모두 감각적이면서

짧은 동영상과 화려하고 강렬한 색으로 가득 찬 그

래픽이 전면에 펼쳐져 있다. 사용하는 폰트도 일반

적인 기사에서 쓰는 것과 다르다. 스냅챗의 주 사용

층인 십대를 겨냥한 탓이다.

‘중국 미디어 혁신’ 세션에서 발표자로 나선 차

이나데일리의 지 타오 유럽판 편집장 역시 소셜 미

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최대 소셜 네트워

크 기업인 텐센트 홀딩스가 운영하는 메신저 서비

스 ‘위챗’은 차이나데일리의 주요 공략 플랫폼 중 하

나다. 차이나데일리는 현재 위챗상에 중국어판, 영

어판, 중영판 등을 운영 중인데, 중영판의 경우 글

로벌 서비스의 전초 기지로 쓰이고 있다. 중영판 계

정은 2012년 11월 19일 첫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2015년 6월 현재 35만 명의 공식 구독자를 확보했

으며 많이 읽은 기사의 경우 기사 하나당 10만 페이

지뷰가 발생할 정도라고 한다. 지 타오 유럽판 편집

장은 “위챗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차이나데일리

위챗 계정과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언론사의 수익 모델과 연

모바일은 기기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용자가 그 기기를

휴대한 상태로 어디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의 문제이다. 이용자의

‘현재’ 시공간을 이해하고 바로 그곳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모바일 온리 시대의 미디어 사업자가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다.

086 신문과방송 08 2015

계해 활용해 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모바일 기술의 발달과 소셜 미디어의 활발한 사

용은 콘텐츠 이용자를 개인 수준에서 정밀하게 살필

길을 열어줬다. 소셜 미디어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기

사 소비·공유 행위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할 수 있다

면, 이용자가 어떤 식으로 뉴스를 다루고 무엇을 원

하는지 유추할 수 있다. 사만다 배리 CNN 소셜 미

디어 책임자는 “숫자와 분석은 저널리스트의 가장

좋은 친구”라며 “소셜 분석은 저널리스트를 더욱 좋

은 스토리텔러로, 에디터를 더욱 좋은 에디터로 만

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녀가 보여준 CNN머니

의 뉴욕 사무실은 ‘디지털 워룸(digital war room)’이

라 불렸는데, 뉴스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하기 위한 장비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BBC트렌딩의 안네 마리 톰착 기자는 지금

은 “이용자가 있는 바로 그곳에서 콘텐츠를 풀어 놓

는 시대”라며 이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원하

는지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자 데이터 활용하기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의 프레드릭 필로 에디터

는 “이제 더는 기사가 뉴스룸의 주도권을 쥐고 있

지 않다”는 공격적인 선언으로 자신의 발표를 시작

했다. 그는 뉴스룸에서 ‘독자와 어떤 식으로 상호작

용할 것인가’ ‘페이스북, 애플 뉴스 등과 같은 닫힌

에코시스템에서 어떻게 주도권을 쥘 것인가’ 같은

문제를 푸는데 이용자와 소셜 데이터가 가장 강력

한 무기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결국 미래 뉴스의 생

존은 생산 자체보단 소셜 배포에 더 무게가 있을지

모른다는 다소 극단적인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함

께 토론에 참여한 매셔블의 하이레 오우수 최고데이

터과학자(CDS)는 소셜 미디어상에서 수집한 이용

자들의 콘텐츠 선호 데이터가 이용자 자체를 분석

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면서, 언론사마다 자

사 CMS 내에 독자적인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러한 분석이 잘 이뤄진다

면 비단 기사 제작과 배포뿐만 아니라 광고에도 쓰

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매셔블에서는 독자적

인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통해 자사의 기사가 소셜

미디어상에서 언제, 어떻게 이용자와 상호작용할지

예측하고 있다. “뉴스룸에서 데이터를 적절하게 활

용한다면 ‘페이지뷰 저널리즘’에서 벗어나 질 높은

콘텐츠 제작과 배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

블렌들(Blendle, 언론사 뉴스 콘텐츠를 모아 건별로 판매

하는 네델란드의 인터넷 업체)의 두코 반 란스쵸트 해

외책임자의 말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태양의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여러 참가자들이

사흘 동안 열정적으로 나눴던 뉴스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뉴스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 고민스럽다면, 미래의 뉴스 이

용자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CNN

의 사만다 배리 소셜 미디어 책임자의 말이 어쩌면

힌트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16살 소녀를 대상으

로 콘텐츠를 실험한다.” 크게 어렵지 않다. 이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1 다양한미디어환경변화에대응해지속가능한고품질저널리즘을추구하고자언론사편집장을비롯한언론종사자,미디어혁신가등

1,000여명이모인비영리단체다.로이터,가디언,BBC,르몽드,엘파

이스등유럽언론사중심으로시작해지금은전세계80개국300여

미디어사가참여한단체로발전했다.동시대미디어가처한문제와

해결책을실무중심으로함께고민하는GEN서밋,전세계데이터

저널리즘종사자들의가장큰축제인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뛰어난

실무자들이참여해강의를하는디지털저널리즘공개강좌(MOOC)

등은GEN에서주관하는대표적인사업들이다.

2 콘퍼런스약한달뒤인2015년7월14일,워싱턴포스트에서공식적으로발표한모바일순방문자수는3,810만명으로연간110%증가

했다.https://www.washingtonpost.com/pr/wp/2015/07/14/

washington-post-hits-new-traffic-record-with-54-4-

million-unique-visitors-in-june-2015/

미디어 포럼

087미디어 포럼

그는 자신을 ‘구글의 저널리스트’라고 소개했다. 가

디언을 떠난 지 만 2년, 트위터를 거쳐 현재 구글에

몸담고 있지만 당당히 자신을 저널리스트라고 불

렀다. 비유하자면, 네이버로 전직한 기자지만 자신

을 기획자가 아닌 저널리스트라고 소개한 격이다.

사이먼 로저스. 그는 가디

언의 데이터 저널리즘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저널리스

트다. 개인 프로젝트로 고독하

게 시작했던 ‘데이터 블로그’

는 가디언을 대표하는 브랜드

가 됐다. 45만 8,000여 건에 달

하는 영국 하원 의원 세비 문서

를 크라우드소싱 프로젝트로

풀어냈던 장본인도 바로 그다.1

현재 그의 정확한 직함은 구글

뉴스랩 데이터 에디터다.

전직 가디언 기자의 변신

지난 6월 16일 샌프란시스코 베이브릿지 부근 구글

사무실에서 그와 처음 대면했다. 기사로만 만나온

그였다. 약속 시간보다 40분이나 늦게 나타나 잔뜩

이성규

블로터미디어랩장

구글 저널리스트를 통해 본 구글의 뉴스 서비스 전략

검색 신뢰도 위해고품질 저널리즘 지원

구글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에서 블로터 취재진과 만난 사이먼 로저스 뉴스랩 데이터 에디터. 전직 가디언

기자 출신으로 45만 8,000여 건에 달하는 영국 하원 의원 세비 문서를 크라우드소싱 프로젝트로 풀어

냈던 장본인이다.

088 신문과방송 08 2015

뿔이 나 있던 내게 로저스는 영국인 특유의 온화한

듯 과장된 표정을 지어보이며 “쏘리”를 연발했다.

다급한 마음에 그에게 다짜고짜 “당신은 구글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구글 같은 큰

기업은 방대한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다. 이를 투명

하게 공개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구글이 투명성 있게 데이터를 공개해서 고무적이

었다. 나 또한 이 작업에 의욕을 갖고 있다. 사회를

바꾸고 스토리를 정확하게 보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이먼 로저스는 가디언 재직 때와 달리 기사

를 직접 쓰지는 않는다. 저널리스트에게 유용한 데

이터를 큐레이션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

한다. 데이터를 표현할 수 있는 시각화 도구2를 소

개하고 실행을 지원한다. 웹이라는 거대한 공간 속

에서 기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팩트를 발견할 수 있

도록 돕는다. 연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언론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프로젝트에 나서기도 한다.

따지면 저널리스트를 돕는 디지털 저널리스트다.

옆 회의실에서 만

난 바네사 슈나이더

도 한때 뉴욕타임스

기자였다. 페이스북

에 인수된 스타트업

을 거쳐 지금은 저널

리스트이자 구글러

로 일하고 있다. 구글

맵, 구글어스 엔진으

로 지오 저널리즘(Geo

Journalism)을 언론사

에 전도하고 있었다.

슈나이더는 구글러지

만 코딩은 낯설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구글은 그의

“저널리즘적 시각과 경험”을 높이 샀다고 한다. 비

판적 사고와 스토리텔링 능력, 사물에 대한 호기심

이 구글에 적합했다는 것이다.

구글은 이렇게 저널리스트를 품고 있었다. 그들

이 저널리스트로 활약할 수 있는 무대도 제공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발판도 마련해뒀다. 하지

만 구글은 단일한 뉴스 조직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

았다. 근무지도, 팀도, 프로젝트도 제각각이었다. 뉴

스랩은 샌프란시스코, 구글뉴스팀은 마운티뷰 본

사, 유튜브 뉴스와이어팀은 뉴욕, 대략 이런 식이다.

총괄 조직이 있는지, 최고책임자는 누구인지 가늠

하기 어려웠다. 복잡하고 산만해 보였다.

중심부도 주변부도 구분하기 힘든 구글의 뉴스

관련 조직이지만, 한결같이 강조하는 키워드가 있

었다. 언론사와의 ‘파트너십’이다. 이들 조직들은 유

럽과 미국 유력 언론사들과 수시로 접촉하며 공동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또 지원한다. 활용 가치가 높

은 구글 내부 데이터를 공개하거나, 구글어스 프로,

유튜브가 영상의 팩트 체크를 돕기 위해 개발한 조슈아 트리. 정확한 지역 정보 등을 바탕으로 시민이 등록한 영상이

실제 현장에서 업로드된 것인지 판별하는데 도움을 준다.

089미디어 포럼

구글맵 API를 활용해 지오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공

동 개발한다. 때론 엔지니어 십수 명을 투입할 때도

있다고 했다.

구글은 왜 저널리즘을 지원할까

유튜브의 뉴스 조직도 언론사나 개인 창작자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유튜브

영상을 저널리스트들이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툴(조슈아 트리)을 개발해 공개하고, 검색과 생중계

를 연동하는 라이브 원박스(Live Onebox)도 준비하

고 있다. 유료 가입자 모델을 개발해 개인은 자립을,

언론사는 수익을 얻도록 지원할 계획도 거의 마친

상태다.

구글 저널리스트들은 언론사와의 파트너십 프

로젝트를 ‘훈장’처럼 여겼다. 바네사 슈나이더는

2012년과 2013년 CNN과 공동 프로젝트3를 했던

경험을 세세하게 설명하며 자랑스러워했다. 최근

미국 메릴랜드대와 공동으로 ‘글로벌 산림 변화’4

분석을 구글어스 엔진으로 구축한 사례는 20여 분

간 소개할 정도로 애정을 드러냈다. 유튜브의 뉴스

총괄인 에이미 싱어는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유력

다큐멘터리 채널로 성장한 바이스 뉴스(Vice news)

를 큰 보람으로 여겼다. 구글로 옮겨온 지 채 1년

도 되지 않은 사이먼 로저스도 외부 언론사와의 공

동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눈치였다. 그것이 곧 실적

이고 구글 저널리스트로서 몫을 수행하는 방식이

었다.

그래도 ‘구글은 왜 저널리즘을 지원할까’에 대한

의구심은 풀리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 저널리즘을

지원하려는지, 그것이 구글의 이해관계와 어떤 관

련이 있는지 몇 번이고 질문했다. 구글 뉴스의 프로

덕트 매니저인 아난드 파카는 의구심의 절반을 덜

어내 줬다. 파카는 MS, 아마존, 징가를 두루 거친 최

고 수준의 엔지니어다. 구글 뉴스의 랭킹 알고리즘

을 설계하고 각종 맞춤형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는

책임자이다. 그는 구글 뉴스의 알고리즘이 일주일

단위로 변경된다고 했다. 국내에 익히 알려진 구글

뉴스 알고리즘 13개 요소는 “잘 들어보지 못했고 그

보다 훨씬 많은 신호를 다룬다”고 귀띔했다. 그리곤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원칙을 이렇게 제시했다. “훌

륭한 기자가 훌륭한 뉴스를 생산한다는 사실은 변

하지 않는다.”

파카의 저널리즘에 대한 식견과 통찰은 놀라

웠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저널리즘에 대한 철학은 단단하고 깊었다. 전 세계

7만여 언론사가 매일 생산하는 수십만 건의 기사 속

에서 최초 보도를 찾아내고 훌륭한 특종을 발굴하

는 작업, 탐사보도를 배려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노

저널리즘의 가치를 존중하는 구글의 문화는 검색 결과의

품질로 향하고 있었다. 고품질 저널리즘이 신뢰도 높은 검색 결과를

만들어내는 공신이라는 설명이다. 저널리즘이 추락하면 대체할 만한

콘텐츠 생산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구글은 간파하고 있었다.

090 신문과방송 08 2015

출될 수 있도록 재배치하는 과정은 이런 그의 저널

리즘 철학과 원칙 위에서 진행된다.

그는 솔직했다. 한국의 네이버 사례를 들려주자

자신들도 영미 언론사의 ‘검색어 어뷰징’으로 골머

리를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처럼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제공하진 않지만, 구

글 뉴스에 배치된 결과를 보고 다양한 시도들이 행

해지고 있다고 했다.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라며

속내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은 명쾌

했다. “장기적으로 사용자들의 선택(클릭 데이터)을

신뢰하면 해결된다”는 것이다. 멀리 보면 사용자의

선택은 늘 옳았다는 과학적 결론이기도 했다.

검색과 신뢰의 상관관계

저널리즘의 가치를 존중하는 구글의 문화는 검색

결과의 품질로 향하고 있었다. 구글 본사 취재에 동

행했던 구글코리아 관계자도 이 점을 인정했다. 고

품질 저널리즘이 신뢰도 높은

검색 결과를 만들어내는 공신

이라는 설명이다. 구글 검색 결

과 상위에 전 세계 유력 언론사

의 기사가 배치되는 이유다. 저

널리즘의 품질이 추락하면 이

를 대체할 만한 신뢰 높은 콘텐

츠를 주기적으로 생산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구글 또한

간파하고 있었다. 구글의 뉴스

전략도 검색의 신뢰라는 측면

에서 바라보면 쉽게 풀린다. 뉴

스랩의 출범이나 유튜브 뉴스

와이어, 곧 등장할 유튜브 조슈

아 트리 등도 신뢰 있는 정보의

생산과 발견을 목표로 한다.

저널리즘에 대한 투자는 신뢰 높은 검색 결과

로 보상된다.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그

러니 구글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저널리스트

들이 지속가능한 생존 조건 속에서 더 양질의 뉴스

를 꾸준히 만들어낼 수 있는 생태계와 환경을 조성

하는 것, 그것이 구글을 궁극적으로 이롭게 하는 것

이다.

“구글은 저널리즘을 도와야 할 도덕적 책무를

가지고 있다.”5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2009년 한

인터넷 검색전문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런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같은 해 1월 슈미트 회장은 포춘과

의 인터뷰에서 저널리즘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합

병 없는 합병(merge without merging)”을 언급했다.6

웹을 통해 두 조직이 공정하게 융합되는 방식이라

는 설명도 덧붙였다. 6년이 지난 지금, 구글은 그

의 발언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는 듯 보

구글 뉴스랩 웹 사이트. 기자들이 사용하면 유용할 만한 구글 툴들을 리서치, 보도, 유통, 최적화 등

분야별로 정리해 영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091미디어 포럼

인다. 언론사를 향한 직접적인 지원은 거부하면서

도 저널리즘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 즉 합병 없는

합병이 뉴스랩의 형태로 구체화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구글이 보유한 데이터, 개발한 서비스를 기자

들에게 무료로 개방함으로써 저널리즘을 살찌우고

자사 서비스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으니 일거양득

인 셈이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언론사와 포털의 관계는

‘비극의 악순환’ 국면이다. 저널리즘에 대한 논의는

실종됐고 책임 전가를 위한 알리바이가 넘실댄다.

신뢰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은밀한 뒷거래가 대신

했다. 상생의 셈법이 만들어낸 네거티브한 풍경이

기에 씁쓸하기만 하다. 구글과 비교했을 때 국내 포

털은 저널리즘의 가치를 존중하는 철학이 상대적

으로 빈곤하다는 인상을 갖게 된다. 뉴스 전재계약

료 협상, 어뷰징 논란 외에 저널리즘을 위한 공존의

프로젝트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철학의 상대적

빈곤은 뉴스 전략과 비전의 부재를 낳았고 그것이

갈등의 재생산으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한 갈등은

생산적 저널리즘 파트너십에서 등을 돌리게 만들

었다.

국내 포털에 없는 것

구글은 최근 개시한 뉴스랩 사이트에 자신들의 툴

과 데이터를 활용해 보도한 사례를 크게 소개하고

있다. 구글 트렌드 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저널리

즘 보도가 주를 이룬다. 쿼츠와 같은 신생 미디어

부터 뉴욕타임스와 같은 전통 언론에 이르기까지

구글의 소스를 인용한 사례를 자랑스럽게 내걸고

있다. 언론사들 또한 ‘뉴스 뱀파이어’와의 동침에 거

리낌이 없다.

‘저널리즘을 도와야 할 도덕적 책무’를 국내 포

털에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장기적 실리를

품은 레토릭쯤은 바라도 되지 않을까. 유효기간을

넘겨버린 ‘상생’이라는 단어 대신, 저널리즘 제고를

위한 파트너십을 가능한 수준에서라도 시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난 구글의 잘 포장된 껍데기만을 보고 왔을 수

있다. 세련되게 덧칠된 환영만을 보고 구글의 뉴스

전략을 읽어 내려갔을지 모른다. 비판적 시각을 견

지하기 위해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고 자위하지만

그건 온전히 나만의 생각일 뿐이다. 혹여 치장된 구

글의 모습만 보고 왔을지언정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포용하고 그들의 저널리즘적 경험을 활용하는 전략

이 부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저널리즘을 비

용이 아닌 장기적 가치에 대한 투자로 바라보는 철

학이 내심 부럽기까지 했다.

블로터는 지난 2월 구글코리아 후원으로 ‘제1회 넥

스트 저널리즘 스쿨’을 개최했다. 여기서 우승한

학생에게는 구글 본사투어 및 인터뷰 기회가 제공

됐다.

이 글은 우승자 황유덕 씨와 필자가 지난 6월 14일

부터 17일까지 미국의 구글 본사를 방문해 취재한

내용을 소개한 것이다.

1 http://www.theguardian.com/news/datablog/2009/jun/18/mps-expenses-houseofcommons

2 구글퓨전테이블(FusionTables),구글퍼블릭데이터익스플로러(PublicDataExplorer)와같은구글이개발한데이터시각화도구들을

지칭한다.

3 https://plus.google.com/+VanessaSchneider/posts/dZsC23jXFF3?pid=5860969571984647234&oid=

110652274774869751535

4 https://earthenginepartners.appspot.com/science-2013-global-forest

5 http://searchengineland.com/google-ceo-eric-schmidt-on-newspapers-journalism-27172

6 http://archive.fortune.com/2009/01/07/technology/lashinsky_google.fortune/index.htm

미디어 포럼

092 신문과방송 08 2015

로이터 연구소 ‘2015 디지털 뉴스 리포트’

모바일, 소셜 미디어 이용세계 공통 현상

이지영

호주캔버라대커뮤니케이션학과박사과정

로이터 연구소의 네 번째 연례보고서 ‘2015 디지털

뉴스 리포트(Digital News Report 2015)’가 출간됐다.

기존의 조사 대상 10개국(프랑스, 독일, 덴마크, 핀란

드, 이탈리아, 스페인, 브라질, 일본, 미국, 영국) 외에 올

해는 호주와 아일랜드가 추가됐다. 12개국 2만여

명을 대상으로 뉴스 소비 행태를 온라인 설문조사

[그림1] 국가별 뉴스 이용 주요 소스

0%

10%

20%

30%

40%

50%

60%

70%

5 53

10 106

911 12

5

12

53 7

14

8 4 108

5 69

7

14

29

23

33 34

44

38 38

4341 42

4446

58

5349 49

4341 41 40

37 3735

30

핀란드호주덴마크아일랜드미국스페인영국브라질이탈리아일본독일프랑스

소셜 미디어

종이신문

온라인(SNS 포함)

TV

*출처:2015디지털뉴스리포트.로이터연구소.11쪽

093미디어 포럼

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온라인 뉴스 소비 강세’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뉴스 소비 증가’ ‘TV의 꾸준

한 강세 및 신문 소비의 감소’ ‘소셜 미디어를 통한

뉴스 접근 증가’ ‘뉴스 접점의 지형 변화’ 등의 특징

이 눈에 띈다. 역시 키워드는 모바일 기기와 소셜 미

디어이다. 본고는 로이터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뉴

스 소비 행태 변화의 세 가지 특징을 중심으로 소개

하고자 한다.

온라인 흐름 속 TV 이용도 강세

첫 번째 주요 뉴스 소비 행태 변화로 전통 미디어

와 디지털 미디어의 차이를 볼 수 있다. 2015년

12개국 뉴스 소비자들이 뉴스를 접하는 주요 경로

는 TV와 온라인이 단연 압도적이다. 덴마크, 미국,

브라질, 아일랜드, 핀란드, 호주 등 6개국에서는 온

라인을 이용한 뉴스 소비가 TV를 앞선 반면, TV가

단연 강세인 국가로는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

아이다[그림1].

그러나 TV와 온라인 중심의 지형에서도 연령

층에 따라 그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즉 연령이

높을수록 TV 이용 비율이 높아졌고 온라인의 경우

그 반대로 나타났다.

특히 18~24세 응답자의 27%만이 TV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었고 60%는 온라인이 주요 경로

인 것으로 나타나 큰 차이를 보여주었다[그림2].

뉴스 플랫폼 브랜드별 소비 현황을 살펴보면 대

부분의 국가에서 전통적 종이신문의 온라인 플랫폼

을 통한 뉴스 이용이 허핑턴포스트, 버즈피드 같은

디지털 플랫폼 이용보다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호

주와 일본의 경우는 그 반대로 디지털 플랫폼이 우

세를 보였다[그림3].

종이신문과 온라인 뉴스의 유료 소비 경향을 살

펴보면, 독일(-9), 일본(-7), 미국(-7), 영국(-8)과 같

은 국가에서 종이신문 구매 비율의 하락이 두드러

지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

[그림2] 연령별 뉴스 소스로서의 온라인・TV 이용 비율

0%

20%

40%

60%

80%

100%

22

54

33

4944

37

54

31

60

27

TV온라인(SNS 포함)

55+

45-54

35-44

25-34

18-24

*출처:2015디지털뉴스리포트.로이터연구소.52쪽

TV와 온라인 중심의 지형에서도 연령층에 따라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즉 연령이 높을수록 TV 이용 비율이 높아졌고 온라인의

경우 그 반대로 나타났다. 특히 18~24세의 27%만이 TV를 통해

뉴스를 접했고 60%는 온라인이 주요 경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094 신문과방송 08 2015

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종이신문 구매 비율은

조사대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온라

인의 경우 2012~13년 이래 별다른 큰 차이를 보이

지 못하는 가운데, 10% 정도의 구매율을 맴도는 상

황이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뉴스 가치에 대해서도 살펴

볼 수 있었다. 6개국(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아일랜드)의 뉴스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TV, 라디오,

신문, 온라인 사이트, 소셜 미디어 뉴스의 정확·신

뢰성, 뉴스 전달성, 심층분석, 속보성을 비교했다.

TV가 모든 속성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획득하고 있

었다. 그러나 35세 미만 응답자들의 경우는 다른 양

[그림3] 종이신문 온라인 브랜드 VS. 디지털 뉴스 브랜드

0%

20%

40%

60%

80%

100%

24 25 2731

35

4651 51 52

64 66 67

88

82

67

59

52

7779

74

64

81

47

56

디지털 기반

종인신문 온라인

핀란드 호주덴마크 아일랜드 미국스페인영국 브라질이탈리아 일본독일 프랑스

*출처:2015디지털뉴스리포트.로이터연구소.17쪽

[그림4] 뉴스 미디어별 가치 평가(35세 미만)

0%

10%

20%

30%

40%

50%

26

53

35

2325

30

2021

32

2830

6 6 6

33

10

SNS온라인(SNS 제외)종이신문라디오TV

속보성

심층분석

뉴스전달성

정확·신뢰성

6 5 5

*질문: 지난 주에 이용한 뉴스 매체 중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상: 지난 주 뉴스 매체를 이용한 35세 미만.

영국 472명, 프랑스 339명, 독일 442명,

덴마크 568명, 아일랜드 485명)

*출처:2015디지털뉴스리포트.로이터연구소.53쪽

095미디어 포럼

상을 보였는데, 온라인 사이트가 모든 속성에서 가

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었으며, 특히 소셜 미디어

의 선전이 눈에 띈다[그림4].

주목할 만할 점은 소비자들의 뉴스 콘텐츠 소비

접점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 브랜

드 웹페이지의 접근은 줄어드는 반면, 검색엔진, 소

셜 미디어 사이트, 이메일, 스마트폰 잠금화면을 통

해 바로 해당 뉴스 콘텐츠에 접근하는 방식이 증가

하고 있었다.

로이터 보고서는 온라인 뉴스 비디오 소비 증가

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 트리니티미러, 빌트 같은

전통적 종이신문들은 자사의 웹 페이지나 소셜 미

디어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비디오 뉴스를 생산함

으로써 상당한 소비자 확보와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전체 응답자의 23%가 온라인 뉴스 비디오를

시청하고 있고, 이 중 짧은 비디오 클립 형태(66%)

가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었다. 뉴스 비디오를 이용

하지 않는 이유로는 ‘텍스트 형태를 더 선호’(40%)

하거나 ‘사전광고’(29%) 및 ‘스크린 사이즈 제한’

(21%) 등이 주로 언급되어 이런 요인들이 뉴스 비디

오 소비의 장벽임을 알 수 있다.

스마트폰 뉴스 이용 늘어나

두 번째 뉴스 소비 행태 변화는 스마트폰을 이용

한 온라인 뉴스 소비 증가이다. 전체 조사대상자의

86%에 해당하는 소비자들이 주로 컴퓨터를 통해

온라인 뉴스에 접근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이용자

의 뉴스 소비 또한 점점 증가하고 있다. 특히 뉴스

를 많이 이용하는 소비자(heavy user)들은 스마트폰

과 태블릿PC 같은 모바일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도

동시에 온라인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됐다.

전체 응답자의 69%가 지난 한 주 동안 최소 한

번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했으며, 66%가 뉴스 이용

을 위해서라고 응답했다. 스마트폰이 온라인 뉴스

를 이용하는 주요 기기라고 응답한 비율은 27%로,

이는 2013년 15%와 비교할 때 주목할 만한 증가

이다. 특히 25~34세 연령층의 47%가 스마트폰을

뉴스 이용의 주요 매체로 꼽아 젊은 소비자층의 스

마트폰 이용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여러 기기를 통한 온라인 뉴스의 접근 행태 또한

두드러진다. 전체 응답자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5%가 두 개 이상의 디지털 기기를 통해 뉴스를 소

비하고 있으며(2013년 33%), 15%는 3개 이상의 기

기(2013년 9%)를 이용하고 있다. 한편, 스마트폰 이

용자들의 뉴스 소비는 태블릿PC 및 컴퓨터 이용자

에 비해 이용하는 뉴스 소스가 다양하지 않은 경향

을 보였다. 스마트폰 이용자의 47%는 단일 뉴스 소

스를 이용하는 반면, 5개 이상이라는 응답률은 겨우

9%에 불과했다[그림5].

[그림5] 디지털 기기 이용자별 뉴스 소스 개수

Q19a/b/c. You say you access news via a SMARTPHONE/TABLET/COMPUTER. When using that device what news sources have you accessed in the last week? Base: All who used a smartphone/tablet/computer in the last week = 10059/14214/5257.

0%

20%

40%

60%

80%

100%

9 1114

4743

39

컴퓨터태블릿스마트폰

5개 이상

1개

*출처:2015디지털뉴스리포트.로이터연구소.70쪽

096 신문과방송 08 2015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이용자들의 주요 뉴스 접

점은 애플리케이션보다는 모바일 브라우저가 우세

하다. 6개국(영국, 핀란드, 미국, 독일, 이탈리아, 호주)

스마트폰, 태블릿PC 이용자들의 뉴스 콘텐츠 소비

접점을 비교해보면 스마트폰의 경우, 영국을 제외

한 모든 국가에서 ‘주로 브라우저를 이용한다’는 비

율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태블릿PC의 경우 브라

우저의 우세는 더욱 두드러진다[그림6].

뉴스 애플리케이션 이용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 중 스마트폰 이용자의 23%, 태블릿 이용자

의 19%가 지난 한 주 동안 뉴스 애플리케이션을 이

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뉴스 애플리케이

션 이용 비율은 아이폰 및 아이패드 이용자가 타 기

기 이용자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 기

기 이용자의 35%(아이폰), 28%(아이패드)가 주로 뉴

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반면, 타 스

마트폰의 경우 28%, 태블릿PC는 24%로 나타났다.

소셜 미디어 통한 뉴스 이용 강세

뉴스 소비 행태 변화와 관련된 세 번째 특성은 소셜

미디어의 영향이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뉴스 소비

의 증가는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공통

된 트렌드이다. 브라질(64%)이 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였으며, 호주(51%), 스페인(50%), 아일랜드(49%),

덴마크(47%), 이탈리아(46%)가 절반을 맴도는 비율

을 보여주고 있었다. 2014년과 비교해 볼 경우 특히

브라질, 덴마크, 영국, 프랑스, 미국의 이용 증가가

눈에 띈다[그림7].

뉴스 이용 목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된 소셜 미

디어는 페이스북(41%)이며, 유튜브(18%), 트위터

(11%)가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그림8]. 세 소셜 미

디어 이용자들의 이용 행태를 ‘뉴스 위주’와 ‘모든

콘텐츠 이용’의 소비로 나눠 살펴본 결과 다른 콘텐

츠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뉴스를 소비한다는 반응이

공통적으로 우세하게 나타났다.

로이터 보고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구전 형태

의 뉴스 공유는 비디오 등 다양한 형태의 뉴스 포맷

의 소비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뉴

스 소비자들의 콘텐츠 이용 접점으로서 검색엔진

과 소셜 미디어는 소비자들을 좀 더 다양한 형태의

뉴스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이끌어낸다고 분석했다.

[그림6] 기기별 뉴스앱과 웹브라우저 이용

40 4244 43

5255

46

39

3033

2320

호주이탈리아독일미국핀란드영국

호주이탈리아독일미국핀란드영국

주로 브라우저 이용

주로 앱 이용

스마트폰

태블릿

0%

10%

20%

30%

40%

50%

60%

70%

0%

10%

20%

30%

40%

50%

60%

70%

47

57

51 50

56 57

38

2824 23

16

22

*출처:2015디지털뉴스리포트.로이터연구소.70쪽

097미디어 포럼

소셜 미디어 이용자의 75%, 검색엔진 이용자의

73%, 뉴스리더(newsreader) 애플리케이션 이용자의

76%가 주기적으로 여러 형태의 뉴스 미디어에 접

근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들을 미디어 브랜드 웹

페이지로 끌어오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으로 평가했다[그림9]. 다만 이러한 경향은 젊은 소

비자층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으며, 55세 이상 연

령층의 경우 새로운 뉴스 소스에 대한 시도에 다소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 미디어 트렌드와 더불어 이 보고서는 뉴스

전달 매체로 이메일의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가 젊은 소비자층에 두드러지는 뉴스 소스라

면, 고연령층에서는 이메일을 통한 뉴스 소스가 더

많이 소비되고 있다.

특히 이메일 뉴스가 주로 오전 시간대에 소비되

는 패턴은 소비자들의 습관성 일과의 하나로 자리

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주로 컴퓨터를 이용한

이메일 확인의 이용 행태는 고연령층의 소비 경향

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림7] 소셜 미디어를 통한 뉴스 이용

Q3. Which, if any, of the following have you used in the last week as a source of news? Please select all that apply. Base: Total sample in each country. 0%

10%

20%

30%

40%

50%

60%

70%

64

5047 46

40 40

3634

2521

5046

35

48

30

36

2319

23

16

2015

2014

기타

호주 51%

아일랜드 49%

이탈리아 독일미국 핀란드 영국덴마크스페인브라질 일본프랑스

*출처:2015디지털뉴스리포트.로이터연구소.53쪽

[그림8] 뉴스 목적의 소셜 미디어 이용 순위 (단위: %)

41

18

9

11

7

3

3

1

1

1

1

1

65

57

27

21

16

16

14

8

5

5

4

4

21 뉴스만 이용

모두 이용

페이스북

유튜브

왓츠앱

트위터

구글플러스

링크드인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스냅챗

바이버

라인

텀블러

레딧

*출처:2015디지털뉴스리포트.로이터연구소.13쪽

098 신문과방송 08 2015

이번 로이터 보고서는 뉴스 소비 행태의 변화 과

정과 더욱 복잡해지는 미디어 생태계를 뉴스 소비

자들의 이용 행태를 통해 확인했다. 새로운 특징들

을 발견하기보다는 현재 디지털 온라인 뉴스 시장

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주요 트렌드를 재확인하는

차원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중매체와 개인화 이용 혼재

새로운 글로벌 디지털 뉴스 브랜드의 출현과 뉴스

를 생산·유통하는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 뉴스 스

토리를 전하는 새로운 형태의 뉴스 포맷과 이러한

뉴스를 전달하는 모바일 디지털 기기의 이용 증가

는 지난 몇 년간 우리가 목격해온 뉴스 미디어 글로

벌 시장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새로운 형태

의 뉴스 콘텐츠 전달 매체와 도구들이 점점 더 소비

자들에게 소구되어가고 있음을 확인하며, 한편으

로 전통적 형태의 매체 또한 일정한 소비자들, 특히

고연령층에게 여전히 소구력이 높다는 점 역시 분

명했다. 이는 뉴스를 전달하는 새로운 디지털 기기

의 증가와 더불어 과거 브로드캐스트 형태의 뉴스

전달 모델이 좀 더 소비자 중심의 개인화된, 인터랙

티브한 뉴스 형태로 이동해 가는 과도기적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많은 뉴스 소비자들이

전통적인 미디어와 디지털 방식 뉴스 미디어의 혼

합 형태로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경향이 이를 증명

한다.

이번 보고서에는 특히 세대 간 뉴스 미디어 이

용 방식에 대한 차이가 상당히 눈에 띈다. 새로운 형

태의 뉴스 미디어 등장과 이용 방식에 빠르게 적응

하는 일명 ‘디지털 원주민’들의 소비 트렌드가 눈에

띄지만, 한편으로 ‘디지털 이민자’가 어떻게 이러한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남겨져

있다.

한편 소비자들이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채널과 방

식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로 인해 뉴스 습득 차원에서의 소비 행위가 뉴

스 공유와 전파의 차원으로 확장되어가고 있다. 그

렇다면 뉴스 생산 차원에서 소비자들의 역할과 위

치는 어디인지, 현 디지털 환경에서 어떻게 성장하

고 있는지 좀 더 확장된 의미에서 다음 로이터 보고

서를 기대해본다.

[그림9] 검색엔진・SNS・뉴스리더 앱을 다른 뉴스 소스에 접근하기 위한 관문으로 이용한 비율

0 20% 40% 60% 80% 100%

뉴스리더 앱

SNS

검색엔진 24

24

30

49

51

46

21

18

17

3

3

4

3

3

3자주 사용함

가끔 사용함

거의 사용안함

전혀 사용안함

모르겠음

*출처:2015디지털뉴스리포트.로이터연구소.

미디어 포럼

099미디어 포럼

한국 방송 최초의 여성 기자는 김지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동아일보가 설립한 동아방송(DBS)이

1963년 3월 개국에 앞서 모집한 1기 수습기자 시험

에 합격해 1971년 8월까지 8년 남짓 방송기자로 활

약했다. 그러나 어느 방송 사료에는 김지자보다 2년

여 앞서 공채 시험에 합격한 여성 기자가 2명 보이

는데, 그중 한 여성이 1961년 5월 KBS 기자 공채에

합격한 정기자이고, 다른 한 여성은 그해 9월 MBC

에 합격한 주옥연이다. 앞으로 심층적 탐구가 더 이

루어져야 하겠지만, 이들이 기자 생활을 한 자취가

없는 점으로 미루어 합격 후에 곧바로 퇴직했거나

혹은 그 기록된 문헌이 오류이거나 둘 중의 하나로

상정된다.

김지자는 1941년생으로 서울대 사범대학 교육

학과를 졸업하던 해1인 1963년 동아일보가 설립한

동아방송국(DBS) 제1기 방송 견습기자 선발 시험

에 52 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2 그 당시 동아

방송국은 개국 두 주 전쯤인 3월 24일 기자 시험을

치렀는데, 총 응모자 420명 가운데 8명을 뽑았다.

‘동아방송사’에 기록된 그 명단을 명기된 순서대로

살펴보면 이승, 최종철, 윤기병, 노승주, 박인섭, 김

일수, 박창래, 김지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그는 이들 견습기자 가운데 유일한 여성으로 맨 마

지막에 표기되어 있다.3

김성호

언론학박사,전광운대정보콘텐츠대학원장

방송 최초 여성 기자 김지자

1960년대 유일한방송계 여성 저널리스트

| 광복 70년, 방송기자 탄생 70년 기획 시리즈 8

김지자 기자가 녹음기와 마이크를 들고 취재하는 모습. 당시 녹음기는

휴대용이라고 해도 ‘아이스케키 통’으로 불릴 만큼 우람하고 육중했다.

/ 사진 제공: 필자

100 신문과방송 08 2015

김지자가 방송기자 생활을 시작한 동아방송

보다 역사가 앞선 방송사로는 국영방송 KBS와

1961년에 개국한 문화방송 MBC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1954년에 개국한 CBS 기독교방송이나 1959년

에 출범한 부산문화방송이 있었지만, 자체적으로

보도 기능이 활성화되기 이전이라 이들 방송사들은

정규 기자 공채 제도가 시행되지 않았다.

최초 여기자의 자긍심

따라서 한국 최초의 여성 기자를 고증하려면 KBS,

MBC 양 사의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여 논거를 제

시해야 할 것이다. 먼저 KBS는 기자가 국가공무원

인 국영방송인지라 정기적인 공채보다는 인원 충원

의 필요에 따라 간헐적으로 선발했다. 1940년대 말

이나 50년대 중반에 공채를 통해 기자를 모집하기

도 했으나 여성 기자는 없었다. 그러나 1961년 5월

에 정부 인사 부처인 내각사무처가 방송 요원을 모

집하면서 13명의 기자를 선발했다. 그 가운데 유일

하게 여성 기자 한 명이 보이는데, 그 이름이 정기

자이다.4 이보다 앞서 발행된 문헌인 ‘주간방송’에

도 ‘수험번호 14 정기자(여)’로 가장 먼저 기술되어

있다.5 그러나 그가 합격하고 4개월 후인 1961년 9월

30일 현재, 재직 방송인들을 기록한 ‘방송인명록’에

서는 그를 찾아볼 수 없다.6 따라서 공채 시험에는

합격했지만 곧바로 그만둔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MBC의 상황을 살펴보기로 한다. 문

화방송은 1961년 12월 개국에 앞서 5월에 방송기

자를 비롯해 프로듀서, 아나운서 등을 공개 채용 시

험을 거쳐 선발했다. ‘주간방송’에 따르면 기자 직종

합격자 명단에는 수험번호 113 형진한, 155 김용수,

192 주옥연 등 세 명이 들어 있다.7 그러나 문화방송

역사서에는 주옥연이 제1기 편성 요원으로 나타나

있다.8 그는 그해 9월 9일 편성과에 준사원으로 입사

하여 그 다음 해인 1962년 10월 13일 퇴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9 이러한 사실을 고려할 때 ‘주간방

송’이 잘못 기록한 오류로 판단되며, 상대적으로 ‘문

화방송30년사’는 철저한 기록으로 크게 돋보인다.

이렇게 동아방송보다 역사가 앞선 KBS, MBC

등의 상황을 방송 사료를 통해 추적한 결과, 김지자

가 한국 방송 최초의 여성 기자로 판명됐다. 그는 취

재 현장에서 방송기자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1965년

경 당시에도 이러한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면서 자

긍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 시절 한

‘주간방송’ 41호(1965.7.31.) ‘방송기자석’에 실린 김지자 기자의 글.

이 글에서 김지자는 자신이 당시 유일한 방송 여기자가 아닐지 추측하며

방송기자로서의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 자료 제공: 필자

101미디어 포럼

방송 전문 주간신문인 ‘방송’지에 기고한 글에서 ‘스

릴·매력 있는 방송 여기자’ 생활을 돌아보며 자신

이 최초의 방송 여성 기자임을 내비치기도 했다.10

“전국적으로 방송 여기자가 몇 명이나 된다고 장담할

처지는 못 되지만 ‘한국에 방송 여기자가 꼭 한 사람 있

답니다’고 떠들어 본다면 이건 자가 PR을 겸한 지나친

독선일까? 일간 신문이나 통신, 잡지 기자와 달리 방

송 여기자란 무척이나 고된 직업이다. 하루 평균 15회

이상 있는 뉴스 마감시간에 쫓기며 묵직한 휴대용 녹

음기까지 걸메고 뛰어다니다 보면 온몸의 마디마디에

피로가 엄습한다(필자주: 컬러는 필자가 임의로 강조한

것임).”

학자의 길로 떠나다

이렇게 김지자는 한국 방송 최초의 여성 기자로서

동아방송의 뉴스 가치를 드높이는 데 혼신을 다해

취재 현장을 누볐다. 그는 신문기자와 달리 방송기

자로서 속보성 및 현장성을 살리기 위하여 녹음기

를 항상 휴대하며 취재해야 했는데, 여성으로서 그

어려움은 꽤 컸다. 1960년대 상반기 상황만 하더라

도 녹음기가 휴대용이라 하지만 ‘아이스케키 통’으

로 불릴 만큼 우람하고 육중했던 것이다. 따라서 키

가 작고 심약한 여성이 메고 다니기란 결코 쉬운 일

이 아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그는 남자 기자들

틈바구니를 이 녹음기를 앞세워 뚫고 들어갔다.

김지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동아방송의 기

자는 방송국 소속이 아닌 동아일보사 편집국 소속

이었다. 그가 견습기자로 입문한 방송뉴스실(실장이

과장 직급으로 초대 실장이 고재언)이나 ‘부 단위’ 부서

로 격상된 방송뉴스부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신

문 방송 겸영 회사로서 경제적 효율성을 고려한 방

송 경영의 일환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11

김지자는 뉴스실, 방송뉴스부 소속의 일선 기자

로 활약하면서 한때는 소년동아부 기자로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12 신문 매체의 선두 주자로서

기반을 구축한 동아일보는 월간지(신동아, 여성동아)

및 어린이 신문 등을 동시에 발행하면서 기자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활용도를 높였다. 동아일보나

동아방송 역사에서 개별 기자를 추적하다 보면 이

러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동아방송은 개국 초부터 뉴스 방송이 다른 방송

사를 압도하자 보도 관련 프로그램을 많이 편성했

는데, ‘동아 스코우프’ ‘DBS 저널’ ‘DBS 리포트’ ‘라

디오 기자실’ 등이 그 사례이다. 물론 제작부서와 공

유하며 방송했지만 기자들의 역할이 가중됐던 것

은 사실이다. 김지자가 이직할 즈음인 1970년대 초

에도 ‘동아 스코우프’는 방송뉴스부가 주관하여 그

방송 사료를 통해 추적한 결과, 김지자가 한국 방송 최초의

여성 기자로 판명됐다. 그는 취재 현장에서 방송기자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1965년경 당시에도 이러한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면서

자긍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02 신문과방송 08 2015

날의 주요 뉴스를 알려주는 오후 한때의 뉴스 종합

판으로 각 담당 기자의 취재담, 가십 등으로 엮어

졌다.13

김지자는 1971년 8월 동아방송에 사표를 내고

필리핀으로 유학을 떠났는데, 오래 전부터 학자의

길을 준비한 듯 1967년 모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

를 취득하기도 했다. 그는 필리핀 유학시절에도 동

아방송 필리핀 주재 통신원으로 활동하면서 1973년

국립 필리핀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

고 한국 주재 미국인구협회 국제인구문제응용연구

회 담당 수석연구원, 연구실장, 연구부장 등을 역임

했다.14

김지자는 이러한 연구 경력을 바탕으로 1981년

서울교육대 전임 교수가 됐다. 그는 방송기자 출신

교육학자로서 교육방송에도 관심이 많아 그와 관련

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필자가 출간한 ‘한국방

송관계문헌색인’ 개정증보4판(1925~1997)에도 그

의 방송 관련 논문 제목이 두 편이나 실려 있다. ‘전

파매체의 평생 교육적 활용에 관한 소고’(서울교대

논문집, 1981)와 ‘지역사회 발전과 로컬방송’(방송위

원회, ‘방송연구’, 1984) 등이 그것이다.15 저서로는

‘지역사회개발론’(공저), ‘미래를 위한 가정교육’(공

저)이 있고, 논문으로 ‘자기 주도적 학습의 연구동

향’ ‘평생 교육의 이론적 기초’ 등이 있다.

1960년대 후배 여성 기자 없어

여성의 세기라고 일컫는 21세기로 접어든 후 여성

기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각 방송사 메인 뉴스에 등

장하는 기자들 절반 이상이 여성이라고 해도 지나

치지 않을 정도이다. 따라서 메이저 방송사 보도국

에 들러보면 여성 기자의 비약적인 증가 현상을 쉽

게 목도하게 된다. 그러나 김지자 이후 1960년대 내

내 그 뒤를 잇는 여성 기자가 부재한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 지상파방송사의 관련 사료를 탐구해 보아

도 1960년대에는 뚜렷하게 부각되는 여성 기자가

없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 방송 여성 기자사의 기틀을 놓

는다는 차원에서 김지자 이후의 여성 기자를 거론

해 보면 남승자, 문명자, 김운라 등을 들 수 있다. 남

승자는 1968년 KBS 아나운서로 방송계에 입문하

여 1970년대 초 기자로 전직한 후 정부의 여러 부처

를 출입하다 1980년대 들어 차장, 부장, 주간, 국장

급 해설위원 등을 지냈으며 한때는 라디오, TV 보

도 관련 앵커를 맡기도 했다. 문명자는 1971년 MBC

촉탁으로 3년여 동안 워싱턴 특파원 직을 수행했다.

김운라는 1970년 CBS 기자로 입사한 후 1980년 언

론 통폐합으로 KBS로 이적되어 각종 출입처 기자,

차장, 부장, 주간, 국장급 해설위원 등을 거쳐 지역

총국장을 지내기도 했다. 1970년대 들어서야 본격

적으로 여성 방송기자가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그

연구 작업은 기자 관련 단체나 후진 연구자들의 몫

으로 남기고자 한다.

1 한국언론재단(2008),한국언론인물사전-1883~2009,

pp.366~367.

2 동아일보사(1990),동아방송사,p.75.3 앞의책,p.77.4 한국방송문화협회(1961),KBS연감,창간호,p.434.5 <주간방송>편집부(1961),“모두39명이합격,KBS아나·기자·기술원”,

제70호(5.14),p.2.

6 한국방송문화협회,앞의책,pp.464~485.7 <주간방송>편집부(1961),“KV요원합격자를발표”,제74호(6.11),

p.2.

8 문화방송(1992),문화방송30년사,p.261.9 앞의책,p.1245,p.1268.10 김지자(1965),“녹음기는보호자격-방송기자석”,방송,제41호

(7.31),p.3.

11 김성호(2014),한국방송기자통사,21세기북스,p.158.12 동아일보사(1990),앞의책,p.593.13 한국방송회관(1970),한국방송연감-1971,p.128.14 한국언론재단(2008),앞의책,p.367.15 김성호(1999),한국방송관계문헌색인-1925~1997,나남출판,

p.307,p.366.

미디어 월드 와이드

미국

시간외수당 못 받는 등

언론인 처우 열악/이강원

영국

BBC 공영 서비스 뿌리 흔드는

정부 보고서 발표/김지현

프랑스

진화 거듭하는

프랑스의 요리・음식 프로그램/최지선

미디어 월드 와이드

U.S.A이강원

연합뉴스 미국 특파원

104 신문과방송 08 2015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6월 말 새로운 정

책과제로 ‘시간외수당’ 문제를 내놓았다. 오바마 대

통령의 구상대로라면 2016년부터는 연봉이 5만

440달러 이하인 경영·관리·전문직 노동자도 주당

노동시간이 40시간을 넘으면 자동적으로 시간외수

당을 받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허핑턴포스

트에 기고한 글에서 “힘든 노동에는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도록 해야 한다”며 “이미 노동자들에게 정당

한 대가를 주고 있는 기업인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

과의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기자는 ‘10대 몰락 직종’

백악관은 이 정책이 실행되면 약 468만 명의 해당

직종 노동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하며, 편

의점이나 대형 마트의 관리직 노동자와 패스트푸

드 식품점의 부지점장급 노동자들을 대표적인 수혜

자로 꼽았다. 하지만 오바마의 시간외수당 정책 구

상에 언급되지 않은 대표적인 수혜자는 다름 아닌

언론인들이다. 허핑턴포스트는 미국 노동부 통계

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 언론인의 연봉 중간값은 3만

6,000달러였다고 소개하고, 이를 기준으로 하면 언

론인은 새로운 시간외수당 정책의 수혜자가 된다고

시간외수당 못 받는 등언론인 처우 열악

7월 2일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초과근무 수당 지급대상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이 정책이 실행되면 많은 언론인들도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사진출처: AP연합뉴스

105미디어 월드 와이드

적었다.

미국에서 언론인들의 처우 악화는 더욱 심각

해지며 시간외수당 혜택은 더욱 절실해지는 상황

이다. 미국의 유명 연구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

의 자료를 보면 2004년 미국 내 기자의 연봉 중간

값은 3만 1,320달러였다. 같은 해 기자를 업무 상대

로 하는 미국 내 홍보 전문가의 연봉 중간값은 4만

3,830달러다. 홍보전문가가 1달러를 벌 때 기자는

71센트를 벌어들인 것이다. 그런데 2013년 홍보전

문가의 연봉 중간값은 5만 4,940달러로 올랐다. 반

면에 같은 해 기자들의 연봉 중간값은 3만 5,600달

러에 그쳤다. 홍보전문가들이 1달러를 버는 사이 기

자들은 65센트를 버는 데 머물렀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언론인에 대한 미국

내 선호도는 바닥을 모른 채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의 구인·구직 정보업체 커리어캐스트가

선정한 ‘10대 몰락 직종’에는 신문기자가 포함됐다.

커리어캐스트는 미국 노동통계국의 고용 전망 자료

를 토대로 모든 직종 가운데 고용 하락률이 가장 높

을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으로 우체부를 꼽았고, 이

어 농부가 2위, 그 다음이 신문기자로 예상 고용 하

락률은 13%나 됐다. 인터넷 및 새로운 형태의 미

디어 영향력이 급속히 커졌다는 점을 요인으로 꼽

았다.

물론 모든 신문기자의 처우가 열악한 것은 아

니다. 뉴욕타임스는 기자가 주당 40시간 이상 일하

면 초과 시간에 대해서는 평소 임금의 1.5배를 받

는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를 제외한 미국 내 신문·

방송·통신 등 기성 언론사 가운데 시간외수당 혜택

을 주는 언론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최근

들어 세를 확장하고 있는 디지털·온라인 미디어 매

체 역시 시간외수당 문제는 민감한 분야다. 워낙 언

론인들 노동시간이 길고, 퇴근 뒤에도 트위터 사용

등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등 업무 종료 개념 자체가

희박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허핑턴포스트는 오

바마 대통령의 정책 발표 이후 검토해보겠다는 다

소 적극적인 반응을 내놓았지만, 버즈피드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복스

미디어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잘 나가는 온라인 매체도 노조 결성

그나마 전향적인 입장으로 시간외수당 문제를 검토

해본다던 허핑턴포스트도 속사정은 그다지 좋아 보

이지 않는다. 주지하다시피 허핑턴포스트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온라인 저널리즘

의 대명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5년 5월 미국의

칼럼니스트인 아리아나 허핑턴이 설립했고, 2011년

2월 미국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AOL이 인수했다.

2004년 미국 기자의 연봉 중간값은 3만 1,320달러였다.

같은 해 홍보 전문가의 연봉 중간값은 4만 3,830달러다. 그런데 2013년

홍보전문가의 연봉 중간값은 5만 4,940달러로 올랐다. 반면에 같은 해

기자들의 연봉 중간값은 3만 5,600달러에 그쳤다.

106 신문과방송 08 2015

정치, 경제, 연예, 과학기술, 미디어, 국제, 생활·건

강 등 폭넓은 주제를 놓고 700명 정도의 기자와 4만

명에 달하는 블로거가 글을 쓰고 있다. 영어판 외에

도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주요 언어로 서비스할 정

도로 갈수록 세를 넓히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허핑턴포스트의 이직률

이 이례적으로 높다고 최근 매거진 기사에서 지적

했다. 심지어 설립자인 아리아나 허핑턴이 출근해

엘리베이터에서 책상까지 걸어가는 사이에 배치된

거의 모든 책상이 잦은 대량 이직으로 텅텅 비어 있

었다는 웃지 못할 일화도 있다. 이에 허핑턴이 직원

들의 대량 이직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직

원들을 그가 출근하는 통로에 면한 책상에 옮겨 앉

도록 했다는 얘기도 전했다. 설립자 허핑턴이 수차

례 언론에 나와 “허핑턴포스트에는 휴게실, 낮잠 방

까지 갖춰져 있다”면서 직원들의 웰빙을 선전했던

것과는 딴판이라는 것이다.

언론사의 시간외수당 지급은 노조 결성 여부와

도 관련돼 있다. 노조가 없는 언론사들의 경우 사

측이 프리랜서 등 시간외수당 지급을 할 필요가 없

는 비정규직 고용을 더 손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언론 노조는 인쇄 부문 등 이른바 ‘블루칼

라’ 노조원들이 대거 해고되고, 젊은이들의 평생직

장 개념이 희박해지며 조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표 언론노조 연합단체인 ‘뉴스길드’에는 워

싱턴포스트와 로이터 통신 등 올드 미디어 매체 소

속원들이 주를 이루는데, 최근에 인기 블로그 네트

워크인 ‘고커’가 주요 온라인 매체로는 최초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 고커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을 졸

업한 뒤 파이낸셜타임스 기자로 일했던 닉 덴튼이

2002년 설립했다. 고커에서 일하는 ‘언론 노동자’들

은 지난 6월 4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거

친 끝에 80%가 넘는 찬성률을 얻어 노조를 결성하

기로 했다. 미국 내 디지털 미디어 언론사 가운데 첫

노조다.

흥미로운 것은 앞서 밝힌 대로 직원들 대부분이

고커에서 일하는 것을 행복해하면서 “노조는 왜 결

성했느냐”는 것이다. 노조를 설립한 쪽은 당연히 임

금과 복지 분야에서 혜택을 얻기 위해 노조가 필요

하다고 인정한다. 특히 디지털 시대 창업 회사들에

서 흔히 보이는, 마치 친구 간 대화하는 것 같은 주

먹구구식 사내 의사소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도

노조의 목표 가운데 하나다. 다만 노조를 통해 기자

들의 하루 노동시간, 생산하는 기사량 등을 제한하

거나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노조 쪽의 입장

이어서 흥미롭다. 흔히 말하는 노조와는 사뭇 다른

점이다. 그러자 고커 안팎에서는 “불확실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미디어 관련 노동자들이 만일의 사태

에 대비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한

것”이라는 평가와 분석이 나왔다. 사양의 길을 걷고

있는 기성 미디어는 물론 ‘잘 나가는’ 신흥 미디어마

저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참고문헌

http://www.washingtonpost.com/news/storyline/wp/2015/01/30/

why-internet-journalists-dont-organize/

http://www.nytimes.com/2015/06/05/business/gawker-media-

employees-vote-to-form-a-union-and-the-bosses-

approve.html?_r=0

http://www.huffingtonpost.com/2015/07/01/obama-overtime-

proposal_n_7704908.html?1435768137

http://www.nytimes.com/2015/07/05/magazine/arianna-

huffingtons-improbable-insatiable-content-machine.html

미디어 월드 와이드

김지현

골드스미스런던대문화연구박사과정

U.K

107미디어 월드 와이드

BBC의 미래가 걸린 왕실칙허장 갱신에 앞서 영

국 보수당 정부가 BBC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

할 주요 의제들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녹서(green

paper)’를 지난 7월 16일 발표했다. ‘BBC 왕실칙허

장 갱신에 대한 공적 자문’이라는 제목

으로 출판된 이번 보고서는 86쪽에 걸쳐

BBC의 현 거버넌스 시스템과 수신료제

도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시종일관 드

러내며 BBC를 긴장시키고 있다.

정부와 BBC의 동상이몽

왕실칙허장은 수신료를 포함해 BBC가

공영방송 서비스로서 갖는 특별한 위상

을 결정하는 제도적 장치로 10년마다 갱

신된다. 새로운 왕실칙허장 갱신을 위해

BBC와 보수당 정부는 2016년 말까지

긴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이러한 민감

한 시기에 영국 정부가 비판적인 논지로 일관된 녹

서를 발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캐머런 총리의

지휘하에 보수당은 지난 5월에 치러진 총선에서 대

승을 거두었다. 총선 캠페인 기간 내내 BBC의 ‘좌파

BBC 공영 서비스 뿌리 흔드는정부 보고서 발표

영국 정부가 BBC 왕실칙허장 갱신을 앞두고 발표한 ‘녹서’ 표지. 영국 일간지들은 이번

녹서가 공영방송인 BBC의 설립 이념 자체를 문제시하며 회사의 근간까지 뒤흔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108 신문과방송 08 2015

편향 보도’를 비판했던 캐머런 총리는 보수당 2기

내각을 꾸리는 과정에서 BBC에게 불편한 심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BBC의 주요 재원을 조달하

는 수신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유명한 보수

당 중진 존 위팅데일 하원 의원을 신임 문화부 장관

으로 기용한 것이다.

이번 녹서의 출판을 주도한 위팅데일 신임 문화

부 장관은 지난 7월 6일 의회에 출석, 보수당 내각

이 BBC와 왕실칙허장 협상을 앞두고 ‘모종의 거래’

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대서특필됐다. 위

팅데일 장관은 토니 홀 BBC 사장과 협의된 사실이

라며 그동안 복지 예산으로 BBC측에 지급되어 온

75세 이상의 노령인구 수신료를 앞으로는 BBC가

부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1 복지 지출의 대규모 삭

감을 정치적 목표로 표방하고 있는 보수당 2기 내각

이 노령인구의 수신료 역시 삭감 대상으로 삼은 것

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를 BBC가 순순히 부담

하겠다고 동의한 사실이 세간의 호기심을 끌었다.

실제로 이러한 정책적 변화가 이뤄질 경우 BBC는

2020년까지 수신료 수입에서 6억 3,100파운드에 이

르는 손실을 보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2

하지만 BBC 보도에 따르면 토니 홀 사장은 오히

려 이번 거래를 “만족스럽다”고 표현했다.3 위팅데

일 장관이 수신료 수입의 손해에 대한 보상을 약속

했다는 이유에서다. 홀 사장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BBC의 미래 칙허장 갱신 협상에서 현재 145.50파

운드인 수신료를 물가상승률에 맞춰 올려주는 것

을 보장했다. 또한 정부는 TV 시청에만 수신료가

징수되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아이플레이어(BBC

iPlayer)의 온라인 다운로드 서비스(catchup services)

만을 이용해 BBC 콘텐츠를 공짜로 이용하는 무임

승차 행위들을 방지할 제도적 변화도 약속한 것으

로 알려졌다.4 홀 사장은 이러한 변화들로 BBC 수

입이 향후 5년 동안 노령인구의 수신료를 부담해도

될 정도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녹서는 BBC가 넘어야

할 산이 노령인구 수신료 부담 한 가지뿐만이 아님

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칙허장 갱신에 앞서 공

공에게 자문을 구하기 위한 네 가지 문제로 보수당

정부는 ‘왜 BBC인가?’ ‘BBC가 하는 일’ ‘BBC 재원’

‘BBC 거버넌스’ 등을 거론하며 수신료제뿐만 아니

라 BBC트러스트로 대표되는 현재의 BBC 거버넌

스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민감한 질문들을 던

지고 있다. 가디언과 인디펜던트 같은 일간지들은

이번 녹서가 공공 서비스 방송인 BBC의 설립 이념

자체를 문제시하며 회사의 근간까지 뒤흔들려는 의

도를 담고 있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7월 23일

인디펜던트는 “BBC가 설립 이후 가장 정치적으로

위험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공공 서비스 방송의

존 위팅데일 문화부 장관. BBC의 주요 재원인 수신료에 대한 시각이 비판

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109미디어 월드 와이드

정신이 “부수어지면 안 된다”고 호소하는 기사를 싣

기도 했다.5

네 가지 협상 의제

문제가 된 녹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왜 BBC인

가?’ 챕터에서 영국 정부는 공공 서비스 방송의 기

본 원칙인 ‘보편성’에 대해 “비판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것이라며 “매우 광범위한 임무”이기에 개혁되

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보수당 정부는 공공을

위한 국영방송으로 시작된 BBC의 ‘역사적 임무’를

지속하기 위한 논의의 중요성은 인지한다고 말문을

뗀 후, 그럼에도 “BBC를 과도하게 확장해온 결과를

막기 위해서 (향후 칙허장 갱신 협상에서) 개선을 확

실히 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BBC의 규모에 대한 정부의 비판적 시각은

‘BBC가 하는 일’ 챕터에서도 드러났다. 보고서는

20년 전 BBC는 2개 텔레비전 채널과 5개 라디오 방

송국만을 가졌지만 현재 각각 9개와 10개로 규모

가 급증했다며 그것이 축소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

했다. 보고서는 특히 라디오1과 라디오2의 수용자

들이 “겹쳐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BBC가 “논쟁

적으로 (다른 상업 방송사들과 비교해서) 덜 차별화되

는 프로그래밍을 해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 예로 거론된 프로그램이 ITV의 ‘X-팩터’와 유사

한 ‘더보이스’이다. 반면 ‘스트릭틀리 컴 댄싱’은 ‘더

보이스’와는 달리 해외에 판권을 판매하며 BBC의

수입에 좋은 영향을 준 긍정적인 사례로 언급했다.

한편 가장 눈길을 끈 ‘BBC 재원’에 대한 챕터에

서 정부의 BBC에 대한 비판은 정점에 달했다. 보고

서는 “수신료는 퇴행적”이라고 일축하며 “모든 사

람이 수입에 상관없이 동일한 요금을 내도록 요구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광고 수익이나 일반 조세와

다르게 수신료를 통해 단독적으로 BBC가 재원으로

조달하는 현행 방식은 개혁되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정부가 현재 고려하고 있는 수신료제에

대한 정책적 변화는 세 가지다. 첫째, 아이플레이어

를 통한 온라인 시청으로 수신료제 징수에서 구멍

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를 만들어 수신료 제

도를 개선하는 방안, 둘째, 한 명만 사는 가구에 대

해서는 할인을 주는 등 가구 수를 고려해 수신료를

거두는 독일식 부과제(levy)와 유사한 새로운 징수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 마지막으로 수신료와 프리

미엄 서비스에 대한 구독제 서비스를 섞은 혼합 모

델로 현행 제도에 변화를 주는 방안 등이다.

마지막으로 녹서는 현 거버넌스를 관장하고 있

는 최고 의사결정기구 BBC트러스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 보고서는 BBC트

러스트의 “종말을 알리고 있다(death knell)”고 가디

‘왜 BBC인가?’ 챕터에서 영국 정부는 공공 서비스 방송의

기본 원칙인 ‘보편성’에 대해 “매우 광범위한 임무”이기에 개혁되어야

한다며, “BBC를 과도하게 확장해온 결과를 막기 위해서 개선을

확실히 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110 신문과방송 08 2015

언이 묘사했을 정도다. 2012년 지미 새빌 스캔들과

1억 파운드 규모의 디지털 미디어 이니셔티브 사업

의 실패, 고위직 퇴직자에 대한 과도한 퇴직금 문제

에 대해 BBC트러스트가 그동안 효율적으로 대처해

오지 못했다고 보고서는 비판했다. 이에 보고서가

제안하는 것은 현재의 거버넌스 시스템을 세 가지

방향에서 바꾸는 것이다. 첫째로는 지속적인 비판

여론을 받아들여 현재의 BBC트러스트 시스템 자체

를 개혁하는 것, 둘째로는 집행이사회와 BBC트러

스트로 나뉘어 있는 현 거버넌스 시스템을 새롭게

하나의 기구로 일원화하는 것, 마지막으로는 방송

통신 규제기관인 오프콤의 규제 아래 새로운 BBC

이사회를 만드는 것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세 가지 선택 사항들은 “장점과 약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밝히며 “분명한 점은 보다 급진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6

예측하기 힘든 BBC의 미래

BBC는 녹서가 발표되자마자 ‘미디어센터’ 홈페

이지를 통해 강력하게 항의했다.7 BBC는 “BBC

는 영국을 위한 창조적이며 경제적인 파워하우스

(powerhouse)”로서 기능하고 있다며 “이번 녹서는

보다 (규모가) 감축된, 덜 인기 있는 BBC를 예고하

기 위해 출현했다고 믿는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

냈다. 이번 보고서에 담겨진 내용들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 90년 동안 영국 국민에게 사랑을 받아온 BBC

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보고서가 논의의 예시로 든 ‘스트릭틀리 컴 댄

싱’과 같은 프로그램이나 라디오1, 라디오2 방송국

이 유지되어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정치인

이나 BBC 직원이 아닌 “수신료를 낸 대중”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토니 홀 사장 역시 지난 7월 14일

BBC는 정치인이나 직원들에 의해 소유된 것이 아

니라 대중에 의해 소유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발

언한 바 있다. 수신료를 지불하는 “대중이 BBC의

소유주”라는 점에서 대중의 목소리가 왕실칙허장

갱신 과정에서 “가장 크게 들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위팅데일 장관 역시 비슷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위팅데일 장관은 지난 7월 19일 BBC의 ‘앤드류 마

르’에 출연해 녹서에 대한 BBC의 부정적 대응은

“놀랍지 않은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업계와 대중의

의견을 10월까지 수렴하겠다고 밝혔다.8 “수신료와

구독료 시스템을 혼합한 재원 방식”을 도입하겠다

는 보고서 속 정부의 제안이 “아직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적어도 10년 내에는 추진

될 예정이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BBC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10년, 아니 왕실칙

허장 갱신이 이뤄질 1년 이후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

이다. 정부와 BBC 모두의 말처럼 대중의 목소리가

결론을 이끌어낼까?

1 현재영국의TV수신료면제가구는2013년기준으로총7만7,000가구에이르며연간6억800만파운드의관련지출이고용연금부

예산으로충당되고있다.

2 http://www.theguardian.com/media/2015/jul/06/bbc-pay-cost-free-tv-licences-over-75s-fee-deal

3 http://www.bbc.com/news/entertainment-arts-33422814

4 이후발표된녹서에의하면,현재50만명의사람들이수신료를지불하지않기위해TV대신아이플레이어의다시보기서비스를이용하는

것으로알려졌다.

5 http://www.independent.co.uk/voices/commentators/the-bbc-is-facing-its-most-deadly-political-threat-since-

its-foundation--but-its-spirit-should-be-revived-not-

crushed-10408773.html?origin=internalSearch

6 보고서는새로운규제기관이생기는것은거버넌스에혼란을가져오는약점이있다고분석했으며BBC트러스트가오프콤으로대체될경우

에는오프콤의권력이지나치게강력해질수있다고지적했다.

7 http://www.bbc.co.uk/mediacentre/statements/gov-green-paper

8 http://www.theguardian.com/media/2015/jul/19/john-whittingdale-bbc-subscriptions-licence-fee-funding

미디어 월드 와이드

France최지선

파리 2대학 박사과정

111미디어 월드 와이드

요즘 텔레비전에 음식과 요리가 넘쳐난다. 맛집과

유명한 요리가 등장하는 매거진 프로그램, 예능 프

로그램이 방송 편성에서 비중이 높아진 것이 최근

의 일은 아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유명한 요리사

들이 주방을 넘어서 예능 프로그램을 점령했고, 예

능 프로그램 덕분에 요리사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치른다.

1세대 프로그램 대부분 폐지

이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닌 것 같다. ‘프랑스’라고

하면 화려하고 섬세한 맛의 요리, 음식, 디저트 이미

지가 쉽게 떠오른다. 실제로 많은 프랑스인들이 프

랑스 요리와 음식, 디저트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

며, 요리에 일가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 곳도 프랑스이다. 그래서인지 식

도락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다양한 장르와 포맷의

요리·음식 프로그램이 편성된다.

요리·음식 프로그램은 새로운 장르의 프로그램

은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나 방송에서 오래 전부터

조리법을 소개하고 시연하는 방식의 전통적인 요리

프로그램이 편성되지 않은 곳은 없을 정도이다. 프

랑스 방송에서도 이와 같은 요리 프로그램을 흔하

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오전 방송 시

간대, 혹은 식사 시간대에 유명한 요리사가 나와 조

리법을 안내하는 Direct8의 ‘여러분을 위한 레시피’,

France3의 ‘주방의 모든 것’, TF1의 ‘균형 잡힌 간단

한 식사’ 등의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들 프로그램들

은 짧게는 10분, 길게는 20~30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시청자들에게 간단하고도 맛있는 요리를 시연

하면서 조리법을 설명한다.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전통적인 요리 프로그램들 대부분이 저조한 시청률

을 이유로 폐지됐으며, TF1의 ‘균형 잡힌 간단한 식

사’만이 살아남은 정도이다.

진화 거듭하는프랑스의 요리·음식 프로그램

112 신문과방송 08 2015

맛집이나 유명 산지를 찾아가서 음식을 맛보고

시연하는 프로그램 역시 1세대 요리·음식 프로그

램 중 하나이다. France5에서는 유명한 방송인이 프

랑스의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맛집을 소개하는

‘프티흐노의 외출’과 ‘포크와 배낭’, France3의 ‘쥴리

의 노트’, M6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밥집’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앞서 설명한 요리

레시피 소개와 1인 요리사 혹은 보조 출연자가 등장

하여 시연하는 요리 프로그램보다는 편성표에서 오

래 살아남고 있지만, 시청률

이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2014년 여러 요리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재미를 본 M6가 시

작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밥

집’의 경우, 7%대의 저조한 시

청률로 프로그램을 론칭한 지

보름 만에 폐지되는 수모를 겪

었다. 일반적으로 ‘마스터 셰

프’ 같은 요리 경연 프로그램

은 시청점유율 17~30% 정도

를 기록한다.

최근 프랑스에서 선풍적

인기를 일으키면서 등장한 요

리 프로그램의 경향을 보면 우

리나라의 요리 관련 프로그램

이 예능과 결합한 것과 달리

프랑스의 요리 관련 프로그램

은 리얼리티 포맷과 결합했다

고 볼 수 있다. 즉, 연예인과 스

타 셰프가 등장하는 예능보다

는 일반인, 시청자들이 출연

하는 형식이다. 이러한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France3의 ‘가족들의 식사’와 M6의

‘거의 완벽한 저녁 식사’와 ‘톱 셰프’, TF1의 ‘마스터

셰프’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들도

세부적으로는 미묘한 포맷의 차이를 보인다.

리얼리티 포맷과 결합

우선 유명 셰프들 앞에서 시청자들이 경연을 펼치

고 심사를 받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있다. M6와

TF1에서 편성한 ‘톱 셰프’와 ‘마스터 셰프’ 등이다.

요리 프로그램의 포맷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France2의 ‘셰프 되기’는 요리 경연 포맷과 유명 셰프의

요리 지도 포맷을 결합한 새로운 포맷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113미디어 월드 와이드

십여 명의 후보자들이 여러 유명 요리사들로 구성

된 심사위원들 앞에서 약 7주에 걸쳐 매회 여러 미

션을 수행하며 대결을 펼친다. 마지막에 남는 최종

후보자는 약 10만 유로의 상금을 타게 된다.

두 번째는 소수 일반인들이 서로를 평가하는 요

리 경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2008년 2월부터 가

장 먼저 방송을 시작한 M6의 ‘거의 완벽한 저녁 식

사’가 대표적인 예이다. 전자는 같은 지역에 거주하

는 4~5명의 일반인 후보자를 선정, 일주일간 서로

의 집에 나머지 후보자들을 초대하여 직접 구성한

메뉴를 요리해 대접하며, 초대받은 후보자들은 음

식의 맛과 조화, 분위기, 테이블 장식 등 여러 항목

을 기준으로 평가를 하고 최종 우승자가 상금을 타

는 형식이다. 후자는 디저트에 일가견이 있는 일반

인들이 출연하여 주어진 미션에 따라 디저트를 만

들고, 유명한 셰프들이 심사하여 최종 우승자를 가

리는 형식이다.

세 번째는 전문가들의 대결이 주가 되는 프로

그램이다. M6의 ‘프랑스 최고의 빵집’과 2014년

TF1에서 새롭게 편성한 ‘영수증 주세요’가 있다. 두

프로그램은 서너 명의 제빵사 혹은 레스토랑 운영

자가 출연하고 유명한 셰프 혹은 서로가 평가를 하

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프랑스의 요리 프로그램이 리얼리티 포맷과 결

합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단 프랑스 방송에 편성

된 요리 프로그램 중에는 이미 요리 경연을 바탕으

로 하여 리얼리티 포맷으로 성공한 프로그램인 경

우가 많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이미 크게 성공했다는 점

에서 리얼리티 포맷과의 결합은 실패 확률이 적은

안정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요리에 관심이

많은 프랑스인들의 특성 때문에 방송사 입장에서

요리 프로그램은 편성할 가치가 있다. 여기에 기존

서바이벌 리얼리티가 참가자들의 사고와 죽음, 자

극성 등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던 것에 비해 요리 리

얼리티 프로그램은 이러한 논란도 비켜가면서 인

기 좋은 장르를 계속 편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

운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리얼리티 프로

그램은 단순히 요리를 즐겨하던 내 친구나 이웃과

같은 일반인들이 요리라는 계기를 통해 새롭게 요

리사로 탄생하는 인생 역전이라는 드라마틱한 요소

까지 갖추고 있다는 측면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장르적 효과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들어선 시청률 감소세

하지만 최근 스테디셀러인 요리 프로그램도 서서히

거품이 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08년 무렵 시

작됐던 요리 프로그램은 급속도로 시청률 증가세

우리나라의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예능과 결합한 것과 달리

프랑스의 요리 관련 프로그램은 리얼리티 포맷과 결합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연예인과 스타 셰프가 등장하는 예능보다는 일반인,

시청자들이 출연하는 형식이다.

114 신문과방송 08 2015

를 보이며 지난해까지 방송편성표를 점령했다. 예

를 들어 M6의 ‘거의 완벽한 저녁 식사’는 첫 회 8.6%

의 시청률에서 방송 두 달 후 19.7%에 이르렀으며,

시청점유율에서 경쟁 채널의 프로그램들을 모두 제

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마스터 셰프’는 TF1에도 역시 2010년 최저 시청률

23%에서 최고로는 30%를 뛰어넘는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많은 요리·음식 프로그램

이 편성되면서 오히려 시청률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TF1은 2015년도 편성에서 ‘마스터 셰

프’를 시즌 5의 세 번째 에피소드부터는 그룹의 다

른 채널인 NT1으로 옮겨 편성하기로 했다. 저조

한 시청률 때문이다. 지난 6월 25일 시즌 5의 첫 번

째 에피소드가 방송됐는데, 268만 명이 시청했으며,

7월 2일 방송된 두 번째 에피소드 역시 265만 명 수

준으로 조사됐다. 이는 시청자 수가 490만 명, 440만

명에 이르던 시즌 3, 4와 비교해보면 절반 수준에 가

깝게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M6의 ‘내가 제일 좋

아하는 밥집’도 7%로 보름 만에 폐지됐다.

한편 방송사들은 요리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요리 프로그램이 끊

임없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새롭게 신

설되는 프로그램의 경우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벗

어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France2의 ‘셰프 되기’

가 그러한 예이다. 이 프로그램은 요리 경연 포맷과

유명 셰프의 요리 지도 포맷을 결합한 새로운 포맷

이다.

요리를 즐겨하는 시청자 혹은 아마추어 두 명이

등장하고 ‘이번 주의 요리사’가 등장해 개인 교습처

럼 지도를 해준다. 그리고, 요리사가 제시한 요리를

더 잘 구현한 시청자가 1,000유로의 상금을 받으며,

다음날 다시 다른 도전자와 대결한다. 이 프로그램

의 원래 포맷은 두 명의 시청자가 요리 대결을 하고,

출연하는 셰프가 심사를 하여 더 맛있는 요리를 한

시청자가 1,000유로의 상금을 받는 형태였다. 그러

나, 도중에 셰프의 ‘개인 교습’이 추가되면서 시청률

이 올라갔다.

요리 프로그램의 진화

2015년 역시 France2에서 신설된 ‘당연히, 내 푸드

트럭’은 푸드 트럭이라는 또 다른 유사 영역을 끌어

온 요리 프로그램이다. 이 역시 일반인 참가자들이

참여해 경연을 벌이는 리얼리티 포맷인데, 단순히

맛있는 요리에만 점수를 더 주는 것이 아니라 손님

들에게 판매했을 때, 잘 팔릴 수 있도록 가성비까지

고려하고, 본인에게 주어진 금액으로 재료를 사서

수익을 내도록 한다. 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요

일별로 경연의 방식과 평가 기준도 달라진다. 마지

막 최종 우승자는 10만 유로 상당의 푸드 트럭을 갖

게 된다.

시각적인 요소가 중요하다는 기존의 틀을 깨고

라디오 방송인 France Inter에서도 요리 프로그램을

편성할 정도로 프랑스인들의 요리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남다르다. 인터넷 방송에서도 요리 프로그

램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프랑스 방송이 요리 프로그램으로 소화불량에 걸리

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지난 2008년부

터 최근까지의 경향을 볼 때 프랑스의 요리 프로그

램은 일시적인 인기 장르가 아니다. 또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양념을 하고 조리법

을 바꾸어가며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프랑스 요

리만큼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프랑스 요리 프로그램

이 개발되기를 기대해본다.

115미디어 월드 와이드

재단, 언론사 부국장 초청 ‘디지털 퍼스트’ 워크숍 개최

이제는 디지털 온리 시대‘변해야 산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언론사들의 디

지털 저널리즘의 현 주소를 점검하고

급변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6월

25일부터 이틀간 ‘디지털 퍼스트’ 워크

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언론사 부국

장급 언론인 20여 명이 초청됐다.

제주도 서귀포 KAL호텔에서 열린

워크숍은 ‘왜 디지털 퍼스트인가’ ‘디지털 시대의 뉴

스 이용자 분석’ ‘오래된 전통 vs 새로운 가치’ ‘디지

털 혁신과 소통을 위한 기법과 기술들’ ‘2015 세계신

문총회를 통해 본 미디어 최신 트렌드’ 등 5개 세션

으로 진행됐다.

첫날 발제에 나선 정재민 카이스트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퍼스트를 넘어 디지털

‘온리’ 시대로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예측했다. 최진

순 한국경제신문 차장은 “무조건 디지털에만 집중

하기보다는 신문 정보를 압축하고 인포그래픽 등을

강화해 소장하고 싶은 종이신문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며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말을

거는 ‘독자 퍼스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션 후 참석자들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대한

준비, 현황, 고민과 대응 전략 등에 대한 의견을 쏟

아냈다. 한 참석자는 “직원들과 경영진들도 이런 내

용을 듣고 공감하는 자리가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재단은 워크숍을 계기로 디지털 저널리즘

과 디지털 퍼스트에 대한 개별 언론사 연수도 병행

할 계획이다. 디지털 저널리즘 혁신에 대한 언론사

조직과 언론인들이 변해야 디지털 저널리즘에 대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단 소식

재단이 6월 25일 개최한 ‘디지털 퍼스트 워크숍’. 참가자들은 “경영진들도 이런 내용을 듣는

자리가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